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8
(상운) 저기요
불편하면 내려 줘도 되는데
저기요, 듣고 있어요?
(활) 단활이야
네?
내 이름 단활이라고
(활) 그러니까 그 '저기요' 좀 그만해 [애잔한 음악]
정신 사나우니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상운) [울먹이며] 나는…
도대체 뭐였을까요?
(상운) 이제 진짜 모르겠어요
[흐느낀다]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상운) 어?
비 온다
[상운의 개운한 숨소리]
(상운) 와 비 올 때 라면 먹으니까
진짜 맛있다
저기, 근데
매번 앞에 두고 혼자 먹기 좀 그런데
아예 못 먹어요?
먹을 수 있지만 맛을 못 느껴
(상운) 진짜 힘들겠다
살아가는 재미 중에 먹는 게 제일 큰데
(활) 애초에 살아가는 재미 따위 없으니까 상관없어
(상운) 저기요
내 혼을 가져간 뒤엔 어쩔 생각이에요?
네 미래를 묻는 거야?
(상운) 아니요 그건 무서워서 듣고 싶지 않고요
활 씨 말이에요
인간으로 돌아간 뒤엔 어떻게 할 거예요?
죽을 거야
네?
(활) 별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상운) 나도 그런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어요
우리 엄마랑 언니
나 때문에 죽고 혼자 살아남았을 때요
그때 죄책감이 되게 컸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죽고 싶었는데
그러면 우리 시호가 혼자 되잖아요
그래서 아등바등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즐거운 일도 있더라고요
뭐, 가끔은 웃게 되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상운) 아… 그러니까
자책하지만 말라고요
살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복수 말고 원하는 건 없어요?
활 씨를 살고 싶게 하는 거요
음…
뭐, 예를 들어 환생한 가족을 다시 되찾는다든가
그런 거 없어
[차분한 음악]
난 있어요
(상운) 내 동생 닮은 이쁜 조카가
지금 당장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내 동생이 좋은 남자랑 결혼하는 것도 보고 싶고
무엇보다
옥을태한테 벗어나서
우리 시호랑 평범하게
아주 평범하게 다시 살아 보고 싶어요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동정심 유발하지 마
안 통하니까
(상운) 아유, 안 통했어요?
다 먹었으면 일어나
(상운) 네
(활) 뭐 해?
비 좀 닦으라고요
(상운) 보는 사람 신경 쓰이니까
근데 감기는 안 걸리죠?
이리 줘
미안해요
(상운)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모든 게 다
미안해요
안 통한다고 했지?
알아요
마음 안 풀린다는 거 아는데
(상운) 그래도 말하고 싶어요
내 전생 때문에 힘들었을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그러니까 들어 줘요
미안해요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웃음]
[상운의 놀라는 숨소리]
(시호) 아, 언니! 아, 왜 이렇게 늦었어?
[도윤이 콜록거린다] (상운) 어떻게 된 거야?
와, TV 큰 거 봐
(활) 이게 다 뭐야? [도윤의 시원한 숨소리]
(도윤) 형, 그, 형이 필요한 거 다 사라 그랬다면서요?
혜석 이모! 형 왔어요, 형
(활) 저것들 다 뭐야?
[보글보글 끓는 소리]
불도 안 켜고 뭐 해?
[의미심장한 음악] (혜석) 음…
[주전자가 삐 울린다]
기억을 잃은 자가
여기 있다
(활) 뭐?
(혜석) 기억을 잃은 자가
기억을 찾는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을 것이다
'기억을 잃은 자'?
(혜석) 전생에 죽은 모습 그대로 [혜석의 말소리가 울린다]
목이 물어뜯기고
구멍마다 피를 쏟고
죽을 것이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호열의 한숨]
(호열) 뭐야? 집이 왜 이래?
[무거운 음악] 싹 바뀌었네?
[주전자 소리가 요란하다]
뭔 일 있어?
아이, 이거 뭔 소리야?
(혜석) 아이고! 주전자 다 타네 [가스레인지 조작음]
언제 왔대?
[어두운 음악]
[웃으며] 응? 아, 왜 다들 날 봐?
[웃음]
[문이 탁 닫힌다]
좀 전에 그거 뭐였어?
(활) 예언 비슷한 거 말이야 이제까지 없었잖아
어?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방금 네가 한 말 기억 안 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혜석) 그보다 집 봤어?
화 안 낼 거지?
아이, 할인해서 산 거라 얼마 안 해
그러니까 다 해서 얼마 줬더라?
음, 그러니까…
영수증 보여 줘?
[혜석의 어색한 웃음]
(호열) 여기 있는 사람이 다 죽는다고?
뭔 헛소리야?
(도윤) 혜석 이모가 그랬다니까요
우리 다 죽는다고
(시호) [도윤을 툭 치며] 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도윤) 누나도 들었잖아 뭐라 그랬지? 그…
피를 쏟으며 죽는다 그랬나? 콧구멍에서
그걸 또 그렇게 들었냐?
(시호) [도윤을 탁 치며] 야, 됐어 하지 마
- (시호) 죄송해요 - (도윤) 아니, 진짜인데…
(상운) 저, 형사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호열) 아, 할 얘기가 있어서 들렀는데
저, 이거부터
이게 뭔데요?
소고기요
그, 병원에서 들었어요
(호열) 뭐, 난 잘 모르지만
동생분 이제 잘 먹어야 될 것 같아서요
아…
감사합니다
(도윤) 이 누나 왜 잘 먹어야 되는데요?
여기서 더 잘 먹으면 안 되는데?
너무 튼튼해지면
뭐래? 어린애는 알 거 없어
어린애는 왜 알면 안 되는데?
(도윤) 왜? 뭔데?
(시호) [도윤을 툭 치며] 시끄러워, 일로 와 [문이 달칵 열린다]
[시호가 속닥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호열) 모친은 괜찮으신가?
아, 네
그럼
(호열) 저 망나니 두 명은 놔두고
우리끼리 얘기 좀 합시다
[무거운 음악]
(호열) 사진 속의 그 남자
민상운 씨를 쫓아다닌다는 그 불가살
맞죠?
(상운) 맞아요, 같은 사람이에요
(활) 이 사진 어디서 구했어요?
(호열) 뒷조사를 좀 했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이름은 옥상영이야
30년을 주기로 신분을 바꿔 가며 사는 거 같아
이놈 집이 어딘지도 알아냈어
(상운) 옥을태의 집을 알아내셨다고요?
(호열) 예
커다란 집에 들어앉아서
이놈, 저놈 한자리하는 놈들을 불러…
(활) 아,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
'쓸데없는 짓'?
(호열) 허, 시간이 남아돌아서 해 봤다
(활)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사님 빠지시라고!
아니, 지난번부터 뭔데 자꾸 이래라저래라야?
(호열) 인간이 아닌 놈이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그냥 놔둬야 돼?
인간이 불가살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활) 괜히 건드렸다가 모두 죽을 수 있다고요
(호열) [버럭 하며] 그럼 어쩌자는 거야?
사람 먹는 놈을 뒷짐 지고 구경만 해?
(상운) 구경만 하진 않을 거예요
반드시 죽일 거니까
불가살은 죽일 수 없다면서요?
방법이 있어요
(상운) 아직 찾진 못했지만
아마 제 기억 속에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옥을태를 죽일 방법을 찾기 전까지
혼자 조사하는 건 그만두세요, 형사님
너무 위험해요
[호열의 난감한 숨소리]
[호열의 한숨]
[한숨]
(활) 얘기 좀 해요
(호열) 질리게 했구먼 뭘 더 해?
뒷조사 안 할게, 됐지?
(활) 왜 그렇게 불가살에 집착하는 거예요?
알아서 뭐 하게?
(호열) 신경 꺼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활) 말해요, 알아야겠으니까
(호열) 안 놔?
어디서 힘자랑이야?
불가살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가 뭐예요?
(활) 말해 봐요, 걱정되니까
걱정? 네가 왜?
혹시 나 좋아해?
뭐라고요?
농담도 못 하냐? 비켜
[차 문이 탁 닫힌다]
(호열) 타
어디 가게요?
(호열) 자
[호열의 시원한 숨소리]
뭐 해? 산 사람 앞에 두고 제사 지내는 거야?
안 마셔요
어릴 때 술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호열) 혼자 마시라고?
아유, 아유, 아유, 갈래
[호열의 힘주는 숨소리] (활) 아유, 마실게요
[잔을 탁 놓으며] 됐죠?
잘 마시네
(호열) 원래
같이 술을 해야
속 깊은 얘기도 좀 하고 친해지는 법이야
[호열이 술병을 탁 놓는다]
그러고 보니까 그쪽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네
가족 관계 어떻게 돼? 에, 어머니는 뵀고
아버지는?
어릴 때 도망갔어요
양아버지 손에서 자랐고요
아휴
힘들었겠네
양아버지하고 관계는?
(활) 좋은 분이셨어요
[아련한 음악] 제게는 과분할 정도로
친아버지에게도 버림받은 저를
유일하게 사람처럼 대해 주셨으니까
역시 사연이 많은 친구였네
(호열) 여자 친구는 있고?
(활) 없어요
질문 그만하시고
왜 불가살한테 집착하는지 말해 주세요
재미없는 친구네
(호열) 인간미가 없어
[의미심장한 음악]
15년 전에 민상운 씨 가족 사건을 맡았을 때
혹시
(호열) 범인 얼굴 기억나?
(호열)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수한 용의자가 있었어
(활) 용의자요?
범인은 옥을태잖아요
옥을태가 자기 대신 보낸 거겠지
(호열) 지금 생각해 보면 딱 그래
용의자가
범인의 범행 과정과 동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거든
난 용의자가 왜 자수를 했는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려고
심문을 계속했는데
그 과정에서 용의자가 자살을 했어
결국 그 사건은 범인이 자살한 걸로 마무리됐고
난 징계를 받았지
그래도 난
끝까지 그 사건에 매달렸어
당시 후배였던 이수경 형사가
나 대신 조사해 줬지
수경인
죽은 용의자의 집을 찾아갔고
다음 날
그 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어
자살인가요?
죽기 전에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더군
[애잔한 음악] 용의자를 자살로 몬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숨]
(호열) 근데 걔 절대 자살한 게 아니야
진범인 옥을태한테 당한 거야
나 때문에
그래서 옥을태를 쫓는 거예요?
(활) 그게 이유예요?
(어린 호열) [흐느끼며] 일어나, 제발
(어린 호열) 일어나
[호열 동생의 힘겨운 숨소리]
[어린 호열이 흐느낀다]
그래
그 이유뿐이야
[활의 한숨]
그럼 그만 잊으세요
- 뭐? - (활) 후배 일은 안타깝지만
(활) 형사님이 위험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에요
형사님 책임 아니니까
진짜 자살일 수도 있잖아요
(호열) 봐, 걔 죽은 날이 7월 8일이야
3일 뒤에 아들 생일인 거 안 보여?
어느 엄마가 애 생일을 3일 앞두고 자살을 해?
평생 아들이 어떤 기억을 갖고 살게 될지
뻔히 아는데!
[호열의 한숨]
[어두운 음악]
[호열이 잔을 탁 놓는다]
[호열의 한숨]
이 남자는 누구예요?
수경이 남편이야
(호열) 왜?
[시호의 속상한 숨소리]
도대체 강원도에서 뭐 하다 온 거야?
(시호) 아, 목은 왜 이러냐고!
언니
아까부터 무슨 생각 해?
고민 있어?
나 아까 혜석 이모님이 신경 쓰여서
딴사람 같았잖아
그러게
그래서 말인데
평범한 사람은 아닌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실은
내가 혜석 이모님 과거를 봤거든
(상운) 네가?
왜? 너 그거 싫어하잖아
(시호) 아휴, 어쩔 수가 없었어
아무튼
혜석 이모님 과거를 보는데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원래는 불가능한 건데
과거 어린 이모님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의미심장한 음악] 나보고 혼의 기억을 읽는다고 했어
(상운) 기억 속에서 너한테 말을 걸었다고?
(시호) 응
그리고 그 뒤로 엄청 오래된 기억을 봤고
어렴풋이
(상운) [한숨 쉬며] 그럼 네가 전생도 볼 수 있다는 거야?
확실한 건 아니야
(시호) 그래서 말인데
언니의 전생의 기억을 찾으러
강원도를 다녀온 거잖아
(상운) 응
(시호) 그럼 내가 한번 시도해 볼까? [무거운 음악]
아, 혹시 모르잖아
내가 진짜 언니 전생을 볼 수 있을지
아니, 그러지 마
[옅은 웃음]
(시호) 혹시 엄마랑 상연 언니
그때 보게 될까 봐?
[시호를 툭 치며] 아니
(상운) 아니, 나 중학교 때 좋아하던 선배 있는데
나 그 선배랑 첫 뽀뽀 했는데
아, 근데 네가 그거 보면 어떡해
너
너 내 첫 뽀뽀 보고 싶어?
[쪽]
- [웃으며] 뭐래, 징그러워! - (상운) 응?
- (상운) 말해, 말해, 말해 - (시호) 됐어
[상운의 웃음] - (시호) 아, 잠이나 자 - (상운) 아휴
안 그래도 꿀잠 잘 거다
(상운) 아휴
[애잔한 음악] 아, 집에 오니까 좋다
나 잔다
[상운의 한숨]
[한숨]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상운) 지금 들어오는 거예요?
왜 안 자?
또 악몽이라도 꿨어?
(상운) 아니요 저 그냥 잠이 안 와서요
할 말 있었는데
괜찮아요?
아니
지금 머리가 좀 복잡해서
(상운) 잠깐이면 돼요
혜석 이모님 일이에요
[의미심장한 음악]
(상운) 아까 이상한 말씀 하셨잖아요
누군가 기억을 찾으면 다 죽는다고
그거 의미 있는 말이에요?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왜 상관이 없어요
(상운) 그거 날 가리키는 거잖아요
이모님한테 뭔가 있는 거예요?
[우르릉거리는 소리] [빗소리]
[천둥이 콰르릉 친다] (활) 600년 전
죽은 엄마에게서 아이가 태어났어
마을의 무녀는
그 아이가 불가살의 저주를 받았다고 했고
(활) 언젠간 아이와 주변 사람들은
불가살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고 했어
그거 활 씨 과거 얘기예요?
근데 그 얘기를 왜…
그 마을의 무녀가
바로 혜석이야
(상운) 그럼 그 무녀의 말이 사실대로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고 서 있잖아
(상운) 혜석 이모님 말이
예언 같은 거라는 거네요?
내가 기억을 찾으면
사람들을 다 죽인다는 거예요?
(활) 아마도
그러니까 당분간 얌전히 있어
기억을 찾으려고 하지도 말고
내가 방법을 찾기 전까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쓸쓸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어린 활의 놀란 숨소리]
[한숨]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음산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상운의 놀란 숨소리]
[어두운 음악] [상운의 겁먹은 숨소리]
(화연) 이 집에 기억을 잃은 자가 있다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기억을 잃은 자가 기억을 찾게 되면
거기 있는 자는
다 죽는다
[겁먹은 숨소리]
[상운의 떨리는 숨소리]
[겁먹은 숨소리]
[차분한 음악]
[물소리가 졸졸 들린다]
(혜석) 너 뭐 해? 밥 퍼
[도윤의 헛기침]
간 좀 봐 봐
[호로록거리는 소리]
(시호) 좀 짠데요?
(도윤) 원래 나이 들면 미각을 잃어서 음식이 짜진대요
(시호) 아, 맞아 나도 봤어, TV에서
(혜석) 뭐래, 이것들이?
주는 대로 처먹어!
아, 너희들이 오늘부터 밥하든가!
[잔잔한 음악] (도윤) 누나가 미각을 잃었네, 응
아휴, 밥만 많이 먹고
[살짝 웃는다] 그만 먹으라니까
(시호) [이를 악물고] 그래 그런가 봐, 응?
근데 이모, 국 맛있게 됐어요
어? 일어났어?
[살짝 웃는다]
어…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저도 도울게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상운) 저, 저, 근데 단활 씨는요?
아침 일찍 나갔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무거운 효과음]
(남자) [술 취한 목소리로] 한 병만이라도 줘요!
(슈퍼 주인) 뭐야 행패 부리는 거야? 응?
경찰에 신고해? 응?
가!
일은 안 나가고 맨날 술만
그, 밀린 외상값이 얼마인 줄 알아?
[수경 남편의 한숨] 갖고 가!
앞으로 다신 오지 마!
에이, 참
[문이 드르륵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숨]
다음에 다시 걸어 주세요
(혜석) 또 여기 있어요?
떠난 님 기다리는 사람처럼
종일 밖에만 쳐다보네?
아…
저, 실은 단활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상운) 씁, 언제쯤 올까요?
(혜석) 모르죠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놈이라
[혜석의 힘주는 신음]
- (상운) 주세요 - (혜석) 어…
(혜석) 혼자 해도 되는데
(상운) [빨래 통을 탁 놓으며] 저 이런 거 잘해요
세탁 공장에서 일했었거든요
[상운의 웃음]
[상운이 세탁물을 탁 턴다]
[한숨]
[혜석의 한숨]
저기, 혹시
제가 불편하세요?
(혜석) 예?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지?
[혜석의 헛기침]
(상운) 단활 씨랑 제 관계를 아시는 것 같아서요
아, 뭐, 둘이 불구대천 원수든 말든
(혜석) 쯧, 나야 상관없으니까 [혜석의 헛기침]
[혜석의 한숨]
어쨌든 잘 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따뜻한 음악] (상운) 동생한테도 잘해 주시고요
우리 시호 많이 밝아졌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모님을 잘 따르더라고요?
여자가 봐도
멋있고 터프하시다고
[웃으며] 그래요?
(혜석) 뭐, 걸 크러시인가 뭐시기인가
그런 소리 종종 듣지
내가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혜석의 헛기침]
[웃음]
(상운) 저 단활 씨가 이모님한테 의지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걔가 뭘 나한테 의지해?
못 부려 먹어서 안달이지
[혜석이 세탁물을 탁 턴다] 에이
그래도 유일하게 단활 씨를 막 대하시잖아요
그건
걔가 겉으로는 얼음장 같아도
(혜석) 은근히 마음이 여려, 쯧
그리고 불쌍하잖아
아, 그쪽한테 별말을 다 하네
[혜석의 헛기침] [혜석이 세탁물을 탁 턴다]
(상운) 아니요 이모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단활 씨
좋은 분 같아요
뭐?
(혜석) 뭐, 뭐, 뭐? 바, 방금 뭐라 그랬어요?
- (도윤) 이모, 이모, 이모 - (혜석) 어?
(혜석) 왜? 바빠 죽겠는데
(도윤) 저, 부러진 의자 치우다가 가시에 찔린 거 같아요
아, 이거 어떻게 빼요? 거슬려 죽겠는데
(혜석) 봐, 어유, 야 이게 잘 안 보인다, 나는
[손을 탁탁 털며] 도윤아, 어디 봐 내가 해 줄게
(도윤) 네? 아이, 괘, 괜찮은데
아이, 보자니까
[따뜻한 음악] (상운) 씁, 음…
우리 시호도 덤벙대서 가시에 많이 찔렸었어
[도윤의 아파하는 신음]
자, 됐지?
[웃음]
[어색한 웃음]
네, 감사합니다
(상운) 으이그
근데 그거 덧나겠다 밴드 있으니까 가져올게
(도윤) 와…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두근하죠?
무서워서 그런가?
아, 친해지면 안 되는데
(혜석) 그러게
왜 저렇게 이쁜 말만 골라 하냐 마음 흔들리게
정들면 안 되는데
[짜증 내며] 아, 활, 얘는 어디 가서 안 들어오는 거야?
[개가 왈왈 짖는다] [무거운 음악]
[수경 남편의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
[술에 취한 숨소리]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수경 남편이 중얼거린다] [자동차 경적]
[수경 남편이 중얼거린다]
[수경 남편의 술에 취한 숨소리]
[수경 남편의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집에 가요
[수경 남편의 피곤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수경 남편의 웃음]
(수경 남편) [술에 취한 말투로] 우리 집
[수경 남편의 웃음]
아이고, 고맙습니다
[수경 남편의 한숨]
[수경 남편이 숨을 후후 내뱉는다]
[수경 남편이 숨을 후 내뱉는다]
이분 아들이니?
[수경 남편의 피곤한 숨소리]
[수경 남편의 한숨]
(수경 남편) 손 치워! 이 새끼가, 이씨
[수경 남편의 한숨]
누구세요?
지나가다 데리고 왔어요
(수경 남편) 아…
그래요? [수경 남편의 힘주는 신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요
(수경 남편) 뭐 하고 있어? 술 사 와!
이분한테 술 한잔 대접해야지
도와주셨는데
됐어요
(수경 남편) 귀먹었어?
술 사 오라니까! 이씨
(수경 아들) 돈 주세요! 외상 쪽팔려요
(수경 남편) 뭐? 이 새끼가
아버지한테 말하는 꼬라지가 이 새끼가…
이 새끼가!
힘들게 키워 놨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어!
[무거운 음악]
네 엄마도 너 버리고 죽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죽었다고!
어린 자식새끼 나한테 다 떠넘기고 죽었다고!
일생에 도움도 안 되는 놈이 일로 와!
뭐야?
어디 가? 이 새끼야!
그만해요, 좀!
[애잔한 음악]
[힘주는 신음]
애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 이래?
(활)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내가 죽은 걸 왜 애를 탓하냐고!
[수경 남편의 한숨]
당신이 뭘 알아!
원해서 엄마를 죽인 게 아니잖아
(활) 원해서 저주를 달고 태어난 게 아니라고!
근데 아비가 돼서
어린 자식을 버리고 혼자 도망쳤잖아
가지 말라고 붙잡는 손도 뿌리치고
어째서
왜 술 한 병에 팔고 버렸냐고요
기다렸다고요
(활) 매일 밤을
혹시나 불가살이 죽이러 오지 않을까 [놀란 숨소리]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짐승 울음이 들린다]
그 빈집에서 계속
계속 기다렸다고요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길 바랐는데
엉망진창이네, 진짜
[수경 남편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수경 아들이 훌쩍인다]
[훌쩍인다]
[기어 조작음]
[풀벌레 울음]
(상운) 왔어요?
늦었네요, 기다렸는데
(활) 왜?
할 말이 있어서요
[상운이 살짝 웃는다]
[상운의 놀라는 숨소리]
(상운) 뭐야, 다쳤어요?
(활) 할 말이 뭔데?
(상운) 아, 저…
그…
어제 얘기하다가 말았잖아요
이모님의 그 무서운 말이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상운) 저, 그렇지만
솔직히 무서워요
[무거운 음악]
(상운) 김화연이 한 짓을 알게 된 후로
기억을 찾게 되면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될까 봐 무서워요
이모님 말까지 들으니까 더 불안하고요
근데 이 문제를
단활 씨밖에는 말할 사람이 없어서
당신만은
내 상황을 이해해 줄 것 같아서요
'이해'?
(활) 사람을 저주하고 죽이는 불가살 따위에게 무슨 이해?
네?
(활) 고민을 하든 괴로워하든
너 혼자 알아서 해
- 아… - (활) 잊었어?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알죠
[한숨]
- 아는데… - (활) 가끔은 말이야
(활) 기억을 잃은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땐
사람처럼 보여
그래서 가엾게 느껴질 때도 있어
[피식 웃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기억이 흐려지고
마음이 약해졌나 봐
이 모든 게 옥을태가 아니라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 지긋지긋한 저주를 끊을 수만 있다면
네 저주 때문에
내 주위 사람들이 계속 같은 고통을 겪어
내 아버지는
전생에도 현생에도
아내가 목을 맸어
아들을 또다시 미워하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전생에 네 손에 다 죽었어
한데 네가 기억을 되찾으면
또다시 내 사람들을 죽인다고?
(시호) 둘이서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시호) 방금 저 남자가 한 말 무슨 말이야?
언니가 누굴 죽인다고?
(상운) 아니야 네가 잘못 들은 거야
숨기지 말고 말해
(시호) 언니는 맨날 혼자 끙끙 앓고 숨기잖아
말 안 하면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본다
[한숨]
[상운의 한숨]
내가
내가 전생에
불가살이었대
[무거운 음악] (시호) 어?
(상운) 600년 전 저 남자의 가족을 죽였고
저 남자의 혼도 빼앗았었대
그래서 그 혼을 둘로 나눠서 쌍둥이로 태어난 거래
상연 언니는 불가살이었던 전생을 기억했고
나는 기억을 잊어버렸고
(시호) 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상운) 그러니까
혜석 이모님이 말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바로 나란 얘기야
내가 기억을 떠올리면
김화연 때처럼
(시호) 김화연이 누군데?
내 50년 전 전생
(상운) 가족들이랑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가는데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여자
내가 너무 무서워, 시호야
(시호)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
(상운) 나도 믿고 싶지 않아
내가 옥을태같이 전생에 악귀라는 게
(시호) 아니, 말도 안 돼
그럼 상연 언니는?
상연 언니도 나쁜 사람이란 말이잖아
언니가 봤을 때 그랬어?
상연 언니는
불가살한테서 가족들을 보호하려고 집을 나갔었잖아
엄마와 나 살리겠다고
근데 그게
가족을 버리고 도망친 김화연인지 뭔지랑 같아? 어?
시호야
(상운) 나 부탁 하나만 하자
나 단활 씨 몰래 어딜 좀 다녀와야 될 거 같아
어딜?
[애잔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살짝 웃는다]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을태가 쌕쌕거린다]
[한숨]
또 밤새 못 주무셨어요?
어
여기가 너무 아파
(을태) 단활을 만나 봐야겠어
생각보다 민상운이랑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잘 지낸다기보다는
자기 혼을 보호하는 거겠죠
(을태) 그러니까 상기시켜 줘야지
600년 전 일을
[힘겨운 숨소리]
(비서) 손은 왜요?
늙은 거 같아
[불길한 음악]
요즘 좀 참았더니 안 되겠어
(경호원) 따라갈까요?
[음산한 효과음]
[자동차 시동음]
(활)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사님은 빠지시라고!
웃긴 놈
왜 남 걱정이야?
[상자를 툭 놓는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호열) 어디로 간 거야?
[기어 조작음]
[무거운 효과음]
(호열) 씨…
[음산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을태) 나 따라온 거예요, 혹시?
아이! 지, 지나가는데
(호열) 차가 기, 길을 막고 있어서 내렸지요
(을태) 그래요?
이상하네 이쪽으로 가면 아무것도 없는데?
근데
(호열) 트럭에 사람이 없네요
혹시 어디 갔는지 알아요?
(을태) 모르죠
- 근데 스토커입니까? - (호열) 예?
(을태) 집에서부터 따라왔잖아요
이렇게 막다른 길까지 따라오시고
[피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행상1) 아유, 죄송합니다
근처에 창고가 있어 가지고 차 금방 뺄게요
[무거운 음악] (을태) 아니요, 아니, 괜찮습니다 얼마예요, 사과?
되게 맛있어 보이네
- (행상1) 아, 자기야, 사과, 어 - (행상2) 아, 네
- (호열) 아… - (을태) 5만 원
- (행상2) 어? - (행상1) 아유…
(을태) 아니요, 괜찮아요 잔돈 괜찮아요
(행상1) 아, 예, 감사합니다
- (행상2) 감사합니다 - (을태) 많이 파세요, 예
우리 얘기 좀 할까요?
권 형사님?
[무거운 효과음]
[문이 달그락 닫힌다]
[차분한 음악]
(상운) 할머니, 저 왔어요
너무 오랜만에 왔죠?
죄송해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김화연 씨라고
기억나세요?
할머니 언니요
김화연 씨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알고 싶어요
(상운) 고분아
언니야
화연 언니
언니
기억해? [애잔한 음악]
[울먹인다]
(고분) 언, 언니?
언니
[살짝 웃는다]
(고분) 언니
엄마는…
엄마는?
아버지는?
(상운) 집에
잘 계셔
(고분) 아, 정말?
아, 그럼 꿈이었구나
[흐느끼며] 아주 무서운 꿈 꿨어, 언니
집에 불이 나서
내가 막 소리 지르고 울었어
[고분이 흐느낀다]
[상운이 울먹인다]
(상운) 미안해, 고분아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고분) 그때 언니 말 믿었어야 됐는데
엄마도 아버지도 나도
아무도 안 믿었어
[의미심장한 음악] [고분이 울먹인다]
(상운)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불이 나던 날에
[화르르] (고분) 언니가 우리한테 말했어
그리고 옆집 식구들한테도 얘기했어
곧 불가살이 온다고
그 집에서 빨리 도망쳐야 된다고
내가 도망치라고 했다고?
사람들을 살리려고 했다고?
다 그놈 때문이야 [고조되는 음악]
(고분) 그놈 때문에 모든 게 시작된 거야
언니가 얘기해 줬어
다 검은 구멍 때문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모든 게 옥을태 짓이라니?
(고분) 손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600년 동안이나 언니를 쫓고 있어
근데 그 600년 전에 검은 구멍이
그 남자 가족 다 죽이고
언니한테 뒤집어씌운 거야
[놀란 숨소리]
[음산한 음악] (을태) 먹을래요?
됐어
(호열) 할 얘기 해, 바쁘니까
좀 있다 술 약속도 있고
(을태) 대낮부터 술 약속이에요?
근데 그 약속 갈 수 있으려나?
(호열) 왜? 잡아먹기라도 하려고?
난 늙어서 맛이 없어
내가 왜요?
불가살이니까
민상운이 가르쳐 줬어요?
민상운?
(호열) 아이, 그게 누구야?
(을태) 아유, 왜 그러실까, 진짜
단활하고 민상운 지금 어떻게 지내요?
아이, 모, 모른다니까
(을태) 근데 무모하네요
불가살인 거 알고도 이렇게 쫓아다니고
죽으면 어쩌려고?
수경이처럼?
(을태) 누구죠? 그게 누군데요?
(호열) 이름도 기억 못 하네?
내 동료 형사야
15년 전에 네가 자살로 꾸며서 죽인
민상운 모녀 사건 때
알겠어요, 저기 있다, 여형사 여형사 맞죠?
(을태와 호열) - 근데 그거 내가 한 거 아닌데 - 뭐?
(을태) 내가 한 거 아니라고요
그때 당시에 밑에 있던 놈들한테 조사를 못 하게 하라고만 했지
죽이라고는 얘기를 안 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죽일 필요가 전혀 없었고
그렇잖아요 그렇게 혼자 쑤시고 다녀도
나를 잡을 방법이 없잖아요
지금의 권 형사님처럼
[긴장되는 음악]
겨우 그거 알고 싶어서 저 이렇게 따라오신 거예요?
이 깊은 숲속까지?
(호열) 권승인이라고 알지?
(을태) 처음 듣는 이름을 상당히 많이 말씀하시네요? 아니요
70년대에 구남시에 있었던 독극물 연쇄 살인범이야
그게 왜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호열) 그 연쇄 살인범이 불가살한테 살해당했거든
[음산한 효과음]
[승인의 힘겨운 신음] [우두둑거리는 소리]
[음산한 효과음]
(호열 동생) 아버지는?
[호열 동생이 콜록거린다]
(호열) 그자에겐 자식이 둘 있었는데
그중의 딸도 불가살 때문에 죽었어
근데 그거를 왜 나한테 물어봐요?
당신 옆에 한 놈 더 있잖아요 불가살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호열) 무슨 말이야? 불가살이 한 명 더 있다니?
말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도 하나 물어볼게요
(을태) 나 만나러 온다고 누구한테 말하고 왔어요?
안 했나 보네? [음산한 효과음]
[콱 물어뜯는 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
진짜 무모하시네
[긴장되는 음악]
(을태) 내가 무서워요?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을 옆에 두고?
(을태) 하긴
그놈이 기억을 잃어서 본색을 드러내진 않으니까
[고조되는 음악]
(을태)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던 그 본모습을
그에 비해 난 사람 함부로 안 죽여요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요
(을태) 그리고 활한테 말이나 전해 줘요
더는
기다려 줄 수가 없다고
[무거운 음악]
너 여기 왜 왔어?
(비서) 그 전직 형사가 회장님 따라가는 거 보고 왔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계속 귀찮게 굴 거 같은데
그냥 보내 줘
(을태) 건들지 마
[차 문이 탁 닫힌다]
아휴
꼼짝없이 죽…
[쿵] [타이어 마찰음]
[쿵]
[무거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고분) 다 그놈 때문이야
그놈 때문에 모든 게 시작된 거야
언니가 얘기해 줬어
다 검은 구멍 때문이라고
[휴대전화 진동음]
네, 형사님
(비서) 저기…
민상운 씨 맞죠?
누구시죠?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숨]
에?
[TV 소리가 멈춘다]
왜요? 뭐라 했어요?
(도윤) 아이, TV 소리 때문에 안 들려 가지고
[한숨 쉬며] 민상운 어디 있어?
(활) 온종일 안 보이는데
(시호) 아!
언니는 방에서 자요
몸이 좀 안 좋아서요
(혜석) 뭐? 몸이 안 좋아? 왜 말 안 했어?
(시호) [활을 탁 잡으며] 어?
어, 어, 어디 가게요?
아니, 많이 안 좋은지 좀 보려고요
괜찮아요
좀 자면 나으니까 깨우지 마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시호가 휴대전화를 탁 연다]
(시호) [작은 목소리로] 어 왜 전화했어?
(혜석) 아이고, 많이 아픈가?
어제 시키지도 않은 집안일을 혼자 다 하더니
골병들었나 봐
아휴, 약이라도 사 와야 하나?
제가 다녀올까요?
그러지 말고 네가 다녀와라
(혜석) 올 때 전복도 좀 사 오고
죽이라도 좀 끓여 줘야지
- 뭐 하는 거야? - (혜석) 왜?
(활) 쓸데없이 잘해 주지 말랬지?
잊었어? 네가 저 여자한테 해야 할 일?
이게 잘해 주는 거야?
(혜석) 아프다는데 죽도 못 끓여 줘?
자기는…
'좋은 놈' 소리나 듣는 주제에
뭐?
(시호) 아저씨, 전화 좀요
[의미심장한 음악] 어, 언니가…
급하대요
왜? 많이 아파?
(활) 집에 있는 거 아니었어? 어디야?
(상운) 어떤 여자가 권 형사님을 데리고 있다고 [풀벌레 울음]
전화를 했어요
주소 알려 주면서 찾아오라고요
납치라니?
(혜석) [놀라며] 납치?
(활) 옥을태 짓이야? 혼자 조사하다 그렇게 된 거야?
(상운) 근데 잘 모르겠어요
이상한 게
(상운) 내가 아니라 단활 씨가 와야 한대요
혼의 주인이 당신인 걸 알고 있다고요
뭐?
(상운) 그리고 자기가
두억시니라고 했어요
[두억시니의 괴성] [쿵쿵]
[음산한 효과음]
[깔깔 웃는다]
[자동차 엔진 가속음]
[무거운 음악]
[활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숨소리]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아, 왜 안 받아?
어? 형
(을태) [웃으며] 뭐야, 도윤이 뭐, 무슨 일이야?
웬일로 전화를 다 하고?
(도윤) 혹시 권 형사님 형이 데리고 있어요?
(을태와 도윤) - 응? - 권 형사님 형이 납치한 거…
(도윤) [작은 목소리로] 형이 납치한 거냐고요
그 아저씨한테 그러면 안 돼요 민상운만 잡겠다면서?
[긴박한 음악]
[가쁜 숨소리]
[호열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호열의 힘겨운 숨소리]
[호열의 힘겨운 신음]
[호열이 소리친다]
움직이지 마요
[무거운 효과음] [비서의 힘겨운 숨소리]
네가 두억시니냐?
(활) 나를 왜 여기 오라고 했어?
저 남자는 왜 납치한 거야?
(비서) 그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음산한 효과음] 당신이
전생의 날 죽였잖아요
[날카로운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푹]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옥을태가 말해 줬어?
[비서의 힘겨운 숨소리]
(비서) 다른 귀물 환생 놈들이 민상운을 노릴 때
전 알고 있었어요
그 혼의 진짜 주인은
당신이라는 것을
[무거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비서) 당신이
진짜 원수인 것을
[긴장되는 효과음]
[호열의 떨리는 숨소리]
방금 그건 독극물이에요
수십 명도 거뜬히 죽일 양이죠
괜찮아요?
힘들죠?
내가 당신을 죽일 순 없어도
이렇게 잡을 순 있을 것 같았어요
옥을태 그분 옆에 오랫동안 있어서 잘 알거든요
불가살에 대해선
그리고
당신 약점도 잘 알아요
어떻게 하면 더 괴롭게 할 수 있는지
[호열의 힘겨운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힘주는 신음]
벌써 시간이 다 됐네?
곧 회복하겠네요?
[그르렁거리는 소리] [어두운 음악]
[호열의 고통스러운 신음]
[활의 힘겨운 숨소리]
[호열이 흐느낀다]
[호열이 울먹인다]
그러게
진작 민상운한테서 혼을 되찾아서
당신이 사람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콜록거린다]
그럼 이런 수고도 안 하고
당신 죽이기 더 쉬웠잖아 [기괴한 효과음]
[활의 힘겨운 숨소리]
[호열의 괴로운 신음]
[울먹인다]
[무거운 음악]
[호열의 힘겨운 신음]
[호열의 거친 숨소리] [비서의 헛웃음]
이 약을 어떻게 버티지?
[호열의 다급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비서) [한숨 쉬며] 그럼 이건 어때요?
[쓱] [비서의 힘주는 신음]
[호열의 놀란 숨소리]
[비서의 가쁜 숨소리] [호열의 거친 숨소리]
[활의 힘겨운 신음]
[호열의 힘주는 신음] [비서의 비명]
[어두운 음악]
(호열) [웅얼거리며] 안 돼 안 돼!
죽이지 마!
어차피 저 남자 못 죽여요
[거친 숨소리]
대신 당신이 죽어
(비서) 저 남자가 더 괴롭게
[음산한 효과음]
[꿀꺽거리는 소리]
[비서의 힘겨운 신음]
[몽환적인 음악]
[비서의 가쁜 숨소리] (을태) 내가 건들지 말랬지?
[음산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호열의 겁먹은 숨소리]
[차분한 음악] [호열의 힘주는 숨소리]
[호열의 놀란 숨소리]
(호열) 이봐, 이봐, 이봐
정신 차려
내 말 들려? 내 말 들려?
[호열의 거친 숨소리]
[흐느끼며] 아이, 죽으면 안 돼
정신 꽉 붙들고 있어
119, 119, 어디 있어?
[호열의 떨리는 숨소리] (을태) 신고하지 마요 괜찮을 거니까
(호열) 내놔
죽, 죽는다고
이대로 두면 피가 계속…
[어두운 음악]
상처가 아물어
어, 어떻게…
(을태) 불가살이니까요
나랑 같은
[의미심장한 효과음]
[호열의 놀란 숨소리]
[호열의 가쁜 숨소리] [애잔한 음악]
[거친 숨소리]
[호열의 가쁜 숨소리]
(을태) 어떡해
독이 제대로인가 봐 괜찮아? 많이 아파?
(활) 시끄러워
두억시니 어디 있어?
(을태) 아유, 걔 걔 말도 꺼내지 마
걔 너무 독해, 애가
그 몸으로 도망을 갔어 진짜 대단하지?
너는 왜 여기 있어?
네가 시켰어?
(활) 인질들 데리고 있다가 나 잡으라고?
(을태) 아닌데 그 여자 개인 원한인데
너 봤잖아, 내가 구해 주는 거
왜 그랬지?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나한테 잘 보일 게 뭐 있어?
네가 필요하니까
(활) 너희들 불가살은 뻔뻔한 게 특징이냐?
너나 민상운이나 나한테 한 게 있는데
도와 달라느니 필요하다느니
[숨을 들이켠다]
(을태) 민상운이랑 막 너무 친해지고 그러지 마
[무거운 음악]
(활) 친해질 일 없어
(을태) 아, 빈말이 아니고
너 그러다 진짜 큰일 나
그게 무슨 소리야?
(을태) 그 여자 너무 믿지 말란 얘기야
지금 그 모습에 속지 말라고
너 여기서 생각 잘해야 돼
아주 오래전에 너에게 불가살의 저주를 주고
네 가족을 다 죽인 여자야
자, 그런 악귀가 원래의 기억을 되찾았어
그러면 제일 먼저 뭘 할 거 같아?
[어두운 음악]
나는 반대로
네 주위 사람들을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
너 봤잖아, 방금
왜냐면
나는 민상운이 영원히 사라지는 거 딱 그거 한 가지만 바라거든
그 여자가 낸 이 검은 구멍
이거만 진짜 메울 수 있으면 내가 정말
네가 원하는 거 내가 진짜 뭐든지 다 할게
나 부, 부탁할게
그러니까 나 좀 도와줘라, 응?
[다가오는 발걸음] [상운의 가쁜 숨소리]
저거 뭐, 뭐야, 저거?
(을태) 너 뭐니? 너도 있었어?
[을태의 헛웃음]
야, 이,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어
이, 이, 이 자리에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지금 다 모였어
[을태의 웃음]
권 형사님은요?
무사해
(활) 넌 그냥 집에 가라니까 여기 왜 왔어?
두억시니가 당신을 노렸잖아요 걱정돼서
[을태의 웃음]
(을태) 아, 아, 너무 웃긴데? 저기 봐
저 봐 봐, 저 얼굴을 봐 봐, 저
되게 순진한 얼굴로 속이고 있잖아
저런 모습을 보면 어때? [무거운 음악]
막 마음이 흔들리는 거야 인간처럼 보이니까, 응?
아니, 얘기를 해 봐
아니면은 그새 정이라도 들었어?
네 가족을 다 죽인 원수한테?
근데 난 다 기억해! [으르렁거리는 소리]
600년 전
네 가족을
널 죽이려고 했던 불가살 시절의 저자를
나는 다 기억하고 있어 [음산한 효과음]
널 언젠간 죽일 거야
네 가족을 죽였던 것처럼
(상운) 아니
사실이 아니잖아
그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뭐? [무거운 음악]
600년 전
당신 가족을 죽인 건
(상운) 내가 아니라
옥을태예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 그게…
(활) 그게 무슨 말이야?
믿지 마
저 여자 말 믿으면 안 돼
[쓸쓸한 음악]
(혜석) 아니, 사람 구하러 가더니 자기가 다쳐서 왔어
(호열) 활이 불가살인 거 알았냐?
(을태) 민상운 그 여자가 활하고 나 사이를 이간질해
(을태) 네가 그 여자를 여기로 데려와
(상운) 아들은 찾아 봤어요?
이제 와서 무슨 낯으로 찾겠어
(활) 게다가 어릴 때 모습밖에 알지 못해
나이가 든 모습이라면 알아볼 수도 없을 거야
[시호의 헛구역질]
- (혜석) 어유, 야, 야… - (상운) 시호야
(혜석) 뭐야, 지, 진짜 임신했어?
(도윤) 문자 보냈는데요 [풀벌레 울음]
못 할 것 같다고…
근데 네가 안 하면
좀 큰 일이 벌어질 거야
[음산한 효과음] (을태) 내가 직접 그 여자를 데리러 가야 되잖아
그러면은 뭐 그 집 사람들이 다치게 되겠지
(호열) 도윤이 후원자 조사시켰다며?
그 후원자가 누군지 알아?
(활) 자기가 감시해야 될 사람들과 사이좋은 척 웃으면서
그 생쇼를 했다고?
(활) 또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땐 널 죽일 거다
.불가살↲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