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7
(상운) 어깨의 상처요?
네 언니의 시신을 확인했을 때 그 상처가 있었어
(활) 혼을 나누어 쌍둥이로 태어난 [쓸쓸한 음악]
네 어깨에도 분명히 그 상처가 있을 거야
(상운) 당신 말대로
우리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어깨에 흉터가 있었어요
근데요, 난
흉터 같은 거 없이 태어났어요
그럼 나는
불가살이 아니잖아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활) 너 진짜 정체가 뭐야?
(상운) 나도 알고 싶어요
당신이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내가 맞긴 해요?
(활) 알아보면 되지
확인하러 가
지금 당장
[새가 지저귄다]
[혜석의 힘주는 신음]
[혜석의 한숨]
[도윤의 옅은 탄성] (혜석) 아휴, 자
야! 그것만 가져가면 어떡해…
[웃으며] 아휴, 저놈의 자식
(혜석) 아이고, 아이고, 아, 아휴
(도윤) 이모, 근데 우리 너무 많이 산 거 같지 않아요? [혜석의 가쁜 숨소리]
아, 형한테 혼날 거 같은데
우리 택배까지 시켰잖아요, 택배
아이, 살림살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 어떡하냐?
(혜석) 밥솥은 왜 끌어안고 있어?
가서 사람들 좀 불러와 짐이 너무 많아
네
오케이, 오늘부터 밥 먹는다, 밥
(혜석) [헛웃음 치며] 왜 저래? 밥도 못 얻어먹은 애처럼
[흥미로운 음악]
에이,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감탄하며] 완전 완전 내 스타일이야
어울려, 어울려, 어울려
- (도윤) 이모 - (혜석) [놀라며] 엄마, 어, 어…
왜?
집에 아무도 없는데요?
(도윤) 형도 상운 누나도 없어요 어디 갔지?
(혜석) 뭐?
[휴대전화 벨 소리]
(시호) [휴대전화를 탁 닫으며] 아,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네, 씁…
(의사) 두통과 이명도 없다고 했고
그리고 구토나 메스꺼움도 없고
네, 없었어요
(의사) 음… 괜찮은 것 같아요
[의사의 웃음]
아, 근데 큰조카라고?
(시호) 아, 그게…
(호열) 어, 우리 큰누나 딸이야
(의사) 응
아, 근데 너 결혼 안 하냐?
했으면 이만한 딸이 있겠다
그, 저, 선 자리 한번 알아봐 줘? 아는 누나 있는데
뭐래? 이 돌팔이가 [의사의 웃음]
(호열) 아이, 그래서 뇌진탕이야, 아니야?
(의사)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뭐, 엑스레이라도 한번 찍어 볼래?
어, 엑스레이 찍어 줘
(시호) 아…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의사) 네
임신해도 엑스레이 찍을 수 있어요?
(의사) 응? 임신이요? [차분한 음악]
(호열) 저기
애 아빠는 누구? 남자 친구?
전 남친인데요
(호열) '전'? 헤어졌어?
그놈은 시호 씨가 임신한 거 알고?
네
책임 못 지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어요
아니, 애를 여자만 책임지는 게 말이 돼?
그, 양아치 아니야?
그러게 애초에 좀 좋은 남자를 만났어야지
(시호) 아, 저도 뭐, 뭐 그런 새끼인 줄 알고 만났겠어요?
아, 처음엔 잘해 주니까 만나죠
그리고 잘생겼고
- 제가 좀 얼빠라서 - (호열) '얼빠'…
(호열) 남자 얼굴 뜯어 먹고 살 것도 아닌데 무슨, 쯧
(시호) 근데 왜 자꾸 저한테 뭐라고 하세요?
아, 저도 힘들다고요!
아, 그리고 앞으로 애야 잘 키우면 되죠
(호열) 아니 미혼모가 얼마나 힘든…
[따뜻한 음악]
아, 아니
[한숨]
딸뻘 되니까
딸 가진 부모 심정으로다가
딸 가진 부모 심정을 어떻게 아세요?
결혼도 안 하셨다면서
어, 그렇지
내 결혼도 안 하긴 했지
(시호) 저기
감사해요, 형사님
병원에도 데려다주시고
저희 언니도 도와주시고
아니야
나도 15년 전 사건에 책임이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불가살에 관심이 좀 있고
개인적으로 왜요?
(호열) 그런 게 있어
시호 씨는 불가살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나?
(시호) 아 언니한테 이름을 들었어요
옥을태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옥을태'?
옥을…
태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언니, 나 지금 집에 가고 있어
(시호) 어? 어디라고?
그냥 어딜 좀 왔어
(상운) 응, 같이 왔어
아, 걱정하지 마
집에 가서 봐
(활) 뭐래, 병원에서?
괜찮대요
(활) 다행이네
(상운) 네?
지금 제 동생 걱정해 주는 거예요?
(상운) 아… 아니, 그러고 보니까
지난번에 시호 납치됐을 때도 그렇고
[활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왜…
참…
[상운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새가 지저귄다]
여기는 왜 왔어요?
(상운) 아무것도 없는데요?
(활) 원래 집이 있던 자리야
두 가족이 살았고
근데 한밤중에 불이 나서 다 타 버렸어
50년 전에
아, 그러니까 50년 전 사건이 있었던 곳엔 왜 왔냐고요
이 집 큰딸이 바로 너였어
[의미심장한 음악] (상운) 네?
네 전생 얘기야
제 전생이요?
(활) 이름은 김화연
지금 네 나이대와 비슷해
[사각거리는 소리]
"불가살"
[사각거리는 소리]
(활)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김화연은 늘 집에만 있었다고 했어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뭔가를 굉장히 두려워했다고
[잘그랑거리는 소리]
(활) 부모는 그런 큰딸이 걱정돼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해
굿이든 약이든
(화연 부) 약 먹자
(화연 모) 제발 먹자, 응?
(화연 부) 화연아…
[화연 모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 (화연 모) 화연… - (화연 부) 화연아, 화연아!
- (화연 모) 화연아, 화연아 - (화연 부) 화연아
(화연 부) 아유, 대체 왜 그래!
[화연 가족들이 울먹인다]
[화연 모의 놀란 숨소리] (화연 동생) 아버지! 그만…
(활) 동네 사람들은 그냥 미친 여자로 생각했지 [화연의 떨리는 숨소리]
(화연 동생) 아버지, 그만
그만해요, 제발
[화연 부의 한숨]
(활) 유일하게 여동생만 그런 김화연을 이해하고 챙겼어
(화연 동생) 언니, 괜찮아?
[화연 동생이 흐느낀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화연 동생) [놀라며] 언니…
[주민1이 화연 동생을 말린다] (활)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 큰불이 났어
마을 사람들은
[화연 동생이 애원한다] 미친 큰딸이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 거라고 했어
(화연 동생) 살려 줘요!
[화연 동생이 오열한다]
[펑] [사람들의 비명]
(활) 그 불로 부모가 죽었고
들어 살던 다른 가족까지 다 죽었어
[화연 동생이 오열한다]
그날 공장에서 야근을 하던
여동생만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그 여동생 이름이 김고분이야
(고분) 왜… 왜 그랬어, 언니!
언니 그렇게 도망치면 안 되는 거였어!
언니 간 다음에 그게 왔어
집이 다 불탔어
[흐느끼며] 엄마, 아버지가
그 집에서 못 나왔어
[고분이 흐느낀다]
(상운)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전생에 부모님을 죽였다고요?
목격자가 있었어
(활) 주민 중 한 명이
김화연이 집에 불을 지르고 산으로 도망치는 걸 봤다고
경찰에 증언을 했어
그래서 김화연은요?
어떻게 됐는데요?
[까마귀 울음]
(활) 여기야
옥을태한테 쫓기다가 죽었어
[쓸쓸한 음악]
당시 김화연의 물건들이 근처에서 발견됐어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어
옥을태가 가지고 갔겠지
산으로 도망쳤지만 옥을태에게 살해당했다고요?
(상운) 여기에서요?
뭔가 떠오르는 거 없어?
[까마귀 울음]
[까마귀 울음이 요란하다]
[음산한 효과음]
아니요
네가 일곱 번째로 죽었던 곳이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상운) 그보다 김화연이 진짜 불을 낸 게 맞아요?
도대체 왜요?
(활) 옥을태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지
죽은 것처럼 위장하려고
(상운) 혼자 살기 위해서
가족들을 희생시킨 거라고요?
진짜 악귀가 아니고서야…
(활) 네가 원래 사람이 아닌 것을 자꾸 잊나 본데
옥을태를 보고도 몰라?
사람 목숨 따위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었어
(상운) 김화연이 내 전생이 맞긴 맞아요?
어깨에 흉터도 없는 내가
불가살 환생이 맞긴 맞냐고요
맞아
(활) 네가 무슨 꿍꿍이로 그 흉터도
기억도 없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사람을 죽이는 불가살이었어
[아파하는 신음]
[상운의 한숨]
[상운의 한숨]
그냥 가요, 눈치 보인단 말이에요
(활) 해가 곧 져 너는 더 느려질 거고
(상운) 아니, 그래서 내가 다리 낫고 가자 그랬는데
그쪽이 내 말 무시했잖아요
[상운의 한숨]
왜요?
설마 업어 주려고요?
번거롭게 왜?
[의미심장한 음악] (상운) [힘겨운 목소리로] 저기요
저기요!
와, 진짜, 저…
저기요, 잠깐만요 이제 내려 줘도 될 거 같은데요?
저기요! 저기요! 와…
[상운의 거친 숨소리]
와, 진짜 너무하네
내가 짐짝도 아니고
여자치고는 무거워
[어이없는 숨소리]
(상운) 키가 있잖아요, 키가!
이거 다 뼈 무게예요
(활) 오늘 밤에 묵을 곳을 찾아야 돼
우리 집에 가는 거 아니었어요?
(활) 조금이라도 기억을 떠올리기 전엔 못 가
(상운) 아니,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전생을 떠올려요?
평범한 사람 아니니까
네 언니도 전생을 떠올렸잖아
그거는…
[자동차 시동음]
[활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상운의 힘주는 숨소리]
(상운) [안전띠를 달칵 채우며] 맞다
근데 50년 전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잘 아는 거예요?
[무거운 음악]
김화연 집에 불이 나던 날
너를 찾아갔었으니까
근데 한발 늦었어
(활) 옥을태가 먼저 찾아내 널 죽인 후였거든
(상운) 옥을태는
전생에도 지금도 날 잘도 찾아내네요
난 그놈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름 석 자 빼고는
[상운의 한숨]
(구 사장) 옥을태?
옥을태가 뭐 하는 놈인데?
(호열) 아, 그걸 알아봐 달라고요, 뭐 하는 놈인지
(구 사장) 개뿔 이름 하나 달랑 주고
나보고 어쩌라고?
아이, 요즘 일도 없어서 힘든데
아유!
내 VIP 손님은 연락도 없고!
아…
무섭긴 했지만 진짜 통은 컸는데
(호열) 아, 그, 저, 그
여자 찾아 달라던 놈이요?
그, 여자 찾았나 보죠, 뭐
(구 사장) 응? 그런가?
아이씨…
쩝, 옥을태 찾으면 얼마 줄 건데?
아이, 개인적으로 찾는 거라 얼마 못 줘요
[구 사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구 사장) 개인적으로 왜?
(호열) 15년 전에 맡았던 사건 범인이거든요, 그놈이
(구 사장) 범인?
옛날에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
현역 없어?
[한숨]
있긴 있죠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자식이
(호열) 아휴, 뜨겁다
아휴, 조심해, 함 팀장
당 들어가 있는 거 안 먹는데
(함 형사) 왜요? 왜 또 왔어요?
아이,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호열) 저, 혹시
옥을태라고 들어 본 적 있어?
처음 듣는데?
(함 형사) 옥을태가 누군데요?
15년 전 사건 말이야
(호열) 갑자기 위에서 올 스톱 시켰잖아
[함 형사의 한숨] 옥을태란 놈이 그 뒤에 있는 거 같아서
갑자기 뭔 소리예요?
(호열) 그때 자기가 범인이라고 가짜로 자수한 놈 있었잖아
그리고 위에서 마무리 지으라고 했고
그, 짜고 친 고스톱이었잖아
(함 형사) 그건
담당 형사의 무리한 수사로
용의자가 자살했으니까요
아이, 나, 자, 야, 자요
가세요
300원짜리 커피 얻어먹으면서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으니까
(호열) 아이, 아이, 그럼
이번 사건은 누가 막은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수영장 물에 빠져 죽은 연쇄 살인범
그놈 자살 아니잖아
사건 마무리 지시한 선이 어디야?
(함 형사) 갑자기 얘기가 왜 또 글로 튀어요?
두 사건 모두 옥을태랑 관련이 있으니까
(호열) 그놈이 뒤에 있다니까
(함 형사) 예?
아이, 저 사람 낯이 익은데?
(함 형사) 시장이잖아요
(호열) 15년 전 민상연 사건 때 담당 검사였잖아
(함 형사) 예
근데 왜요?
(호열) 여긴 왜 왔어?
시장이라는 사람이 경찰서엔
혹시
수영장 살인범 사건 때
저 시장 경찰서에 자주 왔었냐?
뭐, 다 보진 못했지만 오긴 왔었죠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함 형사) 아이, 저기, 선배
왜?
아, 저기, 시장 쪽은 캐지 마요
(함 형사) 나도 들은 게 있는데 그쪽은 진짜 위험해요
내 말 들어요
[어두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여기는 뭐 하는 데지?
아니, 아니, 왜 매번 이걸…
(시장) 애들 장난도 아니고
(비서) 헷갈리신대요
오랫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쪽으로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시장의 헛웃음]
(시장) 다 불렀어?
아유, 씨 나한테는 아무 언질도 없더니, 씨
(국회 의원) 부르시면 우린 달려와야죠
(한율기업 회장) 그럼 [국회 의원의 웃음]
(시장) 야, 라인 타려고 벌써 꼬리 치냐?
초선인 주제에… [국회 의원의 코웃음]
뭐처럼 달려오셔 놓고선 왜 그러세요?
(시장) 이 새끼가 이 어린놈의 새끼가 뒈지려고…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을태) 왜들 싸우고들 지랄들이세요?
날도 좋은데
앉아요
[사람들의 헛기침]
사이좋게 지내야 그게 착한 사람이에요, 알겠죠?
[사람들의 한숨]
어, 보고해 봐요, 일단은
(호열) 등기 열람했어요?
(구 사장) 어, 씁…
아, 그 집 명의가
누구로 돼 있냐면은…
어? '옥을태'?
(구 사장) 이거 권 형사가 찾던 놈이네?
[감탄하며] 올…
어떻게 찾았대, 응?
여기가 옥을태 집이라고?
(시장) 그, 터미널 이전 건은
거주자들 때문에 좀 더뎌지고 있습니다
보상을 했는데도 이게 안 나가고 버티고 있어서
밀어 버리세요
아, 저기, 거주자도 문제지만
환경 단체가 들고 일어나서요
기재부 예타 면제에도 영향을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뭐, 알아서 밀어 버리세요
(국회 의원) 아, 예, 알겠습니다
(을태) 다들 이제 할 말 없죠? 끝
(시장) 아, 예, 저, 저, 근데
아, 왜 중앙에는 안 가시고
여기 상용시에만 머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으며] 지방에 계시기엔 너무 아쉽습니다
[웃음]
[긴장되는 음악]
(을태) 아주 옛날에는
중앙에서도 많이 설쳤었어요
근데 이게 너무 피곤한 거야
막 주변에서 들러붙고 막
아유, 달려드는 것들이 하도 많으니까 뭐, 이제…
여기가 편해요, 그래서
여기는 완전한 내 구역인 거니까
[시장의 어색한 웃음]
여기서는 내가 모르는 게 아예 없어요
저기, 누구야
저기, 저기, 따님, 따님
따님은 요즘도 약을 하고 있나?
(시장) 네? 아…
약, 약이라니요?
이, 그, 그런 적이 없는데…
(을태) 뭐야, 왜 저렇게 말해?
[웃으며]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시장님
내가 여기 상용시에서 모르는 게 아예 없는데
왜 그렇게 얘기를 해요
[한숨]
어디에나 눈과 귀를 심어 둘 수가 있어요
인간이란 것들은
정말 조금만 내버려 둬도
기어오르고 뒤통수치려고 하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무거운 음악]
어, 무슨 일이야?
단활이 같이 갔다고?
뭐야? 사이가 좋네
곧 여자 죽여 가지고 혼 빼낼 것처럼 굴더니 왜…
어, 어, 알겠어, 둘이 어디 갔는지 알아보고 알려 줘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나도 꼭 알아야겠으니까
알았어, 고마워 [웃음]
[고조되는 음악]
방 진짜 하나만 잡을 거예요?
(활) 혼자선 위험해
지금도 옥을태가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라
왜? 코라도 골아?
아, 코는 안 고는데
그냥 잠버릇이 안 좋아서요
그쪽이 불편할까 봐 그러죠 나도 상관없어요
[헛기침]
[상운이 베개를 툭 놓는다]
자, 붕대나 갈아
[바닷소리가 들린다]
(상운) [작은 목소리로] 저기요 안 추워요?
괜찮냐고요
자요?
[한숨]
[차분한 음악]
[바닷소리]
[무거운 음악]
[펑]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음산한 효과음]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엄마…
[어두운 음악]
다행이야
(상운) 엄마, 아버지…
도망쳐
네가 고통스럽다니 다행이야
(활) 네가 저지른 그 악행으로
네가
괴로웠으면 좋겠어 [상운이 흐느낀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힘겨운 숨소리]
[배 엔진음]
[갈매기 울음]
(상운) 읏차
[상운의 힘주는 신음]
아유, 죽겠다
[상운의 하품]
아, 왜요? 뭘 그렇게 빤히 봐요
밤낮이 너무 달라서
(상운) 뭐가 다른데요?
[놀라는 숨소리]
혹시 나 잠꼬대 심하게 했어요?
(식당 주인) 아유
커플끼리 놀러 왔나 봐요?
[식당 주인의 웃음]
저희 커플 아닌데요
[상운의 하품] [식당 주인의 웃음]
(식당 주인) 아유, 좋을 때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식당 주인의 웃음]
아, 남자 친구는 뭐 안 시켜도 돼요?
괜찮아요
(식당 주인) 암 지금은 얼굴만 봐도 배부르지
[식당 주인의 웃음]
아휴, 참
(상운) 되게 이상한 오해를 하시네
아니, 왜 암말도 안 해요?
상관없잖아 [상운이 호로록거린다]
(활) 빨리 먹어, 갈 데가 있어
(상운) 어? 어디 가게요?
(활) 김화연이 살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러 갈 거야
50년 전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
이야기하다 보면 뭔가 기억날 수도 있을 테니까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먼저 나가 있을게
(활) 빨리 먹고 나와
[한숨]
체할 거 같네
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아, 진짜!
[숟가락을 탁 놓으며] 이 언니가 진짜
(시호) 갑자기 외박하면 어떡해? [휴대전화 조작음]
아, 진짜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상운 누나예요? 어디래요?
(시호) 아, 몰라 자세히 가르쳐 주지도 않아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고
(혜석) 아, 뭐야? 아직도 먹고 있어
쌍으로 거북이를 삶아 먹었냐?
택배 오기 전에 후딱후딱 먹어 일해야지
(시호) 예?
무슨 일이요?
[의미심장한 음악]
(도윤) 이건 좀…
(시호) 자, 내가 거실 청소할게
[흥미로운 음악] 여길 부탁한다, 브라더
(도윤) 응? 아, 노, 노, 노, 노, 노, 노, 노
[도윤이 입소리를 쩝 낸다]
누나가 화장실을 맡아 줘요 시스터
(시호) 야, 여긴 좀 심하잖아
사실 나 납치당한 지 얼마 안 돼서 머리도 좀 아프고
속도 좀 안 좋거든, 응?
뻥치지 마요
병원에서 괜찮다 그랬다면서요?
(도윤) 나 어제 짐을 옮기느라
못 봤죠? 어마어마한데
손목이 아직도, 봐 봐요, 너덜너덜
[한숨 쉬며] 부려 먹기 불쌍하지도 않아요?
(시호) 전혀
얼마 전에 납치당하고
집도 없이 쫓기는 내가 더 불쌍하지
[이를 악물고] 그러니까 네가 하라고
저도 집 없거든요?
(도윤) 저 보육원에서 자라 가지고 가족도 아무도 없어요
야, 나도 부모님 안 계셔
(시호) 어릴 때 사고로 잃었다고 우리 언니뿐이야
둘이잖아요! 난 하나라니까?
아휴, 답답해
누나 수학 못하죠?
야, 그게 수학이냐?
(혜석) 시끄러워, 이것들아!
하라는 청소는 안 하고 이바구나 떨고 있어!
(도윤) 아니, 이모 누나가 자꾸 막
제 불쌍한 과거를 막 막 들쑤시잖아요, 막
(도윤과 시호) - 아유, 못 참겠어, 진짜, 아휴 - 아니, 얘…
(혜석) '불쌍한 과거', 아유
파란만장한 인생이 어디 한둘이냐?
어떤 사람은 말이다
어려서 양친을 사고로 잃고
보육원에서 힘들게 살다가
시답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임신한 사이에 그냥
그놈이 언 년이랑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가 버리고
그냥 혼자서 애를 낳아 보겠다고 그러다 결국 유산하고
죽으려고 별짓을 다 해 봤지만
질긴 목숨이라 살고 있단다
그렇게 불쌍한 사람도 있어요?
누구예요?
나야, 나
(혜석) 그래서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할 거야? [도윤의 당황한 웃음]
해야죠, 예
- (시호) 얘랑 제가 - (도윤) [웃으며] 예
그래
[흑흑거리는 소리]
[차분한 음악]
(시호) 이모님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웃음]
(혜석) 괜찮아, 다 했어
(시호) 아, 아니에요, 같이 해요
[혜석의 웃음]
[혜석의 힘주는 신음]
근데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활이란 남자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요?
[웃으며] 그거?
내가 어릴 때 사고로 부모님 잃고 고아 됐다 그랬잖아
(혜석) 그때 활이 날 구해 줬어
보육원에 있을 때 후원도 해 주고
사고에서 구해 줘요?
어떻게요?
기억이 안 나
사고 때문에 기억을 잃었어
[의미심장한 음악]
기억을 잃어요?
(혜석) 어, 여섯 살 때 사고가 났다는데
그 전 기억이 없어
(시호) 그럼 이모님 기억은
다 그 활이란 남자가 해 준 얘기겠네요?
그렇지 [시호가 의아해한다]
되게 궁금하지 않아요?
뭐가?
(시호) 진짜 사고가 난 거 맞을까요?
아니, 막 그 남자가 거짓말한 건 아니고요?
에이, 무슨 소리야, 활이 왜?
아, 모르겠어요
(시호) 아이, 그냥
불가살이 사람을 도와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혜석의 웃음]
[혜석의 힘주는 신음]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한번 확인해 봐 드릴까요?
뭘 확인해?
이모님 과거요
(혜석) 어, 그래 그거 활이 얘기해 줬어
사람 과거를 볼 수 있댔나?
아, 맞다
(시호) 아, 그때 모텔에서 처음 봤을 때도 그랬죠?
나 잘 안다고
그 남자가 그걸 어떻게 알죠?
(혜석) 어, 아…
아, 그야 난 잘 모르지
아무튼 오늘은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하자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휴 [무거운 음악]
[혜석의 가쁜 숨소리]
아… 어릴 때부터 있던 흉터야
사고 때 생겼나 봐
[혜석이 살짝 웃는다]
화상 자국 같은데
(시호) 그럼 그 사고라는 게
불이 난 거였어요?
쯧, 뭐, 난 잘 모르지
(혜석) 줘, 응
(주민2) 불?
(상운) 네, 50년 전
김화연 씨 집에서 난 화재 사건이요
그걸 왜 물어봐?
(주민2) 소문 듣고 온 거야?
아, 방송국에서 왔어? 귀신 붙었다고 사방팔방 알리려고?
귀신이라니요?
더는 묻지 말어
그 일 캐묻고 다니다가
동네 사람들한테 돌팔매질당할 테니까
저, 할머니, 부탁 좀 드릴게요
(상운) 얘기 좀 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
(주민2) 아유, 나는 몰라
저, 혹시
(상운) 김화연 씨 동생 되시는 김고분이라고 아세요?
김고분 씨가 제 할머니예요
김화연 씨랑 제가 [의미심장한 음악]
가족인 것 같아요
[놀란 숨소리]
뭐?
(주민2) 그게…
이 마을에선 옛날부터 불이 자주 나
우리 동네의 용한 무당 말이
마을에 김화연 귀신이 붙어서 그렇대
굿을 하면은
몇 년은 조용히 넘어가곤 하는데
[울먹이며] 얼마 전에 또 불이 나서 말이야
혼자 살던 울산댁이
[주민2가 울먹인다]
아휴…
(상운) 어떻게 된 걸까요?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른 걸까요?
[상운의 한숨]
김화연은 50년 전에 죽었는데
(활) 그 이후로도 몇 년째 계속 불이 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설마…
갑산괴?
[거친 숨소리가 계속된다]
[거친 숨소리가 울린다]
[쿵] [갑산괴가 놀란다]
[갑산괴의 괴로운 신음] [북이 쿵쿵 울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비명]
북을 더 크게 쳐라!
[갑산괴의 고통스러운 신음] [북이 연신 쿵쿵 울린다]
(부관) 갑산괴는 북소리를 싫어한다
불을 질러 사람을 태워 죽이는 귀물이다
[괴로운 신음]
(활) 불이다, 대비하라!
[칼 소리가 울린다] [갑산괴의 괴성]
(주민3) 김화연 가족이요?
(주민2) 응
김화연 동생 김고분 있잖아
아이, 그 손녀인 거 같더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혹시 같은 핏줄이면
김화연 귀신을 잘 달래서
마을에서 쫓아내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그 여자를 만나 볼게요
어디로 갔어요?
(주민2) 저기로 갔나?
(상운) 갑산괴의 환생이라고요?
(활) 50년 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반복적으로 화재가 일어나
김화연의 귀신이란 건 갑산괴야
다른 것들처럼
김화연의 냄새를 맡고 찾아왔겠지
현재도 여기 있고
그럼 50년 전 그 화재도
김화연이 낸 게 아니라…
갑산괴 짓인 거 같아
그럼 그 갑산괴를 찾아요
(상운) 이 마을에 있다면 내가 찾을 수 있어요
찾아서 50년 전 일을 확인해야죠
[한숨] [무거운 효과음]
(아이) 불을 쫓아가요, 불을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펑]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애잔한 음악]
[화르르]
(아이) [흐느끼며] 엄마
엄마!
엄마…
[아이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쓸쓸한 음악]
이리 와
[우지끈거리는 소리]
[쿵]
[우지끈거리는 소리]
[쿵]
[차분한 음악]
(활) 이 여자 본 적 있어?
(아이) 이건…
주인집 큰언니…
마지막으로 본 게 어디야?
도망갔어요
저 산으로
(아이) 근데
아저씨
우리 엄마 아빠는요?
아직 집에서 못 나왔는데…
(활) 이 길 따라가면
마을 사람들이 있을 거야
(아이) 따라가도 소용없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죽었어요
검은 구멍이 혼을 깨서 죽였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고조되는 음악]
그 언니를 찾고 싶으면
불을 쫓아가요
불을
[음산한 효과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음산한 효과음]
죽은 어미의 피를 뒤집어쓰고 나왔을 때 죽였어야 했어 [아이의 말소리가 울린다]
(아이) 그때 피의 저주를 끊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텐데
이 지경까진!
[애잔한 음악]
당신도
내 업에 끌려온 거야?
(활) 어째서…
[시호의 긴장한 숨소리]
[시호의 긴장한 숨소리]
(혜석) 뭐 해?
아, 팔 떨어지겠어
아유, 안 하면 말아
- (혜석) 바빠 죽겠구먼 - (시호) 아…
아, 할게요, 해요!
(시호) 아이, 긴장 타서 그래요
작정하고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혜석) 그러니까
내 과거가 왜 그렇게 궁금해? 이해를 못 하겠네
진짜 그 남자가 이모님 구해 줬는지 확인하려고요
(시호) 뭐, 나쁜 사람 아니면
우리 언니랑 같이 있어도 안심되고
(혜석) 근데 나 이런 거 안 믿는데
점집 같은 데도 안 가
참, 내가 무슨 무당인 줄 아세요?
아니야?
에? 아, 당연히 아니죠
(시호) 그냥 손이 닿으면
그 사람 과거가 보이는 거라고요
어릴 때 이거 때문에 진짜 힘들었다고요
대부분
안 좋은 과거가 보일 때가 많아서
[혜석이 입소리를 쩝 낸다]
(혜석) 긴장하지 마! [시호가 아파한다]
뭐 별거 있겠어? 이 늙은이 인생에
[혜석이 살짝 웃는다]
[시호의 웃음] (혜석) [웃으며] 야
[한숨]
(시호) 할게요
[긴장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어린 혜석) [흐느끼며] 엄마!
[시호의 기침]
(혜석) 갑자기 왜 그래? [시호가 콜록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어디 가는 거예요?
나랑 같이 갈 거야
너는 언젠가 나한테 도움이 될 거 같으니까
[무거운 효과음]
[차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쓸쓸한 음악]
누구세요?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거예요?
(어린 혜석) 내 혼의 기억을 보고 있죠?
그렇다면
가져가요
(어린 혜석) 내 혼의 기억을 다 가져가요!
괴롭다고요!
[엉엉 운다]
[놀란 숨소리]
[혜석이 놀란다] [시호의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혜석) 갑자기 왜 코피를 흘려?
(시호) 이모님이
나한테 말을 걸었어요
아니, 무슨 말이야?
(혜석) 알아듣게 잘 좀 말해 봐
[의미심장한 음악]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놀라는 숨소리]
아유, 왜 이래? 아니, 도대체 뭘 봤길래 이래?
어, 완전 얼음장이야
기다려 봐, 내가 꿀물 좀 타 올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혜석) 아이고, 이게 뭔 난리야
괜히 이상한 걸 봐 달라 해 가지고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도윤) 이모 [주전자가 삐 울린다]
- 이모! - (혜석) 어
(혜석) 어, 아이고, 어, 왜?
(도윤) 아이, 뭘 그렇게 멍하고 있어요?
[도윤이 혀를 쯧 찬다] (혜석) 치…
지금 택배 온다고 문자 왔다니까요
- 벌써? - (도윤) 응
(혜석) 아휴 청소도 아직 덜 했는데
야, 거실 청소는?
(도윤) 다 했죠
그래서 말인데
저 약속 있어서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혜석) 친구도 없다면서 무슨 약속?
너 청소하기 싫어서 튀려는 거지?
아, 저도 개인 스케줄이 있어요
마이 프라이버시, 오케이?
밥 먹기 전엔 꼭 들어와
와…
좀 감동
(도윤) 꼭 가족 같다, 그렇죠?
아이, 뭐래?
(혜석) 아이, 너 없을 때 활 들어올까 봐 그러지
같이 혼나야지
(도윤) 아이, 뭐 형이 뭐,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
아, 근데 형은 진짜 왜 안 들어와?
나도 몰라
(혜석) 무슨 기억 찾으러 간다더니
웬수끼리 잘도 붙어 다니네, 쯧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새가 지저귄다]
(상운) 여긴 어디예요?
50년 전 사건 목격자 만나러 간다더니
(활) 당시 김화연이
불을 지르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바로
이 무당집 아들이야
[달그락거리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그락 닫힌다]
(활) 나오지 말고 여기서 잘 보고 있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상운) 어쩌려고요?
[차 문이 탁 닫힌다]
(활) 실례합니다
혹시 무당집 아드님이세요?
(주민3) 네, 왜요?
여기 마을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건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할 말 없어요
(주민3) 경찰에서도 아무 말 말랬어요
50년 전
(활) 김화연이 불을 내고 도망쳤다고 했죠?
오래전이라 기억 안 나요
(활) 차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시너 냄새
(주민3) 굿에 쓰는 물건이라고요
마을에 불이 나서 굿을 하려고 준비하는 거라고, 쯧
(활) 저기 보여요?
[주민3의 한숨]
(주민3)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경찰 부를 거예요
[자동차 알림음]
[자동차 시동음] [안전띠를 달칵 푼다]
[무거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활) 맞아?
(상운) 저 사람은 아니에요
아무 느낌이 안 들었어요
(활) 그럴 리가 없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그 손…
[놀라는 숨소리]
(상운) 분명 이 안인데
떨림이 약해요
이상해요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힘겨운 숨소리]
(무당) [힘겨운 목소리로] 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의미심장한 음악]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참 오래 기다렸어
네가 보고파서
여직 눈도 못 감았어
이리 와 봐
얼굴 좀 보게
[무당이 쌕쌕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활) 갑산괴
오랜만이야
잘도 이런 데 숨어 있었네
(무당) 날 알아?
총각은 누구야?
나는 본 기억이 없는 거 같은데
기억이 난다면 저 여자 말고 날 죽이고 싶겠지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쿵쿵 소리]
[갑산괴의 고통스러운 신음] [북이 쿵쿵 울린다]
[거친 숨소리]
[칼 소리가 울린다]
[고통스러운 신음]
(활) 네가 이 마을에 불을 질렀던 거야, 50년 동안?
그래
(무당) 그랬지
[무당의 옅은 웃음] [차분한 음악]
처음엔 검은 구멍한테 속아서
저 여자 집에 불을 질렀지
(무당) 근데 그 불이 어찌나 이쁘던지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 비명도 참 좋았어 [울음소리가 울린다]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북이 참 많네
(활) 전생에는 북소리를 싫어하지 않았어?
그거 다
아들놈이 가져다 놓은 거야 [무거운 음악]
(무당) 그 새끼
제 아비랑 똑같이 날 감시해
내가 나가서 불이라도 지를까 봐
밤이나 낮이나 쉴 새 없이
북을 쳐 대면서 날 괴롭혀
신병을 앓는 것처럼 아파
[힘겨운 숨소리]
근데 그놈이
오늘 기특한 얘길 해 줬어
무슨 얘기?
타지에서 온 여자가
50년 전 일을 캐고 다닌다고
(무당) 그 순간 알았지
죽었던 김화연이 돌아온 거라고
[무거운 효과음]
[음산한 음악] 저렇게
제 발로 찾아올 줄 알았다면
그놈한테 시키지 않는 건데
[무당의 가쁜 숨소리]
뭘 시킨다는 거야?
그놈에게
그… [콜록거린다]
[무당의 힘겨운 신음]
[무당이 연신 콜록거린다]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무당) 그 여자만 죽이면
불을 지르지 않겠다고
[상운의 놀란 숨소리] (무당) 아들놈이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러 갔지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방금 무슨 말이에요?
(상운) 마지막 부탁이라는 게
날 죽이라고 보냈다는 거예요?
불을 지르러 간 거겠지
[상운의 놀란 숨소리]
(상운) 설마…
[상운의 다급한 숨소리]
(활) 어디 가?
- (상운) 불을 내기 전에 막아야죠 - (활) 나중에
(활) 네 기억 찾는 거에나 신경 써
- 귀물 같은 소리 하지 마요 - (활) 뭐?
[애잔한 음악] (상운) 또 50년 전처럼
죄 없는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요, 나 때문에
그땐 도망쳤지만
이번엔 막을 거예요
도와줄 거 아니면 이거 놔요 시간 없으니까
(활) 가지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절대 안방 문턱은 넘지 마
혼자 가려고요?
나 혼자 처리하는 게 빨라
(상운) 아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뻔하잖아
(민박 주인) 아유
안 그래도 이장님이랑 만신님 뵈러 가려고 했는데 [어두운 음악]
만신님께서 요즘 몸이 안 좋아요
(주민3) 굿을 미뤄야 될 것 같아요
근데
이 사람하고 닮은 여자가
여기 묵고 있죠?
(민박 주인) 얼굴이 진짜 닮았네
여기 묵고 있어요
- (손님1) 엄마, 빨리 와 - (손님2) 알았어
- (손님1) 안녕하세요 - (손님2) 안녕하세요
- (민박 주인) 예, 예, 쉬세요 - (손님2) 예 [민박 주인의 웃음]
오늘 손님이 많은가 봐요?
이번 주에 꽤 있었어요
(민박 주인) 가족 단위로 많이 왔어요
[민박 주인이 쓱쓱 비질한다] (주민3) 그 사람들 운이 없네요
사장님도요
(민박 주인) 예? [민박 주인이 놀란다]
[긴박한 음악] (주민3) [중얼거리며] 이걸로, 이걸로 끝이야
[주민3이 중얼거린다]
[옅은 웃음]
그렇지?
엄마?
[긴장되는 효과음]
[주민3의 웃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주민3의 놀란 숨소리]
(무당) 같이 온 놈은 [어두운 음악]
사람 아니지?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무당) 50년 전
검은 구멍을 가진 그 사내놈과
같은 냄새가 나
왜 같이 다녀?
너를 죽인 놈이랑 똑같은 놈인데
[무당의 가쁜 숨소리]
당신
(상운) 전생의 나를 죽이려고 했었죠?
(무당) 그야
넌 도망쳤으니까
네 가족도 버리고
확실해요?
[혀를 쯧쯧 찬다]
(무당) 마음이 쓰이는구나
혼자 도망치는 게 뭐가 어때서?
너는 원래 그렇게 태어났어
나랑 비슷해
인간으로 태어나도
인간의 감정이 없지
근데 아까웠어
너를 쫓아갔는데
검은 구멍이 이미 너를 죽인 뒤였거든
얼마나 원통하던지
[무당의 거친 숨소리]
나중에 재밌는 걸 보긴 했지만
재밌는 거라니요?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검은 구멍
(무당) 그놈의
비밀…
[힘겨운 숨소리]
검은 구멍
옥을태의 비밀?
(비서) 손님이 오셨어요
알아
[의미심장한 음악]
왔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아휴, 힘들어
아, 버스 내려서 집까지 오는 길이 너무 멀어요, 진짜
어, 그랬어? 고생했어, 이리 와
(을태) 앉아서 쉬자, 앉아서, 어
아유, 고생했어, 고생했어
[을태의 웃음]
앉아, 목마르지?
[도윤의 지친 숨소리] [도윤이 털썩 앉는다]
어
[도윤의 한숨]
[도윤이 캔을 달칵 딴다]
(도윤) 회장님 다음엔 그냥 통화하면 안 돼요?
(을태) 왜? 얼굴 보고 좋은데
너 그리고 내가 형이라고 부르라 그랬지? 왜 안 해?
아, 맞다
(도윤) '형'이 입에 잘 안 붙어서요
근데 오늘은 왜 부른 거예요?
[드르륵거리는 소리]
(도윤) 9
아, 이거 하자고 불렀어요?
형, 친구 없죠?
(을태) 응
[도윤의 한숨] [주사위가 도르르 구른다]
(도윤) 최신 게임 같은 건 안 해요?
게임기 사면 되잖아요 형 돈도 많으면서
(을태) 아휴, 그런 거는 머리 아파
형은 옛날 사람이잖아
아휴
(도윤) 하긴
활 형도 집에 구형 컴퓨터도 한 대 없더라
(을태) 어때?
같이 지내보니까?
(도윤) 성질왕이긴 한데
쩝, 무섭진 않아요
아, 진짜 걱정 많이 했는데
아, 그보다
아, 저 그때 우연히 만난 척하려다가
진짜 죽을 뻔했다니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도윤의 힘주는 신음]
[퍽] [도윤의 힘겨운 신음]
[전기 충격기 작동음]
(을태) 근데 그놈 덕분에 활한테 쉽게 접근을 했잖아
(도윤) 형
전 형 같은 불가살이 아니거든요?
아, 저 진짜 아파 죽을 뻔했다니까
근데
활 형은 언제까지 감시해야 돼요?
속이는 거 같아서 좀 그런데
나쁘게 생각하지 마
오히려 활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야
(을태) 민상운 그 여자한테서 활을 보호하려는 거야
(도윤) 근데 민상운 그 사람이요
형한테 들었던 거랑 좀 다르던데
되게 평범하던데?
진짜 나쁜 사람 맞아요?
평범해 보이는 거야 기억을 잃어서
그 본성은 어디 안 가지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피를 먹던 그 귀물 본성이
아…
(도윤) 그렇구나
[을태의 한숨]
(을태) 그래도 정 힘들면
그만둬도 돼
근데 네 친형 소식은 안 궁금해?
- 어, 어때요? - (을태) 잘 치료하고 있어
많이 좋아졌대
(을태) 이거는 깜짝선물
올해 안에 퇴원할 수도 있어
진짜요? 정말요?
(도윤) 아, 진짜 감사해요, 형
(을태) [웃으며] 아니, 나 그런 소리 들으려고 한 건 아니야
내가 자애보육원 애들한테 좀 각별한 마음이 있잖아 [도윤의 멋쩍은 웃음]
특히 너희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봐서 그런 마음이 훨씬 더 커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무리한 부탁도 들어주고
아니에요, 제가 좀 더 해 볼게요
[도윤이 살짝 웃는다]
(도윤) 근데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주사위가 도르르 구른다] (을태) 응, 뭐든지
(도윤) 시호 누나도 형이 납치하라고 시킨 거예요?
그건 아니죠?
맞아, 내가 시킨 거야
[무거운 음악] 아…
왜요?
절박하니까
민상운을 빨리 잡아야 되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상운) 뭘 봤다는 건데요?
비밀이 뭔데요?
[힘겨운 목소리로] 내가…
(무당) 봤어…
[중얼거린다]
저기요…
절대 안방 문턱은 넘지 마
(무당) [힘겨운 목소리로] 내가 봤어
[바람이 휭 분다]
(무당) 내가 봤어
뭐라고요?
(무당) 아, 그놈이
널 죽이는 순간
그리고
그놈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을태) 실망했어?
(을태)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켜서?
네
(도윤) 다른 사람 다치게 하는 건 싫어요
민상운만 잡고 싶다면서요
다음부터 그러지 마요 시호 누나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말은 못되게 해도
불쌍한 누나인데…
(을태) 응, 안 그럴게
절대 안 그럴게
(도윤) [웃으며] 감사해요
아, 저 이만 가 볼게요
저녁 먹기 전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쓸쓸한 음악] [도윤의 힘주는 신음]
나는?
(도윤) 네?
나도 보기보단 불쌍해
나도 좀 챙겨
[당황한 웃음]
아, 그게 뭐예요?
(도윤) 다음에 또 올게요
다음에는 최신 게임 해요 아, 이거 너무 재미없다
다음에 또 올게요, 형
내가 제일 불쌍하다고
(무당) [힘겨운 목소리로] 그놈의
약한 부분
다시 말해 봐요
(무당) 그놈의 [긴장되는 음악]
약한 부분
그게 뭔데요?
[무당의 가쁜 숨소리]
(도윤) 아아 말한다는 걸 깜빡했다
활 형이랑 민상운 어디 갔는지 알아냈어요
[무거운 효과음]
전생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50년 전에 살던 동네에 간다 그랬는데
[불길한 효과음]
어디인지 알아요?
갑산괴…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상운의 놀란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상운이 놀란다]
[그르렁거리는 소리]
[무당의 웃음]
드디어 손에 넣었어
(무당) 50년을 기다렸어
나와 함께 가자
같이 죽어!
[괴로운 신음]
(도윤) 형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괜찮아요? 형
[긴박한 음악] [무당의 힘주는 신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칼 소리가 울린다] [무당의 비명]
[괴성이 울린다] [상운이 콜록거린다]
[상운의 다급한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상운의 거친 숨소리] [무당의 힘주는 신음]
[무당과 상운의 거친 숨소리]
[무당의 힘주는 신음]
[무당의 거친 숨소리] [상운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무당의 웃음]
(무당) 검은 구멍이 널 죽일 때 봤지
그놈이 칼로 너의 배를 찌를 때
[짐승 울음] (도윤) 왜 그래요?
[을태의 괴로운 신음]
[힘겨운 목소리로] 나 괜찮아 빨리 돌아가
(도윤) 왜 그래요? 어디 아파…
가라고!
[을태의 괴로운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을태의 비명]
그놈의 배에서도 피가 났다고
[무당의 웃음]
(무당) 그놈과 넌 뭐지?
[고통스러운 신음]
[오열한다]
(무당) 칼에 찔린 건 넌데
왜 그놈이 고통스러워하지?
응?
[을태가 꺽꺽거린다]
[을태가 오열한다]
[무당의 힘주는 신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음산한 효과음]
[상운의 거친 숨소리] [몽환적인 음악]
[을태가 꺽꺽거린다]
[거친 숨소리]
[을태의 힘겨운 신음]
[가쁜 숨소리]
내가 들어가지 말랬잖아
[힘겨운 숨소리]
[긴박한 음악]
[힘겨운 목소리로] 조심해요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무당의 기합] [날카로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무당의 힘겨운 신음] [상운이 콜록거린다]
[무당의 고통스러운 신음]
[쓸쓸한 음악]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저 여자를 줘…
저 여자를 줘…
아니
저 여자는 내 것이다
[힘겨운 숨소리]
(활)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던 넌 끝났어
[무당의 힘겨운 숨소리]
다시는 태어나지 마라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비서의 놀란 숨소리]
(비서) 괜찮으세요?
죽여야 돼
(을태)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없애야 돼
(상운) 갑산괴는요?
갑산괴는 죽었어요?
지난번 터럭손 때도 그렇고
귀물이었지만 사람으로 태어났잖아요
근데 왜 사람을 죽이죠?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너처럼
(상운) 불이 나는 건 막은 거죠?
갑산괴 아들은요?
설마…
죽였어요?
(활) 붙잡아서 경찰서에 넘겨줬어
불은 막았고
다행이네요
(상운) 그럼 이제 집에 가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갈 데가 있어
(활) 갑산괴 아들한테 들은 게 있거든
[애잔한 음악]
[탁 소리]
[탁]
[탁]
[탁]
이게…
진짜 나예요?
(활) 갑산괴가 묻는 것을 아들이 본 거야
갑산괴는 네 시체조차 남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겠지
네 전생을 보고 뭐 기억나는 거 없어?
[슬픈 음악] (상운) 근데 나는 왜
(상운) 불에 타 죽지 않았나요?
그야
(무당) 넌 도망쳤으니까
[화르르] 네 가족도 버리고
(활) 그 불로 부모가 죽었고
세 들어 살던 다른 가족까지 다 죽었어
[젊은 고분이 오열한다]
(상운) 이 여자는
왜 사람들을 구하지도 않고
혼자 도망쳤을까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전생에 악귀여서 그랬던 걸까요?
그 말은
진짜 믿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자기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이 여자를 보면
진짜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혼자 산에서 비참하게 죽었을 이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울먹이며] 나는 도대체 뭐였을까요?
이제 진짜 모르겠어요
[흐느낀다]
[상운이 연신 흐느낀다]
[힘겨운 숨소리]
[한숨] (활) 늦어
곧 해가 져
가고 있어요
[한숨]
왜요?
(상운) 또 들쳐 메려고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활) 업혀
해 진다니까
[차분한 음악]
(상운) 무겁다고 뭐라 하지 마요
[새가 지저귄다]
[상운의 헛기침]
(상운) 되게 가볍게 업네요
불가살이라 그런가?
저 남자한테는 처음 업혀 보는 건데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셨거든요
불편하면 내려 줘도 되는데
듣고 있어요?
저기요
저기요
(활) 단활이야
네?
내 이름 단활이라고
(활) 그러니까 그 '저기요' 좀 그만해
정신 사나우니까
[무거운 효과음] [무당의 힘겨운 신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을태) 단활을 만나 봐야겠어
생각보다 민상운이랑 잘 지내는 거 같아서
(호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이름은 옥상영이야
30년을 주기로 신분을 바꿔 가며 사는 거 같아
(활)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호열) 인간이 아닌 놈이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그냥 놔둬야 돼?
(을태) 나 따라온 거예요, 혹시?
나 만나러 온다고 누구한테 말하고 왔어요?
사람 하나 사라져도 찾기가 힘들어요
[비서의 힘겨운 신음] (비서) 저는 알고 있었어요
그 혼의 진짜 주인은 당신이라는 것을 [그르렁거리는 소리]
[호열의 힘겨운 숨소리]
(혜석) 기억을 잃은 자가 기억을 찾는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을 것이다
.불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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