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10
보육원 일각.
어린 유경, 책가방을 멘채 서 있고,
보육원원장이 보육원 아이들에게 유경을 소개하는 중이다.
유경E 탁구야.. 안녕? 잘 지내고 있었니? (차분하게 인사를 전하는 느낌으로)
보육원장 여러분,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게 된 신유경이예요.
앞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도록 합시다. 자, 환영의 박수!
아이들 와아아! (하면서 교육받은대로 박수를 쳐주는 가운데)
어린유경 (낯선 기분으로 그 아이들을 쳐다보는 위로)
유경E 나는... 그 때 그렇게 청산을 떠난 뒤로 오롯이 혼자가 됐어.
보육원 방안. (70년대 풍경)
대여섯명이 좁은 방안을 같이 쓰는 분위기.
보육원장 (한쪽 사물함을 열어주며) 이 사물함은 이제부터 니꺼야.
여기다 니 물건들을 두면 돼. 정리하는대로 나와서 식사하자. (나가면)
유경, 사물함을 열고 책가방안의 물건들을 넣는다. 넣다가
그 안에 들어있는 돈뭉치를 들여다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서.
거리 일각. (겨울 풍경)
구세군 냄비를 앞에 두고 종을 울리는 사람들...
그 뒷편으로 남루한 옷차림의 한 거지 가족들이(아이들이 댓명쯤 되는)
웅크리고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아이들 "배고파배고파아"하고 있고.
그 앞으로 동냥그릇안에 묵직한 돈뭉치를 올려놓는 손, 유경이다.
아저씨1, 응? 놀라서 그 많은 돈뭉치에 유경을 보더니
아저씨1 얘야! (하면서 따라가 붙들며) 어린 니가 어찌 저리 큰 돈을 주는거냐?
어린유경 (보며) 어차피 저는.. 가질수가 없는 돈이예요. 아저씨 필요한데 쓰세요.
아저씨1 (감동으로 눈물이 차오르며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유경에게 씌워주며)
이 다음에 커서..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그래서 우리같이 힘없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해주거라.
어린유경 (본다. 잠시 빤히 보다가 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한다)
유경E 그리고 그 때... 태어나 처음으로 꿈이라는걸 갖게 됐어.
어린 유경, 아직은 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를 꾹 눌러쓰는데서, dis.
대학 일각.
앞씬에서 눌러썼던 모자를 쓱 들어올리며 올려다보는 유경(당시 20세)
합격자 명단을 쭉 올려다보고 있다.
(그 옆으로 붙은 학생들, 떨어진 학생들의 모습들 배경으로)
유경, 자신있는 표정으로 맨 윗쪽을 올려다본다. 거기에
<수석합격, 수험번호 097450 신유경>
유경, 그럴줄 알았다는듯, 자신감있게 빙긋 웃는 얼굴위로...
유경E 어쩌면 내가 진짜로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지 않을까.. 하구 말이야.
도서관 일각.
이리저리 모자를 찾고 있는 유경,
책상위며, 책상아래로 얼굴을 들이밀고 찾고 있는데
그 때 그 앞으로 불쑥 내미는 모자. 유경, 멈칫.. 얼른 고개들어 보면
자림 이거 찾고 있는거지?
유경 (벌떡 일어나 그 모자를 받으며 자림을 보면)
자림 난 가정교육과 구자림이야. 넌 신유경 맞지? 사회학과.
너.. 꽤 유명인사더라? 단 한번도 과수석을 놓친적 없는 독종에다가...
(슬쩍 목소리 낮추며) 학보사 주동세력이라며? (흐! 웃더니)
야, 나두 니네 동아리에 좀 들어가면 안될까?
나도 좀 끼워주라, 응? 응? 응?
유경 (무시하듯 그대로 가방 둘러메며 모자를 쓰려다 멈칫.. 뭐지? 보면)
모자 안쪽에 쓰여진 글씨. <한국대 사회학과 84, 신유경>
유경 너 내 모자에 무슨짓 한거야?
자림 또 잊어버릴까봐 내가 손 좀 썼지잉.
(싸인펜을 들어보이며 악의없이 씩 웃는다. 그 위로)
동기1E 쟤 완전 부르조아야. 거성식품이라구 알지? 그 집 딸이잖어.
유경 (...?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유경E 그리고 그 행운의 모자 덕분에 니 소식을 알게 됐어.
플랫쉬 몽타쥬.
1. flash-back1> 9부 지하철 역사.
떨어진 유경의 야구모자를 집어드는 탁구의 손.
탁구, 그 모자안에 적힌 유경의 이름을 발견한다. (자림이가 써놓았던)
2. flash-back3> 9부 파티장 앞 로비.
마준 우리 아는 사이지? 너, 나 만나러 온거 맞지?
유경 너 아니구 다른 사람 만나러 온거야.
마준 나 말고 누구?
유경 탁구. 김탁구..
마준 ! (순간 쎄해지면서 유경을 본다. 시선에서)
파티장 안 일각.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마준,
한쪽에 지루한 표정으로 칵테일을 홀짝거리는 자림앞으로 다가서더니
마준 그 애 누구야!
자림 (? 돌아본다) 뭐?
마준 아까 누나가 데려온 그 여자애!
자림 신유경?
마준 어떻게 알게 된거야.
자림 나랑 동아리 친군데, 왜?
마준 누나랑 같은 학교라구? (안믿어지는듯...)
자림 그래애, 같은 학교야. 근데 왜애? (하다가 순간 헛다리) 아서라, 말어라.
걔 그런애 아냐. 니가 꼬신다고 꼴딱 넘어가는 여자애들이랑 차원이
다른애라구. 괜히 침 바르지마. 알았어? (하고 홱! 가버리면)
마준 ...! (살짝 멍한 기분으로 서 있는다. 그 모습위로)
유진E 거길 가면 널 만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동아리실 복도. N.
탁구 내가아.. 그 다음이 잘 기억이 안나가... (힘들게 겨우겨우)
있잖아 왜..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유경 ...! (본다.. 밀려오는 작은 떨림... 설마...)
탁구 그 다음이 뭐라켔는지.. 기억나나 니?
유경 ...!!! (전율과 함께 심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김탁구...?
탁구 (본다. 맞구나..! 하는 느낌으로 베식 웃는다. 웃다가)
그대로 유경의 어깨에 풀썩..! 얼굴을 기대며 정신을 잃는다.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유경의 모자.
유경 ...! (본다) 탁구야...
탁구 ... (그대로 스르르 다리에 힘이 풀린듯 주저앉으면)
유경 (탁구를 붙잡은채 넘어지지 않도록 같이 주저앉더니)
탁구야! 김탁구우우우!!!! (외치는위로)
유경E 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거기 있었던거니?
대체 그 동안 넌.. 어떻게 살아온거니? 탁구야...! (부르는 소리에서)
유경의 자취방 / 부엌. N.
짐짓.. 눈을 뜨는 탁구.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방안을 둘러본다.
(방하고 부엌이 미닫이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조악한 구조의 방)
한쪽에 앉은뱅이책상, 그 앞에 쌓여있는 두툼한 중고서적들...
비키니 옷장이 보이고, 대체적으로 궁색한 살림살이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분위기의 방이다.
한바퀴 휘 둘러보던 탁구, 그 때 부엌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 빠꼼히 목을 쭉 빼고
반쯤 열린 미닫이 저편의 부엌쪽을 내다보면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중인 유경의 뒷모습이 보인다.
탁구 (유경이다..! 꿈이 아니었다..! 빤히 쳐다보는데)
유경 (무언가를 집으러 돌아선다, 순간)
탁구 (후다닥 누웠던 자리로 되돌아가 눕는다)
유경 (탁구가 깨어난줄 모른채 다시 돌아서서 다시 칼질...)
탁구 (다시 눈을 뜨고 돌아본다)
유경, 분주하게 김치 쓸고 냄비에 담고 곤로에 올리고...하는 뒷모습.
탁구, 잠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그 쪽으로 다가간다.
유경, 알아채지 못한채 이번엔 두부를 꺼내 썰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
탁구, 조용히 맨발로 부엌에 내려선다.
(소리를 내면 이 마술이 깨져버릴것 같아서)
내려서서 하염없이 유경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유경, 여전히 알아채지 못한채 두부를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냄비뚜껑을 덮고 돌아서는 순간 멈칫...
거기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는 탁구와 시선이 마주친다.
서로 그렇게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탁구 참말로 맞나 니? 그 신유경... 맞나?
유경 (본다. 보다가 그제야 짐짓 표정이 풀리며..) 응. 그 신유경 맞어.
탁구 (믿어지지 않는듯 손을 뻗어 유경의 어깨를 살며시 만져본다)
유경 ... (움직이지 않은채 그대로 서 있는다)
탁구 (어깨위의 머리칼을 쓰다듬듯 만져본다. 만져보더니)
맞네... 참말로 꿈이 아이고.. 진짜네...
유경 (짐짓 미소로) 응. 꿈 아니구.. 진짜야. 탁구야...
탁구 (울컥..! 감정에 겨워 그대로 유경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는다)
다행이다. 또 꿈일까봐 완전 쫄았는데.. 진짜 다행이다!
유경 (안긴채 따뜻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 진짜 다행이네.
탁구 (반갑고, 고맙고, 복받쳐 오르는 감정 어쩌지 못하는데, 그 때)
갑자기 E. 꼬르르르르르륵! (우렁차게 울리는 배고픈 소리)
탁구 ! (멈칫..)
유경 (? 역시 멈칫...! 탁구쪽으로 시선 주면)
탁구 (순간 제정신 돌아오더니 후다닥 뒤로 물러서며 배를 감싸쥐며)
아! 미안! 널 보니까 내가 너무 반가워서...!
유경 (? 보면)
탁구 아니.. 사실은 내가 이틀을 내리 굶었더니.
(배를 감싸쥔채 머슥하게 베식.. 웃으면)
유경 (본다. 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데서)
거성家 앞. N
와서 도착하는 세단 두대.
앞선 차에서는 서인숙과 자경, 그리고 자림이 내리고
뒤에 따라 들어서는 차에서는 구일중과 한승재, 그리고 마준이 내려선다.
구일중 나는 아랫채에 들렸다 갈테니.. 먼저들 들어가.
서인숙 (멈칫.. 구일중을 돌아보면)
구일중 한실장은 나 좀 보지.
(서인숙쪽으로 시선 주지 않은채 돌아서서 아랫채쪽으로 간다)
한승재 (서인숙을 한번 본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목례한뒤 마준을 본다)
마준 (쎄하게 시선 외면해버리면)
한승재 (그대로 돌아서서 물러간다)
서인숙 (거의 동시에 홱! 돌아서서 집쪽으로 들어가버린다)
자림 (양쪽을 돌아보며) 아아.. 이 분위기 어쩔거야. 숨막혀 돌아가시겠네.
자경 이 분위기 만드는데 너도 일조했잖아. 어서 들어가 니 친구 일 사과드려.
자림 마준아 같이 들어가자. 들어가 내 방패 좀 돼주라. 응?
마준 미안하지만 나는 빼줘. 이만 가봐야하거든.
자경 (? 보는 위로)
자림 가다니? 어딜가? 설마 이 시간에 동경으로 간다는건 아니지?
마준 동경 아니야. 다른데야.
자림 다른데 어디?
마준 모르는게 속편할거야. 알아봤자 엄마한테 들들 볶일테니까.
자경 그렇다구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어떡해.
엄마한테 인사는 드리구 가야지.
마준 그럼 또 길어져요. 엄만 끝까지 무슨일이냐, 어디 가느냐,
꼬치꼬치 캐물을거구, 난 끝까지 알거없다 묵묵부답일거구.
피차 피곤해질거야. 그냥 이쯤에서 조용히 사라질께. 그럼.. (돌아서는데)
자경 요즘 회사 분위기 별루야 마준아.
마준 (멈칫.. 멈춘다. ? 자경을 돌아보면)
자경 회사두 아버지두 다같이 어려운 때를 넘기는 중이라구.
너까지 걱정끼치지 말란뜻이야. 알아듣지?
마준 (짐짓 그 말에 선선한 미소를 짓더니) 아들로 태어나지 그랬어 큰누나.
그랬더라면 우리들 인생이 좀 덜 꼬였을텐데.
자림 덜 꼬이다 뿐이겠니? 신세 부러지게 편해졌겠지 아마.
자경 쓸데없는 소리들 그만 하구.
마준 걱정하지마. 아버지도 잘해보라셨으니까.. 잘해볼거야. 진심으루.
자경 (? 보면)
마준 그럼 나 진짜 갑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멀어지면)
자림 뭐야? 아버지가 뭘 잘해보라는거야?
자경 (모른다. 그저 표정없이 멀어지는 마준을 보는 시선위로)
한승재E 모릅니다.
아랫채 안. N.
구일중 몰랐다구? 안사람이 최이사 지분을 사들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승재 (몰랐다!) 죄송합니다.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구일중 안그래도 요즘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 빡빡해지고 있는데...
이제 나는 안사람의 견제까지 받아가며 회사를 운영하게 생겼네!
헌데 내 최측근인 자넨 이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도 못했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한승재 어떻게 된일인지 자세히 알아본 다음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구일중 (순간 버럭!) 누가 지금 때늦은 보고서 따윌 받겠다 그랬나!
한승재 (멈칫..! 보면)
구일중 (그런 한승재를 잠시 노려보더니)
안사람한테 자본을 댄 사람이 누군지부터 알아내도록 하게!
그리고 조속히 그 지분을 내 앞으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도록 하게.
만에 하나 사태수습이 안된다면 그 땐..
자네에게 그 책임을 묻겠네. 무슨뜻인지 알겠나?
한승재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린다. 그러나 표정은 굳어있는데서)
아랫채 일각. N.
닫힌 아랫채 문앞에 서서 모든 얘길 다 듣고 있던 마준,
뭐라 형언할수 없이 복잡한 기분으로 조용히 잡았던 문고리를 놓는다.
그 손에서.
유경이네 자취방. N
유경과 마주앉은채 허겁지겁 밥그릇을 비우는 탁구.
탁구 진짜 맛있다. 청산 떠난후로 이렇게 맛있는 밥은 첨 먹어본다야!
유경 더 줄까? 밥 넉넉히 했는데.. (하는 말이 끝나자마자)
탁구 (턱! 유경앞으로 빈 밥그릇을 내민다)
유경 (피식 웃으며 밥그릇 받더니 옆에 있는 냄비에서 밥을 퍼담는다)
탁구 근데, 한국대학이면 진짜 머리좋고 공부 잘하는 애들만 가는 대학 아냐?
유경 (밥이 소복히 담긴 밥그릇을 탁구앞에 내려놔주는 위로 계속)
탁구 국민학교때부터 너 공부잘하는건 알구 있었다만..
그래두 이 정도로 유식한줄은 몰랐다야. (책상쪽 보며 너스레)
저거저거.. 죄다 한문이고 영어로 된 책들 저거..
저 어려운 책을 니가 다 읽는다는거잖아. 그치?
훌륭해! 진짜 대단하다 신유경! 하하.. (하면서 밥을 다시 한숟갈 푸는데)
유경 너는?
탁구 (숟가락 입에 문채) 응?
유경 넌 어떻게 살고 있어? 거성가에서는.. 나온거니?
탁구 어? 어어... 그렇지 뭐. (밥을 씹어삼키면서 잠시 시간을 벌더니)
실은 나 지금 빵집에서 일해.
유경 빵집?
탁구 어. 팔봉빵집이라구 인천에서 아주 유명한덴데, (시선 피하며)
거기가 또 아무나 사람을 뽑아쓰는데가 아니거든.
일본 유학갔던 놈까지 시험치러 오는덴데, 내가 그 놈하고 같이
한방에 딱! 붙었다는거 아니냐. 하하하.. (너스레떠는데)
유경 엄마는..?
탁구 (멈칫.. 본다. 순간 말문이 딱 막혔다가)
찾아야지. 백방으루 찾는중이야. (하면서 찌개국물 떠먹으면)
유경 그래애.. (그러더니) 신문에도 내봤어?
탁구 (? 본다. 보더니) 아니. 거기다 안내봤는데... (그러다가 이내 밝게)
이야 역시 일류대 다니니까 뭐가 달라도 다르네.
신문에 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다야. 하하하....
(어설프게 웃는데 콧끝이 찡해온다.. 들킬까봐 다시 밥을 퍼먹으면)
유경 미안해. 물어볼 자격도 없으면서.
탁구 니 잘못두 아닌데 뭐. 그러니까 그런 표정으루 미안해하지마.
넌 말이다 신유경. 예나 지금이나... 웃는게 젤 이뻐.
유경 ...! (본다. 보다가 순간 힘없이 피식... 웃어주면)
탁구 (같이 베식.. 웃는다)
두 아이, 그렇게 조그만 상을 가운데 둔채 마주보는데서.
유경의 자취방, 대문앞. N
끼익.. 대문을 열고 나오는 유경과 탁구.
유경 막차가 안끊겼나 모르겠다.
탁구 전철두 있구, 안되면 시외버스두 있구. 걱정하지마. 잘 갈테니까.
유경 그래. 또 보자.
탁구 어? (본다. 보다가 그 말이 그저 좋아 베식 웃으며) 어. 또 보자.
(돌아서서 간다. 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한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와)
근데 언제? 언제 다시 볼까?
유경 (? 보다가 피식 웃으며) 너 일하는 빵집으루 내가 찾아갈께.
탁구 빵집..으루? (거기서 살짝 곤란해지면서)
그러지 말구 연락처 주면 내가 전화하구 오면 되는데.
아니면 내가 그냥 학교로 찾아갈까? 그래, 그게 좋겠다! (하는데)
유경 요즘 학교가 영 뒤숭숭해. 그냥 내가 너 있는데루 갈께. 괜찮지?
탁구 (본다. 보더니 웃는다.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 괜찮아.
유경 (웃으면)
탁구 꼭.. 와라. 기다린다.
유경 그럴께. 꼭 갈께.
탁구 (순간 활짝 웃더니 돌아서서 간다)
유경 (뒷모습을 보면)
탁구 (가다가 돌아서서 뒷걸음질로 유경을 계속 보면서 계속 간다)
유경 (보면)
탁구 (갑자기 멈춰서서 개다리춤으로 인천앞바다에 그 모션을 취한다)
유경 (순간 픽... 웃는다)
탁구 (유경이가 웃는다. 기분 좋다! 손을 힘차게 흔들며 돌아서서 간다)
탁구의 뒷자락이 골목모퉁이 뒤로 사라지자,
유경도 살짝 아쉬운 기분으로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
잠시 후, 사라졌던 그 골목저편에서 쓰윽 다시 나타나는 탁구.
유경이가 들어가고 텅빈 골목길을 바라보면서 설레는 표정으로
탁구 기다릴테니까... 꼭 와라, 신유경.. (시선에서)
유경이네 자취방. N.
책상앞에 와서 앉는 유경. 한쪽에 놓여진 모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짐짓 따뜻한 미소가 잠시 스치더니 이내 책한권을 꺼내 펼쳐든다.
언제나처럼 공부를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팔봉네 제빵실 안. N
화면 가득 완성된 양미순표 딸기 생크림 케잌4호.
그 뒤로 빵성형도구들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미순의 손.
(스케치 느낌으로 컷 바이 컷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팔봉네 냉장실 안. N
마지막으로 고이고이 냉장실 선반에 올려놓는 케잌 4호.
미순 4호야! 제발 너는 성공해다오! 부탁한다! 제바알...!!!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간절히 딸기크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팔봉집 앞. 마당. N.
마지막으로 제빵실 불이 탁..! 꺼지고.
잠시 후, 제빵실에서 나오는 미순.
발걸음도 가볍게, 기분좋은 표정으로 집쪽으로 가다가 우뚝 멈춰선다.
저쪽 나무 벤치 앞으로 앉아 있는 마준의 뒷모습이 보인다.
뭔가 상념에 잠긴듯한 그의 뒷모습. 그런 그를 바라보는 미순, 순간!
순간 아주 짧은 플랫쉬 백>
미순의 입술에서 생크림을 닦아낸 손가락을 쪽! 빨아먹던 마준의 얼굴.
다시 현재>
헉! 왠지 자기도 모르게 엉큼한 생각에 얼굴을 감싸쥐는 미순,
왠지 마주치면 난감할듯 보인다. 재빨리 벽쪽으로 홱! 돌아서서
게걸음으로 슬쩍 슬쩍 집쪽으로 가는데 마준, 기척을 느낀듯 돌아본다.
얼굴을 벽쪽으로 돌린채 게걸음을 걷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미순의 뒷모습을 잠시 구경하듯 바라보던 마준,
마준 미순씨...?
양미순 (멈칫.. 멈춰선다. 멈춰서다가 그대로 모른척 가려는데)
마준 거기 미순씨 아니예요?
양미순 (아...! 젠장! 피하고 싶다. 하지만 안그런척 쓱 돌아서더니 너스레)
어머! 태조씨 아니십니까? 오늘 외출했다구 들었는데..
이제 들어오시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그럼 전 이만. (홱! 돌아서는데)
마준 여태 작업실에 있었어요?
양미순 예? (다시 돌아보더니 슬쩍 시선 피하며) 아.. 예.
마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혹시... 4호 케잌 완성입니까?
양미순 예.. 뭐.. (계속 시선 똑바로 못주며 이리저리 딴곳을 쳐다보면)
마준 (바로 앞으로 다가서더니) 그럼 내일, 나도 그 케잌 맛볼수 있는거죠?
양미순 예.. 뭐...(하면서 마준을 쳐다본다. 순간)
사진같은 플랫쉬 백>
미순의 입술에서 생크림을 닦아낸 손가락을 쪽 빨아먹는 마준(E. 두근)/
그 손가락 (E. 두근) / 그 입술(E. 두근) 등등이 머리속에 떠오르자
다시 현재> 순간 다시 얼굴이 벌개지는 미순
미순 아! 덥다..! 오늘 날씨 무척 덥죠! 그쵸? (양손으로 손부채질 막 하면서)
아, 왜 이렇게 덥지..? 역시 지구 온난화가 문제긴 문제야. 그쵸?
(하면서 슬그머니 돌아서서 잰걸음으로 들어가버리면)
마준 (본다. 보다가 피식 웃는다, 웃으며 혼잣말로) 생각보다 쑥맥이네.
그러면서 뒤를 따라 들어서려는데 멈칫..! 뭔가 바스락! 소리를 들은듯
집쪽으로 다가서다가 다시 그대로 두어걸음 뒤로 물러서서 돌아보면.
저쪽, 건물 모퉁이 뒤에서 쓰윽 나타나는 탁구의 얼굴.
마준 (멈칫.. 탁구를 본다)
탁구 (손을 흔들어보이며 나즉히) 어이. 서태조! 나야, 나! (흐흐 웃으면)
마준 (저 녀석..! 한쪽 눈썹 쓰윽..! 올라가면서 쳐다보는데서)
insert> 팔봉집, 팔봉 방. N
팔봉, 벽을 향해 돌아누운채 눈을 지긋이 감고
오래된 라디오에서 한가롭게 이난영의 노래를 듣고 있다.
팔봉집, 거실. N
쿵! 하는 느낌으로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 양인목과
그 맞은편에 무릎꿇은채 앉아 있는 탁구.
그 가운데에 몰려서있는 허갑수, 오영자, 고재복, 조진구,
그리고 미순이와 마준까지 이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양인목 왜 돌아왔냐.
탁구 그야 제가 여기 시험에 통과했으니까요.
양인목 그 뒤로 넌 아무런 통고도 없이 니 멋대로 여길 떠났다.
탁구 그리고 다시 돌아왔잖습니까.
양인목 여긴 너처럼 오갈데 없는 놈들이 아무때나 들락날락해도 되는 싸구려
여관집이 아니야! 뭐든지 지맘대로 지멋대로 방정맞게 구는 놈따위,
아무리 시험을 백번 통과했다해도 난 받아들일 생각 없다.
게다가 넌 빵같은건 애초에 관심도 없는 녀석 아니냐!
탁구 이제부터 관심 가질겁니다. 관심 가질 예정이니까 받아주십쇼!
전 무조건 여기서 다시 일해야합니다! 무조건이요!
양인목 (기막혀) 대체 니 녀석은 우리 팔봉빵집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탁구 빵집을 빵집이라고 생각하지 밥집으루 생각하겠습니까, 그럼?
양인목 (순간 훅! 열받으며) 시건방진 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탁구 못꺼집니다!
양인목 꺼지라니까!!!
탁구 싫다니까요!!!! (소리치는것과 동시에)
팔봉집 앞. N
쿵! 밖으로 떠밀리는 탁구. 아이씨! 하면서 도로 들어가려는데
양인목 주먹을 불끈 쥔채 탁구를 노려본다. 들어오지 마!
탁구, 주춤..! 하면서 양인목을 보면.
양인목 눈빛으로 무섭게 꾹 한번 눌러준뒤 쿵! 문을 닫아버린다.
탁구 아.. 진짜! (그러더니 큰소리로) 아 진짜아아아!!!! (외치는데서)
insert> 팔봉집, 팔봉 방. N
팔봉, 벽을 향해 돌아누운 그자세 그대로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뜬다.
나즈막한 한숨과 함께 흐음...! 한다.
그 위로 계속 흐르는 이난영의 노래에서.
팔봉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서는 양인목, 그 앞으로 기다리는듯 서 있던 조진구.
양인목, 그대로 지나쳐 들어가려는데
조진구 받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양인목 (멈춰선다. 돌아본다) 뭘?
조진구 탁구 저 아이요. 한번만 용서해주시구 받아주십쇼 대장.
양인목 착각하지마라. 이건 너와 저 녀석의 문제가 아니다.
니가 아무리 저 녀석을 위해 부탁한다고 해도
저 녀석의 정신상태가 글러먹으면 절대로 안되는 일이야.
조진구 하지만 대장...
양인목 빵만드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렇게 까다롭게 구냐 그럴수 있어.
사람들한테 우리들은 그래봤자 빵쟁이들에 불과해. 나두 그거 알아.
하지만! 나한테 빵은 인생이고, 신념이고 자부심이다.
인생을 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단 말이다. 알겠냐?
조진구 (보면)
양인목 내가 저 녀석을 받아들이지 않는건 단순히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저 놈은.. 빵에 대한 예의가 없어. 그리고 나는 그걸 용납못할뿐이다.
(그러더니 그대로 조진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조진구 (돌아본다. 시선에서)
다시 팔봉집 앞. N.
쓱 고개 돌려 다시 한번 팔봉집을 돌아보는 탁구,
탁구 그런다고 내가 쉽게 물러날줄 알았습니까? (흥!)
두고보쇼 대마왕! 내가 어떤놈인지 근성을 보여드리지!
(그러면서 도끼빗 휘리릭! 꺼내 머리 한번 쓱! 쓸어넘기는데서)
팔봉집 전경. N (새벽)
아직 초승달이 떠 있는 그 집 전경 위로, 자명종 소리..
팔봉집, 미순의 방. (새벽)
이불속에서 팔만 뻗어 자명종을 찾는 미순의 손.
자명종 근처에서 더듬적더듬적거리는데
바로 그 때 불쑥 남자의 손이 쓱 나타나더니 자명종을 누른다.
미순, 멈칫.. 이불을 걷어내면서 눈만 내밀고 쳐다보면
셔츠 단추를 풀어헤친채 금방이라도 덮칠듯한 마준이 내려다보고 있다.
양미순 (놀라서) 어! 태조씨..! 태조씨가 어떻게.. (하는데)
마준 쉿..! 조용히 해. 사람들 깨겠어.
양미순 (크게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아니 왜 태조씨가 여기 있어요? 내 방에서 뭐하는거예요 지금!
마준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뭐겠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양미순 예? (보면)
마준 (그대로 천천히 양미순의 입술을 향해 다가온다)
양미순 (헉! 놀라는 표정으로 입술을 뚫어지게 본다. 보다가 질끈 눈을 감으면)
마준 (점점 더 미순의 입술로 가까이 간다. 거의 닿을락말락...하는데)
갑자기 마준의 뒤로 쓰윽.. 오영자의 얼굴 나타나며
오영자 미순아! 너 뭐해?
미순 (순간 번쩍 눈을 뜨고 본다, 보다가 벌떡! 일어나서 둘러보면)
마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불까지 홱! 들춰봐도 마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 꿈이구나.
오영자 왜 그래 너? 꿈꿨어?
미순 아! 나 미쳤나봐...! 어뜩해..! (하면서 머리를 감싸쥐면)
오영자 어뜩하긴 뭘 어뜩해! 얼른 일어나 씻구 제빵실 나가야지. 너 지각이야.
미순 (번쩍 고개 들더니) 아 미치겠네!!! 이번에 지각하면 아버지 또 월급부터
깍을라 그러실텐데, 어뜩해 진짜아아!!!!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는데서)
연결통로(팔봉집과 빵집 연결통로) / 새벽.
쿵! 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미순, 모자를 입에 문채 제빵복 단추를
채우며 달려나오더니 빵집 계단을 달려올라가면서 모자를 마저 쓴다.
팔봉집, 제빵실. (새벽)
미순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며)
죄송합니다 늦었습... (니다... 하다가 말끝을 흐리며 쳐다보면)
다들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제빵식구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마준의 뒤를 돌아서 빠꼼히 고개 내밀고
그 앞쪽을 보면 양인목과 마주 서 있는 탁구의 모습이 보인다.
미순 어? (보면)
탁구 이제들 나오셨습니까? 안그래도 방금전 청소를 싹 끝내놨습니다.
누가? 제가요! 하하하하 제가! (하면서 넉살좋게 웃는다)
그 말에 미순, 제빵실을 휘 둘러보면
반짝 반짝 광이 나도록 청소가 되어있는 제빵실 안. (반짝반짝.. CG)
갑수/재복 (역시 살짝 놀란듯 제빵실을 휘 둘러보는 가운데)
마준 (표정없이 탁구를 본다)
조진구 (그런 탁구를 본뒤 양인목을 보면)
양인목 (표정없이 탁구를 잠시 노려보더니) 위치로!!!
일제히 (언제나 그렇듯 일렬로 선다)
미순 (안늦은척 재빨리 마준의 옆에 가서 서면)
양인목 (돌아보며) 오늘 만들 빵목록이다.
그러면서 허갑수, 고재복, 조진구, 미순, 마준까지 차례로 나눠준다.
탁구, 마지막으로 쓱 손을 내미는데
양인목, 그 손 무시! 그대로 홱! 돌아서면서 전투지휘하듯,
양인목 오늘은 한울병원 소아병동에서 단팥방 이백개 주문이 들어와있다!
갑수형, 재복이! 두 사람이 오늘 주문 들어온 단팥방을 맡아주고!
허갑수 (동시에) 이, 그려.
고재복 (동시에) 예! 대장님!
양인목 마준이하고 미순이가 가게에 내놓을 빵분량 커버하도록 하구!
미순/마준 네! (대답하면)
양인목 진구는 오전 굽는 타임 지나는대로 재료 재고 남은것 좀 확인해.
오늘 재료 구입하러 나가는 날이니까.
조진구 알겠습니다 대장.
탁구 저기요.. 저는요? 저는 뭐할까요, 예?
양인목 (무시) 자, 그럼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빵을 만들도록! 허이!
일제히 (탁구만 빼고) 허이! 허이! 허이!!
탁구 (뭐야 이건 또??? 생소한 구호에 그들을 쳐다보면)
허갑수, 고재복, 미순, 마준, 그리고 양인목까지 일제히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면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운데,
허갑수 재복이 넌 냉장실 가서 팥앙금이 얼매나 남았나 확인부텀 허고,
고재복 예, 알겠습니다. (하고 냉장실로 가면)
탁구 (재빨리 양인목옆에 따라붙으며) 뭐 시키실 일 없습니까?
양인목 (대꾸없이 숙성 냉장고에서 숙성반죽을 꺼내려는데)
탁구 제가 하겠습니다! (하면서 손을 뻗어 잡으려다 그만)
숙성반죽통을 쿵! 떨어뜨리는 탁구.
그러면서 철퍼덕..! 바닥에 뭉개지고 마는 반죽들....
양인목은 물론 마준, 미순, 허갑수, 조진구까지 일제히 돌아본다.
(냉장실에서 앙금통을 들고 나오던 고재복도 어? 보면)
탁구, 후다닥 무릎을 꿇고 바닥에 뭉개진 반죽들을 수습한다.
조진구 (얼른 그 옆으로 다가서서 도와주려는데)
탁구 됐습니다!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은채 순간 눈빛 살벌해지면)
조진구 (멈칫.. 그런 탁구를 본다)
양인목 (그런 탁구를 흘끗 쳐다보면)
조진구 .... (왠지 마음이 편치 않은 표정으로 일어서면)
탁구 (주워담은 반죽통을 집어든채 일어서서) 죄송합니다. (하는데)
양인목 재복이! 재료실로 가서 밀가루하고 배합재료들 내와
다시 반죽기 돌리도록 하고,
고재복 예! (하더니 앙금통을 한쪽에 올려놓고 재빨리 재료실로 뛰어간다)
양인목 미순이하고 태조! 오늘 제빵 목록에서 바게트는 제외하도록!
미순/마준 예! (하더니 얼른 숙성냉장실에서 다른 숙성반죽을 들고 움직이면)
양인목 그리고 김탁구 너!
탁구 예...? (보면)
양인목 더 이상 걸치적대지 말고 나가!
탁구 ! (본다)
미순,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마준까지 일제히 탁구를 돌아보면
양인목 (돌아보며) 한눈 팔고들 있을거야!
일제히 (후다닥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하는 가운데)
양인목, 탁구를 밀치고 숙성냉장고에서 다른 반죽통을 꺼내 쿵! 반죽을
시작한다. 미순, 마준, 허갑수, 조진구도 각자 움직이기 시작.
(재복이는 재료실에서 밀가루와 배합재료들 가져다 계량해서 반죽기에
붓고 하는 바쁜 모습들..)
탁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기분으로 그들을 본다. 보다가
그대로 조용히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마준, 그런 탁구를 무시하는 눈빛으로 쓱 돌아본다. 시선에서.
화면, 천천히 한쪽으로 이동하면 한쪽에 올려진 팥앙금통.
(재복이가 내놓은채 깜빡한...)
그 앙금통위로 아침햇살이 들기 시작한다. 그 앙금통 길게 주다가.
이층계단.
반죽통을 들고 내려오던 탁구, 언제나처럼 거기에 털썩 앉는다.
무릎위에 올려진 숙성된 반죽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그,
천천히 손을 들어 그 반죽을 한번 만져본다.
낯설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
순간 탁구의 표정 무장해제가 된다.
그 반죽을 만지작거릴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데서.
거성家 정원.
톡! 퍼팅연습을 하고 있는 서인숙.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한승재.
서인숙 (돌아보지 않은채 한번 더 툭! 퍼팅을 하더니) 무슨 일이예요?
한승재 (본다. 간격을 두고 보더니) 최이사 지분건 말입니다.
서인숙 (표정없이 다시 툭! 퍼팅을 한다)
한승재 그 자금.. 어디서 끌어온겁니까? 친정쪽입니까, 아니면...
서인숙 (OL)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한승재 말해야합니다.
서인숙 (동시에 홱! 돌아보며) 지금 날 추궁하는거예요?
한승재 (? 보면)
서인숙 마준이한테 사람 붙여달라 그랬지. 근데 당신 내 말 무시했잖아!
그렇게 내 부탁같은건 쉽게 무시하면서,
최이사 지분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지금 날 추궁하는거예요?
한승재 추궁하는게 아니예요!
서인숙 추궁이 아니면!
한승재 오히려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서인숙 (.... 멈칫. 그 말에 보면)
한승재 이왕 이렇게 된거.. 좀 더 회장님을 압박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구요.
서인숙 무슨.. 뜻이예요?
한승재 계획을 좀 앞당겨야겠습니다.
서인숙 (그 말에 빤히 쳐다보더니) 무슨 일.. 생긴거군요. 그렇죠?
한승재 (짐짓.. 시선 피하면)
서인숙 말해요. 무슨 일이예요.
한승재 당신까지 알거 없어요.
서인숙 무슨일인지 내용도 모른채 당신이 하자는대로 움직이지 않을거예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얘기해요! 나한테 말하라구요!
한승재 (그 말에 서인숙을 본다. 보더니) 그 아이가.. 돌아왔어요.
서인숙 그 아이요?
한승재 탁구.. 말입니다.
서인숙 ! (순간 핏기가 싹 가시면서 제일 먼저 묻는 말) 그이도 알아요?
한승재 회장님이 그 녀석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런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막아낼테니까.. (하는데)
서인숙 (OL) 최선같은거.. 다 하지마!
한승재 (멈칫..! 보면)
서인숙 당신 목숨을 걸어.
당신 목숨을 걸구서라두 그 아이... 막아내라구! 알겠어?
(그러더니 그대로 퍼터를 툭! 던지더니 지나쳐 들어가버린다)
한승재 ...! (잠시 그대로 서 있는다)
그대로 조용히 가라앉는 눈빛.
남겨진채 서 있는 그의 얼굴에 왠지 어두운 표정이 스친다.
(그녀의 마음엔 오로지.. 마준과 구일중뿐이라는걸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걸 확인할때마다 언제나 마음 한켠이 쓸쓸해지는 그...)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림자가 되기로.. 약속했으니까. 그 시선에서.
거성家, 침실.
쿵! 문을 박차듯 열고 들어서는 서인숙,
두 주먹을 불끈 쥔채 방안을 서성이며 어찌할바를 모른다.
구일중이 호적에 올린것 하며, 때 맞춰 나타난것 하며...
모든것이 온통 불안함으로 가득한채 어쩔줄 모르더니 멈춰선다.
결심한듯 시선을 드는데서.
거성식품, 회장실.
구일중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서인숙 (앞씬과 달리 굉장히 여유를 부리는 모습으로 소파에 깊숙히 앉아)
마준이를 회사로 불러들이자구요.
구일중 갑자기 마준이를 왜?
서인숙 (보며) 슬슬 당신 후계자 수업을 시켜야할때가 된것 같아서요.
구일중 그 시기는 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요.
서인숙 아니요, 꼭 그렇진 않을거예요.
구일중 그렇지 않다니.
서인숙 이번에 프랑스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루 하셨다면서요?
제가 거기에 반대표를 던질 생각이거든요.
구일중 ! (본다)
서인숙 물론 마준이를 불러들인다면 당연히 당신편을 들어주겠지만요.
구일중 당신 지금 회사일을 놓고 나랑 뭐하자는거야.
서인숙 말했잖아요. 당신과 동등해지려 한다구.
구일중 ! (보면)
서인숙 이사회의까지 앞으로 2주밖에 안남았다죠?
그 때까진 생각할 시간을 드릴께요.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구일중 (벌떡 일어나 서인숙의 팔을 돌려세운다, 얼굴을 가까이 끌어당긴채)
당신.. 회사가 장난인줄 알아?!!
서인숙 내가 지금 장난하는걸로 보여요?
구일중 대체 어디까지 가볼셈이야!
서인숙 그건 당신하기에 달렸어요.
구일중 ! (어금니를 꾹 문채 노려보면)
서인숙 (본다. 보더니 구일중이 잡은 팔위로 손을 얹는다. 조용히 뿌리치며)
당신과 이런식으로밖에 대화를 나눌수 없어서.. 나도 유감이예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난 모든걸 다시 바로 잡아야겠어요.
그게 이 거성집안의 안주인으로서 내 도리와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더니 그대로 쎄하게 돌아서서 쿵! 문을 열고 나간다)
거성家 비서실.
밖으로 나온 서인숙, 그대로 한승재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채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난 한승재, 목례로 서인숙을 보낸뒤
조용히 고개 돌려 회장실쪽을 돌아보면
반쯤 열린 그 문안으로 화가 나 있는 구일중의 모습..
한승재, 본다. 보다가 표정없이 조용히 시선 거두는데서.
이층 계단이 있는 통로.
뒷문으로 들어서는 팔봉, 뒷짐진채 가게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계단 한쪽으로 놓여있는 반죽통과
그 옆으로 서너개 빵성형 해놓은 것들을 본다.
팔봉 응...? (하면서 그 빵모양을 빤히 쳐다보는데)
그 때 문이 열리고 빗자루를 들고 들어서는 탁구, 팔봉을 본다
탁구 할배 나오셨어요? 제가 요 앞에 좀 쓸구 오느라구... (하다가 멈칫...)
팔봉 (빤히 반죽통과 그 옆에 놓여진 빵모양의 것들을 보고 있으면)
탁구 아..! 금방 치우겠습니다! (후다닥 달려가 치우며)
사실은 제가 오늘 이 반죽을 엎어뜨려갖구 말입니다.
못쓰게 된거라서 좀 가지고 놀았습니다.. (주섬주섬 반죽통에 담는데)
팔봉 (탁구를 보며) 이걸.. 니가 만든거냐?
탁구 예? 아, 예... (하면서 창피한듯 빵성형해놓은걸 가리는데)
팔봉 해보거라.
탁구 예?
팔봉 내 눈앞에서 한번 해보란 말이다.
탁구 (??? 본다. 시선에서)
팔봉네 거실.
테이블위에 놓인 반죽통 하나.
그 양쪽으로 앉은 팔봉과 그 맞은편에 무릎꿇고 앉는 탁구.
팔봉 자,. 아까 니가 한것과 똑같이 한번 만들어보거라.
탁구, 흠흠! 호흡을 가다듬고 무릎꿇은채 두 손을 단전으로 가져간다.
슬쩍 한쪽눈을 뜨고 팔봉 눈치를 한번 더 흘끔 보면
팔봉, 그런 탁구를 빤히 보고 있다.
탁구, 찡끗.. 얼른 다시 눈을 감는다. 감더니 갑자기 쓰윽.. 손을 올린다.
허공을 가르며 손을 움직인다. (구일중이 가르쳐줬던것처럼...)
팔봉, 한쪽 눈썹이 쓱 올라가면서 그 행동을 보면
탁구, 눈을 뜨더니 옆에 있던 분무기를 칙칙 뿌린다.
팔봉 (? 보면)
탁구 실내가 좀 건조해서요. 이러면 반죽껍데기가 금방 마르거든요.
팔봉 그걸 어찌 아느냐?
탁구 아! 제가요, 오년전쯤에 만두가게에서 일을 한적이 있었거든요.
INSERT> 만두가게 일각.
만두피 반죽앞에서도 구일중이 가르쳐준대로 손을 휘휘 젓더니
물통의 물을 5분의 1쯤 따라낸뒤 반죽을 시작한다.
탁구E 밀가루 반죽이 바로 제 담당이었는데요,
거기서 일하는 2년 내내 주구장창 반죽만 해대서 말입니다,
이젠 반죽에 손만 대봐도 상태가 어떤지 알게 된거죠.
다시 팔봉네 거실.
팔봉 오호... (재밌다는듯 쳐다보면)
탁구, 이번엔 반죽에 있는 밀가루 반죽을 잡는다. 한뭉텅이를 잡아서
척! 하니 성형도마위에 올려놓고는 길게 주무르면서
탁구 제가 잘라낸 무게가 대충 500그램 정도 되니까..
백그람씩 오등분을 하겠습니다.
팔봉 그 무게를 어찌 그리 정확히 아느냐?
탁구 아! 제가요, 또 한 일년 넘게 일을 한곳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팔봉 (? 보면)
INSERT> 도축장.
내장을 빼낸 돼지고기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 그 곳에서 해체작업을
하는 탁구. 근수를 정확히 잘라내서 포장작업을 하는 위로,
탁구E 거기서는 근수를 정확히 재는게 생명이거든요?
자르고 재고, 자르고 재고.. 그렇게 일년내내 자르고 재다보니까,
저울에 달지 않고도 대충 손으로도 무게를 알수 있게 된거죠.
다시 팔봉네 거실.
팔봉 오호..!! (점점 흥미로운 눈빛으로 탁구를 보면)
탁구 자! 됐습니다! (하고 보여주면)
거의 정확하게 5등분으로 나뉘어진 반죽.
팔봉, 역시 눈대중으로 그것들의 질량이 비슷함을 알고 있다.
탁구 자! 이제 그럼 빵모양을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하더니 손을 움직여 빵모양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 손에서)
flash-back1> 거성家 아랫채. (4부 도입부)
빵을 만들고 있는 구일중의 손. 그 모습을 와! 쳐다보는 어린 탁구위로.
탁구E 제가요, 그 분의 빵만드는 모습을 본건 딱 한번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근사해보이든지...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flash-back3> 만두가게.
밀가루 남은걸로 구일중이 했던 빵모양을 따라해보는 탁구.
flash-back4> 도축장.
남은 비게같은걸로 빵모양을 만들어 한쪽에 살짝 올려놓는 탁구에서.
다시 현재>
팔봉선생앞으로 같은 모양의 빵모양을 올려놓는 탁구.
팔봉,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 빵을 보면서
팔봉 그러니까 이걸.. 지난 십이년동안 손버릇처럼 만들어왔단 얘기냐?
탁구 그냥.. 심심풀이루요.
팔봉 빵이 죽도록 싫었다면서?
탁구 제가 만든건 빵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과의.. 추억이었습니다.
팔봉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제 됐다. 그만 나가보거라.
탁구 예? 아.. 예..
(일어나 나간다. 나가면서 슬쩍 한번 더 돌아본뒤 밖으로 나가면)
팔봉 (탁구가 만들어 올려놓은 반죽을 보며)
재밌구나. 어찌 여기서 일중이의 빵이 보인단 말이냐.
(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 빵성형 해놓은걸 바라보는데서)
팔봉빵집 앞 일각.
팔봉집에서 나오는 탁구, 손을 툭툭 털며 빵집쪽으로 가는데.
그 앞으로 자전거에 빵상자를 올리고 있는 고재복이 보인다.
허갑수 점심시간 되기전이 언능 갖다와라 이?
고재복 예에! (하면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배달을 가면)
고재복과 엇갈려 빵집쪽으로 걸어오던 탁구, 멈칫..!
킁킁.. 코를 벌름거리며 아주 미약하지만 쉰내비슷한걸 맡는다.
허갑수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탁구를 보며) 넌 거서 뭐허냐?
탁구 (다가오며) 이상한 냄새 안나요?
허갑수 냄시? 뭔 냄시?
탁구 살짝 쉰내가 나는데요?
허갑수 뭐여? 쉰내? 너 지금 나헌티 쉰내나는 홀애비라구 흉뜯는겨 시방?
탁구 그게 아니구요...
(하면서 킁킁 허갑수의 몸냄새를 맡더니 허갑수의 손끝냄새를 맡는다)
허갑수 아! 근디 이 놈이 징글맞게 뭐허는 짓이랴? 아 절루 안가!
(밀치면서) 그려! 나 노총각이여! 홀애비여! 그래서 뭘 어쩔겨!
이게 걍 허다허다 안되니께 별노무 지랄을 다 떠는구먼!
아, 당장 썩 물러가지 못혀! 훠이훠이!!
(내쫓듯 손을 휘휘 내젓더니 툭툭 털고 안으로 들어간다)
탁구 이상하네? 이거.. 틀림없이 쉰내 맞는데..?
(하더니 그대로 후다닥 허갑수쪽을 돌아본다. 보더니 따라간다)
팔봉집, 제빵실.
허갑수 (안으로 들어오며) 참나! 별 떡을헐 소릴 다 듣겄네.
내가 워디가 워때서 쉰내가 난다는겨, 대체.. 워디가, 워디가...
(하면서 자기 팔을 들어 킁킁 냄새를 맡는데)
그 뒤로 문을 열고 따라들어오는 탁구.
순간 허갑수, 돌아본다. "아니 근디 저 놈이!" 하는 표정,
양인목과 미순, 조진구와 마준도 고개 돌려 탁구를 보면
탁구, 계속 킁킁! 냄새를 맡는다. 안에서 쉰내가 진동을 하는듯..
양인목 뭐하는거냐! 제빵실에서 나가라고 했을텐데!
탁구 잠깐만요 글쎄! (하면서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는듯 킁킁거리다가)
한쪽 개수대에 씻을려고 넣어둔 텅빈 앙금통이 눈에 들어온다.
탁구, 그 앞으로 다가서서 그 앙금통을 집어들어 냄새를 맡더니
탁구 이거구만.
양인목 뭐라구?
탁구 (앙금통을 양인목앞으로 들어보이며) 이거요, 이거! 상했다구요 이거!
양인목 (멈칫! 본다)
허갑수 근디 저 눔이 진짜! 오늘 나 뚜껑열리게 할라고 작정을 했구만 이!
인목아, 나 말리지 마라!! 내가 오늘 저 놈에 버르장머리를 그냥 확!
(하면서 소매를 걷어올리는데)
양인목 (재빨리 다가서서 탁구가 내민 통을 가져와 가에 묻은 앙금맛을 본다)
허갑수 (? 멈칫..! 보면)
양인목 (잘 모르겠는... 돌아보며) 미순아! 와서 맛 좀 봐라.
미순 (얼른 다가와서 새끼손가락으로 그릇가에 묻어있는 앙금을 먹어본다)
허갑수 (?? 본다)
진구/마준 (일제히 하던 손을 멈추고 쳐다본다)
탁구 (미순을 쳐다보며) 내 말이 맞지? 맛간거 맞지?
양인목 어떠냐? 맛이 변한게 사실이냐?
미순 (한번 더 새끼 손가락으로 맛을 보더니)
살짝 갈랑말랑하는데요 대장님?
아무래도 배달가는 동안 햇볕에 노출되면 변할수도 있겠어요.
양인목 ! (본다)
마준 ! (본다)
허갑수 (소매를 걷다 말고 멍...! 하니 본다)
insert> 거리 일각.
느긋하게 휘파람 불며 자전거 패달을 밟고 있는 고재복.
그 뒤로 매달려 있는 빵상자 위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다시 팔봉집 제빵실.
양인목 진구야! 당장 병원에 전화해서 오늘 주문 취소라고 전해.
빵 도착하는대로 돌려보내라구!
조진구 네. 알겠습니다! (하고 앞치마 푸는데)
탁구 잠깐만요! 아이들이 먹을거라면서요!
양인목 (? 돌아본다)
미순 (? 보면)
탁구 아까 그랬잖아요. 소아병동에서 주문한거라구.
거깄는 애들 전부 다 빵이 오기만 목빼구 기다릴텐데.. 그래두 돼요?
미순 (쓰윽 시선 돌려 양인목을 보면)
양인목 (그 말에 탁구를 잠시 빤히 노려본다)
조진구 (양인목을 본다)
마준 (보면)
양인목 미순아.
미순 예.
양인목 가게에 내보낼 빵 200봉지 추려서 병원으로 보내도록 해라.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우리쪽의 실수니 빵값은 안받겠다고 전해.
미순 예! 알겠습니다! (후다닥 움직이면)
양인목 갑수형하구 진구, 그리고 태조는!
점심 시간 없이 곧바로 가게에 내놓을 빵 만들 준비해주고!
조진구 (다시 앞치마 두르며) 네! 알겠습니다! (움직인다)
마준 (다시 쓱 재료들을 챙기면)
양인목 그리고 탁구 너.
탁구 알겠습니다! 나가 있겠습니다. 눈앞에서 꺼져드리면 되는거죠?
(하고 돌아서려는데)
양인목 미순이하고 같이 소아병동에 다녀오거라.
탁구 (멈칫.. 나가려다 말고 멈춰서더니 쓱 돌아본다)
미순 (? 돌아본다)
조진구 (멈칫.. 양인목을 본다)
마준 (역시 멈칫..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허갑수 (??? 양인목을 쳐다보면)
양인목 다녀오는대로 밀가루 이십포대 계단밑으로 나르도록!
탁구 (순간 쓱 양인목앞으로 다가서며) 그 말은.. 절 받아주겠다는 뜻입니까?
양인목 (흥!) 웃기지 마라! 재주만 믿고 깝죽대기만 하는 너한테
빵에 대한 예의를 좀 가르쳐주려는것뿐이다.
탁구 에헤! 보기보다 솔직하지 못하시구만.
보아하니 내가 맘에 들기 시작했네 뭐!
양인목 소아병동에 가기 싫으냐?
탁구 아닙니다! (씩 한번 웃더니) 알겠습니다! 냉큼 다녀오겠습니다!
(경례까지 한번 척! 붙이더니 기분좋게 홱! 돌아서서 나간다)
미순 (본다. 보더니 피식 웃으며 따라나가면)
조진구 (짐짓 미소로 잘됐다는 표정으로 양인목을 본다)
허갑수 (턱.. 어깨에 힘빠지는듯 한쪽에 주저앉으면)
마준 (쎄한 표정으로 탁구가 나간쪽을 쳐다본다. 시선에서)
동아리 방.
문을 열고 쓰윽 들어서는 자림.
학생들 있는 저편으로 사람들과 얘기중인 유경을 발견한다.
슬그머니 뒷쪽으로 다가서면 얘기를 마친 유경 돌아서다 자림을 본다.
자림 (씩 웃으며) 어제 잘 들어갔냐?
유경 응. 그럼. (하면서 한쪽에 놓여진 전단지들을 확인하는)
자림 (옆으로 바싹 붙으며) 어젠 증말 미안했다 유경아.
어쩌겠니. 내가 부모를 골라 태어날수도 없는 일이구..
나라구 그런 엄마가 좋아서 태어났겠니? 이해해줘. 응?
유경 (문득 그 말에 신씨가 스친다. 자조적으로 피식 한번 웃는데, 그 때)
학생1과 학생2, 기겁한 표정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오더니.
학생1 야! 큰일 났어! 정섭선배가 잡혀들어갔대!
일제히 뭐라구? (하면서 학생1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얘기를 듣는 가운데)
학생2 (유경쪽으로 재빨리 다가오며) 신유경 너두 당분간 피해있는게 좋겠다.
자림 유경이두? 유경이두 위험해? (놀라면)
학생2 정섭선배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일맥동아리 선배들이
다 잡혀들어간 모양이야. 아무래도 당분간 서울을 떠나있는게 좋겠다.
유경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께.
학생2 집에도 들리지 말고 곧바로 기차든 버스든 타버려. 알았지?
유경 (본다) 그래. 그럴께. 가서 다른 애들한테도 어서 알려야지.
학생2 몸조심 해라. (어깨를 한번 잡아준뒤 다른곳으로 가면)
자림 야! 어떡해! 설마 우리 다 잡혀들어가는거 아니지?
유경 (말없이 가방을 챙기면) 이런 일 정도는 각오했던 일이잖아.
자림 그래두 그렇지... (전혀 각오하지 않았었다. 두려운데..)
유경 걱정할거 없어, 자림이 넌 지금 이길로 집에 가서 당분간 아무데도
가지 마. 니네 집 정도면.. 충분히 보호막이 될거니까.
자림 넌 어쩔건데? 갈데는 있어?
유경 (그 말에 잠시 보더니) 어쩌면...
자림 (어쩌면? 본다)
유경 (시선 돌려 창밖을 돌아보는데서)
소아병동앞.
배달을 마치고 빈상자를 들고 나오는 탁구와 미순,
관계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뒤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나오면
탁구 으아! 기분좋다!
미순 (돌아본다. 같이 보조맞춰걸어오며) 개코냐 너?
탁구 뭐가?
미순 입맛으로 봐도 알아챌까말까한걸.. 어떻게 냄새루 알어챘냐?
탁구 어어. 옛날에 상한 팥떡을 먹고 죽을뻔한적이 있었거든.
미순 (? 보면)
탁구 그 때 그 팥떡에서도 그런 냄새가 났었어.
배는 고파 죽겠고.. 이 정도쯤 먹는다고 죽겠나 싶어서 먹었다가,
삼일내내 복통에 설사에.. 정말 골로 갈뻔 했었지. (흐흐 웃으면)
미순 (그런 탁구를 한번 보더니) 근데 너.. 무슨 마음으로 돌아온거니?
탁구 응?
미순 내가 너라면 진구형님.. 두번 다시 보기 싫었을텐데.
어떻게 다시 돌아올 마음이 생겼냐구. (보며) 그렇게 갈데가 없었니?
탁구 그딴 자식이 뭐라 그러든 안믿기로 했거든.
미순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추고 보면)
탁구 (돌아보며) 그래서 말이다. 이번엔 신문에다 한번 내볼라구.
월급 받는거 모아서 신문에다 우리 엄마 사진 대문짝만하게 내고,
거기다 김탁구가 엄마를 찾습니다! 하구 실을거야.
미순 하지만 탁구야..
탁구 포기안해. 내 눈으로 확인할때까지 찾고 또 찾을거야. 왜냐면..
미순 왜냐면?
탁구 (희망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미순을 보며) 만나지더라구.
내가 포기하지 않으니까 바람개비 그 자식두 만나지구,
보고 싶었던 옛친구두 다시 만나지구...
(보며) 그래서 믿기로 했어. 우리 엄마두 다시 만날수 있을거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꼭 다시 만나질거다!
미순 (희망으로 가득찬 탁구의 표정에 뭔가 뭉클.. 해져서 보면)
탁구 아.. 또 비가 오려나? (킁킁 냄새를 맡더니 다시 걸음을 옮기면)
미순 (??? 본다.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에서)
거성家, 집 앞.
괜히 주위를 살피며 쭉 걸어올라오는 자림,
가방끈을 고쳐메며 집쪽으로 막 걸어올라오는데
바로 그 때 집앞에 진치고 있던 검은 승용차에서 두명의 사내가
내려서는게 보인다. 자림,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그 두명의 사내 자림앞으로 다가선다.
자림 (주춤..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면)
형사1 한국대학 구자림 맞지?
자림 누구우.. 세요?
형사1 신유경하구 너 단짝이라며? 같은 써클 멤버고.
자림 (두려움이 스친다)
형사1 같이 좀 가줘야겠어.
자림 (순간 후다닥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형사1 잡아!
형사2 (재빨리 뒤를 쫓으면)
자림,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끼이이익!
집쪽으로 올라가던 서인숙의 차와 충돌할뻔하기 직전 멈춘다.
서인숙, 몸이 크게 흔들리며 밖을 내다보면.
자림, 우뚝 멈춰선채 숨을 몰아쉬며 차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인숙 (밖에 서 있는 자림을 보고 놀라) 아니.. 자림아! (보면)
그 뒤로 다가선 형사 두명, 재빨리 자림의 두 팔을 나꿔채더니
팔을 뒤로 해서 수갑을 채운다.
서인숙, 뭐지? 놀라서 쳐다보더니 서둘러 차에서 내려선다.
서인숙 (다가서며) 이것봐요! 당신들 뭐하는거야 지금 내 딸한테!
형사1 (형사수첩을 보여주며) 따님이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주 몹쓸 써클에 가입해서 말입니다.
서인숙 당장 그 수갑 풀지 못하겠어요?
자림 엄마... (두렵고 무섭고 매달리는 마음으로)
서인숙 어서 당장 그 수갑 풀라니까!
형사1 죄송합니다. 공무중이라서요!
서인숙 (무섭게) 나 서인숙이야!! 거성식품 안주인 서인숙이라구! 알아?
형사1 (본다. 보더니)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라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십쇼.
(그러더니 형사2에게) 끌고 가! (하고는 돌아서면)
자림 엄마아아!!! (끌려간다)
서인숙 (다급하게) 자림아! 아가!
자림 엄마아아아!!!! (거칠게 끌려가면)
서인숙 (덜덜덜 떨려온다. 보더니 순간 버럭) 이기사!
이기사 (재빨리 차에서 내려서 보면)
서인숙 지금 당장 한실장하고 자경이한테 연락넣어요!
지금 당장 집으로 오라구 해! 지금 당장!!! (다시 앞쪽을 쳐다보면)
검은 승용차에 태워지는 자림. 형사1과 2 모두 올라탄뒤 출발하면
서인숙, 바닥에 떨어진 자림의 책과 가방들을 본다.
서인숙, 주먹을 꾹 쥔채 바들바들 떨면서 멀어지는 검은승용차를 보면.
거성家, 거실.
허겁지겁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자경.
자경 엄마.
서인숙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자경을 보더니 벌떡 일어서며) 한실장은.
자경 지금 박변호사님한테 갔어요.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래.
서인숙 할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동원하라 그래.
돈이든 뭐든 다 줄테니까 오늘안으로 당장 자림이 데려오라 그래!
자경 일단 진정해요 엄마. 우선 앉아서 진정부터 하라구. 응?
서인숙 (덜덜덜 떨면서 자경을 뚫어지게 본다)
자경 한실장님이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낼거야.
그러니까 엄마... 이럴때일수록 엄마가 진정하구 정신차려줘야 해. 알지?
서인숙 (본다. 보다가 그대로 천천히 도로 소파에 앉는다, 앉더니)
느이 아버지한테도 알렸니?
자경 알고 계세요.
서인숙 그런데?
자경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끝나자마자 집으로 오신다고 했어요.
서인숙 그 놈에 미팅! 미팅! 미팅!!!
딸아이가 죽어서 돌아와도 회사미팅이 더 중요하다디?
자경 그러지 말아요. 아버지 마음이라고 편하겠어 지금?
서인숙 지금 이 순간 제일 먼저 나한테 뛰어와야 할 사람이
바루 느이 아버지야! 알아?
자경 (본다. 보더니 그 옆에 앉으며 서인숙의 손을 꼭 잡아주더니)
걱정말아요. 자림이.. 괜찮을거야.
서인숙 (자경을 본다. 보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회의실.
회의중인 구일중과 실무진들.
(프랑스에서 수입하기로 한 설비에 대한 최종브리핑인듯)
그러나 구일중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심난한 표정 짓더니
갑자기 탁! 서류를 덮는다.
동시에 회의하던 실무진들 일제히 구일중을 돌아보면,
구일중 오늘 회의는 김상무가 마무리하도록 하지.
(하면서 벌떡 일어서는것과 동시에)
복도.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쭉 걸어나오는 구일중.
그 옆으로 따라오는 여비서에게
구일중 한실장한테 연락 있었나?
여비서 지금 박변호사님하고 계속 대책회의중이십니다.
구일중 일단 자림이가 어딨는지부터 찾아내도록 총력을 기울이라고 해.
댈수 있는 모든 라인을 다 가동하라구.
얼마가 들든, 어떤 댓가를 치루든 상관없다구.
여비서 네, 그러겠습니다.
구일중 박변한테는 내가 직접 가겠다고 연락넣어두고.
(하면서 다급히 엘리베이터를 향해 돌아서며 버튼을 탁! 누르는데서)
심문실.
두려움으로 덜덜 떨면서 앉아 있는 자림(아직 온전한 모습으로).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형사1.
형사1 자림아 우리 쉽게 가자. 넌 그냥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돼. 알았지?
자림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채 덜덜 떨면)
형사1 늬들 학보사에서 싣는 반정부 기사 대부분이 신유경 손에서 나온다며?
자림 (본다. 대답도 어쩌지도 못한채 시선 피하면)
형사1 신유경 지금 어딨냐?
자림 모... 몰라요. (하는데)
형사1 아저씨 피곤하다. 쉽게 좀 가자 자림아! 어! (하면서 책상을 탁! 치면)
자림 (흠짓 놀라 쳐다보면)
형사1 딱 한번만 다시 물을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해.
(친절하지만 다분히 위협적으로) 신유경 어디루 튀었어?
자림 (본다. 보다가 그대로 푹! 고개 숙인다. 두 눈에 가득 눈물 고여오면)
팔봉제빵점 앞. N.
사람들 지나다니는 그 길 앞으로 천천히 프레임-인 되는 유경.
미풍에 머리칼이 흔들린다.
팔봉빵집을 올려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짐짓 미소를 짓는다.
유경 진짜 있었네.., 팔봉빵집. (보면)
팔봉제빵점 안. N.
오영자 미순아. 마무리 부탁한다. 엄만 들어가서 저녁식사 준비.
미순 네, 알았어요.
오영자 (뒷문쪽으로 나가면)
미순 (뒷정리 하는데 그 때)
드륵!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신유경.
미순, ? 돌아보더니
미순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지금 막 영업 끝났는데요.
유경 빵이 아니라... 사람을 좀 찾아왔는데요.
미순 (? 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제빵실, N.
재료창고에 턱! 하니 밀가로 포대 올려놓는 탁구, 기진맥진한 표정
그 뒤로 쓱 나타나는 양인목
양인목 오늘 마무리는 신참 두 사람, 태조하고 탁구가 하도록!
탁구 (에? 마무리두? 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면)
양인목 성형틀, 오븐 철판은 물론 발효실 안까지 때하나 없도록 싹싹 닦아.
제빵실은 청결이 최우선인거 알고 있지?
마준 네!
양인목 (탁구 보며) 넌 왜 대답이 없어!
탁구 암요! 청결이 최우선! 알겠슴다!
양인목 (탁구한테 시선 고정한채) 힘들면 언제든 때려치면 된다.
탁구 (어금니 꾹 물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절대 힘들지 않습니다!
양인목 그럼 수고! (그리고는 돌아서서 나가면)
허갑수 (쓱 돌아서서 탁구를 한번 기분나쁘게 째린뒤 나간다)
고재복 그럼 신참들 수고들! (흐흐 웃으며 따라나가면)
탁구 (인상을 팍! 쓰며) 이거이거 부려먹어도 너무 부려먹는구만.
마준 (말없이 한쪽에 쌓여있는 성형도구들과 빵틀들을 닦기 시작하면)
탁구 (그 옆으로 나란히 서서 같이 닦으며 나즉히)
어이 서태조. 이거 말야, 우리가 속고 있는건 아니겠지?
거 왜 있잖아. 빵기술 가르쳐준다 그러구선 뺑뺑이 엄청 돌리고
부려먹기만 하는 악덕가게... 뭐 그런건 아니겠지?
마준 왜 다시 돌아온거야.
탁구 어? (마준을 보면)
마준 바람개비만 찾으면 떠날거라며.
빵같은거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며.
그런데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버티는건데.
탁구 어어.. 사실은 내가 그럴만한 이유가 생겨서 말야. (흐흐 웃는데 그 때)
양미순 (문 열고 들어오며) 야! 김탁구. 손님이 찾아왔는데?
탁구 (? 마준의 뒤로 고개를 쑥 내밀고 쳐다본다)
손님? 누구한테? 나한테? 어떤 손님?
양미순 여자야. 이름이 신유경이래나...?
마준 (순간 설거지 하던 손 딱...! 멈춘다)
탁구 (놀라며) 유경이? 유경이가 와 있다구? 지금 아랫층에?
양미순 어. 와 있어. 지금 아랫층에.
탁구 (순간 먼저 거울앞으로 가서 매무새 살피더니 정신없이 달려나간다)
마준 ...! (탁구가 간쪽을 돌아본다)
양미순 (뭐야? 하는 표정으로 역시 탁구가 뛰어나간쪽을 돌아보면)
팔봉제빵점 안. N
후다닥 뛰어내려오던 탁구, 가게안으로 들어온 순간 멈칫..
저쪽에 혼자 앉아 있는 유경을 본다.
유경, 탁구를 돌아본다. 그녀의 시선과 마주치자 탁구의 가슴,
E. 쿵쾅쿵쾅쿵쾅쿵쾅! 격하게 두방망이질 친다.
탁구 (그 앞으로 다가서며) 유경아.
유경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탁구를 본다. 기특한 눈빛으로 보더니)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 제빵옷.
탁구 그래? (밝게 씩 웃으며) 내가 옷빨이 쫌 받긴 하지.. (머슥 웃으면)
유경 (피식 같이 웃는다. 모습에서)
팔봉제빵점 앞. N.
하나 둘.. 불이 꺼지고.
마지막으로 가게앞으로 나온 미순, 셔터를 내리려다 말고 보면
저 맞은편 선술집안에 마주앉아 있는 탁구와 유경이 보인다.
무언가 즐거운듯 활짝 웃으며 얘기하는 탁구와
짐짓 미소로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유경의 모습.
미순 참나.. 저렇게 좋아? 아주 입이 찢어지네, 찢어져.
(하면서 셔터를 내린다. 흘깃 쳐다본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면)
화면, 그 위로 천천히 이동한다.
제빵실 베란다에 나와있는 마준, 건너편 선술집안에 즐거운듯한
탁구와 유경을 본다. 특히 유경쪽을 유심히 보는 마준.
유경E 너 아니구 다른 사람 만나러 온거야. 탁구. 김탁구..
flash-back>
유경 청산에서 같이 학교다니던 내 어릴적 친구 김탁구!
니가 그렇게 이기고 싶어도 이기지 못했던 바로 그 김탁구!
다시 현재>
꾸깃.. 들고 있던 제빵모자를 힘주어 구기는 그의 손.
마준, 싸늘한 눈빛으로 웃고 있는 유경을 바라보는데서.
맞은편 선술집 안. N.
유경 너.. 좋아보인다.
탁구 (? 삼겹살 뒤집다 말고 유경을 보면)
유경 서울에서 봤을땐 뭐랄까.. 세상 다 산것같은 얼굴이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훨씬 더 생기 있어 보여.
탁구 그거야 뭐.. 유경이 널 다시 만나서 그런거지. (흐흐 겸연쩍게 웃으면)
유경 사실은 나... 그 때 너하구 헤어진 뒤로 내내 실감이 안났었어.
정말루 니가 내 자취방에 왔었던게 맞나?
혹시 꿈을 꾼게 아닐까? 여기까지 왔는데 니가 없으면 어쩌나...
탁구 기다린다구 했잖아. 내가.
유경 (그 말에 탁구를 보며) 그러게...
사람 인연이라는게.. 굽이굽이 모퉁이를 도는것 같아.
모퉁이를 돌기전까지 그 뒤에 누가 서 있는지 알수 없다가도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이렇게 또 뜻하지 않게 만나지는거 보면...
그래서 또.. 재밌는거겠지. 사람 인연이라는게...
탁구 (그 말이 살짝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더니)
암튼..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 그것두 이렇게 빨리 찾아와줘서..
(그러면서 진짜 기분좋은듯이 웃는데)
유경 (그런 탁구를 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실은 탁구야.. 우리 동아리 선배들이 다 잡혀들어갔대.
탁구 (? 보면)
유경 그래서 왔어... 당분간 숨어지낼데가 필요해서.
내가 따로 갈만한데가 없잖아. 친척이 있는것두 아니구 그래서...
탁구 (OL) 당연히 나한테 와야지.
유경 (멈칫.. 탁구를 보면)
탁구 나 말구 딴데 어디루 갈라 그랬냐? 딴데루 갔음 오히려 내가 섭하지.
잘왔어. (보며) 나한테 와줘서 정말 고맙다.
유경 미안하다. 만나자마자 이런 부탁으루 너 곤란하게 만들어서...
탁구 걱정말라니까. 저 팔봉집 사람들 이미 내가 접수 다 끝내놨그든.
너 나 인간성 좋은거 알지? 저 집 사람들 내가 한마디만 하면
다들 그냥 꺼뻑 죽는다니까. 진짜야!
(흐흐흐.. 자신만만하게 씩 웃는 얼굴에서)
팔봉집, 양인목의 방. N
앞씬의 자신만만한 모습 온데간데 없이 비굴하게 넙죽 엎드리는 탁구.
탁구 한번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앞으로 양인목과 미순, 나란히 앉아 있고
오영자는 돌아앉아 계산기 두드리며 장부를 정리하는 중. 그 위로 계속
탁구 오래 있지는 않을겁니다.
당분간만 미순이랑 한방 쓰게 허락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예?
미순 안돼.
탁구 야! 옥떨.. (하다가) 미순아. 부탁 좀 하자.
미순 내가 보기 보단 좀 예민해. 절대루 다른 사람이랑 한방 못써. 안돼!
탁구 (양인목 보며) 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양인목 당사자가 싫다잖아. (하면서 신문 펼쳐들면)
오영자 (장부에 시선 고정한채) 거 참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탁구 (다시 미순을 보며) 나한텐 하나뿐인 고향친구다 미순아.
갈데두 없다는데 길거리에서 자게 할순 없잖아. 더구나 여잔데.
사람 인심이 그리 야박해서 어따 써먹을라 그래, 어?
미순 싫다니까.
탁구 그러지 말구 쫌! (하다가) 뭐해주까? 어떻게 해주면 되겠냐?
하라는대루 다 할께! 시키는대루 다 하께. 한번만 좀 부탁하자, 어?
미순 (순간. 그 말에 귀가 솔깃한다) 진짜루?
탁구 어! 진짜루!
미순 하라는대루 다 한다구?
탁구 다한다니까 글쎄! 종처럼 막 부려먹어두 돼!
나로 말할거 같으면 힘도 쎄겠다. 머리도 좋겠다..
생각보다 써먹을데 많을걸? 그러니까 제발 부탁 좀 하자, 어? 어?
미순 그렇단 말이지.. (살짝 갈등 때린다)
탁구 못믿겠냐? 지장찍을까? 혈서라두 써?
미순 시끄럽고! (돌아보며) 아부지, 엄마! 지금 이 약속 들으셨죠 두 분다?
오영자 (돌아보며) 뭐야? 그래서 재워주겠다구? 여보! 당신 허락할거예요?
양인목 당사자가 좋다고만 한다면야 뭐... (흠..! 다시 신문을 들여다보면)
탁구 감사합니다! 고맙다 옥떨... (하다가) 고맙다 미순아!
(하하하하하! 그제야 허리를 쭉 펴며 웃으면)
미순 글쎄. 과연 니가 언제까지 웃는 얼굴로 감사할수 있을까?
탁구 (순간 웃음이 싸악..! 사그라들며 미순을 보면)
미순 (악의없이 씩 웃는 표정에서)
심문실 앞 복도. N
쿵!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형사1.
복도 의자에서 졸고 있던 형사2를 툭! 깨우며
형사1 야! 그만 일어나! 신유경 있는데 알아냈다!
형사2 (벌떡 일어나더니 재빨리 쫓아나가면)
그 뒤로 열려진 문 뒤에 앉아 있는 자림,
멍한 표정으로.. (별로 다친 흔적은 없이 뺨만 두어대 맞은듯 한쪽볼이
살짝 부어오르기만 한 상태로) 앉아 있다. 툭... 흘리는 눈물에서.
이층 복도. N
탁구 올라와 올라와.
그러면서 앞장서서 올라오면 그 뒤로 따라올라오는 유경이 보이고
그 뒤로 뒷짐진채 따라올라오는 미순이가 보인다.
복도를 따라 쭉 걸어오며
탁구 이쪽이야. 앞으루 미순이랑 같이 쓸 방.
유경 (미순이를 돌아보며) 갑자기 이렇게 폐를 끼쳐 미안합니다.
미순 아니예요, 거저 끼치는 폐도 아닌데요 뭐.
유경 (? 보며) 거저가.. 아니라뇨?
미순 그게요.. (하는데)
탁구 아우! 피곤하다! (하면서 말을 막더니) 유경아 피곤하지?
어서 들어가 그만 쉬어. 미순이 얘는 원래 마음씨도 곱고, 입도 무겁고
그러니까 맘편하게 내집, 내방이다 생각하구 푹 쉬어. 알았지?
미순 (탁구를 쳐다보면)
탁구 (눈빛으로 제발! 조용히 하라는 어필)
유경 (? 그런 탁구와 미순을 번갈아 보면)
미순 맞습니다. 제가 쫌 마음씨도 곱고, 입도 무겁고... 그렇죠.
자, 굿나잇 인사 끝나셨으면 이쪽으로! 여기가 제 방입니다.
(하면서 그 두 사람 사이로 지나쳐 자기 방문을 여는데)
거의 동시에 맞은편에 있는 방문이 열리면서
수건을 목에 건채 밖으로 나오는 마준이 나타난다.
소리에 미순, 탁구, 유경, 동시에 돌아보면
마준 (나오다 말고 유경과 시선이 마주친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는)
유경 (역시 순간 멈칫..! 마준을 본다. 알아보는 눈빛)
탁구 어! 서태조!
유경 (서태조? 하고 탁구를 본다)
탁구 인사해 유경아. 여긴 나하구 한방 쓰는 친구. 서태조.
유경 (다시 태조를 보면)
탁구 여기는 청산에 살때 나하구 같은 반 친구였던 신유경.
마준 (인사하지 않은채 유경을 빤히 본다, 그 위로)
유경E 사람 인연이라는게.. 굽이굽이 모퉁이를 도는것 같아.
유경 (역시 인사하지 않은채 마준을 빤히 보는 위로)
유경E 그래서 또 재밌는거겠지. 사람 인연이라는게..
미순 (?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탁구 (? 역시 그 둘을 번갈아 본다, 보다가 뭐지? 하는 표정에서 스틸)
그렇게 마준, 유경, 탁구, 미순까지...
화면 네 사람의 얼굴로 나뉘면서 <10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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