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5
- 고생했어, 조심히 들어가 - 네, 내일 뵙겠습니다
[차 문 닫히는 소리]
누구시죠?
(혜승) 이 사람이구나
진유희
네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남자
- 준호 아버님? - 예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준호 국어 가르치게 된
서혜승이라고 합니다
아…
얼마 전에 새로 오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제야 뵙네요 제가 준호 아빠입니다
오늘 수업 잘 마쳤고요
준호가 참 잘 따라오네요
아, 다행이네요
[휴대전화 진동음]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동음이 계속 울린다]
네, 진유희 변호사님
[긴장되는 배경음악]
(유희) 잘 지내셨어요?
저야 늘 일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죠
아, 마침 그간 끌어오던 재판도 끝나고 나니까
대표님 생각이 나지 뭐예요
아, 이거 영광인데요
우리 한번 볼까요?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요즘 일정이 많아서요
제가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혜승) 나는 결코
네가 황금 문으로 들어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 왔어? - 네
아, 어머니
그, 방금 왔던 과외 선생님 어떻게 오게 된 거예요?
왜, 아는 사람이야?
아니요, 그냥 낯이 익은 것 같아서
어, 한국대 총장이 연결해 줘서 들어왔는데
아, 그래요?
저 좀 쉴게요 [노 여사의 웃음]
“렉스”
(지선) 오늘 확인했는데
진유희 회원과 이형주 대표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매칭 계획은요?
아직은 아닌데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미진 회원 뷰티 케어 프로그램
시크릿 라인으로 잘 진행 중이죠?
네?
체크 잘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성희) 알겠습니다
[우아한 오페라 곡]
- 진유희 님이신가요? - 네, 맞아요
(직원) 이형주 대표님께서 이 모델을 골라 놓고 가셨습니다
시착해 보시겠습니까?
네
2캐럿의 다이아몬드고요
6개의 프롱으로 세공된 플래티넘 소재의 세팅 링입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에요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른다]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뭐, 별것도 아닌데요, 뭐 받아줘서 고맙죠
저 받기만 하는 거 별론데
라운딩 한번 가실래요?
음, 몬테레이 페블비치도 좋고 태국도 좋고요
그래요, 언제 한번 가시죠
제가 스케줄 한번 짜볼게요
근데 연습 많이 하셔야 될 거예요
저 이기시려면 [피식 웃는다]
그래요
우리 오늘 와인 좋은 걸로 마셔요
제가 살게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이쪽으로
긴장했어?
말 잘해 놨으니까 마음 편하게 하면 돼
응
‘신화’요?
아니, 최고경영자 과정에 웬 신화?
아이, 내 말이
아, 차 교수가 엄청 밀더라고
자기 시간대에 시리즈로 넣겠대
강사가 누군데요? 어디 교수예요?
교수가 아니고 겸임
‘겸임’요?
학과장님
교수진 퀄리티 관리 좀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 차 교수가 그 친구 안 해주면 자기도 안 한다는데
[노크 소리]
[쉿 소리] [문이 열린다]
(학과장) 어, 왔어?
아… 두 분이 같이 계셨네요
[불안한 배경음악] (석진) 서 교수님
여긴 학과장님 그리고 이쪽은 정미진 교수님
서혜승입니다
(미진) 전 일단 빼 주세요
할지 말지는 좀 더 생각해 볼게요
(학과장)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할지 말지’라니…
클래스가 맞지 않는 거 같아서요
(학과장) ‘클래스’…
(석진) 미안해
내가 정미진 교수까진 생각을 못 했네
혹시 내가 네 옵션이니?
어?
정교수도 아니고 강의 경력도 짧은데
네가 내 백인가 해서
혜승아, 너 충분히 자격 있어
(석진) 그런 생각 하지 마
나 이형주 대표 만났어
기업 자문을 좀 부탁하더라고
분위기 보니까 진유희 변호사랑 잘되고 있는 거 같던데
그 여자 일 잊고 사는 건 힘들겠지?
용서가 돼야 마음에서 털어지지
그래
오늘 저녁이나 같이할까?
나중에, 갈게
먼저 도착했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 제가 기사님 먼저 보냈어요
[기묘한 배경음악]
네?
어디 가서 한잔 더 하고 싶은데
우리 집에 좋은 위스키도 있고
어떡하죠
제가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어서요
아유, 그러셨구나
아, 그럼 타세요, 내려 드릴게요
아니에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유, 저는 괜찮아요
이런 날 모셔다드려야죠
준호는 왜 그렇게 의대에 가고 싶어 해?
아빠는 공대나 경영대에 가서 아빠 뒤를 이었으면 하실 텐데
알아요, 저도
근데
중증 외상 환자들의 의료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대요
[아련한 배경음악]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고
저도 할아버지처럼 좋은 의사가 돼서
사회에 좋은 일 하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의사셨어?
네
굉장히 실력 있는 의사셨는데
시골 무의촌에 가셔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시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대요
정말 훌륭한 분이시구나
(혜승) 우리 준호 정말 멋진 사람 같아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자
네 [혜승의 웃음]
[형주의 한숨] 기사님, 잠깐만요
(기사) 아, 예
고마워요,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옅은 웃음] 저도 너무 즐거웠…
[불안한 배경음악]
저 여자…
[차 잠금 해제음]
우리 애 과외 선생님인데 [차 문 닫히는 소리]
아는 사람이에요?
‘과외 선생님’이요?
[당황한 숨소리]
대표님도 보시지 않았어요? 렉스 파티에서
아테나예요
‘아테나’요?
[바람 부는 효과음]
[차 시동 거는 소리]
[황당한 숨소리] 어디서 봤나 했더니
이번엔 대표님 차례인가 봐요
무슨 소리예요?
저 여자 소문이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부유층 남자들 유혹해서 돈 뜯어내고 협박하고
[진저리 친다] 당한 남자가 한둘이 아닌가 봐요
(유희) 근데 과외 선생님이라니
대표님한테도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 아니에요?
제가 좀 알아볼까요?
어, 저…
제가 괜한 얘기 한 건가요?
아니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배경음악이 고조된다]
- 들어가시면 돼요 - 아, 예, 고맙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네
죄송합니다 좀 잘 챙겼어야 되는데
[놀란 숨소리]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런 거 기대하고 들어온 거 아닌가?
아테나
그 이름을 어떻게…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지금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예요?
그럼 여기가 대표님 댁인 걸 알고 들어왔단 얘기예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라고
렉스 대표가 알려줬어요?
굉장히 무례하시네요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
더 이상 수업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빈정대며] 말해봐요, 괜찮으니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 맞죠?
준호만큼 저도 소중한 아이가 있는 엄마예요
적어도 제 아이가 보기에 부끄러운 짓 안 합니다
준호 시험 끝나는 대로 수업 정리할게요
[숨소리가 떨린다]
[긴박감 흐르는 배경음악]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했지
내 앞에서 알짱대지 말라고 했지
이제 하다 하다가 과외 선생으로까지 잠입하니?
네가 어떤 인간인지 폭로해야지
이형주한테 네 과거를 낱낱이 까발릴 거야
[헛웃음]
난 너랑 다르다고 했지
나 한번 돌면 너 같은 거 확 묻어버릴 수도 있어, 알아?
해 봐, 얼마든지
내가 묻힐 때 너도 내 옆에 묻히게 될 테니까
[헛웃음]
너 들어가서 이형주한테 뭐라고 했어?
아니라고 싹싹 빌기라도 했어?
근데 과연 이형주가 네 말을 믿어줄까?
역시 너였네
그 더러운 입으로
다시 한번 얘기할게, 잊지 마
[쿵 하는 효과음]
네 남편은 성폭행범
나는 피해자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위자료 소송 걸 테니까 각오해
[떨리는 숨소리]
너랑 네 딸 내 배려로 그만큼 사는 거야
명심해, 응?
[문 닫히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울분에 찬 숨소리]
(유선) 서혜승 씨라고요?
네
우리 과에 차석진 교수라고 있거든요
그분이 서혜승 씨를 강사로 데려왔더라고요
[헛웃음]
어찌나 놀랐는지
차석진 교수가 서혜승 씨를 어떻게 알아요?
대학 때부터 친구래요
얼마나 끔찍이 챙기는지 몰라요
[경쾌하고 모험적인 배경음악]
“하이블 게임”
라이언 소프트가 하이블 주식 8.7%를 매입하여
2대 주주가 됐습니다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유희) 절 호원에 영입해 주세요
‘영입’?
우리 회사에?
네
호원이 하이블 법무 자문이시잖아요
저…
이 대표랑 만나고 있거든요
사적으로
아, 그래?
저는 이 대표님을 돕고
호원은 저로 인해서 하이블과 더 끈끈해지고
어때요?
그렇다면야
나야 웰컴이지
[호찬의 웃음]
(노 여사) 최 선생
나 최 선생만 믿고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진전이 없는 거예요?
조용히 기다려 주시죠, 사모님
현숙한 며느님을 얻으시려면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도 미덕입니다
[숨을 들이내쉰다]
그래요
(노 여사) 이번엔 정말 잘돼야죠
얌전한 현모양처감으로
예전에야 지들만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내 손자의 엄마가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도 이렇게 다 큰 자식 일에 걷어붙이는 거고
내 이번 일만 잘되면 통 크게 드리리다
좋은 인연 맺어드리는 일보다 더 보람된 게 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애란) 그래요?
제 딸, 마냥 기다리라고 하셨다길래 걱정했는데
이젠 때가 됐나 보죠?
때는
제가 만드는 겁니다
그렇군요
성사만 해 주세요
하남 땅 풀어드리기로 한 약속
지키겠습니다
(유선) 진 변호사와의 만남은 잘 이어가고 계세요?
아주 화끈하시던데요
어쩐지 제겐 뭔가 부족하다는 말로 들리네요
글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분이
대표님께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쿵 하는 효과음]
예로부터 불가에서 차와 수행은 하나였습니다
[잔잔한 배경음악]
(강사) 차를 마시는 일은 얼핏 보면
그저 찻잔을 씻고 물을 길으며
목을 축이는 일에 지나지 않으나
이런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에서도
선이 있고 도가 있습니다
이형주 대표가 적극적이질 않으니
사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같은 취미라면 호감을 얻을 거예요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어차피 전 여자 같은 거 안 믿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잠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자꾸 만나서 뭐 합니까?
저는 사랑을 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잠자리요? 얼마든지요
대표님 위치에서 당연히 누리셔야죠
하지만 CEO로서 브랜드라는 게 있습니다
하이블의 브랜드 가치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설령 그게 거짓일지라도
첫 번째 아픔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는 완벽한 아내와
완벽한 가정을 꾸리는 이형주 대표의 모습
보여주셔야죠
사랑이 아니라
트로피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노크 소리]
(유희) 네
[웃음]
어때, 사무실은 마음에 들어?
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선배
골프는 어레인지했어 부킹 문자 보내 놓을게
네
아!
이 대표님한텐 비밀이에요
- 서프라이즈 - 서프라이즈
[함께 웃는다]
- 수고 - 네
[문이 여닫힌다]
[흥미로운 배경음악]
정미진 회원과 이형주 대표
첫 매칭 준비 잘되고 있습니까?
렉스의 중요한 회원인 만큼 준비가 더 철저했으면 좋겠는데
(유선) 오히려 렉스답지 않아도 좋아요
새로운 아이디어, 없을까요?
로코 드라마처럼
스카이라운지 전체를 꽃으로 장식하는 건 어떠실까요?
(정옥) 아니면 두 분이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둘만의 라운딩은 어떠세요?
인터내셔널 서킷 통으로 빌리세요
[리드미컬한 배경음악]
[요란한 자동차 엔진 소리]
안녕하십니까, 이형주입니다
(호찬) 아이 오늘 얼마나 잘 치시려고
이렇게 계속 연습하고 그러세요?
- 진짜, 아이 - (남자) 피치 다 맞는다니까?
어, 어서 와
- 선배 - (호찬) 어
야, 역시! [감탄]
이 대표님은요?
아, 형주, 오늘 급한 일 생겼다고 못 온다네
(호찬) 다음에 같이 치재
[불안한 배경음악]
(호찬) 아, 여기는 진유희 변호사
- 아이고, 반갑습니다 - 안녕하세요
(호찬) 출발할까?
(미진) 근데 차석진 교수님은 어떻게 아세요?
최근에 그냥 좀 알게 됐어요
참 대단한 분이시더라고요
[웃음 섞인 숨소리]
미국에 계실 때부터
쟁쟁한 국제 컨설팅 그룹의 자문이셨다고 들었어요
조만간 기업인들 대상으로 강의하신다길래
저도 좀 들어보려고요
- 혹시 최고경영자 과정이요? - 네
[반가운 숨소리] 저도 거기서 강의하는데
아아… [미진의 웃음]
오늘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요
레이싱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괜찮으시면
어디 가서 한잔하실래요?
[날카로운 효과음]
다음에요 [흥미로운 배경음악]
내일 일정이 좀 많거든요
(혜승) ‘준호야 시험 잘 봐, 힘내자, 파이팅’
어, 민지야, 이거 먹고 가
엄마 오늘 과외 그만둬
왜?
그냥, 우리 민지만 뒷바라지하려고
“하이블”
어젠 좋은 시간 되셨나요?
네, 잘 만났습니다
정 교수, 경영학 전공이라
아무래도 편안한 부분이 많으셨을 거 같은데
프로페셔널하시고 이지적이시더라고요
차분한 분들이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죠
기업인의 아내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고요
계속 만나보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말씀하신 대로
트로피로는 나쁘지 않겠더라고요
[의미심장한 배경음악]
엄마!
(미진) 내가 맘에 드나 봐 계속 만나 보겠대
잘됐네
언제 손 의원님이랑 자리 한번 만들어야겠다
(유선) 두 분 참 잘 어울리시더군요
그래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아가씨가 참한 게 나도 마음에 들어요
교수인 것도 좋고
손자한테도 좋은 엄마가 돼줄 겁니다
중학생이면
엄마 손길을 가장 예민하게 필요로 할 시기잖아요
지금은 과외 선생 하나가 들어와서 열심히 해주고는 있지만
엄마만 한가요, 어디
‘과외 선생’이요?
여사님 댁에는 튜터도 심사숙고하셔야 할 텐데요
특히 미혼이면 더 조심하셔야 하고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우리 서 선생
남편 먼저 보내고 혼자기는 하지만
아주 반듯한 사람이랍니다
어, 한국대 나오고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 하고 있는 아주 얌전한 선생이에요
실례지만 혹시 이름이…
어, ‘서혜승’이요
[웃는 숨소리]
시장하실 텐데 좀 드세요, 여사님
예, 그래요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어디 가? 과외하러 가는 건 아니지?
세상 참 네 뜻대로 안 돼, 그지?
글쎄
오늘이라도 가서 네 정체를 다 까발려 버릴까 싶은데
괜찮겠어?
네 말을 누가 믿어 준다고
믿나 안 믿나 한번 해볼까?
마지막 경고야, 잘 생각해 봐
너 진짜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어
그런 협박 안 통해
[배경음악이 고조된다]
그거, 경매로 넘겨 버리세요
아이고, 세상에 [함께 웃는다]
- 어, 어서 와요, 서 선생 - 네
선생님
[감동적인 배경음악]
야
[노 여사의 웃음]
[혜승의 탄성]
고마워요, 정말 수고했어요
아유…
난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정말 자랑스럽다
엄마도 되게 놀라겠다
나 국어 이렇게 잘 본 거 처음인데
엄마한테 말씀드리지 그래?
왜?
아빠 배신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왜 배신이야? 아빠는 아빠고 너는 너지
아빠는 엄마를 싫어해도 넌 입장이 다를 수 있어
그래도…
천륜이잖아
‘천륜’은 영원히 한편이란 뜻이야
무슨 잘못을 해도 한편이기 때문에
다 용서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편
(노 여사) 어
(노 여사) 서 선생
저녁 준비했으니 와서 같이 들어요
아니에요, 그보다
(혜승) 준호 수업 오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쌤
(노 여사) 서 선생
갑자기 왜 그래요?
원래
준호 시험 끝날 때까지만 하기로
대표님하고 얘기가 돼 있던 거라서요
준호야, 응원할게
안녕히 계세요
[문 열리는 소리]
[조용하고 슬픈 배경음악]
(노 여사) 아비가 뭔데 그만두게 해?
내가 고용한 사람을!
지 어미도 없이 딱해 죽겠는데
모처럼 선생이라고 따르는구먼
대체 이유가 뭐야?
(준호) 아빠 왜 그래?
쌤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더 좋은 선생님으로 구해 줄게
싫어
혜승 쌤처럼 통하는 쌤 없단 말이야
아니, 서 선생님이 그렇게 좋아?
뭐가 그렇게 좋아?
나랑 소울이 통한다고
뭐, ‘소울’?
그냥
엄마같이 편하고 좋아
(준호) 아이
뭐, 아빠한테 말한다고 알기나 해?
됐고 쌤이나 빨리 데려와
[한숨]
(형주) 서혜승 씨요?
아, 만나셨죠
제 대학 때 친구예요
아아, 그러시구나
씁…
아니, 근데 그날은 왜 아는 척을 안 하신 거예요?
[한숨 쉬며] 뭐랄까
그런 데 올 친구가 아니라서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남자는커녕
혼자 딸아이 키우느라고 정신없이 살거든요
렉스도 어머니께서 가입시키신 거 같던데
그날 파티에 온 것도
[헛웃음] 남자 뭐 이런 게 아니라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던 거였더라고요
[복잡한 한숨]
[도어록 잠기는 소리] (혜승) 엄마, 장 봐 왔어
- 어, 갔다 왔어? - 어
아유
[휴대전화 진동음]
- 어? - 어머, 얘
부추가 정말 너무 실하다
- (미옥) 응? 응 - (혜승) 어
여보세요?
‘경매’요?
[불안한 배경음악]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미옥) 그게 무슨 소리야 경매라니?
아니, 갑자기 우리보고 나가라고 그러면
어딜 가란 말씀이세요?
아니, 그리고 보증금은 돌려주셔야지
어딜 나가든 말든 하죠
보증금도 없이 어딜 나가란 말씀이시냐고요!
- 여보세요! - 엄마, 우리 쫓겨나?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경매라니!
엄마!
엄마가 해결할게 아무 걱정 하지 마
- (혜승) 진유희 씨가요? - (변호사) 네
어떻게 진유희 씨가 우리 집을 경매로 넘겨요?
무슨 권한으로요?
보세요
법인 명의로 얼마 전에 가압류를 걸었어요
이거 해결하려면
진유희 씨가 직접 풀어줘야 합니다
생각이 정리가 됐나 봐요?
들어와요
[도어록 잠기는 소리] (유희) 앉아요
[긴 한숨]
그래서
뭐가 문젠데요?
당신이 나한테 했던 말
내가 아직 대답을 안 한 거 같아서 왔어요
무슨?
내 남편이 당신한테 한 짓
당신이 나한테 위자료 소송 건다고 했잖아요
[피식 웃는다]
이제야 자신의 처지가 파악이 되나 보죠?
집까지 뺏기는 것도 모자라서 소송까지 당하면
어디 민지랑 살겠어요?
맞아요, 못 살죠
그러니까 나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 줘요
그럼 소송은 없던 일로 해줄 테니까
해요, 소송
[느리고 슬픈 배경음악]
뭐라고요?
그때 누구도 내 남편 말을 귀담아들어 주지 않았어요
나조차도 그 사람 경멸했으니까
그런데 그날
당신이 했던 말, 이제 알았어요
내가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거
그래서 다시 한번 해보려고요
그 소송이라는 거, 이길 때까지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알 때까지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요
잘 생각해 봐요
이 집에서
당신 남편이랑 나랑
무슨 짓을 했을지
(남식) 어! [함께 웃는다]
[유희의 웃음] (남식) 어이, 이러기야?
- 어? - 에이
[입 맞추는 소리]
넌 악마야
[코웃음]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그게 뭐가 어때서?
어쩌면 내가 널 죽일 순 없어도
죽고 싶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기대해
[문이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와 훌쩍임]
[울분에 찬 숨소리]
[한숨]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한숨]
[우아한 성악곡이 흐른다]
오셨어요? 이쪽으로 오시죠
(형주) 제가
그때 좀 지나쳤죠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거 같아서
너무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까 제가 사람들을 잘 못 믿어요
특히 여자는요
본의 아니게 오해한 것 같으니까
마음 푸세요
선생님이 그때
아이한테 부끄럽게 살지 않는다고 하신 그 말
그 말이 마음속에 참 많이 남더라고요
사실 저도
준호가 제일 아픈 아킬레스건이거든요
모처럼 선생님한테 정들어서 잘 따르는데
아빠가 돼 가지고 실망이나 주고
염치없지만
저희 준호를 봐서라도
다시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생각해 볼게요
네
식기 전에 드시죠
[한숨]
왜 찾아와서 일을 만드냐 [누군가 계단으로 올라온다]
누구세요?
302호 오신 거예요?
302호에 친구가 사는데
없나 보네 [멋쩍게 웃으며] 들어가
302호 우리 집인데
아저씨, 우리 엄마 친구예요?
‘엄마’?
[웃음]
아이, 그러네
혜승이 딸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네, 민지!
네, 강민지요
[웃음]
근데
아저씨 정말 우리 엄마 친구 맞아요?
잠시만
아저씨는 엄마랑 대학 친구였고
여기, 지금은 같은 학교에서 일해
‘차석진 교수’?
어, ‘님’, 교수님 [웃음]
아이, 민지 아직 저녁 전이구나
시간 괜찮으면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 줄까?
음, 좋아요!
(형주) 그날 파티 때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예요?
궁금하던데
사람들이 들어주길 바랐던 거 아니에요?
말해 봐요
내가 들어줄게요
어느 날
[느리고 슬픈 배경음악]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더라고요
여자가 있었어요
그 여자가 저지른 비리까지 다 감싸주면서
남편은 그 여자한테 올인했는데
회사에서 감사가 시작되고
모든 죄를 남편한테 뒤집어씌우는 것도 모자라서
결국
성범죄자로 몰고 갔어요
벼랑 끝에 선 남편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요
[혜승의 한숨]
그런 여자를 사랑했다는 게
본인 스스로도 용서할 수가 없었나 봐요
그 여자
그날 파티에 왔었죠?
누구예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에 다 얘기하고 후련해지고 싶었어요
근데 오늘 마음이 바뀌었어요
왜요?
그 여잔 그 정도로 안 돼요
나랑 내 딸한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는데
그렇게 쉽게 끝낼 순 없잖아요
그 여자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끌어내릴 거예요
그때까지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으려고요
[한숨]
서 선생님도 참 힘들었겠어요
근데 전 시간이 지나니깐 점점 무뎌지긴 하더라고요
가끔 이렇게 자연의 품에 안겨 있으면
외로운 것도 시시해지더라고요
대표님처럼 다 가진 분도 외로움을 느끼세요?
[피식 웃는다]
다 가지면 뭐 해요?
아무도 없는데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유선) 나가 봐요
이형주 대표가 선을 봤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 마음이 나한테 와 있는데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 반지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좀 아쉽네요
그날 밤에 대한 해석이
그냥 얼굴만 보고 헤어지는 거면
뭐, 특별한 게 남겠어요?
나를 각인시켜 놔야 그다음에 여지가 생기죠
그랬다면 받지 말았어야 합니다
생각보다 인내심이 좀 부족하시네요
그 반지는 일종의 테스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형주 대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대표님은 방해나 하지 마세요
서혜승 씨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 대표의 집 안까지 드나들 만큼
거리가 꽤 가까워졌던데
서혜승은 제가 손봐뒀으니까 대표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우리 준호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예요
아니에요 사모님께 충분히 받았어요
사양하지 마세요, 제 성의예요
- 댁까지 잘 모셔다드려 - 네,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극적인 배경음악]
[쿵 하는 효과음]
[배경음악이 고조된다]
[쿵 하는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슬픈 배경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네, 대표님
네, 선생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준호가 선생님을 뵈러 간 거 같아요
네?
봐서 연락 주시면 제가 바로 기사 보내겠습니다
제가 준호랑 잘 얘기해 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통화 종료음]
(가정부) 대표님
진유희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요
네?
어떡할까요?
[한숨]
일단 열어 주세요
(가정부) 네
준호야!
[떨리는 숨소리]
[긴장감 흐르는 배경음악]
이 시간에 여기까지 무슨 일이에요?
핸드폰 사용법을 모르시는 거 같아서요
아
제가 답변드린다는 게 깜빡했네요
일단 좀 앉으시죠
[날카로운 효과음]
저는 이게 선물인 줄 알고 받았는데
[헛웃음]
제가 좀 순진했어요
그날 밤의 대가라면
정중히 사양할게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한 거 같아요
내가 재벌이라면 무조건 오케이하는
그런 여자로 보이셨어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선물이라면 선물로 받으면 되는 거지
왜 그걸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지?
이형주 대표님
정리하는 거 꽤나 좋아하시니까 제가 정확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난 처음부터 당신한테 관심 하나도 없었어요
최 대표가 하도 권해서 한번 만나줬는데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이었네
잘 들어요
그날은 내가 좋아서 즐긴 것뿐이에요
당신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지금
내가 당신 정리합니다, 아셨죠?
[배경음악이 멈춘다]
[쿵 하는 효과음]
어떻게 된 거야? 쌤 집에서 잔다 그랬다며
말해 봐, 너 무슨 일 있지?
엄마한테 국어 점수 말했어요
그랬더니 놀러 오라고 그러잖아요
그래? 잘됐네
엄마한테 다녀오는 길이야?
왜?
엄마는
그냥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서요
‘나 없어도 잘 살고 있구나’
뭐,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보기 싫어졌어요
[아련한 배경음악]
어디 가서 맛있는 거나 실컷 먹을까?
됐어요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할래요
[핀잔주듯이] 으응
감사합니다
그래, 들어가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네
쌤
어
(유희) 이렇게 혼자 숨어서 술 마시는 거
외롭지 않아요?
[기묘한 배경음악]
와인 한잔할래요?
뭐 좋아해요?
(유희) 음
제가 고를게요
우리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친구나 해요
술친구
[피식 웃는다]
와인 취향이 비슷한 걸 보니까…
뭐
하죠, 술친구
쌤
딱 한 판만 해요 제가 살살 할게요
좋아, 봐달라고 하기 없기다? [준호의 웃음]
초딩 땐 아빠랑 게임장에서 맨날 살았었는데…
(혜승) 어 [웃음]
그땐 진짜 재밌었어요
.블랙의 신부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