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19
(남학생1) 여기 철길 사거리인데요
사고가 크게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녹화 시작음]
[미스터리한 음악]
[비명을 지른다]
[힘을 쓰는 소리]
[헐떡인다]
(남학생1) 뭐야...
핸드폰 좀 빌려줄래?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수호) 어, 난데, 가벼운 접촉 사고 나서 나 이것 좀 처리하고 갈게
접촉 사고? 오빠?
[휴대폰 끊김 알림음] 여보세요? 오빠?
수호 오빠!
(아주 작게) 사고가 났다고?
호텔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누가 고의적으로 차에 손을 댔습니다
차 정비는 언제쯤 받으셨는데요?
호텔 주차장하고 인근 CCTV부터 확인해 주세요
박 회장 쪽 소행이 아닌지도
확인해 주시고요
아, 예, 그...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경찰이 살짝 웃는다]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가 계시면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웃는다]
저기요
이거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입니다
제대로 조사해 주세요 건성으로 대답하지 마시고
[쩌적]
[불길한 음향]
뭐야? [전화기를 달그닥]
[문 닫는 탁 소리]
해라야
어! 어, 오빠!
- 아, 어떻게 된 거야? - 미안
차에 문제가 좀 생겨서 렌트카 새로 하고 장 봐오느라고
많이 기다렸지
가벼운 접촉 사고라면서?
응
별거 아니야
전화는? 딴 사람 전화로 했잖아
아, 핸드폰 떨어트려서
액정이 고장 나서 고쳐가지고 오느라고, 배고프지?
이거 늦어져서 거기서 끓여가지고 왔어, 옮겨 담기만 하면 돼
오빠는 손 씻고 좀 쉬고 있어 내가 차릴게
- 오케이 - 응
음, 다 됐다
오빠, 밥 먹자
배 많이 고프지, 빨리 와요
오빠
아유, 밥은 먹고 자
자는 척하는 거 아냐?
[불안한 음악]
수호 오빠
왜 이렇게 열이 나?
아픈가?
승구
우리 부자재 시장에 좀 다녀올까?
화려한 비즈 장식 왕창 붙여보고 싶네
대박... 헤에...
이것 좀 볼래?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동영상인데
부흥군 철길 사거리에서 차가 완전 아작났는데
하나도 안 다쳤대
이런 일도 있네
몸이 유연해서 안 다친 건가?
진짜 미스터리야
이 사람
문수호 닮지 않았어?
[신비한 음악]
어머나, 그러고 보니 닮았...
[놀란 호흡]
문수호 기억났어?
부흥군 철길 사거리면
신혼여행 간 데랑 가깝지 않나?
그런 거까진 또 어떻게 아냐?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지?
이젠 진짜 다른 여자의 남편이야
생각도 하지 마
[푹 찔리는 소리] [긴장된 북소리]
[헐떡인다]
[찢는 소리 계속되며] 도망칠 생각인가 봐요?
그때도 이상했어
하루 만에 멀쩡하게...
[음악이 고조된다]
당신 설마...
죽지 않는 존재가 된 거야?
[불길한 음악]
오빠
아프지 마
우리 예쁘고 행복하게 살기로 약속했잖아
[새소리]
[백희가 웃는다]
새색시가 신혼여행 중에 왜 나한테 전화하고 그래?
신랑하고 싸운 거 아니죠?
(해라) 네
방금 의사 선생님 다녀가셨는데 혈압도 맥박도 다 정상이고
아무 이상도 없다고 하시네요
요즘 계속 체력 좋아졌다고 자랑하던 사람이
이렇게 초저녁부터 점심까지 잠만 자니까 너무 걱정돼서요
[웃으며] 결혼식 때문에 많이 긴장했나 보네
어제 내려가면서는 별일 없었죠?
그냥 혼자 나갔다가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다는데
뭐, 멀쩡히 들어왔거든요? 그거 말곤 전혀 없었어요
일단 좀 더 자게 내버려 둬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래요 깨어나면 연락 줘요
[한숨을 쉰다]
[문 열리는 소리]
우린, 다신 안 보기로 하지 않았나?
재밌는 소식을 전해주려고 왔어요
뭐가 됐든
듣고 싶지 않은데
문수호가
우리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아
[미스터리한 음악]
그쪽 경찰서에 전화해봤어
폐차할 정도로 부서졌는데 전혀 안 다쳤대
수호는
운이 좋은 애니까
문수호는 이제 안 늙고 안 죽어
자기만의 특별한 힘이 생겨났을 거고요
수호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우리 같은 존재가 돼?
뭔가 이유가 있겠지
처음엔 너무 낯설고 힘들 텐데
잘 다독여 주세요
갑자기 옷은 왜?
허리는 더 딱 맞게 잡아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그냥
갑자기 이쁜 옷을 입고 싶네
어?
- 왜? - 잠깐만
아, 따가워
흐흐흐, 흰머리다
흰머리?
나한테 흰머리가 있어?
어디 보자...
[놀란 듯] 헤? 안쪽에 꽤 있는데?
[신비한 음악]
아... 우리 샤론
아무리 동안이어도 세월을 피할 순 없지
이제 보니 눈가도 살짝 처지기 시작한 거 같은데
어우, 마사지 열심히 해야겠다
말도 안 돼
(백희) 또 뭐야!
베키
나 이제 나이를 먹나 봐
새치가 생기고 눈가에 주름이 살짝 보여
머리 안을 들추니까 흰머리가 엄청나, 왜 이런 거예요?
다행이구나
왜 이런 거냐고!
명소와 분이
수호와 해라의 연이 이어졌으니
너의 벌도 끝난 모양이다
[슬픈 음악]
왜 기분이 안 좋지?
(백희) 넌 이제부터
수호나 해라를 방해하면
한순간에 확 늙어서 노파가 될 거다
그리고
그 상태로 영원히 살게 될 거야
그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됐는데?
그럴 리가 없...
[불길한 음악]
왜 그래요?
왜 그렇긴
나도 나이를 먹으니까 그렇지
너도 이제
시간 속으로 들어온 재미를 느껴봐
싫어
최 팀장 어이, 2팀 다 모여봐
- 모여봐 - 무슨 일이세요?
아, 모여
핫이슈 영상 봤어? 어제부터 계속 1위 했던 거, 이거
(팀장) 아, 그거 때문에 그러신 거예요? 봤죠, 기적의 사나이
봤구나
아, 저 방금 모자이크 지운 영상 봤는데요
문수호 대표더라고요
- 어? - 문 대표야?
이거 문 대표라고?
어머, 어떡해
정 대리 괜찮은 거야?
아, 그러게 회사 제일 바쁠 때 결혼해갖고
본부장님
말씀 좀 가려서 해주세요
할 농담이 있고 아닌 게 있는 거죠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전화나 해봐
해산
아, 피곤해, 정말
아, 뭔 일이니, 정말?
아, 예, 팀장님, 저도 방금 주희한테 영상 받고서 깜짝 놀랐어요
진짜 몰...
저, 다시 전화드릴게요
정신이 들어?
이거 뭐야?
괜찮아?
내가 어디 아파? 이런 거 꽂고...
아... 나 얼마나 잤어?
열여덟 시간 반
아, 진짜?
[웃는다]
왜 얘기 안 했어?
- 뭘? - 차 사고 크게 난 거
음...
동영상 떠서 사람들 다 알아
에이, 핸드폰을 뺏어서 지워버릴걸
왜 그런 얘길 내가 남들한테 듣게 해?
걱정할까 봐, 나 안 다쳤잖아
빨리 밥 먹고 서울 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 싹 받아, 알겠어?
나 괜찮다니까 왜 그래
아니, 말을 안 할 게 따로 있지
그러고 들어와서 죽은 듯이 쓰러져가지곤 깨어나지도 않고선
난 걱정돼서 의사까지 불렀단 말이야
아니, 사람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됐어
[작게 한숨]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밥 먹고 빨리 가 렌트카 두고 버스 타고 서울 가자
[초인종이 울린다]
- 누구세요? - 경찰입니다
아
아, 주차장하고 인근 CCTV로 용의자 찾았습니다
아, 몇 번을 말합니까
형사님
아니, 뭐 이 얼굴이 뭐 사고 치게 생겼어요?
아니, 딱 봐도 이 머리숱 없는 거만 같지
이 어데 봐서 냅니까, 이게?
야, 딱 아저씨네
판박이네, 판박이, 응?
허, 참
차 주인이십니다
동영상 뜬 거 혹시 보셨나?
박철민이 시켰어요?
이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참
내는 아니라니깐요
(경찰1) 아이, 아저씨, 이 사진
아까부터 자꾸 아저씨 본인 아니라고 부인하시는데
아, 솔직히 저 시간대 아저씨 지금 알리바이도 못 대잖아
아이, 집에서 TV 봤다니깐요
그저께부터 집에서만 처박혀 있었습니다
본인 아닌 거 확실한 거죠?
그렇다니깐요 아이, 딱 보면 알잖아
내가 보기엔 당신 같은데
눈이라도 좀 새로 하고 다니시...
[이상한 쇳소리가 울린다]
(여자) 아, 뭐야, 진짜
(경찰2) 아, 방금 뭐 한 거냐, 저 자식?
아이, 아저씨, 어디서 그런 이상한 걸 배워 오셨어요?
여기 저 자해공갈 쇼 안 됩니다, 이거
이리 와, 빨리!
아이고...
[종이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
[날카롭게 베는 소리] 억! 악!
[긴장되는 음악]
아아아아!
(경찰2) 야, 창문 닫아라 바람 들어오잖아
어? 뭐지? 이씨...
창문요?
창문 안 열렸는데
이 사람 신원조회 다시 한번 해보세요
강도 상해 사건 연루돼 있을 겁니다
내가 보기에 여기 개발 2년 내 가능하다
감나무 동네 포기하고
외국에 몇 년 나가 계세요
사대문 안에 있는 이런 노른자 동네를 내가 왜 포기해?
좀 당분간은
피해 계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발소리]
회장님
- 큰일 났습니다 - (철민) 무슨 일이야?
- 경찰이 - 응?
[서류 만지는 소리]
경찰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박철민 씨를 문수호의 살인 교사 및
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박철민 씨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금부터 하시는 말씀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변호사 불러라
48시간 내 나올 테니까 호들갑 떨지 말고
- [철민 헛기침] - (경찰3) 가시죠
[긴장되는 음악]
[사진 촬영음]
보시다시피 동영상 속 인물은 문수호 대표가 맞습니다
재생 사업 반대편에 섰던 박철민 회장의 사주를 받고
문수호 대표 차량의 브레이크를 고의로 파손시킨 용의자가
한 시간 전쯤 경찰서에서 자백을 했습니다
실장님한테 연락이 안 오네
피곤해?
조금
자
(한 실장) 문수호 대표 부친이신 문준성 박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연구소 화재 사건의 방화 및
문수호 대표 아내의 부친이신 정길영 씨 살해
그 외에도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로
현재 서부지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찬기) 최소한의 보수로 우리 동네를 보존하면...
(한 실장) 저희는 이렇듯 몰염치하고 비상식적인 사업가가 추진하는
금성 1, 2동 개발 사업에 적극 반대하며
주민 여러분들께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호) 실장님, 수고하셨어요
그쪽 투자자 미팅할 수 있게 바로 준비해주시고요
도착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잘되고 있어, 걱정할 거 없어
몸은 괜찮아?
남편 컨디션 아주 좋아
그래도 병원 가서 검사는 다 받아야 된다
- 약속 - 약속
[여자 둘이 일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자1이 일어로 말한다]
[여자2가 일어로 말한다]
[여자1이 일어로 말한다]
[여자2가 일어로 말한다]
[여자1이 일어로 말한다]
[신비한 음악]
[수호가 일어로 말을 건다]
[여자 둘이 일어로 대답한다]
[여자 둘이 일어로 말하고 수호가 일어로 답한다]
[여자 둘이 일어로 대화한다]
일어도 할 줄 알아?
응?
그러게?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야, 대체
[웃는다]
신혼여행을 제대로 못 해서 어떡해
[웃으며] 나중에 가면 되죠
그래도 안 다친 게 진짜 불행 중 다행이에요
병원도 갔다 왔는데 아무 이상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지
계속 저렇게 잠만 자는 건 사고 후유증 같아요
놀란 몸을 치유하려고 잠을 계속 재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수호랑 있을 때
이상한 일 없었어요?
음... 뭐 어떻게 이상한 일요?
어... 음...
탁자가 흔들린다거나
잔이 깨진다거나 하는?
[불안한 음악]
[의자 부딪는 소리]
[날카롭게 베는 소리] 억! 악!
[범인] 아아아아!
있었어요
어? 선생님 오셨어요?
어, 잘 잤어?
죄송해요, 깜빡 잠들어가지고
나 또 열몇 시간 잔 거 아니지?
[아니라는 듯] 응응응, 이번엔 한 시간
수호가 체력이 달리나 본데
우리 든든하게 저녁 먹을까?
응
- 제가 다녀올게요 - 응
[비닐봉지 부스럭] 고기 나왔습니다
네
(정육점 남자)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 아뇨
[미스터리한 음악]
[작게 한숨 쉰다]
굳이 새색시를
밤에 혼자 마트에 보낸 이유가 있지 않겠어?
해라 오기 전에 어서
저...
다치면 해라한테 혼나요, 선생님
자, 해봐
이렇게
[쨍 하며 산산이 깨지는 소리]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
[남은 유리가 떨어지는 소리]
이거 왜 해야 되죠, 제가?
내 느낌에
수호한테 무슨 변화가 있는 거 같아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그래
[쨍 하며 산산이 깨지는 소리]
이런 거, 웬만한 힘센 남자들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손에
상처 하나 안 남기고 하긴 힘들지
[신비한 음향과 음악이 계속 이어진다]
주방의 불을 꺼봐
(백희) 아니
생각으로
- 선생님 - 장난치는 거 아니니까
어서 해봐
눈을 감든 뜨든 생각을 집중해서
불을 꺼봐
[음악이 살짝 더 커졌다가 작아진다]
저 그런 거 안 믿어요 믿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한번 해봐
이상한 일이 있긴 있죠
배우지도 않은
일본어를 갑자기 알아듣게 되고 나도 모르게 말을 하기도 하고요
(백희 방백) 나도 옛날에 그랬는데
저 그런 거 못 해요
그냥 큰 사고 후에
지능지수나 기억력이 좋아지는 케이스가 있는데 저도 그런 거겠죠
불을 꺼보라니까
싫습니다, 선생님
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죄송해요, 저 오늘 선생님하고 같이 있기 힘드네요
해라 금방 올 거예요
[미스터리한 음악 계속 이어진다]
어머
아, 미안해요 실수로 컵을 좀 깼어요
저 괜찮아요,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유리 치우는 소리]
아, 저 미안한데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만 가볼게요
어디가 어떻게 안 좋으신데요? 약 드릴게요
어, 아니, 오늘은
그만... 그만 가볼게
수호 오빠는 어디 갔어요?
[백희가 작게 한숨]
일이 좀 바쁜가 봐요
아이, 주례 선생님을 이렇게 대접하면 안 되는데
[어색하게 웃는다]
(해라) 문수호! 뭐 해?
[이상한 음향이 깔린다] 엄마... 갑자기 왜 이러지?
[불 꺼질 때 딱]
[딱]
고장이 좀 났나 봐요
[켜질 때 딱]
[한숨 쉰다]
어, 오빠
방금 봤어?
이거 이럴 때는 어디에다 전화해야 돼?
내가 한 거야, 해라야
선생님
저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
[슬픈 음악]
이상하다, 진짜
갑자기 확 생겼어
바라던 일인데
하나도 행복하질 않아
조용히 좀 해봐 집중 좀 하게
내가 옛날에 처음 겪은 증상이야
갑자기
어느 날부턴가 힘이 세지고
힘을 쓰고 나면 잠이 쏟아지고
등잔불도 내 맘대로 다뤄지고
그땐...
내가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된 걸
당연히 몰랐지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슬픈 음악]
지금 수호 오빠가 그렇게 됐다는 얘기 하시는 거예요?
괜한 걱정이길 바라
제가 왜 그렇게 돼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선생님, 이건 말도 안 돼요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이거, 제가 늙고 안 늙고는 10년, 20년 후에나 알 수 있죠
그게 한두 달 만에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해라) 그런 괜한 스트레스로 10년 넘는 시간 보내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군
이렇게 이쁜 신혼부부들한테
날 풀리면 어디 여행 갈까?
음...
남도 맛집 투어 어때?
여수, 목포, 광주, 이런 데
그래
이번에 못 먹고 못 놀고 온 거 제대로 하고 오자
[잔잔한 음악]
수호야
응?
나, 이렇게 훅 뜨게 해줘봐
빨리 해봐 장풍을 쓰든 뭘 하든
내가 장난칠 기분 아니야
못 하는 거네
응, 못 해
못 하면 안심이고
뭐 할 줄 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문제될 거 없잖아
오빠랑 나랑 둘만 아는 건데
만약에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해도, 방법이 있을 거야
난 늘 운이 좋았으니까
당연하지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안아줘
[작게 한숨]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한 실장) 네, 박 회장 쪽 투자자들이
공식적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철회했습니다
은행에선 얘기 중이던 대출이 취소됐고요
금성 1, 2동 개발 사업은 이제 완전히 막힌 거 같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한 실장) 박 회장에 대한 동네 여론도 안 좋습니다
대표님 차 사고가 큰 충격을 준 거 같고
공청회 때 대표님을 테러한 일도 뒤늦게 알려져서
지금 다들 분노하고 있어요
48시간 내에 영장이 안 나와도 다른 건으론 반드시 구속될 겁니다
야, 내 말이 맞지? 응?
사업하면서 이런 거 갖고 쫄 거 없어
감나무 동네 개발 물 건너간 거 같아요
마음 비우세요
[소리 내 웃는다]
소심한 놈
인생 일 아무도 모른다, 응?
어, 시원하다 거,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철민이 헛기침한다]
후...
[발소리]
어, 야, 여기
안 바빠?
바쁜데, 그래도 얼굴 보고 싶어서
남편은 어때? 몸은 괜찮아?
안 괜찮아야 좋겠니?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박곤도 너무 괴로워하고 있어
그래서 오늘 같이 못 나온 거야 너한테 미안해서
살인 미수 교사에 대한 영장이 안 떨어져서 나온 거지
(해라) 머지 않아 구속될 거야
너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
해라야 오늘은 그런 얘기 하지 말자
결혼식 끝나고 친구끼리 밥 먹는 자리잖아
결혼식 날 와줘서 고마웠어
그날 너무 행복해 보여서 부러웠어
[발소리]
오랜만이에요
아, 오늘 전화 왔는데
너 만난다고 하니까 꼭 오신다고 하셔서
결혼 선물 직접 주고 싶어서요
결혼 축하해요
서운했어요
결혼식 날 초대도 안 해주고
또 무슨 짓을 하러 온 거지?
[음산한 음향]
정해라 많이 변했네
문수호가 괴물이 됐다면서?
구천을 떠도는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어
문수호는 혼자 외롭게 젊은 채로
네가 늙어 죽는 걸 보게 될 거야
저기요
우린 더 이상 당신이 하는 말 관심 없어
제발 좀 곱게 늙으세요
[작게 한숨]
(영미) 해라야! 정해라!
제가 모르는 사이에 두 분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 봐요
근데 원래 그렇게 새치가 많으셨어요?
제가 오늘 처음 봐서
해라야!
안녕하세요
(단미 보석 주인) 아이고 아, 이게 얼마 만입니까
[금속성 소리]
이거
여기 물건 맞죠?
[긴장되는 음악]
이걸 만드느라 고생 좀 했죠
선물을 받으셨나 보네
보통 은장도가 아닌 거 같아서요
옛날 반지를 들고 와서는
그걸 녹여서 칼날을 새로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생긴 반지가 맞나요?
맞습니다
이건 여기서 똑같이 하나 만들어드린 거고요
(백희) 옛날에 서린이한테 듣기론
분이가 보름달에
반지를 놓고 뭔가를 열심히 빌었다고 들었어
두 사람 유배지에 있을 때
그 반지에 실린 기도가
칼에 같이 들어간 게 아닐까?
그게 뭔지는 점복이의 그림이나 기도문에도 없었고요
없었지
유배지에 있을 때 빈 소원이니까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해달라거나
돌아가더라도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빌지 않았을까요?
그랬겠지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기를 빌었을 거야
왜 그렇게 뜸을 들여?
무슨 얘긴지 빨리 해봐
저...
로마 지점 근무 못 할 거 같습니다
왜? 문 대표가 가지 말래?
아니요 남편은 가라고 응원해주는데
이건 그냥 제 판단이에요
아니, 해외 지점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더니
진짜 이유가 뭐야?
로마보다는 신랑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
전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에유...
- 말이 돼? - 신혼이잖아요
아...
어제 염색을 제대로 한 거야, 만 거야?
아으...
밖에서 사람들 막 사진 찍던데?
관광객은 아닌 거 같고
[풍경이 울린다]
기자 같던데
사진을 찍어?
[풍경이 울린다]
[발소리]
안녕하십니까, 누나
구치소에서 고생하던 동생 나왔습니다
[긴장되는 북소리와 음향]
무슨 일이야?
그걸 내 힘으로 어떻게 하니?
그 동네에 땅과 건물이 많으시니까 힘을 쓸 수 있잖아요
너 때문에 물 건너갔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기꾼이 됐잖아
누나가 시켰잖아요
문수호 죽이라고
내가 언제?
'더 큰 부자가 됐으면 좋겠어' 부추기면서
날 방해하는 건 싹 다 치워버리라고 그랬잖아요
그런 적 없어
지금 밖에 사진 기자 몇 명 같이 왔습니다
날 돕지 않으면 싹 다 불어버릴 겁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최서린이 청부한 사건이다
금성 1, 2동 개발 동의서
부탁드립니다, 누나
그게 힘들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그 비결을
나한테 알려주세요
내가... 할 일은 참 많은데
가끔...
몸이 너무 안 좋아요, 누나
부탁드릴게요
오빠
[수저류 짤각 소리]
나 오늘 회사에 얘기했어
해외 지점 근무 안 하겠다고
- 왜? - 떨어져 있기 싫어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 그런 결정을 혼자서 해
이제 내가 남편이잖아
너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면 나한테도 중요한 거야
그걸 네 맘대로 결정하고 통보식으로 말해?
통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뭐, 나라고 뭐 좋아서 포기했어?
마음 바뀐 이유가 뭔데?
- 걱정돼서 - 무슨 걱정?
아,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어제 그런 걸 보고서
나 똑같아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고
[작게 한숨]
그래
그냥 내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
됐지, 이제
[잔잔한 음악]
[한숨] [노크]
흠...
걱정시켜서 미안해
아니야
내가 유치하게 오빠가 좋아할 줄 알고
그냥 내가 안 간다고 하면 오빠가 막
기뻐할 걸 기대해가지고 그랬어
당연히 좋지
미안한 마음도 크고
나 오늘 불쾌한 일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점심때 영미를 만나러 갔는데 샤론 양장점이 따라 나왔거든?
무슨 결혼 선물을 줄 게 있다면서
(샤론) 문수호가 괴물이 됐다면서?
문수호는 혼자 외롭게 젊은 채로
네가 늙어 죽는 걸 보게 될 거야
[신비한 음악
영미 있는 앞에서 그랬어?
응
베키 선생님이 말했을 거 같진 않고
그 사고 영상 보고서 그러는 거 같아
아, 됐어
다시 한번 나타나면 그땐 내가 진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발소리]
해라야, 잠깐 나갔다 올게
어? [잔 내려놓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풍경이 울린다]
[풍경이 또 울린다]
[슬픈 음악]
내가 경고했었죠
나 이제 당신한테 미련 없어요
괴물이 된 당신을 구경하고 싶었어
다시 한번 해라 앞에 나타나면
절대 가만 안 있을 겁니다
반지에 실린 기도가 당신을 그렇게 만든 거야
그때 내가 문 밖에서 들었어
듣기 싫어요 당신 얘기 들으러 온 거 아니야
- 분이의 기도가 당신을... - 한 번만 더 해라 앞에 나타나면
내가 당신 세상의 구경거리로 만들어주겠어
생각 잘해요
방법은 간단해요
정해라와 헤어지면
모든 연을 끊으면 당신은 벗어날 수 있어
[슬픈 음악]
만의 하나 그렇게 되더라도
절대 해라랑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끝까지 해라 옆에 있을 거야
영원히 사는 고통이 어떤 건지 몰라서 그래, 당신
[음악이 갑자기 잦아든다]
[음악의 분위기가 바뀐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점점 커진다]
(샤론) 아악! [빠른 북소리로 음악이 고조된다]
아...
아...
[음악이 커지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놀란 호흡]
무슨 짓을 한 거야?
[북소리와 함께 미스터리한 음악]
그렇게 하나씩 늙어가길 바라요
다시 만나지 맙시다
[풍경이 울린다] [북소리와 함께 이상한 효과음]
오빠?
어, 안 잤어?
어디 갔다 온 거야? 응? 무슨 일 있었어?
최서린, 나타나지 않을 거야
어?
[미스터리한 음악과 효과음]
[불길한 속삭임]
베키는 안 이랬는데?
이건 아니야
[다급한 호흡]
[종이 계속 넘기는 소리]
[병 내려놓는 소리]
[불길한 속삭임이 계속된다]
[불길한 음악]
[힘든 듯 헉헉댄다]
[백희 한숨]
[목소리가 안 나와 속삭이듯] (분이) 사약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빌었습니다
[작게 신음]
(명소) 너의 간절한 소원이 들어간 반지인데 내 살에 닿아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백희 신음]
(분이) 죽지 마세요
[백희 작게 신음]
죽지 않으마
절대로
영원히
[징이 울리는 듯한 기이한 소리]
[신음]
[비명을 지르며 헉헉거린다]
[휴대폰이 울린다]
[헐떡인다]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작게 신음]
[신음하며 헐떡인다]
해라 씨
예, 선생님
저...
제가 방금 좀 이상한 꿈을 꿨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요
아마
나도 같은 걸 봤을 거예요
지금 잠시 뵈러 가도 될까요?
해라야
어서 와요
응
제가 꾼 꿈요...
선생님도 보신 거예요?
분이의 소원이 들어간 반지라서 죽지 않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영원히 사는 건가요?
아니야
그건
해라 탓이 아니야
[문 열리는 소리와 발소리]
너와 인연이 끊어져야 그 사람도 제자리로 돌아와
네가 옆에 있는 한, 그 사람은 우리 같은 존재로 살아야 돼
당장 나가!
[불길한 쇳소리]
저걸 왜 베키가 갖고 있어?
돌려줘요
그거 왜 그런 거야?
고쳐줘요, 이거
베키 손은 안 그렇잖아 왜 나만 이래?
당신 나이로 돌아가는 벌을 받은 거겠지
[북소리와 긴장되는 음악]
너 때문이야
아...
[백희 힘쓰는 호흡]
아...
[헐떡이며] (백희) 이제 그만해!
이제 그만하고 제발 끝내!
[불길한 속삭임]
왜 내 편은 없는 거야?
- 왜! - 아으윽!
[바람 소리]
(백희) 으! 억!
[괴로운 듯 신음]
이제 정말
괴... 괴물이 됐구나
장터 거지 딸로 살게 하지 그랬어
[백희가 헐떡인다]
그래
차라리 날 죽여 날 죽여...
네 원을 풀어!
[백희 신음]
[날아가서 떨어지는 소리]
[쿵]
아...
[털썩]
[주제곡]
[헉헉거리다 멈춘다]
어? 선생님?
[칼을 빼는 소리]
[힘쓰는 호흡]
[힘쓰는 호흡]
[해라 신음]
널 죽여버리겠어
[신음]
[문이 열린다] 당신 미쳤어?
[신음]
[헐떡이는 호흡]
[괴로운 듯] 아!
아!
[힘든 듯 신음]
[날카로운 쇳소리와 바람 소리]
[날카로운 쇳소리]
[힘을 빼며 숨을 내쉰다] [샤론 신음]
[수호가 작게 헉헉거린다]
[작은 쇳소리와 울리는 음향]
[미스터리한 음악]
[불길한 속삭임]
[놀라 숨을 내쉰다]
[불길한 속삭임]
[힘들게 호흡]
[숨을 몰아쉬며] 괜찮아?
선생님
선생님
[슬픈 음악]
모든 게...
다 끝났다
수호
네, 선생님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생님
[흐느낀다]
선생님
[길게 심호흡한다]
선생님
[감동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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