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12
[애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아픈 거야, 뭐야?
(덕이) 아픈 거면 말해, 약 사다 줄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덕이가 그릇을 우당탕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의 한숨]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덕이) 아침이다!
[한숨]
[애잔한 음악]
쟤 또 미친 거 같아
(덕이) 왜 또 저러나 몰라
[밝은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무전기 작동음] (도경) 드리프트 할 때 소리 좀 더 거칠게
(이준) [힘겨운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드리프트 할 때 소리 좀만 더 거칠게
[타이어 마찰음이 요란하다]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훈) 기태야
기태야
요즘 우리 형 우울한 거 알지?
부장님 개그 한번 날려 줘라 은근 올드해서 잘 먹힐 거다
(기태) 줘 봐
[무전기 작동음]
대표님, 기태입니다, 들리십니까?
[무전기 작동음] - (도경) 말해 - (기태) 제가 어저께
(기태) 저희 집 개한테 밥을 잔뜩 먹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3, 2, 1, 땡
[무전기 작동음] 개포동
[익살스러운 음악] [상석과 훈의 새어 나오는 웃음]
- (기태) 안 웃기십니까? - (도경) 일하자 [무전기 작동음]
[무전기 작동음] (기태) 예, 알겠습니다
이딴 거 시키지 마라, 진짜, 어?
개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한테 하는 거야
거, 얼굴 화끈... 아, 받아, 빨리! [훈의 웃음]
(훈) 아니야, 우리 형 지금 웃어, 좀 늦어
지금 속으로 엄청 웃고 있어 이제 감 왔어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헛기침] [무전기 작동음]
대표님, 상석입니다
(상석)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무전기 작동음] 하지 마라, 이런 거
(상석) '대표님과 함께라면'
대표님과 함께 가면 지구 끝까지 가겠습니다 [훈이 낄낄거린다]
힘내십시오, 파이팅!
[훈이 폭소한다]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무전기 작동음] (도경) 그만하고 물 뿌려
[무전기 작동음] (상석) 네, 알겠습니다
[밝은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잘박거리는 소리가 난다]
[해영의 옅은 숨소리]
[해영의 힘주는 신음]
[해영의 힘겨운 신음]
[옅은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해영의 힘겨운 신음] [라디오 조작음]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장난스러운 신음]
[옅은 웃음]
[라디오 조작음]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신영)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흥미로운 신음] 가슴이 답답하십니까?
그런 고답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 주는 코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답이를 부탁해'
(신영) 저세상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계신 공자, 맹자도
이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라디오 속 신영) 고답이의 속을 뻥 뚫어 주는 사이다 같은 존재
현자 중의 현자, 노래하는 교주
이병준 씨의 상담을 받고 싶다 하시면요
(라디오 속 신영)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흥얼거린다] 여보세요
(라디오 속 청취자) [변조된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디오 속 신영) 아, 네, 연결됐네요,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웃음] [밝은 음악]
(해영) 어, 진짜 연결된 거예요? 어, 대박
아, 저, 음성 변조 해 달라고 했는데
(신영) 예, 지금 변조가 되고 있으니까요 코는 막지 마시고요, 예
(신영) 지금 변조되고 있어요 의심하지 마세요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코를 훌쩍인다]
아, 그리고 저 익명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저, 혹시라도 상품 준다, 어쩐다 그러면서
제 이름 말씀하시고 그러시면 안 돼요
(신영) [피식 웃으며] 예, 알겠습니다, 어떤 고민 있으세요?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네, 고등학교 때
저랑 이름이 같은 애가 있었는데요 [신영이 호응한다]
걔가 너무 잘나서
내가 못났다는 건 아니고
걔가 하도 잘나서
비교도 많이 당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고
(라디오 속 해영) 진짜 이런 일, 저런 일 많았는데요
아무튼 걔 때문에 제 인생이 편한 적이 없었는데
근데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좋아했던 남자가
[애잔한 음악]
걔랑 결혼할 뻔했다가 깨져서
[라디오 속 해영의 떨리는 숨소리]
(라디오 속 해영) 걔한테 복수한다는 게
잘못해서 제가 당했는데
[한숨]
[울먹이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신영) 여보세요, 여보세요?
예, 저, 다시 한번만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해영) 아이,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 애를 못 잊어서
(라디오 속 해영) 걔 결혼을 깬다는 걸 [놀란 신음]
잘못해서 제 결혼을 깼는데
(라디오 속 신영) 잠깐만, 타임, 타임, 아, 잠깐만요
그러면 어떻게 잘못 알고 남의 결혼을 깰 수가 있죠?
(해영) [짜증 내며] 걔랑 저랑 이름이 같다고요
동명이인이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걔가 결혼하는 건 줄 알고 [익살스러운 음악]
제 결혼을 깼다고요!
[당황한 신음]
느낌 와, 이거, 이거 느낌 오는데, 이거, 어?
(라디오 속 해영) 근데... [당황한 숨소리]
(해영) [울먹이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신영) 씁, 잠시만요, 선생님, 잠시만요
그러면은 원수를 몰라보고 사랑을 했다?
(병준) 그래서 지금 고민은?
(해영) 아, 뭐를...
아,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화가 나서 죽여 버리고 싶다가도
(해영) [한숨 쉬며] 또...
또...
(병준) 자, 그냥
[신영의 당황한 신음]
(병준) 괜히 술 퍼마시고 마음에도 없는 소개팅 나가고 그러지 말고 그냥 자
(병준) 자고 일어나면 배고파
밥 먹어, 또 자
자고 일어나면 또 배고파, 또 먹어
(해영) 아, 저기요
(해영) 제가 이런 말 듣자고 용기 내서 전화한 거 아니거든요?
아니면 다시 태어나든가
(해영) 아, 그게 말이에요, 뭐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이번 생은 망했으니 그냥 빨리 죽고 다시 환생하라는 거예요?
(신영) 어, 일단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아요, 선생님
일단은 자제 부탁드리고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희가
[신영이 수습한다] (병준) 다시 태어나는 게 뭐 어려워?
(병준) 과거를 다 놔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거지
신생아가 기억 있는 거 봤어?
'난 이런 일을 겪었다 그러니 난 이런 인간이다'
(병준) 그런 과거를 다 놔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거지, 뭐
말 참 쉬워요
내가 무뇌아도 아니고 어떻게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쳐요?
'자, 과거를 놓겠습니다 다 버리겠습니다, 선!'
그럼 뭐, 싹 사라져요?
[신영의 초조한 한숨]
(병준) 불행하고 싶으면 계속 붙들고 사는 거고
(병준) 자기 선택이야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불행하려고 작정한 사람을 누가 말려?
(해영) 너무하네, 진짜
실질적인 얘기를 해 줘야 될 거 아니에요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요?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도, 오해영 그 계집애도
다 패 죽여 버리고 싶다고요!
[해영의 성난 숨소리]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라디오 속 신영) 저기, 죄송하지만 익명으로 하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오 마이 갓...
(라디오 속 해영) 예, 뭐, 제가 걔 이름 말했지 내 이름 말했어요?
(신영) 아이, 아까 이름이 같다고 얘기하셨잖아요, 선생님
(신영) 저기, 동명이인이라고 [쿵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뭐야, 미친 거야?
(신영) 여보세요?
[사람들의 폭소가 들린다] 여보세요?
(라디오 속 병준) 세상에 오해영이라는 이름이 한둘도 아니고
(병준) 이름, 그거 다 껍데기예요
제 이름 이병준, 껍데기
[신영의 한숨]
진짜는 뭘까?
오해영 씨?
(라디오 속 병준) 씁, 이름에 오 양이 들어갔네
[라디오 속 신영의 한숨] 오해일까?
- (라디오 속 병준) 해영 씨도 껍데기 - (라디오 속 신영) 예, 예
(라디오 속 병준) 또, 오해영 씨도 껍데기
(라디오 속 신영)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라디오 속 병준) 우리 신영 씨도 껍데기
(라디오 속 신영) 저, 선생님, 오해영 이름을
너무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익명이에요
- (병준) 그래? - (신영) 예
(병준) 오케이, 익명으로 간다
(신영) 예, 알겠습니다
- (병준) 익명, 오해영 - (신영) 선생님
[라디오 속 병준의 의아한 신음] (라디오 속 신영) 오해영 또 하셨어요
- (라디오 속 병준) 아, 또 했어? - (라디오 속 신영) 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란) 야, 아, 동창 밴드 난리 났어
어떡할 거야, 이거?
너 밴드 당장 삭제해
아, 들어가 보지도 말고 그냥 삭제해
그리고 핸드폰 꺼 놔, 어
[통화 종료음] [희란의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못마땅한 한숨]
아, 그만들 좀 해라, 좀!
아, 그냥 좀 모른 척해 주면 안 되니?
너희들 해영이한테 자꾸 전화하고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애잔한 음악]
[휴대 전화 벨 소리]
(정숙) 형님, 해영이가 결혼이 깨진 게
그래서 깨진 거예요?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를 탁 집어 던진다]
(정숙)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며] 형님!
형님!
아니, 근데 해영이 걘 배알도 없대요?
어떻게 그런 남자를 좋아했대요? 미친 거 아니에요?
몰랐으니까 좋아했지!
(정숙) 헐?
[직원들의 웃음] [저마다 말한다]
(우성) 야, 들어 봐, 들어 봐
익명으로 해 달라고 음성 변조까지 해 놓고
제 입으로 제 이름 얘기하고
오 대리 쪽팔려서 이제 회사 어떻게 다니냐? [직원들의 기가 찬 신음]
(창도) 아니, 웃긴 동영상이라고
저한테 톡으로 오 대리 음성 파일 엄청 들어와요
[우성이 재촉한다] 우리 회사 직원이라니까 전부 깜놀
[녹음 속 해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와서 얼굴 봐도 되냐고 난리도 아니라니까요, 지금?
[문학과 창도의 어이없는 탄성] (우성) 그래서 그날
오 대리가 오 팀장 패고 난리 쳤던 거지 [창도의 호응하는 신음]
[녹음 속 신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오 팀장 때문에 자기 결혼 망쳤다는 거 알고
[녹음 속 해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문학) 그런 거지, 그래 놓고는 우리한테
'내가 쳤어, 내가 쳤어' [창도와 우성이 호응한다]
(성진) 그만해라, 좀!
- (성진) 재밌냐? - (우성) 아, 왜 그래? 재밌잖아
(성진) 네 동생이라고 생각해 봐라
- 그래도 재밌냐? - (우성) 아, 그래, 너희 팀원이다?
(우성) [코웃음 치며] 미안하다
아, 순간 사람 되게 나쁜 놈 만드네... [창도의 말리는 숨소리]
나쁘잖아, 너희들 말하는 심보가!
(성진) 너희들 동생이
애먼 놈 때문에 결혼 깨지고 그렇게 당했다고 생각해 봐
그래도 그런 말이 나오냐?
(예진) 됐어요, 그만해요
(찬주) 뭘 상대해? 같은 팀 맞아?
- (창도) 죄송합니다, 나가요, 나가 - (문학) 죄송합니다
(우성) 아, 그냥 재밌으라고 하는 거잖아 [문학이 우성을 말린다]
(문학) 죄송합니다 [우성이 구시렁댄다]
[찬주의 못마땅한 신음] [성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성진의 속상한 한숨]
[직원1이 수군거린다]
[직원들이 키득거린다] (직원1) 그, 있잖아, 오 대리...
(직원2) 팀장님
그분이 팀장님 되게 사랑하셨나 봐요
[직원들의 웃음]
(직원3) 들어 보셨어요?
인터넷에 오 대리 음성 파일 엄청 올라와 있던데
(오해영) 그만 일들 하죠
[문이 덜걱 열린다]
저도 며칠 전에 알았어요
(수경) 이 모든 일은
네가 사라진 그날에서 시작됐다는 거
알고 있지?
(오해영) 네
반성해라
(주민1) 들었어? 아까 라디오 듣고 깜짝 놀랐잖아
[주민1의 웃음] - (주민2) 아, 들었지, 들었지, 아이고 - (주민1) 아유, 배 아파
(주민1) 어쩔 거야, 아유, 배야
그러니까 해영이가 또 뭔 사달을 내기 전에 [주민들의 만류하는 신음]
그러니까, 뭐, 아이, 가만있어 무슨 수를 써야지, 그렇...
(덕이) 우리 해영이 아무리 미친년이라도
사람한테 해코지 안 합니다
사람 죽일 년이 라디오에다 대고 전국적으로 떠들고 죽여요?
그 정도로 머리 없는 애 아닙니다
[대문이 쾅 닫힌다] (주민2) 그건 또 그렇지
(주민1) 뭐가 또 '그건 그렇지'야? 들었으면 들었다고 말을...
[휴대 전화 벨 소리] (주민2) 내가 얘기해 줬잖아
아, 전화 왔네, 잠깐만 기다려 봐
(주민1) 여보세요, 어!
아니, 그러니까 라디오에다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그 오해영이 아니었다', 어, 그렇지!
그게 인제 우리 해영인 거 같기도 허고 [현관문이 쾅 열린다]
씁, 아닌 거 같기도 허고 [현관문이 쾅 닫힌다]
그, 참... [경수의 당황한 신음]
(덕이) 그게 왜 궁금한데?
그게 아무리 우리 해영이라고 짐작이 가더라도
전화 못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응?
그거를 굳이 전화해서 물어보는 네 심보도 알 만하다
남의 자식 안 좋은 일에 신나라 해 대는
네 자식 일은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
(경수) 아, 저...
뭐 이런 전화에 일일이 대꾸를 하고 앉았어?
[덕이의 성난 숨소리]
엄만데...
[애잔한 음악]
[경수의 난처한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경수의 당황한 신음] [덕이의 분한 숨소리]
[경수의 깊은 한숨]
해영이 뭐 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놀란 신음]
(진상) 야, 실시간 검색어에
오해영 떴으면 말 다 한 거 아니니?
하루 종일 웃긴 동영상이라고 나한테 톡으로 전달, 전달, 엄청 들어오는데
죄다 그 여자 라디오 음성이야
(진상) 어떡할 거야, 이거?
[한숨]
(녹음 속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요?
[녹음 속 해영의 떨리는 숨소리]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도, 오해영 그 계집애도
싹 다 내가 패 죽여 버리고 싶다고요!
(녹음 속 신영) 저기, 죄송하지만 익명으로 하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녹음 속 해영) 예, 뭐, 제가 걔 이름 말했지 내 이름 말했어요?
[함께 웃는다]
(녹음 속 신영) 아이, 아까 이름이 같다고 얘기하셨잖아요, 선생님
저기, 동명이인이라고
(기태) '동명이인'
(녹음 속 신영) 여보세요, 여보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여보세요?
[상석의 옅은 신음] (기태) 뭐라고?
(훈) 잠깐만...
- (상석) 아, 아! - (기태) 아이...
(훈) 이딴 걸 왜 단톡방에 올려, 이 새끼야! [상석의 못마땅한 탄성]
(상석) 야, 대표님 보시기 전에 [기태가 당황한다]
얼른 삭제하고 와, 삭제하고 빨리... [훈의 괴로운 탄성]
(훈) 가, 이 새끼야, 가, 이 새끼야, 가! [상석의 못마땅한 탄성]
(기태) 아, 놀라라 [기태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저, 대, 대표님, 그거
해, 핸드폰 좀...
[휴대 전화 조작음]
저, 이거, 잠금 화면 좀 풀어 주시면 안... [도경의 옅은 한숨]
- 내가 지울게 - (기태) 네,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기태) 죄, 죄, 죄, 죄, 죄송합니다 [도경의 옅은 한숨]
아유, 멍청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도경) 오늘 따 온 거 파일 갖고 와
[철걱 소리가 난다] [덕이의 옅은 신음]
[덕이의 옅은 신음]
(덕이) 먹어
괜찮아, 됐어
이딴 일로 사람 안 죽어
큰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먹어
먹고 뜨끈한 데서 지져
이판사판 개판 살아 보자고
진작 엄마한테 말했으면 그 연놈들 콩밥을 먹이든 뭘 하든
엄마가 속 시원하게 해 줬을 거 아니야
왜 맨날 엄마한테 말 못 하고 혼자 속앓이를 해?
고개 들고 어서 먹어
[애잔한 음악]
[덕이가 훌쩍인다]
[덕이의 속상한 신음]
[경수의 한숨] [덕이가 흐느낀다]
[덕이의 속상한 한숨]
(해영) 엄마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해영) 엄마가 왜 미안해? [덕이의 한숨]
이름을 그렇게 쉽게 짓는 게 아닌데
딸자식 이름을 왜 그렇게 성의 없이 대충 지었을까?
(덕이) 그러게 내가 해영이는 아니랬지?
소라도 있었고 수빈이도 있었는데 왜 하필 해영이야?
(해영) 왜 아빠한테 그래?
나쁜 짓 한 놈은 따로 있는데
(덕이) 너, 그놈 그냥 접어
이 갈 것도 없고 그냥 눈 딱 감고 접어
자꾸 헤집고 뒤집지 말고 그냥 접어
변호사한테 맡기면 돈 받아 낼 수 있다는데
그깟 돈 받아 뭐 하게? [경수의 한숨]
그깟 돈 받자고 계속 얼굴 보면서 속 뒤집어지느니
그냥 접어
여기서 더 하면 너만 진상이야
더 하면 너만 욕먹어, 걔들 욕 안 먹어
그러니까 눈 딱 감고 접어
끝내
왜 대답을 안 해?
너 아직도 그놈한테 마음 있는 거야?
[덕이의 성난 숨소리]
몰랐을 때는 좋아할 수 있다 쳐
다 알고 난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그런 놈한테 마음이 가?
물어뜯어도 시원찮을 판에
있던 정도 똑 떨어질 판에!
너 이 판국에 그놈 좋아하면
세상천지에 너 같은 팔푼이는 없는 거야
네가 제일 미친년인 거야, 알아?
아는데
[훌쩍인다]
다 아는데
마음이 그게 안 돼
[속상한 신음]
[경수의 한숨]
[풀벌레 울음]
(진상) 아이고...
[진상이 혀를 쯧 찬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진상) 아이, 그래도 그 여자가 네 이름 안 깐 게 어디니?
난 듣는 내내 쫄려 죽는 줄 알았구먼
아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냐?
아나, 정말 진짜...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고...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진상) 여기도 제정신 아닌 여자가 또 있지
[가방이 툭 떨어진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한숨]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수경) 박도경한테 실망하는 날도 다 있고
[잔잔한 음악]
힘내
(진상) 어, 잠깐만
얘는 왜 안 때리고 그냥 들어가? 니 킥 한번 날려 줘야지
나한텐 맨날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뻑하면 날아 차기 했으면서
얘는 왜 안 때리는데? 사람 편애해, 지금?
진짜로 잘못한 놈은
잡는 게 아니다
(수경) [한숨 쉬며] 이미
충분히 괴롭다
(진상) 아...
아, 그럼 내가 여태까지 잘못했던 것들은
짜친 것들이어서 그렇게 잡아 댄 거였구나, 알았어
앞으로 내가 진짜 제대로 잘못해 볼게
어? 오케이?
진짜, 치사하게...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진상의 한숨]
[진상이 입소리를 쩝 낸다]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진상의 한숨]
그 여자랑은 통화는 해 봤냐?
(도경) 안 했어
네가 안 한 거야? 그 여자가 안 받는 거야?
(도경) 내가 안 했어
아, 너무한다, 진짜
너 정말 그 여자 좋아하긴 한 거냐?
(진상) 아니, 어떻게 전화 한 통을 안 해? 이 상황에
다른 사람들은 다 안 했어도 넌 했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가만있냐?
전화해서 뭐라 그래?
괜찮냐 그래?
그게 말이냐?
(도경) 한마디도 할 말이 없다
(진상) '사랑한다'
그럼 끝 아니니?
아양 떠는 거잖아, 그건
어르고 달래는 거잖아
넌 왜 맨날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알아듣냐?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맞냐?
'사랑한다'는
언제나 옳아
[애절한 음악]
[진상이 입소리를 쩝 낸다]
[진상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작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휴대 전화 조작음]
[한숨]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종료음]
[해영의 지친 신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휴대 전화 조작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한숨]
[문소리가 달칵 난다] [훈이 흥얼거린다]
[훈의 놀란 신음]
(훈) 아, 아, 오, 오셨어요?
넌 언제까지 여기 빌붙어 살래?
(수경) 누가 빌붙어 산다 그래? 한식구야
피 한 방울도 안 섞였어
(수경) 같이 산 정이 얼마인데?
피붙이보다 백배 나아
[문소리가 달칵 난다]
(진상) [하품하며] 굿 모닝
아, 어, 어, 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헛웃음 치며] 너도 여기 사니?
(진상) 아, 예, 당분간만요
제가 지은 죄가 많아 가지고 은신처 개념으로 [진상의 웃음]
(지야) 객은 참 잘 들여
제 엄마는 발도 못 들이게 하면서...
(훈)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침부터 어쩐 일로...
[헛기침]
나 내일 결혼해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 아, 또요?
와, 누나는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는데
어머님은 벌써 세 번씩이나
와,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수경) 다 늙어서 추하게 웨딩드레스 입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웨딩드레스 안 입어!
(지야) 장 회장 칠순 잔치에서 인사하는 거로 끝낼 거야
- (지야) 안 올 거지? - (수경) 안 가
- (지야) 그럴 줄 알았어 - (훈) 저, 저, 저라도...
- 도경이만 오면 돼 - (훈) 예, 예
(지야) 아, 근데 얘는 또 왜 전화 안 받아?
(훈) [머뭇거리며] 아, 저희 형이
조, 조금 복잡한 일이 좀 있어서요 [진상의 어색한 웃음]
- 무슨 복잡한 일? - (훈) 그게, 그...
(진상) 아이, 저희도 잘 모르죠
걔가 뭐, 그런 거 일일이 설명하는 성격도 아니고
[멋쩍은 숨소리]
(지야) 도경이한테 장 회장 선물 내가 샀으니까
따로 사지 말고 나한테 돈 부치라 그래
칠백 [훈의 놀라는 신음]
[수경의 어이없는 웃음]
그 정도는 해야지 [수경의 옅은 한숨]
앞으로 내가 가져올 돈이 얼마인데?
(지야) 기다려, 엄마가 바짝 일어나서
너희들 호강시켜 줄 거야 [지야의 설레는 웃음]
(수경) 누가 누구를 호강시켜 준다 그래?
우리 못사는 사람 없어
우리 다들 자기 밥벌이하면서 잘 살아
엄마나 똑바로 잘 살아!
[무거운 음악]
[안타까운 한숨]
너 갈수록 얼굴이 왜 그러니?
(지야) 술 좀 그만 마셔라!
[지야의 속상한 신음]
아유...
엄마보다 더 늙어 보이잖아!
세 번까지는 아니어도
한 번은 해 봐야 되지 않겠어?
결혼 축하해요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진상의 난감한 숨소리]
[수경의 한숨]
(수경) 안녕히 가세요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지야) 아유, 창피해, 창피해
[문이 달칵 여닫힌다] 누가 내 딸이라 그럴까 봐 진짜 창피해, 창피해
(진상) [한숨 쉬며] 참, 쯧
아, 신경 쓰지 마
속없이 아무렇게나 말씀하시는 거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고 보면 누나랑 도경이는 어머님 하나도 안 닮았어
아버님 판박이야
우직하고 끼도 못 부리고
(수경) 술 먹고 차는 또 얻다 뒀길래?
(진상) [한숨 쉬며] 뭐...
어디선가 나오겠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 전화 조작음]
[휴대 전화 조작음]
[타이어 마찰음] [수경의 놀란 신음]
[수경이 데구루루 구른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수경의 탄성]
[수경이 데구루루 구른다]
[땅 소리가 난다]
(기사) 괜찮으세요?
[당황한 신음]
(진상) 아, 아이고 아, 기사님, 문 좀 열어 주세요
우리 숙녀분이 쪽팔리셔 가지고 내리셔야겠습니다
아, 이쪽 보지 마시고요
네, 쳐다보지 마세요 네, 다른 데 보세요
누나, 빨리... [문이 쉭 열린다]
몸에 이상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기사가 대답한다]
네, 조금, 일어났으니 괜찮아요, 네
(진상) 아이참, 여기 보지 마시라니까
아, 그냥 가세요, 기사님, 출발!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누나, 괜찮아?
아이, 어떻게 그렇게 졸다가 또 그렇게 자빠지냐, 어?
(수경) 개새...
아이, 또 그렇다고 욕까지 하면 좀...
너, 인마!
나? 아, 내가 뭐?
누나 쪽팔릴까 봐 챙겨 줬더니 나한테 난리야?
내가 구르면서 다 봤어
(수경) 너 손에 이렇게 핸드폰 들고
나 굴러가는 거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는 거 다 봤어
[쿵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내가
매너 어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떻게 누나가 굴러가는데 그렇게 신기하게, 어?
입 헤 벌리고, 어?
[힘겨운 숨소리]
[수경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못마땅한 신음]
(진상) 아니...
[한숨 쉬며] 알았어, 빨리 일어나
아, 누나, 알았어, 좀!
내가 잘못했어, 빨리 일어나, 좀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진상) 선생님, 머리도 찍어 봐야 되는 거 아닐까요, 네?
버스에서 이렇게 막 데굴데굴 구른 다음에
내려서도 이렇게 팍 쓰러졌거든요
구르면서 좀 어디 잘못된 거 같은데
(의사) 머리는 안 찍어 봐도 될 거 같고요 요즘 많이 피곤하시죠?
(진상) 아, 예, 술 엄청 마시거든요
- (진상) 간 때문이죠? - (의사) 술 끊으시고요
거봐, 간 때문이야
(의사) 임신입니다 [애잔한 음악]
임신성 초기 빈혈 증상입니다
철분제 처방해 드릴 테니까 챙겨 드시고요
축하합니다
[진상의 당황한 신음]
[새어 나오는 웃음]
(진상) 와, 대박
[진상의 헛기침]
[한숨 쉬며] 미안
이, 일단 축하해
이, 이거 축하를 해야 되는 거 맞잖아, 그렇지?
일단 축하해
[새어 나오는 웃음]
[진상의 힘겨운 신음]
아, 미쳤다, 이거 심각한 건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오냐?
[진상의 심호흡]
그때지? 그 사람 이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진상의 한숨]
아이, 마지막이라고 안전 대비책도 없이
너무 막 불태운 거 아니야?
아이참, 쯧
가만있어 봐
그 사람 브라질 갔어, 안 갔어?
아, 빨리 연락해 봐, 갔으면 어떡해?
안 갔어도 어떡할 거야, 이거?
아, 참... [잔잔한 음악]
아니, 그러게 무슨 애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말이야, 어?
아, 그런 일을 할 때는 좀 이성적으로 만반의 준비도 하고 말이야, 어?
나 봐 봐 매일 밤 다른 여자들이랑 그래도
이런 사태는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이거지, 쯧
누나, 이거 100% 그 사람 잘못이야
남자가 됐으면 몸에 항상 그걸 부착을 하고 다녔어야지
나 봐 봐, 나
여기 있어, 나 봐
여기도 있어, 여기, 봐 봐, 어? 요거
[피식 웃으며] 여기도 있지롱, 봐 봐, 어?
그리고 또...
아, 그, 또 한 군데 있는데
이거 여기서 보여 주기에는 좀 그렇고
아무튼 이게 바로 남자의 책임감이라는 거지, 쯧!
[옅은 한숨]
[멋쩍은 신음]
아이, 미안해, 내가
아, 내가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닌데
아이, 뭘 울어?
아이, 괜찮아, 울지 마, 어? 괜찮아
(수경) 저리 가, 이 개새야!
[수경의 울음 섞인 탄성]
가!
[수경이 흐느낀다]
이건 꿈이야
(진상) 아이, 괜찮아, 누나, 어?
- (수경) 진상아 - (진상) 어
(수경) 우리 다른 병원 가 볼까?
(진상) 아니야, 누나, 받아들여, 일단 좀, 어?
(수경) 만지지 마
- (진상) 선생님 모셔 올게 - (수경) 아, 만지지 마
(진상) 아, 알았어, 기다려 [수경의 당황한 신음]
저, 선생님!
(수경) 왜 기억이 안 나?
진짜 했나?
[무거운 음악]
(녹음 속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근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흐느끼며] 그 남자를 좋아하고
근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아, 너무 화가 나서 다 죽여 버리고 싶다가도
또...
[태진이 키보드를 탁 누른다] 또...
또...
또...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의 옅은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참 어이없게 꼬였다
(태진) [헛웃음 치며] 그러게
이거 뭐, 완전 무슨 해외 토픽감 아니냐?
아, 근데 해영 씨는 어쩌다 그놈을 좋아하게 된 거래?
(태진) 모르겠냐?
속은 거지
그 새끼가 얼마나 잘해 줬겠어? 자기가 지은 죄가 있는데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면피하려고 정붙인 거지
- 해영 씨는 뭐래? - (태진) 뭘 뭐래?
약 올라서 팔짝팔짝 뛰지
(찬수) 태진아
올라가라 [태진이 피식 웃는다]
(태진) 가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 전화 조작음]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놈 물어뜯어 놓고 와! [멀어지는 발걸음]
[현관문이 쾅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애잔한 음악] [경수의 깊은 한숨]
[풀벌레 울음]
[태엽을 드르륵 감는다]
[맑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옅은 웃음]
예쁘다, 소리
[도어 록 조작음]
(도경) 택배, 문 두드리길래
(해영) 괜찮냐고 안 물어보나?
(도경)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해영) 어, 안 괜찮아, 나
완전 만신창이야 [애잔한 음악]
눈 뜨고 있기가 싫어
근데 잠이 안 와
화가 나서 잠이 안 오다가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와
[도경의 한숨]
(도경) 이제 내 욕 하면서 살아
사람들이랑 같이 내 욕 해
전화해서 욕하고 싶으면
백 번이라도 받아 줄 테니까 아무 때나 해
나 괴롭혀도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해영) 그냥
내 마음 바닥날 때까지만 같이 가 주면 안 될까?
바닥까지는 아니고
좀 수그러들 때까지만
사람들 다 알았고
여기서 끝내는 게 맞아 여기서 접는 게 맞아
[떨리는 목소리로] 근데 나 안 접어질 거 같아
괜히 여기서 호기 부려서 그쪽 차 버리면
나 오랫동안 힘들 거 같아
우리 그냥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아무도 모르게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도경) 미안해
나 혼자 나쁜 놈일 때 끝내는 게 맞아
나와, 데려다줄게
[해영이 흐느낀다]
[대문이 탁 열린다]
(도경) 데려다줄게
타, 데려다줄게
[애잔한 음악]
[경수의 힘겨운 숨소리]
[경수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엔진 시동음]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말한다]
[아름다운 연주가 흘러나온다] [하객들의 박수]
(하객1) 사랑합니다, 회장님!
[하객들의 환호]
(하객2) 축하드립니다!
(장 회장) 아, 좋다!
[장 회장의 재촉하는 신음]
[하객들이 환호한다] [장 회장과 지야의 웃음]
[지야의 쑥스러운 신음]
[하객들의 웃음]
[하객들이 환호한다] [장 회장과 지야의 웃음]
- (장 회장) 아이고, 감사합니다 - (하객3) 결혼 축하드립니다
(장 회장) 명동 큰손 한 여사 [영지의 못마땅한 한숨]
- (지야) 예, 안녕하세요 - (하객3) 아, 네
(장 회장) 어, 그리고 그 일당 [하객들과 지야가 인사한다]
아이고, 김 사장, 가발업계 김 사장 [하객들의 웃음]
그래그래, 아이고, 오셨어요?
[사람들이 연신 시끌벅적하다]
(영지) 우리 아빠는 다섯 번째 결혼
그쪽 엄마는 세 번째 결혼
우리 아빠가 '윈'이네?
- 두 번째 아빠는 어땠어요? - (도경) 좋았어
- (영지) 진짜? - (도경) 진짜
(영지) 세 번째 아빠는 어떨 거 같아요? [장 회장의 신난 탄성]
(도경)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영지의 헛웃음]
돈이 걸렸잖아요
아닌 척은...
난 다섯 번째 엄마가 제일 후진 거 같아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지야의 놀란 신음]
(영지) 엄마라고 하기도 쪽팔리다
인간이길 포기했구나?
(영지) 그냥 들어요
엄마가 저렇게 웃음 팔아 가면서 비는데
아들이 초 칠 수는 없잖아
(장 회장) 어, 도경이 넌 웬일로 그렇게 술을 마셔?
음, 왜? [장 회장이 피식 웃는다]
엄마 고생시킬까 봐 그러냐?
[헛기침하며] 축하 좀 해 줘라, 좀
- (도경) 축하드립니다 - (장 회장) 응 [장 회장의 웃음]
엎드려 절받기 힘들어
영지 너 좀 웃어 그렇게 꼬아 보지 말고
(장 회장) 아빠가 말했지?
이, 사람 드나드는 일에 일일이 신경 곤두세우지 말라고
백 명이 왔다 갔다 해도 주인은 안 바뀌어
주인은 너야 [무거운 음악]
[장 회장의 헛기침]
그건 너도 알지?
[장 회장의 헛기침]
웃어, 응? [옅은 웃음]
[장 회장의 헛기침]
(지야) 꽃분홍색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하객들의 옅은 웃음]
- (장 회장) 지야 - (지야) 아, 너무 좋아요 [함께 웃는다]
(장 회장) 날도 아주 잘 받았어
- (지야) 그러니까요 - (장 회장) 그래
[하객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지야) 네, 많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야의 반가운 웃음] (하객4) 아유, 축하합니다
(지야) 아유,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 (하객4) 좋아 보여요 - (지야) 아유, 좋아요
[지야의 웃음]
- (지야) 어, 어서 와 - (영지) 너무 웃으신다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아유, 좋은 날이잖니?
너도 좀 웃어라, 얘
우리 아빠 정 짧은 거 알죠?
(영지) 질렸다 싶으면 아빠가 신호를 보내와요
[지야의 황당한 웃음] '못살게 굴어라, 질렸다'
그럼 난 못살게 굴어
그리고 나랑 머리채 잡고 싸워 [지야의 황당한 웃음]
그럼 쫓겨나는 거예요
왠지 이번엔 이 시스템을 좀 알려 주고 싶네
왠지 그쪽은 너무 쉽게 내 머리채 잡고 쫓겨날 거 같아서
(영지) 그럼 재미가 없잖아요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어쩌니?
난, 음...
파도 파도 매력이 넘치는 여자라
질리는 데 시간 좀 걸릴 텐데
남편 둘 다 일찍 사별했다면서요? 재산도 상당했는데
(지야) 다 말아먹었어 [지야의 장난스러운 웃음]
나 돈 먹는 하마라 [지야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남편들 죽고 나서 조사도 안 받았나 봐요?
(영지) 연달아 그렇게 갔으면 나 같으면 바로 조사 들어갔을 텐데
[무거운 음악] [지야의 불쾌한 숨소리]
[못마땅한 신음] 나 의사야
우리 아빠 죽으면 약물 검사, 독물 검사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할 거야
허튼 수 쓰지 마요
[억지웃음]
너부터 죽일 거야
죽여 봐요, 어디
[억지웃음]
(지야) [웃으며] 안녕하세요
[비웃음]
[하객5가 수군댄다]
(도경) 일어나
(영지) [코웃음 치며] 반말하지 마
- (도경) 일어나! - (영지) 반말하지 말라고
- (도경) 가서 사과해 - (영지) 놔 [긴장되는 음악]
[하객들이 술렁인다] (영지) 아, 놔!
[경호원의 외침] 이거 안 놔? 아, 이 미친 새끼
(도경) 사과해, 얼른 사과해! [영지의 비명]
(지야) 너 왜 이래? 뭐 하는 짓이야?
어? 하지 마, 도경아, 어? 어? 왜 이래
- (도경) 사과해 - (영지) 이것들이 진짜...
- (도경) 사과해! - (영지) 너 지금 나한테 어떻게 했어?
- (도경) 이거 놔, 씨, 이거 놔! - (영지) 어떻게 했어!
[지야의 당황한 신음]
- (지야) 야 - (도경)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해!
- (도경) 네가 뭔데! 씨 - (영지) 지금 나한테 어떻게 했냐고
- (지야) 야, 너 그만해 - (영지) 놔, 놔!
[도경이 소리친다] - (지야) 너 일로 와 - (영지) 이거 못 놔?
- (지야) 이놈의 계집애 - (영지) 놔!
끌어내, 그것들!
(지야)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이게 나를 우습게 알고...
- (장 회장) 끌어내! - (도경) 놔, 놔! 놔
[지야와 영지가 연신 다툰다] 네가 뭔데?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해!
(도경) 네가 뭔데! 씨
놔, 놔!
(지야) 너 어쩌자고 이랬니?
어쩌자고 이랬어?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엄마가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쳐 놔!
[지야가 흐느낀다] (도경) 엄마
[애잔한 음악]
우리 이렇게 살지 말자
우리 이렇게 살지 말자, 좀
한 번뿐인 인생 이따위로 살지 말자, 좀
내가 다 말아먹은 네 아빠 재산 어떻게든 복구해 놔야
(지야) 너희들이 나 사람대접해 줄 거 아니야
내가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더 있어?
[도경의 못마땅한 신음]
[도경의 한숨]
[지야가 계속 흐느낀다]
그깟 돈 없어도 된다고
(도경) '돈, 돈' 해 대는 엄마가 싫었던 거지
돈 없는 엄마가 싫었던 게 아니라고!
[짜증 섞인 탄성]
(도경) 씨...
(지야) 에이, 나쁜 놈! [지야가 계속 흐느낀다]
[짜증 섞인 흐느낌]
(지야) 저 자식 어떻게 할 거야? 가만둘 거야?
(장 회장) 흥분하지 마 [영지가 씩씩거린다]
다 수가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힘주는 신음]
[문이 끼익 열린다] [장 회장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장 회장의 옅은 신음]
[바둑알이 탁 튕긴다] [장 회장의 아쉬운 탄성]
(태진과 찬수) 감사합니다
(태진) 열심히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장 회장) 응, 된다 싶으면 확 줘 버리지마는
아니다 싶으면 확 빼 버릴 테니까
에이씨!
[입바람을 후후 분다]
(태진) 절대로 중간에 빼시는 일 없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혼자 하니까 재미없다, 같이 하자
- (태진) 예 - (장 회장) 앗싸!
[장 회장의 웃음]
(장 회장) 에잇
- (태진) 선공하시죠 - (장 회장) 선공!
[태진의 탄성] [장 회장의 신난 탄성]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장 회장) 뭐?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비서) 한태진 대표가 해외 시장 확장한다고 돌아다니는 사이에
그 동업자라는 친구가 장난을 좀 치는 거 같습니다
[한숨]
(비서) 쇼핑몰 사이트에서
자기 물건을 자기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려놓고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이, 실제 매출은 미미한 거로 보입니다 [장 회장의 못마땅한 신음]
어떻게, 투자금 뺄까요?
(장 회장) 빼! 그냥 빼면 되는 거지 그까짓 걸 뭘 물어봐? 씨...
짜증 나게 이, 별것도 아닌 것들이 다, 진짜
[장 회장의 성난 신음]
네, 이제 막 귀국했습니다
[태진의 웃음]
좋은 소식이라 회장님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서) 한태진 대표입니다
돈 아직 안 뺐어?
(비서) 뺐습니다, 이제 곧 알게 되겠죠
오지 말라 그래
(장 회장) 아니다 [장 회장의 헛기침]
오라 그래, 술값이나 덤터기 씌우게
흥! 어디 장한구 돈을 함부로 먹으려고
[장 회장의 헛기침]
지난번 그곳으로 오시면 될 거 같습니다
(장 회장) 받지
[통화 연결음]
아, 언제 오는데? 빨리 와, 좀!
(진상) 아, 빨리빨리, 빨리빨리
(장 회장) 아이고, 음... [태진의 옅은 웃음]
일이 되려면 사람을 잘 들여야 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응? [태진의 웃음]
(장 회장) 자
자 [장 회장의 탄성]
[의미심장한 음악] [장 회장의 헛기침]
[장 회장의 호응하는 신음]
(진상) 저놈이야, 한태진
오해영이랑 결혼한다는 놈
그놈 맞지?
네 결혼식 날 오해영이랑 같이 유럽에 있던 놈 [장 회장과 태진의 웃음]
아, 네가 무슨 성인군자냐고
지금 장 회장한테 가서 한마디만 하면
화끈하게 복수할 수 있는데 왜 안 해?
(장 회장) 응, 알았어
네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장 회장의 옅은 웃음]
(장 회장) 걱정 마, 뺄게
나 이래 봬도 의리파다?
[장 회장의 웃음]
[장 회장의 비웃음]
(장 회장) 제까짓 게 뭐라고
아무렴 장한구
내가 뭐, 자기 말 한마디에 몇백억을 움직일까?
[헛기침]
한태진이 뭐 하고 있는지 알아봐
아득바득 이 갈고 있을 텐데 분풀이하게 해 줘야지
(비서) 예, 회장님
[풀벌레 울음]
[애잔한 음악]
[메시지 알림음]
(도경)
(해영)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니?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니?
미안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네가
아주아주 불행했으면 좋겠어
(해영) 매일 밤마다
질질 짰으면 좋겠어
나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으면 좋겠어
[울먹이는 숨소리]
나는 이대로 너를 생각하다가 화병으로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울먹이며] 그래서 네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어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이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의 힘겨운 흐느낌]
[도경의 깊은 한숨]
[도경이 훌쩍인다]
[바람이 휘 분다]
[의미심장한 음악]
가서 빌자, 응?
장 회장 그 인간 못 할 짓 없어
[걱정 섞인 신음]
가서 잘못했다고 한 번만 빌자고, 응?
[울먹이며] 도경아
참 어렵게 돌고 돌아서
각자 제짝한테 돌아갔다
[피식 웃는다]
(집주인 아들) 저, 이 집 주인 아들인데요
이 집 사고 싶어 하셨다는 말 들었는데
혹시 사실래요?
(진상) 우와... [진상의 감탄하는 웃음]
아버지가 작업실로 쓰시던 공간을
아들이 작업실로 쓰는 기분 어떠냐?
여기 살던 그 여자한테는 연락 오냐?
(도경) 연락이 왜 와?
- (훈) 소개팅한 여자 어땠어? - (도경) 별로
그래도 예의상 두 번은 만나 봐라
어떻게 한 번 만나 보고 아니라 그러냐?
(수경) 한 오해영은 회사를 떠났고
한 오해영은 꿋꿋이 다닌다
여기서 떠난 오해영은 누구고
꿋꿋이 다니는 오해영은 누굴까?
(도경) 안 궁금해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쾅 소리가 난다] [타이어 마찰음]
[털썩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힘겨운 신음]
(해영) 여자는 떠난 남자 욕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를 욕하지
짜게 굴지 마요, 누구한테도
[유리창이 와장창 깨진다]
[해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근데 왜 나한테 잘해 줬어?
짠해서 그랬다
(도경) 결혼 전날 바보같이 차이고
자기가 찼다 그러면서 깔깔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그거 못 보겠어서
그래서 좀 챙겨 줬다, 죄냐?
- (도경) 미안해 - (해영) 빌어
(해영) 빌어
빌라고! 와서 빌라고!
[휴대 전화가 탁 떨어진다]
- 그 남자랑 또 만나냐? - (해영) 어
- (도경) 참 쉽다 - (해영) 어, 나 쉬워
(도경) 너한테 정떨어질 거 같다
(해영) [떨리는 목소리로] 어, 나쁜 놈
네가 세상에서 제일 나빠
네가 제일 비겁해!
[힘겨운 신음]
(진상) 넌 왜 그렇게 마음을 아끼냐?
[바람이 휘 분다]
[힘겨운 목소리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자동차 경적이 들린다]
사랑해
[바람이 휘 분다]
[애잔한 음악]
[도경이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 형
나 죽어도 상관없어
근데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절대로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내 마음 끝까지
끝까지 가 볼 거야
(순택) [울먹이며] 그래, 박도경 장하다
가자!
무소의 뿔처럼!
멋지게 끝까지 가자!
[한숨]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또! 오해영 12
[애잔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아픈 거야, 뭐야?
(덕이) 아픈 거면 말해, 약 사다 줄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덕이가 그릇을 우당탕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의 한숨]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덕이) 아침이다!
[한숨]
[애잔한 음악]
쟤 또 미친 거 같아
(덕이) 왜 또 저러나 몰라
[밝은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무전기 작동음] (도경) 드리프트 할 때 소리 좀 더 거칠게
(이준) [힘겨운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드리프트 할 때 소리 좀만 더 거칠게
[타이어 마찰음이 요란하다]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훈) 기태야
기태야
요즘 우리 형 우울한 거 알지?
부장님 개그 한번 날려 줘라 은근 올드해서 잘 먹힐 거다
(기태) 줘 봐
[무전기 작동음]
대표님, 기태입니다, 들리십니까?
[무전기 작동음] - (도경) 말해 - (기태) 제가 어저께
(기태) 저희 집 개한테 밥을 잔뜩 먹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3, 2, 1, 땡
[무전기 작동음] 개포동
[익살스러운 음악] [상석과 훈의 새어 나오는 웃음]
- (기태) 안 웃기십니까? - (도경) 일하자 [무전기 작동음]
[무전기 작동음] (기태) 예, 알겠습니다
이딴 거 시키지 마라, 진짜, 어?
개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한테 하는 거야
거, 얼굴 화끈... 아, 받아, 빨리! [훈의 웃음]
(훈) 아니야, 우리 형 지금 웃어, 좀 늦어
지금 속으로 엄청 웃고 있어 이제 감 왔어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헛기침] [무전기 작동음]
대표님, 상석입니다
(상석)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무전기 작동음] 하지 마라, 이런 거
(상석) '대표님과 함께라면'
대표님과 함께 가면 지구 끝까지 가겠습니다 [훈이 낄낄거린다]
힘내십시오, 파이팅!
[훈이 폭소한다] [타이어 마찰음이 계속된다]
[무전기 작동음] (도경) 그만하고 물 뿌려
[무전기 작동음] (상석) 네, 알겠습니다
[밝은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잘박거리는 소리가 난다]
[해영의 옅은 숨소리]
[해영의 힘주는 신음]
[해영의 힘겨운 신음]
[옅은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해영의 힘겨운 신음] [라디오 조작음]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장난스러운 신음]
[옅은 웃음]
[라디오 조작음]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신영)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흥미로운 신음] 가슴이 답답하십니까?
그런 고답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 주는 코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답이를 부탁해'
(신영) 저세상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계신 공자, 맹자도
이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라디오 속 신영) 고답이의 속을 뻥 뚫어 주는 사이다 같은 존재
현자 중의 현자, 노래하는 교주
이병준 씨의 상담을 받고 싶다 하시면요
(라디오 속 신영)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흥얼거린다] 여보세요
(라디오 속 청취자) [변조된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디오 속 신영) 아, 네, 연결됐네요,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웃음] [밝은 음악]
(해영) 어, 진짜 연결된 거예요? 어, 대박
아, 저, 음성 변조 해 달라고 했는데
(신영) 예, 지금 변조가 되고 있으니까요 코는 막지 마시고요, 예
(신영) 지금 변조되고 있어요 의심하지 마세요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코를 훌쩍인다]
아, 그리고 저 익명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저, 혹시라도 상품 준다, 어쩐다 그러면서
제 이름 말씀하시고 그러시면 안 돼요
(신영) [피식 웃으며] 예, 알겠습니다, 어떤 고민 있으세요?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네, 고등학교 때
저랑 이름이 같은 애가 있었는데요 [신영이 호응한다]
걔가 너무 잘나서
내가 못났다는 건 아니고
걔가 하도 잘나서
비교도 많이 당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고
(라디오 속 해영) 진짜 이런 일, 저런 일 많았는데요
아무튼 걔 때문에 제 인생이 편한 적이 없었는데
근데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좋아했던 남자가
[애잔한 음악]
걔랑 결혼할 뻔했다가 깨져서
[라디오 속 해영의 떨리는 숨소리]
(라디오 속 해영) 걔한테 복수한다는 게
잘못해서 제가 당했는데
[한숨]
[울먹이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신영) 여보세요, 여보세요?
예, 저, 다시 한번만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해영) 아이,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 애를 못 잊어서
(라디오 속 해영) 걔 결혼을 깬다는 걸 [놀란 신음]
잘못해서 제 결혼을 깼는데
(라디오 속 신영) 잠깐만, 타임, 타임, 아, 잠깐만요
그러면 어떻게 잘못 알고 남의 결혼을 깰 수가 있죠?
(해영) [짜증 내며] 걔랑 저랑 이름이 같다고요
동명이인이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걔가 결혼하는 건 줄 알고 [익살스러운 음악]
제 결혼을 깼다고요!
[당황한 신음]
느낌 와, 이거, 이거 느낌 오는데, 이거, 어?
(라디오 속 해영) 근데... [당황한 숨소리]
(해영) [울먹이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신영) 씁, 잠시만요, 선생님, 잠시만요
그러면은 원수를 몰라보고 사랑을 했다?
(병준) 그래서 지금 고민은?
(해영) 아, 뭐를...
아,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화가 나서 죽여 버리고 싶다가도
(해영) [한숨 쉬며] 또...
또...
(병준) 자, 그냥
[신영의 당황한 신음]
(병준) 괜히 술 퍼마시고 마음에도 없는 소개팅 나가고 그러지 말고 그냥 자
(병준) 자고 일어나면 배고파
밥 먹어, 또 자
자고 일어나면 또 배고파, 또 먹어
(해영) 아, 저기요
(해영) 제가 이런 말 듣자고 용기 내서 전화한 거 아니거든요?
아니면 다시 태어나든가
(해영) 아, 그게 말이에요, 뭐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이번 생은 망했으니 그냥 빨리 죽고 다시 환생하라는 거예요?
(신영) 어, 일단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아요, 선생님
일단은 자제 부탁드리고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희가
[신영이 수습한다] (병준) 다시 태어나는 게 뭐 어려워?
(병준) 과거를 다 놔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거지
신생아가 기억 있는 거 봤어?
'난 이런 일을 겪었다 그러니 난 이런 인간이다'
(병준) 그런 과거를 다 놔 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거지, 뭐
말 참 쉬워요
내가 무뇌아도 아니고 어떻게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쳐요?
'자, 과거를 놓겠습니다 다 버리겠습니다, 선!'
그럼 뭐, 싹 사라져요?
[신영의 초조한 한숨]
(병준) 불행하고 싶으면 계속 붙들고 사는 거고
(병준) 자기 선택이야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불행하려고 작정한 사람을 누가 말려?
(해영) 너무하네, 진짜
실질적인 얘기를 해 줘야 될 거 아니에요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요?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도, 오해영 그 계집애도
다 패 죽여 버리고 싶다고요!
[해영의 성난 숨소리]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라디오 속 신영) 저기, 죄송하지만 익명으로 하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오 마이 갓...
(라디오 속 해영) 예, 뭐, 제가 걔 이름 말했지 내 이름 말했어요?
(신영) 아이, 아까 이름이 같다고 얘기하셨잖아요, 선생님
(신영) 저기, 동명이인이라고 [쿵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뭐야, 미친 거야?
(신영) 여보세요?
[사람들의 폭소가 들린다] 여보세요?
(라디오 속 병준) 세상에 오해영이라는 이름이 한둘도 아니고
(병준) 이름, 그거 다 껍데기예요
제 이름 이병준, 껍데기
[신영의 한숨]
진짜는 뭘까?
오해영 씨?
(라디오 속 병준) 씁, 이름에 오 양이 들어갔네
[라디오 속 신영의 한숨] 오해일까?
- (라디오 속 병준) 해영 씨도 껍데기 - (라디오 속 신영) 예, 예
(라디오 속 병준) 또, 오해영 씨도 껍데기
(라디오 속 신영)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라디오 속 병준) 우리 신영 씨도 껍데기
(라디오 속 신영) 저, 선생님, 오해영 이름을
너무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익명이에요
- (병준) 그래? - (신영) 예
(병준) 오케이, 익명으로 간다
(신영) 예, 알겠습니다
- (병준) 익명, 오해영 - (신영) 선생님
[라디오 속 병준의 의아한 신음] (라디오 속 신영) 오해영 또 하셨어요
- (라디오 속 병준) 아, 또 했어? - (라디오 속 신영) 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란) 야, 아, 동창 밴드 난리 났어
어떡할 거야, 이거?
너 밴드 당장 삭제해
아, 들어가 보지도 말고 그냥 삭제해
그리고 핸드폰 꺼 놔, 어
[통화 종료음] [희란의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못마땅한 한숨]
아, 그만들 좀 해라, 좀!
아, 그냥 좀 모른 척해 주면 안 되니?
너희들 해영이한테 자꾸 전화하고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애잔한 음악]
[휴대 전화 벨 소리]
(정숙) 형님, 해영이가 결혼이 깨진 게
그래서 깨진 거예요?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휴대 전화를 탁 집어 던진다]
(정숙)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며] 형님!
형님!
아니, 근데 해영이 걘 배알도 없대요?
어떻게 그런 남자를 좋아했대요? 미친 거 아니에요?
몰랐으니까 좋아했지!
(정숙) 헐?
[직원들의 웃음] [저마다 말한다]
(우성) 야, 들어 봐, 들어 봐
익명으로 해 달라고 음성 변조까지 해 놓고
제 입으로 제 이름 얘기하고
오 대리 쪽팔려서 이제 회사 어떻게 다니냐? [직원들의 기가 찬 신음]
(창도) 아니, 웃긴 동영상이라고
저한테 톡으로 오 대리 음성 파일 엄청 들어와요
[우성이 재촉한다] 우리 회사 직원이라니까 전부 깜놀
[녹음 속 해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와서 얼굴 봐도 되냐고 난리도 아니라니까요, 지금?
[문학과 창도의 어이없는 탄성] (우성) 그래서 그날
오 대리가 오 팀장 패고 난리 쳤던 거지 [창도의 호응하는 신음]
[녹음 속 신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오 팀장 때문에 자기 결혼 망쳤다는 거 알고
[녹음 속 해영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문학) 그런 거지, 그래 놓고는 우리한테
'내가 쳤어, 내가 쳤어' [창도와 우성이 호응한다]
(성진) 그만해라, 좀!
- (성진) 재밌냐? - (우성) 아, 왜 그래? 재밌잖아
(성진) 네 동생이라고 생각해 봐라
- 그래도 재밌냐? - (우성) 아, 그래, 너희 팀원이다?
(우성) [코웃음 치며] 미안하다
아, 순간 사람 되게 나쁜 놈 만드네... [창도의 말리는 숨소리]
나쁘잖아, 너희들 말하는 심보가!
(성진) 너희들 동생이
애먼 놈 때문에 결혼 깨지고 그렇게 당했다고 생각해 봐
그래도 그런 말이 나오냐?
(예진) 됐어요, 그만해요
(찬주) 뭘 상대해? 같은 팀 맞아?
- (창도) 죄송합니다, 나가요, 나가 - (문학) 죄송합니다
(우성) 아, 그냥 재밌으라고 하는 거잖아 [문학이 우성을 말린다]
(문학) 죄송합니다 [우성이 구시렁댄다]
[찬주의 못마땅한 신음] [성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성진의 속상한 한숨]
[직원1이 수군거린다]
[직원들이 키득거린다] (직원1) 그, 있잖아, 오 대리...
(직원2) 팀장님
그분이 팀장님 되게 사랑하셨나 봐요
[직원들의 웃음]
(직원3) 들어 보셨어요?
인터넷에 오 대리 음성 파일 엄청 올라와 있던데
(오해영) 그만 일들 하죠
[문이 덜걱 열린다]
저도 며칠 전에 알았어요
(수경) 이 모든 일은
네가 사라진 그날에서 시작됐다는 거
알고 있지?
(오해영) 네
반성해라
(주민1) 들었어? 아까 라디오 듣고 깜짝 놀랐잖아
[주민1의 웃음] - (주민2) 아, 들었지, 들었지, 아이고 - (주민1) 아유, 배 아파
(주민1) 어쩔 거야, 아유, 배야
그러니까 해영이가 또 뭔 사달을 내기 전에 [주민들의 만류하는 신음]
그러니까, 뭐, 아이, 가만있어 무슨 수를 써야지, 그렇...
(덕이) 우리 해영이 아무리 미친년이라도
사람한테 해코지 안 합니다
사람 죽일 년이 라디오에다 대고 전국적으로 떠들고 죽여요?
그 정도로 머리 없는 애 아닙니다
[대문이 쾅 닫힌다] (주민2) 그건 또 그렇지
(주민1) 뭐가 또 '그건 그렇지'야? 들었으면 들었다고 말을...
[휴대 전화 벨 소리] (주민2) 내가 얘기해 줬잖아
아, 전화 왔네, 잠깐만 기다려 봐
(주민1) 여보세요, 어!
아니, 그러니까 라디오에다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그 오해영이 아니었다', 어, 그렇지!
그게 인제 우리 해영인 거 같기도 허고 [현관문이 쾅 열린다]
씁, 아닌 거 같기도 허고 [현관문이 쾅 닫힌다]
그, 참... [경수의 당황한 신음]
(덕이) 그게 왜 궁금한데?
그게 아무리 우리 해영이라고 짐작이 가더라도
전화 못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응?
그거를 굳이 전화해서 물어보는 네 심보도 알 만하다
남의 자식 안 좋은 일에 신나라 해 대는
네 자식 일은 얼마나 잘되는지 두고 보자!
(경수) 아, 저...
뭐 이런 전화에 일일이 대꾸를 하고 앉았어?
[덕이의 성난 숨소리]
엄만데...
[애잔한 음악]
[경수의 난처한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경수의 당황한 신음] [덕이의 분한 숨소리]
[경수의 깊은 한숨]
해영이 뭐 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놀란 신음]
(진상) 야, 실시간 검색어에
오해영 떴으면 말 다 한 거 아니니?
하루 종일 웃긴 동영상이라고 나한테 톡으로 전달, 전달, 엄청 들어오는데
죄다 그 여자 라디오 음성이야
(진상) 어떡할 거야, 이거?
[한숨]
(녹음 속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요?
[녹음 속 해영의 떨리는 숨소리]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도, 오해영 그 계집애도
싹 다 내가 패 죽여 버리고 싶다고요!
(녹음 속 신영) 저기, 죄송하지만 익명으로 하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녹음 속 해영) 예, 뭐, 제가 걔 이름 말했지 내 이름 말했어요?
[함께 웃는다]
(녹음 속 신영) 아이, 아까 이름이 같다고 얘기하셨잖아요, 선생님
저기, 동명이인이라고
(기태) '동명이인'
(녹음 속 신영) 여보세요, 여보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여보세요?
[상석의 옅은 신음] (기태) 뭐라고?
(훈) 잠깐만...
- (상석) 아, 아! - (기태) 아이...
(훈) 이딴 걸 왜 단톡방에 올려, 이 새끼야! [상석의 못마땅한 탄성]
(상석) 야, 대표님 보시기 전에 [기태가 당황한다]
얼른 삭제하고 와, 삭제하고 빨리... [훈의 괴로운 탄성]
(훈) 가, 이 새끼야, 가, 이 새끼야, 가! [상석의 못마땅한 탄성]
(기태) 아, 놀라라 [기태가 문을 똑똑 두드린다]
저, 대, 대표님, 그거
해, 핸드폰 좀...
[휴대 전화 조작음]
저, 이거, 잠금 화면 좀 풀어 주시면 안... [도경의 옅은 한숨]
- 내가 지울게 - (기태) 네,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기태) 죄, 죄, 죄, 죄, 죄송합니다 [도경의 옅은 한숨]
아유, 멍청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도경) 오늘 따 온 거 파일 갖고 와
[철걱 소리가 난다] [덕이의 옅은 신음]
[덕이의 옅은 신음]
(덕이) 먹어
괜찮아, 됐어
이딴 일로 사람 안 죽어
큰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먹어
먹고 뜨끈한 데서 지져
이판사판 개판 살아 보자고
진작 엄마한테 말했으면 그 연놈들 콩밥을 먹이든 뭘 하든
엄마가 속 시원하게 해 줬을 거 아니야
왜 맨날 엄마한테 말 못 하고 혼자 속앓이를 해?
고개 들고 어서 먹어
[애잔한 음악]
[덕이가 훌쩍인다]
[덕이의 속상한 신음]
[경수의 한숨] [덕이가 흐느낀다]
[덕이의 속상한 한숨]
(해영) 엄마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해영) 엄마가 왜 미안해? [덕이의 한숨]
이름을 그렇게 쉽게 짓는 게 아닌데
딸자식 이름을 왜 그렇게 성의 없이 대충 지었을까?
(덕이) 그러게 내가 해영이는 아니랬지?
소라도 있었고 수빈이도 있었는데 왜 하필 해영이야?
(해영) 왜 아빠한테 그래?
나쁜 짓 한 놈은 따로 있는데
(덕이) 너, 그놈 그냥 접어
이 갈 것도 없고 그냥 눈 딱 감고 접어
자꾸 헤집고 뒤집지 말고 그냥 접어
변호사한테 맡기면 돈 받아 낼 수 있다는데
그깟 돈 받아 뭐 하게? [경수의 한숨]
그깟 돈 받자고 계속 얼굴 보면서 속 뒤집어지느니
그냥 접어
여기서 더 하면 너만 진상이야
더 하면 너만 욕먹어, 걔들 욕 안 먹어
그러니까 눈 딱 감고 접어
끝내
왜 대답을 안 해?
너 아직도 그놈한테 마음 있는 거야?
[덕이의 성난 숨소리]
몰랐을 때는 좋아할 수 있다 쳐
다 알고 난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그런 놈한테 마음이 가?
물어뜯어도 시원찮을 판에
있던 정도 똑 떨어질 판에!
너 이 판국에 그놈 좋아하면
세상천지에 너 같은 팔푼이는 없는 거야
네가 제일 미친년인 거야, 알아?
아는데
[훌쩍인다]
다 아는데
마음이 그게 안 돼
[속상한 신음]
[경수의 한숨]
[풀벌레 울음]
(진상) 아이고...
[진상이 혀를 쯧 찬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진상) 아이, 그래도 그 여자가 네 이름 안 깐 게 어디니?
난 듣는 내내 쫄려 죽는 줄 알았구먼
아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냐?
아나, 정말 진짜...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고...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진상) 여기도 제정신 아닌 여자가 또 있지
[가방이 툭 떨어진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한숨]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수경) 박도경한테 실망하는 날도 다 있고
[잔잔한 음악]
힘내
(진상) 어, 잠깐만
얘는 왜 안 때리고 그냥 들어가? 니 킥 한번 날려 줘야지
나한텐 맨날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뻑하면 날아 차기 했으면서
얘는 왜 안 때리는데? 사람 편애해, 지금?
진짜로 잘못한 놈은
잡는 게 아니다
(수경) [한숨 쉬며] 이미
충분히 괴롭다
(진상) 아...
아, 그럼 내가 여태까지 잘못했던 것들은
짜친 것들이어서 그렇게 잡아 댄 거였구나, 알았어
앞으로 내가 진짜 제대로 잘못해 볼게
어? 오케이?
진짜, 치사하게...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진상의 한숨]
[진상이 입소리를 쩝 낸다]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진상의 한숨]
그 여자랑은 통화는 해 봤냐?
(도경) 안 했어
네가 안 한 거야? 그 여자가 안 받는 거야?
(도경) 내가 안 했어
아, 너무한다, 진짜
너 정말 그 여자 좋아하긴 한 거냐?
(진상) 아니, 어떻게 전화 한 통을 안 해? 이 상황에
다른 사람들은 다 안 했어도 넌 했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가만있냐?
전화해서 뭐라 그래?
괜찮냐 그래?
그게 말이냐?
(도경) 한마디도 할 말이 없다
(진상) '사랑한다'
그럼 끝 아니니?
아양 떠는 거잖아, 그건
어르고 달래는 거잖아
넌 왜 맨날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알아듣냐?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맞냐?
'사랑한다'는
언제나 옳아
[애절한 음악]
[진상이 입소리를 쩝 낸다]
[진상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작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휴대 전화 조작음]
[한숨]
[통화 연결음]
[휴대 전화 종료음]
[해영의 지친 신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
[휴대 전화 조작음]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한숨]
[문소리가 달칵 난다] [훈이 흥얼거린다]
[훈의 놀란 신음]
(훈) 아, 아, 오, 오셨어요?
넌 언제까지 여기 빌붙어 살래?
(수경) 누가 빌붙어 산다 그래? 한식구야
피 한 방울도 안 섞였어
(수경) 같이 산 정이 얼마인데?
피붙이보다 백배 나아
[문소리가 달칵 난다]
(진상) [하품하며] 굿 모닝
아, 어, 어, 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헛웃음 치며] 너도 여기 사니?
(진상) 아, 예, 당분간만요
제가 지은 죄가 많아 가지고 은신처 개념으로 [진상의 웃음]
(지야) 객은 참 잘 들여
제 엄마는 발도 못 들이게 하면서...
(훈)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침부터 어쩐 일로...
[헛기침]
나 내일 결혼해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 아, 또요?
와, 누나는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는데
어머님은 벌써 세 번씩이나
와,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수경) 다 늙어서 추하게 웨딩드레스 입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웨딩드레스 안 입어!
(지야) 장 회장 칠순 잔치에서 인사하는 거로 끝낼 거야
- (지야) 안 올 거지? - (수경) 안 가
- (지야) 그럴 줄 알았어 - (훈) 저, 저, 저라도...
- 도경이만 오면 돼 - (훈) 예, 예
(지야) 아, 근데 얘는 또 왜 전화 안 받아?
(훈) [머뭇거리며] 아, 저희 형이
조, 조금 복잡한 일이 좀 있어서요 [진상의 어색한 웃음]
- 무슨 복잡한 일? - (훈) 그게, 그...
(진상) 아이, 저희도 잘 모르죠
걔가 뭐, 그런 거 일일이 설명하는 성격도 아니고
[멋쩍은 숨소리]
(지야) 도경이한테 장 회장 선물 내가 샀으니까
따로 사지 말고 나한테 돈 부치라 그래
칠백 [훈의 놀라는 신음]
[수경의 어이없는 웃음]
그 정도는 해야지 [수경의 옅은 한숨]
앞으로 내가 가져올 돈이 얼마인데?
(지야) 기다려, 엄마가 바짝 일어나서
너희들 호강시켜 줄 거야 [지야의 설레는 웃음]
(수경) 누가 누구를 호강시켜 준다 그래?
우리 못사는 사람 없어
우리 다들 자기 밥벌이하면서 잘 살아
엄마나 똑바로 잘 살아!
[무거운 음악]
[안타까운 한숨]
너 갈수록 얼굴이 왜 그러니?
(지야) 술 좀 그만 마셔라!
[지야의 속상한 신음]
아유...
엄마보다 더 늙어 보이잖아!
세 번까지는 아니어도
한 번은 해 봐야 되지 않겠어?
결혼 축하해요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진상의 난감한 숨소리]
[수경의 한숨]
(수경) 안녕히 가세요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지야) 아유, 창피해, 창피해
[문이 달칵 여닫힌다] 누가 내 딸이라 그럴까 봐 진짜 창피해, 창피해
(진상) [한숨 쉬며] 참, 쯧
아, 신경 쓰지 마
속없이 아무렇게나 말씀하시는 거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고 보면 누나랑 도경이는 어머님 하나도 안 닮았어
아버님 판박이야
우직하고 끼도 못 부리고
(수경) 술 먹고 차는 또 얻다 뒀길래?
(진상) [한숨 쉬며] 뭐...
어디선가 나오겠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 전화 조작음]
[휴대 전화 조작음]
[타이어 마찰음] [수경의 놀란 신음]
[수경이 데구루루 구른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수경의 탄성]
[수경이 데구루루 구른다]
[땅 소리가 난다]
(기사) 괜찮으세요?
[당황한 신음]
(진상) 아, 아이고 아, 기사님, 문 좀 열어 주세요
우리 숙녀분이 쪽팔리셔 가지고 내리셔야겠습니다
아, 이쪽 보지 마시고요
네, 쳐다보지 마세요 네, 다른 데 보세요
누나, 빨리... [문이 쉭 열린다]
몸에 이상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기사가 대답한다]
네, 조금, 일어났으니 괜찮아요, 네
(진상) 아이참, 여기 보지 마시라니까
아, 그냥 가세요, 기사님, 출발!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누나, 괜찮아?
아이, 어떻게 그렇게 졸다가 또 그렇게 자빠지냐, 어?
(수경) 개새...
아이, 또 그렇다고 욕까지 하면 좀...
너, 인마!
나? 아, 내가 뭐?
누나 쪽팔릴까 봐 챙겨 줬더니 나한테 난리야?
내가 구르면서 다 봤어
(수경) 너 손에 이렇게 핸드폰 들고
나 굴러가는 거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는 거 다 봤어
[쿵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내가
매너 어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떻게 누나가 굴러가는데 그렇게 신기하게, 어?
입 헤 벌리고, 어?
[힘겨운 숨소리]
[수경의 힘겨운 신음] [진상의 못마땅한 신음]
(진상) 아니...
[한숨 쉬며] 알았어, 빨리 일어나
아, 누나, 알았어, 좀!
내가 잘못했어, 빨리 일어나, 좀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진상) 선생님, 머리도 찍어 봐야 되는 거 아닐까요, 네?
버스에서 이렇게 막 데굴데굴 구른 다음에
내려서도 이렇게 팍 쓰러졌거든요
구르면서 좀 어디 잘못된 거 같은데
(의사) 머리는 안 찍어 봐도 될 거 같고요 요즘 많이 피곤하시죠?
(진상) 아, 예, 술 엄청 마시거든요
- (진상) 간 때문이죠? - (의사) 술 끊으시고요
거봐, 간 때문이야
(의사) 임신입니다 [애잔한 음악]
임신성 초기 빈혈 증상입니다
철분제 처방해 드릴 테니까 챙겨 드시고요
축하합니다
[진상의 당황한 신음]
[새어 나오는 웃음]
(진상) 와, 대박
[진상의 헛기침]
[한숨 쉬며] 미안
이, 일단 축하해
이, 이거 축하를 해야 되는 거 맞잖아, 그렇지?
일단 축하해
[새어 나오는 웃음]
[진상의 힘겨운 신음]
아, 미쳤다, 이거 심각한 건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오냐?
[진상의 심호흡]
그때지? 그 사람 이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진상의 한숨]
아이, 마지막이라고 안전 대비책도 없이
너무 막 불태운 거 아니야?
아이참, 쯧
가만있어 봐
그 사람 브라질 갔어, 안 갔어?
아, 빨리 연락해 봐, 갔으면 어떡해?
안 갔어도 어떡할 거야, 이거?
아, 참... [잔잔한 음악]
아니, 그러게 무슨 애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말이야, 어?
아, 그런 일을 할 때는 좀 이성적으로 만반의 준비도 하고 말이야, 어?
나 봐 봐 매일 밤 다른 여자들이랑 그래도
이런 사태는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이거지, 쯧
누나, 이거 100% 그 사람 잘못이야
남자가 됐으면 몸에 항상 그걸 부착을 하고 다녔어야지
나 봐 봐, 나
여기 있어, 나 봐
여기도 있어, 여기, 봐 봐, 어? 요거
[피식 웃으며] 여기도 있지롱, 봐 봐, 어?
그리고 또...
아, 그, 또 한 군데 있는데
이거 여기서 보여 주기에는 좀 그렇고
아무튼 이게 바로 남자의 책임감이라는 거지, 쯧!
[옅은 한숨]
[멋쩍은 신음]
아이, 미안해, 내가
아, 내가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닌데
아이, 뭘 울어?
아이, 괜찮아, 울지 마, 어? 괜찮아
(수경) 저리 가, 이 개새야!
[수경의 울음 섞인 탄성]
가!
[수경이 흐느낀다]
이건 꿈이야
(진상) 아이, 괜찮아, 누나, 어?
- (수경) 진상아 - (진상) 어
(수경) 우리 다른 병원 가 볼까?
(진상) 아니야, 누나, 받아들여, 일단 좀, 어?
(수경) 만지지 마
- (진상) 선생님 모셔 올게 - (수경) 아, 만지지 마
(진상) 아, 알았어, 기다려 [수경의 당황한 신음]
저, 선생님!
(수경) 왜 기억이 안 나?
진짜 했나?
[무거운 음악]
(녹음 속 해영) [변조된 목소리로] 근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흐느끼며] 그 남자를 좋아하고
근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그 남자를 좋아하고
아, 너무 화가 나서 다 죽여 버리고 싶다가도
또...
[태진이 키보드를 탁 누른다] 또...
또...
또...
[태진의 옅은 한숨]
[태진의 옅은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참 어이없게 꼬였다
(태진) [헛웃음 치며] 그러게
이거 뭐, 완전 무슨 해외 토픽감 아니냐?
아, 근데 해영 씨는 어쩌다 그놈을 좋아하게 된 거래?
(태진) 모르겠냐?
속은 거지
그 새끼가 얼마나 잘해 줬겠어? 자기가 지은 죄가 있는데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면피하려고 정붙인 거지
- 해영 씨는 뭐래? - (태진) 뭘 뭐래?
약 올라서 팔짝팔짝 뛰지
(찬수) 태진아
올라가라 [태진이 피식 웃는다]
(태진) 가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 전화 조작음]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놈 물어뜯어 놓고 와! [멀어지는 발걸음]
[현관문이 쾅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애잔한 음악] [경수의 깊은 한숨]
[풀벌레 울음]
[태엽을 드르륵 감는다]
[맑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옅은 웃음]
예쁘다, 소리
[도어 록 조작음]
(도경) 택배, 문 두드리길래
(해영) 괜찮냐고 안 물어보나?
(도경)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해영) 어, 안 괜찮아, 나
완전 만신창이야 [애잔한 음악]
눈 뜨고 있기가 싫어
근데 잠이 안 와
화가 나서 잠이 안 오다가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와
[도경의 한숨]
(도경) 이제 내 욕 하면서 살아
사람들이랑 같이 내 욕 해
전화해서 욕하고 싶으면
백 번이라도 받아 줄 테니까 아무 때나 해
나 괴롭혀도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해영) 그냥
내 마음 바닥날 때까지만 같이 가 주면 안 될까?
바닥까지는 아니고
좀 수그러들 때까지만
사람들 다 알았고
여기서 끝내는 게 맞아 여기서 접는 게 맞아
[떨리는 목소리로] 근데 나 안 접어질 거 같아
괜히 여기서 호기 부려서 그쪽 차 버리면
나 오랫동안 힘들 거 같아
우리 그냥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아무도 모르게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도경) 미안해
나 혼자 나쁜 놈일 때 끝내는 게 맞아
나와, 데려다줄게
[해영이 흐느낀다]
[대문이 탁 열린다]
(도경) 데려다줄게
타, 데려다줄게
[애잔한 음악]
[경수의 힘겨운 숨소리]
[경수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엔진 시동음]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말한다]
[아름다운 연주가 흘러나온다] [하객들의 박수]
(하객1) 사랑합니다, 회장님!
[하객들의 환호]
(하객2) 축하드립니다!
(장 회장) 아, 좋다!
[장 회장의 재촉하는 신음]
[하객들이 환호한다] [장 회장과 지야의 웃음]
[지야의 쑥스러운 신음]
[하객들의 웃음]
[하객들이 환호한다] [장 회장과 지야의 웃음]
- (장 회장) 아이고, 감사합니다 - (하객3) 결혼 축하드립니다
(장 회장) 명동 큰손 한 여사 [영지의 못마땅한 한숨]
- (지야) 예, 안녕하세요 - (하객3) 아, 네
(장 회장) 어, 그리고 그 일당 [하객들과 지야가 인사한다]
아이고, 김 사장, 가발업계 김 사장 [하객들의 웃음]
그래그래, 아이고, 오셨어요?
[사람들이 연신 시끌벅적하다]
(영지) 우리 아빠는 다섯 번째 결혼
그쪽 엄마는 세 번째 결혼
우리 아빠가 '윈'이네?
- 두 번째 아빠는 어땠어요? - (도경) 좋았어
- (영지) 진짜? - (도경) 진짜
(영지) 세 번째 아빠는 어떨 거 같아요? [장 회장의 신난 탄성]
(도경) 나랑 무슨 상관인데? [영지의 헛웃음]
돈이 걸렸잖아요
아닌 척은...
난 다섯 번째 엄마가 제일 후진 거 같아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지야의 놀란 신음]
(영지) 엄마라고 하기도 쪽팔리다
인간이길 포기했구나?
(영지) 그냥 들어요
엄마가 저렇게 웃음 팔아 가면서 비는데
아들이 초 칠 수는 없잖아
(장 회장) 어, 도경이 넌 웬일로 그렇게 술을 마셔?
음, 왜? [장 회장이 피식 웃는다]
엄마 고생시킬까 봐 그러냐?
[헛기침하며] 축하 좀 해 줘라, 좀
- (도경) 축하드립니다 - (장 회장) 응 [장 회장의 웃음]
엎드려 절받기 힘들어
영지 너 좀 웃어 그렇게 꼬아 보지 말고
(장 회장) 아빠가 말했지?
이, 사람 드나드는 일에 일일이 신경 곤두세우지 말라고
백 명이 왔다 갔다 해도 주인은 안 바뀌어
주인은 너야 [무거운 음악]
[장 회장의 헛기침]
그건 너도 알지?
[장 회장의 헛기침]
웃어, 응? [옅은 웃음]
[장 회장의 헛기침]
(지야) 꽃분홍색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하객들의 옅은 웃음]
- (장 회장) 지야 - (지야) 아, 너무 좋아요 [함께 웃는다]
(장 회장) 날도 아주 잘 받았어
- (지야) 그러니까요 - (장 회장) 그래
[하객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지야) 네, 많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야의 반가운 웃음] (하객4) 아유, 축하합니다
(지야) 아유,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 (하객4) 좋아 보여요 - (지야) 아유, 좋아요
[지야의 웃음]
- (지야) 어, 어서 와 - (영지) 너무 웃으신다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아유, 좋은 날이잖니?
너도 좀 웃어라, 얘
우리 아빠 정 짧은 거 알죠?
(영지) 질렸다 싶으면 아빠가 신호를 보내와요
[지야의 황당한 웃음] '못살게 굴어라, 질렸다'
그럼 난 못살게 굴어
그리고 나랑 머리채 잡고 싸워 [지야의 황당한 웃음]
그럼 쫓겨나는 거예요
왠지 이번엔 이 시스템을 좀 알려 주고 싶네
왠지 그쪽은 너무 쉽게 내 머리채 잡고 쫓겨날 거 같아서
(영지) 그럼 재미가 없잖아요
[지야의 당황한 웃음]
(지야) 어쩌니?
난, 음...
파도 파도 매력이 넘치는 여자라
질리는 데 시간 좀 걸릴 텐데
남편 둘 다 일찍 사별했다면서요? 재산도 상당했는데
(지야) 다 말아먹었어 [지야의 장난스러운 웃음]
나 돈 먹는 하마라 [지야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남편들 죽고 나서 조사도 안 받았나 봐요?
(영지) 연달아 그렇게 갔으면 나 같으면 바로 조사 들어갔을 텐데
[무거운 음악] [지야의 불쾌한 숨소리]
[못마땅한 신음] 나 의사야
우리 아빠 죽으면 약물 검사, 독물 검사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할 거야
허튼 수 쓰지 마요
[억지웃음]
너부터 죽일 거야
죽여 봐요, 어디
[억지웃음]
(지야) [웃으며] 안녕하세요
[비웃음]
[하객5가 수군댄다]
(도경) 일어나
(영지) [코웃음 치며] 반말하지 마
- (도경) 일어나! - (영지) 반말하지 말라고
- (도경) 가서 사과해 - (영지) 놔 [긴장되는 음악]
[하객들이 술렁인다] (영지) 아, 놔!
[경호원의 외침] 이거 안 놔? 아, 이 미친 새끼
(도경) 사과해, 얼른 사과해! [영지의 비명]
(지야) 너 왜 이래? 뭐 하는 짓이야?
어? 하지 마, 도경아, 어? 어? 왜 이래
- (도경) 사과해 - (영지) 이것들이 진짜...
- (도경) 사과해! - (영지) 너 지금 나한테 어떻게 했어?
- (도경) 이거 놔, 씨, 이거 놔! - (영지) 어떻게 했어!
[지야의 당황한 신음]
- (지야) 야 - (도경)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해!
- (도경) 네가 뭔데! 씨 - (영지) 지금 나한테 어떻게 했냐고
- (지야) 야, 너 그만해 - (영지) 놔, 놔!
[도경이 소리친다] - (지야) 너 일로 와 - (영지) 이거 못 놔?
- (지야) 이놈의 계집애 - (영지) 놔!
끌어내, 그것들!
(지야)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이게 나를 우습게 알고...
- (장 회장) 끌어내! - (도경) 놔, 놔! 놔
[지야와 영지가 연신 다툰다] 네가 뭔데?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해!
(도경) 네가 뭔데! 씨
놔, 놔!
(지야) 너 어쩌자고 이랬니?
어쩌자고 이랬어? [지야의 떨리는 숨소리]
엄마가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쳐 놔!
[지야가 흐느낀다] (도경) 엄마
[애잔한 음악]
우리 이렇게 살지 말자
우리 이렇게 살지 말자, 좀
한 번뿐인 인생 이따위로 살지 말자, 좀
내가 다 말아먹은 네 아빠 재산 어떻게든 복구해 놔야
(지야) 너희들이 나 사람대접해 줄 거 아니야
내가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더 있어?
[도경의 못마땅한 신음]
[도경의 한숨]
[지야가 계속 흐느낀다]
그깟 돈 없어도 된다고
(도경) '돈, 돈' 해 대는 엄마가 싫었던 거지
돈 없는 엄마가 싫었던 게 아니라고!
[짜증 섞인 탄성]
(도경) 씨...
(지야) 에이, 나쁜 놈! [지야가 계속 흐느낀다]
[짜증 섞인 흐느낌]
(지야) 저 자식 어떻게 할 거야? 가만둘 거야?
(장 회장) 흥분하지 마 [영지가 씩씩거린다]
다 수가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힘주는 신음]
[문이 끼익 열린다] [장 회장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장 회장의 옅은 신음]
[바둑알이 탁 튕긴다] [장 회장의 아쉬운 탄성]
(태진과 찬수) 감사합니다
(태진) 열심히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장 회장) 응, 된다 싶으면 확 줘 버리지마는
아니다 싶으면 확 빼 버릴 테니까
에이씨!
[입바람을 후후 분다]
(태진) 절대로 중간에 빼시는 일 없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혼자 하니까 재미없다, 같이 하자
- (태진) 예 - (장 회장) 앗싸!
[장 회장의 웃음]
(장 회장) 에잇
- (태진) 선공하시죠 - (장 회장) 선공!
[태진의 탄성] [장 회장의 신난 탄성]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장 회장) 뭐?
[장 회장의 힘겨운 신음]
(비서) 한태진 대표가 해외 시장 확장한다고 돌아다니는 사이에
그 동업자라는 친구가 장난을 좀 치는 거 같습니다
[한숨]
(비서) 쇼핑몰 사이트에서
자기 물건을 자기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려놓고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이, 실제 매출은 미미한 거로 보입니다 [장 회장의 못마땅한 신음]
어떻게, 투자금 뺄까요?
(장 회장) 빼! 그냥 빼면 되는 거지 그까짓 걸 뭘 물어봐? 씨...
짜증 나게 이, 별것도 아닌 것들이 다, 진짜
[장 회장의 성난 신음]
네, 이제 막 귀국했습니다
[태진의 웃음]
좋은 소식이라 회장님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서) 한태진 대표입니다
돈 아직 안 뺐어?
(비서) 뺐습니다, 이제 곧 알게 되겠죠
오지 말라 그래
(장 회장) 아니다 [장 회장의 헛기침]
오라 그래, 술값이나 덤터기 씌우게
흥! 어디 장한구 돈을 함부로 먹으려고
[장 회장의 헛기침]
지난번 그곳으로 오시면 될 거 같습니다
(장 회장) 받지
[통화 연결음]
아, 언제 오는데? 빨리 와, 좀!
(진상) 아, 빨리빨리, 빨리빨리
(장 회장) 아이고, 음... [태진의 옅은 웃음]
일이 되려면 사람을 잘 들여야 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응? [태진의 웃음]
(장 회장) 자
자 [장 회장의 탄성]
[의미심장한 음악] [장 회장의 헛기침]
[장 회장의 호응하는 신음]
(진상) 저놈이야, 한태진
오해영이랑 결혼한다는 놈
그놈 맞지?
네 결혼식 날 오해영이랑 같이 유럽에 있던 놈 [장 회장과 태진의 웃음]
아, 네가 무슨 성인군자냐고
지금 장 회장한테 가서 한마디만 하면
화끈하게 복수할 수 있는데 왜 안 해?
(장 회장) 응, 알았어
네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장 회장의 옅은 웃음]
(장 회장) 걱정 마, 뺄게
나 이래 봬도 의리파다?
[장 회장의 웃음]
[장 회장의 비웃음]
(장 회장) 제까짓 게 뭐라고
아무렴 장한구
내가 뭐, 자기 말 한마디에 몇백억을 움직일까?
[헛기침]
한태진이 뭐 하고 있는지 알아봐
아득바득 이 갈고 있을 텐데 분풀이하게 해 줘야지
(비서) 예, 회장님
[풀벌레 울음]
[애잔한 음악]
[메시지 알림음]
(도경)
(해영)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니?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니?
미안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네가
아주아주 불행했으면 좋겠어
(해영) 매일 밤마다
질질 짰으면 좋겠어
나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으면 좋겠어
[울먹이는 숨소리]
나는 이대로 너를 생각하다가 화병으로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울먹이며] 그래서 네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어
[휴대 전화 조작음]
[도경이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의 힘겨운 흐느낌]
[도경의 깊은 한숨]
[도경이 훌쩍인다]
[바람이 휘 분다]
[의미심장한 음악]
가서 빌자, 응?
장 회장 그 인간 못 할 짓 없어
[걱정 섞인 신음]
가서 잘못했다고 한 번만 빌자고, 응?
[울먹이며] 도경아
참 어렵게 돌고 돌아서
각자 제짝한테 돌아갔다
[피식 웃는다]
(집주인 아들) 저, 이 집 주인 아들인데요
이 집 사고 싶어 하셨다는 말 들었는데
혹시 사실래요?
(진상) 우와... [진상의 감탄하는 웃음]
아버지가 작업실로 쓰시던 공간을
아들이 작업실로 쓰는 기분 어떠냐?
여기 살던 그 여자한테는 연락 오냐?
(도경) 연락이 왜 와?
- (훈) 소개팅한 여자 어땠어? - (도경) 별로
그래도 예의상 두 번은 만나 봐라
어떻게 한 번 만나 보고 아니라 그러냐?
(수경) 한 오해영은 회사를 떠났고
한 오해영은 꿋꿋이 다닌다
여기서 떠난 오해영은 누구고
꿋꿋이 다니는 오해영은 누굴까?
(도경) 안 궁금해
[달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쾅 소리가 난다] [타이어 마찰음]
[털썩 나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힘겨운 신음]
(해영) 여자는 떠난 남자 욕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를 욕하지
짜게 굴지 마요, 누구한테도
[유리창이 와장창 깨진다]
[해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근데 왜 나한테 잘해 줬어?
짠해서 그랬다
(도경) 결혼 전날 바보같이 차이고
자기가 찼다 그러면서 깔깔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그거 못 보겠어서
그래서 좀 챙겨 줬다, 죄냐?
- (도경) 미안해 - (해영) 빌어
(해영) 빌어
빌라고! 와서 빌라고!
[휴대 전화가 탁 떨어진다]
- 그 남자랑 또 만나냐? - (해영) 어
- (도경) 참 쉽다 - (해영) 어, 나 쉬워
(도경) 너한테 정떨어질 거 같다
(해영) [떨리는 목소리로] 어, 나쁜 놈
네가 세상에서 제일 나빠
네가 제일 비겁해!
[힘겨운 신음]
(진상) 넌 왜 그렇게 마음을 아끼냐?
[바람이 휘 분다]
[힘겨운 목소리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자동차 경적이 들린다]
사랑해
[바람이 휘 분다]
[애잔한 음악]
[도경이 흐느낀다]
[도경이 계속 흐느낀다]
(도경) 형
나 죽어도 상관없어
근데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절대로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내 마음 끝까지
끝까지 가 볼 거야
(순택) [울먹이며] 그래, 박도경 장하다
가자!
무소의 뿔처럼!
멋지게 끝까지 가자!
[한숨]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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