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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29

[주제곡]

 

두 분께 죄송합니다

 

사랑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양가에서 저희를 결혼 상대로 정하긴 했지만

 

서로 만나 보고 둘이 오케이 했을 때

 

진행하기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라는 너 좋다잖아

 

전 아닙니다

 

왜 아니야소라가 어때서?

 

예쁘고 집안 좋고 뭐 하나 빠지지 않아

 

결혼해서 살다 보면 충분히

 

사랑 생길 만한 상대야 아니 그전에 약혼하고...

 

[말을 가로채며생기지 않을 겁니다

 

[큰소리로어디서 내 말을 끊어?

 

우리 모르게 사귀는 여자 있었냐?

 

아닙니다

 

장소라 어떤 점이 네 마음에 안 드는 거냐?

 

(재성미리 외모조건

 

성격배경 다 알고 있었는데

 

만나고 나서 이러는 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여자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명희가 한숨 쉰다]

 

그걸 이유라고 대는 거야?

 

남녀가 결혼하는데

 

이성적인 느낌이 없는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보통 남녀가 아니잖아 너희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걸 몰라?

 

우리 그룹의 확장하고 연결된 결혼이야

 

너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너 제정신이니?

 

이 결혼 깨면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실 것 같은데?

 

[큰소리로그룹 후계자 자리 박탈이야!

 

그룹만큼 개인적인 제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확신 없이 결혼을 기정사실화 할 순 없습니다

 

장소라는 약혼까지 하고 가겠다고 했는데

 

장소라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언성 높이며누구 마음대로 정리를 해?

 

네 결혼이 너 혼자 하는 결혼이야?

 

넌 해성 그룹 후계자야

 

창립 기념일에 은석이를 발표하기로 했다

 

은석이를 발표하다니요?

 

은석이 발표 없이

 

창립 기념일 행사 축소하기로 했잖아요

 

장소라가 장수석 내외하고 같이 창립 기념식에 온다는 얘기 듣고

 

회장님께서 그렇게 결정하셨다

 

(재성어머니가 갤러리에서

 

(재성창립 기념일에 은석이를 찾았다는 발표를 한다고 말했단다

 

그때 모인 분들이 본 사람은

 

지안... 아니

 

서지안인데요

 

먼발치에서 소개만 하고 내려보내기로 했어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게 회장님 뜻이야

 

안 그러면 우리 집안을 뭘로 보겠니?

 

그건 지수한테 너무 잔인해요어머니

 

(역정 내며네가 지금 하는 짓은?

 

지수도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러겠다고 하게 만들어야지

 

[두 사람 모두 한숨 쉰다]

 

당장 지수 설득해서 트레이닝 시켜야 하는데

 

도경이까지 철없이 왜 저러죠?

 

오늘은 도경이 문제가 급하니까 지수한테는 내일 얘기합시다

 

서지안 미리 소개한 걸로도 노하셨는데 도경이까지...

 

아버지 아시면 큰일 나요

 

그전에 어떻게 하든 도경이 입 막아야 해요

 

내가 도경이 하고 얘기해 보지

 

[방문이 열린다]

 

(도경일찍 왔구나 저녁은 먹었니?

 

그리고 지안이 왔어요

 

돌아왔다고요

 

걱정하는 것 같아서 알려 드리려고요

 

그래고맙다

 

별로 안 고마워하는 것 같은데요

 

언니 만나서 좋았겠다?

 

쉬세요

 

지수야

 

[문이 열리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재성이 걸어온다]

 

처음 만나고 와서 재미있게 잘 만났다고 했어

 

그랬던 네가 왜 이런 경솔한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돼

 

너무 돌발적이야

 

장소라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돼서요

 

만나고 나서 결혼하지 않겠다면 더더욱 그 이유

 

납득할 근거가 있어야 해

 

너도 알다시피

 

그룹 확장에 관한 문제고 너도 동의했던 결혼이야

 

알고 있습니다

 

창립 기념일에 장소라와 부모님

 

뉴월드 그룹 내외가 오는 건 바꿀 수 없어

 

그 자리에 서지안인 것처럼 지수를 소개시키는 회장님이야

 

할아버지는

 

결정하면 하시는 분이다 도경아

 

이 모든 걸 책임질 자신 있는 거냐?

 

[깊은 한숨]

 

[사포질 소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넌 퇴근 안 하냐?

 

(지안이것만 하고

 

(소장난 간다

 

- (들어가세요 - (지안소장님내일 봬요

 

먼저 가도 돼

 

할 말 있어?

 

최도경 씨는 왜 또 오는 거야?

 

내가 그 집에 가방을 두고 나왔거든

 

내가 안 찾으러 오니까 갖다주러 온 거야

 

그게 다야? - (지안

 

[후 불며 먼지를 털어낸다]

 

혁아나 이젠 이 정도는 일도 아니야

 

난이도 중으로 올려야겠어

 

[사포질 소리]

 

(재성할아버지는

 

(재성결정하면 하시는 분이다도경아

 

(재성이 모든 걸 책임질 자신 있는 거냐?

 

민 부장

 

사모님

 

도경이 좀 내려오라고 해

 

부사장님 벌써 나가셨는데요

 

나갔어?

 

[당황하며얘가 진짜

 

[깊은 한숨]

 

[그리운 음악]

 

[지안이 맥주 마신 후

 

(도경왜 멀쩡한 캔을...

 

[지안이 맥주가 시원하다는 듯하아

 

(지안갈등은...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예요

 

아니

 

하는 거야

 

왠 줄 알아?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고민하는 거야

 

(도경이게 나을까저게 나을까?

 

이래야 하나저래야 하나?

 

(도경그건 갈등이 아니라 욕심이야

 

버려야 하는 나머지에서도

 

갖고 싶은 일부가 있기 마련이니까

 

[캔을 누르는 소리]

 

[한숨]

 

빵 좋아한다길래

 

감사합니다

 

서현이 너 졸업 연주회 끝나고 엄마하고 파리 가자

 

쇼핑도 할 겸

 

근데 저 졸업 연주회 때

 

지수 언니라도 오면 안 돼요?

 

졸업 연주회가 언제인데?

 

언니도 창립 기념식에 간다

 

은석이 찾았다고 인사시켜야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식사 끝나고 따로 얘기하자

 

아니소라 언니네 가족들도 오고

 

(서현뉴월드 부모님도 오시는데

 

이 언니를 그대로 소개하는 거예요

 

아니면 지안 언니를 소개하는 거예요?

 

서현이 너 요새 왜 이렇게 경박하게 굴어?

 

어디서 집안 일에 미리 입을 놀려?

 

죄송합니다

 

[긴장된 음악]

 

최은석으로 인사를 하긴 하는데

 

지안이인 것처럼 인사를 해야 한다고요?

 

당혹스럽고 당황스러운 것 이해한다

 

도경이 오빠하고 서현이 시댁 되실 분들이

 

이미 지안이를 보셨어

 

딸 찾았는데 바뀐 걸 알면

 

결혼이 다 깨질 수 있어

 

왜 그런 일로 결혼이 깨져요

 

우리 쪽은 집안 분위기 내력을 다 본단다

 

[한숨 쉬며저는 소개될 생각도 없고

 

누구 소개 받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아직 최은석으로 살 마음의 준비도 안 됐어요

 

양미정 씨 때문에 생긴 일이야 이 난처한 상황은

 

기껏 찾은 딸이 바뀐 게 소문 나면

 

할아버지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집안은 온 재계에 웃음거리가 될 거야

 

퇴근하고 민 부장 따라가서

 

간단한 기본 교육만 받으면 돼

 

창립 기념식에선 1분만 인사하고 나오면 되고

 

할아버지 뜻이 그러니 따라주면 좋겠다

 

[전화 수신음]

 

회장님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바꿔 달라신다

 

할아버지

 

[노 회장이 기침한다]

 

[기침한다]

 

할아버지 감기 드셨어요?

 

[계속 기침한다]

 

걱정에 밤에 잠이 안 와서

 

마당을 왔다 갔다 했더니 이런다 [계속 기침한다]

 

아휴어떡해요?

 

[다정한 말투로지수야

 

할아버지 체면 한 번 살려주면 안 되겠냐?

 

[얕은 한숨]

 

(서현혹시

 

서지안 언니인척 인사하러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알았어?

 

역시...

 

역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하고 내 결혼까지 걸렸는데 그건 진짜 큰일이거든요

 

할아버지는 체면에 살고 체면에 돌아가시니까

 

어휴무슨

 

어머니아버지 생각도 똑같으시던데

 

할아버지 뜻이 그러니까 따르는 거죠

 

우리 집안에선 할아버지가 법이고 진리고 길이고

 

그 모든 거예요

 

어머니아버지도경 오빠까지 꼼짝 못 해요

 

?

 

(서현해성 그룹 창업주니까요

 

할아버지 지분이 누굴 향하느냐에 따라서

 

차기 총수 자리가 왔다갔다하거든요

 

할아버지 인자하고 좋으시던데

 

언니가 창립 기념식에 안 간다고 하면

 

이모 쪽에 자리를 물려줄 수도 있어요

 

아버지가 계신데?

 

큰사위라고 해서 우선권 없어요

 

어차피 남의 자식이니까

 

해성 그룹 더 키울 능력자 중에서 고르실 거예요

 

도경 오빠가 물려받을 때까진

 

근데 너랑 도경 오빠 결혼 상대가 왜 그렇게 중요해?

 

해성 그룹도 큰데?

 

소라 언니네는 법조계고

 

뉴월드는 사업 파트너로 필요하고

 

할아버지 생전에 10대 그룹 안에 드는 게 소원이세요

 

[한숨 쉬며이해가 안 돼

 

그룹이 뭐라고 자식들을 막 결혼시켜?

 

소라 씨 생각보다 부지런하네

 

아침 10시에 일어나 있고

 

늦잠 잘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면서

 

전화는 왜 했을까요?

 

내가 맛있는 브런치 같이 먹고 싶어서

 

아침 10시에 생각날 얼굴은 아니지 않아요?

 

은근히 짖궂은 데가 있어요

 

틈만 있으면 짖궂죠?

 

[웃으면서워낙 얌전한 척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참 솔직하기도 하고

 

아무한테나 솔직하진 않아요저도

 

이런 걸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다고 하는 거

 

맞죠?

 

내가 그렇게 편하게 사람 대해 주는 인간이 아닐 텐데

 

솔직하게 말해줄 것 같은 사람이긴 하거든요

 

오늘처럼

 

오늘처럼?

 

브런치 핑계 대고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있었어요

 

과거형이라는 거예요?

 

아니

 

있더라고

 

[긴장된 음악]

 

세컨드로 둘 수도 없고

 

정리할 수도 없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소라 씨가 알려줘서 알았어요

 

예정대로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그 정도는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걸 알았어요

 

그래서

 

소라 씨하고 결혼 못 합니다

 

오빠 그럴 줄 알았어요

 

알았다고?

 

(소라그래도

 

정리할 만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미안합니다

 

저보다는 용감하시네요

 

근데 어떡하지?

 

난 오빠만큼 용기가 없는데

 

그래서 동의 못해줘요

 

소라 씨?

 

(소라오빠 집안에 그 여자 얘기할 수 없을 테고아직은

 

그쵸?

 

(소라그럼 내가 동의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요 난

 

우리 부모님

 

작은집큰집할아버지

 

오빠 별로라고 이제 와서 말 못 바꿔요 난

 

충분히 이해해요

 

그 정도까지 안 바랍니다나도

 

약혼 얘기만 철회해줘요

 

창립 기념일에 오는 것하고

 

[피식 웃는다]

 

그걸 할 수 있다면

 

바로 약혼할 생각도 못했어요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하고 정략 결혼할 사람이라면

 

날 그렇게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았겠지

 

쇼윈도 부부라고 살기 싫다고 했잖아요

 

차라리 여자 있다 이 여자 내 여자다

 

확 터트려요

 

그럴 수 없어요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라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

 

아직

 

(누나

 

빵집 사장님이 내가 누나 동생인 거 알더라

 

그거

 

[당황하며내가 실수한 거야

 

우연히 네가 동생이라고 말했어

 

그럼

 

빵 납품 안 하는 이유도 누나한테 물어보라고 하신 건?

 

[작게 한숨 쉰다]

 

(혹시

 

방장님이 그 괴물 아저씨야?

 

?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누나하고 동물원 갔었거든 학교 숙제 때문에

 

그때 누나 친구라는 어떤 아저씨하고 같이 다녔어

 

나 목마 태워서 잘 보이게 해주고

 

[당황하며그랬던가?

 

좀 무섭게 생겨서 내가 괴물 아저씨라고 놀렸는데

 

그 사람이야?

 

그걸 기억해?

 

누나는 결혼 못한다고 울고

 

엄마는 죽기 전에 매형한테 시집가 달라고 울고

 

아버지는 화내고

 

방장 형님 때문이었어?

 

 

방장 형님이...

 

누나를 못 잊은 거야?

 

카페를 괜히 여기다 했나 봐

 

그 형님 사람 괜찮은데 왜다시 시작해 봐

 

[놀라며안 돼절대 안 돼!

 

?

 

그 형님은 결혼 안 한 사람이어서 그래?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의사아이는 유산됐습니다

 

(의사그리고 안타깝지만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구슬픈 음악]

 

아니면

 

방장 형님이 누나 이혼한 거 몰라?

 

[한숨 쉰다]

 

혁아부탁인데

 

이거 내 인생이야

 

넌 나서지 말아줘

 

맛있게 드세요

 

(손님오늘 웬일이래?

 

두 분 다 저기압이고

 

(남구지수 씨

 

남은 빵 저거 두 개 너 먹어

 

오늘 손님 좀 그만 받자

 

 

[전화 수신음]

 

아빠

 

지수야 아빠랑 점심 먹을래?

 

난 아직 아빠 안 만나고 싶어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시간 좀 내줘

 

(태수) [반가운 둣

 

날씨 추운데 왜 여기서 보재?

 

뭐 먹을지 아직 못 정했어?

 

아빠가 보자고 해서 잠깐 나온 거예요

 

점심 약속 있어

 

그래?

 

얘기해

 

그래그러자 앉아

 

지수야

 

미안하다

 

아빠가아니 아니 내가 잘못했다

 

이제 와서 뭘?

 

널 데려와서 미안해

 

25년 전에

 

널 데려와서 내 자식으로 키워서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이성적으로 결정하고

 

경찰서에 연락을 했으면

 

넌 재벌집에서 훨씬 잘 자랐을 텐데

 

(태수네 인생을 바꿔서 미안하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난 널 사랑했고

 

넌 항상 내 딸이었어

 

근데 결국

 

훔친 딸이니까

 

내 딸이 아닌 거겠지

 

(태수너한테

 

할 말도 참 많았는데

 

이미 때가 다 지난 모양이다

 

넌 이제 친부모님 집으로 들어갔고

 

지안이는 무사히 돌아왔더라

 

자식은

 

부모가 모르는 게 자식인가 보다

 

아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네 언니가

 

어디 가서 죽을 것 같았어

 

지안이를 아니까

 

그래서

 

죽을 것 같은 자식 걱정 때문에

 

살아있는 자식한테 소홀했어

 

(태수내 잘못이야

 

(태수아무리 형제 지간이라고 해도

 

각자가 느끼는 고통은 다를 건데

 

아비 입장으로 판단해서

 

너한테 상처 줬다

 

그거 정말 미안하다

 

아빠 지금

 

[흐느끼며나 정리하러 온 거야?

 

(태수나는

 

이제 너희들한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는 아버지야

 

나 정리하러 온 거냐고?

 

 

이제 그 집 자식이야

 

그 말하러 온 거야?

 

[울면서알아

 

이미 아는데 뭐 하러 다시 말하러 여기까지 와?

 

사과를 못했잖아

 

난 네가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지금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흐느끼며아빠

 

 

심성이 착하고 맑은 아이라서

 

어디 가서도 사랑 받는 아이라서

 

[흐느끼며그동안

 

친부모님한테 못 받은 사랑

 

[울면서많이 받아

 

?

 

[눈물 참으며지수야

 

(태수간다잘 있어

 

[흐느낀다]

 

[지수가 훌쩍인다]

 

[엉엉 울며아빠가 날...

 

아빠가 날 버렸어

 

[큰소리로 훌쩍인다]

 

[차가 다가오는 소리]

 

[자전거 쓰러지는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아니 차가 오는데 보지도 않고

 

(미안해요

 

[계속 운다]

 

지수 씨

 

왜 그래요무슨 일 있어요

 

[훌쩍이며아니에요

 

아닌 게 아닌데

 

[울면서그게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일이 있는데

 

[훌쩍이며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오열한다]

 

[지수가 계속 운다[

 

코코아예요

 

우울할 땐 단 게 좋아요

 

죄송해요귀찮게 만들어서

 

동네 친구 된 지가 언젠데 이 정도로 귀찮을까

 

마셔요

 

그동안 지수 씨 참 밝아보였는데

 

은근히 속사정 많나 보네

 

그러게요

 

내 인생에 이런...

 

상상도 못할 일이 생기네요

 

내가 사람 말 잘 들어주는데

 

?

 

여자들은 속상하고 힘든 거 말로 푸니까

 

들어 줄 사람 필요하면 얘기해요

 

귀는 열고 입은 닫고

 

비밀도 잘 지켜요

 

진짜

 

오가면서 저 사람을 봤는데

 

(울면서 사직서를 썼다 지웠다 하더라고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또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죽으려고 산에 올라갔어요 밤에

 

왜 산에 가서 자살을 해요?

 

정말 죽을 생각이었으니까

 

어머얼마나 힘들면 그런 생각을

 

난 죽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지수 씨는 그 정도는 아닌 거죠?

 

[놀라며?

 

그럼요

 

그럼 됐네

 

근데 그분은 안 죽은 거죠?

 

어떻게 살았데요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운 좋게 살았고

 

지금은

 

잘 이겨내고 있어요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다들 속사정 하나씩 담고 사는 것 같아요

 

실장님은 없잖아요?

 

항상 당당하고 멋있고 항상 여유 있고

 

그건 겉으로 보이는 나죠

 

나도 있어요

 

속사정

 

근데 그걸 겪어내는 게 사는 거니까

 

기다리는 거지

 

겪어내는 게 사는 거니까

 

기다려야 하는 거다

 

고마워요 위로가 돼요

 

어느새 겨울이네

 

[익살스러운 음악]

 

난 겨울 제일 싫어하는데

 

사람 기를 팍 죽게 만든다니까

 

이렇게 식사를 같이하는 방법이 있네

 

동네 개 보듯 하는구나

 

[호르륵 먹는 소리]

 

또 올 것 같다고 했는데

 

브런치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개운하다!

 

나 또 왔다고!

 

왜 또 왔냐고 화라도 내던가

 

[익살스러운 음악 계속]

 

[당황하며?

 

(편의점 직원손님그거 버리고 가셔야 해요

 

(도경

 

내가 오늘 왜 왔냐면

 

예고하러 왔어 계속 올 거라고

 

나 진짜 올 거야 진짜 계속 올 거야

 

왜 계속 올 거냐고 안 물어 봐안 궁금해?

 

나 진짜 계속 올 건데?

 

장소라 씨도 만난 분이 왜 이러실까?

 

[놀라며!

 

[잔잔한 음악]

 

(도경너 어떻게 알았어?

 

!

 

[부드러운 음악]

 

내가 장소라 만난지 어떻게 알았냐고?

 

내 소식 궁금했구나?

 

뭐라고요?

 

아니면 어떻게 알았어?

 

서현이한테 물어봤니?

 

왜 다시 온다는 건데요?

 

보고 싶어서

 

계속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보고 싶을 때마다 계속 올 거예요?

 

 

나는 아니라는데?

 

지금은 아니겠지만 반가워질 거야 너도 점점

 

착각도 그 정도면 망상인데

 

망상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하는 거야

 

재벌 선배 사랑 놀음에 놀아날 생각 눈곱 만큼도 없어요

 

사랑 놀음?

 

내가 그 집안에 안 들어가 봤으면 모를까?

 

두려운 거 이해해

 

사과 그만하시고 정신차리세요

 

최도경 씨는 지금 착각을 하고 있어요

 

내 감정 착각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

 

나한테 취직 자리 왜 알아봐줬어요?

 

나 몰래 입사 지원서까지 미리 내면서

 

그건...

 

한때 동생이어서

 

그러다 정이 들어서 내가 가여워서?

 

진짜 이유는 그거 아니잖아

 

최도경 씨가

 

마음 편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 편하게 당신 세계 속에서 살고 싶어서

 

(지안그게 최도경 씨예요 내가 생각하는

 

결정적으로 손해는 보지 않는 선에서 베푸는

 

마지막 날 나한테 보였던 모습이

 

솔직하게 그걸 증명했죠

 

그래서 날 못 믿겠다는 거니?

 

아예 다른 세계에 사는 다른 사람이라는 얘기예요

 

(지안지금 감정도 그렇겠죠

 

언제든 다시 두렵거나 필요 없어지면

 

뒤로 훅 물러날 수 있을 그 정도 감정이에요

 

그러니 착각 그만하시고 부탁인데

 

내 인생에서 물러나줘요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거잖아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결국 날 믿지 못해서 그러는 거지?

 

또 이러신다

 

나는 정리가 끝났다고요

 

정리 끝났다고 여러 번 말하는 사람한테

 

아닐 거라고 믿고 계속 이러는 게 당신 오만이라고

 

(언성 높이며나만 손 내밀면 서지안 넌 당연히 내 손 잡게 돼있어

 

잘난 척이라고

 

[씨익 웃는다]

 

왜 웃어요?

 

[웃으며좋아서

 

너 지안이

 

서지안 너 돌아왔다

 

그게 무슨?

 

예전에 팔팔했던 서지안으로 다는 아니지만

 

 80프로쯤 돌아왔어 [웃음]

 

안 그랬는데 능청이 늘었네요?

 

어떻게 웃을 수가 있지?

 

[껄껄 웃으며몰라자꾸 웃음이 나는 걸 어떡하냐?

 

아휴돌겠네

 

오늘 여기까지 하자 너 일해야 하니까

 

다음에 보자간다

 

(손 여사노 대표님

 

손 여사님

 

혹시 우리 최 부사장

 

최 부사장

 

소라하고 브런치하고 갔대요

 

 

그래서 소라하고 지금

 

창립 기념일에 입을 옷 사러 가려고요

 

소라 양이 옷을 사겠대요?

 

당연하죠 아무 옷이나 입고 갈 수 있나요?

 

[웃으며알겠습니다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어이없다는 듯 한숨 쉰다]

 

실없는 녀석

 

안 그러던 애가 충동적이야

 

[기막힌 듯 한숨]

 

넌 일할 때만 아비냐?

 

(무슨... 소장님을 믿는 거죠

 

참나

 

(지안다녀왔습니다

 

혼자 무슨 점심을 이렇게 길게 먹고 와?

 

혼자 여유 좀 부렸어 뭐 해?

 

인테리어 코너에 올릴 품목들 정하고 있었어

 

지안아

 

... [스케치북 넘기는 소리]

 

(이거 하나 만들어 봐

 

내가? - (왜 이래?

 

목공 베이스에 한때 조각가 꿈꾸셨던 분이?

 

손을 오래 쉬었잖아

 

그래서 하기 싫어?

 

일단샘플용으로 만들어 보라는 거지?

 

판매용 될지 말지 보려고?

 

그건 너하기에 달려 있다는 거지

 

나 꽤 까다롭다 내놓는 물건 품질

 

너 그러면 나 승부욕 돋는다

 

수제 조명 코너에 놓을 거니까

 

디자인 구성에도 좋아

 

[빵 종이 정리하는 소리]

 

(명희퇴근하고 민 부장 따라가서

 

(명희간단한 기본 교육만 받으면 돼

 

(재성널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만 알면 돼

 

(노 회장지수야너 할아버지 체면 한 번 살려주면 안 되겠니?

 

(지안너하고 나

 

(지안이제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거 말해주는 거야

 

(태수

 

항상 내 딸이었어

 

그런데 결국

 

훔친 딸이니까

 

내 딸이 아닌 거겠지

 

[떨리는 한숨 소리]

 

(지수거기가 어디예요?

 

[경쾌한 음악]

 

...

 

반갑습니다

 

양 선생이라고 불러주세요

 

서지수라고 합니다

 

저에게 그런 인사하시면 안 됩니다

 

목례면 충분해요

 

고용인에게 고개를 숙이시면 안 됩니다

 

왜 안 돼요?

 

상류층의 일반적인 관례예요

 

돈을 쓰는 건 그 값을 받으려고 쓰는 거니까요

 

 

근데 교육은 뭘 받는 거예요?

 

(양 선생허리 꼿꼿이 펴시고요 어깨 활짝시선은 정면

 

걸을 때 무릎이 이렇게 스치는 느낌으로 가셔야 합니다

 

(양 선생왼쪽 허벅지오른쪽 허벅지

 

(양 선생너무 치우치지 마시고요 약간좋습니다

 

(양 선생다음은 정중 인사를 하실 겁니다

 

45도 이상 허리를 숙이되 머리는 숙이지 않습니다

 

내려 오세요

 

다시

 

(양 선생다시

 

(양 선생다시

 

안녕하세요 최은석이라고 합니다

 

해성 그룹 창립 40주년을 맞아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톤을 조금 더 차분하게 하시고요 절도있게 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최은석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최은석입니다'라고 바꿔서 해보세요

 

안녕하십니까최은석입니다

 

너무 경박해 보여요 조금 더 기품 있게요

 

(미정얘네 입학식 하는 데 막 울컥하더라고요

 

당신은 안 그랬어요? - (태수그랬지

 

언제 이렇게 컸나 기특하기도 하고

 

나중에 시집 보낼 땐 어떻게 해?

 

아빠시집이 뭐야?

 

바보야그것도 몰라?

 

(지안사랑하는 남자랑 결혼하는 거야

 

그럼난 아빠랑 결혼할래

 

아빠는 나랑 결혼할 거거든

 

(지수내가 할 거야

 

[둘이 다툰다] [태수가 껄껄 웃는다]

 

아빠나랑 결혼할 거지?

 

백설 공주 드레스랑 왕관 언니 줄게

 

그딴 거 필요 없어

 

당신 좋겠우결혼하겠다는 여자들이 줄섰네

 

내가 아빠랑 결혼할 거야

 

언니는 지태 오빠랑 결혼해

 

아이고아이고 지수야

 

아이고아이고아이고 뚝

 

(지안아빠! [태수가 크게 웃는다]

 

(수아어휴배고파

 

(지태다녀왔습니다

 

아버님 또 늦으시나 보다

 

저녁부터 해먹자

 

(수아재료 있어?

 

야채는 얼추 있는데

 

(수아한 공기 반 되겠다

 

그럼 오므라이스 2인분 되지?

 

햄이 어디 있을 텐데?

 

어휴먹자

 

(태수왔냐?

 

 2층에서 내려 오세요?

 

아버님저녁 진지 드셨어요?

 

너희들 식사해

 

저희 온 지 한참 됐는데

 

집에 계셨으면 기척을 하시죠

 

그럼 아버지 저녁도 만들었을 거 아니에요

 

(태수됐어

 

밥 없어요

 

이거 드세요

 

(태수라면 끓어 먹으면 돼

 

이거 드세요

 

아버님 계신 줄 알았으면 밥 새로 했을 텐데

 

너희들 먹으려고 만든 건데 너희들 2층에 갖고 올라가서 먹어

 

나 상관하지 말고

 

어떻게 상관 안 해요?

 

무슨 상관이야?

 

너희들 2층에서 따로 살 듯이 살기로 했잖아

 

이거 드세요 저희가 라면 끓여 먹을게요

 

아버지 대접 받을 생각 없어 그러지 마

 

그러니까 왜 기척을 안 하세요?

 

2층에서 뭐 하셨어요?

 

2층에 너희들 방만 있냐?

 

그런 뜻이 아니라

 

저희 온 지 한참 됐는데 기척을 안 하시니까

 

그러니까 아무 상관하지 말라고

 

내가 뭘 하든뭘 먹든

 

저희 입장은 생각 안 하세요?

 

아버지 라면 드시게 하고 어떻게 밥을 먹어요?

 

아가신경 쓰지 말고 어서 저녁 먹어?

 

[지태의 한숨]

 

나가서 먹자

 

지태 씨

 

저희 나가서 먹고 올 테니까 이거 드세요

 

[문 열리는 소리]

 

[속상한 한숨]

 

[문 닫히는 소리]

 

(미정지태야수아야

 

너희들 왜 또 나와?

 

어머니는 어쩐 일로 일찍 들어오세요?

 

아버지 때문에

 

영 맥을 못 추셔서 지안이한테 무슨 일 있나 얘기 좀 해보려고

 

지호가 지안이 만났는데

 

지안이는 괜찮대요

 

이상한 건 아버지시지

 

아버지가 왜?

 

[문 닫는 소리]

 

아니 왜 라면을 먹어요?

 

애들이 밥 해준 모양인데

 

지태 아버지

 

당신 요새 왜 그래요?

 

[기침하며 내뱉는다]

 

[신음한다]

 

아휴

 

내내 굶다시피 한 사람이 자극적인 걸 먹으니까 그렇죠

 

[구토한다]

 

애들이 당신 있는 줄도 모르고

 

자기들 밥만 한 게 민망했나 봐요

 

상관 없어

 

아휴이거 오므라이스 먹어요

 

아이 참

 

잘 생각했어요며느리가 저녁 밥 좀 할 수도 있죠

 

며느리 밥 얻어 먹을 생각 없네

 

죽 끓여줄게요그럼

 

상관하지 마

 

그리고 당신 앞으로 나 위해서 뭐든 하지 마

 

[후루룩 먹는 소리]

 

왜 안 먹어아까 우동 먹고 싶다고 했잖아

 

우리 집에서 밥 해먹기로 바꿨잖아

 

항상 밤에 오시더니 오늘따라 일찍 들어와 계셔서

 

나는...

 

내가 왜 오므라이스 안 먹고 여기서 우동 먹고 있는지 모르겠어

 

?

 

그럼 아버지 라면 끓여드시게 했어야 한단 말이야?

 

아버님은 라면 드시면 안 돼?

 

라면 드시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저녁 당번인데 밥을 다 썼잖아

 

아버님이 일찍 오셔서 기척을 안 하신 거잖아자기 말처럼

 

그래도 민망하잖아

 

[한숨 쉬며그만하자

 

앞으로 어머님한테 아버님 저녁 준비까지 부탁하지 뭐

 

지안이가 아버지한테 화를 내서 저러나?

 

(지안지안이에요

 

(지안저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왜 지안이를 저장도 안 해놨지?

 

(도경김 상무님 바쁘시다길래

 

이 도시락으로 저녁 같이 먹자고

 

죽을 날 받아놓은 것도 아닌데 왜 안 하던 짓을 해?

 

[익살스러운 음악]

 

너희 이거

 

안면 인식

 

해외 총판 정했냐?

 

분야도 다른데 그건 왜 물어?

 

에이친구 사업에 관심 좀 가져봤다

 

아직

 

너 사고 쳤지?

 

 

야야아무말 하지 마 나 안 듣고 싶다

 

장소라하고 결혼 안 한다고 말씀드렸다

 

... 미친 최도경

 

쫓겨났구나?

 

아직

 

안 믿으시는 것 같더라고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서지안 씨한테 고백했어?

 

그 여자가 집안 정리하고 오라고 해?

 

아니 고백도 못했다

 

[한숨 쉬며순서가 바뀐 것 같지 않니?

 

연애를 먼저 하고 집안에 터트리는 게 순서야

 

터트려봤자겠지만

 

지안이가 거들떠도 안 본다

 

[한숨 쉰다]

 

너 해성 그룹 후계자야

 

둘이 죽고 못 산다고 무릎 꿇고 백 일을 굶어도

 

허락 못 받을 사이야 너희들

 

지안이한테 모질게 하고

 

그 사라졌을 때 내내 걱정되고

 

그래서 찾아다니면서도

 

난 내 갈 길 갈 거라고 생각했어

 

무사한 거 확인하고도

 

안정적인 취직 자리만 만들어주고 나서도

 

내 갈 길 갈 거라고 생각했어

 

갈 수 있다고

 

그래그래야 하는 게 네 운명이야

 

근데...

 

발이 안 떨어진다 발이

 

지안이 쪽을 보고 있는 발길이 안 돌려져

 

[한숨 쉬며진작에 너란 놈은 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어

 

우린 일단 노는데

 

너는 장소라 정해지고 아예 안 놀잖아

 

(기재연애만 해 우리처럼 몰래

 

하다 그만두면 되는 건데

 

연애하지도 않고 집안에 폭탄부터 던지냐?

 

그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지안이

 

장소라하고 결혼 예정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정리하지 않으면

 

지안이한테 아무것도 하자고 할 수가 없어

 

더군다나 내가 내 자리 지켜보자고

 

엄청 잔인했었거든

 

최도경

 

너 어디까지 각오하고 있는 건데?

 

근데 기재야

 

지안이가

 

내가 장소라 만난 거 알고 있더라

 

어떻게 알았을까?

 

[낮은 한숨 쉰다]

 

아휴

 

아휴

 

[큰소리로선우 실장님

 

이것 좀 껴줘라해봤는데 빡빡해서 안 들어가

 

우드 등 오늘 끝내려고 작정했지 너?

 

[혁이 한숨 쉬며시간이 몇 신 줄도 모르고

 

[지안이 놀라며

 

벌써 저렇게 됐어?

 

옛날에 많이 듣던 소린데 그거

 

(지안이게 10년 후에는 조명 시장을 휩쓸 거다

 

혁아

 

나 이거

 

(지안목공반에서 그렸던 거 같아

 

에이돌대가리

 

이제 기억나냐?

 

[다같이 놀라며!

 

(지안이 중에 하나 낼 거야

 

(남학생너 내는 거 빼고

 

나 하나만 주라?

 

디자인을 달라고 하냐더구나 공모에 내는 건데

 

[스케치북 넘긴다]

 

(이거 내

 

넌 뭐 낼 거야?

 

?

 

공모 아이템을 말해 주냐?

 

[공책을 뺏으며] - (지안 - (

 

[다같이 놀라며

 

(지안네가 그린 거야오르골 만들 거야?

 

그려만 본 거야 이걸 어떻게 만드냐

 

[다그치며만들어 이거 만들면 네가 대상이야

 

내가 도와줄게

 

진짜?

 

대신 이거 두 개 만들어서 나 하나 줘

 

그럼 너도 두 개 만들어서 나 하나 줘

 

 

[손뼉 친다] (친구들뭐야!

 

네가 만들어 준 오르골 집에 있는데

 

아직 가지고 있어?

 

이사 다닐 때마다 그건 꼭 챙겼지

 

근데 난 못 만들어줬네

 

2학년 첫날에 학교 갔는데

 

너 전학 갔대서 얼마나 놀랬던지

 

가만 보면 내가 잊었던 추억은 다 네가 꺼내주는 것 같아

 

[웃는다]

 

아이고누나한테 늦겠다

 

언니 기다리겠다 얼른 뛰어 가

 

그래있다 보자 - (지안

 

하나만 확인하자

 

내가 접어준 학

 

너 어떻게 했어?

 

뭘 어떻게버렸지

 

진짜 버렸어?

 

그럼 그걸 안 버려?

 

아니

 

넌 못 버렸어

 

버렸다니까

 

내가 아직도 스물두 살인 줄 알아

 

학 천 마리에 희망을 갖게

 

내가 찾을 수 있으면 어떡할 건데?

 

(지금 뭐 하는 거야남의 주방에는 왜 들어가?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희가 당황하며... 

 

[더듬으며그건... 그냥...

 

 

그만하고 나랑 살자

 

좀 같이 살자살자 좀

 

나랑 좀 살아주라선우희

 

난 다 괜찮아

 

뭐든뭐든 다 괜찮아

 

너만 있으면 돼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웃으며나 스토커 같지?

 

궁금해서 왔어궁금해서

 

내가 장소라 만나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 대답을 안 해줬잖아

 

겨울에 나오면 만난다면서요?

 

(지안결혼도 꼭 할 거라고 했고

 

그랬으니 만났을 거 아니냐 그 얘기였는데

 

그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 줄 몰랐네

 

그런 거였어?

 

오지 말라는 말을 또 해야 해요?

 

[큰소리로하지 마!

 

또 올 거니까

 

노명희 대표님한테 연락드려야겠네 아드님 좀 못 오게 해달라고

 

[당황하며서지안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그럼 나 집에서 쫓겨난다

 

(도경또 보자

 

깜짝이야

 

얘기 좀 합시다

 

뭐 하는 겁니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얘기해줬으면 좋겠네

 

대뜸 따지듯 하지 말고

 

지안이가 만나는 거 싫다고 했을 거고

 

더 만날 필요도 없는 사이 아닙니까?

 

그건 선우혁 씨가 거론할 범위가 아닌 것 같은데

 

최도경 씨 집안입장 알 만큼 압니다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장난칩니까지안이 상대로?

 

책임지면 어쩔 건데?

 

그럴 수 있는 사이였으면 더군다나 한때 오빠였던 사람이

 

마지막에 지안이가 그 지경이 되게 만듭니까?

 

지안이가 말한 겁니까?

 

왜요?

 

대단한 집안 망신 당할 일이라

 

지안이가 죽어도 말 안 했어야 됩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지안이가 말했으면

 

믿을 만해서 말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부탁 좀 합시다

 

지안이

 

흔들지 마시죠

 

이제 기운 차린 사람 좀 살게 냅두시라고

 

지안이 생각한다면

 

[한숨 쉰다]

 

왜 대답 안 합니까?

 

대답할 의무는 없으니까

 

그쪽 의리도 충분히 이해되고

 

이해됩니다

 

충분히

 

[길게 한숨 쉰다]

 

[가스렌지 켜는 소리]

 

(도경내가 장소라 만난 거 어떻게 알았어?

 

만났다고?

 

만났는데 뭐 하러 자꾸 오는 거야?

 

언니이제 오세요?

 

[힘들어 하며어휴

 

지안 씨

 

나 물 좀

 

[지안이 놀라며어머어머

 

어머언니 어디 아프세요?

 

[희가 낮게 신음한다] [지안이 놀라며어머

 

언니

 

감기 몸살 약이에요

 

(명희애썼다피곤하지?

 

 

저 좀 쉴게요

 

그래얼른 올라 가서 쉬어라

 

 

[가뿐하게 숨을 내쉰다]

 

(도경지수야

 

?

 

괜찮아?

 

뭐가요?

 

최은석으로 소개하지만 지안이인 척하기로 했다면서?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요?

 

우리 엄마아빠가 저지른 짓 때문에 생긴 일인데

 

그쪽 집 부모님 때문에 하기로 한 거야?

 

여기 부모님도

 

할아버지한테 엄청 혼난다면서요

 

착하네

 

저도

 

노력을 해보는 거예요

 

집안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어

 

아직 적응 안 된 상태에서 그렇게 무리 안 해도 된다

 

내키지 않으면 안 한다고 말씀드려야 해

 

할 수 있어요

 

1분인데요 뭐

 

[잔잔한 음악]

 

아휴

 

[누우며

 

[음악이 잦아든다]

 

[시끄러운 도시 소음]

 

(민 부장단상 맨 오른쪽에 이모 내외분

 

그리고 어머니아버님

 

그리고 이 옆으로는 이사님들이 앉아계실 거예요

 

근데 어떻게 이모랑 이모부까지 속여요?

 

그분들은 단상에서 절 볼 텐데

 

[의미심장한 음악]

 

(노 회장그야말로

 

특별히 소개하실 분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민 부장제가 들어가고 아가씨가 제 뒤따라 오시면

 

(민 부장아가씨 얼굴을 보실 수 없어요

 

25년 만에 찾은 제 손녀 최은석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민 부장아가씨가 인삿말하는 동안에도

 

(민 부장저한테 가려서 얼굴은 안 보일 거고요

 

(지수부모님과 가족을 다시 찾게 되서 벅차고 기쁩니다

 

(민 부장간단하죠?

 

그렇네요

 

아가씨가 조금만 더 서지안 씨처럼 해주신다면요

 

아직 어조가 좀 흔들리거든요

 

이걸 좀 보시고 따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판 누르는 소리]

 

안녕하십니까?

 

저는 해성 어패럴 마케팅 팀의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마케팅 팀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다

 

(지안퇴사하고 얼마 전에 정직원으로 재입사했습니다

 

아버지가 누군데

 

출국귀국 한 번을 안 빼놓고

 

늘 이사들에가족들 전부 공항에 줄 세우는 분인데

 

소문 없이 오셔서 쉬고 계셨다고?

 

있을 수 없어

 

늙으면 변한다잖아

 

변하실 수도 있지

 

아니

 

분명히 무슨 일 있는 거고

 

언니 쪽 일인데 아버지가 동참하신 일

 

그게 뭘까요?

 

은석이 발표 때 취재진도 안 부르시고

 

이상하긴 한데

 

난 여보회장님 속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

 

중요한 건

 

언니만 너무 싸고 도신다는 거지

 

[한숨 쉬며이러다 형부한테 회장 자리 물려주시게 생겼어

 

최재성?

 

최도경으로 바로 갈 수도 있어

 

[긴장된 음악]

 

뭐라고요?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명희어머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찍 오셨네요손 여사님

 

[놀라며소라 씨

 

안녕하세요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사진보다 더 예쁘네 기품 있고 우아하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도경오셨습니까?

 

왔어요?

 

[놀라며어머얘기 좀 하고 있어

 

앉으시죠

 

 

(명희어머한 여사님

 

- (명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웃음]

 

(명희잘 지내셨죠?

 

(한 여사덕분에요

 

- (명희얼굴 되게 좋아지셨어요 - [한 여사가 웃으며어우

 

- (명희그럼 저쪽으로 갈까요? - 

 

사돈들 온다고 신나셨네 아주

 

근데 은석이는 왜 안 와?

 

[발자국 소리]

 

가발까지 써야 돼요?

 

(민 부장) [속삭이며스타일이 비슷해야 하니까요

 

거울 없어요저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은데

 

시간이 촉박해요 빨리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긴장된 음악]

 

[멀리 들리는 대화 소리]

 

[다같이 웃는다]

 

(진행자지금부터 해성 그룹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다같이 박수 친다]

 

아가씨서두르세요

 

(민 부장아가씨왜 그러세요?

 

이거

 

지안이잖아요

 

말씀드렸잖아요

 

서지안 씨인 것처럼 소개될 거라고요

 

(민 부장잠깐이면 돼요

 

(민 부장금방 지나갈 겁니다

 

[떨면서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최 부사장님하고 서현 아가씨 사돈되실 분들이

 

보셨던 모습이 중요하니까요

 

그럼 도경 오빠 결혼식 때는요서현이 결혼식 때는요?

 

그때는 회장님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민 부장아가씨어서 가세요

 

[지수가 숨을 가쁘게 쉰다]

 

[계속 가쁘게 쉰다]

 

(노 회장우리 해성 그룹이 어느덧 40주년을 맞게 됐습니다

 

40년이라

 

50년 전에 시장에서

 

(노 회장리어커 옷가게를

 

[전화 진동음]

 

시작으로 해서 10년 만에

 

해성 어패럴이라는 이름을 달 때만 해도

 

팔팔했던 40대 청년이었는데

 

[노 회장이 껄껄 웃는다]

 

(노 회장어느덧

 

힘 없는 노인네가 됐네요

 

[다같이 웃는다]

 

그래도 그동안

 

해성 FNB에 이어

 

호텔 MJ까지 계열사를 거느린

 

해성 그룹으로 키워오기까지

 

40년 세월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우리 해성 그룹 창립 40주년을 맞이해서

 

[긴장 고조되는 음악]

 

여러분들에게 그야말로 특별히 먼저 소개를 시킬 분이 계십니다

 

아가씨지금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저 따라 들어오세요

 

[문 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긴장 고조되는 음악]

 

[충격의 효과음]

 

[긴장이 고조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

 

(노 회장노양호한테 반항을 했어?

 

(노 회장감히 내 얼굴에 똥칠을 하려고 했니?

 

(도경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도경이가 장수석 집에 찾아 가서 결혼 못하겠다고 했대요

 

(노 회장도경이 여자 있어

 

(재성회장님은 어떤 처방을 내리셨나?

 

(직원유럽 지사면 좌천이잖아요?

 

(소라약혼 선물 좀 의뢰하려고요

 

본인 약혼 선물이에요?

 

이름 새겨줄 수 있죠?

 

(소라) [또박또박 말한다장소라

 

(소라최도경

 

(소라최도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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