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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세라세라 11

레스토랑 ()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다태주와 은수마주 앉아 있다.

 

은수 왜 갑자기 이런 델 온 거예요부담스럽게.

태주 밤새 동생 병간호 하려면 영양보충 좀 해야 할 거 아니야.

은수 영양보충은 삼겹살이 최곤데.

태주 동생은 계속 병원에 있는 거야?

은수 좀 지나면 통원치료해도 될 거래요.

태주 그건 좀 위험하지 않아?

은수 입원비도 만만치 않고... 의사 선생님도 당장은 괜찮을 거라니까.

태주 .....(은수를 본다.)

은수 왜요?

태주 .....(시선 돌린다.)

은수 무슨 일 있어요?

태주 ...난 네가 고생하면서 사는 거 보는 게 싫어.

은수 내가 무슨 고생을 하는데요?

태주 소녀가장에 아픈 동생까지 두고 있는 게 그럼 호강이냐?

은수 호강까진 아니래도 고생이랄 것도 없죠.

태주 말귀 못 알아듣네난 지금 일반적인 시각으로 말하는 거잖아.

은수 (웃는다.) 괜찮아요이런 거 익숙해요.

태주 그 익숙하다는 게 더 싫어.

은수 !... 그래서요?

태주 ?

은수 싫어서 뭐요그럼 아저씨가 호강시켜 줄래요?

태주 가능하다면 그래주면 좋지.

은수 (웃는다.) 마음이라도 고마워요.

태주 진심이야.

은수 안다니까요.

태주 나도 싫어이렇게 사는 거.

은수 !?

태주 지지리 궁상으로 한푼 두푼에 벌벌 떨며 아픈 네 동생 병수발하며 살고 싶지 않아.

은수 누가 아저씨더러 내 동생 병수발 하래요?

태주 직장 다니면서 월급 쪼개가며 어떻게 꾸역꾸역 살 수야 있겠지근데 그거 너무 앞이 안보이잖아.

은수 왜 앞이 안보여요사람들 다 그렇게 살아요.

태주 그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그런 거구.

은수 아저씬 선택의 여지가 있구요?

태주 .....

은수 !(확 감이 오는).....차혜린... 그 여자 얘기예요?

태주 널 전혀 도울 수도 없으면서 그냥 넋 놓고 있어야 하는 내가 견디기 힘들어자신 없 어.

은수 빙빙 말 돌리지 말아요제대로 똑바로 말해요!

태주 그래서... 감당할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은수 !

태주 혜린이랑 결혼할래.

은수 !

태주 혜린이랑... 결혼해야겠어.

은수 .....(충격으로 잠시 멍하니 태주를 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물컵을 들어 마신다.)

태주 .....

은수 ...역시...그거네요.

태주 .....

은수 그 여자가 결혼하재요?

태주 응.

은수 그 말 듣고 금세... 하긴... 재벌가 사위 놓치기 아깝긴 하겠다.

태주 미안해이거 밖에 되지 못하는 놈이라서.

은수 그거 밖에 되지 못하는 놈 좋다고 한 나도 똑같죠.

태주 .....

은수 미안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어당신과 나 사랑이라는 게 딱 이 정돈 걸.

태주 .....

은수 그리고... 내 인생이 앞이 안 보이는 인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태주 .....

은수 (태주를 본다.) 사람이...어떻게 그래요?

태주 .....

은수 앞이 보이는 인생그래요잘 살아봐요.

 

은수일어나 나간다.

 

 

근처 길

은수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간다큰 충격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듯 멍한 얼굴이다.

 

레스토랑 앞 태주의 차 안 근처 길

차에 타는 태주심난한 마음을 다잡고 시동을 건다차를 출발 시키는 태주.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은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은수를 보자 마음이 아프다하지만 곧 외면하고 은수 옆을 지나간다.

은수지나쳐 가는 태주의 차를 본다걸음을 멈춘다.

망연히 서서 멀어져가는 태주의 차를 본다.

 

 

 

 

은수네 오피스텔

오피스텔에 들어서는 은수방 안의 불을 켜자 너저분하게 정리되지 않은 살림들이 늘어져있다은수대강 물건들을 치우고 싱크대로 향한다.

설거지가 꽤 쌓여 있다손을 걷어 부치고 설거지를 시작하는 은수.

문득 눈물이 난다쓱 닦고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그릇을 씻는데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난다입에 꾹 힘을 주고 참으려 하지만 점점 오열이 되어 간다.

 

 

백화점 사무실준혁의 사무실 (다른 날)

준혁놀란 얼굴로 혜린을 본다.

 

준혁 갑자기 무슨 소리야?

혜린 뭘 그렇게 놀래샤샤를 월드 백화점 자체 브랜드로 흡수시킬지 아니면 계열사 브랜 드로 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묻는 거야내가 백화점에 들어온다고 샤샤를 공중분해 시킬 순 없잖아.

준혁 (불안한 시선으로 혜린을 본다.)

혜린 왜 그런 눈으로 봐묻고 싶은 거 있으면 말로 하지.

준혁 결혼하기로 한 거야?

혜린 응.

준혁 그 자식이 한다고 했단 말이야?

혜린 왜못 믿겠어?

준혁 니들 제정신이야그 개차반 같은 자식은 그렇다고 쳐넌 뭐야그런 자식이랑 결혼 해서 제대로 살 수나 있을 거 같아!

혜린 그 자식저 자식 하지 마그 사람에 대한 오빠 감정 별로인 건 알고 있는데 이제 진 짜로 우리랑 한 가족 될 사람이야그러니까... 그 사람한테 제대로 예의 좀 갖춰주기 바래.

준혁 .....(못마땅한 듯 혜린을 노려본다.)

혜린 (가방 챙기며샤샤 처리 문제오빠 조언 기다릴께. (나간다.)

 

준혁책상 위에 있던 서류들을 집어 던진다마음이 잡히지 않는다.

 

 

혜린네 집 거실 ()

혜린과 태주차회장이 소파에 앉아 있다.

 

혜린 여성 의류 쪽이 좋겠죠제 전공이니까게다가 샤샤도 계속해서 유지시킬 생각이구 요.

차회장 (태주에게넌 준혁이랑 얘기해 봤냐?

태주 아직입니다.

차회장 내가 지시 내려놨으니까 곧 움직이게 될 거다일단은 준혁이 밑에서 총괄적인 업무 를 배워 봐배울 게 많을 거야준혁이한테.

태주 (약간 불편한.

혜린 그리고 결혼식 말인데요...

 

이때 윤여사가 다과를 들고 다가오며

 

윤여사 약혼식 먼저 해.

혜린 엄마그런 형식적인 걸 뭣하러...

윤여사 형식적인 거 해야 돼. (태주에게 못마땅한 시선 보내며네 결혼 뭐하나 내세울 거 있 니그럴수록 격식이라도 차려야 내 낯이 설 거 아냐.

혜린 요즘에 그런 격식 차리는 사람 없어그런 거 격식 축에도 안 낀다엄마.

윤여사 넌 이 엄마 말 좀 한번 쯤 들으면 어디 덧나니?

태주 하겠습니다.

윤여사/혜린 !

태주 (혜린에게그게 뭐 얼마나 귀찮다고 고집 부려어머님이 원하시잖아.

혜린 .....

태주 날짜 잡아 주시는 대로 약혼식 먼저 올리겠습니다.

혜린 대신 너무 크게 요란 떠는 건 싫어엄마.

윤여사 딸자식 키워 하나 소용없다니까지 엄마 말은 귀뚱으로 듣더니 어떻게 강서방 말 한 마디에 금세 맘이 바뀌어.

혜린 (방실거리며 태주의 팔을 안는다.) 좋은 걸 어떡해서운해도 할 수 없어엄마그리 고 엄마도 이미 이 사람 매력에 넘어간 거 아냐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강서방강서 방 하는 거 보면.

윤여사 아니내가 언제... (태주와 눈이 마주친다.)

태주 (피식 웃는다.)

 

윤여사눈꼴시다는 듯 노려보고차회장도 흐뭇한 듯 웃는다.

 

 

혜린의 집 앞

나오는 혜린과 태주혜린다정하게 태주의 팔에 매달려 있다.

 

혜린 우리 엄마 한동안은 가끔씩 당신한테 미운 소리 하실 거야.

태주 .....

혜린 딸자식 아까워하는 엄마 마음 이해해 줄거지?

태주 (씩 웃으며내가 이뻐 보이면 그게 비정상이지난 너네 어머니 솔직하셔서 오히려 더 편해.

혜린 (태주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자기가 돌아와서 너무 좋다.

 

태주멈칫하고 혜린을 본다혜린도 태주를 본다.

 

태주 (웃으며 부드럽게들어가.

 

태주차에 올라타고 출발한다혜린웃으며 그를 배웅한다.

 

 

태주의 오피스텔

들어서자마자 불도 켜지 않은 채 자켓이며 넥타이 등을 귀찮은 듯 벗어 던져놓는 태주.

다리를 바닥에 걸친 채 침대에 털썩 드러눕는다공허한 기분이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농구공이 태주의 발에 닿는다태주발로 공을 까닥까닥 하더니 일어나 앉아 통통 공을 치다가 가볍게 벽을 향해 던진다공이 또르르르 굴러온다.

고개 숙인 채 굴러온 공을 손가락으로 만지는 태주.

그렇게 오래도록 고개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삼키고 있다.

 

 

은수네 오피스텔 옥상

미끄럼틀에 앉아 있는 은수고개 들어 농구 골대와 태주가 앉았던 벤치를 본다.

벤치에 앉아 은수 눈치를 보며 공을 통통거리다 도망가던 태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은수피식 웃음이 난다.

싱가폴에서 태주가 은수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태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행복했던 순간이다은수미소를 짓고 있는데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우는지 웃는지 모르는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은수의 오피스텔 (다른 날)

은수빨래를 개고 있고경진은 옆에서 경진계산기를 두드리며 돈 계산 중이다수첩에 뭐라 꼭꼭 눌러쓰기도 하면서.

 

경진 (수심에 찬아유 이걸 어쩌나... 그동안 너랑 나 열심히 모아둔 걸로로도 해결이 다 안된다뭔 놈의 병원비가 이렇게 비싼지...

은수 적금 깨기로 했어요그러면 얼추 맞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경진 그래도 그걸 깨버리면.....(은수 눈치 보는근데 요즘 그 사람 왜 안 오니?

은수 !

경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도 뻔질나게 오는 거 같더니... 많이 바쁜가 보지?

은수 (담담하게이제 안 올 거야헤어졌어요.

경진 아니벌써?

은수 네.

경진 뭔 소리야사랑한다며그것도 엄청나게 사랑한다며결혼까지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은수 근데 그렇게 됐어.

경진 그러니까 왜 그렇게 됐냐구?

은수 (피식 웃는연애하다 깨지는 게 뭐... 엄마도 많이 해봤잖아.

경진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 사람 너많이 생각하는 거 같던데... 그거 아니었어?

은수 아니었나 봐.

경진 (퍼뜩 생각 미치는우리 이렇게 살아서 싫다니궁상맞게 병원비며 수술비며 걱정하 고 그러니까 싫대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래언제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도와줄 것처 럼 그러더니...

은수 그게 아니라...

경진 ?

은수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대요.

경진 뭐?

은수 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다는데 어떡해보내줘야지.

경진 누구혹시...그 재벌딸?

은수 .....

경진 내 이럴 줄 알았어처음부터 믿기지가 않았다니까아 미쳤다고 재벌딸 놔두고...(은 수를 보고 말을 멈춘다입을 만지며아이고..이놈의 입은 그냥...그런데 무슨 놈의 애정전선이 그렇게 수시로 바뀐다니?

 

이때초인종이 울린다.

 

경진 누구야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은수, ‘누구세요?’하며 현관문을 열자 집주인여자(경찰서씬에 나왔던)와 두명의 남녀가 들어온다.

 

집주인 (남녀에게이리 들어오세요.

은수 무슨 일이세요?

집주인 무슨 일은집 보러 왔지.

 

남녀집안을 둘러본다.

 

집주인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깔끔한 데도 없어요교통편도 좋지또 여기 관리실 양반들이 얼마나 건물 관리를 꼼꼼하게 해준다고.

 

은수와 경진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본다.

 

남자 이사는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겁니까?

집주인 아그럼요좋으실대로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여자 여기 사는 분들이 있으신데.

집주인 아유이 사람들은 금방 나갈 거예요그 쪽에서 계약서 도장 찍고 날짜만 박아주면 딱 맞춰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구.

여자 (남자에게겉에서 보는 것보다 집은 깔끔한 거 같다.

집주인 아이구 두말 하면 잔소리라니까일년 전에 집안 수리도 새로 싹 해서 이 건물에 있 는 집 중엔 아주 최고예요최고.

남자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은수와 경진에게구경 잘했습니다.

 

남녀나간다집주인 따라 나가다가 은수를 돌아본다.

 

집주인 날 풀리니까 이제야 집 보는 사람들이 오네이제 종종 올 거야.

은수 ......

 

집주인나간다은수와 경진 걱정스런 눈길로 서로를 바라본다.

 

경진 엎친 데 덮친다구...아후..애까지 아픈데 이게 웬일이야우리 이제 길바닥에 나앉는 거니?

은수 .....

 

 

부동산 소개소

은수초조한 얼굴로 앉아 있다.

 

업자 (부동산 기록들을 살펴보며그만한 돈으로는...참 나...

은수 전혀 없는 건가요?

업자 원하는 조건은 불가능하구요방 한칸에 재래식 부엌이 딸린 게 있긴 한데 이것도 아 무리 월세라 해도 보증금이 500은 되는데.

은수 .....

업자 이 동네에서 구하는 건 그 가격으로 어렵고 아예 변두리 쪽으로 알아봐요아가씨.

은수 다른 동네엔 있을까요?

업자 거야 아가씨가 알아봐야 하겠지나야 뭐 알겠나.

은수 .....(난감하다.)

 

이때은수의 핸드폰이 울린다액정을 보면 준혁이다은수마음이 무겁다.

 

 

카페

카페에 들어서는 은수멀찍이 준혁의 모습이 보인다.

은수애써 밝은 표정으로 무장하고 준혁에게 다가가 앉는다.

 

은수 상무님이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준혁 .....

 

<시간 경과>

종업원이 차를 내 주고 간다.

 

준혁 정직원 심사 결정이 났어요그 소식 알려주려구요.

은수 .....

준혁 축하해요이제 회사에서 은수씨 얼굴 계속 보게 됐네요.

은수 (웃는다.) 잘 됐다그 얘기 하러 오신 거예요?

준혁 .....사실은 핑계고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은수 .....

준혁 .....얘기..., 들었어요.

은수 네.

준혁 (은수의 얼굴을 본다.) 괜찮아요?

은수 네.

준혁 .....

은수 (가볍게 미소저 이렇게 될 줄 아셨죠?

준혁 !

은수 상무님이 그러셨잖아요나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구.

준혁 은수씨그 말은...

은수 내 마음 가는대로 끝까지 달려봤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후회할 것도 없어요전에 상 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인연이 여기까지구나... 그게 정답인 거 같아요.

준혁 .....

은수 그렇게 생각하니까 별로 불행하지 않아요살만해요.

준혁 다행이네요.

은수 네이제 열심히 일해야죠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상무님.

준혁 .....

 

 

백화점 명품샾 몽타쥬

태주와 혜린쇼핑 중이다.

시계를 고르는 태주와 혜린.

쥬얼리샾에서 예물을 고르는 태주와 혜린.

옷을 고르는 태주와 혜린.

태주와 혜린다정하게 서로의 물건들을 골라준다.

 

 

고급 파티복 샾

예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태주혜린이 다가서서 거울 안의 태주를 본다.

 

혜린 잘 어울린다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옷인데.

태주 너무 요란한 거 아니야?

혜린 자기는 화려한 게 잘 어울려이걸로 하자.

 

태주탈의실로 들어가고 혜린 걸려있는 드레스들을 살펴본다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태주가 나온다혜린 보고 있던 드레스를 태주에게 보여준다.

 

혜린 어때약혼식 드레스로는 너무 심플한 거 같지?

태주 괜찮은데 뭐.

혜린 아까 입었던 게 더 나은 거 같지 않아?

태주 응.

혜린 지금 생각이나 하고 말하는 거야?

태주 (장난스레 웃으며너 워낙 훌륭한 외모의 소유자잖아다 잘 어울려그러니까 네 취 향에 맞는 거 골라네 드레스 고르다가 밤 꼴딱 새겠다.

혜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태주 칭찬이야나 이만 가 봐도 돼지?

혜린 내 거 아직 고르지도 않았잖아.

태주 너 하는 거 봐선 오늘 하루에 절대 불가능하거든일단 후보작들 골라놓고 난 다음에 나 불러계속 이러다간 내 머리 쥐나겠다.

혜린 약속 있는 거야?

태주 어선배 형 만나기로 했어.

혜린 정말 담에 와서 꼭 봐주는 거지?

태주 알았다니까간다.

 

나가는 태주혜린가는 태주를 보다가 다시 옷을 본다.

 

 

바 ()

태주와 호영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호영 너 진짜 나쁜 새끼다.

태주 .....

호영 강태주 너 지금껏 똥 폼 잡은 거였어백화점 딸 버리고 은수씨랑 결혼까지 생각한다 고 한 지가 언젠데...이 자식아... 나 그 때 네 놈한테 살짝 감동까지 먹었던 거 알 아?

태주 쇼윈도우의 물건들을 구경 밖에 할 수 없는 처지랑... 그걸 다 가질 수 있게 된 처지랑 은 다르잖아.

호영 뭐?

태주 꿈에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그런데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거야.

호영 너 원래 이런 놈이었냐타에 모범이 되는 놈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비인간적인 놈은 아니었잖아.

태주 그래나 나쁜 새끼야내가 언제는 좋은 새끼인 적 있었냐? (술을 마신다.)

호영 (술 마신다.) 아후...이거 내가 괜히 울컥하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태주 나란 놈을 잘 아니까... 내가 어떤 놈인지 너무 잘 아니까 이러는 거야.

호영 ?

태주 은수랑...그렇게 있다간 얼마 못가 도망쳐버릴 놈이야끝이 너무 뻔하잖아끝이 뻔한 거차라리 처음에 자르는 게 나아.

호영 .....하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긴 하지... 은수씨랑 그 쪽이랑 워낙 차이가 극과 극이 니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씁쓸하냐.

태주 형 보자고 한 건... 부탁 좀 하나 하려구.

호영 부탁무슨 부탁?

태주 아무리 나쁜 놈 부탁이라도 꼭 들어줘야 돼이런 말 할 사람 형밖에 없어서 그래.

 

호영의아한 얼굴로 태주를 본다.

 

 

백화점 사무실 복도 (다른 날)

게시판에 인사발령 공고가 붙어 있다몇몇 직원들 공고를 보고 있다.

지나가던 태주공고를 본다영업기획팀 차장으로 태주의 이름 석자가 써 있다. MD사업부 책임이사로 차혜린 이름이 있다.

태주무표정한 얼굴로 이름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막 타려는데 이미 타고 있던 준혁과 마주친다.

태주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 안

준혁과 태주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태주 영업기획팀으로 발령 났습니다.

준혁 그래서?

태주 앞으로 보기 싫어도 자주 볼 거 같다구요.

준혁 난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내 눈에 띄지 않게 꺼져 있어.

태주 .....저한테 계속 이런 식으로 하는 거 좋지 않을 텐데요.

준혁 (태주를 본다.) 넌 뭘 먹고 살아서 그렇게 뻔뻔스럽냐?

태주 !.....아버님께서 형님께 많이 배우라고 하십니다어른 말씀 듣자면 싫어도 어쩔 수 없 이 뻔뻔스러워질 수 밖에 없어요.

준혁 (기가 막힌 듯 피식 웃는다.) 그래.., 너 그 집 사위 돼서 좋겠다.

태주 !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준혁내린다태주 열 받는 걸 억누르고 따라 내린다.

 

 

복도

태주준혁의 뒤로 떨어져서 대회의실 쪽으로 걸어간다.

 

 

대형 회의실

백화점 임원들이 모여 있다임원들 사이로 최이사의 모습도 보인다.

차회장과 혜린이 상석에 앉아 있다잠시 후준혁이 들어서고 뒤이어 태주가 들어온다.

태주차회장에게 목례하며 혜린이 옆에 앉는다모두 모인 듯 하자 차회장혜린과 태주와 함께 단상으로 간다.

 

차회장 네여러분 오랜만에 뵙네요이렇게 갑작스럽게 여러분들 모이라고 한 건이번 인사 이동에서 좀 특이한 사항이 있어서 그렇습니다그간 샤샤라는 단독 브랜드로 꽤 튼 실한 사업체를 경영했던 제 여식이 이번에 우리 월드 백화점 MD사업부 구매담당

이사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부족한 거 있더라도 예쁘게 봐주시고 많은

도움 주 세요.

혜린 안녕하세요차혜린입니다지금까지 제 경험을 잘 살려서 구매 분야에서 좋은 성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차회장 이 친구는 아마 다 아실 겁니다지난 몇 달간 마케팅 부에서 일했던 친군데 이번에 영업기획팀 차장으로 일하게 됐습니다마찬가지로 자식 같은 친구라 여러분들이 더 더욱 아껴 주셨으면 합니다.

태주 강태줍니다잘 부탁드립니다.

 

박수를 치는 일동준혁과 최이사의 시선이 마주친다.

 

 

백화점 사무실영업기획팀

준혁과 태주 사무실로 들어와 영업기획팀 쪽으로 걸어간다.

앞장서 가던 준혁상무실로 휙 들어가 버린다직원들 의아한 듯 들어간 준혁 쪽을 보고 뻘춤하게 서 있는 태주를 번갈아보는데 태주직원들을 향해 인사한다.

 

태주 이번에 영업기획팀으로 발령 난 강태줍니다.

부장 어그래요자리는 저 쪽이에요.

태주 (앉으려는데)

부장 상무님이랑은 인사.., 한 거죠?

태주 네...그럼요.

 

자리에 앉는 태주팀원들을 본다팀원들약간 불편한 기색들이다.

태주아무렇지 않은 듯 컴퓨터를 켠다.

 

 

동 사무실B, MD 사업부 1팀 회의실

혜린팀장과 얘기 중이다.

 

혜린 계속해서 패션관계 일을 해왔지만 규모가 큰 사업은 처음이라서요팀장님께서 저 좀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팀장 겸손한 말씀이시네요워낙 실력 있는 분이라 익히 소문 들었습니다저희 팀원들도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혜린 너무 티 나게 접대성 멘트 하신다.

팀장 (당황하는?

혜린 농담이에요부탁한 팀원들 기록부는...?

팀장 (서류철 내놓으며여깄습니다새로 취임하시는 이사님께서 팀원들 기록부까지 챙긴 다고 해서 모두들 긴장하고 있습니다.

혜린 (서류철 열어보며업무를 시작하려면 같이 일할 사람부터 먼저 파악해야죠뭐든 사 람이 기본 아닌가요?

팀장 아....그렇죠.

 

혜린대충 넘겨보며 훑어보다가 멈칫한다신입명단에 한은수라는 이름이 있다.

 

혜린 신입이 들어오네요.

팀장 예이번에 채용될 사원들이 각 부서에 대거 배치됐습니다.

혜린 (찜찜하다.)

 

 

준혁의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서 테이블에 앉는 혜린준혁힐끗 보고 그냥 업무를 한다.

 

혜린 사람 와도 아는 척도 안하니?

준혁 (컴퓨터에 시선 둔 채무슨 용건이야?

혜린 (일어나 준혁에게 다가간다.) 오빠 기분 좋을 거 없다는 거 알지만 이런 식의 태도는 좀 아니지 않아오빠랑 나이제부터 계속 얼굴 보고 일할 사람이거든?

준혁 그 말 하러 왔어?

혜린 한은수가 내 팀에 배속됐더라.

준혁 그래서?

혜린 다른 데로 돌려줘.

준혁 (고개 들어 혜린을 본다무슨 말이야?

혜린 생각을 해봐내가 어떻게 걔랑 일을 해.

준혁 그건 내 소관 아니야.

혜린 오빠가 바꿀 수 있잖아.

준혁 넌 백화점에 일하려고 들어오는 거야놀려고 오는 거야네 개인적인 감정으로 직원 인사처리까지 관여할래?

혜린 오빠정말 몰라서 이래?

준혁 너네 팀 지원한 건 한은수씨 의지고그걸 받아들인 건 회사 결정이야한은수 본인이 와서 이의 신청하고 바꾼다면 모를까 네 마음대로 될 일 아니야.

혜린 .....

준혁 얘기 끝났으면 나가 봐.

혜린 (준혁 노려보며오빠 꼭 심통 부리는 걸로 보이는 거 알아?

 

준혁기가 막히다는 듯 보는데 혜린 나간다.

준혁다시 업무를 보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를 보고 약간 어두워지는 준혁반갑지 않다.

 

준혁 네최이사님.

 

 

고급 룸싸롱 ()

들어서는 준혁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룸으로 향한다.

 

 

룸에 들어서는 준혁여자들의 술시중을 받고 있던 최이사가 반갑게 맞이한다.

 

최이사 어그래거기 앉아라.

 

최이사가 눈짓하자 여자들 나가고 준혁자리에 앉는다.

 

준혁 요즘에 자주 뵙습니다.

최이사 왜 싫으냐? (준혁에게 술을 따라주며너하고 한잔 하고 싶어 불렀다.

준혁 (잔을 받으며 씁쓸하게 웃는다.)

최이사 오늘 아주 가관이더라그깟 인사이동 가지고 임원들 소집해서 북치고 장구칠 일 있 냐차회장도 그 양반 호들갑도... 어쨌든 혜린이까지 들어왔으니 앞으로 월드 백화점 분위기가 많이 바뀌겠어.

준혁 그렇겠죠.

최이사 (준혁을 본다.) 넋 놓고 있으면 안되겠다너도.

준혁 !

최이사 아무리 능력 있는 놈이라도 이런 경우는 좀 불안하지.

준혁 저한테 자꾸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최이사 말 했잖냐네 놈이 좋다고널 보면 말이다꼭 날 보는 거 같거든.

준혁 그래서 저한테 그런 사진을 보내셨습니까?

최이사 !? (본다.)

준혁 월드 백화점의 과거를 알면서 차형민 회장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최이사 (말없이 준혁을 본다.)

준혁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그 점 감사드립니다하지만 저와 차회장님 관계를 멀어지게 할 의도시라면 그만 두십쇼제게 차회장님은 여전히 고마운 은인이 시고존경하는 분이거든요.

최이사 영리한 줄 알았더니 영 어리석구나.

준혁 !

최이사 아직도 기억을 못하는 게냐그렇게 단서를 줬는데도?

준혁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이사 네 아버지 사고 당시그 현장에 네가 있었다.

준혁 !!..뭐라구요?

최이사 차회장이 네 은인일 것도 없어난 차회장이 널 거둔 진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준혁 !...무슨 말씀입니까?

최이사 그 날그 건물에서 네 아버지와 차회장이 만나기로 했었다그런데 그 사고가 난 거 야.

준혁 !

최이사 네가 그 때 뭘 봤는진 알 수 없지만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날 하루의 기억을 몽땅 까 먹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거지.

준혁 !

 

 

복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준혁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

준혁세면대의 물을 틀어 얼굴을 적신다.

너무 뜻밖의 사실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거울을 본다.

<인터컷> - 건물에서 뚝 떨어지는 준혁의 부친.

떨어진 부친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준혁고개 들어 건물 위를 바라본다.

 

 

지수의 병실

은수지역정보지의 전월세란을 살펴보고 있다.

지수힐끗 은수를 본다.

 

지수 집 언제 나가는데?

은수 (지역정보지에 시선 둔 채아직 계약한 사람은 없는 거 같은데 요즘 부쩍 집 보러 오 는 사람들이 늘었어.

지수 (조심스레언니...

은수 응?

 

지수태주에 대해 뭔가 묻고 싶지만 차마 묻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이때 경진이 물병을 들고 들어온다.

 

경진 (은수를 보고넌 왜 아직도 안가고 있어?

은수 엄마가 들어가요나 아직 출근 전이라 병원에 계속 있어도 괜찮아요.

경진 아 됐어병원잠이 얼마나 사람 몸 상하게 하는데번갈아 해야 너도 나도 안 지쳐뭐 해빨랑 가지 않고.

 

은수정보지를 가방에 챙겨 넣으며 일어선다.

 

 

은수네 오피스텔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은수.

복도를 따라 걷다가 멈칫한다은수집 앞에 준혁이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것.

꽤 술을 마신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준혁에게 다가가는 은수.

 

은수 상무님.

준혁 .....

은수 상무님!

 

고개를 들어 보는 준혁은수준혁의 슬픈 얼굴에 멈칫한다.

 

은수 왜 이러세요무슨 일 있으세요?

 

준혁말없이 은수를 포옹한다.

 

은수 (저항하며이러지 말아요상무님이러지...

준혁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을께요.

은수 .....(동작을 멈춘다.)

준혁 무시무시하게... 끔찍할만큼... 세상이 싫고...화가 나고...분해요.

은수 !

 

준혁잠시 후 몸을 떼고 은수를 본다은수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준혁을 본다.

 

은수 상무님...

준혁 은수씬 화나지 않아요?

은수 !

준혁 분하고 억울하지 않냐구요.

은수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준혁 나한테 와요.

은수 !

준혁 나한테 와요은수씨.

은수 (뒤로 비켜서려는데)

준혁 (은수를 잡는다.)

은수 상무님 왜 이래요.

준혁 싱가폴에서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요그냥 나쁜 꿈 한번 꾼 걸로 하자구요.

은수 !

준혁 변한 거 없어요은수씨랑 나.

은수 있었던 일이 어떻게 없었던 일이 돼요그리고 난...

준혁 강태주를 사랑한다구요?

은수 ! (침착하게 준혁의 손을 뗀다.) 상무님 많이 취했어요돌아가세요.

준혁 어차피 처음부터 나 이용했던 거잖아요.

은수 !

준혁 알고 속아줬던 거예요나도.

은수 .....

준혁 그러니까 계속 이용하라구누구한테 이용당하는 거난 그런 거 익숙하니까.

은수 ! .....(잠시 준혁을 보다가 단호한 얼굴로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돌아가세요.

 

은수집으로 들어간다.

준혁허탈한 듯 문에 기대어 선다.

 

 

은수네 오피스텔

문 앞에 서 있는 은수마음이 복잡하다.

 

 

백화점회의실 (다른 날)

은수를 포함한 10여명의 신입사원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직원이 신입사원들에게 안내용지를 나눠주고 있다.

 

교육 지금 배부되고 있는 용지에 각자의 부서 배치 내용이 있을 겁니다희망 부서에 배치 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텐데자기가 원하던 부서가 아니라고 해서 지레 실 망하진 마세요. 3개월 근무 후 희망부서 재신청이 가능하구요회사가 인정하는 특별 한 경우라면 수시로 부서 이동은 열려 있습니다.

인턴생활을 통해 회사의 기본 방침은 이미 다 알고 계실테니 더 이상 설명은 안하겠 습니다각 사원들은 자신이 배속된 부서로 가시기 바랍니다신입교육은 각 부서별 로 부서 성격에 맞게 진행될 겁니다같은 동료로 일하게 돼서여러분 정말 반갑습니 다.

 

신입사원들 박수를 치고 서로들 담소하며 자리를 떠난다.

은수자리를 챙겨 일어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은수액정을 보고

 

은수 상무님...

 

 

준혁의 사무실

은수가 들어선다준혁자리에서 일어나며 테이블 쪽으로 간다.

 

준혁 앉아요.

은수 (앉는다.)

준혁 발령 난 부서는 맘에 들어요?

은수 네운 좋게도 제가 지망했던 부서예요.

준혁 운이라기보다는 실력이에요.

은수 .....

준혁 미리 얘기해줘야 할 거 같아서 그러는데...

은수 ?

준혁 혜린이가 은수씨가 들어갈 MD 사업본부 구매담당 이사로 들어와 있어요.

은수 !

준혁 괜찮겠어요?

은수 .....

준혁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만부서 이동 신청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은수 아니예요.

준혁 ?!

은수 저 패션쪽 MD 일 하고 싶어했잖아요그 일을 배울 수 있는 제일 좋은 부서에 배속 받았는데이런 기회가 어딨어요?

준혁 ...그렇죠.

은수 상무님이 그러셨잖아요회사가 애들 장난하는 데냐구일 생각만 할래요.

준혁 .....

은수 그 말씀 하시려고 부른 거예요.

준혁 네... (망설이듯아니...(은수를 본다.)

은수 (준혁이 얼굴을 보는 게 불편하다.)

준혁 어제 일...말인데요...

은수 없었던 걸로 할께요잊었어요벌써.

준혁 기대고 싶었어요은수씨한테.

은수 !

준혁 그 때 생각나는 사람이 은수씨 밖에 없었거든요.

은수 .....

준혁 술 취해서 그런 건 미안해요그런데... 그 때 한 말 진심이에요.

 

은수준혁을 본다두 사람의 아련한 시선이 마주친다.

 

은수 (시선 피하며저 이만... 근무하러 가야 되는데...

준혁 .....

은수 (일어나서 돌아서려다가 준혁을 본다.) 진심인 거 알아요그런데...그걸 받아들이기엔 제가 상무님한테 상처를 너무 많이 드렸어요저같은 애한테 마음 쏟지 마세요상무 님.

준혁 .....

 

은수목례하고 나간다.

 

사무실

태주직원 몇 명과 담소하며 사무실로 들어온다.

태주웃으며 뭐라 말하는데 이때 은수가 상무실에서 나온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태주의 얼굴에서 순간 웃음이 사라진다은수시선 피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게 태주 옆을 지나쳐 간다.

태주자리에 앉는다마음이 착잡하다이때전화벨이 울린다.

 

 

사무실B, MD 사업부혜린의 사무실

혜린통화 중이다.

 

혜린 나 점심 좀 사주라구. (웃으며알았어이따 봐.

 

혜린전화를 끊는다사내 전화를 든다.

 

혜린 신입사원 한은수씨 왔어요내 방으로 좀 오라고 해요.

 

혜린초조해진다잠시 후은수가 들어온다은수당당한 시선으로 혜린을 보며

 

은수 안녕하세요?

혜린 앉아요.

은수 (앉는다.)

혜린 (소파 쪽으로 다가와 앉으며우연 치곤 이건 너무 하네요그쵸?

은수 우연이라고 할 순 없죠.

혜린 ?

은수 예전부터 패션 MD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그래서 이 부서를 지원한 거구요차혜린 씨...아니차이사님이라고 불러야죠차이사님도 패션관계 일을 하셨으니까 백화점에 들어온다면 이 쪽 부서로 오는 게 당연한 거구요.

혜린 내가 여기 들어올 걸 알았단 건가요?

은수 아뇨사실 백화점으로 들어왔다는 것도 좀 전에 알았어요.

혜린 그래요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쳐요그래도 어쨌든 좀 싫긴 하죠?

은수 편하진 않아요.

혜린 솔직해서 좋네요다른 부서로 이동 신청해요.

은수 왜요?

혜린 편하지 않다면서요?

은수 세상에 편하게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구요저 그렇게 배부른 사람 아니예요.

혜린 이동 안하겠다는 거예요나랑 얼굴 맞대는 거 괜찮아요?

은수 괜찮진 않은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예요그리고...전 일개 말단 직원인데 차이사님 같은 분이랑 얼굴 맞댈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혜린 허...은수씨 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은수 .....

혜린 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요말 나온 김에 한번 물어볼께요.

은수 ?

혜린 꼭 이 백화점에 입사를 했어야 했어요준혁 오빠도 그렇고... 강태주씨도 있는데?

은수 먹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차이사님 같은 분은 그런 거 모르겠지만.

혜린 !

은수 얘기 끝났으면 일어나도 돼죠?

혜린 .....

은수 (일어나 고개 숙여 혜린에게 인사한다.) 잘 부탁드립니다차이사님열심히 일하겠습 니다.

 

은수나간다.

 

 

사무실B

은수혜린의 방에서 나오는 순간 다잡고 있던 마음이 풀어져 왠지 서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밝게 하고 자리에 앉는다.

 

 

백화점 내 일식집

태주와 혜린식사 중이다혜린몇 번 먹는 듯 하더니 밥 맛 없는 듯 젓가락을 놓는다.

태주혜린을 본다.

 

태주 회 먹고 싶다더니 왜 벌써 내려 놓냐?

혜린 (물 마시며기분이 좀 그래.

태주 (먹으며그 놈의 기분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기는.

혜린 한은수 내 부서에 배치됐어. (태주를 본다.) 알고 있었어?

태주 !.....아니너한테 처음 들어.

혜린 기분 안 좋아왜 이렇게 엮이냐구자꾸!

태주 .....

혜린 부서 옮기라고 했더니 절대 싫대걔 무슨 심리야다른 데 취직자리라도 알아봐 주 던지 해야지...

태주 냅둬.

혜린 ?

태주 네가 다른 일자리 구해주면부서도 안 옮기겠다는 사람이 꽤나 네 말대로 하겠다.

혜린 그럼 나보구...

태주 본인이 괜찮다잖아왜 네가 안달해넌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는데 가만히 보면 어 리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더라.

혜린 뭐?

태주 너 이 백화점 오너 딸이잖아힘들면 그 쪽이 더 힘들지 네가 더 힘들겠냐?

혜린 .....

태주 그 쪽이 괜찮다면 넌 더 괜찮은 척 해너 자존심 강하잖아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구.

혜린 당신은 괜찮아?

태주 괜찮아.

혜린 정말?

태주 응.

혜린 난 불안해.

태주 (혜린을 본다.)

혜린 솔직히 말해서 불안해.

태주 나 이미 선택 끝났거든다 끝난 일 가지고 괜히 사람 들쑤시지 마다들 괜찮다는데 왜 너 혼자 난리야?

혜린 ...정말 당신 믿어도 돼?

태주 (혜린을 본다.)

혜린 믿어도 돼냐구.

태주 너 왜 이래서로 다 잊기로 약속한 거 잊었어?

혜린 .....(불안한 시선으로 태주를 본다.)

태주 (단호한없었던 일이야아무 일도 없었어.

 

태주여유 있게 식사한다혜린물컵을 꼭 쥐고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태주를 바라보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지수의 병실()

경진수건을 챙겨 들고 병실에서 나오는데 마침 들어오던 호영이 경진을 본다.

호영경진에게 다가가며

 

호영 어머니!

경진 ?

 

 

구내식당

식사를 하는 호영과 경진경진놀란 얼굴이다.

 

경진 그게 뭔 말이야? (목이 탄 듯 물을 마시고그게 말이 돼?

호영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그걸 따질 땐 아닌 거 같은데요어머니.

경진 내가 아무리 팥쥐 엄마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나.

호영 그게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닌 거 같은데요.

경진 내가 지금까지 우리 은수한테 못할 짓을 쪼끔 많이 했거든그래두 그 은수 착해빠진 것이 다 이해하고 보듬고 왔어이 이 못난 에미를그런데 아마 그건 용서 못할 거야.

호영 그러니까 은수씨 모르게 해야된다는 거죠.

경진 전에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은수 걔 난리를 치더라구그 순한 것이 돌변 하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이건 그냥 연애도 아니고 결혼까지 하려던 사람이잖 아사람이 가장 깊게 상처받는 게 (가슴을 치며이거이거거든특히나 사랑내가 그런 짓 하면 우리 은수 나자빠져다시는 나 안보려고 할 거야.

호영 어머니생판 모르는 사람 도움도 받습니다일단 사는 게 급선무죠.

경진 아니 싫다고 갈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생각난그 때 괜히 전세값을 물어봤나...

호영 예?

경진 혹시 그거 땜에 도망간 건가...

 

경진혼란스러운 듯 생각에 잠긴다.

 

 

은수네 오피스텔 복도

경진침울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몇걸음 걸어가다가 화들짝 놀란다.

집주인이 여자 한명과 은수네 오피스텔 앞에 서 있는 것.

 

집주인 분명히 이 시간에 집에 있겠다고 했는데...

 

경진재빨리 숨으려 하지만 집주인이미 봐버렸다.

 

집주인 알구 저기 오네아줌마빨리 와요빨리.

 

경진할 수 없이 다가온다.

 

 

은수네 오피스텔

집을 둘러보는 집주인과 여자경진시무룩한 얼굴로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집주인 괜찮죠깔끔하죠아주.

여자 (경진에게살아보니까 어떠세요살기 편한가요?

경진 아유 건물도 워낙 낡은데다가 시내 한복판이라 공기도.....(집주인의 부릅뜬 눈과 마주 치자건물은 낡았는데이 집은 1년전에 리모델링 한 거라 살기에는 아주 끝내주지 요교통도 편하고.

여자 네..., 구경 잘했습니다.

 

집주인과 여자나간다경진 빗자루를 집어 던진다.

 

경진 이대로 길바닥으로...(한숨)

은수(e) 변두리 쪽으로 가면 방 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수의 병실 (다른 날아침)

은수지수의 가습기 통을 설치하고 있다지수는 침대에 누워 있다.

경진눈이 동그래져서 은수를 본다.

 

경진 변두리?

은수 알아봤는데 잘하면 보증금 없이 달세만 받는데도 찾을 수 있대요.

경진 그런 집이 오죽하겠어?

은수 발 뻗고 잘 수만 있으면 됐지엄마랑 나랑 직장 다니는 건 좀 힘들겠지만 어떡해 요방법이 없는 걸.

경진 우리 지수는저 몸도 성치 않은 걸 냄새나는 골방에 가둬두라구?

은수 (지수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다.) .....냄새가 왜 나요우리가 살기 나름이지.

지수 우리 지여사 또 아픈 딸 핑계 대신다그렇게 우는 소리 하면 은수한테 금이 나와은 이 나와은수 좀 그만 볶지 그래?

경진 아니 저 기집애는내가 언제 은수를 볶았다 그래네 걱정 하는 거 아니야지금.

지수 나 괜찮거든발 뻗고 잘 수만 있으면 돼나두.

경진 .....(속상하다.)

은수 (착잡한할 수 없잖아요형편대로 살아야지저 출근할께요. (나간다.)

 

경진나가는 은수를 속상한 듯 본다아무래도 안되겠다 싶다.

 

 

백화점 매장

은수한 매장의 인테리어와 구조 등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촬영 후매장 직원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은수.

수첩을 보며 이리저리 체크하고는 매장들을 둘러본다샤샤매장이 보인다내키지 않지만 매장으로 들어간다.

 

 

샤샤매장

은수와 직원

 

은수 신입인데요매장환경과 인테리어에 대해 보고서 올려야 되거든요협조 좀 부탁할께 요.

직원 촬영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은수 네.

직원 하세요.

 

은수촬영을 몇 컷 찍는데 이때 태주의 음성이 들린다.

 

태주 혜린이한테 얘기 들었죠샤샤 브랜드 이전 문제 때문에 그러는데...

 

은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멈칫한다은수이내 시선 돌리고 촬영을 한다.

 

태주 (계속 말을 잇는다.) 입점 기간 동안 매출실적표 이번 주까지 나한테 올려줘요.

 

태주매장을 떠난다.

 

 

엘리베이터 앞

태주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막 타려는 순간 다가온 은수를 보고 멈칫한다태주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탄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데 은수가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다시 열린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은수태주은수의 행동에 당황스럽다.

 

 

엘리베이터 안

꽤 긴장한 태주와 달리 은수는 말짱한 얼굴이다.

 

은수 (싹싹하게 웃으며안녕하세요?

태주 .....(한참 침묵하다가혜린이랑 일하는 거 괜찮아?

은수 아직까지는 별로 얼굴 마주칠 일이 없었어요신입교육기간이기도 하고.

태주 ...지수는...어때?

은수 많이 좋아졌어요곧 퇴원할 거 같아요.

태주 다행이네.....어머니는 안녕하셔?

은수 (태주를 보며강차장님.

태주 (은수를 본다.)

은수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해 주셨으면 해요. (씩 웃으며제가 조금 불편하거든요.

태주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태주나간다은수태주의 뒷모습을 야속한 듯 보고 있는데 몇걸음 걸어가던 태주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 되돌아오며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는다.

은수태주를 본다.

 

태주 그렇게 나 보면서 웃으면서 얘기하지 마.

은수 왜요?

태주 보기 싫어.

은수 신입교육 때 직장 동료와 고객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 하라고 교육받았는데요제가 잘못한 건가요?

태주 !

은수 그리고 강차장님신입사원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반말 하시는 거 아니죠.

 

태주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은수를 보며 할 말이 없어진다태주엘리베이터 문에서 손을 떼는데

 

은수 참 늦었는데승진 되신 거 축하 드려요.

태주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준혁의 사무실

생각에 잠겨 있는 준혁전화기를 든다.

 

준혁 최이사님 자리에 계신가요? ...내가 지금 뵙겠다고 전해 드려요.

 

준혁자리에서 일어난다.

 

 

최이사 사무실

자리에 앉는 준혁.

 

최이사 네가 먼저 날 찾을 때도 있구나.

준혁 .....(씁쓰레하게 웃는다.)

최이사 좀 미안하구나괜히 잘 살던 놈 휘저어 놓은 거 같아서.

준혁 ......

최이사 .....난 네가 내 편이 됐으면 좋겠다.

준혁 .....

최이사 그래서 네 의사를 알고 싶어.

준혁 .....내용을 알아야 결정할 거 아닙니까.

최이사 강태주라고 했나혜린이랑 결혼한다는 놈차회장이 아주 노골적으로 밀어붙일 모양 이던데..... 단언컨데 그런 식으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은 면할 수 있을 거다.

준혁 그러니까... 제가 받을 수 있는 이익이 뭡니까구체적으로.

최이사 최근 몇 년 간 백화점 주식을 끌어 모으고 있다하지만 아직 차회장에 대적하기는 좀 그렇지그래도 네가 이사회 마음만 돌려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준혁 .....

최이사 지금 너허물만 최고 경영자 아니냐.

준혁 .....

최이사 네가 도와만 주면 속 알맹이까지 채워주겠다월드 백화점이 네 것이 되는 거야.

준혁 .....

 

준혁과 최이사긴장된 시선이 오간다.

 

 

사무실 B, MD 사업부

은수업무를 보고 있다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은수 상무님.....그냥 열심히 하고 있죠.

 

 

준혁의 사무실

준혁창가에 서서 핸드폰 통화 중이다.

 

준혁 오늘 밤에도 동생 병실에서 지내요?

은수(f) 아뇨오늘은 엄마 차례예요.

준혁 잘됐네요나랑 저녁 할래요?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요그런데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은수씨라도 축하 좀 해달라구요. (웃으며그래요고마워요.

 

전화 끊는 준혁쓸쓸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본다.

 

 

고급 레스토랑 ()

은수와 준혁식사를 하고 있다.

 

은수 죄송해요선물도 준비 못하고.

준혁 너무하네요생일이라고 미리 선포까지 했는데.

은수 이왕 하는 거 좋은 거 해드리고 싶었는데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었거든요.

준혁 좋은 거 뭐요?

은수 모르겠어요어쨌든...그냥 생각나는대로 사서 드리고 싶진 않았거든요다음에 제 가...

준혁 괜찮아요생일이라는 거어차피 거짓말이니까.

은수 네?

준혁 그 핑계 아니었으면 은수씨가 나랑 이런 데이트 하겠어요?

은수 .....

준혁 기분 나빠요?

은수 왜 그런 거짓말을 하세요?

준혁 난 원래 생일 같은 거 안 쇠요.

은수 ?

준혁 마지막으로 쇤 게 17년 전인가... 그 날 아침 아버지가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셨어요.

은수 되게 다정한 아버님이셨구나.

준혁 맛은 굉장히 없었어요..... 바로 그 날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은수 !

준혁 생일 쇠고 싶은 마음 당연히 안 나겠죠?

은수 .....

준혁 (씩 웃는다.)

은수 왜 웃으세요?

준혁 이런 얘기 한 거 처음이라서요입에서 꺼내면 마음 아플 거 같아 안했는데 이상하 게 은수씨한테 얘기하는 건 담담하네.

은수 미안해요.

준혁 뭐가요?

은수 ...그냥...나까지 상무님 아프게 한 거 같아서...정말 미안해요.

준혁 .....

 

 

은수네 집 근처 길

나란히 걸어가는 준혁과 은수.

 

준혁 그 때 그 길이네요.

은수 .....

준혁 그 날 한 말 생각나요?

은수 ?

준혁 그냥 눈 감고 수십번 수백번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희미해진다구.

은수 .....

준혁 취소할께요안 그런 것도 있더라구요.

은수 .....

준혁 그만 두자그만 두자아무리 마음 속으로 다짐해도 희미해지지가 않아요은수씨가.

은수 .....

준혁 은수씬 나한테 그런 사람이에요.

은수 .....

준혁 내 옆에 있어줘요.

은수 상무님...

준혁 꼭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싫지만 않다면 그렇게 해줘요.

은수 저는 상무님이 왜 저한테...

준혁 따뜻해요.

은수 ?

준혁 누군가한테 따뜻함을 느껴본 건 은수씨가 처음이에요그래서...그냥 옆에 두고만 있 어도... 내 몸이 다 녹을 거 같아.

은수 .....

준혁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것도 처음이에요난 내가 아주 강한 놈인 줄 알았거든 요.

은수 .....

준혁 은수씨 때문인지...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요즘 자꾸 휘청 거려요누가 좀 잡아줬으면 좋겠어.

은수 .....

준혁 (은수를 본다휘청거리지 않게 은수씨가 나 좀 잡아줘요.

은수 !

준혁 사랑해요.

은수 ....

 

병원 카운터 (다른 날)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은수병원 직원컴퓨터를 눌러보며 확인해 보더니

 

직원 환자분 성함이 한지수씨 맞죠?

은수 네.

직원 입원비 이미 완불 됐는데요.

은수 네그럴 리가요.

직원 (컴퓨터 화면 보며분명히 어제 날짜로 완불된 걸로 나오는데뭐 착각하신 거 아니 예요?

은수 !

 

은수의아한 얼굴로 돌아선다.

 

 

지수의 병실

지수사복을 입고 경진짐을 싸는 등 퇴원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은수가 들어선다.

 

은수 엄마병원비 엄마가 냈어요?

경진 어... 내가 말 안했나? (뭔가 찜찜한 얼굴이지만 애써 내색 않는)

은수 엄마가 무슨 돈으로...

경진 (은수 시선 피하며서울 인심 박하다박하다 했는데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더라구우리 미용실 주인 있잖니우리 사정 듣더니 하도 딱했는지 돈을 융통해 주더라구.

지수 (은수에게엄마가 보기보단 아주 성실한 직원이었나 봐.

경진 이 엄마 능력을 인정한거지월급 짜다고 욕도 많이 했는데 그 서운한 맘이 싹 가시는 거 있지.

은수 정말 너무 고마워서 어떡해요?

경진 어떡하긴 뭐너랑 나 열심히 벌어서 갚아야지가자. (지수를 부축하며얘얘얘천천히애가 조심성도 없이.

 

 

은수네 오피스텔

오피스텔에 들어오는 은수와 지수 경진.

은수와 경진지수를 눕힌다.

 

경진 그래도 이렇게 걸어 들어오니 얼마나 다행이야.

지수 엄마나 너무 중환자 취급하지 말아줘기분 별로야.

경진 너 또 괜히 팔딱거리고 그러지 마그럼 다 도로아미타불 되는 거 알지?

지수 아알았다니까미용실이나 나가세요.

경진 (은수에게그럼 엄마 다녀 온다?

은수 다녀오세요.

 

경진나간다은수병원에서 가지고 온 짐들을 정리한다지수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다가

 

지수 신입사원이 벌써부터 월차내도 되는 거야?

은수 응.

지수 찍히지 않아?

은수 좋은 회사거든.

지수 (망설이다가내가 계속 궁금했는데 참았거든.

은수 뭐가?

지수 그 아저씨랑 깨졌다며.

은수 .....

지수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야둘이 좋아 죽을 땐 언제고.

은수 그 사람 결혼한대.

지수 (벌떡 일어나며! (가슴을 잡는다.)

은수 야너 또... 흥분하지 말랬지몸도 조심히 움직이고.

지수 흥분할 말을 하니까 흥분하지.

은수 괜찮아?

지수 응.

은수 (지수를 눕힌다.)

지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결국 그 재벌딸이랑?

은수 응.

지수 언니 또 버림 받은 거네이번엔 완전히제대로.

은수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 좀 나쁘다그냥 보내줬다고 해그 여자가 더 좋다는데 뭐 어쩔거야.

지수 남의 말 하듯 하네그게 인간이야?

은수 ...인간이니까 그러지.

지수 근데... 너 왜 이렇게 멀쩡해예전에 채였을 때랑은 좀 다르다?

은수 정신 차린 거야정신이 번쩍 깨였어.

지수 무슨 말이냐?

은수 사랑이라는 게 난 아주 굉장한 건 줄 알았거든근데 별 거 아니더라구모든 걸 다 쏟아부을 만한 가치는 없다는 걸 알았어그러기엔 너무 불안정해신뢰도 안가고.

지수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은수 그 땐 좋은데좋을 땐 한 없이 좋고 세상이 꽉 차는 거 같은데...어느 순간 펑하고 사 라져남는 거 하나 없이.

지수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야?

은수 한마디로사기라는 거야.

 

지수의아한 눈으로 은수를 본다은수차분하게 짐을 정리한다.

 

 

백화점 대형 회의실

임원진들이 모여 있다혜린스크린에 등장하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혜린 현재 입점 타진 중인 뫼르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럽의 상류층 사이에 선풍적인 인 기를 끌면서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로 급부상한 제품입니다국내의 다른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과 달리 눈에 띄는 로고나 특징적인 디자인이 없어그야말로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준혁 뫼르쏘의 가격대가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던데 국내 시장에 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혜린 우리나라 국민들의 명품 수요는 가히 세계적이죠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준혁 그건 너무 추상적이네요예쁘니 잘 팔리겠지하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에요좀 더 시장 규모 파악을 구체적으로 해보세요.

혜린 ...알겠습니다.

준혁 제품 단가가 너무 비싸서 일정 기본 수량을 확보해서 백화점 매장에 배치시키는 건 수지 면에서 위험하지 않나요?

혜린 .....(당황하는그건...

태주 주문 판매 방식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매장의 규모부터 미니 코너 정도로 하는 겁니다재고량 없이 단 몇 개의 샘플과 카달로그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이고 주문을 받아 본사에서 제품을 하달 받는 건 어떨까요?

준혁 명색이 명품샾인데 미니 코너는 너무 갚어치가 떨어져 보일 수 있을텐데?

태주 명품샾인데 미니 코너라면 희소성의 느낌도 더 강하겠죠물론작더라도 아주 고급 스럽게 꾸민다는 전제 하에.

혜린 (태주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뿌듯하다.)

준혁 (혜린에게국내 고객들의 반응 조사는 어떻게 할 겁니까워낙 고가라 무작정 입점하 는 건 위험할 거구요.

혜린 패션리더로 알려져 있는 유명연예인을 섭외해서 일반인에게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방 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거에 저희 팀원들 의견이 모아졌습니다반응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입점 단계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준혁 좋아요그럼 그 결과 나오는 대로 보고해 주세요이만 마치죠.

 

불이 켜지고 사람들 회의석상을 빠져 나간다.

혜린태주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몇마디 주고 받는다준혁이 지나쳐 가려는데

 

혜린 오빠.

준혁 ?

혜린 나 처음 무대에 서는 건데 너무 신랄한 거 아니야?

준혁 그 정돈 보통이야다 그렇게 해.

혜린 중간에 태주씨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망신당할 뻔 했잖아.

준혁 그러게 더 철저하게 준비하던가. (가려는데)

혜린 오늘 저녁 가족 모임 늦지 마.

준혁 늦을 거야. (태주에게아버님한테 말씀 드렸지?

태주 네.

준혁 이따 저녁 때 봐.

 

준혁나간다혜린과 태주 입구 쪽으로 걸어가며

 

혜린 준혁 오빠 당신한테 어때?

태주 뭐가?

혜린 일하기 불편하지 않아?

태주 불편하면 네가 네 오빠 떼내줄래?

혜린 그러고 싶은데워낙 막강한 상대라.

 

두 사람피식 웃는다.

 

 

호텔 가족 만찬룸 ()

차회장과 윤여사태주와 혜린이 식사하고 있다.

 

윤여사 난 아무래도 약혼식 장소가 맘에 안들어적어도 유니온 정도는 돼야 되지 않니?

혜린 급하게 날짜 잡느라 그런 걸 어떡해그 정도도 괜찮아얼마나 호화롭게 한다구.

윤여사 별 자랑할 것도 없는데 호화롭기라도 해야지...하는 것마다 다 맘에 안들어.

차회장 새로 발령난 부서는 어떠냐?

태주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별 어려움 없습니다.

차회장 가장 총괄적인 업무를 보는 곳이야준혁이가 도움 많이 줄 거다배울 점 많을 거야.

태주 예...

윤여사 근데 준혁이 얜 왜 함흥차사야?

차회장 늦는다고 했어바이어 접대 있다고 했던가?

태주 예.

차회장 약혼식 올리는대로 태주 넌...

 

이때노크 소리와 함께 준혁이가 들어선다.

 

준혁 (고개 숙이며늦었습니다.

차회장 그래여기 앉아라.

준혁 (문쪽을 향해들어와요.

 

곱게 정장을 차려 입은 은수가 들어선다갑작스런 은수의 등장에 경악하는 태주와 혜린.

 

윤여사 아니그 아가씬 누구니?

준혁 전에 말씀 드렸었죠교제하고 있는 사람 있다고. (은수에게인사드려요.

은수 (다소곳이 고개 숙이며처음 뵙겠습니다한은수라고 합니다.

 

고개를 드는 은수태주와 혜린 쪽을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은수의 여유 있는 시선과 태주의 충격 받은 얼굴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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