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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기사1

  

(해라이맘때 알프스 남쪽은 정말 근사해요

 

이 동네는 와인이 또 예술이거든요

 

가시면 와인 한 잔 꼭 하고 오세요

 

어머 저기...

 

저기 잘생긴 선생님

 

어머저기 아버지아버지?

 

어디 가세요? - 밥 좀 먹고 오려고요

 

다 끝났어요설명회 듣고 가세요?

 

아니얘기 듣다 말고 어디로 가는거여?

 

졸려배고프면

 

[사람들 웃음]

 

[경쾌한 음악]

 

그리고 또 이 지역은 쭈꾸미랑 꿀이 유명하니까

 

선물하실 거 조금씩 사 오시고요

 

그리고 와인 한 병 정도 챙겨 오시면 좋을 거 같아요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화장품은

 

딱 요만큼만이에요 아시죠?

 

어머니이건 뭐예요?

 

아니비행기에서 머리 못 감아요

 

숱이 많아서 이렇게 큰 거 가져가야 돼요

 

숱이 많으셔도 비행기에서 감을 수가 없어요

 

이건 또...

 

[경쾌한 음악]

 

나는 김치 없으면 밥 못 먹어

 

가다가 뺏긴다니까부치는 짐에다 넣으시든가요

 

괜찮다니까 - 안 돼요진짜

 

[실랑이하는 소리]

 

[김치 봉투 터지는 소리]

 

이거 어떡해정말

 

[힘쓰는 소리]

 

한번 더!

 

거기 지금 스티커 안 붙은 거 있나 확인 좀 해 주세요

 

[서로 인사하는 소리]

 

다녀오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건강하세요

 

드디어 가드디어!

 

조심히 다녀오세요 - 아유드디어 간다

 

다녀오세요

 

[잔잔한 음악]

 

[학생들이 웃고 얘기하는 소리]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

 

[자동차 소리]

 

[바이올린 음악]

 

[차 문 닫는 소리]

 

[힘찬 발걸음]

 

[전화벨 소리]

 

총괄 영업부 정해라입니다

 

 

예 아까 전화 주셨던 고객님이시죠?

 

[바이올린 음악]

 

호텔로 개조한 고성은

 

중앙역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고요

 

고성 근처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광장에는 곧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거고요

 

[바이올린 음악]

 

개보수는 좀 했지만

 

400년 전에 지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요

 

실제로 중세 때 기사가 살던 성이래요

 

[바이올린 음악]

 

지금은 홍콩인가 아시아인 남자가

 

성의 주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여기는 거의 오지 않는대요

 

글쎄요

 

워낙 부자니까 관리할 부동산이 많겠죠?

 

[바이올린 음악]

 

 

무슨 아시아계 마피아다 애꾸눈이다

 

소문은 파다한데 본 사람은 없나 봐요

 

그 성엔 전설이 하나 있는데요

 

[잔잔한 음악]

 

탑 위에 있는 방에서 희미한 낙서를 찾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잔잔한 음악]

 

우리 다시 만날 땐

 

영원히 함께라 믿었건만

 

(어린 여자우리 크리스마스 다가올 때 여기서 만나

 

예 낙서는 관심 없으시다고요?

 

제가 그럼 이제 항공편 좀 알아봐드릴게요

 

다음주는 이제 화금 이렇게 가능하실 거 같고요

 

이스탄불 연결편이 있고요 네

 

그럼 그걸로 알아봐드릴게요

 

고성 호텔도 예약 알아봐드릴까요?

 

그래요알아봐 주세요

 

소문 나쁜 그 성 주인도

 

지금 와 있으면 재밌겠네요

 

연락 기다릴게요

 

[타악기 소리]

 

[신비로운 음악]

 

[칼 빼는 소리]

 

난 죽을 수 없다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

 

정신 차려라!

 

그 남자는 네 남자가 아니야

 

[깊은 한숨 소리]

 

다음 생애라는 게 있다면

 

그땐 꼭 좋은 곳에서 태어나거라

 

이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야 해

 

[음울한 음악]

 

자기야

 

난 오늘도 야근

 

유럽 항공사 파업한대서 밤새야 할 것 같아

 

[음료수 여는 소리]

 

우리 해라 피곤하겠다

 

나도 아직 검사실이야

 

일 대충하고 빨리 퇴근해

 

집에 가면 꼭 문자하고

 

내일 보자

 

보고 싶어

 

나도 많이

 

[타악기 소리]

 

[관능적인 느낌의 음악]

 

[샤워 소리]

 

[의자에 앉으며 신음]

 

[초인종 소리]

 

누구세요?

 

[병과 나무 부딪히는 소리]

 

[외국어로 대화]

 

[병 깨지는 소리]

 

[외국어로 대화]

 

조심해요다치지 말고

 

[발걸음 소리]

 

[한숨 소리]

 

[외국어로 대화]

 

[발걸음 소리]

 

[외국어로 대화]

 

[긴장감 넘치는 음악]

 

[외국어로 대화]

 

[바람부는 소리]

 

[철갑옷이 떨어지는 소리]

 

[긴장감 넘치는 음악]

 

[외국어로 대화]

 

[긴장감 넘치는 음악]

 

[외국어로 대화]

 

[두드리는 소리]

 

요즘 명품은 다 이런 거냐?

 

아니뭐 붙일 수도 없게 해놨어

 

요즘 옷핀으로 해논 것도 많더만

 

언니 같은 사람 때문에 그렇지

 

한 번 입고 환불하거나 내다 파는 사람

 

이거 봐봐봐봐 이만하면 됐지?

 

[옷 터는 소리]

 

떨어졌다어떡해

 

더 붙이자 - 이거 네가네가 해봐

 

결재 받고 올게

 

다녀오세요 - 

 

[전화벨 소리]

 

전화전화 왔어요

 

네가 좀 하고 있어봐

 

안녕하세요 정해라입니다

 

내가 보내준 옷 입고 왔니?

 

그거 팔아서 월세 내고 지지리 궁상으로 온 건 아니지?

 

이따 보면 알겠지

 

오늘 지명 그룹 장남도 온대

 

근데?

 

네 남친도 오는 거지?

 

당연하지

 

그 잘난 검사 남친

 

드디어 보여 주네

 

너 신혼여행 결정했어?

 

나한테 해내가 잘해줄게

 

정해라 어딨어?

 

당장 나오라 그래?

 

잠깐만

 

무슨 일이세요?

 

태공 물산 조 부장님이세요?

 

너야이런!

 

!

 

어머왜 이러세요?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냐?

 

마누라 맨날 핸드폰 뒤져보는데

 

하코네 온천 예약 문자 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사모님 아닌 분과 가시는 여행

 

전 부탁하신 대로 예약 문자 넣지 않았습니다

 

이거 일본 호텔에서 보낸 거네요

 

!

 

우리 회사 출장 계약

 

이제 다른 여행사한테 맡길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이런! - 사과 안 하십니까?

 

이게 진짜!

 

 CCTV 증거 자료로 제출해서

 

당신 폭행으로 고소할 거야

 

[문 열리는 소리]

 

헤이마르코! - 헤이수호!

 

[외국어로 대화]

 

[잔 부딪히는 소리]

 

수호

 

[외국어로 대화]

 

[잔잔한 음악]

 

[외국어로 대화]

 

근데 아마 날 못 알아볼 거예요

 

괜찮아?

 

미친놈 아니야애 얼굴을...

 

니네 안 말리고 뭐 하고 있었니?

 

저는 말렸는데... [전화벨 소리]

 

진짜 환장하겠다진짜 괜찮아?

 

괜찮아? - 

 

여보세요

 

경찰서요?

 

최지훈 검사랑 공조 수사 중인데

 

잠깐 도움 말씀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온 김에 조기성도 고소하고 가면 딱이겠네

 

[발걸음 소리]

 

자기야

 

자기야

 

무슨 일이야오늘 종일 연락도 안 되고?

 

게이트 같은 데 연루된 거야?

 

억울하게?

 

자기야

 

차지훈!

 

[힘찬 발걸음]

 

[극적인 음악과 해라의 비명]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에이에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경찰들이 말리는 소리]

 

내 돈 8천 내놔 이 나쁜 새끼야

 

왜 이래요진짜?

 

자기야아우진짜 이게 다 무슨 일이래진짜

 

뭐야이렇게 빈티 나는 여자 돈까지 뜯은 거야?

 

이 사람 백수예요

 

검사 아니라고

 

[코믹한 느낌의 음악]

 

이보세요

 

뭔가 오해가 좀 있으신가 본데

 

뉴스 많이 나오는 그 중앙 지검 특수부

 

강재준 검사 아시죠?

 

설렁탕 집에서 그분이랑 인사하는 거

 

제가 많이 봤거든요

 

그러니까... - 어머니가...

 

신림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하셔서

 

친한 법조인이 꽤 있답니다

 

입술은 왜 그래터졌니?

 

[한숨]

 

이 상황에서 웃긴 말이지만

 

나 해라씨 정말 좋아했어

 

내가 언제 돈 달라고 한 적 있어?

 

없잖아왜 그랬겠어?

 

사랑해서 그랬지

 

왜 거짓말했어?

 

왜 구차하게 가짜 검사인 척했냐고

 

돈도 없는 나한테

 

불쌍해서 그랬어

 

뭐가 불쌍한데?

 

너의 모든 것이 불쌍해

 

[재즈풍의 음악]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

 

어머안녕

 

정 이사님 막내딸

 

아아안녕하세요 - 인사했었지

 

어머안녕하세요 - 뭐야?

 

결혼 축하드립니다 - 아우감사합니다

 

근데 요즘 그쪽 분위기는 좀 어때요?

 

제 친구 남친도 최지훈 검사라고

 

대검찰청 범죄 정보 기획팀거기 있대요

 

그쪽이면... 최고 엘리트시네요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나 총장까지 되겠는데요?

 

어머어머

 

그건 뭐 봐야 알죠

 

도착할 때가 됐는데

 

잠시만요잠깐만

 

잘나가는 검사 남친 생겨서

 

네가 막 자신감 갖는 걸 보니까 안쓰러웠어

 

그래서 말할 수도 떠날 수도 없었어

 

다른 여자들한테 돈 뜯어서 뭐 했어?

 

뭐 그런 걸 물어봐?

 

[의자 끄는 소리]

 

나 자기 정말 많이 좋아했어

 

따뜻하고내 얘기 잘 들어주고

 

그 무엇보다...

 

검사라서 더 좋았어

 

그것 봐

 

근데 지금은...

 

자기가 검사가 아니어도 좋아할 수 있을 거 같아

 

[코믹한 느낌의 음악]

 

나한테 시간을 좀만 더 줘

 

그럼 안 돼해라 씨 그렇게 살면 영원히 고생해

 

일단 받은 돈은 돌려주고 구속만 좀 면해 봐?

 

해라 씨나 이제 당신 안 만나

 

돈 없는 여자 나 싫어

 

?

 

[한숨]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해라 씨

 

앞으로 근사한 남자가 나타나서 사랑한다 그러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

 

어릴 때 부모 잃고 이모까지 부양하는 여자를

 

요즘 누가 만나겠어?

 

[음악 갑자기 끊김]

 

[책상에 수갑이 긁히는 소리]

 

그러니까 마음 다잡고 혼자 살 생각 해요

 

외롭다고 흔들리지 말고

 

오케이

 

[잔잔한 음악]

 

근사한 남자가 당신한테 다가오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그런 놈들은 살인마거나

 

장기가 필요한 사람이야

 

[집기 넘어지는 소리]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그동안 즐거웠다

 

속여줘서 아주 그냥 고마웠고

 

그래그렇게 도망쳐야 해 잊지 마해라 씨

 

[애잔한 음악]

 

[훌쩍이는 소리]

 

여기 평당 얼마씩 한다고?

 

평당 9백만원 선인데 계속 오르고 있답니다

 

?

 

아니그지 같은 놈의 동네가 뭐 이렇게비싸?

 

!

 

가자

 

아니해라 아니냐?

 

오늘 곤이랑 영미가 너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안 갔어?

 

난 여기 그... 건물 하나 보러 왔다가...

 

너 얼굴이 왜 그래울었니?

 

버르장머리 없는 게...

 

지 아빌 아주 똑 닮았어

 

가자

 

박철민 회장은 예상하신 대로 그 동네 일대를 개발하고 있답니다

 

건물을 계속 사들이고 있어요

 

수족처럼 부리는 부동산 업자와 은행 지점장이 있고요

 

대출도 위험할 정도로 받고 있습니다

 

[음산한 느낌의 음악]

 

이 사람은 제가 가서 처리할게요

 

[폭발음과 유리가 깨지는 소리]

 

아빠!

 

아저씨살려주세요 저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저 안에 계세요 도와주세요!

 

아저씨도와주세요!

 

[계속되는 폭발음]

 

아빠!

 

아빠

 

[잔잔한 음악]

 

아빠랑 제일 친한 친구 알지?

 

문 박사님 아들이야

 

그 수학 천재?

 

[귀뚜라미 소리]

 

수호는 이제 주말하고 방학 때마다 여기 와서 지낼 거야

 

아빠가 후견인을 해 주기로 했거든

 

오빠가 공부도 도와줄 거야

 

들어가자

 

...그래프란의 참조의 식은 다음과 같은 주제를 말한다

 

기울기가 A이므로 구하는 식의 Y...

 

[두드리는 소리]

 

[한숨기울기가...

 

한 시간만 놀다 와서 풀자오빠?

 

안 돼이거 다 하고 나가

 

[징징거리는 소리]

 

넌 내가 안 무섭냐?

 

왜 무서워?

 

그 흉터?

 

화상엔 감자를 갈아 붙이면 된대

 

걱정할 거 없어

 

넌 성격이 좋은 거니 무식한 거니?

 

오빠를 좀 존경하는 거지 난 수학 못 하니까

 

국어도 못 한다며?

 

치이...

 

정해라 소재는 여전히 모르는 거죠?

 

...

 

정사장님과 부인 되시는 분은 사망 신고가 돼 있는데

 

살아만 있으면 됩니다

 

회사도 부도 처리된 게 맞고요 집도 넘어가고...

 

형편이 많이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개명한 거 아닌지 한번 알아봐 주세요

 

꼭 찾아야 됩니다

 

[잔잔한 음악]

 

나 때문에 그렇게 됐을 거야

 

자기야자기야

 

하루 종일 전화도 안 받고

 

[한숨]

 

내가 웬만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기다렸어

 

무슨 일이신데요?

 

아가씨 사정 딱해서 말 안 했는데

 

다음 달까진 집을 비워줘야겠어

 

왜요?

 

이모가 보증금 다 빼간 거 몰랐어?

 

?

 

[물건 뒤지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아우이게 뭐다냐?

 

아니너 왜 그래?

 

어머어머어머어머얘가 왜 이래?

 

보증금 꺼내다 뭐 했어?

 

내가 준 월세랑 생활비 그거 다 뭐 했어?

 

그동안 너 밥하고 빨래한 값으로 쳐

 

내 돈 어쨌냐니까?

 

그리고...

 

이 대출은 또 뭔데?

 

말이 이모조카지 사실 남이나 마찬가지 아니니?

 

니네 엄마 이복 동생으로

 

어릴 때부터 엄청 무시당하면서 자랐어

 

이모이모

 

이거 반 전세지만 내 재산 전부가 들어갔어

 

나 아파!

 

나 이런 약 없으면 잠 못 자는 거 알아몰라?

 

너 연애하기 바빠서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하지?

 

내 돈 내놔

 

내 돈 내놔내놔!

 

[소리 지르는 해라와 울부짖는 숙희]

 

집을 계약했어?

 

너도 지나가다가 같이 봤잖아 시장 옆에 있는...

 

그 무너진 한옥집 말이야?

 

재개발된대서 어렵게 계약했는데

 

지난달에 한옥 보존 집으로 묶였어

 

난들 이럴 줄 알았겠니?

 

사람이 살 수도 없는 집을

 

대출까지 껴서?

 

재개발되면 로또였다니까

 

[어이없는 웃음]

 

[기타 음악]

 

[약병 소리]

 

우리 같이 죽자이모?

 

어머어머나!

 

어머뱉어미쳤어?

 

조금이라도 날 생각했다면 이럴 순 없는 거야

 

어머안 돼뱉어뱉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모가 제일 잘 알면서

 

어떻게 나한테 이래?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어머이러지 마너 죽어!

 

뱉어뱉어!

 

이거 먹고 죽자니까

 

빨리 먹어!

 

빨리 먹어!

 

아악안 먹어!

 

[약이 흩어지는 소리와 둘의 비명]

 

나 죽어!

 

해라야!

 

왜 그래해라야그만해

 

무슨 일이야일어나 그만해일어나

 

이모괜찮아요?

 

뭐야이게?

 

[태그 뜯는 소리]

 

내 이럴 줄 알았어빈티 나게!

 

너 오늘 왜 안 왔어?

 

[옷 집어 던지는 소리와 해라의 비명]

 

[발 구르는 소리와 해라의 비명]

 

[가쁜 숨소리]

 

이모무슨 일인데요?

 

[문 닫히는 소리]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과 가쁜 숨소리]

 

[모래 밟는 소리]

 

(해라야!

 

해라야어딨니?

 

지랄하네

 

니네가 뭔데

 

해라야!

 

먹고 살 걱정

 

학비 걱정으로 알바만 하면서 내 20대를 다 보냈어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도

 

여전히 난 무시당해

 

[격한 흐느낌]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애잔한 음악]

 

왜 나한테만 결혼도 못할 거래

 

[울부짖는 소리]

 

[구역질하는 소리]

 

[잔잔한 음악]

 

[바닥 닦는 소리]

 

나 이제 죽나 봐

 

진짜 파노라마 맞구나

 

[바람 소리]

 

[울리는 목소리해라야

 

[이명]

 

[울리는 목소리해라야

 

수호 오빠도 보이고

 

잠들면 안 되는데해라야?

 

해라야

 

해라야

 

[펜 떨어지는 소리]

 

해라야

 

나가자 - 뭐 하는 거야?

 

나가자한 바퀴 돌고 와서 하자

 

오빠메롱!

 

[어이없는 웃음]

 

[달리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죄송합니다

 

[불안한 느낌의 음악]

 

[짓밟는 소리]

 

울지 마

 

넌 반드시 잘될 거야

 

네 옆을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어

 

원하는 모든 걸 이루게 될 거야

 

[바람 소리]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

 

[신문지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

 

[불안한 느낌의 음악]

 

크리스마스 선물로 캐시미어 코트를 맞춰 주시고

 

복이 많네요우리 꼬마 아가씨

 

샤론 양장점

 

맞아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엄마가 돌아가시고 집은 망하고

 

결국 그 코트는 찾지 못했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 코트를 맞춘 뒤에 이 꼴이 됐어

 

그걸 다시 찾아 입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불안한 느낌의 음악]

 

너의 모든 것이 불쌍해

 

그거 팔아서 월세 내고 지지리 궁상으로 온 건 아니지?

 

정해라 어딨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우너 이러다 죽어!

 

[해라의 비명]

 

성당 지나서...

 

오른쪽 골목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캐시미어 코트를 맞춰 주시고

 

복이 많네요우리 꼬마 아가씨

 

[빨라지는 음악]

 

아직 안 없어지고 있었네

 

[문 두드리는 소리]

 

[빗장 푸는 소리]

 

!

 

분이야!

 

여보게들분이가 살아 돌아왔어 여보게!

 

분이가 살아 돌아왔다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

 

[오르간 음악]

 

네가 입고 싶어 했던 옷이잖아

 

그 옷 입고

 

내 대신 죽어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제가 어릴 때 여기서 코트 맞추고 못 찾은 게 생각나서요

 

죄송합니다

 

밤 늦게 당황스러우시죠

 

그런데 오늘 제가...

 

너무 죽고 싶어서 약을 씹어 먹었다가

 

어릴 때 여기서 크리스마스날 맞춘 코트가 생각이 나서요

 

정해라 씨?

 

어릴 때 얼굴이 남아 있네요 말 안 했으면 모를 뻔했어

 

부잣집 외동딸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하고 빈티 나게 된 거죠?

 

그놈의 코트 때문이 아닐까요?

 

내가 그 코트만 찾아 입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맞춘 꽃자주색 캐시미어 코트

 

기억하세요?

 

따라오세요

 

어릴 땐 우유를 드렸던 거 같은데

 

홍차에 럼을 좀 섞었어요 드세요

 

[찻잔 놓는 소리]

 

준비됐으면 가져와요

 

저기 왔네요

 

[탱고 느낌의 음악]

 

이 디자인 맞죠?

 

입어 보세요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요

 

제가 14살에 맞춘 건데 이게 어떻게...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

 

잠깐만

 

[신비로운 음악]

 

한번 보세요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뭐가?

 

너무 예쁘잖아요

 

근사하네요

 

내가 마음이 참 좋아

 

[살짝 웃는 해라]

 

[계단 내려오는 소리]

 

타세요

 

아니요 저는 심야 버스가 있어서요

 

어머어머!

 

[차 문 닫는 소리]

 

[차 시동 소리]

 

해라 씨

 

코트를 찾으러 온 이유가 있나요?

 

죽고 싶었는데

 

이걸 찾아 입으면

 

인생을 되돌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왜 죽고 싶은데?

 

그냥 살고 싶은 이유가 하나도 없네요

 

살고 싶은 이유를 내가 만들어 주면...

 

내가 원하는 걸 한 가지 줄래요?

 

그게 뭔데요?

 

내가 당신이 되게 해줘요

 

[어이없는 웃음]

 

아니초라하고 빈티 난다고 디스할 땐 언제고...

 

우리 인생을 바꿔요

 

내가 당신이 될게요

 

[바람 소리]

 

그러세요그렇게 합시다

 

약속 했어요

 

그럼 뭐 인제부터 내가 뭐 행복해집니까?

 

막 살고 싶어지고요?

 

지금보단 좋을 거예요

 

내가 예쁜 옷도 만들어줄게요

 

내가 만들어 주는 옷을 입고

 

마음 풀어요

 

해라 씨

 

언니언니!

 

언니일어나 봐!

 

아우놀랐잖아전화도 꺼놓고

 

근데 왜케 추워?

 

보일러도 끄고 잔 거야?

 

아휴세상에세상에!

 

이 약들은 다 뭐야?

 

진짜 죽을 생각 한 거야?

 

어젯밤에 남친 만나러 간다더니

 

뭔 일 있었어?

 

[비닐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아니이모는 또 찜질방 간 거야?

 

냉골로 만들어 놓고 자기만 따뜻한 데서 잤나 봐

 

!

 

뭐지?

 

뭐야?

 

이 코트 뭐야?

 

이것도 그 돈 많은 친구가 준 건가?

 

예쁜데?

 

뭔데어디서 샀어백화점?

 

말도 안 돼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와

 

해라야

 

어제 그 진상 사고당했대

 

조부장요? - 

 

새벽에 음주 운전하다가 가로수 들이박아서 입원했대

 

벌 받은 거지뭐 어제 와서 그 난리를 치더니

 

사람 다쳐서 좀 그렇긴 한...

 

봐봐어유많이 나아졌네

 

일해

 

오삼불고기 맛있어 많이 달라 그래

 

그럴게요

 

사무실에서 봐 - 

 

오삼불고기 다 떨어졌다

 

좀 더 받아서 와

 

나 저쪽에 앉아 있을게 - 알았어

 

오삼불고기 좀 더 주세요

 

아이고다 떨어졌는데

 

운이 없다아가씨가

 

다른 거 먹어다른 것도 맛있어

 

딴 건 다 풀이잖아요

 

잘 먹겠습니다

 

현지에서 전문 포토가 찍어주는 스냅사진

 

이거 새로운 시장이야

 

전문 포토그래퍼를 확보해서 우리 회사를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거지

 

죄송합니다 - 

 

벌써 핫한 포토들이 꽤 있더라고요

 

파리엔 김바다런던엔 현성우

 

슬로베니아에도 훌륭한 포토그래퍼가 있어

 

성격이 좀 까칠하고 드...

 

드러워서 그렇지 사진 실력은 완전 최...

 

어우야 나 왜 이렇게 배가 아프니

 

저도요 - ?

 

아까 오삼불고기가 좀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요 화장실에 사람이 꽉 찼어요

 

? - 오셨어요?

 

비상이다

 

일단...

 

지금 당장 누구 하나 나가야겠다

 

어머누가 나가...

 

당장은... - 안 되는데...

 

[경쾌한 음악]

 

[비행기 엔진 소리]

 

저 자신 없어요팀장님

 

저 한 번도 외국 나가본 적 없는 거 아시잖아요

 

알지알지알지근데 어떡하니 지금 너밖에 나갈 사람이 없는데

 

해라야내가 비용 처리해줄 테니 속옷이랑 화장품 필요한 거 다 사

 

면세점에서 그냥 싹 사법카 줄게법카 줄게

 

이스탄불에서 갈아타고

 

류블랴나에 도착하면 거기서...

 

[한숨]

 

나 지금 이거 꿈 아니지?

 

[경쾌한 음악]

 

선배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잘했어잘했어

 

회장님가자미식해가 왔습니다!

 

네 덕분에 살았다

 

근데 이러고 온 거야?

 

회사에서 바로 오느라고

 

마트에서 살 거 사고 숙소 가서 쉬고 있어

 

미팅 스케줄은 한 실장님이 알아서 잡아 주시고요

 

아무튼 법인 등기 마무리하신 거 수고 많았어요

 

저기 대표님 그... 정해라 씨 말인데요

 

제가 법인 우대 관련해서 찾아 보다 발견했는데요

 

이름은 다른데

 

어릴 적 사진하고 인상이 좀 비슷해서요

 

그러니까 그 바다 ''가 아니고

 

'은혜할 때 혜라입니다

 

[잔잔한 음악]

 

혹시 다른 분이신가요?

 

여보세요?

 

대표님대표님 들리십니까?

 

수고하셨어요한 실장님

 

제가 찾는 정해라 맞는 거 같습니다

 

저 팀장님이 그냥 비행기 표 나올 때까지

 

놀다가 오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그래놀라니까 오늘 가서 사진 찍으면서 놀아

 

2달 넘게 예약이 찬 사람인데 오늘 하루 펑크났대

 

네가 가서 기분 좋게 해주고 일 좀 잘 만들어 와

 

저 진짜 자신 없어요 시차 적응도 아직 안 됐고

 

그 포토만 잡으면 예약 20%는 바로 상승이야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면 선배님이 하세요더 잘하실 텐데

 

오늘 우린 3팀으로 쪼개져서 투어 다녀야 해

 

몰라몰라 나 그냥 잠적해 버릴 거예요

 

일단 그분부터 잡고 잠적해 오케이?

 

일할 땐 늘 까만색 가죽 잠바 차림

 

나름 키크고 훈남이긴 한데

 

사나운 슬로베니아 여자랑 결혼해서 애가 셋이래

 

[외국어로 화내는 여자]

 

[부딪혀서 넘어지는 소리와 비명]

 

슬로베니아 와이프가 배구선수 출신인데

 

남편 꼬시려던 여자들 여럿 고막이 나갔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잔잔한 음악]

 

우리 크리스마스 다가올 때 여기서 만나

 

날씨가... 날씨가 되게 좋네요오늘은

 

처음엔 엄청 까칠한데 흥이 오르면

 

아주 친절하게 인생 사진 건져준대

 

그럼 여기서 먼저 한번 찍어볼까요?

 

제가 좀 이렇게 왼쪽으로 많이 찍거든요

 

한 이 정도 45도 정도

 

어떠세요?

 

누구세요?

 

?

 

정해라입니다

 

, '마음을 정해라' '메뉴를 정해라'

 

뭐 이런 거 할 때 정해라요

 

잘 부탁드립니다

 

[잔잔한 음악]

 

혼자 왔어요?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잘됐네 - 뭐요?

 

더 좋은 남자 만날 기회가 생긴 거니까

 

그 애를 만났어요

 

가난하고 초라한 여자가 돼서 나타났어요

 

이거 첫 여행 축하 선물받아요

 

흑기사

 

그 코트를 입고 난 뒤로 저한테 좀...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왜 거기 서 있고 그래요사람 놀라게

 

그 여자야!

 

어머안 늙은 건가?

 

대체 왜 저한테 옷을 만들어 주려고 하시는 거예요?

 

불우이웃 돕기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혹시 수호 오빠 기억나?

 

나는 정해라 씨하고 다시 만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흑기사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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