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20
[방송대본] 겨울연가 20회
1. 전회연결 (유진의 집 앞 - 밤)
준상이 차에서 내린다. 유진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유진이 집에서 뛰어나오는 모습을 본
다. 다가서려고 하는데 상혁과 만나는 유진. 준상, 멈칫하는데...
유진 (웃으며) 무슨 일이야?
상혁 (유진을 보는 표정)
유진 (상혁을 보는데)
상혁 (망설이다가) ....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놀라는 유진 그리고 숨어서 이 말을 듣는 준상의 표정.
유진 상혁아.... !
상혁 다시 시작하고 싶어. 유진아...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2. 유진의 집 근처 (밤)
나란히 앉아있는 유진과 상혁.
상혁 너 준상이 때문에 힘들다는거 알아. 영원히 못잊을거라는것도..... 알아. 그렇지만... 너랑 준상이... 결국 안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내가 너 지켜주고 싶어.
유진 상혁아....
상혁 준상이 잊어버리라는 말 안할게. 그냥 너 힘들 때... 혼자서 견디지 말고 나한테 기대. 내가 바라는 건 그것 뿐이야. 니가 혼자서 괴로워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주고 싶어.
유진 상혁아.... 니 마음... 고맙고 미안한데... 그럴 수 없어
상혁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거 아니야.......
유진 (표정)
상혁 (간절한데)
유진 (어렵게) .......미안해 상혁아...... 지금은 준상이 생각만으로도 꽉차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애....
상혁 (짐짓 웃으며) .......내가.... 성급했구나...
유진 ......
상혁 그렇지만 내가 한 말은 정말 진심이야. .....생각해봐..... 기다릴테니까.
언제든 언제까지든 나 너 기다릴수 있으니까.
유진 (표정)
준상, 확 돌아서 가버린다.
3. 준상의 차 안 (밤)
어딘가로 차를 몰고가던 준상. 아무데서나 끼익 차를 세워버린다.
한숨이 나온다. 천정에 붙은 폴라리스를 쳐다보는 준상.
4. 상혁의 집 앞 (밤)
차를 세우는 상혁. 답답한 표정으로 잠시 한숨을 쉬다가 차에서 내린다.
5. 진우의 서재 (밤)
진우, 병원에서 준 친자확인검사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똑똑 노크소리가 나더니 상혁이 들어온다.
상혁 다녀왔습니다.
진우 (당황해서 서류를 감추며) 어.. 그래...
상혁 아버지...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진우 (본다)
(시간경과)
마주앉은 상혁과 진우.
상혁 아버지... 저... 유진이랑 다시 잘해보고 싶어요.
진우 (멈칫하는데)
상혁 어머니가 반대하실거라는거 알아요. 그렇지만.... 저 이대로 유진이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가 좀 도와주세요.
진우 (굳어서) 다시 만나는거... 유진이도... 동의한거냐?
상혁 아니요.... 유진이 아직 준상이 때문에 괴로워해요. 아마 오래걸릴거에요. 그렇지만.... 어차피 안될거라면 저라도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진우 그럼...유진이는 아직도 준상이 사랑하는 거냐?
상혁 (괴롭지만) .....네.
진우 (떨리는) ...주,준상이도...?
상혁 .....그럴거에요.
진우 그, 그렇다면.... 너랑 유진이는 안된다.
상혁 (놀라보는) ....아버지...!!
진우 유진이... 준상이한테 보내라.
상혁 아버지... 무슨 말씀하시는거에요? 걔들 안되는거 아시잖아요.
진우 (떨리는) .....오해였어...
상혁 ...네?
진우 ....오해였다구.....
상혁 ....아버지...?
진우 .....준상이.... 내..... 아들이다...
상혁 (표정)
6. 거실 (밤)
상혁이 확 뛰쳐나간다. 지영, 상혁을 보고 의아하게 상혁아!
7. 진우의 서재 (밤)
참담한 표정으로 앉은 진우. 지영이 쫓아 들어온다.
지영 여보, 상혁이 왜 저러는 거에요?
하는데 안절부절 못하던 진우, 벌떡 일어나 쫓아나간다.
의아하게 보는 지영.
8. 상혁의 집 앞 (밤)
대문을 쾅 열고 뛰쳐나오는 상혁. 진우가 상혁을 부르며 뒤따라 나오는데...
차 몰고 가버리는 상혁. 진우, 괴롭다.
9. 상혁의 집 거실 (밤)
진우, 참담한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부들부들하며 진우를 보고 있는 지영.
진우, 보면 지영이 친자확인 서류를 손에 들고 있다.
진우 여보.
짝! 진우의 따귀를 때리는 지영.
지영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푹 쓰러진다. 여보! 하며 확 달려가는 진우.
10. 상혁의 차 안 (밤)
상혁,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표정으로 달리고 있다. 빠르게 달리는 상혁의 차.
10-1 고수부지 상혁 차안 (새벽)
차안에서 밤을 샌 상혁
11. 준상의 집 앞 (밤)
상혁, 준상의 집을 향해서 가고 있는데 미희와 준상이 헤어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상혁, 얼른 담 뒤로 몸을 숨긴다.
준상의 시점-
준상 어서 가세요... 비행기 시간 늦겠어요... 어머니.
미희 준상아.... 너도 미국으로 바로 올 거지?
준상 네. 곧 들어갈 거에요.
미희 (불안한 눈빛) 그래... 근데 난 왜 이렇게 불안하니.... 꼭 들어올 거지?
준상 (웃어준다) 네에. 어머니...
미희 (울먹이며) 준상아.... 내가 너한테 너무 잘못한 게 많아...(하고 안긴다)
준상 (안아주며) ... 어머니....
준상, 미희를 토닥여 차에 태워보낸다. 준상은 혼자 남는다. 상혁은 여전히 준상을 지켜보고
있다. 준상,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집으로 걸어 올라간다. 상혁의 표정에서-
12. 유진의 집 앞 전경 (오전)
13. 유진의 집 (오전)
유진이 뭔가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벨을 누른다. 유진, 문을 열면 상혁이다.
유진 (조금 어색하게) 어, 상혁이구나...
상혁 (들어선다)
유진 이렇게 일찍 왠일이야? (이상하지만 어쨌든) 들어와...
상혁 아니. 할 말만 하고 갈게.
유진 (돌아본다)
상혁 (좀 강하게) 나, 생각해봤는데 너 혼자 유학가는 거 싫다.
유진 (표정)
상혁 나도 같이 갈거야. 회산 사표내면 되니까 상관없어.
유진 상혁아.
상혁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너랑 같이 유학가야겠어.
유진 나, 니가 그러는 거 원하지 않아. 그러지마, 상혁아.
상혁 아니. 니가 뭐라고 해도 난 너 못떠나겠어. 너도 그런 줄 알고 있어. 다음에 얘기하자.
유진 상혁아!
상혁, 나가버린다. 유진, 붙잡으려고 하다가 그냥 멈춘다. 상혁이 뭔가 이상하다.
14. 마르시안 (오후)
준상이 들어온다.
비서 이사님 손님 오셨는데요.
준상 (표정)
15. 준상의 사무실 (오후)
준상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상혁이 기다리고 있다. 얼굴빛이 변하는 준상.
두 사람 시선 부딪치는 표정들.
(시간경과)
마주 앉은 두 사람. 상혁을 보는 준상의 표정...
준상 잘.... 지냈니..?
상혁 그래.
준상 아버님.....도.... 안녕하시고?
상혁 (표정) ......그래...
준상 그렇구나.... (어색한) 그런데 여기까지... 왠일이니?
상혁 .......(싸늘) 니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준상 .....뭔데?
상혁 (준상 똑바로 보며) 유진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
준상 (멈칫!)
상혁 (계속 주시하며) 넌 이제 어차피 유진이랑 안되는 사이잖아. 안그래?
준상 ....!
상혁 니가 나 좀 도와줘. 유진이 니 말이라면 들을거야. 나랑 같이 유학가라고 말해줘.
준상 (놀라서) 유진이.... 유학가니....?
상혁 그래. 프랑스로 유학갈거야. 유진이한테 말해줄 수 있지? 나랑 같이 가라고.... 말야.
준상 (안타깝다) 상혁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상혁 (강하게) 왜 못해? 너, 설마 유진이 다시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
준상 .... 미안하다. 난 유진이 얼굴 보면서 그런 말 할 수 없어.
상혁 (노려보며) 뭐....? 그렇게 많은 사람들 힘들게 해놓고... 그렇게 상처줘놓고.... 왜 못한다는 거야? 설사 너희들이 이복이 아니라고 해도 이젠 힘들어. 너흰 안돼. 니가 나한테 준 상처가 얼마나 큰데. (자기도 모르게 버럭) 니가 우리집을 어떻게 만들어놨는데,
하다가 순간 말을 멈추는 상혁. 준상, 놀라서 상혁을 바라본다.
준상 .... 너, 알았구나.
상혁 (표정)
준상 그래서 니가 이러는 거였구나.
상혁 (눈에 눈물 고인다)
준상 (슬프게) ... 미안하다, 상혁아....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니? 내가 널 위해서 어떻게 해줄까.....? 내가 너 원하는 대로 해줄게. 어떻게 해줄까.....?
상혁, 준상을 눈물 고인 눈으로 노려보다가 후닥닥 뛰쳐나간다. 준상, 마음이 아프다.
16. 마르시안 앞 (오후)
상혁, 차에 오른다. 거칠게 시동걸고 출발하는 상혁의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17. 진우의 집 안방 (오후)
지영 링겔을 꽂고 누워 있다. 진우, 그 앞에 앉아서 지영을 바라보고 있다.
진우 미안하오...
지영 ... 그만 나가줘요.
진우 .....
지영 어서요....
지영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진우, 일어나서 나간다.
18. 진우의 집 거실 (오후)
진우가 안방을 나서면 상혁이가 들어선다. 상혁과 눈이 마주친 진우. 상혁, 그냥 올라가려고
한다.
진우 상혁아.
상혁 (멈칫)
진우 ...용서해달라는 말은 안한다.
상혁 .......
진우 너랑 니 어머니한테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죄인이겠지..... 하지만 너한테 준상이에 대해서 말한 이 애비 심정..... 너 모르겠냐?
상혁 (괜히 진우가 밉다) 모르겠어요. 그게 뭐죠? 뭔가요?
진우 상혁아....
상혁 말씀해보세요! 도대체 그게 뭔데요!
진우 준상이...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마음만 아프게 했어. 유진이 사랑하는거 아는데.... 유진이도 준상이 사랑한다는데.... 이렇게 갈라놓을 순 없잖니...
상혁 그럼 저는요? 저는 아버지 아들 아닌가요?
진우 (표정) ....잘 해줬든 못해줬든 넌 어쨌든 내가 키웠다... 하지만... 준상이는 아니야...
상혁 (노려보는) 저, 유진이랑 같이 유학갈 거에요.
진우 뭐?
상혁 유진이랑 같이 유학갈 거라구요. 유진이랑 결혼할거에요.
진우 (뜨악한 표정)
상혁 준상이 만나고 왔어요. 준상이도 우리.... 도와준다고 했어요.
진우 너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상혁 왜 못하지요? 준상이 못지 않게 저도 유진이 사랑하는데.... 왜 저는 그러지 못하는 거죠?
진우 준상이 미워하지 마라. 피해자라면 그 애가 제일 큰 피해자야.
상혁 (화가 나서 웃음이 나온다) 준상이가 피해자라면 저랑 어머니는요? 저랑 어머니는 괜히 이러는 것처럼 보이세요?
진우 ..... (참담하다) 미안하다.... 상혁아.....
상혁 (일어서며)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아버지는 편해지시겠죠... 제가 볼땐 아버지 마음의 짐을 덜려는 말처럼 들려요. 이기적이라구요!
상혁, 다시 나가버린다. 진우, 일어나서 상혁을 부르려다가 그냥 그 자리에 앉고 만다.
19. 병원 전경 (오후)
20. 진료실 (오후)
의사가 준상에게 X-ray며 진료기록들을 살피고 있다.
의사 잘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진료기록을 넘기며) 아마 그쪽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하긴 하겠지만 이쪽의 진료기록들이 도움이 될겁니다. 혹시 부족한게 있다고 하면 연락 하세요.
준상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망설이다가) 완치될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의사 (뜨끔하는 표정) ....글쎄요...
준상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몇 퍼센트 정도 되는겁니까?
의사 .....미안합니다... 완치는 어렵다고 봐야죠. 만일 수술이 성공한다해도... 후유증이 심할 겁니다...
준상 (놀란다) ... 지금도 가끔씩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그럼 이것도....
의사 (심각하게) 그건 지금 혈종이 안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장애의 시작입니다. 빨리 서두르세요. 자칫하면 시력을 잃을수도 있습니다.
준상 (표정)
의사 .......마음이 몸을 고친다고 하지 않습니까? 맘 굳게 먹고 열심히 치료받으세요...
21. 병원 앞 (오후)
준상이 자료들을 들고 병원에서 나온다. 착잡한 표정.
22. 준상의 사무실 (밤)
준상, 앞에 놓여진 유진이 준 모형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만히 보는데 뭔가 흐릿하다.
준상, 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데.... 마찬가지다.
의사(소리) 혈종이 안구를 압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장애의 시작입니다. 어서 서두르세요. 자칫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요....
준상, 갑자기 백지 종이를 편다. 모형을 보며 정신없이 도면을 그리기 시작하는 준상.
23. 시간경과 몽타쥬
- 준상이 자와 연필로 도면을 채우기 시작하고 있다.
- 준상의 이마에 맺히기 시작하는 땀방울. 준상, 머리칼을 쓸어올린다.
- 준상, 모형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도면 위에 체크한다.
- 새벽녘. 도로변의 가로등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한다.
- 이른 아침의 마르시안 외경.
24. 준상의 사무실 (오전)
도면이 공중에서 펄럭하더니 책상 위에 촥 펼쳐진다. 도면은 다 완성되었다.
준상, 땀을 닦으면서 도면을 곰곰이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김차장이 들어온다.
김차장 어? 뭐야.... 벌써 출근했어?
준상 어어.... 선배....?
김차장 (준상을 보며) 아니네? 너, 밤샜냐?
준상 (웃는다) 네에.... 그럴 일이 있어서요.
김차장 별일이네.... 갑자기 왠 (하다가 도면 보고) 아니... 밤새 이거 한 거야?
준상 네에.
김차장 이게 뭔데 밤샘까지 하냐....? 진행중인 일도 아닌데.... (혼잣말) 근데 좋긴 좋다... (준상 보며) 괜찮은데.....? 실력 녹슬지 않았어....?
준상 (미소) 어쩌면 내가 못그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김차장 그게 무슨 말이야? 니 걸 왜 니가 못그려?
준상, 대꾸 안하고 도면을 받아들고 흡족하게 들여다본다. 김차장은 이해안간다는 얼굴.
25. 준상의 차 안 (오후)
준상, 생각에 잠겨 있다. 준상, 결심한 듯 유진에게 전화를 건다.
26. 유진의 방 / 준상의 차 안 (오후)
유진, 책상 앞에 있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유진, 전화 받는다.
유진 여보세요.....
준상 ... 유진아, 나야. 준상이.
유진 (번쩍) 준상아....
준상 (조심스럽다) 내가 잘못 전화한 거니....?
유진 아, 아니.... 그런 거 아냐.
준상 할 얘기가 있어. 우리, 지금 볼 수 있을까?
유진 .... (망설인다)
준상 유진아....?
유진 어어.... 그래... 준상아. 그래, 알았어. 지금 나갈께.
유진, 전화를 끊는다. 괜히 좋으면서도 불안한 표정.
27. 유진의 집 (오후)
유진 나갈 준비하고 있는. 진숙 옆에서 눈치 보고 있는.
진숙 대체.. 나가서 뭐하려구.
유진 (좀 슬프게) 어때? 이쁘니?
진숙 .... 이쁘게 보여서 뭐 하려구.
유진 그런가... (하다가) ... 그래도 좋은 모습으로 남기고 싶잖아.
진숙 남겨서 뭐하려구!
유진 (슬픈 표정짓다가) 나, 갔다 올게.
하더니 유진은 신발을 신고 나간다. 진숙, 유진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28. 찻집 (낮)
유진이 찻집에 들어오는데 보면, 준상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준상, 고개 들어 유진을 본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시선.
유진, 천천히 걸어가 준상의 앞에 선다.
준상 (웃는) ......왔구나....
(시간경과)
유진 (가슴 아픈) ....얼굴빛이 왜 그래....? 아픈 사람처럼....
준상 (짐짓 웃으며) 바빠서 그런가? 이것저것 챙길게 많았거든..
유진 내일.... 정말 떠나는구나... (눈물 글썽해지는데)
준상 (짐짓 밝게) ....너 유학간다며? 상혁이가 그러더라.
유진 ......
준상 유진아...!
유진 (보면) 왜 그래..
준상 그냥... 봐두는거야.. 다시는 너 못볼지도 모르니까.
유진 (글썽)
준상 널 첨 봤을 때 나 놀랐었다? 저렇게 예쁜애가 있다니 정말 놀랐었어.
그리고 폴라리스에서 다시 널 봤을 때도 씩씩하게 일하는 니가 참 눈부셨 어. . 넌 그렇게 늘 좋은 모습이었는데..
근데 나는 니 좋은 모습 지켜주지 못했어. 슬프게만 만들었어.
유진 아니야 아니었어. 나 너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는데. 행복했어
준상아.
준상 ...고마워.....유진아.
유진 (보면)
준상 나 너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니?
유진 (보면)
준상 뭐든 들어줄수 있어?
유진 그래... 들어줄게 뭐든지 들어줄게
준상 너...상혁이랑 같이 유학가라.
유진 ....준상아..!
준상 상혁이라면 나 안심할수 있을거 같아... 상혁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나 안심할수 있을 거 같다... 다른 누구보다도.. 상혁이라면 널 꼭 지켜 줄거야.
유진 (표정) 싫어.
준상 유진아.
유진 그건 안돼. 싫어.
준상 들어줘 유진아.. 상혁이라면 널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거 같아서 그래
유진 (표정)
준상 ... 날 위해서야.. 날 위해서 그렇게 해줘. 날 위해서 니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주지 않을래?
유진 (보는 표정 눈물 주루룩 흘러 내린다)
29. 유진의 집 앞 (밤)
준상의 차가 들어온다. 두사람 한동안을 그렇게 앉아 있다.
준상이 먼저 내리는 차 문을 열어준다. 유진 차에서 내린다.
두사람 그렇게 마주 보고 있는데.
준상 내일 공항엔... 나오지 마... 너 두고 가는거 나 힘들거 같아.
유진 그래....
준상 그리고 너, 어디에 있든...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씩씩하게 잘 살겠다고 약속해줘.
유진 .... 그래, 그래. 준상아. 약속할게.
준상 그리고....(목이 메여 잠시) 나중에 나에 관련된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유진 그래. 약속할게....
준상 (우는 유진을 보고 한참을 가슴아파 보다가)
그리고 유진아.
유진 (눈물 젖어 보면)
준상 우리.. (심호흡) 앞으론 다시 만나지 말자.
유진 !
준상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지 말자... 이제 다시 서로 좋은 모습
으론 볼수 없을테니까... 만나지 말자.
그냥 바닷가에서 행복했던 그 기억을 끝으로 우리 다시 만나지 말고
좋은 모습만 기억하자.
유진 (표정)
준상 그래 줄수 있니?
유진 (잠시 그러다가 이윽고) 그래... 약속할께...
준상 (잠시 보다가짐짓 웃는) 그래 고마워... (그리고는) 갈게...
(나즈막하게) 안녕... (하는)
유진 (! 확 준상의 옷을 잡는다) 안녕.... (하는데)
30. 유진방 (밤)
유진 들어와서 스르륵 주저 앉는다. 눈물 흘리는데.
31. 준상의 집 외경 (낮)
32. 준상의 집 / 준상의 사무실 (오후)
짐이 다 정리된 훵한 방안. 준상은 전화를 하고 있다.
준상 아뇨. 다 선배가 알아서 정리해줘요.
김차장 그럼 내가 나중에 미국 들어가서 만나면 되겠구나.
준상 네에.... 고마워요, 선배.
김차장 ... 그래. 일단 건강부터 찾고.... 오늘 밤 비행기라구?
준상 네에. 10시요.
김차장 잘 갔다와. 난 분명히 갔다 오라고 했다....? 컴백 알지....?
준상 .... (김차장의 마음씨가 고맙다) 건강하세요, 선배.
김차장 그래....
33. 준상의 사무실 (오후)
김차장, 전화를 끊고는 허탈하고 맘이 안좋은 듯 방을 둘러본다. 이때 직원이 노크하고 고개
를 들이민다.
직원 차장님, 이사님 방 철수하는 건가요?
김차장 그래야겠지? (생각하다가) 아냐, 아냐..... 마르시안 있는 한 이대로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직원 네에... 그럼.
하면서 나간다. 김차장, 방을 둘러본다.
34. 준상의 집 (오후)
준상, 비행기 표를 보더니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집을 나오기 전 괜히 휘이 방안을 돌아보는 준상.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
준상, 이윽고 집을 나선다.
35. 방송국 복도 (오후)
준상이 서있다. 잠시후 상혁이 직원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나온다.
직원, 멀리 서있는 준상을 가르킨다. 상혁, 준상을 발견하고는 시선이 변한다.
준상도 상혁을 바라본다.
36. 방송국 옥상 (오후)
두 사람, 나란히 서서 전경을 바라보고 서있다. 둘다 말이 없는 다소 어색한 침묵.
준상 ... 이젠 하늘도 겨울이 아니구나.
상혁 (표정)
준상 난 겨울하늘이 참 좋았어. 투명한데 이상할 정도로 깊어 보이는 게 있었거든.... 근데.... 이제 이 하늘도 더 이상 못보겠다.
상혁 (놀라서 준상 본다) 무슨 소리야..?
준상 (상혁보며) 나, 지금 공항에 가는 길이야.
상혁 ! ..
준상 상혁아, 유진이 부탁한다. 너라면 유진이 맡기고 가도 안심일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상혁 준상아....
준상 나는 다시는 안돌아 올거야.. 그러니까...진심으로 부탁하는 거야. 잘 지켜줘.. 소중하게... 지켜줘..
상혁, 가만히 준상을 보는데 준상, 갑자기 상혁의 어깨를 양손으로 탁 잡는다.
그러더니 상혁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는 준상.
준상 (손을 떼며) 잘 지내라. 갈게.....
준상, 먼저 등돌리고 멀어져 간다. 상혁, 상혁의 뒷모습을 보다가.
상혁 준상아...! 준상아....! 강준상!!!
준상 (뒤돌아보면)
상혁 가지마라.
준상 !
상혁 내가 잘못했어. 나.... 니가 부럽고 미워서 유진이 떠나라고 한 거였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유진이한테 돌아가.
준상 (슬프게 웃는다) 아니...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상혁 (버럭) 왜....!!
준상 상혁아....(보다가 이윽고) 비밀 지켜 줄수 있겠니?
상혁 (보는)
준상 나, 많이 아프다.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상혁 뭐라구?
37. 방송국 창가 (밤)
상혁, 창가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38. 방송국 옥상 (오후) - 회상
두사람 마주 보고 있는.
상혁 죽을지도 모른다구? 니가... 죽을지도 모른단 얘기니?
준상 ...그래 아니라면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르고..
상혁 (망연자실한 표정)
준상 그러니까 나... 어차피 유진이한테 상처만 주게 될거야. 그냥... 이렇게 떠나는 게 좋은 거 같아.
상혁 (눈물 고인다) 준상아....
준상 나... 지금 마음 편하고 좋아. 니가 유진이 잘 지켜줄테니까.... 유진이 옆에 있을 사람.... 다른 사람 아니고 너라서 난 좋다. 그러니까 너도 나 편히 가게 도와줘. 그럴 수 있지?
상혁 (표정) 너....
준상 .... 그렇게 해줘. 응? (하는데)
상혁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꾸욱 손으로 눈두덩 누르는데 생각이 많은 얼굴. 상혁, 갑자기
휙 돌아서서 복도로 달려나간다.
39. 유진의 집 앞 (밤)
상혁, 유진의 집 앞에 차를 급정거하더니 뛰어내려서 유진의 집을 향해 들어간다.
40. 유진의 집 (밤)
유진, 시계를 보면서 차를 마시며 앉아 있는데 벨이 울린다. 유진, 문을 열면 상혁이다.
유진 상혁아.
상혁 (다급하게) 유진아, 빨리 나와.
유진 왜....?
상혁 준상이 떠난단 말야. 여기 떠난다구!
유진 알아. (알고 있다는 듯) 어제... 준상이 만났어. 그리고 약속했어
나 공항에 나가지 않는다구...
상혁 그게 아니란 말야 바보야.
유진 (보면)
상혁 유진아... 유진아 (운다) 미안해 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 속였어.
유진 상혁아...?
상혁 널 다시 뺏기는게 무서워서... 아니 준상이가 우리 아버지
아들이라는게 못견디겠어서... 나 너한테 아무말도 안했어.
유진 그게... 무슨 소리야?
상혁 준상이 우리 아버지 아들이야. 내 형이야... 너하곤 아무상관없다구.
유진 !
상혁 그리고 준상이 죽을지도 모른데...
유진 (쿠웅... 가슴 떨어지는)
상혁 준상이 많이 아프데..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른데
그래서 수술하러 미국 가는 거야..그래서 너한테 아무말 안하고 떠난
거란 말야!
두근 두근하는 심장 박동 소리.
41. 상혁의 차 안 (밤)
도로를 달리는 상혁의 차. 유진은 눈물을 참으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꼭 잡고 있다.
상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운전하고 가로등이 빠르게 불안한 느낌으로 스쳐 지나간다.
유진, 기도하듯 손을 꽉 쥐고 있다.
42. 공항 (밤)
준상, 출국 수속대로 들어간다.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는 준상.
준상, 들어가기 전에 괜히 뒤돌아서서 둘러보더니 체념한 듯 출국장 안으로 사라진다.
43. 공항 앞 (밤)
상혁의 차가 멈추자 마자 유진, 후닥닥 뛰어나와서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상혁도 마찬가지.
44. 공항 데스크 (밤)
상혁과 유진이 불안한 눈으로 데스크에 서 있고 공항 직원이 뭔가 조사하는 듯 하더니 이윽
고 고개를 든다.
직원 이민형씨라고 했죠?
상혁 네.
직원 이민형씨.... 10분 전에 출발한 뉴욕행을 타셨는데요....
상혁과 유진, 서로 멍하니 바라본다. 유진, 털썩 주저앉는다.
45. 공항 앞 주차장 (밤)
텅빈 공간에 서있는 유진. 상혁은 유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유진은 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들의 반짝이는 점광등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면서 유진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바람이 불어와서 유진의 머리칼이 얼굴을 덮는다.
상혁, 아무 말도 못하고 착잡하게 그런 유진을 바라본다.
46. 유진의 집 거실 (아침)
유진과 유진모가 아침을 먹고 있다. 유진모는 옆에서 계속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유진 (속상하게) 엄마.... 울지마. 누가 보면 내가 죽으러 가는 줄 알겠다.
유진모 난... 너, 도망가는 거 같아서 맘이 안좋다.
유진 내가 도망은 무슨!!! (명랑하게) 공부하러 가는 거잖아....
유진모 .... 이것아.... 너, 정말 괜찮은 거지? 지금이라도 힘들면 그냥 엄마랑 같이 있자.
유진 (눈시울 그렁) 아냐... 엄마. 나, 씩씩하게 잘하고 올게.
유진모 ....유진아....
유진 엄마, 걱정하지마. 나,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눈물 바람) 그리고.... 그리고.... 울지도 않을게.
유진모 (표정)
유진 엄마.... 나 믿지?
유진모 유진아.... 이것아.....
유진 엄마 때문에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 지 모르겠다...
유진모 ... 미안하다. 미안해. 어서 먹어... 어서...
유진 엄마도. 어서 먹어.
유진, 웃으면서 밥을 먹는데 목이 매여서 잘 안들어간다. 유진모도 마찬가지....
47. 유진의 방 (아침)
유진이 짐정리를 다 마치고 프랑스헹 티켓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상혁이 들어
온다.
유진 .... 상혁아. 왔어?
상혁, 다짜고짜 비행기표를 들이미는데.....유진, 들여다보면 뉴욕행이다.
상혁 가... 준상이 따라가... 지금 당장 따라가 유진아. 응?
유진 (표정)
준상 (소리) 약속해줘...
준상이 하던 말들 생각이 난다. 유진, 상혁을 보며 슬프게 웃는다.
상혁이 건넨 티켓을 받아드는 유진. 유진, 뉴욕행이라고 적힌 티켓을 계속 바라본다.
48. 거리 (오후)
유진이 공항 버스 정류장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다. 유진의 앞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 반복되는 화면들 속에서 어느덧 유진의 모습을 사라지고 없다.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
상혁(소리) 준상이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유진이도 떠났다. 뉴욕이 아니라 프랑스로..... 그리고...... 그렇게 그해 겨울도 끝났다.
암전
자막, 3년후.
49. 폴라리스 (오전)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듯, 이사짐들로 어수선하다.
정아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유진이 들어온다.
기가 막힌 듯 입을 딱 벌리고 선 정아!!
유진 여기 신입사원은 안받나요?
정아 앞에 선 유진. 빙긋 웃는다.
50. 폴라리스 일각 (오전)
유진을 노려보는 정아.
정아 이게 이게...!!!
유진 (웃으며) 무서워죽겠어. 화내려면 빨리 내!
정아 뭐? 신입사원? 연락 한 번 없다가 이제 나타나서, 뭐? 도대체 뭐야?
유진 (장난스럽게) 그래도.. 프랑스에서 학위도 따고 여기저기서 상도 타고 칭찬도 좀 받고 꽤 쓸만한 사람인데....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정아 못받아주겠다면!
유진 그럼..... 할수 없지뭐.... (하다가 애교스럽게)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
정아 너, 아주 웃겨!
유진 (픽 웃으며) 언니, 좀 봐주라!!
정아 뭘 봐줘! (하다가 피식 웃고) 정유진!! 니 입으로 말했다. 신입사원이라고! 너 이제 동업자 아냐! 막 부려먹을거야!
유진 (씩씩하게) 어쨌든 받아주는거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가워하는 정아와 유진.
51. 공항 (오후)
비행기가 도착하는 모습.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오가는 사람들의 발 클로즈업들....
타닥타닥 바쁘게 혹은 천천히 남자와 여자의 구둣발들 사이....
유난히 조심스럽게 더듬거리며 한 발 한 발을 내려놓는 구둣발 하나.
보면, 준상이다. 선글라스를 낀 달라진 모습.
잠시 멈춰선 준상, 엷은 미소를 띄운 채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가던 사람이 실수로 어깨를 부딪친다.
바닥에 툭 떨어지는 여권.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가고, 여권을 집으려 몸을 구부리는 준상.
더듬더듬 엉뚱한 곳을 더듬는데.... 누군가 여권을 집어 준상에게 준다.
준상 (해맑게 웃는) ....선배구나!
준상과 마주보고 웃는 김차장.
52. 차 안 (오후)
김차장, 운전하고 있다.
김차장 눈은.... 많이 안좋은거야?
준상 실내에선 거의 안보여요 밖에선.. 윤곽선 정도는 볼수 있고.
김차장 더 나빠질 수도 있어?
준상 (그냥 웃는다)
김차장 (표정)
준상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선배
김차장 보이니? 보였어?
준상 (웃으며) .....아뇨... 그치만 알수 있어요 대신에 아주 잘들리고 마음으로 보이니까요 괜찮아요.
김차장 (착잡한) .....아주 온거냐?
준상 ..... 며칠만 있을거에요.
준상, 창문을 조금 열고 얼굴에 바람을 맞는다.
그리운 표정.
53. 유진의 집 근처 놀이터 (오후)
한강이 보이는 전망좋은 놀이터 앞에 김차장의 차가 멈춘다.
조심스럽게 내리는 준상. 걱정스럽게 보는 김차장.
김차장 나랑 같이 가자니까....
준상 아니에요. 저 혼자 갔다올게요.
김차장 여기 누가 사는데?
준상 ....그런 사람이 있어요.
김차장 (아무래도 안되겠다) 너 정말 괜찮겠어?
준상 괜찮다니까. 아주 안보이는 건 아니니까 걱정말고 여기서 기다려줘요.
준상, 돌아서 걸어간다. 조심조심 걸어가는 준상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는 김차장.
54. 유진의 집 근처 (오후)
유진의 집 앞에 선 준상. 망설이다가 입구로 들어간다.
우편물 함 앞에 선 준상. 손으로 더듬어 만져본다. 우편물들.
그때 타닥타닥 계단을 내려오는 여자아이.
아이 (경계!) 어, 이상한 아저씨다!!! 아저씨, 뭐하시는거에요?
준상 (웃으며) 너 여기 사는거니?
아이 (열심히 살피며) 네.....
준상 (웃으며 우편물을 가리키는) 미안한데.... 여기 뭐라고 씌어있는지 좀 봐줄래?
여자아이, 준상이 가리키는대로 우편물을 꺼내 받는 사람 이름을 읽어준다.
아이 (떠듬떠듬) 서울시 동작구 상도2동 주공아파트 105동 303호 김동규 아니 김종규! ....맞나?
준상 (씁쓸한) ......그래...아주 잘 읽는구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준상.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
55. 유진의 집 근처 (오후)
준상이 더듬거리며 걸어가는데 문득 걸음을 멈춘다. 낯익은 목소리들.
유진(소리) 상혁아! 잡아! 잡아!! 지현아 안돼!
상혁(소리) 어! 지현아! 그쪽으로 가면 안돼! 위험해!!
아이의 까르륵 웃는 소리.. 그리고 유진과 상혁의 목소리.
굳은 듯 멈춰선 준상.
뒤돌아서있는 준상의 뒤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유진과 상혁의 모습.
아이를 붙잡아서 안고 오는 상혁.
유진 잘 좀 보라니까.
상혁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듣는지 모르겠다아!
유진 누굴 닮긴? 말 안듣는 아빠 닮은 거지.
아이를 안고 행복한 듯 이야기하는 유진과 상혁.
뒤돌아선 채 그 이야기들을 듣는 준상의 표정. 슬픈 듯 기쁜 듯... 묘한..
상혁 어! 얘 쉬한거 아냐?
유진 어디봐!!
상혁 으아아! 유진아 빨리 빨리!!
준상, 그 소리들을 듣다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걸어간다.
다 보이는 것처럼 열심히 걸어서.. 유진과 상혁에게서 멀어진다.
56. 다시, 집 근처 (오후)
두 손 가득 쇼핑한 물건을 든 용국과 진숙. 유진아! 상혁아!! 부르고
돌아보는 유진과 상혁. 아기를 받아드는 진숙.
진숙 우리 지현이, 이모랑 잘 놀고 있었어? 처녀총각한테 애보라고 시켜서 미안하네?
유진 미안하긴....
상혁 용국아 그새 니 딸네미가 나한테 쉬했다?
용국 이야.. 그거 보약인데.... (상혁과 장난치며 웃고)
진숙 기집애...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연락 한 번 없이 살았니? 프랑스가 그렇게 좋디?
유진 (웃는다) 그래 좋더라.
진숙 이제 완전히 돌아온거지?
유진 (끄덕)
진숙 (글썽해서) ...잘했어....
유진 (둘러보며) 여긴 하나도 안변했구나.
진숙 우리 집 위층 비었다던데 너 이쪽으로 이사올래? (그러다가) 정말! 그러면 되겠다!
유진 ....그럴까? (하는데)
채린(소리) 지현이엄마!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야!
보면, 채린이 팔짱낀 채 저 멀리 앞에 서 있다.
채린 뭐야! 일찍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나, 30분이나 기다렸어!
진숙 어머, 채린아 미아안!!
용국 야야, 빨리 들어가자!!
용국 진숙 앞장서 가고 유진 웃으며 따라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왠지 갑자기 가슴이 아픈데...
상혁 (유진 향해) 뭐하니?
유진 어? 그냥... (하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상혁 (표정) !
유진 (웃으려 노력하며) 이상하다. 왜 이러지?
자신의 눈물이 의아한 유진의 표정.
57. 놀이터 (노을)
한강에 붉게 노을이 지고....
김차장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준상이 소리없이 다가와 옆에 선다.
김차장 왔냐? ....노을 죽이지 않냐? (하다가) 아차.... 미안. 잘 안보이지?
말없이 노을을 보는 준상의 표정.
준상 .....아름답죠?
김차장 (쳐다보며 의아한) ....너..... 보이냐?
눈물이 글썽해진 준상의 눈.
준상이 보는 것은 유진과 함께 보았던 일출의 진홍색 바다.
준상 ....잘 보여요.... 아주 잘....
58. 유진의 새 집 앞 (밤)
상혁의 차가 멈춰선다. 내리는 두 사람.
상혁 여기서 사는 거야?
유진 하숙집인데 우선은 여기서 지내고... 곧 집 구해야지. 일도 시작하고.
상혁 확실히 돌아온거 맞구나...
유진 그래.
상혁 기쁘다.... (그러다가) 준상이는.... 만난 적 없지?
유진 (표정)
상혁 .....수술은 잘됐을까? 다 나았을까?
유진 ... (가만히)
상혁 .......너한테 보여줄게 하나 있어.
상혁, 차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유진에게 내민다.
유진, 봉투를 열어보는데 유진과 준상이 옛날에 찍었던 사진이 나온다. 눈물이 핑 도는 유진. 물끄러미 사진을 내려다본다.
유진 (목이 메이는) 이걸.... 어떻게 니가...
상혁 옛날에 준상이가.... 추억할 물건 같은거 남기고 싶지 않다며 없애달라고 했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유진 그랬구나....
상혁 많이 닳았지? 그동안... 나 이 사진 많이 꺼내봤다. 너희둘 모두 떠나고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사진 보면서 너희들한테 막 화도 내고 원망도 하고 그랬어.
유진 (눈물 글썽해서 본다)
상혁 (짐짓 밝게) 사진 속에 너희들은 행복해보여서 좋더라. 너희들 행복했던 기억 훔쳐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너 지울 수 있어서.... 좋았어.
유진 (표정)
상혁 .....이제 주인한테 돌려줘야지. 니가 가져가. (하는데)
유진 (사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내밀며) 지금까지처럼 니가 가지고 있어주면 안돼니?
상혁 (보면)
유진 조금만 더 맡겨둘게. 이번에는 내 기억들도 같이 보관해줘. 나중에 좀더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면 한꺼번에 찾으러올게. 그때 아무렇지 않게.... 다시 찾으러 올게.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
59. 방송국 일각 (밤)
상혁 들어오는 표정. 옷들 협찬하러 온 채린 저쪽에서 PD와 협의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상혁을 흘낏 본다. 잠시만요 하고 다가오는 채린.
채린 유진이 잘 데려다 줬어?
상혁 (끄덕)
채린 일 있어서 온 거야?
상혁 아니 그냥 잠시 들렀어.
넌? 방송국 오는 줄 알았으면 같이 움직일걸 그랬다.
채린 내가 거길 왜껴. 재회의 자리에.
상혁 재회는 무슨.... (웃는데) 너 언제 끝나니?
채린 왜 술 한잔 하고 싶어서?
상혁 (표정) 할래?
채린 아니 나 바빠! (돌아선다)
상혁 알았어 그럼.. 수고해. (돌아서면)
채린 살짝 돌아본다. 돌아보다가 화가 나는 듯 확 돌아서서 허리에 손 얹고.
채린 김상혁!
상혁 (돌아 보면)
채린 너 어떻게 한번에 물러나니? 내가 언제 한번에 오케이 하는거
봤어?!
상혁 몇시에 끝나?
채린 한 한시간쯤? (그러다가 확 상혁의 팔짱을 끼는) 에라 모르겠다.
기분이다 지금 가자.
상혁 (피식 그러다가 웃는)
두 사람의 밝은 표정으로 걸어 오는데.
60. 마르시안 (밤)
소파에 앉은 준상과 김차장.... 준상 앞에 숲 속의 전원 주택 사진이 놓여있다.
김차장 너 아는 사람이 보면, 다 니가 만든 줄 금방 알거다. 이민형의 결정판이더구만.
준상 (픽 웃으며) 그거.... 내가 설계한 거 아닌데...
김차장 그럼 누구야? 딱 니 스타일이던데?
준상 ....그런 사람이 있어요.
김차장 그래? 거참 신기하네. 어쨌든 다 완성된 지는 꽤 됐어. 니가 와서 확인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때, 가볼래? 보고 싶지 않아?
준상 (농담조로) 가면 확실히 볼 수 있는거에요?
김차장 (무슨 말이지 하다가) .....엉?
준상 (눈 가리키며 웃는다) 어차피 못 보잖아요.
김차장 어이구... 내 정신 좀 봐라... 미안하다.....
준상 (웃으며) 아니에요...
김차장 (한숨이 난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사냐.... 보고 싶은 것도 못보고....
준상 (담담하게) 괜찮아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가장 보고 싶은 것들은 다 알아볼 수 있어요.
김차장 (보면)
준상 (웃으며) 그리운 것들엔 향기가 있거든요.
61. 마르시안 앞 (밤)
차 앞에 선 김차장과 준상.
김차장 내일 떠날 거지?
준상 (끄덕)
김차장 또 언제 보는거냐...?
준상 (웃는데)
준상의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거리는 김차장.
김차장 내일 아침에 배웅나갈게.
준상 그래요.... (차에 타려고 하는데)
김차장 아참, 저기....
준상 (보면)
김차장 (주저하다가) 정유진씨가.... 돌아왔다네? 유학갔다와서... 다시 일 시작하기로 했나봐. .....어떻게.... 한 번 만나볼래?
준상 (잠시 생각하다가) ....아니에요.
김차장 그래도..... 궁금...하지 않아?
준상 (씁쓸한 미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에요. (웃는다)
김차장 (표정)
62. 자동차 안 (밤)
차를 타고 가는 준상의 씁쓸한 표정.
준상의 손에 아까의 사진이 쥐어져 있다.
앞만 보며 멍하게 앉은 준상의 손가락이 사진 속의 집을 더듬어간다.
보고 싶은 느낌으로...
63. 폴라리스 (오후)
잡지속의 집으로 연결 잡지가 툭 유진의 챙상에 던져진다.
유진 ? 보면 정아가 보고 있다.
유진 잡지 보면 !
정아 맞지?
옛날에 니가 딱 한 번 직접 설계했다고 한 그 '불가능한 집'! 그거 아냐?
유진 (사진 보며)
정아 야 이렇게 똑같은걸 보면 우연이 일치는 아닌거 같구 누가 니 아이디어
훔친거 아니니? 너 누구누구한테 보여줬어?
유진 .....언니.. 이집 어디 있는지 알수 있을까?
정아 (표정)
집 사진에서
울창한 숲 속의 실제 집의 전경으로 연결
64. 불가능한 집 (오후)
집의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있는 준상.
앞에 작은 퍼즐판을 놓고 맞추고 있다. 퍼즐을 맞추다가 하나를 떨어뜨린다.
더듬더듬 찾아보는데... 가까이에 있는데도 못 찾는다.
찾다 말고... 멍하게 창 밖을 바라보는 준상. 고즈넉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준상의 표정 위로 유난히 잘 들리는 소리들...
새소리, 바람소리...... 눈을 감는다.
63. 불가능한 집 (오전)
준상이 짐을 챙기고 있다.
기사(소리) 짐 실을까요?
준상 네... 그래주세요.
기사가 들어와 가방을 챙겨들고 나간다.
준상, 간단한 소지품들을 자기 가방에 챙기는데 깜빡 잊고 퍼즐판을 챙기지 않는다.
준상도 나가고 뒤에 남겨진 퍼즐판. 어제 잃어버렸던 한조각을 제외하고 다 맞춰져있다.
64. 집으로 들어가는 길 (오전)
준상을 태운 차가 빠져나온다. 준상, 뒷좌석에 앉아있는데
그 차 옆으로 지나가는 유진을 태운 택시.
두사람을 태운 차가 스쳐지나가는데....
둘 다 느낌으로 돌아본다.
65. 집 앞 (오후)
차에서 내리는 유진. 누군가 나와 인사한다.
유진 전화드렸던 폴라리스의 정유진인데요...
관리인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6. 숲길 (오후)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유진과 관리인.
관리인 사실 저희 수목원 입장에서는 집 같은거 잘못 지으면 괜히 경관이나 망칠까봐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시공하시는 분이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요. 자연을 훼손하는게 아니라 집이 자연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할 말이 없잖아요.
유진 .....저 혹시 어떤 분이 지으신건지 아시나요?
관리인 꽤 유명한 분인데... 이름을 잊어버렸네요... 근데 그분, 거의 앞을 못보는 분이세요. 특이하죠? 그런 분이 이런 집을 짓는다는게....
유진 (확 눈물 고이는 표정)
관리인 (자랑스럽게) 어쨌든 아마 이런 집은 대한민국에 이거 딱 하나 밖에 없을 겁니다.
유진 (보면)
관리인 집 자체도 좋지만... 이렇게 울창한 원시림은 여기 밖에 없으니까요.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유진 (표정)
관리인 다 왔습니다. (집을 가리키며) 저 집이에요.
나무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집....
유진, 걸음을 멈추고 집을 바라본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창문이 열려 있고....
67. 집 (오후)
천천히 집안에 들어가 둘러보는 유진.
정갈하게 꾸며진 실내를 둘러본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 있었던 것처럼... 놓여있는 물건들...
커피잔.... 뭐 그런 사람의 흔적들.... 사이에....
유진 여기... 누가 사시나보죠?
관리인 제가 휴가 갔다와서 잘 모르겠는데.. 그치만
아마 직원들일거예요. 아무한테나 빌려주는건 아니니까
유진 (표정)
관리인 그럼 둘러보세요.
하고 관리인은 나간다.
유진, 집안을 둘러보는데 문득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주워드는 유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미소지으며 주머니에 넣는다.
68. 집 안 (오후)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유진.
왠지 모를 느낌들...
아쉬운 느낌으로 돌아보는데...
햇볕 들어오는 창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작은 퍼즐판을 본다.
한 조각만 빼고 맞춰진 퍼즐판을 보고 표정이 흐려진다.
퍼즐판을 만져본다.
주머니에서 아까 주운 퍼즐 조각을 꺼낸다.
한조각 남은 퍼즐판을 맞추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남자(소리) (혼잣말) 이상하네... 왜 문이 열려있지? (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관리인아저씨세요? 저, 두고 간게 있어서 왔거든요?
유진, 고개를 돌려보는데... 눈이 점점 커진다.
멍하게 바라보는데.... 준상이다. 유진과 분명히 눈 마주쳤는데...
유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더듬더듬 걸어서 퍼즐쪽으로 다가온다.
유진, 자신이 있는 것도 모르고 더듬거리는 준상의 모습에 눈물만 떨구는데
준상 퍼즐로 가서 집어드는데 손으로 더듬다가 문득 퍼즐이 다 맞춰진 것을 느낀다.
흠칫 멈춰서는 준상.... 천천히 다시 유진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준상 ......누구.....시죠?
유진 !!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두 사람....
멍하게 선 준상의 표정이 점점 바뀌어간다.
준상 ......유진이니...?
유진 (속삭이듯) 준상이니...?
준상 눈물 흐르고 유진도 눈물 흘리면서.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겨울연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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