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12
(병판) 뭐야, 어디 갔어?
이놈 어디로 간 게야?
- (진오) 봤느냐? - (충호) 네
(충호) 저도 봤습니다
[자동차 경적]
[어두운 음악]
[괴로운 신음]
[무사2의 기합]
[괴로운 신음]
[힘겨운 목소리로] 돌아가야 돼
돌아...
[힘주는 신음]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거친 숨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 야, 이 미친 자식아!
뒈지려면 혼자 뒈질 것이지
아휴
[허임이 털썩 쓰러진다]
(남자) 어?
어?
[무거운 음악]
(하인) 이 계집은 어떡할까요?
(병판) 그대로 두거라
그대로 두면 숨이 끊어지겠지
가자, 서둘러!
(진오) 낭자, 낭자!
[옅은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의사1) 어떻게 된 겁니까?
(구급대원) 차도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힘겨운 숨소리]
(의사1)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허임의 놀란 신음] (의사1) 환자분, 환자분, 진정하세요
- 칼을 주시오 - (의사1) 환자분, 진정하세요
칼을 주시오!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의사1) 뭐 해, 다들 잡아!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허임) 놓으시오, 놓으란 말이오!
이거 놓으시오, 놓으란 말이오 이거 놓으시오
- (허임) 다시 돌아가야 된단 말이오 - (의사1) 진정하세요
(검은 사내) 멈춰라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진오) 웬 놈이냐?
(검은 사내) 의원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모셔 가겠다
내가 의원이다
(진오) 내가 아씨를 치료할 것이야
[칼을 스르륵 뽑는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놀란 숨소리]
(간호사1) 저랑 통화하셨던 분이세요?
아, 네
(간호사1) 실려 오자마자 깨어나시긴 했는데
계속 죽어야 된다고 난동을 부리셔서요
진정제 투여했습니다
(재하) 발견 당시 이 사람 혼자였습니까?
다른 사람...
여자는 없었습니까?
아니요, 혼자였다는데
아참, 보호자 분이 찾으러 오신다고
보호자요?
(간호사1) 네, 이분 핸드폰 울려서 받았더니
원장님이라고 되어 있던데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할아버지
(간호사1) 그럼
(재하) 이봐, 이봐!
누나 어디 갔어?
누나 어디 갔어? 왜 당신 혼자야, 지금!
[힘겨운 신음]
그 여인이 위험하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누나가 왜 지금, 어?
나를, 나를 풀어 주시오
돌아가야 하오
거기가 어딘데?
내가 갈게, 어? 내가 갈게 [허임의 힘겨운 숨소리]
제발
(허임) 제발 풀어 주시오
그 여인이 위험하오
제발
내가 돌아가야 한단 말이오
제발
다녀와서 얘기해
누나 꼭 데려와
[힘주는 신음]
고맙소
[허임의 힘주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하, 제발
제발 날 그리로 데려다 다오
[허임의 심호흡]
[긴장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침이 푹 박힌다]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성태) 이게 대체 무슨...
뭐, 뭐야?
이 자식 어디 갔어?
[의미심장한 음악]
[풀벌레 울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놀란 숨소리]
연경 처자
연경 처자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소이까?
(허임) 아, 아무도 없소이까?
이보오, 연경 처자!
연경 처자
아, 이럴 순 없소이다
[떨리는 숨소리]
[연경의 힘주는 신음]
너 누구니?
여기 어디야?
나 언니 본 적 있는데
[부드러운 음악]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너구나
이름이 뭐야?
연이예요
연이
이쁘다
(허임) 어이, 처자!
처자!
연경 처자
[가쁜 숨소리]
[허임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뉘, 뉘시오?
같이 갈 곳이 있소
[어두운 음악]
[산새 울음]
몸은 괜찮아요?
네
다행히 곧바로 지혈을 한 덕에 피를 많이 흘리진 않았어요
(허준) 당귀수산이에요
기를 돌리고 어혈을 풀어 주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아저씨였죠?
20년 전 그때
(연경) 그 사람처럼
아저씨도 왔었던 거죠?
저한테
기억이 났느냐?
[살짝 웃는다]
(허준) 20년 전 그때
젊은 나이에 어의가 됐다는 자만에 빠져
살릴 수 있는 한 소녀를 놓친 일이 있었다
나 같은 놈은 의원 자격이 없다는 뒤늦은 자책으로
스스로 손목을 끊으려 했지
[타이어 마찰음]
(허준) 그 순간 낯선 땅에 떨어졌고
그곳이 어디인지 채 분간도 되기 전
어디선가 애끓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를 이끌었다
(어린 연경) [울먹이며]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허준) 한눈에 예감할 수 있었다
저 아이의 긴 인생에 이날의 상흔이 덧씌워질 것을
얘야, 괜찮다, 괜찮다
(허준) 그때 날 돌아보던 아이의 눈빛은 내게 도움을 청하는 듯했다
내가 자만에 빠져 놓친 그 어린 소녀가 그랬듯이
(허준) 넌 그때 그 어린 나이에도 [어린 연경이 구역질한다]
아비를 그리 떠나보낸 자신을 벌하고 있었지
[어린 연경이 콜록거린다]
[거친 숨소리]
그런 널 난 꼭 살려야 했다
[어린 연경의 괴로운 신음]
(허준) 한데
내가 치료한 건 너의 절반일 뿐
깨어난 넌 그때 일을 기억하지 못하더구나
(허준) 이건 조선말로 사당원이라는 건데
아저씨가 우리 경이 울지 말라고 주는 거야
(허준) 스스로 기억을 지워 버린 널 보며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언젠가 그 기억을 감당할 나이가 되고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다시 기억이 떠오를 것이라 여겼다
아마도 그 사람이
내가 다 하지 못한 치료를 끝내 줄 것이라고
난 그때 널 살려
의원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넌 그 사람을 만났느냐?
네
만났어요
그 사람
[허임의 다급한 숨소리]
(허임) 어디 있소, 어디 방이오?
(검은 사내) 저기입니다
처자!
(허임) 연경 처자! [뛰어오는 발걸음]
[허임의 놀란 탄성]
괜찮소?
괜찮은 것이오?
[감성적인 음악] [살짝 웃는다]
(허임) 미안하오 내가 진짜 참으로 미안하오이다
그래도 이리 살아 있어 줘서 참으로 고맙소
아이고, 괜찮은 것이오, 진짜?
당신도 아팠겠다
(허임) 내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그대를 혼자 두는 일은 없을 것이오
절대로 없을 것이오
참으로 미안하오
[허임이 훌쩍인다]
(허임) 이렇게 살아 있어 줘서 참으로 고맙소
[흐느낀다]
(연경) 호종 행렬을 떠나신다 들었습니다
다시
만나 뵐 수 있겠죠?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막개를 잘 부탁드립니다
[잔잔한 음악]
허 의원님 이번에 가시면 또 언제 오시는 겁니까?
다시 오긴 오시는 겁니까?
경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 고맙구나
연경 처자를 치료해 줘 고맙소이다, 하나
영감에 대한 내 오랜 원망까지 거기에 담겨 있다 여기지는 마십시오
그래, 우리 사이에 아직 풀어야 할 게 남아 있지
다 지난 일입니다
이곳에 대한 기억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오
그것이 오직 너의 길의 짐이라면
그래, 잊는 것 또한 방법이겠지
할 수만 있으면 말이다
제가 제 발로 돌아오길 여기신다면
그 또한 버리시지요
지금까지 그랬듯 모든 것은 너의 선택
난 그저 내게 주어진 책무를 다할 뿐
기다릴 것입니다
저 기다립니다
연이 얘기는 왜 안 해 주신 겁니까?
(막개) 살아 있다는 거 알면 반가워하실 텐데
반가워하겠지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닌 듯싶구나
지금은 어의 어른의 약제 때문에 겨우 버티고 있지만
연이 저 아이, 혹 잘못되면...
내 약제 때문이 아니다
연이 또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허준) 그 기다림이 저 아이를 저리 버티게 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음악]
[허임의 다급한 신음]
저, 위급한 환자가 왔소이다!
좀 봐 주시오, 이보오!
다른 병원으로 가자니까 왜 이 병원으로 왔어요?
아, 지금 그것이 중요하오?
아, 이보오, 위급한 환자가 왔소이다 좀 도와...
도, 도, 도와주시오, 빨리 도와주시오
(허임) 위급... [허임의 답답한 신음]
[허임이 웅얼거린다]
[허임의 답답한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위급한 환자가 왔소이다 좀 빨리 도와주시오
한시가 급하오!
칼을 맞았소, 좀 봐 주시오
(간호사2) 자, 잠깐만요
(허임) 처자
한시가 급하오! 빨리 좀, 빨리...
(의사2) 누구세요?
아, 나 이 여인의 보호자요
(의사2) 아, 혹시 최 선생 남친?
아이, 아, 아니오
아직은
(의사2) 아...
[의사2의 놀란 신음]
(의사2) 이, 이, 이, 이, 이게 뭐야?
백교향과 노송피 백지, 혈갈을 갈아 내어 붙인 것 같소
(허임) 지혈과 소독,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들이오
음, 치, 잘 붙였군
[헛기침]
(허임) 살살 꿰매 주시면 안 되오? 아프지 않게 살살
(의사2) 마취했거든요?
아, 마취 [살짝 웃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살살 좀 하시오, 살살
(연경) 저...
말하시오
잠깐 좀 나가 있으면 안 돼요? [흥미진진한 음악이 늘어진다]
(의사2) 내 말이
좀 나가 주실래요?
[흥미진진한 음악] 보호자가 어딜 나간단 말이오!
(허임) 내 조용히 있을 터이니 살살 좀 해 주시오, 그, 아프지 않게
[걱정하는 신음]
저건 무슨 그림일까나?
몹시 희한한 그림이죠
(만수) 저 커플 룩은 또 뭘까나?
하, 어디서 사극 찍다 왔나?
저 칼자국은 또 뭘까나?
경찰에 신고 안 해도 될까요?
신경 끊어 주는 게 도와주는 일인 듯
- (만수) 그런 듯 - (민재) 그러게요
[연경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의 놀란 신음]
[의사2의 못마땅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맥박 효과음]
바로 이 맥이었소
이 맥이 나를 그대에게 이끌었던 것 같소
그대의 맥을 처음 짚어 본 순간 알았소이다
(허임) 나하고 같은 맥을 가진 여인이라는 걸
나에게 어머니의 그림자가 있듯이
그대 아비의 상흔이었나 보오
그래서 시작된 거구나
비슷한 상처를 가져서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라서
그대는 그대 같은 의사가 되었고
나는 나 같은 의원이 되었구려
아니
우리 그냥 의사예요
사람 고치고 살리는
같은 길을 가는 의사
(허임) 어, 어, 어르신
(천술) 예이, 예이, 이놈아, 이놈아 [허임의 놀란 신음]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갔으면 걱정 말게 해야지!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말, 말로 하십시오
어쩌자고 내 귀한 손녀딸 이 지경, 이 지경으로 만들어?
어쩌자고!
(허임)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요
아이고
[천술의 한숨]
그, 그럼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십시오
[천술의 한숨]
그래, 괜찮아, 응?
(천술) 그래, 괜찮은 거야?
할아버지
다 알고 계셨던 거죠?
으, 응?
저 사람이 누구고
어디서 온 건지
[한숨]
그게 뭐야?
허준 아저씨가 주셨어요
응? 허준?
[잔잔한 음악]
할아버지
그날
그렇게 말씀드린 거
너무 죄송해요
[한숨]
(허임) 왜 말씀을 안 하셨습니까?
(천술) 말하면 뭐 달라졌을까 봐?
생각해 보면 이상하기도 했지요
다들 미친놈 취급 하는 저를 거둬 주신 거며
한의사 자격증도 없는 저에게 침을 놓게 하신 것도
아, 침놓고 싶어 안달하는 놈을 뭐, 뭐, 그럼, 그걸 그냥 둬?
처음에
어찌 아셨습니까?
그 침통
20년 전에도
그걸 들고 온 놈이 또 하나 있었지
20...
허...
혹 허, 허준 영감도
그 치, 침통을 들고 왔단 말입니까요?
아, 그거 아니면 자기가 예까지 어떻게 와?
아휴, 어르신
저, 저, 이 침통이 도대체 무엇입니까요?
대관절 이게 무엇인데
저한테 온 것입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놈이 풀어야 할 숙제를
세상일이라는 게 말이야
다 사람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일들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뭐 이런 일이 있나' 싶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거든
(천술) 오랜 시간 지켜보다 보면 알게 되지
그런 일들이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우연이 아니라
다 전후좌우
필연의 이유가 있다는 걸
[천술이 입소리를 쩝 낸다]
(천술) 보아하니 이제 한 중간쯤 온 것 같구먼
풀어야 할 숙제가 뭔지도 아는 거 보니까
아, 그건 뭐, 네놈이 그건 알아서 하고
너 다시는 내 손녀딸 데리고 가지 말아
갈 테면 네놈 혼자 가
아휴!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신음]
(허준) 천술 형님
그동안 편안하셨습니까, 허준입니다
하늘이 제게 어찌나 큰 선물을 보내 주셨는지
경이를 보며 형님을 함께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제가 떠나며 형님께 드린 말씀 기억하시는지요?
(허준) 하니 이제 걱정 내려놓으셔도 될 듯싶습니다
우리 경이 강한 아이이니 잘 이겨 낼 것입니다
하, 그러려고 둘이 만난 거구먼
그건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경이
그때 가서도 잘 이겨 내야 할 텐데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의 피곤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릇한 효과음]
[이연이 차트를 탁 떨어뜨린다]
[허임의 놀란 신음]
[멋쩍은 웃음]
(연경) 아,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 있어요?
(허임) 아니, 그대가 어젯밤에 올라오라고 하지 않았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가 언제요?
선생님, 저 안 그랬거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 아니, 춥다고 안아 달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연경) 선생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자, 이거 드, 드시오
(허임) 아...
[흥미로운 음악]
- (허임) 아이, 나는, 나는 괜찮소 - (연경) 먹어요
- (연경) 먹어 - (허임) 아이...
[허임의 탄성]
내가 이렇게 먹어도 되나 모르겠소
[웃으며] 아이고
[아파하는 신음] [허임의 놀란 신음]
(연경) 아유, 나 등이 너무... [허임의 당황한 신음]
(허임) 드, 등이!
- 아이, 간호사! - (연경) 아니
[허임의 다급한 신음]
- (이연) 무슨 일이야? - (허임) 그, 최 선생님
- (허임) 드, 등 좀... - (이연) 예
(연경) 괜찮아요
- 진짜로? - (연경) 어
[연경의 민망한 웃음]
(연경) 아유, 나 다시 아파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 간호사!
- (허임) 빨리 일로! 등이 또 아프다고 - (이연) 무슨 일이에요?
- (이연) 무슨 일이에요? - (허임) 드, 드, 등 좀 봐 주시오
[거친 숨소리]
(연경) 저기요 [의아한 신음]
이제 껌딱지처럼 붙어 있지 좀 말고 좀 가지?
아이, 껌딱지가 무엇이오?
내 상처 딱지는 알아도 껌딱지는 잘 모르는데
출근 안 해도 돼요?
아이, 그만두라고 할 땐 언제고
아, 그리고 나 때문에 다친 상처니
다 나을 때까지는 내 책임 아니오
꿰매 주는 건 못 해도 다른 건 다 할 것이오
(허임)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가라고 하지 마시오
[허임의 웃음]
(연경) 그러면 좀 씻고나 오든지
옷도 갈아입고
눈도 좀 붙이고
그럼 눈도 붙이고 옷도 갈아입고 씻고 오면
다시 껌딱지가 될 수 있는 것이오?
그럼 눈도 붙이고 옷도 갈아입고 씻고 오리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허임) 아이, 마음이 안 놓여서
[웃으며] 내 금방 다녀오리다
옷도 갈아입고 씻고
[흥미로운 음악]
[허임의 웃음]
(허준) 쓰지도 못할 재물 쌓아 놓고 보면 울분이 삭여지더냐?
[한숨]
(천술) 그래, 여기서 일하니까 좋으냐?
(허임) 네, 좋습니다요
(천술) 이 모름지기 의원이란
자기가 처음에 왜 의원이 되려고 했는지
그 첫 마음을 끝까지 잘 담고 있어야 하는 거야
[한숨]
(연경) 가슴에 담아 두려고요 당신의 진짜 모습
[휴대 전화 진동음]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재하) 누나는요?
누나 어디 있습니까?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한데
조금 다쳤소
어젠 고마웠소
그쪽 고마우라고 한 일 아닙니다
[허임의 한숨]
[한숨]
(재하) 누나, 괜찮아?
어딜 얼마나 다친 거야?
좀 봐 봐, 어?
[연경이 살짝 웃는다]
나 괜찮아, 재하야
(연경) 걱정 많이 했지?
누나 이제 진짜 괜찮아
그렇게 사라져서 다쳐서 돌아왔는데
괜찮아?
아, 그거
(연경) 별거 아니야, 나 그냥
날카로운 나무에 찔려서
몇 바늘 꿰맨 정도?
근데
진짜 괜찮아
(연경) 재하야
여기 좀 앉아 봐
그날 네가 본 거 말인데
아니야, 됐어, 누나
지금은 아무 말 말아 줘라
어제 그 사람 도와줬다는 얘기 들었어
고맙다
갑자기
누나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살짝 웃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여전히 나한테 가장 친한 동생인데
동생
그렇구나
재하야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도
누나도
[재하의 한숨]
[어두운 음악]
(성태) 조선을 다녀왔다?
왜, 아직도 그쪽 세상에 미련이 남아 있나?
(허임) 원장님도 허준 영감을 만나셨습니까?
혜민서 어르신과 원장님
그리고 허준 영감
세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지나간 옛날 일 뭐 하러 들춰?
자네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성태) 자네는 그저 나한테서 얻고자 하는 것만 생각하면 돼
우리 비즈니스 관계 아니었나?
난 자네한테 모든 걸 다 해 줬어
자네가 먹고 자고 사는 모든 것
자네의 미래까지도 다 내가 해 준 것들이야
벌써 그걸 잊었나?
그럴 리가요
그리 베풀어 주신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성태의 웃음]
(성태) 그래야지
이래서 난 자네가 맘에 들어
[웃음]
[허임의 한숨]
(재하) 잠깐 얘기 좀 합시다
(허임) 그, 그럽시다
[의미심장한 음악]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사람이
조선의 허임이라니
(허임)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허임의 헛기침]
지금 모습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아니, 내가 왜 유 선생한테 부끄러워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여기 다니실 겁니까?
그것도 남의 이름으로
이미 나를 내쫓을 방법을 찾은 걸로 알고 있는데
최연경 씨는 어쩌실 겁니까?
(재하) 어차피 당신 다시 돌아가야 될 사람 아닙니까?
그런 걸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하시오
그럴 일 없을 테니
[허임의 웃음]
(재숙) 아휴, 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어떤 새끼야? 아, 누가 네 몸에 칼빵 냈냐고!
재숙 씨, 열 내지 마요 간에 안 좋다니까? [연경의 멋쩍은 웃음]
(재숙) 아, 내가 지금 열 안 받게 생겼어요?
여자 몸에 흉터, 이거 어떡할 거야?
[멋쩍은 웃음] [재숙의 한숨]
나 괜찮아, 언니
아이, 빨리 불라니까!
(재숙) 내가 확 가서 아작을 내 버리려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아작...
(이연) 여기 병실입니다
병원에선 정숙, 모르세요?
(재숙) 네?
특히 최 선생
병실에서 소란 피우는 거 아주 싫어합니다
(연경) 조금, 조금 싫어합니다
[재숙의 헛웃음]
저도 알거든요? 저도 간호사거든요
그렇죠?
그렇죠
(이연) 계속 소란 피우실 거면 그만 나가 주세요
[재숙의 헛웃음]
[연경의 어색한 웃음]
그래, 언니, 할아버지 기다리시겠다 이제 그만 들어가
(재숙) 네, 네, 간호사님
가요, 원장님 기다리셔
너 그 새끼 이름 문자로 꼭 보내, 간다
[연경의 멋쩍은 웃음]
(병기) 야, 여, 연경아, 너 진짜 괜찮아?
야, 너 핼쑥해진 것 봐
밥은 잘 먹고?
병원 밥은 맞아, 입맛에?
- (이연) 자상하시네요 - 그렇죠?
연경아, 나 또 올게
가요
[어색한 웃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이연) 친구가 남친 됐나 봐요?
(연경) 네?
믿어 주고 기다려 준 보람이 있네
그래서 이젠 알았어요?
뭐를요?
그 사람 진짜 모습
네
알았어요
다
[살짝 웃는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본대?
제가요? 언제요?
- (재숙) 아주 뚫어지겠던데 - (병기) 에이, 참
아, 재숙 씨, 원장님 말이에요
씁, 그, 요즘 가슴이 자주 뻐근하다고 하시는데
그, 연경이한테 얘기 안 해도 되려나?
[병기의 아파하는 신음] (재숙) 그러다 원장님 아시면
또 무슨 경을 치려고요?
[병기의 탄성]
너무 자주 아파하시던데
(허임) 두 분 오셨습니까?
(병기) 누구...
[흥미로운 음악]
봉탁 씨
멍청아
[병기의 놀란 탄성]
[허임의 웃음] [병기의 탄성]
[병기의 탄성]
연경 쌤 병문안 오신 듯한데 왜 좀 더 계시다가 가시지 않고
아, 그러게요
[허임의 웃음] [병기의 탄성]
아참, 우리 엄니는 쾌차를 하고 계신가요?
(재숙) 네, 많이 좋아지셨어요
[웃으며] 다행입니다
[허임의 헛기침]
우리 봉식이도 잘 있으려나
이 형이 많이 그리울 텐데
그러게요
[허임의 웃음] (허임) 아유, 두 분 가시던 길 가십시오
-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 (병기) 예, 예, 예, 예, 예 [재숙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과 병기의 웃음]
살펴 가십시오,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서로 인사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병기) 들어가시죠, 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기합]
뭐야?
사람 완전 버렸다면서요 완전 싸가지라며
이상하다, 완전 싸가지였는데
에이, 잘못 본 거 아니에요?
근데 신발 봤어요, 신발?
와, 와, 신발
- (병기) 와, 짱이다, 저거 뭐야? - (재숙) 이상해
내가 사람 잘못 봤나?
[허임의 웃음]
(병기) 원장님 말이에요
씁, 그, 요즘 가슴이 자주 뻐근하다고 하시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맥박 효과음]
[한숨]
(허임) 심장
[헛기침]
(연경) 머리는 잊었는데
이 손이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아빠의 심장이 멈추던 그 순간을
여기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감성적인 음악]
이 손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렸지 않소
그대의 아비가 남기고 간 선물일 것이오
어쩌면 숙제일 수도 있고요
(허임) 노궁이라는 혈이오
심장이 지치고 피로할 때 이곳을 이리 눌러 주면
마음이 맑아지고 생기가 돈다오
[웃음]
그거 아시오?
우리 몸의 혈 자리는 우주의 모든 만물을 담고 있다는 거
(허임) 합곡의 곡 자는 '계곡 곡' 자고
양계의 계는 시냇물
곡지는 연못
견정은 우물
풍지는...
바람을 의미하오
얼굴에도 혈 자리가 있는데
찬죽
(허임) 사죽공
승읍
관료
지창
승장
[경쾌한 음악]
(민재) 오, 선배
(만수) 어?
야, 다 낫지도 않은 애가 뭐 벌써 나와?
(연경) 너 내 환자까지 보느라 힘들잖아
내가
네 요 눈 밑의 다크서클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해 가지고
너 혹시 나한테 뭐 밀릴까 봐 겁나서 그러는 건 아니지? [연경의 웃음]
그럴 일이 있니?
아, 저, 선배, 벌써 일해도 돼요? [만수의 헛웃음]
(민재) 아이, 상처가 이렇게 쉽게 아물고 그럴 상처가 아니던데
벌어지기라도 하면
(연경) 괜찮아
무려 내가 허준 선생님한테 치료를 받았거든
[만수와 연경의 웃음]
'동의보감'
그 허준
[만수의 헛웃음] (연경) 못 믿겠지?
아이, 못 믿는 건 아니고, 그게... [연경의 웃음]
역시 우리 조상의 전통 의술은 참 위대해
아, 진짜 쟤 머리 MRI도 다시 찍어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민재의 한숨]
[민재의 한숨] (이연) 사랑의 힘은 더 위대하고
(민재) 뭐가요? [피식 웃는다]
같이 찍어야 되겠다
[잔잔한 음악]
(허임) 그대의 세상에 처음 떨어졌던 날
119와 병원을 보고 적잖이 놀랐소
그곳 사람들은 병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의원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어서
밖의 저 사람들은
평생 가야 의원의 얼굴을 구경조차 할 수 없을 것이오
기껏 침을 놓고 뜸을 놓아 막힌 기를 뚫어 주었소
답답하기는 하나
지금으론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오
(보호자1)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환자1) 가슴이 아파
(연경) 가슴이 아프세요? [환자1이 말한다]
(환자1) 숨을 못 쉬겠어
어떻게, 찌르듯이 아프세요 아니면 조이듯이 아프세요? [환자1의 거친 숨소리]
[환자2의 신음]
[환자2의 신음]
[환자2의 신음] (지웅) 음
아, 여기, 대추혈부터 침을 놓겠습니다 [환자2의 신음]
- (환자2) 네, 네 - (지웅) 자, 일단 엎드리세요
- (환자2) 네, 네 - (지웅) 조심, 조심
[환자2의 아파하는 신음] (영훈) 선생님, 선생님
반대, 반대
너 맨날 나 반대하는 거 아주 잘 알아, 응?
치
[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환자2의 신음]
(허임) 어허, 그, 거기가 아니라니까
[리드미컬한 음악]
양쪽인 독맥에 탈이 났으면 반대인 임맥을 찔러 줘야 한다고 내가
(허임) 몇 번 얘기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보도 아니고, 쯧
양해해 주시면 내가 직접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웅의 헛기침]
[허임의 웃음]
돌아누워 보시지요
(환자2) 아, 네, 네
[환자2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 조심, 조심
승장
(허임) 여기 [환자2의 신음]
[의아한 신음]
(허임) 승장
[리드미컬한 음악]
[환자2의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훈) 허 선생님?
(허임) 어? 아...
참으로 좋은 혈 자리요
[허임의 웃음]
아이, 승, 승장만 보면 자꾸 딴생각이
[환자2의 신음] 아유, 나
남자 환자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자, 어떻습니까?
[놀란 신음]
어, 안 아파요, 오! [허임의 웃음]
[환자2의 탄성] 대박
[환자2의 탄성] (지웅) 뭐?
[살짝 웃는다]
다음엔 꼭 임맥을 기억해 두십시오 [휴대 전화 진동음]
(허임) 몇 번을 얘기하는지 [환자2의 탄성]
아, 이거 참
[환자2의 탄성]
바보들
[허임이 중얼거린다]
[환자2의 탄성]
아, 거 뭐, 응?
의사마다 치료 방법이 다 다를 수 있는 거지 뭐, 어?
내 말이 틀렸어?
지금이라도 허 라인 타세요
[환자2의 탄성]
사람이 멀리 보고 살아야지
평생 학습 시대에
- 환자분 - (환자2) 아, 네
- 한방의 치료 끝났습니다 - (환자2) 아, 네, 네
(환자3) 어
- (아이) 그냥 공부를... - (여자) 어, 선생님이다
(여자)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그럴 리가 없지 [사이렌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의사3) 혹시 흉부외과?
네, 맞습니다, 교통사고 환자예요?
[긴장되는 음악] 네, 미리 전화드렸던 대동맥 박리 환자입니다
(연경) 가시죠
주세요
(연경) 그쪽 병원 차트 있으세요?
(의사3) 운전 중 추돌 사고로 운전대에 가슴을 부딪혔어요
CT 결과 상행 대동맥이 찢어졌습니다
(만수) 그, 전화했다는 상행 대동맥 박리 환자?
어, 교수님 오더 받은 거야?
뭐, 자세한 건 봐야 알겠다고 일단 받으라 하셨어
- CT 결과 이거야? - (연경) 응
누가 받으신대?
모르겠다 뭐, 일단 갖고 가 봐야지, 뭐
[교수1의 한숨]
(교수1) 이건 수술도 수술이지만
그, 성공한다 해도 회복 못 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그러게요
(교수2) 현재 의식도 불분명한 상태고
다발성 외상이 있어서
쯧, 다른 과 협진 수술도 여러 차례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래도 상행 대동맥 박리 하면 이 교수님 아닙니까?
아, 아이, 그게...
저는 곧 다른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요
- (교수2) 황 교수님 어떠세요? - (황 교수) 네?
아아, 아휴, 저도 저
원장님 모시고 지금 바로 콘퍼런스 가야 되는데
(의사3) 여기가 세 번째 병원입니다 [보호자2가 흐느낀다]
이젠 더 갈 데도 없어요
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저, 환자 상태가 좀 많이 안 좋아서
(만수) 의식 불명이신 데다 원체 고령이시기도 하고
또 수술 성공할 확률도 낮고, 하
회복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좀... [보호자2가 흐느낀다]
(보호자3) 엄마
선생님
(보호자3) 저희 아빠 좀 살려 주세요
30년 동안 저희 키우느라 고생만 하시다가
다음 달에 처음으로 어머니랑 여행 가신다고
10년간 적금 부은 거로요
(보호자2) [흐느끼며] 저렇게 갈 양반 아니에요
우리 두고 눈감을 양반 아니에요
수술 좀 해 주세요, 선생님, 제발요
[교수들이 대화한다]
- (연경) 교수님 - (황 교수) 어, 왜?
(만수) 아,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응급실 대동맥 박리 환자
저희 병원에서 수술 안 하면 곧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황 교수의 헛기침]
게다가 보호자분들도 강력하게 수술을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 봐 주십시오
얘가
너 아까 뭐 들었어, 어?
브레인 CT에서 출혈은 없었습니다, 그럼
의식 회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수술이 쉽지는 않겠지만
(교수2) 너 지금 뭐 하냐?
네가 지금 인턴 1년 차야?
안 그래도 수술 많아 바빠 죽겠구먼, 쯧
그럼
제가 수술하겠습니다
[만수의 한숨]
[어두운 음악] (교수2) 뭐?
교수님 못 하시는 거 아니고 안 하시는 거니까
저라도 그 수술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황 교수의 한숨]
하, 야
야, 최, 최연경이, 너
(교수2) 실력 좋다고 교수들이 조금 치켜세워 주니까 아주
그렇게 자신 있어?
그런 거 아닙니다, 교수님
단지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황 교수) [헛웃음 치며] 야, 그게 한두 시간짜리도 아니고
너 등에 상처도 아직 안 아문 애가, 응?
무슨 수로 대여섯 시간 걸리는 수술을 해? 쯧
네가, 네가 아주
테이블 데스 한 번 더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네가
- (만수) 아, 저, 교수님 - (황 교수) 왜, 인마
왜 안 됩니까?
뭐, 뭐?
여긴 의사며
수술 도구들이며 약이며
없는 게 없는데
[만수의 한숨]
왜 수술을 못 합니까?
[한숨]
보호자 동의 받고 수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황 교수) 뭐? [만수의 한숨]
야, 야, 야, 최연경이, 야!
[만수의 한숨]
(만수) 야, 이 교수님 화가 머리끝까지 나 가지고
황 교수님한테 난리 치고 갔어
지도 교수가 어떻게 지도하길래 애가 위아래도 없냐고
아휴, 미치겠다, 진짜, 쯧
감당할 수 있겠냐?
(연경) 수술, 아니면 교수님?
수술이면
최선을 다할 거고
교수님이면 주는 대로 받을 거고
[물이 솨 나온다] [만수의 한숨]
(의사4) 최 선생, 괜찮겠어? 다쳤다고 들었는데
(연경) 괜찮습니다
- (연경) 김민재 - (민재) 네
(연경) 준비 잘했어?
(민재) 네, 아, 준비는 다 됐는데요, 그게...
[흥미진진한 음악]
- (연경) 김민재 - (민재) 네
- (연경) 대동맥 치환술 처음이야? - (민재) 네
(민재) 그게 어렵다고만 들었는데 실제는 또 처음이라서요
[연경의 한숨]
(연경) 나도 긴장된다
- (연경) 잘하자 - (민재) 네
(연경) 흉부외과 펠로우 최연경 상행 대동맥 치환술 시작합니다
메스 주세요
(성태) 민 회장이라고 유통업계에서는 일인자로 꼽히는 사람이야
[어두운 음악] (허임) 어디가 안 좋은 겁니까?
어디 아픈 게 아니고
자네 명성을 듣고 진맥 한번 받아 보겠다고 부른 거야
[성태의 웃음] (성태) 진맥 한번 값이 어마어마해
[성태의 웃음]
(가정부1) 이거 다 썩었네
[가정부1의 탄식] (가정부2) 다 먹지도 못할 걸
바리바리 쟁여 놓으니 안 썩고 배겨? [가정부1의 한숨]
아휴, 어째 버리는 게 더 많아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가정부1) 어휴, 참 아깝다
[인삼을 툭 버린다] 어떡하냐
혹 그곳 세상에 인삼이라는 것도 흔하오?
인삼요?
네, 뭐
그건 왜요?
병자들이 탈수 증세에 피를 많이 흘렸소
인삼 몇 뿌리라도 있으면 기력과 피를 보해 줄 수 있으련만
[한숨]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가정부1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민 회장) 어이구
[민 회장의 웃음]
그, 제가 손님을 불러 놓고 늦었습니다
(성태) 아이고, 저희도 이제 막 왔습니다 [민 회장의 웃음]
[성태의 웃음]
아니, 근데 우리 민 회장님
얼굴이 작년보다 더 젊어지셨습니다
- (민 회장) 아, 그렇습니까? - (성태) 예
[함께 웃는다]
- 비결 하나 알려 드릴까요? - (성태) 아이고, 비결요?
[성태의 웃음] (민 회장) 따라오세요
[민 회장의 웃음]
[민 회장의 탄성]
- 이게 그냥 뱀이 아니라 - (성태) 예
(민 회장) 두꺼비를 잡아먹은 뱀입니다
[개구리 울음 효과음] (성태) 아이고야
(민 회장) 이게 남자 정력엔 으뜸이죠
[민 회장의 웃음] 역시 우리 민 회장님 스케일이 다르시단 말씀입니다
[함께 웃는다]
- 남자한텐 양기가 힘 아닙니까? - (성태) 아, 그렇죠
[성태와 민 회장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자, 조심히 다뤄요, 예?
(민 회장) 당신들 몇 년 치 월급을 주고도 못 사는 거니까
아, 그리고 아까 말한 차 좀 내오고
[민 회장의 웃음] (성태) 아, 예
[민 회장의 개운한 신음]
이게 진짜배기 물개 거시기를
말리고 달여서 만든 차입니다
해구신을 구해 오셨단 말입니까?
이 귀한 걸
(민 회장) 기재부 차 국장이 해외 출장 갔다가 아주 어렵게 구했답니다
[성태의 탄성] [웃음]
아, 그래서 내가 그 친구 앞길 창창하게 입김 좀 불어넣어 줬죠
(성태) 예 [민 회장의 웃음]
우리 민 회장님 건강 지식은
한의사인 저보다도 한 수 위시라는 말입니다
[민 회장과 성태의 웃음]
(성태) 그래서 한 수 배우라고 이 친구도 데려왔습니다
(허임) 허봉탁입니다
씁, 조 수석한테 얘기 들었네
그, 뭐, 생각보다 젊구먼
(민 회장) 아, 그래, 어디 한번 짚어 봐요
[허임의 힘주는 신음]
아, 뭐, 짚어 보나 마나
웬만한 한의사들은 내 혈색만 봐도 무병 백 세 한다고들 그래
[성태가 호응한다] (민 회장) 나 아직도 밖에 나가면 40대로 봐요
[민 회장의 웃음] (허임) 어허, 그, 조용!
[징 소리 효과음]
아, 맥을 짚는 데 방해가 돼서
[허임의 멋쩍은 웃음]
[맥박 효과음]
[경쾌한 음악] 어허, 참
[성태의 헛기침] (허임)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성태의 헛기침] 아, 저, 저, 그, 그, 왜, 왜 그러나?
하,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잠시만
[가정부1의 놀란 신음]
[허임이 술을 조르륵 버린다]
[웃음] [가정부1의 당황한 신음]
저, 저, 저, 저, 저 미친놈, 저거
(민 회장) 아이고, 뭐 하는 짓이야! 저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허 선생, 왜 이래!
[술을 조르륵 버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민재의 피곤한 신음]
[민재의 한숨]
(연경) 김민재, 똑바로 잡아, 한 손 놀아?
(민재) 아, 네, 아, 죄송합니다
(연경) 네가 시야 확보를 잘해 줘야 심폐기 타임 줄고
환자도 살 가능성이 높아져
- (연경) 정신 차리자 - (민재) 네
[민재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
(허임) 자
제아무리 좋은 약제라 하나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되는 법
뱀에 잡혀 먹히기 전의 두꺼비는
독이 가장 오른 상태로
회장님처럼 혈압이 높은 분들께는 독 중의 독이 되는 것이며
뭐, 독?
(허임) 아, 아, 또한
물개의 음경이라 하면
명문에 양기를 보하는 보양식인데
회장님처럼 본디 열이 많은 분들이 드시면
불섶에 기름을 붓는 격이니
자
[허임의 웃음]
(허임) 자
자, 한 잔씩들 드십시오
저, 저, 아...
회장님에겐 독이지만 양기가 부족한 아주머니들에게는
좋은 약제가 될 터이니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뭣들 하십니까 한 잔씩들 쭉 들이켜십시오
(민 회장) 아이고, 저게 얼마짜리인데, 저게!
허 선생,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또한 값비싼 녹용이나 인삼 또한
양기가 많으신 회장님에게는 쓸모없는 독일 뿐이니
(허임) 또 썩어 내버리기 전에 양껏들 가져가십시오
다 썩어 버리기 전에 얼른, 얼른, 자, 자!
[허임의 웃음]
(민 회장) 어휴, 저, 저, 저 미친놈, 저
나가, 당장 내 집에서 나가!
(성태) 아니, 저, 아이고!
- 아이고, 아휴 - (성태) 이쪽, 이쪽으로
[민 회장의 괴로운 신음]
[웃음]
아이고, 이게
어휴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제가 잠시 진맥을 봐도 되겠습니까?
(가정부1) 예?
아, 예
[맥박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목에선 쇳소리가 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아, 좀 몇 달 됐어요
[가정부1이 콜록거린다]
지금도 그렇고 아까도 잔기침을 하시던데
폐가 촉촉하지 않고 마르고 건조하여
김빠진 듯 쇳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아휴, 나는 그냥 감기인 줄 알고, 어휴
[콜록거리며] 약만 먹었는데
제가 침을 좀 놔 드려도 되겠습니까?
[감성적인 음악]
[연경의 힘주는 신음]
예스
[연경의 환호]
[휴대 전화 조작음]
(재하) 누나
(연경) 어, 재하야
허봉탁 씨 만나러 왔나 봐?
뭐 좀 할 말이 있어서 근데 퇴근했나 보다
오후 내내 없었어, 그 사람
아, 그랬구나
- 누나 - (연경) 응?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 가고 있다고 했지?
이제 다 알아?
응
알아
아니
누난 몰라
- 뭐? -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인물인지 누난 모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 언젠가 돌아갈 사람이야
아니, 돌아가야 될 사람이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하, 참, 이 자식, 이거
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성태) 아이, 참
[봉투를 집어 든다]
[의미심장한 음악]
(재하) 그 사람 언젠가 돌아갈 사람이야
아니, 돌아가야 될 사람이야
[풀벌레 울음] (허임)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어허, 이리 오너라!
저런 똥을 쌀 놈
[흥미진진한 음악]
어르신, 저 왔습니다요
[허임의 웃음]
그럼 또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시지요
[허임의 웃음] (택시 기사) 택시비
[멋쩍게 웃으며] 지난번에 한 번 왔던 데라 많이는 안 나왔습니다
카드로 하실 거죠?
[어이없는 탄성]
(허임) 집이 최고야
[허임의 웃음]
잘들 있었소? 나 왔소이다
연경 처자!
[허임의 웃음]
여기 나 왔소, 나 돌아왔소!
(천술) 야, 야, 너 택시비 계산해 택시비, 어?
[감성적인 음악]
(허준) 넌 그 사람을 만났느냐?
(연경) 네, 만났어요, 그 사람
(허임) 바로 이 맥이었소
이 맥이 나를 그대에게 이끌었던 것 같소
(재하) 최연경 씨는 어쩌실 겁니까?
어차피 당신 다시 돌아가야 될 사람 아닙니까?
(허임) 그런 걸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하시오
그럴 일 없을 테니
(허임) 내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그대를 혼자 두는 일은 없을 것이오
절대로 없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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