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열대야 15
#1. 학교 앞 횡단보도 (눈)
횡단보도에 깃발을 들고 서서 신호 바뀔 때마다 아이들 향해 수신호 해주고 있는 영심.
영심, 생기라곤 하나 없는 식물인간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영심의 시선은 오직 신호등만 향하
고 있다.
영심의 깃발신호로 우르르 건너가는 등굣길의 생기 넘치는 아이들.
횡단보도 건넛편에서 그런 영심을 슬픔으로 바라보고 있는 정우.
식물인간 로봇처럼 서있는 영심 옆으로 어느 순간 건호가 와서 선다.
건호 엄마!
영심 (그제야 처음으로 시선을 돌려 쳐다본다) 건호야! 옷이 이게 뭐야? 엄마가 파카 내놓구
왔는데. 못봤어?
건호 봤어. 근데 그거 내 스타일 아니야. 색깔두 후지구 뚱땡이 같단 말이야.
영심 (그저 엷게 웃고는 머플러를 풀어서 아들의 목에 잘 매어준다)
그 모습 엷은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정우.
신호 바뀌고..
건호 엄마 안녕! (손을 흔들며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영심 (건호 향해 손을 흔들며 아들의 동선을 쫓아 따라가는데)...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있는
정우!)... (!)... (두눈 출렁이고)...
정우 (자신을 알아본 영심!)...(그저 응시한 채 서 있다)
영심 (눈물이 차 오르고)
정우 (눈물이 차 오르고)
영심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정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눈물로 마주보고 있는 영심과 정우..
그 두사람 사이로 생기 넘치고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요란하게 시끌벅적하게 지나간
다.
어느새 폴폴 눈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눈이라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환호,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 눈을 잡겠다고 쫓는 아이들의 모습속에..
내리는 눈 맞으며 미동없이 서로를 향해 서 있는 정우와 영심.
*시간경과 되고.
아이들 쑥 빠진 텅빈 횡단보도엔 이젠 정우와 영심이, 머리에 흰눈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서로에게 못박힌 채 서 있다.
영심 ... ...
정우 ... ...
어느 순간 영심, 신호등 보행자 신호로 바뀌는 거 확인하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걸어나간다.
정우 (눈물 가득한 눈이 마구 출렁이며 떨리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다리고 서 있는데)
그러나 영심, 정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손에 깃발을 쥔 채 학교를 향해 또박또박 걸어간다.
정우 (실망하고) ... (망연하게 선 채 그저 고통스런 눈으로 영심을 쫓는다)
학교로 들어가는 영심.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두사람 사이로 무심한 눈만 흩날리고 있다.
#2. 초등학교 건물 안 일각
깃발을 반납하고 담당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걸어나오는 영심.
#3. 초등학교 복도 - 계단 (눈)
또박또박 긴 복도를 걸어나오는 영심.
한 계단 한 계단 계단을 내려가는 영심.
그러나 영심, 계단 한중간에서 결국 난간을 잡고 지탱해서 서고.. 스르르 계단 한가운데 주저앉
고 만다.
유리창 밖으론 눈발이 흩날리고 있고 그 너머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정우 생각으로 고통스러
운 영심.
영심, 유리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지만.. 정우 있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영심, 그렇게 정우를 피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 동 횡단보도 (눈)
정우, 내리는 눈 고스란이 맞으며 움직임 없이 같은 자리에 아직도 서 있다. (*학교쪽 보지말고)
털지 않아 정우의 머리로 어깨로 계속 쌓여가는 하얀 눈. 흐르는 시간 따라 더 많이 쌓이는 눈.
정우, 영심을 기다린다기 보다는 발걸음이 떼지지가 않아 붙박이처럼 그렇게 서 있다.
#5. 동 초등학교 복도 - 계단 (눈)
수업이 끝나는 벨이 울리고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뛰쳐나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
고..
영심 앉아 있는 계단으로도 아이들이 뛰어내려오기 시작한다.
영심, 그제서야 일어나고.. '눈이다!' 날아다니는 아이들 속에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6.초등학교 운동장 - 학교 앞 (눈)
운동장을 걸어나오는 영심, 교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가..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교문 밖으로
나가는데..
영심의 시선에.. 교문 밖에도, 횡단보도에도, 정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영심 (안도했다가 이내 실망하고) ... (천천히 걸어나간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 영심, 스스로에게 쓴웃음이 난다.
점점 많이 흩날리는 눈발이 바람을 타고 영심의 얼굴에 와 닿고 영심, 얼굴의 눈을 털어내고 머
리며 어깨의 눈도 털어내는데..
갑자기 눈이 뚝, 끊긴다. 누군가 영심의 머리 위로 비닐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영심 (떨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쳐다보면 정우다!) ... ...
정우 (우산 밖에 서서 시선 외면한 채 그저 우산만 씌워주고 있다) ... ...
영심 (화가 치민다) ... ... (파르르 쏘아보는) ... ...
정우 (애써 담담하게 바라보려고 애쓰는)... ...
영심 (차갑게 우산 밖으로 나가버리고 걸어나간다)
정우 ... ... (따라가며 우산을 씌워준다)
영심 (벗어나고)
정우 (씌워주고)
영심 (홱 그 우산을 던져서 내동댕이 쳐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간다)
정우 ... ...
영심 (눈물 흘리며 뛰어간다)
정우 ... ...
정우, 우산과 함게 영심에게 내쳐진 채 내리는 눈속에 하염없이 서 있다.
#7. 민원장 저택 거실
영심, 울면서 뛰어들어와 계단을 뛰어올라가는데..
나여사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다가) 너 거기 좀 서 봐.
영심 (멈춰선다, 뒤돌아보지 못한 채) ... ...
나여사 건호 교통지돌 나갔다구? 니가 왜? 니가 무슨 자격으루? 너어 증말 뻔뻔하다아? 어? 어
떻게 그짓꺼릴 하구두 애들 얼굴을 보구 애들 엄마 행세를 하니? 엉? 애들 얼굴 보기 부
끄럽지두 않니? 두렵지두 않아? 그 순진한 얼굴 보면서 죄의식두 안느끼니 넌?
영심 ... ...
나여사 내 분명히 말하는데 너어, 더 이상 건호 지원이 엄마 아니야. 걔들 엄마는 죽었어! 니가
죽였어! 걔들한테서 니가 니손으루 엄말 빼앗아간 거야! 알아? 애들한테서 정 떼! 이혼하
구 나서두 애들 볼 생각, 하지두마! 너 젊은 남자랑 바람나 저이아빠한테 이혼당한거, 애
들 알아봐? 상처밖에 더 돼?
영심 ... ...
나여사 정 떼. 이혼수속할 때까지 애들하구 멀리 해. 차갑게 굴어. 밉게 굴어. 그편이 너 떠나구
나서 애들한테두 견디기 쉬울거야. 올라가봐.
영심 ... ... (올라간다)
#8. 영심 부부방
영심, 울면서 뛰어들어오는데..
출근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영심을 기다리고 있던 지환, 울면서 들어오는 아내를 보고는 가
가슴이 철렁한다.
지환 여보?
영심 (당황해서 뒤돌아선다)
지환 (다가가 아내를 돌려세우고 바라본다) ... ... (물으려고 입을 떼다가 차마 묻지 못하
고) ... ...
영심 (다급하게 눈물을 닦는다)
지환 (그모습 안타깝게 지그시 보다가 ) 밖에.. 눈 오니?
영심 음.
지환 (수건을 가져와 건네는) 닦아. 많이 젖었다.
영심 (받고) 왜 아직 출근 안했어?
지환 당신.. 올 시간이 넘었는데 안오길래. 무슨.. 일 생겼..나.. 하구.
영심 ... ... 늦었어요. 출근해.
지환 음.
영심 ... ...
지환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또 말못하고 관두고) ... 저녁에 대학동창 송년 모임이 있어. 6시
까지 데리러 올테니까 준비하구 있어.
영심 (묻듯 쳐다본다)
지환 부부.. 동반.. 모임이라서.. 그래.
영심 왜 갑자기..? 내기억으룬 난 한번두 당신 바깥 모임에 함께 간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왜
갑자기.. 이혼도장 찍을 날 받아논 나한테..
지환 이혼.. 안해.
영심 (놀라고)
지환 안해.
영심 왜..? 왜..?
지환 (피하며) 6시가지 올게. 7시 약속이니까 바루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구 있어. (나간다)
영심 ... ... (남편의 의중을 모르겠다!)
#9.고시원
마주앉아 있는 정우와 명숙.
명숙 괜..찮아?
정우 음.
명숙 (허탈한 웃음) 나두 참 열나 생각없어. 고작 한다는 말이 뒤지게 아픈 오빠한테 괜찮냐
가 뭐냐? 괜찮냐가? 열나 재수없지 나?
정우 명숙아!
명숙 어.
정우 숙아!
명숙 (눈물 날 것 같아서 일부러 씩씩하게) 어.
정우 사랑.. 한다.
명숙 ... 어.
정우 (웃음기로) 너무 늦게 고백한 건 아니지 내가?
명숙 어.
정우 잘 할 수 있지?
명숙 어.
정우 열나 잘 살 수 있지 너?
명숙 어.
정우 아버지.. 잘.. 부탁한다? 열나 열나 잘 부탁한다 박명숙?
명숙 (눈물 뚝뚝) 어.
정우 알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까진 나, 파리에 있는 거다? 너무 바빠서 공부가 너무 바빠
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다?
명숙 (울음으로) 어.
정우 (통장과 도장, 그리고 보험증서를 내놓으며) 이건 저금 통장이고 이건 내 생명보험 증서
야. 통장에 있는 돈은 얼마안돼. 유학가려고 급히 모은 거라. 대신 보험액은 꽤 되니까,
아버지 병원비, 걸루 해. 보니가 나 죽고나면 보험액 수령은 자동적으루 아버지한테 가
게 돼 있더라. 별 문제 없을 거야. 자.
명숙 (그저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정우 자 임마.
명숙 ... ...
정우 (안아주고,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 임마.. 괜찮아.. 괜찮아.. 괜찮..
#10. 민원장 저택 전경 (저녁)
#11. 영심 부부방
영심, 기브스한 훈이 보살피며 놀아주고 있다.
영심, 기브스한 다리 쓰다듬으며 훈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 위로 들리는..
지환 (E) 이혼.. 안해. 안해.
영심 (혼란스럽고)
지환 (E) 저녁에 대학동창 송년모임이 있어. 6시까지 데리러 올테니까 준비하구 있어.
영심 (뭔가 목을 옥죄어 오는 듯한 갑갑한 느낌으로) ... ...
문이 와락 열리면서 퇴근차람의 수현, 들어오고..
수현 (영심을 못마땅하게 일별하고 훈이에게 가서) 훈아, 엄마 왔어! 우리 아들 잘 놀았쪄? 어
어 잘 놀았다구우. 잘했어. 차암 잘했어요. 가자아! 이젠 엄마방으루 가서 엄마랑 놀자
아. (훈이를 안고 인사도 없이 휑하니 나간다)
영심 ... ... (문득 탁상시계를 보면 5시다!) ... (갈등하는)
#12. 동 저택 계단 -거실
영심, 앞치마를 두르며 계단을 내려오는데..
수현 (E) 위자룐 무슨 위자료야? 한푼두 주지마! 한푼두!
영심 (멈춰서고) ... ...
수현 위자룐 되려 오빠가 받아야 되는 거 아냐? 간통죄루 안넣은 것만 해두 다행으루 생각해
야지. 미쳤어? 위자료까지 챙겨서 젊은 남자한테 보내게.
나여사 뭐? 젊은 남자한테 보내?
수현 그럼 이혼까지 했겠다 신나서 걔한테 가지 안가? 암튼 남자 후리는 재주 하난 좋아? 철
옹성 같은 오빠 꼬셔서 결혼까지 하더니 이젠 스물일곱살짜리 파릇파릇한 대학생까지
후리셨어? 그러구보면 남자들 순 맹탕이야? 아니 뭐 볼게 있다구 꼬신다구 넘어들 가?
이쁘기를 해 머리에 든 게 있어? 그렇다구 뭐 몸매가 좋은 것두 아니구. 참 불가사의야
불가사의.
영심 ... ...
나여사 아우 그런 상스런 얘긴 입에 올리지두 말어. 듣기 거북해.
수현 참 오빠한테 얘긴 했어? 연말까진 참았다가 내년 초에 이혼하라구.
나여사 못했어.
수현 왜? 오빠 당장이라두 이혼수속 밟으면 우리 훈이 어쩌라구? 아줌마두 아직 못구했잖아?
집안일 아무 대책두 없이 올스톱 시킬 거야?
나여사 너는. 에미가 돼갖구 저 괴로운 거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해? 지금 느이 오빠 속
이 속이야? 그런 애 붙잡구 엉 아직 파출부 못구했으니 이혼 좀 미뤄라, 너라면 니 아들
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수현 거야 그렇지만.. 소름 끼치게 싫어두 당장은 언니가 필요하니까 그렇지.
영심 (치밀어 오르고, 앞치마를 다시 벗으며 뒤돌아 계단을 올라간다)
#13. 시외버스 터미널 앞 전화부스
끝순, 막 상경한 차림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
수화기 너머로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십시오.' 하는 안내멘트가 들려
온다.
끝순 (의아하고 걱정스러운) 하이고야 참말로 이상테이. 와 자꾸 없는 번호라 캐샀노말이다?
그것도 벌쓰로 메칠씩이나. 어이? ... ... 꿈자리가 계속 요상시럽더니마는 참말로 이 가
스나한테 뭔일 생긴 거 아이가?
끝순, 전화부스를 나오고.. 올라오긴 왔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채로 연락두절 된 딸이 불
안하다.
#14. 민원장 저택 거실
들어오는 지환을 나여사와 수현이 의아한 듯 맞는다.
나여사 벌써 들오는 거야?
지환 집사람 데리러 왔어요. 다시 나갈 거예요.
수현 (엄마에게 그건가 보다, 올 것이 왔다, 라는 눈짓을 보낸다)
나여사 (수현의 눈짓 받고 좀 긴장한 낯빛이 돼서) 결심.. 한 거야 그럼? 법원.. 가려구? 법원가
기엔 오늘은 시간이 늦은 거 같은데.
수현 그, 그래 오빠, 도착하면 법원문 닫겠다. 그리구.. 애들.. 방학이나 하면 이혼.. 하지 그
래? 애들이 불편하잖아 애들이.
지환 동창회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 애들엄마 데리러 온 거예요.
두모녀 (동시에) 뭐? 동창회 부부동반 모임?
지환 네.
나여사 (얼얼한) 무슨.. 소리냐 이게? 곧 헤어질 사람들이 부부동반 모임이라니?
수현 (얼얼한) 아니 오빠.. 여지껏 한번두 안한 부부동반을 왜 하필 지금..? 동부인 안하면 벌
금 있어?
지환 이혼.. 안해요.
두모녀 (동시에) 애비야? /오빠?
지환 올라가볼게요. (올라가는데)
나여사 애들 때문에 그래?
지환 (멈춰서고) ... ...
나여사 안돼! 절대 안돼! 난 저 불결한 물건 더 이상은 내 며느리 자리에, 내 귀한 아들 안사람 자
리에 앉혀놀 수가 없어. 어떻게 받아들여 어떻게? 난 도저히 못받아들이니까 이혼해. 내
일이라두 당장 이혼해! 당장! 장고 끝에 악수 두구 있어. 멀리 내다봐. 눈앞에 힘든 거만
보지 말구.
지환 제 결심, 변함 없어요. 안해요. 안할 겁니다. 그렇게들 아세요. (올라간다)
수현 말두 안돼. 우, 우리오빠 맞아 엄마?
나여사 (어안이 벙벙 놀란 채) ... ...
#15. 영심 부부방
지환, 들어오는데.. 방안에 아무도 없다.
갑자기 불안해진 지환, 다급하게 장롱을 열어본다. 영심 옷이며 트렁크 그대로 있다.
지환 (일단 맘이 놓이나 어디 갔을까 불안해하며 방문 밖을 쳐다보는데)
영심 (손을 닦으며 외출차림으로 들어온다)
지환 (보고 그제야 안도하는) ... ... 준비..다했어?
영심 음.
지환 외투 입어. 가자.
영심 왜.. 이러는 거예요? 차라리 화를 내. 차라리 그냥 쫓아 내요. 이혼 안하구 평생 이런 식
으루 나 벌줄 건가요? 평생 이런 식으루 당신 옆에서 죄값 치르게 할 건가요? 당신 앞에
서 숨도 못쉬게, 애들 앞에서 얼굴두 못들게, 식구들 앞에서 고개두 못들게, 그렇게 그
런 식으루 나 평생 벌 세울 건가요?
지환 ... ...
영심 그래요. 벌 받을 게요. 그렇게 해서라두 당신맘이 풀린 다면 조금이라두 풀린다면 달게
받을게요. 가서 아무말 안하고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나요? 못배운 티 무식한 티 내지 말
구 교양 있는 척, 없는 품위 억지루 만들어서, 묻는 말에만 네 아니오 짧게 대답하구, 모
르는 말은 그냥 웃음으루 얼버무리구, 나 그렇게 하면 되나요?
지환 ... ... 늦었어. 가자. (앞서 나간다)
영심 ... ... (뒤따른다)
#16. 동 저택 거실
내려오는 지환과 영심을 나여사와 수현, 기막혀 넘어가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현 말두 안돼.
나여사 아우 머리야. 아우 혈압 올라. 아흐으 뒷골 당겨.
지환 저희들 다녀올게요. (영심을 감싸고 에스코트하는)
영심 (목례하고 따라나간다)
수현 (너무 기가 막혀서 입만 벌린 채 말이 안나오는) ... ...
나여사 청심환! 청심환! 청심화안-!
#17. (호텔) 레스토랑의 룸
지환의 대학동창들 동부인 해서 앉아있고.. 그 속에 가흔, 지환을 기다리는 듯 연신 입구쪽을 보
고 있다.
동창1 가흔이 넌 증말 결혼 안할 거야?
가흔 왜 안해. 해야지.
동창2 한다 한다 그게 벌써 몇 년째냐? 다 짝짝이 앉아있는데 외롭지두 않냐?
가흔 조금만 기다려봐라. 내 짝두 곧 등장하실 거다.
동창1 누구? 지환이?
동창2 지환이가 왜 니 짝이냐? 엄연한 마누라가 있는데?
동창1 마누라가 있어두 지환이 그자식은 우리모임에 한번두 지 마누라 안델구 나오잖아. 난 여
태 걔 마누라 얼굴 한번두 못봤다. 아, 한번은 봤네. 둘째 애 돌잔치 때.
가흔 (들어서는 지환 발견하고 반색하며) 드디어 등장하셨다 내 짝께서! (하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영심을 에스코트 해서 자리로 이끌며 들어오는 지환.
가흔 (놀라고) ...
동창1 어! 저 자식 오늘은 지 마누라 델구 나왔네. 웬일이야?
지환 늦었다. (가흔 향해) 왔어?
가흔 (기분이 확 상한 채 ) ... ...
지환 ... (그저 일별하고) 인사들 해. 애들엄마야. 여보, 대학 동기들이야.
동창2 아우 안녕하세요 제수씨! 김성호라고 합니다.
영심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지환, 그렇게 일일이 동창들에게 아내를 소개시켜 주고..
영심, 몹시 불편하고 어색해하며 애써 미소를 만들어 인사를 한다.
가흔, 그 광경 지켜보며 파르르 맘이 상한 채 무참하게 앉아있다.
인사를 끝낸 지환, 의자를 빼내어 영심을 앉히고, 그 옆에 나란히 앉는다.
가흔과는 마주앉는 자리 배치로.
영심 안녕.. 하세요 가흔.. 씨?
가흔 네. (지환을 쏘아본다)
지환 (그 시선 불편하고) ... (애써 외면하며 동창들의 화제에 참여한다)
가흔 ... ...
영심 (불편한 채) ... ...
#18. 민원장 저택 대문 앞 (밤)
끝순, 딸의 집 바라보며 전전긍긍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얼굴을 대문에 박고 안을 들여다보려고 애쓰기도 하고..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갈등하기도 하
고.. 대문 앞으로 들어섰다 돌아서 내려갔다 하고 있다.
끝순 당최 연락이 돼야 말이지 당최. 집전화는 또 와 지가 안받노. 천날만날 집구석에 붙박히
있는 인간이. 아흐흐 추버라. 살이 떨어져나갈라카네 마. (대문 안을 살피며) 마 미친척
하고 확 들어가보까? 어이?
그때 재환의 차, 달려오고 담벼락 어느께에 차를 주차시키고 내린다.
끝순 (유심히 보고 있다가 영심의 시댁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긴장하는)
재환 (무심코 오다가 끝순을 발견하고 ? ) 누구.. 세요? 여긴 저희 집인데 왜 저희집 대문 앞
에..?
끝순 아, 안녕하십니까? 지, 지원이 와할맵니다. 아아들 삼촌 돼지요?
재환 아아 예에. 아우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끝순 아이구우 아입니다. 머 본적이 있어야 알아보등가 하지. 나는 사진으로 봤어요.
재환 예에. 근데 어쩐 일루.. 형수 만나러 오셨어요?
끝순 예에. 갑자기 메칠째 연락이 두절 돼가, 아무리 전활해싸도 가 핸드폰도 없는 번호라카
고, 꿈자리도 사나분기 기분이 영 안좋아가, 그래가.. 혹시 우리 영심이한테 머슨 일 있
습니까?
재환 (어두운) ... ... 들어.. 가시죠. 형수.. 만나셔야죠.
끝순 아이고 아입니다. 들어가긴 내가 어델 들어갑니까. 그냥 마 영심이 좀 살짝 불러내 주이
소. 어른들한텐 암소리도 허지 말고. 야?
재환 같이 들어가세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벨을 누른다)
끝순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19. 동 저택 현관 - 거실
인상 확 일그러진 채 끝순을 맞고 있는 나여사와 수현.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끝순.
나여사 (외면한 채) ... ...
끝순 (무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 ...
나여사 ... ...
끝순 (작정하고) 하이고 안녕하셨심니까 사돈어른. 연락도 없이 이래 불쑥 찾아와가 폐가 많
심니다.
나여사 ... ...
재환 어, 엄마?
끝순 여 올라꼬 한기 아인데 우리 아하고 연락이 안돼가 할수없이 왔심니다. 아 얼굴만 퍼뜩
보고 어푼 갈깁니다.
나여사 이왕 오셨으니 들어오시죠. 잘 됐네요. 마침 드릴 말씀도 있는데.
끝순 야? 지헌테 머슨 말씀을..?
나여사 오세요. (들어간다)
끝순 (? 따라 들어가고)
끝순, 따라 들어가며 처음 와보는 어리어리한 사돈댁 이리저리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경한다.
영심이가 이런 데서 살고 있구나, 기분도 좋고 기도 죽고.. 그러다 커다란 수족관 발견하고 이끌
리듯 보다가 콰당 넘어진다.
끝순 (비명을 지르고)
나여사 (홱 쏘아본다, 할 수 없는 인간들이란 표정) 아우.. 아우..
수현 모전여전이네. 붕어빵이야 아주.
재환 아우 괜찮으세요? 저 잡고 일어나세요.
끝순 (민망해서 죽을 맛이고) 아이고 괘안심니다. 우리 아가 청솔 을매나 윤나게 해놨는지 바3
닥이 억쑤로 미끄럽네요. 마 대충 좀 하고 안살고. 아가 낼로 닮아갖꼬 억쑤로 꼭닥집니
다. 피곤할 정도로 깔끔스럽고.
나여사 (실소) 허!
수현 돌아가시겠네 아주!
재환 앉으..세요.
끝순 아 예에. (가서 앉는다) 근데 우리 아는 와 안보입니까?
수현 외출했어요.
끝순 외출..이요? 아니 이 시간에 식구들 저녁 안짓고 지가 어데를 외출을 해요? 가정주부가?
나여사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도 댁에 따님 때문에 기막히고 황당하고 치가 떨리고 집안꼴이 지
금 말이 아닙니다
끝순 (?) 예? 그기 머슨..?
*시간경과 되고..
끝순 (온몸 바들바들 떨고 있다, 엄청난 충격인 채로) ... ...
나여사 (노려보고 있는)
끝순 아, 아입니다. 아, 아일깁니다. 사돈어른. 우리 아, 아는 그런 아가 아입니다. 우리 아는
절대로 그런 아가 아입니다. 암만케도 사돈어른이 머, 머슬 크, 크게 오,오해를 하고 계
신 거 같심니다. 아입니다. 절대로 내 아는 그럴 리가 없슴니다.
나여사 봤다구요. 네? 이 눈으루 내눈으로 직접 가서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댁의 따님을 내가
내손으루 잡아서 끌구 왔다구요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몇번을?
끝순 몇번을 말해도 아인 건 아입니다! 골백번을 말해도 그거는 아입니다 사돈어른! 내 자식입
니다. 내자식 내가 모르겠심니까? 아입니다! 우리 아는 그런 아가 아입니다 사돈어른!
나여사 아우.. 아우.. 아후우-
끝순 ... ...
나여사 (파르르 일어나며) 곧 이혼절차 밟을 거니가 그렇게 아세요. 양육원은 물론이고 우린 댁
의 따님한테 일원 한푼두 줄 생각이 없으니까 뭐 억울하면 법으루 해보시든가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싸늘하게 나가는데)
끝순 (다급하게 일어나 나여사 가로막는다) 사, 사돈어른!
나여사 왜 이러세욧?
끝순 (나여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나여사 (놀라고 당황하는) 아, 아니 이, 이것 보세요?
끝순 (머리 조아리고 싹싹 빌며) 잘못했슴니다! 무조건 잘못했슴니다! 내가 내가 잘못했습니
다! 용서해주이소! 제발 용서해주이소 사돈어른! (울먹) 안됩니다! 안됩니다 사돈어른!
이혼이라니요. 이혼이라니요오 . (흐느끼는) 그 불쌍한 거한테 이혼이라니요오. 가 이혼
하고 몬삽니다. 새끼들 떠나서 우째 살라꼬 이혼이라니요오. 안됩니다! 안됩니다 사돈어
른! 패직이겠심니다. 지가 지가 그 정신나간 가스나 패직이겠심니다.
나여사 ... ...
수현 ... ...
재환 ... ...
끝순 용서해주이소. 한분만 한분만 눈 딱 감으시고 그 불쌍한 가스나 지발 지발 조끔 용서해주
이소 사돈어른! 이래 빌겠심니다! 이래 부탁드리겠심니다! 머라도 하겠심니다! 죽으라
면 지 죽을끼고요 머리 깎고 중이 되라꼬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 깎고 산으로 올라
가겠심니다. 산에 들어가가 부처님 앞에서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심니다. 줄을 때까지 죄
업 씻으믄서 그래 살겠심니다.
나여사 ... ...
#20. 동 송년모임 장소
식사를 하며 가까이 앉은 사람들끼리 각각 여러 가지 화제로 담소를 나누는 지환의 동창들.. 장
기불황에 대한 걱정과 대책들, 정치 이야기, 주식이야기, 연말 클래식 공연에 대한 정보 등등 여
기저기서 영심에게는 어렵고 낯선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동창1 여름에 식구들 데리구 그리스로 휴갈 갔는데 야아 미크노스, 산토리니, 예술이야 예술.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또 어덯구 그 뜨거운 한여름에도 그 위에만 모랫바람이 휑휑
부는데 신비스러운게 그야말로 신들의 땅 같더라구.
가흔 난 그 아래에 있는 고대극장이 더 좋던데. 진짜 낭만적이더라.
동창1 내말이! 우리 마누라 좋아 죽었잖아 그날.
마누라 내가 언제? 뭐 환상적이긴 했지.
지환 미케네섬엔 안갔어?
동창1 어. 워낙 열몇시간씩 배로 움직여야 하는 동네라 섬 두군데만 갔는데도 일주일 금방이던
데 뭐. 미케넨 왜?
지환 꼭 한번 가고 싶더라고. 젊었을 때부터. 근데 이상하게 그쪽으론 안나가져서.
영심 (남편 말이라 관심을 보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흔 왜? 하루키 때문에?
영심 (?)
지환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동창1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가흔 음. 미케네섬에서 상실의 시댈 썼대. 것두 시끌벅적한 타베루나에 앉아서. 비틀즈 노래
를 이어폰으루 들으면서. 무슨 노래였더라?
지환 서전트 페퍼즈 론리 하츠 클럽밴드.
가흔 맞어. 맞어. 암튼 머리 좋아 민지환.
영심 (소외된 채 앉아 있기가 몹시 불편하다, 슬며시 일어나는)
지환 어디 가?
영심 어? 어어, 두통이 좀 있어서 나가서 바람 좀 쐴려구. 잠시 나갔다 올게요. (나가는데)
지환 ... (일어나며) 같이 가. (뒤따라간다)
가흔 (상처받고)
#21. 동 레스토랑 건물 밖 (밤)
나란히 서있는 영심과 지환.
영심 들어가봐요. 친구들 기다리잖아.
지환 약.. 사다줘?
영심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나.. 먼저 좀 가면 안될까요? 너무 불편하구 어색해서. 다른 사람
들두 나 불편해하는 거 같구. 먼저 갈게.
지환 ... 같이 가. 여기 있어. 외투랑 핸드백 갖구 나올게.
영심 (조금 짜증이 묻은) 그냥 나 혼자 갈게. 나 때문에 그러지 말아요.
지환 아냐. 나두 재미없어. 시시하구. 잠시만 있어. (들어간다)
영심 (깊은 한숨 토해내는)... (남편이 갑갑하다) 이러지마.. 이런 식으루 나 피 말리지마 여
보.. 나 힘들어.. 나 지금 너무 힘들단 말이야..
#22. 동 레스토랑 엘리베이터 앞
지환, 영심의 옷과 핸드백 챙겨서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는데.. 가흔이 다가온다.
가흔 너 점점 이상해진다?
지환 뭐가.
가흔 몰라서 물어? 영심씨 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데 너?
지환 ... ...
가흔 내눈엔 너 이상한 남자루 보여. 왜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바람난 아내 야금야금 피말리
며 복수하는 남편 캐릭터들 있지? 그거 같애 너.
지환 그런 거 아냐.
가흔 그럼 뭔데? 왜 안하던 짓 하는데? 영심씨 불편해하는 거 못봤어? 너 지금 영심씨 벌세우
고 있잖아? 것두 아주 잔인하게.
지환 불안해.
가흔 뭐가?
지환 떠날..까봐.
가흔 뭐?
지환 영심이.. 나 없는 새.. 떠날까봐.. 불안.. 해.
가흔 (풀썩 몸이 꺾이는, 눈물이 핑돈다)
#23. 도로, 달리는 지환의 차안 (밤)
영심,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고.. 그런 영심을 지환이 또 바라보고 있다.
영심 ... ...
지환 ... ... 어디. 가서.. 뭐 좀.. 먹구.. 들어갈까 우리?
영심 (돌아본다) 배 고파요?
지환 아니. 아가 보니가 당신이 통 못먹는 거 같길래. 배 안고파?
영심 (아연해지고 슬픈 표정으로 응시) ... ... (암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다시 창밖으로)
지환 (무안하고) ... ...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리.. 내년 여름에 미케네섬으루 휴가가자. 애
들데리구.
영심 (창밖 그대로 응시한 채 힘들다, 두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 ...
지환 (그런 아내 바라보며 힘이 든다) ... ...
#24. 민원장 저택 거실
아직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 있는 끝순.
난감해하고 있는 나여사와 재환.
재환 그만 일어나세요 네? 사돈어른? 사돈어른?
나여사 사돈은 무슨 얼어죽을 사돈이야? 난 그양반하구 사돈 맺은 기억두 없구, 설사 사돈이었
던 적이 있었다구 해두 이젠 아냐! 끝났어! 쫑났다구! 쫑
끝순 (한맺힌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때 현관에선 지환과 영심이 들어오고.. 수현이 맞는다.
수현 언니 친정엄마 왔어.
영심 네? (재빠르게 쳐다본다)
지환 (쳐다본다)
끝순, 나여사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절박하게 애원하고 있다.
끝순 (눈물로) 지 잘못입니다! 지가 묵고사는 기 바빠가 밤낮짝으로 논으로 받으로 따당긴다
고 아한테 가르쳐준기 없심니다. 사돈어른이 말씀허시는 가정교육이란 것도 해준 적이
엄꼬, 일손 모잘른단 이유로 공부도 올케 못하게 했심니다. 혼자 컸슴니다. 지 혼자 컸슴
니다. 부모 잘 몬만나 아무것도 몬받고 아부지 사랑도 몬받고 에미 사랑도 몬받고 지 혼
자 천날만날 지 혼자 그래 컸슴니다.
영심 (기가 막히는 채)... ...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끝순 가 잘못 아입니다. 내 죕니다. 부모 잘못 만난 죕니다. 내가 내가 가한테 해준 기 엄슴니
다 사돈어른. 똑바로 가르쳤어야 했는데 묵구사는 기 아무리 바빠도 지대로 가르쳤어야
되는 긴데, 지가 죽일 년입니다 사돈어른. 잘못했심니다! 참말로 잘몬 했심니다! 한분만
지발 한문만 용서해주이소! 인자부터라도 지가 엄하게 가르치겠슴니다. 사돈댁에 누 안
되게 따끔허게 가르치겠슴니다.
영심 ... ...
지환 ... ...
나여사 늦었습니다. 그리고 천박한 천성이 어디 하루아침에 가르친다고 바뀐답니까? 내가 보기
엔 그쪽 어른께서두 뭐 댁의 따님을 가르칠 형편이 못되시는 거 같은데요? 대체 뭘 가르
치실려구요? 본인도 배운 게 없으신데.
지환 (파르르해서 달려나가 나여사를 쏘아보고는 장모를 일으켜 세우려는데)
영심 (지르는) 손대지 마-!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
지환 (어?) ... ...
모두들 일제히 놀란 채..
영심 (엄마에게 다가가고) 가자. 가자 엄마. (엄마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해서 나간다)
지환 (뒤따라 나가는데)
영심 오지마! 오지마!
지환 ... ...
영심, 끝순을 데리고 현관을 나간다.
나여사 (순간 할말을 잃은 채) ... ...
수현 (할말을 잃은 채) ... ...
지환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자괴감으로) ... ...
#25. 여관방
끝순, 눈물 흘리며 고래고래 악을 쓰며 정신없이 영심을 때리고 있다.
끝순 (사정없이 악에 받쳐 때리며) 죽어라 이년아! 나가 죽어라 이년아! 이 나쁜 년! 이 정신나
간 년! 이 속없는 년아아!
영심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묵묵히 맞고 있는)
끝순 (한풀 꺾여서 원망스럽게 때리는) 고마 죽어삐라! 고마 이 자리에서 확 혀 깨물고 죽어삐
이년아아! 나쁜 년! 나쁜 년! 나쁜 녀언-! (기막혀 하며 오열하고)
영심 ... ...
끝순 (서럽게 운다)
영심 (서럽게 운다)
#26. 여관 외경 인써트 (밤)
#27. 동 여관방
이부자리에 나란히 누워있는 끝순과 영심.
끝순 ... ...
영심 ... ...
끝순 머하는 놈이고?
영심 누구.
끝순 누군 누구 이 가스나야. 니캉 바람난 놈. 그놈 머하는 놈이냐꼬?
영심 대학생. 운전학원에서 운전도 가르치구.
끝순 머시라? 대, 대학생? 하이고야 참말로 남사시러바서.. 아니 그 핏덩거릴..
영심 뭐? 핏덩어리? (웃음 터진다) 푸헤헤 핏덩어리.. 핏덩어리.. 핏덩어리.. 푸하하..
끝순 하이고 내가 콧구멍이 두 개나 되니까 숨을 쉬지, 웃음이 나오나 이 가스나야. 웃음이 나
오나 시방.
영심 그래도 핏덩어린 웃긴다 엄마. 나보다두 얼마나 큰데.
끝순 멫살인데?
영심 스물일곱.
끝순 세 살 차이가.
영심 음.
끝순 부모님은? 양쪽 다 살아계시고?
영심 아버지만.
끝순 형젠?
영심 여동생 하나.
끝순 시집은 갔고.
영심 음.
끝순 장래는 있어 보이나.
영심 왜 엄마딸 그 핏덩어리한테 다시 시집 보내려구?
끝순 머 꼭 그런거는 아니지만서도..
영심 (갑자기 피식 피식 웃는다)
끝순 야가요. 하도 맞디만 허파에 구멍이 뚫린나 와 자꾸 웃노? 와?
영심 웃기잖아 엄마가. 방금 우리시어머니 잡구 울구불구 용서해달라고 애원해 놓군, 얼마나
됐다구, 바람난 딸 새루 핏덩어리한테 시집보낼 생각하구 있잖어. 참 양심두 없다 우리
엄마.
끝순 그, 그거야 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가.. 머 용서할라카겠나? 느그 시댁이나 민서방이
나. 이혼, 각오하고 있어야재. 그라고 또 죄는 죄고, 사는 거는 또 사는 기니까. 살아갈 날
이 앞으로 을매나 많이 남아있는데, 그 세월 과거 때문에 손놓고 정신놓고 내삐리둘 수
는 음다 아이가.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또 살아가야지.. 열심히 또 살아가야지..
영심 ... ...
끝순 그노마는 민서방하고는 다르재?
영심 ... ...
끝순 니 아끼주고 보듬어주고 니만 쳐다봐주고, 그라재?
영심 (한없이 슬픈 표정) ... ... (F.O)
#28. 민원장 저택 전경 (다음날 아침)
#29. 동 저택 거실
들어오는 영심.
영심을 기다리고 있은 듯 소파에 앉아 있는 나여사.
두사람 시선 공중에서 불편하게 마주친다.
영심 (그저 굳은 표정으로 목례한다)
나여사 (볻투 휙 던지는) 작성해.
영심 (집어서 꺼내서 보면 이혼신청서다, 담담한 표정)... ... (2층으로 올라간다)
나여사 (어제일 떠올라 괘씸하고) 방귀 뀐 놈이 성질낸다더니 나 참..
#30. 영심 부부방
영심, 들어오고.. 지환, 침대에 평상복 차림으로 앉아있다.
지환 장모님은?
영심 여관에.
지환 호텔루 옮겨. 아냐. 내가 가서 모시구 옮길게. 어느 여관이니?
영심 (이혼신청서 건네는) 당신두.. 작성해요. 어머..니가 주시더라.
지환 (보고 놀라는) 영심아?
영심 어머니가 이렇게 친절하게 이혼서류 갖다주지 않으셨어두, 나.. 당신한테 헤어..지자구
말하려구 했어요. 헤어..저요 우리. 그렇게 해요.
지환 여보..!
영심 나.. 당신두 힘들구, 어머니랑 아가씨두 힘들구, 아버님두 힘들구.. 이렇게는 도저히 못살
겠어. 숨이 막혀 여보. 내 잘못인 거 아는데, 내가 자초한 일이란 거, 잘 아는데, 더는 이
집에 못있겠어. 이집이.. 이집이.. 나는 여보,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
지환 장모님 일은 내가 대신 사과할게. 장모님께도 내가 사죄드리,
영심 (O.L) 식구들 위해 밥을 짓구 청솔 하구 빨래를 하구, 오늘은 반찬을 뭐할까, 내일은 더
맛있는 걸 해서 바쁜 우리식구들 기운나게 해야지, 아가씨 바쁘니까 어머니 바쁘시니
까, 아가씨보다 덜 바쁜 내가 훈이 키워줘야지, 직장일 맘편하게 하게 진짜 내아들처럼
잘 키워줘야지., 식구니까.. 내 가족이니까.. 근데 여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난 한번도
이집 식구였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 당신 식구들은 한번두 나를 같은 식구루 대접해 준
적이 없어.
지환 ... ...
영심 그래서 우리엄마한테두 그렇게 함부루 그렇게 아무렇게나... 싫어졌어 이집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어졌어. 나, 앞으루두 어머니랑 아가씨 참구살 자신이 없어. 나두 이젠 어머
니랑 아가씨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싫거든.
지환 ... ...
영심 이혼..해요. 그렇게 해줘요. 당신두 이제 숨막히는 나 벗어나서 편해져. 이제라두 사랑하
는 사람이랑 살아 여보.
지환 ... ...
#31. 대학병원 지환의 방
이혼서류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지환.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고... 지환, 어느순간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32. 민원장 저택 2층 거실
만화영화를 눈이 빠지게 보고 있는 건호와 지원.
아들과 딸을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심.
아이들 만화영화 때문에 낄낄거리고, 웃는 아이들 보며 영심은 눈물이 핑돈다.
영심 (아들과 딸을 어떻게 해야되나?) ... ...
영심, 문득 어떤 절박함으로 카메라폰 꺼내서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한 장 두 장 석 장.
지원 엄마 뭐해? 사진 찍어?
영심 음.
지원 왜?
영심 왜는 왜야? 니들 모습이 너무 이뻐서 엄마 핸드폰에 담아놓구 두구두구 보려구 그러지.
(글썽) 그래서 밤이구 낮이구 보구싶을 때마다 꺼내서 보려구 그러지.
지원 맨날맨날 보는데두 또 보구싶어?
영심 음. 맨날맨날 보는데두 자꾸자꾸 보구싶어.
지원 알았어. 그럼 찍어 엄마. 자. (포즈를 취한다)
영심 (무너지고)
지원 뭐해 엄마. 자 찍어 얼른.
영심 (찍고)
지원 (다른 포즈 귀엽게 다시 취하고)
영심 (찍는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모습 계단께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환, 성큼성큼 다가온다.
지원 아빠?
건호 (돌아보고)
영심 이 시간에 왜.. 뭐 두구 갔어요?
지환 나랑 어디 좀 가.
영심 어딜요?
지환 가보면 알아.
영심 (?)
#33. 고급 빌라(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장
지환, 영심을 데리고 들어오고..
영심 여긴 왜요?
지환 둘러봐.
영심 ... ...
지환 이리 와봐.(영심을 데리고 들어간다)
영심 ... ...
지환, 영심을 이끌고 이방 저방으로 데리고 다니고.. 직원이 따라다니며 설명을 해준다.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영심 지금 뭐하는 거야 당신?
지환 분가하자.
영심 (놀라고) ... ...
지환 맘에 드니? 난 맘에 드는데. 계약한다.
영심 여보?
지환 애들하구 당신하구 나하구만 살 집이야. 다시 시작해 우리 처음부터 다시.
영심 (눈물이 차오르고) 당신 자꾸 왜 이래? 이러지마. 당신 이러지마.
지환 벌 주는 거 아니야. 너 벌 세우는 거 아니야. 애들한테 당신 필요하구 나, 나두.. 당신이..
필요해.
영심 (눈물이 흐르고) 늦었어. 늦어버렸어. 나 지쳤어 여보.
지환 내가.. 노력.. 할게. 넌..가만히..있기만 해.
영심 좀 더 일찍 이러지. 조금만 더 일찍 이러지. 그랬으면 좋았잖아. 당신이 그래줬으면 좋았
잖아. 이제 와서 이게 뭐야 이제 와서 이러면 난 어떡하라구..
지환 아무것두 안해두 돼. 당신은 그냥 쉬어. 이제부턴 내가 움직일게. 그래 당신은 아무것두
하지마. 대신 애들한테서.. 나한테서.. 떠나지만 마.
영심 (눈물로 가로저으며) 늦었다구.. 늦어버렸다구.. 내마음이.. 당신을.. 떠나버렸다구 여보.
지환 알아. 알지만.. 나, 널 보내줄 수가 없어. 그 자식.. 한테룬.. 더더욱.. 보내..줄 수가 없어.
절대루.. 안보낼 거야.
영심 그사람한테 가려구 이러는 거 아니야 나. 나 그사람한테 안가 여보. 그런 거 아니야.
지환 그럼 내 옆에 있어. 몸뿐이어두.. 몸만이라두.. 그냥 내 옆에 있어.
영심 ... ...
#34. 삼겹살 집
정우, 아버지와 마주앉아 삼겹살 구워먹고 있다. 고기 구워서 아버지 앞에 놓는 정우.
태복 너두 먹어.
정우 예.
태복 유학준비, 많이 힘들어? 왜 그렇게 갑자기 살이 쏙 빠졌어?
정우 예에.. 아르..바이틀 많이 해서 그런가봐요.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다보니까 아무래
두..
태복 살 좀 찌워서 가. 거긴 이런 삼겹살도 없을 거 아냐. 순 빵조각일 텐데.
정우 예 찌울게요. 아버지, 점심 먹고 저랑 영화보러 가실래요?
태복 영화는 무슨. 요즘에 뭐 나 볼만한 영화나 있을라구. 성룡도 시들하구 이녕걸이두 첨엔
괜찮더니만 요샌 영 아니던데 뭐. 역시 이소룡이 최고야. 어?
정우 그럼 이소룡 영화 보러 가요.
태복 요즘도 이소룡 영화 하는 데가 있어?
정우 예. 드세요.
태복 (고기 앞에 놓으며) 너나 많이 먹어 너나. 뭐해? 안먹구.
정우 예. (묵묵히 먹는다)
태복 (먹고) 야 탄다 타. 어? 빨리 먹어. 자. 얼른.
정우 (또 집어서 먹으며 목이 메인다)
#35. DVD영화관 안
나란히 앉아 이소룡의 <용쟁후투>보고있는 태복과 정우.
태복, 영화에 푹 빠져서, 또 추억에 푹 잠겨서, 옛날 이영화를 봤던 얘기를 아들에게 늘어놓으며
영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
태복, 이소룡 따라 모션까지 취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우, 그런 아버지가 너무 아프고.. 그렇게 아버지와 조금씩 이벽하고 있다.
아버지 유쾌하게 웃는데, 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들.. 처연한 모습으로..
#36. 고시원 앞
지혜, 정우를 기다리고 있다. 텅비어 버린 지혜의 두눈엔 슬픔이 가득하다.
정우, 무심코 걸어오다 지혜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지혜도 정우를 발견하고 일어난다.
정우 ... ...
지혜 ... ...
정우 (다가가고) 웬일..이야?
지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 (엉엉 운다) ...
정우 지혜야?
지혜 (엉엉 서럽게 운다)
정우 ... ...
#37. 공원 벤치
나란히 앉아 있는 지혜와 정우.
지혜 (손수건으로 아직도 흐르는 눈물 닦으며) 언제.. 알았어?
정우 한달 전쯤. (엷은 웃음으로) 아닌가. 그보다 좀 더 전이었던 것두 같다. 나 요즘 달력 안본
다. 날짜두 잘 몰라. 그냥 오늘은 월요일 내일은 화요일.. 그냥 그렇게 살아.
지혜 ... 알려..줬어야지.. 나한테 알려..줬어야지. 그것두 모르구 난.. 아무것두 모르구 난.. 아
파서 너무 아파서 그러는 것두 모르구.. (다시 눈물이 흐르고) ... 너 원망하구 너 미워하
구.. 아픈 너 상대루 매일매일 죽어가는 너 상대루 난... 이게 뭐야? 나는 뭐야? 왜 날 그
렇게 만들어? 왜?
정우 미안하다. 미안해 지혜야. 나두 후회 돼. 부끄럽구 맘두 아프구.. 내 밑바닥이 어디까지
인가 마지막으루 눈이 시릴 정도루 적나라하게 확인한 것두 같구.. 너 별수 없는 놈이
다, 너 형편없는 놈이다,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억울해하지마라, 누군가가 나한테 그렇
게 말하는 것두 같구..
지혜 ... ...
정우 나쁜 기억.. 너한테 주구가서 어떡하냐? (애써 웃음기로) 그래두 나, 그전까진 너한테 괜
찮은 놈이었는데 어?
지혜 너 나쁜놈이야. 너 아주 나쁜 놈이야. 나한테 넌 세상에서 젤루 나쁜 놈이야. (흐느껴 우
는) 너랑 결혼할 걸.. 너하구 결혼할 걸.. 욕심 버리구 이기심 버리구 너하구 결혼할 걸..
너 없이 난 못살 거 같아.. 너 없는 세상에서 난 못살 거 같아..
정우 너만 쳐다보구 니 말에 귀 기울여주구 너 감기하면 몸살루 같이 앓아눕는 든든한 남편이
니옆에 있잖아. 내가 너한테 해준 것 중에 가장 잘 한 건, 널 니남편한테 보내준거, 그거..
같아.
지혜 ... ... 나, 너 또 찾아와두 돼? 혼자.. 힘들잖아. 너 혼자.. 너무 힘들잖아. 만일에 너 혼자
있는데.. 만일에 너 혼자 뿐인데..
정우 오지마. 와두 나 없어. 여행 떠날 거야.
지혜 언제?
정우 낼 떠날 수두 있구 오늘 바루 떠날 수두 있구.
지혜 언제 돌아오는데?
정우 안돌아올거야.
지혜 ... ...
정우 죽기 마지막까지 신나게 정말 신나게 여행할 거야.
지혜 ... ...
정우 (일어나며) 그만 일어나자. 기태 오기루 했어. 자식이, 지 애마 빌려주겠대.
지혜 ...(일어나고)
정우 잘 살아. 행복하게.
지혜 ... ...
정우 가자. 택시 정류장까지 바래다줄게.
지혜 ... ...
#38. 택시정류장, 달리는 택시 안
나란히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정우와 지혜.
정우 ... ...
지혜 ... ...
정우 (망설이다가) 영심.. 씨.. 어떻..게..지내?
지혜 ... ...
정우 아냐. 괜한 질문 했다. 택시 왔다. (피하듯 걸어나가 차문을 열어준다)
지혜 ... (오르고)
정우 가.
지혜 (그저 끄덕이기만) ... ...
정우 (문을 닫아주고) ... ... (미소로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를 한다)
지혜 태운 택시 달려나가고..
지혜 (정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끝까지 바라보면서 달려나간다)
정우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미소로 배웅하고) ... ... (더 없이 쓸쓸해진다)
#39. 민원장 저택 2층 거실
무릎에 턱을 괴고 멍한 시선으로 TV를 보고 있는 지혜. 아니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는 지혜. 연신 리모콘을 누르며 채널을 여기저기로 돌리고 있다.
지혜, 명치가 아파서 너무 아파서 두손으로 꽉 움켜쥔다.
수현, 설계도면 들고 다가와 앉는다.
수현 이거 니가 확인 좀 해줘. 난 훈이 때문에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네.
지혜 (TV끄고 표정관리하며) 수정할 거 있음 제가 알아서 할까요?
수현 그래주면 더 좋구. 부택해. (일어나려다 말고) 참, 박정우.. 유학간다구 하지 않았어?
지혜 (먹먹해지고) 네. 왜요?
수현 아니, 그럼 언닌 어떻게 되는 거야? 같이 유학갈리는 없을 테구, 오빠랑 이혼하구 말야.
난 당연히 신나서 걔한테 갈거라구 생각했는데. 것두 아니잖아.
지혜 ... ...
수현 아우 몰라. 지눈 지가 찌른 거니 뭐. 눈물나게 고생 좀 해봐야 돼. 그동안 누구 덕에 사모
님 소리 들으며 편하게 산 줄두 모르구.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해, 도대체 뭐해 먹구 살건
지, 요즘 같은 불황에 식당 주방아줌마두 힘들걸.
지혜 ... ...
수현 근데 말야.. 나한테 두사람 있는 데 팩스루 알려준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어?
지혜 (두눈을 질끈 감는다)
그모습 지켜보고 있는 계단께의 지환.
지환, 생각이 많은 얼굴로 지혜를 응시하고 있다.
수현 참 미스테리단 말야. (무심코 고개 돌리다가 발견하고 움찔) 오, 오..빠?
지혜 (움찔 일어나고, 지환얼굴 못본채 그저 서 있다)... ...
지환 ... ...
수현 (그저 피해서 머쓱해하며 후다닥 1층으로 내려가고)
지환 제수시, 나좀.. 봐요. (서재로 들어간다)
지혜 (어떤 예감으로) ... ...
#40. 지환 서재
지환 앉으시죠.
지혜 (소파로 가서 앉고)
지환 박정우.. 그친구.. 제수씨는 첨 보는 사람이라구 나한테 말했던 거 같은데.. 대학때부터
알구지내는 사이라구요?
지혜 ... ...
지환 사진.. 말인데요.. 난 첨에 박정우 그친구가 보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예요. 그
친구가 보낸게 아니예요. 그친군 제수씨가 목적이었으니까 나한테까지 보낼 필욘 없었
죠. 자기를 노출하면서까지.
지혜 ... ...
지환 팩스두 마찬가지구요.
지혜 ... ...
그때 지원,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멈춰서고..
지환 (발견하고)지원아 조금 있다가.. 지금 작은 엄마랑 아빠 얘기중이거든.
지원 음. 알았어 아빠.
지원, 나가는데 문을 꽉 닫고나가지 않는 바람에 방문이 조금 열린 채가 된다.
지환 제수씨가 나한테.. 집사람한테.. 그리구 내 가정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구 있어요?
지혜 ... ...
지환 우리 모두한테 제수씨.. 씻을 수 없는 상철 줬어요.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서 제수씨가 얻
으려구 한 게 뭐였어요? 지키려구 한 게 뭐였어요? 그래서 얻었.. 어요? 그래서 지켜졌어
요?
지혜 (눈물이 흐르고) ... ...
지환 그 친구가 제수씰 용서한다 해두 제수씬 스스롤 용서하지 말길 바래요. 집사람이 제수씰
용서해준다구 해두 제수씬 스스롤 용서하지 말길 바래요.
지혜 ... ...
문밖에서 영심, 들어오려고 하다가 울고 있는 지혜 때문에 놀라서 멈추어 서는데..
지환 제수씨한테 하나만 더 부탁할게요. 그친구 아픈 거.. 지금 많이 아픈 거.. 집사람은 끝까
지 몰랐으면 해요. 그친구두 그걸 바라구요.
영심 (?) ... ...
지혜 사, 살릴 수.. 있는 바, 방법이 정말.. 없을 까요? 정우.. 이, 이렇게 그냥 죽어가도록 내버
려.. 둘 수 밖에 정말 없는.. 건가요?
영심 (엄청난 충격으로 멍하게 서 있다!) ... (모든 사고가 일시정지 되고 머릿속이 하얗게 탈
색되는)
#41. 영심 부부방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영심. 텅비어버린 눈이 떠올리는..
#42. 영심의 회상 (13부 씬39)
정우의 약봉지 발견한 영심!
영심 (약봉지 들어보이며) 무슨.. 약이 이렇게나 많아요? 정우씨 어디 아파요?
정우 (얼어붙고) ... ...
영심 정우..씨?
정우 ... ... 시, 식어요. 얼른 와서 먹죠. 한다구..했는데 맛이..날려나 모르겠네. 뭐 다른 반찬
은 일절 없으니까 맛 없어두 억지루 먹어야 돼요.
영심 이 약..뭐..냐구요? 이 약..무슨..약이냐구요?
정우 아아 그거요! 그거 아버지 약인데. 어제 한꺼번에 처방을 받았거든요. 약 떨어지셨을 텐
데, 어제 갖다드린다는게 깜빡했네요 내가.
영심 근데 왜 약봉투에 정우씨 이름이 씌여있어요?
정우 그래요? 난 또 그냥 봤네. 약사가 착각을 했나봐요. 아닌가? 내가 아버지 이름을 말한다
는 게 내 이름을 말했나 어제?
영심 (뭔가 석연치 않지만 안믿을 수도 없고) ... ...
정우 뭐해요? 찌개 식어요. 빨랑 와요.
영심 네에..(약봉지 책상에 올려놓고, 상앞으로 가앉고, 아직도 의아한 시선으로 정우를 물끄
러미 바라본다)
정우 뭐요? 아우 아니예요. 아버지약 맞아요. 팔팔하게 젊은 놈이 저 많은 약을 내가 얻다 서
요? 아니예요. 네?
#43. 동 영심 부부방
무너져내리는 영심. 쉴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눈물 가득한 눈이 아프게 더올리는..
#44. 영심의 회상 (13부 씬 39)
정우 (나가는)
영심 다녀오세요.
정우 (일순 멈춰서고 천천히 뒤돌아본다)
영심 (?) 왜..요?
정우 한번만 더 말해 봐요.
영심 (?) 뭘..요?
정우 방금 한 말. 다녀..오세요.
영심 ... ...
정우 어서요?
영심 ... ... 다녀..오세요.
정우 (애틋한 미소)알았어요. 나..다녀..올게요 영심씨.
#45. 동 영심 부부방
영심, 입을 틀어막고 격하게 오열하고 있다. 그 울음이 너무 고통스럽고.. 격심한 고통으로 제가
슴을 꽉 움켜쥐고서 몸을 웅크린 채 숨죽요 흐느껴 울고 있는 영심.
영심, 어느 순간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46. 2층 거실 -계단
눈물을 쏟으며 정신없이 뛰어나가고 계단을 또 뛰어내려가는 영심.
#47. 1층 거실
영심, 정신없이 뛰어나가고..
방에서 나오던 민원장, 그런 며느리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민원장 에미야! 에미야?
그러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영심, 눈물 범벅인 얼굴로 현관을 뛰쳐나간
다.
민원장 (철렁하고) ... (예사일이 아니다!)
#48. 동 저택 대문 밖 (늦은 오후)
눈물로 뛰쳐나오는 영심.. 정우 향해 정신없이 달려 내려간다.
#49. 도로
쉴새없이 눈물 쏟으며, 눈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손을 흔들며 절박하게 택시를 잡는 영
심.
무심한 택시들이 영심 곁을 쌩쌩 지나 달려가고..
영심, 택시를 잡지못해 안타가워하며 달려나가는 택시를 쫓아 도로를 따라 뛰어간다.
#50. 고시원방
정우, 여행짐을 싸고 있다. 약봉지도 챙기고, 카메라도 확인해 케이스에 넣고..
정우, 방안을 휘- 천천히 둘러보며 자신의 방과 마지막 잘별을 한다.
정우, 미련으로 안타까움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려 방을 나서려는데..
눈물로 뛰어들어오는 영심!
정우 (놀라고) ... ...
영심 (망연하게 바라보며 그저 눈물만 쉴 새 없이 흘린다)
정우 (짐작이 되어 철렁하고) ... ... (어떻게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그저) ... ...
영심 (그저 하염없이 울기만) ... ...
정우 (안간힘으로) 돌아..가요. 돌아..가주면..좋겠어요.
영심 (눈물로 가로젓는) ... ...
정우 나 지금 나가는 길인데.. 사진 찍으러 갈건데..문을.. 잠궈야.. 되거든요. (이 앙다물고) 나
가줘요. 돌아가줘요.
영심 (그저 가로젓는) ... ...
정우 (성큼성큼 나가버린다) ... ...
영심 ... ...
정우 (문밖에서) 나와요. 어서요?
영심 ... ...
정우 (지르는) 나와요! 나와요! 나와요 제발-!
영심 ... ...
#51. 고시원 앞, 기태의 차
여행가방과 카메라 케이스 차에 싣는 정우.
눈물로 그 모습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영심.
정우 (운전석으로 가고) 파주 가서 건축물 사진들 좀 찍구 바루 여행..떠나요 나. 오랫..동안 안
돌아.. 올거예요.
영심 ... ...
정우 잘 가요 영심씨. (애써 냉정하게 차에 오르고)
정우, 안간힘으로 시동을 걸고 일부러 다급하게 빨리 차를 출발시켜서 달려나간다.
영심 ... ...
정우, 사이드 미러로 울고 있는 영심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정우, 그렇게 눈물로 달려가고.. 영심, 하염없이 또 그렇게 눈물로 서 있다.
#52. 도로, 달리는 기태의 차안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정우.
정우, 눈물을 닦으며 애써 마을을 단단히 다잡고.. 강하게 머리를 털어내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우, 굳은 의지로 정면 향한 채 전력질주해 달려나간다. 영심에게서 되도록 멀리 멀리..
#53. 헤이리 예술마을 (혹은 파주 출판단지, 해질 무렵 - 밤)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건축물들을 사진에 담고 있는 정우.
정우, 아주 열심이다. 오직 사진에만 집중하려는 듯 쉴새없이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시간경과 되어.. 밤이 되었는데도.. 정우, 찍고 또 찍고 있다.
필름이 동이 나고서야 정우, 사진 찍기를 멈춘다.
적당한 곳에 지친 기색으로 앉는 정우.
정우, 가방에서 지도책을 꺼내 펼쳐놓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막막하게 훑어내려가던 정우의 손가락이 '남해'에서 멈춘다.
정우 ('남해' 그리움으로 아픔으로 오래 응시한다)
#54. 도로, 달리는 기태 차안 (밤)
자유로를 달려내려가는 정우.
정우, 남해로 향하고 있다.
수많은 한강 다리들을 스쳐지나서 '경부고속도로' 이정표를 확인하며 계속 달려나가는 정우.
그리고 한남대교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경부고속도록' 이정표를 확인하는 정우.
그러나 정우, 한남대교로 진입하기 전에 결국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만다.
정우 (격렬하게 갈등하고) ... ... (힘들어서 핸들에 머리를 파 묻는다)
#55. 고시원 앞 (밤)
늦은 밤.. 인적이 끊긴 고시원 앞 골목에.. 망연하게 앉아있는 영심.
겨울 바람이 연신 얼굴을 때려대는데도 영심, 미동없이 꼼짝도 하지않고, 고집스럽게 앉아있다.
어느 순간..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다가오고..
영심 (천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 ... (정우다!)
정우 (아직도 가지 않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영심!) ... ... (가슴이 미어지고)
영심 (스르르 일어나고)
정우 (차에서 내린다)
영심 ... ...
정우 ... ...
영심 (글썽이는) ... ... (한순간 달려나가 정우를 확 껴안는다)
정우 ... ... (머뭇머뭇 망설이던 손이 영심을 마주 껴안는다)
영심 (정우의 품으로 절박하게 파고들며 더 꽉 껴안는다)
정우 (그런 영심을 꽉 자신의 품안에 품어준다)
영심 ... ...
정우 ... ...
두사람의 그 안타까운 포옹에서 엔딩.. -제 15부 끝.-
.12월의열대야↲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