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3
[의미심장한 음악]
우와, 우와
[의미심장한 효과음]
(해영) 오,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여기 사세요?
- 우리 집 모른다면서요? - (해영) 몰랐는데요?
근데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요?
아, 오늘 이사 왔는데
[해영의 힘주는 신음]
[설레는 음악] (해영) 가구로 미는데 벽이 뚫리더라고요
아, 문이 나 있더라고요 원래 한집이었나 봐요
아, 제가 원래 짐이 좀 많아요
혼수로 장만했던 거라 아직 정리도 덜 됐고
와, 근데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도경) 여기 원래 창고였는데
- 언제 이렇게 고친 거예요? - (해영) 창고였어요?
(해영) 음, 어쩐지 좀 써늘한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래서 월세가 쌌구나
언제 고쳤냐고요
뭐, 저야 모르죠, 오늘 이사 왔는데
(해영) 근데 그쪽이 주인 아니에요?
그쪽도 세 사는 거예요?
[도경의 못마땅한 숨소리]
아니, 그 양반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에요, 없는 사람이에요?
(도경) 아이, 창고를 그렇게 함부로 개조해서 세놔도 되는 거예요?
그거 걸리는 거 모른대요?
아, 문은 또 그대로 두고 말이야, 어?
(도경) 아이, 나 몰래 공사하느라 문은 손 못 댄 거 아니에요
다 필요 없고 당장 그 여자 나가라고 해요, 예?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도경의 어이없는 신음]
[한숨]
[애잔한 음악] (진상) 어, 야, 가만있어 봐, 그럼
우리가 이 여자랑 결혼할 남자 망하게 한 거니?
[한숨]
앞으로 그 여자 보이면 그대로 뒤돌아서 튀어
자기 결혼 망친 사람이 너라는 거 알게 되면, 야...
(진상) 어휴, 암담하다, 암담해
[한숨]
[기계 작동음]
[한숨]
[문이 쾅 닫힌다]
[한숨]
(도경) 내일 부동산에서 봐요
- (해영) 왜요? -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해영) 아, 이 문?
좀 황당하기는 해요, 막아 준다죠?
- 계약 무르세요 - (해영) 왜요?
이상하잖아요 이런 데서 이렇게 사는 거
그냥 잘 막아 놓고 살면 뭐
(해영) 이웃사촌 괜찮지 않나요? [해영의 웃음]
난 상관없는데,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한숨]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불편해요
[애잔한 음악]
(해영) [멋쩍어하며] 되게
단도직입적이시다
우리 이렇게 말 세게 하는 사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도경) 건너가시죠
(해영) 저기요, 이거 오해하기 딱 좋은데요
아나...
그때 나한테 그쪽 집 아냐고 물어봤을 때
뭐, 이렇게 될 걸 미리 아셨나?
(해영) 나 그때는 집 보러 다니고 그럴 때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있었지?
이렇게 될지 어떻게 알고?
그런데요, 저 그쪽이 여기 사는지 진짜 몰랐거든요
내가 뭐, 그쪽한테 첫눈에 반해서
그쪽이 어디 사는지 알아내서 몰래 이사 들어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 저 그 정도로 무서운 여자는 아니에요
이거 진짜 순전히 우연인데
아나, 황당하네
아니, 제가 어쩌다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급하게 집을 나오게 됐는데요
오해영, 제 이름이
소리 성명학적으로 봤을 때 [익살스러운 효과음]
힘이 없는 이름이라고
주소지라도 센소리 내는 데로 가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평창동 이런 데
그래서 이쪽으로 온 건데
아, 진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건너가시고, 내일 뵙죠
[황당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영의 한숨]
[해영의 황당한 신음]
[문을 달칵 닫는다]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신음]
[어이없는 신음]
[기가 찬 숨소리]
(집주인) 내가 내 집에 [도경의 한숨]
누구한테 세를 주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세입자도 네 입맛에 맞게 골라 들여 줘야 돼?
왜?
아...
저 여자 마음에 안 들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경) 아이, 사람이 들어올 줄 몰랐다고요
거기 원래 창고였잖아요
(집주인) 아, 원래 창고든 아니든 간에
내 집 내가 뜯어고쳐서 쓴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도경의 답답한 한숨]
(집주인) 나도 동사무소에 가서 다 알아보고 한 거야
그리고 난 너한테 수십 번 전화했어 그 문짝 좀 수리하려고
근데 내 전화 왜 안 받는데?
나가라 할까 봐서 전화 안 받은 거지? 응?
- 아, 그냥 제가 그 방까지 쓸게요 - (집주인) 미쳤냐, 인마?
아, 보증금, 월세 다 따로 내고 쓴다고요!
(집주인) 야, 야, 야 난 너인 줄 모르고 세준 거지
너희 집구석이라면 아주 그냥 이가 갈린다고, 이가 갈려, 응?
[도경과 집주인이 연신 실랑이한다] (실장) 그 집이 원래
저 총각이 어려서부터 살던 집인데
저 총각 엄마가 영화 만든다고
저 양반 돈을 무지 끌어다 쓰고서는 쫄딱 망했거든
다 털리고 겨우 저 집 하나 경매로 사 뒀는데
저 양반도 돈이 궁하니까
1층 세놓고, 2층 따로 세놓고
창고까지 개조해서 또 세놓고
저 총각도 어려서부터 살던 집이니까
못 잊어서 또 세 들어오고
저 총각 엄마가 인물은 좀 됐어, 나처럼
(집주인) [씩씩거리며] 야, 저, 김 실장
거, 저, 저 아가씨한테 동욱이 놈 전화번호 해 줘
그리고 불러서 공사 좀 해요
네 [집주인의 헛기침]
어디 계약만 끝나 봐라 싸가지 없는 놈들
(도경) 아이씨
아, 진짜, 씨...
[도경의 짜증 섞인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 보증금 얼마예요? - (해영) 왜요?
보증금, 이사 비용, 복비 다 댈게요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이유가 뭔데요?
(해영) 공사해 준다잖아요
옆집에 누가 온 게 그렇게 싫어요?
아니면 설마 나라서?
(도경) 보증금 두 배로 드릴게요
넓은 데로 가요, 짐도 많은 거 같던데
[헛웃음]
언제는 피투성이라도 어떻게든 살라고 하더니
갑자기 안면 확 바꾸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이지?
(도경) 당신 여자야, 나 남자고
- 그래서 어쩌다 같이 잘까 봐 겁나나? - (도경) 야!
(해영) 내가 한번 잤다고 남자한테 목매고 그럴 여자 같아?
결혼 전날 차이고 질질 짜고 돌아다닌다고
완전 촌년으로 보이나 보지?
어, 나 촌년 맞아
첫사랑에 목매고 한번 자면 안 놔
그러니까 겁나면 그쪽이 이사 가요
[무거운 음악]
다신 볼 일 없을 줄 알고 한 말이에요
나 결혼 전날 차인 거
(해영) 소문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당신인 줄 알 거야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다가 등에 칼 꽂히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내가 꽂은 줄 알아요
[발랄한 음악]
[해영의 못마땅한 숨소리]
[문이 쾅 닫힌다]
미친놈
[가구 끄는 소리가 드르륵 들린다]
[피곤한 신음]
(수경) 아침 댓바람부터 왜 가구는 끌어 대고 난리야?
박도경!
(훈) 창고에 주방하고 욕실 만들어서 세놨대
[가구 끄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수경) 집을 덕지덕지
완전 거지꼴을 만드는구나
엄마가 이 집주인을 거지꼴로 만들었잖아
(훈) 한 푼이라도 아쉽겠지
[흥미로운 음악]
[트림]
(수경) 한번 잡아야겠다 [수경의 트림]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 이대로 가서 얼굴 보여 줘
도망가게
[입바람을 후 분다] [나팔 소리 효과음]
아, 씨, 그 여자가 실제로 내 방에 나타나기 전에
그런 상황이 벌어질 걸 미리 알았다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알았다는 것도 뭐하고 그냥...
생각난 것처럼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보였어요
무슨 예지력처럼
미리 보여요, 그게
아, 미친 거 같으면 그냥 솔직하게 미쳤다고 말해 줘요
미친 사람들 자기 미쳤다고 하면 아니라고 펄펄 뛰는데
(도경) 나는 인정해요
이게 미치지 않고서 말이 돼요, 이게?
[순택의 헛기침]
평소에 [순택의 헛기침]
(순택) 평소에 잠을 몇 시간 정도 주무세요?
어, 수면량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한테
그, 그런 정신 착란 증세는 흔하게 발견되는 거니까
하루에 일곱 시간 정도 [의미심장한 효과음]
[순택이 기겁한다] (순택) 꾸준히 자 보시고
[의미심장한 음악] 그다음에도 계속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봅시다
좀 있으면 놀라실 거예요
(순택) 응?
[휙 소리가 난다]
[순택이 기겁한다]
[유리창이 뽀득뽀득 닦인다] 아, 야, 진짜, 씨!
[순택의 거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순택) 박도경 씨, 박도경 씨
박도경 씨 미치지 않았어요, 네?
심리 검사 결과 다 정상이야
아, 우리야 검사 안 해 봐도 말해 보면 다 알지
박도경 씨 정상이에요
이런 예지력이 한 여자한테만 집중적으로 나타난댔죠? 어?
우리 저, 그 여자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어?
그 여자가 왜 자꾸 나타나는지 같이 좀 풀어 봅시다!
어?
당신 미치지 않았어
뭐 있는 거라고, 그거!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남대문 상가 C동 3층
한강이 보이는 SH 빌딩 오후 2시
[멀리서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 왜 이렇게 늦게 다녀요?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분한 한숨]
미친 척하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성진) 아, 왜 또?
(해영) 제가 어쩌다가 옆집에 살게 됐다고 쳐요
제가 그렇게 나가라고 난리 칠 정도의 인물이에요?
제가 그렇게 아니에요?
그 남자 잘생겼어?
[흥미로운 음악]
(도경) 아, 진짜, 씨...
보기에 따라서는?
(성진) 잘생긴 남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외모 평가는 상대적인 거니까
자기들 기준으로
(해영) 어머, 팀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도 어디 가면 예쁘다는 소리 좀 듣습니다
[찬주와 예진이 피식 웃는다] 얘네 웃네?
어머, 얘 너희들 나보다 낫지 않아, 응?
[문이 쾅 열린다] (창도) 이사도라 오십니다!
[긴박한 음악] [직원들의 다급한 신음]
[지야의 한숨]
[못마땅한 한숨]
(지야) 자기야
나 노안 와서 이제 글씨 잘 못 읽어
힘들게 다 읽고 났는데
[지야의 답답한 숨소리]
이러면 나 진짜 속상하다
좀 더 천박하게 안 돼?
좀 더 찌질하게 안 돼?
자기 진짜 찌질하잖아
자기 걸 쓰란 말이야, 자기 걸!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야의 한숨]
(지야) 자기야, 내가 왜 자기랑 계약했겠어?
난 봤거든
자기 속에 있는 찌질함
그걸 끄집어내란 말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좋은 찌질함을 왜 자꾸 버리려고 들어!
[지야의 답답한 신음]
그래도 영화인데...
[헛웃음]
(지야) 자기가 몰라서 그러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대로 찌질하면 명작이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야) 어, 시간 있어? 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야, 박도경!
너 내가 부르는데 너 그러고 가는 거야?
야,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도경아, 박도경
어, 박 사장! 박도경
야, 박도경!
(지야) 아유, 쌍놈의 새끼 진짜...
[도경이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 (이준) 안녕하십니까 - (상석) 안녕하십니까
[헛기침]
(상석) 아, 또 돈 필요하신가 보네
밤새워 돈 버는 아들한테 빨대 꽂고 그냥 쪽쪽 잘도 빨아 드시네
돈 버는 팔자 따로 있고 돈 쓰는 팔자 따로 있고
저 모자가 딱 그래요
아, 열받아, 아휴...
버는 팔자, 쓰는 팔자
둘 중의 하나라도 해 봤으면 좋겠어요
나도
(해영) 그냥 이쪽에서만 공사하면 안 돼요?
(수리공) 이쪽에서만 어떻게 해요?
이 문틀도 다 뜯어야 되고
저쪽에도 시멘트 발라야 되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없나?
계세요?
아이씨...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해영) 어, 난데, 박도경 핸드폰 번호 좀 문자로 찍어 줘 봐
왜, 영화 음향 한다는 인간 있잖아
저번에 나 코 들이박은 놈
어, 빨리, 나중에 얘기해 줄게
[기계 조작음] [와장창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진동음]
- (훈) 왜 안 받아? - (기태) 너희 형 거야
(훈) 누군데?
(기태) 저장 안 된 번호야
(해영) 아, 좀 받아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답답한 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영상에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 전화 진동음]
(기태) 아, 거, 안 받으면 이따 할 것이지 지금 바빠 죽겠는데 짜증 나게, 진짜
네, 박도경 대표님 핸드폰입니다
(기태) 잠깐 자리 비우셨는데요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네, 알겠습니다
(훈) 누구래?
(기태) 오해영?
[흥미로운 음악]
왜?
- (훈) 우와... - (기태) 왜, 누군데?
형이랑 결혼할 뻔한 년
결혼식 날 잠수 탄 년
(기태) 아유, 깜짝이야 [훈의 어이없는 신음]
(훈) 이거, 이거 미친년이네, 이거
발신 제한으로 걸더니 이제 아주 대놓고 하네
(기태) 아, 두, 둘이 다시 만나?
(훈) 다시 만나기는, 미쳤냐? 씨
이 어메이징한 또라이 이거 어떡하면 좋지, 이거?
- (훈) 줘, 줘 봐 - (기태) 에이, 하지 마, 하지 마
- (훈) 줘 봐, 줘 봐 - (기태) 아, 아이, 하지 마, 하지 마
난 진짜 안 준 거야, 난, 난 몰라 나 준 거 아니야, 진짜 몰라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여, 여보세요?
(훈) 어, 여보세요, 아유
오랜만이네요, 저 훈이예요
- 누구요? - (훈) 아유, 너무하네
아이, 벌써 까먹으면 내가 너무 섭섭하지
- 누구세요? - (훈) 박훈이라고요
(훈) 박도경 동생
그런데요?
우리 형한테 전화하지 마요
우리 형 물로 봤나 본데
(훈) 쯧, 그래, 뭐, 우리 형 물로 봐도 돼요
근데 나랑 우리 누나는
너 씹어 먹을 거야! [강아지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훈) 야, 너 네가 잘난 줄 알지?
너 진짜 재수 없어
너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야, 아냐?
- 이야... - (훈) 닥치고!
(훈) 너 한 번만 더 우리 형한테 전화하면 내 손에 뒈질 줄 알아
저잣거리에서 목매달리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숨죽이고 살라고 이 거지 빤스...
[훈이 욕한다] [강아지 울음 효과음]
[훈의 옅은 신음]
(기태) 아이, 나 오줌 마려워
[훈의 한숨] (도경) 누구야?
누구냐고
내가 형 전화로 쌍욕할 년이 한 년밖에 더 있어? 오해영
[무거운 음악] [휴대 전화 진동음]
(훈) 받지 마, 자꾸 받아 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한숨]
- (도경) 네 - 야, 이유나 좀 알자
너희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뭐, 전국적으로 소문 돌았니?
오해영 완전 호구라고 소문 돌았어?
뭔데 나한테 이따위로 함부로 하는 건데!
[도경의 한숨]
[통화 종료음]
와...
이... 거지 같은 새끼들 진짜, 와
(훈) [씩씩거리며] 한마디도 못 하고 바로 끊을 거
그거 뭐 하러 받냐?
왜, 그년 목소리 듣고 싶었어?
그러니까 그년이 그걸 여지로 캐치해서 자꾸 콜하는 거 아니야!
[흥미로운 음악] [훈의 분한 한숨]
[도경의 한숨]
넌 오늘 죽어야 된다고 본다
(훈) 내가 왜 죽어? 걔를 죽여
그, 그년을 죽여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의 비명]
그년을 죽여!
왜 날 죽여! 왜 나한테만 그래!
내가 왜! 내가 왜 죽어야 되는데!
[훈의 겁먹은 탄성] [깨갱거리는 효과음]
[애잔한 음악] [오해영의 힘주는 신음]
(오해영) 어? 이상하다?
나 고등학교 때 도서부 활동 한 적 없었는데
아, 이거 걔 건가 보다
나랑 이름이 같은 애가 있었거든
음, 도서부 [오해영이 피식 웃는다]
아니, 어떻게 활동을 해도 꼭 자기 같은 걸 들었을까?
어땠는데?
그, 그런 애 있잖아
음, 뭐랄까?
(오해영) 음, 자기 색깔이 없달까?
[해영의 힘겨운 신음]
[살짝 웃으며] 좀 띨한 거 같기도 하고
그, 왜
인생이 좀 억울할 거 같은 그런 애 있잖아 [한숨]
딱 그랬어
[한숨]
[발소리가 쿵쿵 들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의 한숨]
[해영의 기가 찬 웃음]
[해영이 문을 쾅 찬다]
[혀를 쯧 찬다]
[덜컥하는 소리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해영) 공사는 그쪽이 알아서 해요
그쪽 편할 때 아무 때나 사람 불러서 해요
난 뭐 훔쳐 갈 것도 없고 훔쳐 가도 상관없고
미안해요
(도경) 동생이 실수했어요
딴 사람이랑 헷갈려서 그런 거예요
공사는 천천히 해요, 나 나가고 나면
내가 나갈게요 [해영의 어이없는 웃음]
진짜 사람 기분 더럽게 만든다
동생한테 내가 자꾸 엉겨 붙는다 그랬어요?
- 그런 거 아니에요 - (해영) 근데 왜 자꾸
(해영) 내가 그쪽한테 들러붙는 거 같은 분위기를 만드냐고
내가 알고 여기 들어왔어요?
(도경) 아닌 거 알아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 알아요
그냥 내가...
내가 문제가 좀 있어서 그래요
내 문제예요, 진짜예요
뭔데요, 그쪽 문제가?
(해영) 왜, 뭐, 밤마다 살인을 하시나?
공사 천천히 하세요
[밝은 음악]
[해영이 뒤집개를 툭 던진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쿵 하는 효과음]
(진상) 뻥이지?
야, 진짜 그 여자가 이사 들어왔어?
저기 그 창고에? 너희 아버지 옛날 작업실로 쓰시던 거기?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유, 씨, 나 쫄려
아, 어, 씨...
아, 나 이런 기분 진짜 싫은데, 어?
아, 쫄려, 씨
[괴로운 신음]
야, 가만있어 봐
저 여자가 다 아는 거 아니야?
(진상) 아, 네가 자기 인생 망친 범인이라는 거 알고, 어?
'미저리'처럼 따라붙은 거 아니냐고
너 심장 쪼이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얼굴 보면 모르냐?
(도경) 그런 거 아니야
- 내가 이사 갈 거야 - (진상) 야, 뭐?
야, 너 이 집 다시 들어오려고 얼마나 애썼냐?
오다가다 툭하면 부딪칠 텐데 아무렇지 않게 살아지겠냐?
내가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도경) 1층은 그냥 두고 2층만 뺄 거야
저 여자가 죽어도 안 나가겠대?
무슨 근거로 나가라 마라냐?
[문소리가 달칵 난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쿵 소리가 난다]
[익살스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진상) 이야, 진짜 체력도 좋으셔
아이, 어떻게 하루도 안 빠지고 저렇게 맨날 처마시냐?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의 질색하는 신음]
한태진은 알아봤어?
보석은 좀 힘들 거 같고
(진상) 1심 준비 중인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장 회장이 증언해 주지 않는 한 힘들어
[바스락 비비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 (도경) 아, 신발 벗고 들어오라고! - (진상) 어, 깜짝이야
[수경의 한숨] (진상) 아, 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구두가 툭 떨어진다]
[수경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구두가 툭 떨어진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진상) 너 그냥 빨리 이사 가라, 어
[진상의 옅은 신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해영의 옅은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 (덕이) 왜? - 궁금하지도 않나?
어떻게 딸년 내쫓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화 한 통도 없어?
꼴 보기 싫어 내쫓은 년 뭐가 궁금해?
엄마, 그러는 거 아니야
(해영) 나 나중에 대박 나면 엄마 국물도 없어
네, 대박 나세요
[통화 종료음]
에이, 씨, 아줌마 진짜, 쯧... [휴대 전화 조작음]
정 없어, 쳇
[덕이의 한숨] [경수가 코를 훌쩍인다]
(경수) 여기 맞아, 우리 해영이
이삿짐센터에서 이 집이랬어
[경수의 속상한 신음]
[경수의 당황한 신음]
[와장창 소리가 난다]
[익살스러운 음악] [경수의 당황한 신음]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야?
[놀란 숨소리]
(해영) 이씨
야, 이 거지 같은 자식들아!
벼룩의 간을 내먹지
남의 방범 창을 떼어 가냐!
[성난 신음]
눈에 띄기만 해 봐라, 이것들 그냥
[풀벌레 울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경수의 힘겨운 신음]
[경수의 힘겨운 숨소리]
(도경) 저기요
- 잠깐만요 - (덕이) 훔친 거 아니에요
(도경) 근데 그건 뭐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리 딸 집이에요
(덕이) 하도 속 썩여서 내쫓았는데
잘 사나 해서...
[덕이의 한숨]
[덕이가 코를 훌쩍인다]
(덕이) 저, 저, 저 자식...
방범 창 튼튼하게 달렸나 잡아 보다가 떨어졌어요
내일 사람 불러다가 달 거예요
가서 물어보세요 쟤 이름 오해영이에요
우리 다녀갔다는 말은 말고
[잔잔한 음악]
(도경) 저기, 저...
주세요
제가 내일 달아 놓을게요
[초조한 숨소리] [대문이 끽 열린다]
[경수의 멋쩍은 숨소리] (덕이) 아유, 주변머리...
(경수) 아, 저기, 방범 창은? 응?
방범 창은? 응?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메시지 알림음]
[애틋한 음악]
(해영) 오, 이 집 풍경 예술이다
[해영의 권하는 신음]
(해영) 응, 오늘 오후 다섯 시
야, 너 안 가면 진짜 후회한다?
여기 예약 대기 엄청난 데야
진짜 안 돼?
치...
뭐, 오늘 같은 날도 일하냐, 넌?
알았어, 끊어
[통화 종료음]
[깊은 한숨]
(변호사) 박도경이라는 사람 있잖아요
- 장 회장 투자 철회시킨... - (태진) 알아요
(변호사) 박도경의 친구 하나가 변호사인데
그 친구하고 우리 변호사랑 대학 동창이에요
근데 그 친구가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상한 말을 했다고 그러더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진상의 힘겨운 신음] (변호사) 그 친구가
우리 로펌에서 한태진 씨 맡은 걸 알고는
한태진 씨 사건을 상당히 안타까워하면서
도경이가, 응?
오해영이랑 한태진이 결혼하는 건 알았지
근데 둘이 결혼할 줄은 몰랐지
이거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라니까?
(변호사) 근데 그게 오해였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진상 동창) [답답해하며] 아, 오해 아니라고
사실이라고 둘이 결혼하기로 했었다고!
(진상) 그러니까 그게 오해라고
그 여자인 줄 몰랐다고, 이 자식아
아, 진짜 미치겠네
(진상) 자, 오해영이 오해영인지 몰랐다는 거지, 어?
(변호사) 그 친구가 원래도 정신없게 생겼는데 [진상이 말한다]
한태진 씨하고 오해영이랑 결혼하기로 한 건 맞잖아
근데 그게 오해였대
그래서 벌어진 일이래
뭔 말이야, 이게?
그, 박도경에 대해서 좀 알아봐 줘요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 왜 이렇게 늦게 다녀요?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웨이터) 예약하셨습니까?
아, 네
[애잔한 음악] (해영) 오, 이 집 풍경 예술이다
[권하는 신음]
[태진의 감탄하는 신음] 이런 데서
노을 보면서 저녁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태진) 음, 가면 되지
오늘 갈까?
(해영) 어유, 한 달 전에 예약해도 자리 있을까 말까래
(태진) 그럼 지금 예약하면 되지
- (태진) 전화번호 봐 봐 - (해영) 전화번호?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응?
우리 결혼하고 한 달 정도 지나서네?
그땐 우리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좋을까?
- (태진) 더 좋지, 같이 사는데 - (해영) 진짜?
(해영) [작은 소리로] 하지 마, 엄마 있어
(태진) 괜찮아, 조용히 하면 돼
- (해영) 아니, 안 돼 - 조용히 하면 돼, 괜찮아
[해영이 중얼거린다] (태진) 아, 괜찮아
- (해영) 안 괜찮아 -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해영) 미쳤나 봐, 아니야, 아니야 - 아, 괜찮아
[해영의 비명]
[영상에서 발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시 잘 보라고!
(훈) 열두 번을 봐도 몰라
그러니까 그냥 말해, 빨리빨리 배우게
(도경) 배울 자세가 안 돼 있잖아
생각을 해 봐라, 인마!
문이 열리는 소리는 났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는 어디 갔어?
(훈) 닫히는 그림이 없잖아!
(도경) 확, 씨 전화기 보일 때만 벨 소리 깔아?
템포 계산해서
[버튼을 탁 누르며] 이쯤에서 넣었어야지
[못마땅한 숨소리]
(훈) 그냥 처음부터 살살 가르쳐 주면 안 돼?
왜 화를 내?
(도경) 3개월만 배워도 하는 일이야
네가 집중을 안 하니까 그딴 실수 하는 거 아니야
[훈의 서러운 한숨] [도경의 깊은 한숨]
[창문이 달칵 열리는 소리가 흐른다]
(훈) 왜, 또 뭔데?
- (도경) 햇빛이 들었어 - (훈) 근데?
아무 소리 없이 그냥 지나갔잖아
(훈) 여기에 무슨 소리를 넣어!
햇빛 드는 소리 넣어
[흥미로운 음악]
어록 나왔습니다, '햇빛 드는 소리'
[훈의 힘겨운 숨소리]
이 미친놈
저거 설정이야
[소란스럽다]
(친구1) 오, 야, 잠깐만, 가만있어 보자
[친구1의 의아한 신음] [친구들이 감탄한다]
[매혹적인 음악] (친구2) 오해영!
야, 이쁘다 [매혹적인 효과음]
[친구들이 연신 감탄한다]
[반짝이는 효과음]
(친구1) 야, 이제 미인이야
(누리) 와, 맞구나, 우리 해영이, 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야, 길거리에서 마주쳤으면 모르고 작업 걸 뻔했다, 야
[함께 웃는다] (친구3) 나도, 나도, 나도
(누리) 우리 해영이 오늘 돈 좀 썼는데? 뭔 일이야?
- 결혼 예복이야 - (누리) 아...
이건 예물
(해영) 이것도, 이것도 다 예물
야, 엄마한테 욕 안 먹고 명품 세트로 장만하고 싶으면
결혼 날을 잡아
다 사, 막 사 그리고 파투 내, 나처럼!
[친구들이 환호한다] - (친구4) 와, 멋있다! - (친구2) 멋있다!
(친구5) 야, 너 그거 환불 안 했어?
어머, 내 평생 언제 이런 걸 해 본다고 환불을 하냐, 아깝게?
(친구4) 이러고 어딜 갔다 왔어?
어디 갔다 왔겠니
선보고 왔지
[친구들이 감탄한다]
(친구2) 선을 봤대
- (친구6) 야, 어땠어? - (해영) 뭐, 그냥 '소소'
[친구들의 탄성] (누리) 괜찮았나 본데?
그냥 그랬다니까?
어떻게 갈수록 남들이 쳐 가고 남은 가지만 나와
(누리) 야, 맞선 보고
'대박, 진짜 괜찮아' 그러면
그거 자기 짝 아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왜 대박이겠어? 내 떡이 아니니까 대박인 거야
그냥 선망의 대상인 거야
왜 선망해?
못 가지니까 [친구들의 탄식]
딱 봤는데 자기 짝이다 싶잖아?
그러면 보자마자 그래
'음, 뭐, 소소'
'쯧, 얘랑 하겠군'
[친구들의 탄식] [친구들이 호응한다]
해영아
우리 짝이다
나는 너 볼 때 그랬다
'음, 뭐, 소소'
[친구들이 피식 웃는다] - (친구5) 아, 야, 그만해 - (친구4) 그만해
너 그러다 맞는다
[누리의 헛웃음]
야, 나 반장 선거 때도 너 찍었다
어, 야, 그 얘기 제발, 좀!
[민망한 신음]
(학생1) 선생님, 오해영을 추천합니다
[학생들의 환호성] (학생들)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
[학생들이 '오해영'을 외친다]
- (누리) 선생님! - (교사) 어
오해영을 추천합니다
(교사) 오해영 추천했잖아
(누리) 그냥 오해영도 오해영입니다
[밝은 음악] [학생들이 폭소한다]
[학생2의 장난스러운 탄성]
[학생3이 키득거린다] [학생들이 폭소한다]
(교사) 아유...
이러는 거 예의 아니다
(학생4) '오해영1'
[학생들의 박수]
(학생4) '오해영1'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성]
'오해영1' [댕 하는 효과음]
'오해영1' [익살스러운 효과음]
'오해영1'
'오해영1'
'오해영1'
자, 마지막 한 표는...
(학생들)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
'오해영2'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쾌한 음악] [학생5가 키득거린다]
(학생5) 뭐야? [학생들이 폭소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누리) 그 한 표 나다
야, 다른 애들 다 이쁜 오해영 찍을 때 나는 너 찍었다
[해영의 민망한 신음]
- (친구3) 그만하자, 마시자 - (친구1) 그래그래, 마시자, 마시자
[친구들이 저마다 말한다] (누리) 건배!
(친구3) 건배! [친구들의 탄성]
고맙다
네 한 표 없었으면 나 어쩔 뻔했니?
너밖에 없다
그렇지? 나밖에 없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클럽?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사람들의 환호성]
(누리) 아, 아, 해영아, 해영아, 일로 와
아,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친구들이 '오해영'을 외친다]
해영아, 가자!
[친구들의 환호성]
[해영의 신난 탄성]
[친구들이 '오해영'을 외친다]
[덕이가 흐느낀다]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깊은 한숨]
(덕이) 여보
가서 데리고 오자
가서 우리 해영이 데리고 오자
나 해영이 없이는 못 살 거 같아
가서 데리고 오자, 여보
[애잔한 음악]
[경수의 한숨] [덕이가 계속 흐느낀다]
[풀벌레 울음] [해영의 추워하는 숨소리]
[옅은 신음]
[해영의 추워하는 신음]
(해영) 아유, 진짜...
[한숨]
[힘겨운 신음]
[휴대 전화 조작음]
[해영이 중얼거린다]
[통화 연결음]
[해영의 추워하는 신음]
(해영) 아저씨...
아, 진짜...
[짜증 섞인 탄성]
[해영이 문을 쾅 찬다] [해영의 못마땅한 숨소리]
[추워하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기계 조작음]
[도경이 버튼을 탁 누른다] [발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련한 음악] (해영) 왜 이렇게 늦게 다녀요?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도경이 버튼을 탁탁 누른다]
[떨리는 숨소리]
[힘겨운 신음]
[해영의 한숨]
[해영의 힘겨운 신음]
(해영) 어, 추워
[해영의 추워하는 신음]
[도경이 버튼을 탁탁 누른다]
[빗소리가 흘러나온다] [발소리가 흘러나온다]
[영상 속 발소리가 빨라진다]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 왜 이렇게 늦게, 기다리다 죽는...
[타이어 마찰음]
(도경) 이봐요!
어디 가요?
왜 이렇게 늦게 다녀요?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아련한 음악]
[해영의 멋쩍은 신음]
(해영) 좀...
남녀가 바꿔 된 거 같지 않아요?
[도경의 옅은 신음]
[코웃음 치며] 고맙습니다
[해영이 코를 훌쩍인다]
[해영의 힘겨운 숨소리]
(해영) 왜 이래? [가스레인지가 타다닥거린다]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아, 추워 죽겠는데, 씨...
쓰읍...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의 옅은 웃음]
(해영) 학교 때
반장 선거 하는데
어떤 멍청한 놈이 날 추천했어요
난 그런 데 이름 올릴 만한 급이 아니었는데
갖고 논 거지
그때
나 한 표 나왔는데
그 한 표 나예요
나 나 찍었어요
한 표도 안 나올까 봐 걱정돼서
(해영) 아유, 생각할수록 열받네, 그놈
어떻게 날 추천해 놓고 딴 애를 찍냐?
[피식 웃는다]
분명히 이쁜 오해영을 찍었을 거야
학교 때
오해영이 둘이었어요
[잔잔한 음악]
다른 오해영은 되게 잘나갔어요
(해영)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걔 옆에만 가면
난 그냥 들러리
근데 만약에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걔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난 걔가 되기로 선택할까?
안 하겠더라고요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어요
(해영)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여전히
[해영이 훌쩍인다]
[웃으며] 아, 눈물 나려 그래
[해영이 계속 훌쩍인다]
걘 어떻게 살려나? [해영의 옅은 웃음]
결혼은 했을까?
내가 나갈게요
(해영) 어려서부터 살던 집 힘들게 다시 들어왔다는 말 들었어요
내가 나갈게요
[기가 찬 웃음]
근데 진짜 슬프다
왜 자꾸 이리저리 치이는 거 같지?
그냥 여기 살아요
내가 나가요
그쪽이 나가면 버려진 기분일 거 같아요
내가 나갈래요
저 원래 말 그렇게 세게 하는 스타일 아니에요
제가 미쳐서 그래요
날이 너무 좋아서 더 미칠 거 같아요
어떻게든 힘내서 으쌰으쌰 살려고 하는데
이젠 지쳐요
누가 나한테 말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결혼 전날 차인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애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끝까지 말 안 해 주네
(해영) [훌쩍이며] 참 매정하다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
세상이 나한테
사망 선고 내린 기분
(도경)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
난
결혼식 당일 날 차였어
미친...
(도경) 한 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가 [기계 조작음]
일어나면 돼
[기계 조작음] [빗소리가 쏴 흘러나온다]
좋다
미안해요
[해영이 훌쩍인다]
(해영) [흐느끼며] 고마워요
[해영이 계속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해영)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 거라는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백배 천배 위로가 된다
(해영) 한 대 맞고 잠시 쓰러져 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일어나자, 해영아
생각해 보면
'다 줄 거야' 하고 원 없이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제는 그런 짓 하지 말자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차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라는 말에 겁먹어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조용히 돌아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
꽉 물고, 두드려 맞아도 놓지 말자
아낌없이 다 줘 버리자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 해 봐야 되지 않겠니?
(해영) 어, 이제 출근하시나 봐요?
전 월차 냈어요
집 알아보러 다니려고요
주인한테는 내가 계속 사는 척할게요
보증금만 주세요
나중에 주인한테 받으면 돌려줄게요
(해영) 어?
방범 창 도로 달렸네?
[해영의 헛웃음]
[밝은 음악]
(감독) 어, 아이, 박 감독
- (제작자) 어, 박 감독, 오랜만이야 - (도경) 일찍 오셨네요
- (감독) 고생했어 - (제작자) 영화 잘 빠졌어?
직접 보시죠
- (희란) 감독님 오셨어요? - (훈) 예, 방금 오셨어요
(훈) 아, 저...
어, 언제 제 시나리오도 좀 봐 주실래요?
언제든요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무거운 음악]
(영화 속 배우1) 내가 이겼어
[기계 조작음]
[영화 속 배우1의 기합] [우당탕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화 속 배우1의 힘주는 신음]
(영화 속 배우1) 약속했던 거랑 다르잖아
(영화 속 배우2) 그랬지, 근데 이번 판이라고 말했던 기억은 없는데?
[영화 속 배우2의 아파하는 신음]
(영화 속 배우3) 혀, 형님 [영화 속 배우3의 겁먹은 신음]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화 속 배우들이 요란하게 싸운다]
[영화 속 배우들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웃음] [경쾌한 음악]
(감독) 잘 만드셨네
(제작자) 봐도 봐도 재밌다
아이, 수백 번은 더 봤는데도 재밌어
- (감독) 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작자) 수고했어, 어
- (제작자) 정말 수고했어 - (도경) 네
[저마다 인사한다]
(희란) 대표님,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 다음에 또 봬요 - (기태) 네, 네, 들어가세요 [상석이 대답한다]
- (상석) 들어가세요 - (이준) 고생하셨습니다
(상석) 이게 얼마 만이냐?
남들 퇴근할 때 퇴근하는 거요, 그렇죠?
- (이준) 너무 밝아서 낯설어요 - (상석) 맞아 [상석의 웃음]
- (도경) 자, 가서 한잔들 해 - (상석) 어?
(기태) 감사합니다
- 백만 원 이하로 긁히면 죽는다 - (상석) 네!
(함께) 감사합니다!
- (기태) 감사합니다 - (상석) 감사합니다
(기태) 사랑합니다 [상석의 웃음]
아니, 이게 뭐라고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잘...
(훈) 비켜! [기태와 상석의 놀란 신음]
- (기태) 야, 너 어디 가? 한잔해야지! - (훈) 내일 봐!
(기태) 내일? 내일까지 마실 거야
(안나) 오빠!
[설레는 음악] 오빠!
[안나의 탄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나의 탄성] (훈) 야, 어, 야, 야, 야, 야
야, 야! [안나의 탄성]
아, 알았어, 알았어, 야 [훈의 웃음]
[반짝이는 효과음]
[안나와 훈의 웃음]
(훈) 아, 아, 아, 야, 다리 쥐 나
[훈의 힘겨운 신음] [안나의 웃음]
보고 싶었어
(훈) 나도
[훈의 애틋한 신음] [안나가 뽀뽀를 쪽쪽 한다]
(훈) [웃으며] 아, 간지러워
[훈의 뽀뽀하는 신음]
[훈이 스위치를 달칵 켠다]
[훈이 박을 탁탁 바닥에 친다]
[방울이 쩔렁거린다]
[훈이 입바람을 푸푸 분다]
[훈이 투루루 소리를 낸다]
(훈) 자
이제 그림하고 소리를 합치면 [기계 조작음]
[탁탁 소리가 흘러나온다] [투루루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나) [놀라며] 촬영할 때 다 들어가는 소리 아니었어?
아이, 촬영장에서는 이런 소리 일일이 다 못 따
(훈) 거의 다 만드는 거지
(안나) 몰랐어
진짜 신기하다
(훈) 아, 그, 햇빛 들어오는 소리도 넣을 수 있어
[버튼을 탁 누르며] 자, 봐 봐, 이게 원래 화면이거든
- (안나) 응, 응 - (훈) 아무 소리 없지?
[익살스러운 음악]
애들 뛰어노는 소리 넣어 봐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나) 오, 다르다, 더 따뜻해!
[안나의 감탄하는 숨소리] (훈) 어, 그렇지?
이, 이거 이렇게도 할 수 있어
자동차 경적 소리 넣어 봐
(도경) 소리 멀리 보내고
[자동차 경적이 흘러나온다] [안나의 감탄하는 신음]
오, 대박, 대박, 대박, 대박!
(안나) 오빠, 완전 신기해!
오빠...
- (안나) 너무 멋져 - (훈) 아, 잠깐...
(훈) 안 돼, 잠깐만, 아니야, 잠깐... 안 돼, 안 돼!
(수경) 가시죠 [버스 문이 칙 열린다]
가시죠!
[지킴이의 다급한 신음]
(지킴이) 저희는 마을 지킴이입니다
집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버스 문이 칙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 네
저는 저 혼자
안전하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메르시 보쿠'
[진상이 흥얼거린다]
[안나와 훈의 말소리가 들린다]
(진상) 어, 이 녀석들 이제 오냐?
(훈) 어, 형
- (진상) 아유, 꽁냥꽁냥 참... - (안나) 어?
[훈의 웃음] - (안나) 안녕하세요 - (진상) 어, 그래
- 어, 영화 넘겼다며? - (훈) 아
(진상) 한잔해야지! [안나와 훈의 탄성]
족발, 족발 [진상의 웃음]
- (안나) 대박 - (진상) 어, 야, 야, 야
(진상) 외계인 온다, 얼른 들어가자, 어?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이 프랑스어로 중얼거린다]
- (진상) 어, 취했어, 취했어, 얼른 - (훈) 가자
[프랑스어로 말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의 질색하는 신음] (안나) 누나 술 많이 마시나 봐?
(훈) 어, 일주일에 3일은 술 마시고 4일은 죽을힘을 다해 다 마시고
(진상) 야, 맥주 30,000cc 마시는 여자야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도착했어, 내려와
[수경이 프랑스어로 계속 말한다]
알았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해영) 누구세요?
- (배달원) 짜장면요 - (해영) 어, 네
[배달원의 옅은 신음]
- (배달원) 만 팔천 원요 - (해영) 아, 네, 여기요
- 혼자 사시나 봐요? - (해영) 네?
아, 예
(배달원) 아, 그러면 탕짜면을 시켰어야죠
여자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은데요?
그런 건 이상하게 맛이 없는 거 같아서...
그렇죠? 쓰읍...
(배달원) 아, 나, 저, 잔돈을 두고 왔네 금방 갖고 올게요
네
[풀벌레 울음]
[덜거덕 소리가 들린다]
[물을 푸 뱉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무거운 음악]
[배달원의 헛기침] [통화 연결음]
(배달원) 아, 예, 사장님 저 그냥 바로 퇴근할게요, 예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경의 초조한 한숨]
- (해영) 누구세요? - (배달원) 잔돈요!
(해영) 벌써 갔다 오셨어요?
(배달원) 예, 예
[배달원이 중얼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영과 배달원의 놀란 신음]
(배달원) 어, 까, 깜짝이야
(도경) 아, 턱이 있네, 저기, 위험하게, 저...
짜장면 왔어? 말을 해야 알지
[발랄한 음악] [도경의 한숨]
(배달원) 혼자 사는 거 아니었어요?
(도경) 네? 왜요?
(배달원) 아니요, 저, 자, 자, 자, 잔돈을 안 드려 가지고...
마, 마, 많이, 많이, 많이 드세요
(해영) 안녕히 가세요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현관문이 쾅 닫힌다]
[해영이 문을 달칵 잠근다] [도경이 짜장면을 후루룩 먹는다]
연기 대상 줘야겠어요
[코를 훌쩍인다]
[도경의 옅은 신음]
(해영) 마저 드시고 가시죠? 저 남이 손댄 짜장면 안 먹는데
[웃음]
[해영이 부스럭거린다]
(도경) 혼자 산다고 광고해요?
저놈 잔돈 있었어
그냥 여기 살아요
나도 여기 살 거예요 [설레는 음악]
뭐야...
겁 없이 함부로 감동 주고 지랄이네
어쩌려고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계속 말한다]
(훈) 이거 불어 아니야, 번역기도 안 돌아가
저거 외계어야, 인마
[수경을 장난스럽게 흉내 낸다]
(순택) 억지로 밀어내지 말고 [경쾌한 음악]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가 봐요
왜 자꾸 그런 영상이 보이는지
왜 하필 그 여자가 집중적으로 보이는 건지
따라가 보다 보면 이유가 나올 거예요
(순택) 그때까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 봐요
[웃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진상이 수경을 장난스럽게 흉내 낸다]
(진상) 얼레리꼴레리
봉골레스파게티!
[수경이 프랑스어로 계속 말한다] [진상이 연신 장난친다]
(진상) 챙겨라, 챙겨라, 정신 챙겨라
[수경이 프랑스어로 소리 지른다]
[수경이 프랑스어로 말한다]
[안나와 진상의 놀란 신음]
[수경의 힘겨운 신음]
[수경이 프랑스어로 소리 지른다] [진상의 힘겨운 신음]
[수경의 웃음]
뭐래?
[진상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똥 마렵대 [문이 탁 닫힌다]
[훈의 어이없는 한숨] [도경의 옅은 웃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해영이 말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그 애가 나타났어요
이쁜 오해영
(오해영) '해' 자는 '아', '이'
오해영
오빠 심장 소리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람들의 응원 소리가 들린다]
(희란) 아, 날씨 좋다 [해영의 옅은 웃음]
[경찰이 호루라기를 분다] (해영) 응?
오, 야, 야, 야, 야 저기 오해영 있다, 오해영
(희란) 아, 진짜? [해영과 희란의 웃음]
이 수많은 사람 중에 해영이가 없을 리가 없지 [희란의 웃음]
(해영) 어디를 가나 한 명은 꼭 있지
이야, 해영이 중에도, 어? 달리는 애가 있구나
(희란) [웃으며] 그러니까
잘한다, 어
오해영, 파이팅!
[애잔한 음악]
[설레는 음악]
(해영) 그 애가 나타났어요, 이쁜 오해영
- (진상) 이진상이라고 합니다 - (해영) 오해영입니다
(덕이) 저건 또 뭐야?
(해영)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있는 거야
- (도경) 뭐 하는 건데? - (해영) 기 좀 빼 가려고요
제가 요즘 기운이 달려서요
(오해영) 맞지, 오해영?
야, 나야, 나, 나, 오해영
(순택) 그 여자가 보일 때 이렇게 죄책감 같은 뭐, 그런 게 드나요?
(도경) 그 여자가 내게 달려와요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요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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