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27
지안아
[흥분하며] 차도경 너
다신 나타나지 마 내 앞에
그 얼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으니까
[도경이 놀래서 파르르 떤다]
[지안이 심호흡 한다]
[지안이 숨을 정리한다]
[침착한 말투로] 신경 쓰는 게 싫으면
집으로 돌아가라고요?
당신이나 당신 집에 들어가세요
난
최도경 씨가 나한테 신경 쓰는 거 아주 싫으니까
나는 널 걱정하고 안타까워서
어떡하든 제 자리를 찾게 하고 싶었는데
자기 마음 편하게 하고 싶어서죠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살 거니까
당신은 당신한테 맞는 삶을 사시라고요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제발요
[지안이 숨을 몰아 쉬며]
끔찍했던 내 선택
바보 같았던 내 모습
최도경 씨 보면 계속 떠오르니까
(지안) 이건
대출금 미리 갚아버려서 빚진 돈 일부
갚는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가져가세요
수령증 주세요
수령증 주세요
이 돈은 받아야겠으니까
수령증 먼저 받아가시고
회사에서 제 몫으로 나온 상금
다시 받아 가세요
그래
알았다
나도 신경 끄면 그만이야
내 본심은 그게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알았어
나도 할 만큼 했으니까
됐다
네
과했던 거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 배려해 주셨던 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 제 부모님이 피해 끼쳐서
정말, 정말 죄송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
알았다
(혁) 어
(혁) 이제 와?
뭐 한다고 늦었어?
소장님이 부탁하신 거 하나 만드느라고
넌 어디 가?
누나 가게 문 닫아주려고 저녁은?
라면 끓여 먹으면 돼 다녀와
[잔잔한 음악]
(지안) 너하고 쌓인 인연 때문에
(지안) 너 만나주고 얘기 들어줬는 줄 알아?
(지아) 아니, 통과 의례한 거야
(지안) 하고 싶은 변명 다 할 때까지 올 거니까
(지안) 그게 최도경다운 짓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까
[깊은 한숨]
(지안) 최도경 너 다신 나타나지 마, 내 앞에
(지안) 그 얼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으니까
(도경) 난 널 걱정하고 안타까워서
(도경) 어떻게 해서든 제자리를 찾게 해주고 싶었는데
(지안)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살 거니까
(지안) 당신은 당신한테 맞는 삶을 사시라고요
혁아
이 사람 좀 치워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슨 상관인데요?
동생이 아니라는 거 알았을 때
우리는 서로 입장 때문에 딜을 했고
그래서 노력했고
그랬는데 뜻대로 안 됐어요 그랬으면
거기가 끝인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은
[깊은 한숨]
그래
네 말이 맞다
서지안
[떨리는 목소리로] 다 맞아
끝내자
나도 더 이상 너...
상관없다
[슬픈 듯 한숨 쉬며]
(지안) 왜 안 나가고?
(지안) 이건 뭐야?
(혁) 오늘은 이걸로 밥 좀 먹어라
누나가 너 온다고 일부러 더 시켜놓은 거야
그래?
그럼 먹어야겠다
(혁) 점심도 제대로 안 먹었다더니
배고팠구나
음
얼른 가 봐 누나 기다리시겠다
(미정) 대체 왜 그래요?
(미정) 삼일 내내 잠만 자니까 걱정돼서 병원 가자는 아들한테
왜 이렇게 성을 내요?
지태 아버지
내 생각에도
지안이
무사해
지안이 만났어요?
어디서 만났어요?
어떻게 지냈대요?
그냥 그런 줄 알아
또 자려고요?
[깊은 한숨]
[태수가 큰소리로] 무슨 상관이야,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네가?
[깊은 한숨]
(지태) 저 우리 당장 내일 방 계약하자
(태수) 너 어디로 갈래?
- 네가 좋은 곳으로 - (수아) 싫어
싫다니?
자기 때문에 분가 못 하겠어
나 때문에 분가를 못 하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도 얘기했잖아
내가 갑갑한 건
정신적으로 부모한테 독립 못 한 자기를 보는 거라고
그러니까 분가를 하자는 거잖아
(수아) 몸만 떨어져 있으면 독립이야?
[수아가 한숨 쉰다]
아까 보니까
장남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있더라
(수아) 분가하면 뭐해?
마음은 이 집에 절반은 걸쳐 놓을 텐데
아까 아버지 하시는 거 못 봤니?
화가 안 나?
[얕은 한숨]
그래
자기 부모님 엄청 큰 잘못했어
[단호하게] 근데 자기가 한 게 아니야
근데 왜 그렇게 그 실망감에서 못 벗어나냐고?
모든 부모가 좋은 사람일 수 없는 거잖아
우리가 부모 선택해서 태어났어?
그럼 부모가 감옥 간 자식들은
발도 못 뻗고 자야겠네?
너 네 부모님들이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얕은 한숨 쉬며] 나...
우리 부모님 캐나다 오빠한테 가시고 혼자 산 지 10년이야
가끔 그립지만 아쉽지 않아
자기랑 헤어졌을 때만큼 죽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거하고 이거하고 경우가 같아?
내 말 못 알아 들어?
자기는 지금 도망치는 거라고
(수아) 2층으로 분가했다 생각해
자기 마음 불편함 때문에 2년에 2천만 원 허공에 날리자고?
싫어
넌 매일 우리 부모님하고 부딪히면서
-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 (수아) 어!
[언성 높이며] 어! 몇 번을 말해?
월세 100만 원에 아파트 관리비까지 하면
2년에 거의 3천만 원이야
어차피 정신적으로 독립 못 하는 남편이면
난 실리라도 챙겨야겠어
[한숨 쉰다]
[타이머 누른다]
(명희) 서지수로도 살기 싫다고 왔잖아 너
(명희) 너 왜 그렇게 어리석니? 정신 차려!
(명희) 네 엄마, 아빤 우리야
(명희) 넌 우리 집안 혈육이야 우리 핏줄이야
그렇게 남처럼 굴 거면
[큰소리로] 적응할 노력조차 안 할 거면 나가!
[한숨 쉰다]
[문 열리는 소리]
(남구) 서지수 씨
여기 제빵 학원 아니거든
그만 가
나도 혼자만의 시간 좀 갖자
네
이것만 끝나면 갈게요
[문이 닫힌다]
(노 회장) 은석아
(노 회장) 아이고, 내 새끼
[익살스런 음악]
할아버지시다
[당황한다] 아...
네가 은석인 게야?
아...
안녕하세요
명희 어릴 적하고 똑같구나
할아비 무릎에 한 번 앉으면 하루 종일 일어날 생각을 안 했어
(노 회장) 초콜릿 입에 물려주면
할아버지 쳐다보면서 헤벌쭉 웃어 주고
(노 회장) 무등 태어주면 까르르 웃고
할아버지가 은석 언니를 무등도 태워주셨어요?
네가 아주 어려서 순했어
(노 회장) 낯도 안 가리고
(노 회장) 그러니
다이아 탐나서 널 덥석 안고 가도
울지도 않았겠지?
배고플 때 외에는 우는 법이 없었죠
이거 뭐니?
이거 제가 아침으로 먹으려고 만든 거예요
(노 회장) 오, 그래? 우리 손주가 만들었어?
어디 한번 먹어볼까?
음, 으짜
[감탄하며] 야
이거
[봉지를 바스락 거리며 연다]
(노 회장) 맛있겠다, 응
[감탄하며] 음
맛있다
(노 회장) 음
맛있으세요?
[아주 감탄하며] 음
아주 살살 녹아
손재주 좋은 게
날 닮았구나
우리 핏줄 맞네
(노 회장) 맞아, 어, 핏줄 맞아
[웃으며] 음, 야, 맛있어
[노 회장 계속 웃는다]
(노 회장) 노 씨 핏줄 맞네
(노 회장) 이제야 식성까지 제대로 물려 받은 내 핏줄을 만났어
(노 회장) 손재주 좋은 게 날 닮았네
(노 회장) 어?
(노 회장) 이야, 내 핏줄 맞아, 맞네, 어
(재성) 대책을 어떻게 준비하셨습니까?
우선 창립 기념일 행사 축소해
[긴장된 음악]
축소요?
창립 기념일에 은석이 찾았다는 발표를 할 수 없게 되었잖아요
외부인 초빙 명단에 장수석 내외
뉴월드 그룹 부부가 들어있으니까
(노 회장) 경제도 어려운 시국에
거창하게 창립 기념일 행사
그 대신
직원들끼리
오붓한 축하로 바꾸라고 해
주말 날짜도 창립 기념일로 바꾸고
언론 홍보도 취소시켜
직원들도
평일에 행사하고 주말엔 쉬라고 하면 더 좋아할 거고요
그리고요?
은석이 바로 유학 보내
은석이를 찾았다는 발표 없이 보내야겠군요
도경이랑 장소라 결혼하고
서현이 결혼시킬 때까지는 공식 발표 안 한다고 해야겠지
(노 회장) 두 녀석 다 결혼시킨 다음
은석이 유학에서 돌아와
바뀐 헤프닝 전하면
그때 가서 뭐 어쩔건데?
왜 공식 발표를 안 하냐고 의아해 할 텐데요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할 의무가 있어?
언론에 사돈네까지 거론될 것 같아서
일부러 뒤로 미룬 거야
그렇군요
어차피 지금 은석이 학력으론
유학은 필수로 보내야 해요
하루라도 빨리
유학지를 결정해야 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그룹에 은석이 문제로 흙탕물 튀는 거
절대로 안 된다
노 대표
그 애가 요즘
반항이 심하다면서?
네
우선 어르고 달래는 게 먼저야
유학 안 간다고 버티다가 그 말 새어나간다면
해성 그룹 개망신이야
(노 회장) 하나 더 먹어보자
[감탄하며] 야
아주 맛있어
응? [노 회장 껄껄 웃는다]
- 진짜요? - (노 회장) 응
어릴 적부터 빵을 물고 살더니
[피곤한 듯] 아휴...
하...
[하품한다] 아이고
아버지, 피곤하시죠?
너 본다고 계속 앉아서 기다리셨어
빨리 오라고 한다니까
너 하고싶은 거 하고 오게 두라고 하시더구나
아, 네
[노 회장이 웃으며] 그래
너도 피곤할 텐데 얼른 올라가서 쉬어
나도 좀 가서 쉬어야겠다, 음?
차 대기시켜놓았습니다
어디 가시는데요?
할아버지는 호흡기가 약하셔서 양평 별장에서 지내세요
(노 회장) 음
양평 한 번 놀러 와, 음? 거기서 봐
(지수) 아, 네
(지수) 안녕히 가세요
여기도 따뜻한 사람이 한 명은 있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네
[문 두드리는 소리]
네, 누구세요?
(명희) 들어가도 되겠니?
들어오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미안하다, 지수야
환경이 다르면 생각도 가치관도 다른 법인데
내가 속상한 마음에
널 이해 못했어
나가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건 알지?
네
(명희) 자
(지수) 저 괜찮은데요 카드 쓸 일 없어요
받아둬
쓰고 말고는 네 마음이지만
쓸 권리 있고 어쩌면 쓸 의무도 있단다
알겠습니다
[새가 지저귄다]
(도경) 어제 제가 늦게 와서 할아버지를 못 뵈었네요
(재성) 요새 자주 늦는구나
죄송합니다
지수야, 할아버지는 잘 뵌 거지?
엄청 반가워해주셨어요
그래?
네
참, 도경아
어제 장수석 부인하고 통화했는데
장소라 귀국했단다
오늘 전화할 거라고 했어
네, 알겠습니다
장소라가 누구예요?
네 새언니 될 사람
오빠 연애하고 있었어요?
근데 왜 여자 친구 소식을 어머니한테 들어요?
[겸연쩍은 듯] 아
나중에 얘기하자
[경쾌한 음악]
라이프 스타일 숍 오픈이 내일?
빠르게 진행 잘했네요
내일 봅시다 그럼
(직원) 알겠습니다
십전대보탕입니다
시키지도 않은 차를 왜?
(유 비서) 출근하시자마자
차도 안 드시고 일을 하셔서 무리되실까 봐요
시아비냐?
걱정은...
(도경) 아, 여기 수령증 받았고 상금 전달했으니까
총무부에 가서 수령증 주고 478만 원 받아와
내 돈으로 먼저 줬으니까
잘 전달되신 모양입니다
그런 거 아니라고 했지?
걱정, 책임감, 도의적 배려라고
[당당하게] 후련해, 아주 후련하다
네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유 비서) 불길하다, 불길해
[전화 연결음]
장소라 씨
최도경입니다
[샌딩하는 소리]
오늘은 샌딩해?
잠깐만 말시키지 마
어제 뭐 만들었다며?
(혁) 음...
제법이네
그대로 상품으로 내도 되겠는데요
아직 소장님은 보지도 못하셨어
봤네
손이 야무져서
조수 시켜도 되겠어
야무진 손은 여전한가 보네
근데
너 이 완제품도 꽤 하나 봐
몇 종류나 돼?
[웃는다]
(미정) 지태 아버지
나 어제
부회장님 만났어요
그그저께 당신 불러서 말씀하셨다는데
왜 말을 안 해줘요?
우리 용서해 주신다고 했다면서
그래
그냥 다 털자고 그러셨어
(미정) 나는 가게 새주인 올 때까지만
직원으로 일하기로 했어요
매니저처럼, 너무 홀가분해요
[짧은 한숨]
어디 나가게요?
씻으러
(미정) 당신 괜찮은 거예요?
(미정) 긴장 풀려서 그런 거예요?
(지수) 방장님!
오늘은 카페에 방장님이 빵 갖다 드리세요
그거 갖다 주면서
거래처 새로 뚫으라고 해
[한숨을 푹 내쉬며] 납품 안 한다고 말하고
왜요?
[놀라면서] 허!
방장님, 카페 사장님 포기하신 거예요?
마지막 정리 잘하고 와
(지수) 아니...
[한숨 쉬며] 허...
(지수) 안녕하세요?
(희) 왔어요?
네
저...
방장님이 오늘까지만 빵 납품하신데요
(지수) 다른 거래처 뚫으시라고
아, 그래요?
네, 혹시 저희 방장님이...
[괜한 말을 했다는 듯] 아, 죄송해요
[옅은 미소] 아, 고마워요
그동안 배달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아, 고생은요
제 즐거움이었는데요
잠깐만요
이거 오늘까지 빵값이에요
(지수) 감사합니다
저 여기 커피 마시러 자주 올게요
[작은 웃음 소리]
그래요, 또 봐요
[한숨 쉰다]
우리 방장님 진짜 좋은 사람인 거 아시면서
왜 안 받아주시지?
(지수) 마치 예상하신 것처럼 알았다고 하셨어요
[남구가 한숨쉬며] 알았어
(지수) 저, 방장님
근데 왜 카페 사장님 포기하시는 거예요?
엄청 좋아하셨잖아요
싫다잖아
[한숨 쉬며] 싫다고 바로 포기가 되나?
[쓸쓸하게] 잘됐네
[한숨 쉬며] 잘된 거야
네
내일 가서 보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자...
[숨 내뱉으며] 아, 장미목
[숨을 씁 들이마신다]
(지안) 근데 너 이 완제품도 꽤 하나 봐
(지안) 몇 종류나 돼?
[기계 작동 소리]
(혁) 지안아, 이리와 봐
디자인 좀 골라주라
응, 동화 디자인이네
선물할 사람이 있어서 여자용, 남자용 두 개 만들 건데
뭐가 낫니?
보고 있어
[경쾌한 음악]
와, 별게 다 있네
(혁) 장미목으로 만들 거야
와!
장미목 오랜만에 본다
여자 거 골랐어?
무난하고 다 비슷해서 아무거나 괜찮겠던데
그치
[한숨 쉬며] 여자 디자인이 잘 안 되더라고
어떤 사람인데?
가구도 쓰는 사람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향, 성격을 알고 만들어야 한다고 그러셨잖아
우리 목공반 쌤이
어...
착하고 순수해 보이고
아니
좀 단순한 건가?
엉뚱하기도 하고
하,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는
엉뚱하고 순수하고
그럼 물고기 같은 거 어때?
그거 괜찮네
그럼 네가 그려볼래?
내가?
아이디어 낸 사람이 그려야지
쉴 때 그려 봐
스케치북
저기 있다
(미정) 어휴, 어서 오세요
[종업원이 인사한다] (미정)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종업원) 사장님
좋은 일 있으세요?
요새 계속 힘들어 보이셨는데 확 달라지셨어요
응, 한 짐 덜어서 그래
[행인들의 먼 대화]
(행인) 아, 넘어진다, 넘어진다 [행인의 웃음]
꽉 잡아야지, 그렇지, 그럼
(행인) 가자
(태수) 그래도
기회는
한 번은 줘야지
기회는 줘야지
저는 인제 혼자 있고 싶어요 가족 없이
[구슬픈 음악]
[전화 수신음]
예, 서지호입니다
어, 신데렐라야
신데렐...
[기계적인 목소리로] 근무 중입니다
오늘 알바 어디로 가니?
너 알바 뛰는 클럽으로 가려고
[익살스러운 음악]
야, 일탈은 어쩌다 하는 게 일탈이야
그리고 일탈을 해도 너 혼자 해
왜 내가 알바하는 데로 와서 네가 일탈을 하냐?
류가...
아니, 보디가드가 없어졌으니까 그렇지
아휴, 미친
나 오늘 알바 없거든
그래?
그럼 내 보디가드 알바하면 되겠다 내가 알바비 줄게
뭐래? 너랑 더 엮이기 싫거든
끊는다
너네 서지수 때문이란 말이야
[놀라며] 작은누나?
작은누나가 왜?
아이, 무슨 일인데?
알바 뛰어주면 말해 줄게
(혁) 다 그렸어?
내 맘대로 디자인해도 된데서
일단 하기는 했는데
(혁) 음...
특이하고 예쁜데
진짜?
이걸로 해도 돼?
[장미목을 손으로 탁 친다]
[얕은 한숨]
[나무 자르는 소리]
[안타까워하며] 아오
다 됐는데, 다 됐는데 [동동 구르며]
[둘이 같이 한숨 쉰다]
(혁) 초보가 좀 난이한 지점에 그리더라니
(지안) 야, 고등학교 때 이 정도는 곡선도 아니었거든
친구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단다
아휴, 이거 망쳐서 어떡해
(혁) 다시 해
다시 해도 돼?
다시 해도 되는 게 아니라 당연히 다시 해야지, 인마
선물인데 슬쩍 다듬어서 주냐?
버리기 아까워서 그러지
이걸 왜 버려?
다듬어서 팔면 돼
도마도 아이템에 넣을 거야?
(혁) 어, 인테리어 부재자 확장 준비 중이거든
자...
다시 해 봐, 응?
(혁) 자...
[손을 탁탁 털며 심호흡한다]
[지호가 숨찬 듯] 야
아까 그게 무슨 얘기야?
네가 스트레스 받는 게 우리 작은누나 때문이라니
서지수가 누구 구박할 성격 아니거든
네가 우리 작은누나 갈궜지?
[어이없다는 듯] 어머, 어머 기막혀
빨리 말해라
아니, 온 식구가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오빠까지 맨날 서지수, 서지수
(서현) 난 완전 투명 인간이고
그것뿐인 줄 알아?
우리 집안 룰을 다 파괴해도 봐주셔서
나로 하여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어
(서현) 엄청 혼란스럽고 기막혀
그러니 내가 스트레스가 안 받겠어
뭐야, 그런 거였냐? [코를 훌쩍이며] 난 또 뭐라고
그런 거?
그런 건 우리 집안에 있을 수도 없었고 있지도 않았어
그래선 안 된다고 평생 교육 받고 살았단 말이야 나는
아이, 그, 네 사정은 모르겠고
우리 작은누나한테 별 일 없다니까 됐는데
[지호가 한숨 쉬며] 야, 넌 진짜 돈이 썩어나는구나
이런 게 더 튄다니까
정체를 안 들키려고 변장을 하는 거지
[한숨 쉬며] 아휴
너 스트레스 풀려고 신데렐라 하는 거라고 했지?
혼자 스트레스 풀려면 춤밖에 없으니까
음...
오케이, 접수 완료
너 스트레스 풀게 해줄게
일당 십만 원! 경비는 네가 부담
콜!
오케이, 계약 성립
따라 와
[신나는 음악]
(지호) 안녕하세요?
- (종업원) 몇 분이 오셨어요? - (지호) 두 명요
사이즈 285 하나랑
(지호) 너 230이었지?
(서현) 여기 볼링화도 팔아?
빌리는 거지
남이 신던 신발을 신으라고?
이럴 거면 아까 백화점에서 얘기를 하지
그때 백화점 영업 끝났거든요
아휴, 어떡해
(지호) 나 갑자기 피곤한데 집에 가도 되냐?
어, 230
230 하나랑
- 아, 양말도 하나 주세요 - (종업원) 네
대화료?
(서현) 여기 대화하는 것도 돈을 받아?
(서현) 되게 신기하다
[지호가 한숨 쉰다]
(지호) 빌릴 대, 신발 화
대화!
진짜 어이없을 '무'다
렌트료라고 했으면 바로 알았어
촌스럽게 대화료가 뭐야
(지호) 자
가지고 와
와, 돈 준다고 사람 부리네, 제가
(지호) 자, 보이지? 진자 운동의 원리
그걸 이용해서 던지는 거야
근데 너 진자 운동이 뭔진 아니?
그만 놀려
(지호) 자, 이게 조금만 틀어져도 공이 휘는 거야
(지호) 평평함은 기억하고
그대로 갖다가 그대로 가서 굴린다고 생각하고 딱 던지면 돼
오케이?
(지호) 뒤에서 봐봐
[공 던지는 소리]
[핀 맞는 소리와 함께] (지호가 큰소리로) 나이스 샷!
우와!
[공이 바닥에 닿은 후 굴러가는 소리]
다시
[공이 바닥에 닿는 소리]
어...
[공이 바닥에 닿는 소리]
어...
[실망하며] 앗
(지호) 될 때까지
자
(지호) 손 끼고
앞에 딱 보고
가운데 핀을 바라보고 집중을 하라고, 집중을
그냥 그대로 갖다가 그대로 굴리면 돼
던진다고 생각하지 마, 어? 팔은 귀 옆을 스치고
(지호) 자, 집중, 집중
(지호) 할 수 있어, 최서현, 파이팅 지금 던져
[공이 바닥에 닿은 후 굴러가는 소리]
[서현이 신나서] 어, 어, 와 [핀을 맞추는 소리]
[신나서 소리친다]
나이스 샷! 나이스, 나이스!
(지호) 좋아, 좋아 [서현 소리지른다]
(지호) 좋아, 좋아, 좋아,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그거야, 그거
(지호) 그걸 기억하라고, 근육과 모든 세포들이 그걸 기억하고 있어
(혁) 어?
(혁) 이게 뭐야?
너한테 온 건데
들어가자
[놀라며] 어, 왜 같이 들어가?
(혁) 지안이 제 누나 집에 있습니다
아무리 누나 집이라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한숨 쉬며] 무슨 상관이야?
가족상만 무사히 받는 거 봤으면 됐어
[한숨 쉬며 벨트를 맨다]
[차가 급정거하는 소리]
잘 있어라
서지안
(지호) 어휴, 배고파
(지호) 아줌마, 두 개요
(지호) 자
(서현) 어쩜, 저렇게 재밌니?
(서현) 골프보다 백만 배는 더 재밌다
내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 두 번 친 거 봤지?
볼링 처음 쳐서 108점 쳤으면 엄청 잘한 거지?
음, 두 게임만에
[서현이 웃으며] 우리 내일도 또 치자
친구 없냐?
(지호) 아니, 같이 클럽 가고 볼링 칠 친구 서너 명은 있어야지
너 대학생이라며?
나 일반인 친구 없어
그리고 그렇게 놀고 다녀도 안 되고
왜 안 돼?
정혼자가 있거든
정혼자?
결혼할 사람 정해져 있다고
그래서 행동거지 조심해야 해 괜히 구설수 오르면 큰일 나
[어이없다는 듯] 허
[사극 말투로] 이것이 조선 시대요? 내가 타임 슬립을 한 것이요?
(서현) 우리 쪽은 거의 그래
집안에, 학벌에, 능력에, 외모에 성격까지 다 알아보고 정하는데
그게 어때서
우리 오빠도 정혼자 있어
정식으로 만나는 건 내일이 처음이지만
그럼 우리 작은누나 결혼 상대도
너네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거야
음...
결국엔 그렇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불가능
왜?
교양에, 학벌에 뭐 내세울 게 없잖아
(서현) 아우 매워
[놀라며] 이게 뭐야?
나 이거 왜 먹었어? 길거리 음식을 더럽게
아이 씨, 맛있게 처먹고는, 씨, 쯧
(서현) 아, 줘 봐
- 자 - [서현의 거절하는 콧소리] 으응
- (지호) 잘 먹네 - 굿!
(지태) 늦으셨네요
(태수) 엉
(지태) 저, 아버지
저희 분가 안 하기로 했어요
이민은 그냥 한 번 알아본 거예요
마음대로 해 이민을 가든, 분가를 하든
이민도 안 가고, 분가도 안 한다고 말씀 드리잖아요
마음대로 해
(지태) 아버지가 주신 천만 원이에요
계획대로
저희가 모아서 2년 후에 분가할게요
알았어
[미정이 놀라며] 아니
(미정)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민이라니, 분가라니?
아버지한테 물어보세요
[답답하다는 듯] 아, 요즘 왜 저러세요?
[계단 올라가는 소리]
[화나서 씩씩거린다]
[한숨 쉰다]
(지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돈도 돌려드렸고
(수아) 잘했어
(지태) 가족은 가족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너무 섞어 생각했어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여행 가자
한 달에 한 번 둘만 여행가기로 한 거 실천
오케이, 어디로 갈까?
[문 두드리는 소리]
(미정) 지태야
(지태) 예
무슨 일이세요?
수아랑 쉬는 데 미안한데
할 얘기가 있어서
네, 들어오세요
무슨 얘긴데요?
(미정) 지태야
아까 그거 분가니 이민이니 그거
나 때문이지?
다 정리 끝난 일이에요
그 얘기하려고 온 게 아니라
저쪽 집
해성 부회장님이 우리 용서하신대
가게도 새 점주 올 때까지만 지배인으로 일하기로 했어
용서를 해준다고요?
지수 덕인 거 같아
자식, 그래도 마음에 걸렸나 보네
잘됐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지안이도 무사히 잘 있단다
아버지가 지안이를 만나셨데요?
(미정) 전후 좌우 사정을 말씀을 안 하셔
너희들도 봤지만 지안이 무사한 걸 알고는 긴장이 풀려서
밀린 잠을 잤나 봐
그런 거면 그렇다고 말씀을 하실 일이지 [혀를 찬다]
어머니, 그러면 내려가셔서 쉬세요
응, 그, 그래
[구슬픈 음악]
지호 수능
지났구나
[깊은 한숨]
(명희) 특별 코스로
주문 넣어 놓았고?
(도경) 네, 장소라가 좋아하는 와인도 준비시켰습니다
잘해
오늘 소라 만나는 게 너희들 결혼 첫 준비니까
걱정 마세요
(지안) 안녕히 주무셨어요?
[희가 밝게 웃으며] 일어났어요?
사무실에선 봤는데 여기선 처음이네요
네, 신세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으며] 신세는 무슨
(용국) 아, 저 친구는
그거 제 우유인데요
어, 내 거 아니네 진짜
[멋쩍은 듯] 하, 같은 브랜드라 착각했네
어떡하죠?
이것도 입 대고 먹던 거라 드릴 수도 없고
[웃으며] 있다가 사다 놓으세요
(미리) 양미리입니다
(지안) 서지안이에요
지안씨, 나랑 밥 먹어요
아니에요, 나가서 우유 사 마시면 돼요
(혁) 어? 양 목수 웬일이야?
오늘은 일 없나 보네?
(미리) 인기쟁이가 일이 없을까?
[우르르 2층에서 내려온다] 배 고프고 졸리고 미치겠다
(용국) 뭐야?
(용국) 밤새 회의 한다더니? 왜들 일찍 내려와?
(하우스 메이트1) 뭐 먹고 자야겠어서
(용국) 맨날 먹는데
- (용국) 밤새 회의하면 안 피곤해? - (혁) 나가자
[2층 사람들 피곤하다고 대답한다] (용국) 아, 피곤하면 자
아휴, 원래는 아침에 이러지 않는데
2층 형이 사람들 데리고 와서
나 괜찮아
당황했을까 봐
나가서 아침 사먹자
아니, 그보다
나 한 시간만 늦게 출근할게
팔 아파서 그렇지?
어제 장미목 단단한 거 잘라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라
나 핸드폰 좀 사려고
핸드폰?
(핸드폰 매장 직원)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버건디 색이 예쁘네요
이걸로 주세요
번호 이동하실 건가요?
아니요, 신규 가입이요
[잔잔한 음악]
[장기 두는 소리]
[메시지 수신음]
[메시지 확인음]
(지안) 지안이에요
(지안) 저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전화 수신음]
[짜증 내며] 하, 무음으로 안 해놨어
[메시지 수신음]
아이 씨, 정말 잠 좀 자자, 잠 좀
누구야?
여보세요?
지호야, 큰누나야
[울먹이며] 큰누나, 큰누나
수능 잘 봤어?
아이, 지금 수능이 문제야?
누나 어디야?
너 수능 잘 봤나 궁금해서 전화한 거야
아, 누나, 나 좀 만나줘 내가 지금 갈게
서울이든, 부산이든 제주도든 어디야?
나중에, 나중에 보자
누나 잠깐만 끊지 말아 봐 누나, 제발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나 만나주라
나 누나한테 고백할 거 있단 말이야
[애원하듯] 제발, 제발 큰누나
[감미로운 음악]
생각보다 괜찮네요
(여직원) 네, 옷 구매하면서 여성 고객들이 많이 쓰는
뭐 마스크 팩, 핸드 크림 향초 같은 생활용품도
같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 (지안이) 양 대리님 - (양 대리) 응?
- 저 이거 나중에 계산할게요 - (양 대리) 어, 그래
부사장님!
[한숨 쉰다]
(유 비서) 식사하셔야죠?
(유 비서) 날씨도 추운데 복지리 어떠십니까?
- 이 근처에 엄청난 맛집이... - (도경) 혼자 먹어
어디 좀 잠깐 갔다 올게
아, 또 어디 가시는 거야?
[이마를 탁 치며] 아, 진짜
불길하다 정말 [혀를 찬다]
[기계 작동 소리]
저, 점심 좀 먹고 올게요
점심 약속이라서 좀 더 걸릴지도 몰라요
제대로 먹고나 와
(선태) 다녀오세요
(지호) 큰누나!
[숨이 차서 헉헉거린다]
[울먹이며] 지호야
[지호가 헉헉거린다]
[울먹이며] 뭐야, 이럴 줄 알았어
[울컥하며] 큰누나 얼굴이 왜 이 모양이야?
속상하게
배고파서 그래
들어가자
그럼, 그동안 백화점에 다녔던 거야?
미안해, 큰누나
내가 진작 말했으면 누나가 덜 초조할 수도 있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지호) 내 등록금도 있고 형 짐 덜어주려고
대기업 취직 욕심 더 냈던 거
(지호) 알아
아니야
내 욕심이 더 컸어
미안해
[한숨 쉬며] 큰누나가 대학 꼭 가라고
군대 가기 전에 재수 비용도 대줬었는데
내가 포기했어
아니야, 지호야
네 생각이 맞을 수도 있어
진짜?
지금 네 얼굴이 좋으니까
별 목적 없이 대학 가는 것보다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게 덜 불행할 수 있거든
[다행인 듯 웃으며]
빙고
그거야, 그거 내 생각이 그거라니깐
큰누나
당분간 집 생각하지 말고 큰누나 편한 대로 쉬어
용돈 걱정하지 말고
이제 커밍아웃했으니까 내가 큰누나 용돈 줄게
그건 사절이야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너
왜 계속 큰누나라고 해? 그냥 누나라고 해 이제
왜?
지수
그 집으로 갔을 거니깐
어떻게 알았어?
작은누나하고 통화했어?
아니
근데 어떻게 알았어?
갔을 거 같았어
지수는 화나면 엉뚱한 데로 튀잖아
[한숨 쉰다]
그치, 그래서 걱정이야
그집 신데렐라가 그러는데
걔네 집안은 인생을 다 정해준대
(지호) 걔도 벌써 정혼자가 있고
걔네 오빠도 정혼자가 있는데
이게 웃긴 게 아직 만난 적이 없대
아, 걔네 오빤 오늘 만난대
(도경) 나는
장소라하고 결혼할 사람이야
아니, 할 거야
뉴욕 가서 일년 후쯤
뉴욕대 다니는 뉴월드 그룹 차남 만나게 될 거거든요
그래서 그다음 해에 약혼하고 석사 따고 들어와서 결혼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잃어버린 25년
빨리 되찾아야 하지 않겠니?
너, 앞으론 단독 외출 금지야
편한 대로 살면 안 돼 격식에 익숙해져야지
노력 없이 되는 건 없다
너 하나로 인해서 나와 아버지 오빠와 서현이까지
가십거리 만들고 싶어?
[한숨 쉰다]
그런 집에서 작은누나가 견디겠냐고?
자기 하고 싶은 거 못 하면 병나는데
그러게
[한숨 쉰다]
지수 힘들겠다
[지호가 한숨 쉰다]
우리 누나 너무 말랐다
(지호) 밤 좀 잘 챙겨 먹어, 알았지?
[지호가 한숨을 푹 쉰다]
[차 문이 열린다]
(도경) 또 와서 미안하다
이번엔 또 무슨 용건이실까요?
다시는 귀찮게 안 한다는 게 용건이야
지난번에 못한 말이 있어서
꼭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인데
그럴 말이 없을 텐데
잘 지내달라는 말을 못했더라고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보다 더
[잔잔한 음악]
알겠습니다
고맙다
부사장님
어?
지수
괜찮나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고
외견상으로는 잘 지내고 있어
지수한테 신경 좀 써주세요
부사장님 집에서 버티기 힘들 거예요
내 동생이야
걱정 안 해도 돼
네, 부사장님 동생이에요
[슬픈 음악]
(도경) 반갑다
난 최도경
네 오빠야
오빠!
어, 오빠 여기 있다!
오빠였을 땐
참 좋았는데
잘 부탁 드려요
[깊은 한숨]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왜 자꾸 오는 건데
[얕은 한숨]
[씩씩하게] 늦어서 죄송해요 점심 드셨어요?
저 뭐부터 할까요?
(직원) 식사는 주문하신 대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전화 수신음]
네, 최도경입니다
(소라) 죄송한데 이쪽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소라) 저 있는 곳으로 좀 와주시면 안 돼요?
거기 어딘데요?
(도경) 어디 있는 거야?
(소라) 도경 오빠!
오빠?
(소라) 오랜만이에요
(도경) 오랜만인데 사람 굉장히 놀래키네, 장소라 씨
[웃으며] 오빠 놀랐죠?
진짜 놀라셨죠?
앉아요
(도경) 근데 여긴 어떻게 찾았어요?
(소라) 재미있게 본 영화 촬영 장소래요 여기가
여기 되게 재밌는 게요
당근, 오이, 잔
이게 다 셀프래요
그래서 이것도 제가 들고 왔어요
그럼 난 뭘 하면 될까요?
안주 고르기
여기는요, 들어올 때 종이하고 펜을 줘요
술하고 안주를 여기다 적어서 갖다 내면 된데요
재밌네
(소라) 재밌죠?
여기 너무 신기하죠?
먼저 골라요
전 이미 골라놨어요
오빠만 먹고 싶은 거 고르면 돼요
장소라 씨가 뭘 골랐는지 알아야 겹치지 않을 텐데
겹치는 게 뭘까?
궁금해서라도 안 알려줄 거예요
[웃으며] 구석구석 재미를 찾으시는군요
[재밌다는 듯 웃으며]
이거 덮으세요
고마워요 이거 너무 대접 받는데 [웃음]
자, 뭘 먹을까
(도경) 어!
[탁 가리킨다]
갈치 조림
갈치 조림요?
왜 이렇게 놀라요? 안 겹칠 거 같은데
[실망하며] 아, 아직 그 정보는 안 들어갔나?
저 비린 건 안 먹어요
그래요?
이거 꽤 맛있는데
[사포질한다]
그만해도 돼 너무 정성 들인다
응
체크해 줘
(혁) 공을 그렇게 들여 놓고는
음...
[소리 높이며] 음
예쁘다, 정말 잘 만들었네
10년 만에 한 거 치고는
서지안 10년 만에 작품인데
남 주긴 아깝다
너 가질래?
헛소리하지 말고 이니셜이나 새겨
여기에는 소문자가 잘 어울려
(혁) 예, 선배님
(혁) 자...
[상쾌한 음악]
아, 배고프다
너 사포질할 때 시켜놨다
안 비려요?
먹어 봐요
[어색하게 웃는 소리]
[잔에 술 따르는 소리]
(소라) 한 번쯤은
대리 기사 불러도 되는 거 아니에요?
중학생 때 이런 서프라이즈 하는 성격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도 못하게 소심이에 얌전이였죠
'겁쟁이'가 빠졌네
말에 올라타질 못해서 한 시간은 울었던 것 같은데
기억하시네요?
내가 야단쳐서 소라 씨 집어올려 말에 태웠는데
그걸 기억 못할까?
[작게 웃는 소리]
오빠 덕분에
미국 유학 생활 승마로 견뎠죠
근데 소라 씨
왜 나한테 바로 오빠라고 해요?
오빠는 왜 나한테 계속 소라 씨라고 해요?
여동생 말고 다른 여자한테 이름 부른 적 없는 것 같은데
연애했던 여자한테도요?
[웃으며] 하, 연애했던 여자한테는 불렀네
[혀를 살짝 차며] 그러네
우리가 지금 연애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죠?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음
아, 좋은데요
아무 여자한테나 이름 안 부르는 것
[도경이 큰소리로] 지안아!
(도경) 서지안!
(도경) 지안아!
오빠...
야, 야
(도경) 서지안, 너 진짜
돌았지, 너?
(혁) 그만하고 먹자
(지안) 응, 다했어
(지안) 치킨 시켰어?
이걸로라도 단백질 보충 좀 하라고
네가 너무 먹는 게 부실하니까
아, 진짜 배고파
(혁) 너 변한 줄 알았더니
- (혁) 여전하구나 - 뭐가?
시작하면 끝을 보는 거
(혁)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조각이
미술이 그래서 좋았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
치
먹어
맛있다
(소라) 이제 나 뭐라고 부를 거예요?
소라야?
소라 씨?
뭐라고 부를 거예요?
그 대답
다음에 만났을 때 듣게 될 겁니다
덕분에...
(소라) 덕분에 즐거웠다는 뻔한 인사는 하지 말죠
덕분에 즐거웠던 거 사실인데
진짜 즐거웠어요?
썩!
(소라) 이번에 미국 들어갔다가
친구들이랑 여행도 좀 하고
졸업식하고 다시 나올 거예요
약혼은 언제 하면 좋을까요?
약혼을 뭐 할 거 있나?
바로 결혼하면 되지?
[놀라며] 진짜요?
합시다
결혼
(혁) 주문하신 장미목 도마 드리려고요
(지수) 감사합니다
(지수) 평생 간직할게요
(지호) 큰누나 돌아왔다 그거 알려주려고
(지수) 나 좀 보자
(소라) 그 여자, 세컨드로 둘 거예요? 정리할 거예요?
(소라) 오빠한테 있잖아요 아주 사랑하는 여자
(재성) 제 딸입니다
(재성) 회장님 손녀고요
(노 회장) 해성 핏줄이야!
(노 회장) 책임지고 교육시켜서 단상에 세울 수 있게 해
(도경) 널 다시 만나자마자
(도경) 이 말부터 해야 했는데 그 말을 못했어
(도경) 내가 정말 사랑하게 된 사람
(도경) 지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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