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6
(명훈) 저놈 잡아라!
(만수) 뭐야! [명훈의 다급한 신음]
도망쳐요, 빨리
도망가라고요, 빨리
- (명훈) 저 녀석 잡아! - (만수) 파란색
(명훈) 쟤 잡아!
[명훈의 놀란 신음]
아니, 왜, 그, 여기에...
아이고, 수석님!
(민재) 수석? 서, 선배, 무슨 일이에요?
(연경) 어레스트 와서 일단 CPR 했어
뭐, CPR?
(명훈) 아이고, 수석님, 괜찮으십니까?
(연경) 어, 맥박이랑 호흡은 돌아왔으니까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일단 중환자실로 옮겨서 검사실 예약해
(명훈) 수석님, 접니다
신혜병원 원장 신명훈입니다
수석님!
아이고, 수석님, 접니다!
신혜병원 원장
원장!
(명훈) 저, 저, 조심
[문이 달칵 열린다]
(만수) 아이씨
아니, 대관절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 아니... - (재하) 허임 씨?
[놀라는 신음]
[어두운 음악]
[헛웃음]
자네, 저 친구 따라가 봐 어디로 가는지
네, 알겠습니다
(허임) [웃으며] 내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는 길이었소만
우리가 그렇게 서로 찾아가는 사이는 아닌 걸로 아는데
서류를 내면 기별을 준다 하였는데, 그...
언제쯤이오?
설마 그깟 종이 쪼가리 하나로
여기 들어올 수 있다고 믿은 건 아니죠?
아, 실력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 하지 않았소?
실력
그렇게 자신 있습니까?
자리를 마련해 주시오
[헛기침] 내 직접 보여 주겠소
한의사를 무슨 실기로 뽑나
- (허임) 에? - 한의사 면허증은 땄어요?
그게 뭐요?
면허증도 없으신 분이 그것도 저쪽 병원에서 사고를 치셨다
그 일로 최연경 씨가 지금 곤란한 상황인 건 알아요?
그게 무슨...
민폐라는 말은 아나 모르겠네, 민폐
알고 있소, 민폐
다행이네
지금 그쪽이 최연경 씨한테 민폐라고요
(재하) 아시겠어요?
잘 갔나
(황 교수) 야, 최연경이!
너 그 자식 토끼는 거 도와줬다며?
하, 네가 아주 네 무덤을 파는구나, 아주, 어?
남자 58세, 급성 심근 경색으로 심정지가 온 환자로
혈관 조영술 결과
(연경) 여기, 여기, 여기
관상 동맥 세 군데가 플라크로 막혀 있습니다
스텐트로는 안 될 것 같고
관상 동맥 우회술을 실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 너 혹시 그 자식이랑 뭐 아는 사이냐?
교수님
이 환자, 청와대 경제 수석이랍니다
뭐?
뭐, 누구?
야, 야, 뭐 해 빨리 수술방 안 잡고, 어?
수술 준비 마쳤고 바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긴장되는 음악]
(황 교수) 아휴, 어디 살 떨려서 수술하겠나, 이거, 어휴
[명훈의 웃음]
(명훈) 그림 한번 재밌게 됐습니다
[명훈의 웃음]
친구분께서 아주 유능한 손녀 따님을 두셨구먼요
어렸을 때부터 아주 명민한 아이였지요
[성태의 헛기침] (명훈) 하, 소속 한번 확실하구먼
[명훈의 웃음]
(황 교수) 아이고, 어떻게 네가 가는 데마다 환자가 생기냐?
하여간 타이밍 하나는 아주 기가 막혀요, 아주, 쯧
어유, 야
야, 이거 한발만 늦었어도 아주 큰일 날 뻔했네
보비
[휴대 전화 진동음]
[성태가 숨을 들이켠다]
어, 그래
뭐? 어디?
(비서) 혜민서한의원입니다
최천술 원장이 나와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새가 지저귄다] (천술) 봉탁아!
[허임의 짜증 내는 신음] (천술) 야, 봉탁아!
[허임의 짜증 내는 신음]
(허임) 저 영감 저리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천술) 봉탁아!
[짜증 내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 하면, 그 면허증이라는 게 있어야 의원을 한다는 말이오?
그게 없으면 어찌 되는 것이오?
잡혀가지요, 불법 의료 행위로다
- (허임) 잡혀? - (병기) 아, 깜짝이야
(허임) 자, 자, 잡혀? 아, 아이고
(병기) 왜 이래?
[허임의 다급한 신음] 왜, 왜 이래요, 왜 이래요, 왜!
그, 그 면허증이라는 거 어디 가야 얻을 수 있소?
얻다니요, 시험을 봐서 따야죠
시, 시험? 시험?
[허임의 웃음]
의과를 말하는 것이군
그, 아무나 볼 수 있소?
한의대를 나와야죠
그 한의대라는 데를 나오려면?
대입을 봐야지요
대입이라는 것을 보려면?
열심히 해야죠, 공부를 국영수 교과서 위주로
그, 그럼 기간이 얼마나...
초중고 12년, 대학교 6년, 한 18년?
[목탁 두드리는 효과음] (병기) 검정고시 보면 한 12년?
(허임) 실력만 있으면 된다며
에이!
[천술의 못마땅한 신음]
(천술) 아니, 꼴이 왜 또 그 모양이야, 응?
왜, 어저께 갔던 일이 뭐, 잘 안됐어?
거기서 너 같은 돌팔이 놈은 안 받아 주겠대?
저 돌팔이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모르셔서 그렇지
(천술) 저기 저거 들고 저 가 마당이나 쓸어, 응
너 같은 놈한테는 그게 딱이야
제가 머슴도 아니고
그럼 할 일이 뭐 있는데?
갑니다요, 가
[코웃음]
(천술) 뭘 좀 알았구먼
심란할 땐 뭐라도 움직이는 게 낫지
[한숨]
깜짝이야, 뭐예요?
(병기) 빵이랑 우유를 사 봤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침 안 드셨죠?
(재숙) 드셨는데요
하, 모닝커피도 아니고 우유가 뭐니, 우유가
또 뭔 일이 있었길래
[억울한 숨소리]
저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입니다
(재숙) 또 토사곽란이 났나?
여기도
[허임을 탁탁 다독인다] 지낼 만해요
[한숨]
(재하) 지금 그쪽이 최연경 씨한테 민폐라고요 [쓸쓸한 음악]
최연경이 그동안 당신 막아 주느라 애쓴 모양인데
그 정도 해 줬으면 알아서 사라지셨어야지
(재하) 자꾸 여기 나타나면 어떡합니까?
그러다 저 여자까지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 (허임) 저를... - (재하) 누나!
(성태) 여, 여, 여, 연경아, 어?
안 돼요
어허
진작에 말을 할 것이지
대궐 문턱 넘기는커녕
이곳에서 의원 노릇조차 할 수 없단 말인가
[허탈한 웃음]
[황 교수와 명훈의 웃음]
(황 교수) 조 수석님 수술 경과가 좋아서 일주일이면 퇴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명훈의 웃음]
이런 걸 결자해지라고 그러나?
[명훈의 웃음]
(명훈) 아,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최 선생 하루 휴가를 주지? 응?
[명훈의 웃음]
병원장 재량으로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아, 예 [명훈의 웃음]
최 선생, 하루 푹 쉬어요
[명훈의 웃음] [어색한 웃음]
- (명훈) 황 교수 - (황 교수) 아, 예
그 일 말이야
(명훈) 그, 없던 일로 해, 응?
[명훈과 황 교수의 웃음]
[밝은 음악]
최연경, 역시 대단해
깍듯이 '누나'
깍듯이 누나, 멋지십니다
왜, 환자 살려서 아니면 수석 살려서?
(재하) 음, 이왕이면 둘 다?
아
재하야
그, 어제 일은...
그래, 어제, 심포지엄에 안 왔더라?
(재하) 씁, 미안하면 오늘 나랑 저녁 먹나? 드디어?
[피식 웃는다]
의사가 병원 비우고 어딜 가니?
저녁은 새로 꼬신 여자랑 먹어라
간다
[한숨]
그러고 싶은데
맨날 바람만 맞네
(구급대원) 저, 저기, 선생님!
아, 맞네, 그 선생님
와, 나 드디어 찾았다
괜찮으세요?
네?
[의미심장한 음악]
(구급대원) 그때 어떤 남자분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서
그 남자분 등에 이렇게 쫙
[탄성]
(구급대원) 그 남자분 좀 괜찮으세요?
(연경) 나 그때 뒤에서 껴안은 거
나 그거 여기 일부러 끌고 오려 그런 거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참으로 억울하오
뒤에서 안은 건 기억나고 내 비명 소리 못 들었소?
내 그때 참으로 아파 가지고 죽을 뻔했소
[한숨]
아팠겠네
[경쾌한 음악]
[허임의 힘겨운 신음]
[허임의 신나는 신음]
- (환자1) 저기요 - 아, 오셨어요?
(재숙) 이쪽으로 오세요 [허임의 반가운 신음]
어디가 아파서 오셨소?
봅시다
뭐 하세요?
(천술) 응? 아, 여기서 뭐 해?
- (천술) 가 청소하지 않고? - (허임) 예
(천술) 어이구, 어디 보자
[천술의 힘주는 신음]
[환자1의 신음]
[한숨]
[힘주는 신음]
(허임) 이럴 바엔 돌아갈까?
[어두운 음악]
네 모가지로 피눈물은 닦아 드려야제
[경쾌한 음악] [겁먹은 숨소리]
[한숨]
[피곤한 신음]
[피곤한 신음]
[반짝이는 효과음]
동의제약이죠?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아, 지금 거래 하루 이틀 해요?
하, 진짜
(허임) 따뜻한 녹차
(병기) 하, 깜짝이야
[병기의 한숨]
아, 뭐, 뭐요?
내일 아침부턴 그걸로 준비하시오 우유 말고
아, 그, 혹 칡꽃이나 갈근 있소?
있는데 왜요?
(허임) 어, 음
저 여인 지금 간이 안 좋아, 간이
뭐?
하니 아침에는 녹차를
(허임) 낮에는 칡꽃이나 갈근을 달여 먹이면 좋아질 것이오
두 분의 관계도 [허임의 웃음]
간?
(병기) 간이 안 좋아?
요즘 술 마시나?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둘이 뭐, 친해요?
(재숙) 내가 지금 좋은 말 나가게 생겼냐?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어제는 약 준다며 근데 왜 이제 와서... [음 소거 효과음]
하, 그깟 외상값 얼마나 한다고
너 우리 한의원 구멍가게라고
[음 소거 효과음]
역시 간이 부었소, 간이
아니, 둘이 친하냐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그, 내가 그것을 어찌 아냐 하면 [헛기침]
- (허임) 내 이래 봬도... - (천술) 자랑이다
(허임) 이런
너 무슨 약 장사 하냐?
약 장사 안 합니다
왜? 아예 침도 놔 주지
어이구, 너 뭐 하고 살 거야?
저도 차차 생각해 봐야 할 것...
시끄럽고!
(천술) 이거 들고 따라와
(허임) 어디를... [천술이 숨을 들이켠다]
[천술의 못마땅한 신음]
[천술의 재촉하는 신음]
[천술의 헛기침]
둘이 친하냐고
(허임) 멍청아, 쯧 [익살스러운 효과음]
(민재) 휴가요? 선배가요? 웬일로?
어디 아파요?
호들갑 떨지 마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뭐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뭔데요, 그게 뭔데요?
혹시 도파민? 클럽 가요?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연경) 뭐야, 저 환자 내일 수술이잖아 왜 퇴원해?
사정이 있어서 가셔야 된대요
수술 취소됐어요
저 환자 차트 좀 줘 보세요
(민재) 아이, 선배, 왜 또
선배 환자도 아닌데
네 가족이라도 그런 말 할래?
(만수) 내 가족이라도
죽어도 퇴원하겠다는 사람을 뭔 수로 잡냐?
야, 저 환자 불안정 협심증에 좌주 관상 동맥 좁아진 상태고
게다가 부정맥에 당뇨까지
빨리 수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야, 너만 의사냐? 나도 의사야
환자 개인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라고
하긴, 너같이 냉정한 애가 뭘 알겠냐
(만수) 그저 수술, 수술 자기 수술만 중요하지
하여간 자기만 의사야, 자기만 안 그래요?
(이연) 안 그래요
(연경) 조미영 씨
이대로 가시면 관상 동맥이 막혀서
언제 심근 경색이 발생할지 몰라요
그럼 정말 위험합니다
사정이 있으시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으시는 게
말씀은 감사한데, 쯧
제가 지금 환자 노릇 할 처지가 아니라서요
혹시 수술비 때문인가요?
의사들은 환자들이 다 돈으로 보이나 봐요?
아니요
살려야 할 생명으로 봅니다
[부드러운 음악] 세상에서 자기 목숨보다 더 큰 사정은 없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환자 노릇 가능하실 때 다시 오세요
(연경) 그사이에 아스피린이랑 협심증 약 잘 챙겨 드시고
혹시라도 가슴 아픈 증상 나타나면
혀 밑에 약 바로 넣으시고 응급실로 오시고요
그럼
[한숨]
[경쾌한 음악]
이곳에서도 걸인들이 있습니까요?
[못마땅한 신음]
[노숙자1이 인사한다]
[노숙자1의 웃음]
(지웅) 아무리 스펙이 빵빵해도 그렇지, 응?
새파랗게 어린 놈한테 VIP 병동을
어휴, 이게 다 원장 백이야, 원장 백
[지웅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그럼요
(재하) 다 백이고 허세죠
제가 많이 어려서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웅) 아, 아니, 뭐, 그런 말씀을
아, 예, 예
[지웅의 한숨]
(영훈) 인사성 밝으시다
키도 크고, 모델이야
저도 알죠, 백이고 허세인 거
그래서 한번 지워 보려고요, 이제부터
[피식 웃는다]
(노숙자2) 아니, 이빨이 아파 죽겠어요
여기, 아
이 얼마나 안 닦았으면
이 새끼가, 야, 너 뭐야?
그, 이 아플 때 혈 자리가 어디야?
(허임) 네?
아, 이 아플 때 어디다 침을 놔야 되느냐고
용현하고 하관
(천술) 들었지? 손
[혀를 끌끌 찬다] 허허
(천술) 한여름에 몸에 한기가 들었구먼, 응? [노숙자3의 한숨]
- (천술) 어이 - 합곡, 대추, 곡지
(천술) 침
씨...
(천술) 자
[노숙자3의 힘주는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천술의 헛기침]
(천술) 저기, 너는 저, 저, 약 좀 나눠 줘
[트레이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이봐, 허 씨!
(노숙자1) 아이, 그, 자네도 저 진료 좀 받아 봐
아침부터 그냥 뭐, 가슴팍이 어쨌다며
어허, 이 사람 오늘따라 뭐 이렇게 잠을 잔다고, 저런
[노숙자1의 헛기침]
아니, 저 덜떨어진 놈은 누군데 달고 왔소?
저놈한테 대신 맡기고설랑 영감님 은퇴하시려고?
이것 때문에?
[못마땅한 신음] (노숙자4) 이 자식이, 이게, 이게
[노숙자4가 소리친다]
(허임) 누가 좀 말려 주십시오 어르신, 어르신!
(천술) 저런, 저런, 저런...
[허임의 힘겨운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힘겨운 신음]
(여자) 구안와사라고 해서 한의원에서 며칠 침도 맞았거든요
근데 차도도 없고 귀 소리도 안 들리고 먹먹하다 그러고
[환자2가 웅얼거린다]
(여자) 응, 저기, 이명도 들린대요
[재하의 고민하는 신음]
단순 구안와사가 아닌 것 같은데
구안와사가 아니에요?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에도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확실한 건 MRI를 찍어 봐야 알 것 같은데
(재하) 어떻게, 해 보시겠습니까?
(지웅) 아이, 무슨 구안와사에 MRI까지 써?
아니, 언제부터 우리 한방에서 저런 기계를 갖다 썼다고 [지웅이 혀를 끌끌 찬다]
(영훈) 언제는 한방도 첨단 기기 활용해야 한다고
[영훈이 혀를 끌끌 찬다]
[천술의 힘주는 신음]
(노숙자3) 선생님
제가 드릴 건 없고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
(천술) 이게 뭐야?
(노숙자3) 아침에 무료 급식 하는 데서 받은 건데
아, 이거 놔뒀다 먹질 않고 뭘 이런 걸
- 고맙네 - (노숙자3) 예
잘 먹을게
[툭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노숙자1) 이, 이봐! 허 씨
아유, 왜 이래, 허 씨!
정신 차려 봐! [노숙자들의 놀라는 신음]
이, 이거 봐! 정신 차려!
(재하) 음, 역시 청신경초종인 것 같습니다
- 청신경... - (재하) 아
(재하) 여기 보시면 여기가 청신경이거든요
근데 여기에 종양이 생겼어요
안면 신경이 귀를 지나서 퍼지는 건데
여기 종양 때문에 얼굴에 와사가 온 겁니다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셔야 하고요
우선은 와사가 굳어지기 전에 풀어 드리는 게 시급한데
거기까지는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여자) 아휴, 감사합니다
(노숙자1) 아이고, 이 사람아, 응?
아니, 저, 아침서부터 가슴팍이 어쩌고저쩌고 그랬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이, 급체 같기는 한데, 응?
(천술) 자
[천술의 헛기침]
(노숙자4) 야, 너 뭐야?
네가 왜 침을 잡아? 이게 그냥, 씨
(노숙자1) 아휴
그러면 네가 병원에 데리고 갈래? 확, 씨
저리 가, 씨, 쯧
계속, 계속
[헛기침]
[맥박 효과음]
그, 단순 급체는 아닌 것 같습니다요
맥이 좀 다릅니다
그럼 뭔데, 어디가 문제인데?
음, 씁, 저도 잘...
(노숙자4) 그럼 그렇지, 씨, 너 돌팔이지?
(노숙자1) 아휴, 좀 가만히 좀 있어, 확 그냥, 쯧
혹 이분 뭐 드셨습니까요?
(노숙자1) 아니, 먹긴 뭘 먹어, 그냥
어제저녁에 술 왕창 푸고설랑
목이 타니까 물이나 실컷 먹었겠지
[긴장되는 음악]
사지가 붓고 차면서 배가 싸늘합니다
(허임) 아무래도 허리의 맥 같습니다
(천술) 으, 응, 뭐?
(허임) 아니, 그러니까, 그
과량의 물을 먹어 가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웃으며] 어지러워지는 병증을 말합니다요
[노숙자들의 놀라는 신음]
[허임의 웃음]
(허임) 얼굴이 푸석하고 부어 있으며 피멍 든 것처럼 거무스름하고
[심장 박동 효과음] 곧 죽을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쉴 때는
[흥미진진한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천술) 저건 말로만 듣던 허임의 보사법
더 강한 자극을 줘서 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기를 연결하겠습니다
[기계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한숨]
[기계 작동음]
[재하의 힘주는 신음]
[맥박 효과음]
다행히 맥의 흐름이 좋아졌습니다
(천술) 얼굴빛도 원래대로 돌아왔구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노숙자1) 아이고, 이 사람아, 살았어, 살았어
(노숙자4) 아유, 돌팔이 아니구먼 [노숙자들의 웃음]
(노숙자1) 이봐, 이봐, 괜찮아?
[노숙자4가 말한다] (노숙자1) 아휴, 이게
[여자의 탄성]
- (환자2) 선생님, 감사합니다 - (여자) 감사합니다
- (환자2) 감사합니다 - (여자)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2와 여자의 웃음]
(노숙자1) 괜찮아, 응?
[노숙자들의 웃음] [경쾌한 음악]
(노숙자4) 아, 이제 보니까 아주... [허임의 놀라는 신음]
[노숙자1의 웃음] [놀라는 신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왜, 왜 이러시오?
예뻐서 그래, 예뻐서
[노숙자들의 웃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아이, 대관절 뉘신데 아까부터
어, 나? 나 여기 거지 왕초
[노숙자들의 웃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노숙자1) 튀어, 치료비야, 응? 얼른 가, 응?
야, 야, 야, 야 우리도 가자, 가자, 가자
[소란스럽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성태) 첫날부터 스태프들 코를 납작하게 해 줬다며?
다들 은근히 너 실수하길 기다렸을 텐데
실망들이 크겠구나
그 사람들 보라고 한 거 아닌데요, 뭐
[한숨]
네 아버지같이 무능한 인간에게서 어떻게 너 같은 아들이 나왔는지
네 엄마를 통해서 내 피가 너한테 간 거야
[성태의 웃음] [살짝 웃는다]
(재하) 아참
VIP 병동 스태프들은 정하셨어요?
음,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
[허임의 한숨]
[애잔한 음악]
(남자1) 저희 아버지 살려 주신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디
저희 집 형편상 드릴 것도 없고
이거라도 받아 주십시오, 의원님
병자들 보시다가 출출하실 때 드십시오
차라리 말로 때울 것이지, 참
(천술) 이놈아, 그게 그 사람들한텐 한 끼 밥이야
하, 아, 그렇게 싫은 놈이 아까는 왜 나섰어?
사람 살려 놓고 아주 좋아하데
(허임) 제가 언제...
(천술) 그러니 천생 의원이지
예?
대궐이든 초가든 배가 부른 사람이든 배고픈 사람이든
이, 살리면 기쁘고, 응? 고치면 좋은 거고
아, 그게 의원이지, 아니야?
(천술) 아니, 난 저기 어디 좀 들렀다 갈 테니까 너 먼저 들어가, 어
괜히 또 딴 데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 (허임) 네 - (천술) 어이
[천술의 헛기침]
[천술이 손을 탁탁 턴다]
집?
(허임) 집이라
참, 아니, 누가 뭐 여기서 산다고 했나
흥, 어르신도 참
[허임의 헛기침]
(연경) 허봉탁 씨
[놀라는 탄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허임) 처자가 이 시간에 여긴 왜
혹 나 때문에 병원에서 쫓겨났소?
쫓겨날 뻔했죠
근데 아직 안 가셨네?
[헛기침]
며칠만 더 말미를 주시오
왜요?
병원에 또 쳐들어오시게?
아니, 왜 진작에 말해 주지 않았소?
정 갈 데 없으면
좀 더 있든가
[밝은 음악]
(허임) 아유, 그
바, 바, 방금 뭐라 했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괜히 엉뚱한 데 가서 또 사고 치지 말고
그냥 여기 있으라고요
[웃음]
(허임) 아니, 근데 이것은 무엇이오?
[연경이 살짝 웃는다]
있어요, 그런 게
[의아한 숨소리]
(허임) 사람이 입는 거 같은데
어찌 모양새가 이...
아이참 [연경의 멋쩍은 웃음]
놔요, 빨리
아니, 그, 궁금해서 그렇... 잠, 잠시만 보여 주시오
아니, 그렇게 궁금해할 물건이 아니라니까요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데 그러오?
(허임) 자, 잠깐만 보면 돼
(재하) 최연경
어, 재하야, 웬일이야?
(재하) 연락이 안 돼서 병원 가 봤더니 일찍 퇴근했대서
근데 손님이 계실 줄은 몰랐네
[발랄한 음악]
(재하) 저 사람은 누구야?
어, 할아버지 손님
좀 멀리서 왔소
[허임의 웃음]
여기서 지내는 건가?
뭐, 당분간?
(허임) 아까는 있어도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
[살짝 웃으며] 왜, 뭐, 신경 쓰여?
재하야, 미안 오늘 저녁 말고 다음에 먹자
쯧, 그래
들어가
(연경) 아, 손님
들어가요
[한숨]
신경을 내가 왜 써
(천술) 하하, 고놈, 허임은 허임이네
내가 전설로만 내려오던 보사법을 다 보고
씁, 그러고 보니깐
내가 함부로 이놈, 저놈 할 분이 아닌데, 응?
응? 가만있어 봐, 쟤는 재하인데
아니, 쟤가 미국 갔다더니만 왔나?
근데 저놈 표정이 왜 저 모양이야?
어이? 아니, 왔으면 인사를 하고 갈 것이지
저런
이, 괘씸한 놈
(천술) 자
[웃으며] 고기 [밝은 음악]
[냄새를 킁킁 맡는다]
[허임의 웃음]
(허임) 어, 어, 오셨소, 얼른 앉으시오
오늘 석반 찬이 고기요, 고기
[허임의 웃음] 뭐 이쁜 사람이라고 고기까지
[냉장고 문이 달칵 열린다]
(천술) 얘, 밥 다 됐는데 같이 한술 안 떠?
전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천술) 야
[천술이 코를 훌쩍인다]
[한숨]
[쓸쓸한 음악]
[한숨]
[어두운 음악]
방금 같이 있던 처자 어디 갔소?
[재하의 기합]
[죽도를 탁 떨어트린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놀라는 신음]
[리드미컬한 음악]
[스위치를 탁 누른다]
뭐 해요?
아까 고기 먹고?
[연경의 힘주는 신음]
뚜껑 따고
수프 넣고
그리고 여기다가 물 부어서 3분
아, 200을 세고 먹어요
참 신통한 국수요
자
[허임의 들뜬 신음]
에헤
(연경) 뚜껑 열고 여기다 물 붓고
플러그 꽂고
그리고 이거 버튼
누르고 기다려요
[잔잔한 음악]
[냄새를 킁킁 맡는다]
(연경) 자, 이렇게 하면
참치 라면
이, 이거 먹여서 나 쫓아내려고
드세요
(혜선) 그 남자 만나 보라 그래
혹시 알아? 뭐든 실마리가 나올지
혹시 [허임이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우리 과거에 어디서 만난 적 있어요?
예전에 어디서 본 적 없어요?
어렸을 때라든가
계속 드세요
[허임의 웃음]
[허임이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연경) 하, 나 뭐 하냐
400년 전 사람한테 뭘 기대해
[TV 전원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힘주는 신음]
사람이 자고로 배가 든든해야
[TV 음량이 커진다]
이거, 이것은 이름이 무엇이오?
(허임) 어찌 이 안에 사람이 있소이까? [리모컨 조작음]
[탄성]
[리모컨 조작음] [허임의 웃음]
[중얼거린다]
이보오!
[연경의 웃음]
[허임의 어색한 웃음] [연경의 웃음]
[허임의 어색한 웃음]
[경쾌한 음악]
[허임의 어색한 웃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숨을 후 내뱉는다]
[허임의 흡족한 웃음]
[리모컨 조작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거라도 보고 배우세요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숙) 원장님이랑 서울역 갔어
오늘 노숙자들 치료하는 날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네
[의미심장한 음악]
(허임) 내가 거기서 어찌 살았는지 왜 그리 살 수밖에 없었는지
겨우 반나절 동안 그대가 보고 들은 것만으로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마시오
대체 내가 뭘 모른다는 거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허준이 피식 웃는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커서 어여쁜 아씨가 됐다니
(허준) 세월 참
우리 경이 지금도 이것을 좋아하나
하, 그놈, 경이를 만났단 말이지
두 사람 인연도 참
[살짝 웃는다]
(천술) 봉탁아!
[한숨]
봉탁아!
[익살스러운 음악] 뭐야
간만에 푹 좀 자려고 했더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한숨]
(천술) 야, 허봉탁!
[괴로운 신음]
[허임이 쓱쓱 비질을 한다] [연경의 찌뿌둥한 신음]
뭐 해요?
[놀라며] 처자
(허임) 머리 좀 어떻게 좀, 그...
그래도 처자가 세젤예요
[경쾌한 음악]
꾸, 꿀잠 주무셨소?
오늘따라 빗소리가 레알 좋소이다
[허임의 웃음]
하, 겨우 배운 게
앞으로는 일찍 일어나시오
(허임) 만물의 생기가 가득한 여름에
햇볕과 함께 양기가 밖의 기운과 잘 소통하게 해야 함이오
잔소리까지 하시고
(허임) 또한 사람이 아침에 깨면
한바탕 몸을 움직여 줘야 몸의 구석구석 경락이 열리고
오장육부가 깨어나는 것이오
자, 같이 한번 움직여 봅시다
[난감한 웃음]
비 오면 청소 안 해도 되는데
아이, 그러지 말고 이리 와 보시오
(허임) 같이 해 봅시다
어허
아, 이보오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연경) 당신 뭐 하는 사람인지 잊었어?
의사한테 손이 생명인 거 몰라요?
[허임의 힘주는 신음]
밤새 또 뭔 일이 있었길래
[살짝 웃으며] 여기 있을 만한가 봐요
(허임) 구석구석 광이 나야
오는 병자도 힘이 나고 받는 의원도 기분이 좋은 법
아, 여길 안 했군
[허임의 힘주는 신음] [병기의 놀란 신음]
(병기) 이봐요!
그, 거긴 제가 할게요
[허임의 놀라는 신음] 여기, 여기, 여기는 내가 할게요
(허임) 왜 이러시오, 왜 이러시오 걸레질하는 건데
[허임의 다급한 신음]
(연경) 언니
저 사람, 뭐 이상한 거 없었어요?
없는데
잘생긴 총각 하나 들어왔다고 한의원이 다 환하다, 야
[연경의 헛웃음]
[부드러운 음악] 환하긴 무슨, 칙칙하기만 하구먼
장 보러 간다며, 안 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가요
(허임) 여기 다 해 놔야 돼, 아이 이거 놓으시오
[허임의 당황한 신음]
[연경의 한숨]
그새 다들 넘어갔네, 응?
넘어갔어 [문이 달칵 열린다]
(꽃분) 봉탁아
(재숙) 봉탁 씨, 어머니 오셨어요
어머니, 왔소?
[반가운 신음]
(허임) 워메, 우리 봉식이도 왔는가?
[웃음]
봉식이
[돼지 울음]
(재숙) 봉탁 씨
[꽃분과 허임이 대화한다] 닭이며 돼지 같은 가축들이 제일 싫단다
근데 저러고 있다?
[잔잔한 음악] (꽃분) 아주 재주꾼이다 아이가
(재숙) 아들네 이민 간 후로 저렇게 웃으시는 거 처음 보네
처음엔 어디서 저런 밥풀떼기가 들어왔나 했는데
사람 괜찮은 것 같더라
원장님 겉으로는 구박하셔도 속으로는 뭔 생각이 있으신 거 같고
어제 서울역만 해도 그래
거기 아무나 데려가실 분이니?
쯧, 암만 건강하시다 해도 연세가 있으신데
옆에 봉탁 씨라도 있으면 든든하다 싶기도 하고
[돼지 울음]
(꽃분) 하, 아, 야야
내가, 이 어매가
니 줄라꼬 과자 가져왔다 아이가 [허임이 호응한다]
- (허임) 과자? - (꽃분) 여, 여
[놀라는 신음] (꽃분) 우리 봉탁이, 어
[꽃분의 웃음] (허임) 아니
- (허임) 이건 - (꽃분) 응
우황이 아닙니까?
이 귀, 귀한 걸
이게 어디서 나셨습니까요?
묵어, 나는 집에도 또 많다 아이가
(꽃분) 우리 봉탁이
아기 때 이거 달라고 막 떼쓰고 그랬잖아, 응
[웃음]
그걸 어찌...
(꽃분) 응?
[애잔한 음악] [꽃분이 살짝 웃는다]
내 우, 우리 엄마 주려고
우리 엄마 살리려고
살리려고
[어린 허임이 흐느낀다]
[어린 허임의 아파하는 신음]
[어린 허임이 흐느낀다]
(어린 허임) 우황 좀 주세요
우리 엄니 살려야 된단 말이에요!
제발 우황 좀 주세요!
(양반) 이놈아, 너 이거 훔쳤지?
(어린 허임) 훔친 거 아니에요!
(양반) 이놈이!
(어린 허임) 제발 달라고요
(양반) 그래도 이놈이!
(어린 허임) 우리 엄니 살려야 돼요
(꽃분) 그래 [울먹인다]
이 어매는 다 안다, 응
봉탁이 마음 이 어매는 다 안다, 응
응
[한숨]
어매 드쇼잉
난 괜찮응께
어휴, 아니다, 니 묵으라
우리 봉탁이 먹고 힘내야제
(꽃분) [웃으며] 묵으라, 그래
[코를 훌쩍인다] [꽃분이 살짝 웃는다]
(꽃분) 응?
아이고, 내, 아휴, 참
[웃음]
음, 짜구먼
[허임이 훌쩍인다] [꽃분의 달래는 신음]
[함께 웃는다]
(꽃분) 아이고, 좋다 아이가
[꽃분의 웃음] [돼지 울음]
[놀라는 숨소리]
[꿀꿀거린다]
[돼지 울음]
내 아우가
그, 그대가 마음에 드나 보오
[부드러운 음악]
(허임) 봉식아, 저 처자가 마음에 드느냐? [돼지 울음]
[웃음]
진짜 그대가 마음에 드나 보오
[돼지 울음] [놀라는 탄성]
[돼지 울음]
[꽃분이 인사한다]
[꽃분이 중얼거린다]
[한숨]
그대는 저쪽, 나는 이쪽
(연경) 우리 집이 여기인데
내가 왜 저쪽으로 가요?
아, 뭐, 어디 가려던 참 아니었소?
아, 맞는다
[멋쩍은 웃음]
같이 갈래요?
[리드미컬한 음악]
짐 들어 줄 사람 필요한데
[헛기침]
갑시다
[의미심장한 음악]
(천술) 허허, 그놈, 뭔 생각을 하는지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다 하고, 응?
[흡족한 웃음] 씁, 가만있자
오늘 장 씨네 한우 좋은 거 들어왔으려나?
[문이 달칵 열린다]
(천술) 야, 이놈아!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오랜만입니다, 천술 형님
[밝은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환호하는 효과음]
[바코드 인식음]
[허임의 신난 탄성]
[연경이 허임의 등을 탁 친다]
(직원1) 드셔 보세요, 투 플러스 원이에요
[직원1의 놀란 신음]
[연경의 탄성]
[허임이 웅얼거린다]
[연경의 어색한 웃음]
(직원2) 강도는 괜찮으세요? [리모컨 조작음]
[허임의 웃음]
[허임의 편안한 신음]
혈 자리를 다 눌러 주는 것이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소
아, 아이, 극락, 극락
(허임) 아휴, 시원하다
저, 저, 저거
- 영어요? - 어! 그, 그렇소, 저거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허임의 헛기침]
전에부터 궁금하던 건데
(허임) 후손들이 새로 만든 글자요?
그건 영어라는 건데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글자예요
(허임) 아
공통
그러고 보니까 한글을 알던데
누구한테 배웠어요?
어렸을 때 아버님에게 천자문을 배웠고 어머님께 언문을 배웠소
천자문 덕분에 의서를 읽었고 아, 그 언문은 왜 배우나 했는데
여기서 써먹게 될 줄은
[웃음]
선견지명이 있으셨나 보오
거기서 부모님이 걱정 안 하세요?
두 분 다 모두 일찍 돌아가셨소이다
아버님은 열 살 때 길에서
어머님은 열두 살 때 병환으로
그때 의원의 말로는 우황이 있으면 된다 하였는데
이곳은 우황이 흔한 듯하니
우리 어머니처럼 허망한 죽음은 없겠소이다
조실부모한 건 나랑 똑같네
그래도 그대는 조부님이 계시지 않소
겉으론 괴팍하셔도
손녀 따님에 대한 속정이 깊으신 듯하더이다
그, 보아하니
조부님께 맺힌 것이 있나 본데
그래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그, 조부님께 대한...
(연경) 겨우 며칠 보고 뭘 안다고
그쪽이나 할아버지한테 쭉 잘해요
애먹이지 말고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 쭉?
아, 그럼 계속 있어도 된다는 뜻이오?
쭉?
(환자3) 이년아
뭐 이런 땟국물 좔좔 흐르는 델 데리고 와?
너 돈 아끼려고 그러지
그 돈 아껴서 얻다 쓰게?
나 죽으면 훨훨 날아다니면서 쓰게?
(미영) 아, 좀 가만히 좀 계셔 보세요
용한 데라잖아요
(환자3) 썩을 년
[미영의 한숨]
(연경) 한의원 찾아오셨나 봐요?
어머
(미영) 아, 예
정 간호사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사정 들으시고 여기 한번 가 보라고
가면 반가운 분 계실 거라더니 선생님이셨네요
저희 시어머니세요
남편은 사고로 먼저 가고
저 혼자 모시고 사는데 몇 년 전에 하반신에 마비가 오셔서
혼자서는 꼼짝도 못 하세요
[긴장되는 음악]
(미영) 병원도 다녀 보고
여러 군데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 봤는데
영 차도가 없으세요
[천술의 헛기침]
(허임) 워낙 고령이신 데다 기력이 쇠하시니
환도를 한 번에 깊게 찌르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제가 해 봐도 되겠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성태) 두고 보지요 그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이봐요
귀한 손님이잖소
[날카로운 효과음]
(재숙) 원장님, 어떡하시려고
가만있어 봐
귀한 손님이다
잘 부탁한다
[긴장되는 음악]
[환자3의 놀라는 신음]
[환자3의 신음]
[놀라는 숨소리]
(천술) 침감, 침의 감각이 정확하게 전달이 되면
원래 저렇게 찌릿찌릿하지 [환자3의 가쁜 숨소리]
마치 전기에 감전되듯이
[탄성]
[놀라는 신음]
잘 참으셨습니다, 어르신
[숨을 하 내쉰다] (허임) 그럼, 자
[놀라는 신음]
[놀라는 신음]
[재숙의 놀라는 신음]
[환자3의 놀라는 신음]
에구머니나, 어머니!
(미영) 어머니, 어머니!
[미영이 흐느낀다]
[환자3의 놀란 신음]
(미영) 에구머니나, 어머니 [천술의 웃음]
어머니, 아, 어머니, 아, 어머니!
[미영의 기쁜 신음]
[어두운 음악] (환자3) 얘가 왜 이래?
- (천술) 아이고 - 아이고
(환자3) 나 우리 며느리 없으면 못 살아요 [천술의 당황한 신음]
우리 며느리 좀 살려 주세요, 네?
(천술) 자, 진정하세요, 자
[환자3이 흐느낀다]
어, 김민재, 조미영 환자 혈관이 막힌 거 같아
(연경) 다행히 맥박이랑 자가 호흡은 하고 있으니까
구급차 타고 이쪽으로 와
[오열한다]
[사이렌이 울린다]
(미영) 저 수술하고 오라고 혼자 잘 지낼 수 있다고
[무거운 음악] 그렇게 고집을 피우시더니
저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 혼자 끼니 챙기시다가 넘어져서
허리까지 다치셨네요
선생님들께서야 사람 목숨보다 급한 게 뭐 있겠나 하시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수술받다가 잘못되면
의지할 데 없는 이 노인네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연경의 놀라는 숨소리] [민재의 신음]
[어두운 음악] (민재) 아, 뭐야, 사고 났나?
- 나가 봐야 되겠다 - (민재) 네?
- 조미영 환자 잘 지켜 - (민재) 네, 선배
(남자2) [흐느끼며] 내 다리
[남자2가 흐느낀다]
내 다리
(남자3) 아, 저, 잠시만요, 잠시만 계세요 [남자2가 계속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삐 소리가 울린다]
[남자2가 오열한다]
(남자3) 아, 저, 많이 다친 거 같아요
저, 혹시 의사세요?
네
(남자2) [흐느끼며] 아, 다리
(연경) 움직이지 마세요
(남자2) 다리, 피...
[남자2의 비명]
[삐 소리가 울린다]
[연경의 거친 숨소리]
(허임) 왜 그러시오? [연경의 놀라는 신음]
또 그러는 것이오?
(허임) 이보오! [연경의 거친 숨소리]
[괴로운 비명]
[괴로운 비명]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혜선) 최근에 자기 인생에 새로 등장한 사람은 없대?
아이, 그, 안 되겠소
(허임) 어디 가서 제대로 진맥을 좀 해 봅시다
내가 침이든 뜸이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겠소
(연경) 당신 때문이야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
[어두운 음악]
[연경이 훌쩍인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해서 왔는데
내 눈앞에서 사라져요
그, 그러지 말고...
[손을 탁 뿌리친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요
제발
하, 그 여인 참
(연경)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허임의 들뜬 신음] [성태의 웃음]
[성태의 웃음]
(성태) 원한다면 앞으로 자네가 지낼 곳이네
이, 어찌 제게 그런...
아,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스카우트, 어, 아니
사람을 뽑아 쓴다는 말이지
(성태) 그러려면 뭐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줘야지
[말을 더듬으며] 아이, 하면 저를...
아, 자네같이 출중한 인재가
그런 구닥다리 한의원 구석에서 썩는대서야 말이 되나?
조선에서 여기까지 먼 걸음 했으면
큰 세상에서 큰 뜻을 한번 펼쳐 봐야지
안 그런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조미영 환자 수술 잘 끝났어요
응, 그래
노모는 재숙이가 모시고 갔다
네
- 저... - (천술) 응
(천술) 응, 왜?
아니에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한숨]
잘 데리고 있다가 보내 줘야 되는데
그래야 되는데
(연경)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요
제발
[함께 웃는다]
[허임의 놀라는 신음]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풀벌레 울음]
(재숙) 아, 진짜 몰라?
(병기) 모르죠, 아니, 핸드폰 없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이것만 정리하고 퇴근하면 되는 거죠?
[재숙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재숙) 원장님도 아무 말씀 없으시고
[부스럭거리며] 며칠째 연락 한 번이 없네
(병기) [살짝 웃으며] 여기 있을 만 안 했나 보죠
(재숙) 갈 거면 인사라도 하고 가지
사람 서운하게
(병기) 그러게요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서운했어요?
하, 이거 봐
아, 내가 없어져 봐야지 서운한 줄 알지, 진짜
(재숙) 아, 가자
(병기) 며칠이나 됐다고 그 사람 없어졌다고 서운한 거야, 네?
[개가 왈왈 짖는다] 뭘 가요, 정리를 다 해야 퇴근을 하죠
(연경) 왔나?
[개가 왈왈 짖는다]
[사람들의 박수]
(성태) 감사합니다
아, 우리 신혜한방병원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이번에 야심 차게 준비한 VIP 병동은
오랜 기간 쌓아 온 우리 병원의 의학 기술과
우수한 의료진을 바탕으로
기존의 한방 의료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세계적인 한방 메디컬 센터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진행자) 다음은 유재하 선생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안녕하십니까, 유재하입니다
[명훈의 웃음]
(명훈) 아유, 이, 플레이할 선수들이 아주 막강합니다
(성태) 아, 예 [명훈의 웃음]
아직 한 사람 더 남아 있습니다
(명훈) 아, 그렇습니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성태) 아, 마침 저기 오네요
[흥미진진한 음악]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때맞춰 잘 왔어요
자, 인사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의사 허
봉탁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의 박수]
(재하) 허임 씨?
다른 사람이 되셨네요
[허임의 웃음]
(성태) 허임이 왔더군요
(천술) 이번엔 또 뭘 어쩌려고?
(재하) 누나 그 남자랑 무슨 사이야?
(연경) 나도 알아 가는 중이라고
(연경) 참, 뭐, 밀당?
하, 씨, 내가 누구랑?
(허임) 그곳에선 갈 수 없던 이 길을 걸어가 보겠습니다
(허임) 이것이 스트레스...
[허임의 실성한 웃음]
(지웅) 백이냐, 실력이냐
(연경) 처음에 그 사람 왜 여기 들이셨어요? [허임의 놀라는 신음]
(허임) 살리면 기쁘고 고치면 좋은 그런 의원으로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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