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7
저는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심각한 음악]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는
뭐?
제가 싫거든요
[긴장감이 도는 음악]
싫다고?
저하고 맞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방지게
제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 댁에 또 폐를 끼칠 만큼 염치없지 않습니다
그럼 도경이 어디 있는지 말해 어디 있어?
죄송하지만
그건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하고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으니까
저는 제 입장만 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넌 싫은데
도경이 혼자 널 좋아한다는 말을 믿으라는 말이야?
그런 애가 나 왔다는 말에 왜 달려왔어?
일하는 곳이 근처고
전해 들은 걸로는 대표님인 것 같아서
궁금해서 안 올 수가 없었어요 물론
대표님이 계신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예요
이런 난감한 상황 안 만나고 싶었어요
도경이 뒤에 숨어 있을 작정이었구나
그건 아닙니다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도경이가 집 나온 것도 알고 그게 너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그러니 연락처도 알 거고
그러면서 어딨는지 나한테 말해줄 순 없고
그러면서 너하고는 상관이 없다?
해성 그룹에는 욕심이 없다 네가 우리 집안이 싫다
그런 거니?
네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믿지 않으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전 진심으로 제 입장 말씀드렸으니까
최도경 씨와 관련해서는
저희 부모님은 더 이상 찾아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럼 도경이 돌려보내
네 말이 진심이라면 도경이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 그럼 믿어주마
(지안) 그건...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안) 그분 인생이니 그분이 알아서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분과 관련해서 어떤 일에도
대표님하고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흥분하며] 너
아주 당돌하구나
죄송합니다
어떻게 너인 줄 알고 왔는지 묻지도 않고
원하시는 건 어떻게든 알아내시는 능력 있으시니까요
그래
나 그런 사람이야 잊지 말거라
네
도경이한테 나 만나러 오라고 해
보게 되면 전하겠습니다
사람 속을 들여다 볼 순 없으니
네 입으로 관심 없다, 아니다 하는 건 의미 없어
우리 도경이
꿈도 꾸지 말아라 지안아
그러겠습니다
하실 말씀 끝나셨으면 이만 일어나도 될까요?
[한숨 쉰다]
[무거운 음악]
[가쁘게 숨을 쉰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한숨 쉰다]
지안 씨 괜찮아?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
어떻게 된 거예요? 가셨다더니
아, 가신 줄 알았는데 보통 분 아니더라
지안 씨 지금 온다고?
(희) 어, 지안 씨?
지... [전화 종료음]
기다리면 되겠네요
[긴장감이 도는 음악]
아메리카노 두 잔
(희) 지금 오지 마 그분이 다시 오셨어
[한숨 쉰다]
진동으로 해놓아서 몰랐어요
최도경 씨 해성 그룹 아들이었어?
어휴, 카리스마 장난 아니던데
(희) 앞으로 지안 씨 어떡해?
아, 그래서 우리 혁이가 그렇게 지안 씨 걱정했었구나
언니, 혁이한테는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사출 성형과 압출 성형이
한곳에서 된다는 점이 좋네요
(공장장) 사장님하고 생산 조건 구체적으로 협의해서 연락하겠습니다
요새 일감이 줄어서 가능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한숨 쉰다]
서지안이었어요
도경이 여자가 서지안이에요
당신 그걸 어떻게 알았어?
되짚어 보니 그 아이밖에 없더라고요
당신 안 놀라요?
서지안이면 다행이라서
다행이라고요?
아버지가 서지안인 줄 아시면 정말 도경이 내치실 수도 있어요
실수로 그 아이를 집으로 들여서
도경이 마음 흔들리게 한 우리한테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지안이가 그런 무리를 하진 않을 거니까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경우 없는 아이 아니었고 영민한 아이잖아
그 집하고 우리가 어떤 악연인 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야
도경이 어디 있는 줄 알면서도 입 다물던데요
지안이를 만났어? [무거운 음악]
지금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순수하게 영민한 건지 영민해서 수작을 부리는 건지
알아채지 못했어요 내가
의중을 파악 못 했다고요
도경이 오면 알게 되겠네
도경이 연락처도 나한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니까요
당신이 왔다는 건 전하겠지
전하겠죠?
안 전해도 어떻게든 도경이 오게 하겠지 당신이
[한숨 쉰다]
이럴 땐 고민 이유가 대개 사람인데 누구야?
- 형 - 응?
지수가 갑자기 이상해졌거든?
근데 나도 이상해졌어
와, 대박
너 이제 네가 이상하냐? 난 옛날부터 네가 이상했는데
옛날부터 이상했다고?
응, 너 지금 헷갈리지?
내가 전에 서지안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왜 자꾸 빵집 아가씨가 생각나지?
(용국) 크리스마스 이브 때
지안 씨는 안에 있는데 너는 계속 밖에만 보더라
빵집 아가씨 기다렸지?
그래, 그거! 그거야, 형!
지안 씨 10년 만에 재회했을 때
뭐, 다시 만난 운명 어쩌고 개소리하더라
개소리...
그게 왜 개소리야? 지안이가 내 첫사랑이었다니까
그래 바로, 그거 첫사랑 10년 전 첫사랑
(용국) 사람이 10년을 뛰어 넘어서
보자마자 다시 좋아지는 게 가능하냐?
넌 지금 남자들 첫사랑 콤플렉스에 갇힌 거야
첫사랑 콤플렉스? [잔잔한 음악]
너랑은 형제 같은 사이고 도경이는 끊어졌던 친구 사이인데
(용국) 네가 진짜 지안 씨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면
(용국) 도경이를 셰어 하우스에 들였겠냐?
내 동생의 연적을?
[한숨 쉬며] 형, 그런 생각까지 했던 거야?
그리고, 너 지안 씨가 도경이 좋아하는 거 알고 있더만
(용국) 근데 질투는 안 하더라? 맨날 걱정만 하고
무슨 오빠, 삼촌처럼
지안이가 겪은 일이 너무 커서 그래요
(용국) 걱정되는 사람과
자꾸 생각나는 사람 뭐가 멜로냐?
(용국) 아버지, 누나에 이어서 지안 씨까지
[한숨 쉰다]
보호자 코스프레 그만해라 이제
너 아니어도 다들 때 되니까 살아나잖아
보호자 코스프레...
어릴 때부터 가장 노릇한 네 습성
[전화 수신음]
- (용국) 그거 때문에 너 좋아하긴... - 누나다
잠깐만요
어, 누나?
(희) 혁아, 잠깐 카페에 좀 와줄래?
(희) 최도경 씨 어머니가 지안 씨를 찾아왔었어
최도경 씨 어머니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는 말 안 했고? [잔잔한 카페 음악]
그분도 안 했고 지안 씨도 안 물어봤어
근데 혁아
최도경 씨 어머니 진짜 싸하고 무서웠는데
지안 씨는 되게 침착한 거야
언젠가 만날 일인 걸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셰어 하우스에 지안 씨 처음 데리고 온 날
의욕이 하나도 없었잖아
그 사모님하고 관련이 있던 거지?
최도경 씨하고
사귀었던 거니?
그건 아니야
지안이 일이니까 누나한테 다 말할 순 없고
모른 척 해줘 지안이한테 이것저것 묻지 말고
알았어 너도 모른 척해야 돼
지안 씨가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왠지 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니까
나한테 부담 주기 싫은 거지
[지호가 한숨 쉰다]
나도 이제 사업가다 이거야
기필코 성공한다, 서지호! 음!
[잔잔한 음악]
(태수) 어떤 장사를 하든
(태수) 그 종목 업소에서 1년은 종업원으로 일을 하도록 해
(태수) 괜히 프랜차이즈 같은 걸로 덥석 시작할 생각 말고
치, 아빠는 괜한 걱정이야
[헛구역질을 한다]
(지호) 아빠, 아빠, 왜 그래요?
(지호) 아니, 왜 토해?
아니, 아니야 빈속에 커피가 좀 들어가서 그래
아이 진짜, 아빠는 빈속이면 빈속이라고 말을 해야지
[잔잔하게 기타 치는 소리]
[강사가 박수를 친다]
연습을 얼마나 하시길래 이렇게 금방 느셨어요?
아휴, 그냥 시간 보내기 좋아서요
에이, 예전에 꽤 치셨던 솜씨인데요
[씨익 웃는다]
뭐 오르지 못할 나무고 시도도 못할 꿈이었죠, 뭐
누구나 한때 꿈이 있었지 않습니까?
(강사) 서 선생님 같은 분들 많아요
은퇴하시고 예전에 못 했던 악기하시는 분들
동호회 하나 소개해 드려야겠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참, 어디 가신다고 하셨죠?
(강사) 얼마나 걸리세요? 다녀오셔서 다시 오세요
[잔잔한 음악]
(지호) 아니
빈속에 커피 딱 한 모금 마셨다고 그렇게 토하냐고?
아무래도 아버지 몸이 좀 안 좋으신 거 같아
어 그래, 알았어 여쭤볼게
그래 연락줄게, 응
[전화 종료음] [문자 수신음]
(수아) 퇴근 언제 해?
(지태) 일찍 할 수 있어
[한숨 쉰다]
[띵동 소리]
그거 뭐야?
새벽에 짐 싸서 나왔어
(수아) 부모님도 계신데
자기랑 불편한 싸움 계속하기 그렇잖아
승원 선배네 집에 가 있으려고
뭐?
부모님께는 급하게 연수 잡혔다고 말씀드려줘
[잔잔한 음악]
이수아
수술하는 날
자기가 병원에 같이 가주면 집에 다시 들어가는 거고
아니면
이혼하는 걸로 알게
생각은 해보기는 한 거야? 아기 심장 소리 들어는 본 거야?
내가 이러는 거 죄 맞아
근데 아이는 장난감이 아니야
내가 낳고 내가 키우고
누구도 나한테 낳으라 마라 할 권리 없어
내 입장도 아니면서 배 놔라 감 놔라 할 권리
하느님도 없어
그래서 너냐 아이냐
선택하라는 거야?
자기가 왜 결혼도 안 하려고 했는지
왜 아이도 안 낳으려고 했었는지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봐
♪ 견뎌 내는 건 ♪
예약 문자 보내줄게
간다
♪ 날 웃게 해서죠 ♪
[한숨 쉰다]
(혁) 지안아
퇴근 안 해? 우리 오늘 방도 바꿔야 돼
먼저 가 나 뭐 좀 할 게 있어서
아침에 내 짐 싸서 다 언니 방에 넣어 놨어
이제 네 방 혼자 써도 돼
학원은 어땠어?
재밌었어, 재밌더라
(희) 지안 씨가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왠지 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니까
들어갈게, 집에서 보자
응, 이따 봐
[현관문 열리는 소리]
스톱!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 방에 왜 들어가려고 합니까?
지안이가 누님 방으로 갔으니까 내가 지안이 쓰던 방 쓰려고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최도경 씨는 그냥 이 방 쓰면 됩니다
지안이가 쓰던 방은 원래 내 방입니다
셰어 하우스에 원래가 어디 있습니까?
있습니다 들어온 순서대로
아니, 상황 따라 바꾸면 안 되나?
지안이가 쓰던 방에 내가 다시 가는 게 그렇게 싫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내가...
지안이 쓰던 방을 쓰고 싶은 거지
여기서 얼마나 더 있을 줄 알고
[한숨 쉰다]
최도경 씨,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최도경 씨 어머니가 지안이를 찾아오셨어요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편의점 문 소리]
응?
여기에서 딱 마주쳤네
출출해서 간식 사러 나왔어
그래요?
근데 너무 늦게 다닌다 밤길 위험한데
(지안) 호빵이네
이제 호빵도 먹어요?
자, 야채 호빵이다
고마워요
그리고
(도경) 자, 이것도
[부드러운 음악]
(도경) 고맙게 잘 썼다
어머니가 너 만났으면
이제 내 위치 감추는 건 소용없으니까
왜 바로 전화 안 했어?
오늘 투자자 미팅 많다면서요
일에 방해될까 봐 기다려준 거구나
바로 전화할 만큼 급한 일도 아니었고
대표님이 만나러 오라고 하셨어요
어머니, 어떻게 아셨대?
말씀 안 하셨고 안 여쭤봤어요
안 궁금했어?
네
무슨 얘기했어?
어머니 만나서 들으세요
대표님께 제 입장, 제 생각 다 말씀드렸어요
걱정하지 마 예상보다 빨리 닥쳤지만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
(도경) 어차피 오래 숨길 수도 없었고
숨기고 싶지도 않았어
OEM 공장도 거의 구했고 예산도 대폭 줄였어
예산 줄이면 투자한다고 했거든
곧 투자 받아서 자립할 수 있게 될 거야
나만 믿어
음
맛있다, 호빵
잘 자라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서현) 어디 대회 나가요?
어, 그냥 무슨
다짐 같은 거 하는 거야
아, 아...
차였죠? 남자한테
뭐?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발랄한 음악]
며칠 전에 우는 소리도 나고 눈도 붓고
맥 빠져서 멍 때리고 다니고
[한숨 쉬며] 아휴 저도 그 정도 경험은 있거든요
그렇게 티 났어?
잊는 걸 할 수 있어 자기 최면 걸고 있는 거예요?
응
멋있게 잊어줄 연습하는 거야
그 사람 행복을 빌어주면서 [잔잔한 음악]
무슨 행복까지 빌어주려고요?
너를 하나도 안 좋아한다 나는
너 따위는 관심도 없다
그러니
네가 오래도록 좋아했던 그 사람하고
잘 되길 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경쾌한 음악]
어, 뭐야? 벌써 일어났어?
아이, 이거 다 하고 깨우려고 했는데
놀랐잖아 없어진 줄 알고
나 안 없어져
계속 희 눈 닿는 곳에 있을 거야 알았지?
[웃으며] 뭐야? 이러지 말라니까
내가 새벽잠이 없다니까
자, 오늘 메뉴는 소화 잘 되는 소고기 무국
[웃으면서] 내일 아침은 내 거야, 먼저 일어나기만 해봐
[깔깔 웃으며] 하지 마, 하지 마, 진짜 간지러워
아, 진짜 간지러워, 간...
[남구가 쑥스럽게] 아흐, 아
(남구) 밥 먹자, 아휴
안녕하세요
(희) 지수 씨 일찍 왔네?
어, 센스 있는 조수
잘 됐다, 나 우리 희 카페까지 데려다주고 올 테니까
빵 나오면 포장 좀 해줘
대신 남구 씨한테 커피 보낼게
걱정 말고 두 분 모닝 데이트 하고 오세요
음, 땡큐, 땡큐 자, 빨리 가자!
- 남구 씨 패딩 입어야지 - (남구) 어, 패딩
(남구) 어, 같이 가야지
좋겠다
[문 열리는 소리] 아직 영업 시작...
형님 안 계시네?
어
카페 바래다 드린다고 두 분 같이 나가셨어
그럼 여기에서 얘기하면 되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너 갑자기 나한테 왜 그러냐 서지수?
내가 뭘?
내가 별로라며 왜 갑자기 별로야?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선우혁인데
내가 뭘 어떻게 무슨 실수했니 너한테?
[잔잔한 음악]
선우 실장 말귀 되게 못 알아듣는 타입이었구나
뭐?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랬다고 말했는데
♪ 떨리는 마음을 ♪
(혁) 아니
이유 있어 너
사람 감정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변해지는 게 아니거든
♪ 원하죠 ♪
남자 친구 생겨서 그래
♪ 꿈을 꾸듯 ♪
싫다는 게 아니라 이성적인 끌림이 전혀 없다는 거야
너 자체로는 정말 진짜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 눈물이 나죠 ♪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어
전부터 나 쫓아다니던 남자 있었거든
♪ 들리나요 ♪
근데 선우 실장
나 같은 애는 너 별로면 안 돼?
[오븐 종료음]
빵 꺼내야 돼 잘 가
♪ 텅빈 마음을 ♪
♪ 채워줄 사람 ♪
♪ 그대죠 ♪
[낮게 한숨 쉰다]
당신은 출근 안 해?
도경이 연락올 거 같아서요
회사로는 못 올 테니 집으로 오겠죠
[전화 수신음]
보란 듯이 자기 핸드폰 다시 쓰네
당신은요?
회의가 있어
[전화 수신음]
[긴장된 음악]
저 왔습니다
[한숨 쉰다]
관심 없다 딱 잡아떼더니 바로 연락받은 거니?
지안이한테 연락받은 거 아닙니다
카페 쪽 사람 통해서 들었어요
어머니가 지안이를 만나고 가셨다고
둘러치나 메치나 어차피 서지안 쪽 사람들이니까
그보다
어떻게 아셨어요?
서지안이 그러더구나
원하시는 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능력 있는 거 알고 있었다고
넌 몰랐었니?
서지안은 아는 걸 넌 몰랐던 거야?
많이 놀라셨죠?
[한숨 쉰다]
어이가 없지
지안이는 받아주지도 않는데
저 혼자 집까지 나갔으니 그러실 겁니다
단지 지안이 때문이라고만 생각하신다면요
집 나가면서 거창하게 말했던 독립 말하는 거야? 너만의 사업?
네 능력으로, 살고 싶은 대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한 거?
네
서지안 없이도?
서지안 없이 독립하고 싶었어?
서지안 없이도 후계자 포기하고 네 능력으로
행복한 길 찾아보고 싶었니?
그건 아닙니다
지안이하고 함께 가고 싶은 길이니까요
[한숨 쉰다]
결국 여자 때문이면서 어디에서 말장난이야?
내가 우습니? 내가 네 말장난에 놀아날 사람으로 보여?
어머니, 지안이 인정하고 좋아하셨잖아요
내 딸인 줄 알았을 때 얘기야
내 딸일 땐 그랬지 근데
[큰소리로] 서지안이 누구 딸이니? 서태수, 양미정 딸이야
그건 지안이 잘못이 아니에요
뭐?
지안이 자체만 생각해 주세요
서지안 자체?
[코웃음 친다]
뭐 하러? 거론할 가치도 없는 아이를 뭐 하러?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지안 마음 잡았니? 둘이 사귀기로 했어?
[잔잔한 음악]
서지안 말이 정말이었던 거야?
지안이가
뭐라고 했는데요?
아무 사이 아닌데 왜 최도경 씨가 집을 나왔는지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니 저한테 언성 높이지 마시고 아드님하고 해결하세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너랑 엮일 생각 없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낮게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자기 쪽에서 싫다던데 우리 집안
당돌하고 건방지게
내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차근차근
그게 쇼라면 너하고 무슨 합의가 된 거겠지
그건 아닙니다, 절대 [부드러운 음악]
아닙니다, 절대?
그럼 너 혼자 그 아이 좋아서 집 뛰쳐나갔다는 거야?
[큰소리로] 해성 그룹 후계자가?
제정신이니? 가당키나 한 일이야?
너 내 아들 최도경 맞아?
제 인생 제가 살아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안이하고 합의가 안 돼 말씀 못 드렸지만
말씀드린들
쉽게 허락하실 일 없어 제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한 건데
어머니가 아셨네요, 먼저
내가 알았으니 할아버지 아시기 전에 들어와야 하고
내가 알았으니 너 그대로 두지 않아
제가 혼자 좋아하는 거 아셨으니
앞으로는 지안이 만나실 일 없으시고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쫓겨났으니
억지로 저 끌고 오실 권리도 없으시겠죠
뭐?
오늘은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게 계세요
(명희) 아무 사이 아닌데 왜 최도경 씨가 집을 나왔는지
(명희)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니 저한테 언성 높이지 마시고
(명희) 아드님하고 해결하세요
(명희)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한숨 쉰다]
어머니, 어떻게 아셨대? [부드러운 음악]
말씀 안 하셨고 안 여쭤봤어요
무슨 얘기했어?
어머니 만나서 들으세요
대표님께 제 입장, 제 생각 다 말씀드렸어요
[한숨 쉰다]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잔잔한 카페 음악]
어머니 만나고 오는 길이야
네
어머니한테 뭐라고 말씀드렸니?
대표님이 제가 안 한 말을 했다고는 안 하셨을 거예요
이렇게 확인할 거 아실 텐데
그럼 그 말이 다 네가 한 말이야?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꼭 그렇게 말해야 했니?
그게 제 생각이니까요 전에 말했잖아요
두려운 게 아니에요 [심각한 음악]
싫은 거지
너무 다른 세계니까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다시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곳이에요
이건 내 결정이에요 내 인생을 위한 내 결정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세계가 있구나
그쪽 세상은 내 세계와는 다른 곳이구나
내가 행복할 수 없는 곳이구나
날 믿고 조금 더 용기 내주면 안 됐던 거야?
어머니한테 오빠한테 들으세요 죄송해요 그러고 피할 수도 있었잖아 [심각한 음악]
오빠한테 들으세요? 그게 무슨 뜻인데요?
오빠를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그거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노력하고 있잖아
집을 나오고, 독립을 하고 자립을 꿈꾸고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너 때문이잖아
그거 몰라? 알잖아 알고 있잖아 너
알아요, 아는데
아휴, 정말 왜 이러지
최도경 씨 마음이 진심이고
나 때문에 집까지 나와서 투쟁하는 거면
난 무조건 최도경 씨 뜻 따라야 해요? 왜?
너도 날 좋아하니까
우리 서로 마음이 같으니까
마음은 있지만 같이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했잖아요
내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안 되는 일이야?
내가 막아주고 널 지켜줄 수 있는데
그러려고 자립이란 발판을 만들고 있는데
할아버지, 어머니 룰에서 버텨내기 위해서
나하고 하고 싶은 게 뭐예요?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어
어이없다
뭐?
내가 싫다는데
(지안) 나는 그 집에 들어가 봤잖아요
그래서 알잖아요 최도경 씨 집안의 룰
그쪽에서 나한테 어떤 룰을 요구할지
그리고 난 그 룰을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
그러기 싫다고요
그게 왜 그렇게 싫은데?
내가 아닌 나로 살아야 하는 거니까
오빠도 그랬잖아요 해성가 부품으로 살기 싫다고
그래서 자립해야 하는 거라고
너도 없이 돌아가면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이었어
이젠 다르잖아
지안아, 그냥 내 손 잡아 날 좀 믿어 봐
내가 왜 최도경 씨 믿어야 해요?
(지안) 최도경 씨가 손 내밀면
난 그냥 잡아야 하는 거야? 왜? 재벌이라서?
그 재벌 싫다고 재벌이라서 싫다고요
[잔잔한 음악]
(지안) 나는
이제 행복해지기 시작했어요
비로소 마음 편한 여유가 주는 삶이 뭔지
이제 알았다고 여기서 지금
목공소에서 나무 자르는 게 네 행복이야?
그게 어떻게 행복이야?
뭐라고요?
정직원이 되려고 기를 쓰고 뛰었던 너야
그 고생 끝내준다잖아
최도경 씨 왜 나한테 화내지? 화낼 권리 없는 사람이
왜 가난한 사람은 부자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해성 그룹이 싫으면 안 되는 거예요?
당신이 해성 그룹의 후계자라서 싫으면 안 되는 거예요?
대기업 정직원이 지상 목표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
있었어요
지금은 아니야
난
삶의 고비를 넘어봤어요
그래서 알아요 이제 안다고
[한숨 쉰다]
내 자리가 어디고
내가 지금 어떻고 어디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너...
[부드러운 음악]
진심이구나
네, 네
네
그러니까 그만하고 돌아가요 제발
안타깝고 보기 힘들고 괴로워요
일하러 가야 해서 일어날게요
♪ 하루 종일 지쳤었나요 ♪
[한숨 쉰다]
♪ 그대를 위해 나 여기 있어요 ♪
♪ 소리 없이 내게 안겨 ♪
♪ 잠이 드는 그대를 꿈꾸죠 ♪
♪ 내 가슴 속에 그대 기억이 머물러 ♪
♪ 내가 사랑하는 만큼 ♪
♪ 기다려온 만큼 ♪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 이 순간 속에 영원히 둘이서
♪ 서로의 기억에
♪ 언제나 머물러요 ♪
제 이름은 서태수입니다
그렇게는 안 하겠지만 혹시 쓰러진 저를 발견하신 분은
향림 요양 병원이나 양미정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한숨 쉰다]
이제 됐네
안녕히 가십시오
[띵동 소리]
[전화 수신음]
[전화 수신음]
여보세요?
지태냐? 나 석두 아저씨다
예,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아버지가 이상하시다니요?
(석두) 복통에, 구토에
(석두) 나 때 위암 증상하고 너무 비슷해서 말이야
(석두) 병원에 한번 모시고 가 봐 영 찜찜하다
아, 예, 알겠어요
예, 들어가세요, 예
[전화 종료음]
[심각한 음악]
어?
오빠
[태수가 신음한다]
오빠, 왜 그래요?
세상에 식은땀까지
어디가 아픈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흥분하며] 괜찮기는
119 불러서 빨리
(해자) 응급실 가야겠네
[신음하며] 아이고 하지 마, 하지 마
아휴
가족 손님 오셨으니까 이건 내가 서빙할게
네
(미정) 햄버거 나왔습니다
겨울 신메뉴예요
오, 맛있겠다
맛이 어떠세요? [잔잔한 음악]
(미정) 패티는 소고기만 넣어서 만들었어요
(손님 1) 오, 촉촉하고 맛있네요
(손님 1) 여보, 어머님 아버님도 좋아하시겠다
- (손님 1) 다음엔 꼭 모시고 오자 - (손님 2) 그래
[전화 수신음]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그이가 태수 오빠가 상태가
자기 위암 때랑 똑같다고 그럴 때는 설마했거든
(해자) 근데 현관문도 못 열고 웅크리고 있는 거 보니까
(해자) 어휴,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아
형부 때랑 똑같다고?
우리 엄마 활기 넘치네
나 없이도 잘 사네
[한숨 쉰다]
어, 죄송해요
어, 엄...
어?
나도 못 알아보고 왜 저러지?
아휴
아휴
(지호) 기타 학원도 다니고 낮잠고 주무시고 그러는데 설마
아이고, 이렇게까지 잤나?
[한숨 쉰다]
어, 지호 너까지 당신은 이 시간에 왜 들어왔어?
당신 때문에 들어왔어요 좀 앉아 봐요
어, 왜? 아휴...
석두 아저씨가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석두가? 석두가 왜?
당신 요새 토하고 복통 앓고 그러잖아요
그게 형부 위암 때하고 증상이 똑같다고 병원 데리고 가라고요
아 나, 이런 미친 놈이
친할머니도 위암으로 돌아가셨잖아
그거 가족력이에요
어쩌다 그러신 게 아니라 지호도 보고
어머니도 여러 번 보셨잖아요 아까는 해자 이모도 보시고
아휴, 자식이 쓸데없는 소리 해서 괜히 분란 일으키네
아 그런 거 아니야 나 괜찮아
지금 저희하고 응급실이라도 가세요
원양 어선 탄다고 건강 검진 받았어, 그냥 위궤양 조금 있대
건강 검진 받으셨어요?
받았어
그럼 검진 결과표 좀 보여주세요
뭐?
어떻게 제대로 검사한 건가 보려고요
아니 그걸 왜 보여줘? 내가 했고 내가 봤는데
아, 그런 거면 보여줘요 나도 좀 봅시다
내 건강 검진표를 왜 당신하고 애들이 보재?
걱정되니까 그러죠
왜 걱정을 해?
(태수) 왜 신경을 쓰냐?
(태수)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권리로 보자고 그래?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무슨 권리라니? 가족이잖아요
우리가 무슨 가족이야?
내가 지난번에 분명히 얘기했잖아
각자 알아서들 살자고
내 일에 상관들 하지 마
[잔잔한 음악]
아파서 병원비 부담 줄 일 없을 테니까 이제 그만들 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희가 지금 병원비 때문에 이래요?
그거 아니면 왜들 이래?
아빠
진짜 너무 그렇게 과민하게 굴면 우리가 힘들어요
아버지
제가 이민 알아보고 분가 생각해 본 게
이렇게 노하실 일이에요?
어머니, 아버지가 저지른 일 때문에 화도 나고
실망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
근데 단 한 번도 왜 그랬는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단 한 번도 물어볼 생각도 들어볼 생각도 안 해봤어?
(태수) 내가 능력 있는 아비였으면 지태 너 이민 결정할 때 나하고
상의는 둘째 치고 한 마디 언질도 없었을까?
대학 학비 대줄 능력 있는 아버지였으면
너 대학 포기할 때 나한테 허락 안 받았겠어?
아니 대학을 포기 안 했겠지
지태 너...
너 군대 가기 전까지 얼마나 밝고 자상한 아들이었는지 알아?
그랬던 네가 아비 사업 망한 다음부터 집에 들어오면 입 닫더라
웃음도 사라지고 나하고 말도 안 섞고 눈도 안 마주치고
그땐 저도 충격이 컸던 때라 그래요
알아, 알아
하루 아침에 보란 듯이 살다가 쪽방에서 여섯 식구가 뒹구는데
그런 집구석에서 웃음이 나겠냐
앞날도 걱정되고 짜증 나고 이 아비도 원망스럽고, 알아
아시면서 그러세요
안다고, 너희들 이해한다고 내가 비참하지 않은 건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
미안했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어 미안해서 죽겠는데
걱정 마 이렇게 큰소리 칠 기력도 없었어
그래서 너희들 눈치 보고 살았어
(태수) 지태, 지안이, 지수, 지호
그리고 당신
당신들 눈치 보고 살았어
아무도 나하고 상의도 안 하고 속 얘기도 안 하고
사는 얘기도 안 하고
그냥 겉으로 웃었어
그래도 못 본 척 나도 허허 웃으면서 살았어
근데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눈치 보고 사는 것도 지긋지긋해
이제 알아 나도
너희들한테 필요 없는 아버지였다
믿지 못할 남편이었고
그래서
나 이제부터 내 인생 살 거야
원양 어선 타서 돈 벌어와서
정말 하고 싶었던 거 평생 못 해봤던 거 하면서 살 거야
그러니까 내 일에 상관 마 아무것도
어떻게, 무슨 말씀을 드리지를 못하게 하시네요
그래 그거야 내가 바라는 거
나한테 아무 상관 안 하는 거
알았어요, 알았어
아휴
건강 검진한 거 그냥 보여주시면 되지
[한숨 쉰다]
[기타 연주 소리]
[미정이 한숨 쉰다]
당신 정말 화 안 풀어주고 갈 거예요?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제 양미정 아무도 아니야
부부가 신뢰가 깨지면 그때부터 남남이야
[기타 연주 소리]
여보, 내가 잘못했다니까
[기타 연주 계속]
[기계 작동 소리]
[잔잔한 음악]
서태수가 네 연락처 안 알려줄 때 수상했어
(태수)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태수) 그거만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태수) 네 길의 불빛은 너만 비출 수 있는 거야 결국은
대표님이 찾아온 얘기는 안 하고 왜 그런 말을 하신 거지?
[전화 연결음]
[안내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
[전화 종료음]
[전화 발신음]
아, 네
아버지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요 아버지 요새 일하세요?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를 할까 말까 했는데
무슨 일 있어요?
[잔잔한 카페 음악]
입 다물어라, 바보 같다
와
이제 이해가 된다
네가 왜 서지안 씨한테 꽂혔는지
이상했거든
차 사고로 엮여서 몇 번 해프닝 그러다 회사에서 재회
(기재) 그 정도 인연으로 저렇게 푹 빠질 수 있을까 했는데
인연이 굽이굽이 꼬였었구나
그러다 사연도 구구절절 쌓였겠고
둘이 힘을 합쳐도 힘든 판에 지안이가 너무 안 도와준다
제정신이네, 지안 씨는 네가 미친 거고
(기재) 그런 인연이면
(기재) 너희 집안에서 절대 안 받아들이지, 인마
네 여동생을 잃어버리게 만든 인간들의 딸인데
인간들? 말 함부로 하지 마라
[한숨 쉰다]
아, 이건
네가 정말 해성에서 호적 파내지 않으면 안 될 사이야
근데 너 그럴 생각 없지?
나 무일푼으로 나왔다
(기재) 아니
네가 정말 해성까지 다 버릴 거였으면
네 재산 왜 안 쓰냐?
(기재) 유치원 때부터 증여받은 건데 네 거야, 이미
근데 안 쓰는 건
네가 돌아갈 거라서 그런 거야
해성가의 기본 룰을 지키는 거지
지안이를 얻기 위해 나온 건데 그럼
자립하는 걸 보여드려야
할아버지, 어머니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고
내가 독립해서 한 사업 해성 계열사로 만들면 되고
[한숨 쉬며] 네 뜻대로 안 될 거다
사업은 할 수 있어 오늘 투자 결정 나니까
지안이가 싫다고 해서 문제지
싫대? 뭐가 싫대?
해성 그룹 사람 되는 것도 싫고
내가 해성 후계자여서 싫대
뭐?
못 오를 나무 쳐다도 안 본다는 거구나
아니
자기 자리에서 행복한 걸 찾았대
그걸 믿어?
어떤 여자가 해성 총수 와이프 자리를 마다 하냐?
진심 같단 말이다
일단 자립하는 거 보여줘
네가 노 회장님, 네 어머니 손아귀에서
벗어날 힘 있다는 거 보여주고
다시 물어봐 그때도 그런 대답할지
그런 걸까?
그런 거겠지?
100프로 지금의 널 못 믿는 거겠지
만약
지안이 말이 진심이면
내가 해성 아들이어서 싫은 거면
얘기 끝난 거지 협상의 여지가 있냐
[심각한 음악]
[한숨 쉰다]
분명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하셨잖아요
왜 어려우신 거죠?
임원 회의를 했는데 저희 쪽에서는 투자 메리트가 없어서요
(투자가) 자, 안녕히 가세요
[한숨 쉰다]
[전화 수신음]
네, 공장장님
(공장장)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요즘 일감 부족하다고 OEM 가능하다고 하셨잖아요
사장님이 안 된다고 했다고요?
[전화 종료음]
[전화 수신음]
네, 최도경입니다
(남자) 죄송합니다 심사 불합격되셨습니다
아니, 벌써 심사 끝났다고요?
[한숨 쉰다]
할아버지
[한숨 쉰다]
(노 회장) 응
응
뒤처리 벌써 끝난 거야?
알았네
[전화 종료음]
도경이 곧 돌아올 거다
도경이가요?
어떻게요?
다리를 부러트렸거든
자기가 뛰어봤자 벼룩인 줄 모르고
곱게 자란 자기가 잘난 줄 알지
누구 덕인 줄도 모르고
[띵동 소리]
통장을 분실해서요 재발급 좀 받읍시다
예, 잠시만요
분실 신고서 먼저 작성해 주세요
집에 간다고 했지? 정류장까지 태워줄게, 거래처 가는 길이야
추운데 잘 됐다, 신세 좀 지자
[한숨 쉰다]
[잔잔한 음악]
아, 지안이랑 잘 돼가면서
나한테는 자기가 왜 별로냐고 따지고
휴, 나 가지고 노나?
어휴
[씩씩거린다]
[전화 연결음]
야, 서지호 너 언제 쉬어?
[기타 연주 소리]
(지안) 아버지
저 왔어요
뭐 하러 왔어? 쓸데없는 말 할 거면 앉지도 마
그게 왜 쓸데없는 말이에요?
아버지 건강 걱정인데요
너까지 나설 일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해
내일 저랑 병원에 가세요
뭐?
원양 어선 검진 병원 작은 데서 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안 보여주시는 거죠?
그리고 왜 원양 어선이에요?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결정 끝난 일이야 귀찮게 하지 말고 가
[기타 연주 소리]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그만 화 푸세요
[한숨 쉰다]
더 말 말자
제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죠
네 입장?
나한테 속아서 그 집 들어간 거 말하는 거냐?
쉽게
아버지 보기 힘들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래?
제 입장은 그렇잖아요
네 입장을 내가 왜 생각을 해?
너 나한테 속마음 한 번이라도 얘기했냐?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제 와서 위하는 척을 해?
넌 아비 입장에서 생각해봤냐?
수없이 생각했어요 아버지한테 모질게 하고 간 거
정말 수없이 죄송했어요
그래, 가더라 너 가더라고
(태수) 난 너 안 간다고 할 줄 알았어 [잔잔한 음악]
설사 네가 진짜 그 집 딸이라고 해도
그렇게 바로는 안 간다고 할 줄 알았어
28년 동안 내 딸이었는데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사흘, 사흘 만에 결정하고 바로 가더라
가난한 아비 싫다고 원망 퍼부으며 갔지
처음엔 너 잡으려고 만났어 너 아니다, 가면 안 된다
이미 간다고 결정한 너한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워서
계속 물어봤지
엄마가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지
난 네가 우리를 위해서 빨리 간다고 하는 줄 알았어
(태수) 지안이 너
그 집 가면 안 돼
[한숨 쉰다]
우선 그동안 아빠가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네 마음, 네 마음이 중요해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아빠는
그쪽에서 안 와도 된다고 하면 여기서 살 거지?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
그래야 사실을 말해도 네가 덜 무안할 테니까
(지안) 어, 가고 싶어요
(지안)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날마다 죽고 싶었어 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세상이에요
애초에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내가 내 딸한테 죽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
네 그 눈빛을 보는데 입이 안 떨어지더라
왜 널 데려다 키웠냐고 하는데
그래도 사실은 네가 아니라 지수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얼어붙은 듯 심장이 굳어 버린 듯
온몸에 가위가 눌린 듯
꼼짝을 못 했어 내가
죄송해요
아니, 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 거야
그래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근데 내 입장에서는 아무렇지 않지가 않아
28년 동안 키운 내 딸한테 철저히 부정당하고
심지어 넌 네가 아니라 지수란 거 알았을 때도 나 안 찾았어
아빠, 어떡해요? 큰일 났어요
예전엔 늘 그랬거든 너도, 지태도
내가 능력이 있었을 때는
[슬픈 음악]
아버지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아버지란 걸 뼈저리게 알게 해줬고, 알게 됐고
그러니까 이제 내버려 둬, 나를
[울면서] 죄송해요
[태수가 큰소리로] 그런 말도 하지 마, 이제
(태수) 다 필요 없어
다 싫어 나도 이제 너희들
[구슬픈 음악]
[기타 연주]
이렇게 사는 거 진짜 지긋지긋해요
(지안) 남한테 무시당하고
멸시당하고 비참하고 초라하고 비굴하고 또 비굴하면서 사는 거
난 더 못 하겠어, 싫어요
아빠는 왜 가지 말라고 그러는데요?
아니 애초에 날 왜 데려다 키웠어요?
[한숨 쉰다]
[한숨 쉰다]
[한숨 쉰다]
왜 여기서 기다려요? 누가 뒤 밟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겁나니?
겁나요, 아주 많이 겁나요
그래서 어떻게 해줄 건데요?
하나만 물을 테니 그것만 대답해
정말 그 말이 네 진심이니?
내가 해성 그룹 아들이면 안 되는 거
정말 진심이면
나
여기서 그만할 거야
[잔잔한 음악]
대답해라
진심이에요
그럼
그만하자
(도경) 그게 네 진심이면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야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해성 그룹 아들이 아닐 수는 없는 거니까
근데 너
잘 알아둬
나
정말 아니면 아닌 거야
네 말처럼
서지안 때문에 최도경을 버릴 수는 없는 거니까
네
마지막으로 기회 한 번 줄게
나 잡아
[부드러운 음악]
그만하자
그럼
♪ 내 가슴 속에 그대 기억이 머물러 ♪
♪ 내가 사랑하는 만큼 ♪
♪ 기다려온 만큼 ♪
♪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
♪ 이 시간들이 영원히 곁에 있기를 ♪
♪ 어디에 있다 해도 난 느낄 수 있죠 ♪
♪ 나를 숨 쉬게 하는 사람 ♪
♪ 나 언제라도 함께 하기를 약속해 ♪
(도경) 넌 뭐가 그렇게 어려워!
(지수) 날 좋아하는 남자 친구인 척해야 해
(지수) 어, 안녕 내 남자 친구야
[지수와 지호가 웃는다]
얘기 좀 하자
도경이 곧 들어올 거 같아요
아버지가 도경이 투자 다 막으셨대요
(도경) 다시 할아버지 장기판의 말로 사는 거 안 해
- (기재) 지안 씨하고는 어떻게 됐어? - (도경) 미워해 보려고
고생 많았어요
(지안) 잘 가요
(남자) 서태수 씨 따님이세요?
서태수 씨가 쓰러져서 지금 응급실로 가는 중이거든요
(지안) 저희 아버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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