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3
(정아)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는
누가 참가하게 될지 모릅니다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다들 독한 마음 품고 하세요
건투를 빕니다, 아성고 여러분
자, 시작할까요?
(윤수) 아직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정아의 헛웃음]
(정아) 그래요
시간은 지켜야죠
(명진) 그럼 문제지는 두고 답안지 먼저 돌릴까요?
시작해 [긴장되는 음악]
(교사1) 답안지 돌려
(정아) 자, 문 닫을까요?
[고조되는 음악]
찾았어요
[승유의 가쁜 숨소리]
(승유) 그 문제 답
찾았어요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거기 무슨 일이죠?
끝나고 얘기해 줘 [윤수가 승유를 탁 잡는다]
(윤수) 2학년 8반 백승유
경시대회 참여하러 왔습니다 교무부장님
(규영 모) 시험은 애들이 보는데 내가 왜 더 긴장돼?
- (학부모1) 그러니까 - (혜미) 잠깐, 잠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미) 나 오늘 엄청 좋은 꿈 꿨잖아
(학부모1) 무슨 꿈?
우리 예린이가 아주 예쁜 코끼리를 타고 가는 거야
좋은 꿈인가?
그럼
코끼리가 명예, 학위, 상 모든 걸 상징하거든
(학부모1) 어휴, 오늘 대회도 예린이가 1등 하려나 보다
[규영 모의 웃음]
(규영 모) 결과 나와 봐야 알지
- (학부모1) 그렇지? - (혜미) 우리 예린이
(혜미)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열심히 했어
대회가 그냥 대회야?
수학자 올림픽 대표를 뽑는 경시대회
[찻잔을 탁 내려놓는다] [혜미의 웃음]
(규영 모) 마들렌 안 시켰는데?
서비스
웬일이래?
경사가 있어서
무슨 경사? 좋은 일 있어요?
(희승) 아이
[희승의 웃음] 내가 이런 얘기 구구절절 안 하려고 했는데
[웃음]
실은 우리 승유가 영재…
(민식) 여보
여기 승유 안 왔어?
뭔 소리야? 걔가 여길 왜 와?
아, 이놈의 자식 토꼈어
[흥미로운 음악] [함께 웃는다]
[통화 연결음]
(민식) 아, 전화도 안 받고 어딜 간 거야, 대체
잘 먹을게
서비스
(학부모1) 나도요
- (규영 모) 저도요 - (학부모2) 저도요
(현재)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흥미로운 음악]
(정아) 시험 전체를 서술형으로요?
(명진) 예, 그게 더 빨리 더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사고력을 볼 수 있는 풀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
지윤수 선생이요?
예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수학적 논리나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한테는
대비하세요
(예린) 어? 선생님
예상 문제집이야
(명진) 통째로 외워
서술형이니까
전부 다
싹!
[긴장되는 음악]
[흥미로운 음악]
[한숨]
[쓱쓱 글씨 쓰는 소리]
(명진) 이제 채점 들어갑니다
서술형 문제는 채점 기준에 따라 부분 점수가 달라지니
꼼꼼하게 협의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정아) 오늘 내로 마무리하세요
(명진) 예
[고조되는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몽환적인 음악]
[탁탁 글씨 쓰는 소리]
수학자 올림픽 나갈 생각인 거지?
[예린의 한숨]
거짓말도 할 줄 아는구나
너 이기려고 나가는 거 아니야
그럼 왜 나가는데?
그럼 넌 왜 나가려고 하는데?
수학 좋아해?
[잔잔한 음악]
난
잘해야 돼
그게 내 이유야
[한숨]
넌 갑자기 왜 이러는데?
(승유) 갑자기 아니야
뭐?
난 수학 싫어했던 적 없어
[학생들의 말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명진의 한숨]
[명진의 한숨]
부르셨어요?
어, 예린아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어, 저 실수 안 했어요
준비한 대로 다 했어요
어, 그럼
넌 잘했어
잘했는데…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들어와
잘했어
잘 왔어, 백승유
만점이 둘이라고요?
어
너랑 백승유
[놀란 숨소리]
(명진) 아, 맨날 꼴찌 하던 그놈이
수학 천재 백민재였다잖냐
그래서요?
그럼 올림픽은 누가 나가요?
(윤수) 올림픽에 누가 나가든 그걸 떠나서
승유야, 선생님은
널 다시 봐서 기뻐
선생님 때문에 다시 온 거 아닌데요
그 문제 풀었다고 했지?
(윤수) 이거야?
아…
- (윤수) 왜? - (승유) 답 아니에요
(승유) 중간에 착각한 부분이 있었어요
(윤수) 그래?
그럴 수 있어
참, 아버지하고는 어떻게 얘기가 됐어?
설마 너…
아버지 번호 대
제가 할게요
[차분한 음악]
진짜 할 거야?
(윤수) 나하고 수학 할 거지?
네
아참
오해했어요
뭐가?
선생님이 절 영재 과학고로 보내려는 건 줄 알고
[휴대전화 진동음]
(명진) 교무실로 오세요
교무부장님이 부르십니다
[놀란 숨소리]
승유야, 방금 그 얘기 자세히 해 볼래?
[무거운 음악]
(명진) 저는 아성고 대표로 성예린이 맞다고 봅니다
제가 1학년 때부터 가르쳐서 아는데
예린이는 수학 문제와 풀이를 통째로 외웁니다
그 피나는 노력!
인정해 줘야죠
수학은 암기가 아닌 이해가 핵심이에요
어휴, 잘난 척은
(윤수) 승유 답안은
근래에 본 것 중 가장 창의적인 풀이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풀이를 적어 놨는데
전부 완벽하게 맞습니다
(명진) 올림픽엔 한 명만 나갈 수 있는데
어쩌자는 겁니까?
재시험을 보는 게 어떨까요?
예?
(윤수) 만점 받은 두 아이만 오늘 재시험을 보고
그 성적으로 대표를 뽑는 걸로요 [긴장되는 음악]
[한숨]
아니, 그러게
왜 만점이 두 명이나 나왔죠?
(정아) 애초에 난이도 조절을 잘했으면
이런 일 없잖아요
예
이렇게 뛰어난 답안이 나올 줄 알았다면
더욱 변별력을 높였을 텐데요
[휴대전화 진동음]
일단 알았어요, 나가 계세요
(명진) 예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할 말 있어요?
뭐야? 안 나오고 뭐 하는 거야?
승유를 영재 과학고 보내려고 하셨다면서요?
[어이없는 숨소리] 네, 그랬어요
얼마 전에
동아리 선발 문제를 맞힌 아이가
곧 두각을 나타낼 거라고 말씀드렸었죠?
바로 그 아이가 승유예요
알아요, 그래서요?
(윤수)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예요
감히 장담하건대
우리나라 수학계에
큰 획을 긋는 수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훗날 그런 승유를
아성고에서 키웠느냐 아니냐는
교무부장님 교육 성과에도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요?
[헛웃음]
그럼
[휴대전화 진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민식) 아휴, 안녕하세요 교감 선생님
- (성한) 어서 오세요 - 예
승유가 학교에 와 있다고요?
따라오시죠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버님, 들어 보셨죠?
'세계 수학자 올림픽'
네
다음 달인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고
승유가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모양이에요?
[한숨]
(민식) 아 [의미심장한 음악]
(정아)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오시라고 했습니다
우선 앉으시죠
[못마땅한 숨소리]
(민식) 아, 우리 승유가 백 점이요?
아,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표는 한 명만 뽑는다면서요?
(정아) 그래서 말인데요
의원님
주최 측에 한번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민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여를 안 하는 학교가 있어서 티오가 생겼답니다
특별히 우리 아성고에 기회를 줄 수는 있다는데
아, 그럼 됐네요, 공동 대표
아, 진짜 공동 대표로 가요?
아니면
재시험 봐서 한 명을 떨어뜨려야죠
(민식) 아, 사이좋게 같이 가시죠
[의미심장한 음악]
승유 아버님
(정아) 이후 일정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예, 아, 알겠습니다
(민식) 감사합니다 [정아가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통화 연결음]
차 교수님, 노정아예요
(정아) 일전에 말씀드린 저희 학생 성예린이요
연구 참여 일정 상의드리려고요
[학생들의 말소리]
"정보"
시험 보다가요
갑자기 뭐가 떠올라서
[한숨]
지윤수 선생님이 내 준 문제가 있었는데
풀릴 것 같아서요
(승유) 근데
푼 건 아니고요
다시 풀긴 해야 되는데
[한숨]
그렇게 좋냐?
[잔잔한 음악]
너 아버지 앞에서 다섯 마디 이상 하는 거
몇 년 만에 처음 본다
수학이 그렇게 좋아?
[한숨]
(민식) 네가 좋아하던 수학자들 다 오네?
가서 보고 와라
(민준) '인공 지능 기술 연구학'?
예린이 거기 인턴으로 참여할 거예요
얘기 다 된 거예요?
연구 관련 주제로 올림픽 준비까지 도와줄 거예요
잘해야겠네요
[살짝 웃는다]
아니, 그, 아까는 흥분을 안 하려고 해도
괘씸해서 말이죠
뭐, 죽 쒀서 그 개 주는 꼴도 아니고
[민준의 헛기침] [달그락거리는 소리]
저, 근데
우리 거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어떻게 되다니요?
우리 예린이가
백승유 신경 쓰지 않게 해 주는 조건으로
영재 학교 전환 심사 힘써 보기로 했던 건데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키시면
[긴장감이 도는 음악]
아버님
(정아) 우리 아성고가 영재 학교로 전환하는 게
나만 좋은 일인가요?
네?
예린이 동생 유찬이가 몇 년 뒤에 다닐 학교가
바로 수학 예술 영재 학교가 되는 건데요
(정아) 내 최종 목표는
영재 학교 전환이 아니에요
내 꿈은 말이죠
이 아성학원을
한국의 이튼스쿨로 만드는 거예요
교육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무거운 음악]
수업료와 후원금으로 경영하며
그 어떤 교육 개혁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학교
10년쯤 뒤엔
우리나라 법조계, 정재계 인사들이
모두 아성고 출신으로 이루어질 거예요
15년 뒤엔
그들의 아이들도 이 학교를 다니게 될 거고
우리 아성학원 출신 인재들이
이 나라를 움직이게 되겠죠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아성고 명성이지 않겠어요? [긴장감이 도는 음악]
뛰어난 학생이 영재 과학고도 마다하고
아성고에서 공부하겠다는데
학교의 위상을 높여 줄 학생을 키우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죠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1) 저게 뭐야?
(학생2) 야, 미친 거 아니야?
웬 백승유?
(학생3) 아까 수학 쌤들이 하는 말 들었는데
백승유가 옛날에
누구더라? 백민재?
어, 걔였대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 (학생4) 누군지 알아? - (학생5) 이름 바꾼 거야?
(학생2) 10살에 MIT 갔던 그 수학 천재?
[학생들이 놀란다] 야, 이현재, 박형도
너희 알고 있었어?
- (학생6) 얘네도 몰랐대 - (형도) 대박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공동 대표요?
어렵게 만든 기회니
선생님께서 두 아이 잘 지도해 주세요
[웃으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아) 지금부터 올림픽 준비하는 과정은
전부 기록해서 보고서로 올려 주세요
선생님 말대로
우리 아성고에서 저명한 수학자가 나온다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그 과정과 기록이
매우 중요해질 테니까
[살짝 웃는다] 네
어깨가 무겁네요
[의미심장한 음악]
(진택) 네
티오를 받아서 2명이 나가기로 했습니다
2학년 8반 성예린, 백승유요
(연우) 음, 담당 지도 교사는요?
지윤수 선생입니다
대회 준비 과정을 상세하게 알고 싶어요
특히 성예린 학생요
축하해, 예린아, 승유야
[잔잔한 음악]
(윤수) 자, 그럼
수학자 올림픽 준비를 시작해 볼까?
'수학 스피치 대회'
(윤수) 응
정해진 주제에 대해서 수학적인 언어와 내용으로
3분 이내에 간단한 스피치를 하는 거야
[혜미의 가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혜미의 힘겨운 탄성]
어, 여보
어떻게 됐어?
뭐? 공, 공동 대표?
아! 엄마! 어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승) [놀라며] 어머! 어머, 어머
뭐, 뭐, 그, 뭐 겨, 경시대회 1등?
[놀란 숨소리]
아니, 잠깐, 잠깐만, 그러면 저기
여, 여, 영재 과학고는?
[혜미의 멋쩍은 소리] [사람들이 인사한다]
[희승의 놀란 탄성]
(희승) 수, 수학자 올림픽을 나간다고?
[희승의 웃음]
(혜미) 똑똑
뭔 짓을 한 거야?
[헛기침]
다시 통화해요, 여보
[통화 종료음] (희승) 뭔 짓이라니?
[카메라 셔터음]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이 집 아들이 만점 받을 리가 없잖아
(혜미) 안 그래?
이봐, 예린 엄마
치매야? 기억이 안 나?
[흥미로운 음악] (희승) 우리 승유
예린이랑 같이 수학 학원 다닐 때
둘 수준 [희승의 웃음]
- 천지 차이였어 - (혜미) 뭐, 뭐?
오만 떨지 마
자식 키우는 사람 사이엔
영원한 1등도
(희승) 영원한 꼴등도 없는 거야
[혜미의 헛웃음]
그리고
예전부터 거슬렸는데
왜 반말이야?
내가 2살이나 더 많은데?
[카메라 셔터음]
이제부터
언니라고 불러
참 나
비켜
(혜미) 어머, 어머, 어머 [카메라 셔터음]
치워
(혜미) 어휴, 진짜
아유, 정말, 어린게 반말은
[희승의 웃음] [혜미의 헛웃음]
(혜미) 저게 진짜…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어색한 웃음]
- (여자) 안녕하세요 - (혜미) 아, 네, 나중에
(여자) 어? [카메라 셔터음]
스피치 주제 정하는 데 도움 될 거야
(윤수) 살펴보고 뭐든 빌려 가
네
[휴대전화 진동음]
(민준)
선생님, 저 가도 될까요?
(윤수) 응?
학원 가야 돼서요
그래
그럼 다음 시간까지 주제 뭘로 할지
각자 생각해 오는 걸로 하자
네
- 골랐어? - (승유) 네
[의미심장한 음악]
(윤수) '기하학과 상상력'
'수리철학의 기초'
오케이
[의미심장한 효과음]
[풀벌레 울음]
(혜미) 예린아
[노크 소리] 예린아
[문손잡이를 달그락거린다] 아휴, 진짜
문 좀 열어 봐
- 다녀오셨어요 - (민준) 응, 그래, 인마
(혜미) 예린아!
(민준) 왜, 왜? 예린이 왜? [혜미의 놀란 숨소리]
(혜미) 아니, 쟤 오자마자 틀어박혀 가지고 나오지도 않아
쟤 밥도 안 먹었어
[문손잡이를 달그락거린다] (민준) 예린아
[노크 소리] (혜미) 어휴
분해서 저래, 분해서
응? 어디 말도 안 되는 놈하고 그 중요한 대회를!
당신은 일을 왜 이렇게 만들어? 응?
처음부터 잘랐어야지!
(민준) 백승유는 신경 쓰지 마
걔랑 하는 게임 아니야
아빠가 그랬잖아요
타고나야 이긴다고
[한숨] 걔처럼 타고난 경주마를 어떻게 이겨요?
너도 다른 애들이랑 출발선이 달라
나 같은 아빠를 만났으니까
[무거운 음악]
[시끌벅적하다]
[학생3의 놀란 탄성]
(학생3) 앗싸, 칼쿨루스 합격!
예!
앗싸!
예!
- (학생3) 예, 예! - (현재) 오케이!
(현재) 이현재 칼쿨루스 합격! [형도의 놀란 탄성]
- (학생5) 와, 얘도 합격이야? - (현재) 예스!
(현재) 야, 백승유!
야, 우리 같은 동아리인 거 알아?
야, 내가 네 것까지 같이 신청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학생2) 너 경시대회 87점이라고 하지 않았어?
[긴장되는 음악] (학생5) 87?
- (현재) 어, 근데? - (학생2) 어, 나 93점인데?
(학생2) 왜 떨어졌지?
(학생7) 장규영도 떨어졌던데?
(학생8) 장규영도?
(규영) 야, 가자
(학생2) 어딜?
이의 제기하러
이게 말이 돼?
(학생2) 그래! 가자
- (학생2) 근데 뭐라고 하지? - (규영) 확, 씨, 엎어야지, 씨
(규영) 다시 뽑든가
동아리를 없애든가
[학생들이 술렁인다] (학생2) 야, 가자!
(학생들) 가자!
(승유) 선생님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 잠깐만 - (윤수) 왜?
- (승유) 아, 씨 - (윤수) 어, 어?
[소란스럽다]
(윤수) 왜 그래, 승유야?
나 지금 동아리 수업 준비하러 들어…
지금 그거 때문에 불만 많아요
[학생들의 말소리] [한숨]
그러니?
(승유) 여기 애들 좀 이상해요
성적에 관해선 물불 안 가려요
선생님한테 무슨 말 할지 몰라요, 아니…
무슨 짓 할지도 몰라요
걱정 마
그런 일 없게 할 거야
[시끌벅적하다]
(학생9) 야, 야, 왔다
- (학생9) 선생님 - (학생4) 아, 선생님
(규영) 선생님
동아리 선발 기준이 뭐예요?
[잔잔한 음악]
(규영) 경시대회 성적으로 한다더니
점수순이 아니잖아요
(윤수) 맞아, 점수순 아니야
(학생2) 그러면요?
(윤수) 창의적인 풀이 논리적인 풀이에 가산점을 주고
따로 채점했어
(학생10) 아, 그럴 거면 점수를 왜 넣어?
(규영) 그럼 점수표 공개해 주세요
그래, 얼마든지
근데 얘들아
수학 동아리 하고 싶은 이유가 뭐니?
(학생2) 생기부에 적게요
수학 동아리 했다고
[학생들이 호응한다]
(윤수) 그런 이유라면 떨어졌다고 서운할 것 없어
동아리에 들지 않아도
너희 모두가 수학 활동 할 수 있게 해 줄 거니까
(규영) 누가 그런 거 하고 싶대요?
개나 소나 다 하는 거?
말버릇이 험하다, 장규영?
예의 지켜
궁금하면 내일 점심시간에 와 봐
(학생4) 내일 점심시간에? [학생들의 한숨]
(학생10) 아, 근데 동아리를 어떻게 전교생이 다 해?
(학생4) 야, 그냥 엄마한테 전화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시끌벅적하다] (윤수) 피타고라스가 말했지
'만물은 수다' [밝은 음악]
세상 모든 문제는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어
점심시간에 칼쿨루스 아이들이 수학 부스를 만들 거야
고민이 있는 사람은 뭐든 가져와 봐
(학생11) 그, 학교 끝나고 학원 갈 때
차가 너무 막혀서 매일 지각하는데
최단 시간에 목적지 도달하기
해결 가능하지
전 공부 시간표 만들고 싶어요
대표적인 알고리즘 짜기
넌 2조
고민이 뭐니?
제 머리가 좀
커요 [학생들의 웃음]
(윤수) 아…
기, 기하, 기하로 가 볼래?
(학생2) 다 하는데 우리만 활동지 못 내면…
일단 내가 한번 보고 올게!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칼쿨루스"
[흥미로운 음악]
[규영 모의 못마땅한 숨소리]
(규영 모) 어휴, 진짜
아니, 우리 규영이가
칼쿨루스 못 들어간 게 말이 돼?
전교 꼴찌 하던 백승유도 붙었는데
(학부모3) 걔 진짜 천재였다면서요? [혜미의 헛웃음]
승유 엄마 말이 다 맞았네?
그러니까요
천재는 무슨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거 무효야, 무효
[학부모들의 당황한 탄성]
아이, 이걸 왜 찢고 난리야?
우리 예린이 이름도 있는데
응, 예린이는 칼쿨루스 들어갔으니까
(규영 모) 불만 없다 이거죠?
언니 항상 그런 식이더라?
뭐? '그런 식'?
[혜미의 헛웃음]
지금 나한테 도끼눈 뜬 거야? 응?
나 오늘 결판낼 거야
수학 선생님 바꿔 달라고 하든가
그건 나도 찬성
- (학부모3) 나도 찬성 - (학부모4) 찬성
[규영 모의 한숨]
지윤수 선생님
좀 특이한 것 같지 않으세요?
(혜미) 네
아니, 기껏 동아리 만들어 놓고
전교생 다 시키는 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혜미가 살짝 웃는다]
그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지윤수 선생님과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얘기 나누려던 참이에요
다시 뽑아 주세요
(규영 모) 원래 수학 동아리 반
저희 아이들 위해서 만드는 거라고 그러셨잖아요?
그러니깐요
지윤수 선생님께서 참 협조를 안 하나 봐요?
[규영 모의 못마땅한 숨소리]
(규영 모)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아휴, 씨
마음에 안 들어도 참으세요
(정아) 설마 제가
아성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겠습니까?
다 필요하니까 뽑은 거죠
나중엔 저한테 고맙다고 하실걸요?
[휴대전화 진동음]
[못마땅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감이 도는 음악]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대표로 한 분이 오셔서 얘기하시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혜미의 헛기침] (규영 모) 저…
[문이 드르륵 열린다]
아주 날이 갈수록 고개가 빳빳해지네
(민준)
(혜미) 아, 저기, 선생님
[혜미의 어색한 웃음]
저기, 혹시
아까 그 전화 저희 남편인가요?
네, 저녁 먹기로 했어요
저녁이요?
예린이 대회 문제로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아, 예린이
[웃으며] 아,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혜미의 웃음] 네, 그럼
(혜미) 살펴 가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혜미의 안도하는 숨소리]
[학생들의 말소리]
(규영) 축하한다, 수학자 올림픽
근데 썩 좋지만은 않겠네
전교 꼴찌랑 공동 대표라
긴장해야 될걸?
수학 1등 이제 못 할지도 몰라
백승유 같은 애들은 넘사거든
너나 나 같은 노력파는
죽었다 깨나도 못 따라가
[헛웃음]
[쾅]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수) 부르셨어요?
(정아) 죽은 가지와 잎은 빨리 잘라 내는 게 좋아요
그래야 건강한 잎과 가지들이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거든요
동아리 반 수업 시작하셨더군요?
네
(정아) 계속 그렇게 모든 아이들을 다 참여시키실 건가요?
[싹둑]
그러려고 합니다
(정아) 음
공정하게 말이죠?
예전엔
큰 숫자가 큰 권력을 의미했다면서요?
지금은 아니에요, 선생님
지금은 작은 숫자가 권력이에요
1등, 1등급, 상위 1%
어렵게 그 자리에 올라간 아이들에게 공정함은
노력의 대가를 빼앗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잘 모르겠는데요
[긴장되는 음악]
제가 의외로 숫자에 약해서요
[어이없는 웃음]
수업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정아) 선생님
자
선물이에요
한번 잘 가꿔 봐요
선생님 고집으로 키운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하네요
[한숨]
(윤수) 응, 왔니?
스피치 주제는 생각해 본 거 있어?
전 우선
인공 지능 관련 연구원을 견학해 보려고요
아, 그래?
다녀와서 구체적으로 주제 잡으면 말씀드릴게요
궁금한 거 생기거나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고
네
(윤수) 승유는?
아직이요
(승유) 씁, 이건 다 읽기는 했는데
(윤수) 이건 내 추천 도서
[잔잔한 음악]
이거 읽어 봤니?
아니요
(윤수) 좀 오래된 책이긴 한데
20세기 초 영국의 대표 수학자였던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가 저술한 회고록 성격의 책이야
(윤수) '나는 수학에 흥미를 갖지만'
'그것은 창조적 예술로서의 수학이다'
'화가나 시인과 마찬가지로'
'수학자가 만드는 패턴 또한'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
[윤수가 말한다] [학생들의 탄성]
(학생12) 너무 어렵다, 이거, 와
(학생들) 감사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승유) 선생님
혹시 이거 선생님이 쓰신 거예요?
[흥미로운 음악]
아니, 근데 왜?
저번에 빌려 간 책에서도
이런 메모들이 나와서 좀 찾아봤거든요
(승유) 'n by n 행렬에서 나이트 움직임에 따른'
'벡터방정식 패턴 연구'
라는 논문에 나오더라고요
그래?
논문 읽어 봤어?
네
씁, 보면서 궁금한 게 좀 많았어요
학교 끝나고 선생님이랑 어디 좀 갈래?
어디요?
방금 네 질문에 답해 줄 분이 계신 곳
[산뜻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버스 알림음]
(윤수) 들어가자 [버스 알림음]
(윤수) 잠깐 여기 있어
(승유) 네
[새가 지저귄다]
몇 개야?
3개요
그렇지?
나이트로 이 킹을 잡을 수 있는 최단 거리 경우의 수
병실에 안 계시던데 산책 가셨나요?
아, 아니요
씁, 좀 전까지 낮잠 주무시고 계셨는데
찾아 볼게요
[새가 지저귄다]
(윤수) 여기 계셨어요?
[사람들의 웃음]
두 분 아시는…
(윤수) 승유 너 체스 둘 줄 알아?
(승유) 아, 지금 배우는 중이요
그런데 혹시 이분이…
맞아
(윤수) 'n by n 행렬에서 나이트 움직임에 따른'
'벡터방정식 패턴 연구'의 저자
[사람들의 말소리]
[시계 알람음]
산책 시간이네?
[성당 종소리]
우리도 같이 가자
(승유) 아, 네
(윤수) 궁금한 거 여쭤봤어?
(승유) 아, 아직이요
근데 두 분 무슨 사이세요?
(윤수) 아까 그거부터 여쭤봐
(승유) 저, 이거요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멋진 패턴이군
궁금한 게요
어…
출발점이 다를 때
(승유)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 있을까요?
또
여기 대각선마다 같은 숫자가 있는데
패턴은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니야
(현욱) 저기에도 있지
[밝은 음악]
[바람 소리]
뭐가 보이나?
프랙탈이요
(현욱) 작은 조각이 전체와 똑같은
자기 유사적 반복 구조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서든 볼 있지
유한 속 무한이다
[반짝이는 효과음]
아름다워
(현욱) 어?
어? 어어?
어, 아?
[현욱의 다급한 숨소리]
어?
어? 어! 없어졌어!
사라졌다
[한숨] 뭐가요?
[다급한 숨소리] 이거
어디로 갔지?
[현욱의 놀란 숨소리]
(현욱) 방금 그놈이 가져갔군
- (현욱) 이씨 - 아버지! 아버지 [잔잔한 음악]
(현욱) 놔! 안 돼
찾아야 돼
아주 중요한 부분이야 [윤수의 힘주는 숨소리]
(윤수) 미안하지만 사람 좀 불러 줄래?
- (승유) 네 - (현욱) 잠깐만!
[현욱의 힘주는 탄성] [윤수의 아픈 탄성]
- 선생님! - (현욱) 잠깐만
- (윤수) 괜찮아, 빨리! - (간호사) 이쪽으로!
[현욱의 분한 신음]
(간호사) 저희가 할게요, 가세요
- (현욱) 잠깐만 - (수녀1) 형제님, 왜 이러세요
(현욱) 아니, 내 숫자
- (수녀2) 진정하세요, 형제님 - (현욱) 내 그 기억
(수녀2와 현욱) - 잡아 봐요 - 그놈이 내 열쇠를 가져갔어
[가쁜 숨소리] [소란스럽다]
(승유) 선생님, 팔
(윤수) 아, 괜찮아
내가 할게
[부스럭거리는 소리]
(윤수) 놀랐지?
10년쯤 됐어, 이 병원 오신 지
간혹 수학과 교수님 시절처럼 정신이 맑아지시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셨나 봐
선생님도 못 알아보시는 거예요?
가끔 알아보셔
아주 가끔은
[차분한 음악]
[승유가 숨을 길게 내쉰다]
다음에 또 와요
더 얘기하고 싶어요, 교수님이랑
그래, 그러자
(승유) 그래도
교수님 덕분에 스피치 주제 힌트 얻었어요
그래? 뭔데?
아직이요
다음에 정리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좋아, 기다릴게
네
(윤수) 하, 얼른 가자, 늦었다
(승유) 네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의 말소리]
주제 별로예요?
감당할 수 있겠어?
쉽지 않을 텐데
하지만 증명한 수학자도 있잖아요
[잔잔한 음악]
로만 오팔카, 에셔
쿠사마 야요이, 반 고흐
네 주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들이지
저 통과예요?
응, 훌륭해
[웃으며] 아주 좋아
(승유) 아, 근데, 씁
이걸 사차 산업 시대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음, 걱정 마
그건 선생님이 도와줄게
(윤수) 마침 관련 전시들이 꽤 있어
아, 거기도 가면 좋은데
(승유) 어디요?
(윤수) 제주도
씁, 그 전시들은 필수인데, 아쉽네
일단 여기부터 가 보는 걸로 하자
[학교 종이 울린다]
[학생들의 말소리]
[무거운 음악]
(윤수) 어, 예린아
너도 오늘 전시회 같이 갈래?
스피치 준비 때문에 보러 갈 건데
전 오늘 연구원에 일정 있어요
아, 그래?
이따 보자
네
[문이 탁 열린다]
[학생들의 말소리]
(윤수) 로만 오팔카라는 작가가
1965년에 숫자 1부터 적어 가기 시작한 작품이야
(승유) 언제까지요?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윤수) 이 작품은 연작 가운데 하나고
'내가 뭘 하든 늘 시간은 간다'
[아련한 음악] '그 시간이라는 나쁜 놈을'
'한 묶음으로 잡아 두고 싶어서'
'나는 숫자를 적는다'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건'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 얘기'
'휴머니즘'
'시간'
'그리고 우주'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의 웃음]
[가방 지퍼 닫는 소리] 넌 올림픽 준비 안 하냐?
백승유는 아까 수업 끝나고
수학이랑 뭐 어디 가는 거 같더구먼
웬 관심?
이겨라
백승유 이기라고
올림픽에서 그 새끼가 1등 하면
네가 1등 한 것보다 내 자존심이 더 상할 것 같거든
(윤수) 어떤 숫자까지 쓸지 알 수 없으니까 무한인 거고
언젠가는 반드시 끝이 있을 거니까 [풀벌레 울음]
유한이기도 해
(승유) 아…
무한과 유한 다 담았네요
(윤수) 맞아
하, 에셔 그린도 보면 좋은데
지금은 전시가 없어서 아쉽네
아
저 알아요, 볼 수 있는 곳
[차분한 음악]
(윤수) 계단이 이렇게 해서 올라가고 내려가지만
끝이 없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승유) 네
(윤수) 펜로즈의 삼각형은
공간적으로 불가능한 입체야
이 그림 알아?
(승유) '멜랑꼴리아'?
(윤수) 응
이 그림 제목
씁, '우울'이라는 뜻 아니에요?
(윤수) 맞아
그런데 보통은 우울이란 게
무기력하고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 그런 상태를 얘기하지만
한없이 아래로 가라앉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닥을 치게 돼
무의 상태에 이른다고 할까?
그렇게 다 비워지고 나면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되지
그래서인가
(승유) 여기 빛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러네?
(윤수) 새로운 발견을 할 건가 보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승유) 덕분에 주제는 정한 것 같아요
(윤수) 다행이다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꼬르륵거리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꼬르륵거리는 소리]
(윤수) 사실 선생님도 아까부터 배고팠어
자, 준비 완료
[살짝 웃는다]
승유, 너
뭔가에 집중할 때 특유의 표정 있는 거 알아?
수학 문제 풀 때도 그렇고
아까 그림이랑 책 볼 때도 그 표정이었는데
보기 좋아
(식당 사장) 음식 나왔습니다
[윤수의 놀란 숨소리] (윤수) 네
- (식당 사장) 맛있게 드세요 - (윤수) 감사합니다
와, 맛있겠다, 먹자
잘 먹겠습니다
[출입문 종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윤수) 얼른 가자, 진짜 늦었다
(승유) 네
[풀벌레 울음]
[헛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학생3) 헐, 대박!
- (예린) 왜? - (학생3) 야, 이거 봐 봐
이게 뭐야?
(학생3) 이거 윤수 쌤이랑 백승유 아니야?
이거 누가 올린 거야?
(학생13) 와, 나는 진짜 너무 감탄스럽다
이 사진 어디서 났냐?
(예린) 야, 장규영
(규영) 이따 보자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심해? 뭐가?
네가 올린 거 봤어
정도가 지나치잖아
내가 어젯밤에 뭘 봤는지 아냐?
뭘 봤는데?
지윤수랑 백승유가
[속삭이며] 데이트하는 거
데이트?
야심한 시각에 단둘이
씁, 무슨 썸 타는 사이 같더라
어제 대회 준비 때문에 전시회 간다고 했었잖아
네가 오해한 거 아니야?
뭐, 설사 오해였어도 오해 아닌 걸로 만들어야지
[의미심장한 음악]
무슨 소리야?
기다려 봐
내가 백승유 그 자식 대회 못 나가게 해 줄 테니까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이 낄낄거린다]
- (학생13) 대박이야 - (학생9) 야, 고퀄인데?
(학생9) 야, 둘이 분위기 묘하지 않냐?
(학생2) [웃으며] 와, 이거 뭐야?
(현재) 뭐니, 저것들? [학생들의 웃음]
(학생9) 야, 이거 자세 봐, 야
[학생들이 낄낄거린다]
(학생2) 야, 야, 은근 어울린다 지윤수 쌤
비주얼이
(함께) 와우 [학생들의 웃음]
(학생9) 내가 저번에 봤는데
쟤 쌤 따라가더라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행하는 거야
(학생2) [웃으며] 이씨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학생10) 야, 나 못 믿어?
(학생13) 그러면 가서 뭔 짓을 한 거야?
[학생2의 웃음] 그러면, 그러면 진짜 가 가지고…
[긴장되는 음악]
[학생들의 말소리]
[규영의 아픈 탄성] [학생들이 놀란다]
(학생14) 야, 왜, 왜, 왜, 왜? [규영의 신음]
야, 야, 야, 승유야, 승유야
(승유) 이씨
(학생14) 왜, 왜, 왜? 무슨 일인데!
[학생14의 아픈 탄성] [학생들이 놀란다]
지워
이 새끼가, 씨
[학생들이 놀란다]
(학생14) 야, 야, 야, 야, 야
[승유와 규영이 싸운다] 야, 하지 마, 위험해
[학생14가 말린다]
[소란스럽다]
[긴장감이 도는 음악] (정아) 백승유, 장규영이요?
예, 주먹다짐을 했답니다
씁, 아무래도
(성한) 이것 때문인 모양인데요
[당황한 탄성]
(진희) 왜 싸웠어?
장규영, 너부터 말해 봐
대답 안 해?
왜 싸웠냐고!
백승유, 네가 말해
왜 싸웠어?
아니, 얘들이
왜 말을 안 해?
부르셨어요?
너도 이거 봤어?
네
너희 반 장규영이가 올렸다며?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아는 거 있어?
알지만 말하기 껄끄럽다?
(예린) 제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예린이 넌 참 착해?
(정아) 규영이 봐라
승유가 치고 올라오니까
저렇게 바로 대응하잖아
근데 넌 말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다?
[한숨]
이래서 네가 못 미더운 거야
나가 봐
승유하고 지윤수 선생님이 [의미심장한 음악]
어제 늦은 시간에 같이 있는 걸 봤대요
규영이가?
(예린) 네
무척 가까워 보였다고 그랬어요
가까워 보여?
어떻게?
(진희) [탁자를 쿵 치며] 말 안 해?
[진희의 화난 숨소리]
학폭위 열리는 꼴 볼래?
학생부에 기록 남으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
[진희의 화난 숨소리]
너
징계받으면 학교 대표 같은 거 못 해
그래도 상관없어?
(윤수) 선생님
제가 얘기 좀 해 볼게요
그러시겠어요?
(교사2) 2학년 8반 장규영, 백승유
지금부터 학생부에서 맡겠습니다
따라와
[규영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진희) 일 났네, 진짜
아휴
여보세요?
(성재) 어, 출발했어?
어?
오늘 드레스 투어 6시 아니야?
아, 얼른 갈게
(성재) 빨리 와
어머니 모시고 가는 중이야
알았어
[통화 종료음] [윤수의 한숨]
(윤수) 저, 선생님
제가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하는데요
승유랑 규영이 어떻게 되는지 연락 좀 주실 수 있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경인) 걘 집이며 가구 보고 왜 아무 말도 없니?
(성재) 아
아, 너무 감사하다고 하죠
마음에 쏙 든다고
아이, 내가 전해 드린다고 하고는 깜빡했네
으이구, 팔불출
(경인) 어유
자기가 이뻐 해 준 거라 착각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기함할 물건들일까 봐 채워 준 건데
마음 좀 열어 주세요, 어머니
기왕 허락하신 거
허락이 아니라 거래지
잊지 마라
걔랑 결혼 눈감아 주는 대신에 너
아버지 이어 큰일 하기로 한 거
[한숨] 예
[무거운 음악] '지윤수 선생이 승유를 편애한다'
'수학자 올림픽 핑계로 가깝게 지낸다'
이런 얘기지?
네
알았어, 나가 봐
승유 처벌 어떻게 되는 거예요?
왜?
대회에 못 나가게 하고 싶어서?
관심 꺼
(정아) 백승유보다 대회에 집중해
그리고 명심해라
지윤수 선생님이 백승유를 아끼는 거보다
내가 예린이 널 훨씬 더 아끼고 편애한다는 거
내가 너한테 쏟아부은 애정만큼
보람 느끼게 해 주렴?
네, 선생님
[무거운 음악]
백승유, 장규영 지금 학생부에서 지도 중입니다
지윤수 선생은요?
퇴근했다고 합니다
퇴근을 해요?
(성한)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요
그 아이들 일에 관해서는
담임인 김진희 선생한테
연락 부탁하고 갔답니다 [헛웃음]
학생부로 가 보시겠습니까?
아니요, 일단 두고 보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윤수랑 백승유?
응, 우리 규영이가 봤대요
(규영 모) 10시도 훨 넘은 시간에
같이 가더래요 [학부모3의 놀란 숨소리]
단둘이? 한밤중에?
- 어딜? - (규영 모) 아이, 그건 모르는데
(규영 모) 씁, 둘이 약간 분위기가 묘하더래
썸 타는 것처럼
[학부모3의 놀란 탄성] (혜미) 미친 거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 언니
아니, 안 그래도 [흥미로운 음악]
한명진 선생한테 얘기 들었거든
지윤수가 백승유만 싸고돈다고!
싸고돌아?
응
올림픽 나가는 대표를
백승유로 해야 된다나 말아야 된다나
아니, 근데 둘이 묘해?
이걸 가만히 내버려 둬야 되냐고?
- (학부모1) 안 되죠 - 안 되지!
아니, 그 선생
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좀 웃기네?
- 하, 진짜… - (규영 모) 응
[휴대전화 진동음] (규영 모) 어머, 담임 쌤?
웬일이지? [혜미의 한숨]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뭐라고요?
우리 규영이가요? 왜요?
[타이어 마찰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성재) 아, 왔어?
(윤수)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경인) 준비해요
(직원) 알겠습니다, 사모님
- (직원) 이쪽으로 오세요 - (성재) 줘 [윤수가 대답한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성재의 한숨]
(직원) 신부님 나오십니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긴장한 숨소리]
(성재) 딱 이거네
어떠세요, 어머니?
응?
[휴대전화 진동음]
누군지 좀 봐 줘
(성재) 김진희 선생님
계속 오네?
- (윤수) 이리 줘 - (성재) 지금?
(윤수) 응
네, 선생님
문자요?
아니요, 지금 볼게요
[헛웃음]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성재) 왜, 무슨 일 있어?
학교 들어가 봐야 돼
(윤수) 어머니, 죄송해요
일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경인의 헛웃음]
(성재) 저기, 어머니
어머니
무슨 일이야?
미안해, 전화할게
지금 얘기해
담임도 아닌데 이 시간에 학교 갈 일이 뭔데?
나중에 설명할게
진짜 중요한 일이라서
진짜 중요한 일?
우리 결혼 준비보다 더?
(경인) 안 나오고 뭐 하니?
나중에 다 설명해
진짜 중요한 일이어야 될 거야
(규영 모) 제가
백승유 그 애를 보겠다고요
어디 있어요?
지금 저희 학생부에서
아이들 지도 중이니까요, 어머니
지도요?
우리 규영이는 일방적으로 맞았는데
무슨 지도를 받아요!
(교사2) 조금만 진정하시고요 [규영 모의 헛웃음]
[규영 모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규영 모) 혹시 그…
수학 선생님이세요?
네, 접니다
(규영 모) 아
왜 일을 이렇게 만들어요?
수학 동아리 반 처음부터 말 많았던 거 모르시죠?
선발 문제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점이 한둘 아니더니
결국 이 사달을 내네요
아유, 지끈거려
이번 일은 이유 불문하고
규영이가 지윤수 선생님께 사과드려야 할 문제입니다
(진희) 아니, 어떻게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규영 모) 선생님이 뭔가 실수를 하셨겠죠
그러니 행동을 늘 조심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아, 다 필요 없고요 [한숨]
우리 애랑 백승유 데려오세요
걔 부모님도 불러오고요
사과받고 처벌해야겠어요
우리 규영이 아빠
TJN 보도국장인 거 아시죠?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제 말대로 하세요
당장
- (교사2) 저, 어머니 - (규영 모) 당장 불러오라고요!
규영이 아버님이
언론사 보도국장이시군요
그럼
(윤수) 이 사진을
제보해도 될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규영 모) [놀라며] 어머 이게 뭐…
[속삭이며] 이거 우리 규영이가?
- 미쳤나 봐, 어떡해 - (윤수) 요즘 타인에 대한
사진 촬영과 유포 처벌이 매우 엄격합니다
보도국장님이라면 사태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당황한 숨소리]
더구나 성적인 모욕의 의도가 명백한 사진입니다
교권 침해로 교권 보호 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당황한 숨소리]
선생님
벌점, 봉사 활동부터 정학
전학 권고까지 처벌이 가능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화가 많이 나셨구나, 어떡하지?
(규영 모) 그, 화, 화나실 만하죠?
그, 그, 제, 제가 우리 규영이 불러다가 선생님께…
저뿐만 아니라 백승유 학생도 피해자입니다
규영이에게
저와 승유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겠습니다
그럴 마음 없다면
절차대로 징계 처리 하겠습니다
(규영 모) [놀라며] 어, 아니요! 사과합니다
어, 그럼요
잘못했으면 무조건 빌어야죠
[규영 모가 중얼거린다]
어, 저, 저기
스, 승유 어디 있어요?
어, 우리 규영이가, 저기, 사…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될 텐데 어떡해 [규영 모가 발을 동동 구른다]
승유 어디 있나요, 선생님?
[차분한 음악] (진희) 입을 꾹 다물었어요
왜 때렸는지 말도 안 하고
반성문도 안 쓴다 하고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잘못된 거야
근데
화내는 게 맞아
[잔잔한 음악]
이런 일은 화를 내야 돼
선생님은 기뻐
네가 웃고 화를 낸다는 게
그러니까 마음 닫지 마
(윤수) 숨기지 마, 진짜 네 모습
(규영) 왜 말 안 했냐?
내가 합성 짤 만들어서 그랬다고 왜 말 안 했냐고
너 혹시
지윤수 쌤 좋아하냐?
[헛웃음]
[잔잔한 음악]
그래도 돼요?
정말로
다 보여도 돼요?
(성재) 얘 그때 걔 아니야? 우산?
(학생15) 혹시 백승유 수학 좋아하는 거?
(규영) 미친 새끼
내가 그 새끼 반드시 꿇린다
(윤수) 너 잘할 수 있지?
해 보자, 우리 한번
(정아) 지윤수 선생 쓰임이 많은 카드예요
염두에 두세요
(윤수) 부러워 난 수학을 좋아했지만
승유 같은 재능은 없었거든
(예린) 그럼 잘 아시겠네요
그런 애랑 경쟁하는 제 마음이 어떨지
[거친 숨소리] (승유) 죄송해요
[울먹이며] 저 못 하겠어요
.멜랑꼴리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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