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11
S#1 서태임의 저택 / 서재 (10부 64씬 편집)
세기 승진그룹, 저 주세요. 할머니.
서태임 (두려운, 떨려오는 몸을 추스르며, 애써 담담히) 썩 나가.
고용인들 깨기 전에. (홱 돌아서는데)
세기 (E) 아직도 아버질 기다리세요?
서태임 !! (어떤 느낌에 홱 돌아보면)
세기 (책상 끝에 걸터앉아, 서태임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차준표의
사진 액자를 보며) 아직도...미련을 못 버리셨어요?
서태임 무섭도록 서늘해진 얼굴로 다가가 세기의 손에 들린
사진 액자를 채가려고 한다. 세기 액자 든 손을 뒤로 확 뺀다.
악착스럽게 뺏으려 하는 서태임의 손길을 피하는 세기.
팔을 길게 뻗더니 그대로 액자를 손에서 놓아버린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와장창 깨어지는 차준표의 사진 액자!
하얗게 질리는 서태임, 마치 아들이 다치기라도 한 듯 깨어진
유리 파편 속을 뒤져 사진을 찾아내고는, 세기를 노려본다.
서태임 니가 감히....감히...감히!!! (일어나 따귀를 때리려 손을 치켜드는데)
세기 (그 팔을 확 잡아채고는, 살벌하게) 그 미련....제가 끊어드려요?
서태임 !!! (공포를 느끼고)
세기 (살벌한 눈빛으로) 끊어드려요 제가? (소리치는데서)
S#2 도로 + 달리는 세기의 차안 (10부 65씬)
어둠을 뚫고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으로 어딘가로 질주하는 세기!
서태임 (E) 요양원 입구 막아! 병실 입구도 막아!
S#3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휴대폰 통화 중인 서태임. 두렵고, 불안한 마음 숨긴 채,
냉정하고 강단이 있는 말투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서태임 어디든 쥐새끼 한 마리 못 드나들게 방어해!
누구든 병실 근처를 얼씬거리면 잡아서 신원확인부터 해!
S#4 요양원 앞 (밤)
빠르게 달려와 요양원 앞에 멈춰서는 두 대의 검은 승용차!
다부진 체격의 사설경호원들 대여섯 명이 우루루 내리더니,
다급히 요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S#5 차준표의 병실 (10부 66씬)
간접 조명만 켜져 있는 어둑한 병실.
호흡기를 달고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차준표.
차가운 얼굴로 차준표를 내려다보며 서있는 세기!
세기 오랜만이에요 아버지...그렇게 안녕하진...않으신 거 같네요.
차준표 ......
세기 그러니까 그때...저를 살리지 마셨어야죠.
저를....괴물로 만든 건...바로 아버지에요.
차준표 ......
세기 제가...이제 그만...편히 쉬게 해드릴게요.
마치 차준표의 목을 조를 듯 천천히 다가가는 세기의 손.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에 눈가만 붉어지는 세기의 표정에서.
S#6 차준표의 병실 복도 (밤)
차준표의 병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설 경호원들!
S#7 차준표의 병실 앞 + 안 (밤)
병실 문을 확 젖히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내들!
세기의 모습도, 차준표의 침상도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병실 안!
순간 아연실색이 되는 사내들! 사내1의 손짓에, 두 명은 병실 안으로
들어와 살피고, 사내1을 비롯한 나머지는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몸을
돌려 밖으로 튀어나가는!
서태임 (심장이 쿵 내려앉는, E) 사라져?
S#8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통화 중인 서태임.
사내1 (F) 예.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VIP와 함께 사라진 후였습니다.
서태임 ! (무너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며, 냉철하게) CC-TV는.
사내1 (F) 병실 안의 CC-TV는 모두 망가진 상태였고, 요양원 전체와
인근의 CC-TV는 지금 확보 중에 있습니다. 확보되는 대로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서태임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기 전에 전부 수거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두 사람을 찾아내! 경찰이 개입되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여!
내말 알아들어? (에서)
S#9 쌍리 / 주방 (밤)
생각에 잠긴 채로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리진. 그 위로,
리진 (E) 차도현씨가 혹시....어릴 때 학대를 당한 적이 있나요?
S#10 플래시백 (10부 61씬에서 이어지는)
석호필 ! (차를 마시다가, 멈칫 리진을 보는) 차군이 그래?
리진 아니오. 세기가요. 무의식중에 자기 어머니를 학대의 방관자라고
했어요.
석호필 ......(마시려던 찻잔 도로 내려놓으며) 어린 시절 겪은 폭력이나
학대가 원인일지 모른다 짐작은 했지만, 과거의 기억에 접근하려고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인격을 소환시켰기 때문에, 늘 제대로 된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었어.
리진 학대를 짐작한 근거는요?
석호필 차군에겐 지하실 공포증이 있어.
리진 !
석호필 지하실에 갇힌 상태로,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엄청난 공포를
느꼈던 모양이야. 안타깝게도.... 차군의 기억은 거기까지야.
가해자가 누구인지, 가해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어.
리진 ! (순간 퍼뜩 뭔가 생각에 빠지는) 교수님. 세기는 십일 년 전에
처음 발현됐다고 하셨죠?
석호필 기록상으로는 그렇지. 친구의 양부에게 폭행을 가할 때
처음 인지했으니까.
리진 만일...만일에 말이에요, 교수님. 세기가 실은 그보다 훨씬 전에
생긴 인격이라면...(석호필을 보며) 얘기가 어떻게 되는 거죠?
석호필 무슨 뜻이야?
리진 세기는 차도현씨가 잃어버린 기억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어요.
석호필 (!!) 세기가 그런 말을 했어? 오선생에게 직접?
리진 (끄덕이고는) 어쩌면 세기는....차도현씨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이 아닐까요?
석호필 만일 그렇다면....
리진 차도현씨가 자기 자신을 여러 조각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세기는....알지도 몰라요.
석호필 !!!
S#11 쌍리 / 주방 (밤)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다 만 자세 그대로 정지된 채 생각이
깊어지는 리진인데,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화들짝 생각에서
깨어나는. 확인해보면, 차도현이고.
리진 !!! (서둘러 받으며) 차도현씨?
세기 (F, 서늘함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유감스럽게도 아직 신세기야.
리진 ......!
S#12 쌍리 뒤 뜰 (밤)
드럼통 안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고, 그 앞에 서있는 리온.
한참을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승진가의 취재 자료를 드럼통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찰라,
리진 (E, 놀란) 무슨 일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리온 ? (소리에, 돌아보는데서)
S#13 쌍리 앞 뜰 일각 (밤)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서있는 세기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그런 세기를 살피며, 불안해지는) 왜 그래? 무슨 일....있었어?
세기 ......(보다가, 느닷없이) 승진그룹을 뺏어줄까?
리진 (황당한) 뭐?
세기 니가 원하면 승진그룹을 뺏어서 너한테 줄게.
리진 (영문을 몰라) 무슨 소리야?
세기 싫어? 그럼 승진그룹을 뺏은 다음에 망가뜨려 줄게.
리진 (덜컹 불안해지며) 신세기, 너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세기 (OL) 그러니까, (사이) 날 죽이지 마.
리진 ......!
세기 사라지고 싶지 않아.
리진 ......!
세기 차도현의 허상이라도 좋으니까....니 옆에 있게 해줘.
리진 ......!세기 (가만히 리진의 팔을 잡으며) 가자. 나랑.
리진 (당황스러운) 신군.
세기 가자....(하며 가만히 리진의 팔을 끄는데)
세기에게 잡힌 리진의 팔을 탁 잡는 손. 보면, 리온이고!
리진 (놀라서 보며) 리온아.
리온 (세기를 보며, 담담한) 일 크게 만들지 마세요. 안에 부모님 계시니까.
세기 (적개심을 담아 리온을 쏘아보는데, 떠오르는)
리온 (E-10부 54씬의) 그러는 넌 더 자격이 없지. 너는...
승진가의 아들이니까.
세기 ......(리진의 팔을 잡은 손을 천천히 내리는)
리온 ......(잠시 봤다가, 그대로 리진을 끌고 가는)
리진 리온아, 잠깐만. (세기 쪽을 돌아봤다가, 리온을 봤다가 하며)
아,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세기 ......(붙잡지 못하고 바라보며 서있는)
S#14 쌍리 / 2층 복도 + 리진의 방 앞 (밤)
리진의 팔을 잡아끌고 오는 리온. 리진의 방문을 열고,
리진을 안에 집어넣고, 문을 닫으려는데,
리진 (문을 잡으며) 너 나한테 왜 그러냐 요즘. 넌 언제나 내 편이었잖아.
리온 지금도 니 편이야. 니 편이라서, 니 편이니까, 이러는 거야.
언젠가 너는,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하면서, 평생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다.
리진 드라마 찍냐?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이야 그게?
리온 (상관없이) 그러니까 너도 날 믿어. 나한테만 널 믿어달라고 하지
말고, 너도 날 좀 믿으라고 제발!
방문을 쾅 닫아버리고는, 그대로 닫힌 방문에 등을 기대고 서는 리온.
‘야, 이거 잠깐 열어봐. 얼굴 보고 맞장 뜨자고!’ 안에서 리진이
쾅쾅쾅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괴롭고,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손으로 쓸어내리고.
S#15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화면으로 CC-TV영상을 보고 있는 서태임.
# 인서트
화면 속.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세기의 모습.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자신을 향해 있는 CC-TV를 올려다보는 세기. 마치 서태임이
지켜보고 있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도발적으로 서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세기!
서태임 (보며, 두려움에 몸이 떨려오는 위로 떠오르는)
세기 (E-10부 64씬의) 왜 전부들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마치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놓인 물 잔을 집으려다가
놓치는 서태임. 바닥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나는 유리잔.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신화란.
신화란 (졸린 눈으로 잠옷 가운자락을 여미며) 뭐야, 아까부터 자꾸 무슨
소리야. (하다 서태임을 발견하고는) 어머님. 이 시간까지 여기서
뭐 하세요? (하며 들어오는데)
서태임 니가....준표 있는 곳을 알려준 거니?
신화란 (아직 졸음기 안 가신) 뭐가요, 또오. 아아, 도현이한테요? (하품
문 채) 입국 한 뒤로 아버지한테 인사 한 번 못 갔다고 계신 곳을
묻길래,
서태임 (OL, 벌떡 일어나 쏘아보며) 그래서, 아버질 볼모로 잡고 날
협박하라고 가르쳤니?
신화란 (잠이 확 깨며) 자다가 봉창이라더니 억울해 죽겠네 진짜.
아,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지금!
서태임 니 속엔 대체 뭐가 들어앉아있는 거야. 그 천박한 야망은 뭘로
채워야 채워지는 거냐고, 대체! 아들 앞세워 남편 목숨줄 틀어쥐고,
애써 묻어놨던 지 자식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헤집어가면서!
니가 얻고자 하는 게 뭐야!
신화란 ! (순간 심장 덜컹 내려앉으며) 우, 우리 도현이가 뭐라 그래요?
서, 설마, 기억을 찾았대요?
서태임 니가 원하는 게 뭐든, 니 밑 빠진 독에 승진그룹을 채워줄 생각 없다.
어떻게 지켜온 승진인데, 죽 쒀서 개입에 밀어넣어, 내가!
신화란 저 도현이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요오오---
서태임 만에 하나 내 아들한테 문제가 생기면 가만 두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라. 내 아들을 못 찾아내면 너도! 니 아들도! 절대
무사하지 못할테니 그리 알아! 알아들, (어? 하려다가,
눈이 까무룩 넘어가며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져버리고)
신화란 !!!! (놀라, 소리치며 달려드는)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
도우미 !!! (잠옷차림으로 뛰어 들어오는, 놀라서) 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신화란 아, 뭐 하고 섰어, 아줌만! 얼른 최박사님한테 연락하지 않구!!!
도우미 네, 네, 사모님! (얼른 뛰쳐나가고)
신화란 어머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어머님! (흔들어대다가, 멈칫
컴퓨터 화면에 시선이 멈추는)
화면 속. 서늘하게 웃고 있는 세기의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채 사색이 되는 신화란에서!
S#16 서태임의 저택 / 침실 (밤)
백짓장처럼 핏기 없는 얼굴로 팔뚝에 링거 주사를 꽂은 채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서태임.
의사 무엇보다 절대 안정이 필요합니다. 상황 지켜보시다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주세요.
신화란 네. 수고하셨어요, 박사님.
도우미가 의사를 안내해서 밖으로 나가면,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신화란.
신화란 ......(쓰러진 서태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도현이가 변했어요, 어머니....예전에 도현이가 아니에요....
대체 뭐가 도현이를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네?
(왠지 두려워지는데서)
S#17 쌍리 / 리진의 방 (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리진. 잠이 오지 않는 지 몸을 뒤척이고
있는 중이다. 겨우 자리를 잡고 눈을 감으면, 그 위로 떠오르는,
세기 (E) 그러니까, 날 죽이지 마. 사라지고 싶지 않아.
리진 (다시 한 번 몸을 뒤척이는)
리진 (E-10부 61씬) 그럼....지금 차도현씨는....
석호필 (E-10부 61씬) 신세기에게 이대로 잠식당하거나, 더 강해져서
돌아오거나 둘 중 하나겠지.
결국은 잠들기를 포기하고 벌떡 일어나 앉는 리진.
S#18 쌍리 / 2층 복도 (밤)
외출복 차림의 리진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온다.
소리 안 나게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가다가
문득 멈춰 선다. 잠시 있다가....뒷걸음질로 걸어와 리온의
방문 앞에 와 서는 리진.
리진 미안.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독백하듯) 니가 저번에 나한테
그랬잖아. 너는 프로니까 선택은 니가 해야 된다고.
S#19 쌍리 / 리온의 방 (밤)
양손을 호주머니에 꽂고, 방문에 등을 기대고 선 채 듣고 있는 리온.
리진 (E) 내가 한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어.
리온 ......(무거운 심정으로 듣고 있는)
S#20 쌍리 / 2층 복도+ 리온의 방 (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서있는 남매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고.
리진 게다가, 이런 표현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이 게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 어쩐지 나도 이 게임에 연관이 있는 거
같거든. 책임이 있는 거 같거든.
리온 ......
리진 엄마, 아빠 얼굴 보면 맘 약해질 거 같아서 인사 못드리고 가.
니가 나대신 말씀 좀 잘 드려줘. 부탁한다, 오리온.
(리온의 방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고)
리온 (그대로 미동 없이 서있는)
S#21 쌍리 앞 길 (밤)
리진 걸어오고 있다. 자꾸만 무거워지는 마음을 떨쳐내려는 듯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씩씩하게 속도 내어 걸어가는데,
느닷없이 리진의 뒤통수를 탁! 치는 손.
리진 (앗! 해서 보면)
리온 (리진을 스쳐 앞서 걸어가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따라와.
데려다 줄게. 너 차 안 가져 왔잖아.
리진 ......(보다가, 씩 웃으며 달려가 리온의 목을 한 팔로 안듯이
해서 매달리는) 이제야, 오리온 같네.
리온 (털어내며 짜증) 아, 무거워!
리진 (안 떨어지고) 야, 근데 너 무게 잡는 거 진짜 안 어울리는 거 아냐?
리온 (기막히다는 듯 콧방귀) 허! 이거 왜 이러셔? 너나 별로라 그러지,
밖에 나가면 여자들이 나랑 뭘 못해봐서 아주 난리다 난리!
리진 으이구, 으이구!! (간만에 밝게 웃고)
S#22 도현의 집 앞 (밤)
리온의 차가 달려와 멈춰 선다. 이어 안에서 내리는 남매.
어쩔 수 없이 심란한 표정이 되어 도현의 집을 바라보는 리온.
미안하고 고마운 심정으로 그런 리온을 바라보다가,
리온을 툭 치는 리진.
리진 야, 우리 간만에 그거나 한 번 해볼까?
리온 그거 뭐.
리진 우리 어릴 때 잘 하던 거 있잖아.
리온 우리 어릴 때 잘 하던 거 뭐...(하다가, !!!, 질색하며) 얘가, 얘가.
너 미쳤어? 우리 나이가 몇 갠데 지금, (주변을 홱홱 돌아보며,
소리 죽여) 여기서 그걸 해.
리진 왜애-- 하자아아---간만에 한 번 해보자아.
리온 안 돼! 절대 못해! (절대 안 해 줄 것처럼 차갑게 돌아서더니,
느닷없이 홱 돌아서, 포즈와 함께) 우리가 누구시냐고 물으신다면!
리진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리온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리진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리온 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리진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리온 나 리온!
리진 나 리진!
리온 우주를 누비는 우리 로켓단들에겐,
리진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리온, 리진 (마무리 포즈와 함께) 있.다!
잠시 그대로 포즈 취하고 있다가...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각자 갈 방향으로 돌아서며.
리온 간다. (차를 향해 가고)
리진 가라. (집을 향해 가는)
S#23 달리는 리온의 차 안 (밤)
리온 ......(운전을 하며 가다가, 이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역시 리진이 좋은)
S#24 도현의 집 / 거실 (밤)
창마다 커튼을 쳐놓아 어두컴컴한 거실 안으로 들어서는 리진.
2층으로 향하려다가 어떤 느낌에 돌아보면, 소파 아래에 앉아
세운 양 무릎 위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 있는 세기.
리진 ......(보다가, 다가와 옆에 나란히 앉는)
세기 (안 보는 채로) 왔네.
리진 안자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세기 잠들면 사라질까봐.
리진 ......(짠해서 보는 위로)
석호필 (E) 저기 오선생....이건 노파심에서 묻는 건데 말이야....
S#25 플래시백 (10부 61씬 상황에서 이어지는)
석호필 오선생 혹시....그러니까....세기와 차군 사이에서.....
리진 (웃으며) 혼란스럽냐구요?
석호필 (당황) 응? (수긍) 응.....
리진 (웃으며) 염려마세요. 처음엔 좀 혼란스러웠는데, 이젠 안 그래요.
차도현이 곧 신세기고, 신세기가 곧 차도현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 묘하게 닮았거든요.
# 인서트
1부 59씬- 기억해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하던 세기.
8부 60씬- 잘 기억해 두세요. 첫 상담시간, 하던 도현
리진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분리되지 않고 조화롭게 융합되면,
좀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S#26 도현의 집 / 거실 (밤)
잠 못 들고 있는 세기를 짠하게 바라보고 있는 리진.
리진 (E) 세기는 차군에게서 떨어져 나온 상처조각이 아닐까요?
아마도 가장 많이 손이 가고, 가장 많이 안아줘야 할 상처...
세기 (문득 무릎 위에 누였던 고개를 옆으로 돌려 리진을 보며)
근데 누구 때문에 온 거야? 나야, 차도현이야?
리진 (아, 저 집요함) 아 쫌!
세기 아직도 선택 못 했어?
리진 잔말 말고 잠이나 자. (자기 어깨 툭툭 치며) 빌려줄게.
세기 남자는 여자의 어깨 따위 빌리지 않아. (하며, 다시 고개 반대편으로
돌려 눈을 감고)
리진 (피식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F.O
S#27 도현의 집 외경 (아침)
S#28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소파 위에 머리를 옆으로 누인 채 나란히 잠들어 있는 세기와 리진.
아침햇살에 부스스 눈을 뜨다가 멈칫하는 리진.
언제부터 깨어있었는지 누운 채로 리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세기의 눈빛과 마주친.
리진 (도현일까? 세기일까? 확인하듯 보는데)
세기 누구게.
리진 (순간 끄응...) 신세기네.
세기 (흡족한) 빙고.
리진 (세기를 바라보며 어쩐지 불안해지는, E) 차군은 정말
이대로 안 돌아올 생각인가.....?
S#29 기준의 사무실 (아침)
기준 차영표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차영표 서태임 회장이 쓰러진 모양이더구나.
기준 (마시다가 멈칫 본다)
차영표 (찻잔 내리며) 주총을 의식해서 병원 출입도 안 하고 쉬쉬하는
모양이던데, (피식) 담장을 넘어온 소문이 벌써 파다하게 퍼진
모양이야. 서회장 쪽 사람들 표정이 볼만하더구나.
기준 무슨 일 있으셨대요? 건강하셨잖아요.
차영표 글쎄다. 어쨌든 주총 전에 약혼 날짜를 잡은 건 신의 한수였던 거
같다. 상황이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기준 여자 덕 봤다는 소리 듣기 싫은 데요, 아버지.
차영표 쓸 수 있는 카드면 쓰는 게 좋지. 뒀다 장 담글 것도 아니고.
이참에 흔들리는 민심 좀 잡아봐. 한 명이라도 더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권력이라는 게 결국 사람 싸움이다.
S#30 도현의 사무실 앞 복도 (아침)
기준 생각에 잠긴 채 도현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차영표 (E) 어쨌든 주총 전에 약혼 날짜를 잡은 건 신의 한수였던 거 같다.
기준 ......
(F.C-10부 15씬) 채연의 집 앞에 서있던 세기의 빨간 스포츠카.
(F.C-10부 29씬) 빨간 스포츠카에서 내리던 세기.
기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는데)
안실장 (E) 부사장님은 돌아오셨습니까?
기준 (멈칫해서, 도현의 사무실 쪽을 보면)
S#31 도현의 사무실 (아침)
안실장 리진과 휴대폰 통화 중이다.
리진 (F, 심란한) 아니요. 아직...신세기에요.
안실장 (무거운 한숨으로) 알겠습니다. 회사엔 지방출장으로 처리해둘 테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 계십시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휴대폰을
끊고 돌아서다가, 기준을 발견하고는 정지되는) !
기준 (미소로) 부사장 농땡이 한 번에 이렇게 치밀한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지 미처 몰랐습니다. 갑작스런 비서 충원에는 다 이유가 있었군요?
안실장 몸이 좀 안 좋다고 하셔서...(말 돌리는) 그런데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기준 꾀병은 넣어두고 지금 당장 출근해서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나가려는데)
안실장 ! (세기와의 독대를 막아야 한다) 죄송하지만 무슨 용무신지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입니까?
기준 (멈추고, 탁 돌아보면)
안실장 (변명하듯) 부사장님을 보좌하는 비서로서 여쭙는 겁니다.
업무상 문제라면 제가 미리 파악해 보고 드리는 게 임무니까요.
기준 ......(보다가, 피식) 안실장님 참 좋으신 분 같아요. 상사를 모시는
태도가, 뭐랄까...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 마음 같달까..
문제아를 둔 부모가 제 자식 치부가 드러날까 안절부절 하는 모습
같달까....?
안실장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잘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기준 부사장 출근하면, (강조) 아무도, 달지 말고, 혼자만,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나가고)
안실장 (미치겠는 심정으로 소파에 털썩 앉아 얼굴을 쓸어내리며) 부사장님,
왜 안 돌아오십니까? 이제 제발 좀 돌아오세요....
S#32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멍...한 표정으로 정면의 무언가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마치 5부 13씬 처럼)
리진 (손가락으로 멍...하니 뭔가를 가리키며) 저것이...무엇입니까?
하고 보면, 대형 다트판이 세워져있고(*무한도전에 자주 나오는,
판을 돌린 후에 다트를 던져 뭔가를 선택하는 판),
판 안에는 마치 번데기 판처럼 칸이 갈라져 있다.
각 칸에는 ‘차도현’ ‘신세기’라는 이름이 적혀있는데,
‘신세기’가 99%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차도현’은 돋보기로 봐야 보일 만큼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세기 (다트판 옆에 서서) 니가 선택을 어려워하는 거 같아 준비해봤어.
(리진에게 다가와 리진 손에 다트를 쥐어주며) 스스로 못하겠으면,
신에게 맡겨.
리진 (기막혀서) 인간적으로 저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세기 (살벌하게) 던져.
살벌한 기색에 움찔하는 리진. 어쩔 수 없이 다트를 들고 다트판을
겨냥하면, 세기 다트판을 세게 돌려주는. 긴장된 표정으로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후에, 다트를 던지는 리진!
긴장된 표정으로 다트 판이 멈추기를 기다리며 예의 주시하는 세기!
마침내 다트 판이 멈추면!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좁은 틈을 뚫고,
기적처럼 ‘차도현’ 이름에 정확하게 박혀있는 다트!
세기 (표정 살벌해지며) 젠장! 젠장! 젠장! 이건 무효야!
리진 (미치겠는) 저기, 신군,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
회사에 나가봐야 한다고. 사장님 호출이 있다고 지금!
세기 (상관없는) 내가 판을 너무 많이 돌렸어. 다시 해. 다시 하자고!
리진 알았어, 이거 무효야. 무효. 그러니까 나랑 얘기 좀 하자고, 쪼옴!!!!
S#33 도현의 집 / 주방 (아침)
커피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세기와 리진.
세기 (팔짱 낀 채로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재차 확인하는)
분명히 무효라고 했어, 니 입으로.
리진 알았어. 무효야. 내 선택은 아직 안 끝났어. 대신!
세기 (눈썹 꿈틀) 대신?
리진 내 스스로 널 선택할 수 있도록, 나한테 니 장점을 어필해봐.
세기 (터지며) 여기서 뭘 더 어필해. 내 존재 자체가 어필덩어린데!
리진 (고개 돌리고 몰래 혼자 쯧! 하고는, 다시 미소로 보며 조련질)
신군에겐 없고, 차군에게만 있는 매력을 장착하면,
더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어.
세기 그 자식한테 매력이라는 게 있긴 있나?
리진 타인을 배려하고 자기가 한 일엔 반드시 책임을 져.
세기 (비식) 그건 매력이 아니라 치명적인 단점이지.
리진 할 거야 말 거야?
세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나일뿐인데.
리진 그럼, 차도현인 척을 하지 말아야지! 왜 차도현인 척 하면서,
차군의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데!
세기 (으르렁) 몰라 물어? 그 자식이 먼저 내 세상을 무너뜨렸어!
널 뺏어가려고 했다고!
리진 (으르렁) 말했잖아! 난 아직 니 게 아니라고!
세기 (노려보는)
리진 신군의 세상이 중요하다면, 차군의 세상도 중요해.
서로의 명예를 지켜준다면,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그러니까 차군의 공간에 있을 땐 최대한 차군처럼 행동해줘.
세기 불공평해.
리진 저 번데기 판보단 공평해. 나는 차군에게도 똑같이 말할 거야.
차군에게는 없고, 신군에게만 있는 매력을 장착해서 나한테
어필해보라고. 신군의 세상을 존중해주고, 이해해달라고.
차군은 아마 성격대로 열심히 할 걸?
세기 (노려보고)
리진 어떻게, 할 거야? 말 거야?
세기 (노려보는 채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리진 첫째, 화내지 않는다.
세기 그게 가능해?
리진 둘째, 아무리 화가 나도 폭력을 쓰지 않는다.
세기 그게 가능하냐고.
리진 셋째, 서로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
세기 더 이상 실추시킬 명예가 없던데?
리진 오케이, 알았어. (일어나며) 그럼 아까 저 번데기 판은 유효한 걸로.
세기 (리진이 팔을 탁 잡는)
리진 콜?
세기 ......
리진 아, 콜?
세기 ......(마지못해) 콜.
리진 (씩 웃는데서)
S#34 도현의 집 / 드레스룸 (아침)
출근준비를 마친 리진이 안으로 들어선다.
리진 준비 다 됐, (하다가 그대로 경악하며) !!!!
세기 (연예인 뺨치는 스타일로 입고 서서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는)
리진 서, 설마, 그렇게 입고 출근하겠다는 건 아니지?
세기 출근하라며.
리진 잊었어? 서로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
세기 차도현 그 새끼는 촌빨로 명예를 지켜왔나?
리진 (벗기며) 벗어! 당장 벗어! 벗으라고!!
컷 튀면> 무난한 스타일의 수트를 입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거울 앞에 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세기. 서툰 솜씨고.
리진 (지켜보고 있다가 답답해서) 이리 와 봐. (타이를 매주는)
세기 .....(그런 리진을 내려다보며 좋아서 미소 짓는)
리진 됐어. (하고 세기에게서 떨어지다가, 문득 깐 머리를 보고는,
세기 눈치를 보며, 앞머리를 슬쩍 만지며) 요기...쬐끔만...덮자아...
세기 (그 손을 탁 잡으며) 뭐 하는 짓이야.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야.
이걸 건드리면 우리 협상은 결렬이야. (나가는)
리진 (헉!!해서) 아냐, 신군! 까, 그냥 까! 시원하게 홀라당 까버리자! 응?
(세기를 뒤쫓아 나가는 데서)
S#35 웨딩드레스 숍 (낮)
커튼이 활짝 열리면, 단 위에 서있는 약혼식 드레스 차림의 채연!
(심플하고 우아한 스타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며
드레스 카탈로그를 들여다보던 윤자경과 백진숙, 돌아보며 감탄하고.
백진숙 (일어나 다가와 오버) 어머나, 눈부셔. 누구 딸인데 이렇게 예쁠까?
채연 (조금 웃는) 오바는 암튼.
디자이너 (옆에서 따라 살짝 웃으며) 오바는요? 정말 예쁘신데요.
윤자경 정선생, 옆선 좀 살짝 더 집어봐. 핏이 좀 느슨해 보이는데?
디자이너 (손목에 차고 있는 핀방울에서 핀을 빼서 겨드랑이 쪽을 약간
잡아주며, 채연에게) 불편하지 않아요?
채연 괜찮아요.
윤자경 (흡족한) 음, 이제 좀 라인이 사네.
백진숙 이 황홀한 걸 우리만 봐서 어쩐다니. 정작 봐줘야 할 사람이 없네.
윤자경 회사일로 바쁘다잖니. 좀 봐주라. (하고는, 말 돌리려) 정선생,
이거 말고 아까 왜, 웨스트에 비즈 장식 들어간 거 있었지,
칵테일드레스. 것도 보고 싶은데.
디자이너 네, 사모님. (직원에게 가져오라고 눈짓을 보내고)
윤자경 채연이 넌 어떤 게 맘에 드니? (대답이 없자) 채연아?
채연 (딴 생각 하다가 퍼뜩) 네? 아, 전 다 괜찮아요. 저 잠깐 화장 좀
고치고 올게요. (하고는 나가고)
백진숙 ? (나가는 딸의 기색을 살피듯 바라보며 뭔가 석연찮은)
S#36 파우더룸 (낮)
세면대 앞에 서서 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고 있는 채연.
핸드타올 뽑아 손 닦고는, 세면대 위에 빼놓았던 약혼반지 집어
다시 끼려다가 멈칫 정지된다. 그 위로,
세기 (F.C-10부 17씬) 약혼반지....멋지네?
세기 (F.C-10부 17씬) 내가 끼워주고 싶었는데...
채연 ......(떠올리며, 동요되는 표정에서)
S#37 플래시백 / 채연의 집 거실 (10부 17씬의 뒷 상황)
소파에 앉아 있는 세기와 채연.
채연, 와인을 따라서 와인 잔을 세기 쪽으로 밀어주면,
세기, 의도적으로 채연의 손을 스치듯 건드리며 와인 잔을 잡는다.
채연 (움찔, 반응)
세기 (그 반응 즐기듯 보며, 와인잔 드는) 내 오랜 친구의 약혼을
축하하며. (혼자 채연 잔에 쨍 하고는 마시는)
채연 (속을 모르겠는) 그 축하...진심이야?
세기 뭐,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넌 차기준 버릴 용기가 없을 테고,
난 널 붙잡을 용기가 없고. 그러니 축하해주는 수밖에.
채연 (속내를 읽듯이 보며) .....
세기 근데 마음이 좀....아프긴 하네. 유행가 가사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시선 들어 채연에게 고정한 채) 믿어져?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여자만 바라봤다는 게.
채연 .....
세기 (채연에게 시선 고정한 채 천천히 다가가며)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한 눈도 못 팔고. (비식 웃으며)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일이겠지?
채연 (두렵지만, 세기의 시선에 사로잡힌 듯 굳어서)
세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며) 그래서, 이젠 생각을 바꿨어.
채연 (굳은 채로) 새...생각을 바꾸다니.
세기 너한테 선택권을 줄게. (채연의 귓가에 대고 은밀하게)
너만 원한다면....니가 약혼한 뒤에도 계속 만날 수도 있어 우리.
기준이 형 모르게...쥐도 새도 모르게...
채연 !!! (오싹해지고)
세기 (피식 웃으며 원위치로 가는) 잘 생각해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고. (외투를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해 가면)
채연 (멍한 채로) ......
S#38 파우더룸 (낮)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채연.
백진숙 (들어오며) 딸, 여기서 뭐해?
채연 (퍼뜩 돌아보며) 어, 엄마...
백진숙 왜 함흥차사야. 사진 찍어 기준이한테 보내주려구 대기 타고
있었구만.
채연 그냥 좀...싫증나고 허무해져서.
백진숙 싫증나고 허무해? 왜? 뭐 때문에?
채연 엄마. 나 이 약혼...잘 하는 짓일까?
백진숙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에--너 어릴 때부터 기준이랑 결혼하는 게
꿈이었던 애잖아. 그런 애가 갑자기 싫증은 왜 나고, 허무는 왜 해?
좋아서 기절을 해도 부족한 판에?
채연 (피식) 기절씩이나?
백진숙 (엄마의 촉!) 너, 설마.....남자 생겼니?
채연 (살짝 당황) 나, 남자는 무스은.
백진숙 (덜컹 내려앉으며) 생겼네. 생겼어. 내가 널 몰라? 눈빛 흔들리는
거 보니까, 남자 생긴 거 맞네에에! 누구야? 누군 데에--
채연 그런 거 아니라니깐. (좀 짜증내는 데서)
S#39 승진 그룹 / 로비 (낮)
세기와 리진이 로비를 걸어오고 있다.
리진은 신화란이 선물한 가방을 매고 있다.
세기 (넥타이가 답답한 지 자꾸 느슨하게 풀면)
리진 일진짱이야? 제대루 매. 제대루.
세기 (탁, 노려봤다가, 다시 제대로 매며) 그 가방 들지 마.
리진 왜에. 난 마음에 드는데.
세기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하나 사줄 테니까 치워.
리진 가방이 아니라 가방을 준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세기 (살벌) 그 여자 얘긴 하지 말랬지? (가방 째리며) 안 치워?
그럼 나도 넥타이 안 매.
넥타이 확 풀어서는 바닥에 던져버리는 세기.
헉! 해서 주변을 살피고는, 얼른 넥타이 주워들고 따라가는 리진.
‘애야? 얼른 매! 여기 회사야’ 으르렁 거리는 리진,
‘못 매. 안 매. 그 가방부터 치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인데,
안실장 (기겁해서 달려와서는) 뭐 하시는 겁니까, 지금? 여긴 회삽니다.
리진 죄송해요.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안실장 (세기에게) 일단, 사장님 먼저 만나 뵙고 오시죠.
저흰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리진 (!!) 같이 안 가요?
안실장 아무도 달고 오지 말라십니다.
리진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홱 세기를 보면)
세기 (이미 혼자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해가며 뒷모습으로)
화내지 않는다, 폭력을 쓰지 않는다,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
안실장 ! (놀라 리진을 보며) 어떻게 조련 한 겁니까?
리진 글쎄요. 조련이 된 건지 어떤 건지...(걱정스럽게 보고)
S#40 기준의 사무실 (낮)
소파 테이블 위로 툭 던져지는 계약서.
세기 ? (소파 의자에 앉아 있다가, 불쾌한 표정으로 보면)
기준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우리 회사 남성 5인조 아이돌그룹
락킹 알지? (음료잔 들어 마시고)
세기 알아야 하나, 내가?
기준 리더 제아이가 얼마 후면 전속계약 만료야. FA 시장에 풀리기 전에
재계약 싸인 좀 받아 와.
세기 죽고 싶지 않고서야 설마, 이거 시키려고 집에 있는 사람
불러낸 아니겠지.
기준 쉽진 않을 거야. 그 친구가 황당한 조건을 내걸었거든.
세기 지금 나보다 더 황당할 수 있을까?
기준 어디서 차민석 감독의 시나리오를 구해 읽었는지, 그 영화 주연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 재계약은 절대 안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세기 그럼 주연 시켜주고 재계약 하면 되겠네, 뭐가 문제야?
기준 불가해. 말도 못하게 심각한 발연기거든.
세기 그럼 재계약을 포기하시던가.
기준 그것도 불가. 락킹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이 800억이 넘거든.
세기 그러니까 영화는 포기 시키고, 재계약만 성사시켜라?
기준 오메가 잡아온 실력 좀 발휘해 봐.
세기 하다하다 별 셔틀을 다 시키는군. 그냥 엿 먹어라, 한 마디면 될 걸, 괴롭히는 방법이 쓸데없이 고퀄리티야. 유학의 힘인가?
기준 (살벌하게) 귀엽다, 귀엽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죽고 싶어?
세기 (살벌해지며) 그럴 리가. 누구보다 살고 싶은 사람이야. 그래서,
리진 (E) 둘째, 아무리 화가 나도 폭력을 쓰지 않는다.
세기 니 목이 아직 거기 달려있는 줄이나 알어. (계약서 들고 나가고)
기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데서)
리진 (경악의, E) 제아이? 제아이라고 했어, 지금?
S#41 ID엔터 / 복도
좌 리진, 우 안실장 보좌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세기.
세기 몇 번을 묻는 거야.
리진 (걷는 채로 멍....한 표정 위로)
(F.C-8부 57씬) 제아이 앞에서 요나와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리진.
아아아아...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괴로운 리진이고.
S#42 소회의실 (낮)
<인서트> 태블릿 PC 액정화면에 뜬 인터넷 기사.
‘촬영 중 남성 광팬 난입! 시선 강탈당한 락킹 제아이의 굴욕!’
쯤의 타이틀 아래, 팬들에게 버림받고 썩은 표정이 된 제아이 컷(1),
요나와 리진이 머리채를 잡고 있는 컷(얼굴은 안 보이는)(2)의 사진.
의자에 오만불손한 자세로 삐딱하게 앉아 기사에 줄줄이 달린
댓글을 찌푸린 얼굴로 보고 있는 제아이.
제아이 (화면 확 끄고) 아씨, 별 미친놈 덕분에,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매니저 곧 재계약 협상 때문에 부사장님이 오신댔어. 자세 바로 해.
제아이 (매니저 이마를 검지로 꾹꾹 밀며) 야, 너는 그때 뭐하고 있었어?
몸을 던져서라도 그 또라이 막았어야 될 거 아냐?!
에이, 그 자식 누군지 걸리기만 해봐. (으드득 이를 가는데)
이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세기, 안실장, 리진.
안실장 (세기 옆에서 보좌하며) 차도현 부사장님이십니다.
제아이 (매니저의 눈짓에도 불구하고 앉은 채 건방지게 고개만 까딱하는데)
세기 (눈썹 한번 씰룩했다가, 앞에 다리 꼬고 앉으며) 니가 내아이냐?
매니저 저기, 부사장님....내아이가 아니고 제아이....
세기 이름이 공손하네. 차민석 감독 영화 주연을 맡고 싶다고?
제아이 (오만불손) 나 곧 계약기간 끝나는 거 알죠? 내 조건 안 들어주면,
바로 FA 시장 나갈 거니까 알아서, (하다가 멈칫 보는 위로)
(F.C-8부 57씬) 제아이 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하던 요나의 모습
제아이 !!!! (기억났다! 경악해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하며) 너....너는....
세기 (살벌하게) 그 삿대질은 설마 나를 향하고 있는 건가?
매니저 (사색이 되어 제아이를 말리며) 그...그만해. 부사장님 앞에서.
제아이 저...저 자식이 부사장이라고? 말도 안돼....!!!
세기 이름이랑은 달리 건방지네? (살벌하게) 앉아.
제아이 이제 보니, 재계약 따내려고 팬 코스프레까지 아주 쌩쇼를
하셨구만? (리진을 보더니) 허, 아주 꼴값들을 떨어요.
세기 (표정 점점 살벌해지다가 주먹을 슬며시 쥐는데)
리진 (세기의 기색 알아채고, 불안해서 보는데)
제아이 나, 재계약 못해! 안 해! 협상은 결렬이야. (하고 밖으로 나가는)
세기 (빠직, 이마에 힘줄이 돋고)
S#43 소회의실 앞 (낮)
문 밖으로 막 나오는 제아이를 곧바로 뒤따라 나온 세기.
제아의 팔을 낚아채더니 순식간에 팔을 뒤로 확 꺾어버리고는
벽으로 쿵! 밀어붙이는. 윽, 오징어처럼 납작 눌리는 제아이.
뒤로 꺾인 팔 때문에 아...아....눌린 비명을 지르고.
뒤 따라 나온 리진 그 모습에 경악하는데,
세기 (살벌하고 위협적으로 속삭이는) 너....이런 식으로 위아래 없이 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땅에 파묻힌다?
제아이 (세기의 돌변에 덜컥 겁먹고) 놔...이...이거, 안 놔?
세기 (팔을 더 심하게 꺾으며) 그건 원하는 답이 아니지.
제아이 아아아악!!!! 자...잘못했습니다! 재계약 하겠습니다!!!
(까지, 세기의 상상이었고, 현실은)
S#44 소회의실 앞 (낮)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리진이고,
제아이의 손을 그저 꽉 붙잡고만 서 있는 세기.
제아이 (세기에게 잡힌 손을 보며 당황스러운) 뭐...뭐야..
(퍼뜩 소름이 돋으며) 서, 설마, 진짜 나 좋아하는 거야?
세기 (애써 성질 눌러 참고) 그 영화 진짜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재계약하기 싫어서 대충 둘러댄 핑계야?
제아이 당연히 하고 싶지! 근데 회사에서 연기는 꿈도 꾸지 말라잖아!
세기 그럼, 그 영화 출연시켜주면, 재계약 할 거야?
제아이 (멈칫, 보는) 진짜.....시켜줄 거야....?
세기 너 연기하는 거 봐서. 들어와. (끌고 들어가고)
리진 (그제야 안심하고 따라 들어가는)
S#45 소회의실 (낮)
세기, 안실장, 리진, 매니저가 앉아서 지켜보는 앞에서
시나리오를 들고 연기를 시작하는 제아이.
제아이 (광해 이병헌 연기) 왕이 되고 싶소.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얻어야 하는 자리라면 나는 왕이 되지 않겠소.
매니저 (내가 다 부끄럽다, 외면하고)
리, 안 (말로만 듣던 그 발연기를 목격한 충격! 표정 일그러지는)
세기 (표정 변화 없이) 다음.
컷 튀면>
제아이 (아저씨 원빈 연기)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들은
오늘만 사는 놈들한테 죽는다. 난 오늘만 산다.
좌중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고)
컷 튀면>
제아이 (명량의 최민식 연기) 된다고 말하게에에에-----!!!
좌중 (도저히 된다고 말해줄 수가 없는데)
갑자기 짝, 짝, 짝! 들려오는 박수소리! 놀라서 보면,
세기 (박수치며) 돼. 된다고.
일동 !!! (보면)
세기 근래 보기 드문 발연기야!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영리한 컨셉!
아주 좋아~ 그대로 죽 유지해. 초심을 잊지 말라고.
(하고는) 그럼, 재계약, 오케이?
제아이 (얼결에 고개 끄덕) 에....
세기 (안실장에게) 지금 당장 영화 출연 계약서하고, 재계약 계약서
싸인 받아놔. 맘 바뀌기 전에. (하고는 먼저 걸어 나가고)
안실장 예? 아니, 부사장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부사장님!!!
미치겠는 표정으로 얼른 따라 나가는 안실장과 리진인데,
매니저 (안실장을 붙잡고, 기겁해서) 부사장님이 책임지고 단념시킨다면서요?
쟤 진짜 영화 출연시킬 거예요? (울듯이) 그럼 영화 백퍼 망해요오.
안실장 아니 그게.... (난감한 한숨 내쉬며 제아이를 보면)
제아이 (단순한 캐릭터. 혼자 신나고 들떠서) 나 진짜 영화 하는 거야? 레알?
S#46 ID엔터 / 복도 일각 (낮)
세기,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고,
리진 (빠르게 뒤따르며) 일을 그렇게 처리하고 그냥 나오면 어떡해?
세기 (빠르게 걸어가며) 내가 뭘.
리진 영화 출연을 포기시키기는커녕, 니 맘대로 영화 출연 계약서를 쓰면
어떡하냐구.
세기 알 게 뭐야, 재계약만 성사시켰으면 됐지. 차기준 그 자식도
엿 좀 먹어야지.
리진 그럼 그 뒷수습은 또 차군이 해야 되는 거잖아!
세기 (순간 멈칫, 선다)
리진 (아차, 실수) 아니 내 말은,
세기 (서늘한 표정으로 보며)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건데.
리진 시, 신군은 잘했어. 내가 잘못 했어. 내가.세기 난 니가 하라는 대로 했어! 화 내지 말래서 참았고! 폭력 쓰지 말래서
안 썼고! 명예 실추시키지 말래서 출근해서 일했어! 그런데 왜 여기서
또 차도현 그 새끼가 나와, 왜!
리진 미안. 잘못했어, 내가.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진심이야.
세기 (노려보는)
리진 힘들었을 텐데 참아줘서 고마워.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세기 (조금 누그러져서 보다가 리진의 팔을 홱 잡아서 끌고 가는)
리진 일하다 말고 어디 가?
세기 일 할 만큼 했고, 차도현 코스프레도 할 만큼 했어.
이제부터 놀 거야, 너랑.
리진 출근한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오오---!!
S#47 몽타주 / 거리 (인사동 골목 쌈지길 정도) (낮)
-세기와 리진이 걸어가고 있다.
-포장마차 앞에 줄서서 기다리다 호떡을 사 먹기도 하고....
-하얀 수염같은 꿀타래 만드는 모습 구경하기도 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세기는 투덜거리며 빨리 가자며 리진을 끌고....그런 세기 타박하며
끝내 사진을 찍어주는 리진. 그런 리진을 볼멘 표정으로 보며
기다리고 섰다가, 문득 뭔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기.
그 시선 끝에, 거리에 곱게 화장하고 다니는 아가씨들....
다시 돌아보면, 수수하기 그지없는 리진의 모습.
S#48 화장품 매장 (낮)
리진을 끌고 들어오는 세기. 여성용 화장품 가게에 남자가 들어오자
여성 고객들의 시선이 따라붙고...
리진 (시선 의식하며) 아니 잠깐, 여긴 왜 들어온 건데?
세기 (리진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너, 하고 있는 꼬락서니가 맘에 안
들어. 그 화장, 촌발 날려. 피부 관리도 시급하고.
리진 (헐....자존심 상하고) 아...아니 내 피부, 내 화장법이 어때서?
(매장에 비치된 거울 보며) 이쁘기만 하구만!
세기 (매장 직원 손짓해 부르고) 이봐, 어렵겠지만 여기 이 여자 변신
좀 시켜봐.
직원 이건 어떠세요?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까지 다 되는 제품으로, 촉촉하고 탱탱한 피부를 연출해 V라인을 만들어 드립니다.
(정도로, 화장품 추천해 주며 적당히 설명하고)
리진 (직원이 일러준 대로 한번 발라보는데)
세기 방금 그거랑, (색조화장품이나 다른 화장품 몇 가지 가리키며)
이거, 이거, 이거, 싹 다 포장해줘요.
리진 뭘 그렇게 많이 사? (직원에게) 이거, 이거, 이건 됐구요.
좀 전에 본 거, 그것만 하나 더 주세요. (계산하려 지갑 꺼내면)
세기 (막으며) 내가 사준다니까.
리진 됐어. 어차피 그 돈은 차군 돈,
세기 (표정 살벌해지고)
리진 (움찔해서 달래는) ...이지만, 니 돈이기도 하지. 그래, 고마워.
고맙게 쓸게. 대신 하난 누구 선물할 거니까, 내가 계산할게.
(그제야 표정 푸는 세기 보며 후우...힘들고)
S#49 거리 일각 (낮)
쇼핑백 들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리진과 세기.
걷다 보니, 언젠가 도현과 키스했던 눈사람 조형물 앞 거리....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는 리진. 문득 도현이 떠오르고...
리진 ....(눈사람을 보며 도현이 그리워지는) 신군,
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세기 부탁? (보며) 뭔데.
리진 (보며) 니가 가진 상처 말이야. (조심스레) 이제...차군과 조금만
나눠가지면 안 돼?
세기 (굳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리진 너 혼자 짊어진 어릴 적 기억, 이제 차군에게도 나눠주면 안되겠냐구.
그럼 신군도, 차군도 둘 다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세기 기억을 나누라고? 그 약해빠진 새끼랑?
리진 약하지 않아. 차군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세기 (표정 서늘하게 가라앉는 위로)
리진 (E) 너랑 다른 인격들은 책임져야 할 순간에 사라지지만,
차군은 책임져야 할 순간에 나타나. 묵묵히 뒷일을 감당하고 수습해.
리진 그게 바로 차군이 강하다는 증거야. 감당할 수 있을 거야.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통을 서로 나눠가지면,
세기 (홱 뒤돌아 가버리는)
리진 신군! 어디 가!
세기 회사로 갈 거야. 기분 잡쳤어. 둘이 있어도 셋이 연애하는 기분이야.
리진 (너무 앞서 갔나....한숨을 내쉬는데서)
S#50 승진 그룹 / 주차장 (낮)
끼이익 와서 주차되는 세기의 차. 차에서 내리는 세기와 리진.
여전히 싸한 분위기고.
리진 (세기의 표정을 살피다가) 미안, 내가 오지랖을 떨었어.
세기 (서늘하게 보기만) .....
리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충고랍시고 한 거....미안해. 사과할게, 신군.
세기 .... (그저 바라만 보다가, 리진의 뒤편으로 시선이 머무는)
그 시선을 따라 보면, 굳은 표정으로 달려오는 안실장.
안실장 대체 어딜 가셨던 겁니까?
리진 (놀라) 왜요? 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안실장 회사가 아니라 본가에 일이 생겼습니다. (하고는, 세기를 보며
난감한) 회장님께서 급히 찾으시는데....
세기 그래? 그럼 가봐야지. (이미 예상했었다는 듯 태연하게 시계를 보며)
예상한 것보단 반응이 늦네. 이거 좀 실망인데....
안실장 !!! (반응이란 말이 걸려 보다가, 리진에게) 지금부턴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오비서는 부사장님 댁에 가 있든, 개인 스케줄을
보든 편할 대로,
세기 (OL, 까칠하게) 찾으러 다니기 귀찮으니까 그냥 사무실에 있어.
어디 가면 간다고 흔적 남기고!
리진 (헐...황당하고) 아니 내가 신군 노예야?
안실장 (긴장어린 표정) 그럼 상황 봐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리진 (안실장의 표정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알겠고) 네...
안실장 (세기에게) 일단 제 차로 가시죠. 댁까지 제가 모셔다,
세기 (OL) 아니, 운전은 내가 해. 그 집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강조)
아주 잘 알거든. (운전석에 오르면)
안실장 !!!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보조석에 오르고)
곧바로 출발하는 세기의 차.
리진, 무슨 일이지? 걱정과 의문으로 보는데.
이때 울리는 휴대폰. 보면, 액정화면에 익숙한 번호다.
리진 (잠시 갈등하다가 전화 받고) 엄마?
지순영 (F) 리진이 너 지금 어디야? 엄마가 가리? 아님 니가 올래?
S#51 쌍리 / 주방 (낮)
김치며 나물이며 마른 반찬을 찬합에 담고 있는 지순영.
지순영을 도와 찬합을 싸고 있는 오대오.
옆에서 열심히 반찬을 주워 먹는 리진과 리온.
지순영 이번 일 니네 아빠가 한 번만 그냥 넘어가자 그래서 참는 거야.
오대오 (보자기 싸다 말고 장난스럽게 눈가에 V자 붙이고) 내가 아빱니다만.
리진, 리온 (눈살을 찌푸리고) 에이....
지순영 다시 이런 일 있으면, 알지? 국물도 없어, 이것아.
오대오 그땐 아빠도 못 말려. 조심해, 딸.
리진 (지순영의 허리를 두 손으로 안으며) 엄마....
지순영 나물은 금방 상하니까 비벼 먹든 볶아 먹든 빨리 해치워.
리진 (지순영을 안은 채 어깨 너머 보다가 질겁하고) 저번에 가져 간 것도
아직 그대로 냉장고에 있던데, (하다가, 리온에게 발을 밟히고)
리온 엄마, 리진이 혼자 먹기엔 너무 많다.
지순영 (무심하게) 많아?
합창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지순영 됐어. 일주일에 한 번 온다는데 이 정도는 돼야 두고 먹지. 아참,
여보. 뒤뜰 가마솥에 물 끓을 거야. (턱짓으로) 가져가서 오리탕 앉혀.
오대오 (오리가 담긴 양푼 들고 나가면) 오리온! 뭐해? 따라온다, 실시.
리온 (툴툴대며 따라 나가는데)
리진 (퍼뜩) 아참, 엄마 주려고 뭐하나 샀는데. (급히 나가면)
지순영 (앞치마에 손 닦으며) 뭐...? 뭔데? (따라 나가는 데서)
S#52 쌍리 / 리진의 방 (낮)
마주보고 앉은 리진과 지순영.
지순영, 얼굴을 리진에게 맡기고 있고, 리진, 지순영 얼굴에
낮에 산 화장품을 시연해주고 있다.
지순영 젊어서는 이쁘단 소리 꽤 들었는데... 요즘은 아침 다르고 저녁이
달라. 거울보기 무섭다니까 아주.
리진 왜? 아직 이쁘기만 하구만. (하고는, 자신의 얼굴에도 바르고
손가락으로 V자 그려 턱에 붙이며) 나 봐봐. V라인 죽이지?
지순영 (화장품 집어서 보며) 근데 이거 하면 진짜 주름이 싹 다 펴지고
탱탱 V라인이 된대?
리진 (웃다가 급 정색하는)
지순영 왜? 뭐가 이상해? (하며 거울을 보려고 하면)
리진 아니이...자꾸 젊어지면 내 동생처럼 보일까봐 그러지이....
지순영 어머, 어머, 기집애. 얘 말하는 것 좀 봐. (좋아 죽으며 리진을
주먹으로 투닥투닥 때리는데)
리진 (그런 엄마가 귀여워서 웃고)
지순영 (거울 들고 보다가, 호기심어린) 근데 리진아... 엄마한테만 슬쩍
말해 봐봐. 너 주치의로 들어간 재벌 집이 어디야?
리진 .... (가까이 오라고 손짓) 엄마....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지순영 아, 그런다니까. 이 엄마 못 믿어? (귀를 갖다 대면)
리진 (귀에다 대고 작게) 절대, 말 못해.
지순영 (어이없어서 보고)
리진 (깔깔깔 웃고)
S#53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낮)
세기, 운전하고 있고, 보조석에 앉아있는 안실장.
안실장 (곰곰 생각하다가) 혹시....어제 본가에 갔었어? 회장님이 쓰러진
원인을 제공한 게, 너야?
세기 (피식) 안실장, 당신은 그게 문제야. 뭘 그렇게 다 알려고 들어?
이제야 알게 된들 뭐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날 막았어야지.
안실장 !!! (터지려는 감정 누르며) 말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세기 ..... (비식 웃기만)
안실장 (노려보다가) 이것 하나만 명심해. 부사장님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본가 어른들에게 알려져선 안 돼. 그렇게 되면 너한테도
좋을 게 없어.
세기 (비웃듯) 글쎄... 차도현이 다중인격자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내가 불행해질까? 차도현 그 자식이 더 불행해질까?
안실장 (진정어린) 지금 니가 하려는 일이 뭔지 모르겠지만, 제발 멈춰.
부탁한다, 신세기!
세기 (속을 알 수 없게 비식 미소 짓는 데서)
S#54 서태임의 저택 외경 (낮)
S#55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창백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두 손을 깍지 낀 채 생각에 잠겨있는
서태임. 마음의 결정을 했는지 일어나 벽에 걸린 그림 쪽으로 간다.
그림을 앞으로 끌어당기면, 그 뒤에 있는 비밀 금고.
서태임 금고 문을 열어 서류봉투 하나를 꺼낸다.
긴장이 서린 표정으로 봉투를 열면, 공증을 마친 서태임의 유서와
승진그룹 증권 등 승계 절차에 필요한 서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태임 (파일을 손에 들고, 질끈 눈을 감는데) !!!!
S#56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들어오는 세기와 뒤따라오는 안실장.
둘을 맞이하는 신화란과 서태임의 비서.
안실장 (신화란에게 목례를 한다)
신화란 (슬슬 세기의 눈치를 살피며) 어...왔어....?
안실장 (비서를 보며) 회장님께선?
비서 서재에 계십니다.
신화란 (세기의 팔을 채어 잡으며) 도현아, 잠깐 엄마랑 얘기 좀 해.
세기 (고개 돌려 안실장을 향해 비식 웃어 보인다)
세기의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 가는 신화란과 끌려가듯 가는 세기!
불안한 눈으로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안실장!
S#57 서태임의 저택 / 와인창고 (낮)
잡고 있던 세기의 팔을 놓아주는 신화란.
신화란 도현아...느이 아버지 빼돌린 거...니가 그런 거...아니지?
세기 (감정 없는) 내가 한 거 맞아.
신화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보며) .....!!
세기 염려 마. 아직은 무사하니까.
신화란 (애써 구스르며) 지금 어딨어, 엄마한테만 말해봐. 응?
세기 (비식 웃으며) 왜, 내가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봐?
신화란 (낯선 아들 모습에 움찔) 무슨 짓이라니... 그런 생각 안 해, 안 했어.
세기 당분간 외국에 좀 나가 있어.
신화란 (움찔) 외, 외국....?
세기 시끄러운 일이 좀 있을 거야. 당신이 여기 있으면 내가 여러 가지로
곤란해져.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사라져!
신화란 (불안한 마음) 도현아, 뭘 더 어쩌게,
세기 (OL) 내가 승진가의 주인이 되길 원해?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돌아서는데)
신화란 (E) 도현아....
세기 (멈춰서면)
신화란 (붉어진 눈가) 너 혹시... 엄마 미워하는 거 아니지?
세기 (뒤돌아 선 채로 침묵) ......
나가는 세기의 뒷모습을 보며 아들을 이토록 변하게 만든 게
자신인 거 같아서 눈물을 흘리는 신화란.
S#58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기 서태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천천히
다가온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서태임, 서류를 손에 들고 일어나
세기를 향해 걸어온다.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숨 막힐 듯 감돌고.
세기 (비식 웃으며) 할머니 또 뵙네요. 어떻게, 생각 좀 해보셨어요?
서태임 준표는....? 무탈한 거야?
세기 글쎄요, 의학은 제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서태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쥐며) 만에 하나 준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세기 (OL) 그러니까 승진그룹 저한테 넘기고, 남은여생 아들 옆에서
편히 보내시라는 거예요, 할머니.
서태임 (부들부들) 나한테 아들이지만, 너한테는 하나 밖에 없는 아버지야.
아무리 야욕으로 눈이 뒤집혔대도 천륜을 거역해!!
니 애비가 널 위해 어떻게 했는지, 다 잊은 거야!!
세기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죠. 나한테 어떤 아버지였는지.
내 아버지란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는지!
서태임 니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기억을 되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게 있다.
세기 (보면)
서태임 21년 전 그 날, 불 속에서 어린 널 구한 건 니 아버지였어.
지금 저 지경이 되면서까지 널 구한 건 내 아들 차준표였어.
세기 (원망과 분노가 서린) 난 구해달라고 한 적 없어. 단 한 번도
살려달라고 목숨 구걸한 적 없다고. (눈가 붉어지며) 차라리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나대신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그래야 사람이지!
서태임 (절규에 놀라) .....!!
세기 당신이 틀어쥐고 있는 승진, 전부 거둬서 그 아이에게 줄 거야.
지난 일들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서태임 (넘기려던 서류를 도로 꽉 움켜쥔다)
세기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놀음하고 싶지 않아요. 결정을 하시죠, 할머니.
아들의 목숨입니까? 아니면 승진그룹입니까?
서태임 너한테만큼은 절대로...줄 수 없어.
세기 (피식) 끝까지 승진 대신 아들을 선택하겠다는 말은 안 하시네.
난 기회를 드렸어요. 아들 대신 회사를 택한 건 할머니에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린 건....
다름 아닌 서태임 회장, 당신이라구!
서늘하게 홱 돌아서 나가는 세기!
휘청, 무릎이 꺾이는 서태임! 차건호의 초상화를 원망이 서린
눈빛으로 쏘아보다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서태임 (착신이 되면) 쫓아!
S#59 쌍리 / 홀 (낮)
보자기로 정갈하게 잘 싸인 찬합들이 두어 개 놓여있는 탁자.
지순영 (리진의 얼굴 쓸어 만지며) 까먹지 말고 하루에 한 번씩 꼭 전화해.
리진 알았대두.
오대오 (들어와 탁자 위 찬합을 손에 들며) 여보, 이게 끝?
지순영 어. (이층을 올려다보며) 아, 리온이 얘는 뭐하느라 안 내려와.
퇴근시간 되기 전에 떠야 길이 들 막히는데.
오대오 안 되겠네. 올라가서 잡아와야지. (이층으로 가려고 하면)
리진 아냐, 아빠. 내가 해. (이층으로 올라가는데)
S#60 쌍리 / 리온의 방 (낮)
리온아... 부르며 방으로 들어오는 리진.
방에 리온이 없다.
리진 (시계를 보더니) 얜 데려다 준다더니 어디 간 거야.
책상 위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박스에 눈이 먼저 가고 .
다가가면 책상 위에 온통 과자봉지며, 구겨진 종이,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럽혀져 지우개 하나 놓일 자리가 없다.
리진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책상 위를 보면 그 주인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는 법인데... 니 머릿속이 가히 상상이 된다.
리진 휴지통을 들고 주섬주섬 쓰레기들을 주워 담다가,
팔꿈치로 박스를 치게 되고, 그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박스.
박스 뚜껑이 열리며 안에 있던 자료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리진 좀 짜증스런 표정으로 박스를 바로 놓고 내용물을 주워 담다가,
멈칫 보면 승진 그룹에 대한, 차도현에 대한 자료들이다.
리진 ....!!
리온 (들어와 상황을 보고) 리진아...
리진 리, 리온아... 대체.... 이게 다 뭐야?
리온 .....!!
리진 말해봐. 너 목적이 뭐야? 대체 이 사람이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뒷조사를 한 거냐구!
리온 ....!!!!
리진 (의혹으로 잠시 보다가) 너... 나한테 엄마 아빠 앞에서 차도현이라는
이름 꺼내지 말라고 한 거랑, 승진그룹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한 거,
그게 다 이거랑 상관이 있는 거지? 그렇지?!!
리온 (뭔가 말 할 듯한 눈빛으로 리진을 보는 데서)
S#61 도로 + 달리는 세기의 차 안 (밤)
서늘한 눈빛으로 거칠게 운전하는 세기.
세기 (E) 차라리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나대신 그 아이를 구했어야지!!
문득 백미러를 보면, 세기의 차를 쫓아오는 검은색 승용차!!
순간 찌릿! 두통을 느끼는 세기. 눈 앞에 다가오는 터널.
마침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는 세기의 차.
터널의 어둠 속 불빛이 세기의 얼굴을 덮침과 동시에
지지직-노이즈와 함께 암전되는 화면.
S#62 도현의 꿈 (9부 70씬을 도현의 시점으로)
캄캄한 암흑 속 어딘가에 홀로 서 있는 성인 도현.
성인 도현 (E) 여기가 어디지?
희미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어슴푸레하게 주변이 밝아지면,
지하실 같은 어둑한 방 안에 맑은 오르골 소리 (*마더구스 ‘Lady
Bird') 태엽을 잔뜩 감은 듯 좀 빠르게 흘러나온다.
레일 위를 돌고 있는 장난감 기차.
그 앞에 앉아 혼자 놀고 있는 어린 도현.
성인 도현 (E) 또......지하실인가?
장난감 기차가 레일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오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난감 기차를 들어 앞으로 내미는 어린 도현.
성인 도현 (E) 뭐지...? 뭘 하려는 거지?
장난감 기차를 받아드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한 아이의 뒷모습!!!!!
성인 도현 (충격의, E) 지하실에....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어....?!
어린 도현이 내민 장난감 기차를 받는 맞은 편 아이의 손.
바라보며 웃는 어린 도현.
성인 도현 (충격과 혼란의, E) 누구지....? 대체 누구야 너는...?
뒷모습의 아이, 일어나 가려는 순간, 아이의 손을 붙잡는 어린 도현.
어린 도현 (헤어지기 싫은) 가지...마. 나랑 놀자....
그 모습을 충격으로 지켜보며 서 있는 성인 도현인데,
이때, 덜컹, 지하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고!
역시 겁에 질려 구석으로 뒷걸음질쳐 몸을 웅크리는 두 아이.
아이들을 향해 다가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
어린 도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그림자를 바라보고....
성인 도현, 떨리는 눈빛으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응시하는데....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아이들 앞에 서는 검은 그림자!
아이들을 덮치듯 한 손을 치켜드는 순간, 옆에 있는 아이를
확 감싸 안는 어린 도현! 그리고 드디어 드러나는 그림자의 실체!
서늘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향해 손을 쳐드는 남자의 얼굴, 차준표다!!
성인 도현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의, E) 아버지....?!!!!
헉, 그림자의 실체를 직시한 충격으로 커지는 도현의 눈!
동공이 확장된 그 눈동자 속으로 쑤우욱--- 빨려 들어가면,
S#63 어느 병실 (낮)
순간 팟! 눈을 뜨면, 도현이다!!
허름하고 어둑한 실내. 죽은 듯 누워있는 차준표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도현!!
도현 아...아버지...!
마치 아들의 부름을 들은 듯 차준표의 손가락이 보일 듯 말 듯
꿈틀거린다. 현재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차라리 꿈이기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도망치고 싶은.....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과거사에 맞서듯 차준표를 정면으로 보는 도현에서.
-<킬미 힐미> 1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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