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11
도윤아
(시호) 뭐야, 어디 갔다 와?
사람들 다 너 찾으러 갔는데…
도윤아
도윤아
도윤아! [시호의 말소리가 울린다]
[불안한 숨소리]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애잔한 음악]
[상운이 흐느낀다]
(상운) 도윤아, 정신 차려 도윤아!
[흐느끼며] 어떡해요, 어떡해요 [호열이 소리친다]
[힘겨운 숨소리]
(호열) 의사 말이
다행히 주요 장기는 피했대
[무거운 음악] (상운) 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권 형사님이 잘 해결해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호열) 인사받을 일은 아니고
(활) 근데 도윤이 처음 발견했을 때
진짜 아무도 없었어요?
도윤이 이렇게 만든 놈이요
(호열) 얘기했잖아
내가 도착했을 때 범인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고
(활) 다른 흔적은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나중에 잡으면 돼
(호열) 도윤이 완쾌가 우선이야
어차피 도윤이가 의식을 회복하면
범인이 누군지도 알게 될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상운의 한숨] [상운이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상운) 시호 전화인데…
어쩌죠?
(활) 도윤이 얘기는 하지 마
걱정만 할 테니까
(상운) 도윤이 찾았어 지금 같이 있어
아, 그래?
아, 그럼 진작 전화를 하지
아… 미안
(상운) 정신이 없어서
[안도하는 숨소리]
아무튼 다행이다
오늘 도윤이가 나오는 이상한 꿈 꿔서 찝찝했거든
(시호) 도윤이는 좀 어때?
형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플 텐데
(상운) [살짝 웃으며] 응
괜찮아
(상운) 우리가 옆에 있잖아
걱정하지 말고
(시호) 응
[혜석의 가쁜 숨소리]
(혜석) 도윤이 찾았대?
그래서? 집엔 언제 온대?
(시호) 일이 있어서 나중에 온대요
일은 무슨!
(혜석) 아니, 애를 찾았으면 빨리빨리 기어들어 올 것이지, 쯧
다들 나가 버려서 집이 휑하잖아
그러게요
[혜석의 한숨]
(시호) 북적거릴 때가 좋았어요
지금은 집이 너무… [혜석의 한숨]
[쓸쓸한 음악]
쓸쓸해요
[사이렌이 울린다]
(호열) 도윤이는?
(상운) 그대로예요
(호열) 저 친구도 그대로네
네
잠깐 나갈까요?
(호열) 고맙습니다
아이, 불가살은 그렇다 치고
사람은 먹어야죠
들어요
[호열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그보다
(상운) 도윤이는 왜 안 깨는 걸까요?
(호열) 도윤이 자기가 깨고 싶지 않은 모양이죠
눈 떠 봤자 괴로운 일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몸에 큰 이상은 없으니 곧 깨겠죠
걱정 말아요
그렇겠죠?
[차분한 음악]
[숟가락을 탁 놓으며] 씁…
그보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호열) 활이 자기 입으로 '아비'라고 하던데
뭔 소리예요?
아, 그거요?
(상운) 도윤이가 전생에 단활 씨 아들이었어요
전생의 아들?
불가살한테도 자식이 있어요?
아니요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상운) 단활 씨도 예전에 인간이었다고요
저 때문에 불가살이 된 거예요
상운 씨 때문이라고요?
(상운) 네
(상운) 권 형사님이 옷 사 주셨어요
(활) 권 형사님이?
(상운) 네
말은 무뚝뚝하게 해도
단활 씨가 걱정되나 봐요
좀 쉬래요
[상운의 한숨]
세상 다 끝난 것 같은 표정은 뭐예요
도윤이 곧 깨어날 거예요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기운 좀 내요
그게…
[애잔한 음악]
마음이 안 놓여
(활) 이 아이를 또 잃게 될까 봐
600년 전처럼
그게, 그게 너무 무서워
(상운) 다시는
이런 나쁜 일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도윤) [잠긴 목소리로] 둘이 뭐 해요?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둘이 손잡고 뭐 하냐고요
[도윤의 아파하는 신음]
[상운의 놀란 숨소리]
(상운) 도윤아, 너 괜찮아? 어? [도윤이 아파한다]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아니요, 안 괜찮아요
(도윤) 아! 아, 배…
- 내가 간호사 불러올게 - (상운) 아니요 [도윤의 아파하는 신음]
(상운) 제가 갈게요, 여기 있어요
[뛰어가는 발걸음]
[아파하는 신음]
많이 아파?
형도
칼에 찔렸을 때 이런 느낌이었어요?
(도윤) 어떻게 참았대
완전 아파, 너무
미안하다
[피식 웃는다]
형이 왜요?
(도윤) 형이 찌른 것도 아닌데
(활) 너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구야?
[무거운 음악]
옥을태야?
왜?
뭐 때문에?
(도윤) 내가
알면 안 되는 걸 알았거든요
600년 전에
옥을태가 나랑 울 엄마를 죽였대요
[고조되는 음악]
(상운) 옥을태가 당신 가족을 죽인 게 맞는 거죠?
그걸 숨기려고 도윤이를 죽이려고 했고요
어디 가려고요?
직접 확인하러
(상운) 가서 어쩌려고요?
아직 옥을태를 죽일 방법도 모르잖아요
나중에요
도윤이 회복하는 게 먼저예요
[무거운 음악] (을태) 사라졌다고?
(경호원) 이미 퇴원 수속 하고 없어진 뒤였습니다
5일 정도 입원했었고요
도윤이 상태는 어땠, 어땠었대?
(경호원) 수술도 잘됐고 회복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한숨]
이제 활도 다 알았겠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냐
어떻게 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마
활이 나를 찾아올 거야 그거 준비나 하고 있어야지
나도 모르게 망설였나 봐
도윤이 찌를 때
내가 다 끝나게 생겼네
[한숨]
[새가 지저귄다]
(혜석) 세상에 이게 뭔 일이야, 어?
(시호) 어딜 다쳤는데?
(도윤) 그냥 별거 아니야
지난번엔 큰놈이 다쳐 오더니 이번엔 작은놈이냐?
(혜석) 우리 집 연례행사야?
(시호) 아무 일 없다면서요!
(호열) 아이, 걱정할까 봐 그랬지
- (호열) 아, 내가 할게요, 자 - (상운) 네
- (도윤) 아유, 배야, 아… - (혜석) 아이고, 어떡해, 이거
(호열) 자식, 엄살은 누군 칼에 안 찔려 봤냐? 쯧
[도윤의 한숨] (혜석) [놀라며] 칼? 칼에 찔렸어?
- 언니! - (혜석) 아니, 얼마나 찔린 거야?
나중에 설명할게, 응?
(혜석) 칼에 찔렸는데 어떻게 말을 안 해?
[한숨] 아휴, 어떡해, 진짜
(활) 다들 너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도윤) 알아요
근데 어색하단 말이에요
누가 저 걱정해 주고 그런 적이 없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다 해 줄게
[차분한 음악]
(도윤) 우아 죽다 살아났더니 대박
형이 이렇게 대해 주네?
- (도윤) 우아 - 뭐가?
[도윤의 헛웃음] 똑같지
(도윤) 씁, 음… 그럼
1인 1치킨, 저 진짜 치킨…
아휴, 실컷 먹고 싶어요
(활) 알았어
근데 지금은 안 돼, 다 낫고
다른 건 뭐 없어?
[생각하는 신음]
(도윤) 그럼 슈퍼 카?
응, 그것도 사 줄게
- (활) 너 면허 따면 - 예?
(도윤) 아유, 그냥 형 놀리려고 지른 건데
에이, 됐어요, 차는 무슨
그냥 저 다 나으면 캠핑 가요, 캠핑
그리고 낚시 저 낚시 한 번도 안 해 봤거든요
원래
우리 형 나으면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같이 못 하게 됐어요
근데 사실 진짜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뭔데?
옥을태 죽여 줄래요?
(활) 그건… 네가 부탁 안 해도 할 거야
그럼 그걸로 됐어요
앞에 말한 거 다 필요 없어요
(도윤) 저 좀 잘게요, 좀 피곤해서
[상운의 한숨]
(상운) 내 그림이 타는 걸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차분한 음악]
(활) 난 더 그래
오랫동안 어딜 가든 가지고 다녔으니까
매일같이 쳐다보면서 되새겼어
복수해야 할 상대를
미안해
600년 동안 증오하고 미워해서
미안하다
아…
괜찮아요
(상운) 날 죽이지도 혼을 뺏고 가두지도 않았잖아요
오히려 옥을태한테서 지켜 줬지
(활) 옥을태 먼저 없애고
그다음에 너한테 복수하려고 그랬던 거야
좋은 의도는 아니었어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옥을태는 내가 알아서 할게
넌 손 떼
그게 무슨 소리예요?
(활) 옥을태는 나 혼자 잡을 거야
넌 동생하고 같이 숨겨 줄게
그리고
도윤이도 부탁해
혼자 어떡하려고요?
(활) 우물에 가둘 거야
내가 옥을태를 죽일 칼이라며?
아니
(상운) 그런 식으로는 힘들어요
나를 이용해요
내가 미끼가 될게요
옥을태를 우물로 끌어들일게요
너무 위험해
상관없어요 옥을태만 잡을 수 있다면
(상운) 나도 요 며칠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다고요
그리고 잊었나 본데요
옥을태는 내 원수이기도 해요
엄마랑 언니 때문에 나도 끝까지 가야 한다고요
그러다 진짜 죽어
(상운) 죽어도 상관없어요
시호만 안전하면 괜찮아요, 나는
생각해 볼게
단활 씨도
(상운) 도윤이 지키고 싶잖아요
나도 우리 시호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설령 죽더라도
혼이 깨지지 않는 한 다시 환생할 수 있잖아요
환생했을 때
날 다시 찾아오세요
그때 혼을 돌려줄게요
(시호) 언니
언니?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풀벌레 울음]
(시호) 도윤아, 왜 밖에 서 있어?
[시호가 도윤을 탁 잡는다]
도윤아…
[시호의 놀란 숨소리]
[애잔한 음악] [시호의 안쓰러운 숨소리]
왜 그래…
[울먹이며] 자려고 했는데
(도윤) '나 혼자 이렇게 편하게'
'자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 형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데
[울먹인다]
'나도 그냥'
'그대로 죽는 게 나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나
이제 진짜 혼자인데…
[울먹인다]
[시호의 속상한 숨소리]
(시호) 왜 혼자야?
나도 있고 상운 언니, 혜석 이모
활 아저씨도 권 형사님도 있잖아
[시호가 훌쩍인다]
다들 너 없을 때 네 걱정만 했다고
그러니까 그런 소리 다신 하지 마, 어?
혼자 아니야
우리가
내가
네 가족이 돼 줄게
[흐느낀다]
[흐느낀다]
아, 괜찮아
[새가 지저귄다]
[호열의 힘주는 신음]
[호열의 한숨]
[호열의 힘주는 신음]
[호열의 가쁜 숨소리] (활) 여러 가지로 죄송해요
이상한 일에 엮이게 해서
그 이상한 일에 엮인 지 이미 한참 됐어
(호열) 도윤이나 잘 챙겨
다신 잃어버리지 않게
[버튼 조작음]
[트렁크가 탁 닫힌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혜석의 한숨]
[호열의 힘주는 숨소리]
(호열)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자, 가자고
(혜석) 갑시다
(도윤) 이 집엔 다신 안 와요?
난 다시 돌아올 거야
(활) 다른 사람들만 피신시키는 거고
(상운) 왜? 도윤아, 몸이 안 좋아?
(도윤) [살짝 웃으며] 괜찮아요
그냥 막상 떠난다니까
좀 그래요
이 집 정들었는데…
[상운이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활) 곧 다시 돌아오게 해 줄게
꼭
(혜석) 음식 배달까지 시키냐?
(도윤) 누나, 저거, 저, 저, 저 불판 아니에요?
(상운) 고기인 거 같은데?
[도윤의 탄성]
[부스럭거리는 소리] (혜석) 아이고…
- (시호) 어, 야 - (혜석) 이!
[사람들의 웃음]
[웃음]
[사람들의 웃음]
[스위치 조작음] - (시호) 야! - (상운) 도윤아!
(시호) 아, 촛불 켜고 해야지!
[활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혜석의 탄성] [차 문이 탁 닫힌다]
(활) 몇 년 전에 사 놓았던 집
이 지역에 오면 여기서 지내
(혜석) 여기가 이렇게 좋았어?
아니, 근데 왜 여태 거기서 살았어?
(활) 거기가 어때서?
(호열) 꼭 귀신 소굴 같았지
아이고, 짐이나 내려야겠다
- (호열) 아유 - (혜석) 그럽시다, 응
(도윤) 와, 대박
평생 여기서 살고 싶다
[차분한 음악]
(활) 아까는 그 집 떠나기 싫다며?
(도윤) 에이 여기 오기 전까지는 그랬죠
시호 누나!
나 여기 있어
(도윤) 어? 이것 좀 밀어 봐 저쪽으로 가 보자
아, 얼른!
(시호) 야, 나대지 좀 마 실밥 터져 [도윤의 힘주는 숨소리]
꽉 잡아
읏차
[웃음]
[도윤과 시호가 화기애애하다]
뭐 해요?
(상운) 아… 애들 보는 거예요?
(활) 아니야, 아무것도
(혜석) 아니긴 완전 얼빠진 얼굴로 뭘 보는데
아이고, 저것들은 그냥
옥을태 피해서 도망 왔는데 뭐가 저렇게 신나?
철없기는 [혜석의 웃음]
[시호의 웃음]
[혜석의 탄성]
(활) 뭐 필요한 거 없어? 나가서 사 올게
어, 그래?
그럼 고기하고 숯
술도 좀 사고
고기는 많이
(활) 놀러 왔어? 텐트라도 쳐 줄까?
텐트도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혜석) 아니, 이런 데 오니까 괜히 놀러 온 거 같잖아
고기는 먹어 줘야지
시호랑 도윤이도 먹여야 되고
(활) 넉넉히 사 와야겠지?
뭐야? 두꺼비 배 뒤집듯 뒤집는 건?
치…
참! 반찬거리도 사 와야 되는데
아, 그럼 제가 같이 갔다 올게요
아, 예
(상운) 나도 같이 가요!
[상운의 가쁜 숨소리]
(활) 이리 줘, 내가 들게
아, 아니에요 이 정도는 내가 들 수 있어요
줘, 무겁잖아
(상운) 아, 저기…
그, 평소대로 하면 안 돼요?
적응이 안 돼서 그런데…
그럼 그냥 막 대해 줄까?
아니요
[부드러운 음악]
[호열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
(호열) 자, 이렇게 [도윤의 탄성]
이걸 당기면서 톡톡톡, 톡톡톡
자! [호열의 웃음]
(도윤) 아저씨 낚싯대 맨날 가지고 다녀요?
낚시 완전 잘해요?
(호열) 그냥 잠복할 때 위장용이야, 응?
그래도 잘 봐
자식한테도 안 가르쳐 준 비법이니까
(도윤) 에이 가르쳐 줄 자식도 없으면서
(시호) [작은 목소리로] 야
(호열) 아이, 그러니까 생판 남인 너희들한테 가르쳐 주는 거잖아
(시호) 아유, 알았어요
아까부터 잘 보고 있으니까 빨리 물고기나 좀 잡아 봐요
(도윤) 빨리해 봐요, 빨리해 봐요
(호열) 그럴까? 응?
[호열의 웃음]
(활) 그만 가자
해 지기 전에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야 해
벌써요?
지금 안 가면
가기 싫어질 거 같아서
(상운) 잠깐만요
그냥 하루만 자고 가면 안 돼요?
시호랑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호열) 아, 저,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가 있을까? [잔잔한 음악]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잖아요
(시호) 난 매운탕
(상운) 단활 씨도 도윤이랑 시간 좀 보내요
얘기도 좀 많이 나누고요
아들 찾게 되면 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했잖아요
왜요?
(활) 아니
내가 얘기를 참 많이 한 거 같아서
내 속 얘기까지
뭐야? 둘이 언제 왔어?
(도윤) 아, 왜 이제 와요? 배고파 죽겠는데
(시호) 뭐 사 왔어?
[살짝 웃는다]
(호열) 야, 이거 죽이게 구워졌다, 이거, 어?
[호열의 탄성]
[호열의 헛기침]
아, 근데 활은 어디 갔어?
(상운) 아…
먹지도 않는데 같이 앉아 있기 싫다고
- (혜석) 아휴 - 아유…
(혜석) 이런 날 그냥 앉아 있기만 하지 빼기는, 아휴
아휴, 왜 이렇게 다 태웠대
내가 할게요, 저리 비켜
[시호와 상운이 대화한다] 줘요, 어
아, 내놔
(호열과 혜석) - [집게를 툭 건네며] 씨… - 어머, 엄마
[시호의 웃음] [혜석의 어이없는 웃음]
[밝은 음악] (혜석) 술이나 좀 따 봐요 한잔하면서 굽게
아, 그, 씨…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는
예? 뭐라고요?
- (호열) 아이, 드세요 - (혜석) 뭐 이렇게 구시렁대?
(혜석)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참
[호열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카, 좋다
(상운) 음, 고기 맛있다
- 맛있지? - (상운) 네
(호열) 아이, 괜찮구먼 괜히, 참 [혜석의 웃음]
- (상운) 먹어 봐 - (시호) 안 탔어 [호열이 못마땅해한다]
(호열) 입맛이 까다로운 거야? 이상한 거야? 참
(도윤) 아저씨 [호열의 시원한 숨소리]
(호열) 응?
저도 마셔 봐도 돼요?
(시호) 안 돼, 상처 곪아
너는 무슨 다친 애가…
(도윤) 아니
아이, 술은 어른들한테 배우는 거라잖아
어른
(시호) 근데 네가 아직도 술을 안 마셔 봤다고?
[작은 목소리로] 거짓말하지 마
아, 누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술 마셔 봤나 봐?
(시호) 당연한 거 아니냐?
[상운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상운) 야, 민시호 너 나 몰래 술 마시고 다녔어?
- (상운) 이, 이게… - (시호) 아, 아니
(시호) 그냥 쪼금 맛만 봤다고 [혜석의 웃음]
(상운) 어? 이거 마시고 다녔네? [시호가 아파한다]
(시호) 우리 뭐, 음료수 없어요? 음료수
어, 어, 어, 어, 이거 마셔, 어
(시호와 도윤) - 아, 감사합니다 - 허세 부리다가 바로 정의 구현
꼬숩다, 꼬수워
(시호) [도윤을 탁 치며] 으이그
(호열) 아휴, 저기, 저 상처 다 나으면 나랑 한잔하자
네 말대로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돼, 응?
- (호열) 쯧 - 암요, 그럼요, 그럼요, 예
(활) 안 돼요
애가 무슨 술이에요?
(호열) 아, 뭐가?
저 나이쯤 되면은 그, 술도 한잔하고
그, 여자 친구도 사귀고 뭐, 그러는 거지, 응?
(활) 아,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직 애인데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호열) 꼰대네, 꼰대야
아주 그냥 600살 먹은 꼰대네, 아이고, 참 [사람들의 웃음]
아이고…
(활) 제 양아버지가 진짜 꼰대였죠
맨날 잔소리에 억지로 술 먹이고
실없는 소리나 하고
(호열) 뜬금없이 양아버지는 얘기는, 아이고
그, 도윤이가 제 새끼라고 저, 저, 과잉보호하는 거…
[차분한 음악]
'제 새끼'요?
(혜석) 아이고, 쓸데없는 소리는!
아, 술이나 잡숴, 응
자, 얼른얼른 먹어
도윤이도 이거 시원하게 같이 마시고
야, 운동만 하면 뭐 하냐
이렇게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운동을 해야지
아, 됐어
[쉭 캔 따는 소리] (도윤) 그래요, 형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한잔해요
아, 술 먹지 말라며?
짠은 해 줘, 짠
짠
- (상운) 짠 하자, 그래 - (시호) 우리도 짠 하자
(상운과 시호) 짠!
[사람들의 시원한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활) 왜 그래? 괜찮아?
쌈 먹고 싶어?
내가 해 줄게
형이요?
(활) 자, '아' [도윤의 머쓱한 웃음]
제가 먹을게요
(혜석) 나도 쌈, '아'
(활) 손 없어?
[새어 나오는 웃음]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다]
(혜석) 아, 대놓고 웃으세요
아, 술잔 비었잖아요 좀 따라 봐요!
아, 손 없어요?
[사람들의 웃음]
(호열) 아이, 그래 드, 드셔, 드셔, 드셔
(혜석) 아휴 [혜석의 웃음]
(호열) 아이고
(사람들) 짠!
(활) 여기서 뭐 하세요?
(호열) 어
혹시나 해서
도윤이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되잖아
걱정하지 마세요
(활) 옥을태도 여기는 모를 거예요
저…
부탁이 하나 있어요
(호열) 뭔데?
제가 없는 동안
(활) 사람들 좀 돌봐 주세요
결국 옥을태를 만나러 가는 거야?
(호열) 함부로 움직였다가 오히려 당하는 수가 있어
지금 저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아, 그거야 당연한 거지
(호열) 지금 저 사람들 기댈 사람이 너밖에 더 있어?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그리고 나도 현재로서는
믿을 놈이 너밖에 없잖아
(활) 네, 위험한 짓은 안 할게요
(호열) 그래, 600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도 찾았잖아
[아련한 음악]
(상운) 진짜 나 없으면 안 돼
(혜석) 그럼 여기는 냄새만 맡아, 냄새만
[혜석의 웃음]
- (도윤) 어유, 왜 먹어요? - (혜석) 이거? [호열이 숨을 들이켠다]
(호열) 난 자식이 없어서
그쪽 심정 다는 이해 못 해
자식이 있었어도 이해 못 했을 수도 있고
잘해 줬을 거 같지도 않아
우리 아버지 보면
잘해 주셨을 거예요
(활)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미안하다는 말도 잘 못하고
뒤에서 걱정만 하고 마음은 안 그런데
(호열) 나 참
아니,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자기 친자식도 아닌 놈까지
잘해 주시던 분이었잖아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아, 뭐, 도윤이랑 시호한테 잘해 주시잖아요
(호열) 아휴, 그건 그냥 마음이 좀 가서 그렇지
그냥 마음이 가서
잘해 주세요
민시호 씨 아이 낳을 때도 옆에 꼭 있어 주시고
(활) 도윤이도 잘 부탁드릴게요
왜 그래? 영영 떠나는 사람처럼
(호열) 아, 어디 죽으러 가?
그럴 리가요
불가살인데
[호열의 헛웃음]
[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
(상운) 두 사람 어디로 갔지? [혜석의 웃음]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혜석) 술이면은 소독되는 거 아닌가?
(상운) 이모님, 진짜, 아니에요 [사람들의 웃음]
[도윤의 힘겨운 신음]
(도윤) 아, 왜 이렇게 졸리지?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 얼른 자 - (도윤) 아…
이불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는데
(활) 다쳤잖아
다 낫기 전까지만 해 주는 거야
근데 형
(도윤) 저번에 말했던 거 그거 취소할게요 [잔잔한 음악]
그게 뭔데?
옥을태 죽여 달라고 한 거
(도윤) 그냥 형도 복수 안 하면 안 돼요?
가족 복수요
나도 우리 형 복수 안 하고 참아 볼게요
억울해도 참으면 같이 살 수는 있잖아요
이대로 옥을태 피해서 숨어서 같이 살아요
아, 왜 이렇게 졸리지
(상운) 응? 뭐야, 왜 안 자?
피곤하다면서?
(시호) 자던 곳이 바뀌니까 잠이 안 오네
(상운) 아휴, 하긴
너 이사 다니는 거 싫어했지?
불안해하잖아
근데 이번엔 괜찮아
다 같이 있어서 그런가?
(시호) 아휴, 그냥 이대로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음, 아니
다들 집에 없었을 때 말이야
그때 집이 되게 썰렁하더라고
모여 산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웃음]
(상운) 아…
그랬어?
나…
가족을 가지고 싶었나 봐
[잔잔한 음악] (시호) 그동안 거지 같은 남자 친구라도
상관없이 만났던 이유가
이런 걸 느끼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아
가족을 만들고 싶어서
엄마랑 큰언니 있었을 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살짝 웃는다]
옥을태 때문에 이렇게 모여서 살게 된 건데
좋다는 게 웃기지?
아니
[살짝 웃는다]
[상운의 힘주는 숨소리]
(상운) 나도 오늘 너무 좋더라
[상운의 웃음]
(시호) 응
혜석 이모, 도윤이, 권 형사님도
다 좋은 사람들이야
되게 잘해 줘
내가 엄청 버릇없게 구는데도
근데 단활 씨는 왜 빼?
(상운) 아, 좀 사이좋게 지내
아니
아, 나도 그러고 싶은데
좀 뭐랄까…
(시호) 아, 아직은 대하기 어려워
불가살이잖아
(상운) 원래 인간이었다니까
너무 무뚝뚝하잖아
(시호) 좀 까칠해 보이고
(상운) 생각보다 안 그래 다정다감한 면도 있고
(시호) 난 잘 모르겠던데?
언니가 진짜 다정다감한 남자를 못 봐서 그런 건 아니고?
(상운) 네가 뭘 모르네
아무한테나 다정한 남자는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아
자기 여자한테만 다정해야지
[시호의 헛웃음]
(시호) 뭐래
연애도 제대로 안 해 봤으면서 무슨 아는 척은
(상운) 야, 넌 그걸 꼭 경험해 봐야 아냐?
[함께 웃는다]
난 네가 단활 씨 같은 남자를 만나면 좋겠어
내가 없어도 널 믿고 맡길 수 있게
(시호) 뭘 믿고 맡긴다는 거야?
아, 또 뭔 짓 하려고?
아, 그냥 그렇다고
[피식 웃는다]
언제까지 우리 둘이 같이 살 순 없으니까
됐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리고 난 얼빠야
왜? 단활 씨 잘생겼잖아
내 취향은 좀 귀여운 스타일이라고
댕댕이 같은 스타일
(상운) 응
(시호) 언니
근데 좀 이상하다?
뭐가?
그 아저씨 좋아해?
[헛웃음]
(상운) 아이, 뭐야? 뭐래
갑자기 무슨 소리야
(시호) 아까부터 자꾸 칭찬만 하잖아
계속 좋은 소리만 하고
(상운) 아, 그거는 뭐…
좋은 사람이니까
칭찬하는 게 뭐?
(시호) 이 봐, 이 봐, 언니 [잔잔한 음악]
그 아저씨 좋아하지 마
불가살이야
아유, 걱정하지 마
안 좋아해
일단 자자
(활) 왜 벌써 나와? 더 안 자고
(상운) 잠이 안 와서요
시호 잠든 것만 보고 나왔어요
근데 우리 이제 출발해야 하지 않아요?
근데 표정이 왜 그래?
(활) 막상 하려니까 긴장돼?
조금요
[살짝 웃는다]
옥을태는 다른 방법으로 잡으면 돼
(활) 이따가 가르쳐 줄게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우리 둘이서 가능한 방법이에요?
(활) 응
너만 실수 안 하면
(상운) 내가 실수할까 봐 표정이 그렇게 어두운 거예요?
내 표정이 뭐?
완전 굳었잖아요
(상운) 표정 좀 풀어요
네 표정이나 풀어
[상운의 옅은 웃음]
[상운의 웃음]
(상운) 됐죠?
[한숨]
우리 이제 내일이면 옥을태 우물에 가두고
다리 뻗고 잘 수 있잖아요
완전 좋지 않아요?
태평하다는 소리 많이 듣지?
음, 아니요
태평해
(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쓸데없이 긍정적이고
널 죽이려고 하는 내 옆에서 그동안 용케 버텼어
담이 센 건지, 무모한 건지
바보인 건지
[어이없는 웃음]
(상운) '바보'요? 와, 진짜 날 모르고 하는 말이네요
사실 단활 씨가 옥을태 죽이면
그때 틈 봐서 도망칠 생각이었거든요
아무도 못 찾는 곳으로
이래도 내가 바보예요?
[상운이 살짝 웃는다]
[함께 웃는다]
[잔잔한 음악]
우아
이거요
왜?
표정
(상운) 나 단활 씨가
사람 비꼴 때 말고 이렇게 웃는 거 처음 봐요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다시 한번 웃어 봐요, 네?
- (활) 아이, 됐어 - 아, 한 번만 더 웃어 봐요
(상운) 한 번만요
(활) 왜 그래?
(상운) 아니, 어…
[상운의 당황한 웃음]
아까 술 마신 게 오르나?
잘하는 짓이다
(활) 조금 있으면 옥을태한테 가서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온몸이 찢길지도 모르는데
그러게요
(활) 그만 가서 준비하자 시간 다 됐어
[한숨]
(상운) 여기는 왜요?
(활) 챙겨 갈 게 좀 있어서
저쪽에 찾아 보면 밧줄 있을 거야, 챙겨
(상운) 네
저기, 근데…
도윤이랑은 대화 좀 많이 했어요?
(활) 아니, 별로
그럼 하고 싶다던 말도 못 했겠네요?
해 본 적이 없는 말이라 입이 안 떨어져
(활) 도윤이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고
(상운) 음…
무슨 말인데 그래요? 나한테 미리 연습해 봐요
- (활) 됐어 - (상운) 아, 뭔데요?
(상운) 나한테 해 봐요, 네?
별건 아니야
(활) 그때 결국 말해 주지 못해 후회했거든
걔가 마지막 순간까지 몰랐을까 봐
내가 미워하지 않는다고
내가
사랑한다고
[애잔한 음악]
그렇게 이상해?
(상운) 아, 아…
아니
아, 난 또 무슨 대단한 말이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요
그거 요즘 아무나 다 쓰는 말이에요
그런 건 개나 소나…
'개나 소나'는 아니고
'사랑합니다, 고객님' 뭐, 그럴 때도 쓰기도 하고
전혀
안 이상해요
밧줄이 어디 있지?
[달그락거리는 소리]
괜찮아?
아, 그럼요, 괜찮죠
민시호가 아까 이상한 말만 한 것만 빼고
(활) 아니
어두운 곳에 갇혀 있으면 불안해하잖아
(상운) 어, 그거요?
이 정도 크기면 괜찮아요
[문이 달칵 열린다] 근데 밧줄이 안 보이는…
[문이 달그락거린다]
(활) 거기 아침까지 있어 나 혼자 갈 테니까
[상운이 문을 달그락거린다]
(상운) 문 열어요 [상운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빨리 문 열어요
혼자 가서 실패하면 어쩌려고요?
나도 같이 갈게요
[문을 달그락거리며] 혼자 가면 안 돼요
[상운이 울먹인다] [상운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단활 씨!
[문을 달그락거리며] 단활 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상운) 문 좀 열어 주세요
[쿵쿵쿵]
[울먹인다]
[문을 달그락거린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활) 바로 받네
(을태) 응 네 전화 기다리고 있었거든
늦었네? 생각보다
(활) 생각 좀 정리할 게 있어서
우리 만나야 하잖아
(을태) 만나야지
내가 어디로 가면 돼?
[새가 지저귄다]
[쿵쿵거리는 소리]
[상운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상운) 거기 누구 없어요?
[문을 쿵쿵 두드리며] 문 좀 열어 줘요
- 시호야 - (시호) 언니
(상운) 문 좀 열어 줘
(시호) 어? 어
[가쁜 숨소리]
언니, 거기서 뭐 하고 있었어?
단활 씨는?
[음산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늦었잖아
(을태) 장난 아니야 진짜 장난 아니야
나 오랜만에 등산했더니 숨이 안 쉬어져 가지고
잠깐만 있어 봐 봐 나 호흡 좀, 좀 고르고
야, 이거…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이게?
[웃으며] 누구야? 애인 전화?
스팸 전화
(을태) 씁, 아닌 거 같은데?
아, 근데 여기 너무 좋아 이 봐 봐, 어?
잘 골랐어, 약속 장소를
실컷 봐 둬
다신 못 볼지도 모르니까
아니, 말을, 말을 그렇게 하니
(을태) 만나자마자, 겁주고
도윤이는 잘 있어?
(활) 네가 칼로 찔렀던 애 안부 묻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을태) 아, 그렇지, 참
좀 그런가?
저기구나, 저기가 그 우물이구나?
네가 민상운 가두려고 했던
맞아
[가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시호) 가면 죽어, 어쩌려고?
(상운) 이 방법밖에 없어 옥을태 죽일 방법은
없긴 왜 없어?
(시호) 내가 언니 전생을 본다고 했잖아
그건 안 된다고 했잖아
(시호) 언니는 언니 목숨보다
내가 충격 안 받는 게 더 중요해?
언니가 죽으면 뭐, 나 혼자 잘 살 거 같아?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혼자 아무것도 모른 채
언니가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기 싫어
나도 옥을태 죽이고 싶으니까
[무거운 효과음]
(을태) 여기로 나를 부른 거는
민상운 대신 나를 그 우물에 처넣으려고?
잘 아네 [을태의 헛웃음]
[어두운 음악] 어쩌자고, 근데?
내가 내 발로 저기를 기어들어 가지 않을 거라는 건
그건 네가 다 알 거고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 텐데
(을태) 뭐, 어떻게 할 건데?
스포일러 하면 재미없잖아
[피식 웃는다]
내용을 깡그리 다 바꿔 버릴 수도 있어
네 머리하고 몸만 따로 떼서 그 우물에 처박아 둘 수도 있어
(을태) 10년이고 100년이고 살아 있는 머리로
자기 몸만 쳐다보게
(시호) 중간에 절대 끊지 마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한 번에 가야 돼
알겠지?
(상운) 응
[풉 웃는다]
(시호) 아, 언니가 긴장하면 어쩌자는 거야?
무서워하지 마
나 완전 괜찮으니까
그래, 알았어
[한숨]
[무거운 음악]
[바람이 솨 분다] [창문이 달그락거린다]
[쓸쓸한 음악] [바람이 솨 분다]
[창문이 달그락거린다]
(상운 모) 상연아! [상운 모의 거친 숨소리]
상연아!
[상운 모의 비명]
[울먹인다]
(상운) 괜찮아
[어린 상운이 흐느낀다]
[시호가 흐느낀다]
시호야, 괜찮아
(상운) 그냥 지나가
멈추지 말고
그냥 지나가
가서 김화연을 찾아
가서 김화연을 찾아 [상운의 말소리가 울린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젊은 고분) 언니, 여기 약
아버지가 꼭 먹으래
괜찮아?
죽여야 돼
(젊은 고분) 뭐?
(화연) 불가살을
죽여야 돼
[의미심장한 음악] 또 불가살 얘기야?
(젊은 고분) 그 얘기는 이젠 하지 마, 어?
아버지가 들으면 난리 난다고
약 먹자
[젊은 고분의 놀란 숨소리]
뭐 하는 거야? 피 나잖아!
[젊은 고분의 떨리는 숨소리]
방법이 있어
(젊은 고분) 기다려 약상자 가져올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불가살이 서로를 죽이게 만들어야 돼
[무거운 효과음]
[음산한 음악]
(을태) 아하 여기가 그 우물이구나?
여기에 날 어떻게 가둘 건데?
(활) 곧 알게 돼
근데 왜 안 물어봐?
(을태) 600년 전 내가 네 가족을 왜 죽였는지
안 궁금해
왜?
(을태) 왜…
묻잖아, 어?
이제 나랑은 대화할 가치도 없어?
사람 잡아먹는 귀물한테 사람을 왜 죽이냐고 물으라고?
아니, 그래도 왜 그랬는지는 물어봐야지
(을태) 어떻게 너를 속일 수 있냐고 화를 내야지
친구인 줄 알았는데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이유를 물어봐야 답을 하지
꼭 물어보라니까
(활)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와서 네 무덤이나 봐
얼마나 아늑한지
(을태) 아니, 뭐, 호텔 같겠지
근데 너 어둠 속에서 나만큼 잘 볼 수 있어?
(활) 그게 무슨 소리야?
[문이 쿵 닫힌다]
[긴장되는 효과음]
[찰랑거리는 소리]
[긴박한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이 울린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활의 힘겨운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가 울린다]
[탁 소리]
[어두운 음악]
(을태) 너도 참 구식이다
랜턴이라도 좀 가져다 놓든가
이거 언제 적, 응? 등불을
너 이거 언제까지 쓸래?
[힘겨운 숨소리]
아파?
참아, 조금만, 죽지는 않잖아
나는 너 우물에 가둘 생각도 없어
나는 아직 네가 필요하거든 [힘겨운 숨소리]
내가 얘기를 했잖아, 나는
나는 민상운의 마지막 혼을 못 깬다고
그 혼을 네가 깨야 돼
그리고 중요한 얘기가 있어 이제 뭐, 뭐 하려 그러지 마
그냥 들으, 듣는 거야, 얌전히
가만히 듣기만 하면 돼 너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지금부터 네 가족을 왜 죽였는지
그거를 설명을 해 줄 거야
너 이거 듣고 나면은
너도 나에 관한 생각이 확 달라질 거야
알겠지?
응? 뭐, 뭐? 뭐라고?
뭐? 얘 뭐라는 거야?
아, 이기지도 못할 거를 왜 덤벼 가지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크게 말을 해 봐, 크게
[무거운 효과음]
아, 뭐라는 거야?
야, 야, 야, 야 야, 괜찮, 괜찮아?
어떡해, 내가 심장을 너무 정확히 찔렀나?
[을태의 가쁜 숨소리]
야, 괜… [음산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무거운 음악]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등불이 쟁그랑 깨진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을태가 꺽꺽거린다]
[을태의 괴로운 신음]
(활) 네 입으로 말해 줬잖아
검은 구멍이 약점이라고
죽이지는 못해도
잠시 힘을 빼 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고통스러운 숨소리]
뭔 짓을 한 거야!
[을태의 비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짐승 울음]
[을태의 괴로운 신음]
[고통스러운 신음]
[거친 숨소리]
[을태의 힘겨운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을태의 거친 숨소리]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힘주는 신음]
[무거운 음악] [을태의 괴성]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을태) [쉰 목소리로] 그만해, 하지 마
이대로 가면 우리 둘 다 죽어
(활) 둘 다 죽는다니
무슨 헛소리야?
[분노하며] 아직도 모르겠어?
(을태) 이게 그 여자 그 여자가 바랐던 거야
천 년간
그 여자가 원했던 거야
뭘 원했다는 거야?
불가살을
죽이는 것
(화연) 불가살이 서로를 죽이게 만들어야 돼
둘이 동시에 심장을 찌르게 해야 돼
(화연) 불가살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칼이니까
불가살은
서로가 서로의 생명 줄이야
(을태) 불가살은 혼이 없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애초에 한쌍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죽이지 않는 이상 죽이지 못하는 것뿐이야
하나의 불가살이 남아 있는 한
다른 한 명은 절대 죽지 않아
그 여자가 우리 둘이 싸우다 죽기를 원했다는 거야?
이유가 뭔데?
(활) 너는 그렇다 치고 나는 왜!
(을태) 너를 미워하니까
천 년 전
너에게 불가살의 저주를 준 여자야
[짐승 울음]
[을태의 괴로운 신음]
그 여자한테 속고 있다고 했잖아
이용당한다고 했잖아
일부러 기억을 잃고 태어난 그 여자한테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고통스러운 신음]
뭐 해? 내 얘기 못 들었어?
(활) 아니, 잘 들었어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그 여자가 날 이용한다고?
상관없어, 마음대로 하라 그래
나는 내 가족을 죽인
너만 없애면 되니까
뭐?
[짐승 울음]
[긴장되는 음악] [을태의 힘겨운 신음]
[을태의 힘주는 신음]
(활)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만 없애면 돼
다시는 내 가족에게 손대지 못하게
(을태) 그건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
네가 원했던 거잖아!
[을태의 거친 숨소리]
너를 위해서 한 거야, 내가!
[힘겨운 숨소리]
너를 위해서
너를…
불가살로 만들기 위해서!
[쓸쓸한 음악] [을태의 거친 숨소리]
천 년 전에 부탁했잖아
너를 불가살로 만들어 달라고
그래서 600년 전 그날
너를
[거친 숨소리]
그 여자를 네 앞으로 데리고 간 거야
너를 불가살로 만들기 위해서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을태가 꺽꺽거린다] 헛소리하지 마
(을태) 안 돼, 안 돼! 우리 둘 다 죽어!
상관없다고 했지?
같이 죽자
(활) 그러면 불가살로 영원히 사는 고통도 사라질 테니까
[그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비명]
(을태) 안 돼!
[으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비명]
[무거운 효과음]
(시호) 가지 말라니까!
[시호의 가쁜 숨소리]
[차분한 음악] 방금 언니가 전생에 무슨 말을 했는지
다 말해 줬잖아
둘 다 죽여야 한다고
옥을태도 활도 죽여야 된대
이유는 몰라도
이젠 활 아저씨도 믿으면 안 돼
그건 알아
그래도…
그럼 왜 가는 건데?
안 갈 수가 없으니까
왜?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애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상운이 울먹인다]
[흐느낀다]
(상운) 안 돼…
[흐느낀다]
말도 안 돼
[상운이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상운) 살아 있었네요
위험하다고 집에 있으라니까
(활) 여기 왜 왔어?
나도 모르겠어요
(상운) 아니
사실 알 거 같은데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상운) 시호가 해 준 얘기가 마음에 걸려서
옥을태랑 같이 당신도 죽어 버릴까 봐
옥을태가 없어지는 건 늘 바랐던 일인데
당신이 사라지는 건
무서웠어요
[애잔한 음악]
내 복수보다 당신이 더
중요하게 돼 버렸어요
어떡해요?
망했어
완전 망했어 [훌쩍인다]
[상운이 흐느낀다]
[흐느낀다]
(활) 이건 기회야 옥을태를 잡을 기회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호열) 옥을태를 죽이려면 활도 같이 죽어야 한단 말이야?
(상운) 약속해요 죽이지 않고 우물에 가두는 거
(활) 혹시 나 좋아해? [상운이 콜록거린다]
(시호) 천 년 전 과거를 알고 싶다고요?
(어린 혜석) 전생을 보면 안 돼요 [시호의 놀란 숨소리]
(을태) 이 모든 게
(남자) 민상운 맞지?
(을태)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봐
그게 두려운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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