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25
[흥분해서 큰소리로] 서지안
내려!
[좌석 밸트를 푼다]
[도경이 화나서] 내리라고!
어떻게 된 거야 너?
[큰소리로] 연락 받지도 하지도 않고!
거기 왜 있었던 거야?
계속 거기 있었던 거야?
무슨 상관인데요?
뭐?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네
[당황하며] 서지안
(도경) 잠깐
혁아
이 사람 좀 치워 줘
(지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사한 거 봤으면
그만 가시죠
(도경) 어디로 가는 거야?
집으로 가는 거야?
무슨 상관인데요?
[애틋한 음악]
최도경 씨가 따라 온다
따라오고 싶나 보지
(혁) 어떻게 할까?
따돌릴까?
뭐 하러?
내가 저 사람을 피해? 내버려둬, 상관없어
그런데 어떻게 알고 따라온 거지?
저 자식한테 연락한 거야?
대단한 남사친 두셨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아휴, 참, 뭐 하는 거냐
저 친구 따라온 거면 믿을 만하다는 건데
집에 잘 데려다 주겠지
(명희) 서태수, 양미정
(명희) 털어주기로 했다
(명희) 서지수 봐서
(명희) 경찰서 안 보내기로 했어
다른 길로 가네
응
(혁) 아래층에는 나하고
용국 선배, 누나가 쓰고 있어
2층에는 용국이 형이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대표들 3명 살고
(혁) 거실과
주방은 공용 공간
식사, 빨래는 각자 해결이야
누나하고 나도 각자 한다
(혁) 내가 쓰던 방인데
싹 청소했다
침대보는 누나 여분 걸로 교체했고
(지안) 넌?
난 용국이 형 방
워낙 형제 같은 사이라
불편할 거 하나도 없어
본가에서 지내는 일이 더 많기도 하고
오래 있진 않을 거야
여기 셰어 하우스야
나한테 신세 지는 거 아니다
(혁) 내일부터 일해야 하니까
(혁) 오늘은 쉬어
아...
옷이랑 아무것도 없어서 어떡하냐
좀 쉬고 같이 사러 가자
아니야, 내 짐 가지고 오면 돼
지금 나갔다 올게
어딘데? 같이 가
혼자 가도 돼
걱정 마 거짓말 안 해 이제
그럼 핸드폰 먼저 사러 가자
나 핸드폰 안 쓸 거야
핸드폰을 안 쓴다고?
어
그래, 알았다
난 너한테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을 거야
너 편한 대로 해
[행인들이 지나가는 소리]
[잔잔한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음]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지, 지안아
[더듬으며] 살, 살아는 있는 거지?
[기운 없이] 연, 연락이라도 한 번 좀 해라
어?
[숨을 거칠게 쉰다]
(지수) 또 오세요
(손님) 예, 맛있게 먹을게요
(지수) 예
지안이가 아직까지
전화 한 통 없어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너밖에 만난 사람이 없어
그러니까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아야
지안이 심정이라도
좀 어떻게 읽어볼 수 있을 거 아니냐
[읊조리듯] 지안이 알아서 올 건데
설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통화 연결음] [지수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안내음]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나지막히] 뭐야?
서지안
[긴 한숨 쉰다]
(지안) 저, 죄송합니다
보관함에 짐을 맡겼었는데요
오랫동안 못 찾아가서요
언제 맡기셨는데요?
[잔잔한 음악]
(도경) 멤버십 레스토랑 알지?
(도경) 그리로 와
(은행 직원) 50만 원 확인해 보세요
네
(용국) 김 말리기 일꾼까지 하면서 잡아온 사람을 혼자 내보냈어?
(용국) 핸드폰도 없는데
짐 들고 튀면 너 다신 못 잡는다
도망 안 가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느낌이 그래요
아직 맥은 없는데
고비는
스스로 넘긴 거 같아요
[한숨 쉬며]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겨내야지
이겨낼 거야
서지안은
- (택시 기사) 다 왔습니다 - (지호) 네
(지호) 불쌍해 하지 마
쟤들, 일부러 불쌍 코스프레 하는 거니까
[밝고 조용한 음악]
(지호) 제법인데?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지호) 들어 와
(지호) 최서현과 관련된 일을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지호) 이를 이용하면
민형사상 책임과 함께 그로 인해
(지호) 최서현이 입게 될 손해를
전액 배상할 것을 약속한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잊지 마라
(공증인)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는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치지 말고
(지호) 어?
저, 아가씨
입 닥쳐
[살벌한 음향 효과]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몰라?
[떨리는 깊은 한숨]
[익살스런 음악]
(지호) 음
[지호의 깊은 안도의 한숨]
[지호가 코로 숨을 들이마신다]
(지호) 이걸로 우리 엄마 빚은 좀 갚은 거다
응
고마워
뭐냐?
안에선 쎄하게 무게 잘 잡더니만
[익살스러운 음악]
(지호) 어휴,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너 모쏠이지?
[울먹이며] 나는 진짜 사랑인 줄 알았단 말이야
[엉엉 운다]
[당황하며] 야, 여기 길거리야
아휴
[서현 계속 소리 내 운다]
아, 적당히 울어
[서럽게 운다] (지호) 야...
[지호는 한숨 쉬고 서현이 계속 운다]
[훌쩍인다]
[시끌벅적하다] (손님1) 저기여, 맥주 2개요
[한숨 쉰다]
한턱 쏜다더니 강냉이로 배 터지겠네
어이, 최 씨
너 사기당한 거야
아무리 모쏠이라고 이렇게 감정을 질질 흘리냐
그것도 몇 시간을
[훌쩍인다]
(서현) 일생의 단 한 번 진짜 사랑할 기회를 사기당한 거란 말이야
뭔 소리야? 스물 셋짜리가
[서현이 훌쩍이며]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그 눈빛
음성
진짜였는데
남들이 들으면 배꼽 잡고 웃는다
[서현 훌쩍이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어 찰리 채플린이
얼씨구
(서현) 근데 여기 가격 말이야
씁, 공이 하나 빠진 거 아니야?
[지호가 한숨 쉰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스물 셋에 처음으로 호프 집에 와본다 하지 않나
너 님이 왜 몰래 신데렐라 하는지
이제 이해가 갑니다
[코를 훌쩍인다]
어쨌든
이번에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집안에서 알았으면 나 정말 사형당했을 거야
큰일 났네
우리 작은누나 그런 집에서 적응 못 할 텐데
[어이없다는 혀를 찬다] 참나
야, 웃기지 마
너네 누나는 완전 우리 집안 무법자야
어머니, 아버지도 막 다 이겨 먹어
속상해서 그런 거야
우리 작은누나 원래 심술 나고 화나면
(지호) 반항기 나오거든
[지호의 얕은 콧바람]
너, 나한테 고마우면
우리 작은누나한테 잘해줘라, 어?
몰라
혼란스러워 죽겠어
(종업원) 주문하신 청포도 맥주
(종업원) 자몽 맥주 나왔습니다
(종업원) 안주는 준비되면 바로 갖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지호 깊게 한숨쉬며] 하, 우리는 둘 다 집안의 일탈자구나
[서현 코를 훌쩍거린다]
[서현이 추르릅 마시는 소리]
[놀라며] 음?
[목소리 커지며] 맛있네
근데
너 왜 나한테 도와 달라고 했냐?
넌 돈 버는 게 목적이니까
돈 주면 비밀도 지켜줄 것 같아서
[지호 한숨 쉬며] 너 돈 너무 믿는다
에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넌 서지안 언니 동생이잖아
그래서 비밀도 지켜줄 것 같았어
서지안 언니?
그래
정 들자마자 떠난 사람
그 언니는 잘 지내?
어이 최 씨
(지호) 정들자마자 떠난 서지안 언니는
내가 챙길 테니까
너는 네 진짜 언니한테나 잘해
서지수 언니
알았냐?
[웃으며] 왔어요?
(지안) 처음 뵙겠습니다 서지안입니다
[희가 싱긋 웃으며] 처음 아닌데
우리 카페 왔었잖아요
혁이하고 두 번이나
아...
아, 혁이 누님이셨어요?
근데...
앉아요
(희) 혁이가
누나 독립시킨다고
누나, 동생 티 내지 말라고 했거든요
(희) 내가 좀 많이
무기력증에 의욕 상실이었거든요
한 4년 동안
[혁이 얕게 숨을 내쉬며] 누나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얘 놀라잖아 [희가 싱긋 웃는다]
뭐가? 사실이잖아
혁이가 더는 안 된다고
커피 배우게 하고 카페도 차리게 하고
그랬어요
자기한테 꼬박꼬박
실장님 부르게 시키고
그건 공사 구분 하자는 거였지
[혁과 희가 웃는다]
(희) 암튼
다시 봐서 반가워요
여기 은근 편해요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네
(희) 아, 참
어, 그리고 이거 [웃으면서]
나잇살이 쪄서 못 입는 것들인데
한두 번 입었나
멀쩡한 옷들이라 못 버리고 놔둔 거예요
물어보지도 않고 입던 걸 주면 어떡해?
[당황한 듯] 어, 네 친구니까
어, 미안해요
내가 너무 친근하게 생각했나 봐요
아니에요
잘 입을게요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셰어 하우스 비용이에요
(지안) 30만 원이라고 들었어요
넌 안 내도 되는 거야
내 방 쓰는 건데
[웃으며] 하, 저기
(희) 내는 게 편하면
그렇게 해요
내가 용국 씨한테 잘 전달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숨 쉬며] 꼭
나 보는 것 같다
[의미심장한 음악]
(재성) 당신이 딸로
마음 깊이 기쁘게 받아들였던 서지안은
알고 보니 딸이 아니었고
서지수는 아예 당신 딸이 아니었으면 싶던가?
노명희 당신 딸은 태생부터 귀족일 거라고 생각해?
아 집인데 사람들이 막 서있고
(지수) 밥 먹는 데 옷도 막 이렇게 입고 먹고
[지수가 웃는다]
아, 너무 웃겨요 너무 이상하고
전 최은석 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갈 데 없어서 온 거지
전 책 안 좋아하는데요
밥은 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고
맛있으니까 먹고
그러려면 편하게 먹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원래 라면은 이렇게 호로록 먹어야 맛있는 거야 [호로록 먹는 소리]
(명희) 이건 뭐야?
서지안 씨가 우편함에 두고 간 건데 제가 깜박했어요
죄송합니다
(민 부장) 사모님이 쓰시라고 주셨던 카드에요
(명희) 이걸
우편함에 두러 다시 온 거야?
다시 온 게 아니라
두 분께 고백하러 오신 날
우편함에 넣고 들어 오신 것 같습니다
그날이 언젠데 지금 내밀어?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깜박했습니다
그리고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독서 선생은 적당한 사람 있던가?
조용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까?
서지안만큼 만들려면
그분은 이 집 따님이 되려고 들어오신 분이었고
은석 아가씨는
쉽게 곁을 안 주시니까요
먼저 정을 붙이시는 게...
지수 아가씨라고 불러줘
네?
(명희) 단순한 애야
알바만 하면서 근근히 살았으니 무슨 맛을 봤겠어?
(명희) 지금은 혼란에 빠져서 여기가 어딘지
지가 어떤 걸 누릴지 못 보게 되는 거지
정도 붙여야 하지만
우리 집안 사람으로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해
알겠습니다
어, 작은누나 이제 말해도 돼
수능 잘 봤어?
어?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냐?
서지안 들어왔냐?
- 모르겠는데 - (지수) 야
넌 그런 것도 모르고 있어 동생이?
전화가 계속 꺼져 있는데 어떻게 알아?
나 같아도 부모, 형제 다 귀찮아
그런 거지?
(지호) 근데
작은누나 괜찮아?
거기 살 만해?
어, 그럼
완전 살 만해
음, 치
보고 싶다
[잔잔한 음악]
(지호) 왜?
나도 보기 싫어?
나한테도 유감 있어?
나랑은 인사도 못하고 갔잖아
미안해
작은누나가 뭐가 미안하냐?
내가 미안하지
엄마, 아빠 대신에
내가 사과할게
네가 왜 사과를 해? 네 잘못이 아닌데
아무튼 엄마, 아빠한테
나 완전 잘 먹고 잘 살고
돈도 펑펑 쓰면서 엄청 잘 살고 있다고 전해
못 전해
나도 집에 안 가니까
[문 두드리는 소리]
어, 지호야 나중에 다시 전화해
네, 누구세요?
(명희) 들어가도 되겠니?
네
(명희) 화장품이 제대로 없더구나
저 로션, 스킨밖에 안 써요 원래
널 잃어버려서 미안하다, 지수야
[잔잔한 음악]
네가 적응될 때까진
지수라고 불러줄게
감사합니다
우리
정 붙여보자
갈 데가 없어서 왔지만
친부모니까 온 거잖아
남이었으면 왔겠어?
널 잃어버린 건
실수였어
그 값을 평생 치르고 있지
지금도
쉬어라
[문이 닫힌다]
[현관문이 닫힌다]
- (지태) 어휴, 다녀오셨어요? - (수아) 다녀오셨어요?
(태수) 어, 그래
(수아) 아버님, 저녁은 드셨어요?
어
쉬어
(지태) 저, 아버지
저희 드릴 말씀 있어요
말해
(수아) 이쪽에서 잠시만
(태수) 무슨 말인데?
그냥 해
저희
분가할게요
그래라
[잔잔한 음악]
서운하신가?
무슨? 먼저 분가하라고 하셨는데
올라가자
(지태) 이 집이라도 떠나고 싶어요
(지태) 저도 숨 좀 쉬고 살고 싶어요, 이제
[고통스러운 신음]
[숨을 몰아 쉰다]
(지태) 우리 회사 근처로 알아보는 게 좋겠지?
(수아) 그럼 출퇴근 시간 줄고 차비 안 들고
(지태) 그럼 원룸으로 하자
(수아) 당연하지
투룸에서 뭐해? 난 절대 각방 안 쓸 거야
(지태) 어
이거 깨끗하고 괜찮다
풀옵션이고 신축이야
[수아가 놀라며] 1,000만 원에 120?
지호한테 받은 거 있으니까
보증금 2,000만 원으로 올려서 찾아볼까?
여기 1,000만 원에 100짜리 있다
(수아) 1.5룸이래
(수아) 주방 분리되는 데도 더 싸
아, 여기 신축 아닌 것 같은데
[수아가 숨을 씁 들이마시며] 우리 각자 알아보자
회사 바로 옆 말고
음, 버스로 두 정거장까지?
그 정도면 뭐 운동 삼아 걸어다니기도 좋아
[부드러운 음악]
(도경) 집에 잘 들어갔겠지?
[얕은 한숨]
(지안) 무슨 상관인데요?
[깊은 한숨 쉰다]
이 사람 좀 치워줘
화낼 만 하지
[한숨 쉰다]
[새 지저귀는 소리]
[지수가 놀란다] 오
(지수) 왜 거기 그러고 계세요?
(도경) 너 좀 만나고 출근하려고
일찍 기획 팀 회의 있거든
저는 왜요?
요즘 기분 어때?
화 좀 풀렸니?
그렇게 쉽게 풀릴 화가 아니에요
쉬는 날 언제야? 스트레스 풀러 가자
뭐 좋아해? 운동, 공연, 쇼핑?
저는 스트레스 먹는 걸로 풀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래?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어?
일식, 중식, 양식, 퓨전 뭐든 콜!
그 중에 없어서 안 되겠어요
아이, 없다니?
아, 뭔데? 말만 해
뭐든지 다 먹게 해줄 테니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거라서요
다녀오세요
[문이 닫히고 도경이 한숨 쉰다]
어렵네
[도경의 얕은 미소]
(지안) 안녕히 주무셨어요? [희가 대답하듯 미소]
(혁) 마침 누나 밥 먹네?
같이 먹자
그래요, 혼자 먹기 많아요
아니에요
식사는 각자 해결이라면서
어제 우유 사다 놨어요
우유 한 잔 먹고 일을 어떻게 해?
배 부르면 더 늘어져서 별로야
지금 나가면 되니?
[지수가 얕게 숨을 내쉬며] 부르셨어요?
삼천만 원이야
그걸로 쇼핑해
말씀 잘 못 하셨어요?
삼백만 원 아니에요?
삼천만 원 맞거든
그래요
[익살스런 음악]
진짜 삼천만 원 맞구나
너한테 필요한 거 네 마음대로 사
그 돈 다 쓰는 게 오늘 네 숙제야
- 알겠습니다 - (명희) 차 내줄 테니까 타고 가
민 부장하고 같이 가던가
저 출근해야 되는데요
거긴
언제까지 다닐 거니?
음, 계속 다닐 거예요
퇴근하고 그 돈 다 쓰려면 바쁠 텐데
괜찮아요 [가방 지퍼를 닫으며] 다녀오겠습니다
[명희의 얕은 한숨]
백화점 몇 시에 끝나지?
8시입니다
명품관 가서 고를 모양이네
돈 쓰는 배포는
서지안보다 있는 모양이야
(혁) 보통 때는 자전거 타고
급할 때는 차도 타고
운동 삼아 걸어가기도 하고 그래
이쪽이 지름길이야
(지안) 어
어디서 무슨 일 시킬 건지 안 묻네?
단순한 일 하게 해준다고 했으니까
(혁) 소장님
새 일꾼 왔습니다
(소장) 어
(지안) 안녕하셨어요?
[소장이 반갑게 웃으며] 선우 실장 친구?
(소장) 다시 보니 반갑네
대량 주문이 밀려서 일손이 딸렸는데
새 일꾼이란 것도 반갑고
이쪽은 같이 일하게 될 선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혁) 오늘 의자 다리 뽑는 날이죠?
기계 사용법 알려주시면 절단은 할 수 있을 거예요
절단?
음, 기계 사이즈가 달라서 그렇지
만져봤잖아, 목공반에서
[혁이 놀리듯] 엄청 밀려있다
선우 실장
그만 입 닫으시고 가보세요
자, 초짜는 이리 오고
(지안) 네
(혁) 그럼 수고해라
- (혁) 소장님 저 갈게요 - (소장) 어이
- 선태, 수고 - (선태) 예
(소장) 이 부재를 정확히 잡아주는 게 중요한데
(소장) 부재가 이게 뜬다거나 고정이 제대로 안 되면
다치니까
한 번 해봐요
(소장) 손 조심하고
(소장) 잘려나간 부분이 튈 수 있으니까
(소장) 조심해야 돼요
[기계음]
왕년의 실력 남아있네
(지수) 좋은 아침이에요
(지수) 음?
(지수) 방장님, 어디 아프세요?
[아파하며] 별거 아니야, 아휴
어휴 그러니까 커피는 왜 자꾸 드세요
[고통스러운 신음]
안녕하세요
(지수) 여기요
(희) 고마워요
안녕히 계세요
(지수) 저기
저희 방장님 여기 매일 오시죠?
아, 네
[겸연쩍게 웃으면서] 하, 커피가 맛있다고...
커피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에요
네?
저희 방장님 커피 못 드세요
(지수) 그래서 말씀인데
다음엔 그냥 유자차 주시면 안 돼요?
커피를 못 드신다고요?
여기서 커피 마시고 오시면 속 아파서 우유 드세요
이제는 위장약까지 드시더라고요
[놀란 목소리로] 위장약이요?
어, 우리 사장님은 커피 못 드시는데
[감탄하며] 아, 커피가
끝내줘요
선우혁입니다
(도경) 최도경입니다
아, 예
서지안 씨 집에 잘 들어갔습니까?
지안이 안부를 물으시는 거라면
잘 있습니다
지안이가 계속 핸드폰 꺼놓고 있던데
어떻게 연락하면 됩니까?
지안이
핸드폰 없습니다
핸드폰이 없다고요?
네, 없습니다
그럼 서지안 씨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곤란한 듯 숨을 씁 들이마시며]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네요
지안이가 최도경 씨를 만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까요
꼭 한 번 만나야겠는데요
저는
(혁) 점심 드시러 가는 거예요?
(소장) 같이 가자니까 생각없단다
[선태가 놀랍다는 듯 한숨 쉬며] 와
1초도 안 쉬었어요
[숨을 내뱉으며] 다녀올게요
다녀와
[기계음]
(혁) 서지안 씨
(혁) 아침도 우유 한 잔 마셔 놓고
점심은 왜 안 먹는데?
혼자 먹고 싶어서
지금 나가려고
최도경 씨가 널 좀 만나고 싶다는데
한 번은 만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일단 카페에 가 있으라고 했어
어떻게 할래?
[부드러운 음악]
[문이 열린다]
(지안)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서요?
(도경) 점심 안 먹었지?
점심부터 먹고
하실 말씀 듣고 따로 먹죠
(지안) 전 탄산수요
말씀하세요
나한테
화 많이 났지?
하실 말씀 있다고 해서 나왔어요
먼저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
약속 못 지켜서
정말 미안하다
이벤트 끝나고 나면 내가 말씀드릴 거야
이벤트 끝나기 전이었어요
약속 안 지킨 건 접니다
그날
네가 하고 싶었던 말
못하게 말 막아서 미안해
아닙니다
네가 그날 말씀드릴 줄 알았으면
같이 갔을 거야
네
모임이 있었어
네
근데
대체 왜 그날로 바꾼 거야?
이벤트 끝나고 말씀드리기로 했잖아
다 지난 일이에요
[한숨 쉰다]
네가 화난 거
이해해
저 화나지 않았습니다
저희 쪽 잘못인데 많이 도와주셨고
애써주신 거 감사합니다
부모님한테
얘긴 들었지?
말씀하세요
부모님 일은 잘 처리됐어
걱정할 일 없을 거야
[무미건조하게] 감사합니다
[당황스러워하며] 서지안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끝나셨으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도경) 서지안
너 왜 이래?
내가 사과하고 있잖아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있잖아
사과 받을게요
됐죠?
아니
안 됐어
[애틋한 음악]
알겠습니다
남은 말씀 있으시면 다 하세요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너 연락 안 되는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도경)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 하니?
아무리 서운하고 아무리 화가 났어도
내가 얼마나 널 걱정하는지 알면서
상관없으니까
뭐?
이젠 상관없으니까요
[당황스러운 듯] 너...
점심 시간이라서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도경) 벌써 일을 한다고?
어디에서 일을 하는데?
(지안) 안녕히 가세요
아휴, 쟤 왜 저래
(도경) 왜 저렇게 된 거야?
[한숨 쉰다]
[애틋한 음악 계속]
(도경) 서지안 여기서 일합니까?
집에 안 들어간 겁니까?
왜 이 동네 있는 겁니까?
지안이 만나고 오신 분이 왜 저한테 그런 걸 묻습니까?
묻지 못하게 하니까 물을 수 없게 구니까
본인이 말 안 하는 걸
저한테 하라는 말입니까?
네
선우혁 씨가 말 안 해주면
이대로 못 돌아갈 것 같아 그럽니다
제가 도저히
[얕은 한숨]
지안이
제 누나 집에 있습니다
(혁) 아직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서요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요?
(혁) 더 이상 지안이 속사정까지 아실 권리는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
오늘로 마지막이고
다시는 저 찾아오지 마십시오
[한숨 쉰다]
알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긴 한숨 쉰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너 왜 사람 우습게 만들어?
(기재) 외삼촌 회사라도 자리 거저 만드는 거 아니야, 그거 몰라?
(기재) 대체 왜 안 보내는 건데?
(도경) 미안하다
싫댄다
싫대?
뭐, 그냥 너희 회사에 다닌대?
그만뒀어
그만뒀는데 왜 싫대?
낙하산이라 싫다고 하더라
[웃으며] 제법인데
웃지 마 웃을 상황 아니야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그럼 우리 회사 어때?
무슨 소리야? 낙하산 절대 싫다는데
공채
(기재) 우리 회사 공채 모집 중이잖아
이번에 안면 인식 시스템
생산 시작해서 마케팅 직원 더 뽑거든
그래?
근데
오늘이 지원서 마감이야
오늘?
생각 있으면 얼른 넣어보라고 해
근데
내가 봐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난 서류 전형에는 절대 관여 안 한다
우리 회사에 낙하산?
딱 질색이야
오늘이 마감인데 당장 지원하라고 하면 지원하겠냐
절대 안 해
그럼 할 수 없고
서류 전형 통과하면 면접 땐 조금 봐줄 순 있지
됐다
서류 전형 마감일을 좀 봐줄 순 없어?
절대
뭐 이렇게 다 절대 절대야 사방에서
너도 절대
말 안 해주잖아
(기재) 멜로 눈깔은 하고 있는데 멜로 할 생각은 없다고 하고
(기재) 또, 최도경은 긴데 아니라는 놈은 아니고
(기재) 근데 모든 행동거지들은 멜로를 향하고 있고
그러면서 나한테도 털어놓지는 않고
어?
어이없게 서운하다
[얕은 한숨]
미안하다
우리 회사 창립 기념일만 지나면 말할게
호기심 천국에 날 빠트리는구나
[놀란 목소리로] 창립 기념일?
그럼 너희 집안하고 뭔가 엮여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오케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기다려 주지
(도경) 다했어?
(유 비서) 네, 연락처만 적으시면 됩니다
연락처?
핸드폰 없는데
핸드폰이 없다니요?
아
(도경) 이 번호 적어
(유 비서) 선우혁?
아, 네
- (도경) 시간 없어 빨리! - (유 비서) 네에
(도경) 그리고 서지안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아봐
선우혁 쇼핑몰 앞 지키면 알 수 있을 거야
마셔요, 유자차야
(희)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로 안 좋은 위 다 버리지 말고
부탁드려요
여기 오지 말라고?
날마다 와서 왜 이 학 접어요?
[목소리 높이며] 의도가 뭐야 대체?
학 천 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며?
그게 몇 살 때 얘긴데
나 스물 하나
선우희 스물 둘
[한숨 쉬며] 그 애기 땐 한 얘기를
지금 몇 살인데 그런 유치한 짓을 해요?
나 서른 아홉
선우희 마흔
[흥분하며]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마흔이야
이런 학 따위에 마음 흔들릴 나이 아니라고
스물 세 살 때
이미 조건 따져서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 갔던 사람이에요 내가
그때 학 천 마리를 못 접었잖아 내가
(남구) 당신이 하도 조그만 색종이로 접으라고 그래가지고
(남구) 이렇게 큰 색종이로 접었으면
천 마리 다 접을 수 있었는데
[기막힌 듯 얕은 한숨]
그래서
천 일 동안 온다는 거예요?
그러려고
[흥분하며] 강남구 씨!
천 일 지나고
학 천 마리 되면
내 소원이 진짜 이뤄지는지
한 번 보려고
(남구) 열 여덟 해 동안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내 소원이
진짜 이뤄지는지 한 번 보려고
[단호한 목소리로] 안 이루어져
(희) 절대!
내가 싫으니까
[언성 높이며] 내가 강남구 싫으니까!
천 일 후에
그 말 다시 해 그럼
[긴 한숨 쉰다]
[경쾌한 음악]
(지수) 언니, 안녕하세요
(가게 주인) 어머 언니, 오랜만에 왔네
그쵸, 바빠서 통 못 왔어요
- (가게 주인) 완전 소름 돋잖아 - 왜요?
어쩌면 그렇게 딱 맞춰서 왔어
[손가락 튕기며] 이번에 신상 언니 스타일 완전 많잖아
아 그래요? 다 보여 주세요
다? 잠깐만
[혼잣말로] 예쁘다
(가게 주인) 이거 봐 색깔 잘 빠졌지
(지수) 예쁘다
(지수) 이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어, 알겠어
[놀라며] 어?
이거 다?
네
아니 바쁘다더니?
인터넷 쇼핑몰이라도 시작한 거야?
검정색이랑 흰색요
[메시지 수신음]
[맛있어하며] 흐음
(미정) 지수야
(미정) 네가 얼마나 충격일지 알아
(미정) 근데
(미정) 널 지안이랑 다르게 생각한 적은
(미정) 절대 한 번도 없어
(미정) 꼭 한 번만
(미정) 엄마 만나서 얘기 좀 들어줘
(미정)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미정) 너는
(미정) 착하고 밝아서
(미정) 어디 가나 사랑 받을 아이지만
(미정) 잘 지내고 있는지
(미정) 걱정돼
거짓말
저 오뎅도 더 주세요
(지수) 잘 먹었습니다
[구세군 종소리]
[구세군 직원들 인사]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지수) 수고하세요 - (직원들) 감사합니다
(재성) 백화점 폐점 시간 한참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거야?
11시가 다 됐는데
전화해 볼까 하다가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안 했는데
좀 늦네요
친구하고 쇼핑하고 좀 놀다 올 수도 있어요
다른 애들 보면 그래요
그런가?
우리 집 기준으로 생각했나 보다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하라고 해야겠어요
[문 열리는 소리]
(민 부장) 아가씨 오셨습니다
[커피잔 내려놓는 소리]
(지수) 아, 제가 갖고 올라갈게요
다녀왔습니다
민 부장
그거 받아
지수는 이리 오고
[민 부장이 무거워하며 신음]
(지수) 어엇, 같이 드세요
언니, 뭘 샀길래 이래요?
그러게, 궁금하네
백화점 간 거 아니었니?
동대문 시장 갔어요
시장요?
민 부장
꺼내 봐
그리고 넌 영수증 주고
(지수) 영수증은 왜요?
(명희) 그 돈 다 쓰는 게 숙제라고 했잖니, 아침에
어머니가 숙제라고 하신 건 검사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런 거니?
(지수) 검사 받는 줄 몰라서 막 넣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명희와 재성이 번갈아 한숨 쉰다]
(명희) 3만
(명희) 5만
만 오천
왜 백화점에 안 가고 시장에 갔어?
거기 제 단골 샵 몇 군데 있어서요
오랜만에 가보고도 싶었고요
(서현) 여기 실밥이 다 나왔는데
(지수) 괜찮아, 잘라서 라이터로 지지면 돼
[재성이 피식 웃는다]
(서현) 근데
3천만 원어치가 이렇게 많아요?
무슨? 이백팔십 몇 만 원어친데
3백만 원 안 돼
[놀라며] 하, 이게요?
오늘 하루에 다 쓰라고 했는데
다 썼어요
3백만 원도 안 된다며
나머진 구세군 나와 있어서 기부했어요
기부를 왜 해?
널 위한 물건을 사라고 줬는데
돈을 주면 받는 사람 거가 되는 거 아니에요?
(지수) 하루에 다 쓰라고 해서 기부한 건데
기부가 나쁜 것도 아니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 큰돈을
네 이름 남지도 않는 곳에 했으니 문제라는 거고
삼천만 원을
왜 네 물건 사라고 했는지 그 뜻도 이해 못했니?
이해를 어떻게 해요?
삼천만 원을 하루에 다 쓰는 게 미친 거지
아...
죄송합니다
[어이없는 한숨]
[당황한 한숨]
삼천만 원을
하루에 쓸 수 있는 게 우리 집안이고 너야
(명희) 집안 수준에 맞게 입고 쓰는 것도 배워야 한단다
저는 제 스타일이 편하고 좋은데요
집안에 돈 많다고 꼭 비싼 옷 입으란 법 있어요?
우리 집안하고 안 어울리니까 문제지
제가 왜 여기하고 어울리게 입어야 되는데요?
저는 전데
[당황하며] 지수가 아주 개성이 강하구나
차차 서로 적응하도록 노력하자, 지수야
(재성) 그만 올라가 봐 피곤하겠다
(지수) 네, 안 그래도 얼른 가서 입어봐야 돼요
안 맞으면 바꿔야 해서
아니, 사이즈 체크도 안 하고 사온 거예요?
요즘엔 프리 사이즈가 많아서 좀 작게 나오는 것도 있더라
(지수) 안 들어가네
(민 부장) 놔두십시오 제가 챙겨 올라가겠습니다
(지수) 아, 네, 감사합니다
[한숨 쉰다]
서지안은 그래도 백화점엔 갔었는데
[나무라듯] 여보
속상해서 그래요
쌍둥이로 키웠다면서
이모저모 저렇게 다를 수 있어요?
[깊은 한숨 쉰다]
[신나하며] 유후
아, 내일은 뭘 입지?
이거 입을까?
[긴장된 음악]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기계 작동하는 소리]
[기계 작동 꺼지는 소리]
누구십니까?
실례합니다
서지안 씨 좀 만나러 왔습니다
[낮은 한숨 쉰다]
[깊은 한숨 쉰다]
어떻게 오셨어요?
[소리 높이며 반문하듯] 어떻게 오셨어요?
지금 일하는 중이에요 용건 말씀하세요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자
어제 하실 말씀 있다고 해서 다 들었는데요
지금 일하다 나왔고요
(도경) 그러니까 네가 왜 여기서 일을 해?
취직 자리 마다하고 이게 뭐야?
부사장님
제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실 일이 아니에요
몇 번 말씀드렸는데
그럴 거면 여기서 톱질을 하고 있지 말아야지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상관하고 싶지 않아 나도
네가 제대로만 살아주면
[어이없어하며 한숨 쉰다]
한때 동생이었잖아
그래서 신경이 쓰이는 거야
죄 없이 우리 집안에 들어와서 온갖 마음 고생 다했고
그게 신경 쓰이고 마음 쓰여서 그러는 거야
감사합니다 근데요
은생 기업 싫으면
공채로 뽑는 다른 회사 들어가
(도경) 마케팅 직원 뽑더라
(도경) 우리 회사에 있는 인적 정보로 미리 지원해 놨어
서류 전형 통과 못 할 수도 있어
만약 통과되면
면접만 봐
이건
채용 공고 검색해서 찾은 거야
알겠습니다
너...
정말 힘들었을 거야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것 같아
그래도 돌아왔으니까
제대로 살아야지
네
이거 서류 통과되면
면접 보러 갈 거지?
생각해 볼게요
생각해 볼래?
네
그래
고맙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뭐?
이제 끝이었으면 좋겠어서요 부사장님 보는 거
안녕히 가세요
[당황한 듯 얕은 한숨]
[커피잔을 놓는다]
차 듭시다
아닙니다
하실 말씀 하십시오
우리 은석이
밝게 잘 키워줘서 고맙소
[잔잔한 음악]
(재성) 외진 곳이든 위험한 곳이었든
(재성) 신고해줬으면 참 좋았으련만
아직도 그건 유감이지만
은석이를 찾은 곳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살펴봤더만
일부러 버린 아이라고
오해할 만한 곳입디다
잃어버린 우리 책임도 있으니
털어버립시다
[떨리는 숨소리]
부회장님
지수 아버지요
이제는 은석이 아버지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수는 이제 우리가 다독여서 우리 자식 만들 테니
서태수 씨는
지안이 잘 다독여요
상심은 그 아이도 지수 못지 않을 거요
부모 원망을 많이 하는 모양이군요
아직
안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안 돌아왔다고요?
(유 비서) 이제 정말
더 신경 쓰실 일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없을 거야
원더풀 테크에 취직만 되면
아, 또 단서를 붙이십니까?
(유 비서) 불안하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어?
(유 비서) 부사장님
저분이 왜 여길?
[불길한 음악]
[벽을 잡는다]
[불길한 음악 계속]
[도경이 놀라서 뛰어간다]
[놀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어, 괜찮으세요? 허
[다급하게] 하, 유비
119 불러!
아니, 아니야, 나한테 엎혀
부사장님
여기, 여기 회사입니다 제가 병원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재성) 넌 다 알고 있으면서 감히
우리를 기만했구나
[큰소리로] 민 부장!
이 아이 끌어내!
(태수) 지수야
[재성이 태수를 친다] [태수의 신음 소리]
혹시
그걸 본 건가?
[한숨 쉬며 책상을 친다]
(의사) 과로에 스트레스가 좀 심하신 것 같은데
(의사) 영양실조 증상도 좀 보이시고
오신 김에 정밀 검사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아, 아닙니다
잠도 못 자고 과로해서
어지러워서 그렇습니다
(의사) 건강 검진 언제 받으셨어요?
명치도 아프셨다면서요?
아 예
식사를 제때 못해서 그랬습니다
속이 비어서요
[전화 수신음]
어
지금은 어떠셔? 링거는 다 맞으신 거야?
예
(도경) 그래?
그럼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와
근데
저분이 경찰서에 내려달라고 하는데요
[놀란 목소리로] 경찰서?
무슨 일로?
그건 말씀 안 하시는데요
[전화 종료음]
(경찰) 기억해요, 아저씨
(경찰) 저번에 따님 실종 신고 하러 오셨었죠?
(태수) 혹시...
(태수) 혹시요
20대 여자...
변사체 발견된 거 없습니까?
(도경) 안녕하셨어요?
(도경) 전에
댁 근처에서 뵀었죠?
저
최도경이라고 합니다
(도경) 서지안 씨
아버님 맞으시죠?
[더듬으며] 아, 아, 예
일이 있어서 경찰서에 왔다가
좀 전에 안에서 뵙게 돼서요
예
서지안 씨는 무사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더듬으며] 지, 지안이를 만났어요?
아뇨, 봤습니다
[더듬으며] 어, 어, 언제요?
어디서?
어, 어, 어디 있어요?
(도경)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며칠 전에 연남동에서 봤습니다
(도경) 곧 연락할 거니까
이젠 걱정 마시고
집에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태수가 신음하며 쓰러지려 한다]
(도경) 제,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도경) 제 차로 가시죠
[더듬으며] 아니, 아닙니다
제가 좀
놀라서 그랬습니다 괜찮습니다
(도경) 그럼
정류장까지라도 모셔다 드릴게요
아니,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구슬픈 음악]
[전화 수신음]
왜요?
어, 저...
지안이한테
(태수) 전화 안 왔냐?
아니, 안 왔어
아직도 지안이 찾아다녀?
어, 아직 안 와서
(태수) 곧 지안이한테 연락할지도 모르니까
연락오면은
아빠한테 알려줘 부탁한다
알았어
[통화 종료음]
[혼잣말로] 곧 연락 올지도 모른다고?
돌아온 거야, 서지안?
아휴, 자식이
부잣집에 가놓고
왜 말랐어?
[구슬픈 음악]
[기계음]
(지안) 소장님
(지안) 저 이쪽에 있는 건 다 했는데
저 뭐 더 할까요?
선우 실장 친구
무쇠야?
(소장님) 거 어깨 안 아파?
손가락에 감각이 없을 텐데
(소장) 동네 한 바퀴 돌고 와
그렇게 계속 구부리고 하면
내일 일어나서 온몸 쑤셔서 못 나온다는 소리 나와 곤란해
(소장)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면
다음 일 줄 테니까, 응?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심각한 음악 효과]
[잔잔한 음악]
(노 회장) 너희 부부 사고 쳤다며?
(노 회장) 서지안이 내 손녀가 아니라면서?
(혁) 혹시 오늘 점심 약속 있어요?
아니요, 없는데요
그럼 내가 밥 사기로 한 거 오늘 어때요?
저 오늘 점심 나가서 먹어요
(희) 지안 씨는 곁을 안 주더라 너도 신경 안 쓰던데
(혁) 그러기로 약속했거든
(지안) 지금은 그냥 이게 좋아 이러고 있는 게 좋아
(지안) 차도경 씨, 왜 자꾸 핑계 만들어서 나 보러 오지?
네가 걱정돼서 그냥 못 있겠어 신경 쓰여 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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