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18
(승구) 진짜?
이 코트 입고 인생이 달라졌어요?
(해라) 네
정말 감사하고
또 무서운 코트예요
네, 다크 브라운요
[발소리] 승구 씨
[작게 속삭인다] 저 갈게요
잠시만요
차 한잔하고 가세요
아, 그럼 수호 오빠도 이리로 오라고 할게요
같이 들를 데가 있어서
너무 좋죠
네, 여보세요?
[불길한 음향]
누구... 세요?
[불길한 속삭임]
[떨어지며 펄럭]
[해라 작게 비명] [첨벙 후 퍼지는 물소리]
[불길한 속삭임]
샤론!
- 으앙! - 승구!
[승구 작게 운다]
아직 살아있었구나
어디 있다 온 거야?
승구 아직 살아있었구나
늙지도 않았어
근데 꼴이 왜 이래?
어디서 굴렀어?
손님이신가 봐?
[짧게 웃은 뒤] 정해라 씨잖아
아, 베키한테 알려줘야지
해라 씨, 잠깐만요
오랜만에 우리 가게에 이쁜 손님이 오셨네
앉으세요 저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요
이봐요
[작은 북소리]
네?
뭐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요?
강물에 뛰어들었었잖아요
아마 그랬을...
어떻게 알아요?
[기막힌 듯한 호흡]
승구 씨 저 차는 다음에 마실게요
얘기도 했어
나를 기억 못 하는 것 같아 아니...
기억 못 하는 척하는 거 같아
다시는 거기 가지 마 연락 와도 무시하고
집으로 찾아오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마, 신고하면 돼
그 사람
정말로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거지
해라
우리 결혼 서두르자
뭐, 결혼해도 당장 생활하는 데 불편하거나 달라지는 거 없을 거야
약속할게
그래도...
나도 오빠한테 최소한의 결혼 선물은 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그런 거 필요 없어 나 너만 있으면 돼
나 믿으면 그냥 나랑 같이 가
응?
그래, 같이 가
[풍경 소리]
[풍경 소리]
샤론?
샤론
베키!
베키도 살아있어서 너무 좋아
나 이번에 빨리 돌아왔지 깜짝 놀랐어
응
표정이 밝아졌네
이쁘다
베키랑 승구도 다시 보고
양장점도 그대로고
너무 좋다
[슬픈 음악]
[작게 웃는다]
승구, 우리 차 줘
(백희 방백)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때는
수호, 해라
두 사람 기억이 없는 채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인데
[풍경 소리]
그 기억 한 가지만 없어도
견딜 만하지 않겠습니까
[작게 웃는다]
정해라가 왔었다며?
아...
젊은 여자 한 사람 왔었어요
베키도 아는 사람이야?
기억이 안 나?
나 없는 동안 승구가 새 손님 만들었나 봐
이쁘장하고 착해 보이던데요?
다시 오면 내가 이쁜 거 하나 만들어줄까 봐
[작게 웃는다] 그럼...
나도 봄에 입을 이쁜 코트 하나 만들어줄래?
흠... 어디 보자...
음!
방금 디자인 하나 떠올랐어 기다려봐요
[불길한 음향]
승구 씨, 저 코트는 뭐야?
정해라 거 아니야?
돌려주고 갔어요 잘 입었다고
감사하고 무서운 코트라고
저 코트, 당분간 내가 보관할게
내 차에 갖다 놔줘
[스케치하는 연필 소리]
[잔잔한 음악]
자, 보자
1시, 3시
- 웨딩 촬영 시간 괜찮아? - 응, 괜찮아
그러면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 먹고 만나는 거로 하자, 내가 데리러 갈게
그래, 그리고
우리 하우스 웨딩으로 조촐하게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자
음... 그건 내가 근사하게 해주고 싶은데
에이, 요즘 그런 거 후져 그냥 우리끼리 오붓하고 재밌게 하자
좋아
식은 다음 주 토요일 어때?
음... 응, 좋아
준비하려면 바쁘겠다
이건 같이 가는 거야, 꼭
이건 5시에 하면 되고
[잔잔한 음악 이어진다]
(수호) 선생님 안에 계세요?
아... 선생님
어머 [웃음]
아니, 이 시간에 웬일이야?
선생님 제일 먼저 초대하고 싶어서요
저희 다음 주에 결혼해요
정말?
아, 축하해요
아우, 얼마만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는 거야, 응?
조촐하게 집에서 하기로 했어요
주례는 선생님이 맡아주시면 좋겠는데
어머 아, 내가 무슨 주례를
[같이 웃는다]
그냥 평범하게 한마디만 해주시면 돼요, 꼭 모시고 싶어요
아유...
오래 살다 보니 별걸 다 하네
진짜로 딱 한 마디만 한다?
네 [둘이 같이 웃는다]
[호로록 소리 내 마신다]
선생님
최서린, 살아 돌아온 게 사실이에요?
[한숨]
두 사람을 기억 못 해요, 다행히
기억 못 하는 척하는 게 아닐까 유심히 봤는데
정말 아니야
언제까지 사는 거예요?
알 수 없지
[행복한 음악]
(남자 목소리) 자, 신랑님, 네, 손 잡아주시고 안쪽으로 조금만 당겨주세요
예, 좋습니다
자, 신랑님, 아래에서 위쪽으로 지긋이 신부님 바라보시면서
하나, 둘, 큐 [사진 촬영음]
자, 하나, 둘, 셋! [ 해라 웃음]
자, 갑니다 하나, 둘, 하이, 빵!
[해라와 수호가 웃는다] [사진 촬영음]
(촬영기사) 아, 좋아요 자, 신부님, 좀 더 환하게
자, 하나, 둘, 셋!
자, 신랑님,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앞에 보세요
- 자, 하나, 둘 - [해라 웃는다]
큐!
자, 신랑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스마일
자, 마지막 자, 한 번만 따뜻하게
하나, 둘, 셋, 큐!
[사진 촬영음] - 아유... 이뻐라 - (촬영기사) 아, 좋아요, 잘하셨어요
이모, 같이 하나 찍으세요
아유, 됐어, 내가 뭘
아, 그러려고 이쁘게 화장하신 거 아니에요?
뭔 소리야, 원래 이쁘지
[숙희가 웃는다] 이모가 입을 만한 드레스는 없을까요?
(촬영기사) 하나, 둘, 셋 하면 빵 터지시는 거예요, 하나, 둘, 셋
[셋이 함께 웃는다]
[사진 촬영음]
(촬영기사) 자, 좋습니다
- 마지막 한 번 더, 하나, 둘, 셋 - 어, 선생님, 잠시만요
[백희 웃음]
- (해라와 수호) 오셨어요? - (숙희) 안녕하세요
와...
내 전 생애를 통해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네
[다 같이 작게 웃는다]
근데 그건 뭐예요?
오, 한풀이 의상이지
[웃는다]
[즐거운 음악]
(촬영기사) 자, 어색하게 웃지만 마시고 포즈 한번 취해 보실게요
자,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
[사진 촬영음]
예, 잘하셨어요 자, 이제 한번 절 한번 해볼까요?
신랑 신부 맞절
- 마주 보고 - 진짜로요?
[모두 웃는다] 응
- 자, 신랑 신부 맞절하시겠습니다 - 네
하나, 둘, 셋
큐
[사진 촬영음]
[감동적인 음악]
(백희 방백)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백희 웃음]
- 선생님도 같이 찍을까? - 선생님, 같이 찍으세요
- 응? - 같이 찍으세요
[백희 웃는다] 이모 오세요
[같이 웃는다] - (수호) 오세요 - (숙희) 찍으세요
[백희 웃는다] - (해라) 가운데로 오세요 - (백희) 아냐, 아냐
(촬영기사) 자, 여기 보시고 하나, 둘, 셋!
[사진 촬영음]
(지훈) 안녕하십니까
(승구) 어?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문 닫혀 있는 날도 많고
(승구) 계속 닫았던 건 아닌데
어, 딱 그때 오셨었구나
차 한 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문을 요란하게 열고 닫는다]
잘 지냈어요?
얼굴 좋아 보이십니다
체대생 맞죠?
네?
몸 좋은 트레이너
[어색하게 웃는다]
안 웃겨요, 그만하세요
우리가 어떻게 아는 사이더라?
(지훈) 성의 표시입니다
멋진 옷, 여러 벌 해주셨는데
내가 당신한테 옷을 해줬어요?
근사한 슈트 여러 벌 해주셨죠
맞아요, 기억나
내가 옷을 왜 해줬지? 우리가 사귀었나요?
[기막힌 듯 웃음]
아, 역시 4차원적인 매력
문수호 씨랑은 어떻게 돼가세요?
문수호?
(숙희) 아...
[웃는다] 어때요?
연지곤지 사진 찍길 잘했지?
네, 너무 맘에 들어요
[발소리]
아직 안 갈아입었어, 옷?
어, 나도 빨리 갈아입을게
[기기가 넘어지는 소리]
[불길한 굉음이 점점 커진다]
[긴박한 북소리가 이어진다]
[부딪치며 큰 소리]
[똑똑똑 노크]
네, 선생님
[수호와 백희 함께 웃는다] (수호) 앉으세요
와...
어릴 때 운동했니? 대단하더라
어떤 걸 했는데?
닥치는 대로 했죠, 음...
어릴 때 얼굴 흉터 가리느라고 특히 검도를 많이 했고요
아, 그래
응... 죽도랑 호면 들고 다니는 거 본 거 같아
[둘이 웃는다]
저 공인 5단입니다 사범 자격증도 있어요
오... 멋지구나
[둘이 웃는다] 나도 좀 가르쳐줄래?
아이, 선생님은 배우실 필요 없죠
그런가?
[웃는다] 어...
사진 나오면 나한테도 몇 개 보내주고
선생님, 어...
제가 그날 이후로...
몸 컨디션도 좋아지고 근력도 엄청나게 세진 거 같은데
이거 그냥 기분 탓이겠죠?
[미스터리한 음악]
암튼 사진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응, 그래
물 한 잔 드릴까요?
그동안 맘고생 심했나 봐요?
누가요?
여자들은 정말 무서워요
그렇게 집착을 하다가 단칼에...
자꾸 문 대표 얘기해서 떠오르게 하지 마세요
지금 저 상태가 난 너무 좋아요
[문 열리고 들어오는 발소리]
어, 왔어?
앉아
아유...
집기가 바뀌었네
할 말이 뭔데?
나 수호 오빠랑 결혼해 다음 주 토요일날
정말?
집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하기로 했어
와줄 수 있지?
어, 야, 당연히 가야지
어머, 축하해, 해라야
[해라 웃는다]
고마워, 내가 니네보다 먼저 가게 됐다
내가 축의금 진짜 많이 낼게 그리고 예쁜 옷도 선물해줄게
잘 살아야 돼, 친구야
너 우니?
아니야, 너 고생만 하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진짜 다행이다
아우, 왜 울고 그래 친정엄마처럼
[웃는다]
나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릴 때, 어?
네가 나 정신 차리라고 따귀도 때려주고 걔네랑 싸워주고
고마워, 해라야
에? 다 묻고, 진짜 [영미 웃는다]
결혼식 날 보자 곤이랑 같이 와
응
간다
- 가 - 응
[바에 잔잔한 음악이 깔려 있다]
왜 혼자 이렇게 마시고 있어?
해라 결혼한대 다음 주 주말에 집에서
잘됐네
우리
결혼하긴 하는 거니?
하기 싫으면 관두고
아니야
나는 비밀 끝까지 묻고
너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야
[작게 한숨 쉰다]
[불길한 음향]
(해라) 내출혈 가능성도 조사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대
근데 과다출혈로 심정지가 왔었다는 게, 그게 너무 이상해
(의사) 이렇게 빠른 회복을 보인 경우는 없는데
[와장창 깨지는 소리]
(백희) 샤론이
수호한테 칼을 꽂았어
수호한테 맥이 느껴져서
내가 칼을 숨겼고
(수호 방백) 칼
숨긴 칼
창원에 있는 물류창고로 옮겨
어
하루 밥 두 끼 제대로 먹이고
어
[철민이 헛기침한다]
(곤) 아버지
아이고, 미친 녀석 술이나 처먹고 다니고
무식하고 멍청하고
불쌍...
너무 불쌍한 우리 아버지
술주정하려거든 올라가서 자빠져 자!
아버지, 여기까지만 해요
[미스터리한 음악]
저도 더 이상은 지켜드릴 수가 없어요
하, 좀 그만 좀 합시다, 제발!
그게 무슨 소리야?
[한숨 쉰다]
아버지, 돈이 그렇게 좋아요?
네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타이틀
있는 집 아들
돈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있는 집 아들?
[기막힌 듯 호흡]
난 범죄자의 아들 아닙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라
이 소심한 놈아
에이그
[헛기침]
[한숨을 내쉰다]
[새소리]
좋은 아침입니다 운동하시죠
선생님
잠시만요
네
[불안한 음악]
[키보드를 탁 친다]
박곤 씨랑 자주 만나신다면서요
음... 그럼 그동안 스파이 활동 하신 건가요?
스파이요?
윤달홍 씨는 어디로 납치됐는지 알아봐 달라던데요
[한숨을 쉰다]
스파이 노릇 걸렸어요
우리 계약도 여기까지입니다
[지훈이 한숨을 쉰다]
정말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막 그러세요?
창원에 있는 물류창고에 있을 겁니다
[음악이 고조된다]
없는데요
저쪽도 한 번만 다시...
(지훈) 창원에 있는 창고는 물론이고
가건물, 폐교까지 다 찾아봤는데
없었답니다
어디 묻혀 있는질 알려달라던데요
찾아주겠다고 전해줘요
묻혀 있든
살아있든
[발소리]
(승구) 어, 유치해, 진짜
- 뭐가 어째? - 이게 뭐야? 너저분하게
샤론 스타일, 이런 거 아닌데
응
진짜 이건 아니다
어딜 갔다 왔길래 며칠째 멍해?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러는 거지?
승구
나, 그 반지 좀 빌려주라
[재미있는 음악]
안 되네
나한테 무슨 나사 하나가 빠진 거 같아
뭐지?
축하해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 더 열심히 해 - 네
나처럼
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응, 응 - 본부장님처럼, 네
[발소리]
아, 아, 죄송합니다 공항팀 좀 도와주고 오느라고
- (본부장) 정 대리 - 네
- 어젯밤에 좋은 꿈 꿨지? - 네?
2년 해외 근무 위에서 추천 내려왔어
[놀란 호흡] 어? 정말요?
언니, 축하해! [웃는다]
지난번에 동창 여행 팀에 회장님 처제 친구가 있었대
감동받았다고
회장님 쪽 사람 있는 거 알고 잘해준 거지?
- 아유 - (팀장) 아,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그동안 해라는 고객들한테 칭찬 레터도 제일 많이 받았는데
대리 진급도 너무 늦게 받고 해외 지점도 너무 못 나갔잖아요
(본부장) 어쨌든, 그렇게 꿈꾸던 해외 근무 이뤄졌네
그것도 이태리 로마
어머, 어떡해!
(팀장) 우리 해라 첫 여행지 슬로베니아랑 엄청 가깝다, 그치?
아, 그러면 언제부터요?
1분기 끝나고 4월 초에 떠나는 걸로
아, 그렇게 빨리요?
너무 좋지? 거긴 직원 숙소도 완전 호텔급이야
추석 연휴 때 놀러갈게
나도
[웃으며] 농담이시죠?
본부장님도 가시게요?
주희 씨 일해
[팀장 웃는다]
[잔잔한 음악]
(수호) 질투하면서 왜 해외 지점에 나가고 싶어?
나 너를 위해서 이렇게 돌아왔는데
[초록불 알림음]
(해라) 여기에서 선생님처럼 살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사진 찍는 거 배우고 슬로베니아어 배우면 되나요?
왜 그러고 싶어요?
그냥 다 떠나오고 싶어요 나를 둘러싼 모든 데서
(해라 방백) 떠나오고 싶을 때는 기회가 없다가
왜 하필 지금
[초록불 알림음]
(백희) 끔찍한 물건이어서
그날 이후로 꺼내보지 않았어
꽤 날카롭네요
잠시만
[불길한 음향]
내가 준 반지는 커플링 만들었나?
아니요, 그게
녹일 물건이 아니라고 해서 해라가 가지고 있어요
그 반지 좀 보여줘
네
음... 심정지가 올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고 하는데
몸에 외상이 하나도 없어요
하늘이
수호를 보살폈다고 할 수밖에
하... 아무리 그래도 몸에 상처까지 없앤다는 게 좀
평범한 칼 같은데
[노크]
응
(해라) 오빠
[수호 헛기침]
[해라 앉으면서 끙]
응
- 잠깐 보여드려도 괜찮아? - 응, 그럼
회사엔 얘기했어? 결혼식
아, 아니, 아직
다들 외근 나가 있고 저녁까지 바빠가지고
- 응 - 내일 해야지
우리 회사는 다들 신났어 그날 놀 생각에
[같이 웃는다]
[잔잔한 음악]
[작게 웃는다]
[잔잔한 음악 계속 이어진다]
- 안녕하세요 - (여직원) 어서 오세요
[모두 인사를 나눈다]
(찬기) 저... 저, 주시죠
- 어, 감사합니다 - 저 주세요
[무거운 듯] 아... 춥죠?
- 네 - 뭐 따뜻한 거 마실래요?
(한 실장) 내가 준비해 드릴게요 두 분이서 편하게 얘기하세요
음... 앉으시죠
네
결혼식 날 주희 씨가 부케 받아요?
결혼식요?
우리 대표님이랑 정 대리님 결혼하잖아요? 다음 주말에
[깜짝 놀라는 호흡] 정말요?
어? 정 대리님 2년 동안 로마 지점 근무 가기로 했는데?
어, 우리 해라 언니 신혼도 못 즐기고 가네요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시골 밭뙈기 판 돈을 주셨습니다
그 돈을 집 사는 데 보탠 거지
연구소 화재랑 제가 집을 산 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검사님
[철민 웃는다]
증거 있어요?
거, 장철두라는 사람이 돈을 받고 누전인 것처럼
꾸몄다면서요
장철두 씨는 연구소 화재 당시
알코올 중독 치료로 입원 중이었어요
허...
그런 걸 다 믿으시면 안 되죠, 검사님
에이, 참
들어오시라고 해
[긴장되는 음악]
이 사람 맞아요
돈 받고 연구소에 불 지른 사람
내가 협박하니까 나한테 집하고 땅을 줬어요
물론 건설사에서 나온 돈이었겠지만
조사 잘 진행되고 있어
박철민도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지만
아버지 일이나 금성 1, 2동 사업이나
시간은 좀 걸리겠지
근데 난 인내심 갖고 기다릴 준비 돼있는데
어, 왜 얘기 안 했어 로마 지점?
그런 얘길 왜 다른 사람 통해서 듣게 해
아, 나도 좀 얼떨떨해서
암튼 안 갔으면 좋겠어
너랑 바로 떨어지기도 싫고
로마 혼자 있기 위험해
뭐 어딘들 안 그렇겠어?
테러까지 생각하면 다 위험하지
위험한 게 아니라 너랑 떨어지기 싫은 게 먼저지
그럼 난 사무실에서 상담 전화만 받으라고?
음...
기획서도 내고 칭찬도 받잖아 그런 좋은 기회 얼마든지 올 텐데
오빠가 어떻게 알아?
나 가고 싶어, 로마 지점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얘기했잖아, 내가
그때는 네 인생에 내가 없을 때고 지금은 아니잖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하지만
내 인생도 중요하니까 가고 싶어
[길게 숨을 내쉰다]
그래, 너 좋을 대로 해
기다릴게
결혼식은 취소하면 되고
음...
음! 나 회의 때문에 먼저 가볼게
[작게 한숨]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 아우... - 왜?
왜? 왜 그래?
내 색깔이 사라진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
뭔진 몰라도
아이 씨...
이건 진짜 아니잖아
왜 이렇게 유치한 것만 그려지는지 모르겠어
그 문수호라는 사람을 한번 만나볼까?
그 사람을 기억하면 내 천재성이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승구) 저... 저기...
하루만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 [살짝 웃음]
[미스터리한 음악]
샤론이
뭔가 수작을 부렸어
이 반지는 가짜야
샤론
네 스타일이 아닌데?
너무 일찍 돌아와서 나사가 풀렸나?
나도 이게 아니라는 건 아는데
뭔가 허전해
내가 기억 못 하거나 잊고 있는 게 있어요?
그런 게 어디 있니
베키
문수호랑 친해?
[불안한 음향]
문수호가 누군데?
내가 그 사람을 엄청 좋아했대
그 사람은 딴 여자를 사랑하고
[커지는 음향]
널 좋아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니
누가 장난치는 거야 믿지 마
그렇지?
네, 그거 3페이지 보시면 됩니다
네, 저희가 이번에 금성 1, 2동과는 별개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 계획서입니다
먼저 첨부 파일을 좀 봐주시겠습니까?
[파일 탁 펴는 소리]
네, 거기 3페이지를 보시면요 거기에 통계 자료가 나와 있습니다
[날카로운 쇳소리 후] 아!
[커다란 소음과 불길한 음악]
[우는 소리]
[작게 흐느낀다]
수호 오빠
(한 실장) 네, 보시면서 혹시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하셔도 괜찮습니다
[작게 흐느끼던 중 문자 알림음]
(수호) 울고 있는 거 아니지?
내가 잘못했어
[감동적인 음악]
겨우 2년이고 내가 자주 갈게
미안해
이왕 하는 거 즐겁게 가
매일 영상통화 하고 짬 날 때마다 내가 갈게
오빠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잔 부딪는 소리]
[웃는 소리] [즐거운 음악]
- (수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자) 아, 예
- (남자) 문 대표님... - (팀장) 정말 멋있으시다
[작게 계속 대화하는 소리]
(숙희) [웃으며] 사진 잘 나왔지?
드디어 해라가 결혼을 한다
너보다 먼저
니네도 얼른 결혼해야지
- (숙희) 응? - 곧 할 거야
언제 할 거야?
- 사진 예쁘네 - (숙희) 그지?
[찰칵]
이렇게 조촐하게 결혼하는 것도 괜찮은 거 같아요
두 사람만 사랑하면 괜찮지
근데 우리 집은 이렇게 하면 난리 날걸요
- (본부장) 결혼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와, 집이 근데 정말 근사하네요
[놀란 듯] 허... 이런 데서 스몰 웨딩 웅... 정말 부럽습니다
[수호 웃는다] (본부장) 나도 이런 집 샀으면 집에서 했지
신부 대기실은 저쪽에 있습니다
- (팀장) 아, 그래요? - (본부장) 아, 예
해라야!
- 네, 준비됐습니다 - 고맙습니다
[쨍 부딪치며]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음악 이어진다]
오늘 부케는 경쟁이 치열하던데
이따 잘 던져, 내가 받게
알았어
[숨을 몰아쉰다]
어머, 우리 해라 떨려?
아... 네, 떨려요
떨지 마, 친한 사람들하고 집에서 하는 건데 뭐가 떨려
떨지 마, 어이구...
힘!
주희야 나 수호 오빠 좀 불러줘
수호 오빠? 알았어
[노크]
[놀란 듯] 허...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우리 집 구경 좀 하고 있을게 가자, 주희야
- 저희 집 구경 좀 할게요 - 그래요
[웃으며] - 네 - 네
[숨을 내쉰다]
오빠
나 떨려
아, 어떡해
[앉으며 끙 하는 호흡]
[신비한 음악]
이제 괜찮아?
그래도 떨리는데?
[웃는다]
사실은 나도 떨려
[해라가 웃자 수호도 따라 웃음]
[똑똑똑 노크]
네
주례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금방 나갈게요
네
음...
이뻐
오빠 어쩜...
[박수와 환호성]
[박수와 환호성 이어진다]
신랑이다! [박수와 환호]
[웃으며] 너무 이뻐, 너무 이뻐 아이고, 너무 멋져
[계속 웃으며] 해라, 여기 봐
(남자) 이쁘다! [박수와 환호성 이어진다]
오늘은
아주 감사하고 기쁜 날입니다
나는 이 순간을
200년 넘게 기다려 왔어요
예, 저는 330년 기다렸습니다
[모두 함께 웃는다]
주례사는 짧게 하는 게 좋겠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
[감동적인 음악]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사십시오
감사합니다
신랑, 하객들한테 인사 한마디 하세요
[수호 웃는다]
아...
드디어 제가 오늘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오늘 증인입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정해라만을 사랑하고
정해라만을 위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손뼉을 치고 몇 명 환호]
(백희) 신부도 한마디 하세요
어...
어, 오늘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어, 그리고 누구보다
제 첫사랑 오빠인 문수호 씨에게
[살짝 흐느끼며] 너무 감사합니다
[모두 안타까운 호흡]
- (팀장) 해라야, 울지 마, 아유 - (본부장) 울지 마
(팀장) 어머, 해라야...
[모두 연호한다]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네, 열심히 성실하게 잘 살겠습니다
[모두 손뼉 친다]
뽀뽀 한 번 해줘요
(본부장) 자, 뽀뽀해, 뽀뽀해
[모두 연호한다] 뽀뽀해, 뽀뽀해
(본부장) 와, 뽀뽀다
[누군가 손뼉 친다] - (여자) 우와! - (본부장) 뽀뽀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와 환호]
(수호와 해라)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베키
어딜 간 거야?
[봉투에서 사진 꺼내는 소리]
어?
그때 그 손님이네
[작게 한숨]
[미스터리한 음악]
이 옷은 뭐지?
내가 베키한테 이런 옷도 해줬나?
헉... [커다란 쿵 소리]
[커다란 쿵 소리]
(해라_) 제가 어릴 때 여기서 코트를 맞추고 못 찾은 게 생각이 나서
(샤론) 내가 당신이 되게 해줘요
우리 인생을 바꿔요
(해라) 그 코트를 입고 난 뒤로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샤론이 작게 헐떡인다]
(해라) 정말 감사하고
무서운 코트예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깔깔대며 대화하는 소리] [샤론의 신음]
[사진 촬영음]
[사진 촬영음]
팀장님이 왜 거기 들어가 있지?
[모두 웃는다]
- (남직원) 신난다 - (촬영기사) 하나, 둘
[사진 촬영음]
[불길한 큰 북소리]
[불길한 음악]
너희였구나
내 빠졌던 나사가
[불길한 속삭임]
[불길한 속삭임이 계속 이어진다]
[음악이 고조된다]
[기쁜 듯] 하...
샤론
[미스터리한 음악으로 바뀐다]
어서 와, 철민아
- 누나 - 오랜만이야
누나
난 누가 장난 전화를 한 줄 알았어요
우리 철민이 부자가 됐다면서?
(젊은 철민) 누나랑 한 약속을
지켰어요
멋지다, 철민아
한번 안아볼까?
보고 싶었어요, 누나
어릴 때랑 똑같구나
귀여운 게
앉자
오랜만에 우리 옛날얘기 하면서 술이나 마실까?
아니, 아니, 싫습니다
하나도 늙지 않은 누나의 얼굴을
맨정신으로 보고 싶어요
- 안 늙긴 - (철민) 누나
그 비결이 뭡니까?
저한테 알려주세요
피부과 관리지
[소리 내 웃는다]
절 놀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누나를 좋아했던 순정은 그대로지만
어릴 적 순진하던 철민이 아닙니다
맘에 들어
얘기가 잘 통할 것 같구나
[즐거운 음악]
태어나서 전국 투어는 또 처음이야
맛집 돌면서 하루 다섯 끼씩 먹자
좋아, 자신 있어
- 괜찮아? - (해라) 어, 너무 좋아
진짜 너무 좋다
뭐야, 언제 이런 걸 준비했어?
회사 직원들이 준비했지
으흥! 진짜
- 샴페인 어때? - 좋지
가자, 옷 갈아입으러 [해라 웃음]
응
축하해, 색시
축하해, 남편
이제 뭐 하지?
음! 뭐야... [웃음]
날 속이고 갖고 놀았지, 당신
두 사람은
아주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다 끝났어
날 갖고 논 대가는 치르게 해드릴게
샤론
우리 인연도 이제
여기까지다
난 이제 네가
자신이 없어
잘 가요, 베키
[불길한 음향]
[잠김장치가 열리는 소리]
저녁은 여기 두 군데 어때?
여기는 30분 여기는 1시간 거리
어... 어?
그럼 여기는 내일 동선 중에 들러도 되는 데 아니야?
그럼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내가 해줄까?
뭐 해줄 건데?
음...
옆에 포구에 수산시장 있던데 매운탕 어때?
칼칼한 거 먹고 싶지 않아?
어, 먹고 싶어, 같이 가자
쉬고 있어, 내가 다 해줄게
그럼 난 과일만 좀 씻어놓을게
- 해라야 - 응?
이거 꿈 아니지?
[쪽 소리]
꿈 아니야
[웃음]
[해라 웃음]
[차 문 열림음]
[시동음]
[불안한 북소리와 음악]
(승구) 음! 돌아왔네
시크한 샤론 스타일
[불안한 북소리와 음악이 이어진다]
어?
[북소리 빨라지며 긴장 고조]
[콧노래를 한다]
[긴장감 있는 음악]
[경적을 울린다]
[바퀴를 급하게 트는 소리]
[앞차의 경적]
[바퀴를 급하게 트는 소리]
[차들이 급하게 서는 소리]
[헐떡인다]
[음악이 커진다]
[바퀴를 급하게 트는 소리]
[경적]
[바퀴를 트는 소리]
[바퀴가 자갈밭을 지난다]
[작게 비명]
[연달아 여러 번 신음하며 헐떡인다]
[굴러떨어지는 굉음]
[불안한 음악]
[작게 한숨]
[끼익 서는 소리]
왜, 왜...
- (남학생1) 야, 저거 뭐야? - (남학생2) 야, 사고 났나 봐
[자전거 쓰러지고 달려오는 발소리]
야, 진짜 사고 났나 봐 신고해봐야 하는 거 아냐?
어? 어
[휴대폰 발신음] [카메라 켜는 소리]
여기 철길 사거리인데요
사고가 크게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슬픈 음악]
[비명을 지른다]
[수호가 힘을 쓰는 호흡]
[긴장감 넘치는 음악]
[힘을 쓰는 소리]
[작게 헐떡인다]
[두어 번 숨을 헐떡인다]
(남학생1) 뭐야
[숨을 헐떡인다]
핸드폰 좀 빌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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