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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불허전 14

 

[어두운 음악뭐라고요?

 

(재숙원장님 잡혀가셨다고

 

환자한테 침을 잘못 놔서 심장을 찔렀다고

 

(간호사환자 갑자기 왜 이래환자분!

 

환자분환자분!

 

[간호사의 놀란 숨소리]

 

[노숙자1의 웃음]

 

(간호사환자분환자분!

 

[간호사의 놀란 숨소리]

 

(재숙그 환자 잘못되기라도 하면 원장님 어떡하니?

 

혈압 떨어지고 맥박도 빨라지고 있어요

 

이 상태로 침 빼면 헤모페리카디움으로 환자 사망할 수 있어요

 

OR로 갈게요

 

(노숙자2) 그 영감님 손 떨어요

 

침놓을 때 손 떠는 거 내가 봤어요

 

참말이어요?

 

(형사1) 그 영감님 손 떨어요?

 

그게그러니까...

 

그 영감이 침 어디 어디 놨는디요?

 

합곡곡지족삼리 그리고

 

(허임중안요

 

(형사1) 그짝이 중안이구나

 

그럼 맞는구먼

 

그 환자그짝에 침이 꽂혀 있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석션 기계 작동음]

 

(민재무슨 피가 이렇게 많이...

 

그 한의사 완전 돌팔이네

 

(연경이거 아무래도 이상해

 

(민재뭐가요?

 

(연경침으로 찌른 거로는 이 정도로 피가 많이 고이진 않아

 

(민재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민재의 탄성]

 

(형사1) 아무튼 목격자 두 분의 진술이 엇갈리니께

 

당사자 말을 들어봐야 안 쓰겄소잉?

 

시방 수술 중이라니께 쪼깨 기다려 봅시다

 

하면당사자가 어르신이 찌른 게 아니라고 말해 주면 되는 것이오?

 

그러면 되는 것입니까?

 

워머이게 뭐데

 

(형사1) 최천술 씨, 20년 전에도

 

의료 사고가 한 번 있었구먼

 

그게 무엇이오?

 

그 한의원에서 약 받아 먹고 환자가 죽을 뻔했다는디

 

[어두운 음악] (형사1) 집행유예로 끝나기는 했는디

 

이런 전과가 있으면 허벌나게 불리하죠잉

 

(허임) 20년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것까진 네가 알 것 없고

 

넌 내 말 잘 들어?

 

(천술나는 괜찮아괜찮으니께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면 안 돼?

 

어떤 놈이 와서 뭐라고 지껄여도 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지는 거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놈한테 지는 게 아니라 너 자신한테 지는 거여

 

(천술네가 처음에 왜 의원이 되고자 했는지

 

그 마음만 잘 담고 있으면 되는 거여

 

잡스러운 놈들에게 휘둘리는 건 이제 그만 하면 됐잖어!

 

(이연우리 병원에 내원했던 환자가 아니라서

 

이름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나오네요

 

휴대폰도 없고 가족들 연고지 파악도 안 돼요

 

그 사람 노숙자예요 - (이연?

 

(민재환자가 입고 있던 옷 찾아왔습니다

 

근데 이건 왜요?

 

[달그락 소리가 난다]

 

아스피린

 

[의미심장한 음악] [민재의 한숨]

 

[한숨]

 

[약통이 달그락거린다]

 

안녕하십니까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연경환자가 복용 중이었던 아스피린입니다

 

이것 때문에 쉽게 지혈이 되지 않고

 

위급한 상황에서 수술까지 가게 된 겁니다

 

(형사2) 그 원장 하마터면 사람 죽일 뻔했네

 

이거 보시죠

 

(연경여기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침의 각도가 이렇게 위쪽을 향해서 심장을 찌르고 있어요

 

아무리 실수로 침을 놓고 뽑지 않았다고 해도

 

보통 이렇게 침이 위쪽을 향해 있지는 않습니다

 

아니그걸 선생님이 어떻게...

 

게다가

 

그 원장님, 50년이나 넘게 손에 침만 잡고 사신 분입니다

 

한 번도 그런 실수 하신 분이 아니에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제가 그 원장님 손녀딸입니다

 

?

 

[안내 음성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무슨 일 있어요?

 

한의원 의료 사고 환자 때문에요

 

침이 심장을 찔렀다네요

 

한의사가 침으로 심장을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선생님은 아시겠구나

 

그런 일이 가끔 있어요?

 

아니가끔 있는 게 아니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어떤 돌팔이가 그런 짓을 했대?

 

그 한의원 이름이 혜민서라네요

 

?

 

[민재의 멋쩍은 신음]

 

(민재환자는 거기 원장님이 평소에 자주 가시던

 

서울역 노숙자고요

 

[경찰차 사이렌이 울린다]

 

(형사1) 저기 이 차가 아무나 막 얻어 타고 그런 차가 아니어요

 

환자가 깨어났다고 하지 않소?

 

어서 갑시다여긴 내가 잘 아니 날 따라오시오어서!

 

[무거운 음악]

 

(허임연경 처자

 

김호섭 환자 담당 의사 최연경입니다

 

하면 처자가...

 

(형사1) 뭔 처자를 자꾸 여기서 찾아 쌓아?

 

이분 또 그...

 

 

그 환자분 조금 전에 의식이 깨어났고

 

지금 진술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어디래요?

 

이쪽으로

 

(연경저 환자 그때 그 서울역 맞죠?

 

[옅은 한숨]

 

할아버지 아니죠?

 

당연한 소리를...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소

 

아니그럼 어쩌다가...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왕초 어른이 깨어났으니 자초지종이 곧 밝혀질 것이오

 

(노숙자1) 아니글쎄 나는 잘 모른다니까요

 

침 맞고 나오다가 이렇게 됐다니까요

 

침을 어떻게 놓고뽑고 안 뽑고

 

그런 거는 침놓는 사람이 알지 내가 뭐 어떻게 알겠어요?

 

나는요

 

엄연히 피해자입니다피해자요

 

[노숙자1의 한숨]

 

왕초 어른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그럼 내가 내 몸에다가 내 손으로 꽂았을까?

 

(노숙자1) 하이고저는요

 

그 영감님이 손을 떨 때부터 알아봤어요

 

(형사1) 긍께 시방 환자분 말씀은

 

분명히 침을 놓은 사람은 최천술 원장이다

 

이 말씀이죠잉?

 

아이그렇다니까요

 

(노숙자1) 그 영감님이 그 침으로

 

내 저요기 요기다가 찔러 넣고

 

그러니까 이제 나는 그때 이제 눈을 감고 있어 갖고

 

침이 뽑혔는가 안 뽑혔는가 그거는 잘 몰라요

 

그러고서 걸어 나오는데

 

아이고갑자기 그냥 하늘이 뱅뱅 돌더라니께

 

[휴대 전화 조작음]

 

아따 이렇게 되면 우짜쓰까잉?

 

그 원장님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네

 

그럼 위장 쪽엔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기인데

 

(노숙자1) 아이아니라니까요

 

지금도 그냥 속이 더부룩하고 그냥 죽겠다니께

 

뭐여

 

시방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여뭐여?

 

아니여아니여아니여아니여

 

아이침은 우리 저영감님한테 맞으려고

 

(성태돈과 힘

 

그게 얻기는 어려워도

 

그것에 밟히기는 쉽다는 것

 

[문이 드르륵 닫힌다]

 

[다급한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심장 박동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한숨]

 

[깊은 한숨]

 

[어두운 음악]

 

생각보다 늦었네

 

앉아

 

[숨을 카 내뱉는다]

 

대관절 왜 그러신 겁니까?

 

이미 짐작하고 온 거 아닌가?

 

하면

 

저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성태의 헛웃음]

 

꼭 자네 때문만은 아니야 [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깟 구닥다리 한의원 하나 없애는 거는

 

나한테는 일도 아니지

 

[무거운 음악]

 

듣지 말아아무것도 받지 말아

 

[아파하는 신음아이고

 

(허임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성태천하의 허임이도 그런 재주는 없나?

 

난 의원이오

 

의원이지

 

그것도 천재적인 침 실력을 가진 의원

 

(성태그러니 내가

 

이런 일을 맡길 사람도 자네뿐인 거고

 

의술로 장사를 해도 정도껏이지

 

제아무리 이문이 크다 한들

 

의원으로서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소이다

 

[옅은 웃음]

 

(허임내 그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소

 

[성태의 웃음] (성태그렇게 해

 

자네는 조선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니까

 

근데 말이야

 

그 양반얼마 남지도 않은 여생 감옥에서 썩게 될 거고

 

평생 쌓아 올린 의원으로서의 인생도

 

한 방에 끝장나는 거야

 

바로 자네 때문에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요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르신은 내가 지킬 것이오

 

네놈이 침 들었을 때나 허임이지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라

 

뭘 할 수 있나

 

[답답한 한숨]

 

[콜록거린다]

 

[아파하는 신음]

 

[거친 숨소리]

 

[허임의 절규]

 

[거친 숨소리]

 

(연경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잠시 알아볼 게 있어서 좀 다녀왔소

 

저 환자 계속 거짓말하고 있는 거죠?

 

계속 저렇게 거짓말하면 할아버지는요?

 

걱정 마시오어르신 별일 없을 것이오

 

내가 꼭 그렇게 만들겠소

 

[무거운 음악]

 

(허임제발제발 마음을 좀 돌려 주십시오

 

지금 어르신의 누명을 벗겨 주실 분은 왕초 어른밖에 안 계십니다

 

아이참

 

내가 잘 모른다고 몇 번을 말해

 

(노숙자1) 그리고 나는 저기억나는 대로

 

내가 아는 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살짝 웃는다]

 

그간 어르신을 오랫동안 봐 오셔서 어떤 분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영감님을 어떻게 잘 알아?

 

그냥 와서?

 

공짜로 침 몇 번 놔 준다고 해서 맞았을 뿐인데

 

(노숙자1) 그 툭하면 손 떠는 거

 

그건 잘 알지

 

왕초 어른

 

[헛기침]

 

대체 왜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진실을 밝혀 주시면

 

왕초 어른을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니 제발 한 번만...

 

(노숙자1) 아니가만 그러니까 지금 저기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거여?

 

자꾸 이러면 형사 불러

 

돈 때문입니까?

 

(허임저도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돈 때문에 침을 놓았던 적이 있지요하나

 

그 침으로 사람을 상하게 했던 적은 없습니다

 

 

뭔 말 하려고 그래난 잘 모른다니께

 

침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흉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니 제발 그 침으로 그간 어르신이 해 오신 일들을

 

한 번만 떠올려 봐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제발 왕초 어른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한숨]

 

설마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

 

(성태예 오늘내일 중으로 연락이 올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민 회장님

 

[성태의 웃음당연하죠

 

[차 문이 달칵 열린다그 대신 민 회장님도 약속 꼭 지켜 주셔야 됩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달칵 내린다]

 

[답답한 한숨]

 

(성태어디가 불편하세요형님?

 

[어두운 음악]

 

[한숨]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그렇게 레퍼토리가 변함이 없어?

 

지겹지도 않아?

 

가진 게 이런 재주뿐인 걸 어쩌겠어요

 

그래서 남 재주 빌려다가 돈 벌고 명예 얻고

 

평생을 그러고 살아?

 

매번 이렇게 때맞춰서

 

허준이며 허임이가 내 앞에 딱 나타나 주니

 

그때 그만큼 허준 데려다가 부려먹고

 

이놈까지 잘 우려먹었으면 됐지

 

그 나이 처먹고도 또 이러고 싶어?

 

그때도 허준이가 형님한테 돌아갔죠

 

그래서 네놈이 일을 꾸몄지그때도

 

(천술허준이가 그때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잖아!

 

[성태의 헛웃음] (성태그 선택 때문에

 

호되게 곤욕 치른 거 잊으셨어요?

 

그래또 치르면 돼

 

(천술그때 네놈이 그 일로

 

사위 내친 거에 비하면 그깟 거 아무것도 아니여

 

그러니 허임이 그놈은 건드리지 말아!

 

이번에는 집행유예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형님

 

허준이 네놈 걱정을 왜 했는지 알겠구먼

 

너는 결국 허준이 말한

 

딱 그 짝밖에는 안 되는 놈이여

 

[한숨]

 

(성태마지막 부탁이네

 

이 부탁만 들어주면 천술 형님 누명도 벗겨 주고

 

더 이상 자네를 찾지 않겠네

 

제가 그간 형님 부탁을 들어드린 건

 

형님의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아픈 병자들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하면 제가 방금 전 부탁을 들어드릴 수 없는 이유도 아시겠군요

 

그럼 기어이 천술 형님을 감옥에 처넣겠다는 말인가?

 

설령 그렇다 해도 천술 형님과 저

 

의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걸 지킬 수 있으니까요

 

의원은 의원 된 마음으로 드러나는 것이지

 

허명 따위로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성태의 한숨형님은 제가 드린 처방전으로 많은 것을 얻겠지만

 

결코 천술 형님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두고 보게

 

결국 의원으로 이름이 남는 건

 

최천술이 아니라

 

이 마성태일 걸세

 

[긴장되는 음악]

 

20년 전 그때도

 

이런 식으로 일을 꾸미셨던 거군요

 

[한숨]

 

아마도 아버지께서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셨을 거고요

 

알았다니이제 네가 뭘 해야 하는지도 알겠구나

 

할아버지도 의사시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사람의 몸에 그런 짓을...

 

그래서 누가 죽기라도 했니?

 

다 자기들 대가를 바라고 스스로 원해서 해 준 일이야

 

대체 허임 그 사람이 뭐길래

 

그 사람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네가 그놈 실력 반만 됐어도 내가 이러겠니?

 

[헛웃음]

 

어디 불편한 데 있으세요?

 

(노숙자1) ?

 

아닙니다

 

환자분 고혈압 있으시죠?

 

 

현재 아스피린 복용 중이시고요

 

그런데요?

 

그런 상태에서 심장 찔리면 위험하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

 

아니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스피린이라는 게

 

피가 잘 응고되지 않게 해 주는 약이에요

 

그래서 상처가 나거나 할 때 피가 잘 지혈되지 않는 거고요

 

(연경환자분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했다고요

 

[어두운 음악]

 

(성태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하게 눕혀 가지고

 

깊숙이 [노숙자1의 놀란 신음]

 

쑥 찔러 넣으면 돼요

 

이 침이 워낙 가늘어서

 

심장 좀 찔려 봤자 금방 지혈이 되고 아무 탈이 없어요

 

아니저기제가 고혈압이 좀 있는데 그런 거는...

 

어허내가 명색이 한방 병원 원장인데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키겠소?

 

(연경일 시키신 분이

 

그런 건 안 가르쳐 주셨나 봐요?

 

...

 

(노숙자1) 선생님누구세요?

 

[피식 웃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저 기억 안 나세요?

 

?

 

며칠 전에 서울역에서 허봉탁 씨랑

 

허봉허봉탁

 

혜민서 한의원 최천술 원장님이

 

저희 할아버지세요

 

?

 

(허임다시 한번만 살펴봐 주십시오

 

[긴박한 음악] (허임어르신 잘못이 아니오

 

[서류를 탁 덮는다] (형사1) 아따이 양반이 진짜

 

끈질기네끈질겨

 

벌써 몇 시간째 같은 소리여지치지도 않는가 벼?

 

정 못 믿으시겠다면

 

내 몸에 직접 침을 꽂아 증명해 보이겠소

 

[침통을 탁 내려놓는다]

 

(허임잘 보시오

 

이곳이 중안이라는 곳이오

 

이곳에 침을 이렇게 반듯하게 해서 찌르는 것이오

 

오메!

 

위장의 겉벽과 속벽을 두 번 찌르는 느낌이 날 때까지

 

세 치 정도의 깊이로 찌르는 것입니다

 

(허임보시오

 

이러면 절대 심장을 찌를 수 없소이다

 

한데 그 환자는 침이 비스듬하게 깊이 찔려 있지 않소이까?

 

[한숨]

 

보시오

 

멀쩡하지 않소이까?

 

[형사1의 한숨]

 

의원이 침을 놓을 때 손가락 끝에 모든 마음을 싣는 법인데

 

어찌 위장의 벽을 뚫는 느낌과 심장을 찌를 때의 느낌을

 

구별하지 못할 수가 있겠소이까?

 

우리야 모르지

 

[답답한 한숨]

 

저 어르신은 평생 침을 잡고 사신 분이오

 

그 침으로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고치신 분이란 말이오

 

하니 제발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다시 살펴봐 주시오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고나오셨습니까?

 

아니어르신 [침통을 탁 집는다]

 

(허임어르신풀려나신 겁니까?

 

저희 어르신 풀려나시는 겁니까?

 

아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 계속 진행됩니다

 

(형사1) 이틀 뒤에 2차 조사 받으러 나오십시오

 

하면 아직...

 

피해자가 깨어나서 다행이긴 한디 목격자 진술도 있고

 

거시기웬만하면 자백을 하시는 것이...

 

어허이보시오자백이라니!

 

[천술의 말리는 신음]

 

[천술의 한숨]

 

집에 가자

 

어르신

 

글쎄 아니라고요!

 

(재숙아직 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무슨 기사를 써요?

 

이 사람 큰일 낼 사람이네 [휴대 전화 벨 소리]

 

쓰기만 해요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테니까

 

(병기재숙 씨끊어요끊어 [휴대 전화 벨이 연신 울린다]

 

[천술의 힘겨운 신음] [재숙의 한숨]

 

[병기가 통화한다] [천술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어르신!

 

(병기무슨 말씀이세요

 

저희 원장님 그러신 분 아닙니다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의 한숨]

 

이놈이 뭐 하는 짓이여?

 

아무 말 마십시오

 

[한숨]

 

[맥박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심장의 맥이 떠 있고 흩어져 있습니다

 

심담이 허해져 앞으로도 자주 통증을 느끼실 거고

 

손의 떨림도 심해질 것입니다

 

그럼 기어이

 

맥 짚었으니 네놈도 알겠구먼

 

연경 처자한테 이야기해서

 

그 수술이라는 걸 받아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때가 되면 말을 해도 내가 해

 

(천술네놈은 경이한테 아무 소리 말아

 

근데 오늘 일

 

경이도 아나?

 

왕초 어른 수술을 연경 처자가 했습니다

 

아이고애가 많이 놀랐겠구먼

 

연경 처자도 어르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니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 병증을 치료하는 것부터...

 

(천술네놈이나 걱정하지 말아

 

[천술의 못마땅한 신음]

 

사람이라는 게 다 때가 있는 법이여

 

그만한 것도 못 채우고 갈까 봐?

 

하면 제 침이라도 맞으십시오

 

우선 심통을 가라앉히고

 

손 떨림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임됐습니다

 

나는

 

두 번 말하는 사람이 아니여

 

(천술한 번 말해서 못 알아듣는 놈

 

두 번세 번 말해 봤자지

 

[애잔한 음악]

 

낮에 내가 한 말 명심해

 

아이고피곤하다

 

50년 침 잡았으면

 

이제 그만 쉴 때도 됐지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아이고

 

[천술의 한숨]

 

왔소?

 

왕초 어른은 어떻소?

 

괜찮아요

 

다행히

 

할아버지는요?

 

지금 막 잠드셨소

 

[잔잔한 음악]

 

(천술이거라도 챙겨 먹어라

 

녹용이랑 인삼을...

 

제가 언제 한약 먹는 거 보셨어요?

 

(천술밥 차려 놨어먹고 가?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로다가

 

됐어요저 가 봐야 돼요

 

아휴얘 그럼 저이거라도 가져가

 

저 가요

 

[쓴웃음]

 

(연경나 어렸을 때

 

침 하나로 환자를 고치는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어요

 

엄마가 아프셨었는데

 

난 당연히 할아버지가 고쳐 줄 줄 알았고

 

엄마를 살려 주지 않는 할아버지가 미웠고

 

상처 주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의대를 갔어요 [헛웃음]

 

근데 의사가 되고서야 알았어요

 

그때 엄마는

 

이미 가망이 없었고

 

할아버지는 엄마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셨다는 거

 

좀 창피한 얘기인데

 

어렸을 땐

 

엄마까지 돌아가시고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었나 봐요

 

그게 할아버지였고요

 

최근에서야 알았어요

 

난 여전히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믿는다는 거

 

이제 할아버지 없으면

 

안 될 거 같아요

 

[따뜻한 음악]

 

[허임의 한숨]

 

미안하오

 

뭐가 미안해요?

 

이렇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데

 

[살짝 웃는다]

 

(허임옆에 있고 싶소

 

그대와 어르신 곁에

 

진정 그러고 싶소

 

[풀벌레 울음]

 

내 저기 이불 내다 줄 테니까 여기 어디서 구겨져서 자고 가

 

(천술여기가 병만 고치는 데인 것 같지?

 

저 양반들한테는 그냥 침 몇 번 맞고 가는 데가 아니여

 

마음을 보듬고 설움을 나누고 그러는 데여

 

(천술그러니 천생 의원이지

 

살리면 기쁘고 응고치면 좋은 거

 

그게 의원이지아니여?

 

(천술괜히 저딴 데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한숨]

 

50년 침 잡았으면

 

이제 그만 쉴 때도 됐지

 

그 양반얼마 남지도 않은 여생 감옥에서 썩게 될 거고

 

(성태평생 쌓아 올린 의원으로서의 인생도

 

한 방에 끝장나는 거야

 

바로 자네 때문에

 

(연경이제 할아버지 없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재하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쓸쓸한 음악당신이 여기 계속 있으면

 

저희 할아버지가 당신을 계속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재하그러면 경이 누나도

 

혜민서 할아버지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거

 

그걸 모르겠습니까?

 

[한숨]

 

[비장한 음악]

 

(성태심장 신경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네

 

그 환자를

 

며칠만 깨어나지 못하게 해 주면 돼

 

그 일만 한다면

 

천술 형님 일도 없던 일로 해 주고

 

(성태더 이상 자네를 찾지 않겠네

 

[한숨]

 

(할머니1) 아이고휴진이 뭐꼬?

 

침 못 맞는다는 기가?

 

(할머니2) 그러면 안 된다나는 지금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서 있기도 힘들다

 

할머님들죄송한데 당분간 원장님 침 못 놓으세요

 

(재숙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들 가시고요

 

(할머니3) 아이고아니다안 된다

 

내는 지금 허리가 아파 움직일 수가 없다

 

(병기할매할매!

 

우리가 다시 문을 열면 그때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그냥 오늘은 그냥 좀 돌아가요 미안해요

 

(할머니1) 그때가 언제고?

 

(병기나도 잘 몰라

 

[할머니들이 수군거린다언니봉탁 씨는요?

 

2층에도 없던데

 

아까 아침에 일찍 나갔는데양복 쫙 빼입고

 

(병기이 와중에 그렇게 차려입고 어딜 가는지 몰라

 

하여튼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원장님은 아시지 않을까?

 

[재숙의 한숨]

 

[어두운 음악]

 

(천술이놈이놈 어디 갔어?

 

아니아침 일찍 나갔다는데 할아버지도 모르세요?

 

아이고이놈이 기어이

 

아이고안 돼

 

- (천술안 돼이거 막아야 돼 - (연경할아버지

 

막아야 돼

 

[천술의 한숨]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이 사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천술이놈이 침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러 갔어

 

가면 안 되는 길이다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이여

 

(허임미안하오

 

(연경뭐가 미안해요?

 

이렇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데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재하야

 

원장님 지금 어디 계시니?

 

이번엔 절대 실수해선 안 돼

 

자네 손에 천술 형님의 인생이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해

 

[휴대 전화 진동음]

 

[한숨]

 

[성태의 한숨]

 

[통화 연결음]

 

[극적인 음악]

 

[한숨]

 

재하야 그게 무슨 소리야누나?

 

그 사람 위험한 일을 하러 갔어 막아야 돼

 

[연경의 거친 숨소리일단 진정하자?

 

안 그러면 그 사람 다시는 의원 못 할 거야

 

그럼 그 사람 못 살아재하야

 

[팔을 탁 잡으며도와줘?

 

[어두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쿵 닫힌다]

 

(민 회장주주 총회 끝날 때까지만

 

내 동생 놈 좀 찌그러트려 놔요

 

그 친구 실력 아시지 않습니까

 

내 동생 놈 지분만 내 것으로 만들게 되면

 

마 원장 사업 건 내가 확실하게 밀어줄 테니까

 

들어가세

 

[성태의 헛기침]

 

(민 회장 동생저 사람이야?

 

생각보다 젊네

 

(보호자젊은데 실력은 죽인대

 

한번 맡겨 봐요

 

내일모레 주총인데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회복시켜 줘요

 

그럼 허 선생 원하는 거 다 해 줄 테니까

 

[한숨]

 

환자를 좀 보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맥박 효과음]

 

(허임침지

 

맥이 가라앉고 느리다

 

안색이 창백하고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으며

 

입과 코에서 찬 바람이 나오고

 

손톱 색깔에 핏기가 없다

 

뱃가죽이 얇고 무력하다

 

심허증

 

심허증의 경우

 

내관

 

전중

 

궐음수심수

 

족삼리에 자침

 

[긴박한 음악]

 

심장에 피가 돌면서 얼굴빛이 밝아지고

 

눈에 총기가 살아난다

 

하나만약 여기서 정반대인 심실증의 치료법을 쓴다면

 

심경의 원혈인 신문을 사법으로

 

심경의 극혈인 음극과

 

궐음경의 극혈인 금문을 사법으로

 

소부와 중저를 투자하여 사법

 

침을 뽑는 순간

 

침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긴장되는 음악]

 

[침통을 탁 집는다]

 

[콜록거린다]

 

[아파하는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보호자어머저 사람 왜 저래요?

 

뭐야!

 

뭐야?

 

(성태무슨 일이야?

 

[지직거리는 효과음]

 

[거친 숨소리]

 

(남자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여

 

[의미심장한 음악의원이랑 침이 마음적으로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이 말이여

 

의원이 삿된 마음을 품으면 침이 알겄어모르겄어?

 

네가 이번에 전하의 병증을 치료해 낸다면

 

내의원이나 전의감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보내 주마

 

(허준지겨운 참봉 꼬리표도 떼게 되겠지

 

또한 어쩌면 전하께서 계속 너를 곁에 두려 하실지도 모를 일

 

[한숨]

 

[거친 숨소리]

 

(허임그거였느냐

 

그랬던 것이야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감성적인 음악]

 

밥 먹었어요?

 

난 아직 안 먹었는데

 

오랜만에 순두부찌개 끓여 놨는데

 

혹시 좋아해요?

 

나 사실은 음식 잘 못해요근데

 

그래도 음식은 정성이니까

 

(연경맛이 없더라도...

 

이제 괜찮아

 

다 괜찮아요

 

[허임의 한숨] (허임침의 울음이었소

 

내가 궐로 떠나고 얼마 후에

 

그 아이가 숨을 거뒀다 하더이다

 

[애잔한 음악]

 

아마도 침이 울었던 그 순간이었을 것이오

 

[의미심장한 효과음]

 

한데 오늘은

 

분노했을 거요

 

자신의 마음과 어긋나는 길을 가는

 

어리석은 의원에 대한

 

고 녀석이 참 바르고 곧은 녀석이네

 

고맙다고 인사해야 되겠다

 

당신 지켜 줘서

 

(연경그날 당신이 왕을 치료했다면

 

당신의 인생은 달라졌겠죠?

 

오늘 그 환자를 상하게 했다면

 

아마도 당신은...

 

내가 아는 당신은

 

어느 쪽도 의원으로서 행복하지 않았을 거고

 

이 말도 해야 되겠다

 

당신의 그 운명 속에

 

내가 함께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허임의 한숨]

 

무엇이 더 남아 있는지 모르겠소

 

아직 내 손에 있는 걸 보면

 

이 해괴한 운명의 끝에 뭐가 있는 것인지

 

술값 두둑하게 받으셨나 봐요?

 

[피식 웃는다]

 

[애잔한 음악]

 

(연경환자분

 

하마터면 큰일 나실 뻔했다고요

 

[떨리는 숨소리]

 

(허임침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낸 도구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흉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허임하니 제발 그 침으로

 

그간 어르신이 해 오신 일들을

 

한 번만 떠올려 봐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깊은 한숨]

 

(천술그 정도로 땅이 꺼지겄어?

 

[노숙자1의 멋쩍은 숨소리]

 

아따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노숙자1의 당황한 신음]

 

그러게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죄는 왜 지어?

 

저 죄 없어요

 

죄가 없어?

 

자기 몸 자기가 상하게 한 거 그거보다 더 큰 죄 있어?

 

아휴씨 그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어이구 [혀를 끌끌 찬다]

 

그러다가 아들내미 얼굴도 못 보고

 

황천길 가면 그어쩔 뻔했어?

 

(천술안 그래도 제 아버지 부지런해서

 

집도 직장도 다 이룬 아들

 

제 놈 때문에 아버지 송장 됐다는 소리 들으면 참

 

덩실덩실 춤을 추겠다에이그

 

아휴

 

이거 저기잣죽이여

 

[천술의 힘주는 신음]

 

심장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여

 

저 생각 없어요

 

아이고얼른 나아야 아들 보러 갈 것 아니여?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 [천술이 코를 훌쩍인다]

 

다만 몇 푼이라도

 

아들 숨통 틔워 줬으면 그거로 된 거여

 

어여 먹어

 

어여 먹고 기운 차려서

 

아들 보러 가

 

어여어여 먹어

 

아이고아이고

 

[천술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그래서 이렇게 차려입고 왔구먼

 

노숙자로 오면은 병원도 경찰도

 

안 믿어 줄까 봐

 

[천술이 혀를 끌끌 찬다]

 

[훌쩍인다]

 

[훌쩍인다]

 

[어두운 음악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민 회장님

 

허봉탁 선생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답니다

 

 

[깊은 한숨] [녹음기 버튼음이 들린다]

 

(노숙자2) 저는 그냥

 

마성태 원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녹음기 버튼 조작음]

 

(성태...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이제 그만하시죠

 

할아버지

 

(허임) 20년 전의 일이라는 게 허준 영감의...

 

그때

 

허준이 조금도 원망스럽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사람을 죽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잠깐 좀 나빠지게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당당한 음악제 놈 때문에 내가 죽게 생겼는데

 

제 놈 소심 지키자고 나 몰라라 하나 싶어서

 

(천술) [코를 훌쩍이며근데 지금 생각하면 그래

 

그때 만약에 그놈이 나 위한답시고 그 짓 했으면

 

나도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았을 건데

 

그래도 그놈 덕분에 참 이날 이때까지

 

의원입네 하고 살 수 있었던 거지

 

어느 자리에 있든 뭐누가 뭐라고 하든

 

껍데기가 뭐 중요해

 

의원으로서의 마음만 잘 지키면 되지

 

그래야 '나는 의원이다'

 

환자들 앞에 침 들이밀며 살 수 있는 거지

 

[천술의 헛기침]

 

그러니까 더는 나 위한답시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아!

 

하여간 한 번 말해선 알아 처먹질 못해!

 

이런 원똥을 쌀... 아휴

 

[천술의 못마땅한 신음]

 

[헛기침]

 

(허준아직도 모르겠느냐

 

세상을 향한 비틀린 너의 마음이

 

의원으로서의 너의 삶 또한 그르치고 있음을

 

침통만 흔들어 댄다고 다 의원인 줄 알았더냐?

 

(허준정작 자신이 지닌 재주의 가치를 모르는 한심한 놈

 

[경찰서 안이 시끌벅적하다]

 

[경쾌한 음악] [할머니들이 소란스럽다]

 

(할머니2) 요 궁딩이를 삐끗했는데

 

원장님이 침 한 대 딱 놔 갖고 나았어요보여 줄까요?

 

(할머니3) 그나마 내는 하루라도 원장 선생님한테 침 안 맞으면

 

내는 못 산다돌리 도 [형사3의 난감한 신음]

 

원장님 돌리 도!

 

(할머니4) 책임질 거여?

 

내 몸뚱아리 책임질 거냐고!

 

(형사4) 제가 왜 할머니 몸뚱아리를 책임져요

 

[봉식이 꿀꿀거린다] [할머니들이 연신 항의한다]

 

[경찰들이 만류한다] (꽃분봉식아너 어디 가노봉식아

 

아이고봉식아!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허임) [피식 웃으며봉식이라봉식...

 

(형사1) 아따인자서 일 좀 하겄소잉?

 

드디어 최천술 씨

 

2차 진술을 시작합니다

 

[형사1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노숙자3) 놔 봐놔 봐놔 봐!

 

[어두운 음악] [노숙자들이 소란스럽다]

 

최천술 원장님 탄원서 쓰려고 왔습니다

 

이 환자 어디 갔니?

 

(민재좀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혹시 도망간 거 아니에요?

 

[잔잔한 음악]

 

(노숙자1) 저기... [천술의 한숨]

 

영감님정말 죄송합니다

 

이놈이 미쳐 가지고설랑

 

(천술괜찮네괜찮아

 

오죽했으면 그랬으려고?

 

치료나 잘 받아아휴

 

- (노숙자2) 죄송합니다 - (천술그래괜찮아

 

(노숙자1) ...

 

이런 거 물어보기 좀 염치는 없지만서도

 

혹시 저저희들 때문에요

 

영감님하고 우리 허 선생이

 

다시는 저기... 아휴

 

걱정하지 마십시오왕초 어른

 

앞으로도 달의 한두 번은 꼭 찾아뵐 것입니다

 

[감격한 웃음]

 

[함께 웃는다]

 

[천술의 아파하는 신음]

 

- (노숙자1) 고맙습니다 - (노숙자2) 감사합니다

 

(연경난 그런 줄도 모르고 오랜만에 사고 칠 뻔

 

(연경그래도 결국 할아버지 환자분들이 다 해결을 했네요

 

어르신의 평생 의원의 삶이 헛되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게 아니겠소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이오

 

우리 할아버지 멋있다

 

나는 그렇지 못할 것이오

 

살릴 수 있었으나

 

내 어리석은 마음 때문에 놓쳐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

 

그 아이에게 했던 약조

 

조금만 버티고 있거라

 

내 얼른 다녀와서 널 반드시 살려 주마

 

[헛웃음]

 

그 아이는 어떤 아이였어요?

 

연이라는 아이요

 

나도 많은 것들은 알지 못하지만

 

내가 꼭 살려 주겠다 약조를 했었소

 

[웅장한 음악나 그 아이 봤어요

 

뭐라 했소?

 

아니어디서 봤단 말이오?

 

지난번 조선에서

 

허준 아저씨 댁에서 봤어요

 

이름이 뭐야?

 

연이예요 - 연이

 

근데 너 그때 아팠던 거 같은데 이제 괜찮아?

 

나 기다려요

 

어떤 의원 아저씨가

 

나 반드시 살려 준다고 했어요

 

금방 온다고 나한테 약속했어요

 

그 아저씨가 와서

 

나 살려 줄 거예요

 

하면 그 아이가

 

살아 있단 말이오?

 

(천술조선에 다녀오겠다고?

 

(허임제가 한 약속입니다

 

살리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오겠습니다

 

[천술의 한숨]

 

그날 이후로 마음 한 곳이 늘 무거웠습니다

 

지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약속이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그 아이를 꼭 살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겠지

 

(천술그러면 안 되지

 

가야지

 

한데 가면은?

 

[의미심장한 음악]

 

몇 날이 걸릴지 모르나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한숨]

 

그래도 치료해 주지 마세요

 

저 그냥 죽게 내버려 두세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훌쩍인다]

 

[연경이 살짝 웃는다]

 

[애잔한 음악]

 

(연경다시 생각해 보면 안 돼요?

 

내가 같이 가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살짝 웃으며또 그 소리요?

 

안 된다 하지 않았소

 

지난번의 일을 벌써 잊은 게요?

 

내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었다가는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오

 

그땐 얼결에 손을 놓친 거고

 

이번엔 이렇게 꼭 붙어 있으면 되잖아요

 

껌딱지처럼

 

갈 때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나를 쥐 잡듯이 잡을 때는 언제고

 

그땐 그때고

 

[허임의 헛기침]

 

하도 예측을 불허하는 역대급 여인이시라

 

같이 다니다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 예서 조신하게 기다리고 계시오

 

[헛웃음]

 

아예 버리고 가시지?

 

내 그렇지 않아도 고심 중이오

 

[함께 피식 웃는다]

 

보고 싶어도 며칠만 참으시오

 

내 그 아이만 살려 놓고 바로 올 터이니

 

아니, 200을 세고 계시오

 

내 꼭 그 안에 돌아오리다

 

(허임또 내가 없는 동안에 그어르신...

 

할아버지요?

 

왜요?

 

그동안 못다 한 조부 간의 정을 마음껏 나누고 계시오

 

내가 돌아오면 그럴 시간이 없을 터이니

 

[허임이 살짝 웃는다]

 

내 얼른 다녀오리다

 

[연경의 한숨]

 

그 아이

 

꼭 살려요

 

[잔잔한 음악]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계시오

 

내 금방 다녀오리다

 

(연경그리고

 

돌아와요

 

그 아이가

 

마지막 고리였나 보구먼

 

이놈아

 

네가 돌아오고 싶다고 그게 되는 줄 알아?

 

이제는 마음대로 안 되는 거여

 

아이고

 

왜 이리 조용한가

 

[어두운 음악]

 

(사야가앞으로 보름 안에

 

우리 군대가 한양에 당도할 것입니다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허임어찌 심통이 아직...

 

(연경) [노크하며할아버지식사하세요

 

[무거운 음악]

 

[구급차 사이렌이 울린다]

 

(연경김민재, 5분 안에 도착하니까 수술방 잡고 정 교수님 콜 해

 

할아버지

 

(왜군) [일본어있긴 뭐가 있어?

 

[흥미진진한 음악]

 

(연경) [한국어허준 어른 댁요

 

연이라는 아이 거기에 있었어요

 

이보오! [문이 달칵 열린다]

 

[어두운 음악]

 

(허임어의 영감

 

막개야이놈아!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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