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9
(노비들) 예
두칠아 [두칠이 흐느낀다]
가자
(두칠) 성, 성
딱새 성
성, 성!
[놀라는 숨소리]
(두칠) 성!
[두칠이 흐느낀다]
[문이 달칵 잠긴다]
(두칠) 거서 왜 말렸어
성이랑 같이 죽게 놔두지
거기서 왜 말렸냐고
네가 거서
네가 거서 왜 나서고 지랄이여
왜 나서고 지랄이여, 이 새끼야
왜!
[두칠이 오열한다]
아유, 딱새 성
[두칠이 가슴을 퍽 친다]
아유, 딱새 성
성...
[산새 울음]
[흥미진진한 음악] [노비의 놀란 신음]
[막개의 당황한 신음]
(노비) 야, 이, 야, 인마
아, 너 뭐 하는 새끼야? [막개의 겁먹은 신음]
야, 이 새끼야!
너 뭐 하는 새끼냐고!
이 새끼...
[노비의 아파하는 신음]
[연경의 한숨]
으이그, 한 번에 세게 쳐야지 그걸 못 쳐요?
제가 언제 사람을 때려 봤어야죠
쯧, 열쇠 찾아요, 열쇠
[잔잔한 음악]
[두칠이 훌쩍인다]
(두칠) 성, 엄니 만났지?
엄니한테
이 못난 아들이 약조 못 지켜서
죄송하다고 꼭 좀 전해 주소
[두칠의 한숨]
그리고 거서는
바보라고 무시당하지 말고
실실 웃고 다니지 말고
그거 은근히 사람 기분 나쁘다고 얘기했지?
[두칠의 웃음]
엄니 모시고 잘 살고 있어
나도 곧 따라갈 테니께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혀
정말 미안혀
미안혀, 성
[막개가 흐느낀다]
(두칠) 정말 미안혀, 미안혀, 성
미안혀
미안혀, 성
[두칠이 흐느낀다]
성
잘 살고 있어
(허준) 아직도 모르겠느냐
세상을 향한 비틀린 너의 마음이
의원으로서의 너의 삶 또한 그르치고 있음을
(허임) 정녕 제 비틀린 마음이 잘못인 것입니까?
아니면 비틀린 세상이 잘못된 것입니까?
[두칠이 훌쩍인다]
(두칠) 미안혀
[두칠이 흐느낀다]
[풀벌레 울음]
[두칠의 한숨]
(두칠) 왜놈들이 밀려오고 있다는데 북쪽으로 가야 되지 않겄소?
그리고 우리 남은 빚은
살아서 만나면 그때 갚읍시다
막개를
[차분한 음악]
데리고 가 다오
(두칠) 예?
(막개) 허 의원님, 왜 같이 안 가시고
나는 갈 길이 따로 있다
그럼 이놈도 데려가 주십시오
그간 내 밑에서 마음 졸이며 사느라 고생이 많았다
어딜 가든
의술 공부 게을리 말고
참봉 나리
그 빚 지금 갚거라
예?
나를 죽여라
나리
[극적인 음악]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요?
제가 의원님을 왜 죽입니까요?
죽이라니까, 어서!
[자동차 경적]
[의미심장한 음악]
밤길 살펴 가시오
(연경) 잠깐만요
두 번 다시 나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오
[어두운 음악]
네? 허봉탁 씨 핸드폰 명의자가 누구라고요?
(남자1) 마성태라는 분입니다
오피스텔도 그분 이름으로 되어 있고요
참, 최연경 씨 핸드폰 신호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거기가 어디인데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재하) 누나!
어떻게 된 거야?
[재하의 놀란 신음]
누나, 누나!
(재숙) 아니, 어떻게 경찰서에서 사람 하나를 못 찾아요!
국민 혈세 받고 그래도 돼요?
당장 찾아내요, 당장!
(병기) 재숙 씨, 너무 열 올리지...
(재숙) 아, 내가 지금 열 안 받게 생겼어요!
네가 그러고도 경찰이야!
[재숙의 한숨] 재숙 씨, 아무리 그래도...
어, 연경아!
(재숙) 원장님, 연경이 왔어요!
- (병기) 원장님! - (천술) 연경이가?
[재숙의 한숨]
(천술) 아니, 근데 얘가 왜 이래, 응?
얘, 괜찮아?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들어가서 쉬면 돼요
(재숙) 하루 종일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그냥 여기저기 좀 다녔어요
여기저기 어디?
[천술의 말리는 신음]
어여 들어가
(연경) 네
[천술의 한숨]
(병기) 어어, 원장님, 괜찮으세요?
난, 난 괜찮으니까 두고
자네는 얼른 가서 곽향 정기산 좀 뜨겁게 덥혀 봐
네, 원장님 [천술을 톡톡 다독인다]
[한숨]
왔으니까 됐지, 응
왔으니까
[한숨]
(재하) 맥이 좀 떠 있다, 누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재하야, 미안한데
[한숨 쉬며] 누나가 좀 피곤하다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어
아무 생각 말고 푹 자
[의미심장한 음악]
(형사) 뭐, 호패를 들고 다니지를 않나
핸드폰이 뭔지도 모르고
지문도 안 나오고
지문이 안 나온다고요?
엄지, 검지가 다 닳아 가지고 없데요
(형사) 잠깐만
씁, 이게 나가 그
허가임이 빼내 준 여자분
긍께 지금 찾고 계신 그분한테 똑같이 얘기한 거 같은디
[한숨]
[잔잔한 음악]
(허임) 개, 돼지만도 못한 이놈들
대감의 노여움이 풀릴 수만 있다면야
천 번, 만 번 죽어 마땅하지요!
하나!
하나 저희같이
천하고 더러운 것들을 죽여 봐야
대감님의 귀한 손만 더러워질 터
부디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목숨만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제발, 대감!
목숨만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대감
대감!
(허준) 상처와 아픔이 많은 친구예요
이 땅의 누구도 그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했지요
힘들겠지만 그 친구의 친구 벗이 되어 주었으면 해요
(노숙자1) 가만있어 봐, 이거 어디 가서 뭐 좀 약이라도 갖고 오든가, 아이고
야, 가만있어 봐
[노숙자2의 아파하는 신음]
(노숙자1) 어머?
아, 이게 누구야, 이거!
아이고, 저, 저번에 그
천술 영감님이랑 같이 왔던 그 덜떨어진...
아니, 그, 응? 이분, 맞지?
[노숙자1의 웃음]
이게 뭐야, 아이고
이거 피, 피야?
빨간색이야, 피야?
[노숙자1의 당황한 웃음]
아니, 뭐, 저 무슨 사연이 있든지 간에
어쨌거나 잘 왔어, 잘 왔어, 응?
여기 지금 그냥 하루 종일 아파 가지고
데굴데굴 구르고 아주 난리가 날 판이야
[노숙자2의 아파하는 신음] 아니, 왜 병원엘 안 가고
아이고, 병원 갈 돈 있으면 이러고 있겠어?
(노숙자1) 아, 설령 있다고 쳐도
가 봐야 우리 같은 사람들 그냥 '냄새난다', 응?
'더럽다', 그냥 무시만 할 건데
그래도 이놈은 천운이야
제때 그냥 떡하니
[어두운 음악] 의사 선생님이 나타나 줬으니까, 응?
[노숙자1의 웃음]
(막개) [흐느끼며] 엄마
[오열한다]
(두칠) 저희 성 좀 살려 주십시오
(노숙자1) 넌, 넌, 넌 살았어
너 이 양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너 모르지?
대단하시잖아...
아니
[노숙자2의 아파하는 신음]
(노숙자1) 아유, 저, 왜 그...
선생, 선생님
어디 가요!
아, 왜 그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양반의 놀란 신음] [어린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양반) 아니, 이놈이 미쳤나? 이 귀한 우황을
너 이거 훔쳤지!
아니요, 내가 하루 동안 머슴 하기로 하고 얻은 거예요
(양반) 에이, 이놈아! 너 이거 훔쳤지!
(어린 허임) 훔친 거 아니에요!
(양반) 어, 이놈이? [어린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 제발 달라고요! - (양반) 그래도 이놈이!
(양반) 에이, 이놈이!
- (양반) 너 이거 훔쳤지? - 우리 엄니
우리 엄니 살려야 돼요
[흐느낀다]
(진오) 노비 몸에서 태어난 천출이 참봉씩이나 달았으면
머리가 땅에 닳도록 감읍하며 살 것이지
제 분수도 모르고 궐 문턱을 넘보더니
(병판) 그래 봤자 네놈이
먹이나 던져 주면 받아먹고 꼬리나 흔드는
개 새끼에 불과하다는 걸 몰랐더냐!
(허준) 하면 천출이 없는 세상은 어떻더냐?
이곳과 다르더냐?
거기선 이곳에서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성싶더냐?
(허임) 보여 드리지요
새로운 세상에서
내가 무얼 가질 수 있는지
다시는
다시는 그리 짓밟히고
천대당하며 살지 않을 것입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성태) 이제야 나타나셨구먼
꼴이 이게 뭐야?
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되고
오전 진료 시간 비워 두라는 거 잊었어?
아, 오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제가 꼭 필요한 자리였습니까?
아, 그걸 말이라고 해
귀한 분을 치료하는 자리라고 했잖아
그 귀한 분을 치료하면
전 뭘 얻을 수 있습니까?
[어두운 음악] [성태의 웃음]
역시 자네는 날 닮았어
이제 말이 좀 통하는구먼
(성태) 귀한 분을 치료하면 뭘 얻느냐?
바로 그 귀한 분을 얻지
그 사람이 가진 돈과 힘을 얻는다 이 말이야
이곳 세상은 그렇습니까?
그곳 세상도 마찬가지 아닌가?
(성태) 같은 의사라도
누구를 치료하느냐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 게 세상 이치
의사라는 게 어차피 의술을 팔아먹는 직업 아닌가?
그러니 기왕이면 내 실력을 알아주고
내 값을 높이 쳐주는 사람을 만나서
되도록이면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해야지
어떤가, 나하고 함께
제대로 장사를 해 보겠나?
[의미심장한 음악]
(직원1) 어서 오세요
스페셜 원두 라테 한 잔 부탁드립니다 [직원1이 대답한다]
[포스 조작음]
여기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가 뭐예요?
(직원1)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요
- 아, 그거로 주세요 - (직원1) 네
[잔잔한 음악] 기분 꿀꿀하고 심란할 때는 달달한 케이크가 최고거든요
(직원2) 커피 나왔습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허임의 헛기침]
[문이 달칵 여닫힌다] 포장해 주세요, 빨리요
(연경) 그날은 잘 들어갔어요?
아침은 먹고 나오는 거예요?
점심 같이 먹을래요, 구내식당에서?
구내식당 별로인가?
그럼 요 앞에 맛있는 고깃집 있는데 거기서
밥 먹자고요, 우리
같이
약속 있습니다
(연경) 오케이, 그러면 밥은 다음에 먹고
커피 좋아하는구나
이거 커피랑 먹으면 되게 맛있는데
가져가서 병원 식구들이랑 같이 먹어요
됐어요
(민재) 선배!
선배, 괜찮아요? 어디 뭐, 다친 데 없어요?
(의사) 아, 어떻게 된 거예요?
일단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긴 한데
네, 일단은 무사 귀환
설명은 차차요
(만수) 어휴, 야, 그래도 명색이 펠로우인데 이게 뭔 꼴이야, 진짜
어? 최연경
야, 너 뭐냐? 너 괜찮냐?
설마 너도 내 걱정 했냐?
야, 내가 네 환자까지 보느라 얼마나 버둥거렸는지 아냐?
(만수) 내가 안 새우던 밤까지 새우고
봐 봐, 나 다크서클 내려온 거
야, 막 턱까지 흐른다, 흘러, 응?
동기 귀한 걸 새삼 느끼셨다는 [만수의 한숨]
[데스크를 탁 친다] 내가 오죽하면 레지던트 이후로 끊은 사발면에 참치에
(만수) 야, 너
근데 뭐야, 이건 뭐, 케이크니?
(연경) 여기가 그쪽 진료실이구나
[연경이 살짝 웃는다]
난 아직 개인 진료실 없는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연경) 그때 이후로 이거 못 먹어 봤죠?
라면은 역시 참치라면이 최고인데 [연경이 사발면을 바스락거린다]
응? 응?
[허임의 한숨]
여기 물 어디 있어요?
(허임) 여기 진료실입니다
아, 맞는다
요 앞의 휴게실 나가서 먹자고요, 같이
나 안 보여요, 뭐 하는지?
[잔잔한 음악]
나는 챙겨 주는 사람이 많은데
그쪽은 여기 아무도 없잖아요
(연경) 나밖에
그래서 내가 해 주려고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허임) 난 생각 없으니까 가져가세요
[가방을 탁 집어 든다]
이 방법은 아닌가 보네
(재하) 무단결근에 무단 외출에
너무 제멋대로인 거 아닙니까?
이미 원장님과 얘기 끝난 일입니다
그러니까요
아주 든든한 스폰서를 두셨더라고요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불만이 있으시면 직접 조부님께 조르시든가
내쫓아 달라고
아니, 제가 그런 짓을 왜 합니까?
더 좋은 방법 놔두고
할 말 끝났으면 가 보겠습니다 용무가 바빠서
(재하) 어젠 최연경 씨랑 어떻게 된 겁니까?
유 선생이야말로
(허임) 남의 일에 한가롭게 신경 쓸 여유가 있습니까?
그날 그런 실수를 하셨으면
공부를 하시든가 반성을 해야 되는 거 아니오?
최연경 씨는 나에게 남이 아닙니다
(재하) 그 여자 다치게 하면 누구도 용서 안 할 겁니다
두 번 다시 그 여자와 엮일 일 없으니 신경 끄시고
진료나 보시오
[한숨]
어차피 이젠
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오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재하야
나 한약 안 먹는 거 알잖아
알아, 그래서 죽 끓여 왔어
죽?
네가 직접?
음, 아니, 뭐
내가 직접 끓였다는 거는 아니고
그럼 그렇지
연자죽이야, 연꽃의 열매로 만든 거
마음에 맺힌 열을 풀어 주는 데 좋다니까 한번 먹어 봐
마음에 맺힌 열?
누가 그런 게 있다고?
내가 보기에 지금 누나가 딱 그렇거든
치, 누가 한의사 아니랄까 봐, 어?
(연경) 다 컸네, 이런 것도 챙길 줄 알고
그거 알아?
나 누나 때문에 한의사 된 거
(연경) 응?
어렸을 때
[잔잔한 음악] 아버지 그렇게 떠나고
할아버지 무서워서 주눅 들어 있었잖아, 나
그러다가 할아버지 따라서 누나 집 간 날
누나 처음 본 날
한 손에 침 들고 그러더라
이건 침이라는 거야
난 커서 훌륭한 한의사가 될 거야
(재하) 그러면서 어찌나 눈을 반짝거리던지
쯧, 그때 결심했잖아, 나
한의사 되겠다고
누나랑 같이 꿈을 키워 가고 싶다고
(재하) 할아버지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재하의 헛기침]
아, 그러니까 누나 덕분에 이렇게 좀 잘 자랐으니까
좀 써먹어 보라고
응? 힘든 일 있으면 털어놓고
좀 기댈 줄도 알고
(연경)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진지해?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아이고
연자죽?
[긴장되는 음악]
(성태) 장사나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사람을
여기서는 재벌이라고 불러
자네 시대로 치면 거상쯤 될 거야
[문이 달칵 열린다] (성태) 어
조 수석님은 청와대, 어
옛날로 치면 대궐에서 임금을 모시던 정승 판서
아니면 내시감 같은 사람이지
[성태의 헛기침]
어서 오십시오
(수석) 이거 제가 좀 늦었습니다
(성태) 아이고, 별말씀을요
저희 때문에 두 번이나 곤욕을 치르셨는데
허봉탁 선생
(수석) 내 이 허 선생한테 진 빚이 있어서 어렵게 다시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태의 웃음]
- (성태) 자, 가시죠, 네 - (수석) 가시죠
[허임의 한숨]
[수석의 웃음]
(수석) 아이고, 회장님, 예
(성태) 안녕하십니까
(수석) 저 친구가 제가 말씀드렸던 허봉탁 선생입니다
생각보다 젊구먼
(회장) 내 조 수석이 하도 밀어서 받기는 했는데
침으로 저게 치료가 되긴 되는 거야?
(성태) 아, 저, 허 선생, 왜 이러나?
(허임) 환자 쪽에서 의사를 못 믿는데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면 약속이 다르잖아
(허임) 아... [허임의 헛웃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드님의 병도 병이지만
회장님의 편두통부터 치료하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뭐? 그걸 어떻게...
회장님 귀가 붉어져 있습니다
(허임) 뜨거운 걸 만질 땐 저도 모르게 귀를 잡게 되지요
귀가 사람 몸에서 가장 차가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데 그런 귀가 붉어져 있다?
(허임) 귀를 관할하는 소양경이 열을 받았다는 뜻이고
그곳의 기가 원활하지 못하고 막혀 있기 때문에
편두통이 자주 오는 것입니다
[헛기침]
믿을 만한 의사가 있으면 따로 부르시지요, 그럼 전
(회장) 내가 오죽하면 열을 받아?
요즘 지라시에 저놈에 관해서 별별 소문이 다 돌아
어떻게든 다음 달 창립 행사 전까진 저놈 고쳐 놔
[무거운 음악] [회장의 헛기침]
[성태의 헛기침]
(성태) 여기서 보고 들은 걸 절대 밖에 발설하면 안 된다는 뜻이네
[헛웃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회장 아들의 떨리는 숨소리]
(허임) 눈빛이 흐리고 눈 밑이 검으며
호흡이 불안정하다
피부가 거칠고 입술이 말라 있으며
손톱 끝이 갈라져 있다
[회장 아들의 떨리는 숨소리]
[맥박 효과음]
(허임) 맥이 지만하고 눈동자 색이 옅다
아부용 중독
(회장) 기껏 돈 들여 유학 보내 놨더니
마약이 뭐야, 마약이!
이놈이 지금껏 한 번도 부모 뜻을 거스른 적이 없는 놈이네
이건 뭐, 수술이나 약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몰래 요양원에 넣어도 봤어 [성태의 호응하는 신음]
그럼 뭐 해? 나오면 또 손대는 걸
의사들이라고 와 봤자 대화 치료니 뭔지나 해 쌓고
아들놈 가둬 놓느라 내 속도 편치가 않아
(성태) 네
아드님의 마음이 공허하고
몸 안의 생명력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 같습니다
뭐, 마음?
(회장) 자기가 공허할 게 뭐가 있어?
아, 지금껏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이 키웠는데
침으로 닫힌 마음을 열고 양기를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뭘로, 뭐, 뭐, 뭘 열어?
[회장 아들의 떨리는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회장 아들의 떨리는 숨소리]
[극적인 음악]
[편안한 숨소리]
[회장의 탄성]
[회장의 웃음]
(회장) 저 친구 아주 물건입니다
(성태) 아, 예 [회장의 웃음]
(회장) 대체 어디서 저 친구를 구하셨습니까?
제가 운이 좋아서
때마침 저런 인재가 나타나 준 거 아니겠습니까
씁, 내 이, 조 수석 얘기를 들어 보니
요즘 경인시에 뭐 좀 크게 벌이신다고
[함께 웃는다]
(회장) 그래, 제가 도움을 줄 일이라는 게
아마도 자금 얘기겠죠?
[어두운 음악]
여기서
(회장 아들) 나가게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저 좀 나가게 도와주세요
난 병을 고치는 의사일 뿐이오
저 만나야 될 사람이 있습니다
저 꼭 그 사람 만나야 됩니다
(회장 아들) 도와주세요, 네?
내가 돈 줄게
내가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헛웃음]
금방 갈게
좀만 기다려
(회장) 아이고, 허 선생, 수고 많았어요
[회장의 웃음]
아, 내 보답은 섭섭지 않게 하겠어요
저놈만 고쳐 준다면
내 뭔들 못 해 줄까
[회장의 웃음]
자, 앞으로도 잘 좀 부탁합니다
[한숨]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아니에요
정 간호사님은
친구가 힘들 때 어떻게 해 주세요?
별거 있나?
옆에 있어 주고 기다려 주고 믿어 주고
[살짝 웃으며] 그렇죠?
그게 말로는 되게 쉬운데
[잔잔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친구 왔네, 나 먼저 들어가요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살짝 웃는다]
약속 있다더니 원장님이랑 어디 다녀와요?
진료 다녀옵니다
밖으로요?
어떤 환자인데 밖에서 진료를 봐요?
[한숨]
(명훈)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허봉탁 선생
[명훈의 웃음]
마 원장님 밑에서 일하니까 어때요?
- (황 교수) 할 만해요? - 네
(명훈) 우리 허 선생이 말이야
침 잘 놓는 건 알았어도 줄까지 잘 서는 건 몰랐어요
(황 교수) 그거 그래 봐야 월급 받는 직원인데
너무 충성하지 말아요
아, 타고난 핏줄이 따로 있는데
아, 원장님, 교수님
(연경) 두 분 말씀하시는데 죄송한데요
허 선생님한테 말씀이 조금 심하신 거 같아서
(명훈) 뭐?
- (명훈) 심하다고? - (황 교수) 야, 야, 최연경이
아, 그러니까 제 말씀은...
엄연히 저희 병원 스태프도 아니고
(연경) 한방병원 스태프니까요
[황 교수의 멋쩍은 신음]
[멀어지는 발걸음]
[잔잔한 음악]
(연경) 거기 서요
이제 나를 잘 아신다?
그래서 내가 불쌍합니까?
내가 사탕 몇 개 손에 쥐여 주면 배시시 웃을 천민 꼬마 아이로 보이오?
제발 그 아씨 놀음 좀 그만합시다
(연경) 맞아요
나 다 알아요
당신이 조선 땅에서 어떤 신분으로 살았는지
그 빌어먹을 병판인지 개자식인지 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했는지
나 다 봤어요
그게 그렇게 창피해요?
나한테 들킨 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해요?
아니, 그깟 게 다 뭔데?
나 그런 거 아무 상관 없어요
이제 당신에 대해서 잘 아니까
이제야
당신에 대해서 다 아니까
[감성적인 음악]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의원인지 알았고
왜 그렇게 아팠는지도 알았고
또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도
다 알았으니까
[허임의 한숨]
차라리 그냥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말지 그랬소?
그랬다면 내가...
아니
최 선생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상관없소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 일에 간섭도 말고
상관도 마시오
(연경) 아니요
그렇게 못 해요
이거 봐요, 최 선생
나한테도 그럴 권리 있어요
우연이든 운명이든
어쨌든 당신이랑 나 이렇게 만났고
당신의 그 해괴한 운명 속에 이미 함께하고 있으니까
내가
그러니까
나 피하지 말아요
도망치지 말라고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조폭들의 당황한 신음]
[조폭1의 헛기침]
(조폭1) 선생님, 그, 무사하시지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갑자기 그, 눈앞에서 뿅 하고 사라지셔 가지고
덕분에
뼈에 사무치는 경험을 하고 왔네요, 제가
[조폭1의 멋쩍은 신음]
(두목) 야, 나가 있어
(조폭들) 예, 형님
(조폭2) 빨리 나와
(두목) 연약한 여자나 괴롭히고 말이야 가오 떨어지게
(연경) 저 연약한 여자 아니고 의사고요
괜찮아요
의사로 살다 보면 더 거지 같은 경우도 많으니까
거지 같...
[연경이 트레이를 탁 집는다] [헛기침]
(연경) 살리고 싶은 사람 살리지 못했을 때
살리기 싫은 사람 살려야 할 때
[잔잔한 음악] 죽을힘을 다해서 살렸는데
[핀셋을 탁 내려놓는다]
근데 더 거지 같은 경우는
그런 일을 겪고도
내가 지금 당신 같은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는 거
[연경이 트레이를 탁 내려놓는다]
[멋쩍은 신음]
(허임) 최 선생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상관없소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 일에 간섭도 말고
상관도 마시오
치
누구 마음대로?
[만수의 탄성]
(연경) 저 환자 벌써 저렇게 걸어도 돼? [만수의 놀란 신음]
경과 좋은가 보다 [만수의 한숨]
그럼, 누가 수술했는데, 경과야 좋지
좋은데, 하
[여자1의 놀란 신음]
(환자) 놔!
너 지금 나 동정하냐, 어?
아, 왜 그래?
아니, 다리 못 쓰게 된 거 알고부터 계속 저런다
(만수) 뭐, 불구 됐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자존심 상하겠지
아니...
그깟 자존심이 뭐?
(연경) 아니, 부인이 빨리 응급조치해서 목숨까지 건졌는데
뭐, 다리 하나 불편하다고 못 살아?
그럼 걱정하는 부인 마음은 몰라?
[헛웃음]
아니, 남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여자 마음을 몰라?
아니, 왜, 왜 도대체...
(만수)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 까칠하니 [연경의 한숨]
너 안 괜찮구나? 약 먹자
연경아, 들어가자, 약 먹어라, 어?
(아이) 어? 내 토순이
아빠, 내 토순이 떨어졌어
(환자) 어
(어린 연경) 아빠, 토순이 떨어졌어
[어두운 음악]
(연경 부) 경아!
(환자) 어, 아빠가 주워 줄게
[여자1의 놀란 신음] - (여자1) 여보! - (아이) 아빠!
난리 났네, 저... [환자의 비명]
- (만수) 아이... - (아이) 아빠, 아빠! [환자의 비명]
[만수의 다급한 신음]
(만수) 어, 움직이지 마세요
(아이) 아빠! [환자의 비명]
[삐 소리가 울린다]
(아이) 아빠! [환자의 아파하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 (만수) 괜찮으세요? - (아이) 아빠
(여자1) 조금만 참아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한숨]
[한숨]
(병기) 꽃분 할매, 봉탁이 이제 안 온다니까
봉탁이가 내를 버리고 갈 내 아들이 아니다
(꽃분) 어데다 감춰 놨노?
내놔라, 고마, 내놔
꽃분 할매, 우리가 감춘 게 아니라 자기가 기어...
[병기의 신음]
[꽃분의 놀란 신음]
(재숙) 할머니, 봉탁 씨가 오늘은 바빠서 못 오고요
나중에 온대요
내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
(꽃분) 봉탁이가 내 침놔 줘야 된다
[잔잔한 음악]
(병기) 꽃분 할매, 우리 원장님이 봐 주신대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침을 좀 맞읍시다
(꽃분) 안 된다!
내 아들 봉탁이가 침놔 줘야 된다
안 돼
(병기) 할매, 아프다며 지금이라도 맞아야지, 어?
(꽃분) 봉탁이 데리고 와라, 안 돼
(재숙) 왔어?
(꽃분) 우리 봉탁이가 침놔 줘야 된다 [재숙이 혀를 찬다]
[꽃분과 병기가 말한다] (재숙) 매일 와서 저러신다, 속상하게
아, 그렇게 갈 거면 처음부터 정을 주질 말든가
가뜩이나 외로운 할머니한테
아휴, 억지로 멱살 잡아서 끌고 올 수도 없고
[천술의 개운한 신음]
아하, 그놈 참
애를 반쪽을 만들어 놓고 가타부타 말 한마디가 없네 그랴, 응?
(천술) 어, 어, 왔니?
그,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며칠 쉬라니까 말을 안 듣고설랑
어여 앉아
내가 저, 황기 좀 넣고 연포탕 끓였다
여쭤볼 게 있어요
응? 여, 여쭤볼 거 뭐?
아버지 교통사고 난 날
저 거기에 있었죠?
[어두운 음악] 얘, 얘, 얘가 뜬금없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대답해 주세요, 할아버지
[천술의 당황한 신음]
너, 너는 그때 저기 집에서 너희 엄마하고 자고 있었다
사고 난 것도 몰랐어
저도 그런 줄 알았죠
말씀 안 해 주실 거예요?
말씀 안 해 주시면
제가 스스로 알아내야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니, 쟤가 어떻게 그걸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설마 그때 기억이...
아이고, 안 되는데
[연경의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넌 알고 있지?
그날 아빠랑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성태) 아, 지금 가는 양 회장 댁은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막내며느리가
갑자기 귀가 안 들린다는 거야
이곳 세상은 의사도 많고 의술도 크게 발전한 듯한데
어찌 제게 이런 사사로운 진료를
예나 지금이나
아픈 게 밖에 알려지면 안 되는 그런 특별한 사람들이 있는 법 아닌가
돈 있겠다, 힘 있겠다
감출 건 감추고 누릴 건 누리면서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
[성태의 한숨]
어찌 변한 게 없습니까
[무거운 음악]
(허임) 제 말 들리십니까?
(여자2) 분명히 결혼 전에 구석구석 다 체크했는데
아니, 이제 와서 왜 저래?
하기야, 애초에 하자 많은 애를 들이는 게 아니었어
집안이고 학벌이고 뭐 하나 격이 맞아야지
이게 뭔 망신이야?
젊은 애가 귀머거리라니
(남자2)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마음이 가는 곳에 피가 가는 법입니다
귀가 어떤 소리를 듣기 싫다 정하면 귀로 피가 몰리게 되는데
(허임) 그 소리가 자주 반복되다 보니
귀로 피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신경 기능이 떨어지고
난청이 온 거지요
(여자2) 별꼴이야
어떻게 저런 덜떨어진 애가 들어와 가지고
물건이면 도로 무르고 환불이라도 받지
어머,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쟤, 쟤, 들리나 봐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3) 내가 명색이 교육부 장관인데
아들놈이 게임에 미쳐 가지고 이 꼴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내 꼴이 뭐가 돼?
내가 이놈의 손이 축축해서 악수를 할 수가 없어
내년이 지방 선거인데
(도지사) 악수를 못 하니 선거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성태) 사흘 밤낮을 꼼짝 않고 게임만 하다
사지가 마비됐다는구먼
(성태) 다한증으로 고생 중인 도지사네
내가 허 선생한테 큰 빚을 졌어요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기회 되면 꼭 갚겠습니다
내 힘닿는 대로 도와줄 테니
(성태) 박 회장이 자네 앞으로 차를 보냈어
아이고, 자네 면허부터 따야겠어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안전벨트를 달칵 맨다]
[반짝이는 효과음]
[자동차 경적]
[놀라는 숨소리]
[탄성]
[기계 작동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허임의 씁쓸한 웃음]
- (꽃분) 아이고 - (재숙) 다 왔어요
[꽃분이 살짝 웃는다]
언니!
(재숙) 어, 여기! [꽃분의 반가운 신음]
[재숙의 웃음]
(연경) 왔어요?
할머니 모시고 오느라고 힘드셨죠?
어휴, 봉식이도 데리고 온다는 거 떼 놓고 오느라고 혼났다, 야 [꽃분의 들뜬 신음]
그 사람 일하는 데가 어디야?
(연경) 저기요 [꽃분의 의아한 신음]
(재숙) 저기? 와, 엄청 크다
우리 봉탁이가 저기 있다고? 어?
(연경) 네
(재숙) 연경이가 봉탁이 만나게 해 준대요
좋죠? [꽃분의 들뜬 신음]
응, 아이고, 가자, 가자, 고마, 그래
[웃음]
(지웅) 아이고, 최 선생
여기 웬일이...
아, 이분은 누구...
- (연경) 저 혹시... - (꽃분) 봉탁아!
[의미심장한 음악] [꽃분의 놀란 숨소리]
(꽃분) 아이고
아이고, 그래
지, 진짜 저 사람이야? 대박 [꽃분이 말한다]
(재숙) 완전 몰라보겠다
어떻게 할머니는 바로 알아보시네
(꽃분) 너 와 어매 보러 안 왔노?
응? 어매는 맨날맨날 니 기다렸는데
아휴, 네 동상 봉식이도 성 보고 싶다 안 카나?
아이고, 우리 봉탁이
얼굴이 와 이리 상했노, 그래, 응?
아, 그래
너 이거 갖고 맛난 거 사 먹그래이
사 먹고 힘내야 한다
- (꽃분) 어이, 야 - (허임) 왜 이러세요
[꽃분의 놀란 신음] (재숙) 어?
(재숙) 어, 할머니,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꽃분의 당황한 신음]
(꽃분) 내 돈, 오메, 아이고, 돈
[꽃분의 다급한 신음]
(재숙) 제가 할게요, 할머니, 두세요
[어두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 (꽃분) 아, 내 돈, 우야노 - (재숙) 제가 할게요
이렇게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시면
(허임) 고, 곤란합니다
지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한숨]
[당황한 신음]
제가 모시고 오라고 했어요
(연경) 할머니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신데
아들한테 침 맞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그리고 그쪽도 좋아할 줄 알았고
[한숨 쉬며] 저는 나가 봐야 되니까
다른 선생님한테 접수하시고 치료받고 가세요
[거친 숨소리]
[꽃분의 의아한 신음]
(꽃분) 봉탁아
(재숙) 아, 뭐야? 진짜 그 사람 맞아?
완전 딴사람인데?
(꽃분) 아이고, 우리 봉탁이 [연경의 한숨]
얼굴이 많이 상했다
아, 이거
이 돈 갖고 맛난 거 사 먹으라고 꼭 줘
할머니, 죄송해요
아니다
(비서)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감성적인 음악]
[허임의 한숨]
(비서) 출발하시죠
(연경) 가세요, 할머니
[새가 지저귄다]
물 좀 주세요
목이 너무 말라요
[회장 아들의 힘겨운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허임) 진맥을 좀 보겠습니다
몸에 열이...
[회장 아들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예, 언니
꽃분 할머니 잘 들어가셨어요?
할아버지한테 침 꼭 맞으라고 하시고요
(구급대원) 응급 환자입니다, 빨리 와 주세요! [긴박한 음악]
들게요, 하나, 둘, 셋!
[회장 아들의 힘겨운 숨소리]
환자분!
(연경) 무슨 상황이에요?
원인은 잘 모르겠고
호흡이 가쁘고 열이 많이 나는 상태입니다
(구급대원) 혈압 90에 70
맥박 95에 포화도 95%입니다
(연경) 환자분, 언제부터 숨찼어요?
(회장 아들) [힘겨운 목소리로] 모르겠어요
아, 아까 뛰는데 갑자기...
(연경) 잡음이 심해요, 심장 초음파요
- (허임) 네, 회장님 - (회장) 허 선생, 미쳤어?
(회장) 어떻게 애를 병원까지 가게 만들어!
그러다가 마약 한 거 들통나면 그 일 어떻게 할 거야!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회장) 우리 애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고작 의사 가운 벗는 거로 끝나지 않아
(회장)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회장 아들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연경) 저 환자 뭐예요?
당신이랑 무슨 관계예요?
환자 상태 어떻습니까?
대답해요
당신이 왜 여기 온 건지 [무거운 음악]
최 선생은 알 필요 없어요
아니요, 알아야겠어요
(연경) 저 환자 팔의 주삿바늘, 약물 맞죠?
환자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삼첨판에 베지테이션, 그러니까
세균 덩어리 같은 게 보여요
감염성 심내막염이에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불법적인 약물 주사고요
뭐, 당장은 아니지만 경과 봐서 수술해야 될 수도 있어요
(연경) 이제 대답해요
저 사람이 누구고 당신이 왜 여기에 온 건지
그리고 그 어깨 상처는 또 뭐고
[한숨]
[휴대 전화 진동음]
(허임) 네, 원장님
원장님?
[어두운 음악] (성태) 놓쳤으면 바로 쫓아가서 잡았어야지
어떻게 병원까지 오게 만들어?
박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우리 앞길을 열어 줄 수도 있고 막을 수도 있는 사람이야
지금까지 공들여 추진해 오던 일을 다 망칠 셈인가?
꼭 자네가 데려가
그래야 자네도 살고 나도 살아
[한숨]
저 환자
그 회장이란 사람 아들이에요?
요즘 그러고 다녀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 뒤치다꺼리하러?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조선에서 그런 일 겪고 당신 힘든 거 알아요
(연경) 그래서 나 피하고 밀어내는 거 다 아는데
그건 참아도
의사로서 선을 넘는 건 두고 못 봐요
의사로서의 선?
[의미심장한 음악]
의사로서의 선이라
그게 무엇이오?
그곳에서 보지 않았소이까?
의사로서의 도리와 선의가 때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허임) 아
사람을 살리는 것이 득이 될지 해가 될지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 아니라고 했소이까?
하나 나는 따질 것이오
무엇이 나한테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를
두 번 다시 개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그 의사의 선이라는 것을 나는 넘을 것이오
여기 조선 아니에요
[비웃음]
여기라고 크게 다를 것 같소이까?
[헛기침]
차라리 잘됐소이다
이제 확인했으니 각자 갈 길 가면 될 거 같은데
[타이어 마찰음]
[한숨]
뭐예요, 저 사람들?
환자 내가 데려가겠소
안 돼요
그 환자 입원 치료 해야 돼요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 당장 안 한다고 했지 퇴원해도 된다고 하진 않았어요
환자 주치의가 따로 있소이다
심내막염은
(연경)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는 병이에요
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 증상 나빠져 제때 처치 못 받으면
환자 죽을 수도 있다고요
[어두운 음악]
이 환자 담당 의사입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환자가 원해서 퇴원하려는 겁니다
아, 아, 아, 아니에요
(회장 아들) 저 보내지 마세요, 예?
제 환자입니다 제 허락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갑니다
- 비키십시오 - 안 된다고요
(만수) 야
(이연) 여기 간호사 연락받고 왔어요
야, 이게 뭔 상황이냐?
무슨 영화에서나 보던...
(의사) 선배, 어떻게, 몸으로 막아요?
어, 막아! [긴박한 음악]
(경호원1) 야, 밀어!
[소란스럽다]
빨리 안 밀어?
(의사) 아, 비키세요!
(이연) 아이, 야!
(경호원1) 빨리 안 밀어!
(경호원2) 검사 안 합니다!
(재하) 이게 뭡니까?
(남자1) 허봉탁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포착됐습니다
[봉투를 바스락거린다]
박 회장과 양 회장 집입니다
이 인간 밖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 (경호원3) 비키세요! - (의사) 여기 병원입니다
(회장 아들) 나 집에 안 가, 나 집에 안 간다고!
나 집에 안 가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최연경 선생, 비키세요
[무거운 음악]
[연경의 난감한 숨소리]
아니요, 그렇게 못 해요
- (연경) 민재 - (민재) 네
환자 혈액 채취해서 검사실 다녀와
네, 알겠습니다
정 간호사님, 병실 알아봐 주시고요
네
(허임) 치료는 최 선생이 먼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긴장되는 음악]
툭하면 환자 앞에서 벌벌 떠는 사람이 누굴 치료하겠다는 겁니까?
그러고도 의사를 운운할 자격이 있어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한숨]
환자 데리고 나가세요
(회장 아들) 선생님, 저 안 가요
안 갈래요, 네?
선생님, 제발요
너 미쳤어? 놔
[감성적인 음악]
(연경) 내가 의사 자격이 있나
(회장) 잔말 말고
이거 받고 꺼져
(허임) 도대체 언제까지!
남의 손에 몸도 마음도 붙잡혀 살 거요?
(허임) 어매
심장의 맥이 멈추고 있다 [허임의 다급한 신음]
아무도 없소?
여기 도와주시오! [연경의 의아한 신음]
(하라) 사과도 먼저 턱 하고
직진남
(허임) 저 아이에게 꼭 해 줘야 할 말이 있소이다
소녀야!
(허임) 건강하게 꼭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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