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10
어릴 때 너 좋아해서 상처받았고
너를 위해서 돈을 벌었고
나 지금 너 때문에 여기 돌아와 있어
믿어도 돼
나 만나면서
나 만나면서 세상에 믿어도 되는 남자가 있다는 거
배워
[로맨틱한 음악]
잘 자
사랑해
{수호} 사랑해
해라야
행복하다
[잔잔한 음악]
(곤이) 우와
서울에 이런 데가 남아있다니
놀랍네
술 취했나 봐
그 말을 몇 번이나 해요?
아니, 이 어떻게...
남성복, 여성복을 동시에 하시죠?
그 얘기도 아까 했는데
천재니까요
시간도 아주 많았고
아, 그럼 저도 한 벌 해주세요
하는 거 봐서요
일어나요
5분만
이 사람 보기보다 술이 약하네
최지훈 씨는 어떻게 아세요?
정해라 씨를 통해서 알았어요
저, 정해라?
그러니까 내가 아는 사람의 남친이
이 사람이었어요
내 친구 중에도 정해라가 있는데
걔는 여행사 다니거든요
정해라를 아세요?
[코믹한 느낌의 효과음]
최지훈 씨가
해라 남자친구였다고요?
[경쾌한 음악]
너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 1시 반... - 1시 40...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 아뇨 - 아니야
[불길한 느낌의 음악]
[경쾌한 음악]
해라야, 가자
가는 길에 데려다 줄게
어, 잠깐만
- 정해라 - 어
본부장 때문에 열받지 말고
- 조급해하지 말고 - 응
회의 시간에 박수받은 것만으로도 존재감 인정받은 거야
그치, 상담 전화도 즐겁게 하고
진상 손님한테 욕해도 돼
알겠어, 자신 있어
감사합니다
할 말 없어?
화이팅!
그거 말고
사랑해, 화이팅
갈게
힘!
굿모닝입니다, 대표님
응
내 커피는 내 취향에 맞게 내가 할 거야
앞으로 이런 거 하지 마
왜요?
커피 심부름 시키는 보스 매력 없어
아유, 그저께 저 살려주신 거 감사해서 한 잔 더 뽑은 거예요
부담 갖지 마세요
그래, 고마워
아참, 혹시 그 얘기 들으셨어요?
우리한테 지상권 설정해주기로 하고
배신한 윤달홍 씨 있잖아요?
그분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가지고
지금 정신이 나가 있대요
[불길한 느낌의 음악]
얼마나 다쳤는데?
혼수상태래요
우리랑 그대로 진행했으면 그런 일도 안 당하셨을 텐데
그런 말이 어딨어
그냥 속상해서 하는 소리죠
나가서 일 봐
네
아우, 좋다
좋은 술인가 봐요
두통이 없네
겨울에 목욕탕 오면 너무 좋았어요
옛날에 막 이러고 놀았는데
검사님이셨죠?
[코믹한 느낌의 음악]
해라가 문수호 씨한테 아직 얘기를 안 했나 보네
계속 같이 운동하시는 거 보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해라, 저, 제 여자친구 셋이 어릴 때부터 친구예요
그 사건 났을 때...
너무 잘 알죠
어쩐지 법을 좀 아시더라
저 합의해서 바로 해결했습니다
검찰의 송치, 기소 이런 거 아예 없었어요
저도 비밀 지킬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댁이 문수호한테 우스운 사람 되면 정보원으로서도 매력이 없으니까
이따가 해장국이나 하러 갑시다
저 기 안 죽습니다
잠깐 내 인생의 스텝이 꼬여서 어쩔 수 없었던 거예요
어쩌다가 검사가 된 거예요?
저희 집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하숙집을 했어요
보고 들은 게 어릴 때부터 많았죠
해라는
어떻게 속였어요?
아, 거참
처음부터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네, 물론 그러셨겠죠
구청에 서류를 떼러 갔다가
울고 있는 아주머니를 봤어요
제가 가진 법 지식으로 좀 도와드렸죠
그랬더니 다짜고짜
'검사님, 감사합니다' 이래요
그리고는 여행사에 할머니 팔순 여행 예약하러 갔는데
거기서 손님으로 온 그분을 마주친 거죠
'아, 우리 검사님이 여기는 웬일이세요'
이렇게 되는 시나리오였겠네요?
네
해라 씨가 담당 직원이었고요
친절하고 예뻐서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죠
알고 보니 외로운 사람이어서
계속 검사인 척을 해줬고
마음이 아프네요
문대표님한테 가서 다 말하셔도 됩니다
인생에 한 번쯤 실수할 수 있고
해라 씨를 좋아한 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해라를 속인 거는 죄죠
저한테 원하시는 거나 말씀하시죠
[불길한 느낌의 음악]
최근 문수호 쪽에
땅주인의 변심으로 일이 어그러진 게 하나 있어요
그래서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일 겁니다
대표님
박 회장네서 목욕탕에 또 사람들 보낸 거 같습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한 실장님
윤달홍 어르신 아들 소식 들으셨죠?
네
꽃바구니 하나 보내주세요 '쾌유를 빕니다' 이렇게 써서
사업상 매너죠
그 대안이 뭔지 궁금하신 겁니까?
구체적일수록 좋겠죠
문수호는 물러나라!
- 물러나라! - 물러나라!
재개발이 살 길이다 재개발을 방해하는
문수호는 물러나라
- 물러나라! - 물러나라!
아주 잘 생각허셨어요
아, 이제 좀 편히 사셔야죠, 예?
예
전화 안 받으실 거 같아서 문자 남깁니다
저희 애들 풀면 누나 거처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예요
번거롭게 하지 마시고
부자가 된 신문 배달 소년하고
브런치나 하시죠
우아하게
브런치로 팔보채도 신선하네
서린 누나가 맨날
'청요리 먹으러 가자' 이러면서 데려갔죠
누나 덕에 난생 처음 팔보채를 먹어 봤고요
지금은 제 인생 요리가 됐습니다
지난번 물건 재밌던데
다른 것도 좀 볼 수 있나?
서린 누나 돌아가신 건 아니죠?
생사를 모를 정도로 연락 없는 사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아
서린 누나 살아 계시는군요?
서린이 많이 늙었어
예뻤던 누나로 기억에 남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남편 되시는 분은 무슨 일 하십니까?
그런 미친 애를 누가 데려가?
아직 미혼이시구나
응?
[전화벨 소리]
전화도 안 받고, 씨
뭐 해?
아 네
저, 오늘 저희팀 식구들하고 좀 찾아가도 될까요?
일 얘기 때문에 그러는데
싫어요
저 그럼 제 친구 영미네 샵에서
맛있는 점심 같이 하시는 건 어때요?
- 제가 함박 스테이크 맛집에서... - 됐어요
어우, 뭐야 진짜
전공 용어 쓰고 싶네 진짜 이런 미친!
어우, 에티켓 하고는
그게 뭐냐?
- 이 셔츠 어때? - 몰라
좀 봐줘
밤새워서 만들었어
남자 옷 같아, 후져
내 거 아니고 남자 줄 거야
누구?
어제 그...
모델 워킹?
아니
내 체온을 전하고 싶은 사람
계십니까?
지난번에 보여준 장난감 말고
좀 근사한 거 없을까?
장난감이라뇨? 섭섭하게
어떤 거였더라?
인물화나 기도문 서감 같은 건 없나?
국보급을 찾으시나 봅니다
이런 거야 뭐, 너무 흔해서
조심하세요, 누나 그거 억입니다, 억
내가 찾는 건 없으니
그 장난감이나 몇 개 가져가지
이 자리에서 현금으로 드릴게
이게 마음에 드시는 건 아니고요?
싸게 사시려고 연기하시는 거면 됐습니다, 누나
그냥, 그냥 가져가세요
장사 한두 번 하나?
싸구려니까 주겠지
이 반지는...
겨울에 잡힌 방어 배 속에서 나왔답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잃어버렸다고 했잖아요
겨울...
방어 배 속에서 나왔다?
행운의 반지라고
값을 꽤 쳐줬죠, 제가
행운을 선물해 줘서 고맙네
행운을 선물해 드렸으니
서린 누나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내가 말해 볼게
지금 건물주들은 재개발에 찬성을 안 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에 흡수될 경우에는
임대료 만큼의 수입도 보장 못 받는다고 합니다
말이 재개발이지 동네의 획일화 아닌가요?
파란 포인트 등기부 등본 확인하셨죠?
네
지금 여기 28번지 같은 경우에는 땅주인하고 건물주가 같고요
저 32번지 같은 경우가 땅주인이 다른데
지상권 설정이 곧 끝난다고 합니다
건물주, 임차인 모두 만나 보세요
네
우리가 여기를 이렇게 둘러싸서
이 안의 계약이 파기될 거야
아, 저 사거리에
1층에 은행이 있는 건물도 32번지 땅주인이 건물주랍니다
여기도 다 그분 땅이래요
땅주인이 누군데?
최서린이란 성함의 할머니라고 들었습니다
땅주인 찾아가 봐
이것 좀 봐
이게 뭐야?
그것 봐, 내가 사진 보내면 오신다고 그랬잖아
저 사진 뭐예요?
본인도 닮았다고 생각하니까 오신 거죠?
저딴 걸 왜 여기 놔요?
왜 화를 내세요?
아우, 영미 씨가 잘못했네
저렇게 미인한테 남자랑 닮았다고 하면
나 같아도 화나겠다, 아으
기분 상하셨죠?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해요
제 친구가 어릴 때부터 좀 많이 모질라 가지고요
저, 화 푸시고...
여기, 여기 좀 앉으세요
어떻게, 한 번 더 털어드릴까요?
- 주희야, 뭐 하니? - 어, 어
그래, 나도 털래, 그렇지
어머나 세상에!
어머, 너무 깨끗하다
- 이쪽으로 - 앉으세요
일단 파리와 런던에서
멋지게 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뚜벅뚜벅 빈손으로 여행을 가서
만들어 주신 근사한 옷을 입고
그리고 그걸로 사진도 찍고 돌아다니다가
벗어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
제 사업적 머리로 판단할 때
이거 장사 됩니다
이걸 위한 샤론 브랜드를 론칭하면 어떨까요?
싫고요
저 사진이나 내려줘요
재능이 아깝지도 않으세요?
이렇게 천재적이신데?
내 말이...
그 흔해빠진 다른 디자이너들하고는
완전 천지 차이세요
해라 언니한테 해주신 옷들 정말 독특해요
진짜 최고
전...
이 사업...
찬성합니다
우리 샤론 사징님은 천재성이 있거든요
근데 집안 대대로 내려온 땅이 많아서 그런지
일을 거의 안 해요
야!
아무튼
더 이상의 재능 낭비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업이 대박 나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모습
한번 상상해 보세요
[코믹한 느낌의 음악]
옷을 만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뭐...
꽤 됐다고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겠네요
그냥 신인 디자이너라고 써 주세요
축하해요
당신도 날 인정하는 거죠?
당신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세상으로 나왔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언니
- 언니 - 언니
내가 열 여섯에 재봉 보조였는데
저 언니는 60년이 돼도 그냥 그대로야
가게를 수시로 닫았다, 열었다
단골 손님 안 만들려고
숨어 사는 이유가 있었어
우리 언니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괴물이여, 괴물
같이 해 봐요, 우리
디자인 레퍼런스도 제가 오늘 당장 갖다 드릴게요
저 사진 나한테 팔아요
어, 저희랑 같이 사업하시면
그때 선물로 드릴게요
어머, 이봐요 당신 제정신이야?
어머, 야 경찰 불러, 경찰
영업 방해랑 기물 파손으로 확 집어넣어 버리게
어머
포장해서 보내요
사진 값도 청구하고
어머머머
미친년
마트에 소금 사러 가자
아, 여기 소금 뿌려야 돼
저 여자 왜 저래? 관종이야? 어?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 같아요
치료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저 여자 빼는 게 좋겠어요
- 아, 놀래라 - 아우, 참
내가 바쁜데 보자고 한 거 아니야?
맞아
어머, 어떡해 그러면?
- 빨리 들어가 봐 - 알았어
전화 잘했어 나도 힐링이 필요했는데
나는 용기가 필요해서 왔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해주면 될까?
일을 할 때
이게 좀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접어?
아니면 그래도 한번 추진을 해 봐?
그럴 땐 'D, O, I, T'
'D, O, I, T'?
너 이름에 해답이 있네 해라, Do it!
재미없지
구체적으로 말해 봐
사업하는 사람 눈으로 봤을 때 샤론 양장점 사장 좀 어때?
여행지 의상 대여해 보게?
응 그러고 싶어
근데 사람이 좀 너무 특이하더라고
근데 또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멋있고
내가 보기에도 그분 평범하진 않아
응
샤론 양장점의 재능이 필요한 거지?
그렇지
어르고 달래고 조련사가 될 자신이 있으면은
한번 부딪쳐 봐
엿 먹어도 우울한 게 사라지지 않네
엿보다 달달한 게 필요해
케키 사러 가자
놔!
사표 낼 거야
교양 없는 사장 밑에서 일하기 싫어
케키만 먹고 내
할머니처럼 케키는
- 케이크 - 케이크 사러...
그 사람의 능력을 이끌어내서 내 일에 쓰려면은
'나도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한번 제대로 해줘야겠다'
이런 각오가 필요해
내가 운이 좋은 건
이를 악물고 노력한 것도 있어
근데 모든 사람이 노력한다고 막 다 되진 않더라고
노력하기조차 힘든 여건도 많고
그래도 해야지 안 돼도 해야지
[잔잔한 음악]
그렇게 살아왔어?
응
우리 수호 잘 컸네
이름 부르는 건 좋은데
밖에서는 좀, 응?
아니 왜?
왜 남들 신경을 쓰죠?
우린 그날 즐거웠는데
왜 다른 사람들 신경을 써요?
우리 그날 즐거웠는데
왜?
저 얼굴은...
[애잔한 음악]
백희
우리 이러다 어느 날
세상의 구경거리가 될까?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함께 늙어가는 일이
우리에겐 불가능한 거야?
고급 면으로 만든 셔츠입니다
이런 선물을 왜?
직원들 트레이닝 맡겨 주셨잖아요
감사해서요
내가 감사하죠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훈) 이 옷을 입으면 문수호 씨는 어떻게 됩니까?
(샤론) 그 사람과 내가
한집에서 같이 살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았어요
정해라는 아까부터 자리에 없네?
아 예, 외근 나가 있습니다
어디 딴 데 면접 보러 다니는 거 아니야?
본부장님
해라 언니는 애사심이 있어요
별게 다 있네?
어, 지금 가는 길이야
화이팅!
나 양장점 갔다가 다시 회사 들어가 봐야 돼
오늘은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
응, 알겠어
어
해라 씨
차 한잔하고 계세요
샤론이 반나절 동안 저거 만들고
탈진 상태라
감사합니다
피곤하실 텐데 너무 죄송해요
무슨 일이에요?
이거
제가 의상 시안 작업한 건데
한번 봐 주세요
하기 싫다고 말했잖아요
그러면 좀 쉬시고 나중에 한번 검토해 봐 주세요
만사가 다 귀찮아
드레스 진짜 너무 예쁜데 저 좀만 구경해 봐도 될까요?
웨딩드레스도 만드시는 거예요?
한번도 누굴 위해 만들어 본 적은 없어요
우울할 때 만들어 보곤
다 찢어버리죠
아깝게
내 맘이지
웨딩드레스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왜요?
왜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이렇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니까요
[불길한 느낌의 음악]
저도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샤론 양장점에서 만든 드레스 입고 싶어요
망사 모자도 있네?
누구랑 할 것 같은데요?
글쎄요
[속으로] 백희
나 잴 죽여버리고 도망가버릴까?
숨어 사는 건 전문이니까
전생이 단 하루라도 떠오르면 좋겠어
그 사람은 나한테 미안해할 거야
같이 사는 그 사람은 아니죠?
결혼해도 좋을 거 같아요
그 사람이랑
내가 망사를 왜 이따위로 붙였는지 모르겠네
너무 바보 같아 보여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당신 미쳤어요?
당신 미쳤어?
아, 가위를 대체 왜 이따위로 휘둘러요?
그러게 왜 그 바보 같은 걸 쓰고 있어요?
여기도 좀 잘라버려야겠네
저리 가요
어디서 감히!
당장 나가!
나 그 일 안 해
당장 사과해, 이 무식한 여자야 사과하라고!
이거 안 나?
야!
(샤론) 이년이 어디서 감히!
[코믹한 느낌의 음악]
너, 이쒸, 일루 와, 일루와 안 놔?
으아악!
분이, 저 거지 같은!
내 옷이나 만들던 종년이 날 할퀴고 물어?
뭔 소릴 하는 건지?
걔가 나한테 어떻게 하는지 못 봤어?
어?
여기도 문신을 했어?
그 사람의 능력을 이끌어내서 내 일에 쓰려면은
'나도 그 사람을 위해 뭔가 제대로 한 번은 해줘야겠다'
이런 각오가 필요하지
'D, O, I, T'
해라, Do it!
어?
해라 씨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이해했어야 하는 건데
제가 그러지 못했어요
마음 풀어주세요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그, 도자기 명인들이
멀쩡한 그릇도 마음에 안 든다고 다 깨버리잖아요
제가 그걸 이해를 못 했네요
죄송합니다
정해라 씨
성격 정말 빛난다
나 이렇게 멋진 사람 태어나서 처음 봐
저 앞접시 좀 부탁드릴게요
떡볶이, 순대랑 튀김도 100만원어치 사 왔어요
마음 푸시고요
저희 회사랑 같이 하는 거
딱 한 번만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 주세요
분명 자료 보시면 마음이 동하실 거예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언니
의상 대여 아이템
서클 투어가 벌써 시작한대
우리 아이디어 샌 거 같아 완전 똑같더라
예?
잘됐어
그게 그 품만 들고 실속이 없어
서클 애들도 한 분기 하고 나서 접을걸
정해라, 너무 실망하진 말고
아이, 그러게 누가 그 이상한 걸 들고 와서 잘난 척하래?
피곤하게 말이야, 피곤해 진짜
아, 피곤하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이래?
[애잔한 음악]
[노크 소리]
해라야
여기 있니?
그만 울어
안 울어요
안에서 뭐 해, 그럼?
변비예요, 변비
거짓말하지 말고
나와 봐, 일 터졌어
이글 항공사, 조종사 파업했대
단체 손님들 싹 다 쪼개서 돌려야 돼
이거 처리한 다음에
같이 울자
네, 송 차장님
저희 지금 파업 때문에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러니까
30명만 좀 도와주세요
아이, 그동안 저희한테 가격도 좋은 걸로 안 주셨잖아요
이번에 좀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프랑크푸르트 경유로 딱 30명 정도면 될 거 같거든...
여보세요? 송 차장님
여보세요?
안녕
오늘도 군밤이 필요할 거 같아서
얼굴 왜 그래?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잘 안 됐어?
그런 거 가지고 울고 그래?
속상해
울지 마
해라야
응?
정해라
나 지금
심장이 불타는 거 같아
너무 뜨거워
나 지금 기분 안 좋아
농담할 기분 아니야
농담 아니야, 나 진짜 뜨거워
잠깐만
앗, 뜨거워라
군밤 싫으면 군고구마 먹으라고 두 봉지 사왔지
고구마 냄새 안 났어?
재미없어?
너 지금 방금 웃은 거지?
너 울다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큰일나!
야!
하지 마
뭘 하지 마, 진짜야
나 의대 다닐 때
그래서 병원 실려온 사람 있었어
응급실로 들어왔어
아, 뭐야?
농담 할 때가 있고 안 할 떄가 있지, 지금...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괜찮아, 응?
네 옆에 내가 있잖아
힘든 일이야 뭐 앞으로 살면서 많겠지
그래도 괜찮아
네 옆에 내가 있으니까
얼굴 한번 보자
가
아이구, 예뻐라
진짜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
내일
주인한테 갈 거야
해라야, 좀 봐봐 여기도 놓을까?
어, 딱 좋네
손님 누가 오시는데 호텔 요리사를 불렀어요?
저한테 너무 고마운 분이에요
이모도 이따 같이 식사하세요
어휴, 내가 무슨 불편해서 싫어
뭐가 불편해요?
이모도, 이따가 오시는 분도 저한테 다 가족이에요
이 정도면 되겠지?
세상에서 나만 외롭지
어때?
쟤네들 잘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야?
오늘 오신다는 손님이 그럼?
[코믹한 느낌의 음악]
15년 전에 내가 얘기했잖아
빚을 다 갚아주는 대신 불쌍한 애 하나 돌봐달라고
정해라 결혼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근데 왜 나타나신 거예요?
우주가 돌아가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할 만큼은 했어요
받은 만큼은 했다고
돈만 받고 쟬 버리고 떠날 수도 있었잖아요
너 그럼...
내 손에 죽었어!
얼레?
한강에서 날 건져내서 뛴 사람이 누군데?
남편한테 배신당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날
당신이 살려냈잖아
병원비도 다 대주고 가족처럼 돌봐 줘놓곤
뭘 죽인대?
그래, 그런 싸가지로
해라를 돌봐주길 바랐어
한옥 투자 실패한 거 빼고는
나도 양심껏 했네요
명절마다 부쳐주신 돈 빼돌린 거 하나도 없어요
그래요
그럼 우리 처음 만난 걸로 해요
실례합니다
뭐죠?
안녕하세요
저, 최서린 선생님을 좀 만나 뵈러 왔는데요
그런 사람 여기 없어요
주소지가 여기로 돼 있어 가지고
왜 그분을 찾는데요?
저, 혹시 선생님이랑 연락 닿으시면
저한테 꼭 좀 연락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동네 대장간'?
잠깐만요
이 회사 대표가 문수호 씨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오늘 이렇게 소중한 시간 함께해서
큰 축복,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잔 부딪히는 소리]
꿈을 꾸는 거 같네
수호네 집에서 이렇게 멋진 저녁식사를 하는 날이 오다니
어머, 나 눈물 날 거 같아
어, 울지 마세요
그럼 저도 눈물 날 거 같아요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
저한테 생명의 은인이 두 분이 계신데
백희 선생님하고 해라예요
날 구해준 거 네가 두 번쨰야
물에 빠진 걸 건져주기라도 한 거예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죽고 싶었을 때
선생님이 아주 큰 용기를 주셨어요
어릴 때
그 동네에서 녹즙 배달을 했는데
뭐, 어느 집에 누가 살고 사정을 조금 알았거든요
얼굴에 흉터 있는 수학 천재 소년이
갈대밭에서 울고 있길래
내가 앞날을 볼 수 있다고 뻥을 쳤죠
'네 앞을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어'
'원하는 모든 걸 이루게 될 거야'
기댈 데가 없던 저는 그 말을 100% 믿기로 했죠
구세군 냄비에 동전을 넣을 때도
우리 수호를 위해서 기도했고
오지랖이 태평양이시네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어요
뭐가요?
간절한 기도나 사무치는 그리움
그런 게 어디에 가서 닿는 게 눈에 보여요?
보이지 않죠
그렇다고 없나요?
내 기도가 쌓여서 이렇게 눈앞에 나타났는데
난 마음의 힘을 믿어요
업보도 믿고요
우연이고 미신이지 그런 게 어딨어
[숙희를 향해 혀를 차는 해라]
자
오늘은 정말 일기 쓰고 싶은 날이야
너무나 행복하다
저는...
이렇게 엄청난 행운이 따라준 대가로
일찍 죽을 거 같은데
이거 괜한 생각이었으면 좋겠어요
손 좀 보여줄래?
걱정 마
아주 행복하게 300년 동안 장수하겠다
이번에도 믿을게요
아 참
금성 1, 2동이면은
수호 씨가 작업하는 데 아니야?
맞아요
거기 재개발 바람을 넣고 있는 게 박철민 회장이라면서?
그 사람 잘 알아?
저랑 악연이죠
어떻게?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오늘은 기분 좋은 얘기만 하고 싶습니다
응
난 저 여자 좀 이상해
수호랑 잘되면 시어머니 노릇 하는 거 아니야?
이모도 참
결혼하려면 멀었어
나도 뭔가를 좀 해놔야지
안 그래?
아참
이거
해라랑 커플 링 만들 때 녹여서 같이 만들어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
오래된 은반지네요?
이번에도 날 믿고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
네, 그럴게요
디저트 드세요
제가 커피 맛있게 뽑아놨어요
어, 정말요? 기대되네요
내가 더 잘하는데 날 부르지
아니야, 이번엔 진짜 맛있게 됐어
그래? 어디 볼까?
[불길한 느낌의 음악]
커피가 왔습니다
- 아, 커피요 - 커피요
아니 이럴 거면 9시 출근은 도대체 왜 있는 거예요?
아니, 하루가 멀다 하고 6:50 회의를 불러제끼시는데...
야!
성수기 철인데
업무 시간에 회의를 어떻게 하나?
- 본부장님 커피요 - 메르시 보꾸!
자, 준비해 온 거 봅시다
단순 패키지는 요즘 수요가 점점 줄고 있는 추세라서요
이렇게 콘셉트 있는 여행을 생각해 봤습니다
유명한 셰프와 함께하는 미각 여행
혹은...
체 게바라의 가치를 좇는 남미 여행
미각 여행 같은 경우는 동행한 셰프의 설명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여행을 같이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콘셉트의 여행입니다
좋네
내가 그쪽으로 한번 잡아보라고 했잖아
본부장님이오?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왜, 내가 지난번에 그렇게 얘기했잖아
내가 준 아이디어 그대로 받아 먹었네
저 본부장님
이건 저희끼리 머리 맞대고 짜낸 건데요?
그 의상 대여 아이템 물건너가고 바로 생각해낸 거거든요?
이거 회장님이 완전 좋아하시겠다
역시 내 말을 들으니까 좋은 게 나오잖아
정해라?
표정이 왜 그래?
얘 왜 그래? 어?
왜 그럴까?
[속으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참아야 해, 아니면 화를 내야 해?
나 지금 너무 억울해
[경쾌한 음악]
안녕하십니까, 문 대표님?
예, 어서 오세요
좀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자, 다들 인사하지
우리 동네 프로젝트 우리 회사랑 함께 하실
문수호 대표님이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완전 반가운 거 아시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예
[입 모양으로] 뭐야?
[속삭이며] 어떻게 된 거야? 빨리 가
춥겠다, 손난로 하나 준비해 줄게
아, 무슨
그럼 이제 일주일에 두 번씩 회의 때 뵙겠네요?
바쁘신 거 아니까
시간 뺏지 않도록 저희 쪽에서 준비를 많이 해오겠습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가, 가
그래요, 정해라 씨
어떻게 된 거야?
너희 본부장 진짜 재밌더라
아침 6시에 전화해서 오늘 보자고
아, 진짜 망신이다, 진짜
같이 일하고 싶은 여행사로 여기를 썼어
난 같이 일하는 거 불편할 거 같은데
여기 CCTV 없지?
없어
난 너랑 같이 일해서 너무 좋은데
나 오늘 바빠, 집에서 봐
가
화이팅!
- 다녀오셨어요 - 오셨어요?
- 오셨어요? - 오셨습니까?
엇 뜨거라
- 대표님, 괜찮으세요? - 응
아우, 어떡하죠?
오늘 땅주인 미팅 있으신데
- 죄송합니다 - 됐어
일 봐
죄송합니다
[불길한 느낌의 음악]
안녕하세요
저 소파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샤론) 그 사람과 내가
한집에서 같이 살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았어요
최서린 선생님이십니다
저희 집안 땅을 제가 물려받은 건데
행정상 오류가 좀 있어서요
안녕하세요, 대표 문수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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