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9
(상운) 내가 아까 꼭 당신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죠?
600년 전 당신 가족을 죽인 건
내가 아니라
옥을태예요
[무거운 음악]
(활) 그게…
그게 무슨 말이야?
(을태) 믿지 마
저 여자 말 믿으면 안 돼
응, 내가, 어
내가 죽였구나, 활 가족을, 내가 [을태의 헛웃음]
[실실거리며] 내가 죽여 버렸어
지금 그따위 말이 먹힐 거 같아?
(상운) 단활 씨 가족을 죽인 건
너 맞잖아
[을태의 박수]
(을태) 야, 대단하다 이거, 아니, 진짜 같은데, 어?
아니, 눈이 진짜… [을태의 웃음]
이건, 이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이거는 진짜야 이거는 거짓말이 아니야
이제는 이제 자기 자신까지도 지금 속이는 거잖아, 그렇지?
정말 너무 가엾다
정말 너무 가여워
믿어 주세요, 단활 씨
(상운) 600년 전 당신 가족을 죽인 건, 그건 바…
[긴장되는 음악]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기억 잃은 척 이따위 거짓말을 해?
(을태) 활한테 혼란 주지 마
너의 비, 비밀을 알고 있어
(상운) 날 다치게 하면
너도 다치잖아
너도 지금
괴롭지?
잘도 알아냈네?
(을태) 근데
이렇게 하면 나는 살고
너는 죽는다 [음산한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상운의 괴로운 숨소리]
[상운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효과음] [상운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을태의 힘겨운 신음]
[상운의 거친 숨소리]
저 여자 말이
(활) 사실이냐?
[거친 숨소리]
[힘겨운 목소리로] 왜 나를 못 믿어? 왜…
(활) 다시 확인하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
[상운의 가쁜 숨소리]
[을태의 거친 숨소리]
여기서 벗어나요
[힘겨운 숨소리]
[을태의 힘겨운 신음]
[호열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을태의 힘겨운 신음]
[고통스러운 신음]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음산한 음악]
[고통스러운 신음]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부하) 개경으로 가신다고요?
내가 이 산마을 부곡리에 만족할 순 없지 않은가?
(을태 부) 식솔은 남기고 둘째만 데리고 갈 것이다 [무거운 음악]
(부하) 아니, 그럼 첫째 도련님은 어쩌시려고요?
그 아이는 몸이 약하지 않느냐
피를 토하는 기침병에
(을태 부) 제 어미가 죽은 뒤로는 광증도 있어
내 뒤를 잇긴 글렀다
[을태 부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그래도 둘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이 있어 다행이지
[긴장되는 음악] (을태 부) 둘째는 모든 게 날 닮았어
강건하고 늠름해
[을태 부의 웃음]
[술병을 달그락 집어 든다]
[힘겨운 숨소리]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밖에 누구냐?
(을태 부) 무슨 일이오?
(을서 모) 우리 아들 을서가 보이지 않습니다
낮에 사냥을 갔는데 아직 안 돌아왔답니다
귀물이 있는 숲인데…
[불길한 음악]
[을서 모의 놀란 숨소리]
[을서 모의 힘겨운 신음]
(을태 부) 사람이냐, 귀물이냐?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게!
(을태) 불가살 짓입니다
아버님
동생이 사냥을 가던 그곳은
불가살이 사는 산입니다
불가살?
무예가 뛰어난 동생이
잡스러운 귀물 따위에게 당할 리는 없지요
[을태의 악에 받친 신음]
[을태의 힘주는 신음] [을서의 비명]
(을태 부) 불가살? 그런 건 없다
만들어 낸 헛것이야!
아니요
제가 봤습니다
(을태) 어디 있는지도 압니다
[을태의 힘겨운 숨소리]
[쓸쓸한 음악]
[콜록거린다]
(호열) 내가 미친놈이야, 미친놈
불가살을 돕고 자빠졌네
(호열) 상운 씨는 그놈이 불가살인 거 알았죠?
(상운) 네
근데 여태껏 같이 다녔어요?
옥을태를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요
(상운) 단활 씨가 유일한 방법이에요
(호열) 아니, 그렇다고
불가살이 어떤 놈들인지 몰라요?
단활 씨는 옥을태와 달라요, 형사님
원래 사람이었어요
- (호열) 사람이요? - (상운) 네
나중에 다 말씀드릴게요
(상운) 그보다 상처가 안 나아요
(호열) 날 납치했던 그 여자가
독극물을 주사해서 그럴 거예요
[호열의 가쁜 숨소리]
[애잔한 음악]
[호열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아휴, 이…
[음산한 음악]
[을태의 악에 받친 신음] [퍽퍽 내리치는 소리]
[을서의 힘겨운 신음] [을태의 악에 받친 신음]
[을태의 힘주는 신음] [퍽퍽 내리친다]
[우지끈거리는 소리] [을태의 떨리는 숨소리]
[을태의 힘주는 신음] [음산한 효과음]
[을태의 아파하는 신음]
[으르렁거리는 소리] [을태의 고통스러운 신음]
[우두둑거린다]
[을태의 힘겨운 신음]
[을태가 울먹인다]
[몽환적인 음악]
[을태가 울먹인다]
[을태의 겁먹은 숨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웃음]
[을태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행상1의 힘주는 신음]
[스위치 조작음] (행상1) 아휴, 됐다
[힘주며] 가자
왜?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
(행상2) 어?
(행상1) 여보, 피
[그르렁거리는 소리]
(행상2) 여보, 없어졌어
[그르렁거리는 소리] [긴박한 음악]
하지 마, 나가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행상2의 비명]
아, 오빠!
[콱 물어뜯는 소리] [행상2의 비명]
[그르렁거리는 소리]
(아찬) 아버지!
[무거운 음악] (아찬) 아버지! 아버지!
(상운) 단활 씨 단활 씨, 일어나 봐요
단활 씨, 정신 차려요
(상운) 당신 가족을 죽인 건
내가 아니라
옥을태예요
(아찬) [흐느끼며] 아버지!
아버지!
(상운) 단활 씨
[활의 가쁜 숨소리]
괜찮아요? [차분한 음악]
(상운) 정신 좀 들어요?
[상운의 놀란 숨소리]
네가 아니라고?
(활) 내 가족을 죽인 게
옥을태 짓이라고?
(상운) 아, 아, 아파요
아프다고요!
[상운의 한숨]
(활) 네가 아니라면 그때 왜 거기 있었지?
내 아내와 아들이 죽은 곳에
피를 뒤집어쓰고
(상운) 그렇게 말해도 난 몰라요
전생을 기억 못 하니까
그럼 옥을태 짓이라고 한 건?
그건…
우릴 키워 줬던 할머니한테 들었어요
김고분 할머니요
김화연의 동생이었던
(상운) 할머니는
전생을 기억하는 김화연한테 모든 걸 다 들은 것 같아요
당장 만나 봐야겠어
(상운) 네?
아, 그 몸으로 간다고요?
아, 그러지 말고 내일 날 밝으면 내가 데려다줄게요, 네?
[활의 힘겨운 숨소리] [상운이 놀란다]
[상운의 한숨]
하, 진짜…
아휴
[상운의 한숨]
괜찮아요? 네?
[상운의 한숨]
[상운의 속상한 숨소리]
내 피 줄게요
이대로는 옥을태 못 이겨요
[활의 헛웃음]
(활) 영혼을 빼앗아 불가살로 만들더니
이제 남은 인간성마저 빼앗으려는 거야?
[한숨]
[상운이 숨을 들이켠다]
그런 게 아니라
(상운) 불가살인데 맨날 죽을 거 같으니까 그러죠
비켜 줄래?
(상운) 싫으면 말아요 나도 아픈 건 진짜 싫으니까
근데
난 애초에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내 피 먹는 건 괜찮지 않아요?
지금은 인간 맞잖아
(활) 사람 피는 먹지 않겠다고
그 사람하고 약속했으니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을태) 불가살이니까요
나랑 같은
[호열의 한숨]
(구 사장) 하이고 소주랑 번데기랑 원수졌어?
아주 그냥 작살을 내는구먼
감이 다 죽었어요
감이
사과나 배는 안 죽고?
[구 사장의 호탕한 웃음]
(호열) 아재 중의 아재 썩은 아재 같은 소리를, 아이고
형사 때는 그 감으로 나쁜 놈들 다 잡았는데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을 바로 곁에 두고도
그걸 몰랐다고요
아, 됐고
퇴근 좀 하자
(구 사장) 저녁 있는 삶 몰라?
(호열) 여기서 잘 거예요
나가다 불이나 좀 꺼요
(구 사장) 아, 예, 손님
아, 숙박료는 월급에서 깔게요
적당히 처드시고요
[구 사장의 휘파람] [무거운 음악]
[스위치 조작음]
[한숨]
[쓸쓸한 음악]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린 호열의 힘주는 숨소리]
[어린 호열의 한숨]
[사이렌이 울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어? 통행금지 시간이다
[호열 동생의 기침]
아버지는?
[호열 동생의 기침] (어린 호열) 오겠지
'아' 해
저녁 안 먹었잖아
빨리 먹고 자야지
[기침]
안 자면 아버지한테 또 맞는다
[콜록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우당탕거리는 소리]
[호열 부의 거친 숨소리]
(어린 호열) 오셨어요?
금방 먹고 치우려고 했는데…
[호열 부의 가쁜 숨소리]
이거 마셔
우유에서 이상한 냄새가…
그냥 마셔!
[불길한 음악]
[놀란 숨소리]
다 끝났어
불가살이 왔어
[호열 부의 거친 숨소리]
(호열 부) 같이 가야지
응?
[호열 부의 비명]
[긴박한 음악] [호열 부의 힘겨운 숨소리]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
[어린 호열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
(호열 동생) 힘들어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 (호열 부) 거기 서!
[무거운 음악] 거기 서!
[호열 부의 기괴한 웃음]
거기 서!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
[호열 동생의 힘겨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
(호열 부) 어디 있어? 나와!
[어린 호열의 겁먹은 숨소리] 냄새가
[음산한 효과음]
냄새가 난다고
누가 도와주세요
(호열 부) 여기 있는 거 안다 나와!
(어린 호열) 누가 아빠 좀 데려가 주세요
[으르렁거리는 소리] [어린 호열이 중얼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놀란 숨소리]
(호열 동생) 오빠…
[그르렁거리는 소리]
[콱 물어뜯는 소리] [호열 부의 힘겨운 신음]
[어린 호열의 놀란 숨소리]
선희야
[어린 호열의 당황한 숨소리]
[힘겨운 신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호열 부의 괴로운 신음]
[애잔한 음악]
[힘겨운 목소리로] 불가살이 왔어
[그르렁거리는 소리] (호열 동생) 불가살이…
[어린 호열이 울먹인다]
선희야, 일어나
(어린 호열) [흐느끼며] 일어나
일어나 봐
[으르렁거리는 소리]
[겁먹은 숨소리] [쿵쿵 소리]
[한숨 쉬며] 아이씨, 뭐야? [쿵쿵 소리]
퇴근한다더니
[호열의 힘주는 신음]
[호열이 숨을 후 내뱉는다]
[호열의 한숨]
[무거운 음악]
여긴 왜 온 거야?
다쳤는데 병원 안 가 봐도 돼요?
왜 왔냐고
(활) 술 마셨어요?
(호열) 술을 마시든 양잿물을 마시든 뭔 상관인데?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요
뭔데?
네가 불가살인 거?
(호열) 아니면
(호열) 그 연쇄 살인범이 불가살한테 살해당했거든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당신 옆에 한 놈 더 있잖아요 불가살이
아니야
(호열) 아무것도 아니야
뭔 얘기를 하려고 왔는데?
이 밤중에 무섭게, 응?
일부러 속인 거 아니라고요 불가살인 거
상관없어
(호열) 원래 널 믿지 않았으니까
수상한 게 아주 더럽게 많았거든
불가살인 줄 아니까 앞으로도 쭉 믿지 않을 거고
됐냐?
네
(활) 그냥 그 말 하려고 왔어요
(호열) 둘 중 한 놈이 내 여동생을 죽였다 [음산한 효과음]
[그르렁거리는 소리]
[꿀꺽거리는 소리]
불가살 둘 중 한 놈이
(상운) 저기, 이야기는 다 했어요?
(활) 아니
안 했어요? 해야죠
(상운) 원래 인간이었다고
예전에 나한테 혼을 뺏겨서 그렇게 됐다는 것도요
안 했어
(활) 그냥 못 했어
[상운의 한숨]
(상운) 권 형사님이 전처럼
또 싫어하고 수상하게 여기면 어떡해요
됐어
말했으면 더 싫어하고
수상하게 여겼을 거야
애초에 오늘처럼 마주하고 얘기하지도 못했을 거야
[상운의 한숨]
(상운) 내 이럴 줄 알았어
꼭 이 밤에 할머니를 만나러 가야 해요?
요양원 문도 안 열었구먼
한시라도 빨리 알아야겠어
[무거운 음악] 600년이야
(활) 뭐가 진짜인지 알지 못하고 세월을 보낸 게
더는 못 기다려
[찰랑거리는 소리] [풀벌레 울음]
[차분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상운) 일어났어요?
[상운의 피곤한 숨소리]
[상운이 숨을 들이켠다]
(활) 왜 여기서 자고 있어? 깨우지
[살짝 웃는다]
아플 땐 잠이 최고잖아요
(상운) 아, 맞다
목의 상처는요? 씁, 가만있어 봐요
아…
다 나았네요
[상운이 살짝 웃는다]
불가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활) 그래?
조금만 기다려
원래 네 거니까 돌려줄게
아니요
(상운) 그건 최대한 천천히 돌려줘도 되는데요?
[상운의 웃음]
(활)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좋은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보여요?
사실은요
(상운) 활 씨 가족을 그렇게 만든 게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김칫국 마시지 마
아직 확실한 거 아니니까
아니요, 확실해요
(상운) 분명 옥을태가 한 짓이 맞을 거예요
[어두운 음악]
(도윤) 형
- 아… - (을태) 어
왔어?
[도윤이 살짝 웃는다]
(도윤) 아, 그렇게 불러도 모르고 무슨 일 있어요?
아, 오늘은 왜 보자고 불렀어요?
(을태) 너한테 할 말 있어서
(도윤) 아참, 나도 할 말 있는데
권 형사님 구해 준 거 형이라면서요
아, 진짜 잘했다
고마워요, 형
활은 괜찮아?
(을태) 많이 다쳤을 거 같은데
괜찮긴 한데
아유, 난 그 형은 좀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도윤) 맨날 쓰러져, 맨날
근데 권 형사님 납치한 놈은 도대체 누구예요?
활한테 원한이 있는 놈이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을태) 괜찮을 거야, 이제는
(도윤) 아휴
다행이다, 근데 진짜
걱정 많이 했는데
근데 오늘은 비서 누나가 안 보이네요?
휴가 갔어
그 여자
(도윤) 형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표정이…
민상운
(을태) 민상운 그 여자가 활하고 나 사이를 이간질해
기억 잃은 척, 인간인 척해서
활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
[힘겨운 신음]
활 도움 받아서 이 검은 구멍 메울 수 있을 줄 알았어
아무래도 활한테서 떨어뜨려 놔야겠어 [긴장되는 음악]
(도윤) 어떻게요?
[을태가 숨을 들이켠다]
네가 그 여자를 여기로 데려와 활 몰래
(도윤) 어떻게 하려고요?
(을태) 왜?
내가 죽이기라도 할까 봐?
(도윤) 아니요, 아니요, 그…
아, 그건 아닌데
형, 근데 저는 감시만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냥 옆에 붙어 있기만 하라고…
상황이 변했잖아, 도윤아
(을태)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우리 사이에
(도윤) 근데 형
이런 건 좀…
나 아무래도
하기 싫어요, 나쁜 짓 같아서
나쁜 짓 아니야
(을태) 그냥 여기로 데리고만 오는 거야
그것도 못 해 줘? 나는 너랑 네…
친형, 너희들 형제들을 위해서
정말 다 해 줬는데?
[새가 지저귄다]
(혜석) 아침 댓바람부터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아, 잠깐 학교 좀…
(시호) 거짓말 치네
(도윤) 아휴, 또 뭐가?
(시호) 야, 교복도 안 입고 학교 가냐?
너 좀 수상해?
숨어서 자꾸 통화하고
설마…
[도윤을 툭 치며] 여친 생겼냐?
[시호의 웃음] (도윤) 아, 뭐래? 그런 거 아니야
근데 너 진짜 학교 안 갈 거야?
가서 좋은 일 하나도 없는데 왜 가?
아, 그리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혜석) 뭘 알아서 해?
걱정을 안 하게 해야지, 그럼!
지금까지 네 맘대로 산 것 같은데
우리랑 같이 사는 이상 안 돼
벌어먹고 살려면 중졸보다 고졸이 낫잖아
학교 다시 나가!
(시호) 그래 아니면 검정고시라도 준비하든가
(혜석) 그래
[한숨]
(도윤)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일 많아요
제발 그만 좀, 네?
아, 근데 상운 누나는?
왜? 갑자기 우리 언니는 왜 찾아?
[한숨 쉬며] 아니야
(혜석) 밥은?
(도윤) 입맛 없어요
(혜석) [놀라며] 뭐?
아니, 맨날 밥으로 타령을 부르던 놈이 입맛이 없대 [문이 달칵 열린다]
[무거운 음악] 야, 사춘기인가? 애를 안 키워 봐서 알 수가 있나
(시호) 사춘기는 진작에 지났어요
씁, 진짜 여친이랑 싸운 거 아니에요?
(혜석) 여친?
[한숨]
(을태) 도윤아
이번 일만 하고 정말 끝이야 정말 마지막이야
(을태) 너 이제 그 집에 갈 필요도 없어
너는 내가 계속 돌봐 줄 거니까
그 여자를 활한테서 떨어뜨려 놔야 돼
뱀 같은 혀로 속이기 전에
(상운) 고분아, 이거 먹어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화연 언니야, 언니 기억하지?
[고분의 웃음]
(고분) 어디 갔다 왔어, 응?
아이, 돌아다니지 말라 그랬잖아!
[어두운 음악]
근데 저 남자는 누구야?
(상운) 괜찮아
언니랑 잘 아는 사람이야
그보다 검은 구멍에 대해서 좀 말해 줄래?
나한테 한 말 있잖아, 응?
손등에 흉터를 가진 남자 가족을
검은 구멍이 어떻게 했는지
손등에 흉터?
(고분) 손등에 흉, 흉터?
[놀란 숨소리]
언니, 왔다, 왔어
손등에 흉터 있는 사람이 왔어 언니 잡으러 왔어
- (상운) 진정해 - (고분) 도망쳐야 돼
(고분) 빨리 도망가, 얼른!
- (고분) 도망가야 돼, 지금 - (직원) 할머니
(고분) 어, 안 돼, 안 돼 빨리 가, 언니!
- (고분) 얼른 가! 얼른 가! - (직원) 어, 할머니
[고분이 소리친다]
[새가 지저귄다]
(활) 김고분 씨는 괜찮아?
(상운) 네, 괜히 단활 씨랑 같이 들어갔나 봐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활) 아니
같이 들어가길 잘했어
덕분에
김고분 씨 반응도 잘 봤으니까
(상운) 무슨 말이에요?
(활) 동생 김고분이 저 정도면
김화연은 날 진짜로 무서워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 말은
(상운) 김화연이 단활 씨한테 지은 죄가 있어서
무서워하고 도망쳤다는 거예요?
맞아
아니, 안 믿어 주니까요
(상운) 김화연이 50년 전에 말했어도 안 믿었을 거잖아요
안 믿어
(활) 지금도 그 여자 말 안 믿어
표정 뭐야? 왜 서운한 표정을 짓고 그래?
제 말은 안 믿으니까요
(활) 김화연 말을 못 믿는다고 했지
누가 널 못 믿는대?
[차분한 음악]
너는
생각보다 믿을 만해
(상운) 나는 믿는다고요?
(활) 응
기억을 잃고 바보가 돼서 그런지 너는 나한테 숨기는 거 없잖아
속내도 다 말하고
[한숨]
빨리 따라와
[상운의 한숨]
(상운) 저… 김화연 말을 못 믿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요
진짜 옥을태 짓이라는 증거요
어… 씁
저기, 그럼 혹시 말이에요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던 다른 사람을 알고 있어요?
(활)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아, 저, 그게 실은
제 동생 시호요
(상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볼 수가 있어요
심지어 전생의 기억도 보는 거 같아요
전생의 기억도 본다고?
(상운) 정확히는 혼의 기억을 본다고 들었어요
음… 어!
꼭 저 나무 나이테를 읽듯이요
[똑똑 노크한다]
(시호) 무슨 일인데요?
언니가 그러던데
나한테 뭐 부탁할 게 있다고요
(시호) 생각보다 안 무섭네
도윤이는 무섭다 그러던데
인질이에요?
(활과 시호) - 네? - 울 언니를 원수로 여기잖아요
(시호) 그러니까 나도 언니도 인질이냐고요
예나 지금이나
직설적인 거 여전하네요
전생의 기억을 본다고 들었어요
(활) 혼의 기억을 읽는다고
언니가 말했어요?
그거 때문에 지금…
네
[한숨]
아, 그렇긴 한데
내 맘대로 막 보고 그런 건 아니에요
혹시
자기 자신의 전생도 볼 수 있어요?
저를요?
(시호) 아,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근데 해 본 적은 없어요
한번 시도해 볼래요?
(시호) 그럴 수는 있는데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아저씨는 내가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혜석 이모가 그러던데요?
아저씨한테 들었다고
우리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신 전생에
[차분한 음악] 제 전생이요?
우리 어떻게 만났는데요?
(활) 그냥 잠시 스쳐 지나가다 만났어요 [잔잔한 음악]
나 같은 괴물이랑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왜 괴물이라고 해요?
- (활) 네? - (시호) 아니
사실은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시호)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뭐
무섭진 않다고요
나도 구해 주고
권 형사님도 구해 줬잖아요
괴물은 옥을태죠
음, 아무튼
제 전생을 보는 게
우리 언니 누명을 벗는 데 필요하다는 거죠?
[무거운 음악] 아마도요
그럼 알겠어요 한번 시도해 볼게요
될진 모르겠지만
[시호의 한숨]
[차분한 음악]
[깊은 한숨]
- (상운) 어, 왔어? - (시호) 응
(상운) 활 씨랑 얘기하고 온 거야?
(시호) 응
갑자기 내 전생을 보자고 했어
(상운) 네 전생을? 그래서?
당연히 못 봤지
나한테는 안 통해
(시호) 근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내 전생을 보고 싶어 했을까?
씁, 그러게
(상운) 그때 같이 있었던 아내랑 아들은 찾지도 않고
왜 너한테…
(시호) 근데 아까부터 이거 무슨 냄새야?
- 냄새? - (시호) [힘겨운 목소리로] 아…
(상운) 어? 아, 혜석 이모님이 생선찌개 끓이셨는데
[시호의 헛구역질]
시호야 [문이 달칵 열린다]
[혜석이 놀란다] (상운) 시호야
[시호가 콜록거린다] 뭐야? 왜 이래, 체했어?
(상운) 아, 저, 그런 건 아닌데… [시호의 기침]
괜찮아?
(혜석) 아니 체한 것도 아닌데 왜 이래?
[웃으며] 꼭 애 들어선 사람처럼 별일이네
[의미심장한 음악]
반응이 왜 이래?
(혜석) 어, 뭐야, 진짜 임신했어?
(시호) 그렇게 됐어요
(혜석) 어머, 어떡해, 어떡해 임신…
언제부터? 아휴, 진작 말을 하지
아휴, 어떡하지? 어머, 어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 어 [혜석의 웃음]
[혜석이 놀란다]
아, 뭐야? 언제부터 여기 서 있었어?
방금 얘기 들었어?
[스위치 조작음]
(혜석) 여기서 뭐 해?
왜 혼자 똥폼 잡고 있대?
너 혹시 충격받았어?
전생의 아내가 임신해서?
아까 네 표정 장관이었어
예전에 네가 한 말이 있어
[무거운 음악]
(활) 인연으로 엮이면
그게 선연이든 악연이든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개뿔
(혜석) 맨날 내가 옛날에 뭔 소리를 했대
아, 왜, 로또 번호는 예언 안 했고?
전생의 인연은 현생에서도 반복된다고 했어
(활) 한 번 엮이면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아찬이도 다시
아내의 아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깊은 한숨]
(혜석) 너 네 아들이 진짜 보고 싶구나?
그것보다
(활) 단솔이 아이를 만나
이번 생에선 행복했으면 좋겠어
(혜석) 너는? 너도 네 아들 보고 싶잖아
아유, 나도 그러면 좋겠다
너 궁상떠는 것 좀 덜 보게
근데 너무 기대하진 마
알고 있어
(혜석) 들어가, 난 장 좀 봐 올게
시호 입덧하는데 뭐 좀 먹여야지
- (활) 내가 갈게 - (혜석) 됐어
(혜석) 아, 그보다 이 집에 궁상떠는 놈 또 있어
가서 좀 봐줘
(활) 그게 무슨 소리야?
(혜석) 도윤이 말이야
방에 들어가서 안 나와
그 좋아하는 밥도 안 먹고
(활) 놔둬, 애도 아닌데
(혜석)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밥 안 먹으면 신경 쓰이는데
어떻게 놔둬?
가서 무슨 일인지 좀 들어 봐!
이 집에 남자는 너 하나인데
이성 문제일 수도 있잖아 고민 상담 좀 해 줘
(활) 참 상담 잘되겠다
600년간 혼자 산 남자한테서
됐어
(혜석) 으이그! 하여간 정 없기는
내 잠깐 인간인 줄 알았네
[풀벌레 울음] [개가 왈왈 짖는다]
자요
너나 먹어
[도윤이 피식 웃는다]
(도윤) 맞다, 우리 형이랑 이렇게 먹던 게 버릇이 돼서
(활) 형이 있어?
(도윤) 네, 어릴 때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밖에 없어요
지금은 병원에 있어요
왜?
어디가 아파?
지금은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형이 계속 아팠거든요
(도윤) 근데 그거 알아요?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있으면
뭘 해도 행복하지 않은 거
괜히 '형이 아픈 게 나 때문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
왜?
(활) 형이 더 안 좋아졌어?
아니요, 많이 좋아졌어요
곧 퇴원할 수도 있다 그랬거든요
(도윤) 그보다 실은
어릴 때부터 저희 형제를 후원해 주시던 분이 계시거든요
뭐, 가끔은 가족처럼 대해 주시기도 하고
근데 그분이
부탁을 좀 했는데
무슨 부탁?
하고 싶지 않은 일이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
(도윤) 그렇지만 저한테 해 주신 게 많단 말이에요
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쉬운 줄 아세요?
아, 진짜, 형!
오래 살아도 어떻게 저보다 사회생활을 모르세요?
기브 앤드 테이크
너 '기브 앤드 테이크' 스펠링이나 아냐?
(도윤) 아, 너무해! 인성
참…
(활) 하기 싫은 거 하지 마
은인이고 뭐고 하기 싫은 걸 왜 시키는 건데?
자기가 베풀어 놓고 하기 싫은 거 시키는 게 은인이냐?
(도윤) [한숨 쉬며] 형한테 물어본 내 잘못이다
형처럼 하고 싶은 대로 막…
하고 사는 사람한테
아휴
(활) 아, 그래서 그 은인이 부탁한 게 뭔데?
(도윤) 그냥 별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차분한 음악]
왜, 왜요?
[활이 도윤을 툭툭 쓰다듬는다]
(활) 아니
아까 말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형이 아픈 거
네 잘못 아니라고
그러니까 쓸데없이 미안해하지 마
(도윤) 알아요
[기어 조작음]
[자동차 알림음]
들어가, 난 전화 한 통만 [차 문이 탁 닫힌다]
(도윤) 예
[통화 연결음]
(구 사장) 아이고!
(구 사장) 왜 이제야 전화해요
우리 VVVIP 고객님
[웃음]
(구 사장) 아, 사람 서운하게
우리 같이 보낸 세월이 있는데
아이, 징그럽게 왜 이래요
술 마셨어요?
아무튼 의뢰 하나만 할게요
(활) 그, 자애보육원에 남도윤이라는 남자애가 있어요 [차분한 음악]
그 애 후원자가 누군지 좀 알아봐 줘요
(도윤) 형!
아, 빨리 와요
(구 사장) 아이 그런 건 전문 아닙니까?
금방 조사해요
지금 바로 가요, 차 탔어
[휴대전화를 탁 닫으며] 앗싸!
[구 사장의 신난 탄성] (호열) 아유
[손가락 딱딱 튀기는 소리] 뭔 의뢰인데 그렇게 바람 들어간 붕어처럼 붕붕 떠요?
[호열이 의아해한다]
그 대박 물주가 또 의뢰 줬다니까
(구 사장) 아이 깐풍기도 하나 시킬걸
아, 그, 여자 찾아 달라던 놈이요?
이번엔 뭘 시켰는데?
[도윤의 한숨]
(혜석) 둘이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와?
기다렸잖아! [문이 탁 닫힌다]
(도윤) 약국 다녀왔어요
근데 웬 케이크?
(시호) [부스럭거리며] 아, 혜석 이모가 사 왔어
누구 생일이에요?
[도윤의 힘주는 숨소리]
(상운) 단활 씨
단활 씨
잠깐만 있다 가면 안 돼요?
시호 축하해 주려는데
(혜석) 아…
자, 촛불을 몇 개를 켜야 하지?
(시호) 촛불? 민망한데
(혜석) [웃으며] 두 개?
[혜석과 시호의 웃음]
(혜석) 웬일이냐? 우리랑 겸상을 다 하고
잠깐만 있다가 갈 거야
(도윤) 근데 이게 오늘 저녁이에요? 케이크?
(혜석) 어, 시호가 음식 냄새 맡으면 힘들다 그래서
[부스럭거리며] 자, 케이크로 축하해야지
축하 노래는 없어도 되지? 노래해?
(시호) [웃으며] 아, 아니요 [혜석의 웃음]
아니, 무슨 축하인데요?
(도윤) 아이, 뭐, 알고 축하해야지
(상운) 아, 아직 모르는구나
시호 임신했거든
임신이요?
(도윤) 누나, 그래서…
배가 나온 거였어?
(시호) 야, 내가 배가 어디 있어?
그리고 아직 배 나올 때도 안 됐거든?
(도윤) 와, 말도 안 돼
임신이라니 [도윤의 헛웃음]
도윤아
조카 생기니까 좋지?
예?
[도윤의 헛웃음]
(도윤) 무슨 조, 조카예요
가족도 아닌데
(상운) 아, 왜? 우리 이렇게 같이 사는데
가족이지, 뭐 [시호가 살짝 웃는다]
[차분한 음악]
[도윤이 피식 웃는다]
[웃음]
(혜석) 아, 뭐, 그렇지 어, 같이 살면 가족이지
가족 같은 회사도 많고
웬수 같은 가족도 있고
[혜석의 웃음]
(도윤) 아휴, 근데
제가 이 집에서 언제 나갈 줄 알고요
형만 해도
맨날 나가라고 구박하는데
(활) 왜? 뭐 어쩌라고?
아니, 뭐 그렇다고…
(혜석) [도윤을 탁 치며] 집도 절도 없는 놈이 어딜 나가?
여기서 쭉 살아
나중에 내 밑에서 정육점 일도 배우고
아, 이모
저 피 무서워서 그런 거 못 해요
- (시호) 그거 제가 하면 안 돼요? - (상운) 네가?
(상운) 야, 너 할 수 있겠어?
(시호) 응 이모님이 가르쳐 주면 좋지
언제까지 알바만 할 순 없잖아
애도 키워야 되고
(혜석) [시호를 쓱쓱 쓰다듬으며] 아이고, 기특해라
봤냐? 누나한테 좀 보고 배워라 [도윤의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이모님
(도윤) 저는 누군가를 따라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그게 좋아 보이지도 않고요
저는 저만의 길이 있어요
(혜석) 옘병, 하기 싫단 말을 거창하게도 한다!
아, 불이나 꺼! 촛불 켜게
(도윤) 예, 예, '옘병' '옘병'…
[시호의 웃음]
- (시호) 야! - (상운) 도윤아! [혜석이 버럭 한다]
(시호) 아, 촛불 켜고 해야지!
(혜석) 너 일부러 그랬지? 애새끼가 어긋났네, 아주
(시호) 아, 진짜 왜 저래?
[혜석의 헛웃음] (상운) 쟤 진짜 일부러 그랬다, 이거
- (혜석) 어두워! - (시호) 아, 뭐 해?
[풀벌레 울음]
[상운의 옅은 탄성]
(시호) [웃으며] 언니, 배고팠어? 벌써 다 먹었어 [혜석의 웃음]
(상운) 거의 다 먹었어 [시호의 웃음]
(혜석) 속은 괜찮아? 이건 괜찮아?
(상운) 단활 씨는 못 먹어서 어떡해요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상운의 웃음]
(혜석) 어, 맛있다, 음
[사람들이 화기애애하다]
[시호의 웃음]
(도윤) 형
[풀벌레 울음]
문자 보냈는데요
못 할 것 같다고…
응, 봤어
진짜 안 할 거야?
(도윤) 네, 죄송해요
도윤아, 근데 네가 안 하면
좀 큰 일이 벌어질 거야
네? 그게 무슨… [긴장되는 음악]
내가 직접 그 여자를 데리러 가야 되잖아
그러면은 뭐…
그 집 사람들이 다치게 되겠지
도윤아
네?
(을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10년 전에
[발걸음이 울린다] [차분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가 들린다]
[기침 소리]
(을태) 내가 보육원에 갔을 때
[힘겨운 숨소리] 네가 아픈 형 도와 달라고
내 손 꼭 잡았었잖아
(어린 도윤) 형
우리 형 좀 도와주세요
(을태) 어려서 작은 손인데도
꽉 쥔 그 힘이 너무 세서
나 아직도 기억나
(어린 도윤) 형
우리 형이에요
도와주세요
(을태) 살려 달라는 신호 같았거든
형
(을태) 그때는 네가 나한테 손을 내밀었어, 도와 달라고
도윤아, 지금은
내가 너한테 손을 내미는 거야
(을태) 기다릴게
너는 하나뿐인 내 편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잖아
[떨리는 숨소리]
[물소리가 솨 들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물소리가 멈춘다]
[웃으며] 어, 왔어?
너 또 통화 오래 할 거 같아서 다 치웠어
(상운) 남은 케이크는 냉장고 안에 있으니까
배고플 때 먹어
네
[물이 솨 흐른다]
[잔잔한 음악]
(도윤) 누나
(상운) 응
저…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도윤) 진짜 왔네요
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
(상운) 네가 어제 진지하게 부탁했잖아
우리 이제 어디 가는지 말해 줄래?
활 형은요?
(도윤) 말 안 하고 온 거 맞죠?
(상운) 응, 일찍 나갔나 봐
차가 안 보이던데?
[새가 지저귄다]
[타이어 마찰음]
[한숨]
여기 왜 왔어요?
(활) 구 사장님하고 약속했는데?
아이, 도윤이 그 자식 대체 뭐 하는 놈이야?
(활) 네?
[무거운 음악] (호열) 도윤이 후원자 조사시켰다며?
그 후원자가 누군지 알아?
(도윤) 시호 누나한테는 말했어요?
(상운) 아니 자고 있어서 조용히 나왔지
말하고 오지…
(도윤) 그럼 아무도 모르잖아요
(상운) 도윤아 우리 어디 가는 건데?
(도윤) 사실은
지금 옥을태한테 가는 거예요
(상운) 옥을태?
(도윤) 누나를 데려오지 않으면 직접 오겠대요
그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친다고, 근데
누나한테는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죄송해요, 지, 지금이라도… [애잔한 음악]
돌아갈래요?
(상운) 아니, 잘 말했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도윤) 네?
그 일을 겪고도 잊고 있었어
나와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걸
(상운) 내가 욕심을 부렸나 봐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았나 봐
꼭 집 같고
시끌벅적한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
넌 집에 돌아가 난 혼자 갈 데가 있어
(도윤) 어디 가려고요?
당연히 옥을태가 모르는 곳으로 가야지
(상운) 그럼 너도
옥을태가 시키는 대로 안 해도 되잖아
시호랑 단활 씨한테는
내가 자리 잡고 연락한다고 전해 줘
[버스 문이 쉭 열린다]
(도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가지 마세요
제가 활 형한테는 사실대로 말할게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버스 기사) 안 타요?
그냥 가세요, 죄송합니다
[못마땅한 숨소리]
(도윤) 어?
[무거운 음악]
(활) 아침부터 둘이서 어디 가?
(상운) 아… 도윤이랑 같이 산책하려고요
(활) 위험하니까 밖에 돌아다니지 말랬잖아
차에 가 있어
네
(활) 넌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새가 지저귄다]
(도윤) 형
우리 어디 가요?
(활) 처음부터 이상하다 했어
날 보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잘 따르는 게
네?
옥을태가 뭘 알아보라고 했어?
(도윤) 아… 어떻게 아셨어요?
(활) 민시호 씨 납치당했을 때 너도 역할이 있었어?
(도윤) 아니요
(활) 권 형사님 납치당했을 때 너도 도운 거야?
(도윤) 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
(활) 내 집 위치는 옥을태한테 말했어?
아니요
저 진짜 안 그랬어요
그럼 옥을태한테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도윤) 아, 그냥…
형이랑 상운 누나랑 사이는 어떤지
둘이서 뭐 하는지…
그것뿐이라고?
(활) 그거 알아내려고 내 집에 숨어들었다고?
갈 데 없는 불쌍한 애인 척 연기하면서
자기가 감시해야 될 사람들과 사이좋은 척 웃으면서
그 생쇼를 했다고?
죄…
(도윤) 죄송해요
형
근데 이유가 다 있었어요, 그게…
(활) 아니, 듣기 싫어
변명하지 마
[쓸쓸한 음악]
그냥 가, 다신 오지 말고
네?
(도윤) 형
제가 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상운 누나한테도 제대로 사과할게요
시호 누나한테도요
혜석 이모랑 권 형사님한테도 사과할게요
형한테도 죄송해요
그냥 혼내세요, 화내세요
때려도 맞을게요, 형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이제 거짓말 안 할게요
[울먹이며] 같이 살아도 된다 그랬잖아요
저…
이대로 가면
갈 데도 없어요
네?
(활) 가, 다시는 오지 마
또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땐 널 죽일 거다
형…
[도윤이 흐느낀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상운) 도윤이는요?
갔어, 이제 안 와
[활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상운) 네?
왜요?
[휴대전화 진동음]
(을태) 도윤아, 어디야? 오고 있어?
나 기다리고 있는데
(도윤) 그거
이제 못 해요
[의미심장한 음악]
활 형이 알았거든요
그거를 왜 들키…
도윤아, 그거를 왜 들켰어? 바보같이
[을태의 당황한 숨소리]
(을태) 아, 나, 어…
잘했다, 그, 그, 씁…
네가 할 일은 일단은 다 끝난 거 같아
그러니까 일단은 보육원으로 가 있어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지금 바쁘니까
(도윤) 잠깐만요!
(도윤) 저희 형이요
병원을 안 가르쳐 줘서
(도윤)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한숨]
지금
형이 좀 보고 싶어서요
(을태) 어…
병원에 없어
(도윤) 네?
벌써 퇴원했어요?
(을태) 아니
죽었어
네?
(을태) 희귀병이잖아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해
너 속상할까 봐 일부러 얘기를 안 했어
(도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좋아지고 있다면서요
(도윤) 퇴원해도 된다 그랬잖아요
도윤아 왜 그렇게 얘기를 해 새삼스럽게
원래 의사들도 다 그렇게 얘기를 해, 가족들한테
그거 따라 한 거야
말도 안 돼…
그럼
날 속인 거예요?
(도윤) 거짓말한 거예요?
거짓말을…
도윤아, 거짓말을 한 게 아니야 그거는
말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던 거야
아무튼 나 지금 바쁘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어두운 음악]
도윤이 집에 오면 들이지 마
지금은 걔 보기 싫으니까
(경호원) 네
찾았어, 김 비서는?
멀리 도망 못 갔을 텐데 목 물려서
(경호원) 근처 모든 병원, 약국을 뒤지고 있습니다
빨리 찾아 활한테 쓸데없는 짓 하기 전에
(경호원) 어디로 가십니까?
내가 직접 찾아와야 될 게 있잖아
내가 직접
(상운) 진짜 옮길 거예요?
(활) [지퍼를 직 닫으며] 옥을태가 집을 알고 있는 거 같아
직접 와서 널 데려가려 할 거야
(상운) 시호야, 시호야, 일어나 봐
- (시호) 응, 왜? - (상운) 응?
우리 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 돼
(시호) 응? 갑자기 왜?
무슨 일인데?
옥을태가 올 거야
[무거운 음악]
어떻게?
그게…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시호) 남도윤, 너 지금 어디야?
너 진짜 옥을태가 보낸 사람이야?
(시호) 우리 감시했어?
아…
미안해요
아, 너 진짜…
왜 그랬어?
(시호) 어? 왜…
아니, 그게…
우리 형이 아파서 그랬는데
(도윤) 근데
죽었대
(시호) 어?
(시호)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도윤) 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놀란 숨소리]
(도윤) 모르겠어
[도윤이 흐느낀다]
도윤아…
[흐느낀다]
(상운) 시호도 곧 나올 거예요
근데 우리 진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예전부터 지내던 곳이 있어
[활의 헛웃음]
(상운) 왜요?
(활) 아니
처음부터 겁도 없고 살갑게 구는 거
의심 한 번 안 하고
어린애 연기에 완전히 속은 거잖아
연기는 아니었을 거예요
(상운) 마지막엔 저한테 다 말했고요
그대로 보내는 게 아니었어
(활) 안 되겠어 그놈 다시 잡아 와야겠어
(상운) 어쩌려고요?
(시호) 아저씨!
[애잔한 음악]
[시호의 떨리는 숨소리]
얘기 좀 해요
(시호) 도윤이랑 방금 통화했어요
(활) 그놈 어디래요?
몰라요, 말을 안 해요
(시호) 그보다
도윤이 형이
죽었대요
(활) 네?
갑자기 왜?
어릴 때부터 희귀병이었나 봐
(시호) 도윤이도 태어날 때부터 아팠대
옥을태가 수술시켜 줬고
그렇게 돌봐 줬으니까
그래서 도운 거래
(활) 도윤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팠다고요?
네
태어날 때부터 두 눈이 안 보였대요
[무거운 음악]
두 눈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시호) 옥을태가 눈 이식 수술을 해 줬다고 했어요
(활) 확실해요? 진짜로 그렇게 얘기했어요?
네, 도윤이가 그렇게 말했어요
[아련한 음악]
(상운) 왜요? 왜 그러는데요
[도윤의 힘주는 신음] [푹]
[도윤의 겁먹은 숨소리]
(도윤) [힘겨운 목소리로] 왜…
불가살 형
(도윤) 저… 이대로 가면 갈 데도 없어요
(활) 가, 다시는 오지 마
또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땐 널 죽일 거다
형…
도윤이가
도윤이가
아찬이였어
(비서) 네 형 어디 있는지 안 궁금해?
(도윤) 우리 형이요?
(활) 두 사람도 여기 있으면 위험해
옥을태가 쳐들어올 수도 있어
(을태) 진짜 여기 혼자예요?
[상운의 놀란 숨소리]
(을태) 응? [자동차 엔진 가속음]
(활) 그 애가 누구인지 알고 나한테 보낸 거야? [을태의 아파하는 신음]
(비서) 우리 둘 다 이용당하고 버려졌어
(도윤) 저와 관계된 얘기가 뭔데요?
(호열) 미쳤어? 내가 불가살하고 한차를 타게?
지금은 다 같이 도윤이 찾아야 되니까
싸우지 맙시다
(활) 여기가 두억시니 숲이야
(활) 도윤이 어디 있어? [음산한 효과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을태) 솔직하게 얘기해 줬네
[을태가 숨을 들이켠다]
(도윤) 갑자기 왜… [푹]
[도윤의 힘겨운 신음]
[도윤이 털썩 주저앉는다]
[시호의 아파하는 신음] (혜석) 괜찮아? 어머, 어…
[훌쩍인다]
(상운) [흐느끼며] 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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