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13
(활) 왜 그래?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짐승 울음]
[무거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가위를 쓱 뽑는다]
[상운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도대체 왜…
[가위가 툭 떨어진다]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상운) 당신이
사람들을 죽였어요
[무거운 효과음]
(상운) 그 많은 사람들을 [비명 소리]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이 떠올랐어요
[칼을 쓱 뽑는다]
(상운) 근데 그게 너무 생생했어요
당신이 사람들을 죽이고
그 죽은 사람들 가운데 서 있었어요
(상운) 그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날 보고 웃고 있었어요
[고조되는 음악]
(상운) 근데 그 미소가 너무 잔인해서 [으르렁거리는 소리]
당신이 너무 두렵고
화가 났어요
(상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칼로 찔렀고
당신이 그 오른손으로
날 막았어요
[무거운 효과음]
(활) 아니, 달라
(상운) 뭐가요?
내가 어릴 때 늘 꾸던 꿈과 다르다고
(활) 그 꿈에선
네가 시체 가운데 서 있었어
[상운의 놀란 숨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도윤의 힘주는 숨소리] [시호의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윤) 형, 누나
(상운) 어, 어떻게 된 거예요?
(혜석) 거기 있으니까 답답하고
속에 열불만 올라오니까 왔지
(시호) 활 아저씨가 언니가 좀 아프다고 해서
[무거운 음악] 근데 이 상처는 뭐야?
(상운) 아이, 별거 아니야, 괜찮아
(을태) [쉰 목소리로] 다음에 만나면
네가 가진 모든 걸 다 빼앗을 거야
네 아들과 네 아비와 네 처까지
네가 아끼는 것들 다 죽여 없앨 거야
(활) 다들 다시 차에 타 여기 있으면 안 돼
[도윤의 한숨]
(도윤) 아, 왜요? 우리도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시호) 그냥 여기 있을게요
다 같이 있는 게 마음 편해서 그래요
안 된다고!
여기 왜 돌아왔어?
(혜석) 아니 왜 화를 버럭버럭 내?
애들한테 그러지 마 내가 오자 그랬어
집에 남아 있는 두 사람 걱정되니까!
누가 너더러 걱정하래?
(혜석) 그럼 걱정이 안 되냐? 연락도 잘 안되고
쯧, 옥을태 그 썩을 놈이랑 싸우다 죽었는지 어쨌는지, 쯧
(활) 네 걱정 따위 필요 없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내 가족을 위험에 빠트렸어
[쓸쓸한 음악] 네 가족?
(혜석) 그럼 나는 네 가족이 아니냐?
(활) 다들 빨리 집에 들어가
[허탈한 숨소리]
[한숨]
[혜석의 한숨]
(시호) 이모 어딜 간다는 거예요, 갑자기?
아휴, 이모, 오자마자 어딜 가요
(혜석) 아휴, 갈 거야
귀신 똥간 같은 집에 내가 다시는 안 와 [달칵거리는 소리]
개코 해 준 것도 없는 놈을 그동안 왜 이렇게 보살폈는지
(상운) 이모님 지금 가시면 위험하세요
옥을태가 노릴 수도 있다고요
(시호) 응
(혜석) 아, 내가 뭐라고?
활한테 중요한 사람이나 노리는 거지, 뭘
[지퍼를 직 닫으며] 나같이 가족도 아니고
거지 깽깽이 같은 걸 왜 노려?
[혜석이 캐리어를 탁 내려놓는다] [혜석의 한숨]
쯧, 시호랑 도윤이
얘네만 그쪽이 잘 챙겨
(도윤과 시호) - 아, 이모! 가면 안 돼요… - 어! 이모, 이모, 이모
- (도윤) 가면 안 돼 - 뭐야, 이거? 이거 놔, 이거 놔
(도윤) 아, 이모 가면 밥은 누가 해 줘요?
(혜석) 내가 식모냐?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혜석의 한숨] (시호) 밥도 중요하고 우리 이모도 중요해요
(도윤) 이모 가면 우리 굶어 죽어
[차분한 음악] - (혜석) 이거 놔 - (시호) 응?
(혜석) 아유, 이거 놔!
- (도윤) 아파, 아파, 아파 - (혜석) 야, 내놔
[혜석과 도윤이 실랑이한다] 언니, 언니도 혜석 이모 좀 말려 봐
- (도윤) 아파, 이모, 아파, 아파 - (혜석) 내놔, 내놔, 이놈아
(시호) 언니 아까부터 무슨 생각 해?
- (혜석) 아휴, 이놈의 자식 그냥 - (도윤) 못 가, 못 가, 못 가
아니야
(호열) 아직 화 덜 풀렸어?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
여태껏 이 집에 있어도 괜찮았구먼
[활의 한숨]
상황이 달라졌어요
(활) 그동안은 옥을태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어서
이 집안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이젠 아니에요
다 죽이겠다고 했어요
(호열) 뭐?
그럼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
아니요
지금쯤 집에 감시를 붙였을 거예요
(활) 옮기는 게 더 위험해요
아무도 집 밖에 내보내지 않을 거예요
나랑 떨어지면 진짜 위험하니까
그러고는?
(활) 옥을태를 잡아서 죽여야죠
무슨 짓을 하기 전에
근데 다 여기로 오는 바람에 내 발이 묶였어요
(호열) 그럼 [호열이 코를 훌쩍인다]
내가 옥을태를 찾아볼게
아니요, 안 돼요
(활) 너무 위험해요
무시하냐?
(호열) 몇 번을 말해?
나 경찰 출신에 흥신소 업자라고
옥을태 정도는 들키지 않고 찾아낼 수 있어
나 못 믿어?
못 믿어서가 아니라…
(호열) 그럼 됐어
내가 옥을태 찾아내면 네가 달려오면 되잖아
언제까지 이 집에 숨어 있을 거야?
시호랑 도윤이 저렇게 계속 가둬 둘 거야?
[한숨]
[새가 지저귄다]
[의미심장한 음악]
[고양이 울음]
[긴장되는 음악] [고양이 울음]
[새들이 지저귄다]
(민수) 나비야
[민수의 휘파람]
나비야
나비야, 어디 있니?
(을태) 여기 없어
고양이
방금 나 보고 도망갔어
호, 호, 혹시
(민수) 해, 해코지한 거 아니죠?
[가쁜 숨소리]
갑자기 웬일이세요? 차 소리도 못 들었는데
(을태) 걸어왔어
(민수) 왜요?
[무거운 효과음] (을태) 가슴이
[을태가 울먹인다]
온몸이, 온몸이 터질 것 같아서
끝까지 나를
거부한 그놈 때문에 분해서
[숨을 들이켠다]
[어두운 음악] 나 이대로 사람 있는 데 가면 다 죽여 버릴 거 같았거든
(민수) 무슨 소리예요?
(을태) 천 년간
검은 구멍을 메꾸기 위해서
그렇게 고생을 했어
그놈이 망쳤어
나를 거부했어, 그 여자 때문에
[을태가 흐느낀다]
이젠 나도 그놈을 다 망쳐 놓을 거야
그놈도 다 잃게 할 거야!
[떨리는 숨소리]
그래서 말인데
민수 너한테 시킬 일이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무슨 일이요?
(을태) 아직도 사람을 죽여서 땅에 묻고 있어?
여기 나무가 참 좋던데
시체 위에 심은 나무는 꽃이 아름답다지?
이제 살인 같은 거 안 해요
(민수) 재미가 없어서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을태의 떨리는 숨소리]
(을태) 사람을 아무리 죽여도 마음이 허전했지?
그 여자를 너한테 줄게
너는 대신 내가 하려는 걸 도우면 돼
뭘 할 건데요?
(을태) 누군가를
지옥으로 끌어내릴 거야
(활) 옥을태 찾으면 절대 접근하지 말고 전화부터 해요
구 사장이랑 다른 흥신소에도 연락해 놨으니까 혼자 다니지 말고
그, 참, 그, 알았다니까
(호열) 내가 애냐? 아들 입대하는 부모처럼 잔소리는
(활) 위험한 놈한테 보내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아이고, 알았어요
(호열) [차 문을 달칵 열며] 나도 팔순 잔치는 하고 죽고 싶다고, 응?
간다
[자동차 시동음]
(상운) 어디 가시는 거예요?
- 옥을태 찾으러 - (상운) 네?
혼자서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어쩔 수 없잖아
(활) 내가 여기서 사람들을 지키는 동안
누군가는 옥을태를 찾아야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상운) 찾으면요?
옥을태를 우물에 가둘 방법은 생각해 봤어요?
아니
(활) 이제 그 방법은 힘들겠지
찾았다는 연락을 받으면
내가 가서 끝내 버리는 게 쉬워
도대체 뭐가 쉬워요?
(상운) 옥을태랑 같이 죽겠다는 말 하지 말랬죠?
방법을 찾아요 시간은 아직 있으니까
왜요?
아까는 가위로 날 죽일 거 같더니
(활) 아직도 내가 죽는 건 싫은가 해서
아, 그건…
나도 모르게…
(활) 얘기 좀 해
(상운) 저기…
아까는 미안했어요
많이 아팠어요?
신경 쓰지 마
(활) 그보다 아까 네가 떠올랐다던 전생의 기억 말인데
아까 말한 게 전부야?
내가 사람들을 죽였다고?
(상운) 네, 근데 당신이 꾼 꿈과는 다르다면서요?
뭐가 사실인지 모르겠네요
진짜 전생의 기억인지
(활) 아니, 전생의 기억이 맞는 거 같아 [쓸쓸한 음악]
이 흉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
불가살의 저주라고
둘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600년보다 더 옛날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네 어깨의 그 상처
김화연도, 네 언니 민상연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흉터와 같아
그걸 가지고 태어난 그 사람들 모두
전생을 기억하고 있었어
상처가 없던 너만 빼고
저, 그럼…
(활) 우연이 아닌 거 같아
너도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려는 거야
그럼 진짜로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인 거죠?
당신이 궁금해했던
우리의 시작
(상운) 그리고 옥을태와
내 악연도요
(활) 응
그리고 넌
날 미워하게 되겠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김화연은 옥을태뿐만 아니라
나도 죽이려고 했으니까
내가
그럴 리는 없어요
[문이 달칵 열린다]
(시호) 뭐야?
상처 보고 있었어? 나도 좀 봐 봐
아, 별거 아니라니까
참… 맨날 별거 아니래
(시호) 활 아저씨랑 같이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더니
그게 뭐야?
(상운) 단활 씨가 있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거야
[한숨 쉬며] 하긴
활 아저씨 아니었으면
진작 옥을태한테 당했겠지
[시호의 한숨]
언니 전생을 본 뒤로
(시호) 활 아저씨가 좀 무서웠는데
그래도 의지할 건 그 아저씨밖에 없는 거 같아서
무서워했던 게 좀 미안해져
[살짝 웃는다]
(상운) 그러게
분명하지도 않은 기억 때문에 괜히
기억이라니?
(상운) 아, 나 상연 언니처럼
전생의 기억이 조금 떠올랐어
왜 그래?
(시호) 아, 아니
[시호의 불안한 숨소리]
이건 그냥 내 감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언니가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왜?
(시호) 언니 기억을 봤을 때
어린 혜석 이모를 만났다고 했잖아
그때 이모가 말했어
전생을 보면 안 된다고
내 느낌엔 언니 전생에 무서운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과거를 기억하게 되더라도
함부로 얘기하지 마
(상운) 으이그, 걱정하지 마
별일 있겠어?
좀!
(시호) 하, 동생 말 좀 귀담아서 들어
(상운) 씁, 알았어
얼른 자기나 해
난 나가 봐야 돼 단활 씨 혼자 밖에서 지키잖아
우리 때문에 두 사람이 고생이네
(시호) 아휴, 활 아저씨 말대로 괜히 왔나 봐
뭘 괜히 와
(상운) 난 너 보니까 좋아
오랜만에 사람들 와서 북적대고
되게 집 같고 좋아
얼른 자
치…
[문이 탁 닫힌다]
[옅은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요, 음…
(상운) 언제 올라왔어요? 밖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어, 뭐 좀 가지러 올 게 있어서
(활) 너는 왜 나와? 늦은 시간에
같이 있으려고요
단활 씨 혼자 힘드니까
됐어
(활) 아니다
잠깐 따라와
(상운) 그냥 혼자 해도 괜찮은데
할 줄도 모르면서
(상운) 아, 근데 참 그러고 보니까
제 전생들이 가지고 있던 어깨의 흉터요
그거 활 씨가 찔러서 생긴 거라고 했죠?
왜 그랬어요?
(활) 가족을 죽인 게 너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왜? 이제 와서 억울해?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참…
너도 날 찌르고 혼을 빼앗았잖아
(활) 이러면 비긴 거 같은데
(상운) 아… 그런가?
아무튼 과거엔 칼로 찌르고
지금은 치료해 주는 거예요?
[활이 피식 웃는다]
(활) 그러게
(상운) 근데 당신은 날 오해한 거였는데
나는 왜 그랬을까요?
(활) 네 기억이 돌아오면 알게 되겠지
그 기억이 돌아오는 게
좋은 걸까요?
(상운) 600년 전에도 더 오래된 기억에도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데
(활) 나도 잘 모르겠어
그보다 진짜 안 아파?
진통제라도 줄까?
괜찮아요, 참을 만…
(상운) 씁, 아!
아, 참는다고 했지 안 아프다고는 안 했잖아요
엄살은
(상운) 엄살이라니요
마취도 안 하고 꿰맨 사람한테
내가 할게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남자) 넌 그 작은 인간들에게 마음을 뺏겼다 [의미심장한 음악]
네 아이라도 되는 양
혹시 네가
날 떠날까 봐 두렵다
[놀란 숨소리]
(활) 왜 그래? [무거운 음악]
[혼란스러운 숨소리]
앉아 있어, 또 쓰러져
저, 저 속이 좀 안 좋아요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푹]
[음산한 효과음]
(남자) 네가 밉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진정
네가 밉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상운의 놀란 숨소리]
(활) 괜찮아? 또 기억을 떠올린 거야? [차분한 음악]
아…
(상운)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 종일 밖에 있었죠? 좀 쉬어요
내가 보초 설게요
(활) 너 거짓말 진짜 못하는 거 알아?
또 뭘 본 거지?
(상운) 딱히 중요한 게 아니어서 그래요
그냥 어제 본 기억이 조금 더 분명해진 것뿐이에요
일단 알았어
(활) 밖엔 나올 필요 없어
밤이라 위험하니까 가서 자
(상운) 저기, 잠깐만요
물어볼 게 있어요
[애잔한 음악]
지난번에
옥을태가 했던 말이
당신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고 했죠?
그게 뭐였어요?
갑자기 그건 왜?
그냥 알아 두고 싶어서요
(상운) 당신을 왜 그렇게 불안하게 했는지
당신 스스로를 의심하게 했다는 말이 뭐였는지
(을태) [쉰 목소리로] 천 년 전에 부탁했잖아
너를 불가살로 만들어 달라고
별거 아니었어
(활) 그보다
옥을태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그건…
(활) 그런데 갑자기 왜…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호열) 옥을태 명의로 된 빌딩, 저택
상가까지 다 둘러봤는데 [어두운 음악]
옥을태가 다녀간 흔적은 없어
(호열) 구 사장 쪽은 어떻대?
옥을태 집 앞에서 잠복 중인데
(활) 아직 안 돌아왔나 봐요
대체 이놈은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야?
아니면
(호열) 벌써 너희 집 근처에 숨어 있는 거 아니야?
그러진 않을 거예요
(활) 옥을태도 내 생각을 아니까요
만나면 죽는다는 걸 아니까
들키지 않게 숨어 있을 거예요
(활) 그러면서 내가 이 집에서 나가기만을 기다리겠죠
(호열) 알았어 계속 찾아보고 다시 연락할게
[한숨]
[새가 지저귄다]
(호열) 아휴, 아휴
[한숨]
[하품]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호열의 한숨]
[쿵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호열) 아휴, 아유, 놀라라
(민수) 사유지예요 들어오면 안 돼요
뭐 좀 여쭤볼 게 있어서 왔는데
(호열) 너무 이, 이른 시간이죠?
[호열의 어색한 웃음]
여기서 일하세요?
예
(호열) 여기 임야 소유주가 옥을태 씨라고…
혹시 아세요?
알죠
아, 그, 그 옥을태 씨가 최근에 여기 온 적이 없나요?
여긴 아무도 안 와요, 외져서
늘 나 혼자예요
아…
그래요?
[숨을 들이켠다]
예?
아이참, 아침부터 전화해서 다짜고짜 뭔 부탁이요?
새벽에 호출받고 피곤해 죽겠구먼
야, 함 팀장
능력 있는데 성실하기까지
[호열의 탄성] (함 형사) 아, 됐고요
바빠요, 빨랑빨랑 말해요
(호열) 그게 동부산에 농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 일하는 남자
신원 조회 좀 해 줄 수 있어?
(함 형사) 개인 정보를요?
[함 형사의 한숨]
불법인 거 뻔히 알면서?
수상해서 그래
전에 형사 때 많이 본 눈빛이야
그, 인상이 좀…
(함 형사) 아이고 관상가 다 되셨네
아, 그게…
왠지 낯도 좀 익어서 말이야
[음산한 효과음] [쿵쿵 소리]
[어두운 음악]
(민수) 여기다 후면 주차 하지 마요
나무가 상해요
[살짝 웃는다]
(호열) 야
어떻게 좀 안 되겠냐?
(함 형사) 예
어떻게 좀 안 됩니다
요즘엔 그런 거 큰일 나요
(함 형사) 바빠요
(함 형사) 하, 내가 아직도 자기 후배인 줄 아나, 씨, 쯧
[서 팀장이 함 형사를 툭 친다]
- (함 형사) 어 - (서 팀장) 왔냐?
(함 형사) 눈곱도 안 떼고 왔어 무슨 일이야?
너희 팀 일에 나는 왜 불러? 뭔 사건인데?
(서 팀장) 일단 가자
[의미심장한 음악]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시장) 그, 회장님께서 지시한 거니까
실수 없이 잘 처리해
응?
(경찰) 알겠습니다
(시장) 수고해
(시호) 언니, 괜찮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야
(시호) 밤새 잠도 안 자고
들어가서 자, 내가 할게
(상운) 괜찮아
그냥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좀 이상해
활 아저씨랑 무슨 일 있었어?
(시호) 둘이 툭하면 붙어 있더니
지금은 근처에도 안 가고
둘이 싸웠어?
설마…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였어?
어?
[함께 웃는다]
(상운) 아니야, 그런 거
[상운의 웃음]
(상운) 왜요?
(활)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는 거 같아서
신경 쓰여
(시호) 아, 그럼 난 밥해야 돼서
할 말 있어?
아니요
(활) 근데 왜 자꾸 힐끔거려? 하루 종일
(상운) 뭘 그렇게 힐끔거렸다고
빨래 잘 안 널어 봤죠?
[상운이 세탁물을 탁탁 턴다]
이렇게 팍팍 펴서 널어요 구겨지니까
[활이 세탁물을 탁탁 턴다]
(상운) 저기, 생각해 봤는데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활) 뭐가?
나한테서 혼을 다시 가져가는 거요
그 얘기는 끝난 걸로 아는데
(활) 아니면 나를 못 믿어서 그래?
(상운)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안 돼요?
원래대로 돌아가요, 우리
[잔잔한 음악]
네 얘기는
내가 불가살인 게 불안하다는 거지?
(활) 전생의 내가 사람을 죽이는 걸 봐서
불가살이 된 지금도
그렇게 될까 봐
근데
나는 불가살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사람을 함부로 죽인 적 없어
살인자들을 제외하고
내가 인간이었음을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그런데도 내가 불가살인 게 불안하다면
조금만 참고 기다려
어차피 옥을태를 찾으면
그 불안의 원인인 나도 사라질 테니까
[바람이 솨 분다]
[나뭇잎이 사락거린다]
[달려오는 발걸음] (도윤) 형, 형!
[한숨 쉬며] 빨리빨리
(활) 왜? 뭔데 그래?
(도윤) 아니 [도윤의 한숨]
혜석 이모가 방에서 안 나와요
밥 차렸다는데도 입맛 없다고 계속 누워만 있고
(활) 뭐? 너 그거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부른 거였어?
난 또 뭐라고
(도윤) 하, 진짜
형 때문이잖아요
이럴 게 아니고 형이 이모한테 가서 사과하고
이모 기분 좀 풀어 줘요 [문이 달칵 열린다]
(혜석) [하품하며] 아유
밥도 못하는 것들이 무슨 밥을 했다고…
[혜석의 헛기침]
밥 먹자, 밥
(시호) [그릇을 달그락 놓으며] 아휴,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집안 분위기가…
(도윤) [작은 목소리로] 형 아, 제발!
화해 좀 해요
원래 자주 저래
곧 풀려
(상운) 저기…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차가 이쪽으로 와요
[의미심장한 음악]
(시호) 경찰이잖아
어, 여기 왜…
(혜석) 다들 창에서 떨어져
활, 넌 2층에 올라가 있어
어쩌려고?
(혜석) 아이, 어쩌긴 평소대로 돌려보내야지
뭐, 늘 내가 하는 일인데, 뭐
[차 문이 탁탁 닫힌다]
(형사) 둘, 이쪽으로
나머지는 뒤쪽에 출입문 있는지 확인해
(함 형사) 도대체 뭔 사건인데?
말 안 해 줄 거야?
넌 일단 지켜보기만 해
(서 팀장) 나중에 다 얘기해 줄게
[문을 쿵쿵 두드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혜석) [힘주며] 아, 문 다 부서지겠네
아, 왜 그래요?
(형사) 경찰입니다
여기 그 살인 사건 용의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 살인 사건이요? - (형사) 예 [무거운 음악]
(형사) 화남 다이빙장 살인 사건
영수동 빌딩주 실종 사건
파두산 살인 사건도요
(형사) 이게 목격자들 증언으로 그린 몽타주인데요
이 두 사람 여기 있죠?
글쎄,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혜석) 헛걸음하셨네요 여긴 나 혼자 살아요
확인해 보면 되죠
(형사) 수색 영장입니다
(혜석) 아이, 왜 이래요 여기 나 혼자밖에 없다니까
[형사가 문을 달그락거린다]
(형사)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형사가 문을 쿵쿵 두드린다]
(상운) 빨리 도망쳐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잡히면 안 되잖아요
사람이 아닌 게 들통날 수도 있어요
너는?
(상운) 난 신경 쓰지 말고 빨리요
(시호)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도 활 아저씨랑 같이 도망쳐
[쿵쿵거리는 소리]
(형사)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쿵쿵거리는 소리] [도윤이 문을 달칵 연다]
[시호의 놀란 숨소리]
아, 도대체 뭔 상황이야?
(서 팀장) 두 명씩 흩어져 싹 뒤져!
(혜석) 아니, 왜 신발도 안 벗고 들어가는 거야
이 사람들이 미쳤어, 남의 집에
아니, 거기 부엌인데 거기는 왜 들어가냐고!
어떻게 된 거야?
아, 거기는 부엌이라니까! 이 사람이 진짜
(서 팀장) 빨리 근처 찾아봐!
확실히 여기 있을 거라고 했는데, 씨…
(함 형사) 영수동?
뭔, 파수동 사건? 그게 다 뭐야?
아, 그리고 다이빙장 사건은 우리 팀에서 맡았던 건데
범인이 자살해서 마무리된 사건에 다른 용의자라니?
그 범인이 자살을 한 게 아니라
살해한 놈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어
(서 팀장)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살인을 하는 놈이 있다고
누가 제보했는데?
(상운) 옥을태가 경찰들에게 알렸을 거라고요?
불가살인 당신이 세상에 드러나면
자기도 좋을 게 없잖아요
[무거운 음악]
일단 나를 집에서 끌어내려는 거야
(활) 경찰서에 묶어 두고
자기가 한 말 지키려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는 말
(상운)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경찰들까지 끼어들었는데
경찰들이 가고 나면 생각해 봐야지
우리가 없으면 그냥 갈 거야
(도윤) 아, 아무것도 없다니까
[도윤의 한숨] (시호) 아, 도윤아, 혼자 있지 마
(서 팀장) 예, 못 찾았습니다
일단 뭐, 철수해야죠
[시호의 놀라는 숨소리]
예? 갑자기요?
아, 아니, 알겠습니다
[서 팀장이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야, 정리해
거기 두 사람, 같이 가야겠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도윤) 저요?
(시호) 왜요?
(서 팀장) 이번 사건 주요 참고인입니다, 데려가 [시호가 당황한다]
- (도윤) 예? - (혜석) 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시호가 놀란다]
(혜석) 아니, 남의 집 함부로 들쑤시는데도 내가 참고 있었는데
뭐, 잘못도 없는 애들을 데려간다고?
- (혜석) 이 양반들이 지금… - (형사) 아, 비키세요, 예?
(혜석) 아, 못 비켜, 못 비켜
그 손 놓고 당장 나가
- (혜석)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 (함 형사) 야, 야
(함 형사) 야,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어?
참고인을 강제로 끌고 가겠다고?
(혜석) 어, 그래, 법대로 해 변호사 부를까? [서 팀장의 난감한 숨소리]
나 아는 형사도 있어
어, 변호사 부를까, 어?
(서 팀장) 뭐 해? 데려가!
(형사) 예, 아, 나오세요 나오세요, 아…
(혜석) 이 사람들이 진짜 [소란스럽다]
(시호) 왜 이러세요 어어! 이거 봐, 이거, 이거 [혜석이 소리친다]
- (서 팀장) 아이고, 참! - (도윤) 아유, 진짜
[시끌시끌하다] (도윤) 어유, 진짜, 왜…
[사이렌이 울린다]
[무거운 효과음]
[문이 탁 닫힌다]
[상운의 놀란 숨소리]
(상운) 시호야
시호야!
[달려오는 발걸음] [상운의 가쁜 숨소리]
아무도 없어요
[혜석의 한숨]
(시호) 이모는 왜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혜석) 야, 당연히 내가 보호자로 따라가야지
경찰서 가서 이상한 말만 해 봐 아주 그냥 확 받아 버릴 거야
(형사) 아이, 그 조용히 좀 하세요, 예? 조용
우리가 범인이야?
(혜석) 뭘 조용히 하라 마라야?
(시호) 아, 그만해요, 이모
[형사의 못마땅한 숨소리]
(시호) [작은 목소리로] 우리
경찰서 가면 말 잘 맞춰야 돼요
그 두 사람에 대해선 무조건 모르는 거예요
아무것도
(도윤) [작은 목소리로] 응, 알았어
아, 근데
왜 이렇게 떨리냐
(혜석) 걱정하지 마
빨리 끝내고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혜석이 살짝 웃는다]
[혜석의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혜석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시호) 근데 왜 아무도 없는 데로 가지?
[작은 목소리로]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함 형사) 야, 이씨 무슨 수사를 이딴 식으로, 씨
수사 같은 거 처음부터 없었어
(서 팀장) 원래 저 사람들이 목적이야
내려온 지시야
이번 일만 하면 우리도 금방 올라간다, 어?
(함 형사) 지시라고?
누구 지시인데?
(시장) 부탁하신 건은 잘 처리했습니다
곧 도착한답니다
씁, 저, 그, 이번 건도 그렇고
지난번 살인 사건 무마 건도 그렇고
솔직히 억지로 밀어붙였습니다
회장님 부탁 때문에
[시장의 웃음]
[어두운 음악]
그, 아니, 뭐
좀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겁니다
내년 총선도 있고요
제가 큰 힘을 가질수록
회장님께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다
뭐, 이겁니다
[시장의 웃음]
[음산한 효과음]
어, 왜 그러십니까? [무거운 음악]
상처가 잘 낫지 않아
활
그놈이 낸 상처가
[떨리는 숨소리]
[시장의 헛기침]
(을태) 이상하네
진짜 괜찮으십니까?
아까 뭐라고 했지?
(시장) 아, 예 [시장의 헛기침]
어, 내년 총선에 좀 밀어 달라고 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저기, 중앙으로
안 돼, 넌 여기 있어야 돼
예? 제가 왜…
지저분한 걸 치워 줄 인간이 필요하니까
(을태) 더러운 일을 할
너밖에 없잖아, 더러운 사람은
15년 전부터 해 드린 일이 얼마인데
(시장) 그 쌍둥이 사건부터
옥 회장님 뒷일을 내가 다 처리했는데
나보고 당신 쓰레기만 치우라고요?
[시장의 어이없는 웃음]
이러면 나도 가만 안 있어요!
당신
그 이상한 정체!
내가 다 폭로할 거라고
내가 증거도 다 가지고 있어
[음산한 효과음] 내가 다 확 그냥 진실을…
[그르렁거리는 소리] [시장의 놀란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시장의 힘겨운 신음]
[꿀꺽거리는 소리]
[시장이 컥컥거린다]
[음산한 효과음]
[쓸쓸한 음악]
[숨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통화 연결음]
[상운의 초조한 숨소리]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 (활) 받아? - (상운) 아니요
세 사람 다 안 받아요
권 형사님은요?
이쪽도 마찬가지야
(호열)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디세요?
(활) 괜찮으세요?
(호열)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활) 전에 경찰서에서 봤던 그 후배 형사 기억하시죠?
(활) 내가 가까이하지 말라던
(호열) 함 형사는 왜?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당장
[휴대전화 진동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안 내릴 거야?
왜 이런 일에 엮은 거야?
(함 형사) 뭔데? 왜 하필 나야?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널 꼭 데려오라고 지시받은 거지
지시라고?
함 팀장
우리 그냥 시키는 것만 하자, 어?
(서 팀장) 그냥 저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해서 데려온 것뿐이야
크게 나쁜 짓도 아니잖아 다 끝났어
인사하고 가게 얼른 나와
[휴대전화 진동음]
왜 자꾸 전화해요? 바쁘다니까
너 어디 있냐?
(함 형사) 일하는 중이에요 나중에 통화해요
'일'?
네가 끌고 간 그 사람들
누구한테 데려간 줄 알아?
뭐야? 선배가 그걸 어떻게…
당장 어디인지 말해
너 큰 실수 한 거야
(호열) 경찰이란 놈이 정체 모를 놈 따까리 짓을 해?
너 그렇게까지 변했냐?
야! 내 말 듣고 있어?
[쿵쿵 소리]
여기 후면 주차 하면 안 돼요
(민수) 나무가 상해요
알았어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통화 종료음] 야, 이…
[떨리는 숨소리]
[못마땅한 숨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호열의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쿵쿵 소리가 울린다]
여기다 후면 주차 하지 마요 [민수의 말소리가 울린다]
나무가 상해요
[한숨] [긴장되는 음악]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상운) 진짜 농장에 있을까요?
데려간 그 형사가 거기에 있다니까 맞을 거야
[불길한 음악] 별일 없겠죠?
(상운) 설마 그사이에 벌써…
아니야, 늦지 않았어
다들 무사할 거야
구할 수 있어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누구세요? 시호니?
(을태) 나야
이렇게 통화하는 건 처음인가?
(상운) 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을태) 어디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왜 데려갔는지 알아야지
(상운) 왜 데려간 건데?
넌 나만 죽이면 되는 거잖아
왜 그 사람들까지…
너한테 보여 주려고
네 옆의 그놈 본성을
(을태) 네가 믿고
너를 지켜 주는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그딴 거 알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 가족 돌려줘 지금 당장
(을태) 아니야, 너는 알아야 돼
전생의 네가 왜 활을 죽이고 싶어 했는지
그는 나와 같아
(상운) 내가 갈게 넌 내가 목적이잖아
내 혼을 깨고 네 검은 구멍을 막아 줄게
(상운) 그러니까 그 사람들 건드리지 마
제발…
그 사람들한테 손가락 하나 댔다간
네 살과 뼈를 발라 버릴 거야
(활) 죽지도 못하고 고통만 느끼게
(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통화 종료음]
[활이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자동차 엔진 가속음]
[새가 지저귄다] [무거운 음악]
(을태) 나를 본 적 있나?
(서 팀장) 멀리서 시장님이랑 청장님과
함께 계신 걸 본 적 있습니다
지시받고 데려온 함운영 형사입니다
그 사람들은?
[어두운 음악]
(혜석) 당신, 옥을태지?
[혜석의 힘겨운 신음] 왜 끌고 온 거야?
활이 알면 가만 안 있을 텐데, 어?
이모…
(시호)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말해 봐요
저기요!
(을태) [힘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좀 해, 곧 올 거니까
(시호) 네? 누가요?
[긴장되는 음악]
[혜석의 당황한 숨소리]
(민수) 이 사람들이에요?
사진으로 보여 줬던 그 여자는 없잖아요
(을태) 저 여자애가 민상운 동생이야
저 여자애를 죽이면
자연스럽게
민상운이 너를 찾아갈 거야
[고조되는 음악] (혜석) 이게 무슨 소리야?
밖에 경찰이 버젓이 있는데
저기요! 형사 양반들!
이놈들이 지금 뭐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악쓰며] 사람을 죽인다잖아!
해결해, 난 나가 있을게
(을태) 죽는 꼴은 안 보고 싶은 녀석이 있어서
[무거운 효과음]
[혜석의 떨리는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혜석의 비명] [민수의 힘주는 신음]
[민수의 거친 숨소리] (도윤) 하지 마!
[도윤의 힘주는 신음]
[민수의 기합] [도윤의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민수의 힘주는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혜석의 힘겨운 숨소리] [시호의 기침]
[음산한 효과음]
(도윤) 형, 형
예전에 약속했잖아요
시호 누나 안 건들기로
[애잔한 음악] 같이 놀 때 약속했잖아요
네? 형
다 용서할게요
형이 나 죽이려던 것도 잊었어요 우리 형…
그렇게 된 것도 원래 아팠으니까
어쩔 수 없죠, 그렇죠?
미워하지 않을게요
[민수의 힘주는 신음] [시호의 고통스러운 신음]
활 형이랑 상운 누나랑 인연도 끊을게요
[시호의 힘겨운 신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민수의 거친 숨소리]
시호 누나랑 혜석 이모만 보내 줘요 [시호의 괴로운 신음]
[시호의 비명] 네?
[시호가 콜록거린다]
형…
형… [무거운 효과음]
[시호의 힘겨운 신음] [혜석의 기합]
[콱] [민수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민수) 뭐야
아프잖아!
[민수의 거친 숨소리]
(시호) 이모, 이…
(혜석) 안 돼!
[시호의 힘겨운 신음]
안 돼!
[민수의 거친 숨소리] 놔, 악!
[혜석의 비명] [민수의 힘주는 신음]
[쿵] [시호가 놀란다]
- (시호) 아, 이모! - (도윤) 이모!
[무거운 음악]
(시호) [울먹이며] 이모, 괜찮아요?
[한숨]
구질구질하게…
(혜석) [힘겨운 목소리로] 검은 구멍 안에서 온다
악귀가 온다 [무거운 효과음]
[음산한 효과음]
아비의 피를 먹고 자란 악귀가
검은 구멍에서 솟아오른다
[긴장되는 음악]
악귀가 검은 구멍을 열었고
이제 [혜석의 말소리가 울린다]
검은 구멍을 닫으러 온다
혼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혼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으르렁거리는 소리]
[호열의 가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난 도착했어
어디 있는지는 안 보여
넌 언제 와?
(활) 가고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알았어
나도 옥을태랑 혼자 마주하기 싫으니까
[호열의 가쁜 숨소리]
어?
저 자식…
[을태의 거친 숨소리]
[을태가 컥컥거린다]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설마…
(도윤) 이모…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시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요, 이모
이모
- (도윤) 이모… - (시호) 이모, 정신 차려요
- (시호) 이모! 어? - (도윤) 이모, 괜찮아
(시호) [흐느끼며] 이모…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훌쩍이며] 살 수 있어요
아, 이모…
우리 같이 국밥 먹기로 했잖아요, 어?
어떡해…
(혜석) [힘겨운 목소리로] 도망가 [차분한 음악]
(시호) 어?
(혜석) 그놈들 오기 전에
도망가…
[애잔한 음악]
이모만 두고 어떻게 가…
(도윤) 누나
(시호) 어?
들 수 있겠어?
(도윤) 셋이서 같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시호) 어
(혜석) 그냥 가
[시호와 도윤이 흐느낀다]
세 명의 목숨은 살려야지
너랑
도윤이랑
그리고
배 속의 아기
[혜석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시호) [흐느끼며] 아니야
아니야, 이모, 이모! [시호의 말소리가 울린다]
[시호가 흐느낀다]
안 돼, 이모!
이모, 일어나
[시호가 오열한다]
[슬픈 음악]
- 이모 - (도윤) 이모, 이모 [도윤의 말소리가 울린다]
이모! 이모…
[시호가 흐느낀다]
(혜석) 아, 뭐, 그렇지
어, 같이 살면 가족이지
[혜석의 웃음]
[호열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
[상운이 말한다]
(시호) [흐느끼며] 아, 이모!
이모…
(시호) 아, 아, 이모…
[호열의 가쁜 숨소리]
어, 어, 아저씨
- (시호) 아저씨, 이모 어떡해요 - (도윤) 아저씨…
[시호가 흐느낀다]
(도윤) 이모…
[시호가 연신 흐느낀다]
[훌쩍인다]
이모…
[떨리는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민수의 거친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무거운 음악]
가자
아이참…
(서 팀장) 철수하자니까
[무거운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함 형사) 봤어, 저 사람?
용의자잖아
[상운의 가쁜 숨소리]
(활) 권 형사님
정신 차리세요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형사님, 애들은요?
(상운) 애들은…
(활) 애들은 어디 있어요?
지킬 수가 없었어
지킬 수가…
[애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상운) 이모님…
[상운이 흐느낀다]
[흐느낀다]
[상운이 흐느낀다]
[상운이 흐느낀다]
[쓸쓸한 음악]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함 형사) 선배!
(서 팀장) 아이씨 이게 다 뭐야? 씨…
(형사) 어이, 당신 그 용의자지?
우리가 찾던 그자 맞죠?
(함 형사) [버럭 하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서 팀장) 일단 다 체포해
[상운이 울먹인다] (형사) 살인 사건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수갑을 잘그랑거리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활) 어디 있어?
[무거운 음악]
(형사) 뭐?
(활) 너희들이 데려간 애들 어디 있냐고
뭐라는 거야, 이씨… [활을 탁 잡는다]
[긴박한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수갑이 잘그랑 떨어진다]
[상운의 놀란 숨소리] (서 팀장) 씨, 이 새끼가 지금
[서 팀장의 힘주는 신음]
이게, 씨… [그르렁거리는 소리]
[서 팀장의 비명]
[서 팀장의 아파하는 신음]
[서 팀장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안 돼요, 단활 씨!
[활의 거친 숨소리] [서 팀장의 고통스러운 신음]
[서 팀장의 힘겨운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서 팀장의 힘겨운 숨소리] (호열) 그만해!
[상운이 흐느낀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무거운 효과음]
[짐승 울음]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고조되는 음악]
[상운이 울먹인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상운) 그만해요!
뭐 하는 거예요!
[무거운 음악] 그만해요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면서요
불가살이 된 후에도 그랬다면서요
상관없어, 이제
다 죽여 버릴 거야
(활) 내 가족을 건드리고 방해하면
다 죽일 거야
[그르렁거리는 소리]
[짐승 울음] [고조되는 음악]
[짐승 울음]
[음산한 효과음]
(을태) 너를 지켜 주는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그는 나와 같아
[짐승 울음]
(활) 어디 있어? [함 형사의 힘겨운 숨소리]
여기 있던 두 사람
[무거운 음악]
(함 형사) [힘겨운 목소리로] 여기서
일하던 남자가 데려갔어
[함 형사의 괴로운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상운) 정신 차려요, 제발!
옥을태처럼 되면 안 되잖아요
[울먹이며] 날 좀 봐요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당신
내가 알던 그 단활 씨 맞아요?
인간으로 남겠다던
[흐느낀다]
[쓸쓸한 음악]
(을태) 해될 일 안 해
결국 내 편이 될 사람이니까
[시호의 힘주는 숨소리]
(도윤) 활 형이 올 거야
(을태)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야
(활) 너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
죄 없는 사람 셋을 잡아다가 [함 형사의 힘겨운 신음]
(활) 옥을태랑 살인마한테 넘겼잖아
[쿵 소리] (도윤) 나 여기 있다, 여기!
[그르렁거리는 소리] 안 돼!
[흐느낀다]
(활) 옥을태와 나는 똑같은 놈이라고 [음산한 효과음]
(활) 형사님도 이제 여기 오지 마세요
(호열) 야, 활!
(을태) 활은 어때요? 지금쯤 진짜 모습이 튀어나왔으려나?
(활) [울먹이며] 불가살이 되려는 죗값 때문에
내 가족이 계속 죽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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