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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세라세라 12


호텔 가족 만찬룸 ()

차회장과 윤여사태주와 혜린이 식사하고 있다.

 

윤여사 난 아무래도 약혼식 장소가 맘에 안들어적어도 유니온 정도는 돼야 되지 않니?

혜린 급하게 날짜 잡느라 그런 걸 어떡해그 정도도 괜찮아얼마나 호화롭게 한다구.

윤여사 별 자랑할 것도 없는데 호화롭기라도 해야지...아유이제 와서 이런 말 한들 뭐해.

차회장 새로 발령난 부서는 어떠냐?

태주 며칠 안돼서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별 어려움 없습니다.

차회장 가장 총괄적인 업무를 보는 곳이야준혁이가 도움 많이 줄 거다배울 점 많을 거야.

태주 ......

윤여사 근데 준혁이 얜 왜 함흥차사야?

차회장 늦는다고 했어바이어 접대 있다고 했지?

태주 네.

차회장 약혼식 올리는대로...

 

이때노크 소리와 함께 준혁이가 들어선다.

 

준혁 (고개 숙이며늦었습니다. (문쪽을 향해들어와요.

 

곱게 정장을 차려 입은 은수가 들어선다갑작스런 은수의 등장에 경악하는 태주와 혜린.

 

윤여사 그 아가씬 누구니?

준혁 전에 말씀 드렸었죠교제하고 있는 사람 있다고. (은수에게인사드려요.

은수 (다소곳이 고개 숙이며처음 뵙겠습니다한은수라고 합니다.

 

고개를 드는 은수태주와 혜린 쪽을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은수의 여유 있는 시선과 태주의 충격 받은 얼굴.

 

차회장 이리들 앉아라.

 

준혁과 은수나란히 앉는다.

 

차회장 (은수를 찬찬히 보며인턴사원이라고 했었나?

준혁 이번에 정직원으로 채용됐습니다.

차회장 그럼 어느 부서에 있지?

은수 MD 사업부 1팀에 있습니다.

차회장 혜린이 너 있는데 아니냐?

혜린 네. (은수에게이 자리에서 볼 줄은 몰랐네요.

은수 (미소. (태주와 시선이 닿는다.)

태주 (시선을 피한다.)

윤여사 다들 친하겠네같이들 싱가폴도 갔다 왔잖아?

혜린 친해도 너무 친해서 탈이지.

준혁 (혜린을 본다.)

혜린 (비난의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차회장 아까 하던 얘기나 하자태주 넌약혼식 올리는 대로 우리 집으로 들어와라.

태주 ?

윤여사 아들 삼으시겠단다.

차회장 우리 식구도 단촐하고 너도 혼자 몸이니 그냥 한 식구로 살자는 얘기야.

혜린 (웃으며이럴 땐 시댁 없는 게 정말 좋다니까.

윤여사 애는 말버릇 하곤.

혜린 (태주에게 다정하게설마 그 정도에 자기 기분 상한 건 아니지?

태주 (무뚝뚝한.

혜린 거 봐이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넓은데. (태주의 딱딱한 눈치에 약간 마음 상한 듯 은수를 보고준혁을 본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은수 !

준혁 뭐가?

혜린 지난번에 아빠한테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었잖아싱가폴에선 뭐 그저 그런 걸로 보였는데그동안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궁금해서.

태주 !

준혁 (혜린을 똑바로 노려보며글쎄... (은수를 본다.) 나랑 결혼할래요?

은수 (당황한?

준혁 봤지아직 설득 중이야.

윤여사 (태주에게강서방은 왜 그렇게 못 먹어먹성 하난 좋은 거 같더니.

태주 아닙니다잘 먹고 있습니다.

혜린 (준혁에게엄마가 강서방 강서방 하는 거 애정이 철철 넘치지 않아엄마 은근히 우리 태주씨 엄청 이뻐한다놀랍지?

윤여사 쟤는 또 왜 저렇게 방정이야아주 남자 하나 땜에 좋아 죽네죽어.

태주 (불편하다물을 마시다가 은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은수 (시선 피하지 않고 미소 짓는다.) 그래서 요즘 강차장님 얼굴이 좋아지셨나 봐요아주 좋아 보여요.

태주 !

혜린 !.....당연하죠내가 또 잘 챙겨 먹이고 있거든요.

은수 (여유 있는 표정으로 혜린을 본다.)

 

태주입을 닦으며 차회장과 윤여사에게 눈인사를 하고 나간다.

혜린태주의 태도가 신경 쓰인다곱지 않은 시선으로 은수를 보는데 은수는 태연하다.

 

화장실

세수하는 태주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벽에 기대선다.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는다.

 

호텔 복도

걸어오는 차회장과 윤여사혜린태주준혁은수.

 

차회장 우린 들어갈 테니까 니들은 더 놀다 가던지.

혜린 네아빠.

윤여사 (혜린에게너무 늦지는 말고.

혜린 알았어.

 

일동차회장과 윤여사에게 인사한다출구 쪽으로 가는 차회장과 윤여사.

혜린차회장과 윤여사가 사라지자

 

혜린 (혼잣말처럼아주 써프라이즈 파티가 따로 없어요.

(화를 숨기지 않는무슨 가학취미 있니어떻게 이런 자리에...

은수 (불편한준혁에게저 화장실 좀..(자리에서 빠진다.)

준혁 (화난 듯어차피 어른들한테 한번 인사시킬 사람이었어집으로 찾아뵙는 것보다 밖 에서 뵐 때 인사드리는 게 은수씨한테 부담이 덜 될 거 같았고뭐가 잘못됐는데사 람 면전에 두고 꼭 그렇게 심한 말 해야 돼?

 

태주준혁이 말하는 동안 자리에 있기 싫은 듯 엘리베이터 쪽으로 앞서 가서 버튼을 누른다.

혜린과 준혁

 

혜린 찝찝하지도 않아?

준혁 .....

혜린 (준혁을 노려본다.) 그거 사랑이니오기니?

준혁 (혜린을 본다.) 넌 뭔데?

혜린 !

준혁 너랑 별반 다르지 않아.

 

태주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혜린 쪽을 향해

 

태주 안 가?

 

혜린준혁을 확 노려보고는 엘리베이터에 다가가 탄다.

 

화장실

은수손을 씻다가 멈추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잠시 본다.

물을 잠그고 거울을 보는 은수심호흡을 한다.

마음을 굳게 먹으려는 듯 입을 꼭 다문다.

 

복도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준혁.

나오는 은수를 보고 다가간다.

 

준혁 (걱정스러운괜찮아요?

은수 .....

준혁 마음 상했죠?

은수 아뇨. (애써 웃는정말 괜찮아요.

 

은수앞장서 걸어간다준혁걱정스런 얼굴로 은수를 따른다.

 

도로 태주의 차 안

태주와 혜린굳은 얼굴이다.

 

혜린 우리 한잔 할래?

태주 (무뚝뚝한됐어.

혜린 (태주를 본다.)

태주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딱딱한내일 일찍 출근해야 돼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오 늘은 그냥 들어가.

혜린 .....

 

혜린잠시 침묵하고 창 밖을 보다가

 

혜린 당신 괜찮아?

태주 .....

혜린 괜찮냐구.

태주 .....

혜린 (태주 보며태주씨괜찮냐니까?

태주 (날카로운너 의사라도 돼왜 시도 때도 없이 괜찮냐안 괜찮냐 물어괜찮거 든이제 그 질문 좀 제발 좀 그만해라.

혜린 왜 신경질 내고 난리야?

태주 내가 언제?

혜린 괜찮지 않잖아지금!

태주 그만 좀 하자.

혜린 괜찮은 사람이 중간엔 왜 나갔니?

태주 사람이 화장실도 못가?

혜린 얼굴 하얘져서 뛰쳐나가는 거 내가 못 봤는 줄 알아?

태주 .....

혜린 그 여자 얼굴 보니까 그렇게 미치겠든?

태주 그만 하라고 했지너 자꾸 사람 피곤하게 굴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른다.

 

혜린 겨우...겨우 진정했단 말이야사무실에서 마주치는 거... 다 견디기로 마음먹었는데... 오늘 그 자리에서 보니까 또 숨이 막히잖아자꾸만 조여드는 기분이야.

태주 .....

혜린 미안해... 당신 피곤하게 해서.

태주 .....

혜린 참을께그래괜찮을 거야다 견딜 수 있어..... 당신만 날 떠나지 않으면 돼.

태주 .....

 

호텔바

은수와 준혁마주 앉아 있다.

 

준혁 힘들지 않았어요?

은수 생각보단 별로사실 재벌 회장님이라고 해서 엄청 겁 먹었었거든요그런데 역시 사 람은 다 똑같나 봐요별로 안 무섭더라구요.

준혁 (웃는다.)

은수 특히 어머님은...좀 재밌어 보이시던데... 살짝 우리 엄마랑도 비슷해 보이고.

준혁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하는 은수를 본다.)

은수 왜 그러세요?

준혁 그냥... 은수씨가 좀 달라보여서요.

은수 .....솔직히강태주씨랑 차혜린씨 얼굴 맞대는 거 편하진 않았어요.

준혁 !

은수 하지만 지난 일이 지운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구 자꾸 거기 연연해서 되새 기는 것도 미련한 짓이잖아요아무렇지 않게 대하다 보면 결국 아무렇지 않은 사람 들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준혁 은수씨 생각보다 강하네요.

은수 네제가 머리통만 딴딴한 게 아니거든요.

 

두 사람마주보고 웃는다술을 마시는 은수.

준혁은수의 태연하고 씩씩한 모습이 안간힘으로만 보여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

 

은수네 오피스텔 근처 부동산 소개소 (다른 날)

태주업자에게 오피스텔 키를 내민다.

 

태주 집 열쇠거든요집 보러 오는 사람 있으면 이쪽에서 알아서 보여주세요.

업자 그 집엔 사람이 아예 안사나요?

태주 예비어 있습니다.

업자 아무 때나 둘러볼 수 있고 좋겠네요.

태주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태주나간다.

 

부동산 소개소 앞 길

태주몇걸음 걸어가다가 망설이듯 주변을 서성인다.

 

은수네 오피스텔

은수, 11부에서 찍었던 매장 사진들을 보며 뭐라 노트하고 서류들을 살피는 등 열심이다.

지수만화책을 읽다가 한숨을 쉬며 은수를 본다.

 

지수 갑자기 일벌레가 된 거야일요일까지 집에서 회사 일 하는 거정말 너무 낯선 풍경 이야.

은수 내일까지 보고서 제출해야 한단 말이야신입이 첫판부터 눈 밖에 날 순 없잖아.

지수 연애가 무섭긴 무서운가 봐사람이 저리 변할 순 없어.

은수 내가 할 일 하는 거 뿐이거든호들갑 좀 떨지 마라.

지수 나... 진짜로 진짜로 궁금해 주겠는데 지금껏 꾹 참았던 게 있거든.

은수 뭔진 모르지만 안 듣고 싶다.

지수 언니 그 때 태주 아저씨 막 싫다면서 새로 사귀는 사람 있다고 했었잖아그거 유령인 물이야실존인물이야은수 네가 없는 거 만들어 내는 성격은 아니잖아.

 

이때은수의 핸드폰이 울린다액정을 본 은수의 표정이 굳어진다.

 

은수네 오피스텔 로비

태주통화 중이다.

 

태주 잠깐이면 돼나 지금 여기 와 있어.

은수(f) 그냥 지금 얘기해요.

태주 전화로 할만한 얘기 아니야.

은수(f) 나 바빠요.

태주 잠깐도 시간 못 내주냐?

은수(f) .....

태주 옥상으로 와기다리고 있을께.

 

태주전화 끊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은수네 오피스텔 옥상

태주벤치에 앉아 있다잠시 후 은수가 등장한다.

태주인기척에 고개 돌려 은수를 본다.

 

태주 왔구나.

은수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예요?

태주 집 때문에 왔다가.....

은수 .....

태주 (은수를 본다.) 회사 일은 할만해?

은수 네.

태주 신입이라 이것저것 많이 시키지?

은수 네.

태주 .....혜린이가 힘들게 하지 않아?

은수 !.....회사 생활이 그 정돈 다 힘들죠.

태주 .....

은수 할 얘기가 뭐예요?

태주 .....

은수 강차장님.

태주 신준혁이랑... 잘 지내?

은수 그럼요.

태주 언제부터...(말을 멈춘다.) 아니다...

은수 좋은 사람이에요.

태주 !

은수 날 많이 위해줘요.

태주 !...(끄덕인다.) ...그래...

은수 (힘없이 고개 끄덕이는 태주를 잠깐 야속한 시선으로 본다.)

태주 .....

은수 그거 물어보러 온 건 아니죠?

태주 (은수를 본다.) 회사 말인데다른 데로 옮기는 거 어때?

은수 !

태주 내가 알아봐 줄 수 있어지금이랑 비슷한 조건으로...

은수 왜요?

태주 .....

은수 회사를 왜 옮기라는 거예요?

태주 너 힘들잖아.

은수 안 힘들어요.

태주 억지 부리지 마.

은수 억지 아니예요.

태주 혜린이가 많이 괴로워해.

은수 !

태주 그런데 네가 아무렇지 않다는 게 말이 돼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데?

은수 그래서... 그 여자 괴로워하지 않게 나보고 회사 나가라구요?

태주 !

은수 그 여자 걱정돼서 여기까지 쫓아와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태주 그런 게 아니라...

은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어떻게 당신들 입장만 생각해?

태주 은수야..

은수 당신들 신경 쓰인다고 나보고 꺼지란 얘기 아니야.

태주 네가 제일 힘들잖아너보다 더 힘든 사람 누가 있어!

은수 !

태주 그러니까 그렇게 안간힘 쓰면서 살지 말라구도저히 네 모습 못 보겠어.

은수 핑계 대지 말아요.

태주 핑계 아니야.

은수 .....고마워서 어떡해요강차장님이 이렇게 내 걱정도 해주시고.

태주 은수야.

은수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당신이 뭔데 내 이름 그딴 식으로 불러!

태주 !

은수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나 안간힘 쓰는 거 아니예요.

태주 .....

은수 나랑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힘들 리가 없잖아요그러니 안간힘 쓸 이 유도 없죠안 그래요?

태주 .....

은수 당신 기준대로 판단하려고 하지 말라구요. (돌아서는데)

태주 미안해.

은수 .....

태주 너랑 얘기하면... 예전부터 이상하게... 왜 자꾸 꼬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은수 .....

태주 마음 상하게 하려던 거 아니었어미안해..... 미안해요한은수씨.

은수 (돌아본다.) 들어가세요강차장님.

 

은수간다.

태주가는 은수를 보다가 벤치에 앉는다마음이 무겁다.

 

연립주택 내부

집안 구조를 돌아보고 있는 경진과 호영부동산 업자.

경진얼굴 가득 설레임이 가득하다.

 

호영 어떠세요어머니?

경진 아유좋네아주 아담하니 있을 거 다 있고방도 세 개나 되고.

호영 그럼 이 집으로 할까요?

경진 (망설이는정말로 좋긴 한데... 내가 딱 살고 싶었던 그런 집이긴 하네.

 

경진좋기도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걸리는 듯 아쉬운 시선으로 집안을 둘러본다.

 

업자 아무리 급매라도 이만한 집을 이 가격으로 사는 건 정말 횡재죠이 집 주인이 아주 사정이 급했거든요빨리빨리 결정하시는 게 유리할 겁니다일단 계약부터 딱 해서 먼저 찜해놓는 게 현명한 거다이거죠.

경진 (호영을 보며아무리 그래도 말야이렇게 집 한 채를 떡하니 받는 건...좀 그렇지 않 을까?

 

동네 수퍼 앞 파라솔

경진과 호영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호영 왜 또 이제 와서 이러십니까?

경진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이건 규모가 너무 크잖아.

호영 다른 거 말고 지수만 생각하세요몸도 성치 않은 애 데리고 아무 데나 가서 살 수 있 습니까?

경진 난 아무래도 이해가 안가그 사람 말이야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까지 하냐구.

호영 은수씨랑 그렇게 헤어지고 갔는데 마음이 많이 안좋았겠죠게다가 동생도 그렇게 돼 고...

경진 우리 은수한테 아직 마음이 있는 거지?

호영 예?

경진 난 말이지혹시나 그 사람이 딴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

호영 무슨 말씀이신지...

경진 남자들 그런 거 있잖아괜히 버리긴 아까우니까 어떻게 얼러서 옆에 두려고 말야...

호영 아태주 그런 놈 아닙니다그 정도는 아니예요그 놈절대로 은수씨 모르게 하라는 거 보면 모르십니까.

경진 아니 그럼 도대체 뭐냐고...

호영 그냥 순수하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세요그 놈이 지수 생각도 얼마나 하는데요아픈 애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당연히 돕고 싶지 않겠어요?

경진 .....

호영 자선복지사업... 딱 그거다맘 편히 생각하시라구요.

경진 자선복지...

 

은수네 오피스텔 ()

은수놀란 눈으로 경진과 지수를 번갈아 본다.

은수방금 퇴근한 듯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은수 갑자기 집을 구했다니요?

지수 한 10년째 연락 끊고 있는 엄마 이종사촌 있잖아엄청 부자라는연락이 닿았대.

경진 내가 죽게 생겼는데 자존심이고 뭐고 있니...그래두 야 핏줄밖에 없더라그 구두쇠 양반이 우리 지수 얘기랑 집 얘기 듣더니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라구.

은수 엄마랑 사이 나쁘다고 하지 않았어요?

경진 세월이 그만큼 지나고 나니까 이젠 뭐 사이좋고 나쁘고도 없더라구그게 인생인 거 야살다보면 다 같이 불쌍하고 다 같이 서러운 거.

지수 늙으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게 맞긴 맞나봐.

경진 무슨 말이냐?

지수 10년 전에 엄마랑 갈라선 이유가 엄마가 빚지고 떼먹어서 그런 거 아니었어그런 데그러고 10년만에 불쑥 나타난 엄마한테 그런 거금을 빌려줬다는 게 좀 그렇잖아사람이 변하지 않고서야 불가능이라고 봐나는 (경진의 눈길을 보고왜 그런 눈으로 봐?

경진 네 심장이 네 입만큼 팔팔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 생각했다.

은수 믿어지지가 않아요그건 정말 큰 돈이잖아요.

경진 그러게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는 거지.

은수 이사는 언제 갈 수 있는 거예요?

경진 거기 사는 사람들이 이 달 안으로 빠진다고 했으니까 이 달 말일 경엔 갈 수 있을 거 야.

은수 .....(한시름 놓인다.)

경진 왜 그러니?

은수 갑자기 자꾸 좋은 일만 생겨서... 기분이 이상해요.

경진 ...(걸리는아유, (수건을 챙겨들며난 오랜만에 때나 박박 밀어야겠다.

 

경진욕실 쪽으로 간다.

 

지수 요즘 보면 우리 지여사 참 능력 있어.

은수 (기쁜정말 잘됐다그치?

 

백화점 사무실B, 회의실 (다른 날)

혜린과 팀장은수다른 직원2명 정도가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혜린 (서류를 살펴보며중저가 캐쥬얼 샾 규모를 축소하는 건 결정이 된 거고.., 남는 공간 을 위한 새 입점 계획은요?

팀장 소라직물에서 나온 폴리라는 캐쥬얼 브랜드를 검토 중인데나온 지 3주 밖에 안됐는데도 소비자 반응이 아주 좋아서 현재 유력하게 밀고 있습니다.

혜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른 후보 브랜드 두 세군데 더 물색해 보세요.

팀장 예.

혜린 (다음 서류를 뒤적인다.) 매장 내 매대 판매 위치를 개선해 보자신입 보고서가 재밌 네요.

은수 .....

혜린 각 브랜드 샾 사이 자투리 공간에 매대를 설치하자는 건데, (은수를 본다.) 한은수씨이런 생각을 한 이유가 뭐죠?

은수 고객의 쇼핑동선을 다양하게 유도하기 위해섭니다매대를 브랜드 샾 사이에 군데군 데 설치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 효과가 나지 않을까 해서요.

혜린 좋은 의견이긴 한데 자칫 매장 전체가 산만해질 우려가 있어요쇼핑 동선에는 집중 도라는 것도 필요하거든요같은 종류의 상품들을 집중해서 배치하는 이유가 그 때문 이죠.

은수 .....

혜린 어쨌든 단순 보고서가 아니라 문제점과 해결방안까지 제시한 적극성은 칭찬할만 하 네요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해주세요한은수씨.

은수 네.

혜린 이만 회의 마치죠.

은수 (일어서려는데)

혜린 한은수씨는 잠깐 남을래요?

은수 (다시 앉는다.)

 

직원들 나가고

 

혜린 그날내가 심하게 말했던 거 사과할께요.

은수 .....

혜린 생각지도 않게 은수씨가 와서 당황해서 그랬어요.

은수 네이해해요.

혜린 어쨌든 우리는 계속 얼굴 보고 일할 사람들이에요그쵸?

은수 네.

혜린 솔직히 은수씨에 대해 껄끄러운 마음 있는 거 사실이에요은수씨도 그럴 거고그런 데.., 이제 우리 그러지 말아요.

은수 .....

혜린 은수씨랑 나서로 원하든 원치 않든 인연 있는 사람들인 건 확실한 거 같아요그러 니까 그 인연인정하고 가자구요.

은수 차이사님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저도 맘이 편하네요.

혜린 은수씨도 동감하는 거예요?

은수 누구보다 회사 생활 잘 하고 싶어요당연히 차이사님과도 잘 지내고 싶구요서로 얽 힌 게 있긴 하지만 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요.

혜린 그렇죠.

은수 먼저 이런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열심히 할께요.

 

두 사람미소 짓는다.

 

사내 식당

혜린과 태주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태주 샤샤 매출 현황이랑 고객 분포를 분석해 봤는데 아무래도 자체 브랜드로 흡수시키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야.

혜린 .....

태주 사내에 관리팀이 있으니까 네가 이쪽 일 하면서 관여하기도 쉬울 거고.

혜린 준혁오빤 거기 대해 뭐래?

태주 노코멘트야나보고 다 알아서 하래.

혜린 참 나조언 좀 해주면 어때서은근히 속 되게 좁다니까.

태주 (피식 웃는다.)

 

혜린테이블에 앉으려다가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은수를 발견한다.

 

혜린 어은수씨!

은수 !

 

혜린은수 앞에 앉는다태주당황한다.

 

혜린 왜 혼자 먹어요? (태주에게뭐해안 앉고.

태주 (할 수 없이 앉는다.)

은수 매장 돌다가 시간을 놓쳤어요이사님도 점심이 좀 늦으시네요?

혜린 난 이 사람이랑 시간 맞추느라구요준혁오빠라도 불러서 같이 먹지 그랬어요?

은수 회사 내에서 사람들 눈도 있는데 그럴 순 없죠.

혜린 하긴사내 커플이면 그런 고충 있겠다. (태주에게그러고 보면 우린 참 편해아예 다 공개하고 나섰으니까.

태주 .....(물을 마시려는데)

혜린 (물컵 뺏으며그 버릇 좀 하지 말라니까.

태주 물도 맘껏 못 먹냐?

혜린 밥 먹는 중간에 물 먹는 거 속 버린다고 몇 번 말했니?

은수 그럼 식사들 하고 오세요저 먼저 일어날께요.

혜린 가요그럼.

 

은수간다.

 

혜린 봐서 알겠지만 은수씨랑 나잘 지내기로 했어.

태주 (본다.)

혜린 그러니까 당신도 담담하게 해내 앞이라고 괜히 경직되지 말고괜찮으니까.

태주 마음 다 가라앉힌 거야?

혜린 고민하고 신경 쓴다고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사실서로들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닌 데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싶어.

태주 .....

혜린 나 노력하는 거 눈에 보이지?

태주 응.

혜린 (웃으며알아주니 고맙다.

 

식사하는 두 사람.

 

사무실B

사무실에 들어서는 은수자리에 앉는다아직 점심시간이라 직원들 몇 명만 있다.

은수좀 전에 봤던 혜린이가 태주의 물컵을 뺏는 장면을 떠올린다씁쓸하다.

생각을 떨쳐내자 싶은 듯 서류를 뒤적이며 컴퓨터를 켜는데 은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준혁의 사무실

준혁통화 중이다.

 

준혁 점심은 먹었어요? ...구내 식당이면 별로 맛 없었겠네... 난 지금 매장 둘러보고 외부 에 사람 만나러 가야 돼요저녁에 일 일찍 끝날 거 같은데시간 어때요? ...오늘은 좀 특별한 걸 해보죠은수씨가 생각해 봐요뭘 하면 좋을지.

 

사무실B

은수통화 중이다.

 

은수 네그럼 이따가 봐요.

 

전화 끊는 은수일을 하려다가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백화점 명품관 매장

매장에서 쇼핑하는 윤여사블라우스를 살펴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윤여사 (전화 받는그래. (점원이 가져다 주는 쇼핑백을 받으며쇼핑은 다 했어뭘 많 이 사그냥 필요한 거 몇 가지 샀지얘는 엄마를 뭘로 보는 거야?

 

백화점 사무실B, 혜린의 방

혜린통화 중이다.

 

혜린 쇼핑하면 엄마 아니야새삼스레 발끈하시긴나 안나갔다고 삐진 건 아니지?.....

핑계가 아니라 정말로 일이 많았거든계속 회의에 업체 미팅에...

 

백화점 명품관 매장

윤여사 아이구아이구됐어누가 너더러 나와 달라 사정했어? (점원에게 목례하며 옷매장을 나온다.)

 

매장을 나와 엘리베이터 쪽을 향해 걸어가는 윤여사쇼핑백 몇가지를 들고 있다.

 

윤여사 강서방이랑 같이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와서 저녁이나 먹어방이랑 다 꾸며놨으니 둘 러도 보고 그래야지그래.

 

윤여사전화를 끊다가 윤여사 쪽으로 오고 있는 최이사와 준혁을 보고 깜짝 놀란다.

마주치는 세사람.

 

최이사 어이구이런데서 뵙네요오랜만입니다.

윤여사 (꺼림칙한...안녕하셨어요? (준혁을 미심쩍인 시선으로 보는여긴 웬일이니?

최이사 새로 입점한 브랜드들이 있다고 해서 신상무랑 같이 좀 둘러봤습니다신상무 덕분에 오랜만에 매장 구경 해보니까 한창 일할 때가 생각나서 아주 기분이 좋네요. (준혁의 등을 두드리며잘 봤다.

준혁 예.

최이사 (윤여사에게전 이만.., 선약이 있어서요.

윤여사 예...(고개 숙여 인사한다.)

최이사 (준혁에게다음에 또 보자구.

준혁 예. (인사한다.)

 

최이사간다.

 

준혁 쇼핑하러 오셨나 보죠?

윤여사 어..

준혁 혜린이라도 불러서 같이 하시지 그랬어요?

윤여사 일하는 애를 뭣하러 부르니. (앞장서 걸어간다.)

 

준혁윤여사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는 두 사람.

 

엘리베이터 안

준혁과 윤여사윤여사영 미심쩍은 얼굴이다.

 

윤여사 너 언제부터 최이사랑 그렇게 친해졌니?

준혁 (윤여사를 본다.)

윤여사 아니 좀 그렇잖아혜린 아빠랑 껄끄러운 거 뻔히 알면서... 틈만 나면 너한테 주의 줬 던 거 몰라?

준혁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분인데 안면몰수할 순 없지 않습니까저한텐 윗사람이기도 하 구요.

윤여사 난 정말 네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아니알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거 같아그렇 게 말을 했는데 왜 딴 짓을 해?

준혁 어머니는 왜 그렇게 절 못마땅해 하시는 겁니까?

윤여사 (당황하는..?

준혁 전부터 계속 궁금했어요도대체 무슨 이유로 절 싫어하시는지.

윤여사 아니 내가 언제...

준혁 제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꺼림칙하셨던 겁니까?

윤여사 ! (깜짝 놀란다.)

준혁 항상 궁금했었는데이제 조금은 어머니를 이해할 거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 린다윤여사에게 인사하며들어가십쇼.

 

준혁나간다윤여사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혜린네 집 거실 ()

차회장과 윤여사차회장놀란 얼굴로 윤여사를 본다.

 

차회장 준혁이가 그런 말을 해?

윤여사 내가 없는 말 지어내요그 말을 하는데 아주 기운이 서늘해지는 게 아꼭 내가 무슨 죄인이라도 된 거 같더라니까.

차회장 .....(불안하다.)

윤여사 최이사 그 양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걔한테 그런 소릴 한 거야도대체 뭐 득될 게 있다구.

차회장 그 아이가 기억을 찾은 거 같진 않고?

윤여사 기억을 찾았다면 찾았다고 말을 했겠죠.

차회장 .....

윤여사 애가 정말 정나미가 안 가아무리 그렇다고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건 어딨냐구 요우리가 일부러 숨겼나지 충격 받을까봐 쉬쉬한 거지?

차회장 .....

윤여사 (생각난혹시 최이사 그 사람뭐 좀 이상하게 왜곡해서 얘기한 건 아닐까요?

차회장 !?

윤여사 준혁이 눈치가 영... 왠지 적대시하는 거 같기도 하구...

차회장 !

 

이때혜린과 태주가 현관에 들어선다.

 

혜린 다녀왔습니다!

 

혜린과 태주소파 쪽으로 다가온다.

 

태주 안녕하셨습니까.

윤여사 어그래이리들 앉어.

혜린 (자리에 앉으며그런데 엄마 아빠 분위기 왜 이래?

윤여사 (태주에게강서방.

태주 네?

윤여사 요즘 준혁이 혹시 이상한 눈치 안보이던가?

태주 무슨 말씀이신지.

차회장 웬 또 쓸데없는 소리야?

윤여사 아니 좀 물어보면 어때서요?

차회장 괜히 입방정 떨고 그러지 말어! (불쾌한 얼굴로 일어나 나간다.)

윤여사 저 양반이 애들 앞에서...

혜린 갑자기 준혁 오빤 왜무슨 일 있어요?

윤여사 아유 몰라! (일어나 주방쪽으로 향하며 혼잣말로그러게 내가 첨부터 싫다그랬잖아걔는검 은 머리 짐승은 집안에 들이지 말라는 옛말이 아주 딱이라니까.

혜린 뭐야다들 왜 저러시지?

태주 방이나 좀 보자.

 

태주의 방(전 준혁의 방)

새로 인테리어 된 방이다둘러보는 태주와 혜린.

 

혜린 어때?

태주 생각보다 넓네.

혜린 준비는 다 됐는데언제 들어 올 거야?

태주 주말에나 시간 나니까그 때 옮기지 뭐근데 누가 쓰던 방이야?

혜린 준혁 오빠.

태주 !

혜린 (태주 눈치 보고... 기분 나뻐?

태주 그런 게 무슨 상관이라구.

혜린 당신은 까다롭지 않은 거 하난 진짜 맘에 들어엄마도 그래서 당신 좋아하나 봐준 혁오빠 대할 때랑 영 다르시거든.

태주 (혜린을 본다.)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어머니가 너네 오빠 못마땅해 하는 거야?

혜린 설마 그건 아니겠지사실 미스테리야엄마가 오빠를 왜 싫어하는지는.

태주 한번 여쭤보지 그랬어?

혜린 속을 알 수 없어서 싫대... 나한텐 그게 너무 외로워서 움츠러든 걸로 보이던데... 사 람 마음이 다 다른가 봐.

태주 (혜린을 본다.)

혜린 왜?

태주 아직도 마음 있냐?

혜린 (웃는다.) 질투 하는 거야?

 

태주피식 웃으며 몸을 돌려 장식품을 무심히 만지작거린다혜린뒤에서 태주를 안는다.

 

혜린 기분 좋은데당신이 질투도 해주고.

태주 .....

 

도로준혁의 차 안

준혁과 은수.

 

준혁 생각해 봤어요?

은수 네?

준혁 뭐 할지 생각해 보라고 했잖아요안했어요?

은수 .....유람선 타고 싶어요.

준혁 유람선그건 생각지도 못했네.

은수 서울 와서 제일 타보고 싶었던 건데 못 타봤거든요.

준혁 잘 됐네요나도 못타봤는데.

은수 정말이요?

준혁 이런 걸 두고 서울 촌놈이라고 하는 거예요나 같은 사람 많아요서울에.

 

유람선 선착장

은수선착장에 서 있다저 멀리 배가 오는 것을 보고 있다.

<인터컷-5>

태주가 은수 손을 끌며 선착장으로 달려가는 모습.

선착장에 도착해서 망연히 멀어져가던 배를 보던 그들.

 

표를 사들고 준혁이 다가온다.

 

준혁 (표를 내밀며자요.

 

표를 받는 은수배가 도착한다.

 

유람선

준혁과 은수난간에 서서 한강 풍경을 보고 있다.

 

준혁 맨날 보던 한강도 이렇게 보니까 색다른 맛이네.

 

<인터컷-5>

태주 그만 좀 뿔어 있지유람선 그거 하나도 재미없다니까한강 구경하고 싶은 거라며여기서도 잘 보이잖아실컷 봐.

 

준혁생각에 잠겨있는 은수를 본다.

 

준혁 무슨 생각해요?

은수 예전에 누가 그랬거든요유람선 그거 하나도 재미없다고한강 보는 거 다 똑같다고그런데... 아주 재밌어요이렇게 보는 한강도 전혀 다르고.

준혁 누구예요그런 소릴 한 사람이.

은수 억울할 뻔 했어요그 말만 믿고 평생 유람선 한번 못타볼 뻔 했잖아.

준혁 .....

은수 (준혁을 보며 웃는다.) 고마워요나 억울하지 않게 해줘서.

 

두 사람나란히 한강을 바라본다.

 

준혁 혜린이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한번도 그 가족 일원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은수 .....

준혁 눈 앞에 가족을 보면서도 그 속에 낄 수 없는 심정이 어떤 건지 짐작이 가요?

은수 .....

준혁 나중에 성인이 되면 나도 빨리 가정을 가져야지그 생각하면서 자랐어요어쩌다가 이 나이까지 지금 이러고 있지만.

은수 .....

준혁 은수씨랑 가족이 되고 싶어요.

은수 !

 

준혁은수를 돌아본다은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끈다.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는 준혁은수의 팔에 끼려고 하는데 은수움츠리며

 

은수 상무님전 아직...

준혁 오해하지 말아요프로포즈하는 거 아니니까.

은수 ?

준혁 애인한테 이 정도 선물은 해줄 수 있잖아요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으 라는 얘기예요.

은수 .....

 

준혁은수 팔에 팔찌를 끼워준다.

 

준혁 잘 어울리네요.

은수 .....

준혁 이거 끼워주기 참 힘들었네... (은수를 본다.) ...사랑해요.

은수 !

 

부드럽게 은수를 포옹하는 준혁.

 

백화점 사무실차회장실 (다른 날)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 차회장.

전화벨이 울린다버튼을 누르면

 

여비서(e) 회장님상무님 오셨습니다.

차회장 들어오라고 해.

 

차회장일어나 소파 쪽으로 가는데 준혁이 들어선다.

 

차회장 거기 앉아라.

준혁 (차회장 앞에 앉는다.)

차회장 혜린이 에미한테 얘기 들었다.

준혁 .....

차회장 어떻게 알게 됐니?

준혁 최이사님한테 들었습니다.

차회장 다른 건 들은 거 없고?

준혁 !

차회장 (준혁의 눈을 똑바로 본다.) 사고 현장에 네가 있었다는 얘기는 안하더냐?

준혁 !.....하셨습니다.

차회장 .....서운했던 거냐?

준혁 놀랬습니다화도 났구요.

차회장 화가 났다구?

준혁 제 아버지 일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다니... 화가 나는 거 당연하잖습니까.

차회장 난 네가 끝까지 몰랐으면 했다.

준혁 .....

차회장 좋지도 않은 일 알아봤자 마음에 상처만 되니까네가 날 비난해도 할 수 없어내 생 각엔 변화 없다.

준혁 .....

 

준혁차회장의 당당한 태도에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내색하지 않는다차회장도 준혁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무엇이 있음을 직감하지만 역시 내색하지 않는다.

 

차회장 최이사가 무슨 생각으로 너한테 그런 말을 했는진 모르겠다만...

준혁 .....

차회장 네가 다른 사람 농간에 흔들릴 만큼 어리석은 놈은 아니니 더 이상 말은 안하마.

준혁 .....

차회장 널 믿어도 되겠지?

준혁 그런 말씀 하시니 좀 불편하네요그만한 일로 제가 아버님을 배신이라도 하겠습니 까?

차회장 !

준혁 저아버님 아들 아닙니까항상 말씀하셨듯이.

차회장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그럼 가서 일 봐라.

 

차회장일어난다준혁 일어나 목례하고 나간다.

차회장착잡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는다.

 

최이사 사무실

서류 봉투를 준혁 쪽으로 밀어주는 최이사.

준혁말없이 봉투를 열어 서류를 훑어본다.

 

최이사 각 임원들이 소유한 보유주식 현황이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준혁 일단 사람에 대해 알아봐야죠.

최이사 거기 너 모르는 사람 없어.

준혁 얼굴 아는 거야 의미가 없죠그 사람이 원하는 것과 취약한 게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할 겁니다사람 마음을 움직이려면그게 기본이니까요.

 

최이사믿음직스럽다는 듯 준혁을 본다.

 

백화점 사무실 영업기획팀 회의실

혜린과 태주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

 

태주 백화점 매장은 그대로 있을 거고의상실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혜린 오래된 단골 고객들은 대부분 의상실에서 거래하고 있어그래서 계속 유지하려구샤샤의 탄생지이기도 하구.

태주 서류 처리는 거의 다 된 거 같아예전과는 많이 다를 거라는 거 알지?

혜린 무슨 말이야?

태주 전처럼 네가 나서서 전권을 휘두를 순 없다구.

혜린 그 정돈 알아.

태주 네 성질에 또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며 간섭하고 잔소리할까봐 그러는 거지이젠 네 개인 브랜드 아니니까 조심해같이 일하는 사람들 아주 피곤해져.

혜린 (살짝 노려본다.) 내 성질이 그렇게 이상하니?

태주 노말한 편은 아니지본인도 알 거 아냐?

혜린 그만 두자.

 

태주피식 웃는데 태주의 핸드폰이 울린다전화 받는 태주.

 

태주 네...아버님.

혜린 (의아한 눈길로 본다.)

태주 아뇨괜찮습니다알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혜린 아빠가 웬일이야?

태주 오늘 저녁 술 한잔 하시자는데?

혜린 어떡하지저녁 때 예복 찾으러 가야 되는데.

태주 넌 떼놓고 오라셔.

혜린 뭐?

태주 남자들끼리 한잔 하고 싶으신가 보지.

혜린 당신이 아빠 눈에 든 거 보면 참 희한해.

태주 내가 원래 남자들한테도 먹히는 매력이거든.

혜린 (웃는다서류 챙기며 일어나며예복은 나 혼자 가서 찾을께자기 오피스텔에 가 있 을 테니까 아빠 만나고 오면 같이 입어 보자.

태주 응.

 

두 사람나간다.

 

한식집 방 ()

태주와 차회장태주차회장에게 술을 따라준다.

 

차회장 혜린이 건사하는 거 보통 일이 아니지?

태주 (웃는다.) 쉽진 않습니다.

차회장 겉은 송곳처럼 뾰족해도 속은 여린 애야알고 보면 속정도 깊고.

태주 잘 알고 있습니다.

차회장 그러고 보면 네가 여자 다루는 거 하난 타고난 놈인가 보다난 내 딸이 누구한테 그 렇게 고분고분하게 구는 건 첨 봤거든.

태주 (웃는다.)

차회장 (태주에게 술을 따라 주며준혁이랑은 좀 어떠냐?

태주 ?

차회장 불편하진 않냐?

태주 형님이 그렇게 살가운 성격은 아니니까요조금 어렵긴 합니다.

차회장 그 놈 속도 편하진 않을 거야네가 들어오고 나서 자기 위치가 어정쩡해진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태주 .....

차회장 준혁이를 잘 살펴봐라.

태주 ! (매우 당황스럽다.)

차회장 워낙 철저한 놈이니 빈구석 찾기는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더욱 경계를 해야지.

태주 !

차회장 그런 놈이 한번 들고 일어서면 그 파장이 아주 무섭거든.

태주 ! (예상치 않은 말에 혼란스럽다.)

차회장 혜린이한테는 이런 거 내색하지 말고.

태주 ....

차회장 약혼식은 그냥 조촐하게 할 생각이라고?

태주 가족들만 모인 자리에서 말 그대로 결혼을 약속하는 정도로 하자는 게 혜린이와 제 생각입니다어른들께서는 서운하실지 모르겠지만...

차회장 아냐됐어집사람만 아니면 나도 약혼식 같은 거 뭐 필요하나 싶은 사람이야번거 로운 것보단 낫다.

태주 .....

차회장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평생을 함께 한다는 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태주 .....

차회장 게다가 너희들 결합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사실 내가 걱정이 좀 많다.

태주 심려 끼쳐 드렸던 점 죄송합니다하지만 혜린이랑 저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열심히 잘 살 겁니다.

차회장 사는 게 다 그렇다열정이야 잠깐 그 때 뿐이지스며들 듯 정 붙이며 사는 거그게 진짜야미운 정 고운 정 실컷 쏟아내면서 잘 한번 살아봐.

태주 .....

 

新 태주의 오피스텔

오피스텔에 들어서는 태주를 혜린이가 맞는다.

 

혜린 생각보다 빨리 왔네.

태주 (겉옷을 벗으며 소파에 앉는다.)

혜린 술 많이 했어?

태주 아니.

혜린 아빤 무슨 일로 당신 보자고 한 거래?

태주 그냥 술친구.

혜린 옷 저기 걸어놨어지금 입어볼래?

태주 이따가.

혜린 피곤해 보인다?

태주 어른 상대 하는 자리 힘들잖아.

혜린 당신도 힘든 게 있어?

태주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향하며내가 무슨 싸이보그냐.

 

태주물을 마시다가

 

태주 형님 말야.., 아버님 회사 직원 아들이라고 했지?

혜린 갑자기 그건 왜?

태주 뭣 때문에 아버님이 형님을 거두신 건가 해서.

혜린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네난 아빠가 준혁 오빠한테 한 눈에 반한 게 아닌가 싶어아 들 한명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오빠가 눈에 딱 들었던 거지.

태주 그건 좀 억지다.

혜린 그거 외엔 도저히 설명이 안되거든처음부터 오빠한테 얼마나 끔찍하셨는데나랑 엄마가 질투가 날 정도였다니까한 때 난 아빠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 아닐까 생각 한 적도 있었어.

태주 정말로 그렇게 끔찍하셨다면 사윗감으로는 왜 반대하신 거야?

혜린 !

태주 이상하잖아.

혜린 당신과 나 사이에 그런 얘기 하는 거 불편하다는 생각 안 들어?

태주 .....

혜린 지킬 건 지키자우리.

태주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경계하고 피할 거까진 없잖아.

혜린 .....

태주 난 괜찮으니까 괜히 불편해 하지 말라구.

혜린 처음부터 아들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위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하셨어근데 난그 건 핑계라고 생각해.

태주 ?

혜린 내 결혼을 통해서 사업적인 도약을 원하셨거든.

태주 그래서 정략결혼 얘기가 나온 거야?

혜린 응준혁오빠야 당연히 아빠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할 사람인데 굳이 사위로까지 맞아 서 붙잡을 이유가 없잖아준혁오빤 준혁오빠대로나는 나대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써먹자그게 아빠 생각이었을 거야.

태주 너무 비정한 거 아니야?

혜린 그게 현실이야이런 집 생각보다 많아.

태주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네.

혜린 (웃는다.) 내가 망나니 역할 제대로 해서 얻은 소득이지무엇보다 우리 아빠비정한 사업가 이전에 결국은 내 아버지였던 거고.

태주 .....

혜린 그런데 갑자기 준혁 오빠 얘기는 왜 하는 거야?

태주 .....그냥.

혜린 오빠랑 당신물론 서로 좋은 감정일 리 없다는 건 아는데되도록이면 잘 지냈으면 좋겠어.

태주 .....

혜린 어쨌든 가족과 같은 사람이야.

태주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혜린 무슨 소리야?

태주 ...그냥 해본 말이야... 사람 속이라는 거 정말 모르겠다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들어.

 

태주씁쓸한 듯 생각에 잠긴다.

 

백화점 사무실B (다른 날)

은수업무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은수 (전화 받는다.) .....한지수 보호자 맞는데요무슨 일이세요?

병원직원(f) 특진료가 2중 부과 되는 바람에 진료비가 과다 청구 됐거든요정말 죄송합니다그럼요시간 나실 때 이 쪽으로 오시면 즉시 환급 처리해 드리겠습니다좋은 하 루 되세요.

 

백화점 사무실B

전화를 끊는 은수이때혜린이가 들어온다혜린이가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결재서류철을 들고 일어나 혜린의 사무실로 향하는 은수.

 

혜린의 사무실

혜린막 의자에 앉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린 네.

 

은수가 들어온다서류철 내밀며

 

은수 현재 입점 고려 중에 있는 브랜드들의 시장 분석푭니다.

혜린 (받아 열어보며후보 목록인 거죠?

은수 네.

혜린 알았어요나가봐요.

은수 (목례하고 돌아서는데)

혜린 잠깐은수씨.

은수 (돌아본다.)

혜린 다음 주 토요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죠?

은수 !.....이사님 약혼식 날 아닌가요?

혜린 역시 알고 있었네요오빠가 무슨 말 안해요?

은수 !...별 말씀 없으시던데요.

혜린 가족끼리만 모여서 조촐하게 하기로 했거든요인원파악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은수 전 그날 약속이 있어요.

혜린 .....

은수 축하드리고 싶지만 자리는 못할 거 같아요.

혜린 알았어요그렇게 해요그럼.

은수 네.

 

은수목례하고 나간다.

 

병원 카운터

은수차례가 되자 카운터 앞에 선다.

 

은수 진료비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직원 (컴퓨터 보며환자분 성함이요.

은수 한지수요.

직원 (컴퓨터 눌러 보고특진료가 2중 부과 됐네요차액 578000원 환불해 드릴께요. (좀 더 컴퓨터 눌러보더니카드 결제로 하셨네요카드 가져 오셨죠?

은수 카드라뇨카드로 결제했을 리가 없는데요.

직원 (컴퓨터 보며카드 맞는데.., 카드는 일괄 취소처리하고 새로 결제해야 되거든요잠 깐만요... 카드사용자 명의가 강태주씨.., 아니세요?

은수 ..누구요?

직원 강태주씨요. (의아한 듯 은수를 본다.)

은수 !

 

버스 안 ()

은수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태주(e) 난 네가 고생하면서 사는 거 보는 게 싫어.

<인터컷-10>

은수 싫어서 뭐요그럼 아저씨가 호강시켜 줄래요?

태주 가능하다면 그래주면 좋지.

은수 (웃는다.) 마음이라도 고마워요.

태주 진심이야.

 

은수분한 듯 입술을 꼭 깨문다.

 

<인터컷 - 10>

태주 널 전혀 도울 수도 없으면서 그냥 넋 놓고 있어야 하는 내가 견디기 힘들어자신 없 어.

은수 빙빙 말 돌리지 말아요제대로 똑바로 말해요!

태주 그래서... 감당할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여기서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은수입을 꽉 물고 참아보려 하지만 결국 눈물이 흐른다한없이 서럽고 분하다.

 

은수네 오피스텔 ()

경진페디큐어를 칠하고 있다이때 은수가 들어온다.

 

은수 다녀왔습니다.

경진 어그래.

은수 지수는요?

경진 만화책 빌리러 갔어가만히 좀 있으래도 저렇게 종종거리고 다닌다그래도 뭐조금 씩 운동하는 게 좋다고는 하니까.

은수 병원에 갔다 오는 길이에요.

경진 병원엔 왜?

은수 진료비에 착오가 있었다고 환불받으라고 하더라구요.

경진 (반가운환불얼마나또 꽁돈 생기는 거네?

은수 카드로 결제한 거라 결국 처리 못하고 왔어요.

경진 ...그래...(몹시 당황해서 시선 돌리며 열심히 얼굴 문지른다.)

은수 어떻게 된 거예요?

경진 ! (화들짝 놀라는)

은수 미용실 원장한테 빌린 거라면서요?

경진 그게...그러니까...

은수 왜 지수 병원비가 강태주 카드로 결제된 거냐구요!

경진 !

 

경진어쩔 줄 몰라하다가 은수에게 싹싹 빌기 시작한다.

 

경진 미안하다은수야정말 미안해그런데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은수 .....

경진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어떡하겠니모르는 사람들 도움도 받잖아그냥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적선 받은 셈 치고...

은수 집도 그 사람이 해준 거예요?

경진 .....

은수 그런 거예요?

경진 나도 싫었어이것아난 뭐 그러고 싶었겠니그런데 어떡해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 는 자식새끼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날더러 어떡하라구길바닥에 앉 아 구걸이라도 할 수 있다자존심이고 뭐고가 어딨어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뭘 어떻게 챙기냐구!

은수 내가 만약 지수였다면 어떻게 돼요?

경진 !

은수 내가 만약 엄마 의붓딸이 아니라 친자식이라도 그럴 수 있어요?

경진 여기서 친자식이 왜 나와?

은수 엄마가 아무리 나 힘들게 해도 나한텐 항상 지수랑 엄마 밖에 없었어요.

경진 .....

은수 한번도 엄마 따로 생각해 본 적 없다구요.

경진 알아알아내가 그걸 왜 모르겠니.

은수 그러면 제발... 나 좀 그만 서럽게 해요엄마나 좀 그만 서럽게 해줘요나 너무 비 참하고...너무 창피하고...정말 미칠 거 같단 말이야!

 

오열하는 은수경진어쩔 줄 몰라 하며 은수를 본다.

 

백화점 사무실B (다른 날)

은수초조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잠시 후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복도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은수사무실을 향해 걸어간다.

 

백화점 사무실영업기획팀

사무실에 들어선 은수업무를 보고 있는 태주를 바라본다.

태주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든다놀라는 태주에게 다가가는 은수.

 

은수 강차장님.

태주 ?

은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태주 무슨 얘기죠?

은수 조용히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태주 !

 

이벤트 홀

행사가 없는 각종 기구들이 아무렇게나 놓인 텅 빈 공간이다.

들어오는 태주와 은수두 사람어색한 분위기다.

 

은수 (태주를 본다.) 우선고맙다는 말씀 드리려구요.

태주 !?...무슨 일인데?

은수 병원비 내주셨다면서요?

태주 !

은수 우리가 살 집도 구해주시구요.

태주 ! (난감하다.)

은수 어려운 사람 도와주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도저히 받을 수가 없어요.

태주 그건...

은수 이러시면 안돼죠나한테...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정말 아니죠도대체 날뭘로 보고 이러는 거예요?

태주 !.....너 어려운 사정 알고 있었고아는 이상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어.

은수 우리가 거지예요내가 언제 당신한테 구걸한 적 있어요?

태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은수 그럼 뭐예요차장님이랑 나랑 무슨 사이라고 그걸 지나치기가 힘드냐구요!

태주 그럼 어떻게 가만있어너 고생하는 거 뻔히 아는데!

은수 !.....나 고생하는 거 보기 싫어서호강시켜 주고 싶어서그게 당신 능력으로는 안되 니까결혼할 여자 돈으로 날 도와준다구요?

태주 말 함부로 하지 마.

은수 아니할래요당신은 한번이라도 날 존중한 적 있어당신이 날 함부로 하는데 그까 짓 말 몇 마디 함부로 하면 어때서요?

태주 은수야이러지 마너 존중 안한 거 아니야.

은수 혹시 미안해서 그래요이렇게 하면 미안함이 가실 거 같았어요?

태주 감히 그런 생각 하지도 않아너에 대한 마음의 짐 덜 생각 따위 해본 적 없어뭘 해도 안된다는 거 아니까뭘 해도 용서가 안되는 거 아니까그냥...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은수야.

은수 이기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돈 줄은 몰랐어어떻게 한결같이 자기 입장만 있고자기 기준만 있고자기 감정만 있을 수 있어요당신 그거 때문에 상대방은 얼마나 갈갈이 찢어지는지 전혀 생각 안하죠?

태주 너 마음 상한 건 알겠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네 동생 살릴 생 각 먼저 하라구고집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그건네 힘으로...너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있어?

은수 그건 내 사정이에요강차장님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이제 우리 서로 전혀 아무렇 지 않은 사이잖아.

태주 어떻게 아무렇지가 않아어떻게 네가 아무 상관도 없냐구!

은수 !

태주 난 아니야그게 안돼!

은수 !

태주 아무렇지 않아지지가 않는다구.

은수 (태주가 미우면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태주 그러니까 은수야제발 한번만한번만 눈 감아.

은수 사람이...어떻게...(눈물이 왈칵 솟는다.) 어떻게 이렇게 비겁해...!

태주 !

 

은수돌아서 간다태주괴로운 듯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바 ()

호영과 태주술을 마시고 있다.

태주우울한 얼굴이다.

 

호영 내가 그랬잖아위험하다구세상에 비밀이란 건 없거든어떡하든 다 들통나게 돼 있 어.

태주 .....

호영 어떡할 거냐?

태주 어떡하긴내가 뭐 할 말 있나.

호영 .....

태주 걘...어떻게 살려고 그러지... 대책 없기는.

홍형 .....

태주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할 거라는 건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갈갈이 찢어질 만큼 가 슴 아픈 일인가... 그게 그렇게 슬픈 일이야?

호영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태주 애가... 너무 슬퍼 보이더라구그래서 더 마음이 안 좋아.

호영 .....

태주 나는 여자 마음 하난 정말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그런데 은수는 달라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는 거 같아하긴...(쓸쓸히 피식 웃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처음부터 항상 내 예상을 빗겨갔어. ... 예측이 안돼...

 

태주쓸쓸한 얼굴로 술을 마신다.

 

은수네 오피스텔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실내.

은수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인터컷>

태주 어떻게 아무렇지가 않아어떻게 네가 아무 상관도 없냐구!

은수 !

태주 난 아니야그게 안돼!

은수 !

태주 아무렇지 않아지지가 않는다구.

 

은수준혁이 끼워진 팔찌를 본다팔찌를 만지작거리는데 눈물이 흐른다.

잠시 후문소리가 나면서 지수가 들어온다.

지수불을 켜고 은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지수 뭐야언제 왔어왜 불도 안 켜놓고 있냐?

은수 (눈물을 훔치며넌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지수 pc. (은수를 보고어어너 울었어?

은수 아냐.

지수 뻔히 들키구서 거짓말 하는 건 뭐냐묻는 사람 황당하게.

은수 너 그렇게 자꾸 돌아다녀도 돼?

지수 자리 보전하고 누워 있는 것보단 나아천천히 조심조심 다니니까 걱정 말어.

은수 ...넌 왜... 아프고 난리니안 아프면 얼마나 좋아.

지수 그게 아픈 사람한테 할 말이냐괜히 울고서 쪽팔리니까 내 핑계 대기는.

은수 .....

지수 솔직히 말해 봐그 아저씨 때문이지?

은수 .....

지수 아무렇지도 않은 게 이상했어이래야 정상이지..... 내가 쫓아가서 막 패줄까방망이 로 마구 두들겨주는 거야아냐결혼한다는 그 여자 찾아가서 깽판 놀까그렇게 나 쁜 남자랑 뭣하러 결혼하냐고 훼방이라도 놓자구그 여자의 인생을 위해서라두.

은수 (웃는다.)

지수 그래두 안 풀리겠지?

은수 (끄덕인다.)

지수 그럼 어떡하지?

은수 미워너무너무 밉고 싫어. ...너무 미워서...그래서 끊어지지가 않나 봐그게 무서워 난.

지수 .....

은수 이러면 안되는데 절대 안되는데어느 순간 또 진창 속에 빠져 허우적댈 거 같아서 두 려워.

지수 .....

은수 이제 그거 정말 하기 싫거든정말 싫어어떡하든 빠져나가고 싶어.

지수 .....(걱정스런 눈길로 은수를 본다.)

 

레스토랑 (다른 날)

은수와 준혁마주 앉아 있다준혁식사를 하다가 은수를 본다은수먹는 것이 영 시원치 않다.

 

준혁 맛 없어요?

은수 아뇨.

준혁 오늘 은수씨 얼굴이 별로 안 좋네.

은수 점심을 늦게 먹어서 그래요.

준혁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구요?

은수 .....(준혁을 본다.)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준혁 !?

은수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거 아세요?

준혁 왜요?

은수 기댈 수 있는 가족도 있지만버겁고 떨쳐버리고 싶은 가족도 있거든요.

준혁 ...은수씨 가족이 그래요?

은수 못된 생각이지만 가끔 그런 생각해요.

준혁 그래도 없다고 생각하면 미치겠죠?

은수 ...(피식 웃는다.)

준혁 원래 그런 거예요그래서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고 하는 거잖아요.

은수 .....내가 만약 상무님 가족이 되면... 난 분명 버거운 쪽일 거예요.

준혁 !

은수 그래도... 괜찮으세요?

준혁 .....은수씨라면 아무리 버거워도 괜찮아요.

은수 (눈물이 핑 돈다.) 저한텐 상무님이 기댈만한 여유가 없을지도 몰라요.

준혁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은수 상무님 아프게 할 수도 있어요.

준혁 ...감당할께요.

은수 .....(눈물이 흐른다.)

준혁 은수씨.

은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눈 감고이 악물면...그까짓 거 다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준혁 .....

은수 그런데... 자꾸 흔들려요. ...이러다... 와르르 무너져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거 같아 소름 끼치게... 무서워요.

준혁 .....

은수 저 좀 살려 주세요...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준혁을 바라본다.) 그 사람 좀 떼버려 주 세요!

준혁 !

 

新 태주의 오피스텔

어두운 실내태주가 들어온다.

태주불을 켤 생각도 않고 자켓을 벗으며 소파에 다리를 쭉 펴고 앉는다.

텔레비전을 켠다멍하니 응시하다가 끈다.

괴로운 듯 머리를 소파 뒤로 젖힌 채 눈을 감는다.

 

오피스텔 건물 앞

택시에서 내리는 은수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태주 오피스텔

어두운 조명의 실내.

태주여전히 좀 전의 그 자세로 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태주무시하고 꿈쩍 않고 있다가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액정을 보고 깜짝 놀란다은수다.

 

오피스텔 로비

은수로비 한 켠에 서 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태주가 나온다태주긴장한 얼굴로 은수에게 다가간다.

 

은수 이 시간에 나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태주 아냐.

은수 어제... 무작정 화만 냈던 거 미안해요.

태주 생각이 바뀐 거야? ...그래다른 생각 하지 말고 일단은 지수만...

은수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인 거 같아요우리는.

태주 !

은수 사람 인연 중에 그런 인연이 있다고 하잖아요.

태주 ...무슨 말 하려는 거야?

은수 아예 만나지도 않았던 걸로 해요우리.

태주 !

은수 그러니까 내 사정에 대해서도 모르고날 걱정할 이유도 없고나에 대해 죄책함을 느 낄 것도 없어요.

태주 은수야.

은수 나 결혼해요.

태주 !

은수 결혼할 거예요상무님이랑.

태주 ..그게 무슨 말이야?

은수 지금까지 내 인생 다 지워 버리고 새로 시작할 거예요.

태주 !

은수 그러니까 강차장님도... 이제 나끊어요!

태주 !

은수 그거 알려주려고 왔어요.

태주 !

 

끝 

.케세라세라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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