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3
(허임) 이보오!
하면 내가 해 보겠소이다!
[거친 숨소리]
(민재) 괜찮아요?
오하라 괜찮은 거예요, 선배?
(허임) 심장이 멈춘 것 때문이라면
내 돌려놓기는 했소만
아휴,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이런 미친 새끼
팔 좀 다친 게 그렇게 억울했니?
(연경) 그래서 복수라도 하려고 그랬어?
어떻게 애를 뛰게 만들어, 어떻게!
이렇게 미친놈인지 모르고 장단 맞춰 준 내가 미친년이지
내 환자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내 손으로 죽을 줄 알아 이 새끼야
(민재) 선배, 가요
[차분한 음악]
쌤 남친 잘못 없어요
(민재) 뭐야, 여기 왜 이래?
여기요
손가락 끝의 이거, 핏자국 아니에요?
[심전도계 비프음]
하, 미친 새끼 대체 애한테 뭔 짓을 한 거야?
- 홀터 모니터 - (민재) 네?
홀터 결과 가지고 오라고
(허임) 어, 왜 이러시오?
[어두운 음악] [허임의 놀라는 신음]
이게 무엇이오?
나가 너 님을 협박죄 현행범으로 체포 중입니다
(허임) 아니, 협, 협, 협박이라니, 그...
나는 위중한 병자에게 침을 쓴 것밖에 없소이다
아따, 침으로 협박하셨구나
(형사1) 긍께 왜 이 침을 여기서 쓰냐고요 [형사1이 수갑을 철컥 채운다]
써도 쩌그서 써야지
(허임) 쩌그?
(형사1) 싸게 갑시다
(허임) 아이, 잠, 잠깐만
- (허임) 내 얘기, 내 얘기도 들어 줘 - (형사1) 빨리 안 타?
(허임) 아이, 나는 못 타오 난 진짜 탈 수가 없소
이거 타면... [허임의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 보오
[사이렌이 울린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이거, 심정지인데
심정지 맞죠? [민재가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민재의 탄성] [밝은 음악]
선배가 심정지 온 거 살린 거예요, 지금
제세동기도 없이?
(허임) 심장이 멈춘 것 때문이라면
내 돌려놓기는 했소만
[헛웃음]
말도 안 돼
[빨리 감기 작동음]
- (연경) 거기요, 거기서부터요 - (보안 직원) 네
(보안 직원) 저 새끼 저거, 손에 뭐야, 저거?
와
뭐야, 침놔서 애를 살린 거야?
대박
저분 한의사예요?
[경찰서가 소란스럽다]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1) 놔, 놔!
(여자1) 야! [남자1이 소리친다]
(남자1) 인마!
야, 인마! [형사2가 취조한다]
아, 진짜! 아!
[형사1이 책상을 탁탁 친다]
집중 좀 합시다요, 집중
이름 [마우스 클릭음]
포졸 양반
병원에 연통을 좀 넣어 보시오
내가 이, 이곳에 올 만큼 잘못을 한 것이 없소이다
이름
허가, 임이오
(형사1)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허가임
[염소 울음 효과음]
사나이 이름 한번 화끈하네요잉
나이
꽃다운 청춘, 방년 서른이오
서른?
노안인개 벼?
동안이오
증 줘 보십시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 경진잡과, 경신생"
(허임) 그, 출생년이 적힌 거라 하지 않았소?
그, 내 이름도 있소
[형사1의 한숨] [명패를 탁 내려놓는다]
안 그래도 오늘 컨디션이 허벌 거시기한디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형사1의 신음]
꼼짝 말고 계쇼
[어두운 음악]
아플 거요, 아프겠지
나도 아프오
[한숨 쉬며] 허임이 사람 목숨 살려 놓고 이런 대접을...
[곤장을 탁 친다] (허임) 어유, 아이고
아이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혹 이곳에서도 곤장을...
- (천술) 빨리 따라와, 이놈아! - (사기꾼) 놔, 놔, 놔, 놔, 놔!
[사기꾼의 힘주는 신음] (천술) 이런 놈은
이거 그냥 아주 팔모가지를 분질러 놔야 써!
[사기꾼의 한숨] 젊은 놈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이런 가짜를 주고 사기를 쳐, 이놈아!
(사기꾼) 놔, 놔, 놔!
이 영감이 눈깔이 삐었나!
이게 왜 가짜야!
[손뼉을 짝짝 치며] 이거 진짜야, 진짜, 베트남산!
베트남산 1등급 자연산 침향!
(천술) 1등급 좋아하고 자빠졌네, 똥을 쌀 놈 [사기꾼의 한숨]
이놈아, 딱 봐도 그냥 약물로 구멍 뚫고, 응?
겉에다 기름을 처발랐구먼
영감이 봤어? 내가 처바르는 거 봤어?
(천술) 네 양심이, 양심이 봤다, 이놈아 네 양심이
이거 진짜라니까요
- 이거 가짜요 - 진짜요
- (허임) 가짜예요 - 거봐, 가짜
[익살스러운 효과음]
(연경) 그 인간 대체 뭐야?
[문이 드르륵 닫힌다]
(민재) 선배, 어디 갔다 와요?
(연경) 어, 잠깐, 오하라는?
(이연) 바이털 정상, 지금 막 잠들었고
놀랐겠다
(민재) 진짜 좀만 늦었어도
선배 진짜 완전 대단
내가 한 거 아니야
그럼 누가 했는데요?
그 미친놈
미친놈? 뭐, 아까 그 자식요?
(민재) 어떻게요, 뭘로요?
- 침으로 - (민재) 에이, 그게 말이 돼요?
(민재) 뭐야, 그럼 진짜 한의사야?
아니, 한의사라도 그렇지 무슨 침으로 심정지 환자를 살려?
확실해요? 최 선생은 좀 알 거 아니야
(민재) 뭘요?
선생님
오하라 좀 부탁드려요
(민재) 선배, 선배 또 어디 가요!
확인하러 가네
[경쾌한 음악] (허임) 침향이라 하면
응당 긴 세월 상처의 고통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생긴
웅크리고 비틀린 흔적이 있어야 하거늘
이리 맨들맨들해서야
이게 어디를 봐서 고통의 흔적이오?
야, 이 새끼야 네가 뭘 안다고 자꾸 껴들어!
[피식 웃으며] 그, 침향이란
[빨리 감기 효과음] (허임)
[빨리 감기 효과음] (허임)
(허임) 이 귀한 약재가 이곳에선 흔한가 싶어서 봤더니만
[허임의 웃음]
아니네
아, 이 자식...
(경찰) 이 사람 진짜, 갑시다, 가, 응?
- (경찰) 가, 어? - 야, 너 뭐야?
[경찰이 다그친다] (사기꾼) 너희들 짰지? 같은 편이지!
[손뼉을 탁탁 치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이거
[허임의 웃음]
(형사1) 이 잡범님께서 그새를 못 참고
이쪽, 이쪽!
(허임) 아, 그, 잠시만 그, 그게 아니고 내 말 좀...
(천술) 뭐? 잡, 어이, 자, 잡범?
[허임의 힘주는 신음] (형사1) 잠깐이고 나발이고 일단
손 들고 반성부터 좀 합시다잉? [허임이 말한다]
(허임) 잠시만
[무거운 음악]
(허임) 이게 무엇이오?
[맥박 효과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지난밤에 꽤나 무리를 하신 모양입니다
(형사1) 뭣이여?
(허임) 그, 아래쪽이 자꾸 당기는 게
사내의 기운을 너무 일시에 과하게 써서 오는...
이 양반이 뭘 잘못 드셨나
(형사1) 뭔 헛소리를
야, 이 새끼야, 너 어떻게 알았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가임?
[놀란 숨소리]
[한숨]
하기사
세상에 그런 일이 또 있으려고
[흥미진진한 음악] [형사1의 놀라는 신음]
[허임의 웃음]
(형사1) 나가 병원 가기 쪽팔려 갖고 [허임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한번 해 보긴 하겄는디
거시기 잘못되면 내 손에 뒈집니다
'노자온지'라
피곤하여 기가 허하면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는 뜻이오
어, 그, 포졸 나리 그...
(허임) 거기가 좀 많이 피곤한 상태라
[웃음]
아니, 아니여
(형사1) 나가 이런 듣보잡을 뭘 믿고, 씨
(허임) 어허 [형사1의 헛기침]
병자가 의원을 믿어야 의원도 제대로 침을 놓는 법
믿고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허임의 웃음]
[형사1의 신음]
돌리고
[탄성]
팽팽해지면 그때 다시 뽑고
[뻐근한 신음]
[형사1을 탁 치며] 다음은 무릎
(허임) [웃으며] 허리가 아주 이제 실해질 겁니다
이쪽, 이쪽...
오메!
[형사1의 아파하는 신음]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 왜 거기가...
이런, 씨
(형사1)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형사1의 아파하는 신음]
(형사1) 주민증도 없고 핸드폰이 뭔지도 모르고 지문도 안 나오고
지문이 안 나온다고요?
뭘 어떻게 했는지
(형사1) 양손 엄지, 검지가 번들번들 다 닳아 가지고 없데요?
[의미심장한 음악] 일단 나머지 손가락으로 신원 조회 넣어 놓기는 했는디
미친놈은 아닌 거 같고
- 안 미쳤소 - (연경) 그럼 사기꾼?
무면허 돌팔이?
이보시오, 사람을 어찌 보고
내 이래 봬도 조선에서...
열 손가락과 십 선혈, 맞죠?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 혈 자리
그걸 그대가 어찌 아시오?
그쪽은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나야 뭐, 스승님께 배웠소만
청출어람이라고 내 스승님을 일찌감치 뛰어넘어서...
(연경) 얼마나 배웠는데요?
3개월?
뭐, 한의사 자격증은 당연히 없겠고
지금 뭐 하는 거요?
나 문초하시오, 저 포졸처럼?
허가임 씨
내 이름은 허가임이 아니라...
당신 누구예요?
뭐 하는 사람인데 죽어 가는 내 환자를 침으로 살려요?
[한숨]
(허임) 내 이름은 허가임이 아니라
본가는 하양으로 성은 허요, 이름은 임이오
곡절은 알 길이 없으나 이곳에 오기 전
한양에 살던 조선 사람이었소
낮에는 혜민서에서 수십, 수백의 병자들을 돌보면서
아직 이보시오 얘기하고 있잖소! 그...
(허임) 당최 누구냐고 묻기에 대답하는 것뿐인데
이리 듣지도 않고 가 버리면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오
(연경) 장난을 치든 사기를 치든 말로 하는 거 좋아요, 좋은데
침이 장난이야?
사람 목숨이 장난이야?
(허임) 아, 내 무슨 장난을 쳤다고 이리 화를 내...
(연경) 아니, 어디서 야매로 몇 달 좀 배웠나 본데
그걸로 얻다 대고!
그러다 사람 진짜로 죽을 수 있다는 거 몰라요?
다신 그딴 짓 하지 말아요
한 번만 더 침놓다 걸리면
그때는 내 손으로 경찰에 처넣을 테니까
그게 당최 무슨 말이오 나는 저, 잘...
이보시오, 이보시오, 이보오!
(연경) 아
이게 무엇이오?
보면 몰라요?
약이잖아요, 진통제랑 소염제
[부드러운 음악] (연경) 안 아파요?
마취 풀릴 때 지났는데
(허임) 아휴
어쩐지 아까부터... 아파 가지고
[허임이 울먹인다]
[허임의 신음]
하루 식후 세 번 내일 병원에 오는 거 잊지 말고요
병원은 왜
혹, 날 또 무슨 정신 그...
아니고 드레싱 다시
이대로 두면 염증 생기는 거 몰라요?
보아하니 미친놈은 아니라 하나
나를 그렇게 믿는 거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오?
책임지라며요
아, 어쨌든
그쪽이 내 환자 때문에 다쳤고
다 나을 때까지는 의사인 내 책임이니까
아, 책임
[허임이 살짝 웃는다]
(허임) 아, 그, 고기 소녀는 무탈하오?
내 그렇지 않아도 그 소녀에 대해 긴히 해 줄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봐요
돌팔이 실력으로 소 뒷걸음질 좀 친 거 갖고
(연경) 우쭐한 모양인데
애초에 뛰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그건...
다신 내 환자 근처에 얼씬도 대지 말아요
알았어요?
내 얘기는 그게 아니고 그, 그 소녀의 마음을 좀...
자기 할 말만 하고
쯧
[웃음]
(허임) 책임
(허임) 어허, 참, 그 여인
갈 데는 있냐고 묻지도 않고 가네
오냐, 사방 천지가 사람 사는 곳인데
이 한 몸 묵을 곳이 없으려고
[허임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살짝 웃는다]
(허임) 지나가는 길손이온데 하룻밤 신세 질 수 있겠소이까?
아무도 없나
이보시오! [무거운 효과음]
[놀란 신음]
안에 사람이 있나?
이보오!
안에 아무도 없소이까? 이보오 [경보음이 울린다]
[허임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의 당황한 신음]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허임) 이보오, 말씀 좀 묻겠소이다
[초인종이 울린다] (집주인) 누구세요?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 이보오, 이 안에 있는 것이오?
- (허임) 이보오! - (집주인) 어떤 놈이 장난이야!
(집주인) 너 이 새끼, 거기 꼼짝 말고 있어! [허임의 당황한 신음]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주민1)
(주민2)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경비원) 어이, 거기 뭐야?
[멋쩍은 웃음]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지나가는 과객이온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허임) 어! 염병, 씨
[한숨]
(연경) 그냥 근처에 잠깐 왔다가
우리 복만이 보고 싶어서 잠깐 들렀어 [개가 왈왈 짖는다]
[헥헥거린다]
누나 그냥
개피곤해서? [익살스러운 음악]
오늘 정말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거든
정말 너무 이상한 남자 때문에
너무너무, 너무너무 이상한 남자
근데 너 왜 이렇게 밥을 남겼어?
입맛이 없어? [문이 달칵 열린다]
[천술의 한숨]
[천술이 목을 가다듬는다]
(천술) 그 늙은 개는 걱정이 되고
늙은 할아비 안부는 궁금하지도 않아?
요놈 요즘 왜 이렇게 밥투정을 해 그래?
팍팍 좀 먹질 않고
자꾸 기름기 있는 것 좀 먹이지 마세요
아이, 맨밥은 입도 안 대는데 그럼 뭐, 뭐
(천술) 이렇게라도 해 줘야 그나마 깨작거리지
오, 오늘은 자고 가?
아니요
가 봐야 돼요
밥은 챙겨 먹고 일하는 거냐?
[살짝 웃는다]
그럼 병원에 밥이 없을까 봐요
빈속에 기운 없이 일하다가 괜히 실수라도 하면
여러 사람 애먹이기나 하지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 저기, 이거라도 챙겨 먹어라
녹용이랑 인삼...
제가 언제 한약 먹는 거 보셨어요?
복만아
(연경) 누나 가 볼게
일 똑바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 가요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풀벌레 울음]
[아련한 음악]
쯧
[한숨]
[반짝이는 효과음]
[어린 연경의 탄성]
- 신기해? - (어린 연경) 네
뭐가 그렇게 신기해?
이 기다란 침이 어떻게 사람 몸속에 쑥 들어가는지
(어린 연경) 침을 찌르기만 해도 어떻게 병을 고치는지 다 신기해요
[웃으며] 그래?
그럼 한번 잡아 볼 텨?
- 네 - (천술) 그래
(천술) 옳지
[탄성]
[천술의 웃음]
(어린 연경) 열 손가락 끝의 십 선혈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 혈 자리
[웃음]
그게 그렇게 재밌어?
(어린 연경) 응, 난 커서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한의사가 될 거야
(연경 모) 오, 그럼 우리 경이가 할아버지 한의원 물려받으면 되겠네?
할아버지, 그래도 돼요?
그래 준다면야 이 할아비가 더 고맙지
와, 신난다, 할아버지 짱
[함께 웃는다]
속상해하지 마
엄마 딸 잘하고 있으니까
(연경) 계속 지켜봐 줘
얼마나 훌륭한 의사가 되는지
아휴, 지나가는 길손을 이리 홀대해서야
어허, 참
(허임) 아휴, 세상이 바뀌었기로서니
인심이 이리 박해졌단 말인가
[허임의 불편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이렌 효과음] 아이, 거참
[오줌을 졸졸 싼다] [개운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개가 헥헥거린다] (천술) 자, 어이구
[천술의 헛기침]
[개가 왈왈 짖는다]
(천술) 아니, 아니,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응?
누가 왔어?
[개운한 신음] [오줌을 졸졸 싼다]
[천술의 한숨]
(천술) 넌 거기서 뭐 하냐?
저런, 저, 저, 저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음악] (연경)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입을 다물라니요?
(황 교수) 아, 그럼 뭐, 동네방네 소문내게?
애 살았으면 됐지 시끄럽게 해서 좋을 게 뭐 있어?
아, 그래도 보호자한테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 그 자식 한의사도 아니라며, 어?
무면허라며
(황 교수) 보호자 난리 치고 괜히 이사장님 귀에라도 들어가면
너는, 어이구, 씨
저보다 교수님이 난처하신 거 아니고요?
이게, 씨
아, 네가 애초에 환자 관리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왜 생겨? 쯧
[황 교수의 헛기침]
아, 일단 애부터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니야
수술 안 할 거야?
(이연) 오하라 부탁
(연경) 네?
부모님께 얘기하지 말아 달라네
오하라가 그런 말을 했어요? 왜지?
글쎄
자기 살려 준 사람 보호해 주고 싶은 건지
자기 의사 곤란하게 만들기 싫은 건지
애 생각을 내가 아나
(이연) 그 사람 풀어 준 최 선생 마음을 아는 건가 싶기도 하고
[헛기침]
가끔은 환자 말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어색한 웃음]
[살짝 웃는다]
(하라 모) 빨리 낫자
[심전도계 비프음] 엄마 좀 봐 봐
주치의 최연경입니다
(연경)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라 부) 얘기 들었습니다
우리 하라 목숨 살려 주셨다고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애 하나를 건사 못 해서 이 지경을 만들어!
내가 뭘 어쨌기에!
(하라 부) 딸자식 하나 있는 거 남의 손에 맡겨 놓고
허구한 날 밖으로 자기 볼일 보느라 쏘다녀 [애잔한 음악]
어미가 그러니 애가 안 아프고 배겨?
(하라 모) 미술관이랑 재단 일이 왜 내 일이야?
당신 집안 일이지!
그리고 당신만 속상해?
나도 속상해!
너만 얘 사랑하는 거 아니야 나도 얘 사랑한다고
(연경) 저기요, 두 분
저기 보이시죠?
환자 안정을 위해서 좀 나가 주시죠
(허임) 여기가 그러니까
어르신이 그, 침을 놓는 의원...
보통은 한의사라고들 하지
혹, 이 혜민서라고 쓰인 혜민서가 혹
조선 시대 적 혜민서, 그 혜민서냐고?
맞습니다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거로 알고 있는데
그 칭호가 어찌 여기에 쓰였습니까?
아유, 왜 그렇게 보십니까요?
아니, 아니, 저 미친놈 아닙니다요
누가 뭐래?
[흥미진진한 음악]
[천술의 힘주는 신음]
왜, 뭐 맘에 안 들어?
(허임) [살짝 웃으며] 그런 것이 아니옵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관청도 아닌데
어찌 이곳에 혜민서라는 현판이 붙었습니까?
[헛웃음 치며] 내 간판 내 마음대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근데 혜민서는 왜 자꾸 물어?
그리고 그 옷은 또 뭐고
[웃으며] 아니, 그, 그럴만한 사정이 좀
에이, 하기사 뭐 하룻밤 묵어갈 놈 사연 알아서 뭐 해
내 저기 이불 내다 줄 테니까 여기 어디서 꾸겨져 자고 가
(허임) 고맙습니다, 어르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멋쩍은 웃음]
(천술) 응? 왜 안 처먹어?
(허임) 아니, 그게, 어르신
이곳에서의 밥그릇이 어마어마합니다
(천술) 뭔 헛소리야
이거 저기 우리 복만이가 입맛 없어서 남긴 걸 다행으로 알아
아, 복만이라...
누가 같이 또 사나
(허임) 어쨌든 그 복만이 그분께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천술) 응
[흥미진진한 음악]
[울먹인다]
복, 복만이 그대는 참 복 받을 거요
아이...
[웅얼거린다]
[한숨]
(천술) 요새 젊은것들은 하도 정신 빠진 놈들이 많아설랑은
응, 아닐 거야
허가임?
[입소리를 쩝 낸다] [목을 가다듬는다]
약재들의 자태가 아주, 허허, 참
(연경) 어쨌든 그쪽이 내 환자 때문에 다쳤고 [익살스러운 음악]
다 나을 때까지는 의사인 내 책임이니까
[웃음]
(허임) 아이참
다신 내 환자 근처에 얼씬도 대지 말아요
알았어요?
[헛기침]
그 여인 참 손바닥 뒤집듯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이 그렇게 죽 끓듯이
으, 써
[괴로운 신음]
[소 울음 효과음]
[차분한 음악] (택시 기사) 손님, 한 장 더 주셨는데요!
행운의 팁이에요
제가 오늘 보고 싶은 사람 만나러 왔거든요
기사님도 행운을 빕니다
[하품]
(만수) 아유, 야, 뭐 먹은 거야, 이거? [연경의 찌뿌둥한 신음]
야, 내가 아무래도 그날 네 핸드폰에서 헛걸 봤다 싶다 [연경의 한숨]
[만수의 한숨] (연경) 얘가 아침부터 왜 이렇게 또 꼬였어?
왜, 남자들도 빡센 흉부외과에서 계집애한테 발리니까 짜증 나니?
(만수) 아니, 아니, 아니!
야, 어떤 남자가 너 데려갈지 갑갑하다
계집애가 꼴이, 거울 좀 봐
(재하) 그 정도면 양호한데? [차분한 음악]
유재하!
(재하) 일주일 넘게 머리 안 감은 적도 많은데
아직 못 보셨나?
그래도 펠로우 됐다고 한 사흘?
어쭈 [차트를 탁 내려놓는다]
[재하의 웃음]
(재하) 아, 요즘 양말은 갈아 신어?
아니, 그, 예전에 열흘 신은 양말 남자들 입에 막 쑤셔 넣고 그랬잖아
특히 말 많은 남자들 입 닥치라고
차트 좀 깔끔하게 써요 [차트를 탁 덮는다]
[데스크를 탁 내려친다]
나이스
(연경) 너 뭐 하냐?
미국 물 먹은 티 내는 중
야
(연경) 너 공항에서 바로 오는 길?
왜 집으로 안 가고
어, 그냥 병원도 둘러볼 겸, 겸사겸사
네가 우리 병원을 왜 둘러봐 너희 병원 놔두고
최연경 살아 있나 그거 확인하러 왔다, 왜?
최연경?
에이, 한 살 가지고 촌스럽게
아, 그냥 미국식으로 하지?
하이 연경, 하이 재하
좋잖아?
응, 까분다
(연경) 네가 오랜만에 헤드록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응?
내가 아직도 열 살 꼬마인 줄 알아?
나도 이제 서른이다
마흔 돼도 나한텐 동생이거든?
(연경) 쯧, 깍듯이 누나라고 불러라
깍듯이 누나라고 하면
오늘 저녁밥 사 주나?
어, 나 회진
(연경) 어, 야, 밥은 나중에 먹자
(재하) 아, 뭐야?
그러고 가기야? 2년 만에 본 건데?
재하야,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좋다
나 간다
나이스
2년 만에
5분 봤네
[새가 지저귄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재숙이 흥얼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재숙의 비명]
[개가 왈왈 짖는다]
(허임) [놀라며] 전하
[재숙의 비명] (병기) 재숙 씨, 왜요!
[함께 놀란다]
(병기) 뭐예요! [병기의 놀란 신음]
누, 누, 누구세요?
[한숨]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신음]
[천술의 의아한 신음]
(천술) 아니, 이게 왜 비어 있나?
이거 분명히 반 남았었는데
이거 누가 먹었나, 응?
날짜가 한참 지난 걸
[허임이 방귀를 뿡 뀐다]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이 방귀를 연신 뀐다]
[재숙의 놀란 신음] (병기) 선생님, 나오셨습니까?
어이, 저기 그, 약재실에 백매나 목과 남은 것 좀 있던가?
(병기) 백매는 남은 게 없고요 목과 좀 남았습니다
아, 근데 저분
[헛기침하며] 저 사람 뭐, 원장님 손님이십니까?
쩝, 하, 내 짐작이 맞는다면
보통 저런 놈을 손님이라는 좋은 말로 부르진 않지
[코웃음 치며] 자네가 애를 좀 먹을 것 같구먼
- (천술) 어이 - (병기) 아, 예
[천술의 힘주는 신음]
[한숨 쉬며] 어휴, 내 뒤에 숨냐?
(병기)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익살스러운 음악] [재숙의 놀란 탄성]
(재숙) 뭐야?
똥?
저, 바닥에 똥 싼 거야?
[질색하는 신음]
미친 새끼
(허임) 백매나 목과 좀 있소?
있으면 좀 내어 주시오
[힘주며] 마늘도 좀 있으면 내어 주시고
근자에 새로 나온 '본초강목'이란 의서에 보면
마늘을 찧은 걸 발바닥에 붙이면
토사곽란에 효험이 있다고 하니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염병, 씨
[재숙의 한숨]
(황 교수) 아이고, 우리 하라 양
[살짝 웃으며] 좀 어떤가, 응?
[황 교수의 헛기침]
아휴, 어제는 심려가 크셨죠?
아, 그래도 마침 우리 최 선생이 아주 잘 조치해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실력은 믿을 만하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고맙게 생각해요
[만수의 코웃음] (황 교수) 아, 그
원래 한번 심정지 오면 또 올 위험 크다는 거 아시죠?
그래서 저, 내일 아침 잡혀 있던 다른 수술 미루고
우리 하라 양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안도하는 한숨]
우리 최 선생이 수술 실력은 더 믿을 만하니까
아무 걱정 마십시오
잘됐네요
- 황 교수만 믿어요 - (황 교수) 예, 그럼
[황 교수의 헛기침]
저 수술 안 해요
[어두운 음악] (하라 모) 하라야
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집에 갈래요, 퇴원시켜 주세요
[허임이 문을 탁 짚는다] [허임의 힘겨운 숨소리]
[반가운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어르신, 그,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야, 그놈 머리 꼬락서니하고는
(허임) 아이, 자고 일어나서 바로 정리를 했어야 됐는데 제가
(천술) 아이, 시끄럽고
얘들 줄 거 훔쳐 먹고 탈이나 나고, 에이
아주 꼬시다, 이놈아
말로만 듣던 원기 회복에 좋다는 타락을 처음 본 게 신기하여
[웃으며] 그냥 맛만 보다가, 조금...
제아무리 처음 봐도 그렇지, 이놈아
딱 보면 그냥 그 상한 거 몰라?
아이고, 상해 가지고
(허임) 아, 어쩐지
어이, 그런데 말이야
그, 저기, 자네 이름이 그, 진, 진짜 허가임이야? [개가 왈왈 짖는다]
[허임이 중얼거린다]
(천술) 아이고, 아이고, 아서, 아서
그놈이 늙었어도 성깔 있는 놈이야
낯선 사람만 보면 그냥 아주 지랄 염병을...
[개가 헥헥거린다] [허임의 웃음]
(허임) 아, 내가 여기 온 이후로
나를 이리 반겨 주는 건 네 녀석이 처음이구나
[허임의 신난 탄성]
아니, 저놈이 저, 저럴 놈이 아닌데 [개가 낑낑거린다]
[허임의 장난 섞인 신음]
이 기특한 녀석 이름이 어찌 됩니까요
복만이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낸다]
(허임) 복만이, 이름도 참 복스럽고 좋습니다요, 복만이
[웃으며] 복...
[극적인 음악]
이거 저기 우리 복만이가 입맛 없어서 남긴 걸 다행으로 알아
[개가 낑낑거린다]
[구역질한다]
[천술의 한숨]
아니, 복만이가...
[의미심장한 음악] 이 귀한 약재가 조선 땅에선 안 나는 거라
어찌 이곳에 혜민서라는 현판이 붙었습니까?
말로만 듣던 원기 회복에 좋다는 타락을 처음 본 게 신기하여
[천술의 힘주는 신음]
[천술의 놀란 신음]
원, 세상에
아니, 어떻게 또 이런 일이, 응?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성태) 아이고
- (성태) 아이고 - (명훈) 아이고, 마 원장님
(명훈) 이, 일찍 나오십니다
[명훈의 웃음] (성태) 아, 신 원장님도 출근이 이르십니다
뒷방 늙은이 안 되려면 부지런 떨기라도 해야죠
늘 활기차신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성태의 웃음] (명훈)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 준비하시는 일은 뭐, 잘돼 가시죠?
아휴, 뭐 준비랄 게 있습니까
그저 병실 몇 개 새 단장 하는 정도지요
[명훈의 탄성] [성태의 웃음]
- (비서)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성태) 응, 응, 응 [휴대 전화 벨 소리]
- 아이고, 죄송합니다 - (성태) 아, 예
어, 여보세요
뭐?
[무거운 음악]
그게 무슨 소리야?
(기자1) 새로 문을 열게 될 신혜한방병원의 VIP 병동
한방병원으로서 국내 최초의 시도이신 거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성태) 아, 그럼요, 그렇습니다
국내 최고 한방병원의 명성에 걸맞게
VIP들의 높은 수준에 맞춰서
최고 수준의 의료와 시설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자2) 원장님은 우리 한의학계의 거목이시자
대중들에게는 현대판 허준으로 알려지셨는데
VIP들만을 위한 병동
뭐, 다소 의외의 행보라는 느낌도 드는데요
[성태의 웃음]
아니, 설마 제가 이 나이에
돈이나 명성을 바라고 이런 일을 벌이겠습니까?
아, 만약 그랬다간
허준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포도청에 끌려가서 주리를 틀리게요
[함께 웃는다]
(성태) 왜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할머니가 눈이 빠져라 기다릴 텐데
(재하) 근처 어디 들를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좀 들러 봤어요
[성태의 힘주는 신음] [성태가 살짝 웃는다]
불쑥 나타나서 다들 놀랐겠구나
(성태) 알겠지만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다들 벼르고 있겠죠
병원장 외손자라는 놈
존스홉킨스까지 가서 얼마나 배워 왔나 보자
[웃음]
배운 대로 하면 되죠, 뭐 걱정 마세요
VIP 병동, 할아버지 재단 이사장 자리 걸려 있는 거 맞죠?
저쪽 병원 원장님이랑 경쟁 중이시고
아이고, 거기까지 신경을 쓰고, 어?
[웃음]
확실히 네 아비랑은 다르구나
[살짝 웃는다]
너는 이 할아비 실망시키지 마라, 어?
예, 할아버지
[의미심장한 음악] [성태의 헛기침]
[성태의 개운한 신음]
[선풍기 작동음]
(천술) 저 2동 쪽으로 왕진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까
그때까정 저놈 뭔 엉뚱한 짓 안 하나 감시 잘해
[입소리를 쩝 낸다]
[에어컨 바람이 솨 나온다]
(허임) 병원이라는 곳은 그, 으리으리한 게 대궐 같더니만
여기는 어찌...
수천 년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비방이
어찌 이리 처량한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병기의 한숨]
(허임) 아이고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해요, 보기만
이게 이곳에서 쓰는 침이오?
흥, 그렇소만
(허임) 호침이랑 장침이 비슷한 것들만 있고
참침이, 원침이, 시침이, 피침이 봉침이, 원리침이, 대침이
이 아이들은 어디 갔소이까?
(병기) 침은 이거랑 이거
피 낼 때 쓰는 자락침 이게 다인데 왜요?
(허임) 아니, 그럼 피침이가 참침이가 되었단 말이오?
[병기가 허임의 손을 탁 친다] [허임의 신음]
(병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좀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해요, 보기만
아유, 기껏 소독해 놨더니, 진짜
손도 안 씻은 것 같은데 진짜 더러워 죽겠네
똥도 바닥에 싸고, 씨
[멋쩍은 신음] [냄새를 킁킁 맡는다]
(허임) 해가 중천에 떴는데 병자가 코빼기도 안 비쳐서야, 이거 뭐
입에 풀칠이나 하겠나
[헛웃음]
(허임) 혹 여기 어르신의 재주가 영...
(병기) 재주는 무슨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이나 큰 한방병원 가서 그런 거거든요? 쯧
알지도 못하면서, 씨
(형사1) 긍께 왜 이 침을 여기서 쓰냐고요 [형사1이 수갑을 철컥 채운다]
[익살스러운 음악] 써도 쩌그서 써야지
(허임) 쩌그?
그렇지 않아도 내가 그곳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해서 말인데...
[허임의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의 놀란 신음] [병기의 헛기침]
(허임) 아이씨
아니, 내가 뭐 집을 달랬나, 땅을 달랬나
여비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하여간 여기 사람들 하나같이 그냥 박정하게 아주, 쯧
[흥미로운 음악] [자전거 벨이 울린다]
[허임의 놀라는 신음]
[어두운 음악]
(하라 모) 최 선생이 우리 하라 설득 좀 해 주면 안 될까?
어? 수술 꼭 받아야 된다고 안 받으면 안 된다고
저희 의료진은
수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릴 뿐
선택과 결정은 환자 본인과 그리고 가족분들이 하시는...
아니, 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해?
하, 내가 이러니까 진작 관두고 싶었지
근데 우리 하라가 싫다고
최 선생 아니면 안 된다고 하도 그래서
(하라 모) 황 교수가 바꿔 주겠다고 하는 걸 내가 거절했는데
의리 없이 이러면 돼?
[휴대 전화 벨 소리]
네, 최연경입니다
원장님요?
(명훈) 이게 뭐야?
아니, 이런 게 왜 병원 게시판에 올라오냐고!
이 환자 최 선생 환자라며?
네, 맞습니다
(명훈) 이놈 누구야?
최 선생 아는 사람이야?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우연히...
(명훈) [책상을 쾅 내려치며] 아, 지나가나 마나!
한방 쪽 사람이 우리 병원에서 침으로 환자를 살렸다
이게 웬 개, 개망신이냐고, 이게
이, 이, 아나 [책상을 쾅 내려친다]
아, 지금 때가 어느 때인지 몰라요?
어느 때인데요, 원장님?
어느...
[어이없는 탄성]
정말 빨리 조치했기에 망정이지
[명훈의 한숨]
혹시 이놈 병원에 다시 나타나거나 그런 일은 없지?
[당황한 웃음]
네, 다신 안 옵니다
(연경) 내일 병원에 오는 거 잊지 말고요 [명훈의 한숨]
[경쾌한 음악]
(명훈) 확실히 해!
병원에 얼씬거리는 거 내 눈에 띄면 곧바로 경찰서에 처넣어 버릴 테니까
[명훈의 한숨]
아, 그리고 이 환자
최 선생이 확실하게 책임져야 돼 알았지?
휴대폰이 없지
(만수) 왜, 남친 연락이 안 돼?
어? 그럼 아침에 그 재수 똥 덩어리는 뭐야? 너...
[헛웃음]
너 양다리냐?
CCTV 영상 네가 올렸냐?
아니, 황 교수님이 나보고 지우라고 시키길래
가서 보니까 혼자 보기 영 아까워서
아주 건수를 잡았구나, 네가
(만수) 네가 데려왔다며?
경찰서에서 그러데 그 자식 지금 어디 있냐?
(연경) 그걸 네가 알아서 뭐 하게?
(만수) 보자, 이게 무면허 의료 행위가 몇 년인가?
한 5년 되나?
뭐, 조만간 오겠지
여자 친구 여기 있는데
[비웃음]
[비웃음]
[긴장한 신음]
내 죽다가도 살아난 놈인데
설마 또 죽기야 하겠어
[긴장한 신음]
[신나는 음악]
[허임의 겁먹은 신음]
(허임) 어, 이거 너무 빨라
[비명]
아, 이거 빨라도 너무 빨라
[허임의 비명]
[허임이 중얼거린다]
[허임의 비명]
[여자2의 놀란 신음] [남자2의 비명]
(남자2) 야, 죽은 거 아니야, 이거? 어!
[사이렌이 울린다] (허임)
나는 말을 타고 있다
나는 말을 타고 있다
- (구급대원1) 저, 환자분 - 나는 말을 타고 있다
(구급대원1) 어디가 불편한지 말을 좀 해 보세요
(허임) 아이고
다리 말고 또 다른 데 없으세요?
[허임의 괴로운 숨소리]
(구급대원1) 자, 환자분, 진정하시고, 환자분 [허임의 떨리는 숨소리]
잠깐 진정하시고...
(허임) 나는 말을 타고 있다
[허임의 거친 숨소리]
(민재) 얼른 전화해서 오지 말라 그래요
핸드폰 없어, 그 사람
(이연) 어디로라는 말은 했고?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이쪽이면 내가 받으면 되고
(민재) 아, 그럼 어떡해요?
돌아다니다가 만수 선배 눈에 띄기라도 하면
[데스크를 탁 친다]
안 오길 바라야지
[익살스러운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거친 숨소리]
난 병자다, 난 병자다, 난 병자다
염병, 씨
(허임) 아이, 손목 이리 줘 보시오
뭐요?
아, 얼른 줘 보시오
더부룩한 속에 밥을 급하게 구겨 넣었다가
급체를 하셨구먼
(구급대원1) 아, 내가 누구 때문에 급하게 밥을 구겨 넣다 이렇게 됐는데
[구급대원1의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놀라며]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뭐 알고 찌르는 거 맞아요?
한의사예요?
잠깐 가만히 계셔 보시오
[아파하는 신음]
[구급대원1의 놀라는 탄성]
가슴팍 좀 올려 보시오
- 가슴팍 - (허임) 가슴팍 좀 올려
[놀라는 탄성]
숨 크게 들이마시고 배 빵빵하게
[구급대원1이 중얼거린다]
아, 저, 저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구급대원1이 중얼거린다] (허임) 옳지, 옳지
[구급대원1의 긴장한 신음]
[구급대원1의 가쁜 숨소리]
(구급대원1) [놀라며] 잠깐, 잠깐, 잠깐
[겁먹은 목소리로] 살살, 살살...
[구급대원1의 탄성]
[편안한 숨소리]
[구급대원1이 트림한다]
[구급대원1의 개운한 숨소리]
(허임) 됐어
어휴, 살 거 같네
아, 됐소이다 [구급대원1의 한숨]
아, 내가, 저...
(의사1) 아, 뭡니까?
[허임이 앓는다] - (의사1) 무슨 환자예요? - (구급대원1) 모르겠는데요
(의사1) 예?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파, 아휴
(민재) 아이, 선배, 어디 가요, 어떡하게요?
(연경) 아, 뭘 어떡해
그 사람을 감옥에 처넣든 말든 내가 지금 그 사람 신경 쓸 때야?
[안내 방송 알림음] 어떻게든 오하라 수술받게 해야지
(안내 방송 속 직원) 흉부외과 최연경 선생님
지금 바로 응급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뭐야, 웬 방송?
뭐야, 웬 방송?
[의아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아, 그 인간은 왜 폰도 없어
(간호사1) 아, 진짜 어떡해
[간호사들이 대화한다]
아니, 무슨 환자인데 방송까지 해요?
[간호사1의 웃음] 많이 심각해요?
(간호사2) 구급차 타고 오신 거 보면 많이 급하신가 봐요
저쪽요
[간호사들의 웃음]
[웃으며] 나 왔소
[헛웃음]
(간호사2) 연경 쌤 좀 전에 나가셨는데요
아, 그 남친이라는 분 모시고
이것들 봐라
숨바꼭질을 해 보시겠다?
(만수) 응 [손가락을 딱 튕긴다]
[허임의 신음]
내가 하는 거 잘 봤죠?
이거 갖고 돌아가시고
하루에 한 번 해 주시고
(연경) 일주일 뒤에 실밥 뽑으러 오시고
그 전까진 절대 병원에 나타나지 마시고
지금 즉시 여기서 나가요
정문 말고
저쪽 후문으로
(허임) 아, 저, 잠깐 멈추시오
[불편한 신음] (연경) 왜 그래요?
그새 또 다쳤어요?
그, 말을 해 보시오
내가 또 뭘 잘못했소?
병원에 오라고 한 건 그대요
내 그 약조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오?
구급차를 탔죠
그러니까 그 구급차라는 걸 타기 위해서 내가...
그 혹시, 그, 그것 때문에...
그럼 잘했다고 칭찬받을 줄 알았어요?
장난칠 게 따로 있지 그 차가 무슨 차인지 몰라요?
(연경) 아, 그리고 대체 내 남친이라는 뻥은 왜 계속 치고 다녀요?
여기 내 직장이에요
내가 얼마나 난처할지 생각 안 해요?
됐죠?
가 보세요
저, 그, 그 소녀
괜찮소?
아니, 그러니까 그 수술이라는 걸 받았소?
이봐요
그쪽이 뭔데 자꾸 내 환자에 대해서 물어요?
아, 혹시 뭐 대가라도 바라는 거라면...
그게 아니고
그...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그렇소 대답해 주시오
내가 [어두운 음악]
지금 좀 많이 피곤해요
(연경) 밤새 환자 지키고
근데 그 환자는 수술 안 받겠다고 버티고
난 그 애를 꼭 살려야 하는데
[한숨]
근데 이 와중에 당신 때문에
대체 이 남자 정체가 뭔데 이렇게 황당한 짓만 골라 하는지
내가 이 남자를 진짜 잡아 처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싫고 얽히기도 싫어요 그러니까
누가 보기 전에 빨리 여기서 나가요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요
지금 당장
[흥미진진한 음악] 내가 뭐 처자가 보고 싶어 온 줄 아시오?
오라 그랬다가 가라 그랬다가
변덕은 씨
[아파하는 신음]
[허임의 신음]
[입바람을 후 분다]
[다리를 탁탁 치며] 에이씨
아니, 이게 먼저인가, 이게 먼저인가?
(허임) 어이, 고기 소녀!
[한숨]
[허임의 아파하는 숨소리]
(하라) 이건 또 누구 때문에 다쳤어요?
그 있다, 그, 누구 좀 만나러 오던 길에...
그, 그렇게 됐다
[허임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하라) 맨날 다쳐, 다 큰 아저씨가
(허임) 그러게 말이다
[웃으며] 다 큰 아저씨가
다 됐어요
이걸로 어제 일은 퉁, 됐느냐?
헐!
[잔잔한 음악]
(허임) 근데 남친이 무슨 뜻이냐?
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연경 쌤 남친?
남자 친구의 준말, 사랑하는 사이
(하라) 뭐, 다른 말로는 애인?
그래서 그리 화를 냈구먼
(허임) 치
한데 갈 데는 있고?
갈 데가 왜 없어요, 저 많아요
좋겠구나, 갈 데가 많아서
아저씨는 갈 데 없어요?
지금쯤 우리 막개가 속이 시커멓게 탔...
(하라) 아저씨 왜 그래요?
(허임) 아이고
난 여기 없는 거다, 응?
(하라) 아! 아, 왜 때려요!
오하라
왜요, 나 설득하게요?
아니, 안 해, 그런 거
[헛웃음]
하긴, 선택과 결정은 환자가 하는 거니까
(연경) 응, 네가 하는 거야
근데 이거 하나만 알고 해 줄래?
그 선택과 결정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
네가 아무렇게나 내던진 오늘 하루
내일, 그리고 앞으로의 많은 날들이 [잔잔한 음악]
어떤 사람에겐 간절히 살고 싶었던 순간이라는 거
전에도 말했지만 나 환자 비위 맞추고 그러는 거 못해
대신
약속한 건 꼭 지켜
살리겠다는 약속
그게
내가 외과 의사가 된 이유니까
조금만 버티고 있거라
내 얼른 다녀와서 널 반드시 살려 주마
(연이 부) 아이고, 의원님, 어찌 그냥 간대요!
우리 연이 좀 살려 주시오!
아이고
나 수술받을게
(하라 모) [웃으며] 그래, 그래, 하라야
대신
엄마, 아빠, 이혼해
(하라 모) 하라야, 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엄마, 아빠, 나 사랑하는 거 알아
근데 엄마 아빠랑 사는 거 행복하지 않잖아
(하라) 아빠도 그렇잖아
근데 내가 살아 있어서 이혼 못 하는 거잖아
내가 죽으면
이혼하고 행복할 수 있는데
내가 살아 있어서
그래서 내가 죽고 싶었거든
- (하라 모) 하라야 - 근데 아닌 거 같아
나 죽고 싶은 거 아닌 거 같아
(하라) 나
친구들이랑 롤러코스터도 타 보고 싶고
어른 되면
클럽 가서 춤도 추고 싶고
멋진 꿈도 가지고 싶어
엄마, 아빠
우리 다 같이 행복해지자
[하라 부의 한숨]
[하라 모가 흐느낀다]
(연경) 나한테도 이런 능력이 다 있었네
환자 설득해 수술받게 하고
쌤 말고 그 아저씨
뭐?
[잔잔한 음악]
(허임) [한숨 쉬며] 소녀야
의원으로 살다가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 줄 아느냐?
살릴 수 있는
살리고 싶은 사람을 잃었을 때다
[웃으며] 그,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살릴 수 있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단다
하나 그 어쩌겠느냐
사람의 의술이
아직 그 병에 이르지 못한 것을
하나 내 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인데도
병자를 잃게 되면 말이다
그날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다
그, 억울하고 분해서
[허탈한 웃음]
병이란
병자가 스스로 일어날 마음이 있을 때 낫는 법이다
의원의 역할은 고작
병자가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
병과 싸우는 건
병자 자신이기 때문이지
[한숨 쉬며] 그날 너를 살린 건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이었다
살고자 하는 너의 마음
그 아저씨 진짜 조선에서 온 의사인가?
[헛웃음]
(허임) 어허, 참, 그 어찌해야 되나
하, 여인도 저리 약조를 지키고자 애를 쓰는데
하물며 장부가 돼서
[허임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야, 어차피 죽을 게 뻔한 길
음, 나부터 살고 봐야지
그래도 내 재주를 알아봐 주는 곳에서 사는 게
내 목숨이 중하지
그깟 재주 알아봐 주는 게 뭐 대수라고
하, 참, 쯧
어허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긴장되는 음악]
이 남자 누군지 좀 알아봐
(비서) 네, 알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헛웃음]
이제 하다 하다 내 환자 설득까지
아, 대체 뭐야, 그 남자?
[발랄한 음악]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민망한 웃음]
아이, 심력을 너무 많이 허비했나
일단 요기부터 한 뒤에 나머지 생각을 더 해 봐야겠다
[반가운 신음]
(연경) 뭐야, 아직 안 갔어?
[무거운 음악]
[재하의 놀라는 신음] (연경) 한번 맞자
[재하가 사과한다] 어? 일로 와, 일로 와
[헛웃음]
저리 웃을 줄도 아네
(허임) 쯧
[휴대 전화 벨 소리] (연경) 기다려, 너
어, 민재야
5중 추돌?
벌써 이리 날이 저물었나
[사이렌이 울린다] [허탈한 신음]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의사2) 요 앞 사거리 교통사고죠?
(구급대원2) 네, 5중 추돌 사고고 운전자는 전부 중상입니다
(의사2) 빨리 이동하세요
[무거운 음악]
(간호사3)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비켜 주세요
비켜 주세요!
[삐 소리가 울린다]
교통사고 [자동차 경적]
그, 이보시오
나 불렀어요?
방금 같이 있던 처자
어디 갔소?
처자?
아, 아, 최연경?
아까 응급 환자 들어왔다고 들어갔는데
(재하) 씁, 근데
아, 근데 누구...
[난감한 신음]
[소란스럽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허임의 비명]
[극적인 음악]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허임) 아니, 여기가...
조, 조선, 조선?
하, 한양, 한양?
[당황한 신음]
아이, 어쩌자고 여길 다시
하,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고, 내가 여길
(허임) 아, 이 여인까지 달고
아이, 정신을 좀... [호랑이 울음]
[긴장되는 음악] [허임의 놀란 신음]
[연경의 힘겨운 신음]
(연경) 아유, 머리야
[으르렁거린다]
(허임) 이보오, 이, 이, 이, 일어나 보시오
(연경) 뭐야?
[호랑이가 계속 으르렁거린다]
(허임) 빨리, 빨리빨리
(연경) 뭐야?
여기 어디야?
[작은 목소리로] 지금 그럴 때가 아니오
[허임의 당황한 탄성]
[허임의 다급한 신음] (연경) 뭐 해요, 지금?
아,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치워요
[허임의 다급한 신음] [연경의 비명]
(허임) 아니, 그, 빨리
[연경의 놀란 신음] 자, 뛰시오!
[호랑이 울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파발꾼) 비키시오!
(허임) 하마터면 교통사고 날 뻔했네
여긴 119도 없는데
(연경) 하라 수술해야 될 시간에 내가 왜 여기 있니?
(허임) 예서 그런 걸 꺼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감이 안 잡히냐는 말이오
(연경) 당신은요? 그때 왜 달려들었는데?
오면 쏜다
(허임) 같이 다니다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
[노비들의 비명] 예서 쉬고 계시라 전해 주시게
아예 버리고 가시지?
라고 전해 주게
(두칠) 잘 가시오
(연경) 의사한테 손이 생명인 거 몰라요?
저 돈보다 당신 손이 더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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