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6
[긴장감이 도는 음악]
은석...
지안아
오랜만이구나
이 동네는 웬일이야? 혹시 지수 보러 온 거니?
아닙니다, 이 근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네
무슨 아르바이트를? 네가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살아?
(지수) 죄송하네요
제가 친딸이어서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명희) 너
내가 한 말 때문에 구질구질 그런 꼴로 사는 거야?
그러느니 엄마 가게에서 일을 하지?
(명희) 왜?
너희 엄마 가게에서 일하기 싫어? 알바한다면서?
엄마가...
네 죄 아니니까
어디든 취업하도록 해 막지 않을 테니까
[무거운 음악]
그땐 너무 화가 나서 그런 거야
가라 그럼
난 우리 지수 보러 가야 해서
[헐떡인다]
[헐떡인다]
(명희) 왜? 너희 엄마 가게에서는 일하기 싫어?
(명희) 난 우리 지수 보러 가야 해서
(지안) 엄마 가게가 어디야?
[문 열리는 소리]
어서 오세요...
[잔잔한 음악]
(남구) 아...
아니 방이 이렇게까지 바뀌네
[희가 웃는다]
[희가 웃으며] 오늘이라도 방에 들어가고 싶어
아휴, 부끄럽게 왜 그래
(혁) 이틀만 기다리시죠
(남구) 이틀?
(남구) 참, 처남이 뭘 알아?
(남구) 응?
(남구) 우린 지금 하루하루가 급해
[희가 부끄러워하며] 어우, 자기는...
[남구와 희가 웃는다]
[혁이 웃으며] 지수야
(혁) 너도 가서 신혼방 봐봐
어, 손님 계셔서
아이고, 손님 계신데 이거
- (남구) 시끄럽게 이거 - (희) 지수 씨, 수고하세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혁) 지수야, 또 보자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 딸 일하는 것 좀 보고 싶어서
(명희)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엄마라고 밝히지는 못하지만
퇴근 때 됐지? 같이 저녁 먹자
저 오늘 프랑스어 수업 있는데요
아, 그렇구나 요즘 정신이 없어서
- 그럼 집에서 뵐게요 - (남구) 아이고
아이고, 어쩌나 빵이 다 떨어질 시간에 오셨네
[웃으며] 이거면 됐어요
아유, 예
[전화 연결음]
[전화 수신음]
네, 사모님
민 부장, 조사를 왜 이 따위로 해?
빵집 사장 주변도 샅샅이 훑어봤어야지
뭐가 잘못 됐나요?
빵집 사장 주변 조사 다시 해
처남이라는 애가 있어 지수 또래
프레젠테이션요?
친환경 사업이라 아이템은 괜찮은 거 같아서요
그래서 제대로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손님들이 메뉴 추천 부탁하시면 신메뉴 안내하도록 해요
네
저 사람이 뭐 부탁해요 얼른 가 봐요
[잔잔한 음악]
지안아
얘기 좀 해요
[지안의 한숨 소리]
어떻게 아직도 이 가게를 할 수가 있어요?
상상도 못 했어
새로운 점주 올 때까지만 하기로 한 거야
진짜 그만두겠다고 했어
왜 점주 바뀔 때까지 기다려요?
너 때문에 그런 거야
(미정) 사모님이 너 평생 오도 가도 못 하게 한다고 하셨어
그래서 시키는 대로 꼼짝도 못 하고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변명이 돼?
[흥분하며] 애초에 이 가게는 받지 말았어야지
[한숨 쉬며] 그래 알아 이제 와서 생각하면
모든 게 훤히 보이는데 그때는 내가
눈이 뒤집혔었어
[한숨 쉰다]
(미정) 너는 몰라
자식 가지고 협박하시는데
엄마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있어도 쳐다도 안 보시잖아
[울먹이며] 그러게 왜!
[한숨 쉰다]
그런 짓을 했어요?
언제까지 감출 생각이었어?
[한숨 쉰다]
[쓸쓸한 음악]
널...
경찰서에 갔다가 널 봤어
문자가 왔어
너 경찰서에 있다고 빨리 오라고
한 시간을 네 뒤를 따라갔는데
네가
[울먹이며] 네가 길거리를 비틀비틀
그만해요
엄마가 왜 그랬는지
엄마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훌쩍이며] 그렇다고
쉽게 넘어가지지는 않아요
[깊게 한숨 쉰다]
저지를 때는 충동적이었고
이미 저질렀으니 보내야 했어 아니
그때는 보내고 싶었어
그 뒤는 생각을 못 했어 어떻게든 되겠지
그랬어
너 유학이라도 간 다음에 들킨들 어떠랴
내가 미쳤었지
지난 변명 듣자고 온 거 아니에요
엄마가 아직까지 이 가게 하고 있다고 해서 온 거야
제발 그만뒀으면 해서
새 점주 구했다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어 나도
지금도 월급만 받고 있고
죄송한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울먹이며] 그렇구나
지안아
이제 집으로 돌아오면 안 되겠어?
우리 같이 살자, 어?
아직은... [훌쩍인다]
[속으로 말한다] 엄마를 보면 내가 너무 비참해져
그럼 언제 올래?
지수 잃은 걸로
[울먹이며] 엄마 죗값 받고 있어
[슬픈 음악]
[울먹이며] 한 번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아, 지수가
당연하지, 엄마 때문에 25년을 잃었는데
그리고 나 때문에 또 영영 부모님 잃을 뻔했고
근데 엄마 찾고 싶겠어?
지수, 아주 잘 살고 있어요 그 집에서
[울먹이며] 지수 만났어?
지수한테 미안하면 지수 잊어요
그게 지수 위하는 거야
[한숨 쉰다]
너도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한숨 쉰다]
내 걱정은 하지 마요 이제
나 이제 예전처럼 안 살아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한테 얘기했지만
저 아직 집에 들어갈 생각 없어요
아이, 프레젠테이션 해보라는 투자자가 생겨서
그거 준비 중이시다
그래요?
(명희) 너, 내가 한 말 때문에 구질구질 그런 꼴로 사는 거야?
(명희) 그럴 거면 너희 엄마 가게에서 일을 하지
왜?
아니에요
잠깐 이 PT 문서 한번 봐줄래?
회사 PT 준비는 내가 해 본 적이 없잖아
이거 다 직원들 시키기만 해서
안 되겠어요 저도 할 일이 있어서요
[문 열리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 어디 봐봐요 - 어?
아이템이 뭐예요? 우선 기획안부터, 이거예요?
내용 먼저 볼게요
고맙다
내용은 좋은데 PPT가 전체적으로 가독성, 시인성이 떨어져요
글자체하고 사진도 너무 적고
이거 전에 회사에서 PT 해봤던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해성 직원시켜서 했던 건 안 쓰려고
아이템이야 내가 제안한 거니까 써도 무방하지만
그럼 제가 쓸 만한 템플릿하고 글자 폰트 있으니까 그걸로 하세요
그리고 색깔은 세 가지 이상 쓰시면 안 돼요, 산만해져요
기본 컬러 하나 정해서 채도를 다르게 하면 훨씬 깔끔해요
그리고 사진도 저작권 없는 무료 이미지 사이트 있으니까
제가 알려드릴게요
사진 집어넣으실 때도 그냥 무조건 붙여넣기 하지 마시고
도형 서식 들어가서 투명도 조절하면 훨씬 트렌디해 보여요
시선 앞으로
넌 내가
집에 들어가길 바라지?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이거 왜 도와주는데?
자존심 상해서 들어가는 건 싫으니까
들어갈 땐 들어가더라도
그리고 나 많이 도와줬잖아요 그 집 처음 가서 버벅거릴 때
뭐, 가짜였지만
그건 우리 집안을 위한 거였어
내가 또 빚지고는 못 사는 서지안이라서요
남자가 집 나왔으면 무라도 썰고 들어가야죠
(지안) 아버지한테 말씀드렸지만
(지안) 당분간 집에 들어갈 생각 없어요
당신 안 자요?
자
오늘 지안이가 찾아와서 만났는데
돌아오려면 멀었더라고요
그 심정 알지만 내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데
[구토하려고 한다]
[심각한 음악]
[구토하는 소리]
아휴
[놀라며] 당신 왜 그래요? 체한 거예요?
저녁에 뭘 먹었길래 토하는 거예요?
들어가 얼른
체했으면 약을 먹어야죠 내가 약 가져다...
에이, 약 먹었어, 괜찮아 들어가 얼른
[새가 지저귀는 소리]
(수아) 먼저 출근할게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태수) 아, 제가 며칠 전에 갔었는데
저희 예전에 살던 집 사셨던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래서 집이 비어 있는데
제가 한 몇 달만 좀 쓰고 싶어서 그럽니다
[새가 지저귄다]
(의사)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셨네요
우연히 의사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제가 갱년기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근데
친구라 속을 터놓기가 편하지 않아서요
[웃으며] 갱년기는 여자들한테나 있는 건 줄 아셨죠?
아니라고 하던데요 남자들도 꽤 있다고요
[의사가 웃으며] 꽤가 아니라 많아요 아주
음, 근데 남자분들은 감정 표현이 서투르고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세뇌당하신 분들이 많아서 참으시는 거죠
세뇌요?
아, 강제 주입만이 세뇌는 아니거든요
알게 모르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관습이나 가치관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음, 그런가 보다 그렇게도 되잖아요
(의사) 아, 요새
기분이 좀 어떠세요? 단적으로 표현해 보시겠어요?
[한숨 쉰다]
제 속에 폭탄이 들어있는 기분이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무능력한 기분
내가 왜 살고 있나
무엇 때문에 살아왔나
[슬픈 음악]
[울먹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터트릴 수가 없으시군요
[흐느낀다]
[운다]
[흐느낀다]
제가 관리하고 있는 매물 중에 가격 대비 제일 좋은 가게예요
보다시피 동네 유동 인구 많고 주변 상권도 좋아요
음, 손님은 많네요
(남자) 그렇죠?
동네가 너무 후졌다
에잇!
남자 친구분 예산 생각하셔야죠
[동시에] 남자 친구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뭐야?
하...
그러니까 너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구경하고 싶다고 따라와서는
치!
저기 공사 중인 아파트 완공되면
그때는 권리금 붙어서 그 돈으로는 안 돼요
[한숨 쉬며] 그럴 것 같기는 한데
다른 데 더 보고 얘기하죠
아 예
장사할 거면 새로 하지 왜 하던 데를 해?
신규 창업보다 이런 양도 양수가 훨씬 이득이야
기존 매출이 확인이 되니까
그렇구나
[전화 수신음]
어, 자기야
(지태) 같이 점심 먹자고
점심에 일 많아서 도시락 시킨 거 지금 막 왔는데
자기 휴가 다다음 주랬지?
나 그때로 수술 날짜 잡았어
(지태) 뭐?
[잔잔한 음악]
나가자
추운데 왜 여기로 와? 카페 가자니까
자기랑 길게 말싸움하기 싫어서
됐어, 얼마나 길게 얘기하려고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어이없다, 서지태 너 정말 왜 이래?
수아야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리가 지방에 내려가서 살면 어때?
지방이라니?
우리가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게
우리가 서울에 살아서잖아
[한숨 쉰다]
(지태) 미친 집값에, 미친 교육비에
비교에, 경쟁에
여기를 피하면 모든 기준이 낮아져
마음 편히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도 낳고
남들은 다 서울로 올라온다는데 왜 우리만 지방으로 도망쳐서 살아?
도망이 아니라 선택일 수도 있는 거잖아
- 소도시에도 우리 지점이 있으니까 - 싫어
아이를 갖지 않는 건 생기지 않을 경우였어
이미 생겼어 우리 실수야
(지태) 그리고 그 아이
심장 뛰는 사람이야
나중에
이렇게 될 애라고
[잔잔한 음악]
이혼하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근근이 대학 졸업했고
취업 안 돼서 무기 계약직에 내 인생 정착했을 때 생각했어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수아) 그래도 겨우 나 하나만큼은
초라하지 않게 먹고 쓸 수 있겠구나
캐나다 가서 봤잖아 우리 오빠가 하는 가게
어머니, 아버지 겨우 얹혀 사는 정도야
내가 괜히 이민 안 따라갔는 줄 알아?
부모가 가난하면 사랑도 마음껏 못 줘
그래서 난 나만 사랑하기로 했어
그러다 자기도 사랑하게 됐지
미안해 거기까지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게
미안해
이혼?
우리 결혼 계약서 첫 번째 조항 위반이야
아이는 낳지 않는다
세 번째
원하면
합의하에 헤어진다
♪ 날 잡아 줄래요 ♪
도경이가 전략 기획실에 있을 때 낸
아이템과 기획안들 다 가져와
도경이가 자기 사업을 정말 할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넌 장 수석네 잘 관리해, 도경이는 내가 어떻게 해서든 끌어들일 테니까
아버지가 예상하시는 대로 미리 자금 챙겨 나갔으면
쉽지 않을 거예요
전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1년까지 [진취적인 음악]
연평균 16.27%의 고속 성장을 이룰 전망이며
(도경) 2021년 말에는 시장 규모가 7조 6천 2백 2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트렌드에 맞춰 우리 DK 에코테크 역시
90% 이상의 바이오 기반 소재의 장난감, 생활용품 생산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잠깐만요
(투자가) 87억?
[웃으며] 이거 액수가 너무 큰데
공장 부지와 기계 설비 원료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커서 그렇지만 충분히 회수 가능합니다
(도경) 북유럽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 가구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거든요
아, 공장은 OEM 방식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공장은 찾아놨습니까?
찾게 시키면 됩니다
누구한테요?
사업 이력도 없으시던데
(투자가) 너무 겁이 없으시네
유학 갔다 온 지 5년이던데 그동안 무슨 일했어요?
직장 생활도 했고 사업 아이템 찾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이력서에는 왜 전 직장을 안 적어 놓으셨어요?
어디 다녔는데요?
말씀드려도 모를 작은 회사들입니다
[어이없어 하며 웃는다]
[잔잔한 카페 배경 음악]
[한숨 쉬며] 게임 대여는 절도가 많을 거고
돈은 술장사가 최고인데
내가 창업 컨설팅 10년째인데
와플 가게가 제일 알짜배기예요
(남자)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순수익 3백 보장에 가진 예산에 가장 근접하고
3백?
자 여기 매출 정보 확인해 보세요
아, 예
음, 이거
가계약금 5백만 걸면 된다고 했죠?
소라 양 잘 도착했는지도 궁금하고
겸사겸사 안부 전화드렸어요
[손 여사가 망설이며] 아, 네
도착은, 도착은 잘했어요
혹시 우리 도경이하고는 연락한다고 하던가요?
어, 그게
우리 소라가 좀 사정이 생겨서요
사정이라니요?
죄송합니다, 노 대표님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전화 종료음]
[심각한 음악]
[분노하며] 아휴, 이런 미친 년
왜 이렇게 당황해 하지?
천하의 손 여사가 말을 다 더듬고
사정?
(사촌) 대박 사건, 장소라 보란 듯이 결혼식 올리고
(사촌) 증발해 버렸어, 오빠 도경 오빠 어떡해?
[어이없어 하며] 와, 최도경, 장소라
[전화 수신음]
[놀라며] 어휴
(기재) 왜 전화하는 거야?
[전화 수신음]
[한숨 쉰다]
[놀라며] 세상에!
남자가 있었던 거야?
친구 몇 명하고 목사 앞에서 결혼식하고 바로 시카고로 떠났답니다
[한숨 쉰다]
그럼 도경이도 소라가 이럴 걸 알고 있었던 거니?
그건 모르겠어요, 어머님 도경이가 얘기를 안 했거든요
[한숨 쉰다]
도경이 여자는 누구니?
여자라니요? 도경이 여자 있대요?
기재야
저 몰라요, 어머니
아니 넌 알지 아는데 말 안 하는 거지
(기재) 제가 알고 있는데 도경이가 저한테 연락을 끊겠어요?
(기재) 그동안 하도 연락 없어서 저도 궁금했거든요
좀 전에 사촌 여동생한테 소라 씨 사진 받고 막 전화했더니
핸드폰이 꺼져 있는 거예요
통화한 지 오래됐다고?
네, 저도 회사 일로 정신이 없어서요
네 통화 내역 좀 봐도 되겠니?
네
[한숨 쉰다]
됐다
저도 누구보다 도경이 장래 걱정하는 놈입니다
그럼 도경이한테 연락 오면 나한테 알려주겠구나
그럼요, 도경이 자식 연락 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소라하고 짠 거 보면 도경이 분명 여자 있는데
대체 어디서 만난 걸까?
맛있게 드세요
혼자 수고하네
어, 방장님, 사장님하고 신혼 살림 사러 나가셔서
알아
그 사이에 서프라이즈로 신혼 방 좀 꾸며놓으려고
그래, 수고해
(혁) 아, 저...
이것 좀 봐줘
이런 거 침대에 뿌려놓으면 어때?
벌써 사 와놓고 뭘 물어?
인터넷에서 본 거라서 둘이 신혼 여행을 안 가니까
넌 어때? 이런 거 좋아해?
글쎄 난 생각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지수 너 뭐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니
기분 별로인 거 같은데
혼자 가게 봐서 바빠서 그래 잘 가, 수고해
어, 그래
[잔잔한 음악]
[한숨 쉰다]
결혼식은 5시니까 4시에는 무조건 음식 [경쾌한 음악]
세팅 완료해 달라고 케이터링 업체에 확인했고
사진, 동영상, 음악은 김현수 씨 후배가 해주기로 했고
카페 좌석 배치는 양 목수 고물상 씨가 해준다고 했고
헤어, 메이크업은 신랑, 신부 셀프, 이상 끝!
내일 새벽에 꽃만 사러 가면 됩니다
어, 지안 씨, 대기업 다니던 폼이 나오는데
[웃으며] 아, 그게 아직도 나옵니까?
구정물을 빼야 새사람이 되는데
근데 혁아, 두 분은 왜 신혼여행을 2월에 가신대?
예전에 둘이 결혼 약속할 때 신혼여행을 파리로 가자고 했었대
2월에 파리에서 하는 제과 제빵 박람회 보러 가자고
멋있다, 17년 만에 꿈을 이루는 거네
꿈을 이루는 데 17년이나 걸렸다고?
(용국) 어이, 집 나온 탕아 오늘 PT 잘됐어?
야, 너는 첫술에 배부르랴 속담도 모르냐?
누구는 꿈을 이루는 데 17년 걸렸는데
내가 열흘 만에 해봐라 불공평하지
아휴
(용국) 아휴
첫 밥 숟가락 뜨기도 전에 배부른 인생만 살았던 놈이
[혀 차며] 고생한다
어제 밤새워서 계속 PPT 작업하던데
밤새웠어?
정신력 대단하구나 했어 집 나와서 계속 강행군이잖아
혁아
내일 친환경 커튼 업체 미팅 말이야
그거 네가 가야 돼 나 아버님 호출받았다
가족 조찬 모임이 내일이래
아, 그래요?
[한숨 쉬며] 아, 그 꽃 시장 어떡하지?
화병이랑 무거워서 지안이 혼자 안 되는데
어, 아니야 나 혼자 가도 돼
결혼 선물로 꽃 쏘신다고 했으니까 차하고 꽃 값만 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나
[지안과 용국이 웃는다]
OEM 공장, 공장
도경아
알았다, 이 독한 놈아 3만 원 준다
아휴, 이거 무슨 사채업자 취급이네, 어?
꿀 알바 시켜주려고 왔더니만
아이고, 됐다 됐어 내일 오후에 고급 알바 있다
그래? 아쉽네 지안 씨랑 가는 건데
뭐?
[익살스러운 음악]
여기서 뭐 해요?
알바하러 가려고
근데 왜 안 가고 여기 있어요?
차 키 줘
너하고 꽃 시장 가는 게 알바야
가지가지 한다, 진짜
진짜야, 용국이가 알바비 대신 이틀 치 6만 원 퉁쳐준다고 했어
용국이한테 전화해 봐
아이고, 춥다, 빨리 타 빨리 타!
♪ 스치는 손끝에 ♪
♪ 돌아가는 ♪
야, 이게 얼마 만에 운전이냐 반갑다, 핸들아
용국 씨한테 부탁했어요?
내가 왜?
내가 너하고 드라이브하고 싶어 하는 걸로 보이니?
어, 진짜...
너하고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걸로 보였어?
어휴, 점점
돈 아니면 내가 이 새벽에 왜 나옵니까? 잠을 자지
거기까지만 해요 알았으니까
네
앗, 차 세워요
왜?
내가 운전할게요 눈 좀 붙여요
계속 잠 부족하잖아요
그러다 괜히 사고 나면 나만 손해니까
나도 손해야
그래서 절대 사고 안 낸다
눈 붙여, 너라도
불안해서 잘 수가 있나
♪ 내 사랑이 ♪
♪ 그대에게 ♪
(도경) 야, 신세계네
음, 향기 좋다
근데 무슨 꽃을 사면 되는 거야? 화병도 사고 해야 한다던데
일단 백합하고 수국 먼저 사면 돼요
어, 백합 여기 있네
입구 쪽 가게는 보통 더 비싸요 한 바퀴 둘러보면서 가격 봐야죠
꽃 상태도 봐야 하고
용국이가 돈 낸다던데
남의 돈이니까 더 아껴야죠
그래, 돈 벌어보니까 천 원도 소중하더라
♪ 너에게 닿기를 ♪
여기, 수국 한 다발만 주세요 부케로 쓸 거예요
♪ 네게 환한 빛이 되어 줄 ♪
♪ 나를 따라 와 준다면 ♪
저기, 여기 화관 만드는 데 어디에요?
(종업원) 지하 3층으로 내려가셔야 돼요
(지안) 네, 감사합니다
(도경) 이거 예쁘다, 히아신스
희 언니는 흰 꽃 좋아한대요
너무 희기만 하면 밋밋하지
포인트로 분홍색 껴도 예쁘겠는데
이거 세 다발 주세요
왜 마음대로 사요?
내가 드리는 결혼 선물이야
결혼 일찍 해주셔서 이제 나도 혼자 방 쓸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러기로 했어요?
네가 그분 방 쓰고 선우혁이 다시 자기 방 가고
어?
아이, 기분 별로네
둘이 방을 번갈아 쓰는 거야?
내가 그 방으로 가야겠다
♪ 길고 긴 밤을 지나서 ♪
이거 세 개만 주세요
♪ 마음의 끝에 ♪
♪ 스치는 손끝에 ♪
키 주세요 갈 때 제가 운전할게요
♪ 결국 너에게 닿기를 ♪
이건 네 거
네?
저번에 PT 도와준 값이야 대신 아침은 네가 사라
오랜만이다, 너
음, 맛있다 [웃는다]
왜?
너무 잘 먹어서요 전에는 구경만 하더니
염색 업체 갔을 때?
이제 길거리 음식도 먹어요?
지금은 재벌이 아니니까
의도적 겸손이신가?
난 내 입맛이 까다롭고 예민하다고 생각했거든
음식 청결 상태 중요하고 근데 아니더라
돈 지랄이었던 거야
돈 없고 배고프니까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고 삼각 김밥도 맛있고
얘들도 맛있다, 이 먼지 펄펄 나는 시내 한복판 길거리 음식도
에이, 그건 아니다
왜 아니야?
경험 부족이었던 거죠
편의점 도시락, 삼각 김밥 이런 길거리 음식들
먹어볼 기회가 없었던 거지
그런가?
그럼요, 쓸데없이 돈이 많아도 문제라니까
근데 서지안
넌 내가 좋다면서
그렇게 잘 감추지? 감정을?
비법 좀 알려줘 봐,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독할 수 있는지
에이, 그런 비법을 막 가르쳐드릴 수 있나
28년 살면서 터득한 노하우인데
최도경 씨가 지금 재기, 자립이 먼저라 사랑 타령을 못 하는 거 하고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때 네가 그랬는데 나 든든하다고
든든한 사람이라고
[경쾌한 음악]
근데 그게 돈의 힘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왜 그런 생각을 해요?
네가 자꾸 날 봐주니까 매몰차게 안 대하고 봐주니까
봐 주는 거 아닌데
독립은 최도경 씨가 선택한 거니까
본인 선택대로 살아보는 게 맞는 거예요
나는 내 선택대로 사는 거고
그래?
네, 수다 그만 떨고 가요
야, 아직 다 안 먹었어
아휴, 천천히 먹어요 그러다 체해요 [도경이 웃는다]
[웃으며] 돈 없으니까 좋네 네가 다 챙겨주기도 하고
(노 회장) 당장 그 여자 찾아
[한숨 쉰다]
[한숨 쉰다]
[경쾌한 음악]
(남자) 장독이 김치를 담는 데 [영어]
사용됐다고 팸플릿에 쓰여있는데요 [영어]
지금도 이렇게 사용하나요? [영어]
장독은 김치를 담는 데 사용했습니다 [영어]
요즘에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영어]
김치를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영어]
[결혼식 손님들이 박수 치며] 축하해요
음, 분홍색 포인트 하얀 꽃만 있는 것보다 좋은데?
히아신스 꽃이 예쁘거든 사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혁) 아, 맞다, 이제 기억 난다
음, 좋다, 맡아 봐 좋지?
(지안) 나 아까 다 맡았어, 이리 줘
(혁) 참, 진짜 [같이 웃는다]
(혁) 이런 거 가져올 거면 나 부르지
(지수) 아니야, 별로 안 무거워
참, 지안아
[잔잔한 음악]
안녕하세요, 전에 봤죠?
둘이 알아?
전에 사장님하고 계실 때 봤어
이건 피로연 때 쓸 거라 주방에 갖다 놓을게
내가 할게
아니야, 잘못 들면 케이크 망가져 만든 사람이 드는 게 나아
[한숨 쉰다]
[심각한 음악]
(혁) 지수야
여기 와서 앉아
[결혼 행진곡 연주] [다 같이 박수 친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축하한다]
[낭만적인 음악]
[다 같이] 뽀뽀해, 뽀뽀해!
[다 같이 박수 치며 소리 지른다]
[다 같이 계속 박수 치며 축하한다]
(남구) 아, 내가 다 만든 건 아니야
(지수)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왜, 왜? 먹고 가
지수야
어? 왜?
왜 벌써 가? 밥도 안 먹고
어, 약속이 있어서
약속?
음
오늘?
그게 왜?
지수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니? 실수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나 대하는 게 달라져서
(혁) 크리스마스날 영화 본 후부터 같거든
일부러 나 피하는 것도 같고
(혁) 이유가 뭐야?
[잔잔한 음악]
별로라서
뭐?
밖에서 만나 보니까 내가 상상했던 너랑 너무 달라서
(지수) 미안
앞으로 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내자
방장님 때문에 모르는 척은 못 할 거 같고
난 좋아했던 남자랑은 친구는 못 해
내...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싫었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이유가 있어서 좋아지니? 싫은 것도 이유 없더라
♪ love you ♪
야, 약속 늦겠다 갈게
♪ 그 흔한 그 말도 ♪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 가슴 아파도 멈출 수는 없죠 ♪
♪ 텅 빈 마음을 채워 줄 사람 ♪
♪ 그대죠 ♪
어디 편찮으세요? 일찍 들어오셨네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좀 앉지
무슨 일 있으셨군요
도경이가
올 여름만 해도 소라하고의 결혼을 기정 사실로 알고 있었어
그랬던 애가 반년도 안 돼서
장소라하고 짜면서까지 집을 나갔어
장소라 씨하고요?
8월까지 없었던 여자가 12월에 집까지 나가게 한 거야
사랑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삶을
주도적으로 제가 결정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숨 쉰다]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 여자가 생길 동선이 없지 않아?
글쎄요, 저는 부사장님의 집 밖에서의 동선은 몰라서요
내가 지금 민 부장한테 누군지 물어보니?
말 상대가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특히 부사장 되고 나서는 일만 했어
40주년 이벤트 때문에
이벤트 끝나면 은석이 발표해야 해서
서지안 도와주느라고 밤낮없이 걔랑만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서지안하고만 붙어 다녔는데
아니야, 말도 안 되지 오빠, 동생으로 지냈던 애들인데
걔네 부모가 우리한테 어떤 짓을 했는데
서지안 떠났다가 돌아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무슨....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뭐?
은석이가, 아니 서지안이 저한테 먼저 털어놨었어요
제가 이벤트 끝날 때까지 미루자고 했습니다
서지안은 잘못 없습니다
40주년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는
저희들 얼굴 보실 생각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같이 야근하면서
40주년 이벤트 같이 진행하려고요
[한숨 쉬며] 아니겠지?
얼마 전에 서지안 씨 가방을 부사장님께 드린 적이 있어요
가방? 무슨 가방?
부회장님께 들켰던 날 가방을 두고 갔거든요
서지안 씨가
너무 찾으러 오지 않아서
늘 두 분이 붙어 다니셨으니까 혹시 연락될까 싶어서 여쭤봤더니
달라고 하셨어요
뭐?
(민 부장) 없습니다
도경이 사무실 짐도 다 가져온 거지?
네
집 나갈 때 빈손으로 나간 거 확실하고?
네
그럼 그전에 만났다는 거네
(도경) 사랑 없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미리 최 부사장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네
제 과속 운전으로 인해서
최도경 부사장님 차가 사고를 당하게 했거든요
그때 수리비가 2천 7십만 원이 나왔는데 그걸 탕감해 주셨습니다
(지안) 2천 7십만 원을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제 사정을 들으시고
그걸 탕감해 주는 대가로
양평 트렁크 쇼에서 외국어 보조를 하게 된 겁니다
얘들, 전부터 알고 있었어
지안이가 동생으로 오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어
[현관 벨 소리]
누구세요?
노명희입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어오시죠
아닙니다 연락 없이 와서 죄송합니다
지안이 좀 만나고 싶어서요
우리 지안이요? 지안이는 무슨 일로?
좀 불러 주시죠
지금 없습니다
그럼 따님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세요
무슨 일이신지?
제가 서지안한테 볼일이 있다잖아요
사모님께 죄인은 저지
지안이가 아닙니다
용건도 모른 채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궁금해서 만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더욱 연락처를 알려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지안이한테 만나고 싶은지 물어본 후에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정말 중요한 용건이 있다면
집 밖에서 두어 시간만 지키면 만날 아이에요
지안이
저희 집에 안 삽니다
[심각한 음악]
집에 안 살아요?
지안이가 집에 안 산다고?
[한숨 쉰다]
(용국) 가자
[핸드폰 수신음]
저, 먼저들 가세요 통화 좀 하고 갈게요
조심해서 와
응
(지안) 네, 아버지
어, 별일 없냐?
네, 별일 없어요
왜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건강하신 거죠?
[웃으며] 그럼
[잔잔한 음악]
제가 엄마 만난 것 때문에 전화하신 거예요?
아니, 아니야, 그냥 어떻게 잘 지내는지 생각나서 해봤어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
그 말이 진심이었으면 좋겠구나
정말이에요
단지
엄마한테 얘기 들으셨겠지만
아직 엄마하고 같이 살기는
아니야, 아니야, 같이 살 것 없어 그러지 않아도 돼, 정말이야
그저
(태수)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만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네 길에 불빛은 너만 비출 수 있는 거야, 결국은
그러고 있어요
(태수) 그래, 그럼 됐어
고맙다, 끊는다
[전화 종료음]
아버지?
뭐가 고맙다는 거야?
[훌쩍이며 기침한다]
[잔잔한 음악]
(지수) 앞으로 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내자
(지수) 난 좋아했던 남자랑 친구는 못 해
(지수) 이유가 있어서 좋아지니? 싫은 것도 이유 없더라
(지수) 너 별로라서
(지수) 밖에서 만나 보니까 내가 혼자 상상했던 너랑 너무 달라서
(혁) 저기요!
(지수) 안녕하세요? 선 실장, 아, 네
(지수) 제 이름 모르시죠? 저는 서지수라고 합니다
(지수) 자기 이름을 말하면 아, 그렇군요
(지수) 저, 대답 기다리지 말고 선 실장님 좋아해요
(지수) 치과에서 저 구해 주셨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지수) 제가 원래 당황하면 말을 잘 못해요
(지수) 그래서 정말 바보 같아지는데
(지수) 정말 구세주 같았어요
(투자가) 공장은 찾아놨습니까?
(도경) 찾게 시키면 됩니다
(투자가) 누구한테요?
(투자가) 유학 갔다 온 지 5년이던데 그동안 무슨 일했어요?
[같이 한숨 쉰다]
[전화 발신음]
[전화 발신음]
[안내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지수야
(명희) 너 지안이 만났다고 했지? 지안이 어디 있니?
아니, 전화번호 알아?
좀 알려줄래?
(지수) 전화번호는 모르고
연남동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근데 왜 그러세요?
카페 어디?
희 카페라고 있는데 거기 사장님이 지안이 아는 선배예요
그래, 알았다
(서현) 안녕히 주무셨어요?
언니, 어머니가 왜 지안 언니를 만나려고 하시는 거예요?
보고 싶으니까
네? 보고 싶어서요?
그거 아니면 왜 만나려고 하시겠어?
응? 아닌데 보고 싶어 하는 표정이 아니셨는데
[한숨 쉰다]
실례합니다
서지안 씨죠?
(지안) 최도경 씨 친구시라고요?
양평에서도 봤고 이벤트 행사장에서도 봤죠 저는
(기재) 서지안 씨를
아, 네
근데 저를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도경이 전화번호 좀 압시다
네?
도경이를 꼭 만나야 해서 그럽니다 알려줄 일도 있고
의심스러우면 지금 도경이한테 전화해 보시죠
어떻게 최도경 씨 번호를 제가 알 거라고 확신하세요?
도경이가 서지안 씨 근처에 있을 거니까
[심각한 음악]
[문 열리는 소리]
어서 오세요
테이크 아웃 하시게요?
주문은 서지안 씨 오면 하죠
지안 씨하고 약속하신 거예요?
약속은 아니고 만나려고 왔어요
좀 불러주실래요? 서지안 씨
지안이 선배라면서요?
선배요?
[어색하게 웃는다]
지안 씨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신데요?
만날 만한 사이에요 지금 전화해서 불러주세요
당분간 누나하고 같이 방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
부모님 계신 데도 집에 못 가는 친구를 나랑 방 쓰게 하면 어떡해?
연락처 남기시면 전해드릴게요
전화해서 나 바꿔주면 안 될까요?
지나가다 얼굴 보려고 들렀는데
까다로우시네
만날 만한 사이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 그럴 순 없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요
그래요
그럼 뭐
다음에 봐야겠네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나중에요
[명희가 걸어가는 소리]
음, 뭐지?
[전화 수신음]
네, 언니
지안 씨, 되게 예쁘고 우아하고 포스 있는 어떤 사모님이 오셔서
지안 씨 연락처 물어보고 갔어
언제요? [심각한 음악]
그래서 알려주셨어요?
아니,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나
뭐라고 하면서 물어보시던가요?
아니다, 제가 지금 가게로 갈게요, 언니
지안 씨, 지금 온다고?
언니
이리 와서 앉아
커피는 필요 없어요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앉으라고
너였구나
[긴장된 음악]
네?
우리 도경이 집 나가게 한 게 너였어
(명희) 서지안 네가
감히 내 뒤통수를 쳤구나
네 엄마, 아버지로 부족해서 너까지
대표님
배포가 아주 크구나 너 그 엄마에 그 딸이야
딸로 들어와서 팔자 바꾸려다 안 되니까 다른 길을 찾은 거니?
도경이한테 붙으면 해성가에 다시 들어올 줄 알았어?
아닙니다
이번엔 엄마, 아버지까지 같이 머리 모아 계획했니?
서태수가 네 연락처 안 알려줄 때 수상했어
[무거운 음악]
저희 아버지 만나셨어요?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 도경이 어디 있어?
경고하는데 그 입에서 또 한 번 한 마디라도 거짓말 나오면
가만 안 둔다, 지안아
제가 아닌 거 알자마자 바로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사죄 못 하고 나와서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지난 얘긴 필요 없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불쾌한 일이야
네
언제부터였니 너희들?
(명희) 네가 아닌 거 알고 나서지?
(명희) 그래서 너 도경이한테 먼저 말했지?
도경이 욕심 나서 도경이 가지면 해성을 갖게 될 줄 알고
진정하세요
[긴장감이 도는 음악]
[놀라며] 뭐?
왜 오해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서지안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아무 사이가 아니야? 아무 사이가 아닌데 도경이가 집을 나가?
그러게요
[긴장감 넘치는 음악]
아무 사이 아닌데 최도경 씨가 왜 집을 나왔는지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니 저한테 언성 높이지 마시고 아드님하고 해결하세요
뭐?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는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는
[놀라면서] 뭐?
제가 싫거든요
[경쾌한 음악]
♪ 알듯 말듯 끌리네 ♪
♪ 혼자서 실없이 웃는 게 나 아무래도 이상해 ♪
♪ 또 괜한 상상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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