황금빛 내 인생 24
[버스를 두드린다]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혁) 기사님, 그냥 가주세요
[버스가 출발한다]
너 왜 그래?
(혁) 너야 말로 왜 이러는데?
설마 했는데
정말 또 도망칠 생각을 해?
네가 귀찮게 하니까
말했잖아
다 귀찮다고
그래
나도 귀찮을 것 같아
(혁) 친구랍시고
10년 만에 만나자마자 뭘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네 인생에 끼어들고 간섭하고
나라도 귀찮겠다
알면
그만 가
그냥 못 가
그 사람한테 약속했거든
너한테 연락 오면 알려주기로
뭐?
(혁) 처음엔 그냥
널 설득해서 데려가려고 했어
여기서 처음 널 보는데
아무 말 말아야겠다
네 자존심 생각해서 아무것도 아는 척 안 해야겠다 싶었어
근데 네가 이렇게까지 하면
그 사람한테 너 여기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너 지금 무슨
누구 얘기하는 거야?
[공 씨가 큰소리로] 야!
(공 씨) 이...
[소리 지르며] 배은망덕한 가시나야!
(공 씨) 어디서 남의 돈 떼먹고
야밤에 줄행랑이야!
돈은...
부쳐드리려고 했어요
[큰소리로] 부칠 돈 있으면 여태
뭐 하러 붙어있었어?
어, 둘이 같이 튈려고 했냐?
서 씨가 튀면
네가 돈 갚는다며?
(혁) 네
그래서 제 명함도 드렸잖아요
들어가 계세요
이 친구하고 얘기 좀 하고 들여보낼게요
(공 씨) 그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아
백만 원이면 우리 마누라 한 달 약값이야
(공 씨)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해서
이름도 주소도 모르는 아가씨 걷어 줬는데
[큰소리로] 이러는 거 아니다
죄송해요
(혁) 들어가 계세요, 아저씨
(혁) 이리 와
(혁) 지안이는 무사히 잘 있습니다
(혁) 본인이 원치 않아서
(혁) 이 정도만 알려드립니다
집엔 잘 데려갔겠지
나한테는 문자 한 통 안 주더니
[큰 한숨 쉰다] 됐다
집에 들어갔으면 됐지
(지안) 최도경?
너 지금 최도경이라고 했어?
(혁) 그래, 최도경
네가 이러는 원인이 그 사람 때문이니까
아니야, 그 사람 때문 아니야
네가 뭐라고 해도
너 이런 꼴로 도망치게는 못 해
근데 네가 난 귀찮다니까
- (혁) 최도경 씨한테라도... - (지안) 안 돼
절대 안 돼
(혁) 그럼 네 부모님 연락처라도 줘
전에 집에 찾아갔는데
새로 이사 오신 분이 너 이사 갔다고 하더라
이사?
누가?
새로 이사 오신 아주머니가
왜 너만 도망쳐서 숨냐?
- (혁) 최도경... - (지안) 아니야
그 사람하고 그런 사이 아니야
내 오빠였던 사람이야
뭐?
그게 무슨?
(지안) 아빠가 부회장님한테 맞고 무릎 꿇는 거 보는 순간
(지안) 알았어
난 끝났구나
버틸 수 없겠구나
지안아
나를 죽이고 싶었어
28년을 사랑으로 키워준 내 부모를
단 며칠 만에 버리고 재벌 집을 선택했던
나를 죽이고 싶었어
그런데 실패했지
친부모님으로 알아서 그랬던 거잖아
아니잖아
아니야
(지안) 그럼 만약에
네가 사실은 재벌 자식이라면
그럼 넌 어쩔 건데?
안 가지
친부모가 재벌이 아니라면
(혁) 지금 부모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사람이라면
(혁) 그래도 갈까?
안 가겠지
결국 돈 때문에 가는 건데
돈 주기 바라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모 자식이 될 수 있겠어?
그때 그래서...
내 얘기였어
돈 바라고 갔던 우스운 사람
나
지안아
그러니까 이제 나 내버려둬 줘
잘 가
[구슬픈 음악이 계속된다]
[깊은 한숨]
[파도 소리]
[트럭이 출발한다]
양미정 씨가 자수하겠다고 찾아온 거야
(명희)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서지수 생각해서 봐준다고요
가게도 계속하고 있으라고 했고요
당신 뜻대로 했어요
시원해요?
우리 집안을 위한 최선의 처리 방법이야
서지수
아니
은석이 빵집 다니는 건 어떻게 할까요?
당분간 둬
그러죠
서지수나 나나
마음이 준비가 덜 됐으니까 천천히 생각해요
[끙끙 앓는다] 아휴, 아휴
[소리치며] 얘, 얘, 지안아!
(미정) 지태 아버지
지안이 꿈꿨어요?
[잠이 덜 깨서] 어, 어
(미정) 또 이 새벽에 나가는 거 아니죠? 당신 밤새 뒤척였어요
[오토바이 소리]
[기침한다]
[계속 기침한다]
(공 씨) 이 총각, 갔네, 갔어
또 튈 생각 마
네
저기 혁이가 용국 씨하고 방 같이 쓰면 안 되나?
[용국이 놀라며] 엥?
저하고요?
(수아) 용국 씨는
본가하고 여기하고 왔다갔다 하잖아요
이층 사람들하고 술 먹다가도 가끔 그 방에서 자기도 하고 [용국 피식 웃는다]
(수아) 사람 안 가리니까
(혁) 형
괜찮겠어요?
안 괜찮을 이유가 없다고 누님께서 쫙 읊어주시는데
[혁이 웃으며] 고맙습니다, 형님
그리고 저 며칠 출근 못 하니까 사무실도 부탁해요
- 그래 - (수아) 진작에 알바생 뽑았으면
내가 청소라도 해줄 텐데
오늘 면접이라
오늘 면접 봐?
아, 면접 볼 때 내가 같이 봐줘야 하는데
됐어, 내가 쓸 사람 왜 네가 봐?
(용국) 야, 누님 성격 엄청 밝아지셨어
혁이 타박하시는 거 처음 봐요
[겸연쩍게] 어휴
(혁) 그러게, 진짜 요새 우리 누나 확 달라졌어
무슨 일 있었나?
[당황하며] 일은 무슨?
내가 언제까지 네 밑에서
돕는 연습만 할 수 없으니까
어서 가보기나 하셔
알았어
형, 누나
부탁합니다
(혁) 어?
왜 빵이 안 들어왔어?
[당황하며] 아...
(희) 그거 저기...나 다른 빵집으로 바꿔보려고
(혁) 무슨 소리야? 저 빵 찾는 손님 많은데
(혁) 다른 빵도 같이 들여놓던가
알았어, 내가 금방 채워둘 테니까
얼른 가
치, 갈게
(혁) 수고하세요
[한숨 쉰다]
[반가워하며] 어?
[트럭이 멈춘다]
(지수) 오셨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오신 거예요?
그날 정말 미안했어요
친구한테 급한 일이 생겨서
(혁) 정신이 없었어요
잘 갔냐는 연락도 못했네
아니요, 급한 일 있으면 그러실 수도 있죠
친구분 만나신 거였구나
그날 실수한 건
조만간 밥으로 갚을게요
밥이요?
진짜 맛있는 걸로
[트럭 뒷문 여는 소리]
(남구) 와!
뭐 소금을 직접 만들어왔나 봐
(남구) 바닷물 퍼서?
아, 죄송해요
말로만?
(남구) 응?
죄송하다는 사람이 연락도 없이
이 비리비리한 아가씨가 소금 한 포대 들고 오게 말이야
- 예? - (지수) 아, 그게요
그날 소금이 똑 떨어진 상태라 제가 쫓아가서 한 포대 가져왔어요
그랬어요?
[혁이 한숨 쉬며] 아휴, 진짜 미안하네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니까
그 죄송함을 뭘로 갚을 거냐고?
지수 씨한테는 밥 사기로 했고요
(혁) 사장님께는...
아 참...
카페 사장님 때문에 언짢으셨죠?
와서 보니까 빵을 끊었더라고요
쳇, 내 빵이 맛이 없나보지 뭐
[웃으며] 아닙니다
카페 사장님이 좀 요령이 없어서 그래요
다시 갖다 주세요
[놀라며] 빵을 다시?
(남구) 진짜로?
알았어, 내가 지금 당장 만들어서 갖다 줄게
아,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
아, 그러고 보니까 지수 씨도 나왔네
(남구) 어, 오늘 쉬는 날인데
우리 조수 오늘 빵 가르쳐 주기로 했거든
고마워, 고마워
제가 고맙죠
어, 오늘 제가 좀 바빠서
(남구) 어, 바빠? 놔둬, 놔둬
(남구) 내가 옮길게
(혁) 어엇 [남구의 힘주는 신음 소리]
- (혁) 감사합니다, 가볼게요 - (남구) 가, 가, 응
[트럭이 떠난다]
(남구) 안녕!
(지수) 안녕, 안녕히 가세요
[함께 신나는 목소리로] - (남구) 빵을 다시 갖다 달란다 - (지수) 밥 먹재요
[두 사람이 환호하며 행복해 한다]
[행복해 하며] (지수) 밥을 뭘로 먹을까요?
저 십 분만요
[지수가 한숨 쉰다]
(지수) 아빠는 내 입장은 생각도 안 해?
(지수) 왜 전화도 없이 와?
[태수가 더듬으며] 어, 어, 미안해
일찍 나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그랬어
일찍?
잘 지냈어?
그 집에선
잘해주시지?
당연히 잘해주지
진짜 딸인데
[더듬으며] 그... 그럼
당연히 잘해주시겠지
당연히 잘해주시겠지
뭐 한다고 일찍 나왔는데?
- (지수) 나 만날라... - (태수) 언니 찾아다니느라고
언니...
찾아다니느라고?
[더듬으며] 그래서 말인데, 지수야
그때 지안이 찾아왔을 때
둘이서 무슨 얘기했어?
그거 물어보러 온 거야?
지안이가 아직까지
전화 한 통 없어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태수) 그러니까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말 좀 해주라, 응
말하기 싫어
뭐?
[목소리 높이며] 말해주기 싫다고
내가 지안이랑 무슨 말을 했는지 아빠가 알아서 뭐 하게?
[흥분하며] 우리 둘이 한 얘기를 왜 아빠한테 해야 하는데?
[큰소리로] 말 좀 해, 인마!
[구슬픈 음악]
(태수) 지안이가
왜, 왜 너만 찾아왔는지 몰라?
너 정말 몰라?
(태수) 너밖에 만난 사람이 없어
그러니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야
지안이 심정이라도
좀 어떻게 읽어볼 수 있을 것 아니냐
때렸어
[더듬으며] 뭐, 뭐라고?
알고서도 나한테 말 안 한 거 화나서 때렸어
[훌쩍이며] 언니도 엄마, 아빠랑 똑같으니까
야, 인마
[더듬으며] 야, 어, 어, 어 어떻게 너 그럴 수 있어?
언니, 잘못 아닌 거 알면서
그래도 너 찾아온 언닌데 니가 그렇게 대하면
지안이 그놈이 어떻게 버텨?
아빠는 언니를 그렇게 몰라?
지안이가 뭐 포기하는 거 봤어?
아빠 망하고
언니 포기한 거 미대밖에 없어
포기하자마자 미친 듯이 공부했잖아
너...
언니를
어쩌면 그렇게 몰라?
취준생 때, 계약직 할 때
인턴 하다 안 되고 취직 안 돼도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 포기 안 하던 애가 지안이야
[큰소리로 흐느끼며] 그래서 언니
지금 절대 집에 안 와
(지수) 엄마, 아빠 보기 싫어서 안 오는 거야
(지수) 나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털어내는 애가 지안이야
엄마, 아빠 탓이라고 말했으면 자기는 편했을 텐데
그런 애야
[소리 높이며] 그렇게 독한 애야, 서지안이
아마 한 달쯤 지나서 올걸
[기운 없이] 아니야
아니야
너만이라도 이해 좀 해주지
너라도 좀
뭘 이해를 해줘
자기가 아닌 걸 알고도 날 몇 번이나 만난 줄 알아?
[큰소리로 흐느끼며] 그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나 같으면 심장 떨려서 아무렇지 않은 척 못 해
[흥분하며] 그래서 아빠
난 걔 절대로 용서 못 해
[구슬픈 음악]
[흐느낀다]
(명희) 친자 확률 99.9
서지수가 내 딸 맞다네
네
그럼 전 들어가 보겠습니다
독서 선생
다른 사람으로 구해
따로 우리
은석이 가르칠 독채도 구하고
알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정 여사) 노대표
왜 여사님이 받으세요?
(정 여사) 회장님 편도선이 안 좋으셔서 방금 입원하셨거든
(정 여사) 지금 검사 중이시고
또요?
많이 안 좋으세요?
(정 여사) 통화 못 할 정도
(정 여사) 용건 있으면 전해줄게요
아버지 뵈러
하와이 간다는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정 여사) 캔슬해야겠다 퇴원하시면 와요
네, 알겠습니다
검사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
네
[전화 종료음]
[큰 한숨 쉰다]
어떡하지?
점심 약속 취소해
(비서) 네, 알겠습니다
(직원) 하도 재촉하셔서 바로 찾으러 오실 줄 알았는데
늦으셨어요
바빠서
(명희) 12월 전에 도착해야 해요
창립 기념일 때
내 딸하고 커플로 할 거니까
(직원) 도미아니 측에서 핸드메이드로
그 디자인을 그때까지 만들려면 힘들다는 거 겨우 부탁했어요
애썼어요
안 잊을게
따님하고 커플 목걸이 정말 부럽네요
[쓸쓸한 음악]
[깊은 한숨]
[청소기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놀란다]
[희가 화내며] 진짜 뭐 하자는 거예요?
사람 말이 말 같지가 않아요?
응? 나 배달 온 건데
선우 실장이 주문하고 가길래
(남구) 하, 오늘은
무슨 커피를 마실까?
선우 실장이 우리 혁인 거
알고 있는 거죠?
그럼
엄청 귀여웠지
혁이까지 알게 하면
나 카페 문 닫아요
[길게 한숨을 쉬며] 아
카푸치노
[탁자를 탁 치며] 1잔
[익살스런 음악]
카페 알바 경력이 많네요?
(알바생1) 네, 저는 출근 시간도 안 늦고 인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설거지도 잘하고
분리 수거도 잘하고 오픈도 잘하고 마감도 안 틀려요
[속으로 생각하며] 말이 너무 많네
(남구) 안 돼, 안 돼
어휴, 이게 안 돼
(알바생1) 저기
사장님?
[어색하게 웃으며] 아
혹시 풀타임도 가능해요?
안 된다니까
풀타임 가능하고
하게 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어요?
(알바생2) 군대 갈 때까지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 알겠어요
(희) 생각해 보고 연락할게요
- (알바생2) 감사합니다 - (희) 네
[당황하며 한숨 쉰다]
[한숨 쉬며 씩씩댄다]
(혁) 자...
(혁) 같이 하자
너 왜 또 왔어?
짐 싸러 갔다 온 거야
너 갈 때까지 여기서 같이 있으려고
(지안) 너 정말 왜 이래?
얘기 다 들었잖아
너까지 귀찮게 하지 말고 가
나 일하러 온 거야
공 씨 아저씨가 일손 필요하다더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네가 뭘 할 줄 알아서 이 일을 해 이 일이 얼마나 힘든데
넌 뭐 할 줄 알아서 시작했냐?
(지안) 혁아
(혁) 나 고 3 시험 끝나고 어촌에서 알바할 때
양식장 고기 폐사해서
내가 죽은 고기만 3박 4일 푼 적도 있어
(혁) 간만에 옛날 생각나고 좋다
네가 아무리 이래 봤자 소용없어
일이나 합시다
오, 어제 하루 본 게 도움되는데
마음대로 해
말했지? 나 아무도 신경 안 쓴다고
(도경) 기타 타깃도 끌어들일 수 있게
스토리텔링을 통한 전략적 마케팅 플랜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마칩시다
(조 과장) 아, 잠시만요, 부사장님
디자인 팀에서 동화 감상 패치 공모 결과를 보내왔거든요
(양 대리) 서지안 씨도
공모에 냈었나 봐요
[부드러운 음악]
1등?
(사원1) 네
근데 지금 연락이 안 돼서요
그거 상금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낮은 한숨 쉰다]
(유 비서) 부르셨습니까?
서지안 어제 집에 잘 들어왔는지 확인해 봐
아, 네
[도경 더듬으며] 아, 여기서 해, 여기서
네
확실합니까?
뭐래?
뭐라는데?
(유 비서) 네
어제 안 들어왔답니다
안 들어오다니?
[언성 높이며] 그 자식들 집 앞 제대로 지키고 있는 거 맞아?
(도경) 딴 데 가서 노는 거 아냐?
어떻게 안 들어와?
[큰소리로] 선우혁이 만났는데 왜 집엘 안 들어와?
아, 만에 하나 들어왔는데 딴짓하다가 놓치면
제가 일당 자체를 안 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니...
그럼 어떻게 된 거야?
[마우스 클릭 소리]
[사무실 전화 수신음]
(용국) 예, 맘대로입니다
선우혁 씨 부탁합니다
실장님 출장 가셨는데요
출장요?
(도경) 어디로요?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아닙니다 다시 전화드리죠
(도경) 아니, 출장 갔다
언제 오십니까?
글쎄요
며칠 걸릴 것 같은데
정확한 날짜가 안 정해져서요
- 성함 말씀해 주시면 - (도경)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이상하네
출장을 가?
그것도 며칠짜리인지 정해지지 않은 출장?
저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도경} 유비!
너도 이상하지?
얘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다친 거 아니야?
그래서 꼼짝 못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프거나 다쳤으면 병원에 데리고 갔겠죠
그럼 지안이를 안 데리고 오고 자기가 거길 가?
어쨌든 서지안 씨 친구가 옆에 계신 건 확실한데
아직도 안심이 안 되십니까?
[큰소리로] 돼! 너무 돼!
[도경이 화나서] 어휴
[깊은 한숨 쉰다]
[아주머니들이 유쾌하게 떠들며 웃는다]
(아줌마1) 혁! 아휴 무슨 총각이 이렇게 일을 잘해
(혁) 제가
뭐든 재미있는 건 흡수력이 짱이에요, 아주
- (아줌마2) 이게, 재밌어? - (혁) 너무 재밌는데요
(혁) 이렇게 고르게 평평히
(혁) 하라고 해서... [아주머니들이 큰소리로 웃는다]
- (혁) 시간이 엄청 잘 가요, 진짜 - (아줌마1) 아이고 [아주머니들 계속 웃음]
(아줌마1) 이 총각 이러다 여기 눌러 앉겠어
(아줌마2) 같이 눌러 앉아
[다 같이 동의한다] 그려, 눌러 앉아, 응?
(혁) 그럴까요?
[다 같이 크게 웃으며 왁자지껄]
(아줌마1) 오늘 내가 막걸리 쏜다
제발, 그만해라
[힘쓰는 소리] 으윽
으으윽
[런닝 머신에서 속도를 높인다]
[소리 내면서 열심히 달린다]
[달린 후 숨을 몰아 쉰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숨을 계속 몰아 내쉰다]
[전화 수신음]
네, 여보세요
오빠다
알아요
오늘 쉬는 날이지?
집엔 없던데
무슨 일이신데요?
어머니가 이제 좀 충격에서 벗어나셨나 봐
정식으로 너 환영식 해주고 싶으시단다
저 그런 거 필요 없는데요
필요는 없지만
좀 봐주는 건 어때?
[낮은 한숨 쉰다]
[차 문을 연다]
(민 부장) 타십시오
(도경) 민 부장이 시키는 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도경) 부탁한다
[긴 한숨 쉰다]
(관리사) 관리해 드릴 테니까 이쪽으로 누우세요
네
(지수) 어, 거기요 거기
(지수) 와
어휴, 엄청 시원한데요
[낮게 신음한다] 아
[가방 끄는 소리]
[익살스런 음악]
(소진) 그거야?
뭐가요?
그 캐리어에 든 거
7억 맞냐고?
7억 맞는지
지금 확인해 볼래요?
됐어, 됐어 일단 캐리어 이쪽으로 줘
(서현) 이 7억 주면
정말 사진도 지어주고 이혼도 취소하는 거죠?
아휴, 뭐 어쩌겠니?
(소진) 너희들은 용서가 안 된다만
애를 봐서 한번 봐주는 수밖에
(서현) 아직 안 돼요
정말 전부 없었던 일로 하는 거
맞아요?
애를 아빠 없이 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소진) 큰 마음 먹고 한 번 봐주기로 했다고
[웃으며] 아휴 그렇지 잘한다 우리 마누라
(서현) 감사합니다
- (서현) 정말 감사합니다 - 그럼, 감사해야지
(서현) 이럴 줄 알았니?
(류 기사) 이게 뭐야?
[익살스런 음악]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네 사진들 다 뿌려도 좋다는 거야?
뿌릴 테면 뿌려
뭐?
(지호) 사기죄로 콩밥 먹고 싶으면
자기야?
(류 기사) 쉿!
(지호) 사기죄를 범한 사람은
(지호) 범죄 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지호)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
알지?
(지호) 너희들이 뜯어내려던 금액이 5억 원 이상일 때는
가중 처벌한다
3년 이상 유기 징역
[지호가 숨을 들이마시며] 이게
2016년에
[탁자를 탁탁 두드린다]
합헌 결정이 났어요
[기막힌 듯 웃는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호) 너희들이 짰지?
(지호) 말도 안 되는 소리
최서현이 내 남편하고 바람폈다는 증거 있거든
(지호) 참 사이 좋고 다정하신 김소진, 류재신 부부님
[지호가 가방을 열며] 자
(지호) 음
(지호) 이거 먼저 들으실게요 [음성 녹음 켜는 소리]
(류 기사) 자기야, 소진아
(류 기사) 계획 변경이야 자동차 극장 못 가게 됐어
아니 물주 걔가 클럽에 꽂혀서 갑자기 홍대 클럽으로 바꿨어
(류 기사) 그 지금 빨리 우리 처음 만난 홍대 클럽 있지
(류 기사) 거기 가서 VIP 주차장 자리 확보부터 해
(류 기사) 어, 빨리
서프라이즈
자 다음은
[태블릿을 누른다]
이걸 어떻게 알아냈어?
아 그게
그날 네가 주차한 데는 VIP 주차장이었거든
(지호) 근데 너 홍대 클럽 처음이잖아
처음인데 VIP 주차장
(지호) 말도 안 되지 그런 데다 내가
그날 얘를 봤거든
이상하더라고 그 행동들이
(지호) 일단 CCTV 확인했더니
(지호) 이 아줌마 리허설 장면 나오시고
- (주차장 직원) 왔어? - (지호) 형
- (지호) 여기 VIP 주차장 맞죠? - (주차장 직원) 맞지
[숨을 씁 들이마시며] 며칠 전에 처음 보는 차가 여기 보이던데
아, 그거...
어떤 여자가 너무 부탁하길래 형이 부수입 좀 올렸다
[함께 어색하게 웃는다]
(지호) 이 여자 맞죠?
(주차장 직원) 어, 맞아
오케이 [등을 치는 소리]
(지호) 실례합니다
[숨을 씁 들이마시며] 보자
(지호) 오케이
(지호) 자동차 극장
가자는 걸 거절하고 바로 홍대 클럽으로 이동했다는데
(지호) 어떻게 와이프가 알고 쫓아왔을까?
정답은
좀 전에 들으신 차 안 블랙박스 녹음
그래서 나한테
류가 운전 못하게 하고 차 키 달라고 했던 거구나
빙고
플러스
앤드
보너스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지호) 이 정도면
게임 오버야 이 사기꾼 부부야
(지호) 어디서 겁도 없이 해성 그룹 막내딸을 건드냐?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아이, 이게 뭐
이게 무슨 사기죄 증거가 돼?
[여유 있게 숨을 들이마신다]
(소진) 돈 됐어?
(서현) 6억밖에 마련을 못했는데
(서현) 이걸로 봐주면 안 되겠어요?
(소진) 7억 안 되면 당장 이 사진들 확 뿌려버릴 줄 알아
[서현 울먹이며] 도저희 돈을 더 마련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소진) 당장 이 사진들 확 뿌려버린다
더 들을 필요 없지?
시간 아까운데
(소진) 사실
이 일을 이렇게 만든 원인은 얘
[주춤하며] 아니, 이 아가씨야
뭐?
(류 기사) 왜 그니까
왜 그렇게 대놓고 설레는 티를 내냐고요?
남의 남편한테!
(지호) 이 자식들이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거려?
너희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지호) 속인 새끼들이 속은 사람 탓을 해?
순진해서 속은 거지 얘가
[지호가 언성 높이며] 너희들처럼 약아빠지지 못해서 얘가
(류 기사) 아, 오케이, 오케이
아 근데 우리 경찰서 보내면
나 해성 그룹의 새로운 딸 확 다 그냥 불어버릴 건데
[어이없어하며] 허
[탁 소리 내며 탁자 위의 사진 집는다]
(지호) 야
[지호가 때리며] 야, 불어라, 불어
(지호) 아흐, 이 대담한 새끼야
(지호) 너
비밀 유지 각서 썼잖아
위약금 낼 돈 있어?
(지호) 있냐고?
우리 돈 없어요
돈으로 끝나?
해성 그룹 어른들이 가만 있으시겠냐?
(지호) 사기죄 3년으로 끝날 거
[탁자를 친다]
아주 땅에 묻히는 수가 있어
앗, 취소입니다, 취소
[탁자를 치며] 아 나 열나게 이 자식이 진짜
(소진) 그럼 이제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역무원이 안타깝다는 듯] 아휴
[사진을 놓친다]
(역무원) 아저씨
(역무원) 아 괜찮으세요?
- 아, 괜찮아요 - (역무원) 안색이 안 좋으신데
열이 있네요
며칠째 새벽이고 밤이고 돌아다니시더니 큰일 납니다
(역무원) 들어가 쉬세요 약도 좀 드시고요
[약한 목소리로] 여기 약국이 어디에요?
[역무원이 안타까워하며] 아휴
[역무원] 예
다녀왔습니다
[태수가 감탄하며] 야, 우리 딸 원래도 예뻤는데
더 예쁘네
좋구나
언니 변신 성공이에요
어땠니?
뭐가요?
기분이
마사지 받으니까 시원했고
머리 하니까 기분도 좋고
근데 이 옷은 별로예요 제 스타일 아니어서
(재성) 아, 왜?
은석이 네 마음엔 안 들게 한 거냐?
아, 아니요
바로 집에 올 건데 새 옷에 화장까지는 좀...
과한 거 같기도 하고요
우리 집안 사람답게
제대로 들어오게 하고 싶었어
엄마가
미리 준비해 줄 시간이 없었잖니
먼저 정식으로 우리 은석이가 돌아온 걸 환영부터 할까?
(지수) 잠깐만요
죄송하지만
저는 은석이로 돌아온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막 갑자기 이러시면
넌 은석이야
네가 은석이가 아니면 누가 은석이니
아니요
저 은석이 아니에요
저 서지수예요
저한테 은석이라고 안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당황하며] 얘?
축배는 생략합시다
우리가 마음이 급했다
오늘은 식사만 하지
그래요
먹자
[우걱우걱 소리를 내며 먹는다]
[맛있어하며] 음
[접시를 칼로 긁는다]
언니
그건 샐러드용 포크예요
그게 왜?
옆에 고기용 포크 따로 있잖아요
(지수) 같이 쓰면 어때서? 어차피 내 입에 들어가는 건데
(명희) 정찬에는 정찬 예절이 있단다
커트러리 순서도 있고
(지수) 그건 알아요 저도
근데 여긴 집이잖아요
집에서 밥 먹는데 왜 예절을 따져요?
누가 본다고
[지수가 웃음을 터뜨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지수야
[계속 웃는다]
[웃으며] 아하, 죄송해요 너무 웃겨가지고요
아니 집인데 사람들이 막 서 있고
(지수) 밥 먹는데 옷도 이렇게 입고 먹고
아, 너무 웃겨요 너무 이상하고
(명희) 너 지금 웃기다고 했니?
[지수가 계속 웃으며] 아, 네
집안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는 거야
식사 중에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웃는 건 큰 실례이다
아, 네 여긴 그런 데군요
[피식 웃는다]
(지수) 저기 죄송한데요
여기 케첩이랑 스테이크 소스 있으면 좀 주세요
거기 특제 소스 있는데
너무 맹맹해서 나는 스테이크보다 불고기 좋아하거든
특히 고추장 제육볶음
난 밍밍한 거 질색이야
[재성이 소리내서 웃는다]
여보!
아니, 귀여워서
(지수) 감사합니다
[기막힌 듯 한숨]
[현관문 닫히는 소리]
[구슬픈 음악]
[태수가 힘들어 하며] 아휴
[긴 한숨 쉰다]
캐나다
이민?
[현관문 닫히는 소리]
다녀왔습니다
(태수) 어, 어
(태수) 새아기는?
(지태) 일 처리할 게 있다고 해서 먼저 들어왔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지태야?
왜요?
(태수) 너, 이민 알아봤냐?
(지태) 제 방 뒤지셨어요?
[말 더듬으며] 무슨, 무슨...
네 방을 뒤져?
네 방 앞에 있는 그...
2층에는 뭐 하러 올라 오셨는데요?
예, 알아봤어요
[말 더듬으며] 어떻게 아비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럴 수가 있니?
아버지는 저희하고 상의하셨어요?
지안이하고 지수 바꿔 보낼 때 저희한테 상의하셨어요?
[문이 열리는 소리] 그거는...
[지태가 흥분하며] 네, 저 이민 가고 싶어요
가려고요
제가 이민 가는데 왜 아버지하고 상의를 해요
(지태) 저 성인이에요
결혼도 했어요, 그 결혼
누가 하게 만들었는데요
[큰소리로] 결혼하자마자 수아한테 얼굴도 못 들게 한 게 누구신데요
(지태) 그래서 저 이 집이라도
떠나고 싶어요
저도
[언성 높이며] 숨 좀 쉬고 살고 싶어요 이제
[화난 목소리로] 지태 씨
(수아) 서지태, 뭐 하는 거야?
(지태) 왜?
(수아가 반문하듯) 왜?
자기 이민으로 결정했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이민 가 우리?
속상해서 한 말이야
[한숨 쉬며] 속상하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그래?
뭐가 그렇게 속상한데?
몰라서 물어?
답답해서 그래
자기 캐나다 가서 뭐라 그랬어?
부모랑 분리하는 게 결혼이라며?
그렇게 살자며?
결혼은 우리 둘이 새 가족 만드는 거야
알아, 아는데
쯧, 뜻대로 안 되네
아버지, 어머니 얼굴 보면
[한숨 내뱉는다]
분가하자
이 집에서 자기 이렇게 계속 흔들릴 거면
분가하는 게 낫겠어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도 멀어지니까
그러자
분가하자
[구토하려 한다]
[술을 뱉는다]
[기침하며 괴로워한다]
[전화 수신음]
[힘든 목소리로] 아, 여보세요
(석두) 야, 태수야
[흐느끼면서] 석두아
(석두)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울먹이며] 나 힘들어서 그래
비참해서 그래
나 불안해서 그래
[서글피 운다]
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이 자식이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 없다
(석두) 안 그래도 마누라한테 들었어
(석두) 야, 지안이 아직이냐?
[끅끅 운다]
[태수가 흐느끼며] 엉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오열한다]
[계속 오열한다]
(소진) 사실
이 일을 이렇게 만든 원인은 얘!
왜 대놓고 그렇게 설레는 티를 내냐고요
설렜다고
[힘없는 목소리] 사기를 치냐
[문 두드리는 소리]
[서현이 소리내며 놀란다] (지수) 아니, 민 부장님이...
[지수가 당황스러워 하며] 야! [서현이 훌쩍인다]
[지수가 화내며] 뭐 하는 거예요?
남의 방에 왜 들어와요? 허락도 안 받고
노크했잖아
노크는 들어가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는 거예요
웃긴다 너
무슨 언니, 동생 사이에 허락을 구해?
어머니, 아버지도 함부로 안 들어오시거든요
난 우리 언니랑 방도 같이 썼거든
옷도 보는 데서 같이 갈아입고 잠도 같이 자고
[한숨 쉰다]
근데 참
너무나 다르시네요
뭐?
지난번 은석 언니랑 참 많이 다르다고요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니까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전에 은석 언니는요
우리 집안 사람답게 바로바로 예의 배우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아들어서 어머니, 아버지가 엄청 예뻐했어요
할아버지도 한번에 사로잡아서 내 핏줄, 내 핏줄 하시고
너 지금, 가짜 언니 칭찬하는 거니?
칭찬할 건 해야죠 저한테도...
정말 잘해주고 정들었는데
[지수가 기막히다는 듯 한숨 쉰다]
민 부장님
(민 부장) 부르셨어요?
왜 내 칫솔 바꿨어요? 말도 없이
교양 있는 집에서는 남의 물건 막 함부로 바꿔도 돼요?
아이, 칫솔모가 많이 마모된 것 같아서 바꿨습니다
집에서 이틀 전에 바꾼 거라 아까워서 들고 온 거거든요
(민 부장) 죄송해요 제가 잘못 봤나 봐요
싸구려 칫솔이라 바꾼 거죠?
전 이런 동물 털 칫솔 싫어해요
(민 부장)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아, 아니에요 꼭 그런 건 아니고요
그리고 앞으로 저한테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살짝 놀라며] 부회장님
노 대표가 조찬 모임 있어서 일찍 나갔길 다행이네
(지수) 왜 내 칫솔 바꿨어요? 말도 없이
(지수) 집에서 이틀 전에 바꾼 거라 아까워서 들고 온 거거든요
[긴장된 음악]
(경호원1) 누구십니까?
[재성의 한숨]
[봉투를 여는 소리]
(순옥) 아니 저...
[더듬으며] 사모님도 아니고 부회장님이
어떻게 여기를...
(재성) 거두절미하고
노 대표한테 말했던 그대로 얘기하게
25년 전 우리 은석이 데려간 거부터
(순옥 남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너희들이 납치했던 최은석 아버지야 내가
[떨면서] 저, 저희는
정말로 다이아몬드만 빼고
따님은 다시 차에다 데려다 놓으려고 했어요
(순옥) 들켰구나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서있는데
[차 지나가는 소리]
사모님이 그냥 쌩 지나쳐서
가버리시잖아요
따님 안고 이렇게 서 있었는데
(순옥 남편) 네, 저도 차 안에서 봤는데
완전 들켰구나 했다니까요
(순옥) 하, 그지
[순옥이 울먹이며] 그러니 어쩌겠어요
졸지에 납치범 되게 생겼는데
[떨면서] 저희는 절도였지
납치는 꿈도 안 꿨어요 부회장님
어쩐 일이에요?
(재성) 지수 DNA 검사했지?
그 아이 칫솔로
했어요
이젠 두 번 실수 없게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했어요
했다고?
조순옥이 준 칫솔 두 개만 믿고 양미정 말만 믿고
그랬다가 큰 실수 했잖아요
혹시 조순옥이
장난질을 친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이제 서지수가 우리 은석인 거 확인했으니까
트레이닝 시작해야겠군
해야죠
[기막힌 듯 웃음]
[긴장된 음악]
[한숨 쉰다]
가는 거예요?
- 어 - (명희) 당신 요새...
꽤 오랫동안 이상하게 구는 이유
물어도 돼요?
당신이 딸로
마음 깊히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던 서지안은
알고 보니 딸이 아니었고
서지수는 아예 당신 딸이 아니었으면 싶던가?
노명희 당신 딸은 태생부터 귀족일 거라고 생각해?
무슨 그런 말을?
아니라니 다행이군
[문 닫는 소리]
(아줌마1) 아이고, 잘생긴 총각이 일도 잘혀
여기 누님들이 다 쓰러진다니까 [혁의 쑥스러운 웃음]
[다 같이 웃는다] - (아줌마1) 안 그려? - (아줌마2) 맞아
(혁) 여기에 과메기랑 소주...
(아줌마1) 소주? 좋지 [다 같이 유쾌하게 웃는다]
[큰소리로] 혁!
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리 와서 김 떼자
- [모두 웃으며] 아이고 - [혁이 큰소리로] 예, 써!
- 갔다 올게요, 누님 - (아줌마2) 그래
(아줌마1) 어디 가? 일하다 말고
[모두 놀란다] 아이고, 아이고
(아줌마3) 우리 혁이 허리 나가겠네
(혁) 남잔데요, 누님 이 정도는 뭐
(혁) 괜찮아요, 괜찮아 [다 같이 걱정한다]
(아줌마3) 아이고, 괜찮아?
- (혁) 누님, 5분만, 금방 올게요 - (아줌마3) 응, 빨리 와
너 정말 안 갈 거야?
나 짐 싸왔다니까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여기 와서 이래? 네가 왜 이러냐고, 왜?
(지안) 제발 그만하고 가
응?
네가 할 일이 아니잖아
너는?
너는 할 일이고?
혁아?
난 이 일이 좋아
단순하지만 집중해야 하니 아무 생각 안 나서 좋아
지안아
너라면
너였으면
지금 너 같은 모습의 나를 봤어
(혁) 근데 내가 그냥 두고 가라고 해
그럼 넌 가겠니?
당연하지
거짓말
(혁) 넌 참 거짓말을 잘해
(혁) 고등학교 때도 그랬어
나한테 처음 톱질 가르쳐 주면서도
거짓말했지
쓸 만한데
소질 있네
쓸 만한데, 선우혁
(혁) 처음으로 나무 상자 만들었 때도
너 거짓말하더라
나보다 낫네
네 거가 훨씬 더 잘 만들었는데도
어릴 때 얘기를 뭐 하러 해?
네 거짓말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거든
(혁) 너 그때 되게 멋있었다
톱질 잘하지 망치질 잘하지 미술도 잘하지
공부... 도 잘하지 싸움도 잘하지
- (혁) 웃기도 잘하지 - 그만해
듣기 싫어
그런 애가 칭찬해 주니까
(혁) 나도 뭔가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싶더라고
그래서 또 칭찬 받고 싶어서 열심히 했지
(혁) 그러다 보니 재밌어
나무 만지는 걸 재밌어 했더니
네가 말해주더라
가구 학교도 있고 실내 디자인과에 가면
나무로 별별 작업을 다 할 수 있다고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그래 내가 그때 그랬다 쳐
그게 네가 지금 스토커처럼 붙어있을 이유가 돼?
되고도 남지, 인마
왜 되고도 남는지 좀 들어라, 어?
알지?
우리 엄마
나 초등학교 때 뇌종양 시한부 선고 받았어
(혁) 엄마 부탁으로 누나 시집가자마자
돌아가셨어
아버진 매일 술로 사셨고
그러니 내가 제대로 컸겠냐? 혼자 컸는데
얼마나 외로웠겠어
(혁) 중학교 때 일진 짱이었으니
사고뭉치였지
알잖아?
고등학교 가서 억지로 목공반 갔던 거
(혁) 근데 거기서 재미도 찾았고 꿈도 찾았어
기억 안 나니?
우리 2학년 내내 목공반 애들이랑 붙어 살았던 거
우리끼리 전시한다고 별의 별 거 다 만들면서
네 과거 얘기 관심 없어
네 과거이기도 해
[언성 높이며] 과거 싫다고!
[울컥하며] 의미 없다고!
(지안) 멋있었던 너도 돌아가라 잊지 마라
너 그 얘기 하고 싶은 거잖아
[큰소리로] 그거 아니야
너를
(혁) 도저히 두고 갈 수 없는 나
내 얘기를 하는 거야
너 같으면 서지안
그랬던 친구를 외면하겠냐? 외면할 수 있어?
난 있어
[소리 높이며] 있다고, 있다고!
난 없어
그래서 네가 아무리 화를 내고 별짓 다해도
이런 데 너 두고 못 가
(혁) 네 가족 연락처라도 알면
근데 너 가족 연락처 안 알려줄 거잖아
(혁) 가족 연락처 아는 최도경 씨한테는 절대 연락 못 하게 하고
그러니 내가 네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지
혁아
난 보호자 필요 없어
보호자 필요 없게 살아 그럼
너 죽은 사람 아니야 산 사람이야
(혁) 왜 죽은 사람처럼 살아?
앞으로의 계획이 뭐야?
계획 있어?
계획 같은 거 없어
아무 생각 없어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고
그게 죽은 사람이지
살고 싶어서 죽은 척 하는 사람
뭐?
여기 바다가 바로 코앞이야
너 안 들어가잖아
(혁) 죽고 싶으면 몇 번이라도 죽을 수 있는데
너 안 들어가잖아
살고 싶은 거잖아
네 가족한테 연락을 하든 나하고 가든
나를 여기에 주저앉히든
하나 선택해
단순한 일이 하고 싶어?
하게 해줄게
[감미로운 음악]
(혁) 지안이는 무사히 잘 있습니다
잘 있는데
왜 안 오는 거냐고
[문 두드리는 소리]
(유 비서) 부사장님
왜?
저...
지시하신 거라 보고는 하는데요
뭔데?
서지안 씨 핸드폰 위치 추적 결과요
신호는 일주일 전에 끊겼고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인천 쪽이랍니다
[놀라며] 인천 어디?
가... 가시게요?
친구분 계실 텐데 또 뭐 하러 가십니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안전한지 확인해야지
확인만 하면 돼
(도경) 핸드폰으로 위치 보내
[한숨 쉰다] 아휴
너무 불길하다
진짜
(아줌마3) 웬일이래?
아가씨가 손을 다 쉬고
[아줌마들이 웅성인다]
(혁) 살고 싶어 죽은 척한 사람
(혁) 가족한테 연락을 하든 나랑 가든
(혁) 나를 여기에 주저앉히든
(혁) 하나 선택해
[부드러운 노래]
[갈매기 우는 소리]
누님
얘 어디 갔어요?
(아줌마3) 서 씨, 그...
자기 짐 싹 수레에 싣고 가버렸어
(아줌마2) 정신 나갔는가 봤더니 정신 차린 표정이더라고
- 그래요? - (모두들) 응
(아줌마3) 갔다 빨리 와, 응?
[웃으며] 갔다 올게요
(아줌마3) 고구마라도 먹게
[모두들 웃는다]
(도경) 저, 실례합니다
(도경)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습니까?
[어부들 함께 대답한다] 못 봤어요, 우리는
(도경) 저, 실례합니다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습니까?
(어부1) 아... 거기네, 거, 거기
보셨어요?
예, 그 저기 아까 오징어 갖다 주러 갔을 때
(어부1) 그 김 건조장에 있던 아가씨 같은데, 씁
이렇게 입으니까, 참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김 건조장?
거기가 어딥니까?
[차가 급정거한다]
(혁) 지안아?
혁아
[분위기 고조되는 음악]
가자
그래
가자
(도경) 저, 실례합니다
혹시
(도경) 이 아가씨, 여기서 일합니까?
(아줌마1) 서 씨 아니야?
(아줌마2) 맞네, 서 씨
아니 사진은 다른 사람 같구먼 [호응하는 사람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줌마1) 아까 짐 싸서 떠났는데
(아줌마2) 번갈아 남자들이 찾아오고 뭔 일이여?
(아줌마2) 아가씨 그건가 봐? 팜므 파탈
(아줌마2) 오징어 그물처럼 남자들을 끌고 오네
[아줌마들이 유쾌하게 함께 웃는다]
(아줌마1) 그래서 누가 애인이야?
지안이가
여기서 일을?
[구슬픈 음악]
[깊은 한숨 쉰다]
(공 씨) 그 동안의 일당이여
(지안) 아니에요
(지안) 병원비에, 밥값에
받을 게 어디 있어요?
옷까지 사주셨는데요
병원비는 뺐고
원래 일꾼한테
숙식 제공이야
(공 씨) 밤낮 없이 남들
두 배 분량 일해서
[웃으며] 그나마 몇 푼 되는 거야 그냥 받아, 받아
(공 씨) 어여
감사합니다
악덕업주한테 감사하다네
[공 씨 부부가 웃는다]
저 일부러 잡아두신 거
알아요
그걸 안다고?
반찬을
매끼마다 잘 챙겨주셨잖아요
일면식도 없는 저한테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나도 사연이 많아
(공 씨) 마지막으로 진짜 죽자고
(공 씨) 약 먹은 민박집에서
이 사람이 살려서
또 못 죽었어
[공 씨가 허허 웃는다]
(공 씨 부인) 괜히 살려서 내 뒷수발 고생이 많아요
내가 에반스 증후군이라
내 병원비 낸다고 노랑이 소리 들어 가면서
돈만 벌게 하고
(공 씨) 사람이 사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더라고
사람 때문에 죽고
사람 때문에 살고
네
(공 씨 부인) 이건 내가 입던 건데
(공 씨 부인) 날이 추우니까
(공 씨) 아니 이건
내가 작년에 사준 거잖아 큰 맘 먹고
[공 씨 부부가 웃는다] (공 씨 부인) 얼른
땡 잡았네
[모두 웃는다] (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입을게요
(공 씨) 잘 가고
괜찮아졌다고
연락을 한 번 줘
네
두 분
건강하세요
(혁) 거긴 여러 사람들 사는 곳이라 부담 안 가져도 돼
어
(아줌마3) 트럭 타고 왔던데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는다]
[혁의 차가 급정거한다]
[큰소리로] 서지안!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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