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4
[사람들의 응원 소리가 들린다] (해영) 아유...
[경찰이 호루라기를 분다]
- (해영) 건강하네들, 응 - (희란) 날씨 좋다 [희란의 옅은 웃음]
(해영) 응?
오, 야, 야, 야, 야 저기 오해영 있다, 오해영
(희란) 아, 진짜? [해영과 희란의 웃음]
(해영) 이 수많은 사람 중에 해영이가 없을 리가 없지
[희란의 웃음] 어디를 가나 한 명은 꼭 있지
이야, 해영이 중에도, 어? 달리는 애가 있구나
- (희란) 그러니까 - (해영) 잘한다, 어
오해영, 파이팅!
[애잔한 음악]
[빗소리가 흘러나온다] [발소리가 흘러나온다]
[기계 조작음]
그 애가 나타났어요
이쁜 오해영
[전철이 덜컹덜컹 지나간다]
[심장 박동 효과음] (오해영) 오빠 심장 소리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전철 진입 경보음]
(친구1)
(친구2)
(친구3)
(친구2)
(친구4)
(친구5)
(친구1)
[애잔한 음악] [새들이 짹짹 지저귄다]
(해영)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것들을 떠올려 보아요
행복한 것, 행복한 것
(도경) 혼자 산다고 광고해요?
저놈 잔돈 있었어
(도경) 그냥 여기서 살아요
나도 여기 살 거예요
[옅은 웃음]
(순택) 그 여자는 아직 모르고 있는 거죠?
박도경 씨가 자기 결혼을 깬 장본인이라는 걸
(도경) 네
(순택) 다른 오해영 때문에 자기 결혼이 깨졌다는 것도 모르고?
(도경) 네
(순택) 그런 영상이 보일 때 기분이 어때요?
그 여자가 보일 때 이렇게 죄책감 같은 뭐, 그런 게 드나요?
(도경) 그냥
쓸쓸해요
(도경) 꼭 늙어서 죽기 직전에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아쉬운 순간을 회상하는 것처럼
쓸쓸해요
내 인생은 아주 슬프게 끝날 거 같은 느낌
[출입문이 달칵 여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도마질 소리가 들린다]
[도경의 옅은 한숨]
[도경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도경의 한숨]
(도경) 이거 하나 더 주세요
때릴 뻔했어요
- (손님) 수고하세요 - (주인1) 네
[출입문이 달칵 여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해영)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여기 평창동이 풍수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기운이 센 동네래요
그래서 웬만큼 기 센 사람 아니면 못 버티고 나가떨어진대요
이 동네로 이사 왔다가 한 방에 훅 가서
[속삭이며]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도 꽤 된대요
어렸을 때부터 여기서 살았댔죠?
완전 기운 짱짱하신가 보다
[익살스러운 음악]
- 뭐 하는 건데? - (해영) 기 좀 빼 가려고요
제가 요즘 기운이 달려서요
[해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한동안 죽을 거 같다가 요즘 살짝 기운이 좀 살아나나 싶었는데
(해영) 오늘 또 완전 다운
제가 말한 적 있죠?
학교 때 오해영이 둘이었다고
그 애가 나타났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해영) 이쁜 오해영
[어이없는 웃음]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뭘 먹길래 그래? 왜?
(해영) 늙지도 않아, 나만 늙었어
걔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잠수 탔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걔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심이 됐어요
'아, 더 이상 비교당하면서 살 일은 없겠구나'
[해영의 한숨]
그래서 동창회도 나가고 그런 건데...
어제 봤어요
마라톤 하고 있더라고요
[헛웃음 치며] 걔인 줄도 모르고 거기에 '파이팅' 외쳐 주고
아유, 진짜!
[한숨]
[출입문이 쾅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놀란 숨소리]
[출입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출입문이 쾅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해영의 놀란 숨소리]
밤바람이 따듯해요
밤바람이 따듯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밤바람이 따듯해지는 계절
[잔잔한 음악]
(해영) 든든해요
어딘가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거
나는
내가 못나서 그런 일 당한 줄 알았는데
잘난 사람들도 나처럼 결혼 전에 차이는구나
미안해요
그쪽 상처가 내 위로라고 해서
(해영) 근데 그 문 공사는 어떻게 할까요?
그냥 각자 가구 같은 거로 막아 놓고 살죠
갑자기 너무 후하게 나오시네
완전 난리를 치시더니?
그 방 우리 아버지가 작업실로 쓰시던 방이에요
- (해영) 무슨 일 하셨는데요? - (도경) 같은 음향 일요
(도경) 다시 이사 오면서 저도 작업실로 쓰려고 했는데...
나중에 나가게 되면 나한테 먼저 말해 줘요
작업실로 쓰게 되면 문은 필요하니까 그대로 두고요
네, 알겠습니다
(해영) 들어가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당황한 숨소리]
[쓱쓱 닦는 소리가 들린다]
[도어 록 작동음]
- (경수) 어디 가는 겨? - (덕이) 산에
(경수) 산...
아이고...
[애잔한 음악] [덕이의 속상한 한숨]
염병할 년
(덕이) 그거 있잖아, 그거
열쇠 말고 그, 띡띡띡 번호 누르는 거
어, 어, 도어 록
그거 하나만 사 와
(수경) 이씨, 박훈! [문이 쾅 닫힌다]
[훈의 귀찮은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훈이 물을 푸 내뿜는다]
앉아서 싸랬지? 변기에 흘리지 말고 [훈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 (훈) 나 아니야! - (수경) 너 아니면 누구야?
(도경) 얘
(수경) 넌 또 언제 들어왔어?
(진상) 어, 어젯밤에
당분간 신세 좀 질게
(수경) 이번에는 또 어떤 쓰레기를 변호하시다 테러당하셨나?
(훈) 데이트 강간 살인범
징역 15년 선고됐던 원심 깨고 무죄 판결 받아 냈대
[진상의 한숨] 내가 피해자 가족이라도 형 죽여
똑같이 죽일 거야, 형이랑 데이트하다 강간하고 죽여 버릴 거야
(수경) 너 언제까지 그런 쓰레기 변호할래?
변호할 사람이 그렇게 없어?
[한숨 쉬며] 범죄자도 인권이라는 게 있어
(진상) 전 국민이 사형시키라고 길길이 날뛰는 범죄자라도
나 하나만큼은 의뢰인 옆에서 성실하게 변호해 줘야 돼
그게 법이야
그게 정의고
엿 같은 정의
[진상의 속상한 한숨] [수경의 한숨]
(수경) 이 집에선 앉아서 싼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게 정의야
변기에 떨어트리는 날에는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장 쫓겨날 줄 알아!
[문이 달칵 여닫힌다]
(훈) 비싼 거 산댔다, 나 호프집 안 간다
알았어, 인마
또 임자 있는 여자 건드렸냐?
야, 뭐, 내가 한두 번 당하냐?
당연히 물어봤지, 애인 있냐고
남편 있냐고 안 물어봤던 게 실수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경의 기가 찬 웃음] (진상) 아, 나도 피해자야
애인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는데
그 여자가 말장난으로 나 속인 거지 내가 나쁜 놈이야?
아, 근데 솔직히 내가 뭐, 쇠 파이프, 야구 배트
이런 거로는 몇 번 당해 봤거든?
와, 근데...
(남자1) 나와, 이 새끼야!
안 나와?
나오라고, 이 새끼야!
[질색하는 숨소리]
도끼는... [질색하는 한숨]
도끼는 진짜 처음 본다
(진상) 쉽게 안 끝날 거 같아 [훈의 한숨]
(도경) 대한민국이 총기 자유화가 아닌 걸 감사해라
쩝, 감사해
(진상)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
[노크 소리가 쾅쾅 난다]
누구세요?
(덕이) 문 열어
(해영) 어?
(해영) 어떻게 알았어, 나 여기 사는 줄?
(덕이) 왜 몰라? [현관문이 탁 닫힌다]
이건 뭐야?
(해영) 아, 여자 혼자 사는 티 안 내려고 주워다 놨어, 왜?
(덕이) 집 안 꼬락서니 봐, 이거
아유, 아유
치우고 살아, 이년아, 좀!
(해영) 내 집이니까 상관 마
(덕이) 호적에서 파 가야 상관을 안 하지
빨리 파 가, 상관 안 하게
(해영) 어떻게, 딸년 내쫓고 두 분이서 뜨거운 밤 좀 보내셨나?
(덕이) 저, 저, 저, 저놈의 계집애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친년
[유쾌한 음악]
- (진상) 야, 야, 야 - (도경) 아, 왜?
(진상) 내가 이 집에 들어온 또 다른 이유가 있지
넌 여자를 모르잖아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해 줄게
(도경) 야, 뭔 소리야, 지금? [흥미로운 음악]
(진상) 아, 진짜 '미저리'일 수가 있다니까?
- (도경) 아, 야, 야, 나와, 안 돼 - (진상) 아이, 괜찮아
- (진상) 괜찮아, 티 안 나게 해 줄게 - (도경) 야!
- (진상) 놔 - (도경) 나와, 나와, 안 돼, 안 돼
[진상과 도경이 실랑이한다]
(덕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나씩 꺼내 놔
한 시간만 지나면 말랑말랑해져
(덕이) 생으로 굶지 말고
아침에 나갈 때 하나씩 입에 물고 나가 [진상의 아파하는 신음]
[진상의 새어 나오는 신음] [덕이의 못마땅한 신음]
(덕이) 이사 온 지 며칠 됐다고 술병이 이렇게 쌓였어?
폐인 되려고 작정했어? 너 인생 막장이야?
(해영) 아, 이제 안 마실 거야, 끊을 거야
네가 술을 끊어?
개가 똥을 끊어라, 이년아
[경쾌한 음악]
그만하라고, 좀!
(덕이) 저건 또 뭐야?
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있는 거야
(덕이) [벽을 똑똑 두드리며] 뭐야, 나무야?
아유...
뭔 집을 이렇게 허술하게 지어? 아휴
[안도하는 숨소리]
[공구 작동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 [짜증 내며] 아, 그런 건 뭐 하게?
언제 이사 갈지도 모르는 남의 집에 그딴 건 왜 달아?
(덕이) 어디로 이사를 또 가? 왜?
(덕이) 집하고 비밀번호 똑같이 해요 헷갈리지 않게
너 내가 아무 때고 들이닥쳤을 때 내 눈에 술병만 띄어 봐
(경수) 아, 얘가 비밀번호 바꾸면?
(덕이) 못 바꿔, 이 게으른 년이 사용 설명서 일일이 읽어 보고 바꿔?
도둑맞아도 안 바꿔, 이년
[발을 쿵 구르며] 좀 조용조용 말하면 안 돼?
[공구 작동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아빠!
(진상) 그, 저 여자 작정하고 여기 들어온 거 아닌 거 같아, 어?
분위기가 그래, 어
일단은 좀 친해 둬 나중을 위해서, 어?
도경아, 파이팅
(진상) 파이팅?
에이, 씨, 아유, 허리야, 아, 씨... [자동차 엔진 시동음]
[밝은 음악]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관중들의 환호성]
(감독) '하이' [상석의 호응하는 신음]
[감독의 웃음]
시나리오 봤어? 어때?
(도경) 네, 좋아요
- (감독) 김 실장, 어때? - (상석) 좋아요
- 뭐가? - (상석) 인간과 말의 우정요
원래 말 못 하는 짐승이 제일 짠하잖아요 [상석의 옅은 웃음]
[감독의 탄성] [감독의 웃음]
- (감독) 제대로 봤다, 고맙다 - (상석) 네
이번 영화 음향이 진짜 중요하거든?
- (감독) 잘 부탁할게, 응 - (상석) 네 [감독의 옅은 웃음]
(감독) 아, 아
다음 달에 제주도 가는데, 올 거지?
그래야죠
(감독) 하나만 부탁하자
우리 즐겁게 일하자
즐겁게가 되나요? [감독의 웃음]
즐겁게 하자, 부탁할게
- (감독) 간다 - (상석) 아, 네, 안녕히 가세요, 네
[경쾌한 음악]
[말들이 투레질한다]
[말 울음]
[말이 투레질한다]
[말 울음]
[도경이 시원한 숨을 하 내뱉는다]
나랑 일하는 게 힘드냐?
배우는 건 진짜 많아요
[옅은 한숨]
[한숨]
(문학) 뭐래요, 뭐래요?
왜요? 이사도라가 뭐라는데요?
(성진) 우리 브랜드
리뉴얼 들어간대
뭐, 그까짓 거 뭐...
뭐, 리뉴얼하면 되지
(성진) 우리가 안 해
새로 결성된 TF 팀에서 맡을 거래
[직원들의 탄식]
우리 손에 맡겨 봤자라는 거지
자기 새끼 아까워서 과감하게 제대로 수술시키겠냐는 거지
그렇게들 알고 내일부터 TF 팀에서 자료 달라고 하면
얼굴 붉히지 말고 협조 잘해 줘
[혀를 쯧 찬다] [직원들의 못마땅한 신음]
(성진) 오 대리
이사도라이님 방에 가 봐
나 왜 또?
(수경) 이번에 입사 동기 다섯 명 중에
오 대리만 승진 누락이야
[애잔한 음악] [수경이 박수를 짝짝 친다]
동기들 승진하면서 리뉴얼하는 TF 팀에 다 들어갔고
동기들 손에 수술당하는 기분
어떨 거 같아?
(수경) 그동안은 그냥저냥 일하다가
결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널널하게 일했다 쳐
이제 그렇게 여유롭게 회사 다닐 처지 아니지 않나?
결혼 전날 엎은 거 소문 돌아서 [해영의 어이없는 웃음]
당분간 결혼하기는 힘들 거고
어디서 스카우트될 리도 없고
집에 돈 좀 있나?
[코웃음 치며]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많은데요? 돈 대따 많아요, 저희 집에
(수경) 빈해 보여
[손가락을 딱딱 튕기며] 나가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영) 나만 승진 누락된 거 알고 있었죠?
알고도 말 안 해 준 게 더 나빠요
(성진) 아, 몰랐다고
쳇, 집에 돈이 있거나 말거나 그게 자기랑 무슨 상관인데?
(해영) 금수저면 봐주고 흙수저면 더 조지게?
인간들이 못됐어
왜 꼭 집에 돈 있고 없고를 따져?
그리고 내가 어딜 봐서 집에 돈이 없어 보여?
(성진) 없어 보여
[익살스러운 음악] 아, 없잖아
팀장님도 없어 보여요
(성진) 알아
놀라지 마요 나 이제 일 진짜 잘할 거예요
내가 그동안은 뭐, 팀워크를 생각해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두고 봐, 안 봐줘, 이제
브랜드 팀장 나거든?
(성진) 열받으면 내가 더 받지 왜 오 대리가 열받아?
우리 브랜드 수술하는 TF 팀장 외부에서 영입해 왔는데
- 나보다 어리대 - (해영) 뭐, 다행이네, 기죽지 마요
- 심지어 여자래 - (해영) 그거 내 밥이다
걱정 마요, 내가 제대로 잡는다
시건방 떨기만 해 봐, 그냥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해 줄 테니까, 쯧
어?
'울랄라'
(해영) 여기요 [포스 조작음]
(수경) 이 동네로 이사 왔니?
(안나) 아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수경) 그 술 양보해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힘겨운 신음]
- 얼마예요? - (안나) 32,000원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수경의 옅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수증 인쇄음]
[수경이 입바람을 후 분다]
[까마귀 울음 효과음]
(수경) 내 거야
[침을 꼴깍 삼킨다]
[풀벌레 울음]
[흥미진진한 음악] [놀란 숨소리]
(수경) 들어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같이 마시자고
[대문이 철컥 열린다] [난감한 숨소리]
[질색하는 신음]
[수납장 문이 탁 닫힌다]
(수경) 앉아 [수경의 옅은 신음]
(해영) 혼자 사세요?
(수경) 남자들이랑 살아 [해영의 옅은 신음]
[수경이 숨을 하 내뱉는다] [수경의 트림]
[수경이 숨을 카 내뱉는다]
마을 지킴이가 데려다주던?
(해영) 그게 뭔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있어
어디 살아?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 저기요
저기 어디?
(해영) 저기
(수경) 저...
아, 위에, 편의점 있는 데?
(해영) 아, 예
(수경) 위에 편의점 없어
[까마귀 울음 효과음]
왜?
불시에 들이닥칠까 봐 겁나?
그래서 어디 사는지 숨겨? [휙 하는 효과음]
[테이블을 쾅 치며] 네가 뭐 이쁘다고 내가 집까지 찾아가?
떽!
[수경의 힘겨운 신음]
[해영의 한숨] (수경) 야, 너 이게 씹히니?
입에서 불려 먹어요
(해영) 아, 맥주도 배부른데 안주까지 배불리 먹을 수는 없잖아요
외식업계 종사자면
(수경) 외식업계 종사자답게!
안주를 고르는 데도 품격이 있어
(해영) 먹는 거 가지고 유난 떠는 거 별로예요
음식으로 자기 밸류 높이는 거
어, 나 유치해 보여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 아니에요? 먹는 건
배고프면 맛있고 배부르면 맛없고
[기가 찬 웃음] (해영) 세상에 그렇게 못 먹을 건 뭐고
또 그렇게 맛있을 건 뭐예요?
너 같은 걸 미맹이라고 하지
간 볼 줄 알고 맛없는 거, 맛있는 거 알아요
(수경) 색다른 음식, 맛있는 음식 나오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많아
일반 사람들이 먹는 거 말고 즐거운 일이 뭐 있어?
전용기 타고 해외여행을 갈 거야? 마음껏 쇼핑을 할 거야?
떼돈을 벌 거야, 뭘 할 거야?
먹는 거보다 더 싸게 먹히면서
만족도 높은 게 있어?
맛있는 음식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게 있어?
(해영) 사랑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먹는 거보다 사랑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백만 배는 행복해요
안 먹어도 행복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맛있는 거에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고
맛없는 거에 광분하지도 않아요
이미 충분히
좋으니까
그래서 맨날 밥만 파냐?
(수경) 남들 시그니처 메뉴에 올인할 때도 혼자 밥, 밥, 밥
밥팅이!
밥팅이, 밥팅이, 밥, 밥
(진상) 아이고...
[진상의 피곤한 한숨] [진상이 차 문을 탁 닫는다]
(진상) 아이, 아직도 안 들어왔어?
참...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 쩝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진상의 신난 신음]
[현관문이 탁 닫힌다]
- (수경) 너 불만이 뭐야? - (진상) 아이고, 다녀왔습니다
(해영) 많죠, 너무 많죠, 불만은
(진상) 어, 아유, 손님 와 계셨네?
- (진상) 안녕하세요 - (해영) 아, 예, 안녕하세요
(진상) 어, 액면가로 봐서 친구는 아니신 거 같고
[해영의 옅은 웃음] - (수경) 우리 회사 직원 - (진상) 어?
누나가 웬일이야? 회사 사람을 집에 다 들이고?
(수경) 회사에서 내 별명 지어 부르는 간 큰 여직원이지
[진상의 옅은 웃음] 짠
- 뭐라고 부르는데요? - (해영) 이사도라요
[흥미로운 음악] 이사...
[해영의 옅은 웃음]
아이, 누나 회사에서 24시간 돌아다녀? 학주처럼?
아, 맞다, 대장 증후군 있지?
그거 화장실 들락거리는 거예요
(진상) 우리는 누나 집에서 인디언식으로 불러요, 네
'머리 풀어, 몸 가려' [해영의 옅은 웃음]
또는 '머리 풀어, 얼굴 가려'
[진상과 해영의 웃음]
가만있어 봐, 웬일이야? 밤인데 머리가 단정하네?
원래 밤 되면은 약간 머리가 광년이 같아지거든요
- (해영) 봤어요 - (진상) 봤어요? 이야, 그거 봤어요?
(진상) 그거 밤에 보면 몰골이 진짜 깜놀, 깜놀!
[진상과 해영의 웃음]
- 이진상이라고 합니다 - (해영) 아, 오해영입니다
오해영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의 놀란 신음]
[당황한 웃음]
(수경) 뭘 그렇게 놀라? 흔한 이름이지
[수경의 웃음]
어, 어...
흐, 흔한 이름이지
(해영) 아, 엄청 흔한 이름이죠
저 학교 때 해영이가 다섯이었잖아요
심지어 오해영이 둘
(해영) 둘
[긴장되는 음악] 둘
[해영의 헛웃음] [쿵 하는 효과음]
(진상) 그...
어, 어, 저기, 어...
아, 가만있어 봐 내가 뭐 할 게 있었거든?
아, 맞다, 맞다, 잠깐만요, 잠깐만
[현관문이 달칵 열린다] [통화 연결음]
[현관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수경의 말소리가 들린다] (도경) 뭐?
[진상의 당황한 신음] 왜 이래?
(수경) 야, 야, 왜 그래? [진상의 난처한 신음]
- (도경) 왜, 왜? - (수경) 딱 한 잔만
(진상) 아이, 그, 그...
[흥미진진한 음악]
(진상) 저... [진상의 헛기침]
인사해, 누나 회사 직원이래
[버벅대며] 누나 동생이에요
[어색한 웃음]
(해영) 아...
어, 아, 안, 안녕하세요 [해영의 헛기침]
동생이시구나
친동생?
(수경) 왜? 안 닮았어?
(해영) 아니요, 예, 아니요
저는 저기 윗동네 살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영의 멋쩍은 신음]
[해영의 헛기침]
- 저 그럼 가 볼게요 - (진상) 네
(수경) 이야, 집에 돈이 대따 많긴 많네
- (수경) 이 명품 백 들고 다니고 - (해영) 이거 결혼 예물
(해영) 아, 결혼은 안 했어요 결혼 전날 엎었거든요
[경쾌한 음악]
[웃으며] 제가
(진상) 아, 예, 그...
[익살스러운 효과음] (수경) 왜 엎은 거야?
(해영) 네?
벌써 숱하게 말한 거 같은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말 안 했어
(해영) 아...
그랬어요? 어, 제가 말을 안 했어요?
- (수경) 응 - (해영) 아, 그렇구나
제가 이사님한테 말을 안 했구나?
(해영) 어, 별거 아니에요, 그냥
[진상과 도경의 한숨] 어, 내, 내가 이 정도 감정으로 결혼을 해도 되나?
[수경의 호응하는 신음] 혹시
결혼을 할 나이에 만난 남자라서 결혼을 하는 건 아닌가? [진상의 호응하는 신음]
살다 보면 그런 나이 있다잖아요 결혼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는 나이
[해영의 어색한 웃음]
내가 이 남자를 스무 살에 만났어도 이제 결혼을 했을까?
뭐, 그런...
(수경) [헛웃음 치며] 고작 그딴 이유로 결혼을 엎은 거야?
어, 결정적으로 그 남자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거든요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해영의 웃음]
[유쾌한 음악]
[옅은 웃음]
(수경) 박도경
얘 좀 데려다줘라
저기 윗동네
(해영) [웃으며] 헐, 대박
어떻게 이렇게 엮이냐?
솔직히 저 이사도라랑...
아니, 이사님이랑 별로 사이 안 좋거든요
제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해영) 그래서 그냥 저기 윗동네 산다 그랬어요, 괜히 엮일까 봐
[수경의 괴성]
아무래도 이사 가야 될까 봐요
(도경) 우리 누나가 그렇게 아니에요?
(해영) 뭐, 아니라기보다는
굳이 집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은 정도?
[흥미로운 음악]
(해영) 전 들어갈게요, 들어가세요
그냥 혼자 간다 그랬다 그러세요
조금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들어갈게요
[흥미진진한 음악] [훈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훈) 아, 야, 잠깐, 아, 좀만... [안나의 가쁜 숨소리]
[헐떡이며] 아, 숨을 못 쉬겠어
아이씨, 뭘 봐, 촌스럽게? 키스하는 거 처음 봐?
[해영의 황당한 숨소리]
(해영) 저기요
남의 집 담벼락 아래에서 이러는 건 좀 실례 아닌가?
(훈) 여기 우리 집인데요?
동생이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나) 아까 저 언니 본 것 같은데 편의점에서
(훈) 그래?
자, 잠깐... [훈의 힘겨운 신음]
- (해영) 우측으로 걷죠 - (도경) 막다른 길이에요
(해영) 어유, 쪽팔려! 진짜
내가 차인 거 뻔히 다 아는 사람 앞에서 영악하게 연기나 하고
꼭 거기서 그렇게 일어나야 했어요? 사람 민망하게
더 민망해질까 봐 그런 거예요
(해영) 얼마나 됐어요?
결혼식 날 차인 거
(도경) 1년 [해영의 헛웃음]
(해영) 절망적이네
1년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고 여전히 불행하다는 거
- 누가 그래? 내가 불행하다고? - (해영) 내가요
[설레는 음악] (해영) 그쪽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불행하다고 쓰여 있거든요
눈빛에도 숨소리에도 불행이 그냥 뚝뚝 떨어져
심지어 옷도 불쌍해 보여
신발도
막 안아 주고 싶게 측은하고 불쌍해요
본인만 몰랐지, 본인 불쌍한 거
그런 걸 '감정 불구'라고 하지
(도경) 네 코나 닦으세요
난 알아요, 나 불행하고 불쌍한 거
적어도 감정 불구는 아니에요, 난
(도경) 누가 불행하다 그래?
그쪽 웃는 거 한 번도 못 봤거든요?
- 원래 안 웃어, 나 - (해영) 웃기시네
(해영) 따라오지 마요
[수경이 시원한 숨을 하 내뱉는다]
걔 나한테 구박 많이 받았다
이름 때문에
(수경) '본 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진상) 야, 맞지? 그 옆집 여자?
와, 어떻게 꼬여도 이렇게 꼬이냐, 어?
[진상의 기가 찬 웃음]
[작은 소리로] 야, 야, 도경아!
[한숨 쉬며] 아, 쫄려, 씨...
아, 씨, 속 타, 씨
아, 씨
[옅은 신음]
[킁킁거린다]
어? 이거 뭐야?
[현관문이 탁 닫힌다] [해영이 스위치를 탁 켠다]
[잔잔한 음악]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장 회장) 자!
[장 회장의 웃음] (지야) 어머
[지야의 웃음]
[지야의 놀란 숨소리] [장 회장의 헛기침]
어머...
[지야의 웃음]
어머, 어...
[흥미로운 음악] [수경의 당황한 신음]
없어
어, 그냥 종이네?
(장 회장) 가방 속에 뭐 있어야 됐나?
아, 아, 아니요 [어색한 웃음]
뭐 있었어야 되는 거 같은데?
(지야) [머뭇거리며] 그게...
있었어야 했어요
손 편지
[장 회장과 지야의 웃음]
[문이 쾅 닫힌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야) 돈이 있어야지, 돈이!
누가 저딴 가방 사 달래? 사람 약 올려?
아휴, 짜증 나, 정말
아휴, 망할 놈의 영감탱이
내가 돈 바라는 거 뻔히 다 알면서
[기가 찬 웃음]
내가 거기서 영화를 찍었다
'있었어야 했어요'
손 편지 [장 회장의 웃음]
어유, 아유, 쪽팔려
[지야의 짜증 섞인 신음]
[지야의 헛웃음]
(지야) 이런 게 바로 천박한 거야
얼마나 좋아, 쪽팔리고 재미있잖아?
[지야의 간드러진 신음]
'있었어야 했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손 편지'
재미는 쪽팔리는 데서 나오는 거야
인간의 역사는 쪽팔림의 역사야!
[지야의 못마땅한 신음]
[지야의 못마땅한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문이 쾅 열린다]
[노트북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온다] (기태) 대박 찰지다, 누나
[쿵 하는 효과음] 응?
[저마다 기겁한다] 아, 까, 깜짝이야!
- (기태) 어머니... - (지야) 도경이는?
(훈) [버벅대며] 혀, 형 없는데요?
[못마땅한 숨소리]
(지야) 어디 갔는데?
(훈) 영화사 간다고 했는데 전화 한번 해 보시죠
[소리치며] 걔가 내 전화 받는 거 봤어?
- (기태) 어, 어유, 어머니... - (훈) '봤어?'
(훈) 엄마, 나 안 봤어요, 이 새끼들... [상석의 다급한 신음]
(기태) 어머니! 저는 안 봤는데 얘는 봤어요
[상석의 다급한 신음] - (훈) 엄마! - (상석) 조용, 조용히!
[해영의 힘겨운 신음]
[부드러운 음악]
[구두가 또각거린다]
(해영) 옷은 명품이라고 치고
저런 스타킹은 어디서 사는 걸까?
저런 구두는?
아유, 씨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
(예진) 독일에서 한식 붐 일으킨 여자인데
안 들어오겠다는 걸 어마어마한 딜을 해서 모셔 온 거래요
[직원들의 기가 찬 웃음]
(예진) 아, 콧대 장난 아닐 거야
어, 재수 없어 [직원들이 불평한다]
(찬주) 팀장님, 아무리 우리 브랜드 [애잔한 음악]
수술하는 팀이라지만 절대로 물처럼 나가시면 안 됩니다
(성진) 아, 그냥 쉽게 쉽게 가자
괜히 뻗대 봤자 피곤하기만 하지
(함께) 팀장님!
(문학) 팀장님까지 그러시면 안 되죠
(창도) 팀장님, 뭉쳐야 돼요 이렇게 두고 보시면 안 돼요
(배달원) 오해영 씨 [문학의 놀란 신음]
(우성) 오해영 씨...
(성진) 여기요
- (문학) 뭐야? 우와... - (창도) 진짜?
(성진) 오, 웬일이야?
(문학) 오, 오해영 씨, 오! [직원들의 탄성]
오, 이벤트 당첨됐나 봐
- (희란) 야, 뭐래, 뭐래, 뭐래? - (친구6) 야, 누군데?
- (해영) 아니, 잠깐 - (친구6) 누군데?
- (해영) 아니, 안 돼 - (친구7) 만나재, 만나재? [친구들이 소란스럽다]
[남학생이 씩씩거린다]
(남학생) 야! 너 어디까지 읽었어? [무거운 효과음]
왜 남의 걸 읽고 지랄이야! 씨
야, 최누리
미쳤어? 누가 얘래?
너 옥상으로 와, 어?
(해영) 저기요
이거 제 거 아닌 거 같은데요
(배달원) 네?
[밝은 음악] [직원1의 놀란 숨소리]
(직원1) 감사합니다
(오해영) 어, 생큐 [오해영의 옅은 웃음]
(직원1) 어, 안녕하세요
- (직원2) 어, 안녕하십니까 - (직원3) 안녕하세요
(오해영) 안녕하세요
(최 이사) 오, 여기는 완전히 꽃밭이네
그런데 말이야, 씁, 이 많은 꽃 중에도
이 꽃이 제일 싱싱한 거 같은데?
내가 너무 구렸나?
- 성희롱입니다 - (최 이사) 아, 이건 아니다?
(오해영) 아니에요, 아니에요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감사하죠, 예쁘다는데
(최 이사) 오, 쿨한데?
오, 잘 부탁해요 오해영 팀장만 믿겠어요
(오해영)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해영) 언니가 여기 있어서 너무 좋아요
(수경) 다들 주목!
[놀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이번에 우리 회사 브랜드들 리뉴얼하기 위해서
새로 결성된 TF 팀의 오해영 팀장
[쿵 하는 효과음]
(수경) 이쪽은 제철식탁 김성진 팀장
(성진) [옅게 웃으며] 반갑습니다
(오해영)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수경) 그리고 이름은 같은데 인간은 아주 다른
오해영 대리 [오해영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저랑 이름이 같네요
(오해영) 어머, '해' 자도 같네요
근데 저희 둘이 그렇게 다른가요?
아주 달라
[오해영의 옅은 웃음]
(오해영)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네요
반가워요, 잘 부탁드려요
(수경) 일착으로 제철식탁 먼저 리뉴얼 들어갈 테니까
서로 협조 잘해서 좋은 결실 맺도록!
(오해영) 파이팅!
- (직원2) 많이 도와주세요 - (직원1)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3이 인사한다]
(찬주) 뭐야? 너무 어리잖아
몇 살이야? 몇 살이래요?
(예진) 근데 이사도라랑 아는 사이 같지 않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오해영의 멋쩍은 웃음]
(오해영) 아, 저...
실례지만 혹시 진경고 나오지 않으셨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영) 네?
(오해영) 맞지, 오해영?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나야, 나, 나, 오해영!
어머, 웬일이야, 이런 데서 만난다
나 기억 안 나?
나야, 나, 오해영
너 나랑 이름 같아서 고생 많이 했잖아
[오해영의 당황한 신음]
(오해영) 나도, 나도 고생 많이 했고
아, 저희가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거든요
- (성진) 아, 그 오해영... - (오해영) 네 [직원들의 호응하는 신음]
(해영) 아, 맞다
너 기억나
진짜 반갑다
나 가끔씩 네 생각 났어
아, 그리고 너희 엄마도
(오해영) 아, 웬일이야, 진짜? 너무 반갑다
[오해영의 웃음] [해영의 어색한 웃음]
[오해영의 애교스러운 웃음] (성진) 아, 안녕하세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치했어
기억 안 난 척한 거
어떻게 걔를 몰라봐?
걔가 나를 몰라보면 모를까
아, 어떻게 걔를 또 만나니, 넌?
같은 이름에 같은 동네에 같은 학교에
(희란) 이제 같은 직장?
- 넌 질리지도 않니? - (해영) 내가 이렇게 만들었어?
[희란의 한숨]
- 나 사표 쓸까? - (희란) 갈 데는 있고?
(희란) 버틸 때까지 버텨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거 없어 보여
웃기는 게 뭔지 알아?
걔가 먼저 나한테 반갑게 알은척해 주는데
(해영) 고맙더라
[해영의 쓴웃음] (희란) 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야?
나 같은 거 알아봐 줘서?
왜 그러는 건데?
너 왜 걔 앞에만 가면 그렇게 지레 쪼그라드니?
걔가 너 잡아먹어? 걔가 뭐라 그래?
- 이름이 같잖아 - (희란) 그게 뭐?
대놓고 비교당하잖아!
(해영) 야, 그나마 오해영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뭐, 내 이름이 전지현이었어 봐 이영애였어 봐
(희란) 여전히 이쁘디?
(해영) 이쁘더라 [희란의 한숨]
(희란) 쌍년 [해영이 혀를 쯧 찬다]
(해영) 에이, 써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웃음]
- (기사1) 설치 끝났습니다 - (해영) 아, 네
(기사1) 네, 보시면
전원만 켜 놓으면 알아서 작동하고요
이제 음식물 쓰레기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
(오해영) 아,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거 주스 한 잔씩 드세요
- (기사1) 아, 예, 고맙습니다 - (오해영) 네 [오해영의 웃음]
- (기사2) TV 설치도 끝났습니다 - (오해영) 어, 네
[풀벌레 울음]
[휴대 전화 진동음]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호로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옅은 한숨]
(해영) 응?
[달칵거리는 소리가 난다]
[못마땅한 한숨]
아, 깜짝이야
(도경) 엿듣지 말기, 시끄럽게 하지 말기 두 가지는 지킵시다
[어이없는 숨소리]
(해영) 누가 엿들었다고 그래? 참
[해영의 헛기침]
[리모컨 조작음] [TV 소리가 커진다]
- 아, 시끄럽게 하지 말자고요! - (해영) 그림만 봐요, 그럼?
(해영) 쳇
[맥주를 호로록 마신다]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속 지야)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문 열어, 얼른!
얼른 문 열라니까?
누구 온 거 아니에요?
(인터폰 속 지야) 박도경
얼른 열라니까?
[인터폰 조작음]
- (지야) 왜 이리 전화를 안 받아? - (도경) 나와요, 나가서 얘기해요
어디를 가? [도경의 한숨]
왜? 누구 있니?
[안도하는 숨소리]
(도경) 나와서 얘기하자고요
(지야) 싸가지 없는 놈 [도경의 한숨]
엄마를 집에 들이기도 싫다는 거야?
전화는 왜 안 받아?
- (도경) 전화 없어요 - (지야) 있는 거 다 알아!
(도경) 직원들 월급이에요
(지야) 엄마가 월급 전까지 어떻게든 해 줄게
[도경의 코웃음]
그렇게 웃지 마
이번에는 어떻게든 갚을 거야
(수경) [한숨 쉬며] 장 회장 그 영악한 노인네
돈 해 줄 거 같더니 살살 사람 간만 보고
선물 준다길래 나갔더니 명품 백이나 안기고
내가 몇백짜리 가방 하나에 넙죽 넘어갈 거 같아?
내가 그렇게 잘아 보여?
[지야의 속상한 신음]
(지야) 오늘까지 계약금 못 넣으면 박 감독 날아가
엄마 재기할 수 있는 방법 박 감독 잡는 수밖에 없어
[보채며] 한 번만 도와줘
열두 번 도와줬어요
(지야) 엄마가 엄마 혼자 잘살자고 이래?
이 집 다시 찾아야 될 거 아니야, 응?
엄마가 도와준다고
'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그냥 '내가'라고 하지, 왜 맨날!
[애잔한 음악] '엄마가' 그래요?
(도경) 감정 파는 거지
기분 더럽게 죄책감 심어 주면서
[거친 숨소리]
[한숨]
(지야) 들어와, 얼른 부치라고!
엄마가 장기를 팔아서라도 갚을 테니까, 얼른 부쳐!
[지야의 성난 신음]
[씩씩거린다]
[문소리가 쾅 난다]
[도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메시지 알림음]
[휴대 전화 조작음]
(지야) 엄마가 이번 건 꼭 갚을 거야
걱정 마 [옅은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친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어유, 이 동네 편의점에는 없는 게 왜 이렇게 많아?
[헛기침하며] 뭐, 손님 오신 거 같았는데 뭐, 가셨나?
왜 들어오는 척하는 건데?
(도경) 발소리가 갑자기 들렸잖아 가까워지는 선행 소리 없이!
[문이 쾅 여닫힌다]
(해영) 아유, 저 소리 오타쿠 진짜...
[해영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아유, 진짜
[도경의 한숨]
(해영) 미안해요, 나는 그쪽 민망할까 봐...
(도경) 그런 행동이 사람 더 민망하게 만들어
(해영) 미안해요
어, 화났다고 자리 피하고 이러는 거 굉장히 나쁜 버릇이에요
어디 가는데요?
[밝은 음악]
[기계 조작음]
[여자1의 환호성]
- (여자1) 야경 너무 멋있다 - (남자2) 와, 너무 좋다
- (남자2) 자기야, 사진 찍어 줄게 - (여자1) 어, 예쁘게
(해영) [작은 소리로] 녹음 중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의 놀란 신음]
[벌레가 연신 파닥거린다] [해영의 놀란 신음]
[작은 소리로] 죄송해요
다시 녹음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 소리는 괜찮아요
(해영) 이런 건 녹음해서 다 얻다 써요?
[잔잔한 음악] (도경) 밤 신 나올 때 배경 소리로 깔아 줘요
촬영할 때 다 들어가는 소리 아니었어요?
촬영할 때는 대사만 들어가게 녹음해요
배경 소리는 부드럽게 연결되게 따로따로
(도경) 발자국 소리, 빗소리
커피 잔 내려놓는 소리
그런 것도 다 따로 작업하는 거예요
(해영) 음, 그렇구나
몰랐네
촬영할 때 다 녹음하면 편할 텐데
(도경) 불가능해요 일일이 마이크 세팅할 수도 없고
언제부터 이 일 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아버지 따라서?
(해영) 그럼 지금 아버지랑 같이 일하시는 거예요?
[한숨]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언제요?
(도경) 돌아가셨다고 하면 더 이상 안 물어보는 거예요
미안해요
쫓아 나오기를 잘했다 싶네요
(해영) 이렇게 혼자 있는 줄 알았으면
되게 불쌍해질 뻔했네
조용한 게 싫었어요
침묵 속에서 느닷없이 욕이 튀어나올까 봐
'나쁜 새끼'
근데 오히려 조용한 곳에서
머릿속의 바글바글한 욕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떠난 사람 욕할 거 없어요
(해영) 여자는 떠난 남자 욕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를 욕하지
짜게 굴지 마요, 누구한테도
(해영) 감사합니다
- (주인2) 맛있게 드세요 - (해영) 네
(해영) 음, 난 왜 술 마시면 꼭 이런 게 당기나 몰라요
[해영의 만족스러운 신음]
(도경) 먹는 거 이쁜데
[설레는 음악]
결혼할 뻔한 남자가 그랬다며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고
괜찮다고, 먹는 거
왜 변명하는데?
심쿵한 거 같아서
[어이없는 웃음]
내가 고작 이런 거로 심쿵할 거 같은가?
일부러 그렇게 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민망해서요
[피식 웃는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어, 어, 잠깐만요!
(해영) 오, 잠, 잠깐만요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오, 잠, 잠깐만요! [오해영의 다급한 신음]
[오해영의 다급한 숨소리]
[애잔한 음악]
- (직원4) 어서 오세요, 팀장님 - (오해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오해영) 좋은 아침입니다 [오해영의 반가운 신음]
[문학의 놀란 신음]
[엘리베이터 경고음] [직원2의 한숨]
[직원들의 당황한 신음]
아, 제가 내릴게요 [직원들이 저마다 말린다]
(직원들) 오 대리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익살스러운 음악]
[해영의 힘겨운 신음] (문학) 이따 봐
- (문학) 문 좀 빨리 닫아 주세요 - (오해영) 어, 어떡해...
[직원들이 다급하게 말한다]
(우성) 오해영 팀장이랑 동창이라며? 와, 대단해
(문학) 그러게, 몰랐네, 둘이 동창일 줄은
(우성) 언제 술자리 한번 마련해 보지?
(문학) 술자리 좋다, 술 완전 좋아하잖아
(우성) 동창에 이름도 같겠다 엄청 친할 거 같은데?
에이, 둘이 한잔하고 그럴 거 아니야?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성진) [캐비닛을 탁 치며] 너희들 지금 일 안 해?
- (성진) 이 자식들이 진짜... - (문학) 팀장님, 커피 드세요
[애잔한 음악] (해영) 마음이 울적할 때는
행복한 걸 떠올려 보아요
먹는 거 이쁜데
괜찮다고, 먹는 거
[진상이 휘파람을 분다] [해영이 숨을 푸 내뱉는다]
(진상) 어? 안녕하세요
(해영) 아... [진상의 옅은 웃음]
- (진상)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 (해영) 네
(진상) 아, 근데 오늘 일진이 별로이신가 보네
얼굴이 영 아니시네
(해영) 아, 아, 배고파서 그래요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또 기운 나요
(진상) 씁, 아, 난 배고프면 기운 빠지는 게 아니고
막 완전 화나고 그러던데
(해영) [웃으며] 당 떨어지면 다들 예민해져요
(진상) 네
[진상과 해영의 어색한 웃음]
(안나) 박훈!
[안나의 환호성]
(훈) 안나야!
[낭만적인 음악] [훈의 신난 탄성]
[훈의 웃음] [안나와 훈의 신난 탄성]
[숨을 하 내뱉는다]
[수경이 뽀뽀를 쪽 한다]
[쪽쪽거린다]
[웃으며] 사랑해
[연신 쪽쪽거린다] [훈과 안나의 신난 탄성]
(진상) 부럽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응, 엄청 부러울 거야, 그렇지?
[훈과 안나가 화기애애하다] [진상의 탄성]
- (훈) 뭐 먹을래? - (안나) 음, 난...
(훈) 난 떡볶이!
(진상) 저런 거 못 해 봤지?
저렇게 달려가서 남자 품에 안기고 그러는 거
안 될 거야, 몸무게 때문에, 그렇지?
[코웃음 치며] 그건
몸무게랑 상관없는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진상) 그럼 뭐? 아, 운동 신경?
운동 신경도 몸무게 따라가는 거거든요? 참...
얘도 못 할걸?
[익살스러운 음악]
(진상) 못 해요?
(해영) 아니요, 해요
- 해 봤어? - (해영) 해 봤어요
(수경) [비웃으며] 웃기고 있네
(해영) [황당해하며] 아, 저기요
자꾸 그렇게 저랑 비교해서 말씀 안 하셨으면 하거든요
이사님 저랑 띠동갑이세요
제가 이사님보다 백배는 이쁘고 백배는 날씬하고
아마 백배는 남자를 더 만났을걸요?
그럼 해 봐
(해영) 뭐, 누구한테 뭐, 어디로 가서 안길까요?
어, 뭐, 저, 저기 나무한테 가서 안길까요? 완전 미친년처럼?
(수경) 너 저기 가 서 있어 봐
나? 아, 내가 왜?
내가 네가 되면
(수경) 오늘 술 쏜다!
[진상과 해영의 기가 찬 웃음]
아나, 진짜...
[익살스러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수경의 의아한 신음]
(수경) 어쭈?
[수경의 놀란 신음]
(도경) 이번에 보인 영상은
그 여자가 내게 달려와요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요
(도경) 근데 만약에
여기서 내가 그 여자를 받지 않으면
그 여자를 끊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이렇게 저렇게 피해도
결국
끊어지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반짝이는 효과음] 그 여자가 자꾸
[심장 박동 효과음] 나를 풀어 헤치는 느낌이에요
그만 불행하고
[애잔한 음악]
이제 같이 행복하자고
[심장 박동 효과음이 계속된다]
[설레는 음악]
아, 쪽팔려
[도경의 웃음]
(해영) 아, 씨, 웃지 말라고! [도경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덕이가 흥얼거린다]
(도경) 아침부터 신났다, 출근 안 하나 보지?
(덕이) 우리가 해영이를 내다 버린 건 신의 한 수였어
(여자2) 설마 와이프?
(진상) 아이, 자, 잠깐만, 잠깐만... [여자2의 겁먹은 신음]
(도경) 생일이라며, 생일 주는 마셔야지
(해영) 옆집 남자 좋아하니까 좋은 거 하나 있네
(해영) 너는 누구 만나는데?
(오해영) 오빠
.또! 오해영↲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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