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10
(경호원) 네, 회장님
지금 담당 여선생이 환자 잡고 안 놔주고 있습니다
흉부외과 최연경 선생입니다
계속 버틸 기세인데 어떻게 할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허임) 치료는 최 선생이 먼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툭하면 환자 앞에서 벌벌 떠는 사람이 누굴 치료하겠다는 겁니까?
(회장 아들) 개새끼
너 이러고 우리 아버지한테 얼마 받냐?
돈, 아니면 외제 차?
[회장 아들의 헛웃음]
뭐, 빌딩 한 채 사 준다던?
(회장) 아이고, 이놈의 새끼
얼른 방에다 데려다 눕혀
(허임) 심내막염이랍니다
병원 의사 말로는...
(회장) 병원에 데려가도 되는 거였으면
내가 허 선생을 왜 불러?
아들이라고는 저놈 하나야
약쟁이에 전과자 꼬리표 달아 어떻게 평생을 살아가게 해?
잔말 말고
이거 받고 꺼져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어두운 음악]
[한숨]
(연경) 그리고 여기다가 물 부어서 3분
200을 세고 먹어요
(연경) 여기다 물 붓고
플러그 꽂고
버튼
누르고 기다려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재숙)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 해 속은 완전 사람 버렸더구먼
(병기) 진짜로? 그냥 쌩하고 지나갔다고? 인사도 안 하고?
(재숙) 아, 그렇다니까요
인사도 안 하고 쌩하니 가더라니까요 그 싸가지가
(병기) 아, 우리 꽃분 할매 어떡해, 응?
'우리 봉탁이, 봉탁이' 하고 맨날 노래를 부르는데
(재숙) 아, 그러니까요 맨날 '엄니, 엄니' 그러지나 말든가
아, 속상해
(병기) 아, 속상하죠? 속상하다
[한숨]
(허임) 치료는 최 선생이 먼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툭하면 환자 앞에서 벌벌 떠는 사람이 누굴 치료하겠다는 겁니까?
(허임) 그러고도 의사를 운운할 자격이 있어요?
[탄성]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연경의 한숨]
(병기) 아, 안 돼요, 재숙 씨 술은 안 돼요, 네? 간에 안 좋다고요
(재숙) 아, 내 간땡이 내 마음이지
(병기) 그러지 말고 술 말고
우리 그냥 닭꼬치나 하나씩 먹으면서...
연경이니?
어, 언니, 오셨어요?
(병기) 너 여기서 뭐 해? 국수 먹는 거야?
(재숙) 아니, 집에 가서 밥을 먹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원장님 뭐 끓이시는 것 같던데
(병기) 그러게
야, 너 혼자서 왜 국수랑 사이다를 마시고 있어?
(재숙) 포장마차에 왔으면 소주를 마시든가
아줌마, 여기 닭꼬치랑 소주요
(병기) 재숙 씨, 연경이 언제 뭐 술 마시는 거 봤어요?
우리 연경이는요, 예?
의사로서 언제나, 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환자를 만날지도 모르는 생각에
어, 이 가방 안에 항상 의료 기구가 있는데 술 같은 거 먹고
야, 근데 너 너무 과료하는 거 아니냐?
야, 이것도 취해
(병기) 아, 재숙 씨, 이런 것 좀 배워요
(재숙) 아, 이 남자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얜 의사고 난 아니거든요?
아휴, 멍청이
내가 의사 자격이 있나
뭐래, 얘는 또
의사 자격으로 치면 허봉탁 그 인간은 뭐?
(재숙) 와, 나 그 인간 완전 재수 똥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하니?
하여간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랬다고
따라요, 머리 검은 짐승
아이씨, 안 돼요
야,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에요
변했다니까
아이고, 아니에요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
- (병기) 원래 그랬어 - (재숙) 아, 변했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병기) 아유, 자꾸 술을 드시려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왜 성선설, 성악설이 있겠어요?
- 아니, 변했어요 - (병기) 원래 그랬어
(병기) 왜 자꾸 술을 드시려는 거야
- (병기) 술꾼이에요, 진짜? - (재숙) 내 간땡이 내 맘이지
(병기) 간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아요?
자기 멋대로... [재숙이 소리친다]
연경아
[뚜껑이 탁 떨어진다]
[한숨]
(할머니1) 아이고, 우야면 좋노 아이고, 우야면 좋...
야, 니 봉탁이 아이가?
아이고, 야야, 니 여기 있었나?
안 그래도 꽃분 할매가
니 과자 준다고 나갔다가 고마, 팍 쓰러져 삤다 아이가
[무거운 음악]
거기가 어디입니까?
어매?
어매
어매
[허임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꽃분) 니 줄라꼬 과자 가져왔다 아이가
아이고, 우리 봉탁이 아기 때
이거 달라고 막 떼쓰고 그랬잖아, 응
[허임이 흐느낀다]
(허임) 이깟 과자가 뭐라고, 어매
어매, 미안하오
어머니, 내가 잘못했소, 어매
괜찮소?
괜찮소? [맥박 효과음]
(허임) 맥이 느리다
심장의 맥이 멈추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이보시오
아무도 없소?
여기 사람이 죽어 가오, 이보오!
아무도 없소? 여기 도와주시오!
어매
[허임이 흐느낀다] (어린 허임) 엄마
죽지 마
[어린 허임이 흐느낀다]
[허임의 다급한 숨소리]
여기 혜민서요, 예?
구급차 좀 보내 주시오
(허임) 나 여기 어디인지 모르겠소 구급차 좀 보내 주시오
[흐느끼며] 여기 사람이 죽어 가고 있소이다
우리 엄마가 죽어 가고 있소이다
어매, 정신 좀 차려 보오
내가 잘못했소이다
어매
내가 잘못했소
어매, 내가 잘못했소
[연경이 딸꾹질한다]
[연경의 한숨]
딱 한 잔만 마실 걸 그랬나
(천술) 어, 왔니?
꽃분 여사가 요 앞 골목길에 쓰러졌대서 가는 길이다
제가 가 볼게요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
(천술) 아, 그래, 그럴래?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허임) [흐느끼며] 내가 잘못했소
아무도 없소?
여기 사람이 죽어 가고... [긴장되는 음악]
좀 도와주시오
어매
제발, 제발 엄니를 살려 주시오
심장의 맥이
맥이 멎어 가고 있소이다
(연경) 맥박이 너무 느려요
일단 심장부터 좀 뛰게 해야겠어요
[꽃분의 옅은 신음]
이제 된 것이오? 괜찮은 것이오?
(연경) 아니요, 일단 급한 위기만 좀 넘겼어요
구급차 불렀으니까 오면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좀 해 봐야 돼요
[허임이 훌쩍인다]
[흐느낀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천술) 어이, 어이! 그래, 어떻게, 수술은 잘됐고?
(연경) 네, 잘됐어요
근데 부정맥이 동반될 수 있어서... [천술의 안도하는 한숨]
(할머니1) [손뼉을 짝 치며] 아이고, 잘됐다 칸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원장님 손녀딸이 [천술의 웃음]
봉식이 엄매 살맀다, 고마
(천술) 아, 그럼, 그럼, 누구 손녀인데 [할머니1이 맞장구친다]
얘가 어릴 때부터 아주 사람 살리는 데는 선수야!
(할머니1) 아이고, 맞아, 아이고 [잔잔한 음악]
(할머니2) 세상에 소문이 났어요, 잘한다고
(천술) 이제 알고서 말이야 [할머니들의 웃음]
[천술의 웃음] (할머니3) 아이고, 세상에
(할머니2) 소문이 자자해요
사람 잘 고친다고
(연경) 수술 잘 끝났어요
다행히 심장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셔서
뭐, 이삼일 안에 퇴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안도하는 한숨]
그 환자는 좀 어때요?
(연경) 괜찮아요?
말했지만
그대로 두면 그 환자 위험해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와요
이제 최 선생 환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 못 미더우면
다른 의사 소개할게요
어깨 다친 거 덧나기 전에 빨리 치료하고요
미안했소
[감성적인 음악]
(허임) 그 말이
그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틀린 말도 아닌데요, 뭐
(연경) 그런 일이 계속되면서
저도 불안했어요
이러다 진짜 중요한 순간에 환자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
내가 계속 의사를 할 수 있을까
해도 되나
지금도
할머니를 살렸잖소
그대는 여전히 훌륭한 의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당신은 돌아올 거예요
차라리 내게 욕을 하시오
죽어 가는 환자 외면하고 돈만 밝히는 의사라고
등을 돌리란 말이오
안 돌려요, 등
믿고 기다릴 거예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연경) 나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아저씨가 이 사탕을 줬어요
모양이 이상한 사탕이었는데
먹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연경) 그 후로 나는
우울할 때
힘이 나야 할 때
사탕을 먹어요
사탕은
그럴 때 주는 거예요
[천술의 의아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놀란 신음]
(천술) 오, 너 이놈 잘 만났다
응, 너 8만 7천 원 언제 갚을 거야?
[웃음]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알아보시고 또
(허임) 8만 7천 원
[아파하는 신음]
[살짝 웃으며]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요
(천술) 잘한다
의원이 제 몸 하나 간수 못 하고, 에이
자, 다 됐다
[천술의 한숨]
[천술이 살짝 웃는다]
그래, 여기서 일하니까 좋으냐?
네, 좋습니다요
(천술) 이 모름지기 의원이란
자기가 처음에 왜 의원이 되려고 했는지
그 첫 마음을 끝까지 잘 담고 있어야 하는 거야
[천술의 헛기침]
야, 근데 너 참
그 여기 맨날 달고 다니던 그 침통은 또 어쨌냐?
네?
(천술) 너, 저, 꽃분 할머니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애처럼 처울어 댔다면서?
울긴 누가 울었다고 그럽니까요 안 울었습니다
그 침통은 버렸습니다요
[혀를 끌끌 찬다]
잘한다
의원이 자기 분신 같은 침통이나 버리고
(천술) 왜, 옷이고 뭐고 그냥 죄 바뀌니까
이렇게 달고 다니기가 거추장스럽디?
아이고!
야, 우리 복만이 눈 빠지겠다, 응?
내가 오늘 볶음밥 해 주기로 했는데
네놈도 생각 있으면 한번 오든가
간다
살펴 가십시오
[잔잔한 음악]
저놈이 뭘 좀 알긴 안 모양인데
그, 뭔 생각으로 그걸 버려?
흥, 그게 버린다고 버려지나
[살짝 웃는다]
(천술) 모름지기 의원이라 함은
자기가 처음에 왜 의원이 되려고 했는지
그 첫 마음을 끝까지 잘 담고 있어야 하는 거야
[남자1의 비명]
[남자1의 놀란 신음]
가르쳐 주세요, 의술요
환장하겠네
가르쳐 주세요, 네?
- 아이고 - (어린 허임) 가르쳐 주세요
얘 이름은 제침이
(남자1) 맥 기운이 허할 때 혈맥을 누르려고 쓰는 거
[탄성]
자식, 신기하냐?
네, 신기합니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데?
이 기다란 침이 어떻게 사람 몸속에 쑥 들어가는지
침을 찌르기만 해도 어떻게 병을 고치는지 다 신기합니다
한번 잡아 볼 텨?
네!
자
(남자1) 근데 넌 의원이 왜 되고 싶냐?
누굴 고쳐 주려고?
- 우리 엄니요 - 뭐?
네 엄니 저세상 갔다며
우리 엄니 같은 사람들요
[주머니를 바스락거린다]
(연경) 안 돌려요, 등
믿고 기다릴 거예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돼지 울음]
[발랄한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이연) 보호자분 병원에 돼지를 데리고 오시면 어떡해요
[돼지 울음] (할머니1) 야는 돼지가 아니고
봉식이
- (할머니1) 할매 둘째 아들 - (이연) 아, 예
(꽃분) 봉식아
봉식아
(할머니1) 할매가 저렇게 찾아 쌓는데 그럼 우짜노, 어?
[이연의 질색하는 신음]
[돼지 울음] (이연) 악! 엄마!
[웃음]
(연경) 이러시면 곤란해요
다른 환자분 안정에 방해되니까
봉식이는 집으로 돌려보내세요, 할머니
[아쉬운 신음]
(할머니1) 봉식아, 집에 가서 기다리제이, 응? [돼지 울음]
- (연경)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 (할머니1) 예
(할머니1) 아이고, 봉탁아, 니 어매 보러 왔나?
[부드러운 음악]
성아, 꼭 오래이, 기다린대이, 잉? [돼지 울음]
[할머니1의 웃음]
(허임) 어, 그, 우리 봉식이 잘 가!
[웃음]
- 아, 예, 예 - (할머니1) 꼭 오래이
예, 예, 들어가십시오
상처는 치료했어요?
안 했으면 내가 해 주고
내가 뭐, 내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헛기침하며] 애도 아니고
들어가 봐요
할머니 보러 온 거잖아요
[힘겨운 숨소리]
[엘리베이터 버튼음]
[휴대 전화 알림음]
(하라) 쌤, 뭐 하심?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연경) 주의 사항 잘 지키고 있지?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하라)
[피식 웃는다]
(연경)
(하라)
(연경)
(하라)
(연경)
[휴대 전화 알림음] (하라)
[살짝 웃는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재하) 연경 쌤한테 꼭 좀 전해 주세요
네
(허임) 최 선생님 어디 있습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재하의 헛기침]
여기서 봅니다?
그런가 봅니다
진료 시간에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겁니까?
그러는 유 선생은 됩니까?
예약한 환자가 취소해서요
그 환자 나랑 다시 예약했는데
[재하의 헛기침]
(재하)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그건 왜...
허 선생 오고 나서 회식을 안 해서
오늘 회식 좀 할까 해서요
특별히 허 선생을 위한 자리니까
꼭 좀 와 주셨으면 좋겠는데
[헛기침]
알겠습니다
저...
회식이 뭡니까?
[엘리베이터 버튼음]
(남자2) 허봉탁 씨 해외 봉사 활동 기록이 위조된 것 같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봉사 팀에 그런 이름은 없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한숨]
아무 문이나 억지로 열려고 하면 다치십니다
사람의 힘으로 못 여는 문도 있습니까?
들어가도 되는 문이 있고 안 되는 문이 있죠
들어왔다 아니면 다시 나오면 되고
[휴대 전화 진동음] - 곧 그렇게 되겠... - (허임) 아, 소리
(허임) 네, 원장님
아, 네, 금방 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태) 박 회장 아들이
자네한테 치료를 마저 받고 싶다고 했다는구먼
[성태의 웃음]
역시 자네 실력은 침 맞아 본 당사자가 제일 잘 아는 모양이야 [성태의 웃음]
기껏 깔아 놓은 판이 어그러질까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야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자네 앞길은 탄탄대로야
[어두운 음악]
오늘 저녁 7시 장소는 문자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재하) 네
[차 문이 탁 닫힌다]
[휴대 전화 조작음]
어제 그 박 회장 아들 말이야
대체 무슨 병이길래 그리 난리 법석이었던 거야?
심내막염이랍니다
심내막염?
씁, 근데 그 응급실 진료 기록 지우라고 시키신 거 말입니다
(명훈) 어, 그거
박 회장이 당부를 해 가지고
잠깐만
진료 기록을 지우라고 했다면
(명훈) 뭔가 있다는 얘기인데
[탄성]
심내막염 원인이...
그래서 그거 지웠나?
[살짝 웃으며] 아, 제가 지웠겠습니까?
따로 잘 모셔 놨죠
잘했어, 굿이야, 굿!
[새가 지저귄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무거운 음악]
(허임) 다 됐습니다
이걸로 침 치료는 끝났습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잖아요
치료
저
해 볼게요
[한숨]
해 보겠습니다
- (허임) 차 세우세요 - (경호원) 네?
차 세우시라고요, 당장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회장 아들) 야, 뭐야, 왜 이래, 안 놔, 이거?
환자 살리고 싶으면 물러나 계세요
(회장 아들) 야, 야!
빠져나갈 수 있으면 빠져나가 보시오 당신 힘으로
놔, 이거 안 놔!
(회장 아들) 야, 이 새끼 빨리 떼어 내, 지금!
왜, 혼자서 못 하겠소이까?
대체 언제까지
(허임) 도대체 언제까지!
남의 손에 그렇게 몸도 마음도 붙잡혀 살 거요?
뭐?
지금 빠져나가지 못하면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거요
보고 싶은 사람도 지켜야 할 약속도 빼앗긴 채
이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지금
그깟 약에 의존하면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어 갈 거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후회와 원망 속에 살고 싶소?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보시오
아버지를
[비장한 음악]
불러 주세요
(회장 아들) 저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어요 저 좀 놔주세요, 아버지
(회장)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네가 부족할 게 뭐 있는데
- (회장) 뭐가 불만이야! - (회장 아들) 아버지!
(회장 아들)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아세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 하나 못 지키고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깟 돈이 다 무슨 소용이에요
제발요, 아버지
저 좀 믿어 주세요
아버지, 부탁이에요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들뜬 신음]
[들뜬 신음]
(하라) 아저씨!
오늘도 개잘생겼다
어, 소녀야!
- 스초생 주세요 - (직원) 네 [포스 조작음]
스초?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요
- 아... - (하라) 몰라요? [허임의 웃음]
아휴, 하긴, 번호도 못 따는데
어허, 나 이제 번호 딸 줄 안다
그리고 나 이것도 알아
기분 꿀꿀하고 심란할 때마다 먹는 달...
(연경) 기분 꿀꿀하고 심란할 때는 달달한 케이크가 최고거든요
(하라) 오, 좀 아는데?
[허임의 웃음]
(허임) 아, 그, 잠시
아, 그럼 그렇지
기다려 봐요
[휴대 전화 조작음]
(하라) 이거로 계산해 주세요
[바코드 인식음] (직원) 결제되셨습니다
[놀라며] 그, 어떻게, 어떻게 하는 것이냐?
내, 내 것도 되느냐?
그냥 내밀면 되는 거냐?
(하라) 아휴
[하라의 웃음] (허임) 맛있느냐?
(하라) 바로 이 맛이에요, 달달하고 새콤한 맛
[허임의 탄성] 아저씨, 우울할 땐 달달한 게 최고예요
아저씨도 먹어 봐요
아니, 나는 괜찮다
(하라) 에이
- (하라) 아 - (허임) 아니, 나는 괜찮다니까
(하라) 아휴, 빨리 먹어요, 아
맛있죠?
맛있구나, 이게
이게, 진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이게
아휴, 이게...
이렇게 많이 먹으면 기분이 많이 좋아지느냐?
[허임의 탄성]
(허임) 오늘 아주 그냥 하늘을 날아 보자꾸나 [허임의 웃음]
[허임의 당황한 신음]
된다, 된다, 된다 [하라의 탄성]
[허임의 신난 웃음]
(하라) 여기 봐요, 여기
[카메라 셔터음]
[허임의 놀란 신음]
(하라) 아, 표정을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허임) 그게 그렇게 쓰는 물건인지 몰랐다
(하라) 아, 진짜, 멋지게 좀 찍지
아, 좋다
또, 또, 툭하면 그렇게 보더라
[허임이 살짝 웃는다]
너를 보면 떠오르는 어떤 이가 있어서 그렇다
누구요, 아저씨 딸?
(허임) 에이씨!
딸은 무슨
꽃다운 청춘이다, 그리 말하지 말거라
[허임의 웃음] 그럼 누군데요?
내가 약조를 지키지 못한 한 아이가 있다
[허임의 씁쓸한 웃음]
너는 꼭 건강하게 살거라
뭐래, 혼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하라) 아저씨, 연경 쌤이랑 왜 싸웠어요?
연경 쌤이 그러더냐, 나랑 싸웠다고?
아휴, 어쩜 이리 둘이 똑같냐
또 뭐라 그러더냐?
나 비호감 된 거냐?
아저씨
나 갖고 싶은 거 있는데
묻는 말엔 대답도 안 하고 자기 할 말만 하고
꼭 누구랑 똑같구나
[허임의 웃음]
말해 보거라, 이 아저씨 돈 많다
[부드러운 음악]
(허임) 반짝반짝거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생겼구나
[허임의 웃음]
(하라) 언니, 하트 모양들로만 골라 주세요
(허임) 하, 하트?
하트 몰라요?
(하라) 이거 [허임의 당황한 신음]
심, 심장?
누구를 좋아하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잖아요
그래서 하트는 심장이자 사랑이란 뜻도 있어요
[허임의 웃음]
그래, 그렇게 심오한 뜻이
와, 이쁘다
모양이 꼭 염주같이 생긴 것이
(하라) 아이, 아이, 진짜
이 심장들 중에서 제일 반짝이는 게, 이게 내 심장
[어색하게 웃으며] 그러면 이건 내 심장
(하라) 에이
언니, 이거 이쁘게 포장해 주세요
자요, 연경 쌤 주세요
아니, 이건 네 것인데 이걸 왜 연경 쌤을 주느냐?
선물, 선물 몰라요?
아휴, 직진남
(하라) 사과도 먼저 턱 하고 사과할 땐 마음이 담긴 선물로
[웃음]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하나 사 오마
(하라) 아이, 좀!
난 됐으니까 이거 주면서 잘못한 거 사과하고
진도 좀 팍팍 나가요, 알았죠?
나 가요
어허, 그리 세게 뛰지 좀 말거라
아휴, 저 이제 괜찮아요
아, 내 심장 꼭 말해 주세요!
아휴, 그, 그리 뛰지 말라니까
심장이라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신음]
[괴로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거친 숨소리]
(연경) 누가 찾는다고 연락받고 왔는데요
(회장) 최연경 선생이십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내 아들 치료, 잘 좀 부탁합니다
네? [잔잔한 음악]
(회장) 에이
녀석도 참
VIP 병동으로 가자니까, 굳이
그 친구 처음부터 마음이 어쩌고 이상한 소리를 해 대더니만
대체 침으로 애한테 뭔 조화를 부린 거야?
선생님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다시...
허봉탁 선생님이 꼭 선생님께 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주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시라고
[살짝 웃는다]
잘 왔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탬버린이 잘그랑거린다]
(여자1) ♪ 시계를 보며 속삭이는 비밀들 ♪
♪ 지금 내 모습을 해쳐도 좋아 ♪
♪ 내 마음 들킬까 두려워 ♪
♪ 가슴이 막 벅차 서러워 ♪
♪ 조금만 꼭 참고 ♪
(지웅) ♪ 해 저문 ♪
♪ 소양강에 ♪
♪ 떠올라 ♪
♪ 울렁거려 ♪
(재하) ♪ 너의 말은 항상 옳고 ♪
♪ 한참 듣다 보면 ♪
(함께) 허봉탁! 허봉탁!
허봉탁! 허봉탁!
허봉탁! 허봉탁! [닭 울음 효과음]
(여자2) 허...
어매!
[구슬픈 반주가 흘러나온다]
♪ 콩밭 매는 ♪
(허임) ♪ 아낙... ♪
♪ 울어 주던 ♪
어매!
(연경) 괜찮으세요?
[잔잔한 음악]
(환자) 어, 아빠가 주워 줄게
- (여자3) 어머, 어머, 여보! - (아이) 아빠!
(지웅) 건배!
건배, 건배, 건배, 건배, 건배 [익살스러운 음악]
[살짝 웃는다]
허 선생님은 왜 술을 받기만 하고 한 잔도 안 드세요? [허임의 개운한 신음]
혹시 술을 못하세요?
못 마시는 게 아니고 안 마시는 겁니다
(영훈) 아, 혹시 실수하실까 봐?
[웃으며] 그, 그런 것이 아니고
한의사라면 무릇 맥을 통해 기의 흐름을 잘 느껴야 하는데
술 때문에 손이라도 떨게 되면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영훈이 술을 조르륵 따른다]
[영훈과 허임이 잔을 부딪는다]
[지웅의 한숨] (재하) 아, 허 선생
씁, 그, 1년 전에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 다녀오셨다고 했죠?
[허임이 음료를 뱉는다]
(지웅) 어? 캄보디아?
아이, 그럼 앙코르 와트 가 보셨겠네?
앙코르 와트
아이, 왜, 그 영화 '화양연화'의 그 마지막 장면에 보면
양조위가 사원 기둥에다가
이렇게 비밀을 묻고 딱 떠나는 그 마지막 장면!
야! 나 그거 보고 거기에 완전 뻑이 가 가지고 [긴장되는 음악]
거기를 꼭 한번 가 봐야지 했는데
아직 못 갔네
[허임의 어색한 웃음]
[헛기침하며] 당연히 가 봤죠
(허임) 기둥도 많고 사람도 많고
참으로 좋았습니다
[어색한 웃음]
- (재하) 아 - (남자3) 어, 그래
(남자3)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재하의 헛기침]
아, 제 친구인데
(재하) 그때 한방 의료 봉사단으로 캄보디아 같이 다녀오셨다고 해서
허 선생이 반가워할 거 같아서 제가 불렀어요
아, 둘이 또 명인대학 동기던데?
(남자3) 글쎄, 저 오늘 처음 뵙는데
혹시 저 아세요?
[어색한 웃음]
그게...
그게... [성태의 웃음]
[성태의 헛기침] [지웅의 놀란 탄성]
- (지웅) 아이고 - (성태) 앉아들 있어, 앉아들 있어
(성태) 이거 괜히 내가 와서 분위기 깨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지웅) 아이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성태) 회식한다 그래서 쯧, 격려금이나 줄까 해서 왔어요
[성태의 웃음] (지웅) 아이고, 고맙습니다
[성태와 지웅의 웃음]
- (지웅) 고맙습니다 - (성태) 그래그래, 어
(성태) 아, 근데 이 친구는 누구인가?
못 보던 얼굴이네?
허봉탁 선생과 대학 동기인 데다
(재하) 캄보디아 봉사 활동까지 같이 다녀왔다고 해서 제가 불렀어요
둘이 회포 좀 푸시라고
(성태) 응
아, 그럼, 저 자네도 이성연 교수한테 배웠겠네?
(남자3) 예 [성태의 웃음]
(성태) 아, 우리 허봉탁 선생 추천서 써 준 장본인이야
- (남자3) 아, 그렇습니까? - (성태) 응
저희 동기들이 워낙 많은 데다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웃음]
[헛기침]
(성태)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그런 할아버지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계시는지 아세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재하) 저 사람 신분 세탁을 해 주셨죠
[성태의 헛기침]
경인시에 한방 테마파크를 추진 중이신 것도 압니다
그러기 위해 높은 분들 접촉하고 계시죠?
[성태의 한숨] 의사로선 해선 안 될 짓까지 해 가면서
재하야
(성태) 내가 이 나이에 내 욕심 채워 보자고 이러겠니?
나중에 다 너한테 간다는 거 몰라?
할아버지 노욕을 제 이름으로 포장하지 마세요
[성태의 헛기침]
다음 달이면 다 끝난다
그때까지 허봉탁 건드리지 마
건드리면요? [한숨]
저도 아버지처럼 없는 죄 뒤집어씌워 쫓아내실 겁니까?
뭐?
너 그, 그걸...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릴...
그때처럼 안 될 겁니다
할아버지 말대로 전 아버지랑 다르거든요
[문이 탁 닫힌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한숨]
(하라) 직진남
사과도 먼저 턱 하고 사과할 땐 마음이 담긴 선물로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연경) 하라야
(구급대원) 길에 쓰러져 있는 걸 행인이 발견하고 신고했는데
외진 골목이라 발견이 늦어진 거 같습니다
혈압과 맥박이 많이 높습니다
하라야
(연경) 하라야
하라야, 정신 차려 봐
오하라!
[긴장되는 음악]
심장에 뭔가 고여 있어
(민재) 선배, 헤모글로빈 수치가 5점대로 낮아요
출혈로 인한 헤모페리카디엄이야
OR로 간다, 잡아!
(하라) 쌤이 고쳐 준 내 심장
느껴져요?
(민재) 선배, 오하라 괜찮겠죠?
당연히 괜찮지, 그럼
- 정신 바짝 차려 - (민재) 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연경) 환자 발견이 늦어져서 심장이 많이 눌려 있는 상태입니다
(의사) 마취 시간 길어지면 혈압 더 떨어져서 어레스트 날 수도 있어
서두르는 게 좋겠어
(연경) 메스
석션
탭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간호사1) 보호자분은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허임) 들어가게 해 주시오 [간호사들의 한숨]
내 저 소녀의 친구요
[간호사2의 한숨] 제발, 제발 들어가게 해 주시오
조용, 조용히 있겠소이다
[다급한 신음]
(연경) 뭐가 문제지?
[어두운 음악]
어디가 문제야?
(민재) 전에 수술했던 부위는 다 괜찮은 거 같은데
(연경) 캐뉼레이션 사이트 피 안 나고
폐동맥 봉합 부위 피 안 나고
이 주변 흉골이랑 지방 조직에서 새어 나오는 피 말고는 없는데
(민재) 그럼 뭐가 문제예요?
(연경) 아무래도 항응고제 문제로 생긴
지연성 출혈인 것 같다
일단 새어 나오는 피부터 지혈하고 봉합한다
보비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간호사들의 힘주는 신음]
(허임) 소녀야!
내 말 들리느냐!
내가 한 말을 기억하거라
스스로 살고자 하는 너의 마음이다!
(허임) 그 마음을 버리지 말거라
(간호사1) 이러시면 수술에 방해받습니다
[간호사1의 힘주는 신음] (간호사2) 뭐 하시는 거예요
(간호사3) 이봐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싸, 싸우거라
싸워야 한다
(허임) 너는
너는 건강하게 꼭 살아야 한다
하라야
하, 하라...
(연경) 됐어
일단 문제 되는 출혈은 다 잡았어
(민재) 하, 자, 그럼 마지막 봉합 시작하겠습니다
(연경) 잠깐만
딱 10초만
[민재의 긴장한 숨소리] (연경) 딱 10초만 지켜보자, 우리
(민재) 네
[심장 박동 효과음]
[심전도계 경고음]
(의사) 심실세동이야
[긴박한 음악]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제세동기 가져와
(민재) 제세동기
(이연) 어레스트예요
그게 뭡니까?
심장이 박동을 멈추는 거요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1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2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3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안 돼, 오하라
하라야, 일어나, 제발
제발, 오하라
이거 아니야
[연경의 다급한 신음]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어린 연경) 아빠
아빠
[어두운 음악] (어린 연경)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연경이 소리친다]
(민재) 선배, 이제 그만해요! 선배, 네?
- (민재) 그만... - (연경) 놔!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민재) 아...
(연경) 일어나
제발
쌤이 고쳐 준 내 심장
느껴져요?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민재) 선배
[흐느낀다]
15세 여자 환자
오하라
9월 12일
22시 17분
사망했습니다
(하라 모) 선생님, 우리 하라 어떻게 됐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요, 선생님
수술은 잘 끝냈으나
수술 후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 소생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하라 부) 여보, 여보
(하라 모) 너 뭐야?
너, 너 수술 잘한다며
너 실력 있다며!
우리 하라 살려 내!
우리 하라 살려 내!
[하라 모가 오열한다]
너 다시 들어가, 들어가!
우리 하라 살아 돌아올 거야, 들어가!
- (하라 부) 여보, 진정... - (하라 모) 들어가!
(하라 부) 진정해, 진정해, 진정
[하라 모가 오열한다]
(하라 모) 하라야
하라야
(하라 모) 엄마랑 같이 가
엄마랑 같이 가, 하라야, 내 새끼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갈래, 엄마도 너 따라갈래
하라야
[쓸쓸한 음악]
(하라 모) 내 새끼
[하라 모가 계속 오열한다]
(연경) 약속한 건 꼭 지켜
살리겠다는 약속
그게
내가 외과 의사가 된 이유니까
[흐느낀다]
(하라) 나 친구들이랑 롤러코스터도 타 보고 싶고
어른 되면 클럽 가서 춤도 추고 싶고
멋진 꿈도 가지고 싶어
[흐느낀다]
[하라의 거친 숨소리]
늦어서 미안해
[거친 숨소리]
[오열한다]
(하라) 쌤이 고쳐 준 내 심장
느껴져요?
쌤 심장은 따뜻하다
(하라) 쌤, 그 아저씨 괜찮더라
밀당 그만하고 진도 나가시지?
[웃음]
[울음]
[연경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무거운 음악]
[휴대 전화 진동음]
네
어, 얼마 전에 만났던 황 회장 기억나지?
응, 오늘 골프 치다가 허리를 삐끗했대
[성태의 웃음] (성태) 자네가 와 줬으면 하는구먼
응, 전에도 말했지만
자네 장래에 든든한 뒷받침이 돼 줄 사람이야, 응
지금 병원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5분 후면 도착할 걸세
(허임) 아니요
못 갑니다
중요한 환자가 있어서
(성태)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물건을 달그락 쏟는다]
(천술) 아이, 아휴, 오늘은 일찍 오네
저녁은?
안 먹었으면 내 얼른 들어가 차리마
(연경) 그동안
제가 많이 미우셨겠어요
그게, 무, 무슨 소리냐?
아들 죽인 손녀
곁에 두고 보시느라고
많이 힘드셨겠어요
얘, 얘, 겨, 겨, 경아
근데 그런 애가 사람 살리겠다고
외과 의사 되겠다고 의대 간다고 했을 때
얼마나 웃으셨을까
아니다, 그, 그, 그게 아니야
[한숨 쉬며]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연경) 그래서 그렇게
사람 죽고 사는 문제에 미친년처럼
[애잔한 음악]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무슨 훌륭한 의사가 된 줄 알고
(천술) 얘, 얘, 경아
이 할아비 말 좀 들어 보렴, 응?
그게 아니다 [연경이 흐느낀다]
그게, 그게 아니다
이...
[연경의 거친 숨소리]
그쪽 말이 맞았네
내가 무슨 의사 자격이 있다고
그래서
꼭 살려야 하는 환자도 못 살렸네, 내가
자, 잠깐, 잠깐 해 줄 말이 있소
누나!
재하야, 나 어디든 좀 데려다줘라
[연경의 거친 숨소리]
(천술) 다 내 업보야, 내 업보
아비인 내가 받아야 할 벌
우리 경이가 받는구나
(연경 부) 예, 아버지
[가슴을 탁탁 치며] 제가 죽일 놈입니다
예, 예!
저런 못난 놈!
(연경 부) 아이고, 우리 경이
아빠랑 치킨 먹으러 갈까?
응, 좋아
그래, 가자
[연경 모의 한숨]
(천술) 아이고
[천술의 생각하는 신음]
[연경의 심호흡]
[오토바이 엔진음]
[어린 연경의 웃음]
우리 경이 좋지?
아빠랑 같이 오토바이 타니까 좋지?
응, 좋아
[타이어 마찰음] [연경 부의 놀란 탄성]
[연경 부의 놀란 신음] 아빠, 토순이 떨어졌어!
아빠, 토순이 떨어졌어!
(연경 부) 어어, 알았어, 알았어
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자, 경아
어, 경아, 경아
아빠가 가져올게
경이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어린 연경) 네
[오토바이 엔진음]
경아!
[무거운 음악]
[울먹인다] [연경 부의 힘겨운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아빠
아빠
(어린 연경) 아빠
(어린 연경) 아빠
아빠
아빠
[가쁜 숨소리]
재하야
차 좀 세워 줘
[연경의 거친 숨소리] (재하) 안 돼, 조금만 더 가서 세워 줄게
[거친 숨소리]
나 좀 내려 줘
[연경이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허임) 처자, 괜찮소?
[어두운 음악] (재하) 이봐요
[거친 숨소리]
(허임) 처자!
당사자가 싫다고 하지 않습니까
[연경의 거친 숨소리]
[자동차 경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자동차 경적]
누나!
[리드미컬한 음악]
(허임) 보여 드리지요
새로운 세상에서 내가 무얼 가질 수 있는지
(연경) 나 피하지 말아요, 도망치지 말라고요
(연경) 이러다 진짜 중요한 순간에 환자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
[흐느낀다] 내가 계속 의사를 할 수 있을까
[연경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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