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16
- (해라) 피곤해 보이네 - (샤론) 피곤해 보이네
[불길한 속삭임]
(백희) 비단옷을 입고 부인인 척하는 여자는
너를 죽인 악녀야
너의 인연은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는
착한 여종이 맞다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불길한 음향이 이어진다]
오빠
많이 아파?
(해라) [발소리] 왜 그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직도 머리가 아파?
아니야, 괜찮아
짐 가지러 왔어요
몇 가지가 덜 왔더라고요
[발소리]
저, 밤늦게 죄송합니다
저희 사장님 무식한 거
대신 사과드립니다
[작게] 가
얼른
빨리 씻고 푹 자
응
아까 문수호 이상한 거 느꼈어?
- 아니 - 난 느꼈어
그 사람한테 뭔가 변화가 있어
그러고 보니까
좀 살이 빠진 것도 같고
아니면 샤론 내쫓고
살이 더 붙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있어
[슬픈 음악]
(백희) 혼란이 오면 흘러가게 둬
아름다운 순간은 지금이다
수호야
해라와 함께 있는 지금이 중요해
그럼요
저도 알아요
- 이모 - 응
문 대표는
안 들어온 건지 들어왔다 다시 나간 건지
화장실 다녀오다가 나가는 거 봤어
일 때문에 속상해서 그런가
갔다 올게
야, 과일이라도 먹고 나가
(해라) 많이 먹어
[실망한 듯 소리낸다]
1억이야 이거 갖고 가서 그림을 빌려와
안 파는 그림이라며
안 파니까 빌려오라고
사흘만 보고 준다고 해
[상자 닫는 소리]
가져오면 찢어버릴 거 같은데
빨리 안 가?
[풍경 소리]
[크게 소리내며 깨진다]
[긴장되는 음향]
[컥 소리를 낸다]
[불길한 속삭임]
[작게 신음한다]
어디까지 말했니?
[신음한다]
네가 두 사람 죽인 거까지 말했어?
[콜록거린다]
다 했어요, 다
믿지도 않을 얘길 왜 한 거야?
[신음하며 쿵 떨어진다]
[콜록 한다]
믿지도 않을 얘기라서 했어요
그래도 신경이 쓰였나 보네
백희한테 가서 말한 걸 보면
난 이제
언젠가 죽어
너 외로워서 어쩌려고 그래?
너도 이제
시간 속으로 들어올 방법을 찾자
제발
그 사람이 내 남자가 되면 그렇게 될 거예요
나도 똑같이 나이를 먹고 곱게 늙어갈 수 있어
그럴 리 없어
그 사람
내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난 알아
당신의 간절한 기도만 응답을 받는 게 아냐
나의 시퍼런 슬픔도
답이 올 때가 됐죠, 이젠
너
수호한테 장난치면
가만 안 둔다
컵이나 물어내요
(의사) 아무 이상 없으신데요 아주 좋으세요
음... 지난 달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도 아주 좋으시고
갑자기 두통이 생겨서요
이마에 난 상처도 다 아물었고
두통의 원인까진 아닌데
이명이나 환청까지 생겼습니다
스... 혹시 요새 뭐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 있으세요?
스트레스겠죠
오늘 점심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있게 한번 드셔 보세요
주말엔 꼭 운동도 하시고요
네, 선생님
[작게 심호흡한다]
[레스토랑에 음악이 깔려 있다]
피자 너무 맛있다 식기 전에 더 먹어
반지 이뻐
흠...
어디 아파?
병원 갔다 왔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사무실부터 들렀지 같이 오려고
이상 없대, 건강하대
수호 오빠 강한 사람이잖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걱정 마, 잘될 거야
그리고 잘 안 되면 어때? 네가 있는데
응, 맞아
- 해라야 - 응?
우리 봄에 결혼하자
왜 이렇게 급하게?
그럼 언제가 좋아?
[포크를 내려놓는다]
한 2년 뒤?
2년?
나도 좀 뭔가 이뤄놔야지
어, 대리도 좀 달고 그리고 해외 출장도 좀 다녀보고
그거 결혼하고 하면 되잖아 왜 내가 일 못 하게 할까 봐 그래?
아, 아니...
그냥 그건 좀 그래 나도 좀 준비하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일단 아버지 문제 해결하고 나서 그때 하자
네가 원하면, 그래
재수사는 검찰이 맡기로 했어
건설사 돈을 받고 경찰까지 연루됐던 게 밝혀져서
박철민 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가겠네
응, 나도 오후에 증인 한 분하고 같이 가
너 여행사 내려주면 되지
[아니라는 듯] 음음, 전철역에
갤러리 가봐야 돼
오케이
샤론 양장점 따로 연락 없지?
응
연락 와도 만나지 마
흠...
네, 준비 거의 다 됐고요 곧 출발하려고요
예, 예, 연락받았습니다
네, 참관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재미있는 음악]
여긴 웬일이야
하...
저, 이 그림...
샤론이 빌려오라고 해서요
(장빈) 네, 고고미술사 학회지에도 싣기로 했고요
네, 네, 그럼 연구실에서 뵙겠습니다, 교수님
네
점복... 아니, 장빈 씨
아!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요?
아, 죄송한데 제가 지금 급히 가봐야 할 데가 있어서
아... 혹시...
조선 시대 묘에서 나온 문서를 보러 가는 건가요?
하... 아, 예, 그걸 어떻게...
나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그게 아직 일반에 공개는 힘들다고 해서
아, 그럼
나한테 딱 10분만 시간을 줘요
해드릴 얘기가 있어요
후회하진 않을 겁니다
네, 그러시죠
[작게 웃으며] 아... 밖으로 나가시죠
혹시
대걸레나 못 쓰는 의자 있으면 좀 갖다주시겠어요?
[큰 북소리와 긴장되는 음향]
[큰 바람 소리]
[딱 부러지는 소리]
[큰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큰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남자) 주차장 가신 거 같던데 아까 손님이랑
주차장에요?
어?
안녕하세요
[긴장되는 음향]
[뚝 부러지는 소리]
[땅에 떨어져 뒹구는 소리]
[쨍하며 깨지는 소리]
베키 저러는 거 처음 봐요?
헉!
[철근이 휘어지는 소리]
[철근이 떨어져 뒹구는 소리]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내 말을 믿어야 해서 보여드린 겁니다
나는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릅니다
예
[해라 딸꾹질] [상자가 뚝 떨어지는 소리]
[딸꾹]
관객이 더 있었네
[딸꾹]
할 수 없지
(백희) 지금 가시면
장빈 씨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
구점복이 그린 그림과 기나긴 사연
그리고 기도문을 보실 겁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얘기를 썼을 겁니다
지금부터 그 사연을 들려드릴 테니
내 얘기가 그 기도문과 일치한다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그게 뭡니까?
점복이가 쓴 기도문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그 사연이 적힌 문서를 직접 보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해주실 얘기가 문서와 일치한다면
기도문과 문서, 그림 모두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30여 년 전쯤
[슬픈 음악]
(백희) 지체 높은 양반 댁의 혼례를 앞둔 아씨와
그 아씨의 혼례복을 짓는 몸종 하녀가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백희) 아씨는 혼례복을 걸쳐본 여종의 얼굴을
인두로 지졌고
혼례복 걸친 여종을 신부로 착각한 신랑은
평생의 사랑을 맹세했지요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하... 미친 거 아냐?
그림 빌려달라 말라 얘기 꺼낼 상황이 아니었어
옛날얘기만 재밌게 듣다 왔네
그런 얘기가 묘에서 나왔을 거라고 했다는 거지?
베키가 점복이한테
글과 사연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던데?
아우...
미쳤어
(백희) 남편이 천주교도인 걸 소문내고
분이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서린 아씨는
분이를 사지로 내몰았어요
[사진 촬영음]
[슬픈 음악]
(백희) 분이가 죽기를 기대했지만
사랑의 힘으로 버텨낸 거죠
[버스가 끽 하며 서는 소리]
[헉헉거리는 소리]
(백희) 칼에 찔려 목소리를 잃고
먼 길을 찾아와 그리운 정인을 만났지만
[안타까움에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백희) 질투에 불탄 서린 아씨는 두 사람을 불태워 죽였고
[사진 촬영음]
(백희) 분이의 저주를 받아서...
(분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어라
(백희)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존재가 되었으며
[점복이 통곡한다]
(백희) 어떤 여인에게서
내 부탁함세
(백희) 이 모든 일을 기록하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한숨을 내쉰다]
[노크]
(백희) 사무실 안 가고 여긴 왜?
어떻게 그런 걸 보고 다른 게 손에 잡히겠어요?
[소리 내 웃은 뒤] 차력하는 거 처음 봐요?
얘기는 특강 때 이미 들은 거고
저도 여기서 같이 기다리고 싶어요
정말 직접 그 문서를 보게 될지 아닐지
호기심이 많은 아가씨였네
근데 기분이 좀... 이상해요
어떻게?
막 신기하고 또 황당하고 그래요
그 얘기가 내 얘기 같다거나 그래요?
아뇨, 그건 아니고요
음...
근데 정말 그 문서가 나올까요?
하...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니까 아닌가 보네
[백희가 작게 웃는다]
걱정 말고 회사로 가봐요
박철민 회장은 정길영 사장을 의심하는데
연구소 화재 나던 날 저녁에 찍힌 사진입니다
정 사장님은 연관이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좀 더 조사를 해보죠
- 한명수 씨 - 네
건설사 임원으로 계실 때 회사에서 고의적으로
연구소에 불을 지르라고 돈이 지급된 사실이 있습니까?
그 당시는 알지는 못했는데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그 당시 개발사업팀의 책임자였던 분이 돌아가셔서
뭐 자세한 건 알 수 없고요
건설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불을 지른 사람이 있긴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 사람 이름이 뭡니까?
[긴장되는 음악]
장철두라는 놈이 돈을 받은 겁니다
당시 절도에 방화에 전과 3범이었고
5년 전엔 마약에 손을 대다 죽었어요
우리 사이엔 돈 거래 흔적이 없잖습니까
하하하, 증명 못 합니다
저 정도면 적은 돈 아닙니다
[한숨]
(검사) 그 사람 이름이 뭡니까?
장철두라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한숨]
박철민이 한 발 빨랐네요
객관적 자료가 충분하니까 그 말을 다 믿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일 윤달홍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피곤해 보이시네요
오늘 일찍 들어가 쉬세요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연락 없이 불쑥 찾아와 죄송합니다
마무리는 짓고 가야 할 거 같아서
저는 동네가 개발되는 쪽을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인했던 동의서 돌려주세요
제가 보는 앞에서 없애주시든가
실장님
네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나가시죠
공청회는 아주 재밌었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날
저한테 뭐라고 하셨었죠?
언제요?
우리 집에서 나가던 날
전생에 당신의 사랑은 나였다고요
날 기억해내고 못다 한 사랑을 이뤄야 한다고
그런 얘기 저한테 왜 하신 겁니까?
신경 쓰이시나 봐요?
[슬픈 음악]
믿진 않지만 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하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저는 정해라를 사랑하고
평생 같이할 거니까요
앞으로 저한테 그런 얘기 하지 마시고
아니,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한숨을 내쉰다]
[불길한 음악]
[불길한 속삭임]
[노크]
내일 찾으러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슬픈 음악]
[흐느낀다]
[흐느낀다]
좋은 일 있어? 얼굴에 생기가 도네
내 기도가 이뤄질 거 같은 느낌이 좀 들어
아, 베키가 잠깐 보재
자기 집으로 오라던데?
해라야, 나 오늘 좀 늦을 거야
어, 나도 오늘 낮에 땡땡이 쳐가지고 야근해야 돼
- 너무 늦지 말고 - (해라) 응
아, 저기
장백희 선생님 좀...
특별한 분인 거 알고 있었어?
왜? 무슨 일 있었어?
응
무슨 일?
이따 집에서 말할게 일 잘 보고 와
그래
이리 와서 봐
[슬픈 음악]
점복이의 기도문에
역시 해답이 있었어
(점복) 나에게 목숨을 준 이는 부모였으나
빛을 준 이는 분이 누이였어라
[마우스를 클릭한다]
- 언니 - 응?
(주희) 먹고 힘!
고마워
쪽쪽쪽
[소리 내 웃는다]
왜 저래
(점복) 미천한 나를 귀히 여기고
[작게 웃는다] (점복) 내 재주를 아까워했음이라
어여쁘고 착한 누이
운명이 바뀐 최서린에게 그 생이 멸하였으니
애통하고 슬프도다
부디 하늘에 비오니
다음 생을 허락하시어
정인 이명소와의 못다 한 정을 이루게 하시고
혹 다음 생에도 서린이 악행을 행한다면
구천지귀의 표식이 온몸에 돋아
두 사람을 보호하게 하소서
천한 종놈 주제에
(점복) 두 사람의 혼례복을 지어 바치되
진심으로 할 것이며
명소와 분이가 인연을 이뤄야만
서린도 죄업을 씻고 평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제까짓 게 뭔데 나한테 이래?
강한 기운이 실린 기도문이야
더 이상의 악행은 안 된다, 샤론
내 간절한 마음이 그 천한 종놈을 이길 거예요
이젠 그만해
왜 내 편은 하나도 없어? 왜?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백희) 하...
[긴장되는 음향]
샤론!
(분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어라
[불길한 음향과 속삭임]
왜 그래, 언니?
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
[큰 북소리와 불길한 음향]
[날카로운 쇳소리가 점점 커진다]
[콰과광]
[샤론 작게 비명]
아!
아악!
[샤론이 고통에 계속 신음한다]
서린 씨
[샤론이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서린 씨!
- (샤론) 악! 아... - (백희) 아...
[샤론이 고통에 신음하며 비명을 지른다]
(수호) 괜찮으세... 아!
[샤론이 계속 비명을 지른다]
[고통에 신음하며] 잘못했어요
[고통에 헐떡인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만!
그만!
우리를 용서해 주십시오!
[샤론이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갑자기 비명이 잦아들며 숨을 헐떡이기 시작한다]
[숨을 헐떡인다]
[숨을 헐떡인다]
병원에 안 가보셔...
[놀란 호흡]
[미스터리한 음악]
이제 어쩌려고
[음악이 고조된다]
[다급한 호흡]
[헉 하고 숨을 내쉰다]
[숨을 내쉰다]
왜 나만...
[샤론이 숨을 내쉰다]
[흥분한 호흡]
선생님
이 그림이
사실이에요
당분간은
이걸 쓰면 될 거야
웨딩드레스랑 수호 예복을 만들어주자
옷감을 마르고 재봉틀을 돌리면 이 글씨도 사라질 거야
두 사람이 혼인식을 올리면
너도 이 벌이 끝날 거고
그 사람을 가질 수도 없는데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래도
언젠가는 끝날 고통이 되잖니
늙고 죽을 거니까
[슬픈 음악]
(백희) 이 모든 건
다 사실이에요
명소가 서린의 남편이었다는 것도 맞고
서린이 두 사람을 죽였다는 것도 맞아요
그리고 그 벌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고요
믿건 안 믿건 자유고
오늘 밤 잊고 싶다면
내가 잊게 해줄게
아뇨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한숨을 내쉰다]
모든 게 다 나 때문에 시작이 됐지
내가 두 아이를 바꿔놨으니까
용서해주시게
그리고
저 아이도 불멸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시면 안 될까?
샤론이 만든 예복을 입고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언젠가 해라에게도 내가 용서를 빌게
그리고
그동안 수호에게 쌓았던 내 기도를 생각해서라도
내 부탁을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될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오늘 일
해라한테 말하지 않겠습니다
[감동적인 음악]
흠...
음... 음...
흠... 늦었네
- 이리 와봐 - (해라) 응?
무슨 일 있었어?
고마워
사랑해, 해라야
술 마셨어?
너 뜻대로 하자
결혼을 2년 후에 하든 10년 후에 하든 상관없어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돼
나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내년에 하자
웨딩 사진은 좀 미리 찍고 더 늙기 전에
그래
웨딩 촬영하는 거 생각보다 더 재밌대
당장 하자
[해라가 웃는다]
그럼 웨딩드레스는 우리 그때 같이 갔던 거기 샵, 거기서 할까?
음...
드레스랑 예복은 내가 좋은 데서 준비할게
어디?
나중에 말해줄게
[웃음]
[함께 웃는다]
진짜야, 대박 꿈이야
[웃으며] 복권 살 거야
당첨되면 뭐 할 거야?
이 집 내가 사야지 두 사람한테 세 받고 [웃는다]
복권 꼭 당첨되세요 월세 많이 낼게요
문 대표는 오늘 얼굴이 엄청 좋아 보인다
응, 그러네 요 며칠 엄청 피곤해 보였는데
이모가 좋은 꿈 꾸셔 갖고 나도 좋은가 보다, 헤헤
[숙희와 해라가 웃는다]
아, 그럼 내가
하루에 스무 시간 자면서 좋은 꿈만 꿔볼게
[다 같이 웃는다]
[사래 걸린 듯 콜록거리다 웃는다]
- 먹어, 좀 - 응
[밝은 음악]
(해라) 나 진짜 충격적이었다니까 나 너무 깜짝 놀랐어
무술 잘하는 여자 멋지다 너도 베키 선생님한테 가서 배워
[웃으며] 그럴까?
아, 그리고 막, 막 이렇게 묘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나올 거 같단 말이야 이렇게 예언하는 거 있잖아
뭐, 역사 공부 많이 하셨으니까 그렇게 얘기하실 수 있지
근데 아직까지 아무 연락 없는 거 보면 다른 내용의 문서가 나왔나 봐
신경 쓰지 마
치
저녁에 봐요
- 정해라 - 응?
뭐 없어?
아... 치...
쪽, 파이팅
응, 그거 아니야
쪽쪽쪽쪽... [해라가 웃는다]
에효... 파이팅!
갈게
가
[웃음]
아버지
내가 이따위 종이 쪼가리 뭐 한두 번 받아본 줄 아니? 응?
별거 아니야
너도 앞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몇 장 받을 거다
신경 쓸 거 없어
[헛기침]
너한테 왜 이런 게 와?
나도 몰라
나 안 가도 되지? 나 이런 데 가는 거 너무 무서워
너 이상한 문자 보낸 거 문수호한테 들킨 거 아냐?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문수호 알아?
[한숨을 쉰다]
괜히 이상한 짓을 해서 의심을 사고 그래?
아...
내가 너 사랑해서 걱정돼서 바보 같은 짓을 한 거라고 할게
그럼 되지? 어? 그럼 되지? 응?
아, 나 봐봐, 내가 뭐
이상한 일 꾸미고 그렇게 생긴 사람인가? 그치?
아, 시끄러워 생각 좀 하자, 좀
[한숨을 내쉰다]
너 나랑 헤어지고 싶지
[한숨을 내쉰다] 어!
생각도 없는 너 같은 애 그만 좀 만나고 싶다
연구소에 불낸 것도 니네 아버지고
해라 아버지 죽인 것도 니네 아버지야
[불길한 음향]
나 검찰에 가서 다 말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놔
거짓말이야
[크게 한숨을 내쉰다]
[장엄한 음악]
[여러 대의 재봉틀이 돌아간다]
아, 안녕하십니까
- 저, 해라야 - 네?
대리 진급...
축하한다! [환호성 이어진다]
[모두 축하한다고 외친다]
[웃으며] 감사합니다
내 덕인 줄 알지? 해라, 고마워해라
[모두 웃는다] (해라) 감사합니다
- (주희) 정대리님, 축하해요 - (해라) 우와아아!
- (남직원) 축하해요 - (팀장) 어이구, 우리 해라
- (해라) 팀장님 - (팀장) 고생했다, 어이구
- (남직원) 축하해요 - (팀장) 자, 그럼 오늘 회식하나?
오늘은 제가... 쏩니다!
[모두 손뼉 치며 환호성]
- (남직원) 소고기! - (본부장) 어이, 쏜다! 해라가 쏜다!
(본부장) 신난다
(본부장) 하하하, 신난다, 회식
신난다
- 본부장님 - 응?
- 본부장님도 가시려고요? - 난 안 가?
이럴 땐 그냥 우리끼리 놀게 좀 두세요
무슨 말이야 8차는 내가 쏠 건데
[팀장 한숨 쉰다] (해라) 본부장님도 꼭 오세요
거봐, 쯧 [팀장 웃는다]
저 그럼 외근 좀 다녀오겠습니다
(팀장) 어이구, 그래, 정대리님 다녀오십시오
- [웃으며] 갔다 와 - 네
차조심하고, 정대리, 응
- 진짜 오시게요? - 가야지
[풍경 소리]
[슬픈 음악]
[기쁜 호흡]
[기쁜 호흡]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요청하신 자료 드리러 왔어요
(남직원) 감사합니다
오빠
축하해!
음...
축하해, 정대리님
[웃으며] 고마워
나, 오늘 저녁에 승진 축하 회식 있어
그러면 내가 와인 10병 보낼게 신나게 놀다 와
아, 그리고 나 웨딩촬영 끝내주게 잘하는 스튜디오도 알아놨어
- 언제 할까? - 음...
나 다이어트 조금만 더 하고 한 일주일 뒤에?
오케이 한 번만 더 안아야겠다
일들 해 [해라와 수호 함께 웃는다]
[휴대폰 벨 소리] 어? 전화 왔다, 전화 왔다
- 응 - 전화 받아, 일해 [해라가 손뼉 한 번]
일해, 간다
[해라가 나가면서 쿵쿵 발소리]
[계속 울리는 휴대폰]
네
예복이 완성됐습니다
언제 오시겠어요?
오늘 저녁에 들르겠습니다
지난 밤 일은 잊어주시고
이젠 전부 잊어주세요
미안했어요
이따 뵙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울리는 풍경]
[미스터리한 음악]
[옆문이 딸각 열린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어떠신가요?
마음에 드시는지
예식은 언제인가요?
[작게 한숨 쉬며] 날짜는 아직 안 잡았습니다 웨딩 사진만 찍을 거예요
그것도 좋죠
입어보세요
아, 이쁘다
흠...
이런 덴 비싸겠지
[발소리]
(주희) 언니, 뭐 해?
- 회식 늦겠어, 가자 - 응, 가자
- (해라) 다 봤어? - (주희) 응
[불길한 음향]
[불길한 속삭임이 계속 이어진다]
난 늙지도 죽지도 않아요
모든 것을 할 수 있죠
당신만 사랑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없다면
그러지 말아요 오늘이 마지막이야
[재킷이 쾅 떨어지는 소리]
[작게 한숨 쉰다]
나도 이제 포기예요
그동안 미안했어요
당신의 아내는 나였는데
왜 끝내 사랑받지 못하고
당신을 가질 수도 없는 걸까요?
그런 얘기 하지 맙시다
간절해도 안 되는 게 있네요
(팀장) 자, 우리 해라, 한 잔 더!
- 감사합니다! - (팀장) 받아, 자...
- (여직원) 역시 와인은 맥주잔이죠 - (팀장) 그지?
울언니 축하해 [함께 웃는다]
우리 해라 덕분에 오늘 소고기까지 배 터지게 먹고, 아유, 좋다
우리 이 상태 그대로 팀장, 본부장까지 승진해라
- 감사합니다 - (본부장) 아니야
여자들은 결혼이다 뭐다 해서
경력 단절로다가 본부장까지 못 와
(팀장)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제가 지금 본부장 되고 싶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 본부장 도전! - 저도 도전!
- 저도 도전! - [팀장 웃는다]
아... 우리 회사 여자들은 너무 세!
대리 불러드릴게 어여 가세요
- 정대리 - 예
그 반지는 뭐야?
비밀입니다
다들 들었지? 들었지? 어?
문수호 대표가 준 거 비밀이야
아줌마! 여기 비밀이야!
[팀장 웃는다]
'문'자도 꺼내지 마
문어 한 접시 할래?
아줌마, 문어 한 접시요!
- (본부장) 한 접시 - (팀장) 드시고 가셔야 됩니다
(본부장) 응
[불길한 음향]
[툭 소리]
이 칼로
날 죽여주세요
[슬픈 음악]
정신 차려요, 최서린 씨
당신이 날 찌르면
나도 이 고통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 거 같아
날 위해 해줘요
난 당신 위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이 예복도 베키 선생님 위해서 입는 거예요
당신 예전엔 따뜻한 남편이었어
날 사랑하진 않았겠지만
미워하지도 않았어
우린 좋은 부부였어요
그건 당신 기억의 과거지 내 기억엔 없습니다
날
죽여주세요
[크게 한숨을 쉰다]
칼 치워요, 정신 차리고
그럼 얼른 떠나요
나 스스로 찌를 테니
혼례복도 바쳤으니 이젠 나도 늙겠죠
언제나처럼 쓸쓸하게
잘됐네
앞으로 나나 해라나 당신 만나는 일 절대 없을 겁니다
날 사랑하지 않아도
인간의 정으로 날 한 번 안아줄 수 있어요?
옛날처럼
싫습니다
나한테 너무하잖아
한 번 안아주는 것도 안 돼?
기다릴게요
다시 태어나 날 사랑해줄 남자로
[칼 빼는 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푹 찔리는 소리]
[고통에 작게 신음한다]
[놀란 호흡]
[매우 놀란 호흡]
[아픈 듯 신음한다]
[계속 신음한다]
[고통에 헐떡인다]
[고통에 헐떡인다]
[고통에 헐떡이는데 휴대폰이 진동한다]
[휴대폰이 계속 진동한다]
[슬픈 음악으로 바뀐다]
[길게 한숨을 내쉰다]
[휴대폰 발신음이 계속 울린다]
[휴대폰이 바닥에 닿는 소리]
[떨어지며 콰쾅]
[쓰러지며 쿵]
[헐떡인다]
[휴대폰이 계속 진동한다]
[수호 방백] 해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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