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10
(영춘) 내 돈
(가온) 부장님!
(영춘) 거기 사람 있어
- (영춘) 거기 사람 있어! - (가온) 하지 마!
(영춘 딸) 아빠! [영춘 부인의 겁먹은 신음]
(가온) 부장님!
- (가온) 강요한! - (영춘) 하지 마!
(영춘) 하지 마!
난 저자한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뿐이야
[요한이 라이터를 달칵거린다]
- 하지 마 - (영춘) 살려 주세요
- (영춘) 하지 마 - (가온) 하지 마!
- (영춘) 하지 마, 어! - (가온) 안 돼!
(영춘) 안 돼
(영춘 부인) 여보!
[영춘 딸이 흐느낀다] 여보, 살려 주세요!
[문을 쾅쾅 두드리며] 살려 줘요!
(가온) 놔, 놔!
(요한) 진정하고 저자를 봐
[영춘의 다급한 신음]
내 돈, 내 돈!
[당황한 신음] 내 돈!
야, 씨 [힘주는 탄성]
(영춘) 내 돈!
- 내 돈! - (영춘 부인) 여보!
사람 살려!
(영춘) 어? 이게 뭐야?
가짜잖아!
이거 내 돈 아니야
이거 내 돈 아니야!
내 돈 아니야! [영춘의 웃음]
[불길이 화르르 타오른다]
(가온) 구해야 돼
(요한) 진정해
진짜 모습을 보라고
[영춘의 당황한 신음]
그, 그러니까
여보, 그러니까…
가족들한테도 속인 거야
(요한) 남은 돈이 하나도 없다고
(영춘) 서진아
서진아, 아, 아빠가…
서진아, 여보
여보, 내가, 내가 내가 설명할게, 어? 내가…
야, 이씨!
[영춘 부인의 성난 신음]
가지 마, 씨!
가지 마!
[영춘이 흐느낀다]
여보
자, 복수를 하고 싶다면 해
(요한) 망설이지 말고
(영춘) 살려, 살려 주세요
[겁먹은 신음]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 주세요
[영춘이 흐느낀다]
[웃음]
내 돈, 내 돈
내 돈! 내 돈
[영춘의 웃음] [한숨]
차경희를 잡을 유일한 미끼잖아요
낭비하지 맙시다
[영춘의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가온) 아휴
재밌어요?
(요한) 글쎄 다른 건 할 줄 몰라서
- 모른다고요? - (요한) 응
(가온) 카드 게임 같이 안 해 봤어요?
누구랑?
뭐, 그야 당연히 가족…
뭐, 아니면 친구
쯧, 아, 죄송해요 또 쓸데없는 소릴
또 오지랖 발동인가?
넘겨짚지 마
난 남들하고 어울리는 걸 싫어하니까
(가온) 그보다
감사했습니다
도영춘 잡을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긴
(요한) 이제 2층을 지었을 뿐인데
2층요?
(요한) 차경희 비서를 지나 도영춘을 잡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가온) 차경희를 지나면 허중세입니까?
어디가 끝인가요?
씁, 글쎄, 몇 층인지는 집 짓기 나름인 거고
(요한) 나는 그보다
이렇게 통째로 무너뜨리는 게 더 재밌어서 말이야
진짜로 무너뜨릴 줄 알았지?
죽창의 배후는 알아봤나?
열심히 파고 있는 것 같던데 말이야
네, 죽창 일당이 길거리 폭행을 시작한 건
허중세가 자기 추종자들한테
거리로 나서라고 선동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무거운 음악] 경찰만 믿으니까 안 되지!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중세) 우리가 주인이 돼서
안전한 대한민국 우리가 만들어야 될 거 아니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죽창) 오늘 밤 우리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거야
그리고 다른 건?
(가온) 아, 집사
[AI 작동음] [AI 음성] 네
(가온) 허중세 개인 방송 86회 좀 틀어 줄래?
4년 전 9월 둘째 주
[AI 음성] 알겠습니다
아주 둘이 친구가 됐네
(영상 속 중세) 대한민국 토탈 체인지 '허중세의'
(연정과 중세) '개사이다'!
(영상 속 연정) 안녕하세요 도연정입니다 [요한의 코웃음]
(영상 속 중세) 안녕 나 허중세인데
사랑하고 존경하는 얘들아
너희들이 왜 백수로, 찌질이로
도대체 왜 나처럼 이렇게 예쁜 여자랑
연애 한번 못 하고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지
내가 그 진짜 이유를 얘기를 해 줄게
웃대가리들, 기득권들!
걔네들이 너희들을 버려서야
값싸고 말 잘 듣는 싸구려 외국 애들로
너희들을 싹 다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영상 속 연정이 호응한다] (영상 속 중세) 이해해? 언더스탠드, 언더스탠드?
(영상 속 연정) 언더스탠드
(영상 속 중세) 내가 서정학 선생님 얘기
여러 번 했었잖아
(영상 속 연정) 19,000원
19,000원
(중세) 꼭 읽어 봐라
한민족 순수 혈통 이 땅에서 다 사라지고
온갖 잡종들이 득실득실거리는
근본도 족보도 없는 그런 나라가 된다고
정신 차려야 돼, 정신, 너희!
죽창이라도 들고 일어나서!
국가를! 국가를 지켜야지
애국 소년단, 애국 청년단 이런 거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우리도 군대, 이런 아미를 그냥
(연정) 허니, 허니 거기까지, 거기까지
(중세) 사내 여러분들 이쁜 여자 말은 무조건 듣는 거야
알아들어?
[죽창의 웃음]
야, 너 꼴에 또
형수님 예쁜 건 또 알아 갖고 그걸 또 새끼야, 웃냐?
여자 밝혀, 찌질이, 그냥
(영상 속 죽창) 아니…
(영상 속 중세) 쟤 좀 쟤 좀 비춰 줘 봐 [죽창의 당황한 신음]
저 찌질이 상판 좀
스톱 [AI 작동음]
(가온) 영상 편집하던 스태프였더라고요
허중세 팬클럽 회장 하다가 스태프로 발탁된 모양인데
뭐, 대선 때는 선거 운동원으로도 뛰었답니다
재밌네, 아주, 응?
전국적으로 애국 청년단을 조직한다
씁, 허중세 이 인간
(요한) 일찍부터 엉뚱한 꿈을 꿨네
법정에 올려 볼까? 이 친구?
전 당연히 찬성요
이대로 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무슨 친위 부대도 아니고
치어스
[용식의 웃음]
(중세) 난 강요한 걔 모델 시킨 거 완전 재밌던데
걔 헛짓거리 못 하게 우리 정 이사가
[멋쩍은 숨소리]
아니, 이제 정 이사장님이시지
걱정 마세요 제가 꽉 잡고 있을게
[용식이 잔을 탁 놓는다]
(용식) 그 잘난 모델 놈이 꿈터전 사업 들쑤시는 바람에
시간 낭비가 얼마입니까? 쯧
그게 다 돈인데, 씨
(두만) 그러니까 이제 눈치 보지 말고
좀 밀어붙입시다, 응?
서울에서 빈민들 불만 세력들 싹 다 모아 가지고
수용소 하나에 처넣은 다음에
리얼 예능으로 가는 거야, 응?
제목 '클린 코리아' 딱
[두만의 웃음] (용식) 불법 체류자 놈들도 싹 다 처넣어야 됩니다
지지율 올리는 데는 그게 최고예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여차하면 내 뒤통수 칠 생각만 하는
(중세) 경찰, 검찰 걔네들 믿고 무슨 일을 벌일 수가 없잖아
훨씬 더 충성스러운 조직을 키워서
확실하게 일을 맡겨야죠
이제 거의 다 준비가 돼 갑니다
[긴장되는 음악]
(경희) 정선아 파일 검증 작업은 어느 정도나 됐어?
그게 워낙 예전 일들이라 쉽지가 않습니다, 장관님
(경희) 딴 일 다 스톱하고
팀원들 다 투입해
뭐 하고 있어? 빨리들 하지 않고
(김 비서) 예, 장관님
근데 팀장이 걱정하는 건이 하나 있습니다
뭐야?
(김 비서)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묻지 마 폭행 범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 타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랑 여성분들인데
그래서?
뭐?
아, 그게
법무부에서는 뭐 하고 있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몇 명 죽기라도 했어?
(김 비서) 아, 그건 아닙니다만
워낙 백주 대낮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들이라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하고
정면충돌이 일고 있습니다
(경희) 그거는 허중세 슬로건이잖아
허중세 대선 공약
내가 왜 그거를 신경을 써!
아, 죄송합니다, 장관님
허중세 그 인간
철없는 애들 선동해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면
자기한테 힘이 실릴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이야
내버려 두면 분명히 오버하는 애들이 나올 거야
사람이라도 죽어 나가고
국민들 짜증이 극에 달했을 때
그때 치고 나가야지
[무거운 음악]
나 법무부 장관 차경희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통합된 대한민국 포용하는 대한민국을 지향하겠다
(김 비서) 맞습니다, 장관님
정선아나 신경 써
(경희) 커지기 전에 밟아야 돼
서정학이 갑자기 죽은 것도 그렇고
뭔가 큰 그림이 있어
정선아 그 계집애가 그린 그림
(김 비서)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야
(김 비서) 아, 예
그자도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
아, 누구 말씀이십니까?
도영춘
아, 네, 주기적으로 잘 체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숨겨 놓은 돈이 있을 거야
능구렁이 같은 새끼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놈이거든
뭐 해?
(경희) 나가 봐
(김 비서) 네, 장관님
(기자) 요즘 화제의 인물이시죠
시범 재판부의 오진주 판사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판사님, 안녕하세요?
(진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의 웃음]
(기자) 어, 판사님 이번에 촬영하신 화보
너무 멋지시더라고요
- 감사합니다 - (기자) 난리예요
판사 그만두고 영화배우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
아유, 배우는 아무나 하나요
여러분, 저는 공무원이 체질입니다
(진주) 정년이 길잖아요 [기자와 진주의 웃음]
(기자) 판사님도 참
힘에 좀 부치지는 않으신가요?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면서 일하시는데
많이 피곤하시죠?
아니요 제가 피곤할 틈이 어디 있나요
얼마나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시는데요
- (기자) 아, 그러세요? - (진주) 네
(진주) 여기 판사실로 편지를 정말 많이 보내 주세요
- 보여 드릴까요? - (기자) 네
[잔잔한 음악] [기자의 놀란 신음]
(기자) 아, 손수 저렇게 다 모으신 거예요?
(진주) 저를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너무 힘이 나고 행복합니다
(기자) 오진주 판사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다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옅은 웃음]
[진주의 피곤한 신음]
(진주) 아유, 끝났다
(가온) 진짜 멋지던데요? 오 판사님
[웃음]
내가 원래 좀 멋있거든
(진주) 근데 김 판도 인터뷰하지
나 혼자 하려니까 좀 뻘쭘하더라
아, 저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그래서 되겠어?
지금 같은 미디어 시대에
국민들하고 우리가 더 소통을 해야지
(진주) 아, 이렇게 분위기 좋을 때 다음 재판 딱 해야 되는 건데
우리 부장님은 뭐 하고 있는가 몰라
보여 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긴장되는 음악]
[외국인의 힘겨운 신음] [여자의 비명]
(진주) 어머
어머, 미친놈들 아니야!
어머, 어머, 어떡해
[진주의 안타까운 신음]
아, 경찰은 이런 놈들 안 잡아가고 뭐 한대?
[죽창의 환호]
멋지다, 멋져!
이야 부산 살아 있네, 어
잠깐만
[영상 속 죽창이 말한다]
우리가
권력이다
[기가 찬 신음]
[진주의 한숨]
우리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법정에 세워 볼까요?
시범 재판에?
오 판사님도 동의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경찰이 비호하는 그놈을 어떻게 잡아서
어떻게 법정에 올리느냐 그거겠지
[살짝 웃으며] 네
일단 기소가 돼야 재판이 성립되는 거니까요
(가온) 사실상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는 상태에서
[가온의 힘주는 신음] 그게 가능할지는
(요한) 왜, 있잖아
이번 일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도와줄 사람
(가온) 누구 말입니까?
(요한) 음, 허중세가 바라는 대로 판세가 돌아가는 걸
누구보다 싫어할 사람
차경희?
(가온) 그래도 설마 차경희가 부장님 일을 도울까요?
(요한) 물론 내 말은 듣지 않겠지
그래서 고인국 변호사가 검찰 인맥을 통해서
차경희한테 흘리는 거야
죽창 일당 허중세의 사조직이라고
잡아만 오면 기소는 가능하겠네요
그래도 직접 체포하는 건 좀 부담스러워할 텐데?
한 명이 있긴 한데
그놈을 잡아 올 만한 경찰
경찰? [의미심장한 음악]
수현이 말입니까?
청장이 비호하는 마당이니
지원 없이 혼자 다녀야 될 텐데
수현이는 절대 안 됩니다
벌써 움직이지 않았을까?
자, 오케이, 부산 끝났으니까
부산 [키보드 조작음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죽창) 대구 찍고
이제 어디야?
대전요
뭐 하는 거야, 대전 애국자들 보여 줄 거지? 응?
쟤들한테 질 수 없잖아
너희들이 얼마나 멋진 애국자들인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온) 와, 깜짝이야
넌 또 언제 소리 없이 이렇게…
얘 잡으려고?
어, 어, 어
(가온) 아휴, 쯧, 그래, 맞아
지난번에 잡혔던 후로는 이렇게
숨어서 1인 방송만 하고 있어
(엘리야) 음
그럼 위치 추적을 해야겠네
내가 좀 도와줄까?
네가?
(엘리야) 이리 줘 봐
(가온) 진짜로?
[흥미로운 음악]
자
[비장한 숨소리]
(엘리야) 자, 이렇게
간단할 리는 없겠지만 [엘리야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우선
[오류 알림음]
역시 보안을 제대로 해 놨네
뭔가 다른데?
역시 컴퓨터 전공은 다르구나
[휴대전화 진동음]
(가온) 잠시만
어, 수현아
[차분한 음악] 응, 가온아
요샌 집에 안 와?
(가온) 어, 일이 좀 있어서
그보다 넌 괜찮아?
(가온) 죽창 그놈이 네가 총 겨누는 영상을
이상하게 편집해서 올렸던데
말도 마 나 그것 때문에 총기 반납했어
(수현) 그 나쁜 놈 빨리 잡아야 할 텐데
위에서 움직여 주질 않으니
사이버 수사대 도움도 받을 수가 없고
[한숨 쉬며] 나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식 진짜 어디까지 갈지 몰라
(가온) 벌써 하고 있어?
아, 나 지금 게임하는데
- (가온) 게임? - (엘리야) 응
(엘리야) 너 설마 해킹이라는 게
막 키보드 두드리면서 탁 하면 탁 되고
막 그런 건 줄 알지?
아휴, 하여튼 일반인들이란
지금 백그라운드에서
프로그램 열심히 돌리고 있으니까 기다리기나 해
아마 한참 걸릴 거야
하루가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
고맙다, 엘리야
[노트북 알림음] (엘리야) 어?
왜 그래?
(엘리야) 이 인간 내가 댓글난에 달아 놓은 링크를 클릭했어
하, 진짜
설마 이렇게 단순한 거에 걸릴 줄이야
뭐였는데?
걸 그룹 사진
걸 그룹?
[엘리야의 코웃음] (수현) 응, 가온아
[긴장되는 음악] 뭐? 죽창 위치를 찾았어?
어디야? 내가 당장 그리로 갈게
수현아, 일단 진정하고
혼자서 위험하니까 정식으로 수사 요청하자
(수현) 그래 봤자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다니까
그리고 뭐, 그 찌질이 하나 잡는 게, 뭐?
너 총도 없고 혼자서 위험하다니까
(수현) 됐고, 김가온
빨리 주소 보내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 (수현) 보내라고 했다 - 수현아, 수… [통화 종료음]
[한숨]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경희) 스토리는 있는데
증거가 부족해
[한숨]
한 방에 거꾸러뜨리려면
정황 증거라도 몇 개 더 필요한데
[다가오는 발걸음]
장관님
뭐야?
(김 비서) 재단에서 법무부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했습니다
[무거운 음악] (경희) 뭐라고?
(김 비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거라
이렇게 되면 비선 조직을 운영할 자금이 부족해집니다
이 계집애가 진짜
[드르렁거린다]
(재희) 장관님 약속도 없이 이러시면… [문이 달칵 열린다]
[귀찮은 신음]
아이, 죄송합니다
막무가내로 쳐들어오셔서
(선아) 아유, 씨
아유, 괜찮아, 잘 잤어
그러지 마, 나랏일 하시는 분한테
[문이 탁 여닫힌다]
오랜만이야
그런가요?
내가 좀 무심했다, 그렇죠?
(선아) 용서하세요
만만치가 않네요 이사장 일이라는 게
법무부 지원금은 왜 삭감했어?
그것 때문에 오신 거구나
많이 서운하셨나 보다 이해 좀 해 주세요
(선아) 지원할 곳은 많고
인심은 팍팍해져서 기부금은 줄어들고
청와대 지원금은 늘렸던데?
아…
그건 실무자들이 하는 일이라
제가 일일이 기억을 못 해요
기억이 잘 나게 해 줄까?
[경희가 숨을 씁 들이켠다]
뭐, 냄새나는 거 없나?
[킁킁거린다]
무슨?
[의미심장한 음악] 네 곁에서 이상하게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이거 왜 그런지 모르겠네?
무슨 말씀이신지?
(경희) 서정학 이사장이 자결하신 게 얼마나 되었지?
아…
아픈 데를 건드렸나?
어, 그랬다면 미안
오래 모셨잖아 많이 아프겠지, 비통하고
하고 싶은 말씀이 뭔가요, 장관님?
어, 내 자리가 자리다 보니까 말이야
아니, 이것저것 좀 들리는 얘기가 많아서 말이야
예를 들면?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큰 어른이 자결을 하셨는데
(경희) 국민장을 거행해도 모자랄 판에
왜 그렇게 서둘러서 화장을 해 버렸을까
왜 유서는 친필이 아니라 컴퓨터로 남겨 놓으셨을까
평소에 붓글씨만 쓰시던 양반이?
요즘 업무가 좀 한가하신 건가?
좀 더 늘려 드려요?
뭐야?
(선아)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와서 말씀하시죠
제가 좀 바빠서 나랏일로
- (선아) 재희야! - (재희)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선아) 손님 가신다
아!
그리고요, 장관님
죄송한데
장관님 관용차 그거 연료비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흥미로운 음악] 나라 재정도 어려운데
조금만 더 작은 거로 바꿔도 되겠죠?
국민들이 감동할 거예요
'역시 이 나라의 큰 어른은 다르시구나' 하고
돌았구나
(경희) 뭐 하는 거야? 도대체
정선아 잡을 증거 이거 왜 이렇게 늦어?
(김 비서) 죄송합니다, 장관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경희) 이런 무능한 새끼들
강요한을 만나야겠어
[긴장되는 음악] (김 비서) 예? 강, 강요한을 말씀이십니까?
뭐야?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아, 너무 갑작스럽게 말씀하셔서
정선아 파일에 나오잖아
(경희) 강요한 집 하녀 출신이었다고
강요한은 뭔가 알고 있을 거야 그 여자 과거를 추적할 단서
빨리 약속 잡아
조용한 일식집 같은 뭐, 그런 데로
(김 비서) 네, 알겠습니다
(수현) 진짜 여기 맞아?
어떻게 알아냈다는 거야?
[가온의 한숨]
근데 너 뭐 하러 왔냐?
(가온) 어, 그냥 너 혼자 심심할까 봐
그렇게 걱정되셨어요? 나 혼자 보내기가?
응, 걱정돼
뭐?
너 말고 죽창이
(가온) 네가 또 죽창 패 죽일까 봐 걱정된다고
[가온의 아파하는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전동식 셔터네
(수현) 문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은데?
[휴대전화 진동음]
(가온) 어, 엘리야
엘리야?
(가온) 어, 여기 입구가 셔터로 닫혀 있는데?
어, 알겠어 [통화 종료음]
엘리야 왜?
IP 추적해서 이 건물 위치 알아낸 게 엘리야야
진짜?
(가온) 스탠퍼드 컴퓨터 공학과 조기 입학 천재 소녀라니까
와, 대단하다 [카메라 셔터음]
(수현) 그래도 이건 못 열 거 같다
[카메라 셔터음] 딴 데 한번 찾아보자
(가온) 조심해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수현아
- (가온) 올라와 - 왜?
- 열렸어 - (수현) 뭐?
[휴대전화 진동음]
어, 엘리야
(가온)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문까지 해킹 가능해?
(엘리야) 됐고, 몸조심이나 해
- (엘리야) 둘 다 - 어, 고마워
[통화 종료음]
해킹?
일반인들이란
[흥미진진한 음악]
오케이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엘리야) 여보세요
저 지금 여기 진흥빌딩 안에 있는데요
(보안원) 어, 그래? 아니, 어떻게 이 시간에?
아, 저 여기 으뜸학원 다니는데
(엘리야) 저 혼자 남아서 시험공부 하다가 그만…
근데 아저씨 저 여기 너무 무서워요
[울먹이며] 어떡해요
(보안원) 아, 그래그래, 열어 줄게
아, 진짜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통화 종료음] [흥미진진한 음악]
(가온) 괜찮을까?
혹시 지키는 놈들이라도 있으면
(수현) 인터넷 방송 하는 찌질이한테
경호원이라도 있을까 봐?
찾아보니까 코딱지만 한 데서 개인 방송…
(가온) [작은 목소리로] 야
[비밀스러운 음악]
[한숨]
(죽창) 아니, 왜 전화 안 받아요?
거짓말하고 있어 지금 40분이 넘었는데, 씨
아, 배고파 죽겠다고!
어디야, 지금?
내가 짬뽕 받으러 갈게
안녕?
(수현) 야, 오랜만이다
(죽창) 어, 오랜만이다
[죽창의 긴장한 숨소리]
너 혼자 왔냐?
(죽창) 이씨
[흥미진진한 음악] 아, 놔, 씨!
[죽창의 아파하는 신음]
(죽창) 아, 아, 아, 아, 아파
[죽창의 아파하는 신음]
(가온) 가자
(죽창) 아, 간다고, 아이씨
아이씨,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형
[긴장되는 음악] (가온) 수현아, 뒤로
[죽창의 아파하는 신음]
(죽창) 아파, 아파 [깡패들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 (가온) 수현아, 괜찮아? - (수현) 응
[쿵 소리가 들린다]
[깡패들이 씩씩거린다] (죽창) 가 봐
[가온의 가쁜 숨소리]
(깡패1) 뭐야, 씨
(깡패2) 뭐야
강요한?
넌 죽창만 잡아
(요한) 이제 숫자가 좀 맞는 건가?
아휴
[흥미진진한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깡패들의 힘겨운 신음]
[죽창의 가쁜 숨소리]
아이씨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성난 신음]
[힘겨운 신음]
[성난 신음]
인생은 실전이다, 이 찌질아
아이씨!
아이씨!
(요한) 안녕들 하십니까?
[흥미로운 음악] 와, '청소년 법 교육'
아주 훌륭한 일들 하시네, 응?
아, 괜찮아요 나 신경 쓰지 말고 일들 해요
괜찮다고, 일들 보라고, 어?
뭐 재밌는 거 있으면 나도 좀 보여 주시든가, 어?
민보그룹, 응?
이거 아유, 음질 죽이네, 어?
숨소리까지 다 들려 우리 민용식 회장, 어?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가 국정원보다도 대단하다는 인왕동 팀입니까?
(경희) 들어갑시다
(요한) 아, 여기서 얘기하죠, 응?
다들 같은 팀인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요한) 내가 청소년 법 교육에 관심이 좀 많아서
(경희) 됐고, 용건만 얘기하지
정선아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요한) 글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선아가 자네 집에서 하녀로 일한 적이 있다던데
- 사실이야? - (요한) 글쎄요
씁, 그, 남의 프라이버시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 여자 자기 부모도 죽였다는 말도 있던데
그러던가요? 놀라운 사실인데요
공짜로는 안 되겠다 이런 표정 같은데
(경희) 뭐야, 원하는 게?
(요한) 죽창
죽창?
(요한) 그자의 재판 협조 좀 해 주시죠
그냥 기소하고
앉아서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검찰은
허중세가 시끄럽게 굴 텐데
씁, 아, 왜 이렇게 속 좁게 구실까?
(요한) 어차피 감당은 내가 할 텐데
알았어 [긴장되는 음악]
(요한)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요한이 가방을 달칵 연다]
이걸 오다가 주웠어요
응
드려?
아니면 이쪽 드려?
응? 응
(대법원장) 인터넷 방송인이라
[숨을 씁 들이켠다]
이건
시범 재판에 올리기엔 너무 시시한 거 아닌가?
(요한) 폭력을 선동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자입니다
청와대 쪽에서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흥미로운 음악] 대통령께서 추진하시는 법질서 강화 정책에도
결이 맞다고 봅니다
씁, 그건 또 그렇겠구먼
좋아
한번 시원하게 해 봐
어떻게 됐습니까?
(요한) 통과
[가온이 손가락을 딱 튕긴다] (가온) 그럼 이번엔 제가 한번 판을 짜 보겠습니다
네가?
죽창 같은 놈들은 제가 잘 압니다
(중세) 이건 사랑하고 존경하는
[카메라 셔터음] 우리 위대한 국민들에 대한 명백한 도전입니다
나라를 지켜 보겠다고 용기를 내서 움직인 한 애국 청년을
감히 법정에 세웁니까?
판사가 그렇게 잘났습니까?
판사가 국민 위에 있습니까?
이거는 명백히 사법 쿠데타입니다, 쿠데타!
이게 아닌데
(TV 속 중세) 어쨌든 이 모든 게
나라를 지켜 보겠다는 순수한 애국심에서 비롯된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이번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제가 주의 깊게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제가
[당황한 신음] [TV 속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중세) 아이씨
강요한 진짜 다 찢어 버려, 씨
하, 돌겠다
변호사님
저 정치범이에요
혁명 지도자
(죽창) 일반 잡범들하고 차원이 다르다고요, 아시겠어요?
(인국) 그럼 정상 참작에 도움 될 자료도 내지 말까요?
불우한 성장 과정이라든지
잠깐만
[의미심장한 음악] (죽창) 씁, 그래도 그건 그대로 내는 게 좀 유리하지 않나?
일단 내 봐요 최대한 디테일 살려 가지고
네, 그럴게요
[죽창이 목을 가다듬는다]
(죽창) 쯧,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강요한하고 무슨 젊은 판사가 직접 나한테 와서
막 목검 휘두르면서 위협까지 했는데
이걸 우리가 터뜨리면 어떨까?
정신 이상 주장을 하실 거면
의사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죽창의 기가 찬 웃음]
내가 봤다니까
(죽창) 내가 지금 아저씨한테 거짓말해요, 그럼?
(인국) 아, 그러세요?
그럼 당시에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 명단을
전부 알려 주시겠습니까?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헛웃음]
아니
(죽창) 됐어요
나 혼자 있었어
[인국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근데 우리 변호사님 진짜 자신 있는 거 맞죠?
나 실형 나오면 큰일 나는데
[옅은 웃음]
(인국) 네, 걱정 마세요
집행 유예로 빼 드리겠습니다, 꼭
[문이 달칵 열린다]
[수현의 옅은 탄성]
[문이 탁 닫힌다]
[수현이 캔 뚜껑을 달칵 딴다]
[수현의 웃음]
(수현) 정성이다, 정성이야
집에서 나무 돌보랴
이상한 집에서 까칠한 소녀랑 이상한 아저씨 돌보랴
(가온) 이상하기로는 나도 만만치 않을걸?
그래, 너 요즘 좀 이상하긴 해
왜? 교수님이 뭐라고 하셔?
교수님은 왜?
(수현) 지난번에 여기서 뵌 이후로 뵌 적 없는데?
아, 그래?
(가온) 또 잔소리하셨나 해 가지고, 너한테
갑자기 경찰청 앞에 찾아와서
(수현) 내가 나쁜 짓 하면 어떨 거 같냐고 묻지를 않나
죽창 잡는데 강요한이 나타나질 않나
너 혹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냐?
그렇게 보여?
아니, 뭐, 그냥
질투 나서 그래, 질투 나서
(수현) 불알친구가
갑자기 어마무시한 부자랑 어울려 다니니까 이상해
다른 세계로 가는 것 같고 그래
[옅은 웃음]
그랬구나
(가온) 그 사람 부자 아니야
강요한 그 사람 알고 보면
엄청 가난한 사람이야
내가 훨씬 부자다
난 우리 엄마, 아버지랑 좋은 추억도 있고
내가 가꿔 온 이렇게 이쁜 집도 있고
그리고…
[잔잔한 음악]
내 팬클럽도 있잖아
'반대한다온'
[어이없는 웃음]
아이, 나 간다
(가온) 아, 벌써 가게?
나 바빠
(수현) 어, 민중의 지팡이가 한가한 줄 알아?
조심해서 가
나한텐 네가 있잖아
수현아
(선아) 안녕? 도련님
[의미심장한 음악]
지원단장님이라고
너무 막 쳐들어오는 거 아니야?
(선아) 그러게 왜 자꾸 쳐들어오게 만들어?
혹시 내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요한) 무슨 용건이지?
시범 재판
(선아) 왜 굳이 또 시끄러운 사건을 골랐대?
(요한) 정치인도 아니고 재벌도 아닌데
시끄러울 게 뭐가 있을까?
그냥 잡범 아닌가?
허중세 쪽 사람이야
(선아) 시범 재판부 해체시킨다고 길길이 날뛰는 걸
내가 겨우 달래 놨어
아니, 2년만 참으라니까 왜 자꾸 일을 벌이고 그럴까, 응?
와, 그 또라이가 대통령의 사람이라고?
(요한) 재밌네, 근데
그놈이 내 조카를 공격했어
그랬어?
(선아) 그래도 안 돼 이번엔 양보해
법정에서 적당히 타이르고 풀어 줘
안 된다면?
아휴
(선아) 그럼 내가 많이 곤란해지겠지
내가 곤란해지면
도련님도 많이 곤란해질 거고 말이야
알겠어
(요한) 내가 생각해 볼게
[만족한 탄성] 도련님 요즘 너무 이쁘다
내 말도 잘 들어주고
그러니까 이제 막 쳐들어오지 말지?
(선아) 그러니까
나 쳐들어오게 하지 말고
도련님이 나 좀 불러 주고 그래, 아휴
도련님 집은 여전히 이뻐?
예전 그대로?
하녀로 지내던 집이 그리운가?
[무거운 음악]
다시는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난 그 집에 잠시 머물렀던 손님이었을 뿐이야
날 모욕하지 마, 감히
그래
명심할게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무거운 음악] (남자) 우리가!
(사람들) 죽창이다!
(남자) 우리가!
(사람들) 권력이다!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남자) 쉿, 쉿, 쉿, 쉿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죽창!
[사람들이 구호를 외친다] (사회자) 시청자 여러분 보시다시피 이곳 대법원은
오늘 재판의 열기로 그 무엇보다 뜨겁습니다
피고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TV 속 사회자) 대법원 내에서도
이렇게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과도한 열기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오늘 재판을 비공개 진행으로 결정했습니다
(요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충식 피고인
저 김주원입니다 김주원이라고 불러 주세요
(요한) 재판은 주민 등록상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김충식 피고인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김충식 피고인
네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요한) 외국인 노동자 여성, 성 소수자에 대한
무작위 집단 폭행을 주도하고
이를 교사한 죄로 이 법정에 섰는데요
재판장님
할 말 있습니까?
- 네 - (요한) 해 보세요
(죽창)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역사와 민족 앞에
엄숙하게 선언하고자 합니다
[죽창이 종이를 바스락거린다]
나의 의거는
한낱 세속의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나는 구국 선언문을 낭독하고자 합니다
법정은 선동하는 곳이 아닙니다, 피고인
독립투사를 재판하는 일제 재판관들도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요한의 웃음] (죽창) 대체 뭐가 두렵길래 진실을 가로막으려 합니까?
강요한 판사님?
(요한) 네, 좋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죽창)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
[차분한 음악] 나 김주원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되겠다
국민들이여, 위선 떨지 말고 내 나라 사람들부터 챙겨라
역병 3년에 일자리는 씨가 말랐는데!
이 땅에 외국 놈들이 쳐들어와 득실거리며 범죄를 일삼는다
우리 여자들은 그런 외국 놈들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하며 히히덕거린다
그렇게 남의 나라 놈들이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의 여자를 빼앗고!
우리 정신까지 빼앗고 있다
나라를 바로잡는 일
그것은 다시
우리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뿐이다
이 나라를 사랑하기에 나는 확신한다
외국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자
잡종 인간들을 대한민국에서 쫓아내자!
깨끗한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
우리가 다시 만들자
그것이 애국이고!
우리가 권력이다
'권력' 그렇지, 형님!
여러분, 우리가 지금 이런 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형들, 지금 빨리 투표하라고, 지금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55, 56, 57
(피디) 야, 이, 이게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야?
(스태프) 추종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다 읽은 겁니까?
네, 뭐,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옅은 웃음]
(진주) 저, 피고인
(죽창) 네?
피고인 일행이 집단 폭행 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일에 종사하고 계신지 아십니까?
글쎄요?
(죽창) 혁명가가 그런 것까지 알아야 됩니까?
하수도 보수 공사 현장에서 유독 가스 유출 사고로
(진주) 동료를 두 명이나 잃은 분들이십니다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아서 계속 지연이 됐던 현장이고요
피고인
그분들이 도대체 누구의 일자리를 뺏었다는 겁니까?
전쟁 중에는 무고한 피해자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죽창)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깎아내리지 마세요, 판사님
[헛웃음 치며] '국민'
[무거운 음악]
(진주) 정당한 분노라고 했습니까?
[영상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영상 속 여자의 비명]
[영상 속 외국인의 힘겨운 신음] [한숨]
엄청나게 정당해 보이네요
그렇죠?
정당해 보이죠
(죽창) 남의 나라 놈들이 우리 여자를 빼앗으니까
저러는 거 아닙니까?
판사님 단일 민족의 순수성 몰라요?
'우리 여자'라고 했습니까?
(진주) 여자들도 이 나라 국민입니다
댁들이 어디 맡겨 놓은 물건이 아니라고요
민족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진짜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죄송합니다, 법정에서 제가 표현이 좀 지나쳤네요
정당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가지고
자제가 잘 안되네요
욕 같았는데
(죽창) 작게 얘기해서 잘 안 들렸는데
일로 와서 얘기해 봐요
- (진주) 피고인 - 내가 그리로 갈까요, 그럼?
(진주) 피고인
집중해 주세요
- (가온) 피고인 - 네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죠
아, 네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가온) 피고인을 볼수록 좀 마음이 안 좋네요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신 분인가 싶어서
난 안면이 있는데 기억 안 나시나 봐
- 재판장님? - (요한) 네
허락하신다면 제가 잠시 피고인 곁에 내려가서
(가온) 이야기를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고맙습니다
[의자가 쓱 밀린다]
[차분한 음악]
(가온)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척하고 있지만
그의 내면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있습니다
[죽창의 어이없는 신음]
(죽창) 뭐 하자는 거지, 지금?
전 지금 변호인이 정상 참작 해 달라고 제출한
자료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죽창) 뭐야?
(가온)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의 관심을 받는 데 집착했다는데 맞습니까?
뭐라고요?
할머님께서 너무 많이 걱정하시던데요?
보시죠 [스크린 작동음]
(영상 속 명자) 우리 충식이가
근본부터 나쁜 놈은 아니어유
- 할머니 - (영상 속 명자) 걔가
(영상 속 명자) 아, 무슨 데모를 선동하고 그랬다는데
아이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유
저거 뭐예요?
(영상 속 명자) 그저 애가 철이 없어서
설치고 댕기는 거니께
[영상 속 명자가 말한다] (죽창) 저거 얘기된 거예요?
(영상 속 명자) 용서 좀 해 주세유
(영상 속 두식) 아, 근데 충식아
저번에 네가 가져간 돈 그거
빨리 꺼요
- (죽창) 빨리 끄라고! - (영상 속 두식) 너희 할머니가
장례 치를 돈 모아 둔 것이다
(영상 속 두식) 다른 건 됐고 그 돈만큼은 꼭 돌려주길 바란다
부탁헌다!
(영상 속 명자) 아이고, 미쳤어!
그런 소릴 뭐 하러 하고 그랴?
(영상 속 두식) 아, 그래야지 장례라도 치를 거 아니여?
(영상 속 명자) 아이고, 아이고
[두식을 탁탁 때리며] 미쳤구먼, 미쳤어!
[영상 속 명자가 말한다] (가온) 변호인 피고인의 학창 시절은 어땠죠?
(인국) 네, 그렇지 않아도 담임 선생님께서
어렵게 한 말씀 해 주셨는데
같이 한번 보시죠
(죽창) 뭐예요? 뭐, 뭐, 뭘?
(영상 속 담임) 정치적인 목적으로 폭력을 선동했다?
절대 그럴 일이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일진 행세를 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일진을 동경해서 따라만 다녔을 뿐
한패로 취급받지도 못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죽창의 웃음]
와, 와, 이거 시간 낭비, 돈 낭비
일진 흉내 내던 찐따?
충식이 있지? 나랑 동창이야
걔가 학교 다닐 때 뭐 했는 줄 알아?
여자 화장실 몰카 찍다 걸려 가지고 퇴학당했어
(영상 속 담임) 무슨 혁명이 어떻고
절대 그럴 만한 친구가 못 됩니다
부디 선처해 주십시오
[코웃음]
악마 대신 찌질이로 만들겠다?
[한숨 쉬며] 완전 꼬이겠는데?
(가온) 피고인의 주변 분들은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전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개인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후원금을 요청했습니다
나라를 구하는 혁명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적지 않은 돈이 모였습니다
도대체 그 돈으로 뭘 한 겁니까?
[당황한 숨소리]
왜 시선을 피하죠, 피고인?
혹시 암시장에서
폭탄이나 총기 같은 걸 구입한 거 아닙니까?
[흥미로운 음악] 혁명 자금이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아, 아니요, 난 모르는 일이에요
저,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가온) 피고인, 이게 사실이면
이건 내란죄입니다
'내란죄의 주범은'
'사형, 무기 징역 또는 무기 금고에 처한다'
- 알고 있습니까, 피고인? - (인국) 아닙니다
(가온) 변호인 하실 말씀 있습니까?
(인국) 네, 피고인은 절대 그 돈으로
내란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아, 이게 피고인의 프라이버시라서 밝히는 게 좀 약간 꺼렸었는데
지금 상황이 어쩔 수가 없네요
같이 한번 보실까요?
[스크린 작동음] 보시죠
(영상 속 BJ1) 어, 저는 BJ로 일하고 있는데요
김충식 씨랑 다른 팬분이 경쟁이 붙는 바람에
[경쾌한 음악] 별풍선을 너무 과하게 쏘시더라고요
몇백만 원씩 매일매일
아닙니다!
[영상 속 BJ1이 말한다] 저, 모, 모르는 사람입니다
(죽창) 뭐 하는 짓이야?
진정하세요, 피고인
(영상 속 BJ1) 아휴 아, 너무 부담스러워요
저 진짜 이제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죽창의 당황한 신음]
(가온) 혹시 할머니 장례비도 저분…
아휴, 그건 너무했네요
(인국) 잠시만요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집행 유예 꼭 받아 준다고 했잖아, 내가
들어가, 이제
[죽창의 긴장한 신음] 괜찮아
괜찮아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피고인은 보시다시피 무슨 혁명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란을 선동하는 위험 분자도 아닙니다
솔직히, 솔직히 이 법정에
[픽 웃으며] 세울 만한 존재도 못 됩니다
변호사님
(인국) 비록 피고인의 잘못이 결코 작진 않습니다만
부디 한 번만 갱생의 기회를 주시면
너무나도 감사하겠습니다
대체 무엇이 피고인에 대한 가장 적절한 형벌인지
태형일지 아니면 징역형일지
고심했습니다만
(요한) 아직 젊은 피고인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자는 의견도 있고 해서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하되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도하는 신음]
다만
피고인의 죄질이 나쁘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는 것을 고려해서
피고인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고
(TV 속 요한) 보호 관찰을 받을 것을 명합니다
[무거운 음악]
전자 발찌 신호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DIKE 앱에
피고인의 위치가 표시될 것입니다
전자 발찌 진짜 개망신인 줄 알아라, 어?
여름에 더워서 어떡하나 반바지도 못 입겠네? 응?
나 오늘부터
죽창 잡으러 갈 결사대 모집합니다
[웃음]
야, 죽창, 도망가 봐, 어?
(BJ2) 끝까지 쫓아가 줄게
이 재판을 지켜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
(요한) 국민 여러분께서
피고인의 보호 관찰관이 되어 주십시오
피고인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말아 주십시오
피고인은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흐느낀다]
안 그렇습니까, 피고인?
아이, 기껏 다 키워 놨더니
아이씨, 스텝 완전 엉키네
아이씨, 진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강요한
(선아) 법정에서 적당히 타이르고 풀어 줘
알겠어
내가 생각해 볼게
아이씨
날 갖고 논 거였어?
[죽창의 가쁜 숨소리]
[죽창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BJ2) 지금 죽창 보이시죠?
[죽창의 겁먹은 신음] 죽창에게 사랑의 매를
제가 라이브로 끝까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 알죠? 구독, 댓글, 좋아요
[BJ들의 환호]
[분한 신음]
[BJ들의 탄성]
[BJ들이 소란스럽다]
[여자들의 놀란 탄성]
(중세) 이번 김충식 사건
이런 나라 망신시키는 짓거리는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건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발적 구국 운동과
우리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의 순수한 애국심에
완전 똥칠을 하는
역한 냄새가 나는 그런 사건인 것입니다
예, 냄새가 납니다
음모의 냄새가
심각하게 납니다
얘 어디 갔지?
(BJ2) 아, 일단 가 보자
(BJ3)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BJ들의 가쁜 숨소리]
(중세) 근데 그 사람 그 김충식이란 그 사람
진짜 한국 사람 맞습니까?
우리 같은 진짜 한국 사람요
가짜 한국 사람 말고 진짜 대한민국 국적이 있는 한국 사람
한민족 순수 혈통 단군의 후손은 이런 쪽팔린 짓…
죄송합니다 [중세가 목을 가다듬는다]
이런 창피한 짓거리는
(중세)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가쁜 숨소리]
(BJ4) 죽창, 까꿍
(BJ5)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
저대로 내버려 둘 거야? 충식이?
야, 너 미쳤어?
(중세) 죽을 때까지 걔 이름 다시 한번 꺼내기만 해 봐
연정아, 나 너무 힘들다, 진짜
아휴, 강요한
아휴, 이씨
[다급한 숨소리]
(BJ3) 야! 뭐 그렇게 자꾸 도망가
네 위치 여기 다 떠
여러분, 저희가 이제 죽창이를 응징하겠습니다!
[BJ들이 저마다 말한다]
[웃음]
야, 너희들, 이게 재밌냐?
(BJ2) 재미있지, 재미없어?
사랑의 매, 조져!
[BJ들의 함성] [죽창의 신음]
[소란스럽다]
[영상 속 BJ들이 소란스럽다]
(가온) 집사, 이제 꺼 줄래?
[AI 작동음] [AI 음성] 네, 주인님
(요한) 왜? 불편한가?
또 다른 괴물을 만든 기분이네요
(요한) 괴물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원래 있던 괴물이 스스로 눈을 뜨는 거지
좋은 핑계만 생기면
[비밀스러운 음악]
(경희) 열심이네
장관님, 여기 어떻게…
(경희)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정 이사답지 않게
(선아) 압수 수색이라도 나오신 겁니까?
(경희) 참 재밌는 사람이야
그렇게 대단한 분이셨던가?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압수 수색을 나올 정도로?
그럼 저한테 무슨 부탁할 일이라도?
(경희) 아,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당신의 위치를 일깨워 주려고 온 거야
위치?
(경희) 알잖아
당신은 말이야
누구 뒤에서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가만히 서 있는 게 어울려
사람이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면 말이야
끝이 안 좋은 법이야
(선아) 장관님이야말로
본인 위치를 아직도 자각 못 하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아직도 대권 후보 1위라고 착각하고 계시는 거예요?
아드님이 그 꼴이 된 후에도?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
당신의 과거를 완벽하게 지웠다고 생각해?
[무거운 음악]
과거라니?
(선아)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경희) 왜 당신 주변에선 자꾸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까?
열두 살 땐 엄마가
스무 살 땐 모녀를 버리고 집 나갔던 아빠가
그리고 최근엔
비서로 모시고 있던 서 선생이
아!
(선아) 소설에 취미 있으신 줄 몰랐네
상상력이 아주 풍부하세요
(경희) 적성에 맞는 일을 해
너 원래 하녀였다며?
에이그, 거지 같은…
또 보자
[선아의 분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재희) 어, 언니
강요한이 차경희한테 나에 대한 정보 흘렸어
- (재희) 뭐라고? - 알아봐
(재희) 설마 강요한이…
닥치고 당장 알아봐!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요한) 내 일을 방해하게 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꽤나 열심히 살아온 모양인데
[선아를 툭 치며] 괜찮겠어?
[분노에 찬 탄성]
씨…
씨…
죽일 거야
강요한
찢어 죽여 버릴 거야
[감성적인 음악]
(가온)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도록 할 수밖에 없다?
(선아) 안녕, 도련님?
(요한) 너랑 같이 노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
(가온) 부장님 손을 잡을까요?
(경희) 일주일 시간을 줄게
내가 원하는 걸 가져와
(요한) 차경희 쪽에 설지도 모르지
(선아) 첫 단추
강요한이 거짓 증언 시켰다고 진술할 겁니다
(가온)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면서요
(요한) 모든 걸 다 걸어도 죽느냐 사느냐야
(선아) 내가 무서워?
유감이네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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