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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26

 

[진지한 음악]

 

[심각한 음악]

 

[큰소리로지안지안아!

 

[태수가 숨을 가쁘게 쉰다]

 

[태수가 더듬으며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재성이 태수를 친다] [태수의 신음 소리]

 

[더듬으며... 연락을

 

연락을 왜 안 했어?

 

살아 있었으면 살아 있었다고 연락을 좀 하지

 

이놈의 자식아

 

[기운 없이죄송해요

 

연락이라도 한 번 하지

 

난 매일 너한테 전화하고

 

문자하고 음성도 남기고 그랬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한숨 쉰다]

 

그러니까 그 동안은 어디 있었어이 동네에 쭉 있었던 거야?

 

그런 얘기 안 하고 싶어요

 

죄송해요

 

지금은 그럼 어디에 있어?

 

왜 이 동네 있는 거야?

 

이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했다고?

 

그럼 서울에 쭉 있었던 거야?

 

 

[낮게 한숨 쉰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아빠... 아빠가

 

잘못했다

 

(태수너한테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보내 놓고

 

미안하고

 

너무 미안하고

 

시간만 되돌릴 수 있으면

 

[깊은 한숨 쉰다]

 

너 그렇게 떠나보내 놓고

 

수도 없이 후회했어

 

아버지

 

(태수그래

 

(태수너는

 

(태수아무 잘못이 없어

 

우리한테 속아서 갔잖아

 

그런데 왜 그 짐을 혼자서 다 지려고 그래

 

알았으면 알았을 때 말을 하지

 

(태수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 거야 그래

 

[슬퍼서 울컥하며나는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아버지 그만요

 

그래

 

일단 집에 가자가서

 

집에 안 가요

 

들어 가기 싫어요

 

?

 

혼자 지내고 싶어요 지금이 좋아요

 

집에를 안 간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혼자 지내도 될 나이라고 생각해요

 

지안아지안아 아빠

 

이제 사업 시작했어

 

(태수첫 계약도 따내고

 

돈도 받았어

 

첫 단추 잘 끼었으니까 아빠만 열심히 하면

 

너 이제 고생 안 시킬 수도 있어

 

그래서가 아니에요

 

그래그래

 

엄마아버지 얼굴 보기 힘들겠지

 

(태수얼마나

 

화나고 실망했겠냐 네가

 

그래도

 

풀어야지

 

화내고 분풀이를 하더라도

 

얼굴 보고 풀어야지

 

그러면서

 

엄마아버지 속 얘기도 한번 들어주고

 

가족인데

 

?

 

너한테

 

속죄할 기회는 한 번은 줘야지

 

제가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풀어야 하는 거예요?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같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같이 있기가 힘든데?

 

(지안엄마아버지 얼굴을

 

제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황하며그래도

 

기회는 한 번은 줘야지

 

기회는 줘야지

 

저는 인제 혼자 있고 싶어요 가족 없이

 

(지안죄송해요

 

그냥 당분간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전화는전화는

 

받을 거지?

 

저 핸드폰 안 써요이제

 

[구슬픈 음악]

 

[낮게 길게 한숨 쉰다]

 

서지안이

 

아직 연락이 없다고요?

 

그날 이후 사라져서 아무도 소식을 모른대

 

[놀란 듯 숨을 몰아쉰다]

 

사람 써서 찾아봐야겠어

 

뭐하러요?

 

(도경그럼 라이프 스타일 숍 론칭 준비는

 

기획 팀에서 전담하는 겁니까?

 

(직원

 

레이아웃 정해지면 다시 보죠

 

(도경서지안 씨가 다닐 만한 좋은 회사 공채가 있어서

 

(도경서지안 씨 대신 지원서를 냈습니다

 

(도경서지안 씨한테는 말했는데

 

(도경핸드폰이 없다고 해서 선우혁 씨 번호를 적었습니다

 

(도경혹시 서류 전형 합격 전화가 오면

 

(도경서지안에게 알려주기 바랍니다

 

(도경덧붙이자면

 

(도경꼭 가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간에서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깊은 한숨]

 

(알겠습니다

 

(연락 오면 전달하겠습니다

 

뭐 이렇게 바로 답을 해?

 

[혀를 찬다]

 

이 자식 이거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거 맞아?

 

지안이 옆에 두고 싶어서 전달 안 하는 거 아니야?

 

[기계 작동 소리]

 

[잔잔한 음악]

 

[현관문 닫히는 소리]

 

[구슬픈 음악]

 

[기계 작동 소리]

 

(선태가 큰소리로내일 뵙겠습니다수고하세요!

 

(소장

 

[사포질 소리]

 

(소장말단!

 

자네도 퇴근해

 

...

 

 

[사포질 소리]

 

(쉴새 없이 일을 주세요 잡생각 안 들게

 

잠깐

 

사포질 좀 해주겠나

 

(지안

 

- (지안이건 뭐예요? - (소장좌식 화장대야

 

내가 심심풀이로 완제품 내는 게 몇 개 있거든

 

(소장나 잠깐 나갔다 올게

 

 

[방의 불을 켠다]

 

(미정이 양반이

 

웬일로 일찍 잠을 다 자네

 

(미정무슨 옷을

 

이렇게 개어 놓고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

 

지태 아버지

 

[안타까운 목소리로어지간히 피로가 쌓였나 보네

 

(미정어우지태야

 

아버지 한 번 들여다봐 줘

 

깨지 않고 계속 주무시기만 해

 

(지태언제부터 주무시는데요?

 

어제 퇴근하고 왔더니 벌써 주무시고 계셨어

 

(수아그러실 만 하죠 피로 많이 쌓이셨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저렇게 맥 없이 오래 자는 양반이 아니거든

 

아휴겨우 하룻밤이에요 쉬게 두세요

 

알았어 아침 먹어

 

생각 없어요

 

(수아다녀 오겠습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

 

아침 차렸는데...

 

[한숨 내쉰다]

 

(그만하고 커피 마시자

 

(

 

[숨을 후 내쉬며 앉는다]

 

[커피 마시며좋다

 

지안 씨는 집에서 밥도 안 먹고

 

곁을 안 주더라

 

내버려 둬

 

그러는 게 좋긴 한데

 

너도 신경 안 쓰던데

 

그러기로 약속했거든

 

그래

 

어떨 땐 그 누구의 관심도

 

버거울 때가 있어

 

[가게 문이 열린다]

 

안녕하세요

 

(맞다

 

혹시 오늘 점심 약속 있으세요?

 

아니요없는데요

 

그럼 내가 밥 사기로 한 거 오늘 어때요?

 

[수줍게좋아요

 

(그럼 먹고 싶은 거 정해놔요

 

점심 시간에 빵집 앞으로 갈게요

 

[활짝 웃는다]

 

[지수가 신나서방장님!

 

저 오늘 점심 나가서 먹어요 선우 실장님이 그때 그랬잖아요

 

밥 먹기로 한 거?

 

[아주 신나서그거 오늘 먹재요

 

(남구좋겠네

 

(남구몇 개월 만에 겨우 밥 한 끼 같이 먹게 돼서

 

[들뜬 목소리로뭐 먹을지 저보고 정하래요 아뭐 먹지?

 

오래 걸리는 거

 

?

 

(남구밥 먹고 올 때까지 젤 시간 많이 걸리는 거 먹으라고

 

[부끄러워하며어머아이

 

거기 사장님은 어떠시던가?

 

별로요

 

별로야?

 

저한테 대하시는 게 별로라고요

 

근데 방장님은 사장님 언제 좋아하시게 된 거예요?

 

[숨을 내쉬며] 1998

 

[옛스러운 음악]

 

3 5일에

 

?

 

내 이름이 왜 강남구인지 알아?

 

부모님이 엄청 재밌는 분이셨나 봐요

 

몰라

 

재밌는 사람인지

 

무서운 사람들인지

 

왜요?

 

(남구내가 살던

 

보육원 원장님 성이 강 씨였어

 

그래서 내 이름은 강남구

 

그 뒤로 강서구강동구

 

나보다 먼저 들어온 형은 강원도더라고

 

어머

 

보육원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나가야 하거든

 

(남구생활 자금 300만 원 받아가지고

 

학교 옆 호떡 팔던 아줌마한테

 

반죽을 배웠지

 

(남구고등학교 6년 동안

 

 5번 먹어봤어

 

기가 막히게 맛있더라고

 

5번요?

 

이 호떡 팔면 대박 나겠다

 

(남구그러고선 간식거리는 여대생들이 좋아한다길래

 

무작정 미라 여대 앞으로 갔어

 

- (손님호떡 하나 주세요 - (남구

 

- (남구여기 있습니다 - (손님고맙습니다

 

[당황해서아이구

 

[계속 당황하며아유

 

(남구분명히 나는 맛있었는데

 

(남구왜 서울 사람들은 맛 없어 하지

 

(남구날마다 본전도 못 챙기고

 

(남구파리만 날리는데

 

(여학생1) 저희 호떡 세 개 주세요

 

- (남구네네 - (춥다

 

(남구어떤 여대생이 친구들하고 왔어

 

(여학생2) 아 호떡 맛이 왜 이래?

 

[여학생들이 궁시렁댄다] [희가 그만하라며 눈치 준다]

 

(호떡 주세요

 

(남구아 그러더니 3일을 계속 와서 호떡을 먹는 거야

 

잘 먹었습니다

 

(남구그러더니 4일째 되는 날 와서는

 

몇 살이에요?

 

...

 

스무...살이요

 

 

그럼 동생이네

 

(반죽에 옥수수 가루하고 찹쌀 가루를 섞어 봐

 

그럼 반죽이 고소해지고 식어도 부드러운 식감이 유지돼

 

(그리고 설탕소에는 대추하고 감을 갈아서 넣으면

 

단맛의 향도 진해져서

 

더 맛있어

 

(남구시키는 대로 했더니

 

(남구엄청 맛있어 지더라고

 

그래서 장사가 잘된 거예요?

 

(남구당연히 잘됐지 맛있어 지니까

 

근데 그 다음부터 그 누나가 안 오는 거야

 

왜 안 오셨을까요?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시식도 좀 부탁하고 싶고

 

그렇게 2주일을 꼬박 기다렸는데

 

- (손님감사합니다 - (남구네에

 

(남구어서 오세요

 

[다급한 듯 더듬으며어어누나!

 

잠시만요

 

(남구

 

[희가 알아보며

 

(남구이거 알려준 대로 만든 거예요

 

[희가 놀라며진짜?

 

[감탄하며오우진짜 맛있다! [웃는다]

 

[희가 맛을 음미하며

 

[활짝 웃는다]

 

나라는 놈한테

 

그렇게 밝고 환하게 웃어 준 사람

 

처음이었어

 

난 엄마가 없었으니까

 

그럼 혹시

 

그분이 카페 사장님이신 거예요?

 

[낮은 한숨 쉬며

 

카페 사장님이

 

방장님 첫사랑이셨구나

 

첫사랑 아니거든

 

그럼요?

 

(남구첫사랑은

 

두 번째 사랑이 있을 때 쓰는 말이니까

 

유일한 사랑이지

 

그럼 사장님 때문에 결혼도 안 하신 거예요?

 

인테리어 부자재까지 들어가면 직원 더 뽑아야 한다니까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직원부터 뽑아요?

 

선배 계신데

 

(용국난 동업자 겸 투자자야

 

그것도 투자금 회수할 때까지만 동업하기로 했던

 

[커피잔 내려놓는 소리]

 

그래서

 

투자금 회수했으니까 이제 빠지시겠다?

 

[작게 웃는다]

 

아니 그건 아니고

 

좀 이렇게 살살 가자 이 얘기지

 

일단 시장 조사나 하고 얘기하죠 직원 뽑는 건 [전화 수신음]

 

(용국뭐 그럽시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여보세요?

 

(원더풀 테크서지안 씨 핸드폰 아닌가요?

 

?

 

(도경혹시 서류 전형 합격 전화가 오면

 

(도경서지안에게 알려주기 바랍니다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원더풀 테크원더풀 테크 인사 팀입니다

 

(원더풀 테크인사 담당자입니다

 

 

[기계 작동 소리]

 

(소장목공반 때가 언젠데

 

손이 아주 재다

 

우리 선태보다 두 배 속도야

 

아휴

 

쟤가 그런 애예요

 

조소과 가려던 애니까

 

(소장원래

 

몸이 기억하는 기술은

 

세월이 지나도 안 잊어버리긴 하지

 

무아지경 물아일체십니다?

 

근데 왜?

 

(원더풀 테크라고 너 서류 전형 통과했다고

 

면접 연락 왔더라

 

(전화해 달래

 

이게 너한테 왔어?

 

(최도경 씨가 내 전화번호 적었다고 하더라고

 

?

 

알았어고마워

 

(나 점심 약속 있어서 가봐야 해 점심 잘 챙겨 먹어라

 

(지안혁아

 

너 혹시

 

우리 아빠 본 적 있어?

 

있지

 

목공반에 오셔서 한턱 쏘셨을 때

 

(근데 그건 왜?

 

아니야점심 맛있게 먹어

 

 

[기계 작동 소리]

 

[메시지 수신음]

 

(원더풀 테크에서 연락이 와서 지안이에게 전달했습니다

 

(더 이상 연락은 사절입니다

 

나도 더 이상 연락 안 하고 싶다

 

아이고 참

 

[얕은 한숨]

 

[차가 서서히 멈춘다]

 

[운전석 문 닫는 소리]

 

(지수오셨어요?

 

왜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요안에 있어도 되는데

 

방장님이 일을 빨리 끝내주셔서요

 

- (남구왔어? - (

 

선우 실장나 오늘 반죽 비법수 만들 거니까

 

서지수 일찍 오면 안 되거든

 

(남구늦게 와늦게 어안 와도 돼

 

천천히 올게요 - (남구그래

 

[문 닫고 차 출발하는 소리]

 

(남구그래가버려

 

[귀엽다는 듯으이구

 

어이좋네

 

(앉아요

 

(남구싫어요

 

왜요?

 

이렇게 밖에서 당신 얼굴 보니까

 

좋아서

 

나이 들더니 넉살만 늘었어요?

 

(넉살은 늘고

 

철은 안 들었네

 

[재밌다는 듯

 

철 들면 무겁기만 하지 뭐

 

[다그치듯제발요

 

(제발

 

그만해 줘요남구 씨

 

알아

 

 

남구 씨가 왜 우연히 만난 척 했는지

 

(우연히 만나서

 

왜 날 다 잊은 사람처럼 무시했는지

 

알면서 뭘 그만하래

 

고마워요

 

하지 마

 

날 우물에서 꺼내줘서

 

(근데 그랬으니까 내가

 

나도 모르게

 

예전처럼 팔팔거리게 만들어줬으니까

 

거기까지만 해요

 

(이제부터는

 

잘 살게요

 

나랑 같이... - (나는!

 

과거를 잊고 싶어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

 

모든 과거를

 

(그 중에서도

 

남구 씨하고의 과거는

 

예쁜 추억으로 남겨두게 해줘요

 

못됐다

 

[한숨 쉰다]

 

그래

 

나 못된 사람이야

 

(그때도 그랬잖아

 

내가 얼마나 못되게 모질게 그랬는데

 

왜 그건 다 잊고 나는 못 잊어?

 

[희가 슬퍼하며바보 같이 난 또렷이 기억하는데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내가 얼마나 염치없었는지 기억하는데

 

난 안 돼요

 

남구 씨하고는

 

(

 

좀 봐줘요남구 씨가

 

안 그럼

 

내가 떠날 수밖에 없어

 

[살짝 흥분해서

 

네가 날 좀 봐줘

 

(남구너 떠나고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그럴 거라고 믿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았어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고

 

아무런 재미도 없고 재미도 없이

 

친구 하나 없이

 

나 정말 불쌍하지 않냐?

 

불쌍해

 

가요

 

그래 그러니까 - (그래서 안 돼!

 

불쌍하고 가여워서 안 돼

 

(절대

 

[살짝 흐느끼며안 돼

 

[훌쩍인다]

 

(부탁해요

 

다신

 

오지 말아줘요

 

[남구의 떨리는 숨소리]

 

(지수어우 어떡하지?

 

줄이 너무 기네요

 

(진짜 맛집인가 보네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지수인터넷 검색했어요

 

(지수제가 국수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이집 국수가 튀기지 않은 생면으로 만들어서 더 맛있대요

 

(그래요

 

저도 국수 좋아하는데

 

아 정말요저 밀가루로 만든 거 다 좋아해요

 

우동스파게티 짜장면짬뽕

 

또 뭐 있지?

 

냉면떡볶이 칼국수도 좋아하고

 

그러니 빵을 만들겠죠

 

그 중에서 빵을 제일 좋아하긴 해요

 

[귀엽다는 듯

 

[같이 후루룩 소리 내며 먹는다]

 

[둘이 동시에맛있다

 

[같이 어색한 듯 웃는다]

 

[경쾌한 음악]

 

이제 힘든 일은 지나갔어요?

 

?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길래

 

아직요

 

지금처럼 까먹고 있을 때면 기분 좋고요

 

생각 나면 안 좋고 그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심난할 때 일을 하죠

 

잡생각 안 들게

 

그래서 전 빵집에 있을 때가

 

그래서 제일 행복해요

 

[지수가 작게 웃는다]

 

전공이 치위생이죠?

 

[놀란 듯?

 

실장님 저 기억하는 거예요?

 

치과에서?

 

 

[겸연쩍은 듯그날 아주 인상 깊어서

 

[부끄러운 듯

 

나만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되게 안 좋게 기억했겠어요

 

빵 좋아하는 사람이 치위생과는 왜 갔어요?

 

처음에는 하려고 갔죠

 

저는 원래 대학 안 가려고 했거든요

 

근데 저희 언니가 거기 원서 넣은 거예요

 

취업 잘된다고

 

언니가 현실적이시네

 

근데 적성에 안 맞았구나

 

실습 나가서 알았어요

 

제가 비위가 강하거든요

 

근데 충치 심한 사람 입속하고 목젖까지

 

완전 트라우마 생겼어요

 

그런 거 알면서 치과에서 일했어요?

 

치위생사는 안 했죠

 

저 데스크 알바만 했었어요

 

그날은 간호사님이 갑자기 맹장 터져서

 

원장님이 딱 하루만 부탁하신 거예요

 

그랬구나

 

(지안다녀왔습니다

 

(소장말단 주려고 볶음밥 시켰는데

 

(소장이놈이 모르고 먹어버렸네

 

(선태아휴죄송해요

 

(소장짬뽕 괜찮겠어?

 

난 매운 걸 못 먹어서

 

(지안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살자고 먹는 건데

 

먹는 걸 소홀히 하면 쓰나

 

감사합니다

 

늙으니까

 

자식뻘만 보면

 

내 자식 같아서 잔소리를 하게 돼

 

[슬픈 음악]

 

[목에 걸려 기침한다]

 

[계속 기침한다]

 

[세면대 물소리]

 

[흐느끼며 기침한다]

 

[물 세기를 약하게 줄인다]

 

[조용히 흐느낀다]

 

(아휴

 

내가 사기로 했는데 왜 미리 계산을 해요?

 

(지수전에 화장대도 조립해 주시고

 

저 쓰러졌을 때도 신세졌잖아요

 

나는 지수 씨 인천에 두고 갔는데

 

...

 

(내 빚은 그대로 남았네

 

다음에 다시 사야겠다

 

다음이요?

 

내가 빚지고는 못 살거든요

 

...

 

[작게 싱긋 웃는다]

 

[전화 수신음]

 

기재야

 

(기재서지안 씨 면접 안 온다고 전화왔단다

 

면접을 안 본다고 했다고?

 

(기재

 

(기재결과 보고 했으니까 알아서 해라

 

(기재끊는다

 

[한숨 쉬며그래알았다

 

[통화 종료음]

 

면접을 안 봐?

 

얘가 도대체 뭐 하려고 이래?

 

저 실례합니다

 

나가서 얘기 좀 하자

 

면접 안 간다고 했다면서?

 

 

왜 안 간다고 한 거야?

 

왜 안 가겠다고 했는지 말할 이유 없는데요

 

(도경내가 분명히 말했지 이건 진짜 서류 전형이고

 

네가 될 만해서 넣은 거고 네 조건네 능력으로 통과한 거야

 

알고 있습니다

 

회사 지원서는 수십 번 내봤으니까

 

근데 왜 면접을 안 가?

 

대답해라

 

가기 싫으니까

 

내가 대신 지원했다고 했을 때 싫다고 안 했잖아

 

좋다고 한 적도 없는데?

 

?

 

생각해 보겠다고 했죠

 

생각해 본 결과가

 

서류 전형 통과했는데 면접 안 가는 거야?

 

목공소에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정말 이해가 안 된다

 

제대로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알았어요

 

이제 하고 싶으신 거 다 했죠?

 

서지안너 왜 이러니왜 이러는 거야?

 

차라리 화를 내 내가 알아너 화낼 만 해

 

차도경 씨

 

(지안나한테 신경 쓰는 거

 

되게 어이없는 거 알죠?

 

(도경아니

 

이게 왜 어이없어?

 

네가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네가 이러고 있는 거 그냥 두고 볼 수 있나

 

한때 동생이어서 신경 쓰이고

 

죄 없이 혼자 마음 고생한 게 신경 쓰이고

 

마음 쓰인다고 하셨죠

 

그래

 

(지안동생이 아닌 거 알았을 때

 

우리는 서로 입장 때문에 서로 딜을 했고

 

그래서 노력했고

 

그랬는데 뜻대로 안 됐어요 그랬으면

 

거기가 끝인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은

 

내가 미안한 게 있으니까

 

미안할 이유 없다니까요

 

저희 부모님이 잘못했고

 

제 부탁 들어주셨어요

 

저 많이 봐주셨어요

 

부회장님이 미리 알고 계셔서 계획이 틀어졌어요

 

그날이

 

부사장님하고 저의 마지막 날이었던 거예요

 

네가 이상하잖아 아주 많이 이상하잖아

 

무슨 상관인데요?

 

몇 번을 말해요?

 

무슨 상관이세요?

 

[한숨 쉰다]

 

너 참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드는 구나

 

저는 부사장님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요

 

(지안상관없는 사람이 어떻게 살든

 

상관 안 하는 게 맞습니다

 

더 이상 볼 일 없으니까

 

더 보고 싶지도 않고요

 

[한숨 쉰다]

 

그래

 

알았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깊은 한숨 쉰다]

 

식은 커피 대신 맥주 한 잔 할래?

 

아니일하는 중인데

 

면접은 왜 안 간 거야?

 

혹시 최도경 씨가 너 서류 전형에 손 쓴 거 같아서?

 

아니

 

이제 그런 거 하기 싫어서

 

그런 거?

 

조금이라도 괜찮은 회사 월급 많이 주는 회사가 어딘가

 

어떡하든 대기업에 지원서 넣고 면접 보고 그러는 거

 

그래 봤자니까

 

아버지 사업 망하고 미대 포기하고 나서

 

내 힘으로 성공하고 싶었어

 

그게 대기업 가는 거밖에 없더라고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

 

(지안진작에 중견 기업 갔으면 바로 취업할 수 있었는데

 

남들 보란 듯이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월급 많이 받고 싶어서 아둥바둥했던 거지

 

그래서 재벌 딸이라고 했을 때

 

바로 간 거야 아닌 줄도 모르고

 

다시 말하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재벌이라서 간 거야

 

(지안네 말처럼 가난한 부모였으면

 

그렇게 바로 며칠 만에 갔을까?

 

내가 진짜 딸이었어도

 

나를 키워준 부모가 가난하면

 

그렇게 바로 버려도 되나?

 

나는 그런 애였던 거야

 

그거 자포자기처럼 들린다

 

이제 그런 것도 상관없어 내 주제 파악했으니까

 

지금은 그냥 이게 좋아

 

이러고 있는 게 좋아

 

(기재안 먹냐?

 

생각 없다

 

넌 할 만큼 했고

 

책임질 생각 없으면 깨끗이 돌아서라이제

 

듣자 하니 서지안 씨도 입장 정리한 거 같으니까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하지?

 

지안이가 하는 말 틀린 게 없는데

 

생기 잃고 무섭게 드라이해진 걔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아

 

좋아한다는 말을 되게 형이상학적으로 한다

 

그거하곤 달라

 

좋아하는 마음 있는 거 알아 나도

 

그렇다고 뭘 더 해 볼 생각 있는 거 아니야

 

장소라 다음 주에 온다

 

알아

 

만날 거냐?

 

만나야지

 

해성 그룹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군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내 길이야

 

그건

 

[문 열며으싸

 

[놀라며?

 

뭐야?

 

[긴장된 음악]

 

(지수내 방 물건들 어딨어요?

 

(민 부장사모님 지시로 다 버렸습니다

 

버렸다고요?

 

어디에 버렸어요?

 

분리 수거차가 벌써 다 가져갔을 거예요아가씨

 

[숨을 다급하게 쉰다]

 

[수거차가 출발한다]

 

[지수가 큰소리로저기요!

 

저기요!

 

(지수저기요!

 

(지수저기요!

 

(도경지수야!

 

아니무슨 일이야?

 

[조수석 문이 열린다]

 

(지수차 좀 돌려주세요

 

(도경

 

(민 부장말릴 틈도 뛰쳐나가셨습니다

 

(명희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네

 

(민 부장부사장님

 

(명희도경아

 

(도경오다가 만났습니다

 

지수야

 

그걸 기어이 찾아왔니?

 

제 물건이니까요

 

(명희네 방에 넣어둔 거 못 봤어?

 

널 위해서 훨씬 좋은 것들로 사다놓았는데

 

제 스타일 아니거든요

 

올려다 주겠습니다

 

[낮은 한숨 쉰다]

 

(도경민 부장한테 사람 보내라고 할게 그때 정리시켜

 

(지수됐어요 제건 제가 알아서 해요

 

[문을 두드린다]

 

무슨 일이에요?

 

(도경별 일 아니야 [서현이 윽하며 코를 막는다]

 

(서현방에서 이상한 냄새나던데

 

(명희쓰레기 함에 들어갔던 것들을

 

민 부장 내일 다 꺼내서 싹 세탁해

 

아니지수 내려오라고 해

 

언니 내려오는데요

 

그건 또 뭐예요?

 

(지수제 방에 있던 것들이에요

 

태그도 다 그대로던데 내일 환불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너 입을래?

 

아니요전 남의 것 안 입어요

 

앉아라

 

지수야

 

 

내가 지금은 널 지수라고 불러도

 

넌 원래 최은석이야

 

최은석으로 태어났고 그렇게 자랐어야 했어

 

근데 그렇게 안 자랐잖아요

 

그래

 

그래서 정말 미안하고 마음 아프단다

 

네가 지금 이러는 게

 

제가 이러는 거요?

 

제가 어떤데요?

 

(명희누가 뭐래도 넌 우리 집안사람인데

 

우리 집에서 우리다운 세팅이 필요해

 

우린 남들하고 다른 사람들이니까

 

뭐가 다른데요?

 

해성 그룹이잖아요

 

...

 

남들보다 돈이 엄청 많은 거요?

 

[다그치듯그렇게 노골적인 단어는 쓰는 게 아니야

 

교양 없어 보이잖니

 

최서현

 

이 집에서는 노크하고도

 

들어오라는 허락까지 받아야 방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럼요 그건 기본 에티켓인데

 

그럼 방주인 허락도 없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지수그리고

 

남의 물건에 마음대로 손대는 건 교양 있는 거예요?

 

(지수저 살던 집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거든요

 

언니 옷 빌려 입을 때도

 

꼭 허락받고 빌려 입었었거든요

 

[기막힌 듯너 지금 어디서 누구하고 비교를

 

이상해서 그래요 상식적으로 너무 이해 안 돼서요

 

어떻게 제 물건을

 

제 허락도 안 받고 마음대로 버릴 수 있으세요?

 

[언성을 높이며좀 전에 말했잖아

 

우리 집안사람다운 세팅을 위해서야

 

전 최은석 되려고 여기 들어온 거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럼 누가 될 건데?

 

이미 서지수로도 살기 싫다고 왔잖아 너

 

(명희너도 좀 노력해주면 안 되겠니?

 

(명희널 잃어버리고 반 미쳤던 날 생각해 주면 안 되겠어?

 

그 잃어버렸던 세월 동안

 

못 해줬던 걸 해주고 싶은 엄마 심정

 

모르겠니?

 

[문 열리는 소리]

 

(명희우린 너 때문에 너 하나 생각해서 양미정서태수

 

경찰에 신고 안 하고 용서해줬다

 

가게도 계속하게 해줬어

 

네 형제들도 손끝 하나 안 건드렸어

 

널 키워준 사람들이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놀라서경찰서라니요?

 

우리 엄마아빠를 경찰서에 보내려고 했어요?

 

지태지호까지 뭘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요?

 

널 데려다 키웠고

 

바꿔치기 했어 엄연한 범죄야

 

내 엄마아빠예요

 

널 키웠지만 네 엄마아빠는 아니야

 

[큰소리로내가 네 엄마야

 

낳았다고 엄마는 아니에요

 

잃어버린 건 이쪽 책임 있어요 분명히

 

지안이를 나 대신 보낸 거요

 

그게 1년이 됐어요? 2년이 됐어요?

 

(지수더구나 언니가 곧 말하려고 했는데

 

[흥분하며어떻게 경찰서에 보낼 생각을 해요?

 

우리 엄마아빠를!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우리 엄마아빠한테 화낼 자격은 나밖에 없다고

 

[큰소리로잃어버린 책임 있으니까

 

[언성 높이며너 왜 이렇게 어리석니정신 차려!

 

(명희네 엄마아빠는 우리야

 

넌 우리 집안 혈육이야 우리 핏줄이야!

 

(지수혈육이 뭐가 중요해요같이 살아야 가족이지

 

[흥분하며이 집 부모님은 나한테 아저씨아줌마 같거든요

 

[기막힌 듯 숨을 몰아 쉰다]

 

(지수처음 보는 사람들이잖아요

 

(명희그렇게 남처럼 굴 거면

 

[큰소리로적응할 노력조차 안 할 거면 나가!

 

알았어요

 

나갈 테니까 방 구해주세요

 

[황당해하며?

 

자식 낳은 부모는

 

성인 될 때까지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근데 지금까지 저한테 돈 한 푼도 안 들였잖아요

 

엄마 가게요그거 얼마짜리인데요

 

지금까지 나 키운 돈보다 많아요?

 

[서현이 작게 읊조리며어머어머

 

방만 구해주세요 내일 당장 나갈 테니까

 

[놀라서 더듬으며쟤가쟤가...

 

[한숨 쉰다]

 

[구슬픈 음악]

 

[코를 훌쩍인다]

 

(지수이거야엄마

 

(지수) 1년 전에 신상으로 나왔을 때 내가 찜해 놓은 거야

 

이월 상품으로 50% 세일이래

 

너 대학생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대로 꾸며주고 싶었는데

 

이월 상품밖에 못 사주고

 

미안해

 

아빠 사업이 망하지만 않았어도

 

아니야엄마 나 이거 마음에 든다니까

 

무늬가 특이하다

 

너는 참 보는 눈도 남 달라

 

(지수그치 엄마내가 좀 남 달라

 

(지수남 다른 양 여사 닮아서

 

(미정) [귀엽다는듯 웃으면서아휴

 

20% 할인 받아서 21 3...

 

(미정 20%예요현수막에 50%라는데

 

50% 코너는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건 20%예요

 

[미정이 아쉬워하며...

 

지안이 것도 사야 하는데

 

엄마나 이거 1년 전부터 진짜 갖고 싶었던 거란 말이야

 

계산해 주세요

 

(미정지안이 거는 재킷으로 사야겠다

 

엄마 고마워 진짜진짜 잘 입을게 [미정이 웃는다]

 

[훌쩍이며엄마

 

[문 두드리는 소리]

 

(도경지수야오빠다

 

(도경들어가도 될까?

 

아니요들어오지 마세요

 

[훌쩍인다]

 

[한숨 쉰다]

 

[미정이 놀라며아니

 

이 양반이 또 자네

 

나가지도 않고 계속 자는 거야?

 

지태 아버지

 

지태 아버지

 

 

당신 왜 이렇게 잠을 자요?

 

내버려 둬 그냥

 

이번에 소라양 나오면 만난다고 했어요

 

그러는 게 좋죠

 

도경이한테 전화하라고 하겠습니다

 

들어가세요

 

[통화 종료음]

 

[낮은 한숨]

 

[전화 수신음]

 

[크게 놀란다]

 

[당황하며아버지

 

어떻게 한국 휴대폰으로 전화하셨어요?

 

(민 부장회장님어떻게 연락도 없이...

 

[호되게 꾸짖듯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민 부장회장님오셨습니까

 

[노 회장 한숨 쉰다]

 

(노 회장여기저기 알리고 수선 떨 거 없다

 

(민 부장알겠습니다

 

민들레야

 

회장님 [노 회장이 한숨 쉰다]

 

너 이 집안 사람 다 됐다?

 

[당황하며무슨 말씀이신지

 

(명희아버지

 

(노 회장아무것도 가져오지 마

 

(노 회장따라 와

 

[긴장된 음악]

 

[은행 창구 벨소리]

 

(지태안녕히 가십시오

 

(지태과장님께 허락 받았어 점심 먹고 가도 돼

 

(수아그래?

 

그럼 더 볼 수 있다고 부동산에 전화해야겠다

 

너랑 밥 먹으려고 아양 떨었어

 

(수아밥은 방 보고 먹는 걸로

 

(부동산 중개사신혼 부부가 살기에 이만한 집 없습니다

 

풀옵션에 외부인 차단 출입구까지

 

- (수아집은 따뜻해요? - (부동산 중개사아휴그럼요

 

이 아파트는 지역 난방이라

 

보일러 안 틀어도예 따뜻한 물이 나와요 [중개사 웃음]

 

난방비는 적게 들겠다

 

(부동산 중개사그 원래 지역 난방이 편하고 경제적이죠

 

여러모로 아까 거기보다는 여기가 낫지?

 

그렇긴 한데

 

사진에 보던 것보다 좀 좁네요

 

(부동산 중개사역세권에서 이만한 집 구하기 힘들어요

 

날도 쌀쌀한데 왜 여기서 먹재?

 

(지태부실하게 샌드위치

 

(수아종일 사무실에만 있었더니 너무 답답해서

 

좋잖아전망도 좋고

 

전철 몇 정거장 더 타고 좀 넓은 데로 알아봐야겠어

 

뭐 하러 차비를 더 써?

 

난 저 집도 좀 비싸다 싶은데

 

2,000만 원에 80?

 

더 싼 데가 없던데 뭐

 

한 달에 80만 원이면

 

[놀라면서] 1년에 960? 2년이면 2천 가까이 된다

 

지호 학원비로 나가던 100만 원 안 나가니까 괜찮아

 

어쨌든 2천만 원이 2년 만에 날아가는 거야

 

그래서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무래도 분가하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

 

안 돼

 

(지태우리 집에선

 

우리가 마음 편히 못 살아

 

그러면 내 펀드 깨고

 

전세 자금 대출받아서 전셋집 구하는 건 어때?

 

네 펀드를 왜 깨수익률도 마이너스라면서

 

월세가 너무 아까우니까 그렇지

 

아깝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근데

 

우리 신혼 생활 생각하면 아깝지 않아

 

아무리 눈치 안 본다고 해도

 

집안 공기가 무겁잖아

 

그런데 너 두는 거 싫어

 

자기가 싫은 게 아니고?

 

?

 

숨쉬기 갑갑해 하는 건 자기지 내가 아니야

 

내 핑계는 안 댔으면 좋겠어

 

넌 아니라고?

 

내가 갑갑한 건 갑갑해 하는 자기를 보는 거야

 

정신적으로 부모한테 독립 못 한 자기

 

죄송합니다부회장님

 

회사에 와서 노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미정일찍

 

나가셨다고 해서요

 

(재성회사까진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미정들키고 나서 지금까지

 

매출 모아 놓은 거예요

 

(미정도저히 이 돈을 쓸 수가 없어서

 

들고 왔습니다

 

이럴 거면 처음에 가게는 왜 받았습니까?

 

부회장님

 

가게 새 주인 오실 때까지

 

직원으로 월급 안 받고 정말 열심히

 

가게 잘되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지안이 족쇄 좀 풀어주세요

 

(미정지수가 원한다니 자수도 못 하겠고

 

지안이 볼모로 돈 버느니

 

죽는 게 낫겠어요

 

서태수 씨한테 이미 얘기 전했는데 말 안 하던가요?

 

무슨 말씀을?

 

그런 앙심 없이

 

처음에 우리 딸 키운 값으로 가게 계속하시라고 했는데

 

?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이가 계속 잠을 자서요

 

서태수 씨를 만난 게 이틀 전인데요

 

(미정

 

그저께 퇴근해서 와보니까 자고 있더니

 

지금까지 계속 자거든요

 

어디 아픈 건 아닙니까?

 

아니요열도 없고 깨우면 깨는데

 

자꾸 내버려 두라고 해요

 

[한숨 쉬며지안이는 돌아왔습니까?

 

아니요

 

[깊은 한숨 쉰다]

 

[전화 연결음]

 

(고 박사웬일이야바쁜 놈이 대낮에

 

고 박사

 

나 요즘 왜 이러냐?

 

외롭다

 

(재성화도 나고

 

(재성허무하고

 

(재성허하고 그래

 

(고 박사

 

(재성마음이 이렇게 헛헛할 수가 없다

 

[재성이 어이없어하며

 

나 막 눈물도 나려고 그래

 

(고 박사

 

그러다

 

울컥울컥 화도 나고

 

갱년기라 그래

 

갱년기?

 

...

 

다른 일 있는 것 아니고?

 

(고 박사너처럼 감정 잘 참고 인내하는 놈이 그 정도면

 

(고 박사평상시와는 다른

 

널 건드리는 뭐가 있을 것 같은데

 

너 지금 나 환자로 대하는 거냐?

 

나 친구로 차 한잔하러 온 거야

 

온 김에

 

환자하고 가

 

환자하려면 너한테 다 털어놓아야 하잖아

 

 

무슨 일이 있기는 있구나 너?

 

다음에

 

[잔기침하며

 

(재성

 

사람이 2 3일 이상 안 깨고 계속 잘 수가 있어?

 

아니누구 얘긴데?

 

그냥 아는 사람

 

밥 먹을 생각도 안 하고 계속 잔다는대

 

뭐 대뜸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무의식이 깨고 싶지 않을 때

 

그런 경우가 있어

 

깨고 싶지 않다고?

 

깨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다른 현실이 있다든지

 

너무 고통스러울 때

 

(고 박사잠으로 도피하는 경우가

 

(고 박사드물게 있어

 

그래?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재성회장님

 

어떻게 연락도 없이 오신 겁니까?

 

너희들 부부 사고 쳤다며?

 

[호통치며서지안이 내 손녀가 아니라면서?

 

이 사람한테 듣고 오신 겁니까?

 

명희가 하와이에 온다고 했다잖아?

 

일도 없이 갑자기

 

(노 회장노명희가 그럴 앤가?

 

이거 무슨 일이 터졌구나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이 터졌어

 

그래서 내 퇴원하자마자 나 혼자 날아왔어

 

다 말씀드린 거야?

 

(노 회장자네 이 와중에 잘잘못을 따지려는 건가?

 

대형 사고야

 

대형 사고는

 

무조건 수습이 먼저야

 

대책대책!

 

대책을 어떻게 세우셨습니까?

 

[선태가 큰소리로수고하셨습니다들어가 보겠습니다!

 

(지안들어가세요 [기계 소리가 시끄럽다]

 

[기계 작동 소리]

 

[기계 작동 소리 계속]

 

[기계 작동을 멈춘다]

 

(지안지금 하시는 건 뭐예요처음 보는 사이즈인데

 

(소장선우 실장 쇼핑 몰에서

 

인테리어 부자재까지 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이거 욕실의 수납장 샘플로 만들어 보려고

 

 

(소장오늘 늦게 퇴근할 거면

 

하나 만들고 가

 

제가요?

 

아니 어제 나 도우면서 봤잖아

 

이대로만 하면 돼

 

(소장?

 

마감재 전까지만 해 봐요

 

 

[낮은 한숨 쉰다]

 

[익살스런 음악]

 

(유 비서제가 가서 전달하고

 

수령증 받아 와도 되는데

 

아니야아냐

 

(도경내가 갈게

 

유비내가 미친 거 같지?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뭡니까?

 

걱정책임감

 

도의적 배려?

 

[한숨 쉰다]

 

불길하다 진짜

 

[기계 작동 소리]

 

[잔잔한 음악]

 

[두드리는 소리]

 

[탁탁 두드리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드릴 소리]

 

[사포질하는 소리]

 

[낮은 한숨 쉰다]

 

[망설이며 한숨 쉰다]

 

(수아아직도 주무시네

 

[한숨 쉬며안 되겠다

 

깨워봐야겠어

 

(지태아버지

 

(지태아버지

 

(수아아버님

 

(수아어디 편찮으세요?

 

[지태가 한숨 쉬며아버지

 

(지태좀 일어나 보세요 저하고 병원 가요

 

[기운 없이괜찮아

 

좀 일어나세요 지금 며칠째 정상이 아니잖아요

 

괜찮다고

 

(지태수아야 아버지 좀 일으켜 봐

 

[태수를 일으키며] (지태아버지아휴

 

(지태일어나세요병원 가게

 

냅둬

 

아휴일어나세요

 

[큰소리로 역정 내며무슨 상관이야네가!

 

[충격의 효과음]

 

[소리치며무슨 상관이냐고네가?

 

[한숨 쉬며아휴왜 안 와?

 

[놀라며어휴지안아

 

[지안과 도경 번갈아 한숨 쉰다]

 

(지안남의 이름 막 부르시는 분

 

(지안여기서 뭐해요?

 

날 기다릴 리는 없고

 

너 기다린 거야

 

그럴 리가?

 

얼굴만 알지 다시 볼 이유 없는 사인데

 

[봉투를 꺼내는 소리]

 

(도경이거 전해주려고

 

(도경핸드 앤 프린팅 공모에서

 

네가 그린 오리 그림이 1등으로 당선됐거든

 

그 상금 전해주려고

 

그래요?

 

그래아니면 뭐 하러 왔겠어?

 

난 그 그림 공모에 안 냈는데

 

내가 올렸어 귀엽게 잘 그렸길래

 

쓸데없는 짓 잘하신다니까

 

[타이르듯화 좀 그만 내라

 

말귀도 못 알아들으시고

 

화난 거 아니면 왜 빈정대?

 

어이없어서 빈정대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하세요최도경 씨?

 

(지안해성 어패럴은 직원이 최도경 부사장 한 명인가?

 

부사장이 공모에 내지도 않은 퇴직 직원한테

 

공모 당선금을 주러 오시네

 

수령증이 필요해서 왔을 뿐이야

 

(도경마케팅 다른 직원 보냈으면 좋았겠니?

 

너 이런 꼴 보이기 싫어서 내가 온 거야

 

줘요 그럼상금

 

1등이구나

 

그렇더라

 

난 관여 안 했다

 

근데 왜 5백만 원이에요

 

회사에서 주는 거면 세금 4.4% 떼고

 

478만 원이어야 하는데

 

[도경이 당황하며...

 

왜 자꾸 핑계 만들어서 나 보러 오지?

 

아직도 나 좋아하나그거 곤란한데

 

앞서 가지 마

 

앞서 가긴요

 

내가 머무는 집까지 알아놓고 숨어서 기다리잖아

 

(지안의심 받기 싫으면 의심 받을 행동하지 마요

 

안 보고 싶댔잖아 왜 자꾸 오는데?

 

네가 걱정돼서 그냥 못 있겠어 신경 쓰여 죽겠다고

 

아휴또 그런다

 

왜 그렇게 감정 조절을 못 하고 자꾸 흘리죠?

 

실수는 한 번이면 되는 거 아닌가?

 

[타이르듯지안아

 

감정에 대한 책임은 두려우면서 마음은 쓰이나 보네 그때처럼

 

내가 뭐 하잘까 봐 겁나서는

 

그때 겁먹었지내가 좋아한다고 할까 봐

 

(지안내가 미쳤어요?

 

당신 집안 어떤 곳인지 아는데

 

설마 재벌 3세가 잠시 흔들린 감정 끄트머리 잡고 매달리게?

 

(지안혼자 착각하고 안 해도 될 말 해가면서

 

미리 삼십육계 줄행랑친 비겁한 사람이 당신이야

 

인정한다

 

내가 비겁했어

 

그랬던 사람이 날 신경 써?

 

어디서 신경 쓰는 척이야?

 

그날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미안하면 오지 말라고

 

나 신경 쓰지 말라고요

 

네가 지금 정상이 아니잖아

 

뭐라고요?

 

취직도 안 하고 집에도 안 가고

 

바닷가에서 허드렛일 하고 있고

 

(도경또 여기서 나무나 자르고 있고

 

(도경자포자기로 보여

 

그래서 신경이 쓰여

 

내가 신경 쓰이는 거 보기 싫으면 집으로 가

 

(도경너희 아버지가

 

널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당장 네 아버지 모시고 너 있는 데 데리고 오고 싶었어

 

너 죽었을까 봐 걱정하시는 분한테

 

무사하다고만 전했어

 

[나지막히그게

 

너였어?

 

[긴장감 고조]

 

[흥분하며우리 아버지한테 나 이 동네 있다고

 

말한 게 너였어?

 

[언성 높이며네가 뭔데?

 

네가 뭔데뭔데네가

 

[소리치며네가 뭔데 나서네가 뭔데 아는 척이야?

 

[광분하며네가 뭔데 아버지한테 내가 이 동네 있다고 말해?

 

네가 뭔데!

 

[놀라며지안아?

 

너하고 쌓인 인연 때문에

 

찾아온 너 만나주고 변명 들어줬는지 알아아니!

 

통과 의례한 거야 네가 어떤 인간인 줄 아니까

 

[계속 흥분하며노블리스 오블리제 운운하면서

 

다른 사람 감정 따윈 무시하고 찾아올 거니까

 

하고 싶은 변명 다할 때까지 올 거니까

 

[소리치며그게 최도경다운 짓이라고 생각할 걸 아니까!

 

내가 안 간 건데

 

내가 안 만나고 싶은데 왜 네가 만나게 해네가

 

[울부짖으며네가 뭔데 내 인생에 끼어들어다 끝났는데!

 

[놀라며지안아

 

최도경 너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내 앞에

 

그 얼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으니까

 

[구슬픈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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