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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기사5

  

들어가자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알아봐 주길 바랐어

 

그날 우리 아빠가 한 얘기 들은 거야?

 

그래서 말도 없이 사라진 거야?

 

맞아널 저주했어

 

[잔잔한 음악]

 

그날 가만히 서 있는 너 보면서

 

'쟤도 나처럼 됐으면 좋겠다'

 

'쟤도 나처럼 되게 해 주세요'

 

'나처럼 모든 걸 다 잃게 해 주세요'

 

바랐어

 

그래서 좋아?

 

지금 이렇게 가난하고 보잘것없어진 나 보니까 통쾌해?

 

마음 아팠어 - 닥쳐이 나쁜 새끼야

 

난 너 걱정했어

 

보고 싶었고

 

나 매년 거기서 너 기다렸어

 

11월부터 크리스마스까지

 

10년 넘게그 성에서

 

그래

 

성공한 거 축하한다

 

네 저주가 먹힌 것도 축하하고

 

오빠 너한테 선물하려고 왔어

 

하나는 옛날에 네가 살던 그 집

 

내가 다시 찾아줄게

 

그리고 하나는

 

어디 가도 기죽지 않고 원하는 거 다 할 수 있는 생활

 

그거 내가 해줄게

 

나 사랑하는 사람 있어

 

못 잊고 있는 사람

 

거짓말 티 나게 하는 거 옛날하고 똑같네

 

옛날 얘기 하지 마

 

나 옛날 정해라 아니니까

 

나 한 달 내로 집 구해서 나갈게

 

그 전까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돈 많으니까 호텔 가서 지내

 

해라야

 

이렇게 으리으리한 건물에

 

이렇게 거지가 된 날 데려다 놓고 얼마나 속으로 으쓱하고 좋았니?

 

맞아

 

으쓱하는 마음 없었다면은 거짓말이야

 

아주거지 소년이 출세했네

 

잘난 척 더 해 보시든가

 

돈 걱정 없는 생활

 

나머지는 뭔데?

 

그날 내가 빚진 거

 

[로맨틱한 음악]

 

아직 안 끝났는데

 

뭐 하는 거야?

 

이거 하나만 알아줘

 

너 때문에 성공하고 싶었어

 

지금도 그래여전히

 

이모는 알고 있었지?

 

알긴 내가 뭘 알아?

 

랍스터 잘 먹다가 나도 깜짝 놀랐네

 

여기서 나가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왜 나갑니까내 손님들인데

 

해라는?

 

걱정 마세요

 

오늘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멋진 저녁 초대였습니다

 

그러셨다니 감사합니다

 

또 뵙죠 - 해라를...

 

사랑하시는 거죠?

 

[영미의 웃음 소리]

 

어머나그 미소가 답이네요

 

그치이모? - ?

 

그러게

 

가자

 

가니?

 

[불길한 느낌의 음악]

 

(수호해라 씨 옷을 만들어 주세요

 

제일 좋은 옷감으로

 

짐 다 쌌지내 차로 가자

 

뭐 해나와

 

난 안 가요

 

준비 다 한 거 아니야?

 

그 사람이 여기 왔었어요

 

다른 여자한테 줄 옷을 주문하러

 

잘못 본 거겠지

 

어떻게 잘못 볼 수가 있겠어 그 사람을

 

신경 꺼

 

네 남자도 아니잖아

 

정해라한테 줄 옷을 만들어달래요

 

그래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난 거네

 

두 사람 방해하지 마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자?

 

당신이나 가

 

당장 나와

 

혼자 가서 드세요청나라 만두

 

너 그러다

 

악귀로 남을 거다

 

천사가 되든 악귀가 되든 이 한은 풀어야겠어

 

내가 피해자예요

 

내가!

 

[문 열리는 종소리]

 

또 연락도 없이 들렀어요 죄송합니다

 

 

이게 누구야?

 

무슨 일 있으셨어요?

 

미안하지만 다음에 오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지금 중요한 얘기 중이라 - 아니요

 

마침 잘 왔어요

 

술 한잔하고 가요

 

비행기 늦겠어요

 

나 잠들었을 때 어떤 남자랑 다녀갔다면서요

 

누구예요그 남자?

 

이야기 안 하면 안 될까요?

 

얘기하기 싫은 이유는 뭐죠?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남자니까

 

심란하게?

 

왜요?

 

(해라별거 아니에요

 

(해라그냥 다 내 열등감이고 자격지심이죠

 

분에 넘치는 남잔가 보군요

 

자기 것이 아니면 가져도 탈 나요

 

내 남자면요?

 

[불길한 느낌의 음악]

 

분에 넘치는 그 사람이

 

내 남자면요

 

그럼 심란할 이유도 없겠지

 

연애 고수인 척하더니

 

허당이구만

 

무슨 당?

 

...

 

막 누군가한테 마음이 막 끌리고

 

막 좋아하지 않으려고 버티고

 

막 미워해도 마음이 다시 끌리고 이런 거

 

그런 감정 모르세요?

 

그 사람이 좋아요?

 

좋아하지 않으려고요

 

그 말은 그러니까... - 좋아요그 사람

 

그 사람도 당신이 좋대?

 

키스했어요오늘

 

[해라의 말을 떠올리는 샤론키스했어요오늘

 

[해라의 말을 떠올리는 샤론키스했어요오늘

 

[해라의 말을 떠올리는 샤론키스했어요오늘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해라의 비명]

 

뭐야?

 

놀래라진짜

 

괜찮아요?

 

저기... 깜깜한데

 

어후진짜

 

아니 뭐 공사하다 잘못 건드렸나?

 

[유리 밟히는 소리]

 

뭐 애들 야구 하다가 이거 깨 먹은 건 아닌 거 같고

 

아무것도 없는데

 

아후무슨 바람이

 

이거 뭐 임시로 막을 방법 없을까요?

 

분이야

 

?

 

분이요?

 

그래

 

!

 

어머아니 내가 일찍 일어나서 할라 그랬는데

 

할 게 뭐 있나요냉장고에 있는 거 꺼내면 되는데

 

해라는 아직 안 들어왔죠?

 

찜질방에서 잤을 거예요

 

이모는 언제부터 해라랑 같이 사셨어요?

 

게네 집 망한 후부터지

 

제가 어릴 때 뵌 적이 없는 거 같아서요

 

해라네 집에 얹혀 있을 때요

 

그게...

 

그 집이 잘나갈 땐 식구 취급도 안 해줬거든

 

[어색한 웃음]

 

진짜 이모는 맞죠?

 

그럼 가짜 이모도 있나?

 

농담이에요

 

저기

 

어제해라 많이 놀란 거 같은데

 

둘만 있을 때 조용히 말하지

 

손님들 있는 데서 왜 그랬어요?

 

저 해라 사랑해요

 

?

 

[재채기]

 

[바람 소리]

 

아우추워

 

[불길한 느낌의 음악]

 

꿈이야?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아휴

 

더덕주가 세긴 센가 보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저기요

 

딴 데 가서 주무세요?

 

감기 걸려요감기

 

추운데

 

여기서 잤어요?

 

그냥 이야기 나누다 잠들었어요

 

아직 주무시고요

 

어디서 이렇게 찬 바람이

 

그게 그... 어제 밤에 갑자기 창문이 깨져 가지고

 

창문이 깨져요? - 

 

정말 그냥 갑자기 '하고 깨졌어요

 

다친 데 없어요? - 저는 괜찮은데

 

쟤 안 죽어요

 

걱정 마

 

나가요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버스 있어요

 

나가요데려다줄게

 

저기서 세워 주세요

 

어젯밤에 가방도 없이 왔던데 차비 있어요?

 

이거 내 전재산인데

 

여기 와서 갚아요

 

여행사 다닌댔죠? - 

 

와서 들으면 유익할 거예요

 

저희 회사 근처에서 하네요

 

꼭 오세요

 

그 돈 안 갚으면 나 오늘 집에 못 가

 

네 꼭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동차 경적엄마!

 

사우나 들렀다 출근하는 거 아저씨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

 

머리는 좀 말리고 다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어제 밥 먹다 뛰쳐나갔잖아

 

핸드폰지갑갈아입을 옷

 

이모가 다 챙겨주셨어

 

속옷도 있어사이즈 다 알아

 

속옷은 농담

 

점심에 다시 올게얘기 좀 해

 

난 할 얘기 없고

 

한옥 값이나 준비해 둬나가게

 

너 키스 처음 해보지?

 

[경쾌한 음악]

 

아니그럴 리가 있냐?

 

예전에도 그렇게 뛰쳐나갔어?

 

아니그땐 좋았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했으니까

 

누군데 그놈 - 꺼져뭘 궁금해해?

 

어제 무례했어

 

그럼 뭐물어보고 해?

 

졸부의 자신감이냐?

 

너 내가 하나도 안 궁금했어?

 

하나도 안 궁금하고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냐고는 안 물어봤어

 

[재채기]

 

[코 훌쩍이는 소리]

 

내가 좋아? - 많이 좋아

 

왜 슬로베니아에서 얘기 안 했어?

 

옛날 그 문수호라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어 알아봐 주길 바랐고

 

나 그동안 고생하면서 때 많이 탔어

 

달콤한 말 안 믿어

 

이 정도가 달콤해?

 

진짜 달콤한 게 뭔지 보여줘?

 

아니그렇게 나 홀려놓고서

 

어느 순간 나 빵 차고 복수할 거잖아

 

모르는 줄 알아?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나도 내 주제를 알거든

 

그놈이 너 혼자 꿈꾸게 하고 차버렸어?

 

나 가지고 놀 생각인 거면 지금 이거 시간 낭비하는 거야

 

나도 너 홀려놓고 가버릴 거 같아?

 

아니내가 그렇게 홀릴 만큼 순진하지가 않다니까

 

나 네 옆에 있을 거야해라야

 

[밝은 느낌의 음악]

 

문수호 씨

 

? - 내 꿈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자수성가예요

 

방해하지 말아줘요제발

 

(수호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언젠가 우리 둘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그놈 앞에 멋지게 나타납시다

 

아니안 돼안 돼안 돼 흔들리지 말자

 

무시하자무시하자무시하자

 

개인 PT 무료권입니다

 

안녕하세요운동하러 오세요

 

여기 한번 만져보세요 - 아니요

 

여기 한번 만져보세요 괜찮아요

 

개인 PT 드립니다

 

어머검사님 아니세요?

 

아우배가 고프네

 

순댓국 먹으러 가야겠다

 

재판이 언제세요?

 

굿모닝

 

오셨어요? -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따가 준비 좀 해줘 - 알겠습니다

 

[노크 소리]

 

안녕하세요대표님 - 일찍 나오셨네요

 

파스 냄새가 나네요

 

안 그래도 어젯밤에 운동하다가 좀 삐끗했나 봐요

 

출장 트레이너를 좀 알아볼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하여튼 한 실장님 추진력 하나는 알아줘야 해

 

PT 회원 전혀 없이 한가한 트레이너가

 

딱 한 분 계시다고 해서요

 

왜요실력이 없는가 보죠?

 

아우절대 아닙니다

 

제가 신입이라

 

기존 트레이너들이 자기 회원들 뺏길까 봐

 

아주 눈에 불을 켜고... - 농담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염려 마십시오

 

집 주소 좀 알려드리세요 - 

 

[핸드폰 진동 소리]

 

차 한잔하고 계세요 - 

 

고마워라

 

바빠서 잊으면 어쩌나 했는데

 

잊을 리가 있나요

 

저녁은 비워 뒀죠

 

그래요그럼 이따 봐요

 

 

[라디오다음 소식입니다

 

전남 장성의 한 사찰에서

 

보물급으로 추정되는 공문서 수십여 건이 발견됐습니다

 

한국학 연구소에 따르면

 

사찰의 서가를 정리하던 중

 

문화재급 고서가 다량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조선 중기에 쓰인 한글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갑니다

 

내 부탁함세

 

자네가 보고 들은 이 사연을

 

꼭 어딘가에 남겨 주게나

 

자네의 빼어난 솜씨로 두 사람을 그리고

 

믿지 못할 이 얘기도 글로 남겨 주시게

 

점복이

 

자네 글 지금 어디에 있는 겐가?

 

! - 건배!

 

메뉴 진짜 다양하죠

 

얘네가 아주 이를 악물고 만들었네요

 

그니까여기 기내식 맛없어 가지고

 

이 회사 비행기 안 타는 사람들 엄청 많았잖아

 

그땐 좀 그럴 만했어

 

그치완전 후져가지고

 

맛있다! - 맛있어맛있어?

 

소시지 엄청 통통하다 어머세상에

 

음식은 괜찮으신가요?

 

완전 맛있어요 - 아직 안 먹어 봤지만

 

맛있게 드세요 - 

 

잘 먹을게요

 

기내식 시식이 아니라

 

멋진 남친하고 여행가는 비행기 안이었으면 좋겠다

 

그치?

 

[코믹한 느낌의 음악]

 

이 항공법이라는 게 말이지

 

생각보다 까다로워

 

근데 중요한 건 말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거 같아

 

[코믹한 느낌의 종소리]

 

미쳤나 봐 - 왜 그래?

 

왜 이래?

 

뭐 쉰 거 먹었냐? - 아니에요

 

너무 맛있어너무 맛있어

 

기내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

 

[로맨틱한 음악]

 

그 사람도 당신이 좋대?

 

키스했어요오늘

 

으악!

 

아우진짜아우나 진짜!

 

잘 잤어?

 

걔는 갔어? - 누구?

 

아이씨 유리창은 또 왜 깨진 거야?

 

내가 그랬어 - 어쩌자고 또...

 

다친 덴 없고?

 

 

유리 가게 아저씨 곧 올 거야

 

유리창이 깨지고

 

내가 옛날 옷을 입고 있었는데

 

분홍색 치마에...

 

아이디어 떠오르는 거 있으면 말해

 

그려 놓을게

 

우리도 인제 마케팅이나 홍보에 신경 쓰면 어때?

 

샤론의 재능을 이렇게 숨기긴 아깝잖아

 

승구야 - ?

 

나 예뻐지고 싶어

 

[코믹한 느낌의 음악]

 

너는 왜 묻지를 않니?

 

너도 내가 이상해 보일 거 아니야

 

열 일곱에 보조로 와서 15년이 지나는 동안

 

난 그대로인 거 못 느꼈어?

 

못 느꼈는데

 

내가 더 예뻐

 

정해라가 더 예뻐?

 

나야정해라야?

 

정해라지당연히

 

농담하지 말고

 

정해라 -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

 

쌩얼일 때?

 

메이크업일 때?

 

둘 다

 

정해라 - !

 

[천둥소리]

 

장난치지 말고

 

나 외로워나 예뻐지고 싶어!

 

알았어알았어

 

진짜 말할게

 

누가 더 예쁘냐면

 

샤론이 훨씬 예쁘지

 

이제부턴 거짓말 안 해야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

 

내가 더 낫지

 

어이가 없네진짜

 

아니이 낡은 집을 팔고 싶지도 않고

 

재개발도 원하지 않는다?

 

이거날도 추운데

 

농담이 심하십니다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저희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돈 버는 게 싫으세요?

 

몇몇 사람은 돈을 벌겠죠

 

천박한 쇼핑몰보다

 

이 동네 이대로 두는 게

 

훨씬 큰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저희들은

 

그럼

 

서점을 하던 상가 건물은요?

 

그건 이미 믿을만한 사람한테 맡겨 놨습니다

 

[전화벨 소리]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가...

 

내가 말했잖아

 

그놈 문수호라고

 

그게 왜 저한테 화를 내실 일이죠?

 

? - 저도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근데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그 흉터 없어진 얼굴 못 알아본 게

 

그렇게 못마땅하세요?

 

넌 왜 그렇게 물러터졌냐?

 

아버지는 늘 필요 이상으로 저한테 화를 내시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자존감 낮고

 

열등감이 심해서 그래요

 

너 같은 아들을 둔 게 내 열등감이지

 

돈이 있어서 네가 그 정도야 있는 집 아들

 

네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타이틀

 

그건 지켜라제발?

 

노력해 볼게요

 

37번지에 하는 걸 뺏어 봐

 

옛날 서점 자리가 있던 1층 상가도

 

나한텐 죽어도 안 넘긴다는 그 집을

 

뺏어 와 봐

 

문수호가 가로채 가기 전에

 

제가 왜요? - ?

 

저는 문수호의 상대가 안 된다고 하셨으니까

 

그럼 아버지가 하세요

 

내가 재혼이라도 해서

 

유산이 다른 데로 가면 어쩔려고 이래

 

아버진 돈 아까워서 재혼 못 하세요

 

[잔잔한 음악]

 

회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 노래는 외로울 때만 들으시는 곡인데

 

인간은 누구나 다 고독하지

 

 24시간 고독하고

 

누나 - 

 

학생이 이런 데 오면 어떡해?

 

내가 어떻게 해야 누나가 날 좋아할 수 있어요?

 

내가 25살 될 때까지만 딱 기다려 줘요

 

청혼할게요

 

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누구요?

 

군대 간 거면 기다리지 마요

 

맑은 눈을 가졌구나 신문 배달 소년

 

내가 어리고 가난해서 싫죠?

 

부자가 되라철민아

 

널 위해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될 테니까

 

내가 돈만 있으면 누나도 내가 좋아?

 

돈 없어도 난 네가 귀여워

 

으휴!

 

누나는 무슨 비밀이 있는 사람 같아

 

난 말이지

 

늙지도 죽지도 않아

 

그게 내 비밀이야

 

뭐예요?

 

나도 한때 목숨 걸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나보다 연상이었지

 

여보세요

 

할머니할머니!

 

[코믹한 느낌의 음악]

 

여보세요

 

여기여자가 저...

 

아픈지 쓰러져 있는데

 

지갑 속에 명함이 있네요

 

여자분요?

 

아이구여기 저...

 

옷을 보니까 샤논 양장점이라고 붙어 있네요

 

머리는 길고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잔데...

 

할머니 거기 위치가 어딥니까?

 

빨리 좀 와 주세요!

 

[경쾌한 음악]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병원으로 갑시다

 

[코믹한 느낌의 종소리]

 

[구급차 사이렌 소리]

 

저 혹시...

 

연락하신 분이십니까?

 

[코믹한 느낌의 음악]

 

... 누구시죠?

 

문수호 대표님 비서입니다 가보라고 하셔서

 

일단은 병원으로 가시죠

 

잠깐 어지러워서 앉아 있었는데

 

폐지 줍는 할머니가 전화하셨나 봐요

 

전 괜찮습니다

 

혈압 좀 체크하겠습니다

 

전 진짜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문수호 대표님께 감사하다는 얘기는 전하고 싶은데

 

(백희그 남자의 마음엔

 

한 사람뿐이었죠

 

내색할 순 없었지만

 

인두로 여종의 얼굴을 지져놓은 새신부는

 

그 아일 몸종으로 데리고 갔죠

 

손끝 야물고 똑똑하기가 분이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새신랑은

 

자기가 마음속으로 연모하는 여자와

 

한 지붕 아래 있게 된 겁니다

 

[잔잔한 음악]

 

어우추워 겨울 같은 가을이구먼

 

가서 팥죽이라도 먹고 와

 

그 새아씨 마님 따라온 아이 말이여

 

그 이름이 뭐라더라...

 

분이라던가?

 

암튼 고것이 팥죽을 쒔는디

 

맛이 아주 끝내줘

 

갸가 말이여못 하는 게 없대더만

 

옷도 잘 짓고 음식 솜씨도 좋고

 

거기다가 글도 읽고 쓴다고 하던데?

 

그러믄 그 샘이 나서 그랬을까?

 

새아씨 마님 말이여

 

혼례를 앞두고 그애 얼굴을 인두로 지져버렸당게

 

아니?

 

아씨 마님 옷을 짓다가 잠깐 걸쳤는디

 

딱 걸려분 것이지

 

(수호그 고운 얼굴은

 

(수호그날 밤이 마지막이었겠구나

 

종으로 태어난 것이 죄제

 

어쩌겄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옷만 바꿔 입히면 우리 분이가 훨씬 귀티 날걸

 

아프지 않는 게냐?

 

?

 

네 얼굴

 

덴 상처 말이다

 

 

아직 진물기가 보이는 게 찌르고 아플 텐데

 

나도 어렸을 때 화로에 발을 데어 봐서 알거든

 

내 말해둘 터이니

 

장터촌 약방에 들러보거라

 

화상에 용하게 듣는 약이 그 집에 있다

 

아닙니다요

 

꼭 들렀다 와

 

알겠느냐?

 

[매질 소리와 비명]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서방님은 상관 마셔요

 

사람을 때리고 있는데 상관 말라니

 

저 애가 갈수록 버릇이 없어

 

제 물건에 손을 대지 뭡니까?

 

저 일그러진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있는 걸 딱 걸렸죠

 

제 연지함을 훔쳐다가

 

아궁이 앞에서 바르고 있더라니까요?

 

가져와 보거라

 

가져가거라

 

이 물건은 네 것이다

 

나으리

 

내가 의원에 부탁해 주라 한 것이오

 

뚜껑을 열어서 확인만 했어도 됐을걸

 

다짜고짜 사람을 때립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애 약을 부탁했단 말씀인가요?

 

한 지붕 아래서

 

이렇게 진물 찍어내며 아파하는 사람이 있는 게

 

딱해서 그랬소

 

종년 아닙니까? - 똑같은 사람 아닙니까?

 

[잔잔한 음악]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굶으면 배고픈

 

똑같은 사람이란 말이오

 

모든 목숨은 소중하고 평등한 것인데

 

어찌 이리도 모질게 구시오?

 

종년과 평등이라뇨?

 

어찌 그런 기막힌 말씀을 하십니까?

 

서방님 혹시 서학인지 뭔지

 

그 위험한 학문에 관심을 두시는 건 아니겠지요?

 

다신 이러지 마시오

 

분이든그 누구든

 

[신음과 방망이 떨어지는 소리]

 

분이야분이야 이리 와

 

이리 와서 전 부친 거 맛 좀 봐?

 

갈게요

 

[밝은 느낌의 음악]

 

분이야이리 와

 

분이야어서 와어서 와

 

빨리 와얼른

 

맛있게 드세요

 

분이도 한 잔 쭉 마셔?

 

어이구마님!

 

다들 앉아 보거라

 

앉으라니까

 

 

부추전에 막걸리

 

참 맛있어 보이는구나

 

나도 한 잔 다오

 

아이구나리

 

저희가 따로 상을 봐 올리겠습니다

 

어찌 저희가 먹던 걸

 

이 사람아 한 솥밥 먹는 식구끼리 무슨

 

누가 잔 좀 다오

 

분이야네 잔 좀 다오

 

이리 다오

 

제가 한 잔

 

[사레들린 기침]

 

많이들 드시게

 

훌륭한 남자였죠

 

너무 훌륭해서 탈이었지만

 

부인한테도 예를 다했지만

 

무슨 일인지

 

장손인 그댁엔 5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꾸만 입에서 신 것이 당기는 게

 

이번엔 정말 아기가 들어선 게 맞아요

 

그래앞으로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얘기만 해요

 

서방님

 

나 산딸기가 먹고 싶어요

 

이 계절에

 

산딸기만 먹으면

 

아들 쌍둥이를 낳을 것 같은데

 

[불길한 느낌의 음악]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그만 좀 해!

 

지금 이 계절에 딸기가 어딨다고 그래

 

분이야아 그만하라고!

 

분이야분이야!

 

분이야분이야!

 

괜찮아분이야?

 

괜찮아요

 

분이야그대로 도망가!

 

마님도 바보가 아닌데

 

지금 딸기가 있다고 생각을 하겠어?

 

그러니까 어서 도망가?

 

내가 너 산딸기 찾다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그럴게?

 

그러니까 도망가분이야

 

도망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널 죽이고 오랬어나더러

 

왜요?

 

미안하다

 

나 쌀하고 은전 열 냥 받았어

 

그래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은 없었다분이야

 

마님 임신 안 했어

 

사흘 전에 몰래 개짐 빠는 걸 하동댁이 봤대

 

관심을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얼마 후에 울면서 유산했다고

 

자기만 위해달라고 하겠지

 

불쌍한 아씨

 

불쌍한 거는 너야

 

너 얼굴 그렇게 해놓은 거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아씨는 아이를 못 낳을 거예요

 

날 인두로 지지던 날

 

하늘에 빌었어요 

 

저 독한 여자의 태를 닫아 달라고

 

어딜 가든 그 집의 대를 끊어달라고

 

제가 알아서 죽을게요

 

아저씬 돌아가세요

 

죽긴 네가 왜 죽어?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요아저씨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순식간에 뛰어내리는 바람에

 

미처 잡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샅샅이 뒤졌는데... - 잡거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가자 - 가자가자분이 찾아야지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분이야!

 

분이야분이야!

 

아래 좀 잘 보시게!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어딨는 게냐?

 

밖이 소란하구나

 

분이가 산딸기를 찾다가

 

절벽에서 굴렀답니다

 

분이가?

 

그런데 산이 험해서 찾을 수가 없었다고...

 

이미 죽었거나

 

오늘 밤을 지나면 죽을 거라네요

 

참으로 딱하구나

 

춘삼월에 아랫마을 개똥이랑 연이나 맺어줄까 하였는데

 

개똥이면 소 잡는 가파치의

 

바보 아들 말씀이십니까?

 

어쩌겠나

 

양지바른 곳에 장사나 잘 지내주어야지

 

분이야!

 

분이야! -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무거운 느낌의 음악]

 

분이야

 

정말 죽은 게냐?

 

다신 볼 수 없는 게냐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분이야!

 

[문 두드리는 소리]

 

[웅장한 음악]

 

분이야!

 

분이...

 

분이

 

여보게들!

 

분이가 살아 돌아왔어

 

여보게분이가 살아 돌아왔다고!

 

아씨산딸기를 구해 왔습니다

 

마음 착한 심마니 노부부가 구해주었습니다

 

그 집에서 일하면서

 

산딸기 철이 오길 기다렸고요

 

이거 드시고 어여 순산하셨으면...

 

송구하오나...

 

두분 연에서 후사는 없겠습니다

 

그리 무책임한 말이 어딨소?

 

방도를 찾아 주시오

 

씨받이를 찾아야 하오아님...

 

후실을 들이면 될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 이 집에는 늠름한 아들 셋이 보이는데 말입니다

 

기운이 분명 느껴져요

 

잠시만

 

? - 혹시

 

음력 4월 생이신가?

 

아니면 사 시에 태어났거나?

 

그러합니다만

 

역시

 

이 집안에 있었구만

 

아들 셋은 이쪽입니다마님

 

[노인이 웃는 소리]

 

한잔하겠느냐?

 

아닙니다

 

불편하고 어색하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면서?

 

부끄럽습니다

 

분이야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

 

[잔잔한 음악]

 

내가 오늘 밤

 

너를 안지 않을 것이다

 

너를 빌어 아들을 낳아도 넌 어미라 불릴 수 없고

 

아이가 젖을 떼고 나면 어딘가로 내쳐질 것이야

 

씨받이란 그런 것이죠

 

널 그리 만들 순 없다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왜 그럴 것 같느냐?

 

알고 있지 않느냐?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으로 죄를 지었다

 

너를 안고 싶었어

 

저 그냥...

 

아이를 낳고 죽으면 안 될까요?

 

열 달 동안 행복하게

 

죽는 거

 

두렵지 않아요

 

난 두렵다

 

네가 없는 것이

 

두 사람은 그날 밤 어떻게 됐을까요?

 

아들을 낳고 안주인까지 바뀌었을까?

 

아니말대로...

 

손만 잡고 잤을까요?

 

에이끝까지 갔어요

 

 - 당연하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손만 잡고 자는 게 말이 되냐?'

 

'만리장성을 쌓았다'

 

손들어 보세요

 

봤지?

 

'무슨 말이냐?'

 

'손만 잡고 잤다'

 

[잔잔한 음악]

 

거기 두 사람

 

왜 그렇게 보고 있어요?

 

맘에 들어요?

 

웬일이야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10분 후에 계속

 

커피나 한잔하자

 

여긴 웬일이에요?

 

넌 왜 나 따라다녀?

 

어머!

 

나 초대받았어 장백희 선생님한테

 

나도 초대받았거든요

 

근데 서로 어떻게 알아? - 그냥 우연히

 

혹시 너 옛날에 먹었던 녹즙 기억나?

 

토요일마다 배달 오던 데

 

기억 안 나는데?

 

난 맛없어서 녹즙 안 먹었어

 

산딸기 주스만 먹었지

 

맞아계절에 따라 산딸기도 있었지

 

근데 그 얘기 왜 꺼내는데?

 

괜히 옛날 얘기 하면서 친한 척하지 마

 

안녕하세요

 

[밝은 느낌의 음악]

 

방에 가만히 누워 쉬어야제

 

니 태몽을 꾼 것 같어

 

이명소의 부인이 맞소? - 그렇소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되었구나

 

서방님!

 

그 애는 방에 두고 가요!

 

남의 남자?

 

종년한테 뺏긴 내 남편이에요

 

너 질투해?

 

내가 너 미치게 좋아하니까 지금 나 우스워 보이지?

 

질투는 본인이 하시는구나?

 

한 달 어때? - 상처받기 싫으니까

 

한 달 후에 찰 거야

 

.흑기사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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