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8
(요한) 이렇게 통째로 조작할 수 있는 건
시스템 자체밖에 없어
이게 시스템이야
시스템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지
시스템 자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 앞에선
[혼란스러운 숨소리]
[가온의 분한 신음]
[가온이 소리친다]
[가온의 괴로운 신음]
[소리친다]
[가온이 흐느낀다]
[가온의 한숨]
내 형이 죽은 화재 사건 있잖아
(요한) 자기들 살겠다고 남 외면한 거
거기까진 이해했어
인간이 인간 짓 한 거니까
인간적이잖아
근데 이건 정말 놀랍다 싶은 게 있더라고
병원으로 찾아온 거야
그자들이
[놀란 숨소리]
[의료 기기 작동음]
(중세) 아이, 내가 형님 가족 진짜 다 구출할 수 있었는데
그 불길 때문에
아, 근데 그 생지옥에서 어떻게 살아 나온 거예요?
대단해, 대단해, 진짜 대단해
아유, 나 진짜 꼼짝없이 불에 타 죽는구나 했다니까 [중세가 호응한다]
(용식) 하늘이 도우셨지, 진짜
[경희의 한숨]
저는…
그, 평상시에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 줬던
제 아들놈 생각이
(경희) 정말 얼마나 많이 나던지, 진짜
[경희의 탄식]
형님 일은 안됐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요
남은 우리가 형님의 뜻을 이어 가야죠
형님이 기부하신 재산
저희 재단에서 정말로 귀하게 쓸게요
나눔으로 사랑으로
남은 삶은 진짜 덤으로 산다 생각하고
우리가 진짜진짜 감사하는 마음으로
(중세) 그렇게 살아가야겠어요, 예
- (용식) 그럼 - (경희) 그래야지
(두만) 더 나누고 베풀고 더 감사하고
- (두만) 우리만 믿어 봐요 - (용식) 아멘 [중세가 호응한다]
(중세) 역지사지라고 [무거운 음악]
우리가 그 마음 다 알지 다 알아요
왜 모르겠어 우리가 한배 타고 있었잖아요
그 불구덩이에서 [경희가 호응한다]
아니, 한배 탄 거지 이거 운명이지, 이거는
- (경희) 예, 그렇죠 - (중세) 어
[중세와 경희의 한숨]
- 착하게 살아야지 - (경희) 세상에 진짜
(경희) 형님 같으신 분이 어디 있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용식이 호응한다]
정말 대단하세요
(중세) 와 햇살이 너무 좋다, 진짜
피크닉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요한) 진짜 일말의 거리낌조차 없이
진심이더라고
(요한) 그런 자들이 위선까지 떠는 거
그걸 못 참겠어
구역질이 나서
그자들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야
'우리가 뭘 잘못했냐'
'경제 살리자는 사업인데 사소한 일로 우리를 핍박한다'
'정치적인 음모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세상에 진짜 악마가 있다면 말이야
그건
권력자의 자기 연민일 거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요한) 꼴이 말이 아니군
지금은 네 생각만 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무거운 음악]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철컥 열린다]
(교도관1) 수형 번호 70618, 도영춘
(가온) [창을 쿵쿵 두드리며] 아저씨, 왜 거기 있어요?
아저씨! 나와요
아저씨!
[어두운 음악]
(교도관2)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2) 권력이다!
(교도관들) 권력이다!
(교도관2) 우리가!
(교도관들) 우리가!
(교도관2) 권력이다!
(교도관들) 권력이다!
(가온)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의 고통을 이용하지 않을까?
세상에 진짜로 악마가 있다면
[차분한 음악]
[가온이 흐느낀다]
[한숨]
[사무실이 분주하다]
(요한) 재단 쪽 직원들 중에
제보하려는 사람들이 좀 나왔다면서?
(요한) 쓸 만한 게 있어 보여?
(K) 회계 팀 직원도 있습니다
(요한) 아유, 그래?
그런데 어제까지 다시 전화 준다 해 놓고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K) 핸드폰도 꺼져 있고요
무슨 일인지 확인하는 중인데 [어두운 음악]
(요한) 잠시 끊어 봐
[통화 종료음]
(선아) 서 선생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영상 속 정학)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모든 게 저의 불찰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인간의 탐욕을 과소평가한 죄
아랫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 죄
무엇보다 사람을 쉽게 믿은 죄
이 모든 게 돌이킬 수 없는 저의 과오입니다
절 믿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년이었잖아
(정학) 하, 그럼 난 말이야
가서 대국민 담화 메시지를 준비해 놓을 테니까 [무거운 음악]
속히 그년부터 처리하시게
- (정학) 확실하게 - (중세) 예
- (정학) 그럼, 응? - (중세) 아유, 식사라도
(중세) 벌써 들어가십니까?
(정학) 아, 수고들 하시고, 어
(중세) 선생님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저희들은
(두만) 들어가십시오!
에이씨
[두만의 한숨]
(중세) 대단하네, 정 이사
(선아) 선생님 모신 세월이 얼마인데요
(중세) 그래, 좋아요, 응, 그러면
우리가 왜
선생님 제안 대신에 정 이사 제안을 받아야 하는지
한번 들어 볼까?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선아) 서 선생님은 드물게 존경받는 어른이시죠
방금 하셨던 말씀처럼
직접 대중 앞에 나서서 한 말씀만 하셔도
어느 정도 여론이 바뀔 거예요
(중세) 그런데
하물며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시면서 남긴 마지막 말씀이라면
(선아) 어떨까요? 그 무게가
(중세) 그러니깐 살아 있는 선생보다
죽은 선생이 값어치가 더 나간다?
어유, 정 이사 무서운 사람이다
어유, 나 정 이사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
어, 너무 무서워
[픽 웃는다] 무서워, 무서워, 마음에 들어
어유
(영상 속 정학) 이 모든 게 돌이킬 수 없는 저의 과오입니다 [어두운 음악]
절 믿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직접 재단 일을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며
그 책임 또한 직접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기부금에 손을 댄 정선아
(영상 속 정학) 범죄자 정선아를 반드시 찾아내어
죗값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영상 속 정학) 세상 어디에 숨어 있든 반드시
[영상 속 소리가 되감긴다]
손을 댄 정선아…
범죄자 정선아를…
세상 어디에…
그 첫걸음으로 기부…
[키보드 조작음]
"삭제"
국민 여러분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완성
(선아) 일생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 선생님께서는
아랫사람들의 죄악조차
스스로 안고 가시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심을 받게 되자
회계 자료를 전부 없애고 일제히 사라진 이들은
재단에 조직적으로 침투한 불순 세력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드시 찾아내어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
(영상 속 선아) 세상 어디에 숨었든 [문이 달칵 열린다]
(가온) 이 인간들 도대체 무슨 수작인 겁니까?
(요한) 우리한테 제보하려던 사람들이야
외려 범인으로 몰았어
'자기들은 기부했는데 저자들이 횡령한 거다'
이렇게 스토리를 짠 거지
(가온) 그럼 우선 반박 성명 내고 진상부터 밝히라고…
(요한) '지독하다'
'잔인하다', '모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상갓집에 대고
죽음에 유달리 관대한 나라야
모든 방송을 통해서
서정학의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겠지
감히 고인의 유언에 토를 달지 못하도록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이용하는 게
세상을 움직이는 자들의 방식이야
잘 봐 둬
이번에 거액을 횡령한 후에
일제히 잠적한 자들 배후에는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중세) 광화문 폭동을 주동했던
과격파 조직이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란스럽다] (중세)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들이었습니다
(중세) 우리나라를 흔들려는 외세의 음모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관계 기관이
조직원 일부를 붙잡아 신문 중에 있습니다만
이들에게 거액의 자금이 들어간 이상
언제 어디서 테러와 폭동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비상사태에 접어든 것입니다, 여러분
이게 다 누구 책임입니까?
이 모든 것은 범죄에 미적지근하게 대처했던
지난 정권의 책임 아닙니까?
저는 이 독버섯 같은 세력을 뿌리 뽑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법질서를 바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선포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더 이상 범죄자들의 눈치나 보는
그런 나약해 빠진 대한민국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여기 정선아 신임 이사장과 함께 [의미심장한 음악]
안전하고 강력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두만) 사회적 책임 재단!
정선아! [용식의 웃음]
(요한) 저런 자들을 상대로
원칙과 절차를 다 지켜 가면서 뭘 할 수 있지?
지난번에 얘기했듯이 현실에 정의 따위는 없어
게임만 있을 뿐이야
그것도
지독하게 불공정한 게임
부모님 생각에 힘들겠지만 마음 좀 추스르지
본 게임이 시작된 것 같으니까
이제
[차분한 음악]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통화 연결음]
수현아
(수현) 어, 가온아
지금 몇 시야
[애교 섞인 말투로] 이 누나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가온) 응
(수현) '응'?
(가온) 응
보고 싶다, 윤수현
(수현) 얘는 뭐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와 놓고
새삼스럽게 보고 싶기는
(가온) 퇴원하면 술 한잔 산다 그랬잖아, 내가
(수현) 술 한잔 좋지
나 진짜 힘들었다, 술 참느라
(가온) 얼마든지 살게
(수현) 오늘 마음에 든다, 어?
(가온) 그렇지?
(수현) 아, 아파
(가온) 왜, 왜, 왜, 어디 아파?
(수현) 응, 다친 데 아파
(가온) 아, 다친 데가 아파? [수현이 호응한다]
이리 와, 가자
- (가온) 수현아 - (수현) 응?
(가온) 너 다친 데 머리 아니었어?
- (수현) 어, 시끄러워 - (가온) 네
[수현의 탄성]
(수현) 아주 잘 들어간다
뭐 해? 원샷 [수현의 헛기침]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온이 술병을 달그락 든다]
너 언제 얘기할 거야?
뭐를?
(수현) 너 무슨 일 있잖아 안 좋은 거
(가온) 아니야 그냥 너 퇴원 기념으로
진짜 한잔하려 했지
김가온
오늘은 그냥 얼굴만 보고 싶었는데
(가온) 진짜로 그래야 되는데
(수현) 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게 말이 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가온) 내가, 내가 어떻게 그놈 얼굴을 잊을 수 있어
아니, 어떻게 그…
(수현) 그런 일은 교도소장 수준으론 턱도 없고
교정본부장 선으로도 안 돼
그보다 위, 훨씬 위
(가온) 그래, 그게
강요한이 하는 얘기야
그렇긴 한데
(수현) 아귀가 딱딱 잘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잘 맞아
난 수사할 때
너무 앞뒤가 잘 맞는 얘기는 좀 의심해 보게 되거든
강요한의 의도가 뭘까?
네 옛날 일을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것도
널 보란 듯이 거기까지 데려가서
준비된 마술을 딱 보여 주듯이 보여 주는 것도
만약에, 만약에
이게 다
어떤 의도가 있는 행동이라면?
강요한이 너를 흔들어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라면?
역시 윤수현
(수현) 내가 다 알아낼게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벌인 건지 내가 다 찾아낼게
네가 나서면 공식적인 수사가 되잖아
근데 네 위에 있는 사람들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그래도
나한테 시간을 조금만 줘라
(가온) 일단 강요한한테 맞춰 주면서
좀 더 알아볼게
알겠지?
[가온이 숨을 내뱉는다]
가온이 많이 힘들지?
솔직히 좀 놀랍더라
(가온)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저지르는 놈들의 당당함이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당당함?
(가온) 들킬까 봐 신경 쓰는 거 같지도 않았어
비슷하지도 않은 놈을 아무렇게나 앉혀 놓고
우리 엄마 아빠
우리 엄마, 아버지가, 씁
그렇게 갔는데
하나 남은 아들이란 새끼는
[가온이 숨을 들이켠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게
그게 너무…
[숨을 하 내뱉는다]
아유, 음악이…
[가온이 훌쩍인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온이 흐느낀다]
[감성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비밀스러운 음악]
선아야
수고했어, 정말
사랑해
[흐뭇한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저마다 살짝 웃는다]
(재희) 그렇게 대견해?
그럼
넌 알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 지긋지긋한 시궁창에서 여기까지
(재희) 그래, 오늘만큼은 인정
언니 진짜 대단해
진짜?
[선아의 한숨]
맞아
정선아 대단하지
[웃음]
근데 어디 가려고?
(선아) 응
도련님한테 가야겠다
[살짝 웃는다]
(영상 속 앵커) 뉴스입니다
허중세 대통령은 법질서 강화를 위한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음악]
올해 초 출범한 시범 재판부의 성과를
충분히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 (경찰1) 정지! - (경찰2) 가방 좀 확인하겠습니다
(남자1) 아, 가만있었다고요
- (경찰3) 팔 벌려요, 팔 - (경찰4) 내놔
(경찰3) 벌리시라고요
[진주의 한숨]
(진주)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위에서 무조건 강경 대응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나 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우리 김 판사님은 큰일 하시느라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나만 바보지 [가온의 한숨]
(가온) 오 판사님, 그게…
(진주) 됐어
(영상 속 앵커) 시범 재판부가 시도한 강력한 처벌을
전국 일반 재판부에도 의무화하기 위해 [영상 속 중세가 말한다]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시범 재판부 운영 및 홍보를 적극 지원 하기 위한
운영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누구시죠?
안녕, 도련님?
[문이 달칵 닫힌다]
(요한)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멋대로
(선아) 반갑습니다
시범 재판부 운영 지원단장을 겸하게 된
정선아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강요한 판사님
[무거운 음악]
[한숨]
(정호) 이건 재판 독립 침해입니다
새 양형 기준보다 낮게 선고하는 판사
영장 기각률이 높은 판사는 징계한다고요?
청와대에서 사회 기강 세운다는데
(대법원장) 사법부도 협조해야죠
(정호) 청와대에 협조하는 게 사법부가 할 일입니까?
나라가 있고!
(대법원장) 그 후에 재판 독립이고 뭐고 있는 겁니다
나라가 존립하기 위해!
재판 독립이 있는 겁니다 대법원장님
[문이 달칵 여닫힌다]
[웃음]
[한숨] (요한) 재단 이사장만으로는 부족했나?
재밌네
너 따위가 날 지원한다고?
(선아) 음, 상처 주네?
난 진심인데
[요한의 코웃음]
(요한) 진심?
(선아) 그럼 도련님은 내 평생의 은인인걸
(요한) 네 양 떼 목장을 흔들어서
자리 도둑질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이건가?
응, 그것도 고맙긴 한데
그 정도가 아니지
(선아) 나는 태어나서 처음
도련님 집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봤어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나는
난 거기로 돌아가려고 살았어
좀도둑이 아니라 주인으로
도련님이 쫓아낸 그런 세상의
주인으로
넌 달라진 게 없어
(요한) 넌 지금도 똑같이 [어두운 음악]
굶주린 좀도둑일 뿐이야
자기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조차 모르는
그런 좀도둑
(선아) 나는
도련님이 이럴 때 좋더라
나를 비웃고 욕하고 상처 줄 때
짜릿해
그래서 나도 막
괴롭히고 싶어
할퀴고 물어뜯고 후벼 파고
아직도 날 잘 모르네
(요한) 난 참을성도 별로 없고
남녀를 차별하지 않아
[떨리는 숨소리]
나는
똑같이 대하거든
도련님은 나랑 참 닮았어
(요한) 그래서 내가 좋아? [긴장되는 음악]
(선아) 응
(요한) 얼마나 좋은데?
내가 얼마나 좋냐고
[힘겨운 신음]
[선아의 힘겨운 신음]
[선아의 힘겨운 신음]
(가온)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선아가 콜록거린다]
괜찮으세요?
[선아의 거친 숨소리]
(선아) 괜찮아요, 덕분에 살았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가온) 아, 예
[선아의 힘겨운 숨소리]
[가온의 기가 찬 숨소리]
부장님, 이게 무슨…
그럼 오늘은 이만
(선아) 또 봐요
[문이 달칵 열린다]
[선아의 한숨]
아이씨
(요한) 저 여자가 시범 재판부 운영 지원단이란 걸 맡았다는데
정 이사님이요?
(진주) 안녕하세요, 정 이사님
오 판사님
(선아) 우린 따로 봐야죠 오붓하게
[한숨]
뭐야, 진짜
(진주) 부장님
저도 이 재판부 일원 맞나요?
갑자기 무슨 말이지?
부장님이 시작하신 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저한테는 아무 말도 해 주시지 않으시네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퇴하겠다 하시더니
(진주) 온 국민을 상대로 제보를 받겠다 하고
저 여자분은 여기 또 갑자기 왜 나타난 거예요?
- 오 판사님 - (진주) 잠깐만
(진주) 나 한 말씀만 더 드릴게
[진주의 한숨]
부장님이 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도 엄연한 대한민국 판사고
이 시범 재판부의 일원입니다
이렇게 하실 거면 재판도 혼자 하세요
달라졌네, 오 판사
(요한) '시범 재판부에 불러만 주신다면' [무거운 음악]
'부장님 옆에 앉는 것만으로도 평생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이러지 않았나?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꽤 야심만만해졌네
축하할 일이긴 한데 계기가 뭘지 궁금한데?
(진주) 전 드릴 말씀 다 드렸습니다
(가온) 이게 부장님 방식입니까?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쳐 내면서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 자들과 싸우겠다는 겁니까?
혼자 고립된 채로
(요한) 그 얘긴 이따 하지
집에 좀 들러
엘리야가 영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던데
나를 완전히 배제한 채 일이 진행되고 있어
[경희의 어이없는 숨소리]
(경희) 갑자기 서정학이 죽더니
이번에 과격파 조직?
그 잡혔다는 조직은 신상 파악 됐어?
(김 비서) 국정원이 자기들 소관이라며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개돼지들
(경희) 대통령 지시만 받는다 이거지?
[의미심장한 음악]
허중세 개인 비리 수집하는 팀 있지?
예, 장관님
(경희) 그중 일부는 다른 데 붙여야겠어
(김 비서) 어디 말씀이십니까?
사회적 책임 재단 신임 이사장 정선아
(경희) 아무래도 우리 광대 대통령님한테
불여우가 한 마리 달라붙은 것 같아
[다가오는 발걸음]
(요한)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할까?
(가온) 네, 좋습니다
엘리야
응?
[커피 머신 작동음]
(요한) 왜 오진주는 끌어들이지 않는 거냐
궁금해하는 눈치인데
재판부는 3인 합의체야
2인이면 과반수지
작은 수는 필요 없다 이겁니까?
(가온) 하지만 오 판사님 좋은 분입니다
(요한) 선의의 소신
그런 변덕스러운 건 믿질 않아서 [요한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가온) 부장님이 관심 있는 건 오직
원한, 분노 뭐, 그런 거군요
그나마
스폰서에 아들에
첫 재판부터 집요하게 차경희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 겁니까?
엘리야 때문에?
[놀란 신음] [무거운 음악]
[어린 엘리야가 엉엉 운다]
(어린 엘리야) 엄마!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야
(요한) 전에도 얘기했듯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뭉쳐 있기까지 하면 방법이 없어
가장 강력한 상대부터 고립시킨다?
게다가 가장 고립시키기도 쉽고
쉽다고요?
(요한) 차경희가 왜 강력한 줄 아나?
모두의 약점을 쥐고 있어서야
차경희가 궁지에 몰리면 해피해질 자들이 많아질걸?
그리고 난
차경희가 쥐고 있는 그 모두의 약점
그게 아주 탐이 나서 말이야
더 궁지로 몰겠다는 거군요
차경희가
마지막 카드로 거래하려 들 때까지
이해했으면 우선 이거부터 좀 검토해 봐
(요한) 다음 시범 재판에 올릴 만한 사건들
쇼는 계속돼야지
대중의 지지가 우리의 유일한 무기니까
(가온) 그런데
도영춘 일 말인데요
그건 대체 누구 짓인 겁니까?
글쎄
(요한) 아직은 나도 알아보는 중이라
그게 누구든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가온) 정치범도 아니고
무슨 외국과 거래할 만한 카드도 아닌데 굳이 왜…
뭐, 특별한 이유를 모르겠다면 보통은
돈이지
[의미심장한 음악] 돈?
(요한) 돈은 굉장히 강력한 동기라고
누구에게나
[한숨]
(K) 김가온 판사를 꼭 끌어들여야 합니까?
이렇게까지 굳이…
(요한) 좋든 싫든
내 등 바로 뒤에 적을 둘 순 없지
내 편으로 만들든지
(K) 아니면
제거해야 되겠지
위험 요소는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가온) 엘리야
어, 들어와
나만 없으면 또 냉동식품
[문이 달칵 닫힌다]
무슨 얘길 그렇게 오래 했어? 둘이서
그냥 재미없는 일 얘기
앉아도 돼?
(엘리야) 앉아
그렇지, 아저씨 둘이서 재미있을 리가 없지
하, 너무한데?
나 아저씨 아니고 오빠 아니었어?
됐고
(엘리야) 그, 요즘은 왜 집에 안 들어와?
(가온) 음, 그냥
머리가 복잡한 일이 있어서
(엘리야) 어, 그, 내가 좀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
네가 지난번에 한 얘기
뭐였지?
[한숨 쉬며] 그 나쁜 사기꾼
(엘리야) 너희 부모님 돌아가시게 만든
[한숨 쉬며]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 보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아니, 그걸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엘리야) 너 몇 번이나 죽으려 그랬다며
그놈 때문에
[엘리야의 한숨]
엘리야?
[한숨]
죽여 버리자
뭐라고?
(엘리야) 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좋겠어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왜 우리 국민들 세금으로 그런 놈을 재워 주고 입혀 주고
하루 세끼 먹여 주냐고
아니, 가온은 잠이 와?
진짜 나 같으면 분해서 하루도 편히 못 잘 거 같은데
그래서 내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그게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닌 거 같아
이제 내가 교도소를 해킹해서
그놈 외출 날짜를 알아낼 테니까
이제 그때 숨어 있다가 확 덮쳐 가지고…
(가온) 엘리야
(엘리야) 응?
(가온) 고맙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줘서
아니, 그냥 난…
(가온) 근데 나 이제 진짜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엘리야) 응, 아, 그래?
그러면 뭐…
(가온) 그럼 만약에
[한숨 쉬며] 이건 그냥
황당한 상상인데 말이야
그 나쁜 놈을 누군가가 확 바꿔치기해 버렸다면
어떨 거 같아?
[차분한 음악] 엉뚱한 사람으로
뭐야
너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하고 있었어?
(엘리야) 하, 그러니까 그냥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에
가서 죽여 버리는 게 좀…
(가온) 그러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
(엘리야) 그렇지
누가 굳이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굳이 왜?
그렇지?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굳이 왜
(가온) 아, 아니야
푹 쉬어, 엘리야
잘 자, 엘리야
[문이 달칵 여닫힌다]
진짜 뭐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놀란 숨소리]
[수현의 놀란 신음]
(수현) 깜짝 놀랐어요
안 그래도 엘리야 씨 생각 많이 났는데
전화 줘서
(엘리야) 뭐
그냥 아저씨들하고 와 봤자 도움이 안 돼서
그거요
이거 어때요?
(수현) 이쁜데요? 잘 어울려
모델이 나쁘지 않으니까
[살짝 웃는다]
(엘리야) 저건요?
이건 좀 올드…
(수현) 하다기보단
어른스럽다
[살짝 웃는다]
그런가?
(엘리야) 그런데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가온한테
(수현) 가온이?
글쎄요
뭐야, 단짝 친구라면서요
걱정돼요?
무슨 걱정은…
내가 왜?
(엘리야) 이거 포장해 주세요
(점원) 네
아, 아까 이 아줌마 보던 것도 같이요
(점원) 네? 아
'아줌…'
아, 괜찮아요, 제 거는
(수현) 네, 괜찮습니다, 네
거기도 뭐 좀 골라 봐요
나만 쇼핑하면 재미없잖아
그것도 좋은데
우리 딴 데도 한번 가 볼까요?
딴 데?
[차분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수현) 자
[수현이 그릇을 달그락 든다]
[살짝 웃는다]
[웃음]
(엘리야) 좋아하죠?
아이스크림?
(엘리야) 알면서
[수현의 웃음]
가온이?
뭐, 싫어한다고는 못 하겠네요
유치원 때부터
다섯 번이나 고백한 전과가 있어서
다섯 번?
(수현) 비록 전부 다 까였지만
근데 왜…
(수현) 왜 자꾸 고백했냐?
그래, 왜 그랬을까?
뭐, 시작은 얼굴 아니었을까요?
나름 귀여웠거든, 옛날에는
그런데요?
(수현) 근데
울더라고
(엘리야) 네?
그 녀석 집이 그때 처음으로 거하게 망해서
유치원도 그만두게 됐었어요 [잔잔한 음악]
(수현) 그래서 울더라고 펑펑
근데 난 그게 너무 싫어서
그 녀석이 우는 게 싫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고백을…
바보 같죠?
(엘리야) 아
그럼 혹시 울 때마다…
가온이가 우는 걸
다섯 번이나 봐 버렸네요
[울먹인다]
[함께 흐느낀다]
(수현) 가온이네 집엔 무슨
불행한 구름이 드리운 건지
멈추지도 않고
계속해서
아, 너무 늦었다
이제 그만 갈까요?
(엘리야) 언니
같이 가요
그래, 엘리야
(가온) 어, 나야
어, 중원 F&B 취재한 적 있었지?
어, 근 몇 년간 거기 자금 상황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어, 고마워
[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박 검사) 가온아 [문이 덜컹 닫힌다]
(가온) 아이고, 아, 미안, 늦었다
바쁠 텐데 미안합니다, 박 검사님
(박 검사) 아이고
로스쿨 동기 중에 제일 잘나가는 김가온 판사가 부르는데
당연히 달려와야지
내가 잘나간다고?
그럼 너 스타잖아
[멋쩍은 숨소리] [박 검사가 숨을 씁 들이켠다]
(박 검사) 너 여기다 사인 좀 해 줘라
응? 아, 조카 갖다주게
(가온) 하, 그래
실은 너한테 부탁이 좀 있어
뭔데?
(가온) 어, 복역 중인 재소자가 한 명 있거든?
수천억 원 해 먹은 놈인데
그때 범죄 수익 추징 팀이 아마 너희 검찰 쪽에 있었을 거야
진짜 어려운 거 아는데
성과가 있었는지 한번 알아봐 줘라
(박 검사) 이, 시범 재판부에서 뭐, 또 하는 거야?
(가온) 어, 아니야, 아니야 그냥 개인적인 거야
꼭 좀 부탁한다
응, 알겠어
너 대신에
(박 검사) 사인 좀 많이 해야겠다, 어?
이 정도로는 안 되겠어
[함께 웃는다] (가온) 그래, 고맙다
(가온) 왔어?
(수현) 이제 완전히 돌아온 거야?
(가온) [물을 조르르 따르며] 그건 아니고
얘네들 좀 챙겨야지
(수현) 들를 게 아니라 아주 와야지
자기 집 놔두고 어딜…
[분무기를 칙칙 뿌리며] 거기도 좀 챙길 녀석들이 좀 생겨서
너나 좀 챙겨라, 제발
내가 뭘?
(가온) 꽃도 없이 편하게 사는 날 뭘 챙겨
- (가온) 수현아 - (수현) 어
(가온)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
(수현) 아니, 그냥…
[문이 탁 닫힌다] 근데 가온아
[다가오는 발걸음] (가온) 어, 교수님
(정호) 아유
아이고, 어
- (정호) 어 - (수현) 오셨어요?
(정호) 아이고, 이놈의 집은 계단이 이렇게 많냐 그래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야
[수현의 웃음] (가온) 근데 웬일이세요, 이 밤에?
(가온) 맛있게 드셨습니까?
[가온의 헛기침] (정호) 오렌지주스…
(수현) [픽 웃으며] 야 오렌지주스가 아니라
소주를 갖고 와, 소주를
(정호) 당연히 그랬어야지
센스 없는 놈
[함께 웃는다]
마침 오랜만에 수현이한테 안부 전화 했다가 들렀다
네가 온다길래
대법원에서 매일 같이 근무하는데요, 뭘
(가온) 새삼스럽게
난 우리가 있는 데가 법원인지 뭐 하는 데인지
모르겠다, 요즘
(정호) 오늘 대법원장을 만났는데 무슨 군대 사단장 같더라
전국 법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된대
내가 젊었을 때 거리에서 싸운 건 이런 나라를 만들자는 건 아니었어
(수현) 전 경찰에 실탄 휴대 명령이 떨어졌어요
저 시민들 가슴에 총 겨누자고 경찰 된 거 아니에요
경찰 폭력이 심각해지고 있어
(정호) 취객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경찰봉으…
(가온)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걸까요?
(정호) 가온아
그렇다고 경찰이 취객한테 매일 밤 얻어터지는 것도
(가온) 정상은 아니잖아요
그건 뭐, 멀쩡한 나라인가요?
(정호) 하지만 한번 폭주하기 시작한 괴물은
적당한 곳에서 멈추지를 않아
그 괴물을 깨운 게 너희 시범 재판부다
그래서 어쩌시려고요?
난 너희 재판부를 해체할 거다
[무거운 음악] (정호) 법원 내부는 이제 희망이 없어
시민 단체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양심적인 일부 언론이 받으면
야당에서 국정 조사를 요구하는 그림이다
가온아
네가 그 그림의 핵심이야
네가 그동안 보고 듣고 알게 된 것들
그 모든 게 필요하다
통보입니까?
부탁이다
(정호) 그리고
미안하다
내가 죽일 놈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나 좀 볼까?
[문이 달칵 열린다]
(요한) 좀 알아봤나?
뭘 말입니까?
(요한) 내가 준 거
다음 시범 재판 할 사건들
아, 예
아직 생각이 좀 많네?
이따 어디 좀 같이 가지
(가온) 또 어딜 말입니까?
(요한) 보여 줄게 있어
[한숨]
[무거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가온) 어디 가는 겁니까?
어디 가냐고요
도착했군
(요한) 이쪽은 내 일을 도와주는 친구
그리고 이쪽은 김가온 판사
(가온) 처음 뵙겠습니다
제 뒷조사를 꼼꼼히 하시는 분인가 보네요
실력이 훌륭하시던데요
(K) 김 판사님도 열심히 하시던데요
강요한 판사님 뒷조사
죄송하지만 칭찬은 못 해 드리겠네요
솜씨가 뭐, 그다지…
죄송하네요 제 전공이 그런 짓은 아니라서
(요한) 두 사람 분위기가 훈훈한데
인사는 그 정도 하지
저한테 보여 주고 싶으신 게 이분입니까?
전에 물은 적이 있지?
(요한) 세상을 움직이는 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겠다는 거냐고
뭐, 굳이 말하자면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
(가온)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요한) 물론 혼자 힘으론 쉽지 않지
그래서 이 친구 말고도 나를 돕는 사람들이 있어
여기저기
(가온) 조력자들이 있단 말입니까?
도착할 시간이 됐는데
[다가오는 발걸음]
(요한) 고 변호사님
[흥미로운 음악]
(요한) 변호사는 오늘 내가 만나지
[작은 목소리로] 회장님
(요한) '업무상 과실은 인정한다'
(일도) 고, 고 변, 5년이랬잖아
5년
[일도의 떨리는 숨소리]
장기현만 매수한 게 아니었습니까?
말했잖아
게임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길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된다고
(인국) 저번엔 실례가 좀 많았습니다, 김 판사님
그럼 이영민 재…
(가온) 그건 불가능한데 어떻게…
(요한) 맞아, 그건 무리지
그래도 불씨 정도는 준비할 수 있지 않았었을까?
불씨요?
(요한) 처음 물꼬를 트는 게 어렵잖아
배우 지망생, 톤이 좋더라고
반갑습니다
(소윤) 저 팬이에요 팬클럽도 가입했어요
(영상 속 소윤) 어 안녕하세요, 판사님
어, 저 진짜 팬이에요
아, 진짜 너무 멋있으세요
(영상 속 소윤) 저 인간 완전 사이코예요
제가 백화점 주차장 알바를 했거든요?
진짜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영상 속 소윤이 흐느낀다]
[한숨]
(소윤) 저 나쁘지 않았죠?
이런 거 받아도 되나?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가온) 정말
그동안 우리 쇼했던 겁니까?
쇼?
(요한) 날 비난하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재판을 가짜라고 하면 안 되지
그건 용기를 내 준 그 많은 분들에 대한 모욕이야
우리는 첫 말문이 트이도록 도왔을 뿐
그분들의 용기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다가오는 발걸음]
(민성) 아유,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 (소윤) 오셨어요? - (민성) 아
(민성) 어, 생큐
처음 뵙겠습니다
저 광수대에서 일하는 조민성입니다
[무거운 음악] (수현) 팀장한테 얘기해 봤는데 반응이 영 이상해
짜증부터 내고
(가온) 그때 강요한 파 보겠다니까 펄쩍 뛰었다는 그 사람 맞지?
(수현) 응
[한숨]
수현이네 팀장님이시군요
(민성) [웃으며] 아, 예
윤수현이 그 친구 여리여리해도 일은 좀 하죠
가끔 의욕이 넘쳐서 그렇지
우리 부장님이 두둑이 챙겨 주고 계신가요?
(민성) 예?
(가온) 아, 역시
돈이란 확실히 강력한 동기네요 누구한테나
(K) 김 판사님
똑똑한 척하지 마시죠
제가 말실수라도 했습니까?
(인국) 제가 왜 강 판사님을 돕고 있는지 아세요?
왜죠?
가정용 살균제 사건 때
딸아이를 잃었어요
(인국) 평생 대기업을 변호하면서 살았는데
막상 피해자가 돼 보니깐 아득하더라고요
[차분한 음악]
그 사건 결과는 잘 아시죠? 형량이 어땠는지도
- 고 변호사님 - (인국) 아이
이제 변호사라고 부르지 마세요
(인국) 전 이미 의뢰인을 속였고
이제는 뭐, 변호사도 아니고
그냥 범죄자죠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죗값을 반드시 받을 겁니다
아, 이 친구는 만취한 상태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가해자가 집행 유예로 풀려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판사님이 그러더라고요
(소윤) 장래가 촉망되는 의대생이라 선처한다고
그럼 저는요?
제 장래는 별 볼 일 없으니까 그냥 참고 살라는 건가요?
(요한) 조민성 팀장님은
누님이 세림백화점에서 일하셨어
(민성) 누님은 동생 돌보는 소녀 가장이라
휴가도 없이 일했습니다
백화점에 금이 가고 소리가 나고
결국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까지
그 사건 형량은 어땠습니까, 판사님?
[한숨]
(선아) 응? 오 판사님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주) 이제 이사장님이시죠?
저희 시범 재판부 운영 지원단도 맡았다고 들었는데
능력도 없는데 일만 잔뜩 맡았네요
[웃으며] 에이
그동안 저희 재단에 여러 가지로 문제 많았다는 거
(선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네
바꿔 볼게요, 제가
(선아) 정치, 재벌 이런 고리 다 끊고
힘든 분들 돕는 곳으로
초심으로
네, 쉽진 않겠지만
혹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진주) 저도 꼭 돕고 싶어요
이쁘다
지금 대중들한테 필요한 건 그런 미소예요
(선아) 힘든 때일수록 희망이 필요하잖아요 [무거운 음악]
미소, 눈물, 친근함
강 판사님은 신비롭고 카리스마 있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잖아
그렇죠
난 오 판사님이 더 앞으로 나와 주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요?
(선아) 강요한 판사의 배경 그림으로
만족하세요?
강 판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증인한테 돈 주고
방송 이용해서 자기 지지하느냐 묻고
'더 판사다운 분한테'
'시범 재판부를 맡겨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목소리들이 있어요
오 판사님?
시범 재판부 운영에 대해서 저와 계속 이야기 나눠요
누군가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죠
(선아) 목이 좀 허전하다
(진주) 어머, 어, 아니에요
- 이러시면 제가 너무 곤란한데 - (선아) 으응
이건 그냥 분장
[비밀스러운 음악]
(진주) '분장'
친근하되
무대에 설 때는
(선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압도적이셔야 해요
매력이 권력이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언니
(정호) 가온아 네가 그 그림의 핵심이야
네가 그동안 보고 듣고 알게 된 것들
그 모든 게 필요하다
[휴대전화 진동음]
(가온) 여보세요?
(박 검사) 어, 가온아 사인할 준비 됐지? [무거운 음악]
[부스럭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닫힌다]
- 지금 뭐 하는 거지? - (가온) 알고 있었죠?
(가온) 도영춘이 갑자기 이감된 시기
전산 시스템 보수 작업을 실시한 시기
도영춘 범죄 수익 추징 팀이 해체된 시기
전부 일치하던데요?
남편이 운영하는 중원 F&B가
부도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차경희가 법무부 장관이 되던 바로 그때
바로 그때 수천억대 사기범
범죄 수익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던 사기범이 사라진 거더라고요
저보다 훨씬 빨리 알아냈을 텐데 왜 알려 주지 않은 거죠?
스스로 알아내지 않았으면 의심했을 테니까
(요한) 내가 뭔가 했을 거라고
애초에 왜 갔던 건데요?
(가온) 뭣 때문에 굳이 도영춘 찾아갔다가
바꿔치기된 사실을 알게 된 겁니까?
그것도 이미 알고 있잖아
(가온) 도영춘이 교도소에서도 황제 행세 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꼴 나한테 보여 줘서
내 눈 뒤집어지게 하려고!
그래서 확인차 미리 가 봤던 거 아닙니까?
사사건건 시비나 걸고 방해나 하는 나를 흔들어 놓으려고?
(요한) 난 네가
내 편이 되어 주길 바랐어
만약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한 일을 해서라도
바꿔치기든 뭐든 [무거운 음악]
그게 내 방식이니까
그건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어
(정호) 가온아
(가온) 교수님
(정호) 웬일이냐 네가 날 다 부르고, 어?
[웃으며] 자식
그래
결심이 선 거냐?
흰머리가 많이 느셨네요
아이고
색깔 바뀐 게 뭐, 대수라고
머리숱 많은 것도 대단한 거다, 이 나이엔
[웃음]
(영상 속 중세)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애국자 여러분
안전한 대한민국 누가 만들 거야?
안전한 대한민국 안 만들 거야?
우리가 만들어야 될 거 아니야
경찰한테만 맡길 거야? 어?
[흥얼거리며] 노, 노 노, 노, 노, 노 [여자의 웃음]
안 되지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 나 오늘 하루 종일 이거 봤잖아 - (여자) 완전 웃겨
(영상 속 중세) 시민이 하는 거지, 그렇지
(정호) [술잔을 달그락 들며] 한 잔 다오
[무거운 음악] (영상 속 중세) 깨끗이 청소를 하는 거지
이 나라 길거리를 한번 나가 봐
온통 부랑자, 거지 사회 불만 세력
특히 외국인들!
[시위한다] (중세) 이 외국인들이 흉악 범죄 다 만들고 다녀
어떻게 해야 돼?
깨끗이 청소를 해야 될 거 아니야
누가 해?
(남자2) [외국인을 흉내 내며] '열심히 일했어요'
'밀린 돈 주세요 열심히 일했어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한국말은 저거밖에 몰라? 어?
(죽창) 대한민국 좀먹는 저 쓰레기들에게 태형을
(남자2) 태형을!
(죽창) 애국 시민 여러분!
[시위대의 아파하는 신음] 오늘 밤 우리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거야
진짜 주인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정호) 이 미친 흐름을 멈춰야 한다 [시위대의 아파하는 신음]
분노란 전염되기 마련이거든
누가 만든 겁니까?
뭐?
(가온) 이 미친 흐름 사람들의 분노
애초에 그걸 만든 게 누구냐고요
- (엘리야) 언니 - (수현) 응?
이거, 이거, 이거 어때?
으, 징그럽지 말입니다
(엘리야) 진짜 뭐야, 괜찮은데 [수현의 웃음]
[소란스럽다]
- 엘리야, 미안한데 - (엘리야) 응?
- 잠깐만, 여기 있어 - (엘리야) 어?
절대 나오면 안 돼, 알겠지?
(엘리야) 아, 언니…
(죽창) 야, 야, 야, 야 '우리 열심히 일했어요' [시위대의 아파하는 신음]
'밀린 돈 주세요'
[총성]
손 들어
(죽창) 카메라 내려 봐
(가온)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저 선동당해서 분노하고 있는 겁니까?
시작은 다른 거였잖아요
그저 나쁜 놈들
선량한 사람들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드는 죽일 놈들
그런 놈들 제대로 벌해 달라는 게
그게…
그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였나요?
가온아
잘하셨어야죠
(가온) 교수님 같은 분들이 잘하셨으면
대법관씩이나 되셔서 제대로 좀 하셨으면
이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이 좀 제대로 했으면
결국
선택을 한 거냐?
선택을 강요한 건
교수님입니다
(가온) 어차피 현실에 정의 따위는 없고
게임만 있을 뿐이라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네요
저도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탁 닫힌다]
(죽창) 경찰이야?
왜 나 쏘려고?
쏴
어차피 쏘지도 못할 거면서
그거 버려, 빨리
(죽창) 찍어
[쇠 파이프가 댕그랑 떨어진다]
쏘시려면 쏘십시오!
경찰이 비무장한 시민 가슴에 총을 겨눠도 되는 겁니까?
부끄럽지 않습니까?
[무거운 음악]
[요한의 한숨]
(요한) 후회하나?
한 가지는 약속하지
네 부모님의 원수
그리고 그놈을 빼돌린 놈도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아주 가혹하게
복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싸우고 싶은 겁니다
잘못된 세상과
[흥미로운 음악]
(선아) 허중세, 차경희 이런 인간들 말고
도련님이 잡아, 이 나라
(요한) 양치기 개가 돼라?
(선아) 이제 갑시다
(가온) 우릴 이용하겠다 이건데
(요한) 이제 잡아야지, 네 원수
그리고 그놈을 빼돌린 자
(중세) 훨씬 더 충성스러운 조직을 키워서
확실하게 일을 맡겨야죠
(가온)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압니까?
(가온) 놔!
남의 일이라 이겁니까?
본인이 계획한 사냥만 중요하죠?
(요한) 복수를 하고 싶다면 해
망설이지 말고
[영춘의 힘겨운 신음] (가온) 죽어!
.악마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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