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5
(민재) 오하라가 선배 올 때까지 수술실 안 들어가겠다고 버텨 가지고
지금 난리 났거든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싫다고 했잖아!
연경 쌤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지금 오고 있다잖아
한 시간 지났어
더는 못 기다린다잖아, 선생님들이
(황 교수) 하라 양, 이 수술이라는 게 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마음대로 밀고 당기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자, 선생님 믿고 마음 푹 놓고 가요 알았지?
그래, 하라야 우리 교수님 말 듣자, 응?
[긴장되는 음악] 싫다고, 안 간다고!
[가쁜 숨소리]
(황 교수) 뭐 해? 빨리 산소 주고 [하라 모가 하라를 부른다]
수술실로 옮겨, 빨리 옮겨, 빨리빨리 [의사들이 대답한다]
[하라의 가쁜 숨소리]
(하라 모) 어떡해
(만수) 가자, 하나, 둘, 셋
[하라의 힘주는 신음]
하라야!
(만수) 하나, 둘, 셋
[하라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황 교수) 뭐 해, 빨리 옮겨, 빨리 옮겨 빨리 옮겨
자, 하나, 둘, 셋
[힘주는 신음]
자, 하나, 둘, 셋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연경의 가쁜 숨소리]
(민재) 선배!
쌤!
오하라
[연경의 가쁜 숨소리]
(연경) 괜찮아?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쌤이 미안해
늦어서 미안해
[가쁜 숨소리]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밝은 음악]
[밝은 음악이 늘어진다]
[긴장되는 음악]
[천장이 쿵 무너진다]
[무거운 효과음]
[심전도계 비프음]
(연경) 오늘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황 교수) 그, 뭐, 죄송 소리는 됐고 빨리 시작해
[황 교수의 헛기침]
(연경) 메스 주세요
[날카로운 효과음]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여자) 허, 어떡해
(허임) 미쳤소?
(황 교수) 야, 너 왜 그래? 응?
너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연경)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황 교수) TOF 환자 판막 수술 할 때 첫 번째 유의할 점이 뭐야?
(연경) 어드히전입니다
(황 교수) 그래서 열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 (연경) 네 - (황 교수) 그런 다음에?
(연경) 스터넘을 열기 전 뼈와 심장 간 유착 부위를 먼저 박리하고 벌린 후에
심장 주변 조직을 박리합니다
[황 교수의 헛기침]
(황 교수) 시작해
(지웅) 목이 어떻게 불편하세요?
(환자1) 아니, 자고 일어나니까 목이 이렇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 돌아요, 안 돌아
(지웅) 아, 씁, 제가 잠깐 보겠습니다
[지웅의 생각하는 신음]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어, 여기 후계 그리고 천주, 대추 이렇게 경골
이렇게 침을 맞으면 좀 좋아지실 겁니다
어, 우선 목뒤부터 놓겠습니다 엎드리세요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지웅) 네
침 좀 준비해 줘
그, 거기가 아니오, 그, 거기가 아니오
(지웅) 네? [허임의 웃음]
양쪽인 독맥에 탈이 났으면 반대인 임맥을 찔러 줘야지
(허임) 거 한 방에 끝날 걸 뭘 그리 번잡하게 하시오?
비켜 보시오, 자
[허임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허임) 반대로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임맥의 종지혈인 승장
[환자1의 놀란 신음]
투자하시오
(영훈) 이 사람이...
환자분, 돌아누우세요
- 돌아... - (영훈) 네
[아파하는 신음]
(허임) 아니, 그...
뭡니까?
누구세요?
에이, 그러지 말고 이 사람 말대로 한번 해 보시오
곧 굳어 있는 근육이 풀리고 경락이 뚫릴 터이니
침을 찌른 후 일각 동안 보해 주면 효험이 더 빠를 것이오
[허임의 웃음]
(허임) 다시, 다시 뒤집어 보시오
(환자1) [아파하며] 다시? 아, 살살, 살살
[환자1의 짜증 내는 신음] (영훈) 아이고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환자1) 아, 살...
[영훈의 신음] 너 뭐 하냐?
아...
(환자1) 아, 잠, 잠깐만...
(지웅) 어이, 당신 뭐야?
뭐, 밑에서 오늘 무슨 행사 한다더니 [익살스러운 음악]
의원 흉내를 낼 것 같으면 거기 가서나 할 것이지
왜 여기 와서 진료 방해야, 이 사람아!
아, 나 진짜 의원이오
못 믿겠으면 내 직접 시침을 해 보리다
(허임) 잠깐, 뒤, 뒤집어 보시오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환자1) 뒤집어, 뒤집어, 뒤...
아이씨!
[비명]
나 안 해, 안 해
- (환자1) 안 해 - 아, 저, 저, 저, 저, 환자분
(환자1) 확! 아이씨, 나와 [지웅의 당황한 신음]
[환자1의 아파하는 신음]
(지웅) 아니, 저, 환자분
환자분!
[한숨]
이 인간 어디 갔어, 어?
저 인간 잡아 [허임의 당황한 신음]
(지웅) 저 인간 잡아!
[허임의 놀란 신음]
[심전도계 비프음] [기계 작동음]
(연경) 탭 주세요
스프레더
[황 교수의 탄성]
[어두운 음악] (황 교수) 어휴, 뭐냐, 완전히 엉겨 붙었구먼
할 수 있겠어?
(연경) 약속한 건 꼭 지켜
살리겠다는 약속
(연경) 보비
(황 교수) 잠깐만 중단하자
(연경)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 교수) 아, 얘 이사장님 VIP인 거 몰라?
이 정도 유착이면 수술 시간도 배로 걸릴 거고
중간에 혹시 뭔 일이라도 생기면...
(연경) 교수님
(황 교수) 아니, 아예 접자는 게 아니라
일단 잠깐 중단하고 나가서, 응?
보호자들한테 상황 심각한 거 미리 주지시키고
그래야 혹시...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가 책임질 일이 없을 거 아니야
[연경의 헛웃음]
(연경) 계속하겠습니다
(황 교수) 야
[기계 작동음]
[성태의 놀란 신음]
(비서) 원장님, 괜찮으십니까?
밑에서는 행사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저런 사람을 여기까지 올라오게 하고
주의 주겠습니다
최연경 선생은 아직인가?
돌아오긴 했는데 바로 수술 들어갔답니다
- 끝나는 대로 연락해 봐 - (비서) 알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기계 작동음]
[연경의 피곤한 한숨]
(간호사) 선생님
(민재) 선배, 괜찮아요?
손 바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연경) 박리 끝났습니다
바로 PVR 가겠습니다
켈리 주시고요
인공 심폐기 돌려 주세요
(연경) 인공 판막 주세요
밸브 수처 주세요
(허임) 어허, 사람들
한 수 가르쳐 줘도 어찌
[한숨]
에이, 그래, 이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숨을 들이켠다]
[익살스러운 음악]
(안내원1) 2층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네
말 좀 묻겠소
여기 의원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는 것이오?
(안내원1) 네? 의원요?
[안내원들의 웃음]
한의사 말씀하시는 거예요?
예, 그렇소
여기 한의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도가 무엇이오?
[웃으며] 실력이 뛰어나서 병원장님께 스카우트되는 거요?
병원장
(재하) 여기 취직하시게요?
[의미심장한 음악]
(재하) 이벤트 분은 아닌 것 같고
이벤, 뭐요?
혹시 한의사입니까?
음, 그렇소, 나 한의사요
어느 대학 출신인데요?
출신?
출신을 따진단 말이오?
내가 알기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아, 뭐
그렇죠, 출신이 중요한가요 실력이 중요하지
[살짝 웃는다]
실력이 뛰어나면 여기 한의사가 될 수 있소?
[하라 모의 다급한 숨소리]
연경 쌤, 수술 우리 하라 수술 어떻게 됐어요?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하라 모) 어머! 그래요?
어, 어휴, 그것 봐
계집애가 수술받으면 될 걸 그렇게 유난을 떨어, 떨기를
그리고 오늘 늦은 건 무척 괘씸하지만
수술 잘 끝났다고 하니까 훈훈하게 마무리합시다
주말에 내가 이사장님 부부랑 저녁 먹을 건데
최 선생 얘기 잘해 줄게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연경) 따님이랑 했던 약속이나 잘 지켜 주세요
그리고 오늘 늦은 건 정말 죄송합니다
[하라 모의 한숨]
하여간 뻣뻣해 [문이 달칵 열린다]
[헛웃음]
[잔잔한 음악] [한숨]
[심호흡]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말 울음]
[아이의 신음] (아이) 잘못했어요
[연경의 비명]
[헛웃음]
꿈 한번 꾼 거야
별거 아니야
[휴대 전화 진동음]
[코를 훌쩍인다]
네, 최연경입니다
(성태)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걸음을 하셨습니까?
(명훈) 아이고, 예 [명훈의 웃음]
꼭 무슨 뭐 일이 있어야 오겠습니까 [명훈의 웃음]
(황 교수) 급히 영상을 내리기는 했는데
저쪽 병원장님이 보셨는지 안 보셨는지 파악이 안 됩니다
영상 잘 봤습니다
한방 쪽 사람이 그쪽 병원에서
침으로 심정지 환자를 살렸다
[어두운 음악]
그림이 참 아주 재미있게 됐습니다
(명훈)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아이고, 전 금시초문이었습니다만
[명훈의 웃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명훈이 숨을 카 내뱉는다]
[문이 탁 닫힌다]
원장님
최연경 선생이 여긴 왜
(성태) 사실은 내 오랜 지기의 손녀입니다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는데 괜찮죠?
아, 예, 그럼요, 괜찮습니다 [성태의 웃음]
아이고
(명훈) 어떤 간 큰 녀석이 감히 우리 병원에서 침을 휘둘렀나 그래
찾아서 아주 요절을 내든가 해야지, 원
최 선생
소속을 확실히 해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연경) 네?
(성태) 그, 네가 데려갔다던데
아는 사람이냐?
아...
지방에 무슨 한의대를 다니다가 중퇴했다나 봐요
(연경) 그날 팔을 다쳐서 병원에 왔을 때
우연히 쓰러진 환자를 보고 얼결에 한 모양인데
응급 환자이기도 했고, 또
환자를 살린 것도 있고 해서
제가 그냥 보냈습니다
- (성태) 아이고, 그랬구나 - (연경) 네 [성태의 웃음]
난 또 뭐, 별생각을 다...
(성태) 어, 그래 네 할아버지는 요즘도 여전하시고?
네
응
어이, 어이, 처자
(허임) 내 그렇지 않아도 그대에게 청이 있어서...
[연경의 다급한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명훈) 아, 그게 아니라니까!
무슨 일을 그렇게 해!
아, 그럼 내 방으로 내일 와
- (성태) 아이고 - (명훈) 아이고 [성태와 명훈의 웃음]
[연경의 놀란 숨소리]
- (성태) 수고하셨습니다 - (명훈) 아, 예
- (명훈) 가시죠 - (성태) 아, 예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연경의 한숨]
(연경) 안 돼
[웃음]
당겼다가 밀었다가
[헛기침]
뭐 하는 것이오?
거기서 얘기해요
거기서
[한숨]
대관절 저 양반이 누군데 이러시오?
[풀벌레 울음]
그, 방금 뭐라 했소?
돌아가시라고요
조선으로
(허임) [헛웃음 치며] 아니, 그, 대체 그게 무슨
이곳에서 의원으로 살...
그, 한의사로 살 수 있게 도와 달라 했건만
여기 당신 같은 의사 필요 없어요
(연경) 아니, 당신 같은 사람은 의사 하면 안 되지
내 실력 봤지 않소?
실력만으로 의사 해요?
정 의원이 하고 싶으면 조선으로 돌아가서 하세요
(허임) [한숨 쉬며] 이보시오
- 그대도 알다시피 난... - (연경) 아, 맞는다
뭔진 몰라도
임금님 능멸한 죄로 관군들한테 쫓기는 몸이셨지
(연경) 죽어라 덤벼드는 노비도 있고
근데 어쩌나?
여기서도 똑같은데
아까 봤죠?
그 사람한테 걸리면 감옥 가야 된다고요, 당신
[헛웃음]
아, 대관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오?
돌아가서 죗값 치르고 의원으로 살든
아니면 여기서 잡혀서 감옥 가서 살든 당신 마음대로 해요
(연경) 단
더는 혹처럼 들러붙지 마시고 각자 갈 길 가는 걸로
오케이?
잘 가요
[한숨]
(민재) 와, 선배
오늘 진짜 어디 갔다 오시는 거예요?
와, 아니, 경찰에 신고할 뻔
[민재의 한숨] (연경) 김민재
박상호 환자 드레싱 했어?
장철곤 환자 ABGA는?
이승희 환자 체스트 튜브 뽑았고?
(민재) [멋쩍게 웃으며] 돌아왔네, 돌아왔어
아, 안 그래도 지금 하러 갑니다, 네
오하라 바이털이랑 수액 체크 좀 수시로 부탁드려요
아까 전화로 다 한 얘기
아...
오늘 여러 가지로 최 선생답지 않은 거 알지?
좀 인간다워 보인다고
가끔은 그럴 때도 있어야지 최 선생도 사람인데
아니요
다신 이런 일 없어요
[풀벌레 울음] (천술) 아이고
네 누나 오늘도 못 오나 보다
[개가 낑낑거린다] 서운해 말아
사람 살리는 일이 그, 쉬운 일이 아니야
자, 자, 그래, 옳지, 많이 먹어
씁, 근데 그나저나 이놈은 영 감감무소식이네, 응?
아이고, 아이고, 아이, 오지 마라 [차 문이 달칵 닫힌다]
- 아이고 - (허임) 이리 오너라!
[개가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어르신, 저 왔습니다요
아이고, 꼬락서니하고는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시지요
택시 요금 8만 7천 원 나왔습니다
어? 뭐? 얼마?
(택시 기사1) 아, 손님분이
혜민서라고만 알지 어느 동인지를 모르시더라고요
면목동에 있는 건가 싶어 갔더니
'어? 이 혜민서가 아니오'
대치동에, 상계동에 일산까지 갔다 오느라
요금이 좀 많이 나왔습니다
카드로 하실 거죠?
(허임) 그, 그 8만 7천 원이라는 것이
큰돈입니까?
[멋쩍게 웃으며] 큰돈이구나
여기 혜민서가 그리 많을 줄 몰랐습니다요
제 조만간 이문 붙여 꼭 갚겠습니다
흥, 네가 무슨 수로?
[웃음]
제가 다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다요
응, 생각 많이 하고
옷이 바뀌었네?
(천술) 어저께 인사도 없이 내빼설랑은 어딜 갔다 왔어?
제가 일부러 내뺀 것은 아니었고
다녀오긴 좀 멀리...
멀리 어디?
그건 왜 물으십니까요?
어? 어, 아니야
(천술) 근데 자네 이름이 뭐야?
진짜 허, 허, 허가임이야?
[웃으며] 허가임이 아니옵고
하양 허씨에 임
허임입니다요
[놀라며] 뭐? [의미심장한 음악]
허, 허...
왜 그러십니까요?
어, 어, 어
그래, 이불 내줄 테니까 여기 어디 구겨져서 자
[천술의 힘주는 신음] (허임) 아휴, 고맙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요, 고맙습니다
[허임의 웃음]
아휴, 고맙습니다요
허임?
허임?
[힘주는 신음]
"침구경험방"
[놀란 신음]
진짜네
허임이네, 응?
아니, 그런 위대한 분이 어쩌다
그, 왜 여길...
왜 왔지?
[숨을 카 내뱉는다]
참으로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실력만 보는 것이 맞소?
하면 그 실력은 어찌 증명하는 것이오?
뭐, 뭐, 일단 그 서류부터 접수하시면...
서류?
그게 무엇이오?
[헛웃음]
그 인간 뭐야?
도대체 어느 대학 나왔길래
[고양이 울음] [연경의 한숨]
[잔잔한 음악]
[피곤한 한숨]
(연경) 하루가 길다
길어
[피곤한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연경의 비명]
(허임) 아, 아유, 아유, 무슨 일이야
어? 왜 이러시오, 누구시오? [연경의 다급한 신음]
[연경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허임의 놀란 신음]
뭐예요?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그, 그러는 처자는 왜 여기 계시오?
(연경) 여기 내 방
여기 내 방이거든요?
아니, 여기가 어찌 처자 방이란 말이오?
그거 내 옷
(연경) 어? 그거 내 옷 [허임의 놀라는 신음]
(허임) 말로 하시오!
말로 하시오, 말로
똑바로 말 안 해요?
(천술) 아이고,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이 사람 여기 들였어요?
아니, 네가 어떻게
아니, 이 처자 조부님이셨습니까?
네놈은 또 어떻게
이 사람 누군지 알고 여기 들이신 거예요?
(천술) 아니, 네, 네가 이놈을 어떻게 알아?
이 사람이 뭐라고 사기 쳤는지 모르겠는데
(연경) 이 사람 의원 아니...
아니
죽어 가는 환자 외면하고 돈만 밝히는 개싸가지
할아버지 말로 개차반 같은 의원이라고요
아, 이놈을 어떻게 아냐고 묻잖아
그냥 오다가다 우연히
그보다 할아버지
(천술) 오다가다 만난 놈
오갈 데 없어 보여서 몇 밤 재워 준 거 가지고 뭔 소란이야?
(허임) 거 보시오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사람을 이렇게 막
(천술) 너는!
왜 거기 기어들어 가서 자빠져 자고 애를 놀라게 해?
꼬라지는 또 그게 뭐고?
[허임의 멋쩍은 웃음]
(허임) 모기가 하도 극성이라
아, 저쪽에서
눈에 띄고 좀 품위 있는 옷을 이렇게 꺼내 가져왔소
당장 안 벗어요?
[한숨]
아, 저 두 놈이 어떻게 된 사이야, 응?
에이, 아니야, 아니야
아, 둘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 보면
그려, 아, 그런 일이 또 있으려고
암, 안 되지, 그럼 안 되지
[한숨]
[경쾌한 음악]
[한숨]
이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응?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 돼?
아, 또 왜 이렇게 얽혀
[짜증 섞인 신음]
[짜증 섞인 신음]
[한숨]
[무거운 음악] 여기 당신 같은 의사 필요 없어요
아니, 당신 같은 사람은 의사 하면 안 되지
죽어 가는 환자 외면하고 돈만 밝히는 개싸가지
할아버지 말로 개차반 같은 의원이라고요
[한숨]
(허임) 두고 보시오
내 그대 도움 없이도 이곳에서 보란 듯이
번듯한 의원으로 살아 볼 터이니
[의미심장한 효과음]
[머리카락을 싹둑 자른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쓱쓱 가는 소리가 들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허임의 힘주는 신음]
[허임의 힘주는 신음]
[허임의 웃음]
[허임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한숨]
우리 대침이
[흡족한 웃음]
그동안 빛을 못 봐 얼마나 답답했느냐
조금만 참거라
곧 크게 활약하게 될 터이니
[웃음]
[만족스러운 숨소리]
[허임의 힘주는 신음]
(허임) 이제 나가시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더니
성리학의 법도가 관대한 세상 아니었소?
(연경) 아
여기 눌러앉으시겠다?
뭐, 여기 땅이 다 처자 땅도 아니고
그래서 우리 집에 언제까지 있을 건데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 곧 나갈 터이니
다행이네
(연경) 내가 다시 왔을 때 또 보는 일 없길 바라요
허 참봉 나리
지금 뭐라 했소?
왜요, 허 참봉?
(천술) 뭔 봉?
그게 어디 봉우리 이름이야?
그, 아무것도 아닙니다요, 어르신
[허임의 웃음]
(천술) 얘, 저, 밥 차려 놨어, 먹고 가, 응?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로다가
됐어요, 저 가 봐야 돼요
(천술) 아유, 얘, 얘 그럼 저, 이거라도 가지고 가
저 가요
[개가 왈왈 짖는다] [한숨]
[헛기침]
[문이 탁 닫힌다] (천술) 아이고, 너는 머리 꼴이 그게
[멋쩍게 웃으며] 거 어떻습니까?
좀 낫습니까요?
[숨을 들이켠다]
- 네놈 저, 혹시 - (허임) 예, 예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천술) 아휴, 하기사 뭐 자기가 그걸 알면...
(허임) [웃으며] 저, 어르신
한데 전 조반 언제 먹습니까요?
조반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에이
저...
[코를 훌쩍인다]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고파
(만수) 조미영 환자, 52세
어제 흉부외과 외래로 내원할 당시
흉통을 호소해 심혈관 조영술을 시행한 결과
이, 세 개의 관상 동맥이 협착된 불안정 협심증에
좌주 관상 동맥도 좁아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모레 관상 동맥 우회술 시행 예정입니다
(황 교수) 어제 약 좀 써 봤는데 가슴 통증 괜찮으세요?
예, 많이 좋아졌습니다
뭐, 따로 더 불편한 데는 없으시고?
예, 불편한 데는 없는데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미영의 떨리는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연경) 보자
[심전도계 비프음]
판막 소리도 괜찮고
기침 잘하고 가래만 좀 잘 뱉어 내면
금방 회복할 수 있겠다
쌤 약속 지켰네
고맙네, 약속 지킬 수 있게 해 줘서
그거
우연 아니었는데
(연경) 응? 뭐가?
그때 거기
나 일부러 쫓아간 건데
쌤 골탕 먹이려고
[잔잔한 음악]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끌벅적하다]
(하라) 처음엔 쌤이 미웠는데
나중엔 샘나고 부럽고
그때부터였나 봐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너 빨리 나아야겠다
아프니까 오하라 같지가 않네
[하라가 살짝 웃는다]
춤은 좀 추던데
옷은 좀 깨고
뭐, 옷이 그거밖에 없나
이삼일 정도 지나면 통증은 좀 가라앉을 거야
그때까지 잘 참을 수 있지?
그 아저씨는요?
아저씨? 누구?
어제 늦게 온 거
그 아저씨랑 어디 갔다 온 거죠?
(하라) 멀리 갔다 왔어요?
혹시 조선?
[당황한 웃음]
아니, 무슨, 이...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다고
나 수술받은 거 알면 되게 좋아할 텐데
(허임) 수술은 잘되었소?
그 소녀는 괜찮은 것이오?
네, 잘됐어요
[살짝 웃는다]
참으로 다행이오
[웃음]
참으로 잘되었소
어
많이 좋아하더라
[환자2의 거친 숨소리]
(두칠) 그놈이 그런 놈이라고
돈만 밝히는 개잡놈!
[한숨]
어느 쪽이 진짜야?
뭐 하냐?
[살짝 웃는다]
이력서라는 걸 쓰고 있습니다요
- 이력서? - (허임) 네
네놈이 그걸 얻다 쓰게?
한방병원 한의사가 되려면
(허임) 의원으로 내력이 담긴 서류를 내야 한다기에
(천술) 뭐, 어디? 하, 한방병원?
(허임) 예, 예
(천술) 왜 하필 거기?
무릇 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크게 펼쳐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임) 두고 보십시오
대궐 같은 번듯한 곳에 떡하니 들어가
어르신 은혜도 갚고
8만 7천 냥도 꼭 갚겠습니다요
그러니까 의술이 너한테는, 그러니까
입신양명의 수단, 뭐, 그런 거냐?
(허임) 다른 사람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저의 재주로 출세를 하고 성공을 하겠다는 게
그것이 그릇된 욕심입니까요?
[허탈한 웃음]
이제 보니 이놈, 이거
이놈아
(천술) 너 가려거든 8만 7천 원 다 갚고 가
[책상을 탁 치며] 그 전엔 못 가!
아이, 똥을 쌀...
[천술의 못마땅한 신음]
에헤
[종이를 사락 넘긴다]
허, 참
그 위대한 허 선생이
젊을 적에 저런 나사 빠진 놈일 줄이야
그, 그래서 왔나?
- 누가요? - (천술) 응?
허 선생이 누구입니까?
(천술) 아, 아니야, 아니야
가만있자, 이를 어쩐다, 응?
가만 내비두면 저놈 저거 어디로 어떻게 튈지, 응?
어이, 일단 두 사람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응?
(병기) 네
[웅장한 음악]
(허임) 이보시오
잠시 어딜 다녀올 데가 있어서 그런데
여비를 좀 융통해 줄 수 있겠소?
저쪽 신발장 닦으면 천 원 빼 준대요, 원장님이
있는 빚이나 먼저 갚을 것이지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내 조만간 이자를 두둑이 붙여 갚을 터이니...
(병기) 탕제실에 물걸레질하면 천 원 빼 준대요, 원장님이
물걸레는 쓰고 꼭 빨아 놔요
깨끗하게
(허임) 하, 참 나
아, 내 그 돈을 갚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허, 사람들 참
응, 두고 보시오
내 보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걸어서 갈 것이오
[못마땅한 숨소리]
[허임의 놀라는 신음] (할머니1) 아이고
- (할머니1) 아이고 - (재숙) 아이고
할머니들 오셨어요?
- (할머니1) 또 왔어 - (할머니2) 응, 잘 있었어?
[할머니들이 소란스럽다]
(연경) 주막에서 흘렸나 도망치다 흘렸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누가 주웠으면 가방 보고 놀랐겠네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구급대원)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비켜 주세요! [어두운 음악]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호흡, 맥박, 160에 40 상태 불안정합니다
[삐 소리가 울린다]
[거친 숨소리]
[연경의 비명]
(재하) 누나, 괜찮아? [거친 숨소리]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유리가 쨍그랑 깨진다]
(재하) 차 좀 마셔, 마음이 좀 안정될 거야
아이, 펠로우 됐으면 좀 쉬엄쉬엄하지
나이 생각도 해야지, 이제
뭐야, 최연경 진짜 무슨 일 있는 거야?
깍듯이 '누나'
[살짝 웃는다]
살아 있네
자, 어디 보자
[의미심장한 음악]
[맥박 효과음]
다 나았네, 우리 경이
요즘도 일 많아?
어제도 하루 종일 연락 안 되더니
어
하루 종일 수술
(연경) 선생님, 저 최연경인데요 [휴대 전화 조작음]
지금 잠깐 시간 되세요?
나 오늘 심포지엄 있는 거 알지?
와, 나 벌써부터 심장 떨려
이러다가 부정맥 오는 거 아니야? [휴대 전화 알림음]
(혜선) 응, 잠깐 시간 돼
누나가 와서 대기 좀 해 줘라 내가 페이 줄게
부정맥 그렇게 쉽게 안 오거든?
(연경) 그리고 심장 두근거릴 때는 커피는 금물
이 차는 네가 마셔라
나 급한 일 있어서 먼저 간다
[재하를 툭 친다]
꼭 와야 돼, 알았지?
[한숨]
안색이 왜 저러냐, 걱정되게
- (병기) 할머니, 아프죠? - (할머니1) 응
- (병기)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 낫지? - (할머니1) 응
(병기) 그래, 그렇게 조금씩 나아 가면 되는 거예요
- (할머니3) 아이고 - (병기) 아유, 할매, 아파, 아파?
(병기) 알았어, 아휴, 또 재촉한다, 또, 할매
아이고, 깜짝이야, 씨
이곳이 이리 병자들이 많은 곳이었소? [천술이 말한다]
(병기) 많으면 뭐 합니까, 돈이 안 되는데
어, 할매, 기다려, 기다려 [병기의 웃음]
(허임) 하면 이것도 돈 대신 대충 말로만 때우는
[병기의 웃음] (병기) 말도 예쁘게 안 해요
아휴, 할매, 좀 기다리라니까 욕을 하면 어떡해 [병기의 웃음]
(병기) 아이고
[밝은 음악]
(할머니1) 어? 꽃분 할매다 [허임의 놀라는 신음]
(허임) 돼지야, 돼지?
- (병기) 나? - (허임) 아니, 저...
(병기) 아
(할머니1) 아이고, 우야면 좋노
꽃분 할매 또 도졌는갑다, 응?
봉탁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예?
(혜선) 그러니까 자기 기억 속에는 없는 장면이다?
네
혹시 기억이 지워진 건 아닐까? [무거운 음악]
아니면 잊어버렸거나
기억이 지워졌다는 건...
들어 보니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사건 같은데
(혜선) 그 경우 뇌가 스스로 그 기억을 지울 수 있거든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약 그렇다면 왜 다시 기억이 돌아온 걸까요?
잠재돼 있던 기억이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떠오르는 경우
(혜선) 연관된 어떤 장소나 사물, 사람
[손가락을 딱 튕긴다]
혹시
최근에 자기 인생에 새로 등장한 사람은 없대?
[웃으며] 그건 제가 잘...
근데 그 친구 직업이 뭔데?
공무원요, 구청
다행이네, 의사였으면 어쩔 뻔했어
(민재) 선배!
아니, 왜 거기서 나와요?
[문이 탁 닫힌다] 아, 나 환자 때문에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연경) 근데 너는?
나야 환자 검사 때문에
(민재) 어디 계시지?
저기 계시네
저 환자 아침부터 저러네
(연경) 무슨 일 있나?
(민재) 또
선배 환자도 아닌데 왜 신경 써요?
또 무슨 사달을 만들려고
[밝은 음악] [꽃분의 한숨]
아이고, 내 아들 봉탁아
할매가 쪼매 치매기가 있다
(할머니1) 아이고, 봉탁이라고 꽃분 할매 큰아인데
아이고, 아 어릴 적에 시장통에서 고마 잊어뿠다 카더라, 응?
[돼지가 꿀꿀거린다] (꽃분) 봉탁아
네 동생이 많이 아파야
[허임의 질색하는 신음] [돼지가 낑낑거린다]
쟤는 봉식이라고 둘째
(할머니1) 아이고, 근데 빌어 처죽일 놈
아이고, 쌔 빠지게 키워 놨더니만
지 식구들 데불고 홀라당 이민 가 삤다
[꽃분이 중얼거린다]
봉탁아
(꽃분) 아이, 봉식이가 밥도 안 먹고 맨날 울기만 한다야
[돼지가 낑낑거린다] [꽃분의 힘주는 신음]
[허임의 겁먹은 신음]
(천술) 어미 싫다고 도망간 놈 그 뭐 좋다고
그런 놈은 그냥 푹 삶아야 돼
(병기) 선생님, 그렇다면 저는 삼겹살로...
(재숙) 탕수육, 바싹하게 [천술의 힘주는 신음]
(병기) 그럼 저도 탕수육
(할머니4) 네, 아이, 시원합니다
[탄성]
[천술의 힘주는 신음]
[할머니2의 개운한 신음] [돼지가 낑낑거린다]
- (천술) 시원하시지? - (할머니2) 아주 시원합니다 [허임의 한숨]
엄니, 걱정 마쇼잉 [할머니2가 말한다]
우리 봉식이, 내가 고쳐 줄랑게
[기뻐하는 탄성] [허임이 살짝 웃는다]
[질색하는 신음] [돼지가 낑낑거린다]
[어색한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돼지가 꿀꿀거린다]
[질색하는 신음]
(허임) 우리 봉식이, 변비네, 변비
[허임의 웃음] (할머니1) 와, 신기하다
(할머니2) 뭐, 별거 아니네, 응?
자, 봉식아, 이제 침 맞자
(허임) 응, 응, 금방 끝난다 [날카로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돼지가 꿀꿀거린다]
녀석, 자꾸 파고들기는
(허임) 자, 자
[낑낑거린다]
[걱정하는 신음]
그래, 그래, 조금만 참거라
(허임) 금방 끝난다
자, 자
[허임의 웃음]
[돼지의 아파하는 신음]
[달래는 신음]
괜찮다, 괜찮아
[돼지가 꿀꿀거린다]
(허임) 자, 자
자, 자
[허임의 웃음]
(허임) 자, 자, 자, 자, 자
(할머니1) 이제 끝난 겨?
예, 예, 끝났습니다요
(할머니2) 뭐, 뭐, 별거 아니네
[돼지가 똥을 뿌지직 싼다] (할머니1) 아이고, 이게 뭐꼬!
아이고, 똥, 아이고, 똥 [할머니들이 저마다 말한다]
(허임) 아, 염병, 씨
[부드러운 음악] (할머니2) 아이고, 이제 봉식이 다 나았대이
아휴, 봉탁아
(꽃분) 봉식아!
[껄껄 웃는다]
아이고, 아이고
[꽃분의 웃음]
아이고, 아이고 시원하겄다, 이놈아, 아이고
[웃음]
[꿀꿀거린다]
(꽃분) 그래, 응 [돼지가 낑낑거린다]
착한 일 했으니까네, 상 줘야제
내 아들 봉탁이, 응
우리 봉탁이
이 돈 갖고 맛난 거 많이 사 먹그래이, 어이
어
[꽃분의 웃음]
[피식 웃는다]
(허임) 이게 여기 돈인가
[흥미진진한 음악]
돈?
[놀라는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천술) 그게 뭐야?
[헛기침]
아무것도 아닙니다
[허임의 헛기침]
저, 어르신 제가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서
(천술) 응?
아, 이봐, 이봐, 봉탁이
아니, 어디 가 어디 가나, 봉탁이! 어?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명훈) 최연경까지 부른 걸 보면
마 원장이 그 녀석 찾고 있는 게 분명해
왜, 왜요?
뭔 진술이라도 받아 내서 우리를 치려고 그러지, 이 사람아
[놀라며] 그럼 어, 어떻게...
어떡하긴,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지
일단 그 녀석을 빨리 찾아내서 잡아 처넣어
아, 그리고 우선
(명훈) 그 녀석한테
우리 병원 몰래 자기 마음대로 했다는 진술부터 받아 내고
아, 근데 이거 오픈되면
저희 쪽에서도 누군가는 환자 관리 소홀로 책임을...
몰라 물어?
환자 놓친 게 누구야
[황 교수의 당황한 숨소리]
그래도 최 선생이 애 수술했는데
황 교수
내 이사장 자리
이게 나만 좋자는 거냐?
[헛기침]
게다가 걔
마 원장 친구 손녀라며
[놀라는 숨소리]
(황 교수) 아, 예
(혜선) 최근에 자기 인생에 새로 등장한 사람은 없대?
[의미심장한 음악]
[헛웃음]
설마, 말도 안 돼
[휴대 전화 알림음]
(재하)
(만수) 좋단다, 뭐 기분 좋은 일 있나 봐?
의사가 기분 좋은 일이 뭐가 있냐?
아, 이사장님 VIP도 살렸겠다 이제 꽃길 쫙 열리신다?
왜, 샘나냐?
[만수의 한숨] 내가 먼저 전임 강사 달고 교수 되고 과장 될까 봐?
글쎄다
샘이 날지 콧노래가 날지는 가 봐야 아는 거고
네 앞길 꽃길이 될지 흙길이 될지는 조만간 알게 될 거고
[만수가 입소리를 낸다]
얘가 왜 이렇게 요새 꼬여 가?
너 혹시 여친 바람났니?
너 그거 어떻게 알았...
너나 잘해, 너나, 어?
이놈, 저놈, 양다리 걸치지 말고
(연경) 뭐래
너 그러다 큰일 나는 거야, 요새
[차 문이 탁 닫힌다] [익살스러운 음악]
왜, 왜... 크는 중이야, 어휴, 짜증 나
[차 문이 탁 닫힌다] (택시 기사2) 어이! 이리 와!
뭐 하는 거예요?
(허임) 아, 왜 돈을 내도 화를 내시오?
(택시 기사2) 아, 이 양반이 장난 하나
돈? 어? 당신 이, 이, 이게 돈으로 보여, 어?
(허임) 그럼 아니라는 말이오?
(택시 기사2) [헛웃음 치며] 나 어이가, 참 나
(허임) 아, 미안, 미안하오
(택시 기사2) 어이! 야, 너 거기 안 서!
뭐야?
저 사람 왜 절로 가?
(택시 기사2) 야, 참 나, 네가 뛰어 봤자 벼룩이지
설마 [택시 기사2의 헛웃음]
(택시 기사2) 여보세요, 경찰서죠?
아, 참 나, 어이...
- 아저씨, 죄송해요 - (택시 기사2) 어이가 없어서
얼마예요?
(안내원1) 안녕하세요
(허임) 여기, 여기 서류 가져왔소
(안내원1) 네?
여기 한의사로 들어오려면 이걸 내야 한다 하지 않았소?
[안내원들의 당황한 웃음]
(안내원2) 잠시만요
(남자1) 뭔데 수석이 참석을 해?
(남자2) 마성태 원장 손자 유재하 아시죠?
[흥미진진한 음악]
[머뭇거리는 신음]
[연경의 가쁜 숨소리]
아니, 다짜고짜 여기 와서 뭘 어쩌자고
(재하) 주목해야 할 점은
21세기 들어 한의학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깨는 노력이
그것도 서구 의학계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겁니다
현대 의학에 대한 논의와 반성으로
동양의 전통 의술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침구술입니다
(재하) 조선 시대만 해도 우리의 침구술은 한중일 중 최고였고
그중 가장 정점에 있던 분이 바로
조선 제일 침, 허임 선생이었습니다
[웃음]
(재하) 부끄럽게도 지금은 우리가 다른 나라의 침구술을 수입해야 할 처지가 되었죠
동방 최고의 신술로 불렸던 허임 선생이 이 사실을 알면
지하에서 통곡하지 않을까요?
이상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기 위해 애쓰는
유재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사람들이 대화한다] [성태의 웃음]
[성태의 웃음] (명훈) 아이고
제가 좀 늦었습니다
[명훈의 웃음] (수석) 오, 신 원장
여기까지 어쩐 일이에요?
(명훈) 아, 수석님께서 오셨다는데 제가 당연히
이 병원의 원장으로서 당연히 인사를 드려야죠
(수석) 이야, 이 차기 재단 이사장 두 후보님을 한꺼번에 뵙다니
제가 영광입니다
[함께 웃는다]
(성태) 아이, 저기, 오신 김에 우리 병원 한번 둘러보시죠
부원장이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럴까요?
(명훈) 아, 그다음에 제 방에서 차 한잔하고 가시죠
그럼 제 방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황 교수가 살짝 웃는다]
[명훈의 웃음] 그래요, 내 이따 그쪽으로 가죠
- (명훈) 아, 참 - (성태) 네
(명훈)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그 영상
- (명훈) 알아보니까 사실이었더군요 - (성태) 아, 예
근데 하필, 씁
그 환자의 주치의가 최연경 선생이라는 게
(명훈) 이게 좀...
난감해서 말입니다
왜요? 난감하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게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우리 병원 전체에 타격이 큰 문제라
아무래도 그 최연경 선생한테 불똥이 튈 것 같은데
(명훈) 아, 물론 뭐, 마 원장님께서야 공과 사가 분명하신 분이라
뭐, 아무 걱정 하지 말자 하면서도 이게 좀 걸리는 게 있어서 말입니다
[웃음]
아, 그거야 신 원장님 원칙대로 하시면 될 일이지
아, 고민하실 게 뭐 있습니까?
[성태의 웃음]
[웃으며] 아, 그렇습니까?
그럼 뭐, 원칙대로 해야죠 [성태가 살짝 웃는다]
[명훈의 웃음] [성태의 헛기침]
[긴장되는 음악]
(재하) 아까 무슨 얘기예요, 할아버지?
어허, 병원에서는 원장님
[재하의 한숨]
경이 누나 일인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어요?
(성태) 아, 넌 신경 쓸 것 없다
그 사람 쓸데없이 설레발치는 거 하루 이틀이냐?
[물이 쏴 나온다]
[수도꼭지를 탁 잠근다]
(허임) 어르신, 소인의 큰절부터 받으시옵소서
[허임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재하) 이봐요 지금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요?
아, 내 그간 결례를 범했소
여기 한의사이자 원장 어르신님의 손주분 되시는 것도 몰라뵙고
어? 아는 사람이냐?
아니요
[성태의 놀란 신음]
(비서) 원장님, 괜찮으십니까?
뭐, 나한테 무슨 할, 할 말이라도?
(재하) 저기요, 일단 나가서 나랑 얘기합시다
갑시다
[허임의 다급한 신음]
소인, 허가의 임, 허임입니다
이봐요
[허임의 헛기침]
여기 이력서입니다
(허임) 소인의 의원으로 살아온 내력과
병자들을 치료한 경험들을 소상히 적었사오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잘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소인이 이리 행동하는 것이
이곳의 법도에 어긋날 수도 있음을 아오나
제 처지가 하도 절박하여 이리 불시에 찾아뵘을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십시오
(허임) 제 비록 이곳의 치료 경험들은 일천하오나
제가 있던 곳에서는 백성들부터 고관대작들까지
앞다투어 찾던 이름난 의원이었나이다
옛 성현들 말씀에
귀중한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하여 쓸 줄 아는 것이
높은 자리에 있는 이의 미덕이라 하였는바
원장 어르신께서 저를 이곳의 한의사로 발탁하...
[허임의 놀란 신음] (재하) 누나!
(성태) 여, 여, 여, 연경아
(재하) 여기 남자 화장실...
[연경이 살짝 웃는다] [허임의 놀란 신음]
[허임의 답답한 신음] 어, 재하야, 알아
원장님, 죄송해요 [허임이 웅얼거린다]
제가 좀 급해서
환자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고요 저랑 같이 나가실게요
[허임의 부정하는 신음]
원장님, 죄송합니다 일 편하게 보세요 [허임의 답답한 신음]
재하야, 미안
[허임의 답답한 신음]
[허임의 힘주는 신음]
대관절 왜 이러시오?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내가 또 들러붙을까 봐 그러시오?
뭐라고요?
보아하니 저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듯한데
혹 다리를 놔 달라 사정이라도 할까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아니요
대체 여기서 뭘 어쩌자는 건데요?
한의사로 취직이라도 하게요?
그게 될 줄 알아요?
아, 이곳은 실력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기에
내 정당하게 그리해 보겠다 하지 않소
기회?
무슨 기회요?
(연경) 왜요, 여기서 또 재물이라도 쌓아 보시게?
[무거운 음악]
[한숨]
그 돈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대가 아시오?
내가 거기서 어찌 살았는지 왜 그리 살 수밖에 없었는지
[한숨]
겨우 반나절 동안 그대가 보고 들은 것만으로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시오
안 돼요
당신 거기 가면 위험해
각자 갈 길 가자며
(허임) 소인은 12살에 의술에 입문하여 수련하던 중
제주에서 두 해 동안 마의로 지내며 침 쓰는 법을 연마하였고
(허임) 약관의 나이에 의과에 장원 급제 하였습니다
그 후 나라의 관청에서 오랜 기간 의관 생활을 하며
하루에 수십의 병자를 치료하였으니
만약 원장께서 소인을 발탁해서 이곳의 한의사로 써 보신다면
필시 어르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허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 CCTV 영상 제가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아, 진짜 [휴대 전화 벨 소리]
어, 황 교수
뭐? 어디 나타났다고?
(연경) 대체 여기서 뭘 어쩌자는 건데요?
한의사로 취직이라도 하게요?
그게 될 줄 알아요?
(허임) 겨우 반나절 동안 그대가 보고 들은 것만으로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허임) 생기 없는 안색에
검은 죽음의 빛
[수석의 답답한 숨소리]
[직원1의 놀란 신음]
[쿵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직원2) 수석님, 정신 차리세요, 수석님!
(직원3) 수석님, 정신 차리세요, 수석님!
(직원1) 수석님, 수석님!
빨리 응급실에 연락해서 제세동기 가져오라 그래
알겠습니다
(직원2) 수석님, 정신 차려 보십시오, 수석님
[흥미진진한 음악] (허임) 제가 하겠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맥박 효과음]
(허임) 참새가 모이를 쪼듯 탁탁
어지럽게 뛰는 작탁맥
심장이다
천종
그렇지
- 안 돼요 - (허임) 이거 놓으시오
내가 살릴 수 있소
[떨리는 숨소리]
(연경) 내 말 들어요
당신 여기서 침 쓰다 걸리면
이번엔 진짜 끝장이야
비켜요
(연경) 어레스트
응급실에 연락해서 제세동기 가지고 오라고 해 주세요
신혜병원 흉부외과 쪽도 불러 주시고요, 빨리요
(직원2) 예
[다급한 숨소리]
둘, 셋, 넷...
15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제세동기 알림음]
[연경의 가쁜 숨소리]
20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제세동기 알림음]
(연경) 300줄 차지
샷 [제세동기 작동음]
[거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명훈이 소리친다]
(명훈) 저놈 잡아라!
(만수) 뭐야! [명훈의 다급한 신음]
[잔잔한 음악]
도망쳐요, 빨리
- (명훈) 아, 비키라고, 비켜! - (만수) 뭐야, 뭐야, 뭐야...
(허임) 어디가 아파서 오셨소?
(천술) 아, 여기서 뭐 해?
(허임) 의원 노릇조차 할 수 없단 말인가 [허임의 짜증 내는 탄성]
(미영) 환자들이 다 돈으로 보이나 봐요?
(연경) 살려야 할 생명으로 봅니다
(재하) 그 정도 해 줬으면 알아서 사라지셨어야지
(허준) 하, 그놈, 경이를 만났단 말이지
두 사람 인연도 참 [허임의 신난 탄성]
(연경) 400년 전 사람한테 뭘 기대해
(연경)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성태) 먼 걸음 했으면 큰 뜻을 한번 펼쳐 봐야지
(허임)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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