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2
가르쳐 줘요
가르쳐 달라고요!
(남자1) 자식, 그렇게 신기하냐?
네, 신기합니다
(남자1) 이놈아, 각도, 각도!
침 가는 김에 네놈 마음도 부지런히 갈아
의원이랑 침이
마음적으로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 이 말이여
의원이 삿된 마음을 품으면 침이 알겄어, 모르겄어?
[캑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괴로운 숨소리]
[놀란 신음]
[아파하는 신음]
[방귀를 뿡 뀐다]
[한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하라 모) 이게 무슨 소리야?
애가 사라지다니!
네가 이번에 바뀌었다는 주치의야?
(연경) 네, 그렇습...
[간병인의 놀란 숨소리]
(민재) 아, 사모님 [하라 모가 씩씩거린다]
대체 병원에서 환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수술 전날 애가 사라져?
(하라 모) 당장 찾아와
내 딸 잘못되면 너
의사 생활 끝인 줄 알아
[하라 모의 거친 숨소리]
[민재가 중얼거린다]
[민재의 한숨]
(민재) 아, 어떡해
아, 아프시겠다
오하라 얼마나 됐니?
입원한 지는 며칠 됐고요
저분이 오하라 어머니신데
(민재) 저희 병원 이사장님 사모님이랑 친구시고 또...
오하라 나간 지 얼마나 됐냐고?
아이, 그게 한 30분쯤
너 근데 이제야...
심장병 환자야, 무슨 뜻인지 몰라?
알죠, 잘 알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랄까
(민재) 아니지, 뭐 폭탄은 멈추는 거고 심장은...
야, 그, 아직 안 왔나 봐?
(민재) 누구, 오하라요?
네, 아, 아직...
걔 말고, 그 숨바꼭질 단서
지금쯤 올 때 됐는데
너 뭔 소리야? [휴대 전화 알림음]
(만수) 왔구나 [손가락을 딱 튕긴다]
[영상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만수와 민재의 탄성]
(만수) 뭐야, 이 여자? 누구야?
[의미심장한 음악] (연경) 이거 뭐야, 누가 찍은 거야?
(민재) 자, 잠깐, 이거 선배 아니에요?
(민재) 어제...
(만수) [웃으며] 야, 너 대박, 야, 대박이다, 너
너 밖에서 이러고 노냐?
아, 근데 여기 접때 내가 오하라 찾았던 거긴데
(민재) 뭐야, 그럼
선배, 이 복장으로 거기...
오하라도 클럽에?
아, 걔 이런 데 다니면 안 되는데 [휴대 전화 알림음]
(하라)
(만수) 야, 너 오라는데?
그때랑 똑같이 입고
야시시하게
내가 미쳤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
빨리 안 튀어 가?
아, 근데 심장병 환자잖아요 제가 그...
나도 네가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한숨]
오하라 이 쪼끄만 게 진짜
[의미심장한 음악]
저, 아저씨 혹시 이런 여자애 본 적 있어요?
(연경) 중학교 2학년 여자애인데
클럽에서 일하시는 분 아니에요?
명찰이 없네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 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경) 선일아
내 환자인데 오늘 여기서 본 적 있니?
못 본 거 같은데요
[연경의 한숨]
(연경) 어, 나, 아직 소식 없어?
[한숨]
이쪽도 아직
네가 지금 내 옷을 궁금해할 때야?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다시 통화해
[한숨]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오하라?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이봐요, 미쳤어요?
(연경) 비켜요 [허임의 놀라는 신음]
신혜병원 흉부외과 의사 최연경입니다
보호자 되세요?
아, 네, 제가 여자 친구예요
제가 환자 상태를 좀 보겠습니다
(여자) 네
아니, 우리 오빠가 멀쩡히 춤추다가 나와서는 [긴장되는 음악]
갑자기 막 가슴을 잡고 쓰러졌어요
119는요?
(남자2) 아, 제가 불렀어요, 지금 오고 있어요
(연경) 왼쪽 폐 소리가 안 들려요 긴장성 기흉인 것 같습니다
(여자) 그게 뭔데요?
흉강에 공기가 차서 폐와 심장을 누르고 있어요
(연경) 맥박도 잘 안 잡히고
지금 바로 공기를 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탄식]
[환자의 힘겨운 숨소리]
[바람이 솨 빠져나온다]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탄성]
(허임) 참으로 놀라운 여인이다
저 의술은 또 뭐란 말인가
일단 급한 위기는 넘겼습니다
[사이렌이 울린다] (연경) 구급차 오면 병원으로 옮겨서...
[타이어 마찰음]
(연경) 신혜병원으로 가 주세요
연락하고 뒤따라가겠습니다
(구급대원1) 네, 보호자세요?
- (여자) 네 - (구급대원1) 보호자분 타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오하라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허임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왜요, 뭐 할 말 있어요?
뉘시오?
신혜병원 흉부외과 최연경이라고요 아까 못 들었어요?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하면 처자는 그, 기녀가 아니고
의녀요?
이봐요, 나 의사 맞고 내가 지금 좀 급해요
그러니까 비켜요
(허임) 하면 여인도 의원이 될 수 있단 말이오?
아, 뭐래
아, 그러면 그 말도 없이 달리는 요상한 그, 수레 같은 건
병자를 싣고 어디로 간 것이오?
영업이든 작업이든 때와 사람을 봐 가면서
오케이?
(허임) 아, 이보오
[아파하는 신음]
여인네가 저리 포악해서
아, 이보오!
[경쾌한 음악] (연경) 어, 민재야
[허임이 연경을 부른다] 구급차 5분 안에 도착할 거야
[연경이 통화한다] 그, 잠깐 거기 서 보시오
(연경) 응급 처치 한 거 공기 잘 빠져서 폐가 잘 펴졌는지 좀 확인해 봐
이보오, 이보오!
(허임)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너 그 얘기를 왜 이제 해?
[자전거 벨이 울린다] (허임) 궁금한 것이 있어 그렇소
[허임의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구시렁거린다]
[자동차 경적] [놀란 신음]
(허임) 아이씨
[구시렁거린다]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삐 소리가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거친 숨소리]
[삐 소리가 울린다] (버스 기사) 야, 이 새끼야, 또라이 같은 새끼야!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가쁜 숨소리] 너 당장 일로 와
[연경이 털썩 쓰러진다] 너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씨
뭐야?
사고는 여기서 날 뻔했는데 왜 사람이 쓰러져 있어? [어두운 음악]
아, 예, 거기 119죠?
아, 예, 예, 여기...
(허임)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정신 차려 보시오, 이보오!
에헤, 참
[맥박 효과음]
성미는 불같이 급하더니 기가 이리 약해서야
[의미심장한 음악]
(허임) 이 맥은? [맥박 효과음]
이 여인은 대체...
이봐요, 미쳤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3) 행색도 이상하고 이상한 사람 같아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4) 아, 여기, 여기, 여기
(구급대원1) 어? 아까 그 의사분?
아니, 금방 뒤따라온다더니 어쩌다
혹시 보호자세요?
- (구급대원1) 보호자세요? - (여자) 네
(구급대원1) 보호자분 타세요
그렇소, 내 이 여인의 보호자요
(구급대원1) 네, 일단 병원으로 옮길게요, 예
보호자분도 타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허임의 거친 숨소리]
[허임이 캑캑거린다]
[허임의 당황한 신음]
(구급대원1) 어디 불편...
[거친 숨소리]
난, 난 괜찮소, 난 괜찮소이다
[구급대원1의 놀란 신음]
(구급대원1) 어, 괜찮, 괜찮으세요?
(허임) 괜찮...
[거친 숨소리]
[허임이 구역질한다] (민재) 선배!
선배, 선배!
(민재) 우리 선배 왜 이래요?
이 누님이 이렇게 쉽게 쓰러지고 그럴 누님이 아닌데
어디 다치거나 깨진 데는 없어요?
(구급대원1) 네, 발견 당시 의식은...
(허임) 그 처자 잠시 혼절한 거니 걱정할 거 없소이다
내 바로 깨어나게 할 수도 있었으나
왠지 여기서 그랬다간 경을 칠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병자 상태가 화급을 다툴 만큼 중한 것 같지 않아 그냥 뒀소!
(민재) 누구... [허임이 구역질한다]
(구급대원1) 거기 자칭 보호자라고 우기시는 분
안으로 따라오세요
(민재) 네? 보호자요?
(구급대원1) 하, 예, 뭐, 보호자라는데 뭐 하는 분인지...
(허임) 아휴, 내 멀미가 심해 말도 잘 안 타는 사람인데
아휴, 병원이라는 데 오는 길이 이리 거칠고 험해서야
[콜록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성치 않은 병자들이 이곳을...
[웅장한 음악]
(황 교수) 저 튜브는 뭐냐?
(만수) 아마도 그 삽관 세트에 들어 있는 튜브를 잘라서...
[만수의 탄성] (황 교수) 밖에, 길바닥에서?
그 왜, 맨날 들고 다니는 까만 가방
와, 그래도 저런 것까지
언제, 어디서, 어떤 환자를 만날지 모른다고
[황 교수의 헛기침] (만수) 참 나
워낙 응급 처치가 잘돼서 흉관 교체만 해 주면 문제없을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그 쌤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황 교수의 헛기침]
(여자) 근데 이 흉관 교체요 이것도 그 쌤이 해 주시면 안 돼요?
(의사) 그 쌤, 지금 들어오고 있답니다
(여자) 아, 감사합니다
(함께) 하나, 둘, 셋
(민재) 선배, 선배!
- 교수님 - (황 교수) 응?
그 쌤 흉관 교체 어렵겠는데요
뭐?
쟨, 쟨 또 꼴이 왜 저래, 저거?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아니, 밖은 이렇게 푹푹 찌는데
어휴, 여긴 어디서 이렇게 한풍이
병원
[놀라는 신음]
[에어컨 바람이 솨 나온다]
[허임의 탄성]
[기분 좋은 신음]
(만수) 뭐, 보호자? 보호자 누구?
(민재) 그건 저도 잘...
젊은 남자던데요
(간호사1) 오빠인가?
아니면 남동생?
무남독녀 외동딸
혹시 남친?
- (민재) 네? - (간호사1) 남친요?
(만수) [웃으며] 야, 와, 최연경, 이거
그런 거였어?
그래서 이렇게 클럽 가고 이야, 옷도 야시시
누군 일하고... [민재의 놀란 신음]
저, 저, 저기 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어?
[코웃음 치며] 최연경 취향 참
쟤 좀 이상한...
(민재) 저, 누구...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 아, 그, 나는 병자가 아니고 그...
오, 저기, 저, 저
저 여인의 보호자요
아니, 그러니까 저 여인
아니, 저 처자
(민재) 아니, 우리 연경 선배랑 어떤 관계시냐고요
(간호사1) 진짜 연경 쌤 남친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남친?
친분 있는 남자
혹은 친절을 베푼 남자를 말함인가
씁, 뭐가 됐든... [혀를 찬다]
[헛기침]
그렇소, 내가 저 여인의 남친이오
[개구리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떨리는 숨소리]
(민재) 선배, 깼어요?
[연경의 가쁜 숨소리]
왜요, 어디 안 좋아요?
어떻게 된 거야?
- (민재) 네? - 내가 왜 여기 있어?
선배 길거리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에 엄청 충격받아 졸도하셨고요
(연경) 기흉 환자
그 환자 어떻게 됐어?
하, 진짜 선배는 이 와중에도
선배 응급 처치가 너무 완벽해서
흉관 교체만 하고 바로 입원실 올렸습니다
[안도하는 한숨]
오하라는?
괜찮아?
아, 그럼, 괜찮죠
괜히 선배만 개고생시키고, 쯧 나쁜 계집애
지금 남 걱정할 때 아니거든요?
(민재) 아휴, 선배 무려 졸도하셨었거든요
(연경) 호들갑 떨지 마, 별거 아니야
아, 맞는다, 그 선배 남친
(민재) 하, 근데 어디 갔지?
좀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그건 또 뭔 소리야, 뭐, 남친?
그렇죠, 아니죠?
와, 진짜 내가 완전 깜놀
(민재) 아, 글쎄 어떤 사람이 선배 보호자라고 같이 왔는데
뭐, 혹시 생명의 은인인가?
뭐, 암튼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니까 선배 남친이라고 막...
[헛웃음]
아, 선배
(연경) 어디 있는데?
[신발을 탁 집어 든다] 내 남친이자 보호자이자, 어?
생명의 은인인 그 인간
[익살스러운 음악] [민재의 한숨]
[안내 음성]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하여 황색 선 안쪽으로 탑승하여 주십시오
[탄성]
[트림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허임의 놀란 신음]
이보오, 이리 오너라!
이보오, 여기 사람이 갇혔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보오! [엘리베이터 작동음]
[겁먹은 신음]
아, 이거, 염병, 씨, 아이
[허임의 겁먹은 신음]
여기 사람이 갇혔소!
죽을죄를 지었소이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허임의 겁먹은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이곳에선 여인네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의녀도 의원도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한숨]
(민재) 병원 옥상 정원에서 놀고 있었대요
병원 밖으로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니까요
(연경) [한숨 쉬며] 쌤이 한 방 먹었네?
아, 어머니까지 두 방인가?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는데 또 그런 장난 쳤다간...
그랬다간 뭐?
아, 죽는다?
(하라) 아, 그래, 뭐, 그거 잘됐네
어차피 죽을 건데
나가
아줌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걱정 마, 너 안 죽어
(연경) 그리고 나 아줌마 아니고 의사거든?
네가 병원에 온 이상
그리고 내 환자가 된 이상 [기계 조작음]
널 살려야 하는 게 내 의무고 책임이고
내가 월급 받는 이유야
그러니까
내가 너 꼭 살려
[잔잔한 음악]
저녁 8시 이후에는 물도 마시면 안 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꼼짝 말고 푹 자고
아침에 보자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재수탱이
발암 캐릭 [문이 드르륵 닫힌다]
[피식 웃는다]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연경) 어휴, 배고파
[한숨]
[간호사들이 킥킥거린다]
(간호사들) 안녕하세요
(간호사2) 최 선생님 남친 봤어?
(간호사3) 나 청학동에서 온 줄 알았잖아
(간호사2) 어유, 야
(민재) 누님 잠든 사이에
그 누님 남친 소문 쫙
대체 어디 있니, 그 또라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 아유, 터가 안 좋나? 아휴
가만있어 보자
내 어디까지 했더라
[긴장되는 음악]
[허임의 떨리는 숨소리]
[선조의 성난 숨소리]
(허임) 전하, 소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전하
전하, 전하!
(찬성) 네 이놈!
네놈이 역심을 품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돌팔이 실력으로 감히 대전에 들 생각을 했단 말이냐!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역심이라니, 당치 않으십니다요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다시 한번 기회를!
[찬성의 헛웃음]
네놈이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 감이 안 잡히는 게로구나
(찬성) 여봐라! 당장 저놈을 옥에 가두지 않고 뭣들 하느냐!
(금군들) 예!
[당황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아파하는 신음]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못마땅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너 그게 어떤 기회였는지 아느냐?
내가, 이 허임이 장장 10년 만에
[한숨]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지금쯤 대궐에서
전하 옆에...
(허임) 아이!
아니, 내가 그때 어쩌자고 이런 놈의 도구를 가지고...
이 간악한, 이 재수 옴 붙은 놈!
꼴도 보기 싫다, 이놈아
[한숨]
남친인지 또라이인지 되게 신경 쓰이네, 정말
[한숨]
[쓸쓸한 음악] [허임의 한숨]
(허임) 죽다 살아나 보니
저승도 이승도 아닌 400년 후의 조선 땅이라
하, 그 듣도 보도 못한 의술에
여인도 의원이 되는 경천동지할 세상이라
대관절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허임) 아, 이보오, 이보오!
그, 관노시오?
뭐요?
(허임) [웃으며] 아, 그러니까, 그
천출이냐 물었소
(청소부) 천, 뭐?
아, 그게 뭐여?
나 여기 정규직 직원인디
정규직
하면 여기 의원, 그...
의사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신분이라든가
의사들?
아, 최고로 잘나고 똑똑한 분들이제
(청소부) 아, 그랑께 사람들이 그냥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떠받들고 그라제
- 하면 돈도... - (청소부) 아, 돈?
(청소부) 아, 많이 벌제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떵떵거리게 벌제
그러면 그 침을, 침을 놓는 그...
(청소부) 아이고, 아이, 비켜요!
바빠 죽겄는데, 별... 아, 비켜요!
[웃음]
(허임) 우리가 아직은 이별할 때가 아닌 듯싶구나
[입바람을 후 분다]
내 좀 더 상황을 면밀히 살핀 후에 결정할 터이니
그때까지 조용히 자숙하고 있거라
[화살이 쉭 날아온다]
[의아한 숨소리]
분명히 두 대를 맞았는데
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헛웃음]
(허임) 아니, 가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참 나, 염병
화살은 왜 쏴?
도망질 좀 했기로서니 앞뒤 없이 막 쏴?
그것도 두 대나, 허, 참
내 뭐 그리 죽을죄를 지었나
(진오) 허임 그자가 화살을 맞고 사라졌단 말이냐?
(충호) 뒤쫓던 금군들 말로는
분명 화살을 맞고 물속으로 떨어진 걸 보았사온데
아무리 뒤져 봐도 흔적이 없답니다
활은, 활은 누가 쐈다더냐?
숲에서 날아왔다는데 그 역시 찾지 못했다 합니다
[진오의 생각하는 신음]
(진오) 평소 행실이 오죽했으면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을꼬
[혀를 찬다]
그리 천지 분간 못 가리고 오만방자를 떨더니
[피식 웃는다]
전하 앞에서 침 든 손을 벌벌 떨었다?
그 꼴이 아주 볼만했겠구나
[진오의 웃음]
대전에 허준 영감을 파직하고
유배 보내야 한다는 상소가 빗발치고 있답니다
음, 하긴
영감이 천거한 자가 전하를 능멸하고 도주까지 했으니
뭐, 별수 있겠느냐
다 자초한 일인 것을
(진오) 이제야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구나
[진오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검은 사내) 분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화살이 쉭 날아간다]
(허준) 그래, 애썼다
(검은 사내) 하면 이제 영감마님은...
활시위를 당겼으니 이제 모든 게 그 아이에게 달린 일
그놈이 죽어 오든 내가 죽어 나가든
그저 기다릴밖에
"혜민서"
(남자5) 언제 오신다는 거야?
(남자6) 허 의원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요?
(권지) 아, 글쎄, 내가 몇 번을 말해!
허 의원은 사정이 있어서 오늘 못 나온다는데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7) 아, 이것이 뭔 일이래요
허 의원님은 여적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남자8) 그러게요
(남자6) 그려, 하루라도 혜민서를 비운 적이 없는 분이
어디가 편찮으십니까요?
[버럭 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6의 놀란 신음]
(금군) 허임이 여기 있느냐?
어, 허 의원은 어제 아침 입궐한 뒤로
아직 오질 않았사옵니다
몰래 숨어 들어왔을지도 모르니 샅샅이 뒤져라!
(금군들) 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7) 이게 뭔 일이래요?
(남자6) 허 의원이 죄를 지은 겨?
[사람들의 놀란 신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막개) 어?
[막개의 놀란 신음]
우리 허 의원님의 소중한 구침들인데
의원님
어디 계세요
참봉, 참봉, 허 참봉 나리
얼른 벌떡 일어나셔요!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이 인간이 내 남친?
(민재) 네, 이 사람이
아니, 이 자식이, 쯧 선배 아는 자식이에요?
(연경) 혹시 나한테 침놨단 얘기는 안 하던?
(민재) 침요?
아, 이분 한의사세요?
(연경) 일차적인 소견으로는 클럽 삐끼
뭐, 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 봐야 알겠고
(민재) 삐끼? 그럼 뭐야, 음
설마 허준?
[간호사1이 피식 웃는다]
이런 가발은 또 어디서 구했대?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졸린 목소리로] 깨우지 말거라
허 의원님 고단하다
(민재) [손을 딱 튕기며] 맞네, 허 의원
허준 의원
(허임) 막개야
내 꿈을 꿨는데
어찌나 정신이 사납고 번잡하던지
근데 거기서 한 여인을 만났는데
내 태어나서 그리 자태가 고운 여인은 처음 봤단다
[웃으며] 너도 같이 봤으면 정말...
혹시 그 여인이 나니?
그 여인이 왜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놀란 신음]
꿈이, 꿈이 아니야
(허임) 어? 그 처자
아유, 갑자기 사라져서 내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오?
아,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해 줘야 할 것 아니오
[웃음]
내 그대 근심에 밤새 한숨도 못 잤소이다
괜찮으시오?
[연경의 헛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 머리 좀 어떻게 좀...
아, 워낙 경황이 없다 보니 못 볼 꼴을 보였소
(허임) 사람이 머리털을 묶어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것이 도리임을 모르지 않으나
자는 동안만이라도 이리 거풍을 해 줘야
우리 몸에 양기가 통하는 경락이 열리는지라
실은 여기 사람들의 머리털을 보고 좀 놀랐소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였거늘
성리학의 법도가 이리도 관대해졌나 보오
이만하면 되었소?
됐고요
됐구나 [웃음]
(연경) 내가 지금 좀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빨리 끝내죠
우선 어제 119에 신고하고 병원까지 데려다준 거
고맙게 생각해요, 생각하는데
(허임) 입고 있는 옷이 여기 의원 그러니까 의사들이 입는 의복이오?
한결 간결하니 멋스럽고 좋소이다
[허임의 웃음] 뭐, 남친?
(연경) 보호자?
그런 뻥은 왜 쳐요?
듣자 하니 여기 의사들이 떵떵거리고 돈도 많이 번다고 하던데
하면... [연경의 헛웃음]
아, 사례금을 달라?
아니, 그, 그리 들렸소? [멋쩍은 웃음]
내 급전이 필요한 처지인 줄은 어찌 알고
하나 내가 원래 돈이 궁한 사람이 아니오
갑작스럽게 이렇게 건너오다 보니까 노잣돈 한 푼도 없이 이렇게
[허임의 멋쩍은 웃음] (연경) 차비도 없으시고
그래, 얼마나요?
내 이곳 물정을 잘 몰라서 그런데 넉넉하게 백 냥 정도면 [연경이 돈을 쓱쓱 센다]
백만 원?
너무 많은 것 같고 한 쉰 냥?
아니, 그쪽 일하는 데가 어디예요?
보보는 아닌 것 같고
(연경) 클럽 노즈? 아테나?
쉬, 쉰 냥 정도면...
(연경) 이봐요, 또라이 삐끼 씨
그쪽 일하는 데가 어디냐고 묻잖아요, 지금
아, 그, 내가 일하는 데...
- (허임) 혜... - 헤라!
(연경) 종로에 있는 헤라?
하, 참, 멀리서도 오셨네
멀리서 온 건 맞는데 헤라가 아니고
거기서도 당신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요?
알 턱이 있나
아, 이 정도면 이거 범죄인 거 몰라요?
성희롱에 스토커로 확 신고해 드려요?
[휴대 전화 벨 소리]
(연경) 어, 민재, 금방 올라가
됐거든? 관심 꺼라
(허임) 아니, 누구랑 얘기를 하고 계시오?
[휴대 전화 조작음]
내가 어제 일을 생각해서 넘어갈 테니까
이쯤에서 그만하고 돌아가시죠
- 아니, 그... - (연경) 계속 귀찮게 하면
진짜로 경찰에 신고합니다
아시겠어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아...
여기 국밥 한 그릇이 얼마...
다섯 냥?
[카드 인식음]
밥 샀으니까 이걸로 어제 일은 퉁
됐죠?
아, 퉁, 고맙소
내 신세는 후일에 꼭 갚...
아, 이보오, 어디 가시오?
(직원1) 다음 분!
(민재) 오하라 님, 수술실로 이동하시겠습니다
(간병인) 아, 아, 나 좀 봐
기다리다가 깜빡...
어머, 얘가 어디 갔대? [흥미진진한 음악]
어? 아니, 아니, 얘가 또 어딜 간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이고, 막개 그놈
흰쌀밥에 고기반찬 먹는 게 소원인 놈인데, 참
[심호흡]
[만족스러운 숨소리]
같이 한술 뜨자꾸나
[휴대 전화 알림음]
이게 뭐야?
(허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에이, 안 된다고...
(연경) 오하라,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니?
(허임) 어, 왔소? 여기 찬이 맛이 아주 오묘한 게...
오하라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아, 배불러
아저씨, 생큐
[연경의 한숨]
[식기를 탁 내려놓는다]
[허임의 힘주는 신음]
(연경) 뭐 하는 짓이에요, 안 비켜요?
말을 해 보시오
대관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리 화를 내시오?
궁금해요?
궁금하니 묻지 않소
수술 앞둔 환자한테 음식을 먹였어요, 누가?
또라이 삐끼 씨 당신이
그게 무슨 뜻인데 대관절 자꾸 그리 부르시오
덕분에 그 아이 오늘 수술 못 할지도 몰라요
당장 수술 못 받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연경) 밥 다 먹었죠?
그럼 당장 병원에서 나가요
다시 한번 내 눈앞에 띄면 그땐 정말로 말로 안 끝납니다
그, 천, 천천히 먹거라, 그...
그러다가 체한다니까
에헤, 천천히 먹으라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맥박 효과음]
멈추시오!
이보오!
병자에게 병증에 맞게 음식을 가려 먹여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소
(허임) 해서 그 소녀가 되도록이면
기름진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내 말렸소이다
그 소녀 심장이 안 좋은 거 아니오?
그새 별 얘기를 다 했네
하, 저기요
비록 내 수술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하나
그냥 아이가 허기진 듯하여 음식을 나눠 준 것뿐이오
그것이 여기선 죄가 된단 말이오?
그런 죄를 지으면 여기선 어떤 형벌을 받소이까?
곤장 백 대?
유배를 가거나 참형을 당하기라도 한답니까?
[헛웃음]
아,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이보오
(허임) 아, 내 그대에게 성을 낸 것이 아니라
그, 좀 노여움을 풀고
다른 데 가서 잠시 이야기를 좀 합시다
내 그대에게...
(연경) 뭐, 유배? 곤장?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헛웃음]
와, 내가 어쩌다 이런 또라이랑 [휴대 전화 벨 소리]
[허임의 다급한 신음] 어, 나
이보오, 이보오, 처자!
내 얘기는 그런 것이 아니고
아, 이보오!
(연경) 어, 지금 가고 있어
오하라 수술은?
- 어떻게 하기로 했어? - (구급대원2) 비키세요, 비키세요!
(간호사4) TA 환자입니다, 비켜 주세요!
(구급대원2) 비켜 주세요!
긴급 TA 환자입니다!
[삐 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음악]
[어두운 음악]
갑자기 왜 이래
그게 다 뭐야?
(허임) 괜찮... [연경의 비명]
[리드미컬한 음악]
[허임의 당황한 신음]
(연경) 미쳤어요?
변태예요?
어딜 따라 들어와요?
병자를 돌보는 의원의 안색이 어찌 그리 병자 같소?
[경쾌한 음악]
(허임) 혹,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소?
자주 체증이 있다거나 속이 답답한 증세는?
불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자주 있소이까?
나한테 왜 이래요?
원하는 게 뭐냐고요, 대체
- 손목 좀 주시오 - 뭐라고요?
(허임) 내 그대에게 궁금한 것이 많소이다
어제 그대에게 일어난 일이며 그대가 혼절한 새에 내가 짚었던 그 맥
잠시면 되오
제아무리 뛰어난 명의라 한들
자신 스스로를 진단하고 치료하기는 어려운 법이오
[맥박 효과음] [잔잔한 음악]
[잔잔한 음악이 늘어진다] 이 맥은...
이거였네
[익살스러운 음악] 이거였어?
이 인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지금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 팔, 팔, 팔
(연경) 어, 아주 잘됐어, 어? 딱 기다려
[허임의 놀란 신음] 우리 과가 아무래도 양아치 상대할 일이 좀 많거든
(허임) 오해...
(연경) 여보세요, 보안실이죠?
[아파하는 신음]
(허임) 아이, 왜 이러시오
어, 왜 이러시오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보안 직원1) 와, 요새 병원 노숙자가 있다더니
또 들어오면 그땐 경찰에 넘길 줄 알아요
어찌 된 세상이 자초지종은 듣지도 않고
[뻐근한 신음]
[숨을 들이켠다]
어허, 그 여인 참
(황 교수) 너 잘하는 짓이다, 응?
너 어디 가서 뭐 하다 이제 왔냐?
남친이랑 놀다 왔냐?
(황 교수) 네 남친 병원에 와 있다며
수술 빵꾸 내고서 남친이랑 노니까 좋더냐?
[헛기침]
남친 아닙니다, 교수님
[황 교수의 헛기침] 오하라 수술 미뤄집니까?
아, 그럼 위에 빵빵하게 음식물 들어차 있는 환자
전신 마취 하고 수술할래?
(황 교수) 너 그러다 역류돼 가지고 기도라도 막히면 네가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황 교수) 고작 15살짜리 여자애 하나 컨트롤 못 해 가지고서는
아, 왜, 감당 못 할 거 같으면 도로 바꿔 줘?
아닙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환자 하나 제대로 케어 못 하는 게 무슨 의사라고, 씨
(황 교수) 넌 인마, 하여튼 저 그게 문제야, 그게
아휴, 씨, 쯧
[작은 목소리로] 아휴, 잘하자
[황 교수의 헛기침]
원샷
[의미심장한 음악]
(연경) 주치의 최연경입니다
들으셨겠지만 오늘 수술은...
(하라 모) 들었지, 그럼
음, 죄송할 거 없어요
막말로 최 선생이 싫다는 애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갑시다
수술 스케줄은 이번 주 내로 다시 조정해서...
(하라 모) 어, 그것도 들었고
최 선생이 수술 때까지
우리 애 좀 잘 좀 케어해 봐요
그래야죠, 제 일인데
실력은 좋다더니
어떻게 애 비위 하나를 못 맞춰 가지고
(하라 모) 수고해요, 그럼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민재) 들어가세요
괜찮아요?
(연경) 바이털 어때요?
혈압 100에 60이고 심박수는 110입니다
맥박이 높네
홀터 채워서 다시 체크해 봐
네
오하라, 들었지?
(연경) 내가 널 잘 케어하고 네 비위도 잘 맞춰야 한다네?
근데 내가 환자 비위 맞추고 이러는 데 영 소질이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
뭐야, 무슨 짓이야?
환자 운동 좀 시켜 주세요
(연경)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10분만요
공원 나가실 때 저 휠체어 태워서 나가시고요
네, 네
나 잘 거야
안 돼
(연경) 너 아까 고기 먹었잖아
지금 이대로 자면 위에 부담 가고 컨디션 나빠져
나빠지든 말든 아줌마가 무슨 상관인데
놔둬, 그냥 나 죽게 놔두라고
그렇게는 못 하지, 의사가
그리고 아줌마 아니고 선생님
[헛웃음]
나가, 나가라고, 씨
[하라가 구시렁거린다] [간병인의 한숨]
[한숨]
이게 그 무섭다는 중2병이구나
이건 내 전공 분야가 아닌데 말이야
(연경) 아무래도 진료 매뉴얼에 따라서 이 정신과 쪽에다가...
[분한 신음]
[살짝 웃는다]
나갈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허임) 목이 마르니 물이라도 마시러...
(보안 직원2) 신고하기 전에 가시죠
[허임의 헛기침]
[허임이 코를 훌쩍인다]
(보안 직원1) 이 양반이 진짜...
저리 안 꺼져요?
어허, 이 사람들이
지나가던 과객이 물을 청하면
바가지에 잎을 띄워 주진 못할망정!
어찌 이리 매정하단 말이오!
(허임) 어허!
내 잠시 볼일이 있어서 들어가...
(보안 직원1) 아이...
[허임의 힘주는 신음]
이 사람이 진짜 [허임의 힘주는 신음]
(허임) 내 잠시...
[보안 직원들의 한숨] [허임의 못마땅한 신음]
(허임) 내 잠시만...
아저씨, 여기서 뭐 해요?
어? 고기 소녀!
(허임) 여긴 바퀴 달린 신통한 것들이 참으로 많구나
이건 이름이 무엇이냐?
(하라) 아, 뭐야, 휠체어도 몰라?
아저씨 누구예요? 이 옷은 또 뭐고
[허임의 멋쩍은 웃음]
(허임) 그러니까, 그...
내 너한테만 귀띔해 주는 말인데
실은...
나 의원이다!
[비웃음]
(허임) 어허, 이 처자가
아니, 이 소녀가
내 이래 봬도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얼마나 유명한...
(하라) 아저씨
(허임) 응?
연경 쌤이랑 무슨 사이?
아, 나 그 처자 남친이다, 남친
대박
덕분에 그 아이 오늘 수술 못 할지도 몰라요
당장 수술 못 받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 그...
오늘 수술이라는 걸 받았느냐
[헛웃음]
아니, 아저씨 때문에
[멋쩍은 웃음]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그것 때문에 그 처자에게 된통 혼쭐이 났단다
(허임) 걱정 말거라
그 처자 제법 실력 있는 의원이니
너를 필경 살려 줄 게다
의원이 하는 말이니 믿어 보거라
[허임의 웃음]
(연경) 살고 싶으세요?
그럼 그냥 여기 계세요
재수탱이
(간호사5) 어? 안녕하세요, 선생님
(연경) 안녕하세요
괜찮아
요새 무리를 좀 해서 그래
별거 아니야
[허임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저런 미친
(허임) 자, 이제 그만 연경 처자한테 가 보자꾸나
(하라) 아저씨, 잠깐만요!
(연경) 오하라!
(허임) [웃으며] 어, 처자
어, 여기요, 여기
[허임의 웃음]
[무거운 음악]
[놀란 신음]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연경의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연경) 오하라
[허임이 캑캑거린다]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너 괜찮아?
보다시피
그러게 왜 끼어들어 가지고
너 그럼 일부러 그런 거야?
(하라) 쌤 남친 좀 미친 듯
자기가 조선에서 온 의원이라나 뭐라나
멀쩡하게 생겼는데 안됐네
[허임의 다급한 신음]
어, 피
(허임) 피, 피...
어쩌겠소? 그...
같은 의원 된 자의 입장으로서
그대의 공교로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병자와 관련된 일은 곧 의원의 일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의원 된 자의 도리 아니겠소이까
하니 그, 그대가 나를 책임져 주는 것이
(허임) 다른 뜻의 책임이 아니...
[허임의 의아한 신음]
이것이 무엇이오?
[헛웃음]
(연경) 뼈에는 이상이 없네
앉아요
(허임) 그것은 무슨 침이오?
침 아니고 주사요
(연경) 항생제랑 파상풍
소매 좀 올릴게요
(허임) 아이, 그, 여인네가 이렇게
[허임의 수줍은 웃음]
간지럽소이다
[경쾌한 음악]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이건 또 뭐요?
(연경) 리도카인 국소 마취제요
[아파하는 신음]
그건 또 뭐요?
봉합해야죠
꿰, 꿰맨단 말이오, 지금?
(허임) 아이고, 저, 난 아직 주, 준비가 안 됐소
내 아직 그 정도로 이게 상처인지는 모르겠고
자,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허임의 겁먹은 신음]
(허임) 살가죽을 꿰매는데
통증이 하나도 없는 것이
[잔잔한 음악] 신기하오
쌤 남친 좀 미친 듯
자기가 조선에서 온 의원이라나 뭐라나
조선에선 이럴 때 어떻게 하는데요?
아, 일단은 오적골을 뿌려 피를 멈추게 한 후
춘란 뿌리 말린 것을 기름을 개어 상처에 바르고
(허임) 약효가 빨리 돌도록 침을 놓소이다
그리고 병자들에겐 삼칠근 가루를 먹이고
통증이 심할 땐
뽕나무 태운 재를 상처에 붙이는 방도도 있소
[허임의 웃음]
그쪽에서 일하는 데가 어디라고 했더라? 그...
- 헤... - 혜민서요
헤라가 아니고 혜민서
알아요, 그...
나라에서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서 치료해 주던 곳
쯧, 맞소이다
한데 어제 보니 오래전에 없어지고 없어...
혜민서를 아시오?
[허임의 놀란 신음]
하면 내 얘기를 믿어 주는 것이오?
[살짝 웃으며] 네, 뭐
[흥미진진한 음악]
[도구를 달그락거린다]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고맙소
[연경이 장갑을 탁 벗는다]
[연경이 장갑을 탁 벗는다]
(혜선) 조선? 혜민서? [연경이 장갑을 탁 던진다]
장난 아니고?
[한숨]
저도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뭐, 그, 매 순간 너무 진지하고
또 디테일도 구체적이고 또 사실적이라
나 또 이런 케이스는 처음 들어 보네?
처음 들어 보세요?
'마누라가 밤마다 딴 새끼 만나요'
'송중기가 나 스토킹해요'
(혜선) 기타 슈퍼맨, 아이언맨 각종 히어로물은 봤어도
혜민서 의원?
와
이거 진짜면 학계에 보고할 일이다, 얘
망상 장애의 새로운 사례로
망상 장애요?
그중에서도 과대망상
(혜선) 일단 한번 데려와 봐
뇌 질환이나 약물 후유증일 수 있으니까
정밀 검사를 할지 말지 보게
네
(연경) 저...
교수님
(혜선) 또 뭐 궁금한 거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어허, 참
(허임) 인체의 오장육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어찌 따로따로 치료를 한단 말인가
[한숨]
[숨을 들이켠다]
저기는 뭐 하는 곳이지?
(허임) 만나게 해 줄 사람 있다더니 여기는 왜...
[코를 훌쩍인다]
[긴장되는 음악]
[의아한 신음]
[놀란 신음]
(허임) 그, 이리 내거라
아유, 그거 그리 흔들 물건이 아니다
그, 어서, 아휴
아이, 염병, 씨
아이고, 소녀야!
(허임) 그게 그리 함부로 대할 물건이 아니다
아, 그, 이리 가져오너라, 어서
가져오너라
(허임) 안 된다, 그리 뛰면
[긴장되는 음악]
(연경) 뭐야, 어디 간 거야?
눈치채고 튀었나?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민재야
또?
(보안 직원3) 어? 저기 저 아이 아닙니까?
(연경) 맞아요
오하라, 왜 또 뛰고 있냐
(보안 직원3) 저 남잔 또 뭐야, 저거?
저 사람은 왜 또 저기...
(허임) 아이고, 너 그리 뛰면 안 된다니까
아니, 그, 심장에 무리가...
이리 오너라, 어서
(보안 직원3) 뭐야, 저거, 쟤 왜 저래?
아저씨, 저기 어디예요?
[거친 숨소리]
[콜록거린다]
[하라의 거친 숨소리]
어유, 이리 오너라
내 연경 처자에게 데려다주마
[무거운 음악]
[하라가 털썩 쓰러진다]
소녀야, 정신 좀 차려 보거라, 소녀야
여기 병자가 쓰러졌소!
아무도 없소?
(연경) 화면만 봐서는 몰라
일단 챙겨서 그쪽으로 와, 빨리
(보안 직원3) 거기 경찰서죠?
여기 신혜병원인데요
이보오!
하면 내가 해 보겠소이다!
난 분명히 얘기했소
[허임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봐요, 미쳤어요?
이 녀석, 이번엔 정신 바짝 차리거라
[무거운 음악]
(안내 방송 속 직원2) 코드 블루, 코드 블루
2층 중환자실 우측 복도 끝 응급 환자 발생
[흥미진진한 음악] 응급 환자 발생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허임) 정신이 드느냐?
편히 숨을 쉴 수 있겠느냐?
그러니 아까 내 그리 뛰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느냐
놔두지
나 그냥 죽게 놔두지
그냥 죽게 내버려 두세요
[힘겨운 목소리로] 가요
(연경) 오하라!
오!
(연경) 하라야, 괜찮아?
숨 쉬는 거 어때?
다른 데는?
다친 데 없고?
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재) 괜찮아요?
오하라 괜찮은 거예요, 선배?
(허임) 심장이 멈춘 것 때문이라면
내 돌려놓기는 했소만
아휴,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긴장되는 음악]
이런 미친 새끼
[연경의 거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허임) 이게 무엇이오?
(형사) 아따, 침으로 협박하셨구나
(허임) 이곳에서도 곤장을...
(재하) 최연경 살아 있나 그거 확인하러 왔다
어, 그...
(재숙) [놀라며] 똥?
(천술) 원, 세상에, 또 이런 일이
다신 안 옵니다
(명훈) 확실히 해!
[허임의 비명]
(허임) 의원으로 살다가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 줄 아느냐?
살리고 싶은 사람을 잃었을 때다
(연경) 약속한 건 꼭 지켜 [연경의 거친 숨소리]
살리겠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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