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2
네?
아!
정해라입니다
뭐, '마음을 정해라' '메뉴를 정해라'
뭐 이런 거 할 때 정해라요
잘 부탁드립니다
- 사진을 찍어달라고요? - 네
아!
그 예약 펑크난 자리 제가 들어온 건데 못 들으셨어요?
싱글 스냅 예약요
- 여권 줘 봐요 - 네?
여권...
실물이 낫네, 따라와요
저 오늘 5시간 예약된 거 아시죠? 잘 부탁드려요
전화 꺼서 나한테 맡겨요
- 네? - 이제부터 나한테만 집중하라고
-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 어디로 가길 원해요?
일반적인 코스가 있던데요 사람들이 사진 많이 찍고 그러는
촌스러운 사진을 원하시는구나
- 혼자 왔어요? - 네
가다가 마음에 드는 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촌스러워도요?
아, 저 그럼 저기요, 저거
[감탄하는 소리]
우와!
와, 실물로 보니까 진짜 이렇게 다르구나, 진짜
잡고 올라가 봐요
- 하나, 둘 - 엄마!
와, 진짜 근사하네요
여기 봐요
화났어요? 좀 웃어 봐요
제가 요즘 좀 우울해서요 그냥 눈 감고 분위기로 갈게요
왜 우울합니까?
그냥, 뭐...
애인이랑 헤어지기라도 했나?
어떻게 알아요?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저
- 잘됐네 - 뭐요?
더 좋은 남자 만날 기회가 생긴 거니까
과연 그럴까요?
자, 기운 내고 반대로 돌아봐요 시선 멀리 보고
선생님은 진짜 좋으시겠어요
뭐가요?
맨날 이렇게 좋은 데 다니면서 막 사진 찍는 게 일이잖아요
뭐, 사무실에서 허리 아프게 앉아서 일할 일도 없고
야근도 없고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시달릴 일도 없고
- 아주 그냥 황금 직장... - 그만하고 다시 반대로 서 봐요
시선 멀리, 저쪽
으악!
괜찮아요?
정해라 씨
아, 어떡해!
괜찮아요?
[잔잔한 음악]
다쳤어요?
아, 예 괘, 괜찮아요
괜찮으면 일어나 봐요
제가 일어날게요
악!
오른팔 괜찮아요?
못 움직이겠어요, 이쪽
- 코트 벗어봐요 - 네?
아, 아니요 제가, 제가 할게요
- 나아지겠죠 - 오른팔 빠진 거 같아요
팔요? 어이구...
조심
[잔잔한 음악]
자...
아, 잠깐 저기요, 잠깐
이거 더 안 좋아지는 거 아니에요? 잘못 건드려가지고요?
잠깐만 참아 봐요
움직여 봐요
어떻게 하신 거지?
가까이서 보니까 예쁘네
코트가
- 점심 먹으러 갑시다 - 벌써요?
어머? 아이고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팔이 아프지 뭐, 다리가 아픈가?
그러네
정해라 연락 받은 사람 아무도 없어?
아니, 포토랑 힘들게 연결시켜놨는데
만나지도 않고 잠적해버렸다잖아
잠적요? 그럴 친구 아닌데
제가 계속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이, 씨!
[전화벨 소리]
무슨 사고를 당한 거는 아닐까요?
사고 나면 큰일이지
산재 처리해 달라고 할 텐데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농담이야
하여튼, 그 포토 못 잡으면 알아서 해!
근데 지금은
자기가 검사가 아니어도 좋아할 수 있을 거 같아
나한테 시간을 좀만 더 줘
아이, 그 눈빛!
미치겠네
돈도 없는 게 착해 빠져가지고
[철창 여는 소리]
최지훈, 나와
빨리 나와, 빨리
무슨 말로 구워삶았길래
그 난리를 치던 여자들이 다 합의를 해준 거냐?
아, 돈 돌려준다니까 합의한 거잖아요
요즘 여자들은 돈밖에 모르는 거 같습니다
남 말 하고 있네
지 형사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 덕분에 영장 치는 수곤 더셨네
어이구! 말투가 검사다
다음에 술 한잔 사겠습니다
[경쾌한 음악]
사진 찍으신 지 오래되셨어요?
뭐, 그럭저럭
슬로베니아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그냥, 뭐
아니 내가 뭐 사생활을 캐는 것도 아니고
제가 선생님을 더 편하게 느껴야 사진도 더 잘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럼 뭐 서로 비밀 하나씩 깔까요?
좋아요
먼저 해봐요
내가 먼저 해요?
하세요
오늘 야경까지 찍어줄 거예요 추가 페이 없이
- 왜요? - 그게 비밀
아니 왜 혼자 웃어요? 재미도 없는데
해라가 슬로베니아에 있다고요?
이모 보기 싫어서 일부러 갔나 보네
이모는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애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요?
내가 일부러 그랬니?
혹시 해라 남자친구 본 적 있어요?
집 앞에 데려다주는 거 한 번?
엄청 잘생겼어, 귀티나고
그 검사 사칭 사기꾼 기사 뜬 거는 보셨고요?
- 뭐? - 최 모 씨, 31세
대검찰청 정보 기획 팀에 있었다
모든 게 일치해요
우리랑 만나기로 한 날 둘 다 나타나지도 않고
그날 해라, 완전 정신 나가 있었고
어, 차 좋네
[기타 음악]
수상했다니까
잘나가는 검사가 왜 해라를 만나겠어
우리 해라가 어때서?
세상에 돈이 전부니? 사랑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이모가 싱글인 거예요 남자를 모르니까
그건 사랑 없이 결혼하는 니들 생각이겠지
두 집안에 돈이 뭉쳐야 하니까 마지못해서 하는 거지
서로 사랑하기는 하니?
둘이 똑같이 못되고 못생긴 거밖에 뭐가 더 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이모는
박곤, 너 솔직히 해라 좋아하잖아
해라를 마음속으로 좋아하면서 돈 때문에 영미랑 결혼하는 주제에
사랑받지 못하고 늙으면 저렇게 되나 봐
해라네 아버지는 니들 부모가 죽였지?
남은 재산도 다 빼돌리고
이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내가 최 검사한테 조사시키려고 했어
아우, 무서워라 우리 큰일날 뻔했네요
가자, 영미야
그래, 가라, 가!
얼른 가버려
아주 큰일날 뻔했지
속으론 재밌어 죽겠지?
최 검사가 사기꾼이라서
가, 꼴도 보기 싫어!
[문 닫히는 소리]
신경 쓰지 마 이모 지금 정상 아니야
네가 해라한테 느끼는 감정은 측은지심이야, 사랑이 아니라
다음에도 이모가 이상한 말하면 대놓고 말해
사랑해서가 아니라 거지 기집애라 불쌍해서 그런다고
말해, 그러겠다고
알았어, 그럴게
같이 가
저것들 뭐야, 저거
[경쾌한 음악]
이 뷰가 진짜 슬로베니아에서 아름답기로
세 손가락 안에 꼭 드는 데예요 진짜 아름답죠?
드라마, 드라마 찍은 데에서...
드라마 안 좋아하세요?
너무 아름답죠?
[종 치는 소리]
아!
예술이다, 진짜
진짜 어디 가서 이런 걸 보겠어요?
눈에 많이 담아둬야지
[카메라 셔터 소리]
아, 잠깐만요
여기 봐봐요
[카메라 셔터 소리]
뒤돌아 봐요
멀리
여기 봐요, 여기 봐요
오오!
이거, 이거 괜찮은데요?
600으로 찍은 사진들 다 예쁜 거 같아요
어깨 괜찮아요?
네
조심해요, 한번 빠지면 또 그럴 수 있으니까
뭐 운동 같은 거 하셨어요?
운동하는 사람들이 뼈를 잘 맞추던데
의대 나왔어요 병원에도 좀 있었고
아니 근데 왜 의사를 안 하시고?
다른 일이 더 재밌어서 이쪽으로 서 봐요
- 시선 알죠? - 멀리
의대는 한국에서 나오셨어요?
아, 이것도 비밀인가?
미국에서요
우등 졸업
오 마이 갓!
어디 아픈 데 있으면 말해요
전 마음이 아픈데요?
그거 작업 멘트인데
아니거든요
성모 마리아가 꿈에 나타나서 여기에 장미꽃을 내려놨는데요
공사도 무사히 진행됐고
그리고 여기서 기도를 하면 아주 큰 축복을 받는대요
[잔잔한 음악]
여기 코너만 돌면 진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판대가 나오는데요
300년 전부터 남는 우유를 가지고 얼리기 시작했던 게 처음이었대요
울어요?
신기해서 그래요
저 사실 외국 여행 처음이거든요
맨날 책이랑 블로그에서만 보던 게
이렇게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니까 신기해서 그래요
꿈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보니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제가 살게요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하지 마요
좋다
천천히 마셔요, 벌써 3잔짼데
선생님
저 비밀 하나 말할게요
저요, 사실은...
여행사 직원이에요
'투어 컨설턴트 정해라'
그게 말이 좋아서 투어 컨설턴트지
맨날 사무실에서 전화 상담밖에 안 해요
마치 내가 안 가본 곳도
다 정말 가봐 가지고 잘 아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거죠
죄송해요
첫 여행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우리 회사랑 좀 꼭 좀 계약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미션을 띄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거거든요
제발요, 제발 좀요, 네? 제발
지금 대답하면 돼요?
아니요, 아니요 나중에요, 나중에
혹시 거절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럼 지금 제가 이 기분을 깨고 싶지가 않거든요
기분이 어떤데?
행복해요, 너무나
자, 흑기사
한국에서는 술자리에서 이렇게 '자, 흑기사' 이거 하면
이거 대신 마셔주는 건데 몰라요?
알죠
근데 행복하다면서 왜 나더러 마시래?
제가 지금 이 잔까지 마셔버리면 너무 붕 뜰 거 같아가지고요
그럼 제가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너무 슬프잖아요
저는 그만, 여기서 그만할래요 멈출래요
이거 내가 마실 수는 있는데 그러면 나랑 늦게까지 있어야 돼요
엄머?
으응, 못됐다, 진짜
그래가지고 그 여자들 고막이 터지는 거구만
그 슬로베니아 와이프의 강스파이크에!
무슨 소리야?
술 깨야지 운전하지
유부남이 그럼 못써요 줘요, 얼른, 내가 마시게
그냥 내가 마실게요, 줘요
그걸 다, 다 진, 진...
흑기사니까
뭐요?
쳇!
[서로 마주보고 웃는 해라와 수호]
[로맨틱한 음악]
아, 예쁘다
[맑은 종소리]
[맑은 종소리]
[음산한 음악]
[물 튀기는 소리]
[불이 타오르는 소리]
[맑은 종소리]
이거 첫 여행 축하 선물, 받아요
받아요
감사합니다
종소리 날 때마다 행복한 오늘 밤을 떠올려 봐요
[맑은 종소리]
오늘 즐거웠습니다
아, 이거 선물도 너무 감사해요
아, 깜빡할 뻔했네
오늘 수고 많았어요
선생님도요 사진 기다릴게요
좋은 대답도요
손이 차네요
장갑 없어요?
서울에서 급하게 오느라고
잘 자요
선생님
여기에서 선생님처럼 살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사진 찍는 거 배우고 슬로베니아어 배우면 되나요?
왜 그러고 싶어요?
그냥 다 떠나오고 싶어요 나를 둘러싼 모든 데서
선생님, 저 사진 좀 가르쳐 주실래요?
제가 레슨비는 낼게요
그게 소원이면 그럽시다
그럼 제가 한국 가서 일 다 정리되는 대로
카메라 사가지고 올게요
그리고 제가 일을 하더라도
선생님 일 방해 안 되게 다른 도시에서 할게요
그냥 제가 이제 걸음마 깨우치는 정도?
딱 그 정도만 가르쳐 주세요
가르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인제 가세요
조심해 가세요
또 봬요, 씨유!
[깜짝 놀라는 해라]
마, 마, 말도 안 돼요
저 야경 사진도 찍어주고 방금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갔는데
너 일부러 전화 끊고 잠적했지?
아니, 의외로 멘탈 세다
아, 미치겠네
뭐지?
[맑은 종소리]
이거 첫 여행 축하 선물, 받아요
종소리 날 때마다 행복한 오늘 밤을 떠올려 봐요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전화벨 소리]
- 여보세요? - 정해라 씨?
샤론 양장점? 맞죠?
너무 이른 시간에 전화한 건 아닌가요?
아, 아니요, 아니요
지금 저 여기 슬로베니아에 와 있어요
지금 여기 밤이라서 괜찮아요 잘 들리세요?
잘 들려요
아, 어떤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날 제가 꿈을 꾼 줄 알았는데
눈떠 보니까 코트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 서울 가면 우리 꼭 좀 만나요
나도 만나자고 전화한 거예요
토요일 시간 어떠세요?
좋아요
토요일 12시
샤론 양장점으로 오세요
[불길한 음악]
[조용히 흥얼거리는 소리]
어머나, 기사님
그림잔 얼굴에 흉터도 안 보여요
나의 기사님,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인형 떨어지는 소리]
야
책 보고 똑바로 읽어
너 지금 영어 공부하는 거야 장난치는 게 아니라
치!
[쪽쪽 뽀뽀하는 소리]
[잔잔한 음악]
해라야, 나야
[테이프로 포장하는 소리]
아, 저 그럼 다이어린 다 된 거 같아요
너 오늘 뭐할 거냐?
어, 그냥 여기저기 다니려고요
어제 사진 누구한테 찍힌 거야, 대체?
해라야
이거 누가 너 주라고 두고 갔어
저 잠시만요
어? 뭐야
[사진 털어내는 소리]
[잔잔한 음악]
[작게 웃음]
해라 씨에게
나의 첫 번째 비밀을 전합니다
나는 해라 씨가 만나려고 했던 포토그래퍼가 아닙니다
슬로베니아 와이프도 없고 한 번도 결혼한 적 없습니다
바로 얘기하지 않은 건 미안해요
다음에 해명하죠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앞에 있는 남자 가슴이 뜁니다
아무 데서나 그러면 안 돼요
위험합니다
그리고
나는 정해라 씨와 다시 만나게 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나머지 사진은...
'나머지 사진은 그때 전해드리죠'
뭐야?
자기 이름이나 연락처도 없고
손이 차네요
장갑 없어요?
어, 엄청 부드럽네
어?
해라 씨
[경쾌한 기타 음악]
슬로베니아 와이프도 없고
한 번도 결혼한 적 없습니다
누가 궁금하대?
지난번 여기 골프장 실적이 형편없더라
차려준 밥상도 건사 못 해?
신경 쓰겠습니다
헤란 요새 뭐 먹고 사냐?
- 여행산지 뭔지 아직 다닌대? - 네
얼마 전에 내가 그 동네 가서 걜 봤는데
[고통스러운 신음]
- 아버지 - 회장님
아버지, 괜찮으세요?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아버지! 아버지!
숨...
숨을 쉬세요, 아버지
아까는 심장이 철렁했어 돌아가시는 줄 알고
걱정 마, 안 돌아가셔
죽기 싫다
아버지, 정신이 좀 드세요?
이대로 죽으면 안 돼
내가 고생해서 이루어 놓은 걸
넌 다 날려 버릴 거다
박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버지
난 늙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코믹한 느낌의 음악]
열일곱에 사랑했던 사람을
서른 살에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대로였어
그리고
마흔 넘어서 봤을 때도
그대로야
열일곱에 짝사랑했던 누나가
지금은 나보다 더 젊은 여자가 됐지
헛소리 하시는 거야? 의사 부를까?
됐어, 저러다가 잠드실 거야
'당신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습니까?'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지
아휴, 그런 영화 많아요, 아버지
영원히 사는 여자랑 남자 나오는 영화들요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그 사람을 찾으면
난 살 수 있어
난 알아
예
제가 찾아드릴게요, 주무세요
근사하네 이건 누구 옷이니?
그 애를 만났어요
분이
[불안한 느낌의 음악]
그랬구나
묘한 예감이 들긴 했었어
근데 왜 말 안 했어요?
내가 너한테 다 말해야 돼?
가난하고 초라한 여자가 돼서 나타났어요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 죽고 싶단 얘긴 하지 않았겠지
좋은 사람을 만나겠지, 앞으로
그 사람은 아니겠죠?
할 수 없지
그건 안 돼요
알잖아
절대 못 해
이제
너도 현명해져야지
200년 넘게 살았으면
제가
큰 죄를 지어서 죽지 않고
250년 가까이 살고 있었는데
[코믹한 느낌의 음악]
몇 해전부턴가
나이를 먹기 시작했어요
무사히 잘 늙어서 죽으려면
세 사람이 행복해야 해요
한 남자와
두 여자
뭔가 다가오고 있는 건 확실한데
뭘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조용히 웃음]
수녀님
수녀님, 주무세요?
듣고 있었어요, 영화 얘기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영화 얘기 아니라니까
바자회에 쓸 향수 감사해요
자매님도 이제 그만 가서 주무세요
왜 이렇게 잠이 없으셔
나중에
신부님한테 다 고백할 거예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 참 미스터리야
개보수는 좀 했지만 400년 전에 지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요
중세 때 기사가 실제로 살던 성이래요
'실제 기사가 살던 성입니다'
실제 기사가...
[외국어]
아, 구경하는 거예요 '저스트 루킹'
[외국어]
뭐라는 건지?
'나인'
'나인?' 9시? '나인 오케이'
[잔잔한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헬로우?'
'헬로우?'
'익스큐즈 미'
[비명]
아우, 놀래라
아, 깜짝이야, 진짜
아, 왜 거기 서 있고 그래요 사람 놀라게
[철갑이 무너지는 소리와 비명]
어, 뭐야?
선배님, 전데요
제가 지금 무슨 성에 구경 왔다가 문이 닫혀서 갇혔는데
여기 지금 인터넷도 안 되고 그래 가지고
혹시 가능하시면 여기 좀 검색해서 전화해 가지고
제가 좀 나갈 수 있게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야, 인마 지금 우리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끊어
아, 끊었네
아저씬 살아생전 소원이 뭐였어요?
아휴
[잔잔한 음악]
나는 죽을 용기도 없고
뭐 '잘해 보자', '힘내자' 이런 건 이제 질렸고
그냥 외로운 노처녀로 독거 노인으로 가는 걸
대범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하품]
그러긴 싫지만
아침에 열겠지?
아니요, 다음 주에 바로 들어갈 겁니다
일정을 전체적으로 당기는 게 좋겠어요, 실장님
다음 주에 서울에서 뵐게요
[잔잔한 음악]
[그릇 소리]
[발걸음 소리]
[크게 부딪히는 소리]
[코믹한 느낌의 음악]
[크게 문 닫히는 소리]
[문 여는 소리에 이어 비명]
아, 내 코트
내 가방, 가방
아침 먹어요, 운동 그만하고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말해봐요, 빨리
내가 그랬죠? 우리 다시 만나게 될 거 같다고
아니, 지금 어떻게 된 거냐니까요?
복도에서 쪼그리고 잠들어 있었어요
- 근데 여기 왜 왔어요? - 나는 이 방에 왜 왔어요?
우유 넣을 거죠?
그거 마시고 천천히 얘기해 봐요 왜 복도에서 자고 있었는지
구경 왔다가 문이 잠겨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잠이 든 거예요
그쪽은요? 그날 나 왜 속인 거예요?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인 줄 착각하고 그런 거잖아요
난 지금 그 일 때문에 회사 사람들한테 바보가 됐는데
왜 다른 사람들 신경을 써요?
우리 그날 즐거웠는데
왜 속인 거냐고요, 말해봐요
같이 있고 싶어서
[경쾌한 음악]
난 일단 정직하게 말했으니까 앉아요
아니, 잠들어 있으면 깨워서 내보냈어야죠
새벽 2시였는데 앞으로는 그럴게요
당신 정체가 뭐예요?
당신의 흑기사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요
당신 진짜 정체가 뭐냐고요
나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1년 내내 일하다가
매년 이맘 때 여기 와서 1달 동안 휴가를 보내죠
의대 다닐 때
의료기 개발업체에 아이디어를 몇 개 냈는데
그게 잘 돼서 큰돈을 벌었어요
병원에서 펠로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죠 뭐, 전 돈 되는 건 뭐든 다 합니다
살인, 방화, 납치
이런 거 빼고
그리고요?
회사는 뉴욕에 있고
아, 지금 서울에도 일을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개발하고
소상공인들을 돕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그런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소개는 됐죠?
진작 이렇게 말하면 될걸 왜 사람을 속여가지고
그럼 하루 종일 같이 못 있었죠
먹어요, 식기 전에
[그릇 부딪히는 소리]
근사한 남자가 당신한테 다가오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그런 놈들은 살인마거나 장기가 필요한 사람이야
[서걱서걱 사과 깎는 소리]
[코믹한 느낌의 음악]
그럼 설명은 다 들었으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포토그래퍼 놓친 보상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어, 그리고 사진 가르쳐 주기로 한 약속은?
괘, 괜, 괜찮습니다
호텔까지 데려다줄게요
아, 아니에요, 요 앞에 그 숙소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요
버스 타고 갈게요
- 언제 갑니까, 서울엔? - 내일요
- 공항까지 데려다줄게요 -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가는 길에 10가지 비밀 얘기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뭐, 제가 알아야 하는 비밀인가요? 그럼 지금 말하세요
언젠가부터
나한테 상처 준 사람들
그리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요
어머, 완전 부러워
그게 비밀이에요?
음, 그럼 난 말이죠 말하자면 긴데
이 코트를 마음씨 착한 마녀한테서 선물 받은 거 같아요
내일 아침 9시까지 호텔 앞으로 갈게요
왜 저래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앞에 있는 남자 가슴이 뜁니다
글쎄, 괜찮다니까
나 환자 아니다 의사도 원인을 모른다잖니
- 쉬세요, 그럼 - 너, 내가 말한 땅
알아봤냐?
그 얘기는 그냥 내일 하시죠
지금 해, 나 멀쩡해
예, 거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조선 시대 묘지터라서 땅을 팔 때마다...
뭐 어떠냐? 가격만 맞으면 잡아야지
시간이 지나면 묘도 사라지는 거야
아버진 돈이 그렇게 좋으세요?
너보다 좋다!
[무거운 음악]
내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어?
어이구
으휴
너도 지나가다가 같이 봤잖아 시장 옆에 있는
그 무너진 한옥집 말이야?
재개발된대서 어렵게 계약한 건데
지난달에 한옥 보존 집으로 묶였어
낸들 이럴 줄 알았겠니?
해라야, 해라야, 해라야
해라야, 너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듣고 싶지 않아
해라야
남의 방에서 뭐 하니? 나가
최 검사 기사 뜬 거 봤니? 검사 아닌 거 알지?
뭔 기사를 봤는진 모르겠지만 검사 맞거든?
야, 너 아직도 속고 있는 거야? 그럼 안 돼
아주 재밌어 죽겠지? 남의 불행이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친구 사이에
이 코트는 슬로베니아에서 산 거니?
'샤론 양장점'?
해라야, 이거 마셔
이모
내 집에서 나가요
우리 제발 좀 찢어져, 이젠 그냥 각자 알아서 삽시다
그 한옥 팔았어
무슨 법인에서 리모델링한다고 샀어
당장 필요하대서
우리가 이사 시기가 안 맞아서 시간이 뜬다고 했더니
새집 구할 때까지 자기네 법인 게스트 하우스에 와 있으래
이 근처래더라
내 집이니까 이모는 상관하지 말고 제발 좀 나가
인제 내 노력도 들어간 집이잖아
일단 거기서 지내자 월세도 안 받는...
시끄러워 죽겠네 둘 다 나가, 둘 다
해라야, 이거 산 데 좀 같이 가자
꺼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어
100만원 줄게
내 인터뷰 기사 못 봤지?
'대기업 MD의 경험을 바탕으로'
'핫 트렌드의 센터가 된 편집샵 대표 김영...'
입 좀 닥칠래?
네가 떠드니까 정신 헷갈려
너야말로 제대로 가는 거 맞아?
아, 여기 어딘데
여기 어딘데?
아, 다리 아파
그 코트
손님이 올 줄 알고 만든 거야?
내가 계속 만들면서 부른 거지
- 왜? - 서로 빚진 게 있어
[코믹한 느낌의 음악]
승구
오늘 일찍 퇴근해
나이 먹기 시작하니까 좋아요?
좋아, 좋아
더 늙기 전에 이런 옷도 입고 싶어지고
어, 어떤 열망 같은 게 생기네
부지런해지고
솔직히 말해 봐요
- 어떻게 된 거야? - 몇 번을 말해
착하게 살아서 저주가 풀렸다고
[문 열리는 소리]
안녕하세요
오늘은 친구 좀 데려왔어요
연락도 없이 아무나 데려오고
어디서 이렇게 못 배운 티를 내는 거지?
헐, 뭐야? 왜 저래?
신경 쓰지 말아요
저런 걸 전문 용어로...
미친년이라고 하지
- 디자이너세요? - 아니요, 난 손님
여기 있는 옷들 다 아가씨 거예요
한번 입어 봐요
어머머, 어머 대박!
어머나!
저,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이 말씀만 드리고 갈게요
저는 그날 제가 꿈을 꾼 줄 알았어요
근데 코트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제가 14살에 맞춘 그 코트는 어떻게 된 거죠?
같은 게 수십 벌 있다고 쳐요
디자인이 예뻐서 내가 사이즈별로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있었다고
저...
그 코트를 입고 난 뒤로 저한테 좀...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우연이겠지
대체 왜 저한테 옷을 만들어 주려고 하시는 거예요?
불우이웃 돕기
나를 닮은 거 같아서 그래요
나도 불행을 겪었거든
불행한 사람은 많은데 왜 하필 저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시냐고요
인연이라고 합시다
없이 살아서 이래
남이 귀한 대접을 해주니까 어색해하네
나가서 옷이나 입어 봐요
어, 야, 너무 잘 어울린다
저 여자를 스카우트해야겠어
돌아 봐, 돌아 봐
어머, 라인 너무 예쁘다
야, 너 입고 다녀, 이런 것 좀
응, 예쁘네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택스랑 유류할증을 포함하면...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
786,300원 나오네요
견적서 다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언니
밖에 이모 기다리고 있어
오늘 방 빼는 날이라며?
근데 방은 왜 빼?
어머, 해라 이사 가?
이렇게 갑자기? 왜?
- 이쪽으로 오시죠 - 아, 네
게스트 하우스치고는 좀 이상한데?
또 사고 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 이쪽으로 - 네
[숙희가 감탄하는 소리]
- 앉으시죠 - 아, 네
[잔잔한 음악]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우리...
같이 사는 겁니까?
[로맨틱한 음악]
전혀 기억을 못 하는구나, 나를
전생에 뭐 내 남자를 뺏거나 그런 건 아니죠?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당신이 뺏었죠
우리 만난 적 있죠?
우리 둘만의 비밀
기억 안 나? 안 늙은 거니?
특별한 분 맞죠?
저는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니?
두 사람, 다시 만나선 안 돼요
네 저주는 그 여자아이가 풀어
지금은 저 혼자 좋아하고 있어요
가지실래요?
정말 내가 뺏어도 돼요?
그 사람 맞아
세상에 태어나 있었어
절 좋아하지 말아 주세요
한국에는 왜 오신 겁니까?
정해라를 만나러요
.흑기사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