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14
(상운) 그만해요!
뭐 하는 거예요!
그만해요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면서요
불가살이 된 후에도 그랬다면서요
상관없어, 이제
다 죽여 버릴 거야
(활) 내 가족을 건드리고 방해하면
다 죽일 거야
[놀란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음산한 효과음]
(을태) 너를 지켜 주는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려고
[짐승 울음]
(활) 어디 있어? [함 형사의 힘겨운 숨소리]
여기 있던 두 사람
(함 형사) [힘겨운 목소리로] 여기서
일하던 남자가 데려갔어
[그르렁거리는 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상운) 정신 차려요, 제발!
[무거운 음악]
옥을태처럼 되면 안 되잖아요
[울먹이며] 날 좀 봐요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당신
내가 알던 그 단활 씨 맞아요?
인간으로 남겠다던
[상운이 흐느낀다]
[흐느낀다]
놔, 다쳐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함 형사가 콜록거린다]
[어두운 음악] [활이 막대를 툭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도윤) [작은 목소리로] 누나, 괜찮아?
(시호) [작은 목소리로] 응, 괜찮아
(도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데려가서 어떻게 할까?
(혜석) [힘겨운 목소리로] 세 명의 목숨은 살려야지
너랑
도윤이랑
그리고 배 속의 아기
(시호)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진 모르겠지만
거기 도착하면 아마도 우리…
그러니까
도착하기 전에 도망쳐야 돼
사람들한테 알려야 돼
- 아직 기회는 있어 - (도윤) 응
틈이 보이면
(시호) 뭐라도 해야 돼
[애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훌쩍인다]
[상운이 울먹인다]
[한숨]
팔 괜찮으세요?
(상운) 부러진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한숨]
(호열) 금이라도 간 건지
병원에 가셔야 돼요
내 걱정은 말고 빨리 애들부터 찾아야죠
시간이 없어요
단활 씨가 지금
시호랑 도윤이 데려간 남자에 대해 알아보고 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 남자, 그 얼굴
(호열) 뭔가 낯이 익은데…
[무거운 음악]
[달그락거리는 소리]
[활이 수첩을 탁 내던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이름도 없어
(활) 아무것도 없어
그놈 도대체 뭐야?
(함 형사) 말했잖아 나도 모른다고!
[함 형사의 거친 숨소리]
[퍽] [함 형사의 비명]
(활) 모르는 놈이 애들을 차에 태웠는데
그걸 그냥 놔뒀다고?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함 형사) [힘겨운 목소리로] 그건, 그건…
별일 없을 줄 알고
(상운) 단활 씨
권 형사님이 그 남자에 대해서 할 말이 있대요
[차분한 음악]
(상운) 형사님
남자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고요?
그놈이 떠나기 전에 그랬어
(호열) 상운 씨가 자길 찾아오기 바란다고
근데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낯이 익었어
[의미심장한 음악]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형사) 팀장님, 도대체 어디세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함 형사) 그, 딴건 아니고
그, 미제 사건 자료 좀 확인해 줘
(형사) 네? 무슨 사건이요?
(함 형사) 청솔산 실종 사건
좀 오래된 사건이야, 급해
(형사) 아, 용의자 이름은 공민수 [사락거리는 소리]
당시 나이 21세
(형사) 청솔산 가두면 쪽에서 모친과 살았고
일대 주민과 등산객 다섯 명이 연쇄 실종
(형사) 공민수가 실종자를 유인하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었고
이후 살인 사건으로 전환
근데 수사 중에…
용의자 공민수마저 실종된 사건이네요
그 용의자 사진 좀 나한테 보내 줘, 빨리
[어두운 음악]
그놈 맞아
(호열) 옥을태가 그때부터 여기에 계속 숨겨 놓은 거 같아
그래서 지명 수배에도 안 걸리고 살았고
[무거운 음악]
아무도 없어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시호의 놀란 숨소리] [한숨]
배가 많이 아파?
(시호) 옥을태가 칼로 찔렀던 쪽?
저 남자가
아까 같은 곳을 때려서
(도윤) 점점 더 아픈 거 같아
저기요
(시호) 차 좀 잠깐 세워 주세요
애가 배가 많이 아프대요
애가 아프다잖아요!
다 왔어
(민수) 곧 끝날 거야
끝난다고요?
그놈
(활) 우리가 자길 찾아오길 바라잖아
20년 가까이 여기서만 산 놈이야
남은 거라고는 예전에 살던 집
거기밖에 없어
서둘러야 돼
잠깐만요
(상운) 여기는 어떡해요?
이모님은요?
(호열) 내가 저 양반 옆에 있을게요
둘이 빨리 가
신고도 내가 할게
신고하지 마세요
경찰이 끼면 방해만 되니까
(상운) 이모님을 저대로 둔다고요?
이 찬 바닥에요?
이미 죽은 몸이야
애들 찾는 게 우선이야
(활) 넌 일단 따라와
빨리 가요
(호열) 애들 찾고 그때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고요
(상운) [훌쩍이며] 네
[상운의 한숨]
[도윤의 힘겨운 신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어두운 음악]
(농부) 아휴, 아, 저게, 저
아, 저게 종일 덜덜거리더니
결국 주저앉았어요
(시호) 도윤아, 지금이야
[긴장되는 음악]
(농부) 아이, 길을 다 막고 이거 꼼짝을 안 하네
[초조한 숨소리] 그, 사람 불렀는데
[농부가 말한다] (시호) 도윤아, 잠깐 등 좀
[달그락거리는 소리]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시호의 힘주는 신음]
[농부가 의아해한다]
[시호의 힘주는 신음] [잘그랑거리는 소리]
[시호의 가쁜 숨소리]
[힘주는 신음]
[무거운 음악] (농부) 아이, 사람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민수의 힘주는 신음]
좀 끊어 줘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잘그랑거리는 소리]
[민수의 기합]
[시호의 가쁜 숨소리]
[시호의 힘주는 신음]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도윤의 한숨] [시호의 다급한 숨소리]
[민수의 기합] [농부의 웃음]
[민수가 씩씩거린다] (농부) 차를 저쪽 삼거리까지
뒤로 쭉 빼 갖고 돌아가야 되는데
[거친 숨소리] 아이, 근데 어딜 가세요?
여기는 깡촌이라
동네 사람들 아니면 안 다니는데
(민수) 그냥 아는 집에요
(농부) 아, 예
아, 저기
혹시
울산댁 아들 아닌가?
아니에요
맞는데
(농부) 큰 키에다가 얼굴, 응?
맞네
그, 예전에 그, 경찰이 와 갖고…
[긴박한 음악]
[성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시호의 가쁜 숨소리]
[시호의 다급한 숨소리]
(시호) [울먹이며] 빨리 와
[시호의 거친 숨소리]
도윤아
도윤아, 괜찮아?
누나, 누나 먼저 가
혼자 어떻게 가!
저기까지만
아니야, 할 수 있어, 가자
[고조되는 음악]
[시호의 가쁜 숨소리]
[시호의 가쁜 숨소리]
[도윤의 힘겨운 신음]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전화기도 뺏겨서 없는데…
활 형이 올 거야
(도윤) 상운 누나도
전에도 그랬었어
기대도 안 했는데 찾아왔다고
꼭 올 거야, 꼭
[불길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도윤) 누나, 어떡하지?
[불안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찬) [울먹이며] 어머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무섭습니다 [솔이 울먹인다]
(솔) 네 아버지가 구하러 올 것이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칼 소리가 울린다]
지금부터 뒤돌아서 무조건 뛰거라
가서 아버지를 찾아 [짐승 울음]
어서!
(아찬) 아버지!
[도윤이 시호를 부른다] 아버지!
- (도윤) 누나… - (아찬) 아버지!
[음산한 효과음] (아찬) 아버지!
- (도윤) 누나 - 어?
[어두운 음악] (도윤) 갑자기 왜 그래?
이, 이상한 걸 봤어
[드르륵거리는 소리]
[도윤의 긴장한 숨소리]
여기서 나가자
나가서 서로 반대편으로 도망치자
(도윤) 그래야 저놈도 헷갈릴 거야
무슨 소리야?
(시호) 너 배 아파서 못 뛰잖아
이제 괜찮아
[힘겨운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도윤과 시호의 가쁜 숨소리]
누나가 저쪽으로 가
조심해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도윤) 나 여기 있다, 여기! 이쪽이라고
[도윤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도윤의 놀란 숨소리]
나만 있으면 되죠?
(시호) 우리 언니 기다리는 거잖아요
그럼 나만 잡아가요
[힘겨운 숨소리]
쟤는 방해만 되잖아요
[긴박한 음악]
[놀란 숨소리]
[어두운 음악]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까마귀 울음]
뒤돌아서!
(시호) 무조건 뛰어!
[놀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활 아저씨랑
상운 언니를 찾아!
[힘겨운 숨소리]
(도윤) 안 돼
[음산한 효과음]
(도윤) 안 돼!
[그르렁거리는 소리]
[애잔한 음악]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다급한 숨소리]
[도윤이 콜록거린다]
[도윤의 가쁜 숨소리]
(도윤) [힘겨운 목소리로] 형…
시호 누나가
시호 누나가 끌려갔어
[긴장되는 음악]
[도윤의 힘겨운 신음]
[음산한 효과음]
[가쁜 숨소리]
[상운의 가쁜 숨소리]
[삽이 툭 떨어진다]
[민수의 웃음]
너구나
(민수) 옥을태 말이 맞았어
네가 날 찾아올 거라고 했어
[새가 깍깍 운다]
네가 내 지루함을 잊게 해 줄 거라고
[민수의 거친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칼 소리가 울린다]
[푹]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내 동생 어떻게 한 거야?
안 죽었어
머리를 때려서 쓰러진 거지
(상운) 혜석 이모님도
네가 죽였어?
그게 누군데?
그 창고에 있던 여자!
(민수) 아, 그거?
옥을태가 목을 물었어
그냥 두면 천천히 죽을 거 같아서
[음산한 효과음]
내가 마무리하긴 했지
[울먹인다]
(상운) 옥을태도 너도
내가 목적이잖아
나만 죽이면 되잖아, 왜! 왜 다른 사람까지… [민수의 흥분한 숨소리]
[흐느낀다]
[상운이 칼로 쓱 벤다]
[상운의 거친 숨소리]
[상운의 힘주는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민수의 힘주는 신음]
[상운의 힘겨운 신음] [민수의 기합]
[상운이 콜록거린다] [민수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민수) 알았어
너만 죽여 줄게
[민수의 거친 숨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음산한 효과음]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놀란 숨소리]
[짐승 울음] [민수가 컥컥거린다]
(활) 너…
영노구나
[의미심장한 음악] [영노의 괴성]
(활) 사람 100명을 죽인
영노의 환생이구나 [영노의 괴성]
[영노가 그르렁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영노의 울음]
[짐승 울음]
(민수)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상운의 놀란 숨소리] [민수의 기합]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활의 힘겨운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민수의 괴성] [칼로 푹푹 찌른다]
[민수의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놀란 숨소리]
[짐승 울음]
[놀란 숨소리]
[민수의 힘겨운 신음]
[컥컥거린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민수의 힘겨운 숨소리] [긴박한 음악]
[민수의 괴성]
[으르렁거리는 소리]
[민수의 힘겨운 신음]
(민수) 너, 너 이상해
사람이 아니야
[거친 숨소리] 나, 나 알 수 있어
너 옥을태와 같아
아닌가?
너 옥을태와 달라
넌 도대체 뭐지?
[으르렁거리는 소리] (상운) 단활 씨!
[상운이 울먹인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푹]
[쓸쓸한 음악] [연신 푹푹 찌른다]
(상운) 그만해요, 다 끝났어요
[그르렁거리는 소리]
제발 그만해요
[그르렁거리는 소리]
단솔은?
단, 단솔이요?
그게 누구예요?
네 동생
(상운) 시호야, 시호야, 일어나 봐
시호야
시호야
[상운이 울먹인다]
도윤이는?
도윤이는 무사해
들었지?
(시호) 응
[잔잔한 음악]
혜석…
이모는?
[상운이 흐느낀다]
[상운이 흐느낀다]
[상운과 시호가 흐느낀다]
[바람이 솨 분다]
(호열) 여보세요
찾았어요, 둘 다 무사해요
[안도하는 숨소리]
알았어요
(호열)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농부) 아휴
(상운) 어때? 괜찮으셔?
(시호) 어, 119에 전화했어
(호열)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입을 닫는 게 좋을 거야
서로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만약 그 입을 함부로 열면
너희들 끝을 보게 할 거야
[통화 연결음]
경찰이죠?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애잔한 음악]
(호열) 애들 감싸고 살리려다 이렇게 됐죠?
다 알아요
잘했어요
잘했어
부디 좋은 데 가세요
좋은 데…
(시호)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다시 그 농장으로 가는 거야?
아니
(상운) 거긴 지금쯤 경찰들이 와 있을 거야
(도윤) 그럼 혜석 이모는요?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데…
어디쯤이야?
(활) 아직 멀었어?
(상운) 다 왔어요
여기서 기다려
(상운) 문 꼭 잠그고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함 형사의 힘주는 신음] (상운) 시호와 도윤이는 구했으니까
저 형사님은 풀어 줄게요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활) 아니, 아직이야
여기서 기다려
[힘겨운 신음]
(활) 소리 지르지 마 테이프 떼 줄 테니까
[함 형사가 콜록거린다]
[함 형사의 거친 숨소리]
왜, 왜 이러는 거야?
(함 형사) 날 왜 여기에 묶어 두는 거야?
옥을태를 위해 일한 지 얼마나 됐어?
(함 형사) 일한 적 없어
오늘 처음 봤어
그런데도 옥을태가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납치해?
(함 형사) 난 그런 일인 줄도 모르고
모르고 따라갔어
(활) 너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
죄 없는 사람 셋을 잡아다가
옥을태랑 살인마한테 넘겼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그건…
(활) 저 뒤에 있는 여자 동생도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
[함 형사의 거친 숨소리]
씨…
(활) 옥을태와는 어떻게 알게 됐어?
(함 형사) 옥을태라는 사람 알지도 못하는데
서 팀장한테 날 데려오라고
그렇게 시켰다고 들었어
날 이 일에 끌어들이려고
(활) 그래? 그럼 옥을태가 다시 너를 찾겠네
(함 형사) 날 왜? [어두운 음악]
(활) 옥을태가 찾아오면 거기 저장된 번호로 나한테 연락해
당연히 나를 만났다는 건 비밀로 하고
알았어
알았어
허튼짓할 생각 하지 마
아내와 여섯 살 먹은 딸이 있지?
뭐?
(활) 일전에 널 경찰서 앞에서 본 적이 있어
혹시 몰라서 뒷조사를 해 뒀지
(호열) 갈게, 고맙다
(활) 이런 일이 생길 거 같았거든
[헛웃음 치며] 씨…
너랑은 600년 전부터 악연이었으니까
(부관) 귀물은 척살해야 하오
(부관) 목을 잘라 우물에 가두시오
[부관이 칼로 푹 찌른다] [극의 힘겨운 신음]
(활) 한 번 시작된 악연은 끝까지 이어져
[부관의 힘주는 신음] [칼을 쓱 뽑는다]
과거는 반복되고
아유, 도대체…
(함 형사) 뭔 소리야, 씨…
너는 나와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칠 놈이야
(활) 이번엔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함 형사의 떨리는 숨소리]
[함 형사의 힘주는 신음]
[무거운 음악]
[함 형사의 아파하는 신음]
[함 형사의 떨리는 숨소리]
(상운) 저 형사님이랑은 무슨 얘기 한 거예요?
저 남자 가족을 죽이겠다고 했어
[무거운 효과음]
(상운) 가족을 두고 협박했다고요? [어두운 음악]
뭐든 할 거야
옥을태를 잡을 수만 있다면
(상운) 저기, 지금 그 말
옥을태가 늘 우리한테 하던 거예요, 알죠?
내 혼을 깨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똑같이 하겠다는 거야
(활) 언제까지 당할 수 없으니까
(상운) 그럼 도대체 당신이랑 옥을태가
뭐가 다른 건데요?
같아도 상관없어
[몽환적인 음악]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음산한 음악]
(혜석) [힘겨운 목소리로] 온다
검은 구멍 안에서
악귀가 온다
악귀가… [혜석의 말소리가 울린다]
검은 구멍을 열었고
(혜석) 이제
검은 구멍을 닫으러 온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당황한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남자1) 네 혼을 잠시 가져가겠다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
[음산한 효과음]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을태가 꺽꺽거린다]
[을태의 괴성]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을태의 비명] 나는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반드시 손에 상흔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야 [음산한 효과음]
나를 찾아 불가살로 만들어라 [을태의 괴로운 신음]
그렇지 않으면 혼을 빼낸
그 검은 구멍이 닫히지 않을 것이며
살이 찢겨지는 고통을 매일 느낄 것이다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약속을 지켜라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을태의 떨리는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도윤의 힘겨운 신음]
(시호) 조심
[도윤의 한숨]
(상운) 도윤아, 괜찮아?
누나 좀 똑바로 봐 봐, 응?
괜찮아요
[도윤의 힘겨운 숨소리]
너는? 배는 괜찮아?
(시호) 응, 괜찮아
(상운) 둘 다 권 형사님 오시면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할게
권 형사님은 언제 오시는데?
(시호) 아직 경찰서에 계신 거야?
(상운) 응
혜석 이모님 일
수습하셔야 하니까
[쓸쓸한 음악]
(도윤) 근데 이거 다 진짜 맞죠?
꿈 아니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별일 없었잖아요
활 형이랑 혜석 이모랑 싸우고
내가 화해하라고 하고
평소 같았으면
아침밥 먹고
[울먹이며] 혜석 이모가
청소하라고 잔소리하고
내가 짜증 내고
[도윤이 울먹인다]
왜 이렇게 됐죠?
도대체 왜…
[도윤이 흐느낀다]
(상운) 좀 마셔
(시호) 응
활 아저씨는?
괜찮아?
모르겠어
(상운) 이번 일로 화가 많이 난 거 같아
화가 나서 이상한 행동이랑
맘에도 없는 말도 하고
(시호) 그렇겠지
혜석 이모
활 아저씨한테는 유일한 가족이었을 텐데
난 도윤이 옆에 있을게
혼자 못 있겠어 도윤이도 걱정되고
언니는 활 아저씨한테 가 봐
(상운) 응
[시호의 한숨]
밥도 못 먹고 갔어
[애잔한 음악]
갑자기 경찰이 오는 바람에
(시호) 내가 말렸어야 했어
경찰이 나랑 도윤이 데려간다고 했을 때
혜석 이모가 같이 따라가 주겠다고 했거든
우리 둘만 보내려니까 걱정된다고
[한숨 쉬며] 굳이 안 그래도 됐었는데
(상운) 시호야
근데
(시호) 이모가 같이 가 준다고 했을 때
솔직히 너무 안심이 됐다
나는 원래 잘 기대니까
늘 언니한테 기대면서 살았으니까
그냥 혜석 이모한테
안 따라와도 된다고 내가 말했다면
지금쯤 살아서
여기에 같이 계셨을 텐데…
나 때문에
[시호가 흐느낀다]
[상운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상운) 저기…
눈은 좀 어때요?
(활) 괜찮아
그냥 안에 들어가서 좀 쉬어요
대신 내가 밖에 있을게요
됐어
(활) 감시하는 옥을태 쪽에서 보라고
일부러 있는 거야
나 아무렇지도 않다고 보여 주려고
그럼 같이 있어요
(상운) 혜석 이모님 가족은 있어요?
연락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없어
저, 그럼 친한 분들은요?
(상운) 장례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어차피 경찰이 데려갔잖아
(활) 수사도 할 거고
그냥 좀 내버려 둬
죽은 사람한테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상운) 여유가 없다니요?
[상운의 당황한 숨소리]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혜석 이모님이잖아요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상운) 그럼 도대체 뭐가 중요한데요?
(활)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상운) 옥을태 잡는 거요?
맞아요, 그것도 중요하죠
근데 가족이 죽었잖아요
가족이 아니야
(활) 악연으로 얽힌 사이일 뿐이야
600년 전 마을 사람들을 시켜 날 죽이려고 했던 무녀야
이번 생에도 적이 될까 봐 악연이 될까 봐
감시차 데리고 있었던 것뿐이야
억지로 옆에 둔 거라고
(상운) 아니잖아요, 화가 나서
이 상황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막말하는 거 알지만
평생 후회할 말 하지 마요
당신한테도 상처 입히는 짓이니까
후회 안 해
(활) 사람은 누구나 죽어
오래 살다 보면 누군가를 먼저 보내는 건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아
(상운) 그 말 진심이에요?
[떨리는 숨소리]
[쓸쓸한 음악]
떠나
(활) 네 동생하고 도윤이 데리고 여기서 떠나
난 남아서 옥을태를 죽일 거니까
(상운) 몇 번이고 말했잖아요
당신만 두고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다고
도망치라는 게 아니야
방해되니까 가라는 거야
(활) 솔직히 너희들 셋 나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 돼
나한테는 짐이야
당신한테 짐 안 되게 할게요
(상운) 그리고 이건
애초에 모든 건 나와 옥을태 때문에 벌어진…
(활) 너 때문이 아니야
나를 송두리째 흔든 옥을태 말이 뭔지 물었었지?
천 년 전
내가 옥을태한테 불가살이 되게 해 달라고 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활) 600년 전 네가 날 찌르고 내 혼을 가져간 게
우연이 아니란 얘기야
내 가족을 죽인 것도 내가 원인이었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활) 내가 원해서 불가살이 된 거라고
천 년 전 옥을태와 나는 같은 편이었다고
옥을태와 나는 똑같은 놈이라고
그러니까 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
지금이라도 셋이 당장 떠나
그럼 당신은요?
지금 눈도 안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가라는 거야
(활) 눈이 안 보이는 동안 내 몸 하나 지키기도 벅차다고
너희들까지 지킬 여유는 없어
지금껏 방해만 됐어
시호도, 도윤이도
권 형사님도, 혜석이도, 너도
너희들 지키느라 지치기만 했다고
다 귀찮아
이제 진짜 지쳤어
하루라도 빨리 옥을태와 결판을 지어야 해
(활) 이 모든 걸
다 끝내야 해
전부 다
[지직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호열) 나야
(활) 어디예요?
지금 막 경찰서에서 나왔어
(호열) 주야장천 거짓말만 늘어놨어
네 말대로 옥을태를 잡으려면
(호열) 경찰이 끼면 안 되니까
그리고 혜석 그 양반은…
(활) 수고하셨어요
집으로 가서 좀 쉬세요
(호열) 이 상황에서 발 뻗고 쉬겠어?
술이 떡이 되게 마시지 않으면 잠도 못 잘 거 같은데
(호열) 시호랑 도윤이는 좀 어때?
지금 너희 집으로 갈게
아니요, 오실 필요 없어요
(호열) 응?
(활) 형사님도 이제 여기 오지 마세요
(호열) 그게 무슨 소리야?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야, 활!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함 형사) [떨리는 목소리로] 선배
지금 어디예요?
너 이 자식
왜 전화했어? 무슨 낯짝으로!
(함 형사) 나 좀 도와줘요
선배, 일이 복잡하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왜?
너 지금 어디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호열의 한숨]
함 형사?
[음산한 효과음]
(호열) 너…
우리 얘기 좀 해요
- 네가 왜 여기… - (을태) 팔 왜 그래요?
괜, 괜찮아요? 많이 다쳤어요?
함 형사 어디 있어?
(호열) 네가 왜 함 형사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
너… [을태의 한숨]
(을태) 이상한 생각 하지 마요 나 쓸데없이 사람 안 죽이니까
(호열) 그런 놈이 왜 죄 없는 애들을 납치하고
혜석 그 양반을 죽였어?
필요하니까요
활한테 자극을 주려면
이 미친 새끼
활은 어때요? 지금쯤 진짜 모습이 튀어나왔으려나?
[불길한 음악]
(호열) 너 죽이고 나 죽는다
(을태) 당신 아버지 권승인이요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
(을태) 내가 조사를 좀 해 봤거든요
당신 아버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던데요?
자기가 일하는 공장 사람들 수십 명한테
독극물을 먹여서 죽였고
아내와 어린 아들, 딸을 학대
아내는 견디다 못해서 집을 나갔고
아, 이건 무슨 사람이 아니던데?
당신 아버지 진짜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아닌 것들이 종종 사람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아시겠다, 형사님도
활 옆에서 봐 왔잖아요 전생에 귀물이었던 놈들
내 아버지가
[음산한 효과음] [호열 부의 거친 숨소리]
귀물이었단 말이야?
(을태) 네, 그리고 그런 놈들을 잡아 죽이는 놈이
누군지 알고 있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어린 호열의 겁먹은 숨소리]
[호열 동생의 힘겨운 숨소리]
[어린 호열의 겁먹은 숨소리]
[호열 부의 떨리는 숨소리]
(활) 이 여자 본 적 있어?
죽인 사람 중에 이 여자도 있었어?
(호열 부) 몰라, 그런 여자는!
도대체 누군데 날 왜 계속 쫓는 거야!
사람을 죽이니까
네 이웃
심지어 네 아내까지 독살했잖아
저것들
말이 너무 많으니까
(호열 부) 시끄러우니까!
그래서
독을 먹였더니
[음산한 효과음]
입을 꽉 다물고
참 조용해졌어
[호열 부의 웃음]
내가 너를 쫓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활) 넌 사람을 죽이는 귀물의 환생이니까 [긴장되는 음악]
[으르렁거리는 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불가살이 왔어
(호열 동생) 불가살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호열 부의 힘겨운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어린 호열) 선희야, 일어나
[흐느끼며] 일어나
[음산한 효과음]
[무거운 음악]
[울먹인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겁먹은 숨소리]
(을태) 그날 당신 아버지
당신 여동생을 죽게 만든 불가살은 내가 아니야
(을태) 지금껏
형사님 옆에 붙어 있던 활이지
[어두운 음악]
근데 형사님 아버지는 그렇다 쳐도
죽어 가는 동생까지 버려두고 갔어요
이거 왜 그런지 알아요?
사실 활한테 인간의 죽음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거든
(을태) 활한테 가장 의미가 있는 거는
전생의 자기 가족뿐이니까
하긴 이것도 착각이라는 거죠
어릴 때 아버지가 자기를 버리고 간 뒤
가족이라는 것에 집착을 할 뿐
인간의 감정 따위가 있을 리가 없어
(을태) 그저 복수를 하고 싶은 것뿐이에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멀어지는 발걸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을태) 왜?
저기…
[함 형사의 헛기침]
(함 형사) 여기까지 권 선배를 불러내긴 했지만
약속한 대로
권 선배한테 해가 되는 일은 없는 거죠?
왜, 걱정돼? 과거에 빚이라도 졌어?
[한숨 쉬며] 그냥
초보 때 신세 진 게 많아서
해될 일 안 해
결국 내 편이 될 사람이니까
(을태) 활은 버려질 거야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야
따라오는 차는 없지?
(시호)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기분 풀어,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먼저 안전한 데 자리 잡고
연락하기로 한 거잖아
그렇지만 이상하잖아
(도윤) 우리 가는데 활 형은 나오지도 않고
누나, 활 형도 조금 있다가 우리 있는 데로 오는 거 확실하죠?
언니?
사실
우리끼리 가는 거야
(상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단활 씨는 몰라
(시호) 뭐?
왜요?
(상운) 옥을태를 없애는 거보다
너희들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혜석 이모 같은 일 또 생기면 안 되잖아
(시호) 그건 알겠는데
활 아저씨도 같이 가야지
모르겠어
(시호) 뭘?
(상운) 단활 씨를 모르겠다고 이젠
(시호) 무슨 소리야?
[무거운 음악] (활) 천 년 전, 내가 옥을태한테 불가살이 되게 해 달라고 했어
[음산한 효과음]
(활) 내가 원해서 불가살이 된 거라고 [그르렁거리는 소리]
천 년 전 옥을태와 나는 같은 편이었다고
(활) 난 혼자인 게 익숙해
어릴 때도 불가살이 되었어도
지금껏 늘 혼자였어
오히려 지금이 불편해
(상운) 우리 때문에요?
뭐가 불편한데요?
나중에 또 혼자인 거에 적응해야 하니까
(활) 세월이 흐르면
또 혼자 남겨질 수도 있으니까
그럼 힘들 거 같아서
[한숨]
[쓸쓸한 음악]
[달그락거리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긴장되는 음악]
[힘주는 숨소리가 들린다]
[혜석의 가쁜 숨소리]
(혜석) 어, 활
이제 집에 들어오는 거야?
아이고, 또 뭔 일을 하다가 이제 오는 거야?
[혜석의 힘주는 신음]
갑자기 어쩐 일이야?
[애잔한 음악] (혜석) 아이, 뭐, 어쩐 일은?
오늘 정기 배달 하는 날이잖아
아휴, 그나저나 이 냉장고 청소 좀 해라
더러워 죽겠네, 아주
그리고 이 바닥도, 응? 어유, 이 먼지 좀 봐
죽어서도 잔소리야? [혜석의 힘주는 숨소리]
(활) 저승 안 갔어?
[혜석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아니면
이거 내 기억이야?
[한숨]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청년 혜석) 활 오빠!
[아련한 음악]
나 집 나왔어
아니
남편이라는 놈이 바람나서 도망간 주제에
다시 와서 나더러 집에서 나가라잖아
씁, 그래서 말인데
나 여기서 며칠 살면 안 될까?
친정이랄 데가 여기밖에 없잖아
그나마…
뭐야
안 돼?
와, 진짜 매정하네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간다
근데 [젊은 혜석의 말소리가 울린다]
위로도 한마디 못 해 주냐?
나 유산됐을 때도 그렇고
[슬픈 음악]
하여간
[멀어지는 발걸음]
활 삼촌
나 일 때려치웠어
[한숨 쉬며] 공장 사장이 너무 짜증 나
부모 없이 자랐다고 무시하나
(소년 혜석) 그래서 말인데
나 여기서 상주 가정부로 일할 테니까 월급 주면 안 돼?
하긴
삼촌은 나랑 사는 거 싫지?
아휴
그럼 이참에 일하기도 싫겠다
확 결혼이나 해 버릴까?
가족도 잔뜩 생기게
[멀어지는 발걸음]
[흐느끼는 소리가 울린다]
(활) 여긴 왜 왔어?
[훌쩍인다]
고아원에서 살기 싫어요
(어린 혜석) 애들이
자꾸 이상하다고 놀려요
[애잔한 음악]
고아원 오기 전의 기억이 없다고
[어린 혜석이 훌쩍인다]
그리고
사실은 아저씨가 우리 아빠인데
나 거기 버리고 간 거래요
그래서 말인데
나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돼요?
또 그 얘기야?
(활) 맨날 같이 살재
너는 불가살인 내가 무섭지도 않아?
아저씨밖에 없어요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
(어린 혜석) 가족 같은 사람도
(활) 너한테 가족처럼 대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가족이야
600년 전에 날 죽이려고 했으면서
[어린 혜석이 훌쩍인다] 도대체 왜, 왜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거야, 너는
[활의 거친 숨소리]
[활의 괴로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괴로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활의 힘겨운 숨소리]
[칼 소리가 울린다]
(상운) 단활 씨! [상운의 말소리가 울린다]
[상운의 가쁜 숨소리]
뭐 하는 거예요, 지금?
(활) 여기 왜 다시 왔어?
(상운) 당신을 데리러 왔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당신 혼자 두고는 도저히 못 가겠어요
근데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죽고 싶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니까 놔
숨을 못 쉬겠어서 그래
[애잔한 음악]
(활) 가슴 한쪽이 조여 와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괴로우니까
[상운의 놀란 숨소리]
(상운) 그만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상운이 울먹인다]
같이 살자고 했는데
(활) 한 번도 살아 주지 못했어
정을 주는 게 무서워서
600년 전 내게 한 짓 때문에 화가 나서
그 애가 힘들어할 때 위로도 한번 해 준 적이 없어
사실
내 딸 같은 애였는데
내 딸이 죽었어
다시는
다시는 가족을 잃는 경험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불가살이 되려는 죗값 때문에
내 가족이 계속 죽어 가
이 지옥이 끝나질 않아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어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어
[상운의 안쓰러운 숨소리]
(상운) 괜찮아요
내가 도와줄게요
이 지옥을 끝낼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요
(상운) 당신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내가 힘이 돼 줄게요
(상운) 당신도 내가 지킬 거예요
옥을태한테서 내가 지킬 거예요
(상운) 과거의 당신이
불가살이 되길 원했어도 상관없어요
과거의 당신이
옥을태와 같은 편이 되었어도 상관없어요
지금 당신이 힘들어하는 게 싫으니까
(상운) 그러니까 내가 옆에 있을게요
내가 당신을 지켜 줄게요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요
[따뜻한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으르렁거리는 소리]
내가 미안한 짓을 했어
(남자2)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활) 지금껏 네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어
(활) 한 번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은
계속 이어지나 봐
(시호) 하나, 둘, 셋
(상운) 시작했던 곳에서 끝을 맺으려고 온 거예요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상운) 당신과 옥을태가
[날카로운 효과음]
적이 아니라 동료 같았어요
[그르렁거리는 소리]
(활) 민상운이 기억을 되찾고 있어
[상운의 거친 숨소리]
네가 전생에 나를 구하는 걸 봤다고 했어
안 돼요
[푹] [상운의 놀란 숨소리]
(활) 모든 게 나를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
[무거운 효과음]
(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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