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12
(활) 여기가 계곡 끝인데 옥을태가 보이지 않아
[가쁜 숨소리]
벌써 산 밖으로 도망친 거 아닐까요?
진짜 기회였는데
(활) 내가 처음부터 실수했어
계곡으로 같이 떨어졌을 때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 찾아 봐요
가요
(상운) 안 되겠어요
옥을태를 잡기도 전에 쓰러지겠어요
앉아요, 일단 쉬어요
얼른요
상처 좀 봐요
(활) 괜찮아, 이럴 시간 없어
옥을태를 잡으려면 지금이 기회야
검은 구멍으로 피를 많이 흘려서 힘이 없을 거야
(상운) 잡으면 어쩌게요?
죽여야지
[차분한 음악]
그럼 당신도 같이 죽잖아요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아?
시호가 내 전생을 봤어요
(상운) 김화연의 말을 들었고요
옥을태를 죽이려면
당신도 죽어야 한다는 말이요
그러니까 찾더라도 절대 죽이지 마요
우물에 가두는 거예요
일단 찾기나 해
(상운) 말 돌리지 말고요 약속해요
같이 죽지 않는다고요
대답 안 할 거예요?
알았어 [휴대전화 진동음]
(상운) 시호예요
어, 시호야
(시호) 어, 어떻게 됐어?
활 아저씨는 찾았어?
(상운) 응, 지금 같이 있어
그럼 같이 바로 집으로 와
(상운) 지금은 못 가
자세히는 얘기 못 해 안 할 거고, 알지?
(상운) 어쨌든 둘 다 아무 일 없어
(시호) 언니
김화연이 한 말
무슨 의미인지 알지?
[쓸쓸한 음악] (시호) 활 아저씨도 믿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알고 있지?
(상운) 응, 걱정하지 마
거긴 별일 없지?
(시호) 응
여긴 괜찮아, 걱정하지 마
(상운) 그래
[통화 종료음]
[깊은 한숨]
(활) 왜 그래?
그쪽에 무슨 일 있대?
(상운) 아니요 그냥 전화한 거래요
(호열) 어떻게 됐대?
(시호) 자세히 얘기를 안 해요
활 아저씨도 괜찮다고만 하고
괜찮긴 뭐가 괜찮아!
(혜석) 또 어딜 다쳐서 몸이 곤죽이 되어 있겠지
아휴…
근데 언니는 왜 간 거래?
옥을태한테 잡히면 어떻게 하려고?
옥을태 죽일 방법을 찾았거든요
- (혜석) 찾았다고? - 그게 뭔데?
아, 그게…
아휴, 말 좀 해 봐, 뭔데?
[한숨]
(시호) 불가살 둘을
동시에 죽이면 된대요
서로가 서로의 칼이라고
[무거운 음악] 그럼 옥을태를 죽이려면
(호열) 활도 같이 죽어야 한단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자세히 좀 얘기해 봐 이 말이 맞아?
진정하세요
(시호) 그래서 언니가 활 아저씨 말리러 간 거예요
옥을태랑 둘이 동시에 죽지 못하게
[한숨]
(도윤) 그게 무슨 소리야?
활 형이 죽어?
[음산한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산새 울음]
[꺽꺽거리는 소리]
[을태의 힘겨운 신음]
[어두운 음악]
(을태) 일어나 보세요
[남자1의 힘겨운 숨소리]
[울먹이며] 제발 말씀해 주세요
늘 당신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늘 기다렸습니다
천한 아랫것들도 잘만 사는데
나처럼 고귀한 자가
병약하게 살다 죽는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을태의 거친 숨소리]
그러니 알려 주세요
당신처럼 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네?
[그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당황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음산한 효과음]
[짐승 울음]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을태가 꺽꺽거린다]
[을태의 괴성]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을태의 비명]
[힘겨운 숨소리]
(상운) 와, 이거 무슨 상황이에요?
(활) 왜? 같이 있어야지
옥을태가 들이닥칠 수도 있잖아
아니요, 전 괜찮아요
(활) 어디 가?
아니
이 집에 방이 이거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상운) 그리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몰라요?
그거 단활 씨가 살던 시대에 되게 많이 쓰던 말인데
(활) 아이, 언제 적 얘기를 하고 그래?
아, 이렇게 안 하면 내가 번거로워져서 그래
아니면 뭐, 옛날처럼
네 방 앞에서 밤새 지키고 앉아 있어야지 속이 편해?
[차분한 음악]
[익살스러운 음악]
그만 뒤척이고 좀 자
(활) 또 악몽 꿀 거 같아서 그래?
(상운) 아니요 오늘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좀 불편해서요
(활) 뭐가?
나 때문에?
(상운)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예전에도 같이 잔 적 있잖아
(상운) 와…
아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같이 잤다고 하지 말고 한방에서 잤다고 해요
(활) 합방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아니, 합방이라고 하니까 이상하죠
[상운의 한숨]
(상운) 저 잘래요
활 씨랑 말하니까 더 피곤해요
[잔잔한 음악]
[보글거리는 소리]
(상운) 음, 라면 냄새
[상운이 살짝 웃는다]
근데 라면 끓여 본 적 있어요?
(활) [부스럭거리며] 아니
[발랄한 음악]
이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웃음]
(상운) 맞아요
근데 그거 내가 해도 되는데요
(활) 불내서 집 다 태워 먹으면 어떡해?
치…
뭐, 그래도
누가 라면 끓여 주니까 기분은 좋네요
[가스레인지 조작음]
와… [활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상운) 라면에 물이 엄청 많네
잘 먹겠습니다
[상운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상운이 라면을 호로록 먹는다]
(상운) 음…
[상운의 웃음]
왜 그렇게 쳐다봐요?
라면 맛있어요
할 말 있어요?
(활) 전에 네가 산에 찾아와서 했던 말이 신경 쓰여서 그래
혹시 나 좋아해?
[콜록거린다] [발랄한 음악]
(상운) [콜록거리며] 갑자기요?
[헛웃음]
아,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활) 내가 죽는 게 싫다며?
옥을태가 죽는 건 좋지만
내가 죽는 게 더 무섭다며
또 뭐라고 했지?
복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망했다고
(상운) 어…
얘기가 그렇게 되나?
뭐, 그렇게 들린다면 그런가 보죠, 뭐
(활) 왜 좋아하게 됐는데?
잘 모르겠는데요?
언제부터?
[젓가락을 탁 놓으며] 아, 몰라요
아이참, 뭐 이런 걸 가지고 이렇게 따지듯이 물어봐?
그야…
애초에 날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피식 웃는다]
- 내가 왜요? - (활) 나도 모르지
그러니까 네가 설명해 봐 이유가 뭔지
[숨을 들이켠다]
(상운) 음…
이유를 꼭 대라고 한다면
아!
날 도와줘서요?
오히려 널 죽이려고 했잖아
(상운) 진짜 죽이지는 않았잖아요
(활) 내 혼 때문에 잠깐 살려 둔 것뿐이라고 말했을 텐데
(상운) 그래도 중간중간 망설였었던 거 알아요
알고 보면 단활 씨는
엄청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좋은가 보죠, 뭐, 됐죠?
(활) 아니, 잘 모르겠어
내가 좋은 놈이란 얘기도 처음 들어 봐
심지어 좋은 놈도 아니고
오히려 네가 좋은 사람이지
다른 사람 위할 줄도 알고
그렇다고 내가 널 좋아하진 않잖아
아…
알았어요
(상운) 아, 근데 우리 이 얘기 좀 안 하면 안 돼요? 아, 진짜
[냄비를 땅땅 두드리며] 라면 좀 먹읍시다
체하겠네, 진짜
[상운이 라면을 호로록 먹는다]
아니, 근데 600년간 뭔 일 있었어요?
사람이 호감이 있다는데 취조하듯이 캐묻기나 하고
의심이나 하고 말이야
[차분한 음악]
아무도 날 좋아한 적이 없어서 그래
심지어 아내도 날 싫어했으니까
성격이 그 모양이니까 그렇죠
그러게
[상운이 수건을 탁 놓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활) 뭐 하는 거야?
당신이 좋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당신이 죽는 게 싫어요
(상운) 그러니까 우리 원래대로 돌아가요
당신 혼 돌려주고
내가 불가살이 될게요
갑자기?
(상운) 옥을태 찾으면 같이 죽을 거라는 거 알아요
근데 그렇게는 못 둬요
(활) 그럼 네가 불가살이 돼서 옥을태랑 같이 죽으려고?
차라리 그게 나아요
(상운) 내가 원래 불가살이었으니까
당신이 희생할 필요 없다고요
희생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활) 너도, 네 동생도, 도윤이도
언제까지 도망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상운) 당신이 죽으면서까지 내가 살고 싶지 않다고요
그딴 거…
아무도 안 바란다고요
옥을태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원래대로 다시 돌아가요, 우리
600년 전
나와 옥을태 사이에서 끼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그리고 600년 동안
당신을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잃어버렸던 아들과
평범하게 살아요
[무거운 음악]
[쓸쓸한 음악]
[활이 칼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활) 인간으로 사는 방법도 다 잊어버렸는데
이제 와서 인간으로 돌아가라고?
그렇지만…
(활) 혼을 빼앗아 갈 땐 네 맘대로 했으니까
되찾는 건 내 맘대로 할 거야
그리고 네가 죽으면 동생은 어떡해?
(상운) 그럼 당신이 죽으면요?
그럼 도윤이는요?
(활)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좀 쉬자
[풀벌레 울음]
(상운 모) 안 돼, 안 돼
엄마가 지켜 줄 거야, 엄마가…
누구세요? 악!
[힘겨운 숨소리]
[한숨]
[도윤의 아파하는 신음]
[도윤의 한숨] (시호) 도윤아
너는 아픈 애가 이 밤중에 뭐 하는 거야?
[도윤의 한숨]
아, 시원해
(도윤) 운동하고 단백질까지
에너지 충전 끝
알겠으니까 얼른 낫기나 해
[헛웃음]
근데 이 밤중에 웬일이야?
(도윤) 그건 또 다 뭐고?
(시호) 야, 나 오늘 여기서 잔다 그래도 되지?
(도윤) 그래, 맘대로 해
[시호의 힘주는 숨소리] [도윤의 한숨]
[도윤의 한숨] (시호) 왜? 무슨 걱정 있어?
아니
(도윤) 잠은 안 오고 별생각이 다 나서
뭔데?
그게…
활 형이 진짜 옥을태랑 같이 죽으려고 할까?
(도윤) 아, 그 형이 그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잠을 자
(시호) 너는 활 아저씨가 좋아?
(도윤) 응?
뭐, 좋냐고 물어보면 좋은 편인가?
[헛웃음]
(시호) 아휴, 반했네
스파이가 오히려 반했어
(도윤) 뭐래? 먼저 물어봐 놓고
근데 그건 왜 물어?
누나, 활 형이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좋은 것도 아니고 난 모르겠어
(시호) 그냥 활 아저씨를 보고 있으면
[차분한 음악]
뭔가 불길하다고 해야 되나?
꼭 무서운 일이 터질 것같이
(을태) [쉰 목소리로] 너를 위해서 한 거야, 내가!
너를…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불가살로 만들기 위해서!
(을태) 천 년 전에 부탁했잖아
너를 불가살로 만들어 달라고
[다가오는 발걸음]
여기서 뭐 해요?
(활) 옥을태가 한 말이 신경 쓰여서
또 뭐라고 했는데요?
신경 쓰지 마요, 그냥 무시해요
(상운) 옥을태는 믿을 수가 없잖아요
당신 가족 일도 내가 한 짓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옥을태가 뭐라고 하든
들을 필요 없어요
알고 있어
(활) 그래도 유일하게 모든 걸 기억하는 놈이야
600년 전 일도 그보다 더 오래된 일도
[무거운 음악]
늘 네가 칼로 내 손을 찌르는 악몽을 꿨어
그건 그냥 꿈이 아니라 기억인 것 같아
그리고 세탁 공장에서 널 찾아냈을 때도
기억 같은 게 떠올랐어
[무거운 효과음]
(활) 그것 역시 기억일 거야
옥을태도 그렇게 말했어
600년 전이 아니라
천 년 전이 시작이라고
(활)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었던 거야
나는 네가 왜 불가살의 저주를 주었는지 알아야겠어
천 년 전, 너와 나의 악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나는 진짜 어떤 인간이었는지
[한숨]
(호열) 아이, 왜 둘 다 초상집 분위기야?
아이, 날씨도 쨍하니 좋구먼
(도윤) 안 그래도 광합성 하고 있었어요
세라…
뭐시기인데
뭐, 우울증에 좋다길래
넌 괜찮아?
(시호) 괜찮아요
저보다는 혜석 이모가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활한테 단단히 삐진 모양이야 저 양반
(호열) 근데 다들 괜한 걱정이야
활 그놈 쉽게 안 죽는데
왜요?
너도 알다시피 옥을태 그놈 엄청 영악하잖아
(호열) 웬만해선 쉽게 안 잡힐 놈이니까
활도 죽을 일이 없지
(도윤) 아…
그러네요
이런 게… 자강두천!
(호열) 뭐? '자강두천'?
아니지, 이게 좋아할 일인가?
잠깐만 저랑 얘기 좀 해요
(시호) 저쪽 가서
[의미심장한 음악] (호열) 어?
무슨 얘기?
(도윤) 나랑도 해
[도윤을 툭 치며] 됐어
[도윤의 한숨]
(호열) 왜? 무슨 일이야?
(시호) 그게…
예전에 불가살은 다 무서운 거라고 하셨죠?
(호열) 그랬지
그럼 활 아저씨도
옥을태처럼 무섭게 변할 수도 있는 건가요?
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시호) 그냥 불안해서요
활 아저씨를 진짜 믿어도 되는 건지
나쁜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한지
아저씨도 예전엔
활 아저씨를 믿을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이, 그야 그땐…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도윤) 어?
(호열) 아, 뭐야? 아예 돌아온 거야?
(활) 아니요, 잠깐 들렀어요
[상운의 가쁜 숨소리]
(상운)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
부탁?
(도윤) 형! 형!
여기, 여기!
[도윤이 살짝 웃는다] (혜석) 활
너 나 좀 봐
[혜석의 가쁜 숨소리]
(활) 왜? 무슨 일인데?
(혜석)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그 얼토당토않은 생각인 줄 알았으면
너만 옥을태한테 가게 내버려 뒀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한숨]
(혜석) 다 들었어 옥을태 죽이는 방법
[혜석이 숨을 후 내뱉는다]
당장 민상운 그 여자한테 불가살 돌려줘
뭐?
(혜석) 원래부터 그 여자가 불가살이었잖아!
불가살끼리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넌 빠져!
그렇게는 못 해
- 왜? - (활) 그야…
[한숨]
(혜석) 원래 네 목적도
그 여자한테서 네 혼을 되찾는 거였잖아!
지금이라도 혼을 되돌려받고
그 여자랑 인연 끊어, 어?
너…
설마 민상운 대신 죽기라도 할 거야?
너 붙어 지내더니 뭐, 정이라도 들었어?
[활을 탁 잡으며] 어쩌려고 그래?
(활) 그런 거 아니야
그 여자는…
[애잔한 음악]
단솔의 가족이니까
언니가 죽으면 단솔이 슬퍼할 거니까
[혜석의 어이없는 웃음]
(혜석) 그까짓 게 변명이라고
그럼 나는 어쩌라고?
너도 내 가족이야!
비록 너한테 모진 소리도 많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네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살았어
내가 나이 들면서
넌 삼촌이었고 오빠였고
[혜석의 한숨]
[울먹이며] 이젠 내가 너보다 더 늙어 가지고
널 자식이라고 여기고 산다고
그러니까 민상운 대신 죽지 마
모진 년이라 그래도 상관없어
넌 내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니까
[떨리는 숨소리]
아저씨…
[어린 혜석이 울먹인다]
(어린 혜석) 아저씨
죽지 마…
[흐느낀다]
아저씨, 죽지 마
[어린 혜석이 흐느낀다]
(시호) 언니의 천 년 전 기억을 알고 싶다고?
[상운의 한숨]
(상운) 응
그 혼의 기억을 읽는다는 거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그때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호) 아…
그렇게까지는 한 번도 안 해 봐서
근데 왜?
단활 씨가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상운) 천 년 전에도 나와 만난 적이 있다고 했어
그게 우리 두 사람 악연의 시작이고
근데 힘들면 안 해도 돼
아니야, 해 볼래
(시호) 나도 꼭 확인해 보고 싶어
왜 김화연이
활 아저씨도 죽이고 싶어 했는지
[다가오는 발걸음]
(상운) 아… 저, 왔어요?
혜석 이모님은 화 많이 났어요?
(활) 아니, 별거 아니었어
(시호) 아… 언니한테 얘기 들었어요
천 년 전 과거를 알고 싶다고요?
(활) 할 수 있겠어요?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해 볼게요
[차분한 음악]
[한숨]
[무거운 효과음]
(화연) 두 불가살을
죽여야 돼
(화연) 죽여야 돼
[달려오는 발걸음]
(젊은 고분) 괜찮아? 어디 좀 봐
(어린 혜석) 누구세요?
(젊은 고분) 어? 화연 언니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자, 안으로 들어가자
(어린 혜석) 그걸 보면 안 돼요
전생을 보면 안 돼요
(젊은 고분) 혜석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린 혜석) 돌아가요, 돌아가!
[무거운 효과음]
[시호의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젊은 고분) 뭐 하는 거야? 혜석아, 그 손 놔
이 혼의 전생을 보면 안 돼요
(어린 혜석) 다 죽어요
기억을 되찾으면 다 죽어
(어린 혜석) 그러니까 돌아가 다신 오지 마!
가!
[시호의 놀란 숨소리]
(상운) 시호야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돌아가래
(시호) 내가 전생을 보면 안 된대
(상운) 누가?
혜석 이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시호) 당신이 불에서 구해 줬던 그 여자아이가 말했어요
기억을 되찾으면
다 죽는다고
[상운의 놀란 숨소리]
(상운) 시호야
너 손…
(시호) 응?
[당황한 숨소리]
(호열) 아이고, 오자마자 쌩하고 가냐?
여기까지 온 기름값이 아깝다
아시잖아요
(호열) 넌 왜 아무 말 없어?
활 형 걱정된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네?
(도윤) 아이, 무슨 제가 또 노래를 불렀다 그래요
아저씨 괜히 오버해요, 항상 보면
(활) 왜? 할 말 있어?
그냥 저희도 형네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활) 안 돼
(호열) 그래, 넌 괜히 방해만 돼
(도윤) 아, 진짜 너무해, 내가 짐도 아니고
(호열) [한숨 쉬며] 저기 난 뭐 도울 일 없어?
여기 갇혀 있자니 영 갑갑하기도 하고
- 그, 나라도 거길… - (활) 안 돼요
(도윤) 맞아요, 아저씨도 방해돼요
아, 이 자식…
그, 아프다고 봐주고, 그, 저…
(호열) 그, 옥을태 앞잡이 한 것도 봐주고 그랬더니, 자식
(도윤) 진짜 맘상이다, 맘상
(호열) 뭐, 인마? '맘상'?
(도윤) 그, '맘상' 뜻은 알아요?
야, 그래, 나 몰라, 인마, 몰라, 그래
- (도윤) 그럴 줄 알았어 - (호열) 뭐, 뭐, 뭐?
근데 혜석이는요?
(호열) 너 꼴 보기 싫다고 안 나오겠대, 쯧
(상운) 나오지 말고 더 누워 있으라니까
괜찮아, 잠깐 어지러웠던 거야
(시호) 그보다 언니도 꼭 가야 돼?
내가 안 가면 단활 씨가 허튼짓할까 봐
(상운) 걱정하지 마
걱정 안 되게 해야 걱정을 안 하지
(시호) 맨날 말로만
[한숨]
자, 이거
이게 뭐야?
(시호) 반찬
그 집에 먹을 거 하나도 없잖아
혜석 이모가 챙겨 주셨어
아, 그리고 이모가 미안하대
(상운) 응? 뭐가?
나도 몰라
[살짝 웃는다]
고맙다고 전해 드려
이모, 뭐 해요?
[혜석이 쓱쓱 걸레질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시호의 한숨]
(시호) 활 아저씨랑 언니는 갔어요
아, 언니가 반찬 고맙대요
활 아저씨랑 싸웠어요?
[시호의 한숨]
그래도 배웅은 하지 그랬어요
이모, 뭘 그렇게 닦아요? 내가 할게요
(혜석) 다시 일어난다
만나면 안 됐어
두 사람이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예?
(혜석) 만나면 안 됐어
다시 시작돼 [혜석의 말소리가 울린다]
그 일이 다시 일어난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만나면 안 됐어, 만나면 안 돼
- (혜석) 그 일이 다시 시작된다… - 이모
- (시호) 이모! - (혜석) 어, 어? 왜?
(시호) 방금 이상한 소리 하셨어요
내가?
나 방바닥 닦고 있었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둘이 만나면 안 됐었다고
(시호) 다시 시작된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그게 대체 무슨 의미예요?
(상운) 시호 능력이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실패했네요
그러게
(상운) 근데 진짜 말 안 해 줄 거예요?
(활) 뭘?
(상운) 옥을태가 진짜 뭐라고 했는지 말이에요
옥을태 말 한마디 때문에 이렇게 휘둘리고 있잖아요
하, 진짜 끝까지 말 안 해 주는 거 봐
하여간, 고집은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천 년 전 일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아직 방법이 하나 남아 있잖아
[풀벌레 울음]
[의미심장한 음악]
[몽환적인 음악]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무거운 음악]
[무전기 신호음] [긴박한 음악]
[경호원의 힘겨운 신음]
[음산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경호원의 괴로운 신음]
조용히 하면 죽이진 않는다
(경호원) [떨리는 목소리로] 예
[경호원의 힘겨운 숨소리]
옥을태 어디 있어?
(경호원) 없어요, 어제 나가신 후 아직도 안 돌아왔어요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고통스러운 신음]
[을태의 거친 숨소리]
[고통스러운 신음]
(상운) 아직도 그 산에 있다고요?
[어두운 음악] (활) 아직 못 빠져나온 게 맞아
도망도 못 칠 정도로 피를 많이 흘린 거야
분명히 거기 있어
이건 기회야, 옥을태를 잡을 기회
[안전띠를 달칵 푼다]
(활) 말 안 해도 알지?
여기서 기다려
[긴장되는 음악]
[까마귀 울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가 멈춘다] [몽환적인 음악]
[을태의 괴로운 숨소리]
불가살도 별거 아니었네
(활) 결코 죽일 수 없다던 그 무시무시한 불가살이
시체가 다 됐잖아
[힘없는 목소리로] 반쪽짜리 불가살이라 그래
(을태) 나를
끝내려고 온 거야?
(활) 응, 근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
네 대답에 따라 너만 우물에 갇힐지
아니면 모든 일의 원흉인 나도
너랑 같이 여기서 죽을지
그걸 정하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빠짐없이 다 말해
천 년 전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내가 너한테 불가살이 되게 해 달라고 말했는지
왜 민상운은 나한테 불가살의 저주를 주었는지
그럼 민상운을 죽여 줘
[무거운 음악] [헛웃음 치며] 뭐?
민상운을 죽여 주면 다 얘기해 줄게
(을태) 네가 모르는 진실을 다 다 알려 줄게
민상운만 죽여서
그 시체를 내 앞으로 가지고 와
(활)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곧 죽을 건데 아직도 그 여자한테 집착하잖아
600년 동안 너랑 나한테 쫓기는 삶을 살던 여자야
이제 놓아줘
제정신이 아닌 건 너야
(을태) 그 여자가 너한테 뭔데?
천 년 전 그 여자가 [음산한 음악]
너한테
무슨 짓을 한 줄은 알아?
상관없어
(활) 불가살이었을 때의 그 여자는 죽이고 싶었는지 몰라도
지금의 민상운은
살리고 싶으니까
[헛웃음]
너는
(을태) 천 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 여자한테 그렇게 당해 놓고
또 그러네?
그 빌어먹을 짝사랑
넌더리 나지도 않아?
[을태의 힘겨운 신음]
무슨 말이야?
(을태) 결국 그 여자가 너를
진짜 끝장낼 거야
네 모든 걸 망칠 거야
그래, 나도
더 이상 너한테 기대지 않을 거야
내가 아니라 민상운을 선택한 이상
다음에 만나면
네가 가진 모든 걸 다 빼앗을 거야
네 아들과 네 아비와 네 처까지
네가 아끼는 것들 다 죽여 없앨 거야
(을태) 그래, 맘대로 해
심장을 칼로 후벼 파든, 도려내든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이 없으니까
아니, 시간은 많아
(을태) 아니
너한테 시간은 없어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아, 여기 주차하시면 안 되는데
(상운) 아, 그래요? 저 잠시 정차만 한 거라…
금방 갈게요
[의미심장한 음악]
(경찰) 차에서 내리세요
신분증 확인 좀 할게요
(상운) 아, 왜요? 저 잠시 정차한 건데
저, 그러면 차 뺄게요, 지금
[긴장되는 효과음] (경찰) 민상운 맞지?
[어두운 음악] (활) 시간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사람을 불렀어
네가 올 거 같아서
(을태) 네가 절대 못 떼어 놓는
민상운을 데리고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운의 겁먹은 숨소리]
[경찰이 차 문을 달칵 연다]
[상운의 가쁜 숨소리]
[상운의 비명]
[상운의 거친 숨소리]
당신 누구야?
[칼 소리가 울린다] [상운의 놀라는 숨소리]
[푹] [무거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네가 아끼는 걸
다 없애 버리겠다고
[을태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가지 마…
(을태) [울먹이며] 가지 마
가지 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 여자는, 그 여자는
이제 내버려 둬
나한테만 집중해
나한테만 집중해
나를, 나를 죽일 수 있는 기회잖아
응? 네가 원하는 진실도 다 알려 줄게
그러니 그 여자는 버리고 나한테 와
[거친 숨소리]
가지 마 그 여자는 버리고 나한테 와…
가지 마!
[을태가 흐느낀다]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나한테 와…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활) 괜찮아? [애잔한 음악]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칼에 찔렸잖아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
(상운) 괜찮아요
피를 많이 흘렸어
내 피가 아니에요
(상운) 내가, 내가 사람을…
찌른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을태의 거친 숨소리]
[쉰 목소리로] 갔어
나를 버리고 갔어
나를 버렸어
(경찰) 회장님
(을태) 민상운은
죽였어?
아니요
(경찰) 오히려 제가 당했습니다
당했다고?
(경찰) 갑자기 힘이 세졌어요
꼭 다른 사람 같았어요
그래?
죄송합니다
일단 알았어
어서 와서 나 좀 부축해 줘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을태) 얼른, 그래, 괜찮아
[을태의 웃음]
어서 와서 나 좀 부축해 줘
어서 와, 어서
[을태의 거친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활) 불가살이었을 때의 그 여자는 죽이고 싶었는지 몰라도
지금의 민상운은
살리고 싶으니까
[그르렁거리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상운의 가쁜 숨소리]
(활) 어디 봐
괜찮아? 진짜 병원에 안 갈 거야?
그럼 권 형사님 통해서 가야 되잖아요
(상운) 시호도 알게 될 거예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거
별거 아니잖아요
피를 멎으려면 상처는 꿰매야 해
할 수 있어요?
(활) 600년간 살아오면서 이것저것 다 해 봤으니까
대신 예쁘게는 못 꿰매 줘
[웃음]
(상운) 괜찮아요
어차피 보여 줄 사람도 없어요
[상운이 살짝 웃는다]
그 경찰이요
괜찮을까요?
마음 쓰지 마
정당방위였어
[한숨]
제가 사람을 찔렀는데요?
(활) 그쪽이 먼저 공격했잖아
네가 죽을 수도 있었어
(상운) 근데 저도 모르게 한 행동이라
모르게 했다니?
(상운) 칼에 찔린 순간부터
기억이 희미해요
정신 차리고 보니까
어느새 제 손에 칼이 들려 있었어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활) 잘했어
[잔잔한 음악]
정신 나가서 한 짓이라도 좋으니까
죽지만 마
이럴 줄 알았으면 옥을태 우물에 가둬 놓고 내려오는 건데
(상운) 옥을태 만났었어요?
못 만나고 내려온 거 아니었어요?
왜 그랬어요?
모르겠어
정신이 나갔었나 봐
(활) 네가 죽을까 봐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
[상운의 한숨]
[물이 솨 흐른다]
[물소리가 멈춘다] [잔잔한 음악]
(상운) 당신이 좋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당신이 죽는 게 싫어요
(상운) 600년 전
나와 옥을태 사이에서 끼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그리고 600년 동안
당신을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시호) 언니?
활이에요
아…
언니는요?
(활)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잠들었어요
네?
(시호) 어디가 안 좋은데요?
깨면 전화하라고 할게요
(활) 그보다 거긴 좀 괜찮아요?
아니요
(시호) 우리만 안전한 데 있으니까
다들 맘이 불편해서 안 괜찮아요
거기 사람들은 불편해도 내 마음은 편하니까
(활) 거기 얌전히 계속 있어요
- 네? - (활) 끊을게요
아, 잠깐만요
우리 언니
잘 부탁해요
[애잔한 음악]
갑자기 왜…
(시호) 절대 배신하지 마세요
꼭 끝까지 지켜 주세요
그리고 아저씨도
(시호) 몸조심하세요
이 말 꼭 하고 싶었어요
끊을게요
[통화 종료음]
(도윤) 상운 누나하고 통화했어?
(시호) 아니
언니는 몸이 안 좋아서 벌써 잔대
어디가 아픈 건지 걱정돼
그래서 말인데요, 형사님
(호열) 아, 안 돼요, 안 돼요
(시호) [헛웃음 치며]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벌써 안 된대요?
(호열) 딱 봐도 활 집에 가겠다는 거잖아
아이, 아직 옥을태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가면 방해만 된다고
(도윤) 에이 방해 안 되게 잘할게요
(시호) 너는 왜? 넌 여기 있어
위험하게 어딜 따라오겠다는 거야?
와, 배신자
- 혼자 간다고? - (시호) 당연하지
(호열) 아,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
아, 활이 여기서 아무도 못 나가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도윤) 아…
형사님이 활 형 부하예요?
(호열) 뭐야, 인마?
(시호) 아, 언니가 아프다니까요
[한숨]
여기서 맘 안 좋게 이러고 있는 거보다
언니한테 갈래요
(호열) 하, 참
활이랑 언니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니까?
(혜석) 안 돼, 안 되겠어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저 양반 왜 저래?
어, 그…
(도윤) 예전에 하던 이상한 예언 한다 [혜석이 중얼거린다]
- (혜석) 안 되겠어, 안 돼 - (시호) 이모, 괜찮아요?
(혜석) 안 되겠어, 안 돼!
[행주를 탁 던지며] 으이씨! 안 되겠어
여기 답답해서 못 있겠어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앉아서 걱정만 하는 거 내 스타일 아니야
게다가 여기는 TV도 없고 나무랑 산만 있어
온통 푸르고 푸르러
옥을태고 나발이고
당장 간다, 짐 싸!
(시호) 야, 가자
(도윤) 우아, 대박
- (도윤) 완전 멋있어 - (호열) 아, 야
- (호열) 야, 얘들아! - (시호) 완전 내 스타일이야
(시호) 내 롤 모델
아휴
[어두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활) 깼어?
(상운) 나 얼마나 잤어요?
(활) 한 서너 시간 정도
더 자, 자야 빨리 낫지
목말라서요
잠깐만
[달그락거리는 소리]
(활) 자
고마워요
[시원한 숨소리]
왜요?
열은 없네
(상운) 아… 저, 근데
도윤이 때도 그렇고요
다치면 진짜 잘해 주네요?
나 자주 다쳐야겠다 [상운의 웃음]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안 다쳐도 잘해 줄 테니까
[활이 물병을 툭 내려놓는다]
다치지 마
알았어요
(상운) 그냥 놀리려고 한 말인데
내 몸에 묻은 피 닦아 준 거예요?
응, 보이는 곳만 대충
(상운) 아…
옷은 그대로네
(상운) 왜요? 뭐, 뭐요?
왜 따라와요?
옷 갈아입는 거 도와주려고 혼자선 힘들어
[당황한 웃음]
아, 됐어요,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여기 가만히 있어요
(활) 뭐 해?
[상운이 수전을 툭 잠근다] [물소리가 멈춘다]
(상운) 머리에 피가 묻어서요
감고 싶은데 이게 잘 안돼서
좀 참지
(상운) 피잖아요 찝찝하단 말이에요
(활) 자, 여기 앉아 봐
어떻게 하게요?
[물이 솨 흐른다]
[물소리가 멈춘다]
아, 제가 할게요
(활) 가만있어 봐 움직이기 힘들잖아
[차분한 음악]
봐
[물방울이 똑 떨어진다]
(상운) 근데요
옥을태 놓쳐서 어떡해요?
아깝다, 기회였는데
다시 잡으면 돼
옥을태 만나서 천 년 전 얘기는 물어봤어요?
(활) 응
옥을태가 뭐라고 해요?
네가 나를 끝장낼 거라고 하더라
(활) 내 모든 걸 망칠 거라고 [무거운 음악]
(상운) 내가요?
왜요?
모르지
그리고요?
옥을태가 또 뭐라고 했어요?
(활) 내가 너를…
아니야, 다 이상한 말이었어
네 말대로
옥을태 말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게 낫겠어
휘둘리기만 할 테니까
내가 기억하는 것만 알고 있으려고
[쓸쓸한 음악]
(상운) 그래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나도 내가 기억하는 것만 믿을 거예요
지금 상황으로만 판단하고요
더는 김화연 말에 휘둘리지 않고
(활) 왜?
김화연이 또 무슨 얘길 했어?
(상운) 그게…
시호가 본 제 과거에서요
김화연이 그랬어요
활과 옥을태
두 불가살을 동시에 죽여야 한다고
당신을 믿지 말라고 했어요
뭐…
그게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상운) 뭐가 맞는 얘기예요?
단활 씨를 안 믿으면 지금 누굴 믿어요?
전생의 당신과 나는 악연이었을지 몰라도
또 김화연은 당신을 죽이고 싶어 했을지 몰라도
이렇게 날 도와주고
내 동생을 도와주는 건 단활 씨뿐인데
어떻게 안 믿어요
그만 일어날까요?
(활) 그래, 잠깐만 기다려
거즈 갈아 줄게
[활이 수건을 툭 놓는다]
[달그락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상운) 뭐야?
똑같잖아
상연 언니 흉터 위치랑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상운의 놀란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활의 힘주는 신음] [칼로 푹 찌른다]
[여인의 힘겨운 신음]
[상운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문이 쿵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여인) 나는 다시 태어난다
네가 준 이 상흔을 가지고
[거친 숨소리]
[숨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비명 소리]
[짐승 울음]
[비명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활) 왜 그래?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고조되는 음악]
[음산한 효과음]
[상운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가위를 쓱 뽑는다]
[상운의 거친 숨소리]
(활) 도대체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왜…
[고조되는 음악]
[가위가 툭 떨어진다]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당신…
누구야?
당신…
진짜 정체가 뭐야?
[쓸쓸한 음악]
(활) 내가 어릴 때 늘 꾸던 꿈과 다르다고
(활) 네가 시체 가운데 서 있었어
(활) 여기 왜 돌아왔어?
(을태) 이젠 나도 그놈을 다 망쳐 놓을 거야
(형사1) 여기 그 살인 사건 용의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형사2) 데려가! [소란스럽다]
(상운) 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을태) 어디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왜 데려갔는지 알아야지
[남자2의 기합]
(활) 그 사람들한테 손가락 하나 댔다간…
다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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