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15
(샤론) 당신
내 남편이었어
당신은 날 기억해낼 거예요
내 남편이었고
나한테 못다 한 사랑을 줘야 한다는 걸
[놀라 헉 숨을 뱉는다]
[숨을 툭 뱉는다]
[불길한 속삭임]
날 기억해봐요
[작게 소리 지른 뒤 헉헉거린다]
음... 왜 그래?
응...
아냐, 이상한 꿈 꿔 가지고
[작게 숨을 내뱉는다]
무슨 꿈 꿨는데
음, 별거 아냐
자, 미안해
[숨을 내뱉는다]
나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나 방 가서 잘까?
아니야, 여기 있어 자
자
[콧노래]
굿모닝입니다
굿모닝! [웃음]
- 이모 - 응?
저 해라한테 청혼했어요
- 언제? - [웃으며] 어젯밤에요
해라가 뭐래요? 좋다고 하지?
오! 축하해요!
[박수 소리]
결혼해서 이모 같이 사시는 거예요
구박받는 거 아냐?
안심하세요, 그런 일 없습니다
어우, 축하축하! [박수]
앉아요, 앉아
[웃으며 손뼉을 친다]
[콧노래]
[잔잔한 음악]
[숙희 웃는 소리]
응? 어머! 해라야! 어이구, 축하한다!
너 어제 청혼받았다며?
[웃으며] 응
[호로록 소리]
나, 목도리 좀 빌려줘
응
[숙희 콧노래]
[웃음]
어
나, 내 첫사랑 문수호랑 결혼할 거야
근데, 문 박사님 일 다 해결되고 나서
그때 결혼반지는 끼고 다닐게
내가 좀 성급했나?
[아니라는 듯] 아아아아
청혼받는 기분 너무 좋던데?
[작게 웃는다]
우리 아빠가 오빠한테 많이 잘못했어
하지만
박 회장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난 믿어
나도 믿어, 걱정 마
그럼 나 출근할게
해라야
앞으로 그... 샤론 양장점 안 갔으면 좋겠어
따로 만나지도 말고
왜?
내가 그날 좀 매몰차게 나가라고 했어
어, 일적으로 도움받아야 되는 거 아냐?
없어도 괜찮아
아, 사회생활 안 해봤어?
원래 다 그렇게 더럽고 치사한 거 다 그렇게 참고 가는 거지
[웃으며] 그분 그런 차원 아냐
만나지 마
음, 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어?
암튼 만나지 마
그럴게
간다
[미스터리한 음악]
이건 누구 거야?
해라 씨 이모 거
이따 가봉하러 오실 거야
그리고... 남자 셔츠는...
(승구) 응?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어?
[후루룩 마시는 소리]
병원에서 시신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 아빠가 그런 데서 발견이 될 수가 있죠?
나도 그게...
의문이다
병원 관계자가 실수한 게...
탄로 날까 봐 일부러
그런 게 아닌가... 뭐 싶기도 하고
연구소 화재엔 우리 아빠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거
그리고, 우리 아빠 죽음에 대해 아저씨가 뭔가 알고 있다는 거
이건 제가 꼭 밝힐 거예요
[후르릅 마시고 작게 숨을 내쉰다]
회사 지각하겠다
[춥다는 듯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불안한 음향과 음악]
[기막힌 듯 숨을 내쉰다]
(본부장) '금성 1, 2동 투기 조짐 나타나'
'선정 취지 무색 철회 요구 대두'
아이참...
(팀장) 아니, 이거 이상하네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기사가 났네
에이, 망가지면 문수호 혼자 망가져야지
- 안녕하세요 - (본부장) 어
(본부장) 아이, 우리 회사 주가에 영향 미치면 안 되는데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본부장님 말이 씨가 돼요
아니야! 내가 볼 때는
이 동네 쫙 밀고 새 건물들 올라갈 거 같아
[작게 한숨]
아니에요, 다 잘될 거예요
(본부장) 네가 어떻게 알아?
제 예감은 항상 잘 맞는 편이거든요
- 응 - 이따 공청회 가시는 거죠?
(팀장) 그럼! 문 대표 멋지게 발표하는 거 보러 가야지
공청회
(남자 주민1) 오늘 공청회를 한다고?
아니, 그게 뭔 짓입니까, 그게?
[사람들 수군거린다] 아, 그러게
아, 건물주 몇 명 빼고 여기 주민들은 개발이 돼야 좋지
[모두 수긍한다]
(남자 주민1) 아니, 재생 사업이고 뭐고 응?
아, 지들이 어디 한번 40년 된 집에서 살아보고 나서
동네 보존이고 뭐고 그런 잘난 척을 하라고 해, 어?
그러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지들이 뭘 알아?
(남자 주민1) 지들이 안 살아서 모르는 거지
(여자 주민1) 그러니까 내 말이!
[계속 소란스럽게 떠든다]
(한 실장) 박 회장 쪽에서 반대파 주민들을 많이 포섭해 놨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공청회에는
우리한테 적대적인 의견들이 많이 나올 거 같습니다
[잔을 내려놓는다]
예상 못 했던 일들은 아니잖습니까
준비들 잘 해보자고요
- 알겠습니다 - (여직원)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 헛기침한다]
- 대표님 - 응
제가 힘내시라고 선물을 준비해 놨습니다
2개
(찬기) 사진 찍는 건 허락해 주셔서요
대표님이 이 그림 마음에 들어 하시길래
고마워, 찬기 [살짝 웃는다]
(찬기) 별말씀을요
두 번째 선물도 곧 준비될 거 같습니다
뭔데?
지난번에 왔었던 이상한 문자 있잖아요?
제 친구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그 문자 발신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미스터리한 음향]
[불길한 속삭임]
(샤론) 날...
기억해 봐요
[헛기침]
[발신음]
[전화벨이 울린다]
네, 총괄영업부 정해라입니다
응, 오늘은 단팥빵 몇 개입니까?
3,588개요
점심 같이 어때?
아, 이따 영미네 잠깐 들르기로 했는데?
기다릴게, 점심 같이 먹어
오케이
품이 너무 큰가?
봄이 되면 살 뺄 거니까 딱 맞게 해주세요
제가 쫓겨나서 시원하시죠?
진수성찬을 못 먹어서 아쉽네요
그동안 신세 진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서 선물을 좀 만들었어요
문 대표 옷방에 티 나지 않게 슬쩍 놔주세요
허... 세상에, 별걸 다 만들었네
두 사람은 잘 지내죠?
아유, 일들이 많았어요
어떤?
뭐, 설명하자면 긴데
제일 좋은 일은 문 대표가 해라한테
청혼을 한 거죠 [웃는다]
(승구) 와, 두 사람 그럴 줄 알았어
둘이 너무 잘 어울려요
[숙희가 웃는다]
[불길한 음향]
결혼을 한대요?
언제?
뭐, 올해 안에는 하지 않겠어요?
지금도 뭐 반 결혼이나 마찬가지지
둘이 수시로 방에 드나들면서
- 쏙닥쏙닥... 알콩달콩... - (승구) 아우, 진짜 좋겠다
- 아우, 정말 난리도 아니에요 - 진짜요?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요?
(숙희) 아이고, 어머, 어머
왜 그러세요?
가봉하다 말고 뭔 짓이야?
[발소리]
해라 씨 이모가 여긴 어떻게?
안녕하세요? 코트 해준대서 가봉하러 왔는데
갑자기 아픈가 봐요
너 뭐 하니?
갑자기 심장이 당기고
뒤틀려
문 대표가
해라 씨한테 청혼했다는 말 듣고
이런 거 같은데요
(숙희) 그 맘 내가 알지 나도 청첩장 받으면 정말 싫어요
수호가 청혼을 했어요?
네
[웃음]
[숨을 헐떡인다]
[슬픈 음악]
누가
이따위 그림을 그린 거죠?
옛날에도
널 응원한 사람은 없었어
가혹하다고 생각해?
내가 무슨 죄가 있죠?
그래
내가 지은 죄로
넌 동정받을 수 있었어
네가 쟤를
진짜 부인으로 만들기 전까진
네 옷을 분이한테 입히고
이명소 부인인 것처럼 꾸며서 잡혀가게 만들었지
-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 듣기 싫어요
이명소가 천주교도인 것도
네가 소문을 냈고
그리고
두 사람을 불태워 죽여버렸어
넌
천하디천한
악녀일 뿐이다, 샤론
이봐요
저 그림을 댁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렸다고요?
네
나 닮은 그림이 반드시 있을 텐데
집구석 어디에도 정말 없던가요?
[팸플릿을 내려놓는다]
점복이 저게 진짜!
[발소리]
피눈물이 나겠지만
해라를 위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줘
[불안한 음향]
싫어요
200년 넘게 살면서
넌 네가 싫어하는 일 꾹 참고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었니?
사랑하는 남자랑 같이 있지 못하는 거
원하는 거 못 하는 거 말고
미치도록 하기 싫은데 꾹 참고 하는 거
이번에 한번 해봐
그러면 집착도 사라질 거야
250년 인생에
뭐 하나는 배워 가야지
허
후... 많이도 쌌네
에효... 내 코트는 언제 되려나
대표님
어
두 번째 선물, 막 도착했습니다
대표님한테 문자 보낸 곳 찾았답니다
어디야?
그게, 좀 이상해요
(한 실장)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인데
청담동의 무슨 옷가게라고 나오네요
- 몰라 - 실종된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 실종된 게 아닌데 어머니 아버지 어디 계시는지를 왜 몰라?
여행 중이니까 그렇지 통화는 했다니까
[해라 한숨] (영미) 그때 병원 기록 확인한 거 맞대
병원 이름이 뭐였대?
너 왜 이래?
너 진짜 이상하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없어, 뭘 숨겨?
왜 숨겨?
하, 참
뭐, 곤이 아버지한테 들은 얘기 없어?
하, 없어!
- (해라) 진짜... - 어?
안녕하셨어요?
요 밑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영미 씨 매장도 볼 겸 너 옷 한 벌 사주려고
여기서 제일 비싸고 좋은 옷이 어떤 겁니까?
아이, 저희 물건이야 다 좋죠
이건 사이즈 44예요, 33이에요?
어머, 33사이즈가 어디 있어요?
그리고 여기 옷들 다 외국에서 온 거라서
44, 55 뭐 그런 사이즈 안 써요
그래요?
어, 이거 예쁘다
해라야, 이거 입어봐
됐어, 점심이나 먹으러 가
먼저 이거 입어보고
어우, 진짜... 부러워서 짜증 나려고 그러네요
- 영미 씨 - 네
저한테 그런 문자 왜 보내셨어요?
네?
발신 번호 안 뜨게 어떻게요?
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저한테 문자 안 보내셨어요?
아, 그때, 저녁식사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는 보냈죠
음...
그럼 제가 받은 문자 경찰에 같이 제출할게요
'연구소에 일했던 연구원입니다'
'문 박사는 친구인 정 사장이 죽였습니다'
잘못했어요
곤이 아버지를 의심하는 거 같으셔서
순간적으로 실수했어요
영미 씨
네
마음이 아픕니다
해라는 그동안 먹고살기 힘들어서 친구도 없고
그나마 영미 씨가 제일 친한 친구 같던데
[탈의실 문 열리는 소리]
[발소리]
- 응 - 이 옷 나한테 너무 커
바보 같아
미안해, 해라야 너한테 맞는 사이즈 갖다 놓을게
- 점심 같이 먹으러 갈래? - 아니야
어, 난 예약 손님이 있어서
- 그래요, 다음에 또 봬요 - 네
가자, 간다
(수호) 응
(해라) 땡큐
[컵 뚜껑 내려놓는 소리]
[수호가 자기 컵 뚜껑 열어서 내려놓는 소리]
아까 영미랑 무슨 얘기 했어?
응, 별 얘기 안 했어
영미 표정이 엄청 안 좋던데
해라야
응?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호로록 마신 뒤 숨을 내쉰다]
이거 먹고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
맨날 어딜 그렇게 데려가려고?
[감동적인 음악]
[작게 웃는 호흡]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보고 싶었어 너 드레스 입은 거
나도 보고 싶었어 나 드레스 입은 거
보니까 어때?
완전 예뻐 [웃는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나 웨딩드레스는 원래 샤론 양장점에서 하고 싶었는데
됐고, 여기 한번 봐봐
[해라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찰칵]
[휴대폰 벨 소리]
전화 왔다, 잠깐만, 미안
네, 한 실장님
(한 실장) 대표님, 지금 멀리 계십니까?
[긴박감 넘치는 음향]
정 사장 때문에 문 박사님이 곤란해진 건 사실이었어요
그래도 당신이 안고 넘어가시려고 했는데
정 사장이 욕심을 버리지 않더라고요
어떤 욕심 말씀하시죠?
문 박사님이 하는 연구를 가져다가 사업에 이용하려는 거죠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니까
연구소 화재가 나던 날에도
밤늦게 찾아와서는 심하게 다투더라고요
(샤론) 연구소 화재가 나던 날 밤에 누군가를 봤어요
해라 씨 옛날 가족사진에서 봤어요
화가 난 얼굴로 들어가셨는데
(남자) 아, 누전은 개소리
두 사람이 싸우다가 화재가 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투시는 거 왜 안 말리셨어요?
그냥... 내가 어떻게 그래?
[노크]
저, 선생님, 죄송한데 주차장에서 연락이 와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자리를 좀 옮겨드려도 될까요?
음...
[열쇠 꾸러미 소리]
그러니까... 두 분이 다투시다가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죠
그때 왜 경찰에 얘기 안 하셨어요?
내가 끼어들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가 싫었어요
그때 개인적으로 힘든 문제도 있었고
[작게 심호흡한다]
정 사장님이 확실해요?
아, 그럼요 같이 술자리도 여러 번 다니고
등산도 같이 다니고 해서 잘 알죠
분명해요
[호로록 마시는 소리]
[발소리]
찾아봤어?
- 네? - 아, 결혼기념일
저녁 먹기 좋은 레스토랑 찾아봐 달랬잖아
본부장님
공사는 좀 구분하셔야죠
이것도 공이에요, 어?
여행사 직원이면 좋은 데 다 알고 있어야지, 안 그래?
[발소리 후] 찾아놨습니다
(본부장) 응 [주희가 작게 웃는다]
(본부장) 음...
음...
역시, 주희 씨는 일 못 해, 응
좀 더 클래스 있는 데는 없나?
제가 더 찾아보겠습니다
응, 땡큐
결혼기념일에 자기 밥 먹는 거를 왜 우리한테 찾아보라고 난리니?
(주희) 가서 먹어보라고 안 하길 다행이죠
[발소리]
(본부장) 아무래도 말이야 블로그 말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클래스 있는 식당 찾으면 한번 가서 먹어보고 와
[팀장 한숨]
법카는 안 주시나요? 이것도 일인데, 예?
법카는 왜? 자기들끼리 밥 먹는데
[해라 기막힌 듯 한숨] (본부장) 팀장님, 회의 들어갑시다
아, 주희 씨, 이거 가져가, 응
[입으로 쪽쪽쪽 소리]
[나가며 발소리]
- 하... 갔다 올게 - 봤어, 봤어?
아, 누전은 개소리
두 사람이 싸우다가 화재가 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문자 알림음]
[작게 웃는 소리]
(한 실장) 대표님, 저희가 먼저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음... [탁자를 탁 친다]
같이 가시죠
[작게 숨을 내쉰다]
[긴장감 있는 음악]
[사람들이 크게 웅성거리는 소리]
[각자 원하는 바를 주장한다]
[각자 계속 소리친다] (남자) 우리 동네!
(여자1) 재개발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계속 각자 주장을 크게 말한다]
(곤) 투기 지역이 되든 재개발이 되든
시간이 가면 동네가 변하는 거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투기꾼들의 배를 채우는 것보다는
개발 보상금을 받고 새 건물, 새 인프라를 취하는 게 낫죠
[사람들 웅성거린다]
- (남자 주민1) 맞아요, 맞습니다 - (남자 주민2) 예
사대문 안에 제일 세련된 동네로
우리도 거듭나 보는 겁니다
[찬성하는 말과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박수 소리가 점점 잦아진다]
투기 과열을 부추기는 세력만 없으면
정부 지원을 통해서 보수와 유지 관리가 가능합니다
백 년 이상 된 주택이 많은
이 아름다운 동네를 왜 없애야 됩니까?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주민3) 옳소!
[주민들 손뼉 치며 웅성거린다]
(곤) 동네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낡은 집의 보수와 수리가 아니라
새로운 기반 시설입니다
넓은 주차장과 푸드코트가 있는 건물이 대체 왜 나쁜 겁니까?
(여자 주민1) 맞아요
-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예? - 그럼요, 그럼
(남자 주민1) 살고 싶습니다, 저희도
[주민들 옳다고 외치며 손뼉을 친다]
똑같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선 그런 동네로 변하는 게 좋으십니까?
좋아요 다들 현대식 아파트에 사는데
왜 우리만 옛날 집에서 살아야 돼요?
(남자 주민1) 당신도 번쩍번쩍한 현대식 저택에 살잖아요
이런 동네에 살면서 그런 얘기를 하시든가요
[주민들 웅성거린다] - 와서 살아봐야지 - 살아보고...
문수호 대표님
왜 하필 이 동네입니까?
서울 사대문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고풍스러운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가 보존되면 [까치 울음소리]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습니다
여자 때문 아닙니까?
[불안한 음악]
여자?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한국으로 돌아와
첫사랑 소녀와 추억이 있는 동네를 그대로 봉인시킨다
영화 같은 스토리 아닙니까, 여러분?
그게 사실이에요?
(남자 주민1) 그게 사실이면 미친 거지, 이게 안 그래요?
(여자 주민1) 그렇지 [사람들 웅성거린다]
남자 중의 남자구먼, 상남자
(남자 목소리) 하... 혼자 드라마 찍고 있네
(곤) 아, 같은 남자로서 그 사랑
존경합니다
하지만
한 남자의 사랑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 동네의 개발을 막기엔
주민분들의 불편함이 너무 큽니다
[웅성거린다]
(곤) 왜 하필
첫사랑의 추억이 담긴 동네가 여긴지
저는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여자 주민1) 말도 안 돼
아, 돈 좀 있다고 여자한테 그렇게 써요?
(남자 주민1) 아주 단단히 돌았구먼, 어?
아, 진짜 여자 때문이야, 진짜? 예?
- 아이고, 참 - (여자 주민1) 아이고
주민 여러분들께 대답을 해주시죠
문수호 대표님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사람들 웅성거린다]
- 아, 이렇게... - 뻔뻔하네
(여자 주민1) 허, 미쳤어, 어머
첫사랑과의 추억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남자 주민1) 돈 갖고 할 일 없으면 한강에나 뿌리시든가요
아니, 왜 남의 동네 와서 장난질이냐고요, 예?
[물통이 부딪치고 떨어지는 소리]
(남자 주민들) - 가, 가라고! - 물러서
- 물러나! - (주민들) 물러나!
[주민들이 물러나라며 연호한다]
- (남자 주민1) 물러가! - (여자 주민1) 잠깐만, 잠깐만
그 여자가 누굽니까?
(여자 주민1) [기가 찬 듯 웃는다] 여기 와 있나?
아, 누구야? 손 좀 들어봐! 내가 머리채를 확 뽑아버릴 테니까
[사람들 계속 웅성거린다]
(남자) 얼굴이라도 봅시다, 누구야?
[사람들 웅성거린다] (남자) 얼굴 좀 보자고, 누구야?
자, 진정하십시오
자, 오늘은 말 그대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습니다
도시 재생 시범 사업지는
우리 모두 힘을 모으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찬성하는 주민들 작게 손뼉 치며 웅성거린다]
저, 저기요? 죄송합니다
예, 안녕하세요
저는 문수호 대표님과 동네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여행사 직원입니다
저도 한 말씀 올리게 해주십시오
어, 제가 여행사에 있다 보니까 직접 다 가보진 못했어도
전 세계의 좋은 곳, 멋진 곳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렇게 꿈꿀 만한 그런 곳들요
저는 이 감나무 동네가
바로 그런 곳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외할머니댁이 있을 법한 곳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아서
힘들 때 찾아가면 위로가 되는 그런 곳 있잖아요?
허참...
아, 당신들 낭만을 왜 우리 동네 와서 찾아?
- (남자) 그러게요, 예? 허참 - (여자) 맞아
그럼 제가 현실적인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개발 보상금으로는 새 건물에 들어가기 턱없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으셔야 될 텐데
(남자) 대출?
[주민들 무슨 소리냐는 듯 웅성거린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잘 알고 계시는가요?
[주민들 웅성거린다]
제가 벌써 대출 인생만 30년째인데
이거 정말 장난 아니거든요
(팀장) 맞습니다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아무도 얘기 안 해주셨죠?
[주민들 웅성거린다]
(남자) 뭔 소리야, 이게?
(여자 주민1) 아니, 들어봤어요? 처음이지? 아니, 어떡해?
이 동네의 전통과 역사는 잃고 빚더미에 올라앉으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지금?
저는 이 감나무 동네가 사라지는 건
우리나라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다]
[화내는 듯 웅성댄다]
(남자 목소리) 아이, 형님, 어디 가? 아이, 형님, 어디 가요?
끝까지 앉아 있긴 해야 될 거 아냐?
(남자 목소리) 아이고, 참...
(남자 목소리) 아이, 빨리 와요 같이 가야지
[계속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각자 웅성대는 소리와 박수 소리]
(남자 목소리) 하여간 잘 살펴보고 더 얘기하자고
어, 잘 가고, 어
넌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 돼?
사실이잖아
넌 니네 아버지 욕하더니 점점 닮아간다
[한숨]
다시 한번 사람들 앞에서 문수호 모욕했다간
나 진짜 가만 안 있어
하... 문수호...
참 부럽네
(해라) 치
공청회도 끝났는데 왜 계속 싸워요?
여기서 뭐 하세요?
동네가 개발돼야 나도 부자가 되죠
내일 양장점으로 들러요
할 얘기가 있으니까
여기서 하세요
여기선 못 해요
[작게 한숨]
[한숨]
[감동적인 음악]
아유, 참, 종이를 절약해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진짜
오빠 타 있어, 내가 다 떼어줄게
아니, 회사에서도 이면지 쓰라고 그 난린데 진짜...
[종이 떼는 소리] 아까워 죽겠네, 진짜
미안해, 해라야
뭐가?
예상보다 약한데?
[작게 웃는다]
사람들이 착하네 벽돌 던졌으면 어쩔 뻔했어
[길게 숨을 내쉰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다 예상한 과정이잖아? 그치?
신경 쓰지 마
[작게 웃는다]
[돌이 콱 부딪는 소리] (해라) 어? 어?
[돌이 굴러가는 소리]
오빠! 뭐야?
[낄낄 웃는다]
- (해라) 오빠, 괜찮아? - 타, 타
[긴장되는 음악]
[시동을 건다]
(샤론 방백) 그 애 옆에 있으면 다쳐
기억 안 나요?
피는 멎었는데
진통제나 소염제 안 먹어도 될까?
이쁘게 드레싱 해줘서 괜찮아
푹 자
[감동적인 음악]
- 해라야 - 응?
오늘 멋있었어 세상에서 제일 예뻤고
잠들 때까지 손잡아줄까?
응
아니라고 그랬으면 좋았잖아
첫사랑 때문에 그런 거 아니라고
왜 그렇게 말했어?
왜 그랬을 거 같아요?
음...
말하지 않을래
[웃으며] 그래, 너 혼자고 나 여기 있어
[작게 웃는다]
아, 나 그날 찍은 사진 나왔는데
자...
어때?
이쁘다
프린트해서 책상에 하나 올려놔야겠다
자, 이제 주무세요
[톡 내려놓는다]
나 좀 누워야겠다
음...
[불길한 음악]
(샤론) 그 애 옆에 있으면 다쳐
기억 안 나요?
[점점 크게 고조되는 소리]
[숨을 크게 내뱉은 뒤 헐떡인다]
[또 한 번 숨을 크게 내뱉고 계속 헐떡인다]
[계속 헐떡인다]
(해라) 아직 안 잤어?
[불길한 음향과 속삭임]
[기분 나쁜 쇳소리가 점점 커진다]
[숨을 크게 내뱉는다]
왜 그래?
어? 어머!
피가 다시 나는데, 이거?
응급실 갈까?
아냐, 괜찮아
그럼 구급상자가 어디 있더라
이제 피는 거의 다 멎은 거 같아
[손 비비는 소리 후 해라 한숨]
[한숨]
오빠
왜 그래?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응
[숨을 길게 내쉰다]
[구급상자를 정리하는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
[불길한 음악]
[전화벨이 울린다]
네, 우리 동네 대장간입니다
문수호 대표님 계십니까?
아, 지금 대표님 출근 전이신데요
내가 지금...
여보세요?
[불길한 음악이 더 크게 이어진다]
[큰 북소리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쓰러지며 신음한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등산객) 괜찮으세요? 예? 어디 다친 데 없어요?
[등산객들 웅성거린다]
[안심한 듯 헐떡거린다]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그 윤달홍 씨, 제가 만나볼게요
굿모닝
굿모닝입니다
- 머리 괜찮아? - 멀쩡해, 컨디션 좋아
다행이다
[수호 작게 웃는다] [식기 소리가 난다]
- 해라야 - 응?
혹시, 이 사람 기억나?
(해라) 음...
모르겠는데? 누구야?
아버지 연구소에 있던 연구원
응, 근데 어떻게 알았어?
다 같이 친하게 지내셨다고 해서 등산도 같이 다니시고, 혹시나
응, 왜? 이 사람이 뭐라는데?
별말 안 했어 그냥 옛날 일 생각이 났대
응, 난 전혀 모르겠어
이름이 뭐야?
도신재 박사
도신재 박사?
앉아
응
자...
대표님
[발소리]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긴장감 있는 음향]
[노크]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자리를 좀 옮겨드려도 될까요?
[자동차 위치 추적음]
박철민 회장을 만난 게 맞습니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신재
도신재 박사?
아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이름이 도신재라 그런가 도박에 미쳤어, 사람이
아!
(해라 부) 오늘 나한테 슬쩍 와서는 돈을 꿔달라는 거야
문 박사 연구 자료 자기가 몰래 갖다주겠다고, 참나
어머, 그 사람 이상한 사람이네
진짜 도박사네 도박하는 도신재 박사
[해라가 소리 내 웃자 모두 따라 웃는다]
[휴대폰 벨 소리]
응, 해라야
어, 나 도신재 박사 기억났어
그 사람 도박꾼이야
도박하던 게 걸려서 연구소에서 잘렸다고 들었어
연구비에도 손을 댔었대
[키보드 탁 치는 소리]
하우스
요즘도 하우스 열심히 다니신다면서, 어?
아...
(수호) 도신재, 도박을 하고 있고 박철민에게 매수당한 사람 맞습니다
저쪽에서 조작한 증인인데 우리한테 유리해졌습니다
추가 증거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니는 하우스 확인해 보겠습니다
찬기 수고했어
[깊이 심호흡한다]
예, 감사합니다 총괄영업부 정해라입니다
(샤론) 오늘 잠깐 들러요
더 고급스러운 건 없어?
어디서 이런 싸구려를
할 말이 있어요 안 오면 후회할 거야
회사 전화는 다 녹음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님
(샤론) 안 오면 계속 회사로 전화할 거야 이따 봐요
[기막힌 듯한 호흡]
[팍 내려놓으며 칫 한다]
(백희) 웨딩드레스 천 그레이드 좀 올려
이게 뭐니, 이게
누가 뭐래? 알았어요
내 옷은 언제까지 할 거야?
봄 코트, 바지 정장, 롱드레스 미니스커트, 다다음 주까지
- 가보세요 - 치수 안 재니?
허리가 반 인치 늘었네
귀신
[작게 웃는다]
[삐걱 문이 열린다]
날 보호해준다고 약속하면
나도 과거 죄를 뉘우치리다
약속하겠습니다
나
박철민을 봤어요
[불길한 음향]
(달홍) 10월 21일 그날
연구소 불나던 날
그때 난 식당 배달 일을 하고 있었어요
금요일 저녁에 구내식당 안 했던 거 기억나요?
기억납니다
(달홍) 금요일은 야식 배달을 자주 갔지
그날도 9시에 야식 배달을 갔는데
박철민이가 도망치듯이 뛰어나가는 걸 봤어요
그건 폭발음에 놀라서 밖으로 나갔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차를 바꾸고 집을 샀다고 자랑을 합디다
평소에 식당에 와서도 너무 사람이 못되게 굴어서
은근히 협박을 해봤지
나 그날, 나 당신을 봤다
경찰에 안 부는 조건으로 뭘 주겠냐?
[크게 한숨을 내쉰다]
(달홍) 그래서 나... 집과 땅을 받았어요
잘못했습니다
어르신은 제가 책임지고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지금 하신 진술 경찰에서 다시 한번 해주실 수 있죠?
하리다
이걸 털어야 내 아들도 일어날 거 같아요
그리고
잘못했습니다
[한숨을 내쉰다]
카메라 볼게요 하나, 둘, 셋, 치즈!
[찰칵]
[찰칵]
치즈 [계속 카메라 촬영음]
(팀장) [웃으며] 그만 찍어라, 그만 찍어
자, 빨리 먹자, 자...
[팀장 콧노래]
음! 진짜 맛있다
(주희) 음!
여기가 생긴 지 50년 넘은 데거든?
옛날부터 프러포즈 장소로 완전 유명했던 곳이래
(주희) 아... 어쩐지
음! 부럽다 [주희와 팀장 작게 웃는다]
나 옛날에 여기 와본 적 있는 거 같아
음, 옛날 남자친구한테 여기서 프러포즈 받고 막 그런 거 아니야?
응? 응?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진짜 아, 먹어, 빨리
(팀장) [흐흐흐 웃는다] 아유...
음, 여기서 프러포즈 받고
결혼기념일에도 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그쵸?
(팀장) 좋긴 뭐가 좋냐?
요즘 세상에 누가 결혼 같은 걸 해 촌스럽게, 그냥 혼자 살아
어우, 팀장님
(팀장) 결혼은 무덤이야
- 무덤이라도 갈래요 - 으유
[둘이 함께 웃는다]
결혼기념일?
- 저기 혹시... - 예
방명록 같은 거 있을까요? 옛날 거
아, 예, 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앨범 넘기는 소리가 크게 난다]
10월 20일... 10월...
10월이면...
[감동적인 음악]
아, 찾았다
우리 아빠 여기 있었어 그날 밤
해라야 뭐 해? 디저트 나왔어
팀장님, 저, 저 잠시만
오빠
[해라 발소리]
다행이야, 다행이야
[훌쩍인다]
나 오늘 집에 가서 청혼 반지 낄래
일 많이 남았어?
응
이따 집에 가서 보여줄게
- 그래 - 이따가 봐
[해라가 살짝 웃고 살짝 훌쩍인다]
[소리 내 웃는다]
[풍경이 딸랑 울린다]
[풍경이 딸랑 울린다]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춥고 힘든 얼굴로 찾아왔었지
하실 말씀이 뭔가요?
결혼 축하해요 이모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모 만나셨어요?
내가 반코트 만들어 드리기로 했거든
그 집에 간 건 아니니까 안심해요 여기서 만났어요
결혼은 당장 할 건 아니에요
뭐...
영원히 못 할 수도 있겠지
아버지 살인범의 딸하고 결혼을 할 순 없으니까
하...
왜 보자고 하셨어요?
샤론 양장점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댔잖아요
이젠 아니에요
난 만들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
난 안 입을 거예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나 문수호 좋아했어요
[불안한 음악]
마음이 가는 걸 어떡해요
멋진 남자잖아
그 얘길 왜 저한테 하시는 거예요?
나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많이 이상했죠
그 사람 좋아해서 그랬어요
이젠, 마음에서 놓아줬고
그 사람의 신부가 될 여자한테
드레스 만들어주고 싶어요
왜요?
멋져 보이잖아
제가 보기엔
여전히 이상하세요
난 만들 거예요
[풍경 소리]
(라디오 뉴스 여성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은성구 종합병원 단지 공사 현장에서
조선 시대 회곽묘가 발견됐습니다
신분은 알 수 없는 구점복의 묘로 확인됐습니다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목관 안에서는
한글로 적은 이야기와 그림 [책이 떨어지는 쿵 소리]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문이 발견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진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숨을 내쉬고 들이쉰다]
점복이
[숨을 내쉬고 들이쉰다]
음...
[노트북 자판을 톡톡 두들긴다]
[노트북 자판을 톡톡 두들긴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 [물건을 떨어뜨리는 쿵 소리]
[종이 떨어지는 소리]
(샤론) 남편이었던 당신이
내 몸종 하녀랑 눈이 맞아 날 버렸지
[숨을 내뱉은 뒤 헐떡인다]
[불길한 속삭임이 들린다]
[불길한 음향이 계속된다]
피곤해 보이네
선생님... 저 요즘 좀 이상해요
(백희) 미친년이
그 집에 들어가서 별 얘길 다 했군
정신병자야, 뭘 새겨들어?
예전 선생님 특강 때 해주신 얘기가
제 옛날 일처럼 막 떠오르기도 해요
그건... 내가 너무 얘길 잘해서 그런 거고
선생님...
전생이라는 걸 믿으세요?
글쎄
어...
모든 사람들한테 다 있다곤 생각 안 하는데
그리움이나 한을 품고 떠난 경우는
다시 한번 돌아오지 않을까?
전 그런 거 안 믿거든요
안 믿으면 되지
근데... 이상해요
뭔가 있는 거 같아요
[슬픈 음악]
자네의 빼어난 솜씨로 두 사람을 그리고
믿지 못할 이 얘기도
글로 남겨주시게
[통곡한다]
수호야
얼마 있으면
조선 시대 묘에서 나온 글과 그림이 공개될 거야
그게
네 전생이다
(백희) 이것만 알아둬
비단옷을 입고 네 부인인 척하는 여자는
너를 죽인 악녀야
네 인연은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는
착한 여종이고
[작게] 얼굴에 화상 흉터...
묘한 인연과 우연 아니겠니
너 어릴 적에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었던 것도
(해라) 피곤해 보이네
(샤론) 피곤해 보이네
[불길한 음향]
[불길한 음악과 속삭임]
[따뜻한 음악]
(수호) 이명이나 환청까지 생겼습니다
(샤론) 그 사람한테 뭔가 변화가 있어
내 기도가 이뤄질 거 같은 느낌이 좀 들어
쪽, 파이팅!
그거 아니야
[해라가 소리 내 웃는다]
(해라) 장백희 선생님 좀 특별한 분인 거 알고 있었어?
(백희) 구점복이 쓴 기도문을 알려주세요
(곤) 너 이상한 문자 보낸 거 문수호한테 들킨 거 아냐?
(영미) 연구소에 불을 지른 것도 니네 아버지고
해나네 아버지 죽인 것도 니네 아버지야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하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저는 정해라를 사랑하고 평생 같이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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