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16
(윤수)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n 제곱+yn 제곱=zn 제곱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간단한 정리지?
금방이라도 풀어 볼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야
하지만
이 문제는 350년 넘게 풀리지 않았어
영국의 한 수학자가
7년 동안 풀어서 증명해 내기 전까지
7년이요?
(학생1) 수학 문제 하나를 7년 동안 풀었다고요?
맞아, 이 한 문제를
(윤수) 그런데
증명에 7년이란 긴 시간을 바쳤던 수학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어
'이 문제를 푸는 일분일초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학교 종이 울린다] (학생2) 야, 빨리 가자
- (학생3) 선생님 - (윤수) 응?
(학생3) 이 책 다 읽었어요
(윤수) [놀라며] 그래?
어땠어?
못생긴 수학이 있고
아름다운 수학이 있다는 것 처음 알았어요
네가 생각하기엔
아름다운 수학이란 건 어떤 거 같아?
별자리를 닮은 수학이요
[아름다운 음악] '별자리'?
(학생3) 이 책에 쓰여 있었어요
단순하고 뚜렷한 별자리를 닮은 증명이
아름다운 거라고
맞아
책을 아주 잘 읽었네
그럼 또 다른 거 추천해 줄까?
네
(윤수) 음…
이거
이건 무슨 책이에요?
어떤 수학자의 이야기야
(윤수) 때론 오류와 모순에 부딪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던 수학자
그의 증명에 관한 이야기
"칼쿨루스"
(검사1) 국립 수학 박물관 사업 관련 로비 활동, 인사 청탁
국가 지원금 유용 등의 불법 행위에
압수 수색에서 확보된 증거 분석이 끝나면
혐의 추가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음악] [한숨]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정아) 누구 짓이지?
(검사1) 일단 지원금 관련 혐의부터 시작하죠
관리 추진위와의 MOU를 핑계 삼아
추진위 운영 자금에 손댄 거 인정하십니까?
수고비 조로 겨우 몇 푼 챙긴 일을 횡령이라고 하시면은…
억울하다?
[못마땅한 숨소리]
그깟 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여?
그럼 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검사1) 추진위에 차성원 교수 꽂은 거
운영 자금 마음대로 쓰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예린) 경고하는데
유찬이 망가뜨릴 생각 하지 마요
퉤, 건방진 것
뭐라고요?
(장 변호사) 아, 저, 유 검사님
운영 자금 자료 보시면요
[불안한 숨소리]
[검사1이 책상을 쿵쿵 친다]
이봐요, 노정아 씨!
(검사1) 내 말 듣고 있습니까?
추진위 운영 자금은
국립 수학 박물관 홍보비로 책정된 것이니
MOU 맺은 영재 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당연히 쓸 수 있는 거고
[무거운 음악] 차성원 교수를 제가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을 넣은 일은 없습니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수학 교육의 메카로서의 국립 수학 박물관
(정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려고 했었던 것뿐인데
내가 개인적인 이득이나 취하려고
뇌물 주고 청탁하는 그런 사람으로밖에 안 보였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검사님
(검사2) 신승재 장관님
혐의 인정하십니까?
(승재) 난 애초에
수학 박물관에는 관심 자체가 없었어요
건립 기획 초안도 다 노정아 교장이 만든 거라니까요
국가 지원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헛웃음]
일개 사립 학교장의 제안만으로 시작했다는 겁니까?
수학 같은 기초 학문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좋아서
내가 깜빡 속았어요
성민준 의원까지 나서서 부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자기들 좋으라고 하는 이권 사업이었던 겁니다
박물관 건립 추진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뭐, TF 팀에 지시 내린 신승재 교육부 장관
그리고 추진 위원장 차성원 교수
그 두 사람이 제일 깊숙이 연관돼 있지 않을까요?
그, 예산 무리하게 통과시킨 이유가
신 장관이나 노정아 교장 청탁 때문은 아니고요?
(민준) 씁, 이거 보세요, 검사님
저는 그저 우리 지역구의 발전을 위해서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 준 것뿐이죠
불체포 특권이 있는 국회 의원이
왜 굳이 검찰에 나왔겠습니까?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하니까
떳떳하니까 그런 거죠
(검사3) 건립 추진 위원 하며 얻은 정보로
부당 이익 취한 적 없습니까?
저 학자입니다
연구 외의 일은 하나도 모릅니다
[헛웃음]
(검사3) 최근에 아내 되시는 김영선 씨 명의로
박물관 예정 부지
661 제곱미터 규모의 땅을 사들이셨던데요
뭐… [한숨]
집사람이 저하고는 달리 이재에 밝아요
하지만 저 이런 정보 준 적도 없고
이런 땅 살 돈도 없어요
[문이 달칵 열린다]
(승재) 너 성 의원 이 자식 잘 만났다
- (승재) 이리 와 봐! 이 자식아 - (민준) 장관님 [문이 탁 닫힌다]
(민준) 체면을 좀 지키시죠!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승재) 체면?
그런 넌 체면 때문에 뒤로 쏙 빠졌냐?
어디를 혼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들어!
그러니까 밑의 사람 관리를 잘하셨어야죠 [승재의 거친 숨소리]
그 감사원 제보자
(민준) 그, 류성재 비서관이라면서요?
쳇, 뭐?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이 없어? [문이 달칵 열린다]
(승재) 그래서? 그래서?
이게 다 내 잘못이라는 거야, 인마?
(민준) 이거 안 놔?
[교수가 말린다] 놓으세요!
(승재) 비켜 봐! 내가 이 자식 가만 안 둬! [문이 달칵 열린다]
- (민준) 안 놔, 정말! - (교수) 아이고, 의원님, 왜, 왜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이건 또 뭐야?
(교수) 응?
(장 변호사) 이것 좀 보시죠
[무거운 음악]
[한숨]
(수영) 제니야, 이거 봤어?
(학생4) 야, 이거 뭐야? 아, 완전 똑같잖아!
(학생5) 야, 이 교재 뭐야?
(학생6) 야, 어떻게 시험 문제랑 똑같냐?
(학생4와 학생6) - 이게 말이 돼? - 야, 이거 문제 유출이야?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학생들의 헛웃음] (학생4) 야, 이 교재 뭐야?
(학생7) 야, 이거 우리 학교 애들 거잖아
(학생4) 하, 어이없어 미친 거 아니야?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교사1) 뭐야, 이거?
(진희) 아니, 어떻게 시험 문제랑 똑같은 교재가 있을 수 있어요?
[교사1의 한숨]
출제 회의 할 때 몰랐어요?
실은 그 문제들 전부 안 선생님이 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진희의 놀란 숨소리]
[불안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교사2의 한숨] (교사1) 아휴, 망했다
(기자1) 아성수학예술영재학교의 내신 시험지와 동일한
사설 교재 사진이 온라인상에 무작위로 퍼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제니 모)
(수영 모) 이게 어떻게 퍼진 거예요?
노정아 교장한테 다 갖다줬잖아요
(학부모) 이거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놀란 숨소리]
(혜미) 어머, 이거 유찬이가 보던 건데
이거 어쩌다가 퍼진 거야?
어머
[리모컨 조작음] (TV 속 기자1) 그런 가운데
이 사진의 진위에 대한 제보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되는 음악]
교육청 앞은 제보자를 기다리는 취재 기자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2) 어? 저 사람 아니야?
(기자3) 제보자 왔다!
(기자4) 백승유 씨 맞으시죠?
아성영재학교 관련 제보자가 백승유 씨인가요?
(기자5) 오늘 제보하실 내용이 뭔가요?
(기자2) 온라인상에 퍼진 영재 학교 교재와 시험지
백승유 씨 출처 사진인가요?
교육청에 바로 내지 말자
그러면요?
(윤수) 그건 4년 전에도 했던 방법이야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알지?
이번엔 다르게 하고 싶어
[시끌벅적하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성수학예술영재학교 교사 백승유입니다
현재는 직위 해제 중입니다
(승유) 오늘 교육청에 제보하기 위해 가져온
이 자료를 제출하기에 앞서
여러분께 공개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성영재학교에는
글로벌 인재반이라는 해외 입시 준비반이 있습니다
소위 고위층 인사라고 하는
장관, 국회 의원
기업 대표, 대학 교수 등의 자녀들이 이 반에 속해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그리고 이것은
(TV 속 승유) 학교 측에서
글로벌 인재반 학생들에게만 제공한 교재입니다 [놀란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기가 막힌 숨소리]
저걸 어떻게 백승유가…
[TV 속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르게 어떻게요?
증거 자료를 내기 전에
세상에 먼저 알리는 거야
(승유) 여기에 있는 수학 문제와
얼마 전 치러진 아성영재학교의 수학 시험 문제가
매우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1) 그럼 고위층 자제분들에게만
그 교재가 제공되었고
교재 내용이 시험에 똑같이 나왔단 얘깁니까?
(승유)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성영재학교의 노정아 교장은
이 글로벌 인재반 학생들 부모로부터
학교 발전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뒷돈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놀란 숨소리]
(TV 속 승유) 이 안에 [의미심장한 음악]
노정아 교장의 부정 청탁 [불안한 숨소리]
뇌물 수수 관련해 증거 자료가 있으므로
수사 기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정아의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정아의 놀란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떨리는 숨소리]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교육부 청문 절차요?
[한숨]
그래서요?
재단 회계 운영 문제 삼으면
이사회도 해체될 수 있단 얘기예요?
[정아의 가쁜 숨소리]
너지?
네가 내 금고 다 털어 갔지?
[무거운 음악] (연우) 작작 해 처먹으라고 했지!
아버지, 나, 재단까지 다 불똥 튀기고
이게 무슨 더러운 경우야?
네가 뭔데 우리 외할아버지 이름에 먹칠을 해?
나가!
넌 이제 끝이야
우리 집안, 재단, 그 어디에도 네 이름, 네 자리는 없어
진작 그랬어야 했고!
[생각하는 숨소리]
[연우의 한숨]
(승유) 저는 2017년에도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성고에서 답안 유출이라는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현재 한 학부모와 교사의 개인적인 금품 거래로
이 사건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는데요
여기에도 노정아 교장과
성민준 의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증언해 줄 사람이 이 자리에 함께 나와 있습니다
(혜미) 아, 증언이라니? 누구?
누구겠어? 지윤수겠지!
(혜미) 어휴, 정말 미치겠네!
[의미심장한 음악] [통화 연결음]
[교사들이 놀란다]
[정아의 거친 숨소리]
최성한 교감 어디 있어요!
[교사1의 당황한 탄성]
(진희)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거?
[교사1의 한숨]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성한) 친애하는 교장 선생님
오늘도 화초에 물은 다 줬습니다
[잔잔한 음악] 이제는 우리 아성영재학교의 비밀이
세상에 다 드러났으니
저 또한 죗값을 받게 되겠죠
[한숨]
빨리 죄를 뉘우치고 인정한다면
처벌도 약해지는 법
이제 저는 지금까지 제가 저지른 잘못과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밝히고자 합니다
최성한 드림
[정아의 분한 탄성]
뭘 밝혀! 밝히긴 뭘 밝혀!
(정아) [악쓰며]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소리 지른다]
[거친 숨소리]
(윤수) 이 아성학교
건재하다 못해
더 화려하고 웅장해졌네요
[기가 막힌 숨소리] (윤수) 나보다는 당신의 결과가 궁금하네요
원하는 걸 끝까지 지켜 낼 수 있을지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다 모함이야, 헛소리 그만해!
그만해! 다 모함이야! 그만해!
그만!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지나야
(정아) 아, 잘 왔어, 같이 가자 [차분한 음악]
[정아의 거친 숨소리]
우리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걱정하지 마
엄마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의아한 숨소리]
그래서 제가 지키라고 했잖아요
이 학교의 명예와 품격
(지나) 엄만 늘 감추고 안 들킬 생각만 했지
왜 지킬 생각을 안 했어요?
정말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너…
그런데 어떡하죠?
엄마가 꼭꼭 숨겨 놓은 그 냄새나는 것들
내가 제일 먼저 알아 버렸는데
너…
너 설마…
(지나) 그래도 다행이잖아요
내가 제일 먼저 봐서
더는 감추지 않을 수 있어서
[정아의 분한 탄성]
[정아의 괴성]
[정아의 분한 탄성]
[정아의 울먹이는 숨소리]
[오열한다]
괴로워하지 마요, 엄마
나 엄마 가두려는 거 아니에요
[정아가 흐느낀다]
(지나) 여기서 엄마 벗어나게 해 주려는 거야
[정아의 비명]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정아가 오열한다]
(정아) 아니야…
[정아가 계속 오열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2) 혹시 2017년에
백승유 씨와 스캔들 논란이 있었던 그 여교사인가요?
(기자3) 어디 계시죠?
아성고 수학 교사입니까?
[한숨]
준비됐니?
[긴장감이 도는 음악]
(승유) 증언해 줄 사람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성고 답안 유출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기자6) 어, 이거 완전 빅 뉴스인데?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4) 어? 성예린이다!
- (기자3) 어? 성민준 의원 딸! - (기자2) 어? 성예린이다!
[TV 속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혜미) 어머
어머, 여보, 예, 예린이
아니, 예린이 쟤가 왜, 왜, 왜, 왜 저기서 나와?
쟤가 왜 저기 있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예린) 네 말이 맞았어
그래도 유찬인 나랑은 다르더라
후회하고 무서워하고 있었어
난 될 대로 돼라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멈추게 하고 싶어
나중에
멈추고 싶어도 못 멈추는 상태가 되기 전에
(예린) 하나하나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지?
날 도와주겠다고 했지?
방법을 알려 줘
부탁이야
[숨을 들이켠다]
네가 할 건 딱 하나야
용기 내는 거
[차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예린) 2017년
저에게는 세 명의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답안을 빼돌렸고
한 명은 이를 묵인했으며
한 명은
제가 답안을 보고 베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전 그 선생님을 적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벽에 부딪히는 순간마다
그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잘못한 걸 알고 있어야 한다고
내가 잘못한 걸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말들이요
(기자1)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말할 결심을 한 이유가 뭔가요?
저는 [고조되는 음악]
거짓말을 했고
특혜를 누렸고
남을 모함했습니다
(예린)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지윤수 선생님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4) 지, 지윤수!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이제 가요
그래, 가자
(기자1) 아성고 여교사분 맞으시죠?
(기자5) 이번 일에 대해서 할 말 없으세요?
(기자2) 모함이라는 게 사실로 드러났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4) 한마디만 전해 주세요
(윤수) 4년 전
저와 함께 모함을 당했던 학생이
[차분한 음악] 증명할게요
[승유의 가쁜 숨소리]
증명해 낼게요, 제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마침내 오늘 그 증명이 이루어진 거 같아서
기쁩니다
[기자들이 질문한다]
(기자1) 증명이라는 게 뭡니까?
(검사1) 녹음 파일 내용 확인하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녹음 속 정아) 은밀히 해야죠
지금부터 방법을 알려 드릴 테니 이대로만 하세요
우선 재단을 하나 만드세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은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비영리 재단
(녹음 속 정아) 학부모는 이 재단에 장학 기금을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컨설트와
입학 사정관들한테 들어가는 비용으로 처리될 거예요
일종의 세탁 창구가 되는 거죠
그리고 하나 더 [녹음기 조작음]
[윤수가 녹음기를 툭 놓는다] 이걸 나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제삼자가 녹취한 내용이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워요
(윤수) 원장님이 녹음한 걸로 해서 제출하면
노정아 교장 혐의가 인정될 겁니다
(녹음 속 정아) 재단 명의로 주식을 취득했으면 해요
[마우스 클릭음]
파일 속 내용 인정하십니까?
모든 건 노정아 교장이 지시했고
전 협조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형빈) '이 글로벌 인재반 학부모들이'
'다 고위층 인사들인데'
'뭔 일 있어도 막을 수 있다'
'막아 준다고 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요
(검사1)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증재, 업무 방해
사문서 위조, 업무상 횡령
하, 참
현재까지 나온 혐의 다 인정하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전 억울합니다
뭐가 억울하시죠?
검사님은 자제분이 있으세요?
네, 있어요
어느 학교에 다니죠?
(검사1) 일반 국립 학교에 다닙니다
검사님처럼 명예와 지위가 있으신 분은
자식을 위해서 못 해 줄 게 없으시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편하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고 싶은 게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 아닌가요?
네
지금까지 날 만났던 모든 학부모들은
본인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서길 원했어요
[민준의 떨리는 숨소리] (정아) 내가 그 길을 알려 줄 땐
(민준)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 예린이 한 번만 봐주세요
(정아) 내 앞에 무릎도 꿇고
고개도 숙이고
(혜미) 선생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학부모들) 축하드려요
(정아) 날 마치 여왕처럼 떠받들었죠
[웃음]
쉽고 편한 길을 알려 달라더니
그럼 뭐든 하겠다고 매달리더니
이제 와서 날
자식 망쳐 놓은 범죄자 취급을 해?
[거친 숨소리] 내가 뭘 잘못했는데!
(윤수) 예린이도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되묻더군요
전 그 지점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 엇나가기 전에요
바로잡은 게 아니야
질서를 흐트러뜨린 거야
무너뜨린 거야!
내가 견고하게 맞춰 놓은 그 아름다운 질서를!
[웃음]
일개 교사 따위가
[정아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검사1) 이봐요, 노정아 씨
[웃음]
[분한 탄성]
[웃음]
(성재)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어떨 거 같아?
[잔잔한 음악] 내 자식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안 들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서 내 자식 사랑하는 거랑
남의 집 자식 피눈물 흘리게 하면서
내 아이 앞세우는 건 달라
[한숨]
(성재) 왔어?
오랜만이야
(윤수) 응, 잘 지냈어?
응, 앉아
이거 봤어?
감사원 제보 얘기 들었어 고마워
나 방금 예전에 네가 했던 말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
너랑 나랑 자식을 키우면 어떻게 될까
의견 차이가 있었던 그런 얘기들?
기억나
무시했었어
눈감고 모른 척 넘겨 버리면 될 줄 알았거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
(성재) 응
일 겪고 나니까
오히려 변화도 생기고
용기도 생겼고
그런 거 같아, 지금은
그렇다면 다행이네
(윤수) 그런데
예전이랑은 정말 달라 보여
- 내가? - (윤수) 응
(윤수) 좋은 의미로
(성재) 좋은 의미로? [성재의 웃음]
그 친구는 잘 있어?
결국은 사과를 받아 내더라
요즘 세상엔 진심 어린 사과 같은 거
없을 줄 알았는데
해냈어
지윤수, 백승유가
[살짝 웃는다]
(성재) 백승유, 그 친구가
사과받게 해 주고 싶다고 했었어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잘해 주고 싶다'
그런 말보다 진심으로 들리더라
[사람들의 말소리]
[명진의 개운한 숨소리]
애들 가르치는 건 어떠세요? 할 만하세요?
뭐, 학교에 있을 때랑 다르긴 하지
(명진) 그래도 네가 소개 잘해 준 덕분에
다닐 만해
점점 입소문 나서 수강생도 많아지고
다행이네요
계속 열심히 하셔야 돼요 제가 지켜볼 겁니다
그럼! 열심히 해야지
(명진) [웃으며] 아!
근데 내가 너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아무도 안 믿더라?
[웃음]
그런 의미에서
사진 한 장 찍으시죠
그렇지 [함께 웃는다]
(명진) 자, 우리 백 선생이랑
[애교 섞인 말투로] 사진을 찍어요
[승유의 웃음]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아이, 좋다, 좋아 [승유의 웃음]
[명진의 웃음] [탁 휴대전화 접는 소리]
고맙다
이렇게 안 잊고 찾아와 주고
제가 감사하죠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큰 역할 해 주셔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부드러운 음악] (명진) 마시자!
(승유) 예!
[잔 부딪는 소리] (명진) 오늘은 코가 삐뚤어지게!
[함께 웃는다]
(남자1) 읏차
(승유) 저…
(남자1) 어? 어떻게 오셨어요?
지윤수 씨요
아, 저쪽 대기실에 있어요
[깨달은 탄성] (남자1) 준비 다 됐으니까 같이 나오시면 될 거 같아요
네
(윤수) 다 됐어요 거울 한번 보세요
(시안) [감탄하며] 이야 교수님 멋져요!
짠, 전 어때요?
[현욱의 웃음]
- (시안) 어? 쌤 오셨어요? - (윤수) 왔어?
준비 다 됐다고 나오래요
[승유의 놀란 숨소리] (승유) 이야
이게 누구야, 어?
교수님, 못 알아볼 뻔했어요
오늘 진짜 멋지신데요? [현욱의 멋쩍은 웃음]
(시안) 선생님, 전 어때요?
벗어 [시안의 못마땅한 탄성]
- (시안) 오늘은 내가 주인공인데 - (승유) 주인공은 무슨
퇴원 및 회복 기념으로다가
우리가 일부러 모여 준 거지, 어?
(승유) 교수님도 멀리서 오시고
- (승유) 우리 다 바쁜 사람들이야 - (시안) 네, 네, 쌤
(윤수) [살짝 웃으며] 나가자
아버지, 가요 [부드러운 음악]
(시안) 가요, 교수님
(남자1) 자, 우리 손녀가 할아버지 손 잡을까요?
(시안) 이렇게요?
(남자1) 네, 좋습니다
어, 할아버지도 손녀 쪽으로 고개 살짝만
예, 살짝, 예, 예, 좋습니다
어, 남자분이
여자분 쪽으로 쪼끔만 더 가까이 서 주세요
[승유의 긴장한 숨소리]
두 분 얼굴도 조금 더 가까이
예, 붙어 주시고
예, 조금만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예, 좋습니다
자, 다 같이 웃을게요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예, 다시 한번 갈 건데요
이번엔 활짝 한번 웃어 주세요
(시안) 할아버지, 웃어요
[함께 살짝 웃는다]
(남자1)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남자2) 성예린 입학 취소 확정?
(여자1) 어, 걔네 아빠 사퇴했대
[사람들의 헛웃음]
(여자2) 이제 국회 의원 백도 없네
(여자1) 아, 이제 끝났지, 뭐
(남자2) 정의는 살아 있다, 야
[사람들의 말소리]
(규영) 성예린
언제 왔어?
방금
[밝은 음악]
(규영) 가자
야, 쫄지 마 지금부터 다시 하면 돼
(예린) 누가 뭐래? 나 진짜 이 악물고 할 거야
(규영) 그렇지! 역시 성예린
아, 수학 과외는 내가 해 줄게
(예린) 네가?
(규영) 내가 수학은 너보다 훨씬 잘했던 거 알지?
(예린) 하여간 잘난 척은
과외비 얼만데? 나 알바도 해야 돼
무슨 알바? 너 하지 마
뭔 상관?
왜 상관이 없어?
내가 너 고생하는 거 싫다는데
너 오버한다?
어떤 알바인데? 나도 같이 할까?
그럴래?
(예린) 근데 너처럼 고생 안 해 본 애가 할 수 있을까?
(규영) 남 말 하네, 너야말로다
(예린) 치 [예린의 웃음]
(매장 직원) 학생분이 쓰신다고요?
어, 그럼 이 제품으로 추천드리겠습니다
(윤수) 시안아, 한번 봐 봐
(승유) 어때? 꿀잠 잘 거 같아?
네, 완전 좋아요
(매장 직원) 마음에 드실 거예요
고밀도 메모리 폼이라서
자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주무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걸로 하자
그래도 돼요?
딱 봐도 비쌀 것 같은데
(승유) 선생님 둘이서 하는 퇴원 기념 선물이야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써
그럼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 (승유) 응 - 결제하고 올게
(시안) 같이 가요, 쌤
[살짝 웃는다]
[사람들의 말소리]
[헛웃음]
[신비로운 음악]
(승유) 무슨 생각 하세요?
(현욱) 카시오페이아
[반짝이는 효과음]
모두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별들이라도
저 천체들 속에서
저마다의 세상이 있어
이 별들을
잘 이어 가다 보면
이 미지의 여행 속에서도
아름다운 결론에 도착할 수가 있지
[신비로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현욱이 콜록거린다]
(시안) 주말에 체스하러 올게요, 교수님
응
쉬세요, 저희 갈게요
[떨리는 숨소리]
윤수야
고맙다
[잔잔한 음악]
넌 원망한 적 없다
날 이해해 줬지
난 숫자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더 많은 걸
사랑하게 해 줬어
[시안이 살짝 웃는다]
(시안) 교수님
저도 사랑해요, 아시죠? [현욱의 웃음]
[웃음] (승유) 그럼!
우리 교수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지
고생한 거, 애쓴 것도 다 아시고
주무세요, 교수님
아, 그래
또 올게요, 아버지
그래
(승유) 가요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저도 빨리 수학자 되고 싶어요
선생님들이나 교수님 같은
(승유) 하여간 꿈이 크다니까
[승유가 살짝 웃는다]
그래서 넌 뭘 증명할 건데?
저 진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게 있거든요
뭔데?
양자암호요
양자암호?
[윤수의 놀란 숨소리]
(윤수) 그 어려운 분야를?
그러니까, 왜 하필?
멋있으니까요
[승유의 웃음]
프린스턴에서 장학생 뽑는다는데
한번 도전해 볼까 해요
(윤수) 그래도 꽤나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네?
(승유) 그러게
씁,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라
추천장이든 뭐든
네, 선생님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차분한 음악] [윤수의 놀란 숨소리]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아버지
(승유) 교수님
(시안) [울먹이며]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눈 좀 떠 보세요
교수님
교수님…
[슬픈 숨소리]
[윤수의 슬픈 숨소리]
[훌쩍인다]
[흐느낀다]
아버지
(시안) 교수님…
(윤수) 아버지
몇 개야?
[웃음]
[슬픈 음악]
[윤수와 시안이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윤수) 승유야
와서 교수님한테 인사해
[승유의 거친 숨소리]
(승유) 교수님
그동안…
제 스승이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훌쩍인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1954년 3월 16일생 2022년 1월 17일 소천"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윤수) 고마워
아버지 옆에 두 사람 같은 제자가 남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교수님은 저한테 스승이자
친구고 가족이었어요
저도요
저한테 꼭 진짜 할아버지가 생긴 것 같았어요
아버지도 시안이 널 만나서
행복해하고 기뻐하셨어
오래오래 기억해 드리자
네, 그럴 거예요, 선생님
[드르륵거리는 소리]
성유찬, 빨리 가자, 나와
(민준) 누구 마음대로 유찬이를 데려가?
양육권 소송 아직 안 끝났어
어어? 그거 비싼 거예요 조심하세요 [혜미의 헛웃음]
- (남자3) 알겠습니다 - (혜미) 의원직 사퇴하고
아무도 불러 주는 데 없어서 빌빌대는 주제에
애들 키울 돈은 있고?
(민준) 너야말로
집행 유예 받고 방송 활동도 못 하면서
그거 뭐, 피차 마찬가지 아니야?
[어이없는 웃음]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나야 좀만 자숙하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어
(혜미) 당신이나 낙동강 오리알 신세
그거 걱정해, 알았지?
- (민준) 뭐? 낙동… - (혜미) 유찬아
(민준) 야, 말 다 했어?
(혜미) 왜 따라와?
(민준) 진짜 자기 잘못은 모르고 얻다 대고
- (민준) 야, 야! - (혜미) 유찬아
(민준) 사람 말하는데, 진짜
(혜미) 아, 몰라! 쯧, 유찬…
얘 어디 간 거야?
어?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유찬) 엄마 아빠 누구랑도 안 살 거예요
징계 먹고 학교 못 가는 게 누구 때문인데
엄마 아빤 아직도 싸워요? [혜미의 놀란 숨소리]
창피해서 같이 못 살겠으니까 그만들 좀 하세요!
[놀란 숨소리]
엄마 아빠 누구랑도 안 살아?
징계 먹고 학교 못 가는 거 누구 탓이냐고
지금 창피해서 우리랑 같이 안 살겠다고 하잖아, 지금
(민준) 아, 뭐야, 그럼 얘…
집 나간 거야?
[혜미의 어이없는 숨소리] [민준의 당황한 탄성]
[혜미의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
아, 이게 뭐… [통화 종료음]
[당황한 숨소리] 아, 빨리 나가서 좀 찾아봐
아휴, 진짜, 아, 내놔!
(혜미) 아유! 야, 성유찬!
- (민준) 유찬아, 유찬아! - (혜미) 아유, 진짜
혼자 다 정리할 수 있겠어요?
천천히 하면 돼
참, 승유야
아버지가 보시던 책 중에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가져가
[차분한 음악]
[윤수가 박스를 뒤적인다]
[한숨]
이건 시안이 줘야겠다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왜 그래?
혹시 안에 노트 더 있어요?
(윤수) 응
이거…
확인 중이에요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맞지?
그런 거 같아요
[놀란 숨소리]
아무 의미 없는 메모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찾아보자
아버지가 증명하려던 게 뭔지 같이 찾자
네
[희망찬 음악]
(윤수) 여기
(진희) 영재 학교 지정 취소되는 게 이런 거구나?
아성재단 명성 떨어지는 거 참
쩝, 한순간이네
(교사2) 그러니까요
재단 이사들도 다 물갈이됐다면서요?
(경찰) 비키세요, 짐 지나가요
(교사1) 어, 조심조심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잔잔한 음악]
[윤수의 떨리는 숨소리]
(윤수) 칸토어
(승유) 연속체가설
괴델 덕분에 증명의 대상이 아닌 게 되어서
참이든 아니든 상관없는 가설이지만
교수님은…
연속체가설이 거짓이어야만 하는
세계를 재창조해 내셨어요
[놀란 숨소리]
(윤수) 요즘도 매일 문제를 푸시네요
(윤수) [다급한 목소리로]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윤수의 힘겨운 숨소리]
[현욱이 콜록거린다]
(윤수) 왜 이런 쓸데없는 걸 계속하느냐고
제발 그만두라고 말렸었는데
나도요
그런데 이런 걸 하고 계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승유의 한숨] (승유) 교수님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계셨었네요
(현욱) 모두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별들이라도
저 천체들 속에서
(현욱) 저마다의 세상이 있어
이 별들을 잘 이어 가다 보면
이 미지의 여행 속에서도
아름다운 결론에
(현욱) 도착할 수가 있지
[생각하는 숨소리]
씁, 이걸로 해 볼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승유) 교수님이 심어 놓은 재료들을 모아서
뭐든
그게 뭐든 완성시키고 싶어요
얼마나 걸리든 결과가 어떻든
감당할 수 있겠어?
(윤수) 이 분야는
네가 루치펠상을 받았던 그 논문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몰라
[잔잔한 음악] [한숨]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방해할 수 없는
너 혼자만의 긴 싸움이 될 거야
설레네요
두렵기도 하고
잠깐만
[승유의 옅은 한숨]
'칼쿨루스'
셈의 근원
백승유
한 번만 더 약속해 줄래?
(승유) 몰두하지만 얽매이지 말고
좋아하지만 집착하지 말라고요?
[살짝 웃는다]
그럴게요
걱정 말고 응원해 주세요
항상 응원할게
넌 잘할 수 있어
[웃음]
[새가 지저귄다]
(학생3) 그래서요? 그 수학자는 어떻게 됐어요?
글쎄?
어떻게 됐을까?
(윤수) 그 책 재밌게 읽기 바라
네,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말소리]
[옅은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사람들의 말소리] [새가 지저귄다]
(지나) 선생님, 오셨어요?
(윤수) 학교는 어때?
공부할 거 많아서 힘들지?
[지나가 살짝 웃는다]
(지나) 할 만해요
선생님이 추천서까지 써 주셨는데 열심히 해야죠
참, 시안이 연락 왔어요
한국 들어왔다면서요?
응, 잠깐 들어왔어
(지나) 벌써 논문도 쓰고 성과가 어마어마하던데
자랑 엄청 해요
[윤수의 웃음]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해요
며칠 전부터 불쑥
선생님 얘길 자꾸 하는 거예요
만나고 싶다고
불러 달라고요
전 여기 있을게요
이야기 나누세요
[한숨]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면서요?
아무도 안 와
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구경하러 올 만도 한데 말이야
[차분한 음악]
[정아의 옅은 한숨]
(정아)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저희 아버지도요
아…
임종은 지켰어요?
조금 늦었지만, 네
(정아) 응
[멋쩍은 웃음]
난…
가지 않았어
연우가 갔겠지
거창하고 화려하게 장례를 치렀을 거야
자랑스러워하셨겠죠
나도 한때는
우리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는 딸이었는데
날 믿으셨죠
아성을 나한테 다 맡기겠다고도 하셨고
[흐느낀다]
난 잘해야 돼요
그래야 우리 아버지가
날 불러 주고 봐 주거든요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고 싶었는데…
[울먹인다]
[한숨]
잘하지 않아도 돼요
(윤수) 당신은 이제
누구한테 인정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를 사랑해 줘야 되는 엄마잖아요
[따뜻한 음악]
(지나) 엄마
엄마, 들어가요
오늘 저녁에 엄마 좋아하는 전복죽 나온대
가서 먹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또 연락드릴게요
조심히 가세요
그래, 지나야, 또 보자
[달그락거리는 소리] [자동차 엔진음]
[윤수의 기쁜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윤수) 시안아!
(시안) 선생님
[함께 웃는다]
[시안의 벅찬 숨소리] 얼마 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나도, 어서 와
잘 지내셨어요?
그럼, 들어가자 [시안이 호응한다]
- (시안) 기다리셨죠? - (윤수) 아유, 괜찮아
- (윤수) 배고프지? - (시안) 너무요
(윤수) 가서 밥 먹자
[시안의 흡족한 숨소리]
(시안) 진짜 잘 먹었다!
근데 이거 다 선생님이 하신 거예요?
너 먹인다고 없는 솜씨 좀 발휘했지
음, 없는 솜씨라니요
저 한국 올 때마다 진수성찬 차려 주시면서
[시안의 웃음]
그런 의미에서 보답을 하겠습니다
(시안) 여기요, 선생님
[윤수의 놀란 숨소리]
(윤수) 논문이야?
(시안) 네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요
제 논문을 보여 드리는 순간
[감탄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최시안 프린스턴대학교"
[벅찬 숨소리]
축하해, 고생했어
(시안) 그런데, 참
혹시 백승유 선생님 소식은 모르세요?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연락 안 된 지도 오래됐고
이젠 이메일도 안 읽으세요
제대로 몰두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학교도 휴직하셨다고 하고
예전에 루치펠상 논문 쓸 때도
몇 년 두문불출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번에 제가 상 받는 날엔 오시겠죠?
축하해 준다고 약속했었는데
흥, 안 오시기만 해
(승유) 나중에 시안이가 유명한 수학자가 되면
축하해 주러 가요
우리가 같이 축하해 줘요
[살짝 웃는다]
- 칼쿨루스 애들이에요? - (윤수) 응
[시안이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알림음]
[시안이 액자를 탁 놓는다]
[흥미로운 음악] 어?
[살짝 웃는다]
(윤수)
(여자3)
(남자4)
- (시안) 뭐예요? - (윤수) 응
즐거운 엑스
(시안) '즐거운 엑스'?
[놀란 숨소리] 그거 아직도 하세요?
어디, 내가 완전 어려운 문제 한번 내 볼까?
갑자기 그런 문제 내면 사람들 놀라
- 오늘은 쌤이 내는 날이에요? - (윤수) 응
(여자3)
(윤수)
(윤수) 8 곱하기 8 체스판에서
귀퉁이 조각 2개를 제거해 보세요
그런 다음
오른쪽의 막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치고
이 조각만으로 체스판을 덮어 보세요
(남자4)
(여자3)
(남자4)
(승유)
[흥미로운 음악] 어?
(시안) 정답 나왔어요?
[살짝 웃는다]
역시 3cut 님
'3cut'?
닉네임이에요?
이 사람 지금 리만 가설 증명에 도전 중이야
[쿨럭거린다]
(시안) 리만 가설요?
아, 네, 그렇겠죠
이야, 얼굴 안 보인다고 아무 말이나 떠들어 대는구나
뭐, 그 3cut인지 뭔지가 리만 가설을 증명하면
나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푼다고 좀 전해 주실래요?
[시안의 웃음]
(윤수)
(여자3)
(남자4)
(여자3)
(윤수) 3cut 님이 말이 없으신 관계로
설명은 제가 해 드릴게요
[잔잔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윤수)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며칠 전 보내 주신 논문 잘 읽어 봤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웃음]
(윤수)
(윤수)
(윤수)
[잔잔한 음악]
(사회자) '귀하는 한국 수학 협회에서'
'젊은 수학자로 선정되었기에' [카메라 셔터음]
'협회는 이와 같이 귀하의 학문적인 업적을 치하하고자'
'이 상장을 드립니다'
'한국 수학 협회 회장 김영은'
[카메라 셔터음]
[박수 소리]
(시안)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또 곁을 지켜 주신 수많은 감사한 분들이 계시는데요
[밝은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남자5) 찍겠습니다
[사람들의 말소리] [카메라 셔터음]
네, 잘 나왔습니다
(시안) 제가 걸어 드린다고 했죠?
약속 지켰죠?
그래, 장하다, 최시안
[톡톡 토닥이며] 애썼어
다 선생님 덕분이죠
(시안) 근데 백승유 선생님은 진짜 안 오셨어요?
학회지에도 제 소식 올라가서 아시긴 할 텐데
(여자4) 오늘 상 받으신 최시안 씨 맞죠?
(시안) 네, 전데요
어떤 분이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급한 일 있어서 먼저 가신다고요
어? 백승유 선생님이 보내신 거예요
(시안) '최시안, 수상을 축하한다'
어휴, 선생님 오셨었구나
보고 싶은데
[사람들의 말소리]
(수학자1) 아이고, 백승유 박사
축하합니다
[수학자1의 웃음] [박수 소리]
(수학자2) '더 매서매틱스'에서
심사 통과했다고 방금 연락이 왔어요
이미 완벽하게 검증 끝났습니다
(수학자1) 이제 공식적으로
출판물을 발행하기만 하면 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학자들의 웃음]
(수학자1) 근데
그동안 아주 많은 수학자들이 도전을 했지만
실패를 했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가설이라
중간에 이, 막힌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 어떻게 푼 겁니까?
도움을 받았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안녕하세요, 3cut 님
지난번에 말씀드린 논문이에요
도움 되길 바랍니다
(승유) 처음엔 제가 하고 있는 내용과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상관이 없는 게 맞았고요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밝은 음악]
앤드류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할 때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타원 방정식에서
큰 힌트를 얻었듯이
저에게도 그 순간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수학자1) 그러니까 전혀 다른 분야를 도와주는
일종의 수학의 다리를 놓아 준 셈이네요
(수학자2) 그분은 누구시죠?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요
(수학자2) 하디요?
- (수학자1) 아… - (수학자2) 영국 수학자?
[살짝 웃는다]
[한숨]
(승유) 안녕하세요, 하디 님
곧 저의 논문이 출간됩니다
큰 영감을 주신 덕에 증명을 마칠 수 있었어요
감사의 의미로 논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락 주세요
[한숨]
"칼쿨루스"
[한숨]
보고 싶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머, 감독님
아유, 그 역할은 내가 딱이죠
시켜만 주세요
네, 오디션도 가능해요
(혜미) 오케이, 25일 우리 그날 봬요
앗싸 [통화 종료음]
(희승) 아휴, 고생 많다, 응?
[못마땅한 탄성]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뭐
언니, 나
이거 말고 에스프레소 더블 샷으로 한 잔만 타 줘요
어유,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민식) 자 [혜미의 웃음]
서비스입니다
(혜미) 아휴, 또 이렇게 카페인 한 잔 해야
또 기운을 바짝 받지
나 이따가 중요한 오디션 있거든요 [혜미의 웃음]
(희승) 아이고 뭐, 유혜미인데, 뭐
되겠지, 응?
(혜미) 쩝 [혜미의 개운한 탄성]
좋다! [희승이 피식 웃는다]
오케이, 갈게, 안녕
(희승) 파이팅!
- (혜미) 응, 파이팅 - (희승)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민식의 힘주는 숨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아휴, 우리 승유는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나
통 소식도 없고
알아서 하겠지, 애도 아닌데
아이, 애지, 아직
당신 걱정도 안 돼?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 소리]
(희승) 어서 오세…
어머, 아들!
[희승의 웃음] 어머, 승유야!
아유, 세상에
[웃으며] 앉아, 앉아, 앉아 [따뜻한 음악]
어머, 세상에, 어머
다 끝났어?
네
고생했다
(희승) 애썼어, 애썼어, 우리 아들
아유, 이거 얼굴 다 상한 것 좀 봐, 그냥
어?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었어? 어?
혹시 또 논문 가져왔어?
[승유의 웃음]
(승유) 아니요
(민식) 잘했다, 난 이제 안 보려고
머리만 아프고
(희승) 아휴 그, 인제 좀 솔직하네 [승유의 웃음]
봐도 몰라! 몇 날 며칠 봐도 몰라
(민식) 참, 이 양반이 [희승과 승유의 웃음]
어휴
저…
얼마 전에 지윤수 선생 봤다
바로 이 근처에서 봤어
아직 한곡동에 사나?
아니면 다시 이사를 왔나?
밥 안 먹었지? 샌드위치 좀 만들어 올까?
아, 가만있어, 어? 내가 금방 만들어 올게
(희승) 여보, 크게, 크게, 어?
[희승의 웃음]
내일 집에 밥 먹으러 올래? 응?
엄마 집밥 해 줄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주말에 갈게요 내일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라디오 속 앵커) 오늘 전국에 눈 소식이 있는데요 [부드러운 음악]
포근한 날씨여서 빙판길 걱정은 없겠습니다
그래도 우산 하나씩은 챙기세요
(승유) 저 도착했습니다
"택시"
[놀란 숨소리]
[한숨]
혹시 하디 님?
[잔잔한 음악]
3cut 님?
[헛웃음]
[기쁜 숨소리]
[생각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증명 마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덕분에요
논문 가져오셨어요?
네
"지현욱, 백승유 그리고 J. 하디"
수학 좋아하세요?
혹시 수학 좋아하세요?
네
수학 좋아해요
"대한민국의 백승유 리만 가설을 증명하다"
[휴대전화 알림음]
[윤수가 살짝 웃는다]
(윤수) 오늘 3cut이 문제 내는 날이지? [승유가 살짝 웃는다]
(승유) 맞아
오늘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한번 내 볼까?
[윤수의 긴장한 숨소리] (윤수) 좋아, 도전
(승유) 128 루트 e980에서
위를 빼면?
[윤수의 생각하는 숨소리] (윤수) 위를 빼면?
응?
[부드러운 음악]
[승유와 윤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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