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13
파스타 13부.
씬1. 옥상 (밤)
은수 (다시 서울시내 야경으로) ..
(에라 모르겠다. 큼 큼 목청 다듬는다)
(목청껏) 쉐 프 랑- 서 유 경이랑- 사 귄 다아---!!!!
(목놓아) 쉐 프 랑- 서 유 경이랑- 주 방에서- 연 애 한 다-
--!!!!
밤인데도 메아리 친다.
씬2. 옥탑방 (밤)
최현욱 임금님 귀 당나귀 귀 했으니까 주방에 선 입 꾹 다물기
다.
은수 (대답 않고)
최현욱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임금님 귀 당나귀 귀 아까처럼 하
고 식당 나와.
은수 (대답 않고)
최현욱 (이제 좀 편안한 듯) 졸 리 다..
유경 나 두..
은수 (다리 한쪽 쩍 최현욱 위에 올린다)
유경 (도 다리 한쪽 쩍 최현욱 위에 올린다)
최현욱 (은수 다리만 살짝 치워버린다)
은수 (씨)
최현욱 자 자.
셋 (눈 감는데서)
씬3. 도로. 차 안 (이른 새벽)
최현욱, 운전석에 있고.
유경 옆자리.
유경, 자고있다.
씬4. M오피스텔 전경 (이른 새벽)
전경 안으로 들어오는 최현욱의 차.
차 세우고.
최현욱, 자고있는 유경 본다.
입구에서 나오는 오세영.
최현욱의 차 본다.
차 안에 앉아있는 최현욱, 서유경 본다.
차 안.
자기 안전벨트 풀고, 유경의 안전벨트도 조용히 풀어주는 최현욱.
자고있는 유경을 빤히 본다.
유경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본다.
새근새근 숨소리 새 나온다.
소리없이 웃다가, 유경 깨운다.
최현욱 일어나. 다왔다.
유경 (눈 반쯤 뜬다)
최현욱 집이야.
유경 (눈 비비고)
최현욱 (보고)
유경 (기지개까지 행복하게 켜고는) 쉡,. 들어가서 모할거에
요?
최현욱 들어가서? 왜?
유경 (본다) 그냥 이시간에 쉐프는 뭐하나..?
최현욱 (유경쪽으로 돌아앉는다) 씻고.
유경 나두.
최현욱 운동하고.
유경 (본다)
최현욱 아침은 먹을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고.
유경 (아..) 똑같네 나랑.
최현욱 아침 먹으까 오늘은?
유경 (표정)
최현욱 올래?
유경 (당황) 에?
최현욱 몰래 와라. 아침 먹으러.
유경 건 쫌,. (벌개진다)
최현욱 와서 밥하라고.
유경 ,. (쩝)
최현욱 파스타는 그렇다 치고, 밥은 잘하나 봐야지 어디.
유경 찌개 별로였어요?
최현욱 아니.
유경 (배시시) 파스타나 그렇지, 다 잘해요 나?
최현욱 잘 됬네 그럼.
와서 밥해. 같이 아침밥 먹고 가자.
유경 (싫지 않다)
최현욱 (표정 읽는다) 내려.
최현욱, 내리고.
유경 내린다.
유경 (혼자 중얼) 밥 해 소리 왜케 듣기좋냐? (바보같이 웃는
다)
둘, 입구로 들어가고.
오세영, 그 둘의 뒷모습 본다.
표정, 편치 않다.
씬5. 1001호 (이른 아침)
현관 버튼 눌리는 소리.
유경 들어오고.
텅 빈 거실. 유경, 오세영 나갔나 보다 싶다.
가방 내려놓고, 외투 던지고, 화장실로 얼른 쏙.
씬6. 1002호 (이른 아침)
최현욱, 가방 던져놓고.
외투 던지고, 역시 화장실로 쏙.
씬7. 1001호 (이른 아침)
유경, 머리 감고 샤워하고 나오는데
오세영, 앉아있다.
유경 어 나가신 줄 알았는데? (샤워까지 해 표정이 더 발그
레)
오세영 (유경의 표정 보다가) 나랑 얘기 좀 할까요?
유경 (표정. 나가야는데) ,.예.
-김 모락 나는 커피 건내는 오세영.
유경,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시고는,. 시계 본다.
오세영 두 사람 어디서 와요?
유경 !
오세영 같이 들오는 거 봤어요 방금.
유경 (아) 은수 데,리러,.
(애매하게 웃어보인다.) 다시 나오기로 했어요 잘됐죠?
오세영 (표정) 유경씨.
유경 (시선 부담스럽다)
오세영 현욱씨랑 나, 이태리 학교서 공부만 한게 아니에요.
유경 (..)
오세영 우리가 한 주방에서 왜 이렇게 으르렁 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유경 (긴장되고)
오세영 역시도 조심스럽다.
오세영 궁금, 하죠?
씬8. 1002호 (아침)
최현욱, 도 샤워하고 나와 냉장고 문 연다.
무엇이 있나 재료 될 만한 것을 꺼내고.
쌀 내려 기분좋게 쌀 씻기 시작한다.
씬9. 1001호 (아침)
오세영 좋아해요 최쉡?
유경 !! (대답 못하고)
오세영 진작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같이 살고, 또 같이 일하
고 하니까
조심스러웠어요.
(빤히 유경 본다) 내 얘기 하지 말까요?
유경 아뇨. (진지해진 표정. 떨리지만) 해 주세요. 다.
오세영 (표정)
유경 (표정)
오세영 사랑했던 사이였어요. 아주 많이.
유경 (시선 내리고)
오세영 이태리 시절에 같이 지내면서 같이 요리하고 같은 꿈을
키웠던
파트너 겸, 라이벌 겸, 연인이었는데,. 내가 그만
순간의 욕심에, 실수로, 현욱씨를 놓친 거에요.
그 사람이 아직까지 나를 용서하지 않는게 나는, 나에 대
한 사랑이
남은걸로 느껴져요.
유경 (떨리기 시작하는 입가)
오세영 유경씨.
유경 (표정)
오세영 지금 그 사람은 나를 밀어내지만, 한 사람의 요리사로,
또 여자로,
내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최현욱 뿐이에요.
근데 오늘, 유경씨 표정에서 나와 비슷한 마음이 보이더라
고요.
맞아요? 그런거에요?
유경 (적잖이 충격받은 표정)
오세영 내가 잘, 못 본건가?
유경 (일어선다) 저 준비하고 먼저 나가보,께요.
오세영 (표정에서) 그래요 그럼.
씬10. 1002호 (아침)
식탁에 거의 차려진 아침.
김이 모락 나는 밥 두 공기. 식탁에 놓고.
수저 두 개, 젓가락 두 개 놓는다.
냄비 뚜껑 열고 보글보글 끓는 찌개, 맛 보는 최현욱.
맛 있 다.
시계 본다. 1001호 쪽 본다.
씬11. 라스페라 전경
씬12. 휴게실 (아침)
은수, 문 열고 쭈뼛 들어선다.
요리사들, 옷 갈아입다 일제히 들어서는 은수에게 시선.
은수 죄송합니다.
일동 (동작 멈춘다)
은수 (꾸벅 고개 숙인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동 (정적)
은수 (반응 없자 겁먹은 표정)
이지훈 야 정은수-!!! (를 시작으로)
일동 너 이눔 자식!! (일제히, 반갑다 잘 돌아왔다. 식의 목 조
르고, 머리 쥐
어박고, 헤드락 걸고 요란한 환영)
휴게실 안, 활기가 돈다.
씬13. 2층 난간 (아침)
은수 들여보낸, 격한 환영의 소리 새나온다.
최현욱, 난간에 기대 그 소리 흐믓하게 듣고 섰다가.
저만치 오는 유경에 시선.
건방진 손 까딱 까딱.
최현욱 너 일루 와 봐.
유경 (표정. 쭈뼛 다가와 선다)
최현욱 (앞만 보고) 더 잤어?
유경 (최현욱 얼굴 본다. 대꾸않고)
최현욱 (표정 본다)
유경 (얼굴 보기만)
최현욱 얼굴이 왜 그래? 누구한테 한 대 맞았냐?
유경 (표정) 예.
최현욱 누구한테?
유경 쉐프 한테요.
최현욱 내가?
유경 예 쉡.
최현욱 (뭔소린가) 내가 언제?
유경 (불안함을 감추고) 이제 시,작인데 우리.
최현욱 (표정) ?
유경 (빤히 본다) 나두 한 대 쳐야지. (하면서 최현욱의 볼에
주먹을
살짝 치듯이 툭 갖다댄다)
최현욱 점점?!
유경 (애써 씩씩하게 웃어보인다) (가고)
최현욱 (왜 저러지?)
씬15. 휴게실 (아침)
다 나가고 텅 빈 휴게실.
은수, 자신의 락커룸 문앞에 선다,
며칠 비운 것 뿐인데도, 감회에 젖는다.
걸려있는 자신의 유니폼에 최현욱이 지난번 건낸 이름표 달아준
다.
씬16. 주방 (런치)
첫 주문이 들어오기 직전.
정은수까지 제 자리에 자리잡은 주방.
최현욱, 주방을 쭉 둘러본다. 정은수, 최현욱과 눈 마주치자 헤벌
쭉 웃는다.
최현욱, 그 옆의 유경을 본다. 유경은 아무 표정 없다.
최현욱 졸업 입학 시즌이고, 가족모임은 코스요리보다는 파스
타 중심의 단품요
리를 선호한다. 주문량 보고 결정하겠지만, 힘들어도 메인
파트 도움없이 파스타라인에서 모두 소화해.
파스타라인 예! 쉐프!!
오세영 (여유있다)
유경 (최현욱 빤히 본다)
첫 주문지 들어오고.
최현욱 (뽑아든다) 테이블 넘버 5. 시칠리아 스타일 가지요리
하나, 봉골레 둘,
(뽑아든다) 테이블 넘버 11. 라비올로니와 크랩차우더 하
나,
새우 그린리조또 하나, 닭가슴살 시저샐러드 하나.
(뽑아든다) 테이블 넘버 17. 오늘의 추천요리 둘, 테이블
넘버 8
발사믹소스 야채샐러드 하나, 볼로냐 둘, 양송이 시금치
농어구이 하나.
들어가!
일동 예! 쉐프!!!
-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 모습.
특히 파스타라인은 유경 포함 정신없이 프라이팬 흔들며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
최현욱 (주문지 뽑아든다.) 테이블 넘버 12. 봉골레.. (읽다가
유경 본다)
유경 (정신없이 봉골레 만들고 있다)
최현욱 서유경! 앞으로 몇 접시 남았어?
유경 지금 하는거까지 4개입니다.
최현욱 (유경이 속도가 늦다) 지훈이, 너는?
이지훈 (접시에 파스타 담으며) 리조또 두 개 더 있습니다.
최현욱 덕이 라비올리 모자란거 은수랑 보충해.
선우덕 예 쉡. (냉장실로 서둘러 빠지고)
오세영 (라비올리 두 접시 쉐프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나 비
었어. 주문 줘.
유경 (만든 봉골레 접시에 담으며, 본다)
최현욱 (주문지 읽는다) 테이블 넘버 12. 봉골레 둘. 테이블 넘
버 25. 봉골레
하나, 바질페스토 하나. 합이 넷! 들어가.
오세영 (신속하게 프라이팬 두개 내린다. 선우덕 스토브까지 주
저없이 꿰찬다)
오세영과 유경이 봉골레 만드는 모습이 교차로 보여진다.
둘이 비슷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오세영은 프라이팬 두 개, 유경
은 하나다.
오세영, 능숙하게 프라이팬에 재료 각각 넣고 볶는다. 유경도 볶는
다.
오세영은 프라이팬 두 개를 가지고 조리하지만 유경과 속도가 같
다.
마침내 모시조개를 프라이팬에 투하하는 두 사람. 프라이팬 돌리
기 시작하는데.
오세영, 양 손으로 힘있게 스냅을 준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프라
이팬에서 회전하는
조개들. 회전 속도와 회전반경, 대담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
이태리파도 조금 놀란 듯 바라본다.
유경, 주눅든다. 오른손으로 프라이팬 하나만 돌리는 유경.
아직도 조개가 튀어나갈까 조심조심 스냅을 주는 수준이다.
주눅이 드니 평소보다 더 못한다. 조개 막 튀어나간다.
최현욱 서유경! 조개들이 주방 타일바닥에 다이빙이나 하려고
잡혀온줄 아냐?!
유경 죄송합니다 쉡!
최현욱 (유경 프라이팬 대신 잡으려 한다) 이리내!
유경 (버틴다) 쉡, 제가 하겠습니다.
최현욱 (본다)
유경 (끝까지 프라이팬 놓지 않으며) 제가 하겠습니다.
최현욱 (좀 이상한)
- 쉐프의 테이블에 나란히 봉골레 내려놓는 오세영과 유경.
오세영은 두 접시. 유경은 한 접시다. 그것부터 유경이 밀린다.
최현욱, 먼저 오세영 것 먹는다. 다음 유경 것 먹는다.
종 띵- 울려, 오세영 두 접시 홀에 내보낸다.
쉐프의 테이블에는 유경의 접시만 덩그마니 남았다.
최현욱 왜 이래?! 더구나 바뿐 날?! 면하고 기름하고 따로 논
다!! 어-?!
니 마음하고 손하고 따로 노니까, 오일하고 면하고 제대
로 섞이질 않고
뭐야 이게?!!
유경 (..) 죄송합니다 쉡. 다시 하,
최현욱 (오세영에게) 이 자식꺼까지 합이 여섯개, 들어가!
오세영 (유경 본다. 안타깝다) 오케이. (프라이팬 내리고 시작
한다)
오세영 봉골레 만드는 모습(특히 스냅동작)과 교차되며 최현욱 훈
계 이어진다.
최현욱 먹지도 못할 조개껍질까지 통째로 넣고 프라이팬 흔드
는 이유가 뭔지
모르냐? 저 코딱지만한 조개살 먹자고 그 열배되는 껍질까
지
넣는거니?! 양 늘릴라고!? 조개육수를 껍질 안에 모아뒀다
가 껍질 벌어
지는 순간, 바다향 가득한 육수가 팡 터져나오게 하기 위
해서다!!
오세영, 손목 스냅준다. 프라이팬 위의 모시조개들, 자르륵 자르
륵 한방향으로
리드미컬하게 돌아간다.
최현욱 때문에 균일한 속도, 균일한 힘으로 돌려서 프라이팬 위
의 조개가
동시에 익고 동시에 입이 벌어지게 해야한다! 그게 바로
봉골레의
핵,심,이야!
유경 (오세영의 스냅을 본다. 정말 잘한다. 거기다 두 손으로.)
최현욱 뭐해? 대답 안 해?
유경 예, 쉡.
최현욱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평소 유경답지 않다)
유경 (묵묵히 자리로 돌아간다.) .
최현욱 (저거 왜저래,. 신경쓰이는 모습에서)
씬17. 휴게실 (아이들타임)
유경, 혼자 풀죽어 앉아있다.
마음 심란한...
씬18. 라스페라 앞 (낮)
설사장, 라스페라에서 중년신사 2명을 따라나서며 에스코트 중이
다.
김강, 거리 한 편에서 걸어오다 이 모습을 본다.
손님1 아이고, 고맙습니다. 성함이? 설..사장님이라 그러셨나?
설사장 아, 잠시만요!
설사장, 지갑에서 명함 꺼내는데 ‘라스페라 설준석’ 웨이터용 하얀
색 명함이다.
설사장, 당황하며 얼른 집어넣고 지갑을 뒤진다.
지갑 깊숙이 예전에 쓰던 ‘대표 설준석’ 금빛 명함이 몇 장 숨겨져
있다.
뿌듯이 웃으며 금빛 명함을 손님들에게 건네는 설사장.
여자(E) 저도, 한 장 주시죠?
설사장, 아무 생각 없이 그쪽으로도 명함 한 장 건네고 보니..
허걱, 명함 잡은 채 도끼눈으로 쏘아보고 있는 김강.
설사장 저..저... (명함 안 주려고 잡아당긴다)
김강 (명함 빼앗으려 더 잡아당긴다)
명함 줄다리기.. 끝에 김강, 확 빼앗고.
김강 (날서서 명함 보는) 라스페라 대.표 설준석??!!
설사장 (입가 파르르)
김강 대표? 이봐요! 그.냥. 설준석씨! 당신 지금 이거 사장사
칭...
설사장, 화들짝 놀라 김강 끌고 간다.
설사장 (울상 / 속닥) 저기 손님들이라도 가시면.. 제..발... 네?
김강 (씩씩.. 주차장 쪽으로 오라는 손짓하고 간다)
설사장 (손님들에게 가서) 하하.. 아무~일도 아닙니다. 어서 가
시죠.
손님2 (차에 안타고, 구경났다) 아니, 저 여자분이 방금..
설사장 (손님 차에 억지로 밀어넣으며) 그럼 안녕히 가십쇼!
(차 문 닫고 탁탁) 오라잇~~!!
설사장, 차가 출발할 기세 보이자 얼굴 파랗게 질려 주차장쪽으로
간다.
다리가 휘청. 공포에 떠는 설사장.
씬19. 라스페라 주차장 입구
다가오는 설사장을 잡아먹을 듯 보는 김강. 무서워 고개도 못 드
는 설사장.
김강 (버럭) 알아요? 산이도? 설사장, 아니 설준석씨가 이러
고 다니는 거?
알겠지! 다 알면서도, 그 물러터진 놈이!
설사장 산이가.. 참... 성격이 좋아요.
김강 이것보세요! 몰래 천만원 해 먹은 거, 그거, 딴 레스토랑
같았음
그냥 해고가 아니라 고소감인 건, 알죠?
설사장 (처량맞게 끄덕끄덕)
김강 그런 걸, 산이 걔가 맘이 약해 터져서 복직까지 시켜줬드
니,
이젠 아예 대놓고 산일 허수아비 취급해요?
설사장 사모님.. 정말 그건 아니..
김강 (빽) 이제 사모님 아니라니깐!
암튼, 또 언제 우리 산이 뒷통술 칠지,
당신이란 사람 라스페라에 있는 거 내가 불안해 못 보겠으
니까..
딱, 여기까지만 보는 걸로 하죠?
설사장, 놀라 김강 붙잡는데
김강 하! 난요, 산이랑 다르거든요? 얘, 지금 사장실에 있죠?
매몰차게 뿌리치고 가는 김강.
김강이 멀어져가자 번뜩 정신이 드는 설사장. 또 해고란 말인가?
설사장, 얼른 김강 따라 가려는데 아까 손님들 저만치 차 세운채
차창 밖으로 이 상황 다 보고 있다.
설사장, 아무 일도 아닌 듯 손님들에게 찌그러진 우아 미소 날리
며
걸음은 허둥허둥 김강을 쫒는다.
씬20. 라스페라 1층~2층 계단.
씩씩대며 아무도 없는 계단 올라가는 김강.
설사장 달려와 주변 재빨리 살핀 후 김강의 다리 붙잡는다.
설사장 사모님! 아니, 산이누님! 누니~~임!!! (비굴하게 무릎까
지 꿇는데)
2층에서 네모 내려오다 설사장과 눈 딱 마주친다. 모두 정지.
김강 (도 네모와 설사장 상황 보니 좀 그렇긴 하다)
큼, 아...주, 한번만 더 그랬다간!!!
설사장 네, 그러믄요! 그러믄요!
김강, 설사장 뿌리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설사장 그제야 삐그덕 일어서며 고개 외로 꼰다.
네모 못 쳐다본다.
네모, 설사장의 비뚤어진 웨이터 넥타이를 바로 잡아준 뒤 먼저나
간다.
씬21. 사장실
김 산, 소파에 앉아있고.
노크소리. 최현욱 들어온다.
김 산 앉으세요 쉡.
최현욱 (앉는다)
김 산 쉐프룸, 내일부턴 오세영 쉐프와 같이 쓰면 어때요?
최현욱 (한 방 맞은.. 어이없다. 피싯 웃음이 다 나온다)
김 산 (꿋꿋하다)
최현욱 (삐딱) 명령입니까?
씬22. 휴게실
텅 빈 휴게실, 오세영 들어선다.
오세영 자기 락커로 가려다 멈칫, 최현욱의 락커를 본다.
락커에 붙여진 ‘최현욱’이란 이름을 가만히 보는 세영,
이태리3, 휴게실로 들어오다 이런 세영의 모습 본다. 불쾌한 표정
된다.
세영을 둘러싸는 이태리 3.
오세영 (이태리3 본다)
이지훈 (꼬는) 불편하시죠 여기?
오세영 아뇨, 지낼만 한데요.
필립 저희가 불편해서요.
오세영 (피싯) 어쩔까요? 그럼?
이지훈 정말 모르십니까?
아님, 억지로 육수 바꾸듯 최셒의 마음도 바꿀 수 있다고..
정말 믿는 겁니까?
오세영 내 육수, 당신들 손으로 직접 프라이팬에 넣게 될 거에
요.
억지로 바꾸지 않아요. 최쉡의 마음도 마찬가지구요.
이태리3 하.
오세영과 이태리3 서로 팽팽하게 본다.
씬23. 사장실
김 산 세영이도 쉐픈데, 휴게실에서 사이도 껄끄러운 남자 직
원들과 같이
지내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요.
최현욱 싫은데?
김 산 한 공간에 있으면 공동쉐프로서 마음을 맞추기도 쉽고.
최현욱 싫습니다.
김 산 싫어도 할 수 없습니다.
쉐프니까 쉐프룸에 있게 하겠다는 건데, 내가 이상합니
까?
최현욱 여기 넓고 좋구만, 여기 두분이 같이 지내지 왜 나하고
꾸역꾸역 조기
새끼마냥 역어놓으려는 거요?
김 산 (표정)
최현욱 방을 같이 쓰라는게 사장님 설명대로 세영일 위한건지,
아님 당신을 위한 건지, 것부터 좀 솔직해 지지? (일어서
고)
김 산 (전혀 흔들림 없다. 여유 있게 등받이에 기대며)
내일부터 같이 지내는 걸로 알겠습니다.
최현욱 !!
씬24. 라스페라 외경 (밤)
홀직원일동E (크게) 수고하셨습니다-
씬25. 주방 (영업 끝난 후)
오세영, 혼자서 육수 만들고 있다.
맛보고 갸웃하며 계속 메모해 나간다.
최현욱, 주방 들어오려다 이 모습 본다. 다시 나간다.
씬26. 쉐프룸 (밤)
최현욱, 퇴근준비한다.
노크소리. 이태리파 들어온다.
선우덕 부르셨습니까.
최현욱 어. (책상에 기댄다. 이태리파 본다) 육수문제, 해결해
야 되지 않겠냐?
이태리파 (표정)
최현욱 이렇게 평행선으로만 내내 갈 순 없쟎아. 우리가 포기하
든지,
저쪽을 포기시키든지, 이만큼 시간 지났으면 결론이 있어
야지?
이지훈 거야 당연히 저쪽이 포기해야죠!
필립 첨부터 결론은 그거였습니다.
최현욱 덕이 생각은?
선우덕 저도 같습니다.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었다면 주방 뛰쳐
나가는 그런 짓
저희도 안했을겁니다.
최현욱 (끄덕인다) 맛은?
이태리파 (! 선뜻 대답못한다. 사실 아무도 여태 맛보지 않았다)
최현욱 (본다)
이지훈 (얼른) 별롭니다. 전 싫어요.
필립 저한테도 맞지 않습니다.
최현욱 (선우덕 본다)
선우덕 기싸움 하자는겁니다. 야채스탁은 이태리서부터 쉡이
랑 우리가
여러번 실험해서 결정한 육숩니다. 저희도 자신있습니다.
최현욱 그래? 니들 생각이 그런거면, 알겠다. 퇴근해.
이태리파 (찝찝한 표정)
씬27. 라스페라 현관밖 계단.
유경, 계단참에 혼자 앉아있다.
최현욱, 내려온다.
좀 떨어져서 유경옆에 걸터앉는 최현욱.
유경 (최현욱 본다)
최현욱 뭐해 여기서?
유경 수고하셨습니다 쉡.
최현욱 안 추워?
유경 내내 불 앞에 있어서 괜찮습니다. (딴데 보고)
최현욱 어이.
유경 (본다)
최현욱 나한테 혼나서 그래? 하루 이틀 혼나는 것도 아니면서?
종일 얼굴이 왜그래?!
유경 혼나는거 자존심 상합니다 이제.
최현욱 (표정) 거 좋은거야.
유경 오세영 쉐프님하고 비교되니까 더, 그래요.
최현욱 당연하지.
유경 당연하지?
최현욱 어. 당연하지.
유경 (보면)
최현욱 그래야 실력이 늘지 임마.
자존심도 안 상하고, 마냥 그냥 원래 선배는 혼내는 사람,
나는 혼나는
사람, 선배는 잘하는 사람, 나는 당연히 못하는 사람 하고
천년 만년 있
어봐라. 비교질도 당하면서 자존심 팍 팍 상해야 일취월장
한다.
유경 (히)그런가?
최현욱 내일부턴 더 심하게 비교질 하면서 너 빈정 상하게 할거
다.
유경 (표정)
최현욱 좋아한다고 봐주고 그런거 애초에 없다.
유경 예 쉡.
최현욱 계속 자존심 상해야 되. 알았지?
유경 예 쉡.
최현욱 자존심 상한다고 마냥 풀죽지 말고. 절인 배추 되지 말
고.
유경 예 쉡.
최현욱 (유경 옆으로 다가앉는다)
유경 (뒤돌아 살핀다) 고만 오십쇼 쉡.
이러다 소문 납니다.
최현욱 이러고 대놓고 터진 장소서는 의심 안한다 사람들이.
유경 (그런가)
최현욱 너 기분좋은 소식 하나 있는데 들려주까?
씬28. 프론트 입구 (밤)
설대표, 정리하면서 나온다.
입구 유리문 열려다가 나란히 앉은 둘의 등 본다.
엉덩이 빼고, 입김으로 하.. 하얗게 서리가 일 정도로
유리문에 귀 바짝대고 서있는다.
씬29. 현관 입구 계단 (밤)
유경 뭔데요?
최현욱 (진지하다) 어떤 남자가 너 좋아한다.
유경 (표정)
최현욱 안 좋아?
유경 (본다) 좋아요. 근데 그 얘기 왜 해요?
최현욱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눅들어 있지말고. 나보다 괜찮은 놈일지도 모르잖아.
유경 (핏) 쉡.
최현욱 어?
유경 쉡도 기분좋은 소식 있는데,
최현욱 (본다)
유경 어떤 여자가 쉐프 좋아한대요.
최현욱 (오버) 진 짜?!
어떤 여자가? ,.이뻐?
유경 (본다.) 돈, 많아요 어떤 남자는?
최현욱 (웃는다) 이쁘냐니까?
유경 (본다. 웃는다) 예 쉡.
최현욱 좋다 기분.
유경 쉡.
최현욱 응.
유경 자존심 상하는거 정말 좋은거죠?
최현욱 그럼.
유경 알았어요.
최현욱 (귀여운 듯. 유경 앞머리 헝클어준다) 혼나거나 자존심
이 상하면
막 밭에서 뽑아온 배추마냥 기운좋게 질투를 해.
절인 배추마냥 주눅들지 말고.
(본다) 질투가 낫다 주눅보다. 알았지?
유경 (씩씩해졌다) 예 쉡.
최현욱 뭘 하라고?
유경 (웃고) 질 투.
최현욱 이제 좀 얼굴이 피네.
유경 쉡.
최현욱 응.
유경 (본다)
최현욱 왜?
유경 쉐프옆에서 부끄럽지 않은 요리사로 서있을거에요.
최현욱 (보는데서)
씬30. 주방 (밤)
오세영은 없고, 오세영이 만들고 간 육수만 있다. 아직도 김이 모
락모락 난다.
퇴근하지 않고, 주방으로 내려온 이태리파.
쉐프의 테이블 근처에 모여선다. 표정들이 밝지않다.
이지훈 (저만치 화구에서 김 모락모락나는 육수를 보니 더 울
컥) 아 진짜! 오세
영은 이러다 우리까지 삶아서 육수뽑겠다?!
필립 (선우덕에게) 형도 맛 안봤어?
선우덕 (심난하다)
필립 쉡한테 거짓말한거네 그럼?
이지훈 왜 거짓말? 뭐가 거짓말? 우리가 치킨육수를 몰라?
맛이야 안봐도 뻔해. 난 거짓말 아냐. 싫어. 저거 싫어.
선우덕 (오세영 육수통 앞에 선다. 맛본다.)
필립 관둬. 퇴근이나 하자.
선우덕 (뒤돌아본다) 야.
필립,지훈 (표정. 설마...)
씬31. 지하주차장 (밤)
금석호 차 들어온다. 뉴쉐프대회 연습하러 온 국내파.
손발 착착 재료 내린다.
씬32. 주방 (밤)
선우덕, 필립, 이지훈. 나란히 자기 스토브에 서서 프라이팬 두개
씩 내린다.
선우덕은 토마토소스, 필립은 크림소스, 이지훈은 화이트와인소
스 파스타 만드는데
똑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들지만 육수만 다른 것을 쓴다.
육수맛을 비교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①육수통과 가장 가깝게 선 이지훈이 오세영의 육수를 한 국자씩
각기 다른 소스의
세 프라이팬에 공수한다. (각기 왼쪽 프라이팬)
②다른 프라이팬 세개엔 기존의 야채육수를 공수한다. (각기 오른
쪽 프라이팬)
서로 바라보는 세 사람.
긴장된 표정으로 재료 마저넣고, 면 넣고, 프라이팬 양쪽 손에 잡
고 동시에 흔든다.
- 마침내 완성돼 쉐프의 테이블에 올려지는 여섯접시.
각 소스별로 모양은 완전히 똑같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맛보는 세 사람.
- 지하주차장에서 주방으로 들어오는, 문, 창밖에서
주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국내파들. 뜻밖이라는 표정.
씬33. 지하주차장 (밤)
국내파, 재료 고스란히 들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온다. 뿔난 얼굴.
한상식 (눈치본다) 오늘, 연습은..?
금석호 (짧은 한숨) 재료 잘 나눠서 각자 집 냉장고에 보관해.
낼 하자.
민승재 (주방 쪽 쳐다보며, 불만가득) 쟤들은 갑자기 왜 저래?
이태리 유학까지 다녀온 놈들이 뭘 또 더하겠다고 저래애-
한상식 우리 뉴쉐프 대회 준비하는거 눈치챈거 아닌가?
금석호 알았으면 쉐프가 가만있지 않았을거다.
남아서 뭐 해볼게 있는 모양이지. 가자.
민승재 근데 왜이렇게 기분이 꿀꿀하지?
금석호 (표정) 타라.
모두 금석호 차에 올라타고. 차 문 탁 닫는다.
차 안.
정호남 (씁쓸) 학벌, 외모, 실력 뭐 하나 떨어지지 않는 것들이
노력까지 하면 우리는 어떡허냐고요!! 아- 증말 재수없어!
승재,상식 (맞다. 정말) 재수없어!!!!
씬34. 주방 (밤)
이태리파, 소스와 육수가 각각 다른 여섯개 접시의 파스타 시식 끝
냈다.
진지하고 심각하다.
이지훈 화이트와인소스는 역시 육수보다 와인의 영향이 커. 크
게 차이를
못느끼겠어.
필립 크림소스도 크림의 향이 강해서 차이가 크지 않아.
선우덕 문제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토마토소스다.
세 사람, 두 개의 토마토소스 접시 본다.
선우덕 오세영의 말이 정확히 맞았어. 새육수의 감칠맛이 토마
토 향을
살린다. 맛이 훨씬 깊다.
이지훈 (짜증 확 낸다) 아 진짜. 암튼, 오세영, 이런거 계산하는
덴
귀신이야 귀신.
선우덕 첨부터 맛을 보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어.
필립 오세영이라 앞 뒤 안가린거지 뭐.
선우덕 큰 일이다. 쉡한테 뭐라고 하지?!
맛도 안보고 무턱대고 반대부터 한걸 알면 우리 싹 다 요
리사복
벗길지도 몰라.
이지훈 보고는 무슨?! 절대로 말하면 안돼!!
필립 이제와서 인정하면 쉡도 곤란해.
이지훈 쉡까지 포함해서 우리 남자 네명이 전부, 오세영한테 무
릎꿇자는 거랑
같은 의미라고?!
셋 (망연자실 충격받은 표정에서)
씬35. 도로. 차 안 (밤)
최현욱, 유경, 나란히 차 안.
집에 가는 길이다.
최현욱 새벽에 나와. 프라이팬 위에서 조개하고 노는 법, 따로
일러줄 테니까.
앞으로 낮에 주방에선 더 맘껏 인정사정없이 혼낼꺼다.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 사일 의심 안하지.
유경 예 쉡.
최현욱 그 혼낸 걸 다음날 이른 아침엔 자세히 노하울 일러주
께.
그럼 나, 남들 보는데선 원없이 내 승질대로 해도 되지?
유경 예 쉡.
최현욱 대신 너는 낮에 나한테 뒤지게 혼나도, 절인 배추 되지
말고.
혼자 냉장실 들어가서 몰래 웃어. 아 이건 쉡의 애정표현
이다.
그렇게. ok?
유경 애정표현?
최현욱 응.
유경 그럼 심하게 혼날수록 심한 애정표현?
최현욱 응.
유경 (입 벌어진다) 예 쉡. (그러다 퍼뜩) 그럼 잘해주는 거는
반대에요?
나 싫다 소린가?
최현욱 아니 거는 그냥 그대로. 것도 애정표현.
유경 우와 그럼 종일 애정표현?
최현욱 그래. 종일.
유경 (히.)
최현욱 이러고도, 이러고 종일 쉐프의 애정표현을 받고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유경 예 ! 쉡!!!
최현욱 몇 시?
유경 (좋다) 5시?
최현욱 (본다) 너 잠 없냐?
유경 그럼 6시?
최현욱 7시에 나와도 돼.
유경 (좋다) 예 쉡!
씬36. 1001호 (밤)
현관 열리고 들어오는 유경.
오세영, 생각보다 밝은 유경의 표정 읽는다.
오세영 늦었네요?
유경 네.
오세영 오늘,. 힘들었죠?
유경 .,
오세영 유경씨한테 갑자기 그런 얘기들 해 버린거
틀렸나, 나빴나,. 하루 종일 생각 많이 했어요. 근데,
유경 (본다)
오세영 하고 나니까, 맞았던 거 같아요. 그게.
유경 쉐프.
오세영 (본다)
유경 같은 여자끼리 이런 상황된 거 편하지 않지만,
그래도 먼저 말 꺼내준 쉐프님이, 참,. 용감하다고 생각합
니다.
오세영 (표정) 유경씨. 유경씬 유경씨 방식대로, 난, 내 방식대
로 하면 어때요.
최쉡한테도 라스페라 주방에 들어오면서 약속했거든요.
이 주방에서 비겁하지 않겟다고.
내 사랑을 찾는 방식에서도 레시피를 짜듯, 파스타 만들
듯 정직할 거에
요. 그러지 않고 거두는 승리는 이번에 나한텐 정말 아무
의미 없거든
요. 괜,찮아요?
유경 (표정) 예 쉡.
오세영 ,.그럼, (어색하지만)
유경 (밉지않다) 예 그럼,. 쉬세요. (방으로)
오세영 (방으로)
텅 비는 거실.
씬37. M오피스텔 전경. 주차장 (이른 아침)
금석호 무리의 차.
다시 들어선다.
어제 못한 비닐장봉다리 들고 내려서고.
씬38. 주방 입구 (이른 아침)
들어서려다 흠칫하는 정호남 무리.
장봉다리 뒤로 하고 숨는다.
정호남 (눈앞에 상황이 당황스럽다) 아니,
유경과 최현욱 벌써 나와 스토브 꿰차고 프라이팬 연습중이다.
정호남 아니 다들 왜케 열심히야 갑자기?!
민승재 (난처해) 부주!? 어쩝니까 이제?! 이 재료 이거 이러다
다 상하겠습니
다?!
한상식 주방내에 뉴쉐프 나가는 팀이 우리말고도 혹, 더 있는
거 아닙니까 부
주?!
금석호 일단 쉐프가 알면 곤란하니까, 가자.
정호남 (짜증) 아,. 머리털 나고 처음 공부 좀 할랬드니, 공부방
이 없냐 어뜨
케?.. (마지못해 물러서는 정호남 무리.)
씬39. 유경반점 주방 (이른 아침)
중국프라이팬 안에서 탁탁 튀어 오르며 빠르게 돌아가는 야채와
해물들.
불 위에서 커다란 중국팬 흔들고 있는 유경부 모습.
그렇게 한참을 흔들다 멈칫, 불에서 프라이팬을 내린다.
손목이 아픈지, 인상을 쓰며 오른쪽 손목을 주무르는 유경부.
유식 들어와 이런 유경부 본다.
유식 왜요? 또 아프세요?
유경부 (얼른 손 내린다) 아프긴. 그거나 꺼내 봐라.
유식, 찬장 한 구석 열면 안에 낡은 테니스공 두 서너개 있다.
꺼내서 유경부에게 건네면
유경부, 오른손으로 테니스공 힘껏 감싸 쥐고 손목 스트레칭, 위
아래로 꺽고
힘있게 천천히 돌린다.
유식 우리 학교 병원 한 번 가보시라니깐.
정형외과, 잘 보는데.
유경부 일 없어. 그래봤자 손목 쓰지 말란 빤한 소릴텐데..
어떤 요리사가, 이걸 안 쓰고 먹고 살아?
유식 그럼? 그걸루 돼?
유경부 (손목 더 힘있게, 집중해서 돌리며)
그러니깐 이렇게 틈틈이 힘을 붙여놔야지.
유식 (찬장속 테니스공 보며 혼잣말) 그래서 누나도 갖고 갔
나?
유경부 누나가? (버럭) 젊은게 걘 벌써 아프대?
그러게 왜 하지 말란 요리사질은 해 가지고,. (쯔)
씬40. 주방 (이른 아침)
스토브 앞에선 유경, 최현욱.
최현욱, 모시조개와 면 넣고 스냅주는 유경의 하는 양을 유심히 본
다. (봉골레)
최현욱 조개를 안 떨어뜨릴 생각만 하지 말고. 니가 아마추어
냐? 넌 프로야?!
양념과 조개속의 육수, 그리고 면, 그 세개가 제대로 섞이
도록 흔들어줘
야 맛있는 봉골레지?!! 순 겁만 많아 가지고. 어-?!!
유경 너무 어려워요 봉골레는.
최현욱 (안되겠다. 스토브 불 확 끄고는) 나와.
(빈 프라이팬 두 개 집어들어 안긴다)
유경의 손목 잡아끌고 주방을 나선다.
유경 (양손에 프라이팬 든 채) 어디 가는 데요-?!
최현욱 (대꾸 않고)
씬41. 입구 프론트 (이른 아침)
프론트 뒤 바구니에서 ‘열쇠’ 집어들고, 나가는 최현욱.
유경을 잡고 계단 내려가는 모습 보인다.
씬42. 라스페라 주차장께 (이른 아침)
커피 자판기 앞.
유경 커피 마시게요?
최현욱 (열쇠 열더니 동전 모아진 곳 찾는다)
유경 왜요-?
최현욱 (자판기서 주르륵 토해지는 100원짜리들)
유경 오.. (신기해 보다가)
최현욱 2만원 어치 담어.
유경 (뭔 소린가?)
최현욱 우리 파스타 한 접시당 2만원이잖어.
담으라고.
유경 2만원이면 가만있어 보
최현욱 (0L)200개씩.
유경 아 200개씩. (끄덕)
최현욱 100원짜리 한 개당 5그램 쯤 되니까, 200개면 1키로지?
두쪽이니까 식재료는 2키로고.
지금 니가 양손에 들고있는 프라이팬 무게 1키로.
합이 3키로.
유경 봉골레랑 똑같네?
최현욱 (답답하다) 요리사들 출근한다 이러다?
유경 에? 예. (얼른 수북히 양 프라이팬에 담아주고)
최현욱 (시범 보인다)
유경 (눈빛이 달라진다)
최현욱, 2만원씩 담긴 100원짜리 넣고 양손으로 프라이팬 돌린다.
한번씩 유연하게 스냅 줄 때마다
일제히 100원 방향이던 것이 일제히
유경 와 세종대왕 나오셨다.
최현욱 무식하긴. 이순신이지 이게 세종대왕이라고?
유경 (흥분) 이순신은 장군인데, 봐요 사모관대 쓰고 있잖어.
세종대왕이라
니까?
최현욱 (계속 시범)이순신.
유경 세종대왕.
최현욱 (시범)이순신.
유경 세종대왕.
최현욱 해봐 이제.
유경 (받아들고)
최현욱 재료가 곧 돈이고, 그니까 한 개라도 동전은 떨어지면 안
된다.
양념이 고루 묻혔나 확인해 보려면 스냅 한번 줄때마다 100
원 됬다, 이
순신 됬다, 100원, 이순신, 100원, 이순신, 0k?
유경 (끄덕) 예. (흔든다) 100원. (스냅. 위로 붕 나르는 동전
들) 세종대왕.
100원, 세종대왕,
결과는! 떨어질까 소극적으로 흔든탓에 척 바닥에 들러붙은 동전
들,
꿈쩍않고 몽땅 다 그냥 100원쪽이다.
최현욱 (버럭) 입 아프게 할래 진짜!?! 소스를 고루 버무려 주는
게 파스타 생명
이란거 아냐 모르냐?!!
유경 (안다. 이 앙다물고) 다시. (이번엔 더 크게 흔들어) 100
원. (스냅 준다)
세종대왕. (우수수 붕 날라 밖으로 떨어지는 동전들)
최현욱 (보고. 한심해 죽는다)
유경 (눈치)
최현욱 아 맘대로 해!!!! (간다)
유경 쉡-. 쉐프-.
불러도 성큼 가버리는 최현욱.
유경 (남아서)아 씨.. 가르쳐 준다드니, 성질만 내(고 가냐?!)
자판기앞 혼자 흔든다.
유경 100원. (스냅) 세종대왕. (스냅) 100원. (스냅) 세종대왕.
... (손목, 어깨, 빠질 것 같다) 100원. 이순신, 100원, 이순
신.,
유경, 고개들어 가는 최현욱의 뒷모습 본다.
시선 거두고, 다시 연습하는 유경.
우수수 떨어지는 이순신들..
포기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
씬43. 해직녀 ‘파스타’ 가게.
변두리 동네 허름하고 단촐한 분식점 분위기의 가게.
테이블 4~5개 정도의 규모다.
여기저기 식재료와 식기등의 짐 박스들 놓여있고
해직녀들, 일하는 편한 차림으로 여기 저기 정성껏 쓸고 닦고 하
고 있다.
찬희, 원래 가게(국수집) 벽에 붙어있던 메뉴판
<비빔국수, 멸치국수, 열무국수, 간장국수 .. 무조건 3500원> 떼어
내면
희주, 그 자리에 새 메뉴판 붙인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크림소스 스파게티, 올리브오일 스파게티
등.. 5천원>
해직녀3, 새 메뉴판 보고 감격에 겨워 박수친다.
찬희 (희주보고) 언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미희 (찬희 툭 치며) 언니라니~!
찬희 큼, 쉐.프! 이게 꿈은 아니겠죠?
희주 그럼~! 이젠 우리도 내 주방에서, 내 파스탈 만든다 이거
야.
절대 짤릴, 염려, 없이!!!
일동 (박수치며 하이톤 환호성) 오~오~!
미희 쉡! 대박나면, 우리도 강남으로 진출하죠?
희주 라스페라, 바로 옆으로?
일동 (또 박수) 오오~~!
찬희 쉡! 체인점도 팍팍 내죠?
희주 하나씩 맡아서 오너쉐프하고?
일동 (또 박수) 오오~~!
희주 그때까지 정말 이 한번 꽉 물어 보자. 우리도!
찬희 나, 라스페라에서 일 할 때보다 열배 백배 더 열심히 할
꺼야.
미희 나두!
배달원이 개업축하용 작은 꽃화분 하나 들고 들어선다.
배달원1 화분, 배달왔습니다.
돌돌말린 리본 밑 부분 보면 ‘설준석’ 이라고 쓰여있다.
말린 리본 펴보니 <축 개업 - 라스페라 ‘대표’ 설준석>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해직녀 3
씬44. 라스페라 복도
핸드폰 통화하며 걸어가는 설사장
설사장 어, 벌써 받았어? ..고맙긴 뭘.
아.. 그거? 큼., (구석으로 가며) 그야 내가 라스페랄 ‘대표
해서’
보낸단 의미루다가.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챙겨? 아, 그럼그럼! 아하하하...
씬45. 희주네 파스타 가게 - 주방
작지만 오밀조밀 정성이 들어간 깔끔한 주방.
선반에 스파게티 건면, 올리브오일등의 재료 놓여져 있다.
희주 (통화중 끊고) 암튼 못 말려. 그래두 고맙다. 그지?
미희찬희 (웃으며 끄덕끄덕)
해직녀3, 좋아서 설사장 화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배달원2 배달 왔습니다!
배달원이 몇 배는 크고 화려한 고급 화분을 가지고 들어온다.
희주 누구지? 이렇게 큰 걸?!
리본 펼쳐보곤 더 놀라는 해직녀 3 표정.
설사장의 작은 화분. 리본 <라스페라 대표 설준석 >.
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크고 고급스런 화분, 리본 <라스페라 대
표 김산>.
두 화분.. 민망하게 비교된다.
희주, 설사장 화분 살짝 뒤로 밀고, 김산 화분 앞으로 끌어낸다.
(귀엽게)
아직은 마냥 좋은 3인방 모습에서.
씬46. 라스페라 외경.
씬47. 쉐프룸
최현욱, 쉐프룸 들어서는데
열려진 문. 막 책상 하나 더 들어가고 있다.
최현욱, 사장실로 성큼 성큼 간다.
씬48. 사장실 앞 복도.
최현욱, 성큼 성큼 사장실쪽으로 가고 있는데
마침 나가려고 하던 김산, 사장실 문 열고 나온다. 딱 붙은 둘.
설대표, 역시 사장실쪽 오다 그런 최현욱 본다.
김 산을 지켜주기 위해 서둘러 김 산옆에 장승처럼 서주는 설대
표.
최현욱 내가 분명히 싫다고 말 했을텐데?!!
김 산 사전에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왜이래요 속 좁게?!
최현욱 하 차!!! 속 좁게?!! 하 하하
설대표 (지지않겠다는 듯, 배치기 하듯 배내민다) 정 싫으면 본
인이 방 빼시든
지-!!!
팽팽한 셋.
저만치 이태리3인방, 유경, 걱정스레 셋을 보고 있다.
유경, 터지기 직전인 두남자 (최,김)의 표정에 답답한 시선.
씬49. 주방
영업시간 직전, 요리사들 각자 준비하고 있다.
오세영, 재료담는 통에 자기가 만든 육수 담아온다. 처음이다.
오세영 (육수 어디다 놓을까 자리 본다. 기존에 있는 재료통 좁
힌다)
이지훈 (괜히) 거참. 가뜩이나 자리도 좁은데.
오세영 그러게요. 그러니까 빨리 하나로 통일하죠?
이태리파 (어림없다는 듯 본다)
오세영 일단 오늘부터 세가지맛 파스타만 이 육수로 해 볼거에
요.
오세영, 그릴 앞 재료놓는 곳 맨 오른쪽에 육수 놓는다.
이태리파 앞에 있는 육수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오세영의 육수.
이태리파들, 긴장된 얼굴로 오세영과 오세영의 육수를 바라본다.
최현욱 들어와 쉐프의 테이블에 선다.
최현욱 (잔뜩 마뜩찮은 얼굴로 오세영 바라본다)
오세영 (꿋꿋이 서있다)
최현욱 오늘은 대학 졸업식때문에 파스타 라인의 주문이 폭주
할 거다. 손이 보
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속도 내 프라이팬 잡아야 한다.
준비됐나?
일동 예! 쉐프!!!
주문지 나오기 시작한다.
- 오세영, 세가지맛 파스타 만든다. 맨오른쪽 육수(=자신이 만든
것) 쓴다.
바로 옆의 선우덕, 흘금 본다.
- 세가지맛 파스타는 맛보지 않고 바로 홀로 내보내는 최현욱.
- 파스타라인, 유경까지 각기 열심히 파스타 만든다.
유경, 봉골레 프라이팬 돌리는 동작에 조금 더 자신감이 붙었다.
아침 최현욱의 특훈 생각하며 진지하게 스냅준다.
최현욱 (유경 뒤에 가서 구령 붙여준다) 더 더 더 힘있게! 리듬
타고!
손목은 균형만 잡는거야!!
유경 (구령에 맞춰 프라이팬 스냅준다. 가지런히 돌아가는 조
개들) 예 쉡!
오세영 (최현욱과 유경 신경 쓰인다)
필립, 크림소스파스타 쉐프의 테이블에 가져다 놓는다.
최현욱, 와서 맛본다.
최현욱 치즈가루 좀 더 뿌려.
필립 예 쉡!
필립, 그릴 앞 재료놓는 곳에서 치즈가루 서둘러 꺼내려다가,
치즈통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아차하는 순간, 떨어뜨린다.
치즈가루, 야채육수통에 와르르 부어진다.
이태리파 (사색이 된다)
최현욱 집중 안해?! 어디다 정신을 판거야 이 바쁜 시간에!?
필립 죄송합니다 쉡.
최현욱 은수 뭐해? 얼른 치우고 육수 바꿔.
정은수 (쩔쩔) 저, 야채육수는 저게 단데요. 런치에 다 쓰고
준비시간에 새 걸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최현욱 (뒤의 육수통 본다) 저건?
오세영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정은수 오세영 쉐프님이 만드신..
최현욱 (열 빡 받는다. 이태리파 보며) 니들은 대체 뭐하는 자식
들이야!
파스타 주문량 는거 몰라?!? 근데 육수 관리를 이따위로밖
에 안했어?!
선우덕 (할 말 없다) 죄송합니다. 쉡.
최현욱 (식, 식,) 육수 바꿔놔!
정은수 오세영 쉐프님 육수로..?
최현욱 (버럭) 그럼 육수 없이 파스타 만들꺼야?!! 어-?!!
정은수 (괜히 자기가 혼난다. 억울하다. 얼른 야채육수통 치우
고, 새 통에
오세영 육수 퍼담아 나른다) 예 쉡!
오세영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세가지맛 파스타만 만든다)
최현욱 (그런 오세영, 더 거슬린다)
이태리파 (앞에 놓인 오세영 육수를 바라본다. 착잡하다)
최현욱 (전투적으로 다시 주문지 뽑아든다) 테이블 넘버 3. 런
치 스페셜 세트
둘. 테이블 넘버 15. 올리브소스 문어샐러드 하나, 바닷가
재 링귀니 하
나,토마토소스 해산물링귀니 둘 합이 넷. 테이블 넘버 29.
밤스프 하나,
닭가슴살시저샐러드 하나, 연어 사프롱소스 리조또 하나.
일동 예, 쉐프!!!
이태리파, 새 프라이팬 내린다.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죽으러 가는 심정으로 파스타 만드는 세사
람.
각자, 오세영의 육수를 한국자씩 퍼서 프라이팬에 넣는다.
치이이익- 오세영의 육수, 각 프라이팬에서 소스와 하나가 된다.
- 이태리파, 각자 만든 파스타를 쉐프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최현욱, 필립의 크림파스타를 먹는다. 표정 있다. 홀로 내보낸다.
다음, 이지훈 파스타를 먹는다. 표정. 뭔가 느꼈다. 홀로 내보낸
다.
다음, 드디어 선우덕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먹는다.
최현욱 (암말 안하고 돌처럼 굳어 서있다. 이태리파 찬찬히 노
려본다)
이태리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고개 푹 수그린)
국내파 (각자 일하면서, 이게 무슨 분위긴가,, 이상한)
유경 (도 이상하다.)
최현욱 (오세영, 그리고 오세영의 육수를 본다)
오세영 (최현욱을 바라본다)
그런 두 사람을 유경이 바라본다.
씬50. 쉐프룸
김 산, 쉐프룸으로 문 열고 들어와 선다.
두 개의 책상 놓여있다.
심난한 표정으로 두 개의 책상 보는 김 산 모습.
씬51. 냉장실
유경, 들어와 오세영의 육수 앞에 선다.
작은 접시에 오세영의 육수를 덜어 맛본다.
뒤로 오세영 들어와 선다.
오세영 (들어와, 뒤에서) 어때요, 맛이?
유경 (뒤돌아 본다) 맛이, 달라졌어요. 치킨 육수가 아닌것 같
아요.
오세영 야채 육수에요.
유경 야채 육수요? 근데 야채 육수도 아닌,거 같은데.
(다시 맛본다) ,.콩, 이요?!
오세영 네. 콩을 쓰면 야채 육수면서 고기육수같은 감칠맛이 나
죠.
콩 단백질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느껴질 거에요.
유경 다른 요리사들이 계속 반대했는데,. 포기 안하고,.
결국 해내신 거네요?
오세영 (표정)
유경 (그런 오세영을 부러운 듯 뚫어지게 본다) 쉐프가 인정
안 할 수가 없
네요.,
오세영 고마워요. (나가고)
유경 (어쩔수 없이, 기죽는다)
씬52. 옥상 (저녁)
이태리파에 정은수까지 일렬횡대 차렷자세로 서있다.
최현욱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빛) 파스타 라인은 다 모였
나?
선우덕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경솔했습니다.
이지훈 (투정부리듯) 선배, 우리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시
쟎아요..
최현욱 내가 아는 건, 니들이 요리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거짓말을
했다는거다. 요리사가 ‘맛’에 대해 거짓말을 해?
그게 요리사야? 어!!??
이태리파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다)
최현욱 육수문제로 가출까지 해서 큰코다쳤으면 정신 차렸어야
지,
한쪽에서는 연구 끝에 저런 걸 개발하는 동안, 니들은 뭐
했어?
트집잡고 거짓말하고 그 중요한 주방 육수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나몰라라하고!? 니들이 파스타 만들 자격 있어??!!
정은수 (억울) 근데, 저, 저는 왜, 부르셨습니까?
최현욱 (정은수보며) 주방 막내가, 감히, 주방에 육수를 떨어뜨
려? 어!!??
정은수 (움찔)
최현욱 니들 옷 벗어 전부.
일동 (표정) !!!
선우덕 그만 두라고요?!
이지훈 (기막힌) 선배!! 우리 잘못이 크다고 하지만, 우리요, 선
배 한마디에
이태리서 하던 일 다 그만두고 단숨에 왔어요! 어떻게 우
리를,
우리까지, 해고해요?
최현욱 누가 해고한대?!
일동 (해고 하는거 아닌가??)
최현욱 (버럭) 옷벗어! 당장!!
일동 (서로를 본다. 옷, 벗으라는 얘기? 지금? 눈치본다)
정은수 웃통, 벗으라구요? 이렇게 추운데??
최현욱 실시!!!
필립, 젤 먼저 벗기 시작한다. 선우덕, 이지훈 따라 벗고. 정은수
도 벗는다.
최현욱 (표정)
(불만스럽게 유경 시선주고) 요리사복 벗으니 좋
냐?
일동 싫습니다!
최현욱 요리사복 벗고 싶냐?
일동 아닙니다!
최현욱 니들, 이번 같은 일 한번만 더 벌어지면, 그땐 요리사복
영원히
벗어야 할줄 알아. 알았어??!!!
일동 넵!!
최현욱 쪼그려뛰기 동서남북 100번 실시한다. 실시!
- 일렬횡대로 나란히 서서 구령붙이며 쪼그려뛰기하는 파스타라
인.
국내파가 옥상 입구에서 구경하고 있다.
정호남 지들 몸에서도 육수 좀 흘리겠구만.
민승재 그럼 이번에도 오세영 쉐프가 이긴건가?
한상식 어, 그러네.
정호남 (금석호에게) 여자 밑으로 들어가는게 쬐끔 그렇지만,
뉴쉐프대회에
필요한 ‘매니저 쉐프’ 말입니다.
오세영 쉐프한테 부탁하는게 어떨까요?
금석호 (팔짱끼고 생각한다)
씬53. 휴게실 (밤)
김 산, 선인장 붙은 유경의 락커룸 앞에 선다.
선인장 사진 뒤에 메모지 붙이고.
휴게실 빠져나간다.
씬54. 쉐프룸 (밤)
최현욱, 혼자 생각에 잠겨 서있다.
씬55. 사장실 (밤)
오세영, 사장실 소파에 혼자 앉아 커피 마신다.
플래쉬백> # 최현욱 차 안. (은수 옥탑방에서 돌아오던 아침)
서유경, 최현욱, 다정한 모습.
깊은 숨을 내쉰다.
요리는 자신있지만, 최현욱에 대해서는 이제 자신할 수 없게 되었
다.
탁자 위의 놓인 오세영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들어온다.
최현욱이다. - ‘쉐프룸에서 보자’
씬56. 쉐프룸 (밤)
최현욱, 책상에 기대 오세영 기다리고 있다.
오세영, 문열고 들어와 선다.
최현욱 (본다) 육수, 좋더라.
오세영 응. 고마워.
어제 밤에야 완성된거야.
최현욱 몇 번이나 해본거야?
오세영 (웃는다) 많이.
최현욱 그래. 너니까.
오세영 내가 그런 사람이란거, 아는 현욱씨가 있으니까.
그래서 했어. 하고 싶었어.
최현욱 니가 하고 싶은 게, 쉐프, 이기만을 바란다.
오세영 (대답 안하고 본다)
최현욱 그거라면, 자격 있다 너는.
(머뭇) 같,이 써. 주방도, 쉐프룸도.
오세영 (해냈다)
최현욱 같이 써보자. 오세영, 쉐프.
오세영 고마워. 쉐프.
최현욱 (나간다)
오세영, 남아서 쉐프룸 본다.
우선은 여기까지 온 것으로도 만족한다.
씬57. 사장실 (밤)
문 열고 들어와 서는 오세영.
김 산, 모니터 보다 시선 준다.
오세영 (긴장한 듯) 같이 쓰자네?
김 산 (일어서 다가온다) 잘 됐다.
오세영 음. (쑥쓰러운 듯 웃어보인다) 덕분에.
김 산 가까이서 자꾸 보고, 얘기하고 하면 둘 사이 훨씬 나아질
거야.
우리 주방에도 이제 평화가 오는건가?
오세영 그래야지. (웃어보이고)
자기는 계속 그러고 숨어만 있는 거, 언제까지 그럴꺼야?
김 산 왜 갑자기?
오세영 (유경과의 일 말하려다, 머뭇) 그냥.
김 산 ! (표정) 나도 그만 커밍아웃 할까?
오세영 (본다) (싫지 않다) 진짜?
김 산 응.
오세영 찬성 나는.
김 산 보자면 나올까 근데?
오세영 (김 산 본다)
김 산 (생각에 잠기고)
씬58. 휴게실 (밤)
들어오는 유경.
자리 락커룸 앞에 선다. 옷 갈아입으려다 사진 뒤에 붙은 메모 본
다.
‘ 오늘 밤 10시30분.
집 앞 편의점.
Mr. 선인장. ’
유경 (헉) 10시 반!..!! (놀라고 상기된 표정에서)
시계 보는데, 10시 30분 다 되간다.
서둘러 허겁지겁 나가는 유경.
입구로 들어서던 최현욱과 부딪는다.
최현욱 어디가?
유경 늦었어. 늦었어요. (달려 나가고)
최현욱 (유경 락커에서 달랑이는 선인장 사진 본다)
씬59. 복도. 2-1층 계단 (밤)
최현욱, 유경의 뒤를 보다가
최현욱 (잡는다) 가지마.
유경 에? 아니, 저기 선인장이, 이따가 갔다와서 설(명 하께
요)
최현욱 가지마라.
유경 (표정)!
씬60. 집 앞 편의점 (밤)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 편의점 통유리.
스툴에 앉아, 창 밖으로 오는 사람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빼먹지 않고 시선 주는 유경 모습.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유경, 11시가 넘어간다.
오지 않는다.
씬61. 건너편 횡단보도 (밤)
스툴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유경을 보는 남자의 어깨. 김 산이
다.
빤히 유경을 지켜보는 김 산 모습.
편의점과 반대방향으로 돌아선다.
씬62. 편의점 (밤)
12시 넘었는데도, 오지 않았다.
유경, 돌처럼 앉아 기다리다 포기한다. 막 가려는데
최현욱, 옆으로 와 스툴에 앉는다.
유경 (최현욱 본다)
최현욱 (유경 본다)
유경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최현욱 (들고있던 맥주 캔 딴다) 마실래? (유경 앞으로 민다)
유경 (최현욱만 본다. 신기하다 온게)
최현욱 (자기 맥주 캔 따 한모금 마신다) 지난번 꺼 복수다.
유경 ?
최현욱 (빤히 유경 보다, 자기도 유경 볼을 툭 때린다)
유경 아. 아파요. (많이 아픈척)
최현욱 (표정)
유경 (표정 바뀐다) 근데, 나 생각보다 맺집 좋아요?
최현욱 (핏. 웃음 난다)
유경 (웃어 보인다)
그러고 편의점 창가에 앉은 둘의 모습에서.
씬64. M오피스텔 전경
날이 밝는다.
씬65. 앨리베이터 안 (이른 아침)
김 산, 혼자 타고 있다.
내려가는 앨리베이터.
씬66. 10층 앨리베이터 앞 (이른 아침)
유경, 기다리고 서있다.
앨리베이터 문 열리고. 타고 있는 김 산 본다.
유경 올라탄다. 닫히는 문.
씬67. 동-앨리베이터 안 (이른 아침)
김 산 만난다. 유경.
김 산, 다른때와 달리 말도 안 시키고 가만 숫자 모니터만 보고 서
있다.
유경 출근해요?
김 산 (앞만 보고) 어디좀 들리고.
유경 이렇게 일찍?
김 산 응.
유경 (고개 돌려 본다)
김 산 (시선 안 준다)
유경 손님.
김 산 (..)
유경 무슨 일 있어요?
김 산 아니.
유경 (아무래도 전같지 않다) 손님, 내가 내이름을 붙일 수 있
는 파스타
레시피 완성하면 손님한테 손님으로는 제일 먼저 맛보게
할께요.
김 산 (그제사 돌아본다.) 요리사님.
유경 왜요?
김 산 주방에서 일도 하고 사랑도 하고 토끼 두 마리 다 잡고싶
어?
유경 (본다)
김 산 (본다)
유경 토끼는, 토,.끼가 두 마리가 아니고요.
일하는 토끼가 사랑도 하고 뭐 그런거 아닐까요. (어설프
게 웃어보인다)
김 산 (그 미소 본다) 그런가?
유경 (응.)
김 산 그렇네.
유경 (웃는다)
김 산 (인정) 그렇다. (같이 웃는다)
문 열린다.
씬68. 주방 (이른 아침)
아직 텅 빈 주방으로 유경 들어온다.
금석호의 그릴서부터 정호남, 민승재, 한상식, 은수,,.순차대로 익
숙한 공간을 어루
만지며 파스타라인 스토브들, 쉐프의 테이블까지 한 바퀴 빙 도는
유경.
쉐프의 테이블 앞, 중앙에 서본다.
한 눈에 들어오는 주방 모습.
살짝 눈 감아본다.
유경 (눈 감은채) 자 첫 주문이다.
천천히 들려오기 시작하는 ‘익숙’하고 ‘맛있는 주방의 소음’들.
유경 (주문지 든다) 테이블 넘버9 화이트 와인에 졸인 배, 잣,
호두를 곁들인
블루 치즈 드레싱 시금치 샐러드에 한우 송아지 안심 스테
이크 (종 치
고), 새우 스탁으로 맛을 낸 스파게티와 왕새우(종치고).
최상급 오일로
절인 닭가슴살과 고르곤졸라 크림 소스의 팬네 둘(종친
다). 최현욱 들어
가!
최현욱 예! 쉡!! (일사분란 프라이팬 흔들었다, 그릴에 고기 뒤
집었다, 왕새우
튀겼다 동분서주 한다)
유경 (쉐프의 테이블 위로 비스듬이 손으로 머리대고 눕는다)
(지적질) 어 거기 고기 탄다 뒤집어 뒤집어 뒤집어!!
최현욱 예 쉡!
유경 손목아지 부러졌냐 속도가 뭐야 그게?!
최현욱 예 쉡!!
유경 (지적질) 이 내장을 확 뽑아 소세지로 줄줄이 매달고 싶
은 것들아
제발 쫌 서있지 말고 움직이라고 쪼옴-
최현욱 예 쉡!!
유경 (지적질) 너 오일 스탑 스탑 오일!
기름으로 떡진 머리같은 파스타는 니 귀한 식구들한테나
대접해!! 어?!
최현욱 예 쉡!!
유경 내 허락 없이는 한 접시도 홀로 나가지 못한다. 알았나?!
최현욱 예 쉡! (쉐프의 테이블로 완성된 프라이팬 들고 온다.
(접시에 보기좋게 담아내놓는 ‘새우 스탁으로 맛을 낸 왕
새우스파게티’)
유경 (일어나 덩그마니 테이블위에 앉은 채 한줄기 맛보고는
음미. 죽이게 맛
있는 거 꾹 참고) 다시!
최현욱 다시?
유경 (살짝 쫀다) 응 다시?
최현욱 (옆에 걸터 앉는다) 다, 시이?!
유경 (표정)
최현욱 (여유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유경 (배시시) 아주 죽여줍니다 맛이. (침 꿀떡. 엄지손가락
치켜든다)
최현욱 (좋은거 감추고. 엄해지는 표정)
예의 성질 팍팍한 최현욱으로 완전히 돌아와서는
최현욱 주문받아라. 테이블 넘버, 여기. 서유경의 파스타 하나.
유경 예 쉡!
최현욱 짜게 해달라면 짜게 해주고, 달게 해달라면 달게 해주
는
무식한 파스타 하나.
유경 예 쉡!
최현욱 김치랑 먹고 싶대면 김치도 드릴 수 있는 국적불명 파스
타 둘.
유경 예 쉡!!
최현욱 쉬는 시간 주문해도 오케이고, 배달시키면 배달도 가능
한
자존심이라고는 멸치똥 만큼도 없는 파스타 셋.
유경 예 쉡!!!
최현욱 붕어.
유경 (보면)
최현욱 (빤히 본다. 버럭) 그게 비빔국수지 파스타냐?!!!
그게 굳이 잘 차려입고 레스토랑 와서, 일류 요리사한테
얻어먹고 가야
하는 부가세 포함 2만원짜리, 것도 한 접시 양은 쥐똥만큼
인,
뒤지게 비싼 라스페라 이태리 파스타냐고?!!
유경 아닙니다 쉡.
최현욱 라스페라 서른가지 파스타를 완벽하게 니것으로 만든
뒤에
그 다음에 니 레시피를 고집해. 기본을 건너뛴 창의는 오
만이다.
손님이 아는 맛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맛있는 맛을
선보여야 하는
것은 요리사의 의무이자 권한이다.
너의 기본은 쉐프인 내가 책임진다. 오케이!!!?
유경 (좋다)
유경, 감았던 눈 뜬다.
유경 (눈 뜬다) 예 쉡.
분주하고 맛있던 주방 소음도 사그라 들고.
이른 아침, 텅빈 주방. 혼자 서있다.
상기된 표정. 주방 입구로 걸어 나가고.
금붕어 두 마리만 노는 텅 빈 라스페라 주방의 모습에서
1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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