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13
[애잔한 음악]
(도경) 형
나 죽어도 상관없어
근데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절대로 후회하면서 죽지는 않을 거야
내 마음 끝까지
끝까지 가 볼 거야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이어셋 조작음]
[해영의 옅은 신음]
[도어 록 작동음]
[희란과 덕이의 반가운 웃음]
- (희란)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 (덕이) 어서 와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희란) 아, 해영이가 전화 안 받아서요
어, 방에 있어, 들어가 봐 [희란의 옅은 웃음]
[현관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희란의 옅은 웃음]
[도어 록 작동음] (해영) 가
(희란) 나 올 줄 알고 있었나 봐? 준비하고 있었네?
[해영과 희란의 옅은 웃음]
너도 이쁘게 좀 하고 나가지 [희란의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 (희란) 갔다 올게요, 어머니 - (덕이) 응, 그래, 멀리 갔다 와
[희란의 옅은 웃음] (덕이) 바닷가 같은 데로
(희란) 안 들어올지도 몰라요
- (희란) 어디 갈까? - (해영) 몰라, 네 마음대로 해
(희란) 말하기 싫으면 아무 말 안 해도 돼
음악은 깔아 줘도 되지?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타이밍 기가 막히네
가사가 딱 네 맘이겠다
[애절한 음악]
(해영) 서른 넘으면 되게 멋질 줄 알았어
오피스텔 살면서 자가용 끌고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 가고
[해영이 피식 웃는다]
무슨 배짱으로 서른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나 몰라
(희란) 돈 많이 벌 줄 알았나 보지
아주 쉽게 벌 줄 알았나 보지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사랑도 되게 멋지게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렇게 미련하게 휘청거리기나 하고
그래도 난
사랑에 그렇게 원 없이 휘청거리는 네가 부러워
난 그래 본 적 없어서
끝내기로 한 거야?
(해영) 응
나 차였어
[잔잔한 음악]
(희란) 차였다 하기는 좀 그렇다
어차피 잘되기 힘든 거였잖아
박도경이 잘 정리해 준 거야
(희란) 자기 혼자 나쁜 놈 되고 말지
너까지 나쁜 여자 안 만들겠다는 건데
얘야
그건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란다
얘야, 그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희란)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란다
남자들은 뭐가 더 여자한테 상처인지를 몰라
태진 씨만 해도 그래
네가 기다린다고 할까 봐 너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뭐, 그런 되도 않는 말로 널 찼다는 건데
망한 남자 기다리는 거랑
사랑하는 남자한테 듣지 못할 말 듣고
평생 상처 안고 살아가는 거랑
뭐가 더 여자한테 상처인지 남자들은 그걸 잘 몰라
여자들은 무조건 끝까지 가자 그건데, 그렇지?
[희란의 옅은 웃음]
(해영) 아! 난 언제쯤 먼저 차 볼까?
이번에 차자
(희란) 이번에 걸리는 놈은 무조건 차자
[피식 웃으며] 그럴까?
좋았어
이번에 걸리는 놈은 무조건 내가 먼저 차겠어
너, 안 차면 내가 쫓아다니면서 차라고 할 거다
(희란) 오해영, 일생일대의 기회야 차 볼 수 있는
얼른 차, 얼른! [희란의 장난스러운 웃음]
- (해영) 막 차? 막 차? - (희란) 어
- (해영) 막 두 번, 세 번, 네 번 차? - (희란) 막 차! 그럼! [해영의 웃음]
(희란) [놀라며] 어떡해, 어떡해
내 모자, 비싼 건데... [발랄한 음악]
(해영) 하이고, 알았어
(희란) 야, 너 어떡해! [희란의 걱정 섞인 탄성]
어, 어떡해 [희란의 놀란 탄성]
[희란의 놀란 탄성]
[해영의 웃음] (희란) 어, 어떡해
야! [함께 웃는다]
[희란과 해영의 장난스러운 탄성]
[문소리가 달칵 난다] [해영의 재채기]
(덕이) 젖었으면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속옷까지 싹 다 사 입지
[해영의 힘겨운 신음] 그거 얼마나 한다고 하루 종일 젖은 옷을 입고 돌아다녀?
물 뒤집어쓴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덕이가 혀를 쯧 찬다] [해영이 호로록거린다]
[덕이의 힘겨운 신음] (해영) 아...
[코를 훌쩍이며] 아, 좋다
엄마랑 아빠 이사 갈 거야
(덕이) 같이 내려가, 이사 가자며? 시골로
청주로 가서 할머니랑 같이 살아
(해영) 나 내일부터 출근할 거야
억지로 버틸 필요 없어
(덕이) 그냥 사표 써
사표 쓰고 엄마 아빠랑 같이 내려가
도망가는 게 더 쪽팔려
그냥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
(해영) 엄마 딸 강해, 이 정도로 안 쓰러져
결혼 전날 파혼당하고도 씩씩하게 살아남은 여자야
그만해, 그런 말
(해영) 심지어 나 검색도 돼
'오해영 짤' 치면 바로 나와
가문의 영광이다, 아주 [해영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덕이의 놀란 숨소리]
[경수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어색한 헛기침]
(경수) 아이고 [경수의 헛기침]
[경수의 옅은 신음]
(덕이) 누군데요? [경수의 헛기침]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경수의 다급한 숨소리]
(경수) 저기, 내가 우리 해영이한테 전화하라고 할 테니께, 가
얼른 가 [도어 록 작동음]
어, 저, 저, 튀어
[흥미진진한 음악]
[덕이의 다급한 숨소리]
[경수의 안도하는 한숨]
[경수의 놀란 신음]
[경수의 다급한 신음]
[경수의 가쁜 숨소리]
(경수) 아유!
[덕이의 가쁜 숨소리] [경수의 난처한 한숨]
누구 손을 잡고 있어?
[경수의 당황한 신음]
(경수) [작은 소리로] 저기, 옷은 벗지 말고
(덕이) 안 벗어
그것도 애정이 있어야 벗는 거야
(도경) 죄송합니다
(덕이) 다 속여도 눈은 못 속인다고 했는데
내가 그 눈에 속았네
사람 참 얼굴 보고는 모르는 거야
자기 인생 망친 놈인 줄도 모르고
그런 놈 좋다고 칠렐레팔렐레 쫓아다닌 딸년이나
그런 놈 밥그릇에 고기 얹어 준 어미나
모녀가 쌍으로 병딱인 게지
(도경) 죄송합니다
[덕이의 한숨] [애잔한 음악]
자네 집 몰라서 찾아가 둘러엎지 못한 거 아니네
깔끔하게 끊어 내야 될 사람이다 싶으면
욕도 필요 없는 거야
그래서 안 찾아간 거야
(덕이) 근데 내가 이 말은 꼭 해야겠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나는 법
(덕이) 앞길 창창한 젊은 애들 파탄 나게 한 죄
금쪽같은 내 딸
마음 아프게 한 죄
그 죄 달게 받을 거네
암, 받아야지, 꼭 받아야지
내 딸이 어떻게 당했는데
죄송합니다
[해영의 재채기]
(경수) [가쁜 숨을 내쉬며] 저기...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 왔어 - (해영) 응?
(덕이) 미안하네
남의 자식한테 저주 퍼부어 뭐 해?
좀 전에 한 말 취소합니다
그냥 한 대 패고 끝내겠습니다
(해영) 들어가
(덕이) 자네, 앞으로 사람들 만날 때 눈 깔아
불쌍하게 끔뻑끔뻑 소 눈망울은 해 가지고
내가 욕이 나가려다가, 응?
- (해영) 들어가 - (경수) 아이, 가
(경수) 왜 자꾸 남의 눈은 갖고 뭐라 그려? 쯧
어여 가, 응
아이, 가, 어여 가, 응
[경수의 재촉하는 신음]
[애잔한 음악]
왜 왔어요?
보고 싶어서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해영) 참...
이 사람 뭐지 싶다
내가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가서 매달릴 때는 꿈쩍도 않더니
마음이 좀 선선해지니까 이제 또 오네
- (도경) 미안해 - (해영) 우린 진짜 아닌가 보다
(해영) 타이밍이 진짜 안 맞아
다 끝났으니까 여기 오지 마요, 이제
(해영) 보증금 들어온 거 확인했고
집주인한테는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그쪽에서 월세만 제때제때 입금해요
나한테 전화 오게 하지 말고
(도경) 내가 잘못했어
잘못 생각했어
다시는 너한테 짜게 굴지 않을게
다시는 이랬다저랬다 안 할게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는 너 안 놓을게
나도 다시는 이랬다저랬다 안 할 거예요
그쪽 놓기로 했거든요
놨어요, 이미
(도경) 화난 거 알아
(해영) 내가 지금 튕기는 거로 보이나?
나 좋으면서 튕기고 그러는 거 잘 못하는데
아니면 너무 쉬운 여자라 언제든 찌르면 넘어가는 줄 아나 보지?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나도 너 좋아하는데
억지로 밀어냈던 거 다 알잖아
억지로 밀어내고 그럴 필요 없다고요, 이제
내가 그쪽한테 갈 일 없으니까
앞으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해영) 괜히 알은척하지 말고 그냥 가요, 우리
괜히 쿨한 척, 반가운 척하지 말고요
나 그런 거 잘 못하니까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해영) 이건 눈물이 아니고 콧물이야
[연신 코를 훌쩍인다]
이건 슬퍼서가 아니고 감기야
오해하지 마요
[감성적인 음악]
고맙네
내가 찬 거로 끝내게 해 줘서
[다가오는 발걸음]
이제 스탠드 쓸 일이 없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가서 빌자, 응?
장 회장 그 인간 못 할 짓 없어
가서 잘못했다고 빌자고, 응?
(지야) [울먹이며] 도경아
아휴, 한 번만 빌자
[지야가 흐느낀다]
아, 도경아...
(도경) 그대로 흘러가요
참 어렵게 돌고 돌아서
각자 제짝한테 돌아갔다
(도경) 봤던 그대로
형 말대로
내가 여태 봤던 영상들은
죽을 때 회상하는 거였어요
아쉬운 순간들을
바뀌지도 않고 봐 봤자 아무 소용 없는 그런 영상들은
왜 보이는 걸까?
'우리의 생은 다만'
'시간이 끝난 지점에서 되돌아보고 있는 것뿐이다'
(순택) 내가 뭔가 엉뚱한 데 힘 빡 주고 사는 거 같을 때마다
읽어 보는 구절이야
'우리의 생은 다만'
'시간이 끝난 지점에서 되돌아보고 있는 것뿐이다'
(순택) 우리 인생은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끝났고
지금이라고 알고 있는 이 시간이 그저 내 영혼의 회상이라면
되게 허무할 거 같지?
아무렇게나 막살 거 같고?
[순택이 피식 웃는다]
근데 그 반대다
진짜로 받아들이면 되게 편해져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해
지금 이 상황에서 내 마음이 가장 원하는 게 뭘까?
인생은 마음에 관한 시나리오야
상황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그때그때 그냥 조용히
힘 빼고 네 마음을 들여다봐
네 마음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잔잔한 음악]
(도경) 한 번도 편하게 마음이란 걸 드러내 본 적 없어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항상 적당히
상대가 보이는 호의보다는 적게
상대가 보이는 적의보다는 세게
기준점은 항상 상대의 반응
한 번도 마음을 편하게 풀어헤쳐 본 적이 없어요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애먼 데 힘주고 살지 않아
이제 죽는 건 하나도 겁나지 않는데
(도경) 더 줄 수 있는 사랑을 주지 않았고
마음껏 줄 수 있었는데 안 줬고
그렇게 팍팍하게 군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가 있다는 게
그게 제일 걸려요
(해영)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직원1) 꽃 이쁘네 [해영의 옅은 웃음]
어, 안녕하세요
[직원들이 수군댄다] - (해영) 어, 안녕하세요 - (직원2)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오랜만이다, 그렇죠? [익살스러운 음악]
안 타요?
[직원들이 어색하게 답한다] - (문학) 타야지, 어, 어 - (성진) 어, 타, 타야지, 어...
(해영) 아, 더 놀고 싶었는데 연차를 다 써서 어쩔 수 없이
(문학) 아...
(해영) 얼굴 살 확 달라졌죠?
2kg 빠졌어요, 허리도 돌아가요 [해영과 찬주의 옅은 웃음]
한 번 더 사고 칠까 봐요 2kg만 더 빼게, 아유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성진의 어색한 신음]
[성진의 헛기침]
저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편하게들 말씀하세요
(성진) 어, 그렇지? 진짜 괜찮지?
(해영) 네!
(문학) 괜찮은 거 같네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창도) 웬 꽃?
(해영) 제가 샀어요, 꽃 들고 출근하면 덜 초라해 보일까 싶어서요
(창도) 아이고... [문학의 호응하는 신음]
아, 저 진짜 괜찮습니다
편하게들 웃어 주십시오!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성진) 아유, 그럼, 우리 오 대리가 누군데
몰랐다, 내 동생이 엮인 일인 줄
[수경의 옅은 한숨]
미안하다
[옅은 웃음]
전부 다들 나한테 '미안해, 미안해'
살면서 미안하단 얘기 이렇게 많이 듣기는 처음이에요
(해영) 근데 기분이 그래요
완전 진상 된 기분
- (수경) 미안하다 - (해영) 으...
미안하다
(수경) 아니다, 됐다, 안 미안하다
도경이 걔 많이 괴롭다
(해영) 그만 괴로워하라고 하세요
다 끝난 일인데요, 뭐
아니, 뭐... [해영이 피식 웃는다]
그만 괴로워하라 마라 제가 간섭할 일도 아니고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저
(해영) 이제 이사님처럼
'남자 따위는 필요 없어 사랑은 개나 줘 버려'
그런 삶 살아 보려고요 [수경의 한숨]
쿨하고 시크하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서요
근데 저 회사 안 나오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 봐요? [수경의 의아한 신음]
(해영) 이사님 굽 없는 신발 신으신 거 처음 봐요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 아, 아, 저기...
이, 발이 좀 부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뼈가 우두둑거린다] (해영) 아...
얼굴에 점도 찍으시고
[수경의 의아한 신음] (수경) 뭘...
- (해영) 아, 여기... - 점?
(해영) 여, 여기... [수경의 의아한 신음]
[해영의 놀란 숨소리]
(해영) 아, 과자네요
어머, 생전 군것질 안 하시더니... [수경의 당황한 숨소리]
[어색하게 웃으며] 아, 내가 저, 당이 좀 있어
(오해영) 미안해
괜찮아
(해영) 전국적으로 다 까발려지고 나니까 오히려 편해
빨가벗고 국토 횡단한 기분?
더 숨길 것도 없고 잴 것도 없고
난 그냥
이 정도 수준의 여자인 거고
사표 쓸까도 생각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영영 회복하지 못할 거 같아서
너는 '이쁜 오해영'
나는 '그냥 오해영'
영영 그렇게 남겨질 거 같아서
[애잔한 음악]
한창 사춘기 때 너랑 비교당하면서
나 스스로 못난 애라는 의식이 있었던 거 같아
지금도 그렇고
일로든 뭐로든
너 있는 데서
너 보면서
극복해 보려고
넌 예나 지금이나 참 훌훌 잘 털고 일어나
- (해영) 내가? - 학교 때도 그랬어
곧 죽을 거처럼 숨넘어가게 서럽게 울다 가도
(오해영) 어느 순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고
[피식 웃으며] 괜히 걱정했던 나만 민망해지게
[옅은 웃음]
진짜로 나랑 술 한잔 안 할래?
- 나중에 마시자 - (오해영) 언제쯤?
나랑 언제쯤 마셔 줄래?
[울먹이며] 언젠가
갈게
(해영) 나 박도경이랑 완전히 끝났어
잘해 봐
[멀어지는 발걸음]
[경쾌한 음악]
오케이, 정리 끝
(오해영) 오빠랑 해영이
[애잔한 음악]
질려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둘 다 사랑하는데 아프게 헤어졌다는 거
난 그게 더 슬프다
난 이제 오빠한테 가장 아픈 사랑도 아니라는 거
다시 사랑할 수 없다면
오빠한테 가장 아픈 사랑으로라도 남고 싶었는데
[한숨]
[유쾌한 음악]
[안나가 입바람을 후 분다] [훈의 나른한 신음]
- (안나) 끝, 다 했어 - (훈) 더 해 줘
[안나의 애교 섞인 신음]
(안나) 깨끗해, 이제
[안나가 콧노래를 부른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훈의 몽롱한 신음]
[훈의 졸린 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훈) [졸린 목소리로] 네, 여보세요
[훈의 놀란 숨소리]
예, 예, 피디님
아, 아니, 아니요, 예
[헛기침하며] 집, 집인데
지금요?
아이, 아니, 아니 아, 예, 아, 괜찮습니다, 예
아이, 예!
예, 예 지, 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예
[통화 종료음] - (안나) 누군데? - (훈) 여, 영, 영화사 피디
(안나) [놀라며] 왜? 녹음한 거 잘못됐대?
(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내, 내 시나, 시나리오 고쳐 보재
이, 입질 들어왔어, 이, 이 여자가 된다 하면 난 무조건 되는 거야
와, 진짜! 아!
(안나) 아, 밥 먹고 가! [문소리가 쿵 난다]
[못마땅한 신음]
김치볶음밥 다 됐는데...
[흥미로운 음악]
(희란) 다시 읽어 보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캐릭터 좋더라
좀만 더 고쳐서 배우한테 먼저 돌려 보죠
배우만 잘 잡히면 투자는 알아서 들어오니까
음, 일단...
정민이 오빠한테 줘 봐야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다, 잘생긴 남자가 낫나?
정자로 잘생긴 남자가 찌질하게 연기하는 거
[손가락을 딱 튕기며] 그래, 그게 좋겠다
정재 오빠한테 먼저 줘야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희란의 옅은 웃음]
[시나리오를 사락 넘기며] 아, 근데
아무리 봐도
[흥미로운 음악] 여기가 좀 걸리지 않아요?
뭔가 액션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이 좀 희뜩하지가 않다는 말이지
음, 이런 거 잘 써 줘야 배우들이 확 당겨 하는데
예, 저도 쓰, 쓰면서 거기가 좀 그래, 그랬습니다 [훈의 헛기침]
- 안 풀렸구나? - (훈) 예
(훈) 요번에는 꼭 풀어 보겠습니다
그, 하, 하루만 시...
아, 아니, 이틀, 3일...
[희란의 애교 섞인 신음]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저기, 예, 이, 이틀 안에 풀겠습니다
[지킴이1의 겁먹은 숨소리] [지킴이2가 수군댄다]
(지킴이1) 술 안 마셨는데? 웬일이래?
(지킴이2) 그러니까
[풀벌레 울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킴이1의 놀란 숨소리]
(수경) 저...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휙 하는 효과음]
저...
임신했어요
데려다주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이 흐느낀다]
(수경) 어떡해요?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때 그 남자인 거야?
애 아빠가 자기인 줄 몰라요
딴 사람인 줄 알아요
[지킴이1의 안타까운 한숨]
(지킴이1) 아이, 낳을 거야?
아, 그 남자 문제가 많다고 그러지 않았어?
이 여자, 저 여자랑 막, 아휴...
그것만 문제겠어요?
강간범, 연쇄 살인범
돈 되는 의뢰인이면 다 변호하는
그 바닥의 유명한 쓰레기 변호사
[지킴이1의 안타까운 숨소리]
양심이라는 건 눈곱만치도 없는 인간처럼
뻔뻔하고 당당하게 무죄를 부르짖고!
[익살스러운 음악]
(지킴이1) 저, 그...
[수경의 놀란 숨소리]
[수경의 놀란 숨소리]
[수경의 탄식]
아이 괜찮은 거죠?
[수경의 괴로운 숨소리]
(수경) 객관적으로는
쓰레기입니다, 완전 쓰레기
주관적으로는
좋아요
잤으니까 [지킴이1의 답답한 숨소리]
그럼 물어봐
누가 또 알아? 결혼하자고 할지?
절대,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수경) 아마 내가 자기 애를 가졌다는 건 둘째 치고
저랑 그런 일 있었다는 것만 알아도 기절할 거예요
그놈 열네 살 중학교 때부터 봐 왔어요
제 앞에서 빨가벗고 돌아다니던 놈이었는데
[애잔한 음악]
내가 자기랑 그런 일 있었다는 거 알면
[휴대 전화 벨 소리] [수경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진상) 누나, 내가 지금 남자애들 여섯 명한테 다 물어봤는데
씁, 원나이트로 여자가 임신해서 찾아오면
전부 다 결혼 안 할 거래 [진상 친구가 말한다]
무조건 낳지 말라고 한대 나쁜 자식들, 진짜...
- (진상 친구) 마셔, 마셔, 마셔, 마셔 - 나?
나야 당장 이민 가지
(진상) 낳든 말든 뭔 상관이야? 무조건 토껴
저 잉글랜드 어디 시골 촌구석에 처박혀 가지고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윌리엄 서덜랜드'로 개명하고 살 거야
(진상) 어
아, 어, 어, 알았어,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봐
야, 들어 봐 봐, 들어 봐
이 누나는 낳을 거래
마흔넷이야, 마흔넷 [익살스러운 음악]
생애 마지막 임신이 될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낳고 싶겠지
애는 낳을 건데 문제는 남자한테 말을 하고 낳느냐
아니면 말을 안 하고 그냥 혼자 조용히 키우느냐 이건데
자, 여기서 질문
어딘가에 내 애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평생 사는 게 낫겠니?
아니면은 어딘가에 그래도 내 애가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게 낫겠니?
자, 평생 모르고 사는 게 낫겠다, 손
어, 두 명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된다, 손
네 명, 2 대 4
누나, 2 대 4야, 알고 있는 게 낫겠대
(진상) 근데 이건 나도 마찬가지야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내 자식이 어딘가에 살고 있는데 그것도 모른 채 산다는 건
(진상) 이야, 그건 좀...
뭐랄까?
어, 집구석 어딘가에 폭탄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사는 느낌?
(진상 친구) 저, 누님! 꼭 말씀하셔야 됩니다, 예? [진상 친구의 웃음]
(진상) 이거는 내가 봐도 말하는 게 맞아
혼자 조용히 키우겠다는데 뭐? 자기가 뭐? 쯧
(진상) 지금 당장 말해 전화해서 당장 말하라니까!
[애잔한 음악] 알았다, 걱정 마라
말한다, 내가
반드시
[한숨 쉬며] 말한다
(지킴이1) 그래, 그냥 말해!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요?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집주인) 응, 너 왔구나
왜 남의 집 가지고 세 사는 놈들끼리 그, 돈이 왔다리 갔다리 해? 응?
네가 뭔데 이 여자 보증금을 내주면서 나가라 말라 주인 행세야?
아니, 그렇게 이 여자 못 쫓아내서 안달이더니
결국 쫓아냈냐?
[집주인의 못마땅한 신음]
내가 오늘 여기에 왔다가 비어 있는 걸 봤으니 망정이지
아, 못 봤으면 이 아가씨가 계속 사는 것처럼 해 가지고
네가 쓰려고 했지?
이런 엉큼한 놈
내가 말했지?
너에게는 안 준다고, 어?
아가씨, 잘 들어
나는 계약서대로 1년 후에 아가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거고
그때까지 아가씨는 세를 내야 돼
안 내면 보증금에서 까이는 거고
월세는 이 사람이 밀리지 않게 넣을 거고요...
(집주인) 아니, 내 이 방을 저놈에서 세줬어요?
아가씨한테 세줬지
(해영) [한숨 쉬며] 저는 이 사람한테 보증금 다 받아서
손해날 게 없다고요
(집주인) 아이, 아, 왜 저놈한테 보증금을 받냐고
주인은 나인데
아, 그렇게 휘뚜루마뚜루 하려면은 계약서는 왜 써?
그리고 너희들끼리 돈이 왔다리 갔다리 한 거 무효고
아가씨, 1년 후에 봐
넌 이 방 못 써, 어?
(해영) 저 여기 1년 후에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요
지금 끝내고 싶다고요
[애잔한 음악]
[도경의 옅은 한숨]
달라는 대로 드릴게요
살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잡아서 뭐 하게요?
그냥
다시 와 줘라
네가 다시 왔으면 좋겠어
[문소리가 철컥 난다]
- (도경) 태워다 줄게 - (해영) 됐어요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조작음]
(해영) 어, 태진 씨
지금 가
[휴대 전화 진동음]
[휴대 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옅은 한숨] (태진) 얼굴이 왜 그래?
- (해영) 감기야 - 약은?
(해영) 먹었어
오해해서 미안해
(태진) 둘이 사귀는 줄 알고
너 뺏으려고 그 자식이 나 물 먹인 줄 알고 그랬어
미안해
먹어 봐, 맛있는데
(태진) 그 자식 아작 내려고 내가 칼 갈고 있었는데
칼 간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어이가 없다
- (태진) 다 실수였다니... - 그만하자, 그 사람 얘기
듣기 싫어
(해영) 미안해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먹어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해영이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해영) 콧물, 감기 때문에
우리 그만 만나자
[애잔한 음악]
그만 보는 게 맞는 거 같아
[옅은 신음]
우리 그냥
부담 없이 보자
(태진) 억지로 나 끊어 낼 필요 없잖아
조금만 더 가다가 정말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때 헤어지자
내가 미안해서 그래
[도어 록 작동음] (해영) 다녀왔습니다!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도어 록 작동음]
- (덕이) 밥은? - (해영) 먹었어
- (덕이) 약은? - (해영) 먹었어
(덕이)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왜? 열이 안 떨어지는 거 같아?
(해영) 음, 어제보다 나은데?
목소리는 더 갔는데, 뭐
섹시하지 않아? [입소리를 쪽 낸다]
[옅은 한숨]
미친...
[해영이 혀를 쯧 찬다]
[해영의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피식 웃는다]
[옅은 한숨]
[한숨]
[애틋한 음악]
(도경) 혼자 산다고 광고해요?
저놈 잔돈 있었어
(덕이) 그거 작아서 발 아프다며?
(해영) 아, 좀 늘어난 거 같아, 괜찮아
[해영의 옅은 신음]
다녀오겠습니다!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상석) 어, 저, 대표님, 저, 손님 오셨는데요
[무거운 음악]
[태진의 헛웃음]
[태진의 한숨]
이야, 좋네, 사무실
(태진) 응? [태진이 피식 웃는다]
근데 그쪽이 나 먼저 찾아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옅은 한숨]
[태진이 입소리를 쩝 낸다]
(태진) '대표 박도경' [태진의 한숨]
[한숨 쉬며] 나도 대표였는데
어떤 놈 때문에 한순간에 날아갔지
조심해, 너도 한순간에 날아간다
누구 한 명 작정하면
피할 생각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헛웃음]
[태진의 한숨]
(태진) 그때 네가 내 차 박았을 때 그랬지?
나 망하게 한 건 실수였고
[의미심장한 음악] 그때 망하게 했던 건 실수였고
(도경) 지금 이건 고의였고
내 차 박은 건 고의였다고
그때부터 이미 좋아하고 있었지?
(태진)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내가 한 말에 상처받아서 허우적거리는 게 화가 나서?
딱 거기까지 했어야지
거기서 끝냈어야지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어?
이제 세상 사람들까지 다 알아 버렸고, 어떡할 거야?
[태진의 한숨]
딴 수 없어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꼭 그렇게 돼야 돼
내가 너한테 내 여자까지 뺏긴 거 알려지면은
난 대한민국에서 살 수가 없어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내가 너 망하게 할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제자리로 돌아가자
너도 네가 좋아하는 여자 있잖아
그 여자 때문에 이 난리도 났던 거고
그렇게 하는 거로 알고
난 이만
[태진의 한숨]
참 어렵게 돌고 돌아서
각자 제짝한테 돌아갔다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닫힌다] [멀어지는 발걸음]
(태진) 이야, 이것도 여기서 작업한 거야?
[피식 웃는다]
유명한 거 많이 했네
(기태) 아, 일하기 싫어 [상석의 놀란 신음]
- (기태) 아, 안녕히 가세요 - (상석) 안녕히 가세요
- (기태) 누구야? - (상석) 몰라
(기태) 와, 포스 장난 아니다, 응?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란) 안 풀렸구나?
이게 푼다고 푼 건데...
혼자선 좀 무리인가 보다
하루만 더 시간을 주시면...
(희란) 그냥 오늘 나랑 같이 풀어 봐요
일어나요
(훈) 어, 예, 예?
[당황하며] 예, 예
[키보드 소리가 타닥타닥 들린다]
[훈이 키보드를 드르륵 문지른다] [훈의 답답한 한숨]
(희란) 아유, 진짜 안 풀린다, 이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 예, 저도 이거 풀어 보려고 액션 영화를 100편도 넘게 봤는데도
마땅치가 않아서
(희란) 아유, 도저히 안 되겠다
나 피곤해서 좀 누워야겠어
- (희란) 어휴... - 예, 저, 그럼 저도 이만...
(희란) 아니에요, 그냥 계속해요
오늘 끝내야지
잠깐만 누웠다 일어날게요
[희란의 피곤한 한숨] (훈) 예, 예
[매혹적인 음악] [희란의 피곤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희란의 답답한 신음]
(희란) 아, 더워
[한숨 쉬며] 옷 좀 갈아입어야 되겠다
[문소리가 쿵 난다]
(훈) [놀라며] 뭐야, 씨, 여기서 옷을 왜 갈아입어?
꼬시는 거야, 뭐야, 지금?
나가야 되나? 잠깐만, 나 어떻게 해야 되지, 이거?
[문이 달칵 열린다] 나가야 되나, 어떡하지?
짐 챙겨서 나가야 되나?
[희란의 피곤한 신음]
뭐 좀 마실래요?
(훈) 괜찮습니다
[훈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매혹적인 음악]
[훈의 힘겨운 숨소리]
(훈) 어떡하지?
어떡하지?
[쿵 하는 효과음]
(희란) 좀 쉬었다 해요
(훈) 여, 여, 여보세요 [훈의 다급한 신음]
여보세요, 어, 형...
[훈의 당황한 신음] (희란) 괜찮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훈의 겁먹은 신음]
[희란의 놀란 신음] [쿵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의 힘겨운 신음]
[희란의 놀란 신음]
(희란) 괜찮아요?
[희란의 놀란 숨소리] (훈)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
[훈의 당황한 신음]
핸드폰이 떨어져서요
[훈의 다급한 신음]
저, 저, 잠깐만... [훈의 다급한 신음]
[기가 찬 웃음]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았구나?
(희란) [헛웃음 치며] 미쳤나 봐
(희란) 어유! [익살스러운 음악]
[현관문 종이 딸랑거린다] [현관문이 쾅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훈) '애욕의 병따개', '애욕의 병따개'
'애욕의'...
[훈의 놀란 탄성]
[훈의 힘겨운 숨소리]
(감독) 여기 오디오 죽인다
박 대표가 작업한 음향 얼마나 멋진지 한번 들어 봐
- 끝나고 밥 먹자 - (도경) 예
[긴장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 속 배우들의 힘주는 신음]
[스크린에서 영화가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 [해영의 못마땅한 신음]
[해영의 비명]
놔, 놔
(해영) 놔! 진짜!
[해영의 힘주는 신음] [해영과 도경의 거친 숨소리]
(해영) 예! [해영의 웃음]
넘어왔어, 박도경!
우와! [해영의 웃음]
(해영)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그냥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아무도 모르게 좀만 사귀다 헤어지자
괜히 여기서 호기 부려서 그쪽 차 버리면 [해영이 흐느낀다]
나 오랫동안 힘들 거 같아
[스크린에서 영화가 계속 흘러나온다]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도경) 어디 가?
길 가다 마주치면 알은척하지 말랬잖아
미안하다, 알은척해서
[해영의 구두가 또각거린다]
(도경)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
[풍선이 펑 터진다] [해영의 놀란 신음]
[해영과 태진의 옅은 웃음]
[풍선이 펑 터진다]
[진상의 한숨]
내가 지금 너의 그 괴로움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완전 쇼킹한 카드가 있는데
[답답한 한숨]
그걸 깔 수가 없다
[혀를 쯧 찬다]
(진상) 무지하게 까고 싶은데
깠다간 맞아 죽을까 봐 못 까겠어
[문이 달칵 열린다] 근데 너 진짜 이거 한 방이면
지금 네 생각, 딴생각 완전 하나도... [문이 달칵 닫힌다]
(수경) 내가 네 그 입 한 방에 막을 카드가 있다
[흥미로운 음악]
[한숨]
(진상) 아이, 뭐, 우리가 취향이 비슷하기라도 해야지
[문소리가 달칵 난다] 어디 데리고 다니면서 즐기기라도 하지, 어?
아니면 너 뭐, 오늘 진짜 나랑
클럽, 나이트, 룸살롱 풀코스로 한번 돌아 볼래? 어?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한숨] (진상) 거긴 또 왜 누워?
힘들어
아, 그럼 올라가서 누워
올라갈 힘도 없어
(진상) 아, 진짜...
[옅은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도경의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엔진 가속음이 들린다] [쾅 소리가 들린다]
[타이어 마찰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도경의 힘겨운 신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현관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해영) [지친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 (덕이) 저녁은? - (해영) 먹었어
(덕이) 왜 그래?
(해영) 어, 다리 저려
[해영의 힘겨운 신음]
나 내일 하루 종일 잘 거니까 깨우지 마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덕이) 네 감기 아직도 안 떨어진 거야?
약을 먹는데 왜 그래? [해영의 힘겨운 신음]
내일 링거 맞을래?
(해영) 괜찮아, 낫는 거 같아
[해영이 연신 코를 훌쩍인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쌕쌕댄다] [애잔한 음악]
[해영의 옅은 한숨]
[해영의 옅은 신음]
(성진) 오, 오 대리 [해영의 옅은 웃음]
- (해영) 아, 나 얘기 들은 거 있는데 - (성진) 응?
(해영) 이거
- (해영) 요거 - (성진) 응, 어, 이거?
- (해영) 이따 저 주세요, 네 - (진상) 오케이
(해영) 찬주 씨, 이거...
(해영) 하루 종일 작아서 불편한 구두를 신고 돌아다니면
[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해영의 힘겨운 신음] 그 사람 생각을 덜 하게 돼요
[해영의 힘겨운 신음] 신경이 온통 발에 가 있으니까
[해영의 아파하는 신음]
[도어 록 작동음]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면
아주 잠시나마 행복해져요 [힘없이 인사한다]
[한숨]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당신에 대한 기억 때문에
[달려가는 발걸음]
(해영) 정말 어이없는 곳에서
[혀를 쯧 찬다] 당신이 생각나 조용히 무너질 때마다
아파라 [해영이 혀를 쯧 찬다]
아파라
더 아파라 [옅은 웃음]
[휴대 전화 조작음]
새벽에 일어나 자꾸 핸드폰을 확인할 때마다
발길은 앞으로 가는데
마음은 뒤로 가겠다고 울고 있을 때마다
아파라, 더 아파라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프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사라져요
열이 펄펄 끓을수록
[쌕쌕댄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사라져요
아플수록 마음은 편해요
[무거운 효과음]
[무거운 음악] [덕이의 거친 숨소리]
(덕이) 해영아, 해영아!
얘,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해영아
여보, 여보!
[애잔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 (덕이) 해영아 - (경수) 해영아, 정신 차려
[경수의 걱정스러운 신음] (덕이) 해영아, 눈 좀 떠 봐
[의사들이 말한다]
- (덕이) 눈 떠, 눈 좀 떠, 응? - (경수) 해영아, 해영아, 정신 차려
- (덕이) 해영아 - (경수) 아, 아이고 [덕이가 울먹인다]
(덕이) 해영아!
[덕이가 계속 울먹인다]
빨리 좀...
해영아!
(해영) 헛게 보인다
[의료 기기 작동음]
(해영) 좀 살아났다고 어떻게 바로 그놈 생각이 나냐?
[해영의 헛웃음]
화난다
[힘겨운 신음]
[옅은 한숨]
(해영) 저 이거 그만 맞으면 안 돼요?
(간호사1) 왜요? 더 맞으시죠
그만 맞고 싶은데
(간호사2) 꼭 누르고 계시면 됩니다
[애잔한 음악]
아프지 마라
[컵이 데구루루 구른다]
반갑다, 씨
나만 아프면 되게 억울할 뻔했는데
너도 아파서 엄청 반갑다! 씨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나 또 똑같이 네 결혼 깨 버릴 거고
그래서 네가 내 옆방으로 들어오게 할 거고
그렇게 너 만날 거야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네 결혼 깬 거 하나도 안 미안해! 씨
미안해
(도경) 근데 이게 본심이야
너 안고 뒹굴고 싶은 거 참느라 병났다
[문소리가 탁 난다]
[도경의 떨리는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심장 박동 효과음]
[심장 박동 효과음이 계속된다]
[애틋한 음악]
(도경) 사랑하지 않고 떠나는 거보다
마음껏 사랑해 주고 떠나는 게 그 여자한테 훨씬 행복한 거겠지?
아침부터 보니까 겁나 좋네
[훈의 괴로운 탄성] - (진상) 그 꿈! - (수경) 맞아, 태몽이야
(도경) 야, 이 미친놈아, 야, 이 미친놈아 [진상의 힘겨운 신음]
(경수) 억지로 뜯어 놓는다고 될 거 같지도 않고
(훈) 박수경을 데리고 사는 걸로 종신형에 처한다, 땅땅땅
- (해영) 미안해 - (태진) 사람 완전 바보 만든다
(해영)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내 사랑이 더 애틋하다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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