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7
(요한) 온 국민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 책임 재단의 꿈터전 사업
하지만 사업 자금이
(TV 속 요한) 엉뚱한 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인사들입니다
[기자들이 놀란다]
[경희의 놀란 숨소리]
(요한) 여러분의 성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사업을 벌이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제보해 주시는 분들에게는
제 사재로 충분히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중세) 야, 강요한 얘, 얘 [문이 달칵 닫힌다]
지금 국가 원수를 상대로 현상 수배를 때려?
(두만) [한숨 쉬며] 내 방송국에 내 얼굴이
이딴 일로…
(용식) 야, 박 회장 지금 그게 문제야?
(중세) 아니, 이게 나라를 상대로 선전 포고 한 거 아니야?
이게, 내란 아니야, 내란, 내란
국가 원수를 모함해?
(용식) 아니, 무슨 우리가 서민들 코 묻은 돈을 삥땅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두만) 아니 없는 놈들 살려 보겠다고 [용식이 씩씩거린다]
내가 그 피 같은 돈을 얼마나 냈는데
좋은 일을 한 결과가 겨우 이거냐?
(중세) 강요한 얘 토착 왜구야? 빨갱이야?
서 선생님은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비서 하나 이렇게 달랑 보내 놓고
도대체 어쩌시자는 거야, 이게?
(선아)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지금 너무 흥분들 하신 거 같습니다
근거 없는 의혹일 뿐이잖아요
[무거운 음악]
아닌가요?
(중세) [달그락거리며] 아니, 그럼
근거가 없는 거지
아, 정 이사 말을 이상하게 하네?
말조심해요
(두만) 우릴 뭘로 보고 그딴 수작을 떨어
(용식) 아, 그럼
그 돈이 무슨 돈인데
(가온) 부장님이 장기현을 납치한 거죠?
(요한) 극대화가 좀 필요해서
뭐, '대국민 사기극을 위해서 말을 맞추자'
(가온) '안 그러면 너도 위험해질 거다'
뭐, 이런 대화 말입니까?
말 좀 이쁘게 하지?
(요한) 디테일이 좀 달라서 그렇지 핵심은 사실이야
[가온의 한숨]
뭐, 다르다고요?
(가온) 진짜 장기현 처지가
눈물겹게 안쓰러워서 도와줬습니까?
'시키는 대로 증언하면 일 다 끝나고 돈 주겠다'
이게 아니고요?
난 처음부터 그 친구의 처지가 눈물겹게 안쓰러웠을 수도 있잖아
아니, 왜 사람 마음을 속단하고 그래? 쯧
(가온) 여하튼
수현이를 공격한 건 아니었네요
이젠 믿어지나 보네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게
충분히 그럴 사람이긴 한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겠죠
필요라?
(가온) 계좌 내역이 차경희 측에 넘어간 걸 알고 [무거운 음악]
급하게 장기현을 빼돌린 모양인데
뭐,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수현이가
통장을 가져가든 말든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요한) 이렇게 똑똑한 친구가
왜 그날은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미쳐서 날뛰었을까?
엘리야 좀 잠시 데리고 나갔다고
(가온) 누구 하나 죽일 거같이 굴던 분이
하실 말씀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수현이를 공격한 건 누굽니까?
(요한) 최소한
나한테 호의적인 쪽은 아니겠지
[문이 덜컹 닫힌다]
대체 부장님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아, 그 재단이라는 데 좋은 일 하는 데 아니었어?
(진주) 힘든 사람 도와주고 봉사 활동 하고
오 판사님
(가온) 제가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요
(진주) 응?
왜 나만 쏙 빼놓고 가!
재단 핵심 인사만 모이는 비밀 파티?
아니, 그런 데를 칙칙하게 남자 둘이서만 갔다는 거지?
나 지난 자선 패션쇼 때 부장님이 주신
완전 비싼 드레스도 있거든?
진짜 죄송해요 [진주가 씩씩거린다]
(가온) 근데 제가 한 얘기 중에
분노 포인트가 그것뿐인 건 아니죠?
아, 물론, 어?
재판 개입하고 짝짜꿍하고 완전 부적절하지
(진주) 이거 그냥 확 언론에 터뜨려 버릴까?
나 친한 기자 하나 있긴 한데
아, 기자요?
(진주) 어, 하 패션 잡지이긴 한데
'블링블링'이라고
아
[한숨 쉬며] 아니지
(진주) 아
[한숨 쉬며] 다시
우리 차분하게 상의를 한번 좀 해 보자
그러니까 대통령에서 재벌들까지 사이좋게 앉아서
이영민 재판에 막 개입을 하더란 말인 거지?
뭔가 이권 거래 같은 것도 하는 거 같고
네
(가온) 죄송해요 진작 말씀 못 드려서
- 부장님은? - (가온) 네?
(진주) 부장님은 그 자리에서 뭐라고 했는데?
부장님도 그 사람들하고 한편인 거야?
왜 그 얘기는 안 해 주는 건데?
[무거운 음악]
(가온) 아, 글쎄요
그 자리에서는 가만히 있었는데
또 이렇게 정면으로 선전 포고 하는 걸 보면…
치, 모르겠다
(진주) 그게 멋있는 건지 멋있는 척하는 건지
증인한테 돈을 준 건 사실이잖아
판사가 그래도 돼?
아까 그 기자 회견도 다 쇼인 거 아니야
그래 놓고는 다짜고짜 신임 투표
자꾸 뭔가 속이는 느낌이 들어
나 부장님 진짜 팬이었거든
당당하고 정의롭고
반짝반짝 빛나는 분이어서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한숨]
(선아) 욕심내 봐요
내가 본 시범 재판 속에선 [비밀스러운 음악]
판사님이 제일 빛났어요
반짝반짝
(스피커 속 여자) 멀리서 빛나는 별을 갖고 싶다면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바꾸십시오
별에 손이 닿을 만큼
큰사람이
되십시오
[선아가 흥얼거린다]
(선아) 음
완벽해
(재희) 언니
(선아) 응?
(재희) 오, 우리 언니 피부 왜 이렇게 화사해, 오늘?
우리 까칠한 재희가 칭찬을 다 해 주고
뭐, 켕기는 거라도 있나?
[픽 웃으며] 부러워서 그런다 부러워서
[지퍼를 직 열며] 언니 이거 어떻게 할까?
윤수현한테서 뺏은 통장
아, 씨앗?
버려
하여튼 악덕 고용주 아니랄까 봐
[지퍼를 직 닫으며] 필요도 없는 걸 뭐, 굳이
필요 없긴
스토리를 만드는 데 다 필요한 거야
스토리?
그건 됐고
지금부터가 중요해
(선아) 재단 꼰대들 움직임 잘 살펴
강요한이 아니라?
(선아) 우리 늑대께서
내가 예상한 거보다
훨씬 난폭하게 목장에 난입했거든
양 떼들이 난폭해질 거야
겁을 먹어서
알겠어
아, 그리고 언니
(재희) 재단 홈페이지에 올릴 힐링 멘토 강연
이번에 언니가 될 거 같아
(선아) 내가?
강요한이 서정학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띄워 놓고
(재희) 국민 성금을 떼어먹네 마네 떠들어 댔잖아
강연한다고 외부에 알려지면 기자들이 달려들걸?
아
낯간지러운 소리 딱 질색인데
[재희가 픽 웃는다]
재희야
(재희) 어?
네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장기현 빼돌릴 수 있었을 텐데
[어두운 음악]
아닌가?
아…
미안
설마하니 판사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잘하자
(선아) 잘할 수 있지?
(재희) 응
실수하지 않을게
(선아) 이제 겨우 한 걸음 남았어
알지?
(원장) 너 서 선생님 강연하실 때 졸다가 걸리면
가만 안 둔다
(학생) 네
(원장) 어유 지긋지긋한 것들, 진짜
(재희) 안녕하세요, 원장님
재단 직원이세요?
(원장) 어째 서 선생님이 오늘 늦으시네?
(선아)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선생님 대신 왔습니다
(재희) 정선아 상임 이사님이십니다
아, 그러세요?
(원장) 어서 오십시오, 이사님
(선아) 음
너 참 이쁘게 생겼다
몇 살이니?
(학생) 열여덟 살이요
[어두운 음악] (원장) 참 이쁘죠?
이제 올라가, 얼른 올라가
(학생) 안녕히 계세요
(원장) 다 고아 아니면 가출한 애들이라
질이 별로 좋지는 않아요
가까이 가실 땐 귀중품은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질이 안 좋다'
(원장) 네?
[선아가 살짝 웃는다]
원장님께서 고생 많으시겠어요
별말씀을요
자, 그럼 올라가실까요?
[카메라 셔터음]
(선아) 에이씨, 뭐라는 거야
내 이름이에요
'착할 선', '아이 아'
이렇게 다 컸는데 아직도 착한 아이 하래
[함께 웃는다]
우리 엄마는 이게 소원이었나 봐요
내가 평범하고 착하게 크는 거
근데 왜 그랬을까?
그런 사람이 왜 술만 먹으면
나를 그렇게 때렸을까?
[차분한 음악]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아
[마커를 탁 내려놓으며] 미안해요
여러분 보니까 이상하게 옛날 생각이 나고 그런다
주책없이
(학생) 저희 엄마도 그러셨어요
그래요?
(학생) 평소에는 천사같이 착하신데
술만 드시면 갑자기 막
울다가…
[한숨]
힘들어서, 힘들어서 그랬을 거예요
나도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좀 알 거 같더라고
남편은 처자식 버리고 떠났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에 지치지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건데
힘들다고 아이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선아) 나는 내가 나쁜 아이라서
우리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어요
욕하고 싸우고 도둑질하다 잡혀 오는 애
근데 난 그때 어쩔 수가 없었거든
내 주변엔 나를 욕하고 놀리고 때리는 사람들밖에 없고
난 늘 배가 고팠거든
근데 말이에요
내가 열두 살 때
어느 부잣집에 일을 하러 들어갔는데
와
거기 도련님들은 진짜 이쁘고 착한 거야
좋은 냄새가 나고 쌍욕도 안 해요
반짝반짝 빛나고
내가 그런 착한 아이였으면
우리 엄마도 날 안 때렸을까?
나 좋아해 줬을까요?
자, 그러니까, 여러분
착한 아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부자가 돼야지
먹고살 만해야 착해질 수 있는 거예요
세상은 정글이야 [비밀스러운 음악]
서로 잡아먹고 물어뜯어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데
어떻게 착해질 수 있겠어?
먼저 살아남아, 어떻게든
때리면 물어뜯고 없으면 뺏어요
게다가
너희같이 외로운 처지의 여자애들은 더 힘들 거야
짐승 같은 놈들이 어디에나 꼭 있거든?
학식이 높든 존경받든 다 똑같더라고
[입소리를 쯧 낸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덤벼들면 어떻게 해야겠니?
경찰에 찔러요
아니
약점을 잡아야지
(선아) 법은
절대로 우리 편이 아니에요
어떻게든 증거를 잡아야 돼 녹음을 하든 녹화를 하든
그리고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거야
네가 가진 모든 걸 망가뜨려 주겠다고
길이 아주 잘 든 개가 될 때까지
알겠니?
(학생들) 네
[웃음]
어, 얘기해
(학생) 저, 이렇게 훌륭한 분이 되셨잖아요
그럼 엄마도
지금 선생님을 좋아하세요? [무거운 음악]
우리 엄마는 내가 열두 살 때 죽었어
술에 잔뜩 취해서 동네 계단에서 굴렀거든
죄송해요
괜찮아
다 지난 일인데, 뭐
(원장) 아유, 강연이 너무 신선하면서
그, 현실적이에요
아유,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이사님 [원장의 웃음]
[선아가 픽 웃는다]
(선아) 아, 제가 이런 건 별로 경험이 없어 가지고
조금 서툴렀죠?
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아주 잘하시던데요
(원장) 그래서 다음번에도
감동적인 강의 부탁드릴게요, 이사님
네
그럼 다음번에도 꼭 좀 불러 주세요
(원장) 아유, 당연하죠
[어두운 음악]
[비명]
[옅은 웃음]
[엘리베이터 작동음]
내가 어디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엘리야) 나한테 추적 장치라도 달아 놓은 거야?
벌써 찾아 놓고 뭘 묻는 거야?
[엘리야가 씩씩거린다]
(엘리야) 내가 어딜 가든 내가 누굴 만나든
다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네가 뭔데 그걸 결정하냐고!
(요한) 좋든 싫든 네 보호자
보호?
사육이겠지!
이제 좀 배웠을 때도 됐을 텐데
(요한) 이유 없이 남한테 접근하는 인간은 없다는 걸
지겹지도 않아?
어릴 적부터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면서
누가 손만 내밀면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가고 [다가오는 발걸음]
이용당하고 유괴나 당하고 멍청이처럼!
(가온) 그만해요
외로워했던 게 잘못이에요?
그런 식으로 좀 말하지 마요
(요한) 감히 나한테
대화법에 대해서 가르치려 드는 건가?
이 애는 내가 보호하는 애야!
(가온) 그래요 엘리야한테는 부장님뿐이잖습니까
[차분한 음악]
조금만 더 솔직해지시면 어떨까요?
[한숨]
(요한) 웃기는군
[헛웃음 치며]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아는 척이지?
[한숨 쉬며]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가온) 가자
[엘리베이터 작동음]
(요한) 집사
[AI 작동음] [AI 음성] 네, 주인님
[한숨]
사춘기 애들이랑 대화하는 방법이 뭘까?
[AI 음성] 네
전문가들은 같은 마음이 되어 들어 주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고
긍정적인 언어로
자존감을 살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됐어
책이나 좀 주문해 봐, 그 주제로
[AI 음성] 네, 주인님
전에
왜 식당집 아들 16년이냐고 물었지, 기억나?
그때 돌아가셨어
우리 엄마, 아버지
나 열여섯 되던 해에
아, 진짜?
(엘리야) 왜? 그, 사고라도 당하신 거야?
아주 나쁜 사기꾼한테 속아서
모든 걸 잃으셨어
아버지는 스스로 세상을 버리셨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쓰러지셨다가 그만…
(엘리야) 아
그, 미안해, 난 몰랐어
[한숨 쉬며] 진짜 뭐라고 말해야 되는 거야, 이럴 땐
괜찮아, 오래전 일이야
그게 그렇게 쉽게 잊힌 일이 아니잖아
[잔잔한 음악]
그건 그렇지
[한숨]
많이 힘들었지? 나도 그랬다
(가온) 혼자 있는 집이 너무 싫어서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하고나 어울리고
외롭더라, 유기견같이
[가온의 한숨]
넌 강한 애야, 엘리야
- 내가? - (가온) 그럼
너 혼자 견뎌 냈잖아 이 큰 집에서
넌 대단한 애야
[훌쩍이며] 아, 뭐야
뭐, 안 어울리게 낯간지러운 소리 하고 그래
(엘리야) 원래 까칠한 콘셉트 아니었어?
티 나? [가온의 한숨]
이게 역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니까
쉽지가 않다
[어이없는 숨소리]
(엘리야) 죽는다
[어이없는 신음]
역시 손이 매워
(가온) 누굴 닮았는지
잘 자라
[문이 달칵 닫힌다]
[스위치 조작음]
[요한이 중얼거린다]
[책을 툭 내려놓는다]
[흥미로운 음악]
(요한) 자, 웃으면서 얘기해야지
지금처럼 얘기하는 거야, 아
[똑똑 노크한다]
아씨
[실망한 숨소리]
뭐야, 요한이었어?
그 표정은 뭐지?
용건이 뭔데?
아
[중얼거리며] 웃으면서 얘기해야 돼
- 아니, 그… - (엘리야) 용건 없으면
(요한) 아
[어색한 웃음]
오늘 하루는 어땠지?
뭐?
그러니까 즐거웠었는지
그, 언, 언짢았는지
(요한) 그, 우리들이 그러니까 함께
뭐, 얘기해 볼 만한 일이…
[한숨 쉬며] 씨
(엘리야) 그…
그, 저기 말이야
어, 그래, 뭐?
그, 가온 부모님한테 사기 쳤다는 그 나쁜 놈
(엘리야) 도대체 어떤 놈이야?
또 가온 얘기냐? [엘리야의 한숨]
아, 어
웃으면서 얘기해
[살짝 웃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수천억대 다단계 사기를 친 놈이지
피해자 중에 자살한 사람만 열 명이 넘고
- 아, 정말? - (요한) 어
아
그랬구나
(요한) 그래서 그…
아, 너 진짜, 진짜, 이씨 [흥미로운 음악]
집사 너 나랑 장난해, 어?
뭐, 책에 쓰여 있는 대로 하면, 뭐?
[AI 작동음] [AI 음성] 주인님
스트레스받으시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주방대에 있는…
(요한) 너 지금 뭐라는…
[AI 음성] 하루 한 알이면 되니까 잘 챙겨 드십시오
주인님 연령대엔 관리를 철저히 하셔야죠
됐어, 꺼져
[유리컵을 탁 내려놓는다]
[무거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시범 재판에서
강요한 판사가 한 돌발 발언에 대해서는
(대변인) 다각적으로 그 경위를 신중하게… [문이 달칵 열린다]
(중세) 가짜 뉴스입니다!
[저마다 웅성거린다]
안녕하십니까, 저 허중세
온갖 중상모략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와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판사까지
저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이 어려운 시국에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는
강요한 판사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 맞습니까?
사실 말입니다
저에게도 강요한 판사에 대한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강 판사가 외국과 내통해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순수한 한국인 핏줄이 아니다'
저희와 다르다는 거죠, 혈통이
심지어는 강요한 판사가 다른 나라의 자금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제보까지 있습니다
[중세가 숨을 후 내뱉는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 강요한 판사에 대한
어떠한 의혹이든 제보해 주시는 분들께는
제보의 퀄리티에 따라서
막대한 포상금을 차등 지급 하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포상금 대박 쏘겠습니다, 예
(기자1) 아, 그러면 사재로 지급해 주시는 겁니까?
(중세) 이상입니다
(기자1) 한마디만 해 주세요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대변인) 아,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TV 전원음]
[문이 달칵 열린다] [중세의 한숨]
(연정)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정치가 코미디도 아니고, 쯧
말들도 많을 텐데
코미디일수록 좋은 거야
(연정) 응?
코미디 뭐, 컴페티션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복잡한 거 눈에 안 들어오게 돼 있거든 [중세의 웃음]
[탄성]
내가 왜, 아까 포상금 차등 지급 한다 그랬지?
컴페티션 아니야, 컴페티션
[웃음] (중세) 그냥 예능의 폭주 기관차로
막 가는 거야, 그냥 막
아유, 못 말려, 정말, 자기
[한숨]
정신들 못 차리게, 아주, 씨
[흥미로운 음악] (가온) 괜찮은 겁니까?
(요한) 뭐가?
(가온) 10년 전 그때는 막말로 유명한 배우였지만
지금은 대통령입니다
(요한) 그래, 그렇지
이젠 대통령에 법무부 장관, 언론사주, 재벌
대한민국 자체나 다름없지
그래요,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건 겁니다
(가온) 괜찮은 겁니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얻었는지 아나?
위선이야, 위선
(요한) 위기일수록 사람들은 작은 선의에도 감동하는 거거든
재단은 역병 발생 후
공격적으로 자선 사업 규모를 키웠어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돈이 지출된 곳은
재난 구호가 아니었어
뭐였습니까?
홍보
(요한) 온갖 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과장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책임을 다하는 상류층의 이미지를 바꿨지
그걸 무기로 정권을 장악했으니
이젠 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가온) 본전 회수
(요한) 아니, 그 이상이지
저들이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꿈터전 사업이라는 게
결국 국민 성금으로 집단 수용 시설을 만들어서
노숙자들, 빈민 사회 불만 세력들을
싹 청소해다 갖다 버리겠다는 건데
그러고 나면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을 벌이겠다는 거야
사업 부지는 차명으로 매집해 놨겠네요, 헐값으로
진짜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한 겁니까?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판사실을 폭탄으로 날려 버린 놈들이야
아니
근데 그렇게 전 국민 앞에서 판을 크게 벌인 겁니까?
- 재밌잖아 - (가온) 예?
재미라도 있어야지 어차피 벼랑 끝에 선 거라면
재밌습니까?
(가온) 너무 무책임하신 거 아닙니까?
엘리야는요?
[차분한 음악]
엘리야 생각은 해 보신 겁니까?
늘
항상
지금까지 수집한 재단에 관한 자료 전부 주십시오
돕겠다는 건가?
(가온)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요한) 뭐지?
위증 교사, 납치, 협박
(가온) 선량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 하는 거짓말
전 떳떳하지 못한 범법자가 될 순 없습니다
사기꾼 때문에 돌아가신 저희 부모님 앞에 그리고
수현이 앞에
판사는
법대로 할 때 제일 힘이 있는 겁니다, 부장님
(요한) '떳떳지 못한 범법자가 될 순 없다'
'판사는 법대로 할 때'
'제일 힘이 있는 거다'
그러든지
의혹 제기해서 국민 관심 끌었고
다음 계획은 뭡니까?
분열
[흥미로운 음악]
(요한)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뭉쳐 있기라도 하면 방법이 없어
우선 흔들어 놔야지
뭐, 이런 걸로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동전이 쨍 튀어 오른다]
[동전을 탁 잡는다]
(직원1) 아, 네, 알겠습니다, 네
[직원1이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회장실이 몇 층입니까?
[놀라며] 판사님?
(직원1) 아, 20층입니다
[직원1의 다급한 숨소리]
여기 1층인데요
강요한 판사님이 갑자기…
[엘리베이터 도착음]
(비서1) 판사님
회장님이 지금 회의 중이셔서요
- (요한) 기다리죠 - (비서1) 아, 그러시겠어요?
(비서1) 그럼 이쪽으로… [비서1의 어색한 웃음]
[요한의 힘주는 숨소리]
볼일 보세요
아, 예
[멀어지는 발걸음]
[흥미진진한 음악]
(요한) 7분 30초
(비서1) 판사님, 그냥 가십니까?
- (요한) 용건이 끝나서요 - (비서1) 아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민보"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녕히 가십시오
[흥미로운 음악]
[문이 덜컹 열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통화 연결음]
무슨 일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셨죠?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5, 4
(요한) 3, 2, 1
1의 반, 반의반의 반
반 [전화벨이 울린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두만)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해 줘, 강 판사
내가 뭐 모르는 게 있는 거야?
나는 늘 강 판사 편인 거 알잖아, 그렇지?
증인 매수 어쩌고 일 벌인 거 있잖아
그거 차경희다?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근데 감당할 수 있겠어?
재단 전체를 다 적으로 돌렸잖아
[픽 웃는다]
나한테 뭐, 궁금한 건 없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다 얘기해 줄 수 있어
손가락을 빠네
야, 너희들 배고프지?
내가 섬세하지 못했다 뭐든 먹고 와, 맛있는 거
빨리 나가! 비싼 거 먹어!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렇지?
(비서2) 먼저 가요, 응
[통화 연결음]
접니다
우리 영감이 지금 누구랑 만나냐면요
[흥미로운 음악] (용식) 응?
[잔을 툭 내려놓는다]
박두만을 만나서 한 얘기들
그 자식 입에서 나온 얘기들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보면 돼
걔가 뭘 줬든지 간에 그거 다 가짜야
(용식)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말만 하면 거짓말이야
그 자식 어렸을 때부터…
(두만) 하루 종일
나 하나 제칠 궁리밖에 안 하는 놈이라고, 그게
(용식) 걔 중학교 때 무슨 일 있었냐면은
걔 중학교 때
자기가 대학생이라고 그러고 다닌 놈이야
[술을 조르르 따르며] 아, 생각 생각을 해 봐
내가 뭐, 뭐, 뭐, 뭐가 아쉬워서 재단 돈에 손을 대겠어?
그런 일을 벌인 놈이 있다면은
지구상에 민용식이 하나밖에 없어
(용식) 그리고 걔 마누라 어떻게 꼬셨는 줄 알아?
피 여사를 말이야 거, 나이트 가 가지고, 어?
술 먹은 사람을 말이야, 그 자식이
민보그룹이 요즘에
자금 경색이 심각하거든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다]
내가 빼내 줄게, 재단 회계 자료 [흥미진진한 음악]
그건 내가 이미 이제 준비해 놨지
그거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그거 다 준비해 가지고서
(용식) 강 판사한테 고대로 갖다줄 테니까
(두만) 민용식이 그놈이 뭘 줬든지 간에
다 가짜다, 응?
현혹되지 말라고
- 그래요? - (두만) 응 [두만의 웃음]
이거 좀 먹, 먹어, 어? 먹으면서 같이 얘기해
(용식) 아, 이것 좀 먹어 봐 이거, 이거 잘해
[다가오는 발걸음]
[서류를 사락거린다]
[한숨]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레버 조작음]
[버튼 조작음]
강 판사님,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비서3) VIP께서 찾으십니다
뜻밖입니다, 대통령님
(중세) 뭐가요?
(요한) 이런 방식으로 저를 부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무시무시하던데요? 어디 묻어 버리기라도 할 기세던데
에이, 무슨 말이야, 강 판사
(중세) 전 국민을 상대로
내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띄워 놓고
날 그렇게 엿 먹여 놨는데
내가 뭘 하기는 지금 너무 힘들겠지
근데 말이야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설마'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일국의 대통령이 그것도 직접
이렇게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어? 재밌지 않겠어요?
설마설마하는 사이에 시간은 가고
뭐, 연예인 스캔들 큰 거 몇 개 빵빵 터져 주고
그러면 사람들 금방 잊어버리잖아
금붕어 새끼들처럼
그럴듯한 시나리오네요
(중세) 긴장했구나? 강 판사
우리 천하의 강요한 판사님께서
슈트발 좋아
근데 요즘 바쁘신 거 같아
이놈 저놈 만나고 다니느라
(요한) 네, 지금처럼 말이죠
(중세) 그 이놈 저놈들이
우리 강 판사한테 대체 뭘 줬을까?
근데 아까 그 시나리오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나는 그 시나리오 갖고
여차하면 지금 그냥 바로 슛 들어갈 수 있는데
[요한의 한숨]
정 그러시다면
(중세) 응? [흥미로운 음악]
[중세의 당황한 신음]
(요한) 안녕하세요
'허중세의 개사이다'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대통령님께서 저도 불러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와, 시작부터 벌써 많은 분들께서 들어와 주셨네요
댓글들이 그냥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네, 저 강요한 판사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응? 마음 바꿔 주셔서
재단 비리 의혹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겠다고요?
(중세) 아, 아, 예
(요한) 이렇게 절 청와대까지 불러 주셔서
함께 입장을 밝히자고 해 주셨습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아, 예, 강 판사
대통령님과 제가 함께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여러분의 성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자, 그럼 오늘 여기까지
자, 그럼 다 같이 외쳐 볼까요?
대한민국 토탈
(함께) 체인지
'허중세의 개'
(함께) '사이다'
애국자면 다 같이 구독, 댓글, 좋아요
(함께) 알림 설정까지
(요한) 손 흔들어 주셔야죠
웃으면서
[어색한 웃음]
밝게 [웃음]
(요한) 와, 벌써 분석이 다 끝난 거야? 대단한데?
요리조리 복잡하게 꼬아 놨지만 빈틈은 있네요
(요한) 빈틈?
(가온) 홍보, 홍보를 너무 열심히 했어요
뭐, 재단이 꿈터전 사업에 100억을 기부했다
200억을 했다
뭐, 매번 홍보 자료를 내면서 생색은 냈는데
금액이 너무 커요
발표된 사업 규모를 보면
필요한 돈은 지금까지 모인 국민 성금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요한) 국민 성금으로 추진하면서
자기들이 기부한 것처럼 생색을 냈다?
뭐, 의심일 뿐입니다
재단 내부 회계 자료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어요
박두만과 민용식이 준 자료
역시 가짜였지?
(가온) 네, 뭐, 서로 상대방이 횡령한 것처럼 꾸며 놨던데요?
그 능구렁이들이 뭘 쉽게 내줄 리가 없지
제보는 좀 들어왔나?
뭐, 쓸 만한 건 없어요
뭐, 장난이거나 보상금을 노린 허위 제보 같아요
뭐, 그래도 지급은 해야지
- 네? - (요한) 보상금
(가온) 아니 굳이 그런 제보에 왜…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야, 숫자지
인터넷에 대문짝만하게 제보 숫자를 올리는 거야
(요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흠
[한숨] 사람을 속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아나?
기세야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태도
인간들은 보통 그런 데 속기 마련이지
아주 숙달된 사기범 같은 말씀이네요
깜박했네
사기에 아픈 기억이 있었지?
[무거운 음악]
(요한) 그래도 이건 좀 다르잖아
자기 돈으로 세상을 구하는 사기꾼
본 적 있니?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시위자) 8천억대 사기 행각
도영춘을 엄벌하라!
[괴로운 숨소리]
(시위자) 내 가족을 자살케 한 도영춘을
(시위자들) 사형하라!
[무거운 음악] [가온의 힘겨운 신음]
[가온의 힘겨운 신음]
[울먹인다]
[가온과 수현이 흐느낀다]
(시위자) 엄벌하라!
(시위자들) 엄벌하라! 엄벌하라!
(시위자) 내 가족을 자살케 한
도영춘을 사형하라!
(시위자들) 사형하라! 사형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엄벌하라!
(시위자들) 엄벌하라! 엄벌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사형하라!
(시위자들) 사형하라! 사형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엄벌하라!
(시위자들) 엄벌하라! 엄벌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사형하라! [달그락거린다]
(시위자들) 사형하라! 사형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엄벌하라!
(시위자들) 엄벌하라! 엄벌하라!
(시위자) 도영춘을 사형하라!
(시위자들) 사형하라! 사형하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
(시위자) 사형하라고!
도영춘 나와라!
[무거운 음악]
(수현) 하지 마
저런 놈 때문에 네 인생 버리지 마
그럴 가치가 없어, 가온아
수현아
[놀란 숨소리]
[가온의 한숨]
(가온과 수현) 감사합니다
(수현) 아, 곧 퇴원인데 뭘 매일 찾아오고 그래
귀찮게
(간호사) 오늘은 왜 안 오는 거냐고
아침부터 투덜대던 분 어디 가셨나?
그, 환자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 줍시다, 예?
(간호사) 밖에 나가셨나?
그랬어?
[문이 드르륵 닫힌다]
(수현) 아니, 근데
강요한은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내가 보기에 이거 완전 사기 같아
[가온이 침구를 쓱쓱 턴다]
어?
일단 넌 좀 쉬어, 몸부터 나아야지
쉬긴 뭘 쉬어 캐 봐야 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수현) 증언 조작에 성당 화재 사건 진상에
엘리야, 엘리야는 잘 있어?
얼마나 힘들었을까
쯧,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수현의 한숨]
어릴 적 내가 생각난 건 아니지?
야, 이 뻔뻔한 놈아
(수현) 어디 그 이쁜 애랑 널 비교해
자기 객관화 좀 하고 살지?
네
(가온) 튼튼한 거 같으니까 간다
같잖아도 손님은 손님이니까
이거 먹고 갈래?
[수현이 달그락거린다] (가온) 와, 윤수현 아주
봅시다, 얼마나 잘 깎는지 [수현이 숨을 씁 들이켠다]
[가온이 서랍을 탁 닫는다] (수현) 음, 자
어디
[무거운 음악]
뭐 해?
- 수현아 - (수현) 어
내가 깎을게
(가온) 네가 깎으니까 먹을 게 없더라
아유, 무정한 새끼
[가온이 사과를 삭삭 깎는다]
(TV 속 앵커) 강요한 판사에게 접수된
사회적 책임 재단 비리 관련 제보가
스무 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단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답변 외에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상을 밝혀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0만 건을 돌파… [TV 전원음]
한눈팔지 말고 일들 합시다
[직원2의 헛기침]
(직원3) [작은 목소리로] 야, 진짜 아무거나 얘기해도 돈 준다며?
(직원4) 금액도 장난이 아니래, 진짜 [무거운 음악]
(직원3) 나 다음 달에 나갈 돈 많은데 나도 해 볼까?
(직원4) 큰일 나, 들키면 어쩌려고
(두만) '강요한 적극 지지'?
- 하, 씨, 야당 놈들 진짜 - (용식) 쳇
(용식) '시범 재판은 국민 시선 끌기 용이다'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 [헛웃음]
온갖 거룩한 선비 행세는 다 하던 놈들이, 씨
아, 그게 원래 정치잖아요
[두만의 힘주는 신음] (중세) 적의 적이면 동지지
아, 그거보다
[손가락을 딱딱 튀기며] 저기, 두 분
강요한 걔한테 도대체 뭘 주신 거예요?
[웃으며] 참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에요
(두만) 아, 엿 먹어 보라고 헷갈리게 뭐 하나 던져 줬어요
(용식) 이왕이면 나도 엿 먹이고?
(두만) 아,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씨, 쯧 [무거운 음악]
여하튼 그거 파고 들어가 봤자 강요한만 곤란해지는 그런 거예요
그러는 민 회장은 도대체 뭘 준 건데?
나 없어지면 뭐, 방송 사업이라도 하게?
그거 좋은 생각이네?
아, 이 자식이 말을 해도, 씨
- (용식) 안 놔? 자식… - (두만) 어어?
지금 이 모습
(선아) [잔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누가 제일 좋아할 그림일까요?
성벽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수습부터 하세요
강요한은 숨 돌릴 틈 주지 않고 뭔가 할 겁니다
[중세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두만) 뭐야, 이거?
[버튼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요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여기저기서 나서 주고 계십니다
용기 있는 제보자분들 덕분에
재단 측의 태도도 바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유튜브 다들 보셨죠?
(영상 속 요한) 대한민국 토탈 체인지 [웃음]
'허중세의'
(영상 속 요한과 중세) '개사이다' [기자들이 함께 말한다]
[TV 속 기자들의 웃음]
(TV 속 요한) 놀랄 만한 사실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재단 상임 이사 두 분께서
(TV 속 요한) 회계 자료라면서 뭔가를 주셨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들이 놀란다]
[봉투를 툭 내려놓는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2) 저게 뭐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TV 속 요한) 꽤 재밌습니다
(요한) 가족이 하는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사업 예정 부지를 미리 매집하고
공교롭게도 두 분께서 주신 자료가 정반대 내용이라
(TV 속 요한) 확인을 좀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문제는 이 정도가 아닙니다
(요한) 보시죠
[기자들이 놀란다]
그동안 재단 이사분들께서 기부하셨다는
이 막대한 금액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조명이 탁 켜진다] 여기 김가온 판사가
재단 내부 회계 자료를
일일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부했다는 금액과
재단에 실제로 들어온 금액이
전혀 맞지를 않습니다
재단 내부 회계 자료 진짜로 입수하신 겁니까?
네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가 나서 주셨습니다
(기자3) 돈이 맞질 않는다면 누군가 횡령했다는 건가요?
횡령한 적이 없으면 처음부터 기부한 적이 없겠죠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4) 김가온 판사님도
이 일을 밝히는 데 동참하시는 겁니까?
(요한)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기자들의 웃음]
김가온 판사는 매사 반대하는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사실은 모르셨을 겁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5) 이거 뭐야?
[의미심장한 음악]
(요한) 김가온 판사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자들이 놀란다]
김 판사께서는 이런 고통을 이겨 내셨습니다
그렇게 선량한 국민 여러분을 속이는
이런 위선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제보자 신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친 후
모든 제보 내용을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일주일 후 바로 이 자리입니다
고맙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기자6) 재단 내부에 정보원이 있나요?
(기자4) 제보자와 아는 사이인가요?
(기자7) 판사님 부모님 얘기가 사실인가요?
(기자8) 어느 정도 구체적인 내용인가요?
(기자9) 판사님 한마디만 해 주시죠
잠시만요, 잠시만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결국 이거입니까?
[문이 탁 닫힌다] (가온) 전 그냥 사기의 도구였던 겁니까?
부장님이 저들과 다른 게 뭡니까?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 다 이용해도 되는 겁니까?
'떳떳지 못한 범법자는 될 수 없다'
(요한) '판사는 법대로 해야 제일 힘이 있는 거다'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나, 응?
이건 전쟁이야
다음 주엔 또 뭘 내놓을 겁니까?
위조한 회계 장부?
있지도 않은 제보?
(가온) 더뎌도, 힘들어도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요한) 그래?
만족하나 보네
네 부모를 죽인 그 사기꾼에 대한 법의 준엄한 심판이
아주 감동적이었나 봐
닥쳐
(요한) 네가 말하는 온갖 원칙과 절차 지켜 가면서 [어두운 음악]
값비싼 변호사들 장난질 다 겪어 가며
질질 늘어지는 재판 견디고 견뎌서 받아 낸 형량
징역 17년, 그거였어?
(요한) 그게 밤낮 네가 떠들어 대는 정의였어?
함부로 말하지 마, 씨
내 부모님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해서 오래 고민해서
그 모든 장난질에도 불구하고
정정당당하게 법에 따라 내린 결론이었어
그게 시스템이야
(가온)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게 시스템이라고
그렇게 믿어야 살 수 있었던 건가?
(요한) 네 곁에 남은 단 두 사람
윤수현과 민정호가 너를 그렇게 설득한 건가?
네 손으로 그놈을 찔러 죽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욕망을
그 믿음 하나로 억누르며 살아왔던 건가?
(요한) 어? 어!
멋대로 말하지 마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너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
[중세가 소리친다]
(중세) 이거, 이거 어떻게 된…
어떻게 된 거야!
(용식) 그럴 리가 없습니다
회계 자료를 빼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민 회장님이 책임지실 수 있어요?
(중세) 만에 하나 진짜면 어쩔 건데?
일주일 뒤라잖아, 일주일 뒤
전 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어쩔 거냐고
(두만) 시청률은 대박이겠는데?
(중세) 아이
[용식의 짜증 섞인 신음]
(용식) 작작 좀 해라, 인간아!
아, 이 자식이 진짜
아니야!
(두만) 아, 내가 카드를 좀 쳐 봐서 아는데
강요한 이거 지금 블러핑하는 거예요
가진 패가 없으니까 더 세게 나오는 거라고, 쯧
(선아) 죄송합니다만
강요한은 패가 없으면 직접 만들어 낼 인간입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두만) 그럼 손모가지를 잘라 버려야지!
(선아) 온 국민이 지켜보는 큰판이에요
세 분께서 자진해서 판 키우셨고요
이제 강요한 패가 가짜인 걸 밝히려면
이쪽 패도 까야 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기부액 부풀려진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꿈터전 관련 자금 집행 내역 일체
향후 지출 계획 그리고
진짜 사업 목적
[어두운 음악] (중세) 정 이사
(선아) 아, 죄송해요
제가 감히 주제넘었네요
(중세) 그래서, 아니 아니,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수습할 거예요?
우리한테는
서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정학) 그럼 강요한 이 인간 덕에
이 늙은이 다시 살아날 기회를 잡는 건가?
[웃음]
[웃음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중세) 오셨네
(용식) 아유, 선생님
(중세) 응? 선생님
[문이 달칵 닫힌다]
특별히 기도 중이실 때는
도무지 뵐 길이 없었는데
정말 어려운 걸음 해 주셨습니다
이, 얼굴들이 많이 상하셨네
[사람들의 웃음]
(정학) 왜?
이, 똥줄들이 타고 있는 건가
이번 일로? [정학의 웃음]
(용식) 네, 이거 난리도 아닙니다, 선생님
(두만) 예, 더 늦기 전에 수습해야 될 거 같은데요
직원들도 딴맘 품는 것들이 있는 거 같고요
내가 해결하겠네
아, 선생님께서 나서 주신다면야
(두만) 걱정할 게 하나도 없지요
(중세) 맞습니다
선생님, 이 나라에서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 한 분뿐이십니다 [정학이 픽 웃는다]
(용식) 암요 선생님밖에 안 계시지요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참스승
큰 어른
(정학) 거참, 호들갑들은
여하튼
내가 직접 대중 앞에 나서면
강요한
그 요사스러운 자의 혀끝에 놀아나던 민심도
사그라들 걸세
시시콜콜한 잡설 따위엔 일일이 대응할 것도 없어
(중세)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게 흐름이라는 게 한번 휘어잡으면
그냥 판세가 완전 뒤집히는 게
또 여론 아니겠습니까?
(두만) 아, 대단하십니다
아,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진짜
(정학) 그래도 말이야, 뭔가
던져 줄 건 하나 필요해
[어두운 음악]
(중세) 음
던져 줄 거라고 하시면…
(정학) 대중들이란
뭔가 입에 물려 줘야 조용해지는 법이잖아
물어뜯고 씹어 발길 것 말이야
(중세) 음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씁, 혹시 누구를…
(정학) 왜
우리 모두 잘 아는 적당한 사람 있지 않나?
내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느라 두문불출하는 사이에
이 재단 사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처리해 온
정 이사 말씀이십니까?
(중세) 씁, 그, 정 이사 그 친구는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처리하는 그런 친구 아닙니까?
그래 봤자 종놈이야
(정학) 이럴 때 쓰려고 지금껏 잘 키워 온 거 아닌가
(중세) 아
씁, 그럼 정 이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근데 덮어씌운다고 조용히 있을 정 이사가 아니고
그러면 일단
정 이사 입을 못 열게
먼저 만들어야겠네요, 그렇죠?
당연하지
영원히
(정학) 모든 걸 안고 가도 아무 말 없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용식) '영원히'
[정학의 웃음]
[사람들의 웃음]
[안도하는 한숨]
[기어 조작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내리지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철컥 열린다]
[비밀스러운 음악]
[문이 철컥 열린다]
(교도관1) 저희가 강요한 판사님 팬입니다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1) 권력이다!
(교도관들) 권력이다!
존경합니다, 판사님
(교도관1)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1) 권력이다!
(교도관들) 권력이다!
(교도관1)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1) 권력이다!
(교도관들) 권력이다!
(교도관1)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1) 권력이다!
[문이 달칵 열린다]
[교도관2가 의자에 탁 앉는다]
(교도관2) 수용 번호 70618, 도영춘
7번 방에 면회
내가 미쳐 날뛰기라도 바라는 거야?
(가온) 그놈 목이라도 조르는 꼴을 보고 싶어?
[가온의 성난 숨소리]
나쁜 새끼, 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교도관3) 수용 번호 70618, 도영춘
[무거운 음악]
아니야
(가온) 이 사람 도영춘 아니에요
완전 다른 사람이에요 뭔가 잘못됐어요
70618번 도영춘 맞습니다
아니라니까요
(가온) 이거 도, 도영춘 아니야
말, 말도 안 돼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요
(교도관2)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징역 17년'
'이름 도영춘'
저기,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수용 번호, 주민 번호, 입관 일자
숫자가 다 맞아요
[가온의 한숨]
하루도
(가온) 단 하루도 그놈 얼굴을 잊어 본 적이 없어
(가온) 아니야 완전 다른 사람이에요
아저씨, 왜 거기 있어요?
아저씨!
아저씨, 거기 왜 있어요? 나와요
[창을 쿵쿵 두드리며] 아저씨!
[의미심장한 음악]
[허탈한 숨소리]
[드르륵 소리가 난다]
가지
[가온의 떨리는 숨소리]
(요한) 이렇게 통째로 조작할 수 있는 건
시스템 자체밖에 없어
이게 시스템이야
시스템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지
시스템 자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 앞에선
[가온의 분한 신음]
[가온이 소리친다]
[가온의 괴로운 신음]
[소리친다]
[흐느낀다]
[울부짖는다]
[정학의 웃음]
[의아한 신음]
[당황한 신음]
외출했었나 봐?
아, 아닙니다
그저 바람이나 좀 쐴까 해서
저런
나이 든 몸에 바람 찰 텐데
도가니도 시리고
(정학)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인"
[한숨]
많이 늙었다
(선아) 나 때문이야?
내가 약점 잡고 못살게 굴어서?
(정학) 아
아닙니다
다 저의 죗값인데
제가 감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진짜?
(선아) 와, 대단하다
나 같으면 원망할 거 같은데
역시 마음 수양한 사람은 다른가 봐
[선아의 한숨]
기억나?
나 여기 처음 영감 수발하러 들어왔을 때
그땐 나도 꽤 어렸었는데
(정학) 예
그러셨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선아) 갈 곳 없는 어린애한테
[비밀스러운 음악]
[흐느낀다]
[한숨]
울지 마, 자기가 왜 울어?
난 울어 보지도 못했는데
[떨리는 숨소리]
일어나
[정학이 울먹인다]
이제 그만하자
용서할게
(정학) 예?
(선아) 응
자긴 귀한 사람이거든
이 나라를 수습할 사람
벌써 얘기 다 끝냈어
[정학을 칼로 푹 찌른다] [정학의 아파하는 신음]
[무거운 음악]
쉿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너는 명예롭게
서 선생님으로 가는 거야
과분하게
더럽게 과분하게
너 같은 돼지 새끼한테는 분에 넘치게
[정학의 힘겨운 신음] [칼을 쓱 뺀다]
[정학을 칼로 푹 찌른다]
[칼이 잘그랑 떨어진다]
(기자10) 사회적 책임 재단 서정학 이사장께서
서거하셨습니다
고인은 최근 불거진 [카메라 셔터음]
기부금 횡령 의혹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자결하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 실제로 돈을 횡령한 재단 직원들은
모든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했는데
이 사실을 안 고인께서 비통한 나머지
스스로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영상 속 기자10) 평생을 고난 속에서
빈민 구제와 민족정신 함양에 헌신해 오신 [사람들이 놀란다]
고인의 서거 소식에
온 나라는 비통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사회적 책임 재단을 새로이 이끌어 주실
정선아 이사장님을 모십니다
[카메라 셔터음] [어두운 음악]
[몽환적인 음악]
(선아) 난 거기로 돌아가려고 살았어 [사람들의 환호성]
도련님이 쫓아낸 그런 세상의
주인으로
(정호) 한번 폭주하기 시작한 괴물은
적당한 곳에서 멈추지를 않아
(가온) 뭐 하는 짓입니까, 지금
[남자들의 힘주는 신음]
(요한) 쇼는 계속돼야지
대중의 지지가 우리의 유일한 무기니까
(수현) 강요한의 의도가 뭘까?
(가온) 편하게 지내는 꼴 나한테 보여 줘서
내 눈 뒤집어지게 하려고!
(요한) 제거해야 되겠지 위험 요소는
(선아) 도련님은 나랑 참 닮았어
(요한) 그래서 내가 좋아?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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