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7
(허임) 제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요?
[성태의 웃음]
(성태) 지금 그게 중요한가?
절박하고 다급한 자네 처지가 중요하지
자네가 이곳에서 의원으로 지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내가 다 뒷받침해 주겠네
어찌 제게 그런 은혜를 베푸시는 것입니까?
아,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어
귀한 인재를 알아보고 발굴해서 쓸 줄 아는 것이야말로
높은 자리에 앉은 이의 미덕이라고
[성태의 웃음]
나는 나한테 기회가 왔을 때 꽉 잡고 놓치지 않는 편이네만
자네는 어떤가?
(허임) 어르신, 그간 거둬 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 앞에 놓인 길
그곳에선 갈 수 없던 이 길을 걸어가 보겠습니다
(허임) 살리면 기쁘고 고치면 좋은
그런 의원으로 살 것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성태) 허봉탁 선생은
명인 한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 대학 한방병원에서 전문의를 딴 뒤에
세계 각 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고 돌아오신
아주 훌륭한 인재십니다
[사람들의 박수]
(성태) 그러고 보니 조 수석님께서는 우리 허 선생을 아시겠군요
(허임)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씁, 글쎄
지난번에 우리 병원에 오셔서 쓰러지셨을 때
(성태) 마침 그날 허 선생이 저를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수석님 안색을 보고 병증을 알아차렸습니다
시급을 다툴 만큼 한시가 급하여
수석님 몸에 허락도 없이 침을 댔습니다
(허임) 송구합니다
[탄성]
아, 그, 그럼 그때?
예, 예
(성태) 흉부외과 의사가 CPR을 하기 전에 침으로 응급조치를 한 겁니다
[수석의 탄성] [성태의 웃음]
그렇죠, 최 선생?
아, 예
(수석) 아이고, 그랬군요
내 허 선생한테 아주 큰 빚을 졌습니다 [허임이 살짝 웃는다]
고마워요 [허임의 놀라는 신음]
- (수석)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웃음]
(수석) 아이고, 고마워요
아유, 이런 훌륭한 인재가 들어오셔서 마 원장님, 정말 든든하시겠습니다
(성태) 아이고, 감사합니다 [성태의 웃음]
[웃음]
앞으로 유재하 선생과 함께 침구과와...
(성태) 음, 어, VIP
[살짝 웃으며] VIP 병동을 잘 이끌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허임) 많이들 도와주십시오
[성태의 웃음] (수석) 그래요
[웃으며] 아, 어쨌든 또 봅시다, 예
[사람들이 인사한다]
[연경의 한숨]
허봉탁?
연경 씨, 잘 있었어요?
밖에서 마주쳤으면 못 알아볼 뻔
[허임의 멋쩍은 웃음]
첫날이라 겉모습에 신경 좀 썼어요
'썼어요'?
아, 아직 어색한가
[헛기침하며] 연습 많이 했는데
내 앞에선 연기하지 마시죠
아, 뭐, 그럽시다
내 안 그래도 오글거려서 혼났소
(허임) [웃으며] 참
어떻게 된 거예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허임) 그, 보시다시피
아, 그간 좀 바빴소
[헛웃음]
와,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된 거예요?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있지 않소
내 지성에 하늘이 감복했는지 원장님이 기회를 주셨소
원장님도 알아요? 그쪽 조선...
그저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은 게 아니겠소?
그럼 원장님도 속였...
이봐요
(연경) 대체 이유가 뭐예요?
이렇게까지 해서 왜 이 병원에 들어오고 싶은 거예요?
[허임의 헛기침]
[의미심장한 음악]
뭐예요?
이거 어디서 났어요?
원장님이 주셨소
씁, 이 작은 증표로
(허임) 의원의 자격을 구분 짓는다는 것이 좀 당혹스럽기는 하나
씁,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니
아니, 원장님은 대체 어... [한숨]
(연경) 이게 뭔지 알아요?
이렇게 하는 거 이거 불법이에요, 불법
나라에서 내려 준다는 이 자격증 실력을 보고 주는 게 아니었소?
혹 내가 그럴 자격이 안 된다 생각하시오?
지금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잖아요
아직도 내가 조선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소?
[헛기침]
난 이곳에서 의원으로 살 것이오
그러자면
나에겐 다른 방법이 없소이다
혹 아직도 내가 불편한 것이라면
가급적 눈에 안 띄도록 조심하겠소
[헛웃음]
아직도 그런 증상이 있나
쯧, 안색이 왜 이리 안 좋아?
(허임) 하, 참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미리 말씀 안 하셨어요?
(성태) 너한테 말을 안 했던가?
그, 우리 병원에 꼭 필요한 인재인 것 같아서 발탁했다
저 사람 여러 가지로 수상한 점이 많아요
지난번 저쪽 병원 일도 그렇고요
아참
그, 너도 그 CCTV 영상 봤다니 잘 알겠구나, 그 사람 실력
그건 그냥 우연히...
(성태) 어허
우연히 사람을 살리는 법은 없어
두고 봐라
우리 VIP 병동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저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말씀이세요?
너한테도 필요한 사람이야
[성태의 웃음]
[어두운 음악] 그러다 아니다 싶으면 아, 언제든 내보내면 되지, 뭐
[한숨]
[한숨]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저도 버리시겠죠
아버지처럼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허봉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세요
[흥미로운 음악]
(재하) 이벤트 분은 아닌 것 같고
이벤, 뭐요?
(재하) 한의사 면허증은 땄어요?
그게 뭐요?
[허임의 한숨]
[헛기침]
스페셜 원두 라테 한 잔 주시오
아, 그, 시원한 걸로
[허임의 헛기침]
(재하) 허임 씨?
허봉탁입니다, 유재하 선생
며칠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되셨네요
(재하) 그때는 허임
지금은 허봉탁
다음은 누구입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뭐라고요?
나는 한의사로 이곳에 들어왔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할 겁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인데
하긴, 신분은 속여도
실력은 속일 수 없으니까
신분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 사람을 말해 주는 건 실력이니까
실력?
그렇게 자신 있습니까?
아, 유 선생은 자신 없습니까?
뭐요?
[웃음]
아, 아니, 매번 자꾸 그리 물으시길래
(허임) 의사가 자신을 못 믿으면
환자가 어찌 의사를 믿고 몸을 맡기나 싶어서
[허임이 커피를 꿀꺽 삼킨다]
[허임이 개운한 숨을 내뱉는다]
커피 맛이 이게, 하, 어휴
속이 답답하고 입이 쓸 때는 시원하고 달달한 걸로
[허임의 웃음]
(허임) 아휴, 커피가 아주, 이 커, 커피가 [문이 달칵 열린다]
(지웅) 하, 갑툭튀
허봉탁
씁, 과연 그는 누구인가
원장님이 직접 스카우트한 실력 있는 한의사
(지웅) 백이냐, 실력이냐
씁, 유 라인이냐, 허 라인이냐 [무거운 효과음]
하, 그것이 문제로다
[지웅이 책상을 탁탁 두드린다]
- 유 라인 타세요 - 왜?
실력이 어떻게 백을 이겨
오, 예리한 자식
[지웅의 웃음]
(지웅) 왜, 누가 오냐?
[지웅의 놀란 탄성] [놀란 신음]
[어색하게 웃으며] 허 선생
- (허임) 네, 또 뵙습니다 - (지웅) 아, 네, 네
양쪽인 독맥에 탈이 났을 땐 꼭 반대인 임맥으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 직접 보여 드리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영훈) 역시 그렇구나
[흡족한 웃음]
(성태) 아, 이건 측정 진단기라고 하는데
아, 이거로 이렇게
[기계 작동음] 맥과 기의 흐름을 측정해서 몸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기계라네
아니, 의원이 진맥을 안 하면 어찌 의원이란 말입니까?
자네야 자네 방식대로 하면 되니까 걱정 말게
(성태) 이건 SSP
전자 침 시술기라고 하는데
환자가 침을 무서워하거나 여러 가지로 침을 놓을 수가 없을 때
[기계 조작음] [성태의 힘주는 신음]
이걸로 환자 몸에다가 침 대신 사용하는 기계라네
[헛기침]
침을 불에 달구거나 씻지 않아도 된다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입니다요 [성태가 호응한다]
응, 익숙해지도록 미리 손에 익혀 두게
[코를 훌쩍인다]
[심호흡]
[힘주는 신음]
[들뜬 신음]
[편안한 숨소리]
(간호사1) 네, 허 선생님, 말씀하세요
진료 시작하겠습니다
환자 들여보내 주세요
[웃음]
아휴
[헛기침]
(만수) 요즘 최연경 선생 무슨 일 있나 봐?
아니, 뭐, 컨디션이 영 별로인 거 같아서
왜요, 뭐가요? 그, 어디가요?
아니, 뭐, 며칠 전에 구급대원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고
왜 그, 조미영 환자 실려 오던 날 오토바이 사고남 있잖아
그 앞에서 좀 이상했다데?
(민재) 씁, 그래요?
그럼 혹시 정신 건강과 갔...
뭐, 정신과?
그건 최 선생 친구 때문에
(만수) 친구? 친구 누구요?
왜, 소개시켜 줘?
너 여친한테 차였다며
야, 너나 잘해, 너나
그리고 그 잠깐 시간을 갖기로 한 거거든?
양다리는, 쯧
[연경의 헛웃음]
그리고 너는 한가해 보인다?
아차, 508호 환자 드레싱, 예
(민재) 어휴, 바빠
고맙습니다
[한숨]
웬 한숨?
어떤 사람을 조금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다른 모습이 보이고
그럼 이 모습이 진짜인가 싶다가도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부드러운 음악] 어떤 게 진짜 그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서요
오랜만에 보네요
- (연경) 네? - 최 선생 인턴 때
교수님들 붙잡고 질문 백 개씩 하던 때가 생각나서요
그때는 궁금한 게 사람이 아니라 병이었지만
[살짝 웃는다]
제가 그랬나요?
그때처럼 붙잡고 물어보지 그래요 당사자한테
[볼펜으로 쓱쓱 긋는다]
[휴대 전화 벨 소리] [펜을 탁 내려놓는다]
(연경) 네
네, 바로 가겠습니다
저 응급실 콜요
[긴박한 음악] (의사1)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소란스럽다] [환자들의 비명]
[환자들의 비명]
[환자1의 거친 숨소리]
(만수) 야, 너도 콜받았냐?
[환자1의 거친 숨소리]
(연경) 어떻게 된 거예요?
(구급대원1) 서로 상대방을 찔렀어요
이쪽은 심장을 노린 것 같습니다
(만수) 제가 좀 볼게요 [환자2의 비명]
[비명]
(구급대원1) BP 80에 60, 맥박 120 산소 포화도 90에서 92%입니다
페리페랄 루트 확보하고 볼륨 주세요
- 체스트 바로 찍어 주시고요 - (간호사2) 네
[환자1의 거친 숨소리]
[환자1이 쿨럭거린다]
찔린 지 얼마나 됐어요?
(구급대원2) 찔린 지는 좀 됐는데
다행히 부인이 바로 압박해서 출혈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부인요?
(구급대원2) 간호조무사 출신이랍니다
(만수) 제가 좀 볼게요
아휴
CT 찍을 시간 없어요 바로 수술장으로 갈게요
(의사2) 네, 네
[환자1의 괴로운 신음]
[환자2의 비명]
[환자2의 거친 숨소리]
(연경) 이 체스트상으로 흉강 내 피가 많이 고여 있고
심장 손상도 배제가 안 돼요
수술장 가서 바로 열어 볼게요
(아이) 아빠
[아이가 울먹인다]
(환자3)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요
막 눈도 빠질 것 같고
이 목이랑 코가 막혀서 멍멍하고
여기가 이렇게 막 마비된 것처럼 얼얼합니다
진맥을 좀 짚어 보겠습니다
[맥박 효과음]
(허임) 비염, 수백 번도 더 치료했던 병증이다
급성 부비동염입니다
네? 그게 뭔데요?
사람의 얼굴이란 말 그대로 얼이 깃든 굴이라는 뜻이지요
얼은 불꽃 같은 마음이오 [리드미컬한 음악]
굴은 시원하게 식히는 곳인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굴이 콧물에 의해 길이 막히게 되니
그러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탄성]
(지웅) 아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날카로운 효과음]
[웃음]
[허임이 추워한다] (허임) 골짜기에 서면 바람이 불어와
시원해지듯
합곡은 코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어 주는 곳이지요
(허임) 열결은 벼락을 치는 곳입니다
[놀란 신음]
벼락과 천둥이 치면 공기가 맑아지듯
공기를 호흡하는 코를 열결이 청소를 해 주는 것이지요
영향은 향기를 반가이 맞이한다는 뜻으로
코가 냄새를 잘 맡도록 해 주는 곳이고
상성은
별이 초롱해지듯
[웃음]
마음에 별빛을 더해 머리를 밝게 한다는 뜻입니다
(영훈) 귀에 쏙쏙 박힌다
[지웅의 못마땅한 신음]
자, 이제 콧속에 침을 찔러 넣어 막힌 곳을 뚫어 주면
(허임) 코가 시원해질 것입니다
사람의 몸은 자연과 열리면 살고
닫히면 죽는 것이지요
[웃으며] 자, 어떻습니까?
와,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환자3)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거 같아요
[허임의 웃음] 눈도 환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허임과 환자3의 웃음]
[환자3의 놀라는 신음]
(환자3) 코피
왜 이래요, 선생님?
아이, 이거 왜 이래요? [익살스러운 음악]
[허임의 당황한 신음] [환자3의 놀라는 신음]
(허임) 아, 이럴 리가 없는데
[환자3의 비명] [허임의 당황한 신음]
[허임의 당황한 숨소리]
[허임의 놀라는 신음]
[허임이 중얼거린다] (환자3) 사람 살려
[환자3의 놀란 신음]
[차트를 탁 내려놓는다]
[환자3이 흐느낀다]
(환자3) 아, 사람 살려
[문이 탁 닫힌다]
(재하) 간호사님, 거즈 주세요
[간호사3이 약통을 달그락거린다]
[환자3의 놀라는 신음]
(재하) 고개 뒤로 하지 마시고 앞으로 숙이세요
입에 들어온 피는 삼키지 마시고 뱉으시고요
환자 머리 올리고 얼음찜질해 주세요 [간호사3이 대답한다]
어떻게 된 겁니까?
늘 하던 대로 했던 것뿐인데
차트 좀 줘 보세요
"아스피린"
[한숨]
이 환자
아스피린 장기 복용 중인 환자입니다
아스... 뭐요?
아스피린은 항혈액 응고제라 함부로 사혈하면 안 되는 거 몰라요?
[재하의 한숨]
(지웅) 나는 유 라인 타야겠다
실력은 개뿔 아니, 그, 진료를 입으로 하나?
허봉탁이 아니라 허뻥탁이네, 하
[심전도계 비프음] (연경) 5번, 6번 늑골이 골절됐고
심장이랑 폐는 열어 봐야 알겠다
(민재) 조상혁 환자 체스트 트라우마로 익스플로레이션 시작하겠습니다
(연경) 메스
[삐 소리가 울린다]
(민재) 왜 그래요, 선배?
[연경의 어색한 웃음]
(연경) 아니야
(민재) 아, 네
[기계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연경) 폐 조금 찢어지고 폐동맥 괜찮고
심장, 심낭 다 괜찮고
이 늑간 동맥이 찢어져서 출혈이 심했던 것 같네
(민재) 뭐야, 엄청 심각한 줄 알았더니
(연경) 칼날이 세워진 채로 찔려서 이 늑골에 걸렸어
덕분에 깊게 찔리진 않았고
혈관 잡고 폐 찢어진 부분만 꿰매면 되겠다
일단 피부터 잡자
(민재) 네, 헤모클립 주세요
경찰 말로는 왕년에 칼 좀 쓰던 사람이 작심하고 찔렀다던데
선수는 무슨, 완전 아마추어구먼
(연경) 그럼 저쪽은?
(민재) 이쪽이 방어한다고 칼 휘둘러서 얼결에 다리 맞았다던데
(만수) 뭐야, 이제 남의 수술방에도 막 들어오냐?
(연경) 미안한데 잠깐 가까이서 좀 보자
(만수) 뭐? 네가 봐서 뭐 하게?
(연경)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만수) 보면 모르냐, 완전 선수네, 선수
정확히 대퇴 동맥을 노리고 잘랐어
옆의 정맥이랑 신경도 같이 잘렸고
혈관은 어떻게든 봉합은 되겠다만
쯧, 아마도 다리는 못 쓰게 될 듯
셀라인 이리게이션 주세요
[어두운 음악]
(형사) 경찰입니다
가슴 쪽 찔린 조상혁 환자 수술하셨죠?
상태가 어떻습니까?
(조폭1) 어떻나 마나
저쪽에서 먼저 우리 형님 죽이려고 심장 찔렀다니까요
(여자1) 아니에요, 저쪽이 먼저 우리 애 아빠 다리 찔렀어요
(형사) 아, 예 [조폭들이 웅성거린다]
아, 좀 가만히들 좀 있어!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다
주인하고 시비가 붙어 칼부림까지 갔나 본데
보다시피 목격자들 진술이 서로 엇갈려서요
(연경) 제가 수술한 조상혁 환자는
자상 부위 주변 혈관과 또 폐 조직에 약간의 손상이 있지만
심장과 같은 장기 손상은 없었습니다
뭐, 경과만 좋으면 며칠 내로 퇴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조폭1) 거봐요, 예? 봐요, 저쪽에서 먼저 그랬다잖아요
(여자1) 아니에요, 형사님, 진짜 아니에요
- 아, 이 여자가 진짜! - (여자1) 진짜 아니에요
(아이) 아빠 [아이가 흐느낀다]
- (조폭2) 야, 조용히 해라, 어? - (아이) 아빠
(조폭3) 야, 좀 조용히 해!
(조폭1) 아, 얘기 좀... 예? 왜 저쪽 얘기만 계속 듣습니까? 예?
아, 우리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한다니까
[긴장되는 음악] (아이) 아빠
(형사) 지금까지 나온 그 상황을 봤을 때
당신들 같으면 믿겠어, 지금? 예?
(아이) 아빠 [조폭1이 변명한다]
(연경) 형사님, 잘 아시겠지만 통상적으로 살해 의도가 있는 경우
칼날이 이렇게 가로로 눕혀서 들어와서 장기 손상이 심합니다
그런데 조상혁 환자 같은 경우는 이렇게 세로로 세워져서 찔렸고
이 같은 경우에는 보통...
(형사) 잠깐, 잠깐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우발적이거나 방어를 하기 위해서 칼날을 휘둘러서 생긴 상해다?
하, 형사님, 그게 아니고, 저...
저기, 의사 선생님
(조폭1) 그, 가시던 길 쭉 가시지 왜
도로 와 가지고 왜 이러세요? [형사의 한숨]
오히려 대퇴부를 찔린 이쪽 가족분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놀라는 숨소리]
(아이) 엄마
(연경) 뭐, 직접 수술하신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지만
정확하게 대퇴 동맥이 예리하게 잘렸습니다
[놀라는 숨소리]
(아이) 엄마
이 같은 경우 출혈성 쇼크로 사망하거나
[여자1이 흐느낀다]
(아이) 엄마
생명을 건지더라도
다리를 못 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자1이 흐느낀다] (아이) 엄마
(여자1) 아, 여보
뭐야, 그럼
(형사) 이쪽이 먼저 치밀하게 계산해서 찔렀고
이쪽이 막으려다가...
형사님, 그게 아니고...
의사 선생님 되게 스트레스받게 하시네
[민재의 다급한 신음]
[조폭1의 한숨]
[여자1이 오열한다] (아이) 엄마
(여자1) 여보
(형사) 의사 선생님 말이...
(조폭1) 저기, 여보세요, 예?
(여자1) [흐느끼며] 아, 여보
(아이) 엄마
[민재의 한숨]
선배, 요즘 왜 이래요?
(민재) 왜 안 하던 오지랖을...
저 사람들 누구인지 몰라요?
그러게
나도 내가 요새 이상하다, 민재야
(성태) 첫날부터 아주 크게 곤욕을 치렀구먼
(허임) 송...
아, 죄송합니다
(성태) 누구나 적응기라는 게 있는 거야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신이지
그,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도 있잖아
VIP 환자도 아니고
그나마 일반 환자인 걸 다행으로 여기고
털어 버려
[성태의 웃음]
많이 부족합니다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그래야지
그래야 허임이지
- 그럼 전 이만 - (성태) 응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통화 연결음] 아, 예, 조 수석님
저, 박 회장님 댁 방문 시기를
좀 늦춰야 될 것 같습니다
분명 뭔가 있어
(명훈) 지난번 손자 놈 심포지엄이며
오늘 VIP 병동 개원식이며
청와대 사람은 왜 자꾸 불러들여?
하기야, 청와대가 뭐 이사장 자리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 허봉탁이라는 놈만 해도 그래
일부러 우리 병원에 잠입시켜 놓고 사고 치게 한 거며
(명훈) 하필 수석님 쓰러진 날 그 전에 부른 거며
말 나온 김에 자네가 좀 알아봐
[난감한 한숨]
예, 예, 원장님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하라) 누구세요?
나다, 다 큰 아저씨
[웃으며] 나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와, 대박!
[허임이 살짝 웃는다]
다행이다
이렇게 다시 보니 참으로 좋구나
뭐야, 조선이네, 어쩌니 하더니 뻥쳤구먼?
아니, 나 뻥 안 쳤다
내 뭐라고 얘기했느냐
연경 쌤이 너를 꼭 살려 준다 했냐, 안 했냐?
[허임의 웃음] [살짝 웃는다]
(하라) 근데 나한테 오면서 빈손으로 왔어요?
아니, 그, 내가 뭘 가져와야 하는지 몰라 가지고
몰라 가지고, 금방 갔다 오마
(하라) 아니, 아니, 좀!
[웃음]
(하라) 뭐, 연경 쌤 부를까요?
아니, 아니, 아니, 아니다
(하라) 왜요?
(허임) 어?
응, 그, 아마 지금 나를 보면
또 성을 내거나 밉게 볼 것이다
[애잔한 음악]
아직도 내가 불편한 것이라면
가급적 눈에 안 띄도록 조심하겠소
(하라) 아저씨, 연경 쌤한테 뭐 죄지은 거 있어요?
실은 나 연경 쌤한테 비호다
비호? 그게 뭔데요?
비호감
헐! [허임의 웃음]
(허임) 너는 연경 쌤을 믿느냐?
믿으니까 기다렸죠
(허임) 좋겠구나, 연경 쌤은 환자가 믿어 줘서
왜요, 누가 아저씨 못 믿는대요?
아휴, 의사가 자신을 못 믿는데
환자가 어찌 의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
사람을 살리고자 침을 놓는 것인데
그 침으로 사람을 상하게도 할 수 있다면
[멋쩍은 웃음]
아휴,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허임) 아휴, 참, 참, 그, 나 휴대폰 생겼다
와, 개쩐다
'개쩐다'? '개쩐다'는 무슨...
(하라) 번호 따야지
(허임) 번호? 번호를 따는 게...
사과나 배는 따 봤어도 번호는 어떻게 따는 것이냐?
(하라) 아휴, 그런 게 다 있어요, 기다려 봐요
(허임) 그래도 좀 알려 주거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놀라는 탄성]
여기서 뭐 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그대를 굳이 보려고 한 게 아니고
- (허임) 나가는 길이 저, 이쪽인가 - 아니고
(연경) 저쪽요
(민재) 어? 저 남자 그 남자 아니에요?
그 왜, 그, 오하라한테 침놨던
와, 그새 완전 환골탈태하셨네
아까 저 사람 얘기한 건가?
[잔잔한 음악]
[허임의 헛기침]
[허임의 한숨]
- 퇴청... - (연경) 오늘...
아... [허임의 헛기침]
퇴근 안 하시오?
오늘 잘했어요?
아이, 그, 내 실력 알면서
어찌나 소문들 듣고 몰려들 오는지
하루 종일 그냥 침만 놓고 이거 사지가 다 쑤시네
(허임) 아휴, 거
이왕 들어갔으면 잘 좀 하지
방금 뭐라 했소?
아무 말 안 했는데요
아, 내 분명히 들었는데 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 보시오
아무 말 안 했는데
어허, 내 분명히 들었는데 [자동차 경적]
재하야
오늘 저녁 먹기로 했잖아
아, 그랬었나?
오늘 그 사고를 치시고
(재하) 한가롭게 이럴 여유가 없으실 거 같은데
가서 공부라도 좀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
아니면 반성이라도 하시든가
유재하
병원 다시 들어와야 되지?
가자, 내가 요 앞에 예약해 놨어
그래, 가자
먼저 가요
[어두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재하) 잠시만
[재하의 한숨]
아니, 난 하도 큰소리를 치시길래
엄청 대단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을 들이고 막아 주는지 모르겠는데
그 실력으로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두고 보죠
내일 봅시다
아, 내일 출근하시면요
(허임) 걱정하는 게 뭐요?
뭐라고요?
환자요, 아니면 당신의 자리요?
둘이 왜 저래
(연경)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환자라면 두 번 다시 그런 일 없을 테니 안심하시오
(허임) 의사로서 환자를 상하게 하는 건 나 스스로도 용납 못 하니까
그 대책 없는 허세가 그쪽 콘셉트입니까?
(허임) 걱정하는 게 당신의 자리면
그건 계속 쭉 하시고
나도 내가 뭘 보여 줄지
무척 기대가 되니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재하) 귀국하는 날부터 먹자고 그랬던 밥을 이제야 먹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깍듯이 누나랑 밥 먹기 진짜 힘들다
기억나?
누나 대학생 때
알바비 받았다고 밥 사 준다고 해서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편의점 가서 꼴랑 사발면 사 준 거
아까 그 얘기 뭐야?
오늘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피식 웃는다] 하긴
그렇게 했으니 그 대학 등록금 혼자 다 벌어서 의대 졸업했지
재하야
그 사람 좀 이상하긴 해도
나쁜 사람 아니야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럼 형편없는 사람?
- 유재하 - (재하) 그 남자
(재하) 오늘 아스피린 복용 환자한테 사혈해서 코피 쏟게 했어
보통 인턴들도 안 하는 초보적인 실수지
근데 정작 본인은 아스피린이 뭔지도 모르더라
그래서 내가 알아보는 중이야
[어두운 음악] 그 남자 진짜 이름과 정체가 뭔지
어떻게 여기 들어왔고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헛웃음]
그걸 네가 왜 알아봐?
누나는 알고 있구나
[재하의 한숨]
(재하) 내가 이런 질문은 진짜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 해야겠다
누나 그 남자랑 무슨 사이야?
누나는 그 남자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데?
아니, 딴건 모르겠고
생전 일밖에 모르던 사람이
그 남자에 대해선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건데?
[헛웃음]
너 안 되겠다
그만 일어나자
(재하) 누나
나도 알아 가는 중이야
그 사람에 대해서
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연경) 왜 그렇게 절박하게 거기 들어가고 싶어 했는지
나도
알아 가는 중이라고
(연경) 내가 못 본 그 사람의 모습이 대체 뭔지
[풀벌레 울음]
(재숙) 아니, 나는 당최 이해가 안 되네
(병기) 응?
(재숙) 거기 어떻게 들어갔대?
아이, 뭐, 들어갈 만하니까 들어갔겠죠
들어갈 만하면 원장님 표정이 저래요?
뭐, 허봉탁?
뭔 사기를 어떻게 쳤길래
아, 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아, 그러니까요
아, 재숙 씨
(병기)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요 앞에 포장마차 하나 새로 생겼던데 거기서 닭꼬치나 하나...
- (재숙) 어, 왔어? - (병기) 어, 왔어?
- (재숙) 퇴근? - (병기) 퇴근?
네, 할아버지는요?
(재숙) 어, 2층, 올라가 봐, 좋아하시겠다
(병기) 아, 연경아, 혹시 너희 병원에 그 사람 혹시 왔어?
(재숙) 어, 어, 모기
(병기) 올라가 봐, 좋아하시겠다 [재숙의 멋쩍은 웃음]
- (재숙) 올라가 봐, 좋아하시겠다 - (병기) 어
[병기가 콜록거린다] (재숙) 가자
(병기) 모기
[한숨]
[무거운 음악] (성태) 허임이 왔더군요
(천술) 뭐, 뭐, 뭐, 뭔 헛소리야?
허, 허임?
그게 누군데?
혹시 그 친구 보사법 보셨습니까?
생전 연락 한번 없던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게 뭔 헛소리야?
(천술) 아이, 그, 그 계속 그렇게 신소리할 거면 가
[성태의 웃음]
이번에는 그 친구가 먼저 저를 찾아왔어요
그, 그, 그래서?
이번엔 또 뭘 어쩌려고?
[헛기침]
아, 그때 허준이 이용해서 그만큼 얻었으면 됐지
아직도 부릴 욕심이 남았어?
[잔을 탁 내려놓으며] 두고 보죠
그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할지
[한숨]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모르지
이 구닥다리 한의원보다야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제 놈도 깨닫는 바가 더 있을 것이고
[문이 탁 닫힌다]
[천술의 의아한 신음]
[마우스 클릭음]
- 그, 저, 저녁은? - 먹었어요
들어가요
[의미심장한 음악]
(천술) 오다가다 만난 놈
오갈 데 없어 보여서 몇 밤 재워 준 거 가지고 뭔 소란이야?
(재숙) 원장님 겉으로는 구박하셔도 속으로는 뭔 생각이 있으신 거 같고
(허임) 제가 해 봐도 되겠습니까?
처음에 그 사람 왜 여기 들이셨어요?
어떻게 알고?
뭐, 뭔 뜬금없는 소리야? 누구?
무면허인 거 알면서도 들이셨잖아요
서울역에도 데려가고 침도 놓게 하고
[당황한 신음]
왜 그러셨어요?
아니, 오갈 데 없어 보여서 몇 밤 재워 준 거라고 말했잖아
(천술) 보아하니 어디서 배웠는지 침 좀 놓는 것 같길래
늘그막에 조수나 써먹어 볼까 했더니만
먹여 주고 재워 준 은혜도 모르고
응? 인사도 없이 내빼 가지고 괘씸한 놈, 이런, 쯧
근데 그놈에 대해서 왜 갑자기 물어?
아니에요
(천술) 아니
쟤가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응?
거기서 그놈을 만났나?
(재하) 누나는 그 남자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데?
그 남자에 대해선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건데?
(연경) 조선에서 왔고
혜민서 의원이고
임금님을 능멸하는 죄를 저질렀고
두칠이라는 노비의 어미를 외면했고
(허임) 내 그대에게 궁금한 것이 많소이다
어제 그대에게 일어난 일이며
그대가 혼절한 새에 내가 짚었던 그 맥
그 남자를 만난 후부터
이상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허임의 불편한 신음]
[허임의 불편한 신음]
[괴로운 신음]
[허임의 한숨]
[한숨]
아휴, 잠이
잠이 안 오는구먼
[잔잔한 음악]
[한숨]
이왕 들어갔으면 잘 좀 하지
[살짝 웃는다]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
내 진맥을 좀 보겠소
[놀란 신음]
괜찮으시오?
침을 놓겠소이다, 자, 침
참봉 의원님, 소독솜입니다
여기 침 있습니다
고맙소
[웃음]
자, 침을 놓겠소이다
(간호사4) 유재하 선생님이 당분간
허 선생님 진료 배정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허임) 손이 저리시나 봅니다
어휴, 몸에 이리 열이 많아서 양말이나 신발을 신을 수가 있나
아,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허임) 자
받으시오
(환자4) 허봉탁?
[빨리 감기 효과음]
아, 저 어제 먹은 게 체한 거 같아요
간장게장에 얼린 홍시 나와서 또 그거 먹었어요
(허임) 어허, 그, 그리 상극을 먹었으니 속이 탈이 날 수밖에
[익살스러운 효과음] 두 가지 음식이 상극인걸
가슴에 화가 가득하시구먼
어이, 허봉탁
[놀라는 신음]
(허임) 자궁 쪽에 혈액 순환이 안 되고
어혈이 좀 있는 것 같소
(환자5) 맞아요 [허임의 웃음]
(허임) 그럴 때는 배에 쑥뜸을 뜨면 효험이 있을 것이오
(환자5) 쑥뜸요?
[허임의 웃음]
증상으로 봐서는 비위에 습이 찬 것 같습니다
(환자6) 진짜야?
(환자7) 아니, 어떻게 얼굴만 보고 그렇게 알 수가 있어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허임의 웃음] (환자8) 그게 다 보이나 봐요, 이게
(허임) 다 보이오이다
(환자9) 용하다
[허임의 헛기침]
(허임) 다른 선생님 진료에 방해가 되는 듯하니
저는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요
[환자들의 탄성]
(환자8) 허봉탁 선생님! [허임의 웃음]
좀 전의 선생님 예약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간호사5) 허봉탁 선생, 어제 그 일 때문에 오늘 진료도 못 한다며?
(간호사6) [놀라며] 오자마자 안됐다
(간호사5) 그러게 그런 황당한 실수는 왜 해 가지고는
(허임) [우물거리며] 어! 연경 쌤,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
[허임의 웃음]
아, 뭐예요, 이런 데서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떡해요
마침 잘 왔소
내 연경 쌤에게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게 있소
잘됐네
나야말로 물어볼 게 아주 많거든요
(허임) [헛기침하며] 여기, 이 아스피린이라는 거 말이오
여기 심혈관 예방, 그
혈액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준다 하여
내, 내 단김이나 단삼 같은 약재인가 했더니만
그게 열과 두통,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다는 게 사실이오?
그, 아세...
아, 아세...
[허임이 중얼거린다]
연경 쌤도 모르시오?
하, 이 일을 어쩐다
내 달리 물어볼 데도 없고, 하
아세틸살리실산이라고 아스피린의 주요 성분이에요
그게 버드나무 껍질의 추출물인데 해열과 진통에 효과가 있어요
(허임) 이게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온 것이었소?
그, 하면, 그, 이 말은 무엇이오?
혈,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준다
피가 굳는 걸 막아 준다는 뜻이에요
[허임의 탄성]
그래서 어제 그 환자가 코피가 멈추질 않았고
[멋쩍게 웃으며] 연경 쌤은 참 모르는 게 없소이다
'아스피린은'
'나이와 무관하게' [리드미컬한 음악]
(허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같이'
[웃으며] '동맥 경화증을 일으키는 사람에겐'
'위험한'
아, 연경 쌤, 그, 알레르기가 뭐요?
여기 와서 이러면 어떡해요?
아, 그러지 말고 좀 알려 주시오
내 달리 물어볼 데도 없고
[한숨]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연경) 코안의 점막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특정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건데
(허임) 연경 쌤, 무좀이란 병에 대해 아시오?
굉장히 심각하다는데
[어색한 웃음]
환자 앞에서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아, 가르쳐 주세요, 거 심각하다는데
[환자10의 헛기침]
(연경) 그래서 기도에서 걸러 내지 못하고
폐까지 침투해서 호흡기 질환이 생기는 거예요
(허임) 아, 그, 초미세 먼지가 그리 무서운 거였소?
[허임의 탄성]
- (연경) 들어가실까요? - (간호사7) 예
[휴대 전화 진동음]
(하라)
'직진남이 대세'
직진남?
직진남
[생각하는 신음]
아, 그, 직진남
[웃음]
직진남
직진남
내 스타일이야
[헛기침]
[잔잔한 음악]
우리 다신 보지 말자
치, 내가 그렇게 귀찮았나
병원에서
퇴원 후에도 되도록 무리한 신체 활동은 피하고
(연경) 몸 좀 움직이면 무조건 안정 취하는 거 잊지 말고
식단은 저염식, 저지방식
어휴, 잔소리, 잔소리
이제 그놈의 잔소리 좀 없어서 살겠네
어, 쭉 잘 살아, 아프지 말고
쌤이 고쳐 준 내 심장
느껴져요?
쌤 심장은 따뜻하다
[살짝 웃는다]
진짜 갈게요
[자동차 엔진음]
쌤, 그 아저씨 괜찮더라
뭐?
밀당 그만하고 진도 나가시지?
[웃음]
(연경) 참
뭐, 밀당?
하, 씨
내가 누구랑? 하, 참
(여자1) 선생님
[살짝 웃는다]
형사님 말씀으론 애 아빠
정상 참작 돼서 집행 유예로 풀려날 거라네요
(여자1)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 두목이라는 사람이
애 아빠더러 다시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몇 번이나
(여자1) 그걸 거절했더니 어제 찾아와 가지고
[여자1의 한숨]
우리 그이 3년 전에 손 씻고
포장마차 끌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우리 딸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겠다고
(성태) 아이고 [정 의원의 반가운 신음]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정 의원님 연락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 의원이 웅얼거린다]
(성태) 아, 기자들 없으니까 안심하십시오 [정 의원의 안도하는 한숨]
가시죠, 가시죠, 아이고 [정 의원의 짜증 내는 신음]
[정 의원의 짜증 내는 신음]
(재하) 의원님, 제가 몇 군데 짚어 볼 테니 아프신 곳 있으면 소리 내 주세요
[정 의원의 호응하는 신음]
잠시만
[정 의원의 아파하는 신음]
[정 의원의 비명]
[짜증 내는 신음]
[한숨]
(재하) 뼈가 붓지 않은 걸 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고
역시 근육 계통에 이상이 있는 걸로 판단됩니다
몇 군데 침을 놓은 뒤 경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정 의원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재하) 근육을 주관하는 게 간인데
간의 주관혈을 먼저 시침한 뒤 얼굴 부위에 침을 놓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하는 신음]
(황 교수) 저쪽 첫 VIP 환자로 정인구 의원이 왔답니다
뭐? 정인구가?
(명훈) 왜, 어디가 안 좋아서?
입이 안 벌어진답니다
[황 교수의 웃음] [명훈의 헛기침]
(명훈) 입만 열었다 하면 갖은 막말로 국민들 뒷목을 잡게 만들더니만
[웃음]
이참에 아예 입 닫고 살지
가만있어 봐
근데 정인구, 지역구가 어디지?
경인시에서만 4선이죠
뭐? 경인이라고?
비서실 말로는 최근 마 원장이 경인 출입이 잦답니다
그럼 혹시 그
한신동 부지?
야, 이 양반
스케일 한번 어마어마하구먼
[떨리는 숨소리]
[정 의원이 소리친다]
(여자2) 뭐예요, 아무 변화 없잖아요
치료 실패한 거예요?
[정 의원의 짜증 내는 신음]
어떻게 하실 거예요!
6시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적어도 1시간 있다가는 출발해야 되는데
마 원장님, 우리 이이한테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성태의 난감한 신음]
[호통친다]
[정 의원의 짜증 내는 신음]
제가 해 보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이봐요, 허 선생
허 선생이 나설 때가 아닙니다
1시간 내로 입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실패하면
제가 이 병원을 나가지요
(성태) 우리 허 선생이 자신이 있나 본데
치료를 한번 받아 보시죠
[못마땅한 신음]
[성태의 헛기침]
[정 의원의 짜증 내는 신음]
[냄새를 킁킁 맡는다]
(여자2) 아니, 턱을 고치랬더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정 의원의 의아한 신음]
[맥박 효과음]
우리 의원님, 평소에 애간장을 많이 태우시나 봅니다
[의아한 신음]
밤낮으로 한숨도 잦으실 테고
(여자2) 아니, 그걸 어떻게
우리 이이 한숨을 달고 살아요
(허임) 겉으로는 성질이 불같아 보여도
속에 담긴 화증을 내보내지 못하고 담아만 두고 사시니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장애입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스트레스라니
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내린 겁니까?
(허임) 얼굴이 붉고 몸에서 땀이며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심장이 열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
또한 환자의 입술이 말라 있는 것으로 보아
몸에 열이 많고 심장의 맥도 빠르게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들이 과로와 불안 긴장감으로...
스트레스로 과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건
유 선생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제 침을 놓겠습니다
[웃으며] 잠시만
(성태) 잠깐, 지켜보거라
[허임의 웃음]
[허임의 헛기침]
[긴장한 숨소리]
[헛기침]
[흥미진진한 음악]
[아파하는 신음]
[정 의원의 긴장하는 신음]
(허임) 이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입을 열어 말씀을 해 보시지요
[정 의원의 긴장한 숨소리]
여보, 나 물 좀
[박진감 넘치는 음악] [정 의원의 놀라는 신음]
말이 나오네, 말이 되네?
- (여자2) 아이고, 어쩜 좋아 - (정 의원) 이거 원, 세상에, 응?
[웃음]
(여자2) 진짜 되네, 여보, 다행이에요
(성태) 축하합니다, 정 의원님!
[함께 웃는다]
(여자2) 다행이야
(정 의원) 애썼어, 응, 애썼어, 이야
[정 의원의 웃음]
[휴대 전화 진동음]
어떻게 됐습니까, 알아봤습니까?
(남자) 한의사 협회와 명인 한의대 졸업생 명단에는
분명히 허봉탁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보내 주신 사진과도 일치하고요
하, 대체 뭐야, 저 인간
아니, 바쁠 땐 그렇게 들락거리더니
(연경) 왜 안 와?
(황 교수) 어째 보고 있기에 아슬아슬하다
(연경) 교수님
(황 교수) 쯧, 쯧
아이고, 젊은 놈이 저 벌써부터 한자리 차지할 궁리나 하고 저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 저 허봉탁이라는 사람이랑 아는 사이지?
응? 조심하라 그래라, 응?
(황 교수) 마 원장 저 양반 뭔가 큰일 꾸미는 거 같은데
그렇게 욕심부리다가 큰 탈 나지
같이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고, 어?
[헛기침]
[의미심장한 효과음]
[웅장한 효과음]
[헛기침]
[한숨]
[안도하는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웃음]
(하라) 번호 따야지
(허임) 번호? 번호를 따는 게...
사과나 배는 따 봤어도 번호는 따 본 적이 없는데
번호는 어떻게 따는 것이냐? [휴대 전화 조작음]
아휴, 그런 게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 봐요
[피식 웃는다]
(황 교수) 그렇게 욕심부리다가 언제고 탈 나지
같이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고
쌤, 내 선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잠시 후 다시...
[휴대 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잠시 후...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어허, 대관절 누구랑 통화를 하길래
[한숨]
하, 이 남자 통화할 데가 어디 있다고
어! 연경 쌤
- (허임) 나 해냈... - 그만둬요
방금 뭐라 했소?
그만두라고요, 당장
당신 위험해
[헛웃음]
아, 아직도 그 소리요?
내 얘기했잖소, 나 이젠 그 증도 있고
그 말이 아니라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아무튼
뭔가 상황이 안 좋아요
그러니까 제발 저기서 나오라고요
내가...
그리 싫소? [애잔한 음악]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요
그대에게 제일 먼저 말해 주고 싶었소
오늘 내가 해낸 일을
알아요, 아는데
그래도 이건 옳은 방법이 아닌 거 같아요
왜 그대는 내게 그만둬라, 떠나라, 하지 마라
늘 이런 말만 하는 것이오?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할까 봐 그러시오?
(허임) 그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에
난 그저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소이다
한 번쯤은 그냥 나를 믿고
지켜봐 줄 수는 없는 것이오?
(조폭1) 야, 그림 좋다, 어?
(조폭4) 좋네
(조폭1) 우리 형님은 감방 가게 생겼는데
우리 의사 선생님은 아름답게 연애 놀음 중이시네?
(연경) 무슨 일이시죠?
환자한테 뭐 문제 생겼어요?
아, 그, 환자 보호자들이십니까요?
(허임) 우리 연경 쌤이 잘 돌봐 주고 있으니 걱정들 하지 마십시오
(조폭들) 에헤
(조폭1) 그, 남친분이 분위기 파악이 영 안 되시나 본데
우리가 저 여선생 버르장머리 좀 고쳐 주려고 그럽니다
어허, 그, 연경 쌤 버르장머리를 왜 당신들이 고칩니까요!
고쳐도 내가 고칠 건데
(조폭1) 아니, 우리가, 씨
(조폭4) 참으십시오
[허임의 기침]
그, 우리가 저 여선생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쪼까 있다니까?
풀어?
대관절 이 사람들 누구요?
조폭요
조폭이 뭐요?
그쪽 말로 왈패들
[놀라는 숨소리]
그럼 어찌해야 하오?
[멋쩍은 웃음]
(연경) 아휴
내가 그냥 오랜만에
스트레칭이나 한번, 아휴, 그냥
뛰어요!
[긴장되는 음악]
[연경의 다급한 신음]
[허임의 다급한 신음]
[허임의 놀라는 신음]
[연경의 거친 숨소리]
[조폭5의 헛기침]
(조폭5) 아유
가방에 무기 될 만한 것 좀 있소?
나한테 그런 게 왜 있어요?
싸움 좀 하시오? 무예나 검술 뭐, 이런 거
[긴장되는 음악] 지금 장난해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소
하도 예측을 불허하는 여인이시라
(조폭1) 그 손, 손, 손, 그
똑바로 바짝 듭니다, 예?
왜, 경찰에 신고하려고?
걱정 마시오
그대는 내가 지켜 드릴 테니
[조폭들의 웃음]
(조폭1) 아니, 뭐, 남친분이 야, 뭐, 개그, 개그맨이니? 어?
(조폭5) 내려놔
(조폭1) 어쭈, 얼씨구?
(조폭4) 뭐 하냐?
[조폭4가 중얼거린다] [허임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비명]
[소란스럽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폭1) 그쪽에서 먼저 공격한 거 맞, 맞지요, 예?
우리도 오버 액션으로 그럼 방어 들어갑니다
- 이봐요 - (조폭1) 뭐 하냐!
아! 이씨
[조폭5의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놀라는 신음]
[조폭1의 놀라는 신음]
[연경의 비명]
[극적인 음악]
[조폭4의 비명]
[조폭들의 신음]
[조폭들의 놀라는 신음]
(조폭4) 어? 야, 뭐야, 이거!
얘네들 어디 간 거야, 이거?
어? 해리포터야?
(조폭1) 해리포터는, 너, 너 뭐 한 거야, 대체
(조폭4) 아니, 저도 모르죠
애들이 덤비니까 그냥 저는 그냥 겁이 나 가지고
[조폭1의 비명]
정당방위예요, 정당방위라고
[새 울음]
[의미심장한 음악] [놀라는 신음]
[당황한 신음]
[허임의 당황한 신음]
[놀란 신음]
[말을 더듬으며] 조선?
안 되는데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아, 어쩌자고 여길 다시
[허임의 당황한 신음]
(허임) 아휴, 조선을
[연경의 놀라는 숨소리]
(연경) 머리, 머리 괜찮아요, 어?
- 머리는 괜찮은데 - (연경) 괜찮은데?
[연경의 한숨]
하, 안 돼
[연경의 비명]
[다가오는 발걸음] [연경의 거친 숨소리]
(왜군) [일본어] 뭐야, 저건?
[어두운 음악]
[허임의 놀라는 신음]
[한국어] 이 사람들 누구예요?
왜군들인 것 같소
왜군요?
[몽환적인 음악]
[감성적인 음악]
(연경) 사즉생
(천술) 아니, 가려면 제 놈 혼자 갈 것이지 천금 같은 내 손녀딸은 왜 데리고 가!
(연경) 손만 잡아도 되나?
(연경) 무슨 전쟁 났어요?
(허임) 금년이 임진년인 걸 어찌 아셨소?
(연경) 뉘십니까?
(허준) 어서 와요, 최연경 선생
(연경) 그럼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허임이 저항한다]
(진오) 죽어서 나라에 보은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허준) 천출이 없는 세상은 어떻더냐?
이곳과 다르더냐?
거기서는 다 가질 수 있을 성싶더냐? [허임이 호소한다]
(허임) 죽어 가는 목숨조차 함부로 살려서는 안 되는 곳
이 땅은 그런 곳이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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