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12
(경희) 나 이거 하나 태우면서 생각 좀 해 보고 싶은데
자리 좀 비워 줄 수 있겠나?
(경비원1)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광수대 윤수현 경위입니다
(경비원1) 확인됐습니다
[총성]
[의미심장한 음악]
강요한?
[긴장되는 음악]
(수현) 뒤로 물러서
[긴장한 숨소리]
거기, 빨리 일어나
(가온) 수, 수현아
[수현의 놀란 숨소리]
(수현) 김가온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여기 왜 있어?
- 수현아 - (수현) 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요한) 자살한 거야
우린 차경희 죄를 추궁하러 왔다가 발견했을 뿐이고
우릴 체포할 건가?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윤수현
- (가온) 수현아 - (수현) 가
- (가온) 저, 수현아 - 가라고
[요한이 가온을 탁 잡는다]
(요한) 가야 된다
(수현) 윤수현입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차경희 장관 집무실에서 자살했습니다
현장은 제가 보존할 테니 빠른 지원 바랍니다
[훌쩍인다]
[수현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흐느낀다]
(중세) [말을 버벅거리며] 잠, 잠깐만, 뭐라고?
차경희가 죽었어?
[무거운 음악] 그동안 모아 둔 파일이 하나가 있습니다
강요한한테 넘길 겁니다
바로 장관실로 사람 보내
분명히 몸 가까운 데 뒀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 어? 알았지?
[어두운 음악]
[가온의 떨리는 숨소리]
[가온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TV 속 앵커1) 구속 영장 청구를 목전에 두고 있던
차경희 법무부 장관이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 장관을 면담 조사 하기 위해 방문했던
광수대 소속 형사가 현장을 최초 발견 했는데요
고인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명백하고
다른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구체적인 극단적 선택의 이… [TV 전원음]
[요한이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이제 안심되십니까?
김가온
죄송합니다
부장님 잘못도 아닌데
(요한) 힘들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야
잊어버려
잊어버리라고요?
(요한) 잊어버리라고
[어두운 음악]
다음 일을 생각해
이번 계획은 실패야
차경희가 수집한 자료는
허중세 손에 들어갔을 거고
(중세) 담배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데
우리 차 장관은 뭘 좋다고 그렇게 피워 대셨을까?
참, 사람 허망하게 갔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가온) 수현아
수, 수현아
수현아
수현아, 제발
수현아, 수현아
[수현의 떨리는 숨소리]
(수현)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울먹이며] 증거를 인멸했어, 증거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꼴을 보여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꼴을 보여!
(가온) [울먹이며] 미안해, 수현아
미안해
[무거운 음악]
너 강요한이랑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어?
[수현이 흐느낀다]
(수현) 다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김가온
[휴대전화 진동음]
(선아) 축하해, 도련님
원하는 대로 차경희 제거됐네?
그래, 수고했어, 네 덕분이야
와, 나 지금 도련님한테 감사 인사 듣는 거야?
(선아) 이제부터 시작이야
차기 대권 후보가 없어졌으니까
재단 꼰대들은 대체재를 찾을 거야
나한테 맡겨
(선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강요한을 밀자'
내가 다 만들어 놓을 거야
그래?
(요한) 근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참에 날 재단 이사로 만들어 주지?
(요한) 꿈터전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데
(선아) 음, 욕심은
서두르지 마
차근차근
음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무거운 음악]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네, 판사님
- (요한) 김가온을 찾아 - 네?
(요한) 지금 제정신이 아닐 거야
찾아서 데리고 와
엉뚱한 짓을 하기 전에
(K)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수현) 퇴근이 늦으셨네요
무슨 용건이죠?
(요한) 차경희 건은 다 정리가 된 걸로 아는데요
윤수현 경위 손으로
깨끗이
[자동차 경고음]
[자동차 시동음]
[한숨]
[차창 작동음]
(수현) 당장 그만두십시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내 손으로
그러든지
[레버 조작음]
[타이어 마찰음]
[무거운 음악]
제발 가온이를 가만히 두세요
(수현) [울먹이며] 제발
제발 가온이를 흔들지 마세요, 제발
손 놓지?
손 놓으라고
[타이어 마찰음]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잘 먹었습니다
(남자1) 어? 야, 저거 봐 [남자2가 숨을 카 내뱉는다]
그 TV에 나오는 젊은 판사 아니야?
[남자1의 반기는 신음] (남자2) 이야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 응?
셀카 한 장 괜찮죠, 네? [남자1의 웃음]
죄송합니다,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남자2) 그러지 말고 한 장만 찍어요
(남자1)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예? 팬이라니까 그러네 [남자2가 재촉한다]
- (남자2) 에헤, 자, 자, 자 - (남자1) 하나, 둘
(가온) 아이, 진짜! 쯧
(K) 김 판사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가온의 한숨]
[무거운 음악]
(가온) 부장님이 데려오라고 시킨 겁니까?
사고라도 칠까 봐?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
결국 차경희가 죗값을 치렀네요
(가온) 자기 손으로
글쎄요, 전 아무 느낌이 없네요
(K) 복수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헛웃음 치며] 정작 이루어지니까 허무하네요
김 판사님
네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마십시오
무슨 말이죠?
(K) 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지만
판사님은 다르지 않습니까
강 판사님 곁에 있으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될 겁니다
자기 자신까지
[다가오는 발걸음]
(요한) 왔나?
(가온) 네
(요한) 윤수현을 찾아갔었다며?
[책장을 사락 넘기며]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시기에
윤수현을 만나러 가?
제정신이야?
왜요?
(가온) 제가 부장님 계획이라도 불었을까 봐
겁나십니까?
지금 이 싸움이 다 장난 같나!
모든 걸 다 걸어도 죽느냐 사느냐야
언제까지 네 소꿉장난에 장단을 맞춰 줘야 되지? 어!
저도 다 걸었습니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부장님을 돕고 있는 건지
(가온) 알기나 하는 겁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내 눈앞에 사람이 죽어 있는데도 제일 처음 든 생각이
(가온) 우선 빨리
파일부터 찾아야 됩니다
[떨리는 숨소리]
도대체 내가 어떤 괴물이 되어 가는 건지
[한숨]
(요한)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어떤 놈들을 상대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응?
이제 그놈들 더 기세등등해질 거야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네 소꿉친구
오늘 나를 찾아왔었어
멈추지 않으면
날 체포하겠다더군
세상을 구하고 싶으면
윤수현을
네 인생에서 끊어 내라
날 도우면서 동시에
그 친구하고 함께할 순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가온) 제게는 수현이가
세상입니다
[한숨]
[가온의 한숨]
(가온) 왔어?
(엘리야) 요한이랑 싸운 거야?
(가온) 그런 거 아니야
(엘리야) 그러면 집은 왜 나가는 건데?
(가온) 언제까지고 얹혀살 순 없잖아
나도 내 집이 있는데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
(엘리야) 물론 난 아무 상관 없긴 한데
아, 누군가 보복하려 들 수도 있잖아
그 죽창 부하나 뭐, 그런 놈들
그, 이 집이
안전하긴 할 거야
요한도 자기가 켕기는 게 있는지
거의 요새급으로 보안을 해 놨거든
뭐, CCTV며
일반 그, 경보 장치며…
(가온) 엘리야
[한숨]
미안하다
끝까지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무거운 음악]
미안해, 정말
그럼 진짜 가는 거야?
(가온)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진짜 이 꼴로 어딜 가!
[한숨]
(가온)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그 밤만은
누구에게인지 모를 기도를 했다
[웃음]
(엘리야) 그, 혹시라도
힘에 부치면 꼭 나한테 얘기해
그래, 고마워
[요한의 떨리는 숨소리]
(가온) 악몽이라도 꾼 겁니까?
[놀란 숨소리]
괜찮으세요?
[울먹인다]
(가온) 부디
이 집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눈물도 악몽도 없는
평안한 잠이 허락되기를
(엘리야) 왜 보냈어?
자기 발로 나간 거다
자기 선택이야
이 집이 더 안전하고 좋잖아
왜 보냈냐고 그 위험한 일들만 잔뜩 시켜 두고!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남 걱정을 했어?
(엘리야) 그래도 한 번 더 붙잡아 볼 순 있었잖아!
걘 네 아빠가 아니야
- 뭐? - (요한) 들었잖아
네 아빠가 아니라고
[차분한 음악]
(요한) 너 상처받을 거다
그렇게 착각하면
[요한의 한숨]
[울먹인다] (요한) 엘리야
내가 말이 지나쳤다
(엘리야) 집어치워!
엘리야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요한은 사과 따위 안 하잖아
[엘리야가 훌쩍인다]
엘리야
(엘리야) 그냥 [요한의 한숨]
원래 하던 대로 해
꺼져 줄래?
어
[한숨]
[연신 훌쩍인다]
[엘리야가 훌쩍인다]
[휠체어를 탁 고정시킨다]
[연신 훌쩍인다]
(중세) 우리 차경희 장관을 위해서
명복을 빌며 건배
- (두만) 건배 - (중세) 어떻게, 뭐
(중세) 향이라도 피워 놔야 되나? [사람들의 웃음]
이번에 정 이사가 정말 고생 많았어
아유, 차경희 그 여자 진짜 미친 조랑말 새끼처럼
어찌나 나대고 다니는지
내가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말이야, 아유 [용식이 입을 울걱거린다]
(선아) 제 할 일인데요, 뭐
재단에 대한 위협을 놔둘 수야 있나요
(두만) 어유, 난 그 언니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볼 때마다 그냥 명치끝이 팍 막혀 가지고
아유, 내가 죽을 뻔했어
[두만의 웃음]
박 회장 이제 속이 아주 뻥 뚫렸겠어?
아, 돈도 좋고 권력도 좋아
(두만) 그런데 사람 좀 사람답게 살아야지
그냥 약점 잡고 협박하고
그러니 끝이 좋을 리가 있어? 어유
(용식) 뭔 약점이 그리 많으시길래
그렇게 벌벌 떨었나 몰라 우리 쫄보 박 회장
[용식과 두만의 웃음]
그래서 너는 당당하세요? 응?
(두만) 도미니카 공화국 응? 국적 취득 하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용식) 그래 너는 이미 시민권자라 좋겠다, 어?
아니, 뭐,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면서 여기 왜 있어?
너희 나라로 가
(중세) 아이, 좀
[웃으며] 시끄럽고
말장난들 그만하시고 [두만의 헛기침]
아직 게임 끝난 거 아니에요
정 이사장 다음 할 일 해야지, 우리
무슨?
재단에 대한 위험 아직 남아 있잖아
강요한
[어두운 음악] (두만) 음, 맞아
우리가 호랑이를 키웠어 아주, 아유
씁, 제거하기보다는 끌어들이는 게 안전할 겁니다
너무 커 버렸어요
어떻게?
어떻게 끌어들이지?
야심 있는 인물입니다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지 않습니까?
꼭 차경희라야 되는 겁니까?
(요한) 그런데 여러분들의 재산 지켜 줄 사람이
꼭 차경희여야 되는 겁니까?
(선아) 어차피 차경희도 없어졌습니다
차기만 보장해 준다면
강요한은 아주 든든한…
(중세) 차기가…
차기가 진짜 필요해요?
대통령님
차기 대선이 2년밖에…
(중세) [웃으며] 잠깐
대선이 꼭 있어야 되나?
[무거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두만) 나라가 위기일 때는
민주주의도 사치야
(용식) 그건 그렇지
위기라고 하시면?
왜? [웃음]
위기가 아직 부족해?
(중세) 위기를 더 만들어 줘? 화끈하게
정 이사장 너무 실망이다
차기? 차기를 보장해 줘?
그 새끼한테? 강요한 걔한테?
그래도 강요한은 이용 가치가 있으니까
(선아) 제거하시기보다는…
(중세) 잤네 [용식이 픽 웃는다]
걔랑 잤구나, 걔랑 잤어? [중세의 웃음]
무슨 그런 천박한 말씀을… [중세의 웃음]
(중세) 아이고, 참
왜 이렇게 정색을 하시나 농담이야, 농담
아니, 그러게 왜 이렇게 그 새끼를 감싸고 도냐고
농담이라고
정 이사장
차경희가 죽기 전에 우리한테 쳐들어와서
뭐라 그랬는지는 알아?
뭐라고 했습니까?
(중세) 자기를 안 도와주면
재단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강요한 걔한테 넘기겠대
강요한 걔도 그걸 요구한 거고 차경희한테
강요한이
우리를 완전히 다 개박살 내려고 했다고
자기 손에서!
자기가 어떻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무슨 뭐, 지원단장을 한다 뭐, 어쩐다 아주 그냥
정신 좀 차려! 어? [어두운 음악]
아이씨
(중세) 아니, 무슨 남자 새끼한테 환장해서
뭐, 지랄병 난 계집애처럼 굴지 말고!
정신 좀 차리라고
잘한다, 잘한다 해 줬더니 자기가 뭐, 진짜 잘하는 줄 아나
[용식의 웃음]
[한숨]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수현) 아 [수현이 살짝 웃는다]
오셨어요? [수현이 코를 훌쩍인다]
(정호) 웬일이냐, 우리 수현이가 날 다 불러 주고, 응? [수현이 살짝 웃는다]
그래, 어떻게 지냈어?
[옅은 헛기침]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수현이 숨죽여 흐느낀다]
[훌쩍인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정호) 네
부르셨습니까, 대법관님
앉지
무슨 용건이신지
가온이한테 무슨 짓을 시키고 있는 건가?
(정호) 그 애가 어떻게 살아온 앤데
그 생지옥을 어떻게 견뎌서 여기까지 온 앤데
지옥은 누구한테나 있습니다 대법관님
(요한) 그리고 그 친구
아이 아닙니다
내 가만있지 않을 걸세
이 일을 어떻게든 파헤쳐서…
(요한) 파헤치시면
김가온 그 친구도 다칠 텐데요
범죄니까
자세한 내용까진 못 들으셨군요
김가온 그 친구한테 직접 들으셨습니까?
윤수현한테 들으신 모양이군요
뭐라고 하던가요?
가온이한테 위험한 일을 시키고 있는 거 같다던데
그 정도가 아니었나 보구먼
(정호) 범죄…
'범죄'라고 했나?
그 친구한테 위험한 일을 시키신 건
대법관님입니다
저한테 보내셨잖습니까
(정호) 자넨 뭐가 그렇게 당당하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해!
자기가 하는 일은 다 정의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전 제가 정의라고 착각한 적 없습니다
그저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죠
(요한) 전 지금까지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못했습니다
그저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모든 것과 싸우거나
그 친구도 스스로 선택한 겁니다
계속하든 멈추든 그것 역시 스스로 선택하겠죠
모든 것과 싸운다?
(정호) 자네는 괴물 같은 세상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 역시 자네를 들여다보게 되는 거야
멈춰야 돼
자네는
세상을 망치고 있어 [무거운 음악]
오해하시는 것 같네요
제가 심연입니다
[통화 연결음]
(K) 네, 판사님
(요한) 민정호를 감시해야 될 것 같아
그리고
(K) 네
김가온도
알겠습니다, 판사님
(가온) 분노, 그건 이해합니다
이 세상 아무도 이해 못 해도
전 이해합니다
그 감정만큼은
(요한) 난 네가
내 편이 되어 주길 바랐어
만약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한 일을 해서라도
바꿔치기든 뭐든
그게 내 방식이니까
그건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으니까
복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싸우고 싶은 겁니다
잘못된 세상과
[숨을 내뱉는다]
도대체 내가 어떤 괴물이 되어 가는 건지
[가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뭐 하세요?
먹을래?
제 건 따로 있습니다
그건 뭐야?
가온 도련님이 해 놓고 가신 겁니다
(영옥) 제육볶음
된장찌개 [영옥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아이참
와서 드세요
맛있어 보이면 같이 먹고 가든가
네?
농담이야
(영옥) 농담이라곤 생전 해 보지도 않은 사람이 [요한이 컵을 탁 든다]
그런 농담을
나이를 먹었나? [수저를 잘그락거린다]
[옅은 헛기침]
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쯧, 집이 텅 빈 거 같네
아유, 그러게 있을 때 좀 잘하시지, 아유 [요한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내뱉는다]
[따뜻한 음악]
(가온) 괜찮겠어?
진짜 후회할 텐데
- (엘리야) 거짓말하지… - (가온) 마지막 기회를 줄게
(엘리야) 아이, 괜히 그런다
[가온의 웃음]
아, 뭐야, 또
(가온) 너는 천직이 경찰이야
어떻게 이렇게 뽑을 때마다 도둑을 뽑아?
[아파하는 신음] (엘리야) 죽는다
(가온) 아니다, 조폭이 낫겠다 이, 손에 살기가 있어
여럿 잡겠는데?
(엘리야) 야, 김가온
'야'?
[가온과 엘리야의 웃음]
- 왔어? - (가온) 왔어요?
나도 끼워 주지
(요한) 엘리야도 용돈 걸고 해
아, 이번 달 아주 풍족하겠네?
- 다 죽었어 - (가온) 아, 하시죠
(가온) 부장님은 할 줄 모르니까 제가 섞을게요 [엘리야의 웃음]
자, 3등분을 하겠습니다, 자
아수라발발타
[함께 웃는다]
(요한) 인류 따윈 멸망해도 좋아
너희들만 있다면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 주세요
[통화 연결음]
[새가 지저귄다] [무거운 음악]
[한숨]
[부스럭 소리가 난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수현) 할머니 [차 문이 달칵 닫힌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노인) 아이고, 아이, 또 왔어?
(수현) 아이 이제 반가우시죠? 저 보면
아유, 반갑긴
(노인) 불나고 사람 죽고 한 흉한 일을
뭘 그렇게 자꾸 묻고 그래
끔찍스럽게
(수현) 저, 할머니
그때 성당에서 일했다는 분 제가 찾는다고 찾아봤거든요
근데 '정요셉'
세례명인 거 같은데
이분을 도저히 못 찾겠어요
혹시 본명을 모르시나요?
아니면 어디로 이사 가셨는지
글쎄?
정요셉
(노인) 정요셉이라고?
(K) 네, 판사님
민정호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K) 야당 의원들 그리고 기자들을 차례대로 만나고 있습니다
알았어, 잘 체크해
이상한 기사가 나오면 바로 반박 기사 낼 준비 해 두고
네
그리고 이상한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혹시 죽창?
알고 계셨습니까?
[무거운 음악] (요한) 도주했나?
(K) 전자 발찌를 부수고 도주했는데
경찰도 검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허중세 짓이 분명합니다
이제 눈치 볼 것도 없다 이건가
뭔가 큰일을 벌이려는 거야
본격적으로
(기자) 대법관님 시기상조 아닐까요?
아직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정호) 시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되든 안 되든 문제 제기라도 한번 해 봅시다
최소한 이 시대에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는 거
하나는 남겨야 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대법관님
(기자) 기자 회견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정호) 강요한 판사는
지금 이 나라를 광기와 폭력 속으로 [무거운 음악]
몰고 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약한 친구를 묶어 놓고 때리는
태형 놀이를 하게 만들었고
전 국민으로 하여금 DIKE 앱으로 피고인의 뒤를 쫓으며 [카메라 셔터음]
인간 사냥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하는 재판은
엄격한 증거와 신중한 절차가 아닌
깜짝쇼 같은 폭로와
자극적인 선동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인간 세상에
손쉬운 정의란 없습니다
저는
대법관직을 걸고
시범 재판부를 해체할 것을 요구합니다
강요한은
물러나야 합니다
[중세의 웃음]
(중세) 와, 타이밍 예술이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빨리 받네
걔한테 연락 좀 해 봐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어
[어두운 음악]
(시위자) 민정호는 사퇴하라!
(시위자들) 사퇴하라! 사퇴하라!
(시위자) 시범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
[소란스럽다]
[시위자들이 차를 쿵쿵 두드린다]
(경비원2) 퇴근길엔 아무래도
경찰에 경호를 요청하셔야 될 거 같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호) 괜찮네
나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휴대전화 진동음]
(경비원2) 아니, 그래도…
(남자3) [변조된 목소리로] 민정호 대법관님
누구요? [어두운 음악]
(남자3) 감히 우리 강요한 판사님을 모함해?
목숨이 아깝지 않나 보지?
어디서 협박질이야!
[남자3의 코웃음]
(남자3) 당신 내 말이 우습나 본데
당신 처자식한테 물어볼까? 목숨이 아깝지 않은지
뭐라고?
(남자3) 우리 대법관님 집이 되게 아담하시네
(남자3) 청렴한 거야 청렴한 척하는 거야, 응?
[타이어 마찰음]
[통화 연결음]
예, 경찰은 아직입니까?
급하다니까요!
(TV 속 앵커2) 오늘 오전 민정호 대법관이 자택 근처에서
시범 재판부 강요한 판사의
광적인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피습을 당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민 대법관은 어제 시범 재판부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한 뒤부터
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항의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중세) 아, 이거 [카메라 셔터음]
문명사회에서 있기 힘든 진짜 야만적인 일입니다
우선 민 대법관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진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특정 판사의 광적인 지지자들이 폭력까지 행사한다?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과연 시범 재판부 재판장을 계속 맡겨도 될지
대법원에서는 심사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아니, 우리 대한민국에
어디 괜찮은 판사가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도 K-판사 뭐, 이런 위상 가져야 될 거 아닙니까
가질 때 됐습니다, 예?
[문이 드르륵 열린다]
[한숨]
[힘겨운 신음]
(가온) 그냥 누워 계세요
[정호의 힘겨운 신음]
(정호) 지난번엔 다신 안 볼 거같이 가 버리더니
괜찮으신 거죠?
다행히 중태는 아니라고 하던데
나 같은 놈이야 어찌 되든 무슨 상관 있겠냐마는
아, 무슨…
아무 죄 없는 내 처자식까지 괴롭히고 있다
인터넷에 우리 가족의 신상을 공개해서
딸내미가 회사 출근도 못 하고 있어
- 교수님 - (정호) 강요한 그자가
(정호) 이렇게까지 비열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근데 교수님 강요한이 한 짓은 아닐 거예요 [무거운 음악]
아무리 그래도…
아직까지 그놈 편을 드는 게냐!
(정호) 난 절대로 그놈을
용서할 수 없다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줌 인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재희) 이놈이야
언니 뒤를 캐고 다니는 놈
(선아) 그래?
(재희) 오래전부터 강요한을 돕고 있는 놈이야
이 광수대 팀장을 이용해서 언니네 엄마 사건 기록도 찾아냈고
지금도 언니 뒤를 계속 캐고 있어
언니네 아버지 사건에
서정학 건까지
알았다
수고했어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중세) 응, 정 이사장
어유, 오늘따라 목소리 좀 탐스러운데? [웃음]
진행하시죠 [비밀스러운 음악]
말씀하셨던 일
아, 그렇지, 그래
밀어붙여야 된다니까
(중세) 씁, 재단에서 도와주셔야 돼, 팍팍, 어
알겠습니다
어, 그리고 저도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선아) 죽창 그 친구가 이번 일 진행할 때
제 개인적인 심부름도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죽창?
(중세) 응, 응
그래요, 어, 좋아, 좋아
고맙습니다
[한숨]
[한숨]
[한숨]
(요한) 웃어
넌 꽤 잘 어울려, 이 집에
[무거운 음악]
[괴로운 신음]
[괴로운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안녕, 도련님?
아침부터 웬일이야?
(선아) 음, 너무 매정하다
차경희 처리하고 나니까 이젠 볼일 없다 이건가?
(요한) 그럴 리가
앞으로도 계속 봐야지, 우리
'우리'?
(선아) 그럼 지금 좀 볼까, 우리?
지금?
데이트하자, 도련님
꼭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남자3) [변조된 목소리로] 김가온 판사님?
네, 그런데요
(남자3) 민정호 대법관 살리고 싶으면
형산동 빈민촌으로 와요
당신 누구야?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3) 지금 당장
[통화 종료음] 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한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3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한숨]
[죽창이 코를 훌쩍인다]
[남자4가 콜록거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스크린 속 진주) 국민 여러분
역병 바이러스가 형산동 빈민 집단 거주지에서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방역 당국의 조치에 적극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역병 바이러스가 형산동 빈민 집단 거주지에서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방역 당국의 조치에 부디 적극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다시 이겨 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소란스럽다]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한숨]
교수님 [비밀스러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왔어?
꽤 로맨틱한데?
모닝 데이트 장소치고는
취향에 맞을 줄 알았어
(선아) 느낌 괜찮지?
목걸이는?
(선아) 음, 세심도 하셔라
너무 귀한 선물이라 잘 모셔 두고 왔지
누가 빼앗아 가면 어떡해
(요한) 감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가?
내가 무서워? 도련님은
아니
(요한) 네가 왜?
(선아) 좋아라
다정하니까 너무 좋다, 도련님
근데 말이야, 도련님
왜 그랬어?
뭘? [긴장되는 음악]
나한테 조금만 더 친절하지
[기중기 작동음] (K) 판사님!
[K의 비명]
판사님!
[힘주며] 씨
[총을 탁 쥔다]
[K의 놀란 숨소리]
[힘주는 신음]
무슨 짓이지?
우리 같이 꼭대기까지 가기로 한 거 아니었나?
(선아) 2년
2년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데
그러면 이 세상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는데
난 그다지 갖고 싶은 게 없어서
아
역시 그렇구나
도련님은 그냥 다 부숴 버리고 싶은 거구나
(선아) 굳이 왜?
지금 있는 쓰레기들 치워 봤자
남은 쓰레기들이 그 자리를 메울 뿐인데?
쓰레기들 대장 노릇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유감이네
죽여 버려
(K) 안 돼! [총성]
[의미심장한 음악]
[아파하는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가 울린다]
판사님
[요한의 힘겨운 신음]
판사님
안 됩니다 [힘주는 숨소리]
판사님, 오지 마십시오 판사님, 안 됩니다!
판사님
판사님!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가온) 교수님!
[답답한 신음]
(K) 판사님, 안 됩니다, 판사님!
안 돼요, 판사님, 제발
제발 오지 마세요, 판사님, 제발!
[흐느끼며] 판사님 제발 오지 마세요
오지 마세요, 판사님, 제발 [K의 목소리가 울린다]
아, 판사님
[요한의 힘겨운 숨소리가 울린다]
[요한의 힘겨운 숨소리가 울린다]
(가온) 교수님! [가온의 목소리가 울린다]
교수님! [소란스럽다]
교수님!
[거친 숨소리]
(K) 판사님 제발 오지 마세요, 판사님!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제발 오지 마요, 좀! 판사님
오지 말라고! [거친 숨소리]
그거 내려놔
난 말이야
도련님이 외로웠으면 좋겠어
나처럼
(선아) 그럼 내 옆에 있어 주지 않을까?
도련님 곁에 아무도 없으면 말이야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가온) 교수님!
[가쁜 숨소리]
[한숨]
[K가 흐느낀다]
[요한의 힘겨운 숨소리]
"전동 윈치 누름 버튼"
교수님
[사람들의 비명]
(여자) 안 돼요! 아저씨 애는 안 돼요, 아저씨!
(여자) 안 돼!
(아이) 아, 놔! 아, 놔!
(가온) 저, 씨
(아이) 하지 마!
[소란스럽게 싸운다]
(가온) 괜찮아요? 나와, 나와 [여자가 재촉한다]
얘, 괜찮니? 어, 괜찮아
- (가온) 괜찮으세요? - (여자) 네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가온) 네
- (가온) 이쪽으로 가세요 - (여자) 네,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다급한 신음]
[가쁜 숨소리] (죽창) 가온아!
오랜만이야
나야
나 기억 안 나?
[힘겨운 숨소리]
[K의 비명]
[쿵 소리가 난다]
[힘겨운 숨소리]
[한숨]
[몽환적인 음악]
내가 널
외롭고
비참하게 죽여 주지
너한테 아주 잘 어울리게
[웃음]
안녕, 도련님?
(선아) 우리 오 판사님은 준비나 하고 있으시죠
(인국) 지금 일제히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소윤이 소리친다]
(선아) 이제 시작이야, 도련님
(가온) 이대로 있을 겁니까?
저기 뉴스? 다 가짜입니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가온) 재단이 조작한 거라고요
[총이 철컥 장전된다] [사람들이 놀란다]
(선아) 무대가 없으면 그냥 한 사람일 뿐이죠
정요셉 씨?
(수현) 잠, 잠시만요
(요한) 정부는 여러분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중세) 당장 중지시켜요, 당장!
강요한이 진짜 노리는 건…
(요한) 시범 재판에 올려서 모두 밝혀낼 겁니다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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