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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세라세라 14

은수네 오피스텔 로비 ()

들어서는 은수멈칫한다엘리베이터 근처에 태주가 서 있는 것.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태주은수에게 다가선다.

 

태주 어떡하면 되겠니내가 어떡하면 되겠어!

은수 .....무슨 소리예요?

태주 그 자식이랑 결혼하지 마... 하지 마!

 

은수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탄다태주도 탄다.

 

은수 내리지 못해요?

 

태주닫힘 버튼을 누른다.

 

옥상

태주은수 손을 잡고 옥상으로 나온다.

은수 진짜 그만 하지 못해요왜 이러는 거야자꾸!

태주 너 좋냐그렇게 재밌어그 자식 옆에서 내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즐겁냐구!

은수 !

태주 왜 하필 신준혁이야왜 하필 내 눈 앞에 얼쩡거려.

은수 .....

태주 도대체 너랑 나서로 왜 이런 짓 하고 있냐구!

은수 .....그렇게 괴로워요다행이네요괴로운 것도 알아서.

태주 !

은수 그런데 어떡해요난 당신이 괴롭든 말든당신 입장 생각할 여력이 없는 걸내가 왜 그거까지 생각해야 되는데내 인생 생각하기도 벅차요.

태주 솔직해져너도 괜찮지 않잖아.

은수 괜찮아요.

태주 다른 남자 품에 안겨서 내 얼굴 똑바로 쳐다볼 수 있어?

은수 볼 수 있어요.

태주 !

은수 언제라도 당신 얼굴 똑바로 볼 수 있어요. .....보고 싶으니까!

태주 !

은수 꼭 보고 싶어당신 앞이 보이는 인생얼마나 휘황찬란하게 펼쳐지는지 내 눈으로 꼭 볼 거야.

태주 !

은수 얼마나 행복하게얼마나 폼 나게 사는지 꼭 확인할 거야.

태주 한은수... 이러다 너만 망가져.

은수 두렵지 않아요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으니까.

태주 !

은수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요당신 계속 이래봤자 소용없어. (돌아서려는데)

태주 (은수의 팔을 잡는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거야?

은수 내가 택한 길 가겠다는 거예요당신이 뭐라고 하든괴로워 죽든 말든.

태주 (피식 웃는다이내 얼굴이 굳어져그래한번 가보자.

은수 .....

태주 끝까지 한번 가보자그 끝에 뭐가 있는지 꼭 가서 확인해 보자구됐지?

은수 .....

태주 더 이상 나도 이러지 않을 거야나도 갑자기 궁금해졌거든네가 어떻게어떤 모습 으로 네가 택한 인생 사는지 나도 똑똑히 두고 보겠어!

 

태주간다그런 태주를 바라보다가 맥이 풀린 듯 자리에 앉는 은수.

 

혜린네 집 주방 (다른 날아침)

식사 중인 차회장윤여사혜린태주.

 

혜린 가족 상견례를 한다구요?

윤여사 집안끼리 서로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니어쨌든 자식처럼 키운 입장인데. (차회장을 힐끗 보며너희 아버지 생각이 그러시단다.

혜린 결국 아빠도 준혁오빠 고집 못 당하시는구나.

차회장 내 새끼도 아닌데 제 짝 찾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우습지널 비롯해서 자식들 결혼 문제는 이젠 나도 손 들었다.

혜린 잘 생각하셨어요아빠.

윤여사 난 준혁이 걔가 여자 하난 자기 뒤를 팍팍 밀어줄 만한 애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정 말 의외야걔가 워낙 계산적이고 야망이 있는 애잖니그런데 이건 뭐야그 여자애 는 완전 평범 이하잖아도대체 준혁인 무슨 생각으로 그런 여자랑 결혼한다는 걸까?

혜린 준혁오빠가 계산적이고 야망 있는 사람이라는 엄마 생각이 틀린 거 같진 않아?

윤여사 걔 지 아버지 그렇게 되고 우리집에 들어온 첫날 뭐한지 아니다음 날이 시험이라고 밤새 시험공부 했던 애야그거 보는데 오만 정이 다 떨어지더라난 그 때 걔 알아봤 어.

혜린 할 일이 없었대남의 집에 처음 와서 잠은 안 오지도무지 할 일이 없어서 그냥 공 부했다더라난 그 말 듣고 눈물이 나던데우리 엄만 왜 저렇게 인정머리가 없으시 냐.

윤여사 그거 하나만 갖고 그러는 게 아니야걔 성격이...

태주 (일어나며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혜린 벌써 출근하려구?

태주 아침 회의 때문에 준비할 게 있어. (어른들에게 인사하며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윤여사 강서방은 맨날 뭐가 저렇게 바쁘다니?

혜린 일이 많은가 봐계속 야근하는 거 같더라구.

윤여사 생긴 거랑 다르게 일은 성실한 거 같으니 다행이네.

혜린 생긴 것처럼 능력도 있는 거야엄만 말 진짜 이상하게 해.

윤여사 내가 뭐랬다고 발끈하니?

차회장 영리하긴 한데 투지는 부족한 놈이야.

혜린 무슨 말씀이세요?

차회장 상대방과 싸워 이겨서 그걸 짓밟고 올라서겠다그런 게 없어태주 저 놈은.

혜린 번거로운 거 귀찮아하는 성격이거든요아예 포기를 하고 말지.

차회장 경영자한테 꼭 필요한 자질이다.

혜린 아빠가 키워주시면 되잖아요.

차회장 근성이 없는 놈은 한계가 있어.

혜린 그래서요?

차회장 네 역할이 중요하단 얘기야.

혜린 열과 성을 다해 그 사람 뒷받침해라그거죠걱정 마세요저 자신 있어요.

차회장 (피식 웃는말이라도 시원시원해서 좋구나. (식사한다.)

 

백화점 사무실

업무를 보고 있는 태주서류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MD사업부1팀에서 올린 <새로운 브랜드 전략멀티샵 구성>을 관심 있게 이리저리 체크하면서 본다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태주.

 

태주 영업기획팀 강태줍니다그 쪽 팀에서 올린 새 브랜드 전략 기안 말입니다.....맞아 요담당자 좀 올라오라고 해주세요. (끊는다.)

 

사무실B

전화를 끊는 팀장팀원들을 향해

 

팀장 기획팀에 새 브랜드 전략 기안 올린 사람이 누구였더라?

은수 전데요.

팀장 (의외라는 듯 웃는신입이 제법이네거기 강차장한테 가봐요그쪽에서 관심 있는 모양이야.

은수 !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은수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태주의 자리로 다가간다.

무심코 고개 들다가 은수를 본 태주.

 

태주 무슨 일입니까?

은수 연락 받고 왔는데요기안서 때문에.

태주 ! (기안서 서류 잠깐 보며이거 한은수씨가 한 거예요신입이 올린 줄은 몰랐네. (서 류 챙겨 일어나며회의실로 갑시다.

 

태주앞서 회의실로 향한다은수따라간다.

 

회의실

마주 앉은 태주와 은수태주은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사무적인 태도로 말한다.

 

태주 입사한지 얼마 안됐는데 기안서 내용이 꽤 짜임새 있네요.

은수 인턴 때 제출했던 기획안 내용을 발전시킨 겁니다.

태주 스트리트 룩에 대해선 알고 있죠?

은수 캐쥬얼 매장에 새로 신설할 공간을 그렇게 부른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태주 거기에 입점할 매장 중에 동대문홍대압구정동의 거리 브랜드를 한데 모아 월드 백 화점 브랜드로 통일시키려는 계획이 있어요한은수씨가 제출한 기안서 내용이랑 비 슷한 데가 있죠.

은수 네.

태주 (기안서 뒤적이며여기서 예로 들고 있는 브랜드들은 구체적인 시장조사를 한 건 아 니죠?

은수 네.

태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시켜 봐요.

은수 ?

태주 각 시장 브랜드들의 디자인 특징소비자 반응매출규모 등을 확실하게 파악해서 대 여섯개 정도의 브랜드들을 선별해 보라구요. (서류 덮으며정리 되는대로 수시로 보 고 올리구요.

은수 네... 그럼 제가 선별한 브랜드가 스트리트 룩에 입점되는 건가요?

태주 그건 한은수씨가 해오는 걸 봐야 알죠잘해 봐요본인 능력에 달려 있으니까.

은수 .....

태주 다른 질문은요?

은수 없는데요.

태주 가봐요그럼.

 

태주일어나 나간다은수태주의 담담한 태도에 씁쓸하다.

서류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은수.

 

사무실

회의실에서 나오는 은수자리로 돌아가 앉는 태주를 바라본다.

은수씁쓸한 기분으로 시선을 돌리며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때마침 들어오던 준혁과 마주친다.

 

준혁 여긴 웬일이에요?

은수 기안 때문에 지시 받을 게 있어서요.

준혁 잘 됐어요할 얘기 있었는데내 방으로 좀 와요.

 

준혁상무실로 향한다은수도 뒤따라간다.

 

준혁의 사무실

은수와 준혁.

 

준혁 너무 부담 느낄 건 없어요사실 꼭 있어야하는 절차고.

은수 네.

준혁 어쨌든 아버님께서 은수씨를 받아들인다는 거니까 좋게 생각해요.

은수 가족과 같은 분들인데 서로 인사하는 자리 당연히 있어야죠부담 느끼지 않아요그 런데...

준혁 ?

은수 아니예요.

준혁 가족들 때문에 그래요?

은수 .....

준혁 불편은 하겠지만... 한번은 넘고 가야죠어머니한테 잘 말씀 드려요.

은수 네...

 

은수네 오피스텔 (다른 날)

경진옷장에서 옷을 꺼내 이리저리 맞춰보고 있다.

어떻게 해도 맘에 차지 않는 기색이다.

 

경진 아유입을 게 하나도 없네그냥.

지수 그게 다 입을 거 아니면 뭔데?

경진 유행도 지나고다 싸구려에색깔이며 디자인 봐라딸자식 앞세워 사돈 자리 되는 사람들한테 인사하는 자린데... 어떻게 이런 옷을 입고 나가냐구.

지수 아무도 엄마 옷에 관심 갖는 사람 없거든.

경진 모르는 소리 하지 마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보는 눈은 오죽이나 높겠어그 수준을 다 맞추겠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어느 정도껏창피스럽지 않을 정도는 돼야 되지 않겠냐는 거지.

지수 지경진 여사님당신이 시집갑니까.

경진 시집가는 사람만 멋 내란 법 있냐!

지수 엄마 정말 그런 자리 좋아서 이러는 거야거기 강태주 그 아저씨도 있을 거 아냐!

경진 아누가 좋대? .....나도 그것만 생각하면 이 속에 돌덩어리를 단 거 같아.

지수 .....(속상하다.) 한은수 정말...진짜 맘에 안들어.

 

이때전화벨이 울린다경진 전화를 받는다.

 

경진 (교양 있게여보세요. .....어머머머.....나야 오늘 미용실 쉬는 날이라서그런 데 어쩐 일로우리 은수는 출근하고 없는데.....?

 

백화점 옥상

경진들뜬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잠시 후 준혁이 들어서서 둘러본다.

경진반가운 얼굴로 손을 들어 흔든다.

 

준혁 오셨습니까.

경진 아.

준혁 제가 진작 신경써드렸어야 했는데요...

경진 아유아유 아니예요내가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랐다구어떻게 말도 안했는데 그런 생각까지 다 하고... 남자가 말이야...참 속도 깊으시지.

준혁 동생은 안왔나요?

경진 우리 지수는 막 돌아다니고 그럴 정돈 아니라서요.

준혁 생각을 못했네요제가 같이 모시진 못할 거 같은데... 은수씨도 지금 근무 중이라 나 오게 할 순 없구요.

경진 아됐어요나 원래 쇼핑 혼자 하는 거 좋아해요옆에 누가 있으면 신경 쓰여서 집중 을 못하거든.

준혁 매장에 미리 얘기해놨으니까 제 이름 말하면 될 겁니다.

경진 아이구고마워요내가 별 경험을 다 해보네.

 

백화점 내식당

식사하는 태주와 혜린

 

태주 청첩장을 벌써 만든다구?

혜린 준혁오빠네 한 거 보니까 괜찮더라구그래서 그 집에 우리 꺼 디자인 견본을 부탁했 거든잠 깐만 (가방을 뒤지다가)..., 매장에 두고 왔다.

태주 .....

혜린 잠깐 들러서 한 번 봐난 맘에 들었어.

태주 네 맘에 들면 됐어.

혜린 같이 보자니까.

태주 (피식 웃는다.)

혜린 왜?

태주 넌 정말 부지런한 거 같아체력 하난 끝내줘.

혜린 응학교 다닐 때 운동도 잘했어학교 대표 핸드볼 선수였거든.

태주 어쩐지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더라... 엄청 아프더라구.

혜린 (곱게 흘기는누가 맞을 짓 하래?

태주 (웃는다.)

 

백화점 매장 샤샤매장

옷을 둘러보는 경진.

한껏 거들먹거리며 신이 나서 쇼핑하고 있다.

다른 매장에서 나오는 경진옷들을 둘러보다 샤샤 매장 앞에 선다마네킹이 입은 옷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경진직원경진에게 다가간다.

 

직원 이 디자인 아주 잘 나왔어요미스들을 위해서 나온 거긴 하지만 사모님은 워낙 날씬 하셔서 사이즈가 맞을 거 같은데요한번 입어보시겠어요?

경진 이쁘긴 한데 좀 너무 튀는 거 아닌가 싶고...

 

마침 매장을 가로질러 샤샤쪽으로 향하는 태주와 혜린.

 

혜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아예 샤샤만 전담하는 팀을 구성해서 우리 부서 안에 배치 시킬까봐.

태주 괜히 사람을 입에 오르내릴 일 좀 만들지 마라.

혜린 꼭 그렇게 핀잔이다그럼 자기 생각은 어떤데?

태주 내가 알아김실장을 데리고 와서 담당자로 넣던가그리고 너 매장 자주 나오는 것 도 그만 해.

혜린 다음 주까지는 나 아직 샤샤 오너야잔소리 좀 그만 해라.

 

태주와 혜린샤샤매장에 들어서는데 바로 이때 옷을 보던 경진과 마주친다깜짝 놀라는 경진과 태주.

 

경진 아니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태주 쇼핑하러 오셨나 보죠?

경진 어난 여기 좀 둘러보다가...(옆의 혜린을 보고 놀라서 말을 멈춘다.)

혜린 (태주에게아는 분이야?

태주 어한은수씨 어머님.

경진 !

혜린 !...아아.., 안녕하세요?

경진 예...

혜린 전 이 사람 약혼자예요.

경진 예...

혜린 준혁오빠 동생이구요앞으로 인사드릴 자리 있을텐데 이렇게 미리 만나뵙게 됐네요.

경진 예.

혜린 옷 보러 오셨나봐요제가 봐드릴께요.

경진 아..아니예요난 그냥 지나가다... 금방 가려고 했었어요.

 

경진도망치듯이 나간다혜린태주를 본다.

 

혜린 한은수씨 어머님이랑 잘 알고 지냈나 봐.

태주 (아무렇지 않게옆집 아줌마니까.

 

혜린찜찜한 기색을 숨기고 책상 서랍에서 청첩장을 꺼내와 태주에게 보여준다.

 

혜린 어때?

태주 좋네.

혜린 또 건성건성.

태주 깨끗하고 우아하고 심플해됐지간다.

 

나가는 태주혜린기분이 좋지 않다.

 

매장

매장 한 켠에서 두리번거리는 경진태주가 나오는 것을 보자 재빨리 태주를 쫓아간다.

태주가 후미진 쪽으로 가자 태주를 잡는 경진.

 

경진 저기...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지.

 

백화점 내 커피숍

경진과 태주.

경진속이 타는 듯 쥬스를 벌컥벌컥 마신다태주담담한 얼굴로 앉아 있다.

 

경진 일단은... 그 때 계약금 문제 말인데... 은수한테 얘기 들었네.

태주 네.

경진 미안하게 됐어그런데 은수가 다 갚는다니까...

태주 그건 이미 한은수씨랑 얘기가 다 끝났습니다.

경진 그렇지 그렇지그건 그렇고내가 말야눈 딱 감고 지나가려고 해도 순간순간 가슴 이 벌렁벌렁해서 미치겠어.

태주 .....

경진 우리 은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데 사람 사는 게 그게 아니잖아좀 전에 그 아가씨 얼굴 봤을 때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게...

태주 무슨 말씀 하시려는 겁니까?

경진 어?

태주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냐구요.

경진 그러니까... 세상에 비밀은 없는데 우리 은수그 철딱서니 없는 게 시집이라고 덜컥 가서... 그것도 자네 있는 곳에 말이야... 그게 여자가 과거 있는 것도 그런데...

태주 다 지난 일입니다.

경진 !

태주 한은수씨도 저도 다 정리한 일이라구요.

경진 그게 정리한다고 정리가 되는 일인가?

태주 한은수씨가 괜찮다지 않습니까.

경진 !

태주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저희들은 괜찮습니다제 약혼자나 한은수씨가 결혼할 사람이나 모두 넘어간 문젭니다.

경진 아...아니... 다 알고 있단 말이야그 상무님이란 사람도?

태주 .....이만 일어나도 되겠습니까?

경진 아니 이 사람아...

태주 너무 신경쓰시지 마세요어머님저희들끼리는 다 정리됐으니까요.

 

태주일어나 경진에게 목례하고 간다.

 

경진 저 인간은 뭘 잘했다고 찬바람 쌩쌩... 이게 어쩐 일이야? (골치 아픈 듯 머리 흔드는요즘 애들.., 왜 저렇게 무서워?

 

레스토랑 만찬룸 ()

차회장윤여사혜린과 태주은수준혁경진과 지수가 앉아 있다.

모두들 어색하고 긴장한 분위기다지수힐끗 태주를 쳐다본다태주는 따분한 얼굴이다.

 

윤여사 어머님이 참 젊으시네요.

경진 예...제가 좀 동안이긴 하죠우리 은수랑 다니면 다들 언니 아니면 이몬지 알아 요같이 일하는 미용실 사람도 시집갈 딸 있다고 하니까 도저히 못 믿겠다고 호적등 본을 떼오라네요호호호사실 아가씨 소리도 가끔 듣거든요호호호.(분위기를 감지 하고 말을 멈춘다.)

윤여사 참 좋으시겠다아가씨 소리도 들으시고.

경진 (화제 바꾸고 싶은아유 어떻게 아드님을 저렇게 훌륭하게 키우셨어요우리 은수에 비하면 너무 넘치는 상대라 가끔 이게 꿈인가 싶다니까요.

차회장 따님도 참하게 잘 키우셨는데요인상도 선하고 얌전하니 우리 준혁이 안사람 노릇 톡톡히 잘 할 거 같습니다.

경진 우리 은수가 정말 착하죠애가 정도 깊고 생활력도 또 얼마나 강하구요딴 건 몰라 도 살림하난 진짜 잘 할 거예요.

윤여사 동생은 아직 학생인가 봐요?

지수 아닌데요.

차회장 벌써 졸업을 했나?

은수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그만 뒀습니다지금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윤여사 아니 대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를 왜 그만둬?

지수 왕따였거든요.

윤여사 왕따?

지수 세상에 왕따의 이유는 하나죠남과 다르다는 거.

태주 (피식 웃는다.)

윤여사 아니 뭐가 그렇게 다른데?

태주 키 크고 얼굴 예쁘고... 또 뭐라 그랬지?

지수 !

태주 날씬하다고 했던가지수 쟤가 아주 드러내놓고 공주병이에요원래.

 

차회장과 윤여사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돈다.

 

윤여사 자네가 저 학생을 어떻게 아나?

은수 강차장님이 전에 저희 옆집 살았거든요.

윤여사 그럼 다 아는 사이란 말이야?

태주 한은수씨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날부터 계속 알고 지냈어요.

윤여사 참 세상 좁네.

태주 아직도 거기 엘리베이터는 자주 멈추나요?

은수 !

지수 전에 한번 수리하는 거 같았는데 아직도 가끔은 그래요예전보단 덜하지만.

태주 (지수를 본다.) 그거 위험한데자꾸 그러면.

지수 (도전적인 눈빛이다.) 이제 적응이 돼서 괜찮거든요.

경진 그러니까... 어제의 이웃사촌이 오늘의 사돈이 된 거죠... 사람 인연이 정말 희한하 죠?

 

혜린과 준혁불쾌하다은수준혁의 눈치를 본다혜린화제를 바꾸려는 듯

 

혜린 오빠네 살림은 오빠 살던 집에서 그대로 한대요.

윤여사 응그래얘기 들었어.

혜린 은수씨랑 오빠는 서로 의견일치도 잘 되나봐난 태주씨랑 신혼집 문제로 계속 대립 중이거든요이 사람보기랑 다르게 꼭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잖아요변두리에 있는 주택가로 가재관리하기 귀찮고 출근하기도 힘들어서 싫은데.

태주 관리는 내가 한다니까너 안 시킬테니까 걱정 마.

차회장 애들 키우고 그럴려면 마당 있는 집이 낫긴 하지.

혜린 오빠는 2세 계획이 어떻게 돼?

준혁 글쎄아직 그런 얘기는 안해봤는데?

혜린 우리 태주씨는 되도록이면 많이 낳고 싶대혼자 자라서 쓸쓸했대나? (태주를 보며자기가 낳는 거 아니니까 말은 쉽지.

태주 장담하는데 애 키우는 건 너보다 내가 더 나을 거다넌 성질 나면 애한테 그 화풀이 다 할 걸?

혜린 꼭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면박 준다니까이러는 거 재밌니?

 

태주피식 웃다가 은수와 시선이 마주친다은수불편한 듯 시선을 피한다그런 은수를 준혁이 본다지수화난 듯 뾰루퉁한 얼굴이고 경진도 불편한 기색이 완연하다.

 

도로 준혁의 차 안

준혁과 조수석에 은수가 앉아 있고뒷좌석에 경진과 지수가 앉아 있다.

모두들 무거운 분위기다경진눈치 보다가 분위기를 애써 깨며

 

경진 부모님들 어찌나 인자하시고 분위기도 있으시고 교양도 높으신지... 은수 네가 복도 참 많다시집 하난 진짜 기가 막히게 가는 거야.

 

경진의 말에도 누구 하나 대꾸하는 사람이 없다.

 

경진 무조건 예다소곳하게 어른들 잘 모시고...

지수 엄마 그만 하지지금 그런 말 먹힐 분위기는 아닌 거 같은데.

경진 넌 좀 조용히 못해집에 가면 아주 죽었어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버르장머리 없기 가 하늘을 찔러그 자리에서 왕따 얘기는 왜 해그게 자랑이야?

지수 어른 물어보시는데 솔직하게 대답한 게 잘못이야태주 아저씨가 이상한 거지지가 나랑 얼마나 안다고 친한 척 하고 난리야진짜 밥맛이야.

경진 (지수를 꼬집으며 소리 죽여그만하지 못해?

지수 왜에내가 못할 말 했어?

준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진다은수준혁의 눈치를 본다.

 

은수네 오피스텔 건물 앞 준혁의 차 안

준혁의 차 선다.

 

경진 그럼 잘 들어가요.

지수 안녕히 가세요.

준혁 네들어가십쇼.

 

경진과 지수내린다준혁과 은수잠시 무거운 침묵으로 있다가

 

준혁 안 내려요?

은수 기분 많이 상했죠?

준혁 .....

은수 미안해요.

준혁 뭐가요?

은수 .....

준혁 들어가 쉬어요.

은수 가세요.

 

은수차에서 내린다은수가 내리자마자 차를 출발시키는 준혁.

은수불안한 시선으로 가는 준혁의 차를 바라본다.

 

은수네 오피스텔

은수들어온다.

옷을 갈아입던 경진은수에게 다가와

 

경진 괜찮니그 사람 화 많이 났지?

은수 아니야.

경진 그 사람 강태주랑 너 사이 다 알고 있다며그런데 정말로 괜찮을 수가 있어?

은수 누가 그런 말을 해요?

경진 누구긴 누구야강태주 그 사람이...

은수 ?

경진 백화점 쇼핑 갔다가 만났거든그냥 잠깐 얘기 좀 했어.

은수 엄마지수야.

지수/경진 ?

은수 나 걱정하는 건 충분히 알겠는데 너무 이러지들 말았으면 좋겠어세상에 연애 한번 안 해보고 결혼하는 사람 있어요그 정도는 상무님이나 나나 서로 다 이해하고 있 어그러니까자꾸 피곤하게 하지 말아줘.

지수/경진 !

은수구석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혜린네 집태주의 방

태주책꽂이나 서랍 등혜린이가 정리한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재정리하고 있다.

잠시 후혜린이 들어온다.

 

혜린 뭐 하는 거야?

태주 네가 하도 엉망으로 해놔서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런다하지 말란 건 왜 해서 사람 또 고생시키냐그리고 넌노크 좀 하고 들어와기본 예의도 없냐?

혜린 당신은 얼마나 기본 예의가 있어서?

태주 또 왜 이래?

헤린 당신이야 말로 왜 그런 거야?

태주 ?

혜린 그 자리에서 꼭 그래야 했니그렇잖아도 바늘방석에 있는 사람들 앉혀 놓고 꼭 그렇 게...

태주 아는 사람 안다고 한 게 뭐가 잘못인데뻔히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 아?

혜린 아예 두 사람 사이 다 까발리지 그랬어맘 같아선 아예 그러고 싶었지?

태주 지수 얼굴 뻔히 알고어머니도 잘 아는데 어쩌라구난 아는 사람 두고 생까는 짓 못 해.

혜린 도대체 무슨 심보니?

태주 ...그만 하고 나가.

혜린 당신한은수씨 입장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거야?

태주 !

혜린 한은수씨곧 준혁오빠 아내 될 사람이야당신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힘들어지는 사 람은 은수씨라고.

태주 (혜린을 본다.)

혜린 준혁오빠도 사람이야기분 안나쁘겠어신경 안쓰이겠어그 스트레스 다 어디로 가 겠니은수씨한테 가게 돼있어.

태주 .....

혜린 설마 은수씨 불행하게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태주 .....

혜린 어린애처럼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 생각 좀 해특히 준혁 오빠 앞에 서 조심 좀 하라구!

 

혜린나간다태주정리하던 것을 신경질적으로 확 밀어버린다.

 

백화점 사무실준혁의 사무실 (다른 날)

영업기획팀 직원들의 팀 회의보고 시간이다.

 

직원 현재 창고 규모로는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을 모두 소화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외부 에 세를 얻어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 있긴 한데 동선이 너무 커서 비효율적이구요.

준혁 내부를 재정리해서 공간을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을 거예요아예 이번 기회에 창고 증축방안을 검토해 봐요(서류 보며하반기 캐쥬얼 매장 새단장에 관한 건... 스트 리트 룩이라고 했죠담당 이 누구죠?

태주 일단 공간 컨셉은 시내 거리를 매장에 들여놓은 듯한 구조와 인테리어로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서류 주며가안으로 나온 설계돕니다.

준혁 이 공간에 들어오는 브랜드는요?

태주 기존의 중저가 캐쥬얼 브랜드들을 한데 모으는 건 기본이구요실제 거리 패션 중 몇 가지를 한데 모아 월드 백화점 브랜드로 통합해서 매장을 오픈하는 것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그 부분은 MD 사업부1팀에서 비슷한 기안이 나와 있어서 그 기안 작 성자인 한은수씨한테 일단 맡겨 놓은 상탭니다.

준혁 ! (태주를 본다.)

태주 (담담하게 서류를 뒤적이며 은수의 기안을 찾아 준혁에게 내민다.)

준혁 (받은 서류 보며추진 상황은요?

태주 지시 내린지 한 이삼일 됐으니까 곧 보고가 있을 겁니다.

준혁 이만 마치죠.

 

직원들과 태주일어나 나간다.

준혁서류를 챙겨 책상에 툭 던져 놓는다자리에 앉지 않고 창가를 서성이다가 책상 위의 서류를 다시 본다.

MD 사업부1팀에서 올린 기안과 설계도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혜린의 사무실

팀장이 혜린의 결제를 받고 있다서류를 넘기던 손 멈추고 팀장을 보는 혜린.

 

혜린 한은수씨가 제출한 기획안이 지금 진행 중이라구요?

팀장 네영업기획팀에서 추진 중인 스트리트 룩 컨셉이랑 딱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서요시기적으로 아주 운이 좋았죠.

혜린 기획팀 담당자는 누군데요?

팀장 강태주 차장입니다.

혜린 !.....알았어요여기 보고서는 좀 더 검토해 보고 말씀드릴께요.

팀장 예. (나간다.)

 

혜린초조해진다벌떡 일어나 나가려다가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전화기를 든다.

 

혜린 나야잠깐 차 한잔 할래?

 

근처 커피숍

혜린과 준혁.

 

준혁 갑자기 왜 사람을 불러내할 말 있으면 사무실로 오지.

혜린 사무실 아닌 데서 오빠 얼굴 좀 보고 싶어서나한테 시간 내는 게 아깝니?

준혁 .....무슨 일이야?

혜린 태주씨랑 은수씨 같이 일하나 보더라?

준혁 응.

혜린 알고 있었네.

준혁 당연하지.

혜린 괜찮아?

준혁 그거 때문에 달려온 거야?

혜린 일 하는 건데 어떡할 거야그래도 솔직히 개운하진 않아.

준혁 그런 마음 갖고 있으면 여기서 같이 일 못해.

혜린 그렇게 자신 있어?

준혁 !

혜린 설마 싱가폴에서 일잊은 건 아니지?

준혁 .....무슨 말 하려는 거야?

혜린 난 절대 잊지 않아.

준혁 너 참 피곤하게 산다.

혜린 응피곤한 길 택했으니 피곤하게 살아야지그건 오빠도 마찬가지 아니야?

준혁 .....

혜린 아닌 척 하지 마그런다고 오빠 자존심 서는 거 아니니까.

준혁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혜린 난 한은수한테 잘 할 거야그 여자가 미안한 마음 가질 만큼물론 태주씨한테도 잘 할 거고.

준혁 .....

혜린 오빠도 한은수 단속 잘하라구오빠 여자라고 맘 놓고 있지 말란 얘기야.

준혁 !

혜린 잘난 오빠가 어련히 잘 하겠냐마는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야우리두 번 배신당할 순 없잖니.

준혁 !

혜린 나그건 절대 용납 못해.

준혁 !

 

사무실 회의실

태주은수에게 설계도를 내민다.

 

태주 일단 가설계도지만 대충 이 구조 내에서 크게 변동될 건 없을 거예요.

은수 .....

태주 기존의 브랜드 입점 위치들을 대략적으로 표시해놨으니까 전체 분위기 파악하는데 도움 될 거예요거기에 가장 어울릴만한 아이템으로 구성해 봐요.

은수 네... (망설이는)

태주 왜요?

은수 저...

태주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은수 네.

태주 (잠시 생각하더니오늘 매장 쉬는 날이니까 이따 업무 끝나고 잠깐 매장으로 나와요.

은수 ! (태주를 본다.)

태주 보면서 설명 들으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은수 .....

태주 (시계 본다.) 7시 쯤 어때요?

은수 네.

태주 그 때 봐요그럼.

 

태주먼저 나간다은수도 서류를 챙겨 일어난다.

 

백화점 매장 ()

영업하지 않는 어두운 매장.

잠시 후매장의 한 부분에 조명등이 차례로 켜진다그곳에 은수가 서 있다.

스위치를 켜고 은수에게 다가오는 태주은수태주를 돌아본다.

 

태주 이쪽 부분 전체를 구조변경할 거예요저쪽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와서 매장을 쭉 둘러 본 다음에 이 코너에 오면 백화점 매장 안에 길거리 샾이 펼쳐지는 거죠. (은수에게 설계도를 보여주며이쪽에 이렇게 길을 두 갈래로 내고 쇼핑동선은 이쪽부터 해서 코너로 이렇게 도는 거기존의 캐쥬얼샾들은 여기서부터 배치되는 거예요바스켓지누피그... (은수에게 설계도 내민다.) 직접 돌아보면서 확인해 봐요.

 

은수태주에게서 설계도를 받아들고 걸음을 옮긴다.

설계도를 보고 샾 위치를 확인해 보는 은수.

태주무료한 듯 주변을 서성인다은수를 돌아보고 싶지만 애써 보지 않는다그러다 문득 은수를 돌아본다은수한껏 상상해 가면서 설계도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은수의 모습을 안 보려 하지만 어느 덧 태주은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잠시 후은수가 갑자기 태주를 돌아보는 바람에 태주의 젖은 시선과 마주치고 만다.

태주재빨리 시선을 피한다.

은수태주에게 다가온다.

 

은수 이제 좀 알 거 같아요고맙습니다강차장님.

태주 .....

은수 이만 가볼께요.

태주 시장조사는 어느 정도나 진행됐죠?

은수 후보 브랜드들을 뽑아놓은 상태예요곧 보고서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이때은수의 핸드폰이 울린다전화를 받는 은수.

 

은수 상무님.

태주 (본다.)

은수 네다 끝났어요금방 내려갈 거예요. (끊는다태주에게가보겠습니다.

 

은수태주에게 목례하고 비상구 쪽으로 향한다.

스위치 있는 쪽으로 가는 태주비상구 쪽으로 사라지는 은수의 모습을 본다.

스위치를 내린다.

사방이 어둠이 잠긴 매장에 태주오래도록 서 있다.

 

준혁의 오피스텔

준혁과 은수오피스텔을 둘러보고 있다.

 

준혁 수납공간은 충분하니까 새로 장을 들인다거나 할 건 없어요독립한지 얼마 안돼서 가전제품들도 다 새 거고... 침대 시트 정도만 바꾸면 되겠죠어때요?

은수 그야말로 난 몸만 오는 거네요.

준혁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은수소파에 앉는다준혁술을 가지고 은수에게 다가와 앉는다.

 

은수 상무님한테 몽땅 받기만 하는 거 같아서 좀 부담스러워요.

준혁 같이 살면서 나한테 몽땅 주면 되잖아요계산 속 밝은 사람이에요주는만큼 받 아낼 거예요.

은수 (웃는다.)

준혁 은수씨.

은수 네?

준혁 계속 생각했던 건데 나도 결단이 안서서 망설인 게 있어요.

은수 ?

준혁 회사 그만 두는 거 어때요?

은수 ?

준혁 회사 사람들지금은 아직 잘들 몰라서 괜찮지만 곧 결혼 발표 하고 나면 사내 분위기 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은수 .....

준혁 내 아내 자리같은 동료 직원한테 보통 불편한 거 아니거든요.

은수 상무님 말씀은 이해는 가는데... 아시잖아요저 직장 다녀야 하는 거저희 엄마나 지 수...

준혁 그건 내가 책임질께요.

은수 아니요싫어요.

준혁 .....

은수 저일 하고 싶고 제 힘으로 돈도 벌고 싶어요다른 사람 불편하게 안할께요전 어차 피 신입인데...누가 절...

준혁 내 아내 되는 사람 부하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게 쉽겠어요?

은수 차혜린씨도 있고 강태주씨도 있잖아요.

준혁 !

은수 그 사람들도 멀쩡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저는 왜 안된다는 거예요?

준혁 .....

은수 경력 쌓을 때까지만 있을께요그 다음에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잖아요.

준혁 .....

은수 상무님한테 제 가족 짐 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분명히 마음 불편할 거예요우리 지 수랑 엄마... 맘 편하게 돌보고 싶어요.

준혁 .....

은수 괜히 제 고집만 부리는 거 같은데.., 경력 쌓고제 분야에서 힘을 가질 수 있을 때까 지만요.., 그 때까지만 일할께요?

준혁 (난감하다.)

 

혜린네 집거실

혜린소파에 앉아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잠시 후 윤여사가 다가와 앉는다.

 

윤여사 강서방은 아직도 안 들어왔니?

혜린 응.

윤여사 전화나 하고 늦는 거야?

혜린 요즘 일이 바쁘다니까.

윤여사 도대체 이 집안에 같이 사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이건 뭐 코빼기를 볼 수가 있어야지어른들 식사하고 있는데 먼저 횅하니 일어서서 나가질 않나아무리 부모 없이 제 맘 대로 살았다고 해도 어른들 모시는 집에서 그게 할 짓이야?

혜린 .....

윤여사 이제 한 집안 식구가 됐으면 적어도 기본 경우는 지켜야할 거 아니야강서방 이 집에 들어온 뒤로 언제 저녁 식사 시간 한번 지킨 적 있었니네가 푼수처럼 좋다고 난리 치니까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난 가끔 자존심까지 상할려 그래꼭 우리 무시하는 거 같아서.

혜린 엄마그 사람도 힘들어이러지 마.

윤여사 힘들긴 뭐가 힘들어먹여줘재워줘다 지맘대로 하고 사는데.

 

태주현관에서 들어온다거실쪽으로 오다가 혜린과 윤여사의 말을 듣는 태주.

 

혜린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라니까엄마 말마따나 아무 구속없이 혼자 맘대로 살다가 우리집에 들어온 사람이야그런 사람 마음이 편하겠어제 맘대로 하긴 뭘 제맘대로 해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잘 맞추려고 애쓰고 있단 말이야아빠가 우리 집에 들어오라고 할 때 군소리 하나 없었던 거 보면 몰라?

윤여사 넌 왜 강서방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서슬이 퍼래지니?

혜린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이잖아적응하려면 시간 필요한 거 당연하지엄마 가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윤여사 내가 못할 소리 했어그 정도도 말을...

 

윤여사이미 들어서 있는 태주를 보고 말을 멈춘다돌아보는 혜린.

 

혜린 왔어?

태주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

 

윤여사못마땅한 듯 태주를 보더니 그냥 안방으로 들어간다.

 

혜린 저녁은 먹었어?

태주 어.

 

태주, 2층으로 향한다혜린태주를 쫓아간다.

 

태주의 방

태주에 뒤이어 혜린이 들어온다.

 

혜린 엄마 말신경 쓰지 마가끔 저렇게 잔소리 하실 때가 있으셔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태주 .....

혜린 저녁 안 먹었으면 아줌마한테...

태주 먹었다니까.

혜린 .....

태주 (혜린을 돌아본다.) 혜린아.

혜린 ?

태주 어머니가 내 욕 하면 그냥 듣고 있어아니면 같이 맞장구를 치던가.

혜린 .....

태주 너 그렇게 박박 대들면 나만 더 미움 받는 거 몰라?

혜린 (웃는다.) 미움 받는 건 싫은가 보지?

태주 하루아침에 딸 뺏겨버린 어머니 심정 좀 헤아리라는 얘기야. (겉옷을 벗는다.)

혜린 그렇게 엄마 마음 잘 헤아리는 사람이 욕 좀 안 먹게 해줄 수 없어?

태주 ! (본다.)

혜린 .....은수씨한테 일 맡겼다며?

태주 응... 너네 부서에서 올라온 기안이 눈에 들어서 봤는데 그게 은수씨 꺼더라구.

혜린 나한테 미리 얘기해 주지 그랬어.

태주 (본다.)

혜린 일적인 거 서로 일일이 보고할 의무는 없다는 거 아는데사실 다른 사람 통해 알게 되니까 기분은 안 좋더라.

태주 .....

혜린 씻고 자그럼. (돌아서는데)

태주 이번 주말에 시간 낼 수 있어?

혜린 ?

 

태주가방에서 모델하우스 카달로그들을 꺼내서 혜린에게 내민다.

 

태주 입주 가능한 곳들 중에 모델하우스 나와 있는 데 알아봤어같이 구경해 보자.

혜린 뭐야갑자기?

태주 아파트가 좋다며?

혜린 !

태주 아무래도 집 문제는 여자 의견을 따르는 게 낫다 싶어서.

혜린 (기분 좋은언제 이런 걸 다 알아봤어?

태주 결혼하려면 살 집부터 빨리 정해놔야지내가 원래 한 완벽하잖냐.

혜린 (웃는다.) 훌륭하세요.

태주 (웃으며앞으로 어머니한테 욕 안 먹도록 조심할께.

혜린 당신 오늘 너무 맘에 든다. (태주의 뺨에 입을 맞추며잘 자.

 

혜린나간다태주옷을 갈아입는다.

 

혜린네 집 거실 (다른날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2층에서 내려오는 혜린과 태주.

주방 쪽에서 나온 윤여사가 그들을 본다.

 

윤여사 출근 하니?

혜린 네.

태주 다녀오겠습니다.

윤여사 강서방은 서재로 가 봐.

태주 ?

윤여사 아버지가 좀 보자시네.

혜린 아침부터 왜?

윤여사 아침 아니면 언제 볼 시간이나 있니? (주방으로 들어간다.)

혜린 먼저 갈께.

태주 응.

 

혜린현관으로 향하고 태주 서재로 향한다.

 

서재

차회장과 태주.

 

차회장 일이 그렇게 많냐?

태주 새로 발령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적응 하느라 그렇습니다.

차회장 요즘 혹시 최이사 본 적 있냐?

태주 형님 사무실에서 한 번 뵌 적 있습니다.

차회장 (착잡한 듯준혁이 그 놈이 참...

태주 .....

차회장 너 오늘 어디 인사 좀 갔다 와야겠다. (옆에 있던 꾸러미를 내민다.)

태주 (의아한 듯 본다.)

차회장 박대완 이사라고 우리 회사 대주준데 오늘이 그 사모님 생신이야.

태주 예.

차회장 오래 전부터 나와 인연을 맺었고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계시지만 내가 형님처럼 모시고 있는 분이다사위를 들이게 돼서 한번 인사는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 늘이 좋은 기횐 거 같아.

태주 .....

차회장 워낙 차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라 마음에 차실진 모르겠다만내 정성이라고 전해 드려라.

태주 예.

 

도로태주의 차 안

태주길을 찾듯 이정표를 본다.

샛길로 접어드는 태주.

 

고급 주택가 태주의 차 안

태주천천히 차를 몰며 메모 용지를 힐끗거린다.

집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운전해 가는데갑자기 멈칫하고 놀란다.

한 고급 주택(뱍대완 이사의 집)에서 최이사와 준혁이가 나오고 있는 것.

태주차를 멈춘다.

최이사와 준혁앞에 주차되어 있던 준혁 차에 올라 출발한다.

태주멀어져가는 준혁의 차를 의혹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바 ()

술을 마시고 있는 태주잠시 후준혁이 들어선다.

태주 옆에 앉는 준혁.

 

준혁 네가 웬일이야날 다 불러내고.

태주 생각해 보니까 형님이랑 제대로 술 한잔 안 해 본 거 같아서요.

준혁 우리가 왜 같이 술을 마셔야 되지?

태주 남자들끼리 알게 되면 한잔 하는 건 기본이지 않습니까.

준혁 그거야 좋은 사이일 때나 그렇지.

태주 하긴...(씩 웃는우리가 좀 나쁜 사이긴 하죠?

준혁 .....

태주 아마 다른 상황에서 만났으면 형님을 좋아했을지도 모르는데안타깝네요.

준혁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나는 너영락없이 싫으니까.

태주 원래 그렇게 속이 좁습니까아니면 나한테만 그런 겁니까.

준혁 너한테만 그런 거야.

태주 나도 형님 안 좋아합니다.

준혁 (픽 웃는그래다행이다.

태주 형님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

준혁 !

태주 진심입니다.

준혁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지?

태주 아버님과는 왜 그런 겁니까?

준혁 무슨 말이야?

태주 혜린이한테 듣기로는 둘도 없이 사이좋은 부자라던데 내 느낌은 그런 거 같지가 않아 서요.

준혁 아버님이 나 살펴보라고 하던가?

태주 네.

준혁 그래서?

태주 내 성격엔 안 맞지만 그래도 최대한 살펴보는 중입니다.

준혁 성과는?

태주 최이사를 자주 만나더군요아버님이랑도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분이라던데.

준혁 나랑은 안 껄끄러워.

태주 업무상 연결된 것도 아닌데 자주 만나는 건 좀 이상하죠최이사라는 분몇 년 전부 터 회사 주식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던데요?

준혁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태주 난 이상한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요.

준혁 !

태주 그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거든요.

준혁 네 취향은 뭔데?

태주 난 평화주의자예요.

준혁 (기가 막힌 듯 웃는다.)

태주 난...형님을 타고 넘을 생각 따위 없습니다.

준혁 !

태주 혹시나...나를 경계해서 그러는 거라면 그만 두시라구요.

준혁 네 말을 누가 믿겠어넌 월드백화점 후계자라는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사랑한다던 여 자 내팽겨치고 여기로 뛰쳐 들어온 놈이야.

태주 다 지난 얘긴 그만 하시죠서로 떠올려봤자 좋을 것도 없잖습니까?

준혁 .....

태주 아버님 심부름으로 박대완 이사 댁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형님과 최이사님을 봤습니 다.

준혁 !

태주 아버님껜 말씀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술을 마신다.)

준혁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긴장이 흐른다.

 

태주 그리고... 예식장 말인데요.

준혁 이미 정하지 않았나?

태주 선상 결혼식은 어떤가 해서요.

준혁 선상?

태주 한강 유람선이요처음부터 그 생각 하긴 했는데 워낙 자리 잡기가 힘들어서 포기했 었거든요그런데 친구놈한테 연락이 왔어요자리가 생겼다고.

준혁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태주 뭐..그냥.....사실 유람선 그거 하나도 재미 없는데한강 보는 것도 다 거기서 거기 똑같구요그런데 선상 결혼식 하면 낭만적인 느낌은 들겠죠특히 여자들한텐.

준혁 !

<인터컷-12>

은수 예전에 누가 그랬거든요유람선 그거 하나도 재미없다고한강 보는 거 다 똑같다고.

 

준혁기분이 나빠진다.

 

태주 은수씨도 좋아할 거예요유람선도 한번 타보고 싶을 거고...

준혁 타봤어이미.

태주 !

준혁 난 그냥 평범한 게 좋아전에 소개해준 그 식장이 좋으니까 거기로 해.

태주 .....

 

백화점대회의실 (다른 날)

임원들 모여 있다준혁과 태주의 모습도 보이고 최이사의 모습도 보인다.

잠시 후 차회장이 들어오자 모두들 일어선다.

차회장이 앉자 모두들 앉는다.

<시간 경과>

어두운 조명스크린에 용인지구 지도가 펼쳐져 있고 준혁이 단상에서 발표 중이다.

 

준혁 월드 백화점 차기 분점으로 선정된 용인지구는 아시다시피 수도권 최고의 상권지역 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곳입니다이미 기존에 형성된 상권 세력도 막강하지만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상권지역이 현재 아파트의 지속적인 개발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향후 5년을 내다볼 때 이 지역이 백화점 사업을 하기에는 가장 적 당한 곳으로 결정 내렸습니다.

차회장 지역적 특성에 따른 차별화 전략은 생각하고 있나?

준혁 도시가 아니라 주택지이기 때문에 대규모 할인마트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 다따라서 백화점과 연계한 할인유통 체인도 고려 중에 있습니다물론이 점은 처 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예산 문제 조율과 좀 더 세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 되어 야 할 것입니다.

차회장 좋아수고했네신상무.

 

모두들 박수를 치고조명이 켜진다자리로 돌아가는 준혁.

 

차회장 분점 문제는 현재 우리 월드 백화점 최고의 중요 사안이라 새로운 관리체계를 적용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준혁 !

차회장 물론 현재 우리 신준혁 상무가 아주 잘하고 있지만워낙 볼륨이 큰 사업이라 혼자 힘 으로 벅차지 않을까 싶어요그래서... 이 프로젝트만큼은 신준혁 상무와 영업기획팀 의 강태주 차장이 공동으로 책임을 맡아 진행시키도록 했으면 합니다.

 

태주뜻밖의 사실에 깜짝 놀란다반사적으로 준혁을 돌아보는 태주.

준혁싸늘한 시선으로 태주의 시선을 외면한다임원들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최이사 강태주 차장이야 어차피 신상무랑 같은 팀에 있는 사람으로 이 일을 함께 진행해 온 걸로 아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까.

차회장 부하직원으로 일하는 것과 동등한 책임 하에 일하는 건 다르죠직급의 차이는 있지 만분점 프로젝트에 관해서 만큼은 신상무와 강차장이 동일한 권한으로 함께 협력해 서 일해보라는 겁니다.

최이사 회장님 말씀처럼 직급과 경력의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동일한 권한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네요회사에는 관리체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차회장 우리 월드 백화점으로서는 회사 사활을 건 사업이니만큼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난 새 로운 팀을 구성하는 거라고 하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최이사 저로서는 차회장님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한 결정이 아닌가 싶은데요.

차회장 !.....(강한 시선으로 최이사를 본다.) 개인적인 감정이 없진 않습니다중요한 일인 만 큼 가장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맡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요그래서 내 아들과도 같은 두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는 겁니다신상무의 어깨의 짐도 덜고좀 더 효율적인 결과물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태주불편하다못마땅해 하는 최이사의 시선과 준혁의 차가운 시선이 마주친다.

 

차회장의 회장실 복도

차회장과 태주준혁 나란히 걸어간다.

 

차회장 혹시 서운하냐?

준혁 아닙니다.

차회장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야.

준혁 .....

차회장 넌 월드 백화점 핵심 아니냐그 쪽 일에만 너무 힘쓰지 말고 이곳 백화점 경영에 최 선을 다하라는 거다.

준혁 네.

차회장 태주 넌정신 바짝 차리고 잘 해봐.

태주 네.

차회장 그럼들어들 가봐라.

 

차회장회장실로 들어간다.

차회장에게 인사하는 준혁과 태주문이 닫힌댜.

태주준혁을 본다준혁 태주는 아랑곳 않고 돌아서 간다.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준혁뒤이어 태주가 들어온다.

준혁빠른 걸음으로 상무실로 들어가고 태주는 불편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복잡한 마음이다.

 

은수네 오피스텔 (다른 날)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 은수.

 

경진 정말 너 혼자 가도 되겠어그런 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수 그러니까 내가 따라간다니까.

경진 넌 그 몸으로 어딜 간다 그래?

지수 내 몸이 어때서?

은수 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제발 촐싹거리지 좀 마. (경진에게거기 스튜디오 에 도우미 있다고 했으니까 정말 괜찮아요.

경진 그래... 평생 남을 사진이니까 아주 이쁘게 찍고 와활짝활짝 웃고.

은수 알았어요다녀올께요.

 

은수가방을 챙겨 일어난다.

 

도로 태주의 차 안

태주와 혜린.

 

혜린 오늘이 준혁오빠네 웨딩촬영 날인 거 알아?

태주 그래?

혜린 오늘 이거 아니었으면 가볼라고 했는데.

태주 거길 네가 왜 가?

혜린 리허설 겸우리도 조금 이따 그런 거 찍을 거 아니야.

태주 (웃는넌 리허설 필요 없어너 부업이 모델이잖아.

혜린 사람 놀리는 데 아주 도가 텄어.

태주 쓸데없는 데 참견할 생각 말고 우리 살 집이나 구경하자구.

 

모델하우스 웨딩 스튜디오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는 혜린과 태주안내의 설명을 들으며 집안 곳곳을 보고서로 의견 교환도 하는 혜린과 태주혜린이 집안 인테리어에 정신 팔려 보는 동안 문득 문득 태주는 다른 생각에 빠진다혜린태주의 그런 눈치를 차리지만 애써 모른 체 하며 태주를 이끌고 방 곳곳을 다닌다.

웨딩 사진을 찍는 준혁과 은수촬영기사의 요구에 따라 여러 포즈를 취하는 준혁과 은수.

때로는 수줍어하기도 하고 어색해하는 은수의 모습하지만 순간순간 은수의 얼굴에도 쓸쓸함이 스친다.

 

혜린네 집 거실 ()

들어오는 혜린과 태주윤여사가 그들을 맞는다.

 

윤여사 그래구경들은 잘 했니?

혜린 말 그대로 모델 하우스야무지 좋아보이긴 한데 사람 사는 냄새가 없으니까 현실감 은 좀 없더라.

태주 잘 구경하고 또 트집이냐?

혜린 느낀대로 말한 건데 뭐엄마!

윤여사 ?

혜린 (태주에게안 드려?

태주 (어색하게 윤여사에게 과일꾸러미를 내민다.)

윤여사 이건 뭔가?

태주 어머니과일 좀 드시라구요.

혜린 이 집 과일 되게 맛있대엄마 좋아하는 과일로만 골라서 이 사람이 특별히 사온 거 야.

윤여사 (내심 나쁘지 않은... 이런 걸 다... (꾸러미 받으며빨리 씻고들 내려와저녁 다 준비됐으니까.

 

윤여사꾸러미를 가지고 주방쪽으로 간다혜린태주를 향해 그것 보라는 듯 웃는다태주도 웃어준다.

 

태주의 방

태주 들어온다혜린문간에 서서.

 

혜린 그것 봐우리 엄마 먹는 거에 약하다니까.

태주 .....

혜린 옷 갈아입고 나와.

태주 혜린아.

혜린 ?

태주 잠깐 들어와 앉아 봐.

혜린 (앉으며무슨 할 얘기 있어?

태주 .....형님 결혼식 말인데...

혜린 ?

태주 아무래도...

혜린 못 간다구?

태주 .....

혜린 .....

태주 그게...

혜린 알았어그렇게 해.

태주 !

혜린 엄마 아빠한텐 내가 얘기 잘 할께출장 간다고 하지 뭐.

태주 ...고마워.

혜린 마지막이야.

태주 .....

혜린 이번까지만 봐줄 거야. (태주를 본다.) 약속해.

태주 (끄덕인다.)

 

백화점 사무실회의실 (다른 날)

태주서류를 살펴보고 있고 은수 앞에 앉아 있다.

 

태주 브랜드별 특징이 잘 정리됐네요선별 작업은 어떻게 할 거죠?

은수 직접 매장을 둘러보고 거기 관계자들을 만나본 다음에 결정해야죠이렇게 자료만 보 는 거랑은 많이 다를 거 같아서요.

태주 시간 정하는 대로 알려줘요.

은수 ?

태주 매장 돌아보는 거요사정만 되면 나도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은수 네...

태주 (서류에 시선 둔 채이번 주말이네요.

은수 !....

태주 난 못 갈 거 같아요일이 좀 있어서.

은수 네...

태주 .....

은수 그럼 가볼께요. (일어서는데)

태주 결혼 축하해요.

은수 !

태주 (고개 들어 은수를 본다.) 그 인사를 하지 않은 거 같아서.

은수 ....고맙습니다.

태주 잘 살아요행복하게.

은수 !.....

 

은수목례하고 돌아서 간다태주괜히 서류만 뒤적인다.

 

복도 엘리베이터 앞

은수치미는 감정을 꼭꼭 누르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온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는 은수.

 

엘리베이터 안

은수참았던 눈물이 흐른다재빨리 눈물을 닦는다.

눈물을 참으려 애쓰지만 자꾸만 눈물이 난다.

 

사무실 회의실

고개를 떨군 채 서류에 시선을 두고 있는 태주.

전혀 서류는 보고 있지 않은 듯 그 자세로 꼼짝 없이 앉아 있다.

 

신부 대기실 (다른 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 앉아 있는 은수.

경진은수를 찬찬히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경진 우리 은수도 이렇게 꾸미니까 인물이 확 사네.

지수 은수 원래 이뻤어엄마만 알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은수 .....

 

지수은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가락으로 은수 입꼬리를 올려준다.

 

지수 신부 입모양이 왜 그 모양이냐?

 

이때혜린이가 들어선다경진혜린을 보자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며 물러난다.

 

혜린 준비 됐어요곧 신부 입장이에요.

은수 네.

 

이때 문이 열리며 준혁이가 들어온다.

 

혜린 그 새 못 참고 들어오는 것 좀 봐.

준혁 (혜린에게 웃고서 은수에게긴장 많이 돼죠?

은수 네...

혜린 오빠 온 김에 우리 사진이나 찍자.

 

준혁과 은수혜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잠시 후준혁과 은수가 포즈를 취하고 경진과 지수와 담소하는 것을 보며 혜린 한 쪽으로 빠진다.

전화를 하는 혜린.

 

혜린 나야지금 어디니?

 

은수네 오피스텔 옥상

태주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농구를 하고 있다.

능숙하게 공을 놀리며 뛰는 태주의 모습과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신랑신부 준혁과 은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참 농구를 하다가 힘에 부친 듯 공을 안고 땅바닥에 앉아 물을 마시는 태주.

태주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혜린(e) 농구하러 출장 오는 사람도 있니?

 

태주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혜린이가 서 있다.

 

태주 왔어?

혜린 (계단에 앉는다.)

태주 어머님 아버님은 뭐라셔?

혜린 대충 잘 둘러댔어주말에 출장 가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어떡하겠어출장갔다는데 믿어야지.

태주 (웃는다.)

혜린 결혼식은 잘 끝났어.

 

두 사람잠시 침묵한다태주공을 튕기다가

 

태주 기분이 어때?

혜린 뭐가?

태주 옛 애인 장가가는 거 구경한 기분.

혜린 별로 안 좋아좀 아까운 생각 들더라.

태주 .....

혜린 그래도 은수씨 생각하면 나아. (태주를 본다.) 당신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으니까.

태주 .....(씩 웃는다.) 넌 나 왜 좋아하냐?

혜린 갑자기 그런 민망한 질문은 왜 하니?

태주 궁금해서.

혜린 .....

태주 난 예전엔 여자들이 나 좋아하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거든.

혜린 왜 당연하게 여겼는데?

태주 잘 생겨서 좋아하나 보다 했어.

혜린 (웃는다.) 당신 정말 웃겨.

태주 .....

혜린 당신은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단순한 왕자병이 매력이긴 해.

 

태주말없이 농구공을 통통거리다가

 

태주 농구할 줄 아냐같이 할래?

혜린 하이힐 신은 여자한테 농구하자고 하는 그 무신경도 재수는 없는데 가끔 귀여워.

 

태주옆에 놓인 가방에서 운동화를 꺼낸다의아한 듯 보는 혜린.

 

태주 나나름 완벽주의자인 거 알지?

 

태주혜린 앞에 쪼그리고 앉아 혜린의 구두를 벗기고 운동화를 신겨주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혜린.

 

혜린 처음엔 당신 척 하는 게 재밌었어쿨한 척잘난 척멋있는 척척이란 척은 혼자 다 하더라.

태주 척 하는 걸로 치면 너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혜린 맞아아마 나랑 비슷해 보여서 흥미가 갔나 보다.

태주 .....

혜린 드러내놓고 속물 티 팍팍 내는 것도드러내놓고 이기적인 것도 신선했어.

태주 네 취향은 역시 위험해.

혜린 그러다가 그냥 좋아졌어.

태주 .....

혜린 한창 준혁 오빠 때문에 마음 아플 때였는데 언젠가부터 당신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 게 됐거든.

태주 .....그래서 신준혁은 완전히 잊은 거야?

혜린 그렇다기 보단... 덮어씌워졌다는 말이 맞을 거야.

태주 ?

혜린 당신으로 덮어씌워지니까 참을만 하더라조금씩 잊어먹게 되고...희미해지고...그러다 당신만 남았어.....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해.

태주 .....

혜린 경험에서 말하는 건데정말 괜찮아 진다니까.

태주 (웃는다.)

혜린 너... 나한테 못할 짓 많이 한 거 알지?

태주 그래서 이렇게 선물도 주잖아나 아무한테나 이런 거 안해줘.

 

혜린태주를 포옹한다.

 

혜린 이제 진짜로 새로 시작하자.

태주 .....

혜린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어앞만 보는 수밖에.

태주 .....

혜린 정신 차리고정말로새로 시작하는 거야.

 

먹먹한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미소를 짓는 태주의 얼굴에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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